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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13일 사계절산악회 일지
2016년 10월 03일 01시 00분  조회:489  추천:1  작성자: 명주
2007년 5월 13일 사계절 산악회 산행일지 - 홍이리편
 

   8시 29분에 낡은 버스역전에 도착하니 두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 홍이리와 오늘 새로 가입한,  <청년생활>잡지 편집- 26세의 진짜배기 <꽃미남>  임창섭.
 
  오늘 박문파회장님은 개 인사정으로 등산을 날라리쳤고, 다른 팀원들은 륙속 도착했다. 총무 게숙이가 나타나자 임창섭은 얼른 돈 백원을 회비로 바쳤고, 모두들 돈을 보니 마음이 든든하여 오늘의 목적지 – 룡정 말밥군산으로 신나게 향했다.
 
  농학원길목에 이르자 벌써 배꽃내음이 진동했고, 게다가 날씨가 죽이게 화창화창. 다 그때문이였을가. 버스에서 내릴 때 홍이리가 갑자가 전에 없던 이상한 웃음소리를 크게 냈다. 앞서가던 또로가 <일본놈이 花姑娘을 보고 웃는 웃음소리같다>고  평했다. 그 말에 자극받은듯 걸으면서 홍이리가 방금 웃었던 웃음을 몇번이고 다시 반복해봤으나, 팀원들이 귀기울여 평가한 결과는, 그래도 처음 효과보다 썩 뒤진다는것이였다.
 
  농학원 뒤길의 사과배꽃은 아직 만개하지 않았고, 게숙이는 너무 빠르게 꽃보러 온게 아니냐 근심했다. 그러나 그것도 몇분사이, 묵묵히 철길넘어 말발굽산 자드락에 이르자 모두들 한결같이 <와-> 감탄을 뿜었다. 한바탕 입쌀자루를 풀어놓은듯 만경창파 하얀 배꽃이 흐드러졌고, 어제 연변팀과 <8.1>팀 축구경기끝에 새벽 1시까지 술을 마셨다는 꽃중철의 코는 그속에서 한껏 화사하게,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저마다 렴복희의 <꽃밭에 앉으니 련애하고싶다>는 지난해 명구를 떠올렸다.  
 
  갑자기 홍이리는 <오늘 산행일지는 명주가 쓰라>고 부추겼다. 그리고 꽃밭에서 북쪽에 위치한 샘물터까지 가는 사이 일지에 써넣을 무려 두마디의 <명언>을 명주에게 주입했는데 대개 <사람은 사람다와야 사람이다>, <사람은 물고기보다 총명하다…> 등이였다. 평론가 짱거는 <명언이 표절의혹이 있다>고 짚었고, 소설가 꽃중철씨는 <남의걸 따온것>이라고 망치를 들었다.
 
  둔덕에서 바람을 만나자 홍이리는 영화 <타이타닉호>에서 나오는 녀자주인공의 포즈를 취하면서 연신 임창섭을 보고 렌즈에 담으라고 강요했고 샘물터를 지나면서부터는 <홍이리는 하느님의 분부를 받고 태여났다>면서 다시 명주에게 세번째, 네번째 <명언>을 주입하는 등 곁사람들의 머리를 세뇌시키려는 기미를 보였다. 짱거는 <오늘 배꽃때문에 홍이리가 수상해졌다>고 했다.
 
  또로의 제안으로 처음 입팀한 임창섭을 배려하여 모두들 말발굽산 산정까지 갔고 다시 팀원들은 산남쪽 잠풍지를 택해 매번 오매에도 그리는 오찬시간을 맞았다.
 
  옛간도의 서울 – 룡정시를 굽어보며 배꽃때문에 하얘진 바람을 반찬으로 먹는 점심밥이란 한마디로 진수성찬. 그리고 오늘 결석한 팀원들을 애석해하는 척하며 먹는 밥이 더 맛있다는건, 간사한 사람 마음때문일가.
 
  점심밥뒤 홍이리가 잠간 일보러 사라지자 모두들 <홍이리가 다른 명언을 구상하러 갔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다시 나타난 홍이리는 명언대신 팀속에 새로운 <새총붐>을 일으켰다.  명주가 신들린듯 홍이리의 새총에 양똥을 탄알로 삼아 목표물을 쏘아맞추는 <새총전사>역할에 나섰고, 그러다가 또로와 합세하여 쏘아올리는 기세로 하늘 향해 세우고있는 저쪽 꽃중철의 빨간 코를 명중하는 위대한 꿈을 구상하기도 했다.
 
  홍이리는 양똥을 탄알로 삼으면 새총이 어지러워진다 했지만 명주 생각컨대, 자연산인 양똥이야말로 본전 안드는 <웰빙탄알>이 아닐가. 작고 동그랗고 양지에 잘 말려진 양똥알은 게다가 살상력도 높지 않아 위험수위가 적다.
 
  벅적이는 새총소리에 끄덕없이 휴식을 취하던 짱거가 슬며시 일어나더니 흙덩이 하나를 들어 세워둔 병사리과녁에다 던졌다. 흙덩이는 게숙이의 머리우에 부스러기를 떨구며 아슬하게 지나 병사리에 면바로 맞혀 두동강이 났다. 짱거가 두번째로 돌을 들어 또다시 숙인 게숙이의 머리우로 던졌다. 여부없는 명중.
 
  모두가 <도사>라고 짱거에게 감복했는데…짱거 혹시 집에서 가만히 새총련습을 한건 아닐가. 책장의 서랍속에 새총이 세개정도는 있을지도 모르지…
 
  산행에서 돌아서는 길은 언제나 아쉬움이다. 배꽃이 만발한 밭곁에는 명당자리를 뽐내듯 이리저리 봉분들이 널려있고 <이승과 저승은 저토록 간발의 차이구나> 짱거가 감탄한다.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누구드냐> 노래가사가 생각난다.
 
  농학원에서1선을 타고 룡정버스역을 가는 길에 어느 누구도 오늘의 진정한 클라이막스가 기다릴줄은 몰랐다. 홍이리 절로도 배꽃을 제치고 자신이 진정한 오늘의 <스타>가 될줄은 몰랐으리라.
 
  사연인즉,
  룡정버스에서 내려 팀원들이 연길행버스를 갈아타려고 길건너던 참이였다. 오토바이 한대가 비틀비틀 게숙이를 향해 명중으로 치여놓고 뺑소니를 쳤다. 저 멀리 꼬리빼는 오토바이를 향해 홍이리가 뛰기 시작했고, 뛰다가 안되니 택시를 잡아 쫓았다.
 
  게숙이가 아픈것도 잊고 자신의 불찰인듯 홍이리를 근심했고, 남은 일행이 한참을 헤매서야 앞거리에서 홍이리와 뺑소니자를 만났다. 홍이리는 택시타고 오토바이를 쫓으면서 연신 새총으로 그놈의 차유리 등을 박살냈고 끝내 그놈은 투항하고말았다는것이였다. 오토바이쟁이는 술을 마신 상태였고 홍이리가 한바탕 그놈을 구불려놓은듯 얼굴과 옷이 흙이 게발려 살아 생생한 립체파그림을 떠올렸다.
 
  그놈에게 다가간 꽃중철이 갑자기 권중철로 변하여 그놈을 사납게 훈계했고 홍이리는 이때 그 유명하고 저명한 새총을 꺼내 다시 뺑소니자의 이마에 겨냥하고있었다. 먼데서부터 짱거가 <适可而止!> 일갈하며 다가왔고, 홍이리는 하얘진 그놈의 얼굴을 겨냥했던 손을 천천히 풀어줬다… 
 
  좀전 산우에서 새총을 들고 이리저리 쏘아대는 홍이리를 보고 모두들 새총이 뭔 쓸모 있어서 갖고 다니냐 물었더니 그는 길가다가 혹시 <나쁜 놈>을 만나면 한방 갈겨줄거라 해서 다들 웃고말았다. 근데 그 말이 예언하듯 금방 적중할줄이야. 오늘  홍이리는 끝내 새총의 진가를 발휘했다. 그리고 가장 경이로운 점은 <나쁜 놈>에게도 탄알을 결코 발사하지 않았다는것, 적당선에서 물러나 그동안 갈고 닦은 <새총소년>의 경지를 보여줬다.
 
  산행길에서 정의의 수호천사로 성큼 나선 홍이리씨 용기에 다시 큰 박수를 보내며 그래서 오늘의 일지 부제는 <홍이리편>으로 달았다. 불의를 보고 선뜻 나선 당신이야말로 배꽃보다 더 빛나는 오늘의 스타이다.
 
: 명주생각--새총은 아무튼 위험한 <무기>이다. 그럼에도 굳이 사용하고싶다면 탄알은 꼭 양똥알로 할것 - 만일의 경우 사용해도 위험수위가 낮기때문이다.   
                             2007년 5월 13일 (일요일) 맑음, 편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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