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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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나기(김안)
2009년 09월 23일 14시 16분  조회:2474  추천:43  작성자: 김철호
소나기

김안[한국]


불가능한 체위에 대하여 너는 이야기 한다. 그때마다 너의 얼굴은 희디흰 빛을 발한다. 몰블랑을 덮은 눈처럼 너는 늘 경쾌하게 그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내게도 네게도. 하지만 너의 눈은 설명할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희롱당한 여자가 울고 있는 지하철 안에서 너는 태연하게 그것을 요구한다. 나는 사춘기이고 너는 막대사탕을 빨고 있다. 그 반대일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때이다. 가끔 창을 넘어온 삼촌들이 면도 안한 턱을 너의 볼에 부빈다. 너는 얕은 고함을 지르고 나는 구석진 너의 서랍속에서 덜컹거리는 창의 진동을 느낀다. ‘바보! 바보’ 귀에 젖은 네 고함소리가 아득하게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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