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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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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집』스테판 말라르메 지음/황현산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5 댓글:  조회:2035  추천:0  2019-07-11
『시집』스테판 말라르메 지음/황현산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5       인사   없음이라, 이 거품, 처녀 시는 오직 술잔을 가리킬 뿐 ; 그처럼 저 멀리 세이렌의 떼들 수없이 뒤집혀 물에 빠진다.   우리는 항해한다, 오 나의 가지가지 친구들아, 나는 벌써 뒷전에서, 그대들은 벼락과 겨울의 물살을 가르는 화사한 뱃머리에서 ;   아름다운 취기 하나 나를 부추겨 그 키질도 두려워 말고 서서 이 축배를 바치게 한다.   고독에, 암초에, 별에, 우리 돛의 하얀 심려를 불러들인 것이면 어느 것에나.           불운   얼빠진 인간의 무리 위에 창공을 구걸하는 자들 그 발은 우리의 길을 밟고도 그 야성의 갈기는 번쩍이며 솟구치고 있었네.   그들의 걸음 위로 군기처럼 펼쳐진 검은 바람이 살 속까지 추위로 매질을 하여 그때마다 성마른 바퀴 자국을 거기 파놓곤 했네.   항상 바다를 만나리라는 희망을 품고 그들은 여행했네, 빵도, 지팡이도, 물 항아리도 없이, 쓰디쓴 이상의 황금 레몬을 씹으며.   대부분 밤의 행렬 속에 헐떡거리며, 제 피가 흐르는 것을 보리라는 행복에 도취하였으니, 오 죽음이여 그들 고집스런 입술에 단 한 번의 입맞춤을!   그들이 패배한다면, 그것은 벌거벗은 칼을 들고 지평선에 서 있는, 막강한 한 천사의 탓. 감읍하는 가슴에 한 조각 선홍빛이 엉기네.   그들은 꿈의 젖을 빨았듯이 고통의 젖을 빠네, 그리곤 관능적인 눈물을 리듬에 맞춰 노래하노라면 대중은 무릎을 꿇고 그들의 어머니는 일어서네.   이 사람들이야 위로를 받고, 자신 있고 당당하나, 조롱당하는 백 명의 형제들을 그 발치에 끌고 가네, 음흉한 우연의 가소로운 순교자들을.   눈물 소금이 늘상 그들의 부드러운 뺨을 갉으니, 그들은 한결같이 사랑으로 재를 삼키나 야비하거나 익살을 떠는 운명이 그들을 차형에 처하네.   그들은 북을 울리듯, 생기 없는 목소리로 종족의 천한 동정을 자극할 수도 있었지, 한 마리 독수리가 부족한 프로메테우스의 동류들!   아니야, 비천하고, 웅덩이도 없는 사막을 배회하는 그들이 성마른 군주의 채찍에 몰려 둘러쓰는 것은 불운, 그 들리잖는 웃음소리에 무릎 꿇어 엎드리네.   연인들이여, 겹살이꾼 그놈! 말 엉덩이에 곁다리로 함께 올라타고, 급류를 뛰어넘으면, 당신들을 진창에 처박아, 허우적대는 허연 한 쌍의 진흙더미만 남겨놓지.   그놈 덕분에, 남자가 제 괴상한 날라리를 불라치면, 아이들은 엉덩이에 주먹을 붙여 팡파르를 흉내 내며 끈덕진 웃음으로 우리 허리를 쥐어짜게 하리라.   그놈 덕분에, 婚期의 가슴 빛낼 장미 한 송이로 여자가 시든 가슴 알맞게 장식할라치면, 저주받은 그 꽃다발 위에 가래침이 번들거리리라.   그리고, 이 난쟁이 해골, 깃털 장식 펠트帽를 쓰고, 장화를 신고, 옆구리엔 진짜 털인 양 구더기가 슬었으니, 그들에게는 끝도 한도 없는 막막한 쓰라림.   화가 난 그들이 악당에게 덤벼들지 않으랴만, 이를 가는 그들의 장검은 그놈의 해골에 눈 내리며 맞구멍을 뚫고 나가는 달빛이나 뒤쫓네.   불우한 신세를 높이 받들 오기도 없이 처량하고, 고작 험한 말로 제 뼈의 원수를 갚는 것이 한심한 이 작자들은 원한에도 못 미치는 증오를 갈망하지.   서투른 三絃胡弓 연주자들에게도, 애새끼들, 창녀들에게도, 술병이 바닥났을 때 춤을 추는 누더기 늙다리들에게도 놀림감.   적선에건 복수에건 훌륭한 시인들은 이 지워진 신들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그들이 지루하고 머리가 나쁘다고 말하네.   “갑옷을 두르고 내달려 출정하진 않더라도 폭풍 같은 거품을 뿜는 신출내기 말처럼, 그들도 깐으로는 공적이 웬만하니 도망쳐도 무방하리.   축제의 승리자에게라면 훈향을 실컷 피워 올리련만, 이 어릿광대들은 왜 진홍빛 넝마도 걸치지 않은 주제에 발걸음을 멈추시라 소리만 지르는가!”   아무 놈이나 그들의 얼굴에 경멸을 침 뱉고 나면, 비천한 말들을 수염에 매달고 천둥에 기구하는 헛것들, 익살맞은 불안을 못 이겨 이 영웅들은   가로등 기둥에 우스꽝스럽게 목을 매러 간다네.         顯現   달은 슬펐다. 눈물 젖은 세라핀들이. 손가락에 활을 들고, 아련한 꽃들의 고요에 잠겨 꿈꾸며, 하늘빛 꽃부리를 따라 미끄러지는 그 하얀 흐느낌을 잦아드는 비올라에서 끌어내고 있었으니 -그것은 너의 첫 입맞춤으로 축복받은 날. 마냥 나를 괴롭히려 드는 몽상은 슬픔의 향기에 슬기롭게 취했었지, 후회와 환멸은 없어도 꿈을 꺾고 나면 그 꺾은 가슴에 슬픈 향기는 남는 법. 낡은 포석에 눈을 박고 그러므로 나는 떠도는데, 머리에 햇빛을 이고, 거리에서, 저녁에, 그때 활짝 웃으며 나타난 너, 빛의 모자를 쓰고 옛날 응석받이 아기 내 고운 잠을 밟고 지나가며 언제나 가볍게 쥔 그 손에서 향기로운 별 하얀 다발을 눈 내리던 그 선녀를 보는 것만 같았다.           시답잖은 청원서   공주여! 이 찻잔 위에 그대 입술이 입 맞추는 자리에 솟아오르는 헤베의 팔자가 부러워, 나는 내 불꽃을 낭비하나 사제의 얌전한 지위밖에 가진 게 없으니 세브르의 도자기 위에 발가벗고는 나타날 수 없으리.   나는 당신의 수염 난 복슬강아지도 아니고, 박하사탕도 입술연지도, 응석받이 노리개도 아니기에, 그래도 당신의 감은 눈길이 내게 떨어진 줄은 알고 있기에, 그 달통한 미용사들이 금은세공사 노릇을 해야 하는 금발 여인아!   우리를 임명하시라······ 딸기 향내 나는 그 많은 웃음이 길들인 어린 양떼인 양 모여들어 아무에게서나 그 소원을 뜯어먹으며 열광하여 울어대는데, 당신아,   우리를 임명하시라······ 부채 하나로 날개를 단 사랑의 신이, 손가락에 피리를 들고 이 양 우리를 잠재우는 내 모습 부채에 그리도록, 공주여, 우리를 그대 미소의 목동으로 임명하시라.           벌 받는 어릿광대   두 눈, 호수, 캥케 燈의 더러운 그을음이 깃털인 양 시늉으로 환기하는 딴따라 광대 노릇 그만 접고 다른 것으로 다시 태어나리라는 내 소박한 도취에 잠겨, 나는 천막의 벽에 창 하나를 뚫었네.   내 다리와 두 팔로, 헤엄치는 맑은 사람 배반자 나는 무수한 도약을 거듭하여, 서툰 햄릿을 부정하였으니! 파도 속에서 마치 수천 무덤을 새롭게 바꿔 그 안으로 순결하게 사라지기라도 할 것 같았네   주먹질에 화내는 심벌즈의 명랑한 황금, 태양이 갑자기, 내 자갯빛 신선함으로 순결하게 증발한 알몸을 때리니,   피부의 고약한 어둠 그대가 내 위로 흐를 때였네, 빙하의 음험한 물에 풀린 이 연지분이 내 축성식의 전부였음을, 배은망덕한 놈! 나는 몰랐던 것.           창   슬픈 병원이 지겨워, 빈 벽의 크고 권태로운 십자가를 향해 휘장의 진부한 백색을 타고 피어오르는 역겨운 향 내음이 지겨워, 딴 마음을 먹는 빈사의 병자는 늙은 등을 다시 세우고,   저를 끌어가, 그 썩은 몸을 덥히려는 게 아니라 돌 위에 떨어지는 햇빛을 보려고, 앙상한 얼굴의 하얀 털과 뼈를 맑고 고운 광선이 검게 태우려는 창에 붙이니,   열에 들떠, 푸른 하늘을 탐식하는 그의 입은, 젊은 날, 그의 보물, 왕년의 어느 순결한 피부를 마시려 들었을 때처럼! 쓰디쓴 긴 입맞춤으로 금빛 미지근한 유리창을 더럽힌다.   취하여, 그는 살아난다, 聖油의 끔찍함도, 탕약도, 시계와 강요된 침대도, 기침도 잊고, 저녁 해가 기와지붕 사이에서 피를 흘릴 때, 빛살 가득한 지평선에 그는 눈길을   보내니, 백조처럼 아름다운 금빛 갤리선들, 얼기설기 풍요로운 황갈색 섬광일랑은 추억에 잠겨 태무심하게 흔들어 재우며, 주홍빛에 싸여 갯내음 풍기는 강 위에 잠드네!   이렇게, 행복 속에 파묻혀 오직 그 식욕으로만 밥을 먹고, 아등바등 오물을 찾아 제 어린 것 젖먹이는 아내에게 바치려는 모진 마음의 인간에게 역겨움 지울 수 없어.   나는 도망친다, 그리고 누구나 삶에 등을 돌리는 모든 창에 매달리고 싶다, 그리고 축복을 받아, 무한의 순결한 아침이 금빛으로 물들이고, 영원한 이슬로 씻긴, 그 창유리에   나를 비추니 나는 천사이어라! 그리고 나는 죽으니, -그 유리가 예술이건, 신비로움이건- 내 꿈을 왕관으로 쓰고, 다시 태어나고 싶다, 美가 꽃피는 전생의 하늘에!   그러나, 오호라! 이 세상이 주인 : 고착된 이 생각 때로는 이 확실한 피난처에까지 찾아와 내 속을 뒤집고, 어리석음의 더러운 구토가 창공을 앞에 두고도 코를 막도록 나를 몰아대는구나.   그래, 있는가, 오 쓰라림을 아는 나여, 괴수에게 모욕 받은 수정을 부수고 깃털 없는 나의 두 날개로 도망칠 방법이? -영원토록 추락하는 한이 있어도.           꽃들   첫날 새벽에, 옛 蒼天의 황금 사태와, 별들의 영원한 눈사태에서, 아직은 젊고 재난에 물들지 않은 땅을 위해 옛날 당신은 풀어놓았지 거대한 꽃송이들을,   목이 가는 백조들과 함께, 황갈색 글라디올러스를, 오로라를 밟고 부끄러움에 붉게 물든 세라핀의 해맑은 엄지발가락 같은 주홍빛 유형받은 영혼들의 저 거룩한 월계화를,   히아신스를, 경애로운 섬광 지닌 도금양을, 그리고 여자의 살결을 닮아 잔인한 장미, 밝은 정원에 꽃핀 에로디아드 사납고 빛나는 피에 젖은 그 꽃을!   그리고 당신은 백합들의 흐느끼는 백색을 만들었으니 한숨의 바다 위를 스치듯 굴러가며 희미한 지평선의 파란 향 연기 가로질러 눈물 젖은 달을 향해 꿈꾸듯 올라가네!   시스트르 곡조를 타고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호산나, 우리들의 마님, 우리네 古聖所 뜨락의 호산나! 그리고는 하늘나라의 저녁을 빌려 메아리는 끝나네. 저 시선들의 법열, 저 후광들의 번쩍임!   오 어머니, 당신은 의롭고 굳건한 그 가슴 안에, 저 미래의 약병을 흔드는, 크나큰 꽃들의 꽃송이들을, 향기로운 죽음과 함께 창조하셨네, 삶이 시들어 지친 시인을 위해.           새봄   병든 봄이 겨울을, 침착한 技藝의 계절, 냉철한 겨울을 처량하게 쫓아 보냈으니, 침울한 피가 지배하는 내 존재 안에서 無力이 기지개를 켜며 긴 하품을 한다.   낡은 무덤처럼 쇠테가 조이고 있는 내 두개골 아래 하얀 황혼이 식어가고 그리고 슬피, 나는 어렴풋하고 아름다운 꿈을 좇아 헤맨다, 무한한 수액이 넘치며 으스대는 들판을 누비며.   이윽고 나무 향기에 맥을 잃고 나는 쓰러져, 지쳐, 이마로 내 꿈에 구덩이를 파고, 라일락이 돋아 오르는 더운 흙을 씹으며,   기다린다, 바닥까지 잠겨들며, 내 권태가 일어서기를······ -그런데 창공이 웃는구나, 산울타리 위에서, 꽃 피듯 깨어나 태양을 향해 지저귀는 수많은 새들 위에서.           고뇌   오늘 저녁 내 발걸음은 네 육체를 정복하기 위함도 아니요, 오 인간 족속의 죄악이 몰려드는 짐승이여, 네 칙칙한 머리칼 속에, 내 입맞춤이 퍼붓는 치유할 길 없는 권태 아래, 처량한 폭풍을 뚫기 위함도 아니다   내 너의 침대에서 구하는 것은 꿈도 없는 무거운 잠, 회한이 찾아들지 못할 저 장막 아래 그 잠이 떠도니, 새까만 거짓말을 늘어놓은 뒤 너라면 맛볼 수 있겠지, 허무의 바탕에 누워 그 잠은 죽은 자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너.   그것은 악덕이, 타고난 내 고결함을 파먹으며, 내게도 너처럼 그 불모의 표적을 찍어두었기 때문이지. 그러나 네 돌과 같은 젖가슴에는 어느 죄악의 이빨에도   상처 입지 않을 심장 하나 깃들어 있건만 창백한, 수척한, 내 壽衣를 떨치지 못하는, 나는 도망친다, 내 홀로 잠든 사이에 죽을 것이 두려워.             [쓰라린 휴식이 지겨워······]   자연의 하늘 밑 장미 숲의 매혹 어린 어린 날을 떠나며 옛날 내가 바라던 영광을 내 게으름이 욕 먹이는 쓰라린 휴식이 지겨워, 그리고, 내 뇌수의 인색하고 냉랭한 땅에, 밤새워 새로운 묘혈을 파겠다는 모진 계약이 일곱 배나 더 지겨워, 불모가 제 품삯인 인정머리 없는 매장 인부 나는, -장미꽃들이 찾아오면, 오 몽상이여, 그 새벽을 보고 무슨 말을 하리? 막막한 무덤은, 제 창백한 장미들이 두려워, 저 빈 구덩이들을 하나로 합칠 텐데, - 잔인한 나라의 게걸스런 예술을 팽개치고, 내 친구들과 과거와 천재와, 그나마 내 빈사의 고뇌를 알고 있는 내 등불이 내게 던지는 그 해묵은 힐난들을 웃어넘기며, 저 마음 맑고 공교로운 중국인을 따르고 싶으니, 그의 순결한 법열은 황홀한 雪月의 찻잔들 위에, 그 청명한 삶을 향기롭게 하는 야릇한 꽃 한 송이, 어린 시절, 제 영혼의 푸른 결에 접 붙는 것만 같던 그 꽃의 끝을 그리는 것. 그리하여, 현자의 유일한 꿈만 지닌 죽음이 그렇듯, 평온하게 나는 젊은 풍경을 골라 찻잔 위에 그려 보리, 저만치 외떨어지게. 가늘고 파리한 하늘빛 선 하나가 민무늬 백자 하늘 가운데 호수 하나를 이루련가, 하얀 구름에 이지러진 맑은 초승달이 고요하게 그 뿔을 물 얼음에 적시네, 멀지 않게 그 긴 비취빛 속눈썹 세 개, 갈대 서 있고. 저만치     종치는 수사   순수하고 청명하고 그윽한 새벽 하늘에 종은 그 맑은 목소리를 깨워 일으켜, 라벤더와 백리향 풀숲에 안젤루스를 던지는 저 아이를 밝고 가며 기쁨은 안겨주건만,   종치는 수사는 제가 눈뜨게 하는 새의 깃털에 스치며, 백년 묵은 밧줄 팽팽하게 당기는 돌덩이를 올라타고 구르며 처량하게 라틴어를 웅얼거려도 들리는 것은 그에게 아련히 떨어져내리는 땡그랑 소리뿐.   내가 바로 그 사람. 슬프구나! 갈망의 밤으로부터, 내 아무리 동아줄을 잡아당겨 이상의 종소릴 울려본들, 차가운 죄의 충실한 깃털 하나가 장난을 치고,   소리는 부스러기로만 내게 떨어져 허망하게 울리는구나! 그러나, 어느 날, 헛된 줄다리기에도 끝내 지쳐빠지면, 오 사탄이여, 나는 돌덩이를 풀어내고 내 목을 매리라.           여름날의 슬픔   태양이, 모래 위에서, 오 잠든 女戰士여, 네 머리칼의 황금 속에 나른한 목욕물을 덥히고, 적의에 찬 그대의 뺨 위에 향불을 사르며, 사랑의 음료에 눈물을 섞는다.   이 백열의 타오름이 잠시 요지부동으로 멈추는 틈에 너는 말하였지, 구슬프게, 오 내 겁먹은 입맞춤들, “우리는 결코 단 하나의 미라로 되진 않으리라 이 고대의 사막과 행복한 종려수 아래!“   그러나 너의 머리칼은 따뜻한 강, 우리에게 들린 혼이 떨림도 없기 어기 잠겨들어 그대가 알지 못하는 저 허무를 만나리.   나는 네 눈꺼풀에서 눈물 젖은 분을 맛보며, 너에게 상처 입은 이 심장이 얻을 수 있을지 알아보련다, 저 창공과 돌의 무감각함을.           창공   영원한 창공의 초연한 빈정거림은 꽃들처럼 무심하게 아름다워서, 고통의 메마른 사막을 헤매며 제 재능을 저주하는 무기력한 시인을 짓누르네.   도망가며, 두 눈을 감아도, 나는 내 비어 있는 영혼을 응시하는 그 눈길이 따가워 강렬한 회한에 억장이 무너지네. 어디로 달아나랴? 어느 흉물스런 밤을 갈가리 찢어 집어던져, 저 가슴 아픈 멸시를 가리랴?   농무들아, 피어올라라! 너희 단조로운 재들을 안개의 긴 넝마들에 실어날라, 가을의 납빛 늪에 익사할 하늘에 쏟아부어 거대하고 적막한 천장을 지어라.   그리고 나, 망각의 못에서 기어나오라, 친애하는 권태야, 진흙과 창백한 갈대를 주워와서, 새들이 방정맞게 뚫어놓는 저 거대한 푸른 구멍들을 결코 지치지 않는 손으로 틀어막아라.   아직도 남았다! 처량한 굴뚝들아 쉬지 말고 연기를 뿜어내라, 떠다니는 그을음의 감옥들아 지평선에 노랗게 죽어가는 태양을 그 시커먼 옷자락의 공포로 덮어 꺼버려라!   -하늘은 죽었다.-너를 향해 달려가노니, 오 물질이여, 잔인한 이상도 죄도 잊어버릴 망각을 달라, 행복한 人間畜生들이 누워 있는 그 잠자리를 함께 나누려는 이 순교자들에게.   담장 밑에 뒹구는 연지분 단지처럼, 내 뇌수 마침내 텅텅 비어, 흐느껴 우는 생각을 울긋불긋 치장할 기술 이제 더는 없는지라, 비천한 죽음을 향해 내 침울하게 하품하고만 싶기에······   헛일이로다! 창공이 승리한다, 종소리 타고 울리는 그의 노래 들린다. 내 마음이여, 그는 목소리 되어 그 심술궂은 승리로 우리를 더욱 으르대며, 살아 있는 금속에서 푸른 안젤루스로 솟아나는구나!   그는 안개를 타고 구르며, 노회하도록, 너의 타고난 고뇌를 꿰뚫으니, 실수를 모르는 칼날 같구나, 소용도 없이 악랄한 반항을 둘러쓰고 어디로 도망갈거나? 나는 들려 있다. 창공! 창공! 창공! 창공!           바다의 미풍   육체는 슬프다, 아아!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구나. 달아나리! 저곳으로 달아나리! 미지의 거품과 하늘 가운데서 새들 도취하여 있음을 내 느끼겠구나! 어느 것도, 눈에 비치는 낡은 정원도, 바다에 젖어드는 이 마음 붙잡을 수 없으리, 오 밤이여! 백색이 지키는 빈 종이 위 내 등잔의 황량한 불빛도, 제 아이를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라! 그대 돛대를 흔드는 기선이여 이국의 자연을 향해 닻을 올려라! 한 권태 있어, 잔인한 희망에 시달리고도, 손수건들의 마지막 이별을 아직 믿는구나! 그리고, 필경, 돛대들은, 폭풍우를 불어들이니, 바람이 난파에 넘어뜨리는 그런 돛대들인가 종적을 잃고, 돛대도 없이, 돛대도 없이, 풍요로운 섬도 없이······ 그러나, 오 내 마음이여, 저 수부들의 노래를 들어라!           탄식   내 마음은, 오 조용한 누이여, 어느 가을이 주근깨를 둘러쓰고 꿈꾸는 그대의 이마를 향하여, 그대의 천사 같은 눈에 떠도는 하늘을 향하여, 어느 우수 어린 정원에서 하얀 분수 하나, 열심히, 창공을 향하여 탄식하듯, 솟아오른다오! -넓은 연못에 그 끝없는 우울을 비추고, 잎새들의 황갈색 단말마가 바람 따라 떠돌며 차가운 물이랑을 내는 죽은 물 위에 노란 태양이 한 가닥 긴 빛살에 끌려가게 놓아두는, 창백하고 청순한 시월 그 온화한 창공을 향하여.           적선   이 돈자루를 집어들게, 걸인이여! 인색한 유방의 늙다리 젖먹이라도 되는 양, 한 푼 한 푼 방울져 그대의 弔鐘이나 울리게 하자고 이 자루에 알랑댄 건 아니겠지.   이 귀중한 금속에서 어디 야릇한 죄를 짜내보게, 그리곤, 마치 우리들이 두 주먹 가득 쥐고 거기 입을 맞추듯 듬뿍 그게 비틀어져라 불어제치게나! 뜨거움 팡파르를.   이 집들이 모두 향 연기 피어오르는 교회가 아니겠나, 담벼락에, 잠시 푸르게 갠 하늘을 흔들어 재우는 담배가 말도 없이 기도를 굴릴 때   또한 강한 아편이 약상자를 깨뜨리고 나올 때 말씀이야! 그대는, 드레스이자 피부인, 그 비단을 찢고프며, 행복한 무기력을 침 흘리며 마시려는가,   왕후의 카페에 앉아 아침을 기다리고 싶은가? 천장에는 님프와 베일이 푸짐하기도 한데, 창문의 거지에게도 饗宴을 던지지.   그래서 늙다리 하느님아, 그대가 외출할 때는, 부대자루를 둘러쓰고 덜덜 떨면서도, 새벽 하늘이 금빛 술의 호수인지라 그대는 목구멍으로 별들을 마신다 큰소리치지!   그대 보물의 광채를 헤아릴 순 없더라도, 적으나마 그대는 깃털 하나로 멋을 낼 순 있지, 저녁기도를 드릴 때 그대 아직 믿고 있는 성자에게 촛불 하나를 바칠 순 있지.   내 터무니없는 말을 한다 생각지 말게. 大地는 굶어죽는 자에게 늙어빠져서야 열리는 법. 나는 또 하나의 적선을 증오하며 그대가 날 잊길 바란다네.   그리고 무엇보다도, 형제여, 빵을 사러 가진 말게.           獻詩   당신에게 이 아기를 이뒤메의 밤으로부터 데려왔구려! 깜깜하게, 핏빛 어린 희미한 날개를 달고, 깃털을 벗고, 香油와 황금으로 태운 유리를 통하여, 얼어붙은, 오호라! 또다시 음울한 窓을 통하여, 저 새벽빛이 천사 같은 램프에게 덤벼들었소. 종려나무들이여! 敵意에 찬 미소를 시험하는 이 아버지에게 새벽빛이 이 유물을 보여주었을 때, 푸르고 삭막한 고독이 전율하였다오. 오 아기를 어르는 여자는, 당신의 딸과 함께, 당신들의 차가운 발의 그 천진함으로, 이 끔찍한 탄생을 맞아들이시라. 당신의 목소리가 비올라와 클라브생을 생각나게 하는 동안, 순결한 창공의 大氣에 배고픈 입술을 위해 여인이 巫女의 백색으로 흘러내리는 그 젖가슴을 당신은 시든 손가락으로 누르련가?           에로디아드 장경   유모-에로디아드   유 살아 있구나! 아니면 내 여기서 한 王女의 망령을 보는 것인가? 그 손가락과 반지에 이 입술로 입맞추게 하고, 이제 그만 미지의 시대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일랑은······   에 물러서시오. 무결한 내 머리칼의 금빛 격류가, 내 고독한 몸을 멱 감기며 공폴 얼어붙게 하니, 빛이 감아도는 내 머리칼은 不威하다. 오 여인아, 한 번의 입맞춤으로도 나는 죽으리라, 美가 곧 죽음이 아니라면······ 어떠한 매혹에 내 이끌렸는지, 선지자들도 잊어버린 어떠한 아침이 죽어가는 저 먼 땅에 그 슬픈 축제를 퍼붓는지 낸들 알겠는가? 오 겨울의 유모여, 그대는 내가 늙은 내 사자들 그 야수의 世紀가 어슬렁거리는 돌담과 쇠창살의 육중한 감옥 속에 들었음을 보았으니, 숙명의 여자, 나는 무사한 손으로 저 옛날 왕들의 황량한 냄새 속으로 걸어갔지. 그러나 또한 그대는 보았는가 내 공포가 무엇이었는지를? 나는 망명지에 꿈꾸며 멈춰 서서, 분수를 뿜어 나를 맞이하는 못가에라도 서 있는 양, 내 안에 피어 있는 창백한 백합의 꽃잎을 따는데, 내 몽상을 가로질러, 적막 속으로 내려가는 그 가녀린 꽃 이파리들을 시선으로 뒤쫓느라 얼이 빠진 사자들은 내 옷자락의 나른함을 헤치고, 바다라도 가랑힐 내 발을 바라보았지. 그대는 그 늙은 육체의 전율을 가라앉히고, 이리 와서, 내 머리칼이 너희들을 두렵게 하는 저 사자 갈기의 너무나 사나운 꼴을 닮았으니, 나를 도와라, 이대로는 거울 속에서 하염없이 빗질하는 내 모습을 그대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을 것인즉.   유 마개 덮인 병 속의 상쾌한 몰약은 아니라도, 장미의 노쇠에서 뽑아낸 향유의 불길한 효험을, 아기씨여, 시험해보심이 어떨지?   에 그런 향수 따윈 치워라! 그게 내가 혐오하는 것임을 모르는가, 그래 내 머리에 나른하게 적셔드는 그 도취의 냄새를 맡으라는 말인가? 내가 바라는 바는, 인간적인 고뇌의 망각을 퍼뜨리는 꽃이 아니라, 향료로부터 영원히 순결한 황금인 내 머리칼이, 잔혹한 광채를 띨 때도, 윤기 없이 하얗게 바랠 때도, 금속의 그 삭막한 차가움을 끝내 간직하는 것이니, 내 고독한 어린 날부터, 고향 성벽의 보석들아, 무기들아, 화병들아, 너희들을 그렇게 비추어왔듯이.   유 용서하소서! 여왕 마마, 나이가 드닌 낡은 책처럼 희미해진 아니 까매진 쇤네의 정신에게 아기씨의 금지령이 지워져서······   에 그만 됐다! 내 앞에 이 거울을 들고 있어라. 오 거울이여! 네 틀 속에 권태로 얼어붙은 차가운 물이여 얼마나 여러 번을, 그것도 몇 시간씩, 꿈에 시달리며, 네 얼음 밑 그 깊은 구멍 속에서 나뭇잎과도 같은 내 추억을 찾으며 나는 네 안에 먼 그림자처럼 나타났던가. 그러나, 무서워라! 저녁이면, 네 엄혹한 우물 속에서, 나는 내 흩어진 꿈의 裸身을 알아버렸다! 유모, 내가 아름다운가?   유 한 개 별이지요, 진실로 그런데 이 머리타래가 흘러내려서······   에 멈춰라, 내 피를 그 근원에서 다시 얼어붙게 하는 그대의 범죄를, 그리고 그 거동, 그 지독한 不敬을 응징하라 : 아! 이야기해보라 어느 든든한 마귀가 그대를 그 을씨년스런 흥분 속에 빠뜨리는지, 내게 제안한 그 입맞춤, 그 향수, 그리고, 내가 그 말을 할까? 오 내 가슴이여, 그대가 필경 날 만지려 하였으니 또한 불경한 그 손, 그것들은 망루 위에서 불행 없이는 끝나지 않을 어느 날······ 오 에로디아드가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는 날이여!   유 괴이한 시간으로부터, 진정, 하늘이 그대를 보호하시옵길! 그대는 고독한 그림자가 되고 새로운 분노가 되어 배회하며, 그 마음속을 때 이르게 공포에 떨며 바라보시지만, 하오나 불사의 여신에 버금하리만큼 경애로우시며, 오 나의 아기씨, 끔찍하도록 그렇게도 아름다우셔서······   에 그러나 나를 만지려 하지 않았더냐?   유 저는 운명의 신이 아가씨의 비밀을 맡기는 그 사람이고 싶습니다.   에 오! 닥치거라!   유 때로는 그분이 오실까요?   에 순결한 별들이요, 듣지 말아다오!   유 음침한 공포들 속에 빠져든 것이 아니라면 어찌 갈수록 더 요지부동으로 꿈꿀 수 있으랴 저 어여쁨의 보석더미가 기다리는 그 神에게 간청이라도 하시는가! 그런데 누구를 위해 고뇌로 애를 태우며 지키시는가요, 그대 존재의 남모르는 광채와 헛된 신비를?   에 나를 위함이다.   유 슬픈 꽃이여, 홀로 자라며 마음 설레게 하는 상대라곤 오직 물속에 무력하게 보이는 제 그림자뿐.   에 가거라, 그대의 연민과 빈정거림을 흘리지 말라.   유 하오나 가르쳐주소서 : 오! 아닙니다, 순긴한 아기씨여, 어느 날엔가는, 그 기고만장한 멸시도 수그러들겠지요······   에 그러나 누가 날 건드릴 것이냐, 사자들도 범접하지 못하는 나를? 그뿐이랴, 난 인간적인 것은 아무것도 원치 않으며, 조각상이 되어, 낙원에 시선을 파묻고 있는 내 모습이 그대 눈에 비친다면, 그것은 내가 옛날에 빨았던 그대의 젖을 회상하는 때.   유 제 자신의 운명에 바쳐진 애절한 희생이여!   에 그렇다, 나를, 나를 위함이다, 내가 꽃피는 것은, 고독하게! 너희들은 알겠지, 난해하게 지은 눈부신 심연 속에 끝없이 파묻히는 자수정의 정원들이여, 태고의 빛을 간직한 채, 알려지지 않은 황금들이여, 始原의 대지 그 어두운 잠 아래 묻힌 너희들, 맑은 보석 같은 내 눈에 그 선율도 아름다운 광택을 빌려주는 돌들이여, 그리고 너희들, 내 젊은 머리칼에 숙명의 광채와 순일한 자태를 가져오는 금속들이여! 그대를 말한다면, 巫女들의 소굴에서 벌어지는 악행에나 어울리게 못된 世紀에 태어난 여인이여, 죽게 마련인 한 인간을 이야기하다니! 그자를 위해 내 옷자락의 꽃시울에서, 사나운 환락에 젖은 향기처럼, 내 裸身의 하얀 떨림이 솟아나와야 한다는 말인가, 예언하라, 여름날의 따뜻한 창공이, 여자는 천성적으로 하늘을 향해 저를 드러내지, 별처럼 벌벌 떨며 부끄러워하는 나를 본다면, 나는 죽으리라고!   나는 사랑한다 처녀로 삶의 끔찍함을, 나는 바란다 내 머리칼이 내게 안겨주는 공포 속에 살기를, 밤이면, 내 잠자리로 물러나, 아무도 범하지 않는 파충류, 쓸모없는 내 육체 속에서, 네 창백한 빛의 그 차가운 반짝거림을 느끼기 위해, 스러지는 너, 정결함으로 타오르는 너, 얼음과 잔인한 눈의 하얀 밤이여!   그리고 네 고독한 누이는, 오 내 영원한 누이여, 내 꿈은 너를 향해 솟아오르리라 : 벌써 그렇노라고, 그것을 꿈꾸는 한 마음의 희귀한 맑음인 나는 내 단조로운 조국에 나 홀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두가, 내 주위에서, 우러러 받들며 산다, 다이아몬드 맑은 시선의 에로디아드가 그 잠든 정적 속에 비쳐 있는 거울 하나를······오 마지막 매혹이여, 그렇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나는 고독하다.   유 마님, 그렇다면 죽으려 하십니까?   에 아니다, 가련한 할머니여 조용하라, 그리고 물러가며, 이 냉혹한 마음을 용서하라, 그러나 먼저, 괜찮다면, 덧문을 닫아라 : 세라핀 같은 창공이 그윽한 유리창에서 미소짓는데, 나는 증오한다, 나는, 저, 아름다운 창공을! 물결들은 흔들리고, 저기, 한 나라를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저녁마다 우거진 나뭇가지에서 타오르는 비너스의 미움을 받는 시선들이 불길한 하늘에 박혀 있는 나라를 : 나는 그리 떠나리라. 다시 불을 켜라, 어린애 같다고 그대는 말하는가, 불꽃 가볍게 타오르는 밀랍이 빈 황금 속에서 무언가 낯선 눈물을 흘리는 저 촛대에······   유 지금?   에 안녕히 그대는 거짓말을 하는구나, 내 입술의 벌거벗은 꽃이여! 나는 알지 못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신비와 그대의 외침을 알지 못한 채, 그대는 터뜨리는가 드높고 상처 입은 오열을, 몽상에 잠겨 있다가 제 차가운 보석들이 마침내 흩어지는 것을 느끼는 한 아이처럼.           목신의 오후 -전원시   목신 이 님프들, 나는 그네들을 길이길이 살리고 싶구나. 이리도 선연하니, 그네들의 아련한 살빛, 무성한 잠으로 졸고 있는 대기 속에 하늘거린다.   내가 꿈을 사랑하였던가?   두텁게 쌓인 태고의 밤, 내 의혹은 무수한 실가지로 완성되어, 생시의 숲 그대로 남았으니, 아아! 나 홀로 의기양양 생각으로만 장미 밭의 유린을 즐겼더란 증거로구나-   어듬어 생각해보자······   혹여, 그대가 떠벌리는 여자들은 그대의 전설적인 육욕의 소망을 그림 그리는가! 목신이여, 환각은 더 정숙한 여자의, 눈물 젖은 샘처럼, 푸르고 차가운 눈에서 솟아나온다. 그러나, 온통 숨결 가쁜 다른 여자는 그대 털 속의 뜨거운 대낮 바람처럼 대조적이라 말할 것인가? 아니다! 요지부동의 지친 失神으로 더위에 목이 졸려, 서늘한 아침은 발버둥치면서도, 화음으로 축여지는 숲에 내 피리가 퍼붓는 물이 아니면 어느 물로도 속삭이지 않고, 메마른 빗속에 소리를 흩날리기 전에 두 대롱 밖으로 서둘러 빠져나가려는 유일한 바람은, 주름 한 자락 움직이지 않는 지평선에서, 하늘로 되돌아가는 저 영감의 가시적이고 진정되고 인위적인 숨결이로다.   태양들에게 질세라 내 허영이 분탕질하는, 오 조용한 늪의 시칠리아 기슭, 명멸하는 불티들의 꽃 아래 말없는 沿岸이여, 이야기하라. “재능으로 길들이는 속빈 갈대를 내 여기서 꺾었을 때, 샘에 포도넝쿨을 바치는 먼 초원의 청록색 황금 위로, 휴식하는 짐승들의 하얀 빛이 물결을 이룬다고, 피리 소리 태어나는 느린 전주에 저 날아가는 백조의 떼들, 아니다! 水精의 떼들 도망친다고, 또는 물에 잠긴다고······”   나른하게, 황갈색 시간에 만상이 타오르고 라音을 찾는 자가 소망하는 너무 많은 혼례가 무슨 재주로 한꺼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까. 그때 나는 첫 열기에 깨어 일어나, 太古적 빛의 물결 아래, 우뚝 홀로 서며, 백합꽃들이여! 이 순진함으로 그대들 가운데 하나가 되련가.   아주 나직하게 믿을 수 없는 여자들을 믿게 하는 입맞춤, 그네들의 입술이 누설한 그 부드러운 공허와는 달리, 증거의 허물이 없는 내 순결한 가슴은 어느 고귀한 이빨에 말미암은 신비로운 상처를 증언한다. 그러나, 아서라! 이런 秘義는 은밀한 이야기 상대로 속 너른 쌍둥이 갈대를 골랐으니 푸른 하늘 아래서 부는 갈대 피리는 뺨의 혼란을 저 자신에게 돌려, 한 자락 긴 독주 속에 꿈을 꾼다, 우리가 주변의 아름다움을, 바로 그것과 우리의 순박한 노래 사이 감쪽같은 혼동으로, 기쁘게 하는 꿈을, 내 감은 눈길로 따라가던 그 순결한 등이나 허리의 흔해빠진 몽상으로부터, 한 줄기 낭랑하고 헛되고 단조로운 선을 사랑이 변조되는 것만큼 높이 사라지게 하는 꿈을.   그러하니, 도피의 악기여, 오 얄궂은 피리 시링크스여, 부디 호수에 다시 꽃피어나, 날 기다려라! 나는, 내 소문을 뽐내며, 오랫동안 여신들을 말하련다, 우상 숭배의 그림을 그려, 그네들의 그림자에서 다시 허리띠를 벗기련다. 이렇게, 포도 알알에서 그 빛을 빨고 나서, 내 거짓 시늉으로 회한을 흩뜨려 쫓아버리려고, 웃으며, 나는 빈 열매를 여름 하늘에 들어올리고, 그 빛 밝은 껍질에 숨결 불어넣으며, 도취를 갈망하여, 저녁이 올 때까지 비쳐보노라.   오 님프들이여, 가지가지 추억으로 부풀어오르자. “내 눈이, 골풀들을 뚫고 나가, 불후의 목덜미를 하나하나 쏘았더니, 제각기 숲의 하늘에 광란의 비명을 울리며, 그 타오르는 상처를 물결 속에 잠그는구나, 머리칼의 눈부신 목욕이 빛과 잔물결 속에 사라지는구나, 오 보석들이여! 나는 내닫는다, 내 발치에 잠자는 여자들이(둘이라는 그 고통에서 맛본 나른함으로 기진하여) 나는 그네들을 덮쳐, 떼놓지도 않은 채, 후려안고, 변덕스런 그늘도 머물기를 마다하여 태양에 향기 모두 날려버리는 저 장미 덤불로 날아드니, 거기 우리의 장난은 불타버리는 대낮과 같을시고.” 내 너를 찬미하노라, 오 처녀들의 분노여, 내 불의 입술을 피하여 미끄러지는 裸身 그 성스런 짐의 오 사나운 환락이여, 한 줄기 번개가 전율하는가! 육체의 은밀한 공포를 내 입술은 마시니, 무정한 여자의 발끝부터 수줍은 여자의 가슴까지, 순결이 단 한 번에 단념하여, 미친 눈물에, 아니 덜 처량한 입김에 젖어드는구나. “내 죄는 그 믿지 못할 공포를 깨뜨리는 것이 즐거워, 신들이 그리 잘 얽어놓은 포옹의 저 헝클어진 숲을 갈랐다는 것. 그건 내가 단 한 여자의 행복한 굴곡 아래 타오르는 웃음을 감추려 하자마자 (단순한 손가락 하나로는, 얼굴도 붉히지 않는 순지한 동생을 붙들어 그 깃털 같은 순백이 불붙는 제 언니의 흥분에 물들게 하고,) 어렴풋한 죽음으로 헐거워지는 내 팔에서, 여전히 나를 취하게 하던 울음도 아랑곳없이, 이 포로는 영영 보람도 없이 풀려나갔기 때문.”   어쩔 것인가! 다른 여자들이 내 이마의 뿔에 그네들의 머리타래를 묶어 나를 행복으로 이끌리라. 너는 알리라, 내 정념이여, 진홍빛으로 벌써 무르익은, 석류는 알알이 터져 꿀벌들로 윙윙거리고, 그리고 우리의 피는, 저를 붙잡으려는 것에 반해, 욕망의 영원한 벌떼를 향해 흐른다. 이 숲이 황금빛으로 잿빛으로 물드는 시간에 불 꺼지는 나뭇잎들 속에서는 축제가 열광한다. 에트나 火山이여! 그대 안에 비너스가 찾아와 그대의 용암 위에 순박한 발꿈치를 옮겨놓을 때, 슬픈 잠이 벼락 치거나 불꽃이 사위어간다. 여왕을 내 끌어안노라!   오 피할 수 없는 징벌······ 아니다, 그러나 말이   비어 있는 마음과 무거워지는 이 육체는 대낮의 오만한 침묵에 뒤늦게 굴복한다. 단지 그것뿐, 독성의 말을 잊고 모래밭에 목말라 누워 잠들어야 할 것이며, 포도주의 효험을 지닌 태양을 향해 나는 얼마나 입 벌리고 싶은가!   한 쌍이여, 잘 있어라, 그림자 된 너의 그림자를 내 보러 가리라.           [머리칼 極에 이른 한 불꽃의 비상······]   머리칼 極에 이른 한 불꽃의 비상 그 타래 활짝 펼치려는 욕망의 서쪽이 관을 썼던 이마 제 옛 아궁이를 향해 (왕관이 스러지듯) 내려앉네   그러나 이 생기에 찬 구름밖에 다른 황금 불어넣지 않아도 항상 내부적인 불의 연소 애초부터 하나뿐인 그것은 지속되네 진정하거나 웃음짓는 눈의 보석 속에   손가락에 별도 불꽃도 놀리지 않고 영예로운 광채로 여자를 단순화하는 것밖에 없이 눈부신 그 머리로 공훈을 완수하여 즐겁고 수호하는 횃불처럼   루비의 의혹을 채집하여 뿌리는 그녀를 다정한 한 주인공의 裸身은 더럽히네           성녀   플루트나 만돌린과 더불어 옛날 반짝이던 그녀의 비올라의 금박이 벗겨지는 낡은 백단목을 감추고 있는 유리창에,   저녁 성무와 밤 기도에 맞추어 옛날 넘쳐흐르던 성모 찬가의 책장이 풀려나가는 낡은 책을 열어놓고, 창백한 성녀가 있다.   섬세한 손가락뼈를 위해 천사가 제 저녁 비상으로 만드는 하프에 스쳐 星光처럼 빛나는 그 창유리에,   낡은 백단목도 없이, 낡은 책도 없이, 악기의 날개 위로, 그녀가 손가락을 넘놀린다 침묵의 악사.           葬送의 건배   오 우리네 행복의, 그대, 치명적 표상이여!   착란의 인사이자 창백한 헌주련가, 황금빛 괴수가 몸부림하는 이 내 빈 술잔을 회랑의 마술 같은 희망에 바친다고는 생각지 마시라! 그대가 나타난다 한들 나를 흡족하게 하지는 않으리. 내 그대를 손수 반암의 자리에 모시지 않았던가. 儀式이란 무덤의 문들 그 육중한 무쇠에 두 손으로 횃불을 비벼 끄는 것. 그렇거니 시인의 부재를 노래하는 너무나 단순한 우리네 축제를 위해 선택한 이 아름다운 기념물에 그대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모르기는 어렵도다. 다만 남는 것, 누구나 맞이할 그 저열한 재의 시간까지, 어느 저녁이 우쭐거리며 내려와 불태우는 그 창문으로, 죽음의 순결한 태양 그 불꽃을 향해, 직분의 타오르는 영광이야 되솟아오름이 없으랴만!   장엄하게, 총체적이고도 고독하게, 그렇게 산화될 것이 두려워 인간들의 거짓 긍지는 떠는도다. 저 험상궂은 군중! 그들은 고하노니 : 우리는 우리 미래 망령들의 슬픈 암흑이로다. 그러나 헛된 담벼락에 애도의 紋章들 흩어져 있어도 나는 눈물의 냉철한 공포를 무시하였으니, 내 성스런 시에조차 귀먹어 소스라치지 않는, 뽐내는, 눈멀고 벙어리인, 저 행인들 가운데 어느 한 사람, 제 아련한 壽衣의 손님된 자가 死後 기다리기의 순결한 영웅으로 변하고 있을 때였더라. 그가 말하지 않은 말들의 성마른 바람을 타고 안개 더미에 싸여 실려오는 막막한 나락, 無가 옛날의 폐기된 그 인간에게 : “지평선의 기억들이란, 오 그대여, 대지란 무엇이냐?” 이 꿈을 울부짖는데, 청아함이 변질되는 목소리로, 허공은 이 외침을 장난감 삼는도다 : “나는 알지 못하노라!”   스승은, 그윽한 눈으로, 걸음걸음, 에덴의 불안한 경이를 진압하였으니, 그 마지막 떨림은, 당신의 목소리만으로도, 장미와 백합을 위해 한 이름의 신비를 깨우도다. 그래 이 운명에서 아무것도 남는 것은 없는가, 그런가? 오 그대들 모두여, 어두운 믿음을 잊어버리시라. 찬란하고 영원한 재능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 법. 내, 그대들의 욕망을 염려하여, 내 보고자 하는바, 어제, 당신이 사라진 뒤에도, 이 별의 정원들이 우리에게 지정하는 이상의 숙제 속엔, 평온한 재난의 영예를 위해, 도취한 주홍이자 크고 선연한 꽃송이, 말들의 그 장엄한 공기 진동은 살아남으리라, 빗방울이며 금강석, 그 어른거리는 시선이 거기 어느 것 하나 시들지 않는 그 꽃들 위에 남아 시간과 햇살 가운데 꽃송이 따로 떼어놓는지라!   이곳이 진즉에 우리네 진정한 숲들의 모든 거처일진대, 순수 시인은 여기서 겸허하고도 너그러운 행적으로, 당신의 직분의 적, 꿈에게 이 거처를 금지하는 바이니, 이는 그 당당한 휴식의 아침에, 저 오래된 죽음이란 것이 고티에에게도 다름없이 신성한 두 눈을 열지 않는다는 것이며 입을 다문다는 것일 때에, 해를 입히는 모든 것이랑 인색한 침묵이랑 오솔길에 딸린 장식으로 솟아오르게 하기 위함이라.     산문 (데 제생트를 위해)   과장이여! 내 기억으로부터 기세당당하게 일어설 줄을 모르는가, 오늘이야 무쇠의 옷을 입은 한 권 책 속의 주술일 뿐인 그대는.   왜냐하면 나는 靈的인 마음들의 찬송을 지도책이며 식물 표본집이며 全體圖鑑인 내 인내의 작품 안에, 학식에 의해 배치하기 때문이다.   풍경의 수많은 매혹들 위로 우리는 얼굴을 스쳐갔다 (우리는 둘이었다, 나는 그렇게 주장한다), 오 누이여, 네 매혹들을 거기 비교하며.   권위의 시대는 당황한다, 우리의 두 겹 의식의 상실로 깊어지는 이 정오에 대해 사람들이 아무런 까닭도 없이.   일백 개 아이리스의 흙, 그 정오의 자리가, 그게 있는지 없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여름날 트럼페스이 황금이 불러대는 이름을 지니지 않았다고 말을 할 때.   그렇다, 대기가 환영들이 아니라 조망을 싣고 있는 한 섬에 모든 꽃이 더욱 넓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거대하게, 송이송이가, 그 하나하나를 정원에서 분리시키는 명철한 윤곽으로, 공백으로, 예사롭게 장식되었다.   이 새로운 의무를 향해 솟아오르는 아이리스의 가족들을 보려고 오랜 소망의 영광, 이데아들이 모두 내 안에서 열광하였으나,   슬기롭고 상냥한 누이는 눈길을 미소보다 더 멀리 가져가진 않았으니, 그녀를 이해하려는 듯 나는 내 오래된 정성을 기울인다.   오! 논쟁의 정신은 알아야 하리, 우리가 침묵하는 이 시간에, 가지가지 백합의 뿌리줄기가 우리의 이성에는 과분하게 자라나고 있었을 뿐.   크나큰 것이 다가오길 바란 나머지 제 단조로운 유희가 거짓말을 할 때 해안이 울고 있다 해도, 모든 하늘과 지도가   내 걸음걸음마다 가라지는 바로 그 물결 따라 끝없이 확인되는 소식 듣는 내 경탄 싱그러운데, 그 나라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이는 제 황홀을 단념하고 道程에 의해 벌써 학자인 그녀는 이 말을 말한다 : 아나스타스! 영원한 양피지를 위해 탄생하는 말,   어느 풍토에서건, 그 조상인 한 무덤이, 퓔케리! 너무나 거대한 글라디올러스에 가린 이 이름을 제가 가졌노라 웃기 전에.           부채 -말라르메 부인의 부채   언어라도 되는 듯 가진 것은 고작 하늘을 향한 파닥임밖에 없어도 미래의 시가 매우 정교한 住居로부터 풀려나오는구나   아주 나직한 날개 전령 이 부채 이것이 그것이라면 바로 그것으로 그대 등 뒤에서 어떤 거울 청명하게   빛났던 것이라면 (거기 보이지 않는 재만 약간 알알이 쫓겨났다 다시 내려앉아 나를 우수에 젖게 할 터라)   언제나 그렇게 나타나야 하리 부디 게으르지 말고 그대 손 사이에.           다른 부채 -말라르메 양의 부채   오 꿈꾸는 아가씨야, 저 길도 없이 순수한 희열에 내 잠기도록, 부디, 섬세한 거짓말로, 너의 손에 내 날개를 붙잡아둘 줄 알아라.   황혼의 서늘함이 한 줄기씩 파닥임 한 번마다 네게 오나니, 그 붙잡힌 날갯짓이 지평선을 그리 살포시 밀어내는구나.   어지러움이여, 바야흐로 허공이 떠는구나, 누구를 위함도 없이 태어나기를 열망할 뿐 솟아오르지도 가라앉지도 못하는 거대한 입맞춤처럼.   너도 느끼느냐. 매몰찬 낙원이 묻어 감춘 웃음인 양 흐르는구나, 네 입술 구석에서 혼연일치의 주름 저 안쪽으로!   저 금빛 저녁 위에 고이는 장밋빛 다른 기슭의 왕홀, 바로 그것이지, 네가 한 개 팔찌의 화염에 기대놓는 이 닫힌 하얀 비상은.           앨범 한쪽   갑자기 장난치듯 내 잡다한 피리에서 숲이 조금 솟아오르는 것을 듣고 싶다던 아가씨야   한 풍경 앞에 두고 저질러보는 이 연습은 그대 얼굴 바라보려 그쳤을 때가 좋은 것 같구나   그렇고말고 아둔한 내 손가락 몇 개 따라 내 마지막 바닥까지 뽑아올린 이 빈 숨결은 흉내 내려 한들 도리가 없구나   그리도 천진하고 맑아 곡조에 마법을 거는 그 앳된 웃음을.           벨기에 친구들을 회상함   어떤 시간에 이런저런 바람결에 흔들림이 없이도 은밀하면서도 확연하게 한 자락 한 자락 과부 돌이 옷을 벗음을 내 느끼듯 香煙과도 같은 모든 창연한 古色이   까마득한 날의 우리 몇 사람 그리도 흐뭇한 우리네 새로운 우정의 갑작스러움 위로 떠돌거나 오직 해묵은 芳香인 양 시간만 뿌릴 뿐 스스로 어떤 증거도 보여줌이 없는 성싶은데   수많은 백조의 흩어진 산책으로 죽은 운하에 새벽을 번식하는 결코 예사롭지 않은 도시 브루게에서 만났던 오 아주 귀중한 벗들이여   그때 장엄하게도 이 도시는 내게 가르쳐주었지 그 아들들 가운데 누구누구가 또 다른 비상의 지정을 받아 날렵하게 정신을 날개처럼 펼쳐 비칠지를.           속된 노래   1 (구두 수선공)   樹脂를 떠나서는 할 일이 없는가, 백합은 하얗게 태어나니, 다만 향기 때문에도 나는 그 편이 더 좋아 이 착실한 수선공보다는,   내 이제껏 가진 것보다 더 많은 가죽을 그는 내 한 켤레에 덧대려 하니, 발가벗은 발꿈치의 욕망 하나를 그렇게 무참히 꺾어버리네   빗나가는 법이 없는 그의 망치가, 항상 다른 곳으로만 앞장서는 갈망을 신발 바닥에 단단히 조롱하는 못으로 박아버리네.   오 발들아, 너희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그는 구두를 다시 만들기도 하리라!   2 (향기로운 허브를 파는 아가씨)   네 라벤더 하늘빛 다발을, 그 속눈썹 건방지게 치키며 위선자에게 팔 듯 내게 팔 생각은 마라, 그가 비록   장소 그 피치 못할 장소의 벽을 그걸로 장식하여 이죽거리는 배[腹]가 파란 감정으로 거듭난다 할지라도.   그보단 차라리 성가신 머리칼 바로 여기 꽂아라 그 건강한 새순으로 향기 어리도록, 제피린아, 파멜라야   혹은 네 이의 맏물들이 신랑에게 몰려가도록.           쪽지   모자의 검은 비행에 얼이 빠진 거리라도 휩쓸 듯 시도 때도 모르는 돌풍이 아니라 한 무희 거품같이 흩어지는   모슬린의 혹은 격정의 선풍으로 솟아오르니 우리를 사렉 한 바로 그 여자가 무릎으로 일으키는 이 바람이   저를 제외하곤, 진부한 모든 것에 정신적으로, 열광적으로, 요지부동하게 그 튀튀로 벼락을 때려도, 달리 속 썩일 것은 없다   그 치맛바람 깔깔거리며 휘슬러를 부채질해줄 수만 있다면.           소곡   1 백조도 없고 둑길도 없는 어디라도 좋을 외진 물가가 석양의 황금으로 그 여러 하늘 영롱하게 빛나는   손 닿을 수 없이 높은 허영으로부터 이곳으로 물러난 내 시선에 그 廢地를 비춘다   그러나 벗어내린 하얀 속옷 같은 그런 덧없는 새가 나른히 따라 내려간다 만일 기쁨에 넘쳐 그 곁에   너로 변하는 물결 속에 네 발가벗은 환희가 잠수한다면           소곡   2 걷잡을 길 없이, 내 희망이 거기 던져지듯, 격정과 침묵으로 저 높이 사라지며 파열해야 했던가,   목소리 숲에 낯설어 혹은 추호의 메아리도 뒤따르지 않아, 생애의 다른 때에는 누구에게도 그 소리 들리지 않았던 새는.   험악한 악사, 그는 의홋 속에 숨진다 그의 가슴 아닌 내 가슴에서 가장 나쁜 오열이 솟아나왔던 것인가   찢겨져서도 그는 고스란히 어느 오솔길에 남을 것인가!           소네트 몇 편   [어둠이 숙명적인 법칙으로······]     어둠이 숙명적인 법칙으로 위협할 때 내 척우의 욕망이자 고통인, 그런 오랜 꿈은, 음산한 천장 아내 사멸할 것이 원통하여 의심할 수 없는 그 날개를 내 안에 접어두었다.   사치여, 오 흑단의 방이여, 한 왕을 흘리려고 거기서 이름 높은 꽃장식들이 죽음을 둘러쓰고 사리를 틀어올려도, 제 신념에 눈이 부신 고독자의 눈에 그대는 암흑이 거짓 선언한 오만일 뿐.   그렇다, 나는 안다, 이 밤의 저 먼 곳에, 지구가 거대한 한 광채의 이상한 신비를 던지고 있다. 이 땅을 더 어둡게는 못하는 흉악한 세기들의 밑바닥에서.   확장되건 부정되건 항상 그대로인 공간이 이 권태 속으로 비천한 불들을 운행하여 증인으로 삼으니, 축제의 한 별로 천재가 타오르고 있다 말하리라.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순결하고, 강인하고, 아름다운 자는 오늘 달아난 적 없는 비상의 투명한 빙하가 서릿발 아래 들려 있는 이 망각의 단단한 호수를 취한 날갯짓 한 번으로 찢어줄 것인가   지난날의 백조는 회상한다, 모습은 장려하나 불모의 겨울 권태가 번쩍이며 빛났을 때 살아야 할 영역을 노래하지 않은 까닭으로 희망도 없이 스스로를 해방하는제 신세를.   공간을 부인하는 새에게 공간이 떠맡긴 그 하얀 단말마야 목을 한껏 빼어 흔들어버린다 해도, 그러나 아니다 날개 깃이 붙잡혀 있는 이 땅의 공포는.   제 순수한 빛이 이 자리에 지정하는 허깨비, 그는 무익한 流謫의 삶에서 백조가 걸쳐 입는 모멸의 차가운 꿈에 스스로를 붙박는다.           [의기양양하게 피한······]   의기양양하게 피한 아름다운 자살, 영광의 장작불이여, 거품으로 끓는 피여, 황금이여, 폭풍이여! 오 웃으리라 저기 한 주홍빛이 준비하여 나의 없는 무덤만을 장엄하게 펼칠 뿐이라면.   무어라고! 저 모든 광채의 넝마마저, 이 자정의 시간ㅇ, 우리를 환대하는 어둠에 머무르지 않으니, 오직 머리의 오연한 보물 하나만 남아 애무에 싸인 그 나른함을 불길도 없이 퍼부을 뿐,   그것은 그대 머리, 그렇게도 항상 열락인! 그렇지 그대 머리 홀로, 사라진 하늘에서, 천진한 승리를 조금 거두어 그 빛으로 그대를   덮는구나, 어린 황녀의 투구 같은 그대 머리 그대 베개 위에 기댈 때, 그 장미들은 떨어져 그대 모습 그려내리.           [제 순결한 손톱들이 그들 줄마노를······]   제 순결한 손톱들이 그들 줄마노를 드높이 봉정하는 이 한밤, 횃불 주자, 고뇌가 받들어올리는 것은 불사조에 의해 불태워진 수많은 저녁 꿈, 어느 遺骨 항아리도 그를 거두어들임이 없고   빈 객실의 장식장 위에는 공허하게 울리는 폐기된 골동품, 소라껍질도 없다 (無가 자랑하는 이 물건만 가지고 주인이 지옥의 강으로 눈물을 길러 갔기에).   그러나 비어 있는 북쪽 십자창 가까이, 한 황금이, 필경 한 水精에게 불꽃을 걷어차는 일각수들의 장식을 따름인가, 모진 숨을 거두고,   그녀, 거울 속에 裸身으로 죽었건만, 액틀로 닫힌 망각 속에는 붙박인다 이윽고 반짝임들의 七重奏가.         에드거 포의 무덤   마침내 영원이 그를 그 자신으로 바꿔놓는 그런 시인이 한 자루 벌거벗은 칼을 들어 선동한다 이 낯선 목소리 속에서 죽음이 승리하였음을 알지 못하여 놀라는 자신의 세기를.   그자들은, 히드라의 비열한 소스라침처럼, 옛날 종족의 말에 더욱 순수한 의미를 주는 천사의 목소리 들으며 이 마술이 어떤 검은 혼합의 영광 없는 물결에 취했다고 소리 높여 주장하였다   대적하는 땅과 구름의 오 다툼이여! 우리들의 사상이 그것으로 얕은 부조를 새겨 포의 무덤 눈부시게 장식할 수 없기에,   어느 알 수 없는 재난으로부터 여기 떨어진 조용한 돌덩이 이 화강암만이라도 끝끝내 제 경계를 보여주어야 하리 미래에 흩어져 있는 저 冒瀆의 검은 비행들에게.           샤를 보들레르의 무덤   파묻힌 신전이 진흙과 루비를 침 흘리듯 흘리는 하수구의 무덤 같은 아가리로 구역질나게 토해내는 것은 사나운 짖음처럼 콧마루 온통 타오르는 어떤 아누비스의 우상.   혹은 최근의 가스등이 저 수상한 심지를, 알다시피 수모를 문질러 씻는 그 심지를 쥐어짜, 어느 불멸의 사타구니에 사납게 불 밝힐 때 그 비상은 가로등을 따라 잠자리를 옮긴다.   저녁 없는 도시에서 마른 어느 봉헌의 잎사귀들이, 헛되이 보들레르의 대리석에 그가 기대앉듯, 축복할 수 있으랴,   부재의 저를 감싸는 베일에서 떨고 있는 그, 바로 그의 그림자를, 우리가 죽을지라도 항상 호흡해야 하는 어떤 수호의 毒을.           무덤 1주기-1897년 1월   북풍에 굴러가며 격노하는 검은 돌덩이는, 어떤 불길한 거푸집을 찬양하려는 듯 인간들의 고통과 그것의 닮음을 더듬는 경건한 손길들 아래서도 멈추지 않으리라.   여기서는 거의 언제나 산비둘기가 구구 울건만 이 빗물질의 애도는 혼례의 수많은 면사포 주름으로, 한 번 반짝여 무리를 은빛으로 물들일 내일의 무르익은 큰 별을 무겁게 누른다.   우리 방랑자의 머지않아 밖에 드러날 고독한 도약을 답사하며 찾는 자 누구인가- 베를렌을? 그는 풀밭에 숨어 있다, 베를렌은   입술로는 거기서 마시지 않고 혹은 숨결을 바닥내지 않고 순진하게 동의를 얻어서만 붙잡으려 한다 억울하게도 죽음이라고 불리는 약간 깊은 시내를.           예찬   무아르 천의 벌써 음울한 침묵이 주름을 여러 개 홀로 배열하네, 가운뎃기둥의 붕괴가 기억의 소실로 팽개치지 않을 수 없는 가구 위에.   우리네 주술서의 기세 높았던 그 낡은 장난을 날개의 스스럼없는 떨림으로 전파하며 천 개씩 무리지어 열광하는 상형문자들이여! 차라리 그 주술서를 장롱 속에 감추어다오.   태초의 웃음짓는 소동의 증오를 받으며 으뜸가는 광채들로부터 그것들 한가운데서, 그 흉내를 위해 탄생한 전당 앞뜰 근처까지,   양피지 위에서 넋을 잃는 황금의 트럼펫 소리 드높게, 리하르트 바그너 神이 솟아올라, 잉크로도 온전히 침묵시키지 못한 한 축성식을 무녀의 오열로 펼치네           예찬   온 새벽은 비록 마비에서 덜 풀려 어두운 주먹 움켜쥐고 이 귀머거리의입에 물린 하늘빛 나팔들을 향해 치흔들어도,   牧者를 가졌으니, 호리병박 매달린 그의 지팡이가 그의 미래의 발걸음 더듬어 꿋꿋이 때린다 풍요로운 샘이 솟아나올 때까지.   이와 같이 앞질러 그대는 산다 오 고독한 퓌비 드 샤반이여 결코 혼자가 아니니   시대를 이끌어 마시게 한다 그대의 영광이 찾아내준 壽衣도 없는 님프에서.           [항해하려는 유일한 열망에······ ]   어느 찬란하고 흐린 인도 저 너머로 항해하려는 유일한 열망에 -이 인사는 마중 나가니, 그대의 船尾가 벗어나는 岬, 이 시대의 전령사라   이처럼, 쾌속범선과 함께 낮게 키질하는 어느 활대 위에서 한 마리 새로운 소식의 새도 항상 그렇듯 파닥임으로 거품 일며   키 잡는 손이야 변함없어도 마냥 지루하게 외쳐대곤 하였지 쓸모없는 땅의 정보를 밤이며 절망이며 보석인   그것 새의 노래에 의해 창백한 바스코의 미소에까지 반사되고.           [소네트 3부작]   1 모든 긍지가 저녁 연기를 피운다 한 번의 휘두름에 꺼지는 횃불 불후의 입김이라도 그 저버림을 유예할 수는 없겠지!   풍요롭지만 추락한 여러 전리품의 상속자 그의 해묵은 방은 그가 문득 복도로 들어선다 한들 따뜻해지지도 않으리라.   과거의 필연적인 고통들이 否認의 무덤을 발톱이라도 가진 듯 움켜쥐는데,   외롭게 떠받들린 무거운 대리석 아래서는 번쩍거리는 그 까치발 시렁밖에 다른 어느 불도 타오르지 않는다.   2 가녀린 유리 세공의 둔부와 도약에서 솟아올라 쓰라린 밤샘을 꽃피우지 못하고 알려지지 않은 모가지는 중단된다.   내 믿어 마지않나니 두 입은, 그녀의 애인도 내 어머니도, 결코 같은 空想에서 마시지 않았다, 나, 이 차가운 천장의 공기 요정!   무진장한 空房밖에 어떤 음료도 없이 순결한 항아리는 죽어가나 동의하지 않는다,   가장 불길한 자들의 순진한 입맞춤이여! 어둠 속에 한 송이 장미를 알리는 그 어느 것도 내뿜으려고는.   3 헤이스가 한 겹 사라진다 드높은 유희의 의혹 속에서, 침대의 영원한 부재만을 신성 모독이나 저지르듯 설핏 열어 보이고.   꽃무늬 장식 하나가 같은 것과 벌이는 이 한결같은 하얀 갈등은 희부연 창에 부딪쳐 꺼지나 제가 가려 감추는 것보다 더 많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 꿈이 금빛으로 무르익는 자에게선 음악가 그 텅 빈 허무의 만돌린이 서럽게도 잠들어 있다   어떤 窓을 항하여 어느 배도 아닌 제 자신의 배에서 아들로 태어날 수도 있었을 그런.           [시간의 향유에 절여든 어느 비단이······]   시간의 향유에 절여든 어느 비단이, 키메라가 거기서 스러지는데, 거울 밖으로 그대가 펼쳐내는 이 물결치는 천연의 구름을 당하랴!   깃발을 명상하는 구멍들은 우리의 대로에서 들떠오르지. 내게는 이 두 눈을 흐뭇하게 감출 그대의 발가벗은 머리칼이 있지.   아니야! 입은 저의 깨물음에서 아무것도 맛본다 장담할 수 없으리라, 그 사람 왕자님 그대 연인이   제가 질식시키는 영광들의 비명을 이 막중한 머리타래 속에 파묻어, 다이아몬드처럼, 숨지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의 이야기 속에 내가 등장한다면······]   당신의 이야기 속에 내가 등장한다면 그거야 질겁하는 주인공으로지 영지의 어느 잔디밭을 발가벗은 발꿈치로 밟고 나서 말이야   두세 개 빙하에나 발 들여놓은 나는 그가 제 성공을 소리 높여 웃도록 당신이 막지 않았을 순진한 죄를 알지 못하네   말해주어 내 기쁨이 저런 것은 아닌지 이 불길로 구멍 뚫린 저 허공에서 천둥과 루비 굴대   내 유일한 저녁 마차 그 바퀴가 저 흩어지는 왕국들을 따라 주홍빛으로 죽어가는 것만 같은 그 모습 보는 것은 아닌지           [짓누르는 구름에게······]   짓누르는 구름에게 노예 같은 메아리들에게마저 효력 없는 霧笛으로 알리지 못한 현무암과 용암의 암초   어떤 무덤 같은 난파가(너는 알면서도, 거품이여, 거기서 침만 흘리는구나) 표류물들 가운데 가장 높은 하나 발가벗은 돛을 폐기하였는가   혹은 어떤 고급한 조난을 얻지 못해 노발대발하며 온통 허망하게 펼쳐진 심해가   길게 끌리는 그 새하얀 머리칼 속에 고작 인어의 어린 허리나 치사하게 빠뜨렸으련만 시치미를 뗐는가           [내 낡은 책들이 파포스의 이름 위에······]   내 낡은 책들이 파포스의 이름 위에 접혔으니, 저 승승장구하던 날의 자수정빛 아래, 멀리, 일천 개 거품으로 축복받은 한 폐허를 하나뿐인 재능으로 뽑아냄이 즐겁구나.   추위여 낫의 침묵을 휘두르며 달릴 테면 달려라 나는 헛된 弔曲으로 울부짖지 않으리라 비록 땅바닥의 아주 하얀 저 장난질이 모든 자리마다 그 거짓 풍경의 榮華를 거부한다 할지라도.   여기서는 어느 과일도 즐기지 않는 내 배고픔은 그 유식한 결여에서 똑같은 맛을 발견한다 : 하나쯤은 향기로운 인간의 육체로 터져나와 빛나거라!   우리들의 사랑이 불씨를 뒤적이는 어떤 날개 달린 뱀을 밟고 서서, 내가 더 오랫동안 어쩌면 더 열렬히 생각하는 것은 다른 것, 옛날 아마존 여인의 타버린 그 젖가슴.  
1    『뻬이따오의 시와 시론』 정우광 엮음 (고려원, 1995) 댓글:  조회:1634  추천:0  2019-07-11
『뻬이따오의 시와 시론』 정우광 엮음 (고려원, 1995)         미소, 눈송이, 별   온갖 것이 재빠르게 빙빙 도는데 너만 조용히 미소 짓고 있다   미소 띤 빨간 장미로부터 나는 겨울의 노래를 뜯는다   짙푸른 눈송이여 너희들은 소곤소곤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나에게 대답해 보아 별은 항상 별 아닌가             냉혹한 희망   1 짙은 갈색 그림자들을 휘저으며 바람은 솨무들의 끊임없는 재잘거림을 가지고 사라졌다   인색한 밤은 거지들에게 별처럼 총총한 은동전들을 흩뜨린다 고요함도 무기력해져 다시는 어린애들의 잠꼬대를 멈출 수가 없다   2 다시는 되풀이 될 수 없는 밤 다시는 되풀이 될 수 없는 꿈 살그머니 바래지는 아침 안개 속으로 가라앉는다   3 어린애의 커다란 두 눈동자가 침침한 처마 아래 숨는다 조그만 지붕창도 벌써 눈이 멀어 다시는 성애 낀 별들을 채집할 수 없다 나팔꽃도 벌써 벙어리 되어 다시는 달빛 속의 童話를 말할 수 없다   이별을 고했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과 천연색 꿈들에게 대지는 돌진하고 있다... 후퇴하는 지평선을 휙휙 무너뜨리며   4 세계는 정말로 크다   5 아침 노을에 분홍빛인 광고판 위 초록 별 하나가 벌쩍인다 손에 손을 잡고 우리는 앞으로 걸어간다 자신들의 실루엣을 하늘에 비치며   6 작디작은 손바닥 위로부터 사뿐한 버들솜 하나가 치솟는다 그를 날게 하여 안개 낀 바다의 비밀을 폭로케 하리다 그를 날게 하여 거친 바람을 타게 하리다   7 왁자지껄한 것이 무엇이냐 하늘로부터 온 것 같은데   야, 태양아-萬花鏡 회전을 시작해 보아 그리고 무수한 미지의 꿈들을 우리에게 이야기해 주렴   8 무거운 장송곡을 연주하기 시작하며 시커먼 구름들은 장례식의 행렬로 정렬한다 태양은 深淵으로 떨어지고 뉴턴도 죽었다   9 천공의 낮은 처마 아래 엷은 회색 울타리가 짜여진다 거품 같은 조그만 버섯들이 길 웅덩이에 가득 재배된다   비는 한방울 한방울 우리의 슬픔 머금은 뺨에서 미끄러진다   10 깨어진 꽃병은 갈색 점토로 가득 메워져 있다   연약한 갈대들은 위-이-휙 어찌 우리가 제지할 수 있겠는가! 이 미쳐 날뛰는 大屠殺을   11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태양과 대지를 잃었고 우리 자신들도 잃었다   12 희망 이 대지의 유산이 이토록 무거운 것일까   고요 추위   성애는 안개와 함께 밀려갔다   13 밤 짙푸른 그물 별빛 매듭을 가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이 장중한 序曲 나로 하여금 죽음을 믿게 만든다   14 자흑색 파도가 응고되었다 산 사이 흔들리는 조그만 다리 아래 까마귀들은 빙빙 맴돈다 한마디 소리도 없이   15 비둘기가 총총히 날아 갔다 희디흰 깃털 하나를 떨구며   아이야 어머니 혈액 속에서 너는 무엇을 계승했느냐   16 눈물은 짜다 아, 생활의 바다는 어디에 있는가   모든 살아 있는 사람들이 진실되게 웃을 수 있고 통쾌하게 울 수 있게 되었으면   17 결국 천둥조차 벙어리가 되었다   어둠은 추함과 죄악을 가렸고 순결한 눈동자들을 차단했다   18 꾸벅꾸벅 조는 석유램프는 비굴한 쌕-쌕 소리로 어떤 한 행성의 見聞을 묘사한다 한줄기 시퍼란 연기와 함께 연한 남빛 光輝 껍질을 벗는다   19 공중에 솟아오르는 황금색 애드벌룬 우리는 보이지 않는 끈을 잡아 끌었다   떠올라라 이 시커먼 해양을 넘어 말끔히 개인 하늘을 향해 떠올라라   20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   이 장중한 序曲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21 희망 이 대지의 유산이 이토록 무거운 것일까   고요 추위               하루   서랍에다 자신의 비밀을 가두고 좋아하느 책 모퉁이에도 메모를 남기고 우체통에다 편지를 넣곤, 잠시 동안 묵묵히 서서 바람 속에 지나가는 행인들을 헤아리며, 조금도 거리낌없이 네온등 휘황한 가게 진열창을 유심히 살피고 전화통 속에다 동전 한 개를 넣고 다리 아래서 낚시질하던 영감에게 담배 한 개비를 빌리니 강 위 汽船은 광활한 기적을 울리고 극장 문 앞 칙칙한 體鏡으로 자욱한 담배 연기를 통과해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고 무수한 별들의 아우성을 커튼으로 가로막으며 등불 아래서 빛 바랜 사진들과 글자들을 넘긴다             태양이란 도시에서의 메모들   생명 태양도 떠오른다   사랑 평안함, 기러기들이 날아 지나간다 황폐한 處女地 위를 늙은 나무는 쓰러진다, 우지끈 소리와 함께 하늘엔 짜고 떫은 비가 흩날려 떨어진다   자유 나부낀다 갈기갈기 찢긴 종이조각이   손자 온 해양을 포용하던 그림이 한 마리 종이학으로 접힌다   아가씨 아른거리던 무지개는 새들의 화려한 깃털을 모은다   청춘 시뻘건 파도가 고독한 노에 스며든다   예술 억만 개의 휘황한 태양들이 박살난 거울 위에 드러나 있다   인민 달은 찢겨 번득이는 밀알이 되어 성실한 땅과 하늘에 뿌려진다   노동 손들,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운명 아이는 제멋대로 난간을 두드리고 난간은 제멋대로 밤을 두드린다   신앙 양떼는 초록 웅덩이로 떨어지건만 목동은 단조로운 피리만 불어 젖힌다.   평화 帝王이 사망했던 장소에 옛 창이 가지치기를 하고, 싹이 터서 신체장애자들의 지팡이가 되었다   조국 그녀는 청동 방패 위에 주조되어 어두운 박물관 벽에 기대어 있다   생활 그물               가자   가자- 낙엽은 흩날려 깊은 골짜기에 떨어지건만 노랫소리는 돌아갈 곳조차 없다   가자- 빙판 위 달빛이 벌써 강바닥으로부터 넘쳐 나왔어도   가자- 눈동자들은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심장들은 황혼의 북을 두드린다   가자- 우리의 기억을 잃지는 않았다 가서 우리는 생명의 호수를 찾아야 한다   가자- 길과 길에 나부끼는 뻘건 양귀비들이 가득 덮여 있더라도             회답   비열은 비열한 자들의 통행증이고 고상은 고상한 자들의 묘지명이다 보라, 저 금도금한 하늘에 죽은 자의 일그러진 거꾸로 선 그림자들이 가득 차 나부끼는 것을   빙하기는 벌써 지나갔건만 왜 도처에는 얼음뿐인가? 희망봉도 발견되었건만 왜 死海에는 온갖 배들이 앞을 다투는가?   내가 이 세상에 왔던 것은 단지 종이, 새끼줄, 그림자를 가져와 심판에 앞서 판결의 목소릴 선언하기 위해서였단 말인가 :   너에게 이르노니, 세상아 난-믿-지-않-아! 설사 너의 발 아래 천 명의 도전자가 있더라도 나를 천한 번째로 세어다오   난 하늘이 푸르다고 믿지 않는다 난 천둥의 메아리를 믿지 않는다 난 꿈이 거짓임을 믿지 않는다 난 죽으면 보복이 없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만약 바다가 제방을 터뜨릴 운명이라면 온갖 쓴 물을 내 가슴으로 쏟아 들게 하리다 만약 육지가 솟아오를 운명이라면 인류로 하여금 생존을 위한 봉우리를 다시 한번 선택케 하리다   새로운 조짐과 번쩍이는 별들이 바야흐로 막힘없는 하늘을 수놓고 있다 이들은 오천 년의 象形文字이고 미래 세대의 응시하는 눈동자들이다           온갖 것   온갖 것은 운명 온갖 것은 구름 온갖 것은 결말 없는 시작 온갖 것은 순식간에 사라지는 추구 온갖 즐거움엔 웃음도 없고 온갖 고난엔 눈물조차 없다 온갖 언어는 반복 온갖 만남은 초면 온갖 사랑은 마음속에 온갖 과거는 꿈 속에 온갖 희망엔 脚注가 따르고 온갖 신앙엔 신음이 따른다 온갖 폭발은 찰나의 정적을 가지며 온갖 죽음을 질질 끄는 메아리를 가진다             갈림길   바람이 멈추었다 바람은 묵묵히 길목에 서 있다 안개 속에 떠오르는 울타리 밤을 여는 조그만 문 어둠은 가로등을 빌려 축배를 든다   네 눈 속의 창살은 혼미한 대낮을 여과시킨다 이별을 배워라 기왕의 모든 것을 베워왔듯이 歡樂과 哀愁를 배워왔듯이   뒤돌아가거라, 여인아 연약한 가로등 빛을 네 어깨에 떨구며 설사 네가 홀가분히 미소짓더라도 망사 친 땋은 머리의 성애는 밤이슬과 함께 뚝뚝 떨어질 것이다             낯선 해변   1 돛들이 드리워진다   돛대, 이 겨울의 숲은 뜻밭의 봄을 가져다 주었다   2 등대의 폐허는 꺼져가는 빛을 신음한다   너는 파괴된 계단에 기대어 녹슨 난간을 두드리며 일련의 단조로운 소리를 내고 있다   3 정오의 장엄함 속에 그림자들은 휴식을 취할 곳을 찾고 있다 온갖 후미진 곳마다 굵은 소금 알갱이들이 과거의 추위와 추억의 섬광들을 응결하고 있다   4 멀리 희뿌연 망망함   수평선 이 요동하는 갑판은 얼마나 많은 熟眠에 빠진 그물들을 던졌었나?   5 스카프 그 빨간 새 日本海로 날아간다 불꽃에 타오르는 반사광은 너로부터 떨어져나가 그림자를 어느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 하늘을 향해 던져 버린다 폭풍우가 없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비록 고정된 풍향이 없더라도 어쩌면 부름에 답하기 위해 날개는 활시위를 당기는 울음을 울었나 보다   6 썰물은 층층 겹겹이 황금색 융단 위에 범람하는 거품 같은 밤을 토해 놓는다 헐거운 굵은 밧줄, 절단된 노 어부들은 벌거벗은 등을 구부린 채 폭풍우에 무너진 사당을 일으켜 세우고 있다   7 아이들은 초승달을 뒤쫓고 있다   한 마리 갈매기가 우리를 향해 푸드득 날아왔건만 네가 뻗은 손에는 내려앉지 않는다             부케   나와 세상 사이에 너는 灣이요, 돛이요 신뢰할 만한 로프의 양끝이다 너는 분수요, 바람이요 어릴 적 맑고 낭랑했던 울음이다   나와 세상 사이에 너는 액자요, 창문이요 활짝 핀 들꽃으로 뒤덮인 전원이다 너는 숨결이요, 침대요 별들을 동행하는 밤이다   나와 세상 사이에 너는 달력이요, 나침반이요 어둠 속을 미끄러져 나가는 광선이다 너는 이력서요, 題簽*이요 맨 끝에 쓴 序文이다   나와 세상 사이에 너는 실크 커튼이요, 안개요 꿈속에서 빛을 내는 등잔이다 너는 대나무 피리요, 가사 없는 노래요 석고상의 아래로 드리운 눈까풀이다   나와 세상 사이에 너는 鴻溝*요, 늪이요 곤두박질하는 심연이다 너는 울타리요, 담장이요 방패에 새겨져 있는 영원한 도안이다   * 題簽 : 표지에 쓰지 않고, 종이에 써서 앞표지에 붙인 外題 * 鴻溝 : 漢 高祖와 楚 항우가 천하를 양분할 때의 경계선이었던 강. 여기서는 큰 틈, 큰 격차를 말한다.           그래, 어제는   팔뚝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며 숲 속의 혼돈도 가리며 너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 그래, 어제는....   漿果로 저녁놀을 바르며 자신의 수줍음도 칠하며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긋 웃음을 지었다 : 그래, 어제는....   어둠 속에서 성냥 한 개를 문질러 우리 마음 사이에 놓으며 너는 창백한 입술을 깨물었다 : 그래, 어제는...   종이로 접은 배를 시냇물 속에 넣으며 맨 처음 언약을 싣고 너는 결연히 몸을 돌려 가버렸다 : 그래, 어제는.....             섬   1 너는 안개 낀 바다를 항해한다 돛대도 없이 너는 달밤에 배를 정박시킨다 닻도 없이   길은 여기서 사라지고 밤은 여기서 시작된다   2 지표도 없다 분명한 경계도 없다 단지 물보라가 찬미하는 가파른 벼랑들만이 세월의 그 음울한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 일련의 으리으리한 기념들과 함께   꼬마들이 백사장으로 걸어가고 있다 달빛 아래, 먼 곳의 고래는 바야흐로 샘물을 높디높게 내뿜고 있다   3 갈매기들이 깨어났다 날개와 날개를 연이어 그들의 울음이 어찌나 처량한지 매 合歡木의 잎사귀들과 꼬마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이 조그만 세상에서 깨어 있다는 것이 고통일 줄이야   4 지평선이 기울어졌다 흔들흔들, 몸을 뒤척이며 갈매기 한 말가 아래로 떨어졌다 뜨거운 피가 커다란 부들잎들을 말아 올린다 그 어디나 다 있는 밤이 총 소리를 덮어 가렸다 -이것이 금지된 구역이자 자유의 결말이었다 깃털로 된 펜 하나가 모래에 꽂혔다 微溫의 숨결을 띠고 그것은 흔들리는 뱃전과 계절풍에 속한 것이었다 해안과 비의 비스듬한 선에 속한 것이었다 어제나 내일의 태양으 지금 이곳에서 죽음을 공개하는 비밀을 쓰고 있건만   5 매파랑에 번뜩이는 깃털 하나가 떠오른다   꼬마들은 모래 언덕을 쌓아 올린다 바닷물이 밀려와 그들을 둘러싼다 화환처럼, 썰렁하게 요동치며 달빛 장송곡조가 하늘가까지 뻗어간다   6 아, 종려나무여 너의 침묵이 반역자의 칼을 들어 올리고 있다 다시 한번 더 바람이 너의 머리칼을 밀쳐 올릴 것이다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듯이 최후의 국경은 영원히 꼬마들의 마음속에 있다   7 밤은, 바람을 맞받으며 서 있다 재난을 위하여 매복한 암살범을 위하여 부드러운 카펫을 깔며 조가비 잔들의 열을 배열하며   8 죄 없는 하늘만 있어도 충분하다 하늘만 있어도 충분하다 들어보라, 거문고 소리를 들어보라, 거문고 소리를 잃었던 소리를 召喚하는           둑   현재와 과거를 벗하며 둑은, 높다란 갈대 하나를 들어올리며 멀리 사방을 바라본다 바로 너 언제나 일렁이는 파랑을 지켜온 것은 황홀한 泡沫과 별을 지켜온 것은 흐느끼는 달빛이 오랜 뱃노래를 불어 젖힐 때 얼마나 처량한가   나는 둑 나는 漁港 나는 팔뚝을 뻗어 빈궁한 아이들의 조그만 배들을 기다리다 한줄기 등불을 가득 실어 보낸다               船票   그는 선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어떻게 갑판에 올라갈 수 있겠는가 철커덩, 철커덩, 닻 쇠줄의 소리가 이곳의 밤을 떠들썩하게 한다   바다, 바다 썰물로 상승하는 섬 마음처럼 고독하다 부드러운 숲 덤불의 그림자도 없다 연기나는 굴뚝도 없다 섬광을 번뜩이던 돛대 섬광에 의해 산산이 부서진다 무수한 폭풍은 단단한 물고기 비늘과 조개 껍질 위에 해파리란 조그만 우산 위에 정지된 무늬를 남겨 왔다 한 옛날 이야기가 물보라와 물보라 사이에 전해진다 그는 선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바다, 바다 암초에 밀집해 있는 이끼 발가벗은 한밤중을 향해 만연된다 어둠 속 빛을 내는 갈매기들의 깃털을 따라 달 표면에도 들러붙는다 潮水가 잠잠해지자 소라와 인어가 노래를 시작한다   그는 선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세월은 지금까지 중단된 적이 없다 침몰하 배에 막 불이 지펴져 빨간 산호 불꽃들을 다시 점화시켰고 파도가 용솟음칠 때면 죽은 자들의 눈동자들은 희미하게 가물거리며 해양 깊숙한 곳으로부터 떠오른다   그는 선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 사람을 현기증 나게 한다 백사장을 바싹 말리고 있는 저 태양광선이 얼마나 사람을 현기증 나게 할까   그는 선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비 내리는 밤   물웅덩이 속에서 박살난 밤이 새 잎사귀 하나를 살살 다독거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아기를 달래어 잠들게 하듯 빗방울들로 꿴 등불이 너의 어깨를 수놓고 있었다 번뜩이며, 굴러 떨어지며 너는 말했다 : 안 돼 말투는 그렇게 단호했건만 미소는 도리어 마음속 비밀을 누설하고 있었다   우중충한 시커먼 구름이 축축한 손바닥으로 너의 머리카락을 비볐다 꽃 같은 향기와 나의 뜨거운 호흡을 반죽하며 우리의 그림자들은 가로등에 길게 잡아당겨져 매길목과 매꿈에 잇닿아 있었다 그물로 우리 환락의 수수께끼를 붙잡으며 과거의 고생으로 응결된 눈물은 너의 손수건을 적셨고 칠흑 같은 門洞 속에서 잊혀졌다   설령 내일 아침 총부리와 피 흘리는 태양이 나로 하여금 자유와 청춘과 펜을 포기하도록 할지라도 나는 이 밤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나는 너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다   벽으로 내 입술을 막아 보아라 쇠꼬챙이로 내 하늘을 잘라 보아라 내 심장이 뛰는 한, 피의 干滿이 있을 것이고 시뻘건 달에 찍혀 있는 너의 미소는 밤마다 내 조그만 창문 밖에 떠서 기억을 환기시킬 것이다   * 門洞 : 중국식 저택의 대문에서 집안으로 통하는 지붕이 있는 통로                 잠들어, 산골짜기야   잠들어, 산골짜기야 쪽빛 雲霧로 하늘을 덮으며 들백합 창백한 눈동자들을 덮으며 잠들어, 산골짜기야 비 걸음으로 재빨리 바람을 뒤쫓으며 뻐꾸기 불안한 울부짖음을 뒤쫓으며   잠들어, 산골짜기야 우리는 여기에 숨어 마치 천 년 꿈속에 숨은 듯 다시는 시간이 풀잎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아 구름층 뒷면에 멈춰 선 태양의 시계추 다시는 저녀골과 여명을 흔들어 떨구지 않겠지   빙빙 도는 나무들은 단단한 솔방울들을 무수히 떨구어 두 줄의 발자국들을 보호해 주지 우리의 어린 시절과 계절은 더불어 이 꼬불꼬불한 오솔길을 지나가 버렸어 꽃가루가 가시덤불을 흠뻑 적셨지   아, 얼마나 적막한가 던져진 돌멩이는 메아리도 없어 어쩌면 너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어 -마음에서 마음으로 한줄기 무지개가 고요 속에 떠오르고 있어 -눈에서 눈으로   잠들어, 산골짜기야 잠들어, 바람아 산골짜기는, 쪽빛 雲霧 속에서 잠들고 있어 바람은, 우리 손바닥에서 잠들고 있어               너의 손을 내게 뻗어   너의 손을 내게 뻗어 내 어깨로 막은 세계가 다시는 너를 불안하지 않게 해 설사 사랑은 잊혀질 수 없고 고난은 기억될 수 없어도 내가 한 말을 기억해 모든 것이 過去事일 수 없다는 것을 설사 마지막 사시나무 한 그루만이 묘비명도 없는 무덤처럼 길 끝에 우뚝 서 있더라도 낙엽은 말을 할 수 있어 나뒹굴며 바래지고, 창백해져 천천히 얼어붙어 우리의 무거운 발자국들을 떠받치잖아 물론, 누구도 내일을 알 수는 없어 내일은 또 하나의 새벽으로부터 시작되니까 그때 우리는 깊게 잠들 거야             귤이 익었다   귤이 익었다 태양을 가득 담은 귤이 익었다   네 마음속에 내가 들어가게 해 묵직한 사랑을 가지고   귤이 익었다 껍질은 고운 안개를 내뿜고 있다   네 마음속에 내가 들어가게 해 슬픔이 기쁨의 눈물이 되도록   귤이 익었다 구린 그물이 매쪽 알갱이들을 담고 있다   네 마음속에 내가 들어가게 해 그 산산조각난 내 꿈을 찾도록   귤이 익었다 태양을 가득 담은 귤이 익었다             빨간 돛배   어디나 무너진 벽과 끊어진 담이라 해도 길이, 어찌 우리 발 아래로부터 뻗어나 있겠소 하나둘 가로등이 동공 속에 미끄러져 들어와도 쏟아져 나오는 것은, 새벽별이 아니잖소 나는 당신을 위로하고 싶지 않소 전율하는 단풍잎 위에는 봄에 관한 거짓말들이 마구 씌어 있소 열대에서 온 태양새도 우리 나무에 내려앉지 않았소 게다가 뒤쪽의 산불도 단지 먼지 가득한 황혼일 뿐이잖소   만약 지구가 벌써 얼음으로 봉해졌다면 우리가 난류를 향해 바다로 나가게 놔두시오 만약 암초가 우리 미래의 모습이라면 우리가 바다를 향해 석양으로 나가게 놔두시오 안 되오, 불지르고 싶은 갈망은 결국은 재로 변하는 갈망이잖소 다만 우리는 순탄한 항해를 추구하려 하오 당신의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와 나의 똑바로 들어올린 팔뚝을 가지고                 습관   나는 익숙해져 있다, 어둠 속에서 내 담배에 불을 붙여 불꽃이 타오를 때면 언제나 부드럽게 묻는 너에게 : 알겠어, 내가 무엇을 태웠는지?   나는 익숙해져 있다, 뱃머리에 앉아 흥얼거리며 노가 물방울을 떨어뜨릴 때 깨지는 안개 속의 태양을 보는 너에게 질질 끌고온 피곤과 고집센 발걸음에 다시는 벤치 위에서 우리의 옛 꿈을 데우려 하지 않는 너에게 나와 함께 경주할 때 너의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흔들며 우리의 어깨가 멀어지면 개의치 않고 웃는 너에게   나는 익숙해져 있다, 산골짜기에서 큰소리로 외친 후 우리의 이름을 뒤쫓는 메아리에 귀를 기울이는 너에게 책을 한아름 가져와 항상 온갖 문제를 묻고는 입을 삐죽거리며 조그만 손으로 답을 가득 적는 너에게 겨울에 푸르둥둥한 가로등 아래서 스카프같이 따스한 호흡으로 나의 목덜미를 감싸주는 너에게   그렇다, 나는 익숙해져 있다 부싯돌을 문질러 내가 익숙해져 있는 어둠에 불을 당기는 너에게도             너는 말했다   암호를 사용하며 내가 문을 두르리자 너는 말했다 : 들어와, 봄아 내가 천천히 모자를 벗자 귀밑머리가 서리와 눈에 흠뻑 젖어 있었다   내가 너를 포옹하자 너는 말했다 : 두려워 마, 바보야 한 마리 깜짝 놀란 새끼 사슴이 너의 동공 속에서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생일 바로 그날 너는 말했다 : 안 돼, 선물하지 마 하나 나의 카시오페아는 벌써 너의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십자로 갈림길에서 너는 말했지 : 헤어지지 말자, 영원히 한무리 차량의 전조등이 우리 사이를 통과했다                 매일 아침 우리의 태양   어린 풀들의 연약한 팔뚝이 태양을 떠받치고 있다 각기 다른 피부색을 띤 사람들이 너를 향해 걸어가 한줄기 빛으로 모아진다, 너는 종소리처럼 山頂에 쌓인 눈을 뒤흔든다 주름살 움푹 패인 곳에서 전율하는 공포와 비탄 영혼들은 더 이상 幕 뒤로 몸을 숨기지 않는다 책은 창무을 열고, 뭇새들은 자유롭게 나렬 보낸다 늙은 남도 더는 코를 골지 않는다, 더는 바싹 마른 덩굴로 어린애들의 활발한 다리를 속박치 않는다 소녀들은 목욕중 돌아온다 별들과 무한한 달빛을 끌어당기며 사람마다 자기의 이름과 자기의 목소리, 사랑, 희망을 가지고 있다   악몽 속에 우뚝 서 있던 빙산은 이른 아침에 녹아 흘러내린다, 잔류한 어둠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그림자를 이끌고 걸어간다 다리 아래 놓은 무거운 기억들은 걸어가는 동안에 점차 사라진다 팔뚝과 팔뚝을 맞잡고 있는 지평선에서 옛 이야기마다 새로운 시작을 갖는다 자, 시작해 보자구             선고 -遇羅克 열사*에게   설사 최후의 시작이 왔다 해도 난 유언 따윈 남기지 않겠소 오직 한 마디 말만 남기겠소, 어머님께 저는 결코 영웅이 아닙니다 영웅이 없던 시대에 인간이기를 갈구했을 뿐입니다   고요한 지평선이 산 자와 죽은 자의 대열을 갈라 놓아도 난 오직 하늘을 선택할 뿐 결코 땅에 꿇어앉아 사형 집행인들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하여 자유의 바람을 잘 막게 하지는 않겠소   뭇별 같은 탄착 구멍에선 새빨간 새벽이 흘러나온다   * 遇羅克 열사 : 1942년에 태어나 1968년 「반혁명분자」라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1970년 北京의 인민공장에서 인민해방군에 의해 처형당했다. 처형시 자본주의자 가정 출생의 학생 신분으로 규정되었다. 北島는 이 시에 대해 「초고는 1975년에 씌어졌다. 내 몇몇 친한 친구가 遇羅克과 함께 투쟁에 참여했고, 그 중 2명이 감옥으로 보내져 3년 동안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이 시는 그 비극적 울분적 시대에 우리의 비극적 울분적 투쟁을 기록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끝이냐 시작이냐 -遇羅克 열사   나는, 여기 서 있다 살해 당한 한 사람을 대신하여 매번 태양이 뜰 때마다 하나의 무거운 그림자가 길처럼 온 국토를 관통하도록   비탄에 잠긴 안개는 기워 들쭉날쭉한 지붕들을 덮고 있고 집과 집 사이의 굴뚝들은 잿더미 같은 군중들을 내뿜고 있다 따뜻함은 희멀건 나무 초리로부터 발산되어 곤궁한 담배꽁초들 위에 꾸물거리며 머무니 모든 피곤한 손들에서 우중충한 시커먼 구름이 일어난다 태양의 이름하에 어둠은 공개적으로 약탈을 자행하고 침묵은 여전히 동방의 이야기이고 사람들은 낡은 벽화 속에서 묵묵히 영원히 살고 묵묵히 죽어 사라진다   아, 나의 토지여 너는 왜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설마 黃河에서 배를 끄는 인부의 밧줄들조차 절단된 거문고 줄마냥 더 이상 울려 퍼질 수 없단 말인가 설마 시간, 이 컴컴한 거울조차 너에게 영원히 등을 돌려 단지 별과 뜬구름만 남겨 두었단 말인가   나는 너를 찾는다 매번 꿈을 꿀 때마다 안개 자욱한 모든 밤이나 아침마다 나는 봄과 사과나무를 찾는다 꿀벌들이 휘젓는 미풍의 한올 한올마다 나는 해안의 밀물과 썰물을 되찾는다 파도 위 일광으로부터 형성되는 갈매기들 나는 담에 쌓여진 전설들을 찾는다 너와 나의 잊혀진 이름   만약 鮮血이 너를 비옥케 할 수 있다면 내일의 가지 위 성숙한 과실은 나의 색깔을 가질 것이다   시인해야마 한다 죽음의 백색 싸늘한 빛 속에서 나는, 부들부들 떨었다 운석이 되고자 한 자나 순교자의 얼음같이 차가운 塑像은 꺼지지 않는 청춘의 불을 바라보며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겨진다 설사 비둘기들이 그 어깨에 내려 앉더라도 그들의 체온과 호흡을 느낄 수 없으니 그들은 깃털을 다듬고 재빨리 날아가 버린다   나는 인간이다 나는 사랑이 필요하다 나는 갈망한다, 내 사랑하는 이의 눈동자 속에서 늘 평온한 황혼을 보내기를 요람의 흔들림 속에 아기의 첫울움을 기다리고 풀밭과 낙엽 위에서 진지한 응시마다 생활의 시를 쓰는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희망조차 지금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바람의 모든 대가가 되었다   일생 중 나는 여러 번 거짓말을 했다 그러나 언제나 성실히 지켜 왔다 어릴 적 했던 언약만은 그러므로, 이 어린애의 마음을 용납지 못하는 세상은 아직도 나를 용서치 못하고 있다   나는, 여기 서 있다 살해 당한 한 사람을 대신하여 다른 선택은 없다 내가 쓰러지는 곳에선 다른 사람이 설 것이다 내 어깨 위는 바람이고 바람 속에 별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아마 언젠가 태양은 시들은 화환으로 변할 것이다 불굴의 전사들의 산림처럼 자라나는 묘비들 앞에 놓여지기 위해 까마귀들, 이 밤의 파편들 떼를 지어 어지럽게 흩날리고 있다             항구의 꿈   달빛이 층층이 항구에 밀려오자 夜色은 투명한 듯 하나 둘씩 빻아지는 돌계단 하늘로 통하오 내 꿈으로 통하오   내가 고향으로 돌아왔다오 어머님께 드릴 산호와 소금을 가지고 산호는 자라 숲이 되었고 소금은 얼음을 녹였다오 아가씨들의 속눈썹은 떼구루루 잘 익은 밀알들을 떨구었다오 낭떠러지의 노쇠한 이마는 촉촉한 바람을 불어 젖혔다오 내 사랑의 노래가 창문마다 찾아가 손님이 되면 맥주의 거품은 거리로 넘쳐 나와 줄지은 가로등이 된다오 나는 노을빛에 빛나는 지평선을 향해 걸어갔다오 그리고 몸을 돌려 허리를 크게 굽혀 절을 했다오   물보라가 갑판과 하늘을 씻어 버렸다오 별들은 나침반 위에서 한낮 동안 자신들의 方位를 찾고 있다오 사실, 나는 뱃사람이 아니라오 태어나기를 뱃사람이 아니라오 하나 내 마음을 뱃전에 걸고 닻마냥 선원들과 항해를 한다오             길을 잃은   비둘기 휘파람을 따라 나는 너를 찾아 다녔다 높디높은 숲이 하늘을 가로막았다 오솔길 위 길 잃은 민들레가 나를 푸르스름한 잿빛 호수로 이끌었다 잔잔히 출렁이는 수면에 비친 그림자 속에서 나는 너를 찾았다 깊이를 측정할 수 없었던 너의 눈동자를             한계   나는 맞은편 둑으로 가고 싶다   강물은 하늘의 색깔을 바꾸고 나도 바꾼다 나는 흘러가건만 내 그림자는 강둑 근처에 있다 번개에 타서 눌은 한 그루 나무마냥   나는 맞은편 둑으로 가고 싶다   맞은편 둑 숲속에서 깜짝 놀란 고독한 산비둘기가 나를 향해 날아온다             화음들   나무들과 나는 바싹 연못을 에워쌌다 내 손을 뻗어 물에 담그자 칼새들의 깊은 잠을 방해했다 바람은 혼자 고독했고 바다는 아득히 멀었다   나는 거리로 걸어 나왔다 소란함이 빨간 신호등 뒤에 멈췄다 내 그림자는 부채꼴로 펼쳐졌고 발자국들은 비뚤비뚤 안전섬*은 혼자 고독했고 바다는 아득히 멀었다   푸른 창이 밝아졌다 아래 층, 사내 녀석들은 마구 기타를 치며 노래했다 담배꽁초는 밝아졌다 어두워졌다 도둑 고양이는 혼자 고독했고 바다는 아득히 멀었다   백사장에서, 네가 잠들자 바람은 너의 입가서 멈추었다 파도가 살그머니 밀려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었다 꿈은 혼자 고독했고 바다는 아득히 멀었다   * 안전섬(safety island) : 교통이 복잡한 거리나 전차 정류장 등 일정한 지역에 사람이 안전하게 피해 있도록 베푼 곳.             단풍잎과 북두칠성   세계는 거리의 모습만큼이나 조그맣다 우리가 만났을 때, 너는 간단히 고개만 끄덕였다 온갖 과거사와 정겨운 안부 인사도 생략한 채 아마 행복은 단지 하나의 과정이었을까 모든 것이 벌써 끝났건만 너는 왜 아직도 그 빨간 스카프를 매고 있는가 보아, 단풍잎으로 장식된 하늘이 얼마나 맑은지, 태양은 벌써 최후의 유리창을 향해 이동했다   거대한 지붕들 뒤로 저 북두칠성이 솟아 오른다 이미 잘 익은 포도 송이는 아니다 또 가을이 되었으니 당연히, 가로등은 곧 밝혀질 것이다 너의 미소를 보고자 얼마나 고대했던가 관대하면서도 냉담한 그리고 그 잔잔한 응시 가로등은 곧 밝혀질 것이다               옛 절   사라져 가는 종소리 거미줄되어, 찢겨진 기둥 속에서 둥그런 나이테로 퍼진다 기억들도 없는, 바위가 희뿌연 산골짜기서 메아리를 퍼뜨렸다 바위가, 기억들도 없는 오솔길이 이곳에 굽이굽이 펼쳐졌을 때 용들과 기괴한 새들도 날아가 버렸다 처마 아래서 벙어리 종들을 훔쳐 잡초는 일 년에 한 번씩 자란다, 무관심하게 그들이 복종하는 주인이 스님의 헝겊신인지 아니면 바람인지 돌 비석은 훼손되어, 비문은 벌써 닳아 없어졌다 마치 큰 화재가 한 번 일어나야지만 판독이 가능할 것처럼, 어쩌면 산 자들의 한줄기 눈빛으로 거북이가 진흙 속에서 부활해 무거운 비밀을 등에 지고, 문지방을 기어 넘을 것이다               십 년 동안   잊혀진 토지 위에서 세월은, 말 멍에의 방울들과 뒤엉켜 밤 새워 소리를 냈다, 길조차도 흔들리는 무거운 짐에 헐떡이며 노랫가락으로 각색되어 사람들에 의해 전해져 도처에서 불리어졌다 여인의 목걸이는 呪文 속에 영험을 본 듯 밤하늘로 올라갔다 형광 다이얼은 음탕하게 마음껏 소리를 냈다 시간은 무솨 鐵柵마냥 믿음직스러웠다 시든 나뭇가지들에 가위질 당하듯 다듬어지는 바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넘어가거나 왕래를 할 수 없었다 단지 책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들만을 영원히 가두어두고 진리의 情夫로 삼을 수 있었으나 어제 깨어진 등잔은 장님들의 마음속에서 어찌나 휘황찬란했던지 그들이 사살당하던 그 순간까지 갑자기 부릅뜬 눈 속에다 살인범의 마지막 초상을 남겼다             밤 : 主題와 變奏   여기서, 도로들은 모은다 한줄기 한줄기 평행된 전조등 빛들을 장황하나 갑자기 중단된 대화 운전사들의 지독한 담배 냄새와 거칠고 몰상식한 욕지거리들에 뒤덮인 도로 난간은 인간의 대기 행렬로 대치되었다 상점 덧문들 틈새서 스며 나오는 불빛들 담배꽁초들과 함께 길가에 팽개쳐진다 민첩한 발들에 짓밟히기 위해 게시판에 기대어 있는 어느 노이의 잃어버린 지팡이 마치 몸을 움직여 걷고 싶은 듯 바위의 睡蓮도 시들어 떨어졌고 분수 속에서, 큰 건물들은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떠로으는 달이 갑자기 울린다 뗑그렁 뗑그렁 종소리를 고궁 담 너머 옛날을 회상시키며 해시계는 빙빙 회전하며, 오차를 점검하며 이른 새벽의 성대한 朝會를 기다린다 비단 옷 댕기들 바람 속에 서서 살랑살랑 돌계다 위 먼지를 쓸어 버린다 부랑자의 그림자가 담을 슬금슬금 넘어가면 울긋불긋한 네온사인들이 그를 위해 번쩍번쩍 그가 밤을 지새우도록 한다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는 황급히 벤치에 올라가 멀리 연기처럼 부드러운 빛의 파도를 바라보나 수은등은 무례하게 커튼을 열고 다른 사람들이 간직하고 있는 비밀을 엿보며 꿈을 교란하고, 고독한 이를 깨운다 조그만 문 뒤서 빗장을 슬그머니 끌어당기는 손 마치 총의 노리쇠를 당기듯               예술가의 생활   가서 무 사오거라 -엄마가 말했다 여봐, 안전서늘 잘 봐야지 -경찰이 말했다 -바다여, 너는 어디에 있느냐 -주정꾼이 말했다 어떻게 가로등마다 다 터졌지 -내가 말했다 길을 지나가던 장님이 민첩하게 대나무 장대를 들어올렸다 마치 안테나를 뽑아 당기듯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온 구급차는 나를 병원으로 보냈다   그래서 나는 모범 환자가 되었다 우렁차게 재채기를 하며 눈을 감고 밥 먹을 때를 궁리하며 한 번 두 번 피를 빈대에게 주며 탄식할 틈도 없이 결국엔 의사의 직분을 떠맡아 굵직한 주사기를 쥐고 복도를 왔다갔다 거닐며 밤을 지새웠다               내일은, 안 돼   이것이 이별은 아니오 왜냐며 우리가 결코 만난 적이 없기에 비록 그림자와 그림자가 길 위에 겹겹이 포개졌을망정 도망치는 고독한 범죄자처럼   내일은, 안 돼 내일은 밤의 다른 측면이 아니오 희망을 가졌던 자는 누구나가 죄인이었다오 밤새 일어났던 이야기를 그 밤 속에서 끝맺었다오               전설의 이어짐   낡은 옹기 단지는 오래 전부터 우리들에 관한 전설을 담고 있었지만 너는 끊임없이 묻고 있다 과연 이것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물론, 불은 바람에 꺼질 수 있고 산봉우리도 黎明 속에 무너져 내려 장례 행렬의 밤 하천 속으로 용해될 수 있다 사랑의 쓴 과일은 잘 여물면 떨어질 것이다 현시점은 석양만이 우리들에게 왕관을 씌우고 있나니 이에 따른 온갖 것이 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기나긴 밤은 뒤척임과 침묵의 시간             사랑 이야기   결국, 오직 하나의 세계였다 우리를 위해 성숙한 여름을 준비한 것은 하나 우리는 어른들의 규칙에 따라 어린애 같은 놀이를 계속했다 길가로 자빠지는 사람들을 문제 삼지 않으며 좌초되는 배들도 무제 삼지 않으며   그렇지만, 연인들을 축복했던 햇살은 노동자들의 등 위에 칠측같고 피곤한 밤을 던지고 있다 설사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오솔길에서 마주치더라도 원수 같은 응시 속에 얼음과 서리만 떨어질 뿐   이제 그저 단순한 이야기로 치부될 수 없다 이 이야기 속에는 너와 나, 아주 많은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雪線   내가 한 말도 잊자 하늘에서 총에 맞아 떨어지는 새도 잊자 암초들도 잊어 다시 한 번 그들을 침몰케 하자 심지어 태양도 잊자 그 恒久한 위치에는 단지 먼지와 재에 뒤덮인 등잔만이 빛을 내고 있다   雪線 위 절벽은 한차례 붕괴 후 무엇이나 침묵으로 봉해 버린다 雪線 아래 실개천은 나긋한 풀밭 위를 졸졸 흐른다             악몽   방향이 일정치 않은 바람 위에다 나는 눈을 그렸다 그래서 정체된 시간은 지나갔건만 누구도 깨어 있지 않았다 악몽은 햇살 아래서도 여전히 범람했다 강바닥을 넘쳐 나와, 자갈 위를 기어가 새로운 마찰과 분쟁을 선동했다 나뭇가지의, 처마 위의 깜짝 놀란 새들의 눈초리가 얼음으로 응고되어 대지 위로 떨어지며 도로의 바퀴 자국들은 다시 얇은 층의 서리로 엉기기 시작했다 누구도 깨어 있지 않았다               혜성   돌아와라, 그렇게 않을 바엔 영원히 떠나거라 그렇게 문 앞에 서 있지는 마라 石像처럼 결코 회답을 기대할 수 없다는 눈길로 우리들 사이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며   사실 상상키 어려운 것은 어둠이 아니라 새벽이다 등불이 얼마나 더 오래 탈 수 있겠는가 어쩌면 혜성이 출현해 폐허 속에 깨진 잔해들과 실패자들의 명부를 끌어당기며 그들을 번뜩이게 하고, 태운 후, 재로 변하게 할 것이다   돌아와라, 우리는 家庭을 다시 지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바엔 영원히 떠나거라, 혜성처럼 찬란하면서 서리같이 차갑게 어둠을 떠나, 다시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두 밤을 연결하는 하얀 복도를 관통하는 메아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산골짜기에서 너 홀로 노래한다               鄕村의 밤   석양과 먼 산이 포개지며 초승달이 된다 느르바무 숲을 통과해 새둥지는 텅 비어 있다 오솔길은 연못을 둘둘 휘감으며 지저분한 누렁개를 뒤쫓는다 마을 입구의 흙담까지 우물 속 빈통은 가볍게 흔들흔들 괘종시계도 마당의 연자방아처럼 고요하다 마른 보리 짚단들이 떠들썩하다 마구간의 씹는 소리는 위협으로 가득 차 있다 남정네의 긴 그림자가 문 앞 돌계단에서 미끄러진다 부뚜막의 불꽃들이 아낙네의 팔뚝과 이빠진 질그릇을 벌겋게 물들인다               겨울로 향하자   바람은, 참새의 마지막 남은 체온을 석양을 향헤 불어 버렸다   겨울로 향하지 우리가 태어난 것은 결코 신성한 예언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가자 곱사들 노인들이 만든 아치형 문을 지나 열쇠를 뒤에다 남겨 놓고 귀신 그림자들이 가물가물하는 대청을 지나 악몽을 뒤에다 남겨 놓고 온갖 쓸데없는 것들뒤에다 남겨 놓고 우리가 부족한 것이 무엇이랴 심지어 의복들과 신발들도 팔아 버리자 마지막 남은 식량조차도 땡그렁 소리나는 동전들을 뒤에다 남겨 놓고 겨울로 향하자 노래하며 축복이 아니다, 기도도 아니다 결코 우리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저 녹색 칠을 한 잎들을 장식키 위해 매력을 상실한 계절에 과실은 술로도 빚을 수 없고 신맛의 물로도 변할 수 없다 신문지를 말아 담배를 만들어 개처럼 충실한 시꺼면 연기로 하여금 개처럼 바짝 뒤쫓으며 태양 아래의 온갖 거짓말들을 지우게 하자   겨울로 향하자 녹색 음탕함 속에 타락치는 말자, 처한 환경에 만족하며 천둥과 번개의 저주를 반복케 하지는 말자 思想의 省略으로 하여금 빗방울 줄기를 이루게 하거나 정오의 감시 하에 수인처럼 거리를 걸어감으로써 우리의 그림자를 잔인하게 짓밟거나 혹은 커튼 뒤에 숨어 죽은 자의 말을 더듬거리며 암송하며 학대받는 환희를 표현함으로써   겨울로 향하자 강이 얼어붙은 곳에서는 도로가 흐르기 시작한다 강가 건축용 골재 자갈들 위 까마귀들은 달들을 하나씩 부화하였다 깨어 있는 자는 누구나 곧 알 것이다 꿈이 대지로 곧 강림할 것을 시린 아침 서리마냥 침전하며 저 피곤에 지친 별들을 대체하며 죄악의 시간은 끝나고 빙산들은 끊임없이 이어져 한 세대의 塑像이 될 것이다             歸路   기적이 끝없는 울음을 울어 젖히는데 설마 계속해서 세지는 않겠지 저 오동나무 위 까마귀들을 묵묵히 그들을 기억하며 마치 이 흔적들에 의지해 또 다른 꿈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듯   시들은 잎과 빨간 꽃봉오리가 관목 속에서 흔들린다 사실 바람도 가라앉았는데 새벽빛에 응결된 서리가 차창을 통과하며 창백하고 권태로운 얼굴을 너에게 남겨 놓는다   그렇다, 세상사 상관 않고 너는 歸路에 올라야 한다 옛날 짧은 피리가 팽개쳐진 곳은 벌써 번성하여 숲이 되었다 도로를 바라보며 하늘을 쓸어버리는             너는 빗속에서 나를 기다린다   너는 빗속에서 나를 기다린다 길은 창문 깊숙한 곳으로 통해 있다 달의 뒷면은 틀림없이 차가울 것이다 그 해 여름밤, 백마는 북극광과 질구해 지나갔다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몸을 떨었다 가자, 네가 말했다 분노로 우리를 파괴치는 말자고 갱년기 산에 들어간 것처럼 빠져 나갈 방법이 없어 수많은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었지만 결국은 사막에서 만났다 온갖 年代가 이곳에 모여 들었다 매, 선인장도 이곳에 모여 들었다 이글거리는 신기루보다 더욱 진실되게 탄생을 두려워하는 한 미처 가면을 쓰지 못하고 웃는 얼굴을 두려워하는 한 모든 것은 반드시 죽음과 연결됐다 그 해 여름은 결코 종말이 아니었다 너는 빗속에서 나를 기다린다             이력서   일찍이 나는 열병하며 광장을 걸었다 빡빡 깎은 머리로 태양을 보다 잘 찾기 위하여 그러나 미쳐버린 계절에 방향을 바꾸었다, 울타리 너머 추위에 떠는 염소들을 보고는 알칼리성 토지와 같은 백지 위서 내 理想을 보기 전까지 나는 등뼈를 구부린 채 진리를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을 찾았다고 믿고 있었다, 마치 불에 구워진 물고기가 바다를 꿈꾸는 것처럼 만세! 나는 한 번만 외쳤다, 제기랄! 그러나 수염이 자라기 시작해 뒤엉켰다, 셀 수 없는 世紀들처럼 나는 부득불 역사와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고 칼날 아래 우상들과 가족을 결성한 것은, 결코 대항키 위함이 아니었다 파리 눈 속의 분열된 그 세계와 언쟁이 그치지 않는 책 더미 속에서 차분하게 우리는 똑같은 몫을 받았다 별을 하나 하나 팔아서 마련한 적은 돈이었다 하룻밤 새, 나는 도박으로 날렸다 내 허리띠, 그리고 발가벗겨진 채로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소리 없는 담배에 불을 당긴 것은 한밤에 죽음을 불러온 총이었다 하늘과 땅이 자리 바꿈을 할 때 나는 대걸레 같은 한 그루 고목나무에 거꾸로 매달려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범   수많은 세월이 지나갔다, 雲母는 진흙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사악하면서도 환하게 살무사 눈 안의 태양처럼 손들의 밀림 속, 무수한 갈림길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젊은 사슴은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묘지만이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의 황량함을, 그리고 시가지를 이룰 것이다 자유란 사냥꾼과 사냥감 사이의 거리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가 뒤돌아 바라보니 아버지 세대 초상들의 광활한 배경 위에서 박쥐가 그린 圓弧는 땅거미와 함께 사라진다   우리에게 죄가 없지는 않다 오래 전에 우리는 거울 속의 역사와 공범이 되었다, 그날을 기다리며 화산 마그마 속 깊숙이 저장되었다 기어나와 차가운 샘으로 변하여 다시 어둠을 만나는 그날을             메아리   너는 이 계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장례 행렬 속에서 너 혼자 관을 보낼 수 없다 죽음으로 평화를 얻거나, 가을로 하여금 계속 집에 머물게 하라 화로 옆 깡통에 머물며 불임의 꽃봉오리를 맺게 하라 눈사태가 시작되자- 메아리는 너와 사람들 사이에서 심리학적 관계를 찾는다 : 행운이 계속되어, 행운이 내일까지 가 내일의 태양광선을 만나더라도 네 가슴속 숨겨진 다이아몬드로부터 나온 죄악의 다이아몬드부터 너는 이 계곡에서 벗어날 수 없다, 왜냐하면 장례식의 주인공은 바로 너이기에             맹목적 생각들   황혼이 봉화대에서 떠올랐을 때 이 하천을 경계로 한 섬에 한 종족이 정착해 번식해 갔다, 토지는 색깔이 변해 갔고 신화는 낡아 허름해진 솜이불 속에 놓여졌다 꿈을 임신하자 독화살이 퍼뜨리는 고통스런 두근거림을 지니게 되었다, 나팔소리가 잠잠해지자 해골들은 밤새 걸어가 하염없이 솟아나는 아내의 눈물 속에서 하얀 병풍을 펼쳤다 머나먼 곳으로 통하는 문을 가로막고 있는   동쪽은, 이 琥珀 속에서 아득한 제방 갈대 숲은 전율하는 여명을 향해 달렸고 어부들은 배를 버리고, 밥짓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제방으로부터 시작된 역사는 울창한 대나무 숲을 베어 不朽의 簡冊 조각에다 有限된 문자들을 새겼다   묘혈 속, 줄지은 常夜燈들은 청동과 황금의 죽음을 목격했다 또한 다른 죽음도 있다 밀의 죽음 칼날이 교차하는 틈새에서 일찍이 그들은 도전하듯 성장했다 태양에 불을 붙였고, 그들의 재는 겨울을 덮었다 수레바퀴가 쓰러졌다 바퀴살이 흩어지는 방향을 따라 風砂에 함락된 壕는 또 다른 하나의 죽음, 석비는 비단같이 보드라운 이끼에 싸여 꺼져가는 초롱과 같았다 단지 도로만이 살아 있었다 대지에 최초의 윤곽을 새겼던 도로는 기나긴 죽음의 지대를 통과해 내 발 아래 도착했다, 먼지를 일으키며 옛 포대 상공에는 아직도 화약 연기가 흩어지지 않았다 나는 오래 전에 주조되었다, 차디찬 무쇠 속에서 충동을 보유하며, 불러내기 위해 천둥소리를, 폭풍우 속에 돌아오는 조상들을 불러내기 위해 천만 개의 유령들이 지하로부터 자라나 한 그루 고독하고 커다란 나무가 되었다면 우리에게 그늘을 주기 위해, 우리는 쓴 과일을 맛보아야 할 것이다 바로 이 출발의 시간부터               주인   푸대접 받은 손님도 가버렸다 그는 炎難性 소식과 장갑 한 짝을 남기고 떠났다 다시 나의 문을 노크하기 위해 아직도 白晝의 화염들을 볼 방법이 나에겐 없었다 춤곡이 불을 붙인다 저 방앗간에서 흘러나오는 달빛에 꿈의 암시들로 가득한 기적을 믿자 기적은 바로 벽에 박혀 있는 못에 걸린 내 그림자가 흔들거리며 입으려 하는 옷이다 내 마지막 행운을 시도하자 두 버 노크 소리의 공간에서 짐을 떠받치던 내 손이 쓰러지고 위험한 계단이 어둠 속에 윤곽을 드러낸다               아주 오랜 세월   이건 너, 이건 떠도는 그림자들로 애태우는 너, 밝았다 어두워졌다 다시 너를 향해 갈 수는 없어 추위도 나를 절망케 해 아주 오랜 세월, 빙산이 이루어지기 전 물고기는 수면까지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았다, 아주 오랜 세월 나는 늘 조바심에 천천히 유동하는 밤을 보냈다 등불이 뾰족한 강철 끝에서 빛을 발하는 아주 오랜 세월, 寂寞은 바로 이 시계가 없는 방 떠나는 사람들조차 가지고 가는 열쇠, 아주 오랜 세월 짙은 안개 속에 휘파람을 불어 젖히며 다리 위 열차는 질주해 지나갔다 계절과 계절을 들판의 조그만 정거장에서 출발해 나무마다 머물러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며, 아주 오랜 세월               청년 시인의 초상   당신 옷소매로부터 질질 끌려진 영혼은 한도 끝도 없다, 당신이 밤낮으로 빠져 나간 끊임없는 문장들과 골목들, 당신이 태어났을 때 당신은 벌써 늙어 있었다 비록 당신 야망이 예전처럼 당신 대머리 가장자리를 따라 성장할지라도 당신이 틀니를 뽑자, 당신은 더욱 앳되어 보였다 당신은 등을 돌리자마자 이름을 공공변소의 벽에다 써 갈겼다 발육부진에 기인해, 당신은 매일 몇 알의 호르몬 약을 삼켜야만 했다 목청을 溫柔하게 만들고자 옆집 발정 난 고양이처럼 연거푸 아홉 번 재채기를 모두 종이에 떨으뜨렸다, 당신은 반복을 개의치 않았다 누차 돈을 깨끗하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매우 좋아했다 소방차는 미친 듯이 외쳐댔다 당신에게 찬양토록 일깨우며 보험료를 지불한 달빛이나 보험료를 지불치 않은 넓죽한 도끼를 찬양토록, 묵직한 도끼는 思想보다도 더 무게가 나갔다 날씨는 더럽게 추웠다, 피 모두 어두워지자, 밤은 동상에 걸린 발가락마냥 그렇게 마비되었다, 당신은 절름거리며 길가 덤불 속을 드나들었다 월계관을 쓴 얼간이들을 만나며 나무마다 각자의 부엉이가 있기에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골치가 아팠다 그들은 늘 과거사를 꺼내기 좋아했다 旣往之事를, 당신과 나는 모두 스컹크였다               가파른 벼랑 위 창문   나나니벌은 불안정한 자세로 꽃송이를 열고자 재촉한다 편지는 벌써 부쳐졌다, 일 년에 하루 물기 묻은 성냥이 다시는 나를 밝혀줄 수 없다 이리떼가 나무로 변한 인간들 사이를 빠져 나간다 눈 더미가 갑자기 녹았다, 다이얼 위에서 겨울의 침묵은 끊어졌다 이어졌다 바위를 뚫는 것은 결코 깨끗한 물이 아니다 도끼로 절단된 굴뚝의 연기는 공중에 똑바로 멈춰 서 있다 태양 광선의 호랑이 줄무늬 가죽은 벽에서 미끄러져 떨어진다 돌은 자라난다, 꿈은 방향이 없다 풀숲 속에서 흩어져 떨어지는 생명 언어를 찾고자 위를 향한다, 별들 파열한다, 發情난 강은 도시를 향해 무수한 녹슨 탄피들을 돌진케 한다 하수구로부터 음험한 관목들이 자라나고 시장에는 여인네들이 봄을 매점한다             빗속의 메모들   잠에서 깨니, 거리를 향한 창문은 창유리의 그 完整하고 평온한 고통을 보존한다 빗속에 점차 투명해지는 새벽, 내 주름살을 읽는다 책상 위 펼쳐진 책이 내는 바스락 바스락 소리, 마치 불이 탈 때 내는 소리처럼 마치 부채 같은 날개를 멋지게 뻗어, 深淵 위 上空에서 불꽃과 새가 함께 엉기는 것처럼   여기, 나와 영원불변의 저녁놀 사이에는 돌이 가득 떠 있는 강 사람의 그림자들 서로 밀치며 깊은 물 속에 빠지자 솟아나는 거품들은 위협한다, 별들도 없는 白晝를   땅에서 과일을 그리는 인간들은 배고픔을 忍耐하도록 운명을 타고 났다 친구들 사이 寄宿하는 인간들은 고독하도록 운명을 타고 났다 삶과 죽음을 초월해 노출된 나무뿌리에서 빗물이 씻어 내리는 것은 진흙, 풀 哀怨의 소리             전통에 관하여   산양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다 아치형 다리는 만들어졌던 날부터 벌써 노후되었다 호저*마냥 촘촘히 자라나는 年代 속에서 누가 지평선을 분명히 볼 수 있었을까 밤과 낮으로, 風磬*은 문신한 사내처럼 그렇게 음침하다, 선조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여 기나긴 밤은 묵묵히 바위에 기어든다 바위를 움직이고자 하는 바람은 山, 역사 교과서 속에서 盛衰하고 있는   * 호저 : 몸 길이는 90cm, 무게 27kg 가량이며, 몸에는 부드러운 털과 뻣뻣한 털,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털이 밀생하고, 머리에는 길고 뻣뻣한 털의 갈기가 있는 것도 있음. 꼬리는 짧 고 가시털이 났으며 위험이 닥치면 고슴도치처럼 몸을 둥그렇게 움츠림. * 風磬 : 처마 끝에 다는 경쇠.           어제부터   내가 이 曲에 들어갈 수 없으니 단지 몸 구부려, 레코드판 위에서 빙빙 돈다 희뿌연 시각 속에서 빙빙 돌 양으로 번개에 의해 고정되는 배경 속에서 어제는 꽃마다 그윽한 향기를 내뿜었다 어제는 접의자를 하나씩 폈다 모든 사람들을 앉게 할 목적으로 저 병자는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다 그들 눈 속의 겨울 해안은 끝없고 또 끝없다   단지 나는 겨울 해안으로 들어간다 혹은 반대로, 奧地로 깜짝 놀란 빨간 단풍잎들을 흩뜨리며 학교의 침침한 복도로 들어간다 온갖 날짐승들의 표본들을 마주 대하며             팔월의 몽유병자   해저의 石鐘은 두드려 울려 퍼져 울려 퍼져, 파도를 넘실거리게 한다   울려 퍼지는 것은 팔월 팔월의 정오엔 태양도 없다   젖으로 부풀려진 삼각돛은 표류하는 시체 위로 높이 치솟는다   높이 치솟는 것은 팔월 팔월의 사과들은 산마루로 굴러 떨어진다   오래 전에 꺼졌던 등대는 뱃사람들의 눈실 속에서 빛을 발한다   빛을 발하는 것은 팔월 팔월의 장터는 첫서리와 아주 가깝다   해저의 石鐘은 두드려 울려 퍼저 울려 퍼져, 파도를 넘실거리게 한다   팔월의 몽유병자는 한밤중에 태양을 보았다           이 한걸음   탑 그림자가 잔디밭을 가로지른다, 너를 향하기도 나를 향하기도 하면서, 시시각각 우리는 단지 한걸음의 거리 헤어지거나 다시 만남은 하나의 반복 출현하는 주제 : 미움은 단지 한걸음의 거리 하늘이 흔들린다, 공포의 지반 위에서 건물이 창문을 사방으로 열어 젖혔다 우리는 생활한다, 그 안에서 혹은 그 바깥에서 : 죽음은 단지 한걸음의 거리 꼬마는 벽과 말하는 법을 배웠다 이 도시의 역사는 노인들에게 봉해져 그들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 늙어 감은 단지 한걸음의 거리             언제나 그랬다오   언제나 그랬다오 불은, 겨울의 중심 나무들이 타올랐을 때 주위에 모여들기 원치 않았던 바위들만이 미친 듯이 짖었다오   사슴뿔에 걸린 鐘이 멈추었다오 생활은 한 번의 기회 오직 한 번 누구든지 시간을 체크하면 새삼 늙었다는 것을 깨닫는다오               유혹   예로부터 변함없이 그건 일종의 유혹이었네 뱃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제방이었네 비스듬한 육지가 해저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은 것은   돌고래가 별무리로 뛰어 올랐지만 다시 떨어졌고, 하얀 모래밭이 풍요로운 달빛 아래 사라졌고 바다는 제방을 넘쳐 텅 빈 광장에 밀려와 해파리가 온 등전주 위에 걸려 있고 바다는 계단을 기어올라 펑하고 문과 창을 깨로 들어와 바다를 꿈꾸던 이를 뒤쫓네             지하철 역   저 시멘트 전신주들은 본시 하천에 둥둥 떠있던 한 토막 토막 통나무들이었다 너 이걸 믿겠어? 매가 이곳에 날아온 적은 결코 없었다 설사 각양각색의 토끼털 모자들이 大路上에 드러나 있더라도 너 이걸 믿겠어? 단지 밤이 깊어 인기척이 없을 때 山羊만이 떼를 지어 마을로 쏟아져 들어온다 네온사인에 알록달록 물들며 너 이걸 믿겠어?               보살   흐르는 겉옷의 주름은 너의 잔잔한 숨결   네 휘두르는 천 개 팔뚝의 손바닥마다 휘둥그런 눈동자들 靜的인 고요함을 애무하나니 萬物을 끊임없이 엇섞으며 꿈처럼   수세기의 굶주림과 목마름을 견디며 네 이마에 박힌 진주는 망망 大海에서조차 비길 데 없는 위력의 상징 조약돌을 투명케 하나니 물처럼   성별이 없는 너 半裸의 유방이 부풀어 오름은 단지 母性을 갈구하는 욕망인가 속세의 고통들을 양육해 그것들을 자라게 하려는               詩藝   내가 종속된 이 거대한 집 탁자 하나만 남았을 뿐, 온통 주위는 끝없는 늪지로 에워싸였다, 달은 여러 각도에서 나를 비추고 해골처럼 깨지기 쉬운 꿈은 아직도 서 있다 멀리, 철거되지 않은 건축용 비계마냥 그리고 백지 위 진흙 발자국들 그건 오랜 세월 길러온 여우 불 같은 꼬리를 홱홱 움직이며 나에게 아첨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는   물론 너도 있지, 내 앞에 마주앉아 네 손바닥 안에서 마른 하늘에 번개를 쳐 마른 장작으로 변하기도 하고 다시 잿더미가 되기도 하는               장송가   과부가 찢어지는 눈물로 공양를 했다 偶像 앞에서, 어머니 젖을 기다리는 것은 세상에 갓태어난 굶주린 늑대 새끼들이었다 그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하나씩 하나씩 벗어났다 산봉우리도 우뚝 치솟으며, 나의 울부짖음을 전달하다 우리는 함께 농장을 포위했다   너는 밥짓는 연기가 감도는 농장으로부터 들국화 화환을 바람에 흩날리며 나를 향해 걸어왔다, 작으나 영글은 유방을 꼿꼿이 세우고 우리는 밀밭에서 마났다 밀이 화강암 위에서 미친 듯이 자라고 있었다 너는 바로 그 과부, 잃어버린 것은 바로 나, 나의 평생토록 간직했던 소중한 열망 우리는 함께 드러누웠다, 땀에 흥건히 배어 침대는 새벽 강에 떠 있었다             미심쩍은 곳   순식간에 사라지는 역사 좀처럼 파악키 어려운 여인들의 미소 모두가 우리 재산들이지 미심쩍은 것은 대리석에 대겨진 세밀한 무늬들이지 신호등은 세 가지 색깔로 계절의 질서를 상징하지 새장 안을 지켜보는 사람은 자신의 나이도 지켜보게 되지 미심쩍은 것은 조그만 여인숙의 빨간 양철 지붕이지 파란 이끼가 가득한 혓바닥으로부터 수은 같은 언어가 뚝뚝 떨어져 입체 교차로를 따라 사방팔방으로 내달리지 미심쩍은 것은 아파트의 침묵하는 피아노지 정신병원 속의 조그만 나무들은 몇 번이고 동여 매지지 쇼윈도 속 패션 모델은 유리 눈알로 행인들을 가늠하지 미심쩍은 것은 문지방의 맨발이지 미심쩍은 것은 우리 애정이지               우화   그는 그의 우화 속에서 살아간다 그는 이미 우화의 주인이 아니다 그 우화는 이미 되팔렸다 또 다른 뚱보의 손에게   그는 뚱보의 손에서 살아간다 카나리아가 그의 영혼이다 그의 목구멍은 보석가게에 있다 주위가 유리로 된 새장이다   그는 유리로 된 새장 속에서 살아간다 모자와 구두 사이에서 사계절의 호주머니는 열두 개 표정들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열두 개 표정들 속에서 살아간다 그가 배반한 강은 도리어 그를 바싹 추격한다 개의 눈알을 생각나게 하는   그는 개의 눈알 속에서 살아간다 온 세상의 굶주림과 한 사람의 풍요함을 본다 그는 그의 우화 속의 주인이다               여명의 청동 거울   여명의 청동 거울에 펼쳐지는 것은 여명 사냥용 매들이 하나의 초점에 모여든다 태풍의 눈은 고요하다 가수들이 구름처럼 떼를 이룬 해안 단지 얼어 白玉이 된 병원만이 낮게 신음한다   여명의 청동 거울에 펼쳐지는 것은 여명 뱃사람들은 절망적 忍苦 속에서 바위의 행복과 하늘의 행복과 작디작은 모래알들을 소중히 간직하는 말씹조개 껍질의 행복을 깨닫는다   여명의 청동 거울에 펼쳐지는 것은 여명 지붕 위 돛은 아직 올려지지 않았다 나무결은 광활한 바다의 형태를 펼친다 탁자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본다 결국 잃을 것이다 우리들 사이의 이 유일한 여명도               감전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람과 악수를 한 적이 있었다, 외마디 비명과 내 손은 화상을 당했고 낙인이 남겨졌다 내가 보이는 사람들과 악수를 할 때는, 외마디 비명과 그들의 손이 화상을 당했고 낙인이 남겨졌다 다시는 나는 감히 다른 사람들과 악수를 할 수 없었다 항상 내 손을 등 뒤로 감추어 놓을 뿐 그러나 내가 기도를 올릴 때면 하늘에, 두 손 모아 외마디 비명과 내 가슴 깊은 곳에 낙인이 남는다               공간   아이들이 빙 둘러앉아 있다 에둘러진 산골짜기 위에 아래가 무엇인지 모른 채   기념비 도시의 광장에 있는 검은 비 텅 빈 거리를 하수구는 통하고 있다 다른 도시를 향해   우리는 빙 둘러앉아 있다 불 꺼진 난로에 위가 무엇인지 모른 채               우리의 나이를 묻지 마라   우리는 천진난만한 숲속에서 초원을 나는 담요를 타고 하늘에 접근했었다   우리가 어떤 아파트를 점거했을 때 진리를 점거하듯 실수로 도시망에 들어온 버스는 콘크리트 절벽을 기어 올랐다 전선으로 속박된 집들 틈새로 밤은 이방인의 서신을 가지고 다녔다 계단은 느슨해졌다 덫에 걸린 돌사자가 우리 모두의 주인이었다   우리의 나이를 묻지 마라 냉장고 속의 물고기처럼 우리는 깊이 잠들어 있다 우리의 틀니는 컵 속에 놓여 있다 우리의 그림자들은 우리를 이탈해 다시 한 번 잘렸다 소맷부리로부터 자라난 시들은 가지는 송이송이 터뜨렸다 핏빛 입술들을             백일몽   1 가을의 폭행 후 얼음과 서리로 마취된 이 十一月은 벽 위에서 평평해지고 있다 어슴푸레 층층 겹겹이 이것은 골격이 석화되는 과정이다 네가 예정대로 돌아오지 못했기에 내 목구멍 속 과일의 씨는 따스한 돌이 되었다   나는 행동거지가 수상한 인물인 것 같다 새 계절의 열병식은 나의 창문을 두드린다 괘종시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은 흔들거리는 심장을 가지고 달린다 나는 시간을 무시해 몸을 돌리는 것에 개의치 않았다 내 컵 속에 있는 一年의 암흑으로부터   2 음악이 방출한 시퍼런 영혼은 담배 꼬투리에서 피어올라 문과 창 틈으로 출입한다   사과를 자르기 위해 재비를 갖췄건만 -그 속에는 씨도 없다 敵意를 자라게 하는 종자도 없었다   태양의 자기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유리방에서 자라난 頭髮은 해초와 같다, 진실을 회피하는   폭풍, 우리는 공항에서 길 잃은 迷兒였다 언제나 울음을 터뜨리고자 하는   와이드 스크린 영화 같은 소란 속에 먼지를 빨아들이는 코들이 서로 충돌했다   끊임없이 말했따 : 이것은 나 나 나, 우리들   3 중얼중얼 잠꼬대를 하는 책들으, 한데 배열되어 있다 새벽 3시에 異端의 불꽃을 기다리며   시간은 결코 고통스럽지 않았다 우리는 산림과 호수를 버리고 함께 모였다 우리가 왜 함께 모였을까 한 마리 양철 까마귀가 대리석 받침돌에 앉아 있다 그 영원한 사물의 용접한 곳은 결코 깨지지 않을 것이다   石棺 안에서 깨어난 인간들은 나와 함께 앉아 있다 우리의 生前과 時代를 함께 찍은 사진은 긴 책상 끝에 걸려 있다   4 네가 예정대로 돌아오지 못했기에 이별의 순간을 갖게 되었다 한 번 사랑의 여행이 때로는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할까   너를 위해 지하실을 비워 놓았다 마음의 純銀 수선화는 어둠 속에서 찬란히 피어났다 너는 온갖 나쁜 날씨를 마음대로 노하게 하고, 울부짖게 하니 창문을 열도록 너에게 구걸한다   책장을 열면 온갖 문자는 흩어지고 단지 하나의 숫자만 남는다 -내 좌석의 번호 창무 바로 옆에 있는 이 기차의 종착역은 바로 너   5 해바라기의 갓은 날개도 없이 난다 돌은 매끄럽고, 믿음직하다 본질의 완전함을 보전하며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은 심지어 山조차 젊어지며 저녁 종소리조차 반드시 설명될 필요가 없다   거대한 이무기는 허물을 벗으며 진화한다 -새끼줄로 매듭을 지어 생선들을 높은 곳에 걸어 놓는다 물웅덩이의 죽은 물은 무수한 번개를 불렀다 범과 표범의 반점과 줄무늬가 점차 쪽빛을 띠자 하늘은 벌써 통째로 삼켜 버렸다   역사는 고요하다 낭떠러지는 응시하고 있다, 강 위를 발원지로부터 표류하며 떠내려오는 어린이들을 이 인류의 어린이들을   6 나는 광장이 필요하다 하나의 광활한 광장이 그릇 한, 숟가락 하나 외딴 연의 그림자를 늘어놓기 위해   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사람들은 말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새장 속의 새는 산보가 필요하다 몽유병자는 빈혈적 햇빛이 필요하다 길이 맞닥뜨려지면 평등한 대화가 필요하다   인간의 충동들이 압축된 우라늄은 믿을 만한 곳에 맡겨져 있다   어떤 조그만 점포에서 지폐 하나, 면도칼 하나 한 봉지 극약의 살충제가 탄생했다   7 내가 죽던 그 해 나는 열 살이었다 공중을 향해 던진 공조차 아직 땅에 떨어지지 않았었다 네가 유일한 목격자였다 열 살에, 나는 알았다 그 후 나는 기어올랐다 들소를 운송하는 기차에 나는 기간이 지난 화물 명부에 기입되었다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오늘 아침 새 한 마리가 내가 펼친 신문을 날아 통과했다 너의 얼굴이 그곳에 박혀 있었다 오래 지속되었던 열정이 아직도 너의 눈동자 깊숙이 빛나고 있었다 나는 영원히 머물 것이다 네가 설계한 그림자 속에   8 얼마나 많은 해를 얼마나 많은 불 속으로부터의 도망자들은 해와 달의 빛을 봉쇄했었나 백마는 긴 붕대를 펼쳤다 말뚝이 석탄층을 관통했다 검붉은 피가 솟아 나온다 독거미는 그의 거물고줄을 뜯는다 하늘로부터 내려와 드넓은 대지 위에, 불덩어리들이 이리저리 구른다   얼마나 많은 세월에 얼마나 많은 강물이 말랐었나 은밀한 부분을 노출시키며 이것은 하나의 텅 빈 박물관이다 누구라도 몸을 그 속에 놓으면 자신을 진열품으로 여기게 된다 보이지 않는 시선들의 주목을 받는 마치 한 알 琥珀의 폭발 후 깨어 날아가는 천 년을 잠자던 조그만 벌레처럼   9 결국 어느 날 거짓말처럼 겁 없는 사람들이 거대한 라디오 속에서 걸어나왔다 재난을 찬미하며 의사는 하얀 침대 시트를 들어 올리며 병든 나무 위에 서서 격렬히 외쳤다 : 자유다, 면역 없는 자유 당신들을 독살했던   존재하는 것은 단지 소리뿐 얼마간의 간단하고 가냘픈 소리들 마치 單性生殖하는 생물들처럼 그들은 古鐘 위 銘文들의 합법적 계승자들이다 영웅들, 어릿광대들, 정치가들 가느다란 발목의 여인들이 이 소리들 속에서 어지럽게 몸을 숨긴다   10 손들이 헐떡거린다 술*들이 신음한다 무늬로 조각된 창살들이 서로 겹쳐진다 종이 초롱이 긴 복도를 관통해 막바지에서 꺼진다 화살 하나가 커다란 문을 때린다   位牌가 연거푸 쓰러진다 -연쇄반응하는 악몽이다 자손들은 위엄 있는 돌사자 입 속의 썩은 이빨들이다   그 해 경치를 잠갔던 정원엔 한 그루 나무만 남았다 그들은 술을 마신 후 속박을 벗어난다 나무를 둘러싸고 춤을 추며 그러나 狂奔은 예외다   * 술 : 수레 깃발 장막 등의 가장자리에 꾸밈새로 늘어뜨리는 것   11 네 情欲을 가을로 이끌지는 마라 이 불구자의 가을로 우렁차게 휘파람을 불어 젖히는 가을로   여인의 메마른 손은 해면을 스쳐 지나도 물 한방울 적시지 못한다 암초를 움직이는 저녁 노을은 너의 情欲 나를 불태운다   나의, 마음은 마른 우물 바다를 향한 갈망은 나를 바다로부터 격리시켰다 나의 시작을 향해 걸어가면-너 너의 끝은- 나   마침내 우리들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었다 서로를 외쳐 부르며 각각 다른 곳에서 쓸모 없는 이정표가 되었다   12 하얀 긴 두루마기가 그 존재하지 않는 곳을 향해 나부낀다 마음은 한여름 밤 맥박치는 물펌프처럼 까닭없이 느낌들을 마구 털어 놓는다 황혼의 晩餐이 끝나면 산은 흩어지고 하루살이들은 물 위에다 시를 쓴다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지평선의 頌歌   그림자는 결코 한 사람의 역사일 수 없다 가면을 쓰기도 하고 벗기도 하고 꽃은 계절에 따라 피어나고 거짓말과 비애는 분리될 수 없는 것 만약 가면들이 없다면 온갖 시계들이 무슨 의미를 계속 가질 수 있을까   영혼들이 암석 위에 본연의 모습을 드러낼 때 단지 새 한 마리만이 그들을 알아본다   13 은빛 늪지대를 가리키며 그는 말했다 저곳에서 전쟁이 일어났었다고 연기를 내뿜는 몇몇 나무들이 지평선을 따라 앞을 다투었었다 이미 지하에 묻혀버린 병사와 말들은  光을 번쩍이며, 밤낮으로 장군의 갑옷과 투구를 뒤쫓았었다   그러나 우리가 뒤쫓은 것은 이데올로기의 유탄들 속에서 자유롭게 도망치고 있는 짐승의 표피   그때 죽었던 병사들의 머리는 그믐달마냥 떠올라 사각사각 소리 내는 관목들을 넘어가며 예언자의 말투로 말했다 너희들은 결코 생존자가 아니야 너희들은 영원히 돌아갈 곳이 없어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휘파람을 불며 지나가 시대의 뒷모습을 때렸다 파리의 피 한 방울이 나를 전율케 했다   14 나는 해변에 앉을 운명이다 한 장 백지 위에서 오랜 얼룩 같은 단어들을 기다리며   출현하며, 질서와 혼란으로 벌집은 각양각색의 情欲을 양조한다 아흔 아홉 개의 시뻘건 산봉우리를   오르면, 공기는 희박해지고 이끼는 속마음을 헤아릴 수 없게 번지고 있다 하찮음, 이 속세처럼   陰謀들, 그들의 권력은 철근으로 지탱하고 있다 돌도차도 현기증이 날 수 있다니 이것은 필경 두려운 것이다   고도, 백지의 뒷면 어린이의 손은 그림자 놀이를 하고 광선은 해저로부터 온다, 교미한 한 쌍의 전기뱀장어로부터   15 토기동이에 웅크리고 앉은 밤은 넘치게 한다, 청량한 물을, 그것은 우리 사랑의 원천이다   회고는 흉터와 같고 내 일생은 네 다리 아래서 유동했던 모래 언덕 네 손 위에서 응집되어 하나의 번쩍이는 다이아몬드로 변했다   침상도, 방도 없었다 너무 좁아 우리는 떨어질 수 없었다   네 벽은 화장지처럼 엷었고 벽에 그려진 무수한 주둥이들은 낮은 음으로 돌림노래를 불렀다   네가 예정대로 돌아오지 못했기에 우리가 함께 마셨던 컵은 펑하고 깨졌다   16 광산은 아주 오래 전에 폐기되어 그 금속은 가늘고 긴 선으로 잡아당겨졌다   빛이 부엉이 몸을 관통하니 위와 신경계가 밤 하늘을 스쳐 지나갔다   古生物의 동맹이 해체되었다 화석으로 점착되는 작업   아직도 진행중인, 생존은 끝없는 하나의 集體冒險   생존은 끝없이 봄과 전쟁을 하고 있다   녹색 캐퍼필러가 롤러를 밀며 지나갔다 음울한 문명을   저 수은을 내뿜는 분수의 금속 꼭지가 地形을 변화시켰다   꿈도 꾸지 않는 편안함   17 몇 세기가 지나갔다 하루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가 내 손을 접촉했다 나선형의 계단처럼 상승하며 검고 흰, 광선들은 기와 지붕의 음계 위에서 변형되었다 한 그루 대추나무의 평안함으로 남자들의 목구멍들도 익어 여물었다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 책갈피에 끼워진 강철 회초리가 휘둘러지면 두근거리는 알록달록한 색채들 기나긴 세월 동안 격리되어 처량히 울부짖고 있다 한 장 觀光案內地圖가 나를 이끌로 지나가면 도시 속의 도시로 별들은 교활하고 잔인하다 어떤 한 사건의 핵심마냥   18 나는 항상 거리의 고독한 의지를 따라 한가롭게 거닌다 아, 나의 도시 단단한 유리 얼음 위에서 미끄러지는   나의 도시 나의 이야기 나의 수도꼭지 나의 쌓이고 쌓인 원한 나의 앵무새 나의 평형을 유지한 睡眠   양귀비꽃같은 향기 머금은 아가씨 슈퍼마켓에서 나와 훌쩍 지나가고 잭나이프 같은 표정을 띤 사람들 함께 차가운 겨울 광선을 마신다   詩는, 발코니처럼 무자비하게 나를 학대한다 때가 더덕더덕 붙은 벽들 항상 짐작했던 일이다   19 네가 몸을 돌리자 화강암은 붕괴되어 고운 流沙가 되고 네가 낯선 어조로 허공에 한 말은, 거짓이다 너의 미소가 얼굴만큼이나   어제 깊디깊게 심겨진 고난의 뿌리들은 가장 어두운 곳의 번개들 내 상상의 둥지를 때리고 있다 流沙의 폭포 속에서 나는 水晶이 부딪치는 음악을 듣는다   한차례 경미한 외과 수술은 우리가 부싯돌을 캐낸 눈 덮인 땅 위에서 참새가 남긴 손톱 자국들 실성한 겨울 마차 한 대가 한여름의 화염 속을 지나간다   20 방목은 일종의 견해를 진술한 것 熱病은 양들을 부풀게 하여 마치 애드벌룬이 상승하는 것처럼 전갈자리를 때렸다 熱風이 내 지붕을 휩쓸고 지나갔다 사방의 벽 속에서 나는 문자도 없는 하늘을 가만히 응시한다 문화는 일종의 共生現象이다 양들의 가치와 늑대들의 원칙을 포괄하는   시계 덮개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시야에는 메마른 강바닥과 몇 가닥 연기만이 보이고 있다 옛날의 성현들은 무한한 적막으로 인해 낚시를 던져 물고기를 잡았나 보다   21 은밀한 완두 꼬투리는 다섯 개의 눈을 가지고 대낮을 보려 하지 않으며 단지 어둠 속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다   색깔은 아기가 탄생할 때 내는 울부짖음   연회의 커버는 순결한 흰색 컵 속에는 죽음의 맛 -追悼詞가 증발시키는 역겨운 냄새   전통은 한 장의 항공사긴 山河가 축소돼 자작나무 무늬결이 되었다   항상 인간은, 다소곳이 복종한다 설교, 모방, 투쟁과 이들의 존엄에   격정을 찾는 여행자는 철새들의 황량한 서식지를 통과한다   석고상들이 창문을 열면 예술가는 뒤에서 망치로 그들을 잔인하게 두드려 깨뜨린다   22 弱音器 장치로 벙어리가 된 트럼펫이 갑자기 크게 울린다 이 위대한 비극위 연출가가 조용히 죽어간다 도르래를 장착한 두 마리 사자들이 고정된 궤도 위에서 아직도 동분서주하고 있다   새벽녙 동터오는 빛이 大路 상에 마비되면 무수한 주소들, 이름들, 시름들 우체통 속에서 밤새 비를 피한 꽥꽥 소리치는 화물 기차역의 오리들 창문은 하품을 한다 리졸 냄새나는 이른 아침에 당직 의사는 사망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비극의 중대함, 아 일상생활의 자질구레하고 번거로움   23 낮과 밤 사이에 틈이 생겼다   갑자기 언어가 진부해졌다 마치 첫눈처럼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증인들이 너를 겹겹이 에워쌌다 너는 땅에도 소나무 가지들을 줄줄이 꽂고 묵묵히 불을 놓았다 그것은 일종의 장례의식이었다 죽음의 언덕 위에서 나는 높은 곳에서 아래를 굽어 보았다 너는 누구냐 나와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가 하얀 학이 한 장 펄럭이는 종이를 펼쳤다 종이에 너의 회답이 써 있었건만 나는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너는 예정대로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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