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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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미화 시집 《나비의 사막》을 읽고
2024년 02월 29일 21시 52분  조회:364  추천:0  작성자: 박문희

방미화 시집 《나비의 사막》을 읽고
 
□ 박문희
 
 
방미화시집 독후소감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시 <나비의 사막>을 읽어봅니다.
 
달팽이 입맞춤
하얀 심연 변주곡 울리고
나비가 드리운 사막의 날개
불타는 오아시스 되여 날아오른다
거대한 새싹이여 하늘을 보라
반짝이던 마지막 별 해 뜨는 시간 알린다
 
거위 눈물
밀물의 파란 아픔 다독이고
사막 흐느낌
갇혀버린 샘물 웨침소리 날린다
하얀 먼지 순간이여
순간이 되어버린 꽃망울 빨간 몸짓이여
유리벽 따라 흘러내리며
옥에 티 되어 반짝거리는 반쪽 잎새여
 
이상 시 <나비의 사막> 전문입니다.
 
모두 2련 15행의 짧은 시인데, 사막의 날개, 불타는 오아시스, 거대한 새싹, 마지막 별, 반쪽 잎새 등 본 이미지가 15개 있고, 그 외 밀물, 유리벽, 옥에 티 등 본 이미지를 규정해주는 보조적 이미지도 여러 개 있습니다.
 
이 시의 언어구성을 보면, 하얀 심연 변주곡, 밀물의 파란 아픔, 갇혀버린 샘물 웨침소리, 순간이 되어버린 꽃망울 빨간 몸짓, 옥에 티 되어 반짝거리는 반쪽 잎새 등 이미지덩어리들이 자유자재로 ‘야합’을 하고 있습니다. 행과 행간을 둘러보아도 인과관계나 유기적 관련이 전혀 없는 사물들(나비, 거위, 밀물, 사막, 먼지, 유리벽, 샘물 등)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순간적으로 사라집니다.
 
이 시의 중심이미지는 제목에서 보다 싶이 ‘나비의 사막’일 것입니다. 그리고 나비, 새싹, 오아시스 등 이미지는 상징성을 띈 시어들입니다. ‘오아시스’란 사막에서 희귀하게 발견할 수 있는 물웅덩이를 지칭하는데, 사막에서의 죽을 맛인 갈증 속에서 휴식을 주는 존재인지라 비유적으로 안식처라는 의미로 통하겠지요.
 
또 ‘나비’를 보면, 흔히 나비는 인간성과 변화의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하죠. 여름 한 철 아름다운 날개짓을 하며 유유히 날아다니는 시각적 아름다움은 예술적 령감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하겠죠. 하지만 나비가 오랜 시간 애벌레 상태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가 부화하는 모습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이상의 의미를 띠기도 하죠. 그래서 나비는 현재까지도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뒤에 오는 변화와 생명의 의미로 자주 사용되는가 봅니다.
 
나비의 상징성에 대한 이와 같은 이해를 이 시 전문에 대한 이해의 열쇠로 적용한다 할 때 우리는 나비가 드리운 ‘사막의 날개’를 통해 ‘불타는 오아시스’와 하늘로 솟는 ‘거대한 새싹’을 보게 되고 ‘사막의 흐느낌’과 ‘샘물의 웨침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 전혀 뜻밖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제 시 95수로 묶여진 시집 전체를 단지 시어구사 측면에서 간단히 들여다본다면, 이 시집엔 동물, 식물과 기타 자연물들이 무수히 올라있는데요, 기중에서도 무지 흥미로운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사물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돌뼈, 바람빛, 물바위, 바위눈, 모래쌀, 서리가슴, 바람심장, 천둥화살, 세월바퀴, 우주점액, 태양고막, 폭포수염, 념불비늘, 시간고름, 망각카텐, 계곡목덜미, 우주귀구멍, 우주휘파람, 려명면사포, 밀물생식기, 고통조미료, 모래껍데기, 시간찌꺼기 등 아무튼 저그만치 무려 70여개가 됩니다.
 
전부 이질적 언어들의 파격적 합성입니다. 이런 언어구성방법을 우리는 이미지 창조의 중요수단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런 시어의 구사법은 방미화 시집에서는 비단 단어구성에서 뿐 아니라 시의 련과 행에서도 행해지고 있습니다.
 
례컨대----
 
‘포도넝쿨 넘어가는 파아란 행복소리’ (봄빛)
‘닫힌 길 여는 열쇠는/순간 잡는 몸의 움직임/그 기억 썩은 기둥 무너뜨린다’ (달)
‘공기가 부서지고/바람이 쪼각난다/우리의 분신이 잠에서 깨어나는 날/우리는 우리를 넘어서고 있다’ (집행자)
‘기쁨액즙, 고통조미료 넣어/욕망료리로 반죽된 기나긴 동면/삶과 죽음이 똑같은 시간 려행’ (물의 숨소리)
 
등등 아주 많습니다.
 
시어들의 자유로운 결합은 종종 아주 멋진 싯구를 낳기도 합니다.
 
례를 들면 ‘진주성찬에 굶주린 것들/백색 태양줄기 번뜩이고/왕관 쓴 노예들 서서히 움직인다’ (경계를 넘어)와 같은 것이 바로 그겁니다.
 
시어구사에서의 이와 같은 자유로운 합성은 시집 전체에 관통되여 있는데, 가령 기존 관념으로부터의 철저한 탈출과 해탈, 기성 틀에 얽매인, 이른 바의 합리적 사유로부터의 해방이 없다면 이런 과감한 결합, 합성은 감히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할 것입니다. 시창작의 초기입문단계에 있어서 이점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최룡관시인의 많은 제자들이 무엇 때문에 완전 신출햇내기로부터 불과 몇년 안 되는 시간에 시단에 당당히 진출하여 시집도 내고 상도 받아안을 수 있는지를 보면 당연히 답이 나올 것입니다. 방미화시인이 근래 륙속 이룩한 일련의 시작성과들 역시 좋은 례로 손색이 없습니다.
 
시집 <나비의 사막>에서 보여주다 싶이 방미화시인은 하이퍼시 창작실천과 리좀이론 학습을 하면서 기존관념의 해체, 단절과 재구성, 이질적 이미지들의 자유로운 결합과 시적 언어의 자유분방한 구사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았고 색다른 이미지 창조에서도 남다른 자질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토대위에서 방미화시인이 금후 시창작과 시론탐구에서 한층 높은 차원으로 정진하며 특히 그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이미지 창조에서 보다 큰 성과를 올릴 것을 기대해 마지않습니다.
 
2022.7.29.
 
(연변대학 인문사회과학학원 주관, 연변동북아문학예술연구회 주최로 진행된 방미화 시집 《나비의 사막》 출간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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