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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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신문에 발표된 시 3수와 심숙의 촌평
2015년 12월 15일 20시 12분  조회:1582  추천:0  작성자: 김철호
바다(외 2수)

김철호
 
매립장(埋立場)은 푸른 잔디에 덮혀
묻힌 죽음의 력사를 망각했다

숨이 묻혀
불이 묻혀
숨 쉬는 불
불 센 숨

푸른 아우성은 무덤에서 나오는 새의 퍼덕임
하얗게 날이 선 칼들이 수천만개의 손을 쳐들었다
짐승은 사나운 이발로 자신을 널고있다
물어뜯어 삼키고 삼킨것을 뱉는다
깃털이 하늘 가득 흩날린다

저 푸른 천을 장대에 매달면 푸른 기발이 될것이다
누가 저 기발을 들고 달리려는가


우리들의 리력서

별이다가
별찌
먼지다가

공기
나무다가

바다
태양
돼지다가

잉어
감자

사람이다가

연기
구름
바람
별…


페허를 향하여

검은 고양이의 눈이 밝다
흰 고양이의 눈도 밝다
얼룩 고양이의 눈도 밝다
누런 고양이의 눈도 밝다
갈색 고양이의 눈도 밝다

검은 고양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웠다
흰 고양이는 날쌘 점프를 위해 한발 물러섰다
얼룩 고양이는 마구 덤벼친다
누런 고양이는 주눅들어있다
갈색 고양이는 좌우를 살핀다

닭 한마리
커다란 고양이로 변한 닭 한마리
볏이 빨개 야옹 한다
튀해 고아먹을…

ㅋㅋㅋ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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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평
 
경이로운 반전 그 여운에 젖어

-김철호시인 근작시 3수를 읽고

심숙

드라마는 반전으로 살아난다. 소설에서도 반전은 매우 중요하다. 시에서는 반전이 필요할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필요하다는것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짧은 서정단시에서 반전이 가능할가? 역시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는것이다. 이제 김철호시인의 근작시 3수를 같이 읽으며 서정단시에서 반전의 매력에 심취되여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시에서 반전은 사유의 비약이라고들 말한다. 폭포가 쏟아지는 장면을 은하수가 쏟아진다고 과장적으로 표현하는것 역시 이 사유의 비약에 다름아니다. 시 “바다”에서 시인은 바다를 푸른 잔디가 깔린 매립장으로 보고있다. 온갖 오물, 쓰레기들 절대대부분을 바다에 처넣는 인간들의 말세적행위를 고발하고있는것이다. 그 푸른 아우성속에서 새의 몸부림은 처절하면서도 비장하다. 그리고 그 새는 수많은 칼들에 난도질을 당하며 깃털을 수없이 날리고있다. 정의의 화신이라고 해도 크게 빗나가지 않는 새는 반대세력의 포위속에서도 퍼덕임을 계속한다. 비장하다못해 장엄하다. 여기까지 보면 이 시는 인간에 의해 오염되여가는 바다 및 자연생태를 지켜주자는 호소로 볼수 있겠다. 그러나 시인은 거침없는 사유의 비약으로 통념을 시원히 깨는 반전을 보여준다. “저 푸른 천을 장대에 매달면 푸른 기발이 될것이다/ 누가 저 기발을 들고 달리려는가” 푸른 바다를 푸른 천으로 보고 그것을 장대에 달아서 푸른 기발을 휘두르며 미래에로 달려간다는 이 시구는 독자들의 상상을 뛰여넘는 반전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있다.
이제껏 시인들이 온갖 사물들을 라렬하는식으로 쓴 시들은 결코 한두수에 그치지 않는다. 시 “우리들의 리력서” 역시 비금한 범주에 속하는 시이다. 그러나 이 시는 그 자체의 반전매력으로 다른 여타의 시들과 차별된다. 별, 별찌, 먼지, 물, 강, 바다, 태양, 돼지, 풀 등등등등 수많은 이미지들이 등장하는 이 시는 자칫 장난처럼 보여질지도 모르지만 “사람”이라는 이미지에서 반전이 생긴다. 자연생태속의 수많은 이미지들 속에 박혀있는 사람은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또 유별난 존재이기도 하다. 사람은 자연계를 좋게도 나쁘게도 변하게 만들수 있는 변수인 까닭이다. 그래서 “우리들의 리력서”는 결국 자연의 한 존재으로서의 인간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넌짓한 어드바이스라 할수 있겠다. 자연속에 자연스레 박혀있을 때는 인간도 자연이지만 주변 자연을 깎고 떼고 뭉개고 파괴할 때는 반자연적인 존재인것이 바로 인간인것이다.
시 “페허를 향하여”에서는 흰, 검은, 얼룩, 누런, 갈색 등 색색의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밝은 눈의 이 고양이들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있지만 쥐를 잡아야 하는 고양이들이 닭을 노리고있는것이 이 시의 반전이라 할수 있겠다. “닭 한마리/ 커다란 고양이로 변한 닭 한마리/ 볏이 빨개 야옹 한다/ 튀해 고아먹을…// ㅋㅋㅋ/ ㅎㅎㅎ…” 아이러니하다. 고양이가 쥐를 잡지 않고, 개가 집을 지키지 않고, 양이 풀을 뜯지 않고, 소가 일을 하지 않고, 당나귀가 석마를 찧지 않는 등 이런 현상들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그러나 그런 현상들이 지속됨에 따라 세상은 페허를 향하게 되고 우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그런 변이된 세상을 떠안을수 밖에 없는것이다. 이 역시 우리 인간이 저지른 죄에 대한 인과보응이라 할수 있다.
모두어보면 김철호시인은 근작시에서 거침없는 반전으로 생태를 파괴하고 자연을 짓밟는 인간들을 고발하고있으며 자연과 더불어 공생하면서 보다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어가자는 호소를 담고있다.
중국조선족시단에 한때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생태시를 다시 화두로 떠올려준 김시인의 시적행보를 다같이 지켜볼 일이다.
 
흑룡강신문 2015년 11월 20일 제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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