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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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장백산 제1기에 발표된 시와 시평
2016년 01월 20일 17시 01분  조회:2180  추천:1  작성자: 김철호
바다(5)
 
김철호
 
키(箕)가 용납할수 없는것이 있었다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
 
물결로 결어 만든 커다란 키가
이런 색갈을 까불이면
색갈들이 철썩 철썩
붙으로 밀려나온다
 
아무리 아양을 떨어도
예민한 색각(色覺)으로
고르고 골라
이 더러운 색깔들을
뭍으로 밀어내버린다
 
철썩 철썩 철썩...
신나는 키질에
기슭으로 밀려나오는 찌꺼기들이
노랗게 하얗게 빨갛게 뒹군다
 
물론 다른 세상이다
 
파도
 
넘어지는것이다
일어나는것이다
넘어졌다 일어나는것이다
일어났다 넘어지는것이다
넘어져도 나아가는것이다
일어나도 나아가는것이다
나아가도 넘어지는것이다
나아가도 일어나는것이다
일어났다
넘어졌다
넘어졌다
일어났다
쉴틈을 주지 않는것이다
넘어지지 않으면 죽는것이다
일어나지 않으면 죽는것이다
 
세월
 
배가 지나간 자리에
커다란 물갈기 큰길처럼 서고
멀리 사라진 뒤엔
아무 일 없었던듯이 웃는 물밭
이 엄청난 바다위로
배들은 끝없이 지나가건만
흔적은 하나도 남은것 없다
삼키워버린 수억의 그림자
어데가서 찾을수 있으랴
그 누가 찾자고 하랴
석양이 가라앉은 고요에 짓눌려
붉은 피 하늘 향해 흐른다
새벽, 아기 울음소리
길손의 가벼운 발걸음들
 
빛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물푸레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피줄이 얽힌 검은 손이 있었다
 
분 발린 문푸레나무
하얀 몸을 만지면
분말들은 향기가 되여 뛰여다녔다
 
그윽한 오솔길가에는 화초가
만발했고 물이 흐르고 개구리가
울고있었다
 
빛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빛과 흰빛이 부딪힌것일가
빛의 소리가 황금고리가 되여
물푸레나무를 읽고있었다
싱싱한 빛과 비릿한 빛이 만나는것일가
빛들은 만나자마자 한덩이가 되였다
 
물에 기름이 떨어지자
동그란 우주가 생겼다
그 동그라미 속에 별이 가득 담겨있었다
굶주린 메새가 어미의 부리에 물려있는
먹이를 보고 다급히 울어댔다
 
물푸레나무의 웃음이 파랗다는걸 아는이가 없다
 
칼과 물
 
베이고 베이고 또 베여도
내리치고 내리치고 또 내려쳐도
한 몸을 나누지 않는다
무너지는것은 칼이다
무디는것은 칼이다
죽는것은 칼이다
 
부드럽고 저항없는
슬프고도 아련한 물에
칼은 항상 진다
 
기도
 
검은고양이의 눈을 멀게 하소서
흰 고양이의 눈도 멀게 하소서
고양이가 없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고양이는 고양이질만 하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고양이가 호랑이 되는 세상을 막아주소서
쥐들도 살수 있는 세상이 되게 하소서
 
 
시적상상ㅡ존재와 부재 사이에서
김철호의 근작시 6수를 놓고
 

 
김철호의 근작시 6수는 시인의 상상력이라는 이 시미학의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개념상에서 우리에게 계시해주는바가 많다.
주지하다시피 시적인 상상력은 시인의 시창조과정에서 발휘되는 창조력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관건적인 요소이다.
시창작이란 언어의 부호로서 예술적인 시형상을 창조하는 작업이라고 할수 있는데 이 과정에 무수한 존재와 부재의 변증관계가 번복되며 시적상상력은 바로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관건적인 작용을 논다. 다시 말하면 시적상상력은 창조주체의 시적창조력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할수 있다.
김철호의 근작시 6수 가운데네 바다를 시적대상으로 삼은 시가 가장 돋보인다.
바다란 지구우의 륙지를 둘러싼, 짠물이 괴여있는 크나큰 부분으로서 고금중외의 시에서 녀성, 혹은 미지의 상징으로도 되고, 광활함과 적막함을 표출하는 공간의 배경이 되기도 하며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이승과 저승이 하나가 되는 신화의 공간으로 상징되기도 하고, 거대하고 력동적이며 생명력이 넘치는 물로서 가변성과 생기 넘침, 싱싱한 활동력으로 이미지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바다앞에서 인간은 왕왕 자신의 왜소함과 본연적인 물음, 심연의 고독과 마주하게도 되고 또한 삶의 의지와 인고를 배우는 깨달음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고금중외에는 바다를 읊은 시가 많은데 바다를 자유의 원소라고 노래한 뿌쉬낀의 “바다에”와 바다를 뿔뿔이 달아나려는 도마뱀에 비유한 정지용의 시”바다·2” 그리고 바다를 푸른 띠를 두른 세계주의자라고 지칭한 조병화의 시 “바다”  등은 너무도 유명하여 필자에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시이미지로 살아있다.
 
키(箕)가 용납할수 없는것이 있었다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
 
이것은 시 “바다”의 첫 두 시구인데 여기서 시인은 바다를 키(箕)라고 하면서 그 키가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을 용납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여기서 우리는 바다와키(箕)라는 어떤 공동성이라고는 거의 없는 두가지 사물을 만나게 된다. 그아래에서 물결로 결어 만든 커다란 키가 까불린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들이 뭍으로 밀려나온다고 하였고 또 그아래에서 붉은색, 하얀색, 노란색을 더러운 색, 찌꺼기라고 하였으며 나중에 제일 마지막 시구에서는 이렇게 바다는 “다른 세상이다” 라고 읊고있다.
이제 이 시에 그려진 바다를 우리가 다시 정리해보면 더러운 색깔이 없고 찌꺼기가 없는 파란 색깔만 있고 찌꺼기가 없고 알맹이만 있는 바다이다. 이처럼 이 시에서 바다는 세상에서 더러운 색깔과 오물과 찌꺼기를 까불여내는 키로 창조되였다.
여기서 필자가 힘주어 내세우고싶은것이 바로 존재와 부재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창조주체 즉 시인의 시적상상력이다.
편폭이 3천자로 제한된 이 단문에서 깊이 전개할수는 없지만 여기서 몇 마디 더 하고싶다.
상식적으로 바다는 객관적인 대자연으로서의 존재이고 키는 인간의 작은 로동도구로서의 존재이다. 다시말하면 바다에는 키가 부재하며 키에는 바다가 부재한다. 그러나 분명히 김철호의 시 “바다”에서 바다는 더러운 색과 찌꺼기를 까불이는 키로서 창조되였다. 다시말하면 바다에 부재하는 키에 바다가 존재하는 시적형상이 창조된것이다. 이 시적형상은 창조주체의 주관적인 창조물이면서 또 백지흑자로 그 탄생의 고고성을 울리면서 세상에 나타난후에는 완전히 독창적이고 완전히 신선하고 완전히 예술적이며 아울러 세상에 전대미문의 유일무이한 개관적인 존재로 된다.
이렇게 존재와 부재 사이를 넘나들면서 부재에서 존재를 찾아내고 존재에서 부재를 찾아내며 존재와 부재의 사이에서 어떤 공동성을 찾아내는 능력이 바로 창조주체의 상상력이다.
이 시에서 김철호씨는 바로 뭍으로 찌꺼기를 밀어내면서 끝없이 격랑을 일으키는 바다에서 곡식따위를 까불어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도구 키를 련상하면서 량자의 어떤 공동성을 찾아냈던것이다. 그러면서 시인은 한발자국 더 나아가서 더러운 색이 없고 파란색만 있고 쭉정이가 없고 알맹이만 있는 순수하고 풍만한 인간세상에 대한 상상을 펼치고있다.
이제 이 6수의 시를 잘 읽어보면 우리는 존재와 부재의 사이에서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인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시”파도”에서 시적인 상상력은 파도에서 곡절많은 인생과 굴함없는 생명의지를 찾아냈으며 시 “세월”에서 시적인 상상력은 바다에서 인생의 미미함과 허무함을 찾아냈으며 시 “빛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에서 시적인 상상력은 물푸레나무에서 인간의 처절한 생존경쟁을 찾아냈고 “칼과 물”에서 시적상상력은 칼과 물의 싸움에서 인간실존의 내적강인성을 찾아냈다.
물론 시인의 상상력에 천성적인 일면이 있다는것을 부인할수 없지만 그 천성적인 상상력은 시인의 부단한 감촉, 감지, 표상, 감각의 기초위에서 생성되고 성숙되는것이다. 여기서 필자는 특히 뿌쉬낀의 시적상상에 대한 명언 한마디가 련상되는데 그는”진정한 상상은 천재적인 지식을 요청한다”라고 하였다.
이 졸문에서 필자는 김철호의 시에서 시적발견을 놓고 담론하였는데 그밖에도 시인의 창조적인 상상력은 창작활동의 전부의 과정, 다시 말하면 시인이 생활과 인간에 대한 인식, 매 한수 시의 구상, 시적형상을 창조하는 매 하나의 작업과정에 관통관통되고있다는 점을 망각하여서는 안될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분석은 더 많은 편폭을 수요하므로 여기서 졸문을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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