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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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한국의 시

[시]가재미.3(문태준)
2009년 12월 10일 14시 51분  조회:2529  추천:21  작성자: 김철호
가재미.3

ㅡ아궁이의 재를 끌어내다

문태준[한국]


그녀의 함석집 귀퉁배기에는 늙은 고용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방고래에 불 들어가듯 고용나무 한 그루에 눈보라가 며칠채
밀리며 밀리며 몰아치는 오후

그녀는 없다, 나는 그녀의 빈 집에 홀로 들어선다

물은 얼어 끊어지고, 숯검댕이 아궁이는 퀭하다

저 먼 나라에는 춥지 않은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끌어낸다

이 세상 저물 때 그녀는 바람벽처럼 서럽도록 추웠으므로
그녀에게 해줄수 있는 일은 식은 재를 끌어내
그녀가 불의 감각을 잊도록 하는 것

먼 나라에는 눈보라조차 메밀꽃처럼 따뜻한 그녀의
방이 있는지 모른다

저 먼 나라에서 그녀는 오늘처럼 밖이 추운 날 방으로 들어서며
맨 처음 맨손바닥으로 방바닥을 쓸어볼지 모르지만,
습관처럼 그럴 줄 모르지만

이제 그녀를 위해 나는 그녀의 집 아궁이의 재를 모두 끌어낸다

그녀는 나로부터도 자유로이 빈 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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