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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동시에 또는 끝없이 다 말하기 / 황현산 댓글:  조회:1527  추천:0  2019-09-19
동시에 또는 끝없이 다 말하기 / 황현산           1         이지도르 뒤카스, 일명 로트레아몽은 1846년 4월 4일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났다. 원래 타르브 출신인 그의 아버지가 프랑스 영사관 일등서기관으로 이 남미의 도시에 파견되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시인이 태어난 지 20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 뒤카스는 1859년에 프랑스에 들어와서 1862년까지 타르브와 포의 리세에서 기숙생으로 수학했다. 그는 1865년 포를 떠났다. 우루과이로 되돌아간 것일까? 그러나 그는 1866년 파리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보르도의 시 경연대회에 참여하게 된 정황은 알 수 없지만, 그는 이 대회에 의 를 제출했다. 이 는 1869년 초, 당시 대회를 주관했던 에바리스트 카랑스의 잡지 에 수록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문학적 재능을 눈치채고 있었을까. 아니면 뒤카스의 건강상태가 정규 교육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생활비을 대주며 비교적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준 것일까. 말도로르의 는 1868년 저자의 이름 대신 '***'로 표시되어 출판되었다. 여섯 개 전체를 인쇄한 것은 브뤼셀의 라크르아 출판사이며, 책은 로트레아몽이란 이름으로 서명되었다. 그러나 라크르아는 검열을 두려워하여 감히 책을 판매하지는 못했다. 이지도르 뒤카스는 이듬해인 1870년 그의 의 원고를 파리의 한 출판사에 맡겼으며, 출판사는 이 원고로 5월과 6월에 소책자 두 권을 인쇄했다. 로트레아몽은 1870년 11월 24일 파리에서 죽었으며, 그 죽음의 정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어떤 증언도 확보되지 않았다. 당시 파리는 프로이센군에 포위된 상태였다.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생애, 기발하고 미완성 상태의 작품, 이 두 사실, 또는 사실 없음은 온갖 종류의 추측과 가정을 불러내고, 1930년대에 그린 살바도르 달리의 '편집증 비평' 삽화에 이르기까지 그것들 사이에 온갖 병합을 가능하게 한다. 는 끊임없이 독자들을 의아하게 하고, 당황하게 하고, 상이한 열정들을 퍼붓게 했다. 천재인가 광기인가, 아니면 그 둘의 동시 발생이거나 논리적 교체발생인가. 착란의 낭만주의인가 극한의 명석함인가, 비범하고 예외적인 즉흥의 산물인가, 준비되고 계산된 작품인가. 재능의 조숙한 폭팔인가. 아이로니컬한 의식의 조건없는 극단화인가, 비의주의의 고백인가, 모든 주장이 제시되었고 방어논리를 만들어내기에 성공했지만, 이들 논의에는 진정한 발전이 없었다. 한 논의가 다른 논의보다 앞설 수도, 서로 간에 이해의 깊이를 줄 수도 없었으며, 종합적 발전이 시도될 수도 없었다. 오직 만이 어떤 심리적이거나 전기적 지침이 없이 여전히 덩그렇게 그러나 요란하게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부인할 수 없는 것이라면, 로트레아몽은 낭만주의의 모든 유산을 그 두뇌 속에 끌어안고 그것들을 즉각적인 방식으로 이용하며 한편으로는 재검토했다는 점이다. 우선 로망 누아르의 작가들, 바이런, 미츠키에비치, 보들레르 등이 그에게 각기 다른 방식의 영감을 주었다. 그는 외젠 쉬의 작품에서 '로트레아몽'이라는 필명의 착상을 얻었으며, 동시대 작가인 퐁송 뒤 테라유를 읽었으며, 1870년에 발간된 아폴리트 텐의 을 읽고 인용하였다. 장샤를 슈뉘 박사의 에서 몇 개의 문단을 문자 그대로 인용하였으며, 당연히 비슬레를 읽고 에 그 흔적을 남겼다. 로암 누아르는 그에게 주제나 이미지보다 그 시대의 문학에 유례가 없는 어떤 개성적인 작품, 문학의 개념 자체를 문제삼는 새로운 착상의 문학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에서 19세기 말은 그에 합당한 시인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인성, 패륜, 유혈 취향, 꿈과 강박관념의 악용 등이 때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때로는 서투르고 황당하게 작품 속에 끼어들어와 독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의 중심에는 하나의 드라마, 심리적이기보다는 윤리적이고, 윤리적이기보다는 형이상학적인 드라마가 들어 있어서, 인간 존재를 신에게 연결시키고, 창조물들을 창조주에게 연결시키는 관계 하나를 만들어낸다. 특히 로트레아몽은 창조주의 본질 속에서 악을 발견하며, 고통과 타락에 빠진 세계의 부조리와 공포에 저항하지만, 선과 정의의 미명으로 고통을 생산해내는 자에 대항하는 이 싸움이 무기력할 뿐임을 매번 의식한다. 로트레아몽이라는 이 신비로운 인물은 파우스트, 맨트레드, 카인같은 낭만주의적 반항자들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것이다. 그러나 전지전능한 신에 의해 창설된 "질서"에 저항하여 그가 일으키는 반란은 논리적인 토론의 말로 번역되지 않는다. 강력한 분노는 과장과 비논리로 치닫고, 급기야는 창조된 인간 존재들의 태생적 결함을 드러내기까지 한다.     뒤카스가 사납고 악취나고 점액질에 덮인 동물 군상들을 자신의 동류로 삼으려 할 때, 그 정신은 변신 그 자체가 반역의 한 방식인 세계의 초상을 강조한다. 변신하는 자는 신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인간 집단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하는 자이다. 그는 이렇게 변신으로 반역자의 이미지를 만들고 그 내부 성향 변질을 시도한다.   이지도르 뒤카스는 로트레아몽의 얼굴을 둘러쓰고, 로트레아몽은 말도로르의 인격을 자신의 인격으로 확보한다. 이 과정은 두번째 번혁으로 이어진다. 말도로르는 냉소적이고 용납하기 어려운 주의력을 사용하여 지속적인 관찰을 할 때 그 자신이 동물이나 사물의 모습을 둘러쓰고, 그 모습의 동물이나 사물로 변화한다. 이 몸과 의식의 대체는 뒤카스의 동급생이었던 다제가 첫 버전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바로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서로 교환될 수 없다 하더라도 변신이 가장 중요한 서사가 되는 한 세계가 구축된다. 이 의 끝에서 머빈은 팡테옹의 돔 위에 내던져지나 마침내 시체 이상의 어떤 것이 된다.     바슐라르는 의 이미지들이 운동과 속도와 직접성을 특징으로 삼는다는 점을 통찰했다. 이 점에서 랭보의 시적 운동감과 전혀 다른 로트레아몽의 시적 박자는 그렇다고 해서 밀도를 목표로 삼지 않는다. 그의 박자는 자주 웅변에 이르고, 웅변은 학술용어의 나열과 반복을 이용한다. 그것은 마치 강박증이 어떤 간결성을 요구하고 고정관념이그 반대급부로 풍요로운 지각으로 환화된 표현을 요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완화된 표현은 정열의 거침없는 분출에서 생겨난 것이어서 어떤 단일한 형식으로 요약되지 않는다.     창조주에게 던지는 분노는 신비논리와 양면감정을 요구한다. 악은 선과 분리될 수 없으며, 미와 그 세련의 개념은 추악함과 혐오의 현실과 균형을 맞추며, 불면의 강박증은 명철성에의 예찬과 짝을 이룬다. 의식은 날카로워야 하지만 예민한 의식은 당연히 고통을 빚어내기에 의식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부터 거의 지속적인 긴장이 생겨나고, 폭력과 자주 냉소적인 위로의 교차운동이 성립하여, 우아함과 미에 대한 무서운 관상으로 연결된다.     로트레아몽은 시 본래의 기능이 말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들을 감염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가 퇴고한 흔적들을 살펴보면 너무 명백한 것들을 지우고, 한층 내적인 드라마를 지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교적 도덕적 가치의 코드가 무너지는 것을 느끼는 한 청년의 비극이 드러나는 이들 문단은 독서의 잔영들을 닦고 있으며, 모든 시적 인습을 완전히 청산하고 언어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려는 모든 갈등 가운데 가장 강력한 문단들이다.     로트레아몽은 이후 을 쓰면서, 그 어조와 의도에 믿기 어려운 변화를 드러냈다. 깊고 광범위한 사디즘은 냉정하고 계산된 유희에 자리를 넘겨주었다. 어떤 연구자들은 시적 혈맥이 고갈되는 기미를 보고, 또다른 연구자들은 정신병의 영향이 커진 탓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보다는 하나의 시 형식이 다른 형식으로 전화된 것일 뿐일까. 뒤카스는 에서 잠언의 형식을 빌려 말한다.         나는 우울을 용기로, 의혹을 확신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악의를 선으로, 한탄을 의무로, 회의주의를 신념으로, 궤변을 차분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오만을 겸손으로 대체했다.         그는 모든 불안과 저항의 시를 거부하고, 장자크 루소, 보들레르, 앨런 포를 배척했다. 그는 자기 시대의 "위대한 물렁머리들"을 탄핵하고 새로운 사상의 지도에 자리를 잡는다. "감정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불완전한 추론의 형식이다." 그는 1870년 2월 한 출판업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다. "저는 제 과거를 부인합니다. 저는 이제 희망만을 노래합니다."      이 모든 것이 유희나 연출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의 두번째 책자는 정확한 계산에 전념하면서, 단테, 보브나르그, 라로슈푸고, 파스칼 등의 명구에 손질을 하고 이를 적당히 변형하고 꿰어 맞춘다. 그렇더라도 수수께끼는 여전히 남아 있다. 로트레아몽은 자신의 "저주받은" 시를 넘어섰을 뿐만 아니라 부인하는 것이 아닐까. 그는 마침내 과학적 정신이 승리하는 성숙과 절제의 시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제 그가 신앙과 선과 겸손에서 착상을 얻고 있다는 것이 사실일까. 이라는 명명 자체가 냉소적인 것은 아닐까. 미래의 책에 붙일 프롤로그로서 은 깊은 모호성을 지키고 있다. 의 아포리즘은 유명해진 저자들의 텍스트를 은밀하고 성상파괴적인 기쁨으로 다시 손질하는 어떤 재치처럼 거꾸로 읽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떤 경우건 은 냉정하고 지성적인 말도로르의 출현을 말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자체는 문학에 절대적으로 새로운 어조를 가져왔다. 신비의 인물 뒤카스-로트레아몽-말도로르는 그 유혈 낭자한 독신(瀆神)의 말과 함께, 낭만주의를 과장하고 새롭게 하는 방식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시적 사고의 양식 하나를 빚어내고 그 비전들을 세분하여 그 하나하나에 자율성과 고유의 힘을 남겨둠으로써 낭만주의가 낳은 가장 피상적인 마스크 아래에서까지 그 깊이를 측장했던 것이다.           2         로트레아몽의 글쓰기 방식에 관해 특별히 말해야 한다. 는 여섯 편의 노래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노래들은 다시 산문시 혹은 '절'로 나뉜다. 각각의 절은 독립적인 '산문시'로서, 즉 시가 지닐 법한 치밀함과 풍부함을 보여주지만 시가 지니는 형식상 특징은 전혀 없다. 게다가 시적 기법 역시 다양하다. 첫번째 노래부터 세번째 노래까지, 개개의 절은 각기 개별적인 서사를 이루지만,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와 반복되는 테마를 갖추고 있다. 이와는 달리, 네번째 노래와 다섯번째 노래는 일견 의미에 닿지 않는 헛소리, 중간에서 잘린 이야기들, 의사(擬似) 과학적인 여담들, 시에 대한 견해들로 점철되어, 요컨대 횡설수설로 빠져든다. 마지막 여섯번 째 노래는 앞의 다섯 노래들과의 단절을 선언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삼십쪽짜리 짧은 소설"이 이어질 것을 약속한다. 그런 다음 사악한 인물이 한 사춘기 소년을 유혹하는 이야기가 신문 연재소설, 특히 외젠 쉬가 유행시킨 스타일로 펼쳐진다(사실 뒤카스는 자신의 가명을 이젠 쉬의 한 인물, 라트레오몽에서 빌려왔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서사는 또 무너지면서 일견 종잡을 수 없는 여담들이 들어서고, 다시금 이야기가 개시될 때에는 거기 광적인 속도가 붙어 마치 초안용 개요처럼 읽힌다. 결말부에서 말도로르의 마지막 희생자인 청년 머빈은 손에 화환을 부여잡은 채, 프랑스의 저명한 인사들이 묻혀 있는 팡테옹의 돔에 매달려 죽는다. 로트레아몽은 이렇게 자신이 창조물인 머빈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 프랑스 문학의 거장들 사이에 올려두는 것이다.     그럼에도 몇몇 요소가 여섯 편의 노래 전체에 걸쳐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중 하나는 말도로르로서, 화자와 종종 동일시되는 이 기이한 주인공은 신과 인간에 대항하는 전투를 이어가면서, 신 혹은 신의 사자들과 일련의 유혈 낭자한 시합을 벌인다. 한계가 없어 보이는 그의 잔인성에 필적할 만한 것은 창조자의 잔인성뿐일 것이다(가령 그는 신이 인간의 몸으로 배를 채우는 것을 발각한다). 잡종 생물들 간의 기이한 싸움이, 마찬가지로 기이한 짝짓기(말도로르와 암컷 상어, 블독과 소녀)와 갈마든다. 인물들은 동물로, 심지어 괴물로 변신하고, 이 변신들이 서사를 구획짓는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통일적 요소는 이 노래들이 자체의 문학적 상황을 끊임없이 돌아본다는 점이다. 는 문학의 역사 및 전통 수사학에 대한 성찰이 된다. 작품 첫 절부터 그 형세가 잡힌다.        하늘의 뜻이 다르지 않아, 독자는 부디 제가 읽는 글처럼 대담해지고 별안간 사나워져서, 방향을 잃지 말고, 이 음울하고 독이 가득찬 페이지들의 황량한 늪을 가로질러, 가파르고 황무한 제 길을 찾아내야 할지니, 이는 그가 제 독서에 엄혹한 논리와 적어도 제 의혹에 비견할 정신의 긴장을 바치지 않는 한, 마치 물이 설탕에 젖어들듯이 책이 뿜어내는 치명적인 독기가 그 영혼에 젖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시의 고전적 토포스(하늘에 대한 기원)로 말문을 열면서, 는 스스로를 '시'로 규정한다. 마치 독자의 옷깃을 달기며, "이봐, 나도 시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절의 나머지 부분 역시 두 차원에서 작동하여, '이야기' 혹은 '시'를 구성하는 동시에 이야기와 시에 대해, 특히 당대에 퍼진 시들에 대해 논평한다. 예를 들어, 서두용 기원문은 이미 그 자체로 시다. 그와 동시에, 이 기원문은 그 시적 속성을 독자에게 알리고("사납고" "음울하고" "독이 가득한" 지도 없는 영역으로서, 요컨대 위험하다). 독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의 목록을 작성하는 한편("대담"해질 것, "제가 읽는 글처럼 대담해지고 별안간 사나워"질 것. "엄연한 논리"와 "정신의 긴장"을 지닐 것). 우회 및 위반의 능력이 없는 "소심한 영혼"을 독자 대열로부터 제외시킨다("뒤이어지는 페이지들을 모든 사람이 다 읽는 것은 좋치 않다") 게다가, 이 기원문은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강령을 세운다. 읽기에 착수한다는 것은 황무하고 위험한 지대에서 길을 찾는 일에 가깝다. 소심한 독자를 이동중인 철새에, 즉 폭풍이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고 경로를 벗어나 "철학적이며 더욱 확실한 또하나의 길"로 접어드는 저 "추위 타는 두루미"에 빗대는 긴 비유는, 텍스트와 독자 사이의 관계에서 필수적인 우회 및 방향전환 작전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의 메타시학적 의미를 보여준다. (두루미가 폭풍을 피하는 식으로 불길한 텍스트를 피하지 않고) 읽기의 위험한 속성에 대한 경고를 실제로 읽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소심한 영혼"(읽지 않는 자)에 반대되는 존재로, 즉 독자로 규정한다. 한 줄 한 줄 읽어나가면서, 독자는 자신이 "읽는 글만큼 대담해지고 또 별안간 사나워"지는데, 그러한 성질이 텍스트 특유의 것이어서라기보다는 '읽기'가 텍스트와의 관계로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이 관게가 마음을 녹이는 시의 힘에 수동적으로 굴복하지 않는 대담함과 사나움을 만들어낸다(그렇지 않으면 "마치 물이 설탕에 젖어들듯이 책이 뿜어내는 치명적인 독기가 그 여혼에 젖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 도입절은 '텍스트'와 '독자'만을 언급하며, 이때 시인 자신, 서정적 자아의 부재가 눈에 띈다.에서 시의 소통은 '저자'를 거치지 않고 텍스트와 읽기 행위의 독특한 마주침으로 이루어진다. 읽기 행위는 그토록 사납고 대담해져 전통적으로 시인에게 속해 있다고 간주되던 힘을 찬탈한 것이다. 낭만주의 전통에서 시를 읽는 독자는 영감을 받은 '나'의 행로를 따르게 되어 있었던 반면, 로트레아몽은 이 시적 자아의 우선권 및 지배권을 무너뜨린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에서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바, 여기에서 뒤카스는 "이 세기의 시적 신음소리들은 궤변에 지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맹렬한 비판에 착수한다.     간단히 말해, 로트레아몽은 낭만주의 명사 인명록에 폭탄을 던진다. 그뿐만 아니라, 고전주의와 결별한 낭만주의가 시인 개인의 영감, 달리 말하면 독창성을 떠받들었던 반면, 는 뻔뻔스럽게 다른 작가들에 의해 전범이 되다시피 한 테마, 상황 설정, 문체 등을 차용한다. 보들레르, 단테, 괴테, 위고, 라마르틴, 사드, 스콧, 세익스피어, 쉬 등의 텍스트가 누가 봐도 빤할 정도로 비쳐 있다. 게다가 로트레아몽이 제공하는 상호텍스트의 풍경은 엄밀한 의미의 문학 바깥까지 뻗어나간다. 그는 과학 텍스트들에서 - 특히 장샤를 슈뉘의 (1850~1861)에서 - 단락 전체를 그대로 옮겨온다. 현대문학의 절묘한 묘기 중 하나로 인정되는 단락을 예로 들자면, 로트레아몽은 슈뉘 박사에게 '빌려온' 찌르레기떼에 대한 긴 묘사로 다섯번째 노래를 시작하는데, 이들의 복잡한 비행 방식이 교묘하게도 의 작법에 대한 훌륭한 설명이 되어, 시적 음성의 고유성 및 권위를 무너뜨린다.         찌르레기 군단은 그들 나름의 비행 방식이 있어서, 일사분란하고 규칙적인 어떤 전술을 따르기라도 하는 것 같은데, 오직 대장 한 사람의 목소리에 정확하게 복종하는 훈련된 군대의 전술이 그럴 터이다. 찌르레기들이 복종하는 것은 본능의 목소리인 바, 비행 속도는 끊임없이 새들을 바깥쪽으로 끌어가는 나머지, 자성(磁性)을 띤 동일한 한 점을 향하려는 공통된 경향으로 결속된 이 새들의 집단은 쉴새없이 오고가고 온갖 방향으로 순환하고 교차하는 가운데, 일종의 매우 격렬한 소용돌이를 형성하니, 그 덩어리의 총체는 명확한 방향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그 자기를 돌며 자전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그 각 부분이 저마다 순환운동을 하는 결과인지라, 그 중심은 끝없이 확산되려는 경향을 지니면서도, 그 주변을 옥죄는 대열의 반동에 의해 끊임없이 압박받고 제한되어, 이들 대열 가운데 어떤 대열보다 밀도가 높으며, 주변 대열들도 중심에 가까울수록 그만큼 더 밀도가 높다. 이런 소용돌이치기의 기이한 방법에도 불구하고, 찌르레기들은 보기 드문 속력으로 주변 공기를 찢고, 그들 피로의 종점과 그들 순례의 목적지를 향해 매초마다 한 뼘씩 소중한 비행공간을 뚜렷하게 정복한다. 그대도, 마찬가지로, 이 장절들 하나하나 노래하는 나의 기이한 방법에 마음쓰지 말라.         찌르레기의 비행도, 로트레아몽의 글쓰기도 얼핏 방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찌르레기들도, 그의 문장들도 각기 제가 날아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가고,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이제 글쓰기에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한다는 강령은 없다. 찌르레기 한 마리 한 마리가 동시에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날아가듯이, 뒤카스의 글쓰기는 그의 모든 욕망이 동시에 제가 원하는 말을 한다. 그러나 찌르레기는 로트레아몽에게도 비행과 글쓰기에는 그들 원하는 방향이 있다. 글의 목표를 위해 순간을, 그 순간의 욕망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브르통이 특히 에서 '무결점의 선배'라고 말하던 뒤카스의 초현실주의적 글쓰기가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다. 에서는 한 인간의 모든 기억과 욕망이 모든 방향에서 한꺼번에 말한다.   끝  
14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끝) 댓글:  조회:1267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끝)           여섯번째 노래(2)       8.       수면유도 콩뜨의 골수를 기계적으로 구축하려면, 어리석음을 해부하고 독자의 지성을 거듭되는 동일 처방으로 강력하게 둔화시켜, 피곤이라는 확실한 법칙으로 남은 생애 내내 그 능력을 마비상태에 빠뜨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기에 더해서, 동물자기유체를 주입하여, 독자를 몽유병자의 동작불능상태에 빠뜨리면서, 눈을 뚫어지게 응시하여 독자의 눈을 그 본성에 거슬러 강제로 흐려지게 해야 한다. 나를 더 잘 이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만 가장 통절한 화음을 통해 동시에 흥미롭기도 하고 신경에 거슬리기도 하는 내 생각을 전개하기 위해서일 뿐이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정한 목표에 도착하기 위해 자연의 일반적인 발걸음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으며 그 유해한 숨결이 절대적인 진리조차 전복시킬 것 같은 시를 창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잘 성찰하면, 적어도 미학적 규칙에 일치하는) 그와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말하고 싶었던 바다. 내 온갖 노력을 다하여 거기에 이르려는 까닭이 이것이다! 내 어깨에 달려 내 문학적 깁스를 음울하게 깨부수는 데 사용되는 긴 두 팔의 환상적인 메마름을 죽음이 정지시킨다면, 나는 최소한 독자가 상복을 입고 이렇게 마음속으로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를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 그는 나를 아주 바보로 만들었다. 그가 더 오래 살 수 있었다면, 무슨 짓을 하지 않았으랴! 그는 내가 아는 한 가장 휼륭한 최면술 교사였다!" 이 몇 마디 말이 내 무덤의 대리석 위에 새겨질 것이며, 구멍 밑바닥에서 움직이는 물고기 꼬리 하나가 있다. 이렇게 자문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았다: "물고기가 어디 있지? 움직이는 꼬리밖에 보이지 않는데." 정확히 말해서,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고 암묵적으로 고백한 이상, 사실상 물고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비가 모래에 파인 깔때기형 구덩이 바닥에 물을 몇 방울 남겨둔 것이다. 뒷굽이 망가진 장화에 관해 말한다면, 어떤 사람들은 그때 이후로 그것이 고의적인 유기의 탓이라고 생각해왔다. 갈색 대게는 신력(神力)에 의해서 분해된 원자로부터 재생하게 되어 있었다. 내게는 우물에서 물고기 고리를 끌어내어, 만일 창조주에게 그 수임자가 말도로르 바다의 성난 파도를 진압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갈해준다면, 잃어버린 몸뚱이를 붙여주겠다고 약속했다. 대게가 알바트로스의 날개 두 개를 빌려주자 꼬리는 날아올랐다. 그러나 꼬리는 배교자의 처소 쪽으러 날아갔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에게 고자질을 하여 갈색 대게를 배신할 판이었다. 대게는 스파이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세번째 날이 끝을 맞기 전에, 독화살로 물고기 꼬리를 꿰뚫었다. 스파이의 목구멍은 약한 외마디 소리를 내 질렀으며, 그것이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내쉰 그의 마지막 숨결이었다. 그때에, 성관(城館)의 지붕 꼭대기에 놓였던 백 년 묵은 대들보가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신장을 다해 우뚝 서서, 큰 소리로 복수를 요구했다. 그러나 코뿔소로 둔갑한 전능한 자는 그 죽음이 마땅한 죽음임을 코뿔소에게 가르쳤다. 대들보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성관 깊은 자리로 다시 돌아가 본래의 수평 자세로 눕더니, 놀란 거미들을 불러 옛날처럼 구석구석에 계속해서 줄을 치게 했다. 유황빛 입술을 가진 남자는 제 동맹자의 허약함을 알았으니, 이것이 바로 관을 쓴 광인에게 대들보를 불태워 재로 만들어버리라고 명령한 까닭이다. 아곤은 이 엄명을 수행했다. 그는 외쳤다. "그대의 말에 따르면, 그때가 왔나니. 나는 돌 밑에 묻어두었던 반지를 다시 꺼내려 여기에 왔으며, 그것을 밧줄의 한 끝에 묶었다. 그것이 그 꾸러미다." 그리고 그는 서리서리 감은 육십 미터 길이의 굵은 밧줄을 내보였다. 그의 주인은 열네 자루 단검이 무슨 일을 했는지 그에게 물었다. 그는 단검들이 여전히 충성스러우며, 필요할 시 모든 사태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대답했다. 도형수는 만족감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곤이 덧붙이는 말에 놀라운, 불안하기까지 한 기색을 보였는데, 그 말인즉 수탉 한 마리가 부리로 샹들리에를 두 쪽으로 가르고 그 부분 하나하나에 차례차례 시선을 담그더니, 열광적인 몸짓으로 날개를 치며 이렇게 소리지르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패가(街)에서 팡태옹 광장까지는 생각하는 만큼 멀지 않다. 머지않아, 그에 대한 비통한 증거를 볼게 될 것이다." 갈색 대게는 사나운 말 위에 올라타고, 문신한 팔에 의한 곤봉 투척의 목격자이자 물에 상륙한 첫날의 은신처인 암초를 향하여 전속력으로 달렸다. 순례자들의 단체가 그날 이후 고결한 죽음으로 성지가 된 이 장소를 방문하려고 행진중이었다. 대게는 그들을 따라잡아, 준비중에 있는 음모,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음모에 맞서 긴급한 조력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그대는 몇 줄 뒤에서 내 얼음 같은 침묵의 도움을 받아, 대게가 시간 맞춰 도달하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밤의 축축한 이슬로 여전히 젖어 있는 카루젤 다리가 아침 일찍 갑자기 나타나 제 석회질 난간에 부딪친 이십면체 자루의 리드미컬한 반죽 이기기에 놀라 동심원을 겹겹이 그리며 어지럽게 넓어지는 제 생각의 지평선을 보며 공포를 느끼던 날, 건축중인 가옥 옆의 비계 뒤에 숨어 있던 한 넝마주이가 보고했던 것을 그들에게 이야기하지 못할 것임을 알게 되리라! 대게가 이 에피소드의 추억으로 그들의 동정심을 선동하기 전에, 그들은 자시들 안에서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는 편이 잘한 일일 터--- 그대의 게으름을 깨뜨리려면, 선한 의지의 자원을 활용하시고, 나와 나란히 걸으며, 그 미치광이를 시야에서 놓치지 마시라. 머리에 요강을 쓰고, 내가 수고롭게 주의를 촉구하며 머빈이라고 발음되는 낱말을 그대의 귀에 불러주지 않으면 그대가 알아보는 데 고생께나 해야 할 그 소년을 곤봉으로 무장한 손으로 앞으로 밀고 나가는 그자를. 소년은 얼마나 변했는가! 양손이 등뒤로 묶인 채,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교수대로 가는 꼬락서니지만, 그러나 그는 어떤 중죄도 저지른 적이 없다. 그들은 방돔 광장의 원형 내부에 도착했다. 육중한 원주의 전망대 위, 지상 오십 미터도 넘는 높이에서, 정방형 난간에 기대어, 한 사내가 밧줄을 던져 굴리니, 그 끝이 아녹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땅바닥까지 늘어진다. 습관이 붙으면 일을 재빨리 처리한다. 그런데 나는 아곤이 밧줄 끝으로 머빈의 두발을 묶는 데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코뿔소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 땀을 뒤집어쓰고, 그는 카스틸리온가 모퉁이에 헐떡이며 나타났다. 그는 싸움을 거는 만족감조차 없었다. 원주 꼭대기에서 주변을 살펴보는 인간은 리볼비에 탄환을 장전하고 신중하게 조준해서 방아쇠를 당겼다. 아들의 광기라고 생각되는 것이 시작된 날 이래로 거리에서 구걸을 하던 함대사령관과 극도로 창백한 얼굴빛 탓에 백설소녀라 불렸던 어머니는 코뿔소를 지키기 위해 자기들의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 헛수고. 총알은 나사송곳처럼 피부를 뚫었다. 논리의 겉보기를 따른다면, 죽음이 착오 없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확신할 수 있었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그 후피동물(厚皮動物) 속에 주의 실체가 들어가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는 슬픈 마음으로 물러났다. 그가 제 피조물 하나에게 지나치게 호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원주 위의 사내를 동정했으리라! 사내는 손목을 거칠게 움직여 그렇게 짐이 실린 밧줄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긴다. 밧줄이 수직선을 벗어난 탓에, 그 진동은 머리가 아래쪽을 향한 머빈을 흔들어댄다. 소년은 제 이마가 부딪치는 최대의 두 인접각을 연결시티는 에델바이스의 긴 꽃줄을 급하게 움겨잡는다. 그는 고정상태가 아닌 그것을 제 몸과 함께 공중으로 가져간다. 머빈이 청동 오벨리스크의 중간 높이에 걸려 있도록, 밧줄 대부분을 중첩된 타원형으로 제 발끝에 쌓은 다음, 그 탈옥 도형수는 오른손으로 소년에게 원주의 축과 평행한 면에서 회전하는 등가속 운동을 하게 하고, 왼손으로는 밧줄을 뱀처럼 감아올려 제 발끝에 눕힌다. 투석기가 공중에서 휘파람을 분다. 머빈의 몸은 어디에나 그걸 따라가며, 언제나 구심력에 의해 중심에서 멀어지고, 언제나 물질에서 독립된 공중 원주의 형태로 이동하면서도 등거리를 벗어나지 않는 제 위치를 유지한다. 문명화된 야만인은 자칫 강철봉으로 착각할 것을, 굳센 장골로 붙들고 있는 다른 쪽 끝에 이르기까지 조금씩 조금씩 풀어놓는다. 그는 한쪽 손으로 난간에 달라붙어서, 그 주위를 달리기 시작한다. 이 작전은 밧줄의 최초 회전면을 바꾸어, 벌써 괄목할 만한 그 장력을 한층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제부터, 그는 감지할 수 없는 발걸음으로 여러 경사면을 가로 질러 차례차례 통과한 뒤, 밧줄을 위엄 있게 수평면으로 돌린다. 원주와 식물성 섬유로 만들어진 직가은 두 변의 길이가 동일하다! 배교자의 팔과 살인 도구는 암실을 투과하는 빛살의 원자 요소처럼 단일 직선으로 용해된다. 역학의 정리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게 한다. 아아! 하나의 힘이 또 하나의 힘에 첨가되면 최초 두 힘으로 이루어진 합력을 낳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직선의 밧줄은 격투기 장사의 완력이 없었어도, 질 좋은 대마가 없었어도, 벌써 끊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감히 누가 주장하는가? 금빛 머리칼의 해적은 갑작스럽게 그리고 동시에 확보된 속력을 멈추고 손을 펴 밧줄을 놓아버린다. 앞의 조작과 완전히 반대되는 이 조작의 반동은 난간의 연결부를 삐걱거리게 했다. 머빈은 뒤에 줄이 달려, 불타는 꼬리를 뒤에 끌고 가는 혜성을 닮는다. 조여 자기매듭의 쇠고리는 햇살에 번쩍거리며 저 자신에게 환각을 완성하라고 촉구한다. 포물선을 그리는 행로에서, 사형수는 대기를 가르고 강의 좌안까지 이르러, 내가 무한하다고 가정하는 추진력의 도움으로 강변을 넘어서고, 그의 몸이 팡테옹의 돔을 때리려는데, 밧줄 일부가 그 꿈틀거림으로 거대한 원형 천장의 상부 벽을 휘감는다. 모양만 오렌지를 닮은 그 볼록꼴 구형의 표면에는 하루 내내 말라빠진 해골 하나가 걸려 있는 것이 보인다. 바람이 해골을 흔들 때, 라탱 지구의 학생들은 그와 같은 운명이 두려워 짧은 기도를 올린다고들 이야기한다. 믿을 필요가 없는 무의미한 소리지만, 오직 어린애들을 겁주기에는 그만이다. 해골은 그 오그라진 손에 오래된 노란 꽃으로 엮인 커다란 리본 같은 것을 쥐고 있다. 거리를 고려해야 하나. 어느 누구도, 시력이 좋다는 보증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정말로 내가 말했던, 그리고 새 오페라좌 옆에서 벌어진 불평등한 싸움이 거대한 좌대에서 떨어져나가는 것을 목도했던 그 에델바이스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렇지만 초승달 모양의 모직물들이 이제 더이상 4배수에서그 결정적 대칭성의 표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내 말을 믿기 싫으면 직접 가서 보시라.     여섯번째 노래 끝   말도로드의 노래 끝  
13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9) 댓글:  조회:1248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9)           여섯번째 노래(2)       7       금빛 머리칼의 해적은 머빈의 답장을 받았다. 그는 이 기이한 서면에서 자신이 꾀한 교사(敎唆)의 연약한 힘에 굴복하여 그것을 쓴 자가 지적으로 흔들린 흔적을 따라간다. 그 젊은이는 낯모르는 사람의 우정에 답하기 전에 자기 부모와 상의하는 것이 훨씬 더 나았을 터이다. 이런 수상쩍은 술책에 주역으로 엮여보아야 그에게는 어떤 이득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는 엮이기를 바랐다. 지정된 시각에, 머빈은 자기 집 문에서부터 생미셸 분수까지, 세바스토폴 대로를 따라 앞으로 곧장 걸어갔다. 그는 그랑조귀스텡 강변로에 들어서서 콩타 강변로를 가로지른다. 그가 말라케 강변로를 지나는 순간, 루브르 강변로로 자신의 진행 방향과 평행하게, 자루 하나를 팔 밑에 끼고 걸어가는 한 인물이 보이는데, 그 사람이 자기를 주의깊게 살피는 것 같았다. 아침안개가 흩어졌다. 두 행인이 동시에 카루젤 다리 양쪽에서 튀어나왔다. 그들은 서로 본 적이 없었지만 서로 알아보았더라! 정말이지, 나이로 갈라져 있는 이 두 존재가 감정의 위대함으로 자기들의 두 혼을 접근시키는 모습은 감동스러웠다. 적어도 이것은 한둘이 아닌 사람들이, 수학적 정신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감동적이라고 생각했을 이 광경 앞에 멈춰 섰던 자들의 의견이었을 것이다. 머빈은 미래의 역경에서 귀중한 지지자가 될 사람을, 말하자면, 인생의 초입에서, 만났다고 생각하며 얼굴이 눈물에 젖었다.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을 믿으시라. 그가 한 짓은 이런 것이다. 그는 들고 있던 자루를 펼치고 아귀를 벌리더니, 소년의 머리를 붙잡아 몸뚱이 전체를 그 포대 속에 밀어넣었다, 그는 입구로 사용되는 끝부분을 손수건으로 묶었다. 머빈이 날카로운 소리를 질렀으므로. 그는 자루를 속옷 꾸러미처럼 뜰어올려 그것으로 다리 난간을 여러 차례 내리쳤다. 그러자, 수형자는 자기 뼈가 부서지는 것을 알고 입을 다물었다. 어떤 소설가도 다시 보지 못할 유례없는 장면! 푸주한 한 사람이 짐수레의 살코기 위에 올라타고 지나갔다. 한 인물이 그에게 달려와서 수레를 멈추게 하고는 말했다. "개 한 마리를 이 자루 속에 묶어놓았어요. 옴 걸린 개입니다. 어서 빨리 죽여버리세요." 불림은 받은 자는 친절한 태도다. 불러 세운 자는 멀어지면서 누더기를 입고 자기에게 손을 내미는 한 소녀를 본다. 도대체 그의 오만과 불신의 절정이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가 적선을 하다니! 몇 시간 뒤에 외딴 도살장 문으로 그대를 안내해주기 바란다면 말씀하시라. 푸주한은 돌아가, 짐을 땅바닥에 던지며, 자기 동료들에게 말했다. "이 옴 걸린 개를 서둘러 죽이세." 그들은 네 명인데, 각자 손에 익은 망치를 집어든다. 그렇지만 그들은 주저했다. 자루가 격렬하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나를 휘어잡는 이 감정은 무엇인가?"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팔을 천천히 내리면서 외쳤다. "이 개는 꼭 어린애처럼 고통의 신음소리를 내지르는구먼". 다른 사람이 말한다. "어떤 운명이 자기를 기다리는 지 알고 있는 것 같아." "이게 그 녀석들 버릇이야". 세번째 사내가 대답했다. " 이 경우처럼 병들지 않았을 때도 놈들의 주인이 며칠간 집만 비워도 정말로 견디기 힘든 울부짖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단 말일세" "멈춰---멈춰!---멈춰!----" 네번째 사내가 소리질렀다. 이번에는 결정적으로 자루를 내리치려고 팔들이 일제히 박자 맞춰 올려지기 전이다. "멈추라고 하잖아, 여기엔 우리가 모르는 어떤사연이 있다고 이 천 속에 개를 가두었다고 말한 게 누구지? 확인해봐야겠어." 그러고는 동료들의 조롱에도 아랑곳없이 포대를 풀고는, 하나씩 하나씩 머빈의 사지를 거기서 끌어내지 않았던가! 머빈은 빛을 보자 정신을 잃었다. 잠시 후, 그는 의심할 수 없는 생존의 신호를 보냈다. 구제자가 말했다. "다음에는 능숙한 입에서도 신중하게 처신하는 걸 배우게들. 이런 규칙을 준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슨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란 사실을 하마터면 몸으로 깨달을 뻔하지 않았나." 푸주한들은 도망쳤다. 머빈은 가슴이 조여들고 불길한 예감으로 가득차서 집으로 돌아와 자기 방에 틀어 박혔다. 내가 이 점을 더 붙들고 있을 필요가 있을까? 아! 누가 이미 끝나버린 이런 따위 사건들을 통탄하지 않을 것인가! 훨씬 더 엄격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결말을 기디리지. 대단원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으며, 어떤 쟝르가 되었던, 일단 정렬이 주어지면, 그 정렬이 어떤 장애도 두려워하지 않고 제 길을 열어나가는 이런 종류의 이야기에서는, 그림물감 접시 하나에 진부한 사백 페이지의 고무풀을 녹일 필요가 없다. 반 다스의 장절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말하고, 그다음은 침묵해야 한다.
12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8) 댓글:  조회:1204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8)           여섯번째 노래(2)       6       전능한 자는 대천사들 가운데 하나를 지상에 보내 소년을 확실한 죽음으로부터 구하려 한 적이 있었다. 끝내는 자기 자신이 내려가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아직 그 부분에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는데, 내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말할 수 없는 이상에는, 입을 다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효과를 노리는 트럭들은 저마다 어울리는 자리에 나타날 것이며. 그때 이 픽션의 짜임은 어떤 불편함도 만나지 않을 것이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대천사는 이마만큼이 큰 대개의 모습으로 둔갑했다. 그는 바다 한가운데 바위 꼭대기에 서서, 해안으로 내려가기에 유리한 물때를 기다렸다. 벽옥빛 입술을 가진 사내가 손에 몽둥이를 들고 바닷가의 굴곡에 숨어서 그를 노렸다. 이 두 존재의 생각 속을 읽고 싶어 안달한 게 누구였을까? 전자는 자신이 수행하기 어려운 사명을 띠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어찌 성공한다는 말인가?" 그는 외쳤다. "점점 더 커지는 파도가 내 주인님의 임시 거처를 난타할 때 주인님마저도 자신의 힘과 용기가 좌절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던 저곳에서. 나는 유한한 물질일 뿐인데, 상대자로 말하면, 그가 어디서 오고 그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이름에 천사 군단이 떨며, 내가 떠나온 대대에서는 악의 화신 사탄이라 해도 이렇게 무섭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후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는데, 이 생각들은 하늘빛 궁륭에까지 메아리를 하나씩 울려 그 궁륭을 더럽혔다: "영락없는 경험 부족이 꼬락서니로구나. 놈에게 재빨리 갚을 것을 갚아야지. 필경 높은 곳에서 왔는데, 몸소 오는 게 겁나는 자가 보냈으렸다! 일하는 품새로, 거들먹거리는 그만큼 대단하지 어쩐지 어디 보자. 이 세상 살구씨1)의 주민은 아니다. 초점이 없고 흐릿한 눈을 보니 치품천사 출신인 것을 알겠다." 얼마 전부터 해안의 가없은 공간을 시선으로 더듬던 갈색 대게는 우리의 주인공을 알아보고(그는 이때 헤라클레스의 키 높이를 우뚝 세워 일어섰다). 다음과 같은 말로 호통을 쳤다" "싸움하려 들지 말고 항복해라. 우리 둘 보다 더 위대하신 분이 나를 보내셨으니, 너를 사슬로 묶어 내 생각의 공범인 두 팔다리를 움직임이 불가능한 상태에 가두기 위함이다. 손에 단검과 비수를 쥐는 일은 이제 내게 금지되어야 하니, 내 말을 믿으라. 이는 다른 사람들의 이익에 못지않게 너의 이익을 위해서다. 죽여서건 살려서건 너를 붙잡을 것이다. 나는 너를 살려서 테려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내가 빌려온 힘을 어쩔 수 없이 휘둘러야 할 상황에 나를 밀어붙이지 마라. 나는 소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니 네 편에서도 어떤 식으로건 저항하지 마라. 나는 이처럼 네가 후회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음을 알게 되면 흔쾌하고도 기쁠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심히 코믹한 맛에 절어든 이 장광설을 들었을 때, 볕에 탄 얼굴의 거친 표정에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느라고 고생했다. 그러나 결국, 그가 끝내 웃음을 터뜨리고 만 것을 내가 덧붙여도 아무도 놀라지 않으리라. 그는 어쩔 수가 없었던 것! 심술을 부리는 뜻도 아니었던 것! 갈색 대게한테서 비난을 끌어내고 싶었던 것은 분명코 아니었다! 폭소를 물리치기 위해 그는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 납작한 대화상대자를 모욕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그는 얼마나 여러 번 위아랫입술을 앙다물었던가! 불행하게도 그의 성격은 인간의 본성을 띠어서, 암양이 웃듯이 웃었다! 마침내 그는 멈추었다! 하마터면! 그는 숨이 막힐 뻔했다! 바람이 이런 대담을 암초의 대천사에게 전했다: "너의 주인이 더는 나에게 달팽이들과 가재들을 보내 제 일을 처리하려 하지 않을 때, 그가 직접 나와 담판을 하실 때, 내가 장담한다. 타협의 방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아주 정당하게 말했듯이, 나는 너를 보낸 자보다 열등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화해라는 생각은 시기상조고, 망상의 결과만 낳기 십상이라고 본다. 나는 네 음절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이치를 추호도 오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목소리를 삼 킬로미터나 달려가게 하려다보니 쓸데없이 목소리가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 네가 그 난공불락의 요새에서 내려와 단단한 땅에 헤엄쳐 닿는다면, 그야말로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한결 편하게 항복의 조건을 논의할 수 있을텐데, 항복이 아무리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는 결국 불쾌한 전망으로 연결된다." 이런 선의를 기대하지 않았던 대천사는 바위틈 깊은 곳에서 머리를 한 매듭 내밀고 대답했다: "오 말도로르야, 너의 가증스러운 본능들아, 저들 자신을 영벌(永罰)로 끌고 갈 그 정당화할 수 없는 오만의 횃불이 꺼지는 것을 보게 될 날이 마침내 도래한 것인가! 그러니까 바로 내가 이 치하해야 할 변화를 지품천사 군단에게 처음으로 이야기하게 된 터인데, 천사들은 자기들의 일원을 다시 만나 기뻐할 것이다. 내가 우리 가운데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고 잊어버리지도 않았다. 너의 이름은 입에서 입으로 날아다녔고, 지금으로서는 우리들이 나누는 고독한 대화의 주제다. 이리 오너라, 어서--- 어서 와서 네 옛 주인과 오래 지속될 평화를 쌓아라. 주인은 너를 길 잃은 아들처럼 받아들일 테고, 인디언들이 큰사슴뿔로 쌓아올린 산처럼 네가 네 마음에 쌓아올린 어마어마한 양의 죄는 눈에 띄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말하고, 어두운 바위들 밑바닥에서 제 몸의 온갖 부분을 끌어낸다. 그가 암초의 표면에 그 빛살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길 잃은 양을 인도한다고 확신할 때의 종교 사제처럼 그는 물에 뛰어들어 , 그 죄 사함 받은 자를 향해 헤엄쳐서 나아간다. 그러나 사파이어색 입술을 가진 자는 미리 오랫동안 음흉한 공격을 궁리했다. 그의 곤봉이 힘차게 내던져져서 파도 위에서 여러 번 물수제비를 타다가 선한 대천사의 머리를 쳤다. 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물속에 떨어졌다. 조수가 이 떠다니는 표류물을 해안으로 실어간다. 게는 더 쉽게 상륙하려고 밀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밀물이 차올라서, 노래로 감싸 그를 흔들다가, 부드럽게 바닷가에 내려놓았다. 게는 이제 흡족하지 않을까?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말도로르는 해변의 모래밭에 몸을 기울여 파도의 우연에 의해 분리할 수 없이 결합된 두 친구를 품 안에 거두어들였다. 대게의 시체와 살인 곤봉을! 그는 외쳤다, "내 솜씨가 아직 무뎌지지 않았구나. 사용해주기만 바라는구나. 내 팔은 여전히 힘이 있고, 눈은 정확하구나." 그는 생기 잃은 동물을 바라본다. 유혈의 책임추궁을 당하지나 않을까 겁을 낸다. 대천사를 어디에 숨길 것인가? 그런데 동시에, 그 죽음이 즉사였는지 아닌지 속으로 생각해본다. 그는 등에 모루와 시체를 짊어지고, 넓은 늪지를 향해 가는데, 그 물기슭이 온통 키 큰 동심초로 무성하게 덮여 있어서 고립된 섬 같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 망치를 쥘 생각이었으나, 그것은 넘 가벼운 연장이다. 더 무거운 물건이라면, 시체가 살아 있는 기미라도 보일 때, 땅에 내려놓고 모루로 쳐서 가루를 내버릴 것이다. 그의 팔에 힘이라면 모자라지 않다. 가자, 그의 장애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이다. 호수가 시야에 들어오는 자리에 도착해보니, 백조들이 가득하다. 그는 이 호수가 자기에게 믿을 만한 은신처라고 생각하고, 둔갑술의 도움을 받아, 짐을 버리지 않고 다른 새때들 속에 섞여든다 섭리가 없다고 여기고 싶은 곳에서 그 손길을 알아보시고, 내가 지금 말하려는 기적을 이용하시라. 까마귀의 날개처럼 검은 그는, 세 차례 빛나는 흰빛의 물갈퀴 새들 사이로 헤엄쳤다. 세 차례, 그는 자신을 석탄덩어리로 여길 수도 있을 그 눈에 뜨이는 색깔을 유지했다. 그것은 신이 자신의 정의를 행함에 그의 교활함이 백조때를 속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눈에 훤히 드러나게 호수 안에 머무를 수 있었으나. 저마다 그에게서 멀리 떨어졌으며, 어떤 새도 그 더러운 깃털에 가까이 가서 그를 동무로 삼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는 자신의 잠수를 늪지의 끝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만에 가두었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혼자였듯이. 하늘의 주민들 사이에서도 홀로이! 바로 이렇게 해서 그는 방돔 광장의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전주곡을 연주하였더라!       1) 프랑스에서 '살구씨(abricot)'는 여성 성기를 속되게 지칭하기도 한다.
11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7) 댓글:  조회:1316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7)           여섯번째 노래(2)       5       팔레루아얄의 왼편, 연못에서 멀지 않은 곳의 한 벤치로, 리볼리가에서 빠져나온 한 작자가 와서 앉았다. 그의 머리카락은 형클어졌고, 그의 옷차림은 길고 긴 궁핍의 부식작용을 드러냈다. 그는 뾰족한 나뭇조각으로 땅에 구멍을 파고는, 장심 오목한 곳을 흙으로 채웠다. 그는 이 식량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가, 황급히 내던졌다. 그는 다시 일어나서, 벤치에 머리를 박고는, 두 다리가 허공을 걷게 했다. 그런데, 이 곡예 장면은, 무게중심을 지배하는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기에, 몸이 벤치 위로 육중하게 떨어지면서, 두 팔은 늘어지고, 얼굴 반쪽이 챙모자에 가려졌으며, 두 다리는 균형을 잡지 못해 점점 불안정해지는 상태에서 자갈밭을 때렸다. 그는 오랫동안 이 자세 그대로 있다. 북쪽 중앙 입구 가까이, 카페가 있는 원형 건물 앞에서, 우리의 주인공이 철책에 팔을 괴고 있다. 그의 시선은, 그 어떤 광경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정방형 표면을 훑고 달린다. 탐사를 마친 후, 두 눈이 그들 자신들을 향해 되돌아오는데, 그는 정원 한가운데에서, 벤치를 붙들고 비틀비틀 체조를 하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남자는 힘과 재주의 기적을 발휘하여, 그 벤취 위에서 제 자세를 고정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정의로운 이유에 복무케 하려고 가져온 최상의 의도라 한들 정신착란이라는 고장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그는 광인을 향하여 다가가, 친절하게 그를 도와 그의 품위를 정상적인 자세로 되돌려 놓고, 그에게 손을 내밀고, 그 옆에 앉았다. 그는 광기가 간헐적일 뿐이라는 것을 유념한다. 발작은 사라지자. 대화상대자는 모든 질문에 조리 있게 대답한다. 그 말들의 의미를 전할 필요가 있을까? 왜 인간들의 비참함을 담은 이절판을 어느 페이지가 되었건 신성모독적으로 열심히 다시 열어야 할까? 어느 것이든 더 풍부한 가르침을 주는 것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들에 들려줄 실제 사건이 하나도 없을 때라도, 나는 여러분들의 뇌에 옮겨 부을 만한 상상의 일화를 지어낼 것이다. 그런데 환자는 자신의 쾌락을 위해 환자가 된 것이 아니며, 그가 보고하는 것들의 성실성은 독자의 우직함과 기적에 가깝도록 일치한다. 이야기를 듣는 자는 마음속으로 자신의 혐오스러운 이론에 버팀목이 되어주는 이 새로운 예에 지지를 보낸다. 마치 오래전에 술에 취했던 한 남자를 빌미로, 인류 전체를 비난할 권리가 있다는 듯이, 적어도 그가 자기 정신 속에 끌어들이려는 역설적인 고찰이 바로 이것이지만, 이 고찰이 심각한 경험에서 나오는 중요한 교훈을 정신에서 몰아낼 수는 없다. 그는 가장된 동정으로 광인을 위로하고 자신의 손수건으로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 그는 광인을 식당으로 데려가서, 둘이 같은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 그들은 고급 양복점으로 가서, 피보호자는 왕족같이 옷을 입는다. 그들은 생토노래가에 있는 대저택 수위실 문을 두드리고, 광인은 부유한 사층 아파트에 입주한다. 악당은 자기 지갑을 강제로 떠맡기고, 침대 밑의 요강을 들어 아곤의 머리에 올려놓는다. "나는 그대를 지성의 왕으로 대관(戴冠)하노라." 그는 미리 계획된 강세를 넣어 외쳤다. "작은 부름만 있어도 나는 달려갈 것이니, 내 금고에서 두 손 가득 꺼내어 쓰라. 육체도 혼도, 나는 너의 것이다. 밤이면 너는 석고관을 평소의 자리에 되돌려놓고, 허락을 받아서만 사용할 것이나, 낮에는, 여명이 도시를 비추자마자, 그 관을 권력의 상징으로 네 머리에 올려놓아라. 세 마르그리크가 내 안에서 다시 살아날 것이니, 내가 너의 어머니가 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자 광인은 모욕적인 악몽의 희생이라도 된 듯이 뒤로 몇 걸음 물러났다. 슬픔으로 주름진 그의 얼굴에 행복의 선이 그어졌다. 그는 복종심으로 가득차서 보호자의 발끝에 무릎을 꿇었다. 관을 쓴 광인의 마음속에 감사하는 마음이 독처럼 스며들었도다! 그는 말하고자 하였으며 그의 혀는 멈췄다. 그는 몸을 앞으로 굽히다가, 타일 바닥에 넘어졌다. 청동 입술을 가진 자는 물러난다. 그의 목표는 무엇이었던가? 가장 하찮은 명령에도 복종할 만큼 순진한, 어떤 시련도 견디어낼 친구를 하나 얻는 것이다. 그 이상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없었으니, 우연이 그를 도운 것이다. 그가 찾아낸 자, 벤치에 누워 있던 자는 젊은 시절에 겪은 사건 이후, 선악을 더는 구분하지 못한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아곤, 바로 그 사람이다.
10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6) 댓글:  조회:1359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6)       여섯번째 노래(2)       4       알고보니 나는 이마 한가운데에 달랑 눈 하나가 박혀 있을 뿐이구나! 오, 현관의 장식판자에 박혀 있는 은거울이여, 너는 네 반사의 힘으로 내게 그리도 많은 봉사를 해주지 않았던가! 알코올 가득한 탱크에 내가 제 새끼들을 넣고 끓였다고, 앙고라 고양이가 갑자기 내 등에 뛰어올라와 두개골을 뜷는 천공기처럼 내 정수리 마루뼈를 한 시간 동안이나 갉아댄 그날 이후, 나는 끊임없이 고통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 쏘아왔다. 오늘날, 때로는 내 탄생의 숙명 탓에, 때로는 나 자신의 잘못으로, 여러 가지 정황에서 내 몸이 입게 된 상처들의 영향 아래, 내 도덕적 추락의 결과들에 짓눌리며(어떤 결과들은 실현되었지만, 다른 결과들은 누가 예견할 것인가?), 지금 말하고 있는 자의 건막(腱膜)과 지성을 장식하는 후천적이거나 선천적인 괴물성의 냉정한 관찰자로서 나는 나를 구성하는 이중성에 오래오래 흡족한 시선을 던지며--- 내가 아름다운 것을 알겠다! 아름답다, 요도관의 상대적 짧음과 내벽의 분열이나 부재로 이루어진, 그래서 그 요도관이 귀두로부터 일정치 않은 거리에, 음경 밑으로 노출되는, 인간의 성적 기관의 선천적 기형처럼 아름답고, 또는 칠면조의 윗부리 기저에 돋아난, 자못 깊은 가로주름살로 고랑이 진 고깔형 군살 벼슬처럼 아름답고, 또는 차라리 "음계와 선법, 그리고 그 화음연속 체계는 불변의 자연법칙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인류의 단계적 진보와 함께 변하는, 그리고 또다시 변하게 될 미학적 원리의 결과이다"라는 진리처럼 아름답고, 그리고 특히 포탑이설치된 장갑코르벳함처럼 아름답다! 그렇다, 나는 내 단언의 정확함을 주장한다. 나는 오만한 환상이 없으며, 나는 자부한다. 거짓말에서 어떤 이득도 찾지 않을 것이니,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다. 그대는 내 말을 믿는데 어떤 망설임도 없어야 한다. 왜 내가 나의 양심에서 우러나온 천사 가득한 증언 앞에서 나 자신에게 스스로 두려움을 불어넣을 것인가? 나는 창조주에게 부러워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으나, 그는 내게 점점 증가하는 일련의 영예로운 범죄를 통해서 운명의 강을 따라 내려가게 했다. 그렇지 않았으면, 온갖 장애로 화난 시선을 그의 이마 높이로 치켜세우고, 나는 그가 우주의 유일한 주인은 아니며, 사물의 본성에 대한 한결 깊은 지식에 직접 근거하는 여러 현상이 반대의견에 유리한 증언을 하고 있으며, 단일 권력의 생존자능성에 맞서 단호한 반박을 내세우고 있음을 납득시킬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눈꺼풀의 속눈썹을 들여다보는 두 존재이기 때문이며, 너도 보다시피---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내 입술 없는 입에서 승리의 나팔소리가 울려퍼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잘 가라, 이름 높은 전사여, 불행 속에서도 너의 용기는 가장 악착스러운 너의 적에게 존경심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말도로르는 머지않아 너를 다시 만나 머빈이라 불리는 희생물을 두고 너와 다투리라. 따라서 그가 샹들리에 깊은 바닥에서 미래를 엿보았을 때, 수탉의 예언은 실현되리라. 하늘의 뜻이 다르지 않아 대게가 늦지 않게 순레자들의 카라반을 쫓악, 클리낭쿠르 넝마주이의 구슬을 몇 마디 말로 그들에게 알려주기를!
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5) 댓글:  조회:1176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5)           여섯번째 노래(2)       3       머빈이 자기 방에 있다. 그는 편지 한 장을 받았다. 도대체 누가 그에게 편지를 썼단 말인가? 그는 혼란스러워 배달부에게 고맙다는 말도 못했다. 봉투에는 검정 테가 둘러져 있고, 전언은 서둘러 쓴 글씨체였다. 그는 이 편지를 자기 아버지에게 들고 갈 것인가? 그런데 서명자가 일부러 그러지 말라고 금한 것이라면? 불안으로 가득차서, 그는 창을 열어 바깥 공기 냄새를 들이마시고, 햇살이 프리즘으로 분광된 듯 아롱진 빛을 베네치아산 유리와 다마스산 커튼 위로 반사한다. 그는 한옆으로, 학습용 책상의 표면을 덮고 있는 돋을무늬 압착세공 가죽 위로 흩어져 있는, 책머리를 금박한 책들과 자개 표지를 입힌 앨범들 사이로 편지를 내팽개친다. 그는 피아노를 열고, 날씬한 손가락을 상아 건반 위로 달리게 한다. 황동 현이 전혀 울리지 않는다. 이 간접 경고가 그에게 독피지 편지를 다시 집어들게 했으나, 독피지는 수신인의 망설임에 감정이 상하기나 한 듯 뒤로 물러났다. 이 덫에, 머빈의 궁금증이 더 커져서, 그는 벌써 읽으려고 했던 종잇장을 펴들었다. 그는 이제껏 저 자신의 필적밖에은 본 적이 없었다. "젊은이, 나는 그대에게 관심이 많소. 그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소. 그대를 길동무로 삼아서, 우리는 오세아니아의 섬에서 긴 편력을 하게 될 것이오. 머빈, 자네도 내가 자네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내가 그걸 자네에게 증명할 필요는 없네. 자네는 내게 우정을 바칠 것이고, 나는 그것을 믿네. 자네가 나를 더 많이 알게 될 때, 자네는 자네가 내게 보여주게 될 그 신뢰감을 후회할 일은 없을 걸세. 나는 자네의 형제가 될 것이고, 좋은 충고를 아끼지 않겠네. 좀더 긴 설명을 들으려면, 모레 아침 다섯시에, 카루젤 다리 위로 나오게. 만약 내가 도착하지 않았다면, 기다리게. 그러나 나도 정시에 당도하기를 바라네만, 자네도 그래야지. 영국인이라면 자신의 문제를 분명하게 볼 기회를 허투로 놓치지는 않을 것이네. 젊은이, 그럼 안녕, 곧 만나세. 아무에게도 이 편지를 보이지 말게." - "서명을 대신해서 별 세 개". 머빈은 외친다. "편지 말미에 핏자국이라니!" 그의 두 눈이 집어삼킨, 그러자 그의 정신에 불확실하고도 새로운 지평의 무한한 영역을 열어주는 기이한 문장들 위로, 푸짐한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에게 (편지 읽기를 막 끝내고 나서부터의 일이긴 하지만) 아버지는 조금 엄격하고, 어머니는 너무 기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게는 제 아우들이 이제는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길 만한 이유, 내 앎에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따라서 내가 여러분들에게 전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는 이 편지를 제 가슴에 숨긴다. 그의 선생들은 이날 그가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그의 눈이 굉장히 흐려졌고, 과도한 생각의 베일이 안과 주변부에 내려앉았다. 선생들은 저마다 제 학생의 지적 수준에 이르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얼굴을 붉혀왔지만, 학생은 처음으로 숙제를 소홀리 했고,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저녁, 가족들은 옛날의 초상화들로 장식된 식당에 모였다. 머빈은 살과 즙이 많은 고기와 향기로운 과일을 가득 담은 접시에 감탄하면서도 먹지 않는다. 라인란트 포도주와 다색 광채와 샴페인의 거품 이는 루비빛이 좁고 높은 보헤미아 수정잔에 담겨 있으나, 그의 시선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는 식탁에 제 팔꿈치를 괴고, 몽유병자처럼 제 생각에 빠져 있다. 바다의 포말에 얼굴이 탄 함대사령관이 제 아내의 귀에 몸을 기울린다. "큰 아이가 발작이 일어난 날 이후로 성격이 변했소. 전에도 벌써 터무니없는 생각에 너무 기울어져 있었소만, 오늘은 여느 때보다도 훨씬 더 몽상에 빠져 있소.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소. 내가 그 나이였을 때는 말이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시오. 물질적인건 정신적이건, 효과적인 처방이 바로 여기서 어렵잖게 제 용처를 찾을 것이오. 머빈아, 여행과 박물학 서적들의 독서에 취미가 있는 너이지만, 네 마음에 들지 않을 이야기 하나를 읽어주겠다. 모두들 주의깊게 듣기를 바란다. 내가 가장 먼저 그럴 것이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아. 너희들이 내 말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면, 너희 문체의 틀을 세련시키고, 한 작가의 가장 사소한 의도까지 이해하는 법을 배우도록 해라." 한 배에서 난 이 사랑스런 아이들이 그게 바로 수사학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기나 한 것처럼! 그가 말을 하고, 그의 손짓에 따라, 형제들 중 하나가 아버지의 서재로 걸어가서 팔 밑에 책 한 권을 끼고 돌아온다. 그동안에, 식기와 은그릇은 치워졌고, 아버지는 책을 집어든다. 여행이라는 전기를 띤 명사에서, 머빈은 고개를 들고, 시기적절치 않은 명상을 끝내려고 애썼다. 책은 가운데 부분이 펼쳐졌고, 함대사령관의 금속성 목소리는 그가 아직도 저 영광스러운 젊은 날과 마찬가지로 사나이들과 폭풍우의 광란을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증명한다. 이 낭독이 끝나기 훨씬 전에, 머빈은 단계적으로 지나가는 문장들의 논리적 전개와 으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은유의 비누화1)를 더는 따라갈 수 없어서, 다시 팔꿈치 위로 늘어졌다. 아버지가 외친다: "이건 아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않는구나, 다른 것을 읽자, 읽으시오, 부인 우리 아들의 나날에서 비애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나보다 당신이 더 적절할 것이오." 어머니는 더이상 희망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책을 집어들었고, 그녀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그 회임의 산물인 자식의 귀에 낭랑하게 울린다. 그러나 몇 마디 후에, 실망이 그녀를 엄습하고, 그녀은 문학작품의 연주를 스스로 멈춘다. 첫째 아이가 외친다. "저는 자러 가겠습니다." 그는 차갑게 고정된 시선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고 자리를 뜬다. 개가 불길하게 짖기 시작하는데, 이 행위가 자연스럽다고 보지 않았기 때문이며, 바깥의 바람은 창문에 세로로 난 작은 틈으로 고르지 않게 들이치면서, 장미색 크리스털 원형 갓 두 개가 씌워진 청동 램프의 불꽃을 흔든다. 어머니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아버지는 하늘을 향해 눈을 들어올린다. 아이들은 늙은 해군에게 놀란 시선을 던진다. 머빈은 방문을 이중으로 잠그고, 그의 손은 종이 위에서 재빠르게 달린다: "저는 정오에 귀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답장을 기다리시게 하였다면 용서하십시오. 저는 귀하를 개인적으로 알게 될 영예를 누리지 못해서, 귀하의 편지를 써야 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저희 집안에 무례가 몸 붙일 수는 없기 때문에, 저는 펜을 잡고, 귀하가 낯모르는 사람에게 보여주신 관심에 따뜻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로 결심했습니다. 귀하가 저에게 넘치게 베풀어주신 호의에 대해 사의를 표하지 않는다면 신이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제 미숙함을 알고 있기에, 더는 오만하게 굴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연장자의 우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적절한 일이라면, 우리의 성격이 같지 않다는 것도 그분에게 이해시키는 것이 온당합니다. 사실, 귀하가 저를 젊은이라고 불렀으니 저보다 나이가 더 많다고 보지만, 저는 귀하의 실제 나이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귀하의 삼단논법의 냉정함과 거기에서 발산되는 열정을 어떻게 일치시킬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제가 태어난 장소를 버리고 귀하를 따라 먼 나라로 가지는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저의 생애를 만드신 분들께 미리 허락을 구하고 애타게 그 대답을 기다려야 한다는 조건으로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귀하가 제게 정신적으로 난해한 이 일에 대해 비밀을 (이 단어의 입체적인 의미에서) 지키라고 엄명하셨으니, 귀하의 명백한 지혜에 열심히 따를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 지혜는 빛의 밝음에 기꺼이 맞서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귀하의 인간됨 자체를 신뢰하는 것이 귀하의 바람이라고 생각되니(과람한 것이 아닌 이 희망을, 저는 고백하는 것이 기쁩니다). 부디 호의를 베풀어 저에게도 동일한 신뢰를 보여주시고, 귀하와 의견의 차이가 큰 탓에, 모레 아침, 지정된 시각에, 제가 약속 장소에 어김없이 가 있지 않을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말아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정원의 철문이 닫혀 있을 터이니, 저는 담벼락을뛰어넘을 것이고, 아무도 제가 떠나는 것을 목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귀하를 위해 제가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귀하가 보여주신 설명할 수 없는 애착이 능히 신속하게 드러나 저의 두 눈은 부시고, 특히 제가 기대하지도 않았을 것이 확실한, 그런 선의의 증거에 특히 휘둥그레졌습니다. 저는 귀하를 알지못했으니까요. 이제 귀하를 압니다. 카루젤 다리 위에서 거닐고 있겠다고 제게 해주신 약속을 잊지 마십시오. 제가 그곳을 지나 갈 경우, 귀하를 만나 그 손을 만질 것이라는 확신을, 어디에도 비할 데 없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어제까지만 해도, 정숙(貞淑)의 제단 앞에 조아리고 있던 한 소년의 이 순정한 의사표현이 존경 어린 무람없음으로 귀하에게 무례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조건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무람없음도, 타락이 심각하고 확실할 때에, 어떤 강력하고 뜨거운 친밀성이 있는 경우라면, 고백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그래서 바로 귀하께 묻자 하니, 모레, 비가 오건 아니건, 다섯시가 쳤을 때, 제가 지나가면서 귀하에게 작별을 고한다고 해서, 어떤 경우라도, 나쁠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귀하께서도, 신사님, 제가 이 편지를 구상한 솜씨를 높게 보실 터인데, 잃어버리기 십상인 낱장 종이에, 더 많은 말을 하기란 어려운 일이니까요. 종이 하단에 있는 귀하의 주소는 일종의 수수께끼입니다. 그것을 판독하는 데 거의 사반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귀하가 거기에 현미경적인 방식으로 단어들을 적어둔 것이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에게 스스로 서명을 면제해주기로 하며, 그로써 당신을 본받으려 합니다. 우리가 너무나 상궤를 벗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건 일순간도 놀랍지 않습니다. 나는 내 얼음 같은 부동성이, 내 권태로운 시간의 더러운 납골당인, 긴 칸막이처럼 늘어선 공허한 방들에 둘러싸여, 거주하는 이 장소를 귀하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걸 어떻게 말할까요? 귀하를 생각할 때, 내 가슴은 요동치며, 퇴폐기 제국의 붕괴처럼 울리니, 귀하의 사랑의 그림자가 어쩌면 존재하지도 않는 미소를 드러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림자는 그리도 어렴풋하고, 그리도 구불거리며 비늘을 꿈틀대지요! 내 맹렬한 감정을, 완전히 새롭고, 치명적 접촉으로부터 아직 오염되지 않은 이 대리석 판을, 귀하의 두 손에 맡깁니다. 아침 어스름의 첫 미광까지, 인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귀하의 역병 들린 두 팔의 흉측한 교착(交錯)에 나를 던질 순간을 기다리는 가운데, 나는 겸허히 몸을 숙여 그 무릎을 끌어안습니다." 이 죄 많은 편지를 쓰고 나서, 머빈은 그것을 우체통에 던지고 돌아와 침대에 몸을 뉘었다. 거기서 수호천사를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마시라. 물고기 꼬리가 사흘 동안만 날아다닐 것이며, 그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슬프다! 대들보는 그럼에도 불타버릴 것이고, 첨단원통형 탄환이, 백설처녀와 거지의 뜻도 아랑곳없이, 코뿔소의 가족을 뚫으리라! 왕관 쓴 광인이 열네 자루 단검의 충성스러움에 대해 진실을 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1) 화학에서 지방질을 비누로 만드는 과정. 여기서는 억지로 쓴 비츄들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미끄러지듯 빠져나가는 상태를 비판하는 표현이다.
8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4) 댓글:  조회:1180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4)           여섯번째 노래(2)       2        그가 구리 손잡이를 당기자, 현대식 저택의 정문이 돌쩌귀를 타고 돌아간다. 그는 가는 모래가 뿌려진 안마당을 성큼성큼 걸어가 층계의 여덟 계단을 뛰어오른다. 귀족 빌라의 수위처럼 오른쪽과 왼쪽에 놓여 있는 두 개의 조각상이 그의 통행을 방해하지는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 섭리, 사랑, 이상, 모든 것을 부정하고 오직 자기만을 생각했던 남자는 앞서가는 발걸음을 따라가지 않으려고 자못 조심하였다. 그는 소년이 홍옥수 판석을 두른 넓은 일층 거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가족의 아들은 소파에 몸을 던지고, 감정이 그의 말을 막는다. 바닥에 끌리는 긴 드레스를 입은 그의 어머니가 그를 달래며 팔로 끌어안는다. 그보다 나이가 어린 그의 아우들은 그의 몸이 실린 소파 주위에 모여 있다. 아우들은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장면에 대해 명백한 개념을 가질 만큼 삶을 충분하게 알지 못한다. 마침내 아버지가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권위 가득한 시선을 낮추어 참석자들을 내려다본다. 그는 안락의자의 팔걸이를 손목으로 짚고 일어나, 제 평상시의 좌석에서 멀어져, 첫 자식의 움직이지 않는 몸을 향해, 비록 늙어 힘이 빠졌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나아간다. 그는 외국어로 말하고 저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집중하여 듣는다. "누가 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가? 안개 낀 템스강은 내 힘이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괄목할 만한 양의 진흙을 여전히 실어 나르리라. 외국인에게 불친절한 이 나라에는 범죄예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내가 범인을 안다면, 놈이 내 완력을 알게 되련만, 내 비록 은퇴하여 해전(海戰)에서 멀리 떨어졌지만, 벽에 걸려 있는 내 함대사령관의 칼은 아직 녹슬지 않았다. 게다가 날을 갈아 다시 세우기는 어렵지 않다. 머빈아, 마음을 놓아라. 내 하인들에게 명령을 내려, 이제부터 내가 찾고 있는 그놈의 족적을 발견할 것이고, 내 손으로 놈을 죽일 것이다. 부인, 거기서 떨어져 구석에 웅크리시오. 당신의 눈이 나를 나약하게 하니, 그 눈물샘의 누도를 닫는 게 나을 것이오. 아들아, 제발 부탁이니, 정신을 차리고 가족들을 알아보거라, 네 아버지가 네게 말한다--- " 어머니는 한옆으로 비켜나, 제 주인의 명령에 순종하려고,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제 자궁으로 낳은 아이에게 닥친 위험을 앞에 두고, 태연하려고 애쓴다. "얘들아, 공원에 가서 놀아라, 그런데 백조의 헤엄에 감탄하다가, 물웅덩이에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아우들은 두 손을 늘어뜨리고 말없이 서 있다. 하나같이, 카롤린산 쏙독새의 날개에서 뽑은 깃털 하나를 올린 기수 모자를 쓰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벨벳 바지에 빨간색 명주 양말을 신은 아우들은, 서로 손을 잡고, 흑단 마루판을 발끝으로 밟으려고 애쓰면서 거실에서 물러난다. 나는 그들이 즐겁게 뛰노는 게 아니라, 플라타너스 오솔길에서 심각한 얼굴로 산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의 지성은 조숙하다. 그들에게는 잘된 일이다." --- 쓸데 없는 보살핌인가, 너를 팔에 안고 달래는데, 너는 내 애원에 무감각하구나. 고개를 들어보지 않겠느냐? 내 무릎을 안아야 한다면 안을 텐데, 아니다---- 머리가 무기력하게 떨어지는구나." --- "내 친절하신 주인, 당신이 이 노예에게 허락하신다면, 내 방에 올라가 테레빈유 에센스 약병을 찾아보겠어요. 그 약병은 극장에서 돌아온 뒤나, 우리 조상들의 기사도 이야기를 적은 브리태니카 연감에 기고된 감동적인 서술의 독서가 꿈결 같은 생각을 졸음의 이탄(泥炭) 지대에 던질 때, 습관적으로 사용해왔지요." --- "부인, 내가 당신에게 발언권을 준 적이 없으니, 당신은 발언할 권리가 없었소. 우리의 합법적인 결합 이래로, 구름 한 점도 우리 사이에 끼어들어온 적이 없소. 나는 당신에게 만족하고, 당신을 비난해야 할 일이 한 번도 없었으며, 이 점은 상호 동일하오. 당신의 방으로 테레빈유 에센스 약병을 찾아 오시오. 그게 당신 서랍장의 한 서랍 속에 들어 있는것을 나도 알고 있으니, 그것을 나한테 알려줄 필요는 없소. 어서 나선형 층계의 계단을 뛰어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와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는 나를 보시오." 그러나 민감한 런던 여인은 층계의 첫 계단 몇 개를 오르자마자(그녀는 하층계급 사람만큼 빠르게 달리지 않는다), 벌써 화장 담당 하녀 하나가 두 빰이 땀에 붉게 물들어서, 아마도 수정벽 안에 생명수을 담고 있는 약병을 들고 이층에서 내려온다. 하녀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며 가져온 것을 내밀고, 어머니는 왕녀와 같은 걸음걸이로, 자신의 애정을 사로잡는 유일한 대상, 소파의 가를 두른 술을  향해 나아간다. 함대사령관은 거만하지만 반가워하는 동작으로 아내의 손에 든 약병을 받는다. 인도산 스카프가 그것에 적셔지고, 머빈의 머리가 비단의 환상(環狀) 굴곡에 둘려싸인다. 그가 각성제를 흡입한다   . 한쪽 팔을 움직인다. 순환이 되살아나고, 창틀에 앉아 있던 필리핀산 앵무새의 기쁨에 찬 울음소리가 들린다. "거기 누구요?--- 나를 붙잡지 마세요--- 여기가 어딘가? 무덤이 내 무거운 사지를 받치고 있는 것인가? 널판이 푹신한 것 같다.--- 어머니의 초상화를 넣어둔 로켓이 아직도 내 목에 걸려 있는가?--- 물러서라, 머리칼이 헝크러진 악당아. 놈은 너를 붙잡을 수 없었고, 나는 그의 손가락에 내 윗저고리 한 자락을 남겨 두었다. 블도그의 사슬을 푸세요. 오늘밤,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도둑이 불법으로 침입할 수 있는데, 그동안에 우리는 잠에 빠져 있을 것이오. 아버지와 어머니, 이제 알아볼 수 있겠어요. 베풀어주신 보살핌에 감사드립니다. 내 동생들을 불러주세요, 아우들을 위해 제가 프랄린 과자를 사왔어요. 아우들을 안아보고 싶어요." 여기까지 말을 하고, 그는 깊은 혼수상태에 빠진다. 화급하게 불러들인 의사는, 두 손을 비비며 외친다: "위기는 넘겼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습니다. 내일 당신네 아들은 거뜬하게 일어날 것이오. 모두들, 각자의 잠자리로 가시오. 명령입니다. 여명이 돋고 밤 꾀꼬리의 노래가 들릴 때까지 환자의 곁에 저 혼자 남을 수 있도록. "말도로르는, 문 뒤에 숨어서, 한마디도 놓치지 않았다. 이제는 저택에 사는 사람들의 성격을 알고, 그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는 머빈이 어디 사는지 알았고, 더이상의 것은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수첩에 길의 이름과 건물의 번지수를 적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그것들을 잊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는 하이에나처럼 눈에 띄지 않고 나아가, 안마당의 측면을 따라간다. 그는 철책을 민첩하게 타고 오르다가, 쇠살 끝에서 잠시 어려움을 겪는다. 한 번의 도약에, 그는 도로 위에 있다. 그는 늑대 걸음으로 멀어지면 외친다: "놈이 나를 악당으로 여겼지. 멍청한 놈이야. 그 병자가 내게 던진 비난에서 면제된 사람이 있으면 만나보고 싶구나. 나는 놈이 말한 것처럼, 윗저고리 한 자락을 찢어낸 적이 없다. 두려움 때문에 생겨난 반수면상태의 단순한 환각이야. 내 의도는 오늘 놈을 납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게는 이 겁 많은 소년에게 후일의 다른 계획이 있으니까." 백조들의 호수가 있는 쪽으로 가시라. 그러면 조금 후에, 왜 무리 중에 완전히 까만 한 마리가, 갈색 대게의 부패중인 시체를 싣고 있는 모두를 떠받치고 서서, 다른 수생(水生) 동지들에게 정당하게 불신을 부추기는지 알려 주겠다.  
7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3) 댓글:  조회:1209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3)           여섯번째 노래(2)       1       비비엔가의 상점들이 그 재물들을 경탄하는 눈들 앞에 펼쳐놓는다. 수많은 가스가로등으로 밝혀진. 마오가니 상자들과 금시계들의 진열장 너머로 눈부신 빛다발을 퍼뜨린다. 증권거래소의 시계가 여덟시를 쳤다. 늦지 않았다! 종을 치는 마지막 망치질이 들려오자마자, 이미 이름이 언급된 그 거리가 술렁이기 시작하며, 제 지반을 루아얄 광장으로부터 몽마르트 대로까지 뒤흔든다. 산책자들은 걸음을 재촉하고, 생각에 잠겨 제 집으로 피신한다. 한 여인이 기절해 아스팔트 위에 쓰러진다. 아무도 그녀를 일으켜 세워 주지 않는다. 저마다 어서 그 근처에서 벗어나려고 서두른다 덧창들이 맹렬히 닫히고, 주민들은 자기네 지붕 아래에 처박힌다. 아시아 흑사병이 그 출현을 알린 것만 같다. 이렇게, 도시의 대부분이 밤의 제전의 환희 속에서 헤엄칠 준비를 하는 동안, 비비엔가는 갑자기 일종의 석화(石化)작용으로 얼어붙는다. 사랑하기를 그친 마음처럼, 거리는 자신의 생명이 꺼진 것을 보았다. 그러나, 이윽고, 이 기이한 사건을 전하는 소식이 여러 다른 계층의 주민들에게 퍼지고, 침울한 침묵이 이 엄숙한 수도 위로 떠오른다. 가스등의 화구는 어디로 가버렸는가? 사랑을 파는 여자들은 무엇이 되었나? 아무것도 --- 고독과 어둠! 직선 방향으로 날아가는, 한쪽 다리가 부러진 올빼미 하나가, 마들렌 성당 위를 지나, 트론 성문을 향해 비상하면서, 외친다. "불행이 준비되었다." 나의 펜이(나의 공범자 노릇을 하는 이 진정한 친구가) 방금 신비롭게 그려낸 이 장소에서, 만약 그대가 콜베르가가 비비엔가로 이어지는 쪽을 바라본다면, 이 두 길의 교차로 생겨난 모퉁이에서 한 인물이 그 실루엣을 드러내고, 가벼운 발걸음을 대로 쪽으로 옮기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더 가까이, 이 행인의 주의를 끌지 않으면서 다가가면, 우리는 유쾌한 놀라움을 느끼며 알아차리게 된다. 그는 어리다! 멀리서는 사실 그를 성인(成人)으로 여겼을 테니까. 진지한 인물의 지적 능력을 평가하는 일이라면, 살아온 날수의 총합은 더 이상 고려대상이 아니다. 내가 능히 이마의 관상학적 주름에서 나이를 읽어낼 줄 아는바, 그늘 열여섯하고도 사 개월이다! 그는 아름답다. 맹금들의 발톱이 지닌 수축성처럼, 혹은 더 나아가서, 후두부터 연한 부분에 난 상처 속 근육운동의 불확실함처럼, 혹은 차라리, 저 영원한 쥐덪, 동물이 잡힐 때마다 언제나 다시 놓여지고, 그것 하나만으로 설치류들을 수없이 잡을 수 있으며, 지푸라기 밑에 숨겨놓아도 제 기능을 다하는 저 뒤덪처럼. 그리고 특히 해부대 위에서의 재봉틀과 우산의 우연한 만남처럼 아름답다! 머빈1), 이 금발의 영국의 아들이 선생의 집에서 검술 교습을 이제 마치고, 스콜틀랜드산 타탄체크 옷을 두르고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여덟시 반이며, 그는 자기 집에 아홉시에 도착하리라 생각한다. 미래를 안다고 확신하는 척하는 것은 그의 편의 크나큰 오만이다. 어떤 예기치 못한 장애물이 그의 길을 방해할 수는 없을까? 또 그런 상황은 지극히 빈도가 낮아서, 예외로 여겨야 마땅할까? 왜 그는 지금까지 누렸던 아무 걱정이 없다고 느낄, 다시 말해서 행복하다고 느낄 가능성을 오히려 비정상적 사태로 여기지 않는가? 대체 무슨 권리로 자신이 무사히 거처까지 다다르기를 바라는가. 누군가를 몰래 그를 제 미래의 먹잇감 삼아 노리고 뒤따라가고 있는데도?( 내가 이제 막 끝마치려는 문장이 곧바로 따라붙게 되는 이 한정의문문들이라도 최소한 앞세우진 않는다면, 그것은 선정적인 작가라는 자기 직업에 대해 별로 아는바가 없다는 것이리라.) 그대라 알아본 인물은 오래전부터 그 개성의 압력으로 내 불행한 지성을 깨부순 상상의 주인공! 어떤 때는 말도로르는 머빈에게 다가가 그 소년의 모습을 제 기억에 새기는가 하면, 어떤 때는 몸을 뒤로 젖히고, 그 궤적의 제2기에 들어선 오스트레이리아 부메랑처럼, 또는 폭탄처럼 제가 왔던 길을 따라 물러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주저하며, 그러나 그의 양심은 그대가 잘못 추측한 것처럼 가장 배발생적(胚發生的) 감정의 징후조차 느끼지 않는다. 나는 그가 일순 반대 방향으로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회한에 짓눌렸던 것인가? 그러나 그는 새로운 집념으로 발걸음을 되짚어 돌아왔다. 머빈은 관자놀이의 동맥이 왜 힘차게 뛰는지 알지 못한 채, 그와 그대가 이유를 찾으려 하나 헛일인 공포에 사로잡혀 걸음을 재촉한다. 수수께끼를 풀려는 그의 열의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그는 왜 뒤돌아보지 않는가?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될 텐데. 불안한 상황을 중지시킬 가장 간단한 방법을 인간들은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는가? 성문밖길을 배회하는 자가 샐러드 대접 하나 분량의 백포도주를 목구멍으로 넘기며, 누더기가 된 작업복을 입고, 교외의 변두리를 가로지르다가, 경계석 구석에서, 우리 아버지들이 목도했던 여러 혁명들과 시대를 같이했던 근육질의 늙은 고양이 한 마리가 잠든 들판 위로 쏟아지는 달빛을 우울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눈에 띄면, 그는 굽어진 길로 꼬불꼬불 나아가며, 한 마리 안짱다리 개에게 신호를 보내고, 개는 서두른다. 고양잇과의 고결한 동물은 용감하게 적을 기다리며, 목숨을 비싸게 걸고 싸운다. 내일, 어느 넝마주이가 전기를 띤 가죽 한 장을 살 것이다. 녀석은 왜 달아나지 않았을까? 그리고 쉬운 일이었는데. 그러나 지금 우리를 걱정하게 만드는 이 사간에서, 머빈은 그 무지 탓에 위험에 더욱 깊이 얽힌다. 그에게는 정말이지 극도로 드물긴 하지만 얼마큼의 빛 같은 것이 있는데, 나는 그 빛을 가리는 모호함을 멈추지 않고 밝힐 것이다. 그렇지만 그가 현실을 내다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예언자가 아니며, 나는 반대로 말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예언자의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대동맥 도로에 이르러, 그는 오른쪽으로 돌아서 푸아소니에르 대로와 본누벨 대로를 횡단한다. 그 지점에서, 포부르생드니가로 들어서서 스트라스부르 철도역을 뒤에 두고, 높은 정문 앞에 멈추었다가, 라파예트가의 중첩수직교차로에 도착한다. 이 대목에서 제1절을 마무리하라고 그대가 권유를 하니, 이번은 그대의 희망에 흔쾌히 따르겠다. 그대는 아시는가, 어느 편집증 환자2)의 손이 바위 밑에 숨겨둔 강철 고리를 생각할 때면, 물리칠 수 없는 선율이 내 머리카락을 타고 지나간다는 것을?       1) '머빈'의 로마자 철자 Mervyn을 프랑스식으로 읽으면 '메리뱅'이 된다. 머빈은 역사 소설가 월터 스콧의 소설 (1815)의 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2) 이 편집증 환자는 다른 쪽에서는 '아곤'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6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2) 댓글:  조회:1313  추천:0  2019-09-19
  여섯번째 노래(2)       (2)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내 옆에 열린 잉크병 하나와 풀기가 적은 종이 몇 장을 반드시 놓아둔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본다.(내가 틀렸다면, 저마다 내 말에 동의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이런 투로, 어서 생산하고 싶은 일련의 교훈적인 시편들을 이 여섯번째 노래로부터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능하리라. 가차없는 유용성의 극적인 에피소드들이여! 우리의 주인공은 자신이 동굴을 드나들고 접근할 수 없는 장소를 피난처로 삼는 가운데, 논리의 법칙을 위반하고 순환논법에 빠진 것을 알아차렸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편으로는 이렇게 고독과 유리의 보상으로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키우며, 좁아든 시야를 왜소한 관목과 가시덤불과 머루덩쿨 사이에 수동적으로 제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의 활동이 그 사악한 본능이라는 미노타우로스를 부양할 만한 어떤 양식도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그는 완전히 준비된 수많은 희생자들 중에서, 자신의 갖가지 정념이 만족할 만한 대상을 넉넉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확신하고 인간들의 주거단지에 접근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경찰, 이 문명의 방패가 여러 해 전부터 끈질기게 자기를 찾고 있으며, 일개 사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경찰과 밀정이 지속적으로 자기를 쫓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를 만나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만큼 놀라자빠지게 하는 그의 재주가 성공의 관점에서 한 점 이론의 여지도 없는 계략과 가장 교묘한 궁리에서 나온 명령을 최고로 멋지게 따돌렸던 것이다. 그는 숙련된 눈으로도 알아보기 어렵게 형태를 바꾸는 특수능력이 있었다. 예술가로서 말을 한다면, 뛰어난 변장! 내가 도덕을 염두에 두고 볼 때는, 진짜로 허름한 인상의 차림새. 이 점에서 그는 거의 천재에 버금갔다. 그대는 파리의 하수구에서, 움직임이 기민한 한 마리 예쁜 귀뚜라미의 섬세함을 눈여겨본 적이 없는가? 그 사람밖에 없다. 말도로르였다! 꽃 피는 여러 수도들에 유독성 유체로 동물자기최면술을 걸어서, 적절한 자기감시가 불가능한 일종의 마비상태에 그 도시들을 몰아 넣는다. 그가 의심을 받지 않기에 그만큼 더 위험한 상태, 오늘은 마드리드에 있는대, 내일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을 것이며, 어제는 베이징에 나타났다. 그러나 이 시적인 로캉볼1)의 활약이 지금 공포로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장소를 정확하게 단정한다는 것은 내 둔한 추론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이다. 이 강도는 어쩌면 이 나라에서 칠백 리 밖에 있으며, 어쩌면 그대에게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다. 인간을 모두 전멸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엄연히 법이 있다. 그러나 인간 개미들은 끈질기게 하나씩 하나씩 처치할 수는 있다. 그런데, 내 탄생일 이후로, 우리 종족의 첫 조상들과 함께, 내 매복의 긴장 속에서 여전히 미숙한 상태로 살면서, 역사 저편에 자리잡은 태고의 시대 이후로, 정교한 변신을 통해서, 다양한 시대에, 정복과 살육으로 지구의 여러 나라를 휩쓸고, 시민들 한가운데 내전을 퍼뜨리면서, 나는 벌써 그 무수한 숫자를 떠올리기도 어려울 만치 모든 세대를 한 명씩 한 명씩 혹은 집단적으로 내 발꿈치로 밟아 짓이기지 않았던가? 빛나는 과거는 미래에 눈부신 약속을 했다. 그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다. 내 문장을 그러모으기 위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운 방법을 사용할 것이며, 야만인들에게까지 거슬러올라가 그들에게서 교훈을 얻을 것이다. 소박하고 위엄 있는 신사들, 그들의 우아한 입은 문신을 한 그들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을 고결하게 한다. 나는 이 별에 있는 어느 것도 가소롭지 않다는 것을 방금 입증했다. 웃기는, 그러나 아름다운 별, 어떤 사람들은 순진하다고 여길 (그토록 심오할 때도) 문제를 움켜잡아, 나는 어쩌면 불행하게도 거창하게 보이지는 않을 생각들을 해설하는 데 사용하리라! 바로 그것으로, 일상 대화의 경박하고 회의적인 태도를 버리고, 또한 거들먹거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진지하게--- 내가 말하려고 의도했던 것이 무엇인지 더는 알지 못하겠는데, 문장의 시작이 기억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시는 오리의 얼굴을 지닌 인간의 미소, 어리석게도 빈정대며 짓는 미소가 없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발견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우선 코를 풀고 싶기 때문에 코를 풀겠으며, 그 다음에는 내 손의 강력한 도움을 받아, 손가락이 떨어뜨린 펜대를 다시 잡을 것이다. 파리의 카루젤 다리는 자루가 내지르는 것만 같은 가슴 찢는 비명을 들었을 때, 어떻게 의연히 그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1) 피에르 퐁송 뒤 테라유(1829~1871)의 신문연재소설 의 주인공. 이름 난 악당이었으나 개과천선하고 변두리 사회에서 정의의 수호자로 활약하는 인물.
5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1) 댓글:  조회:1134  추천:0  2019-09-19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1)           여섯번째 노래(1)       (1) 부럽기도 한 그 침착함이 얼굴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나 쓰일 그대여, 아직까지도 14행이나 15행 장절에서 제4학급1) 학생처럼, 적절치 못하다고 여겨질 감탄사들과, 조금만 수고를 해도 괴상하다고 상상할 수 있을 만큼 괴상한 코친친2) 암탉의 우렁찬 꾸룩꾸룩 소리를 내질러야 한다고 생각하지 마시라. 그러나 명제들을 제시하기보다는 사실을 통해 증명하는 편이 더 낫다. 그대는 내가 설명 가능한 과장법으로 인간과 창조주와 나 자신을 장난치듯이 모욕했다고 해서, 내 임무가 완수되었다고 주장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내 직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수행해야 할 과제처럼, 여전히 남아 있다. 이제부터 내 소설의 끈은 앞에서 이름을 말했던 세 등장인물을 조종할 것이다. 덜 추상적인 힘이 저들에게 전달되리라. 저들의 생명력은 그 순환기의 급류에 장엄하게 퍼질 것이며, 그대는 이제까지 순수 사변의 영역에 속하는 막연한 물질관념밖에 보지 못했다고 믿었던 곳, 그 한쪽에서 신경의 잔가지들과 그 점막이 있는 신체조직을, 다른 한쪽에서 육체의 심리적 기능이 자리잡은 정신적 원리를 만나고 얼마나 놀랄지 알게 될 것이다. 저들은 활기찬 생명을 타고난 존재들로, 팔짱을 끼고 가슴을 멈추고, 그대의 얼굴 앞에, 그대에게 단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산문적으로 (그러나 효과는 매우 시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자세를 취함으로써, 태양 광선이 우선 지붕의 기와들과 굴뚝 덮개를 때리고, 이윽고 저들의 지상적이고 질료적인 모발에 내려와 눈에 띄게 반사될 것이다. 그러나 저들은 이제 웃음을 유발하는 특기의 소유자들, 저주받은 자들이 아닐 것이다. 저자의 두뇌 속에 남아 있도록 만들어졌을 가공의 인물들이거나 일반적인 삶의 너무 위에 자리잡음 악몽들. 바로 그 때문에, 내 시가 더욱 아름다우리라는 점에 주목하시라. 그대는 두 손으로 오름대 동맥과 부신 피막을, 그러고는 감정을 만지리라! 처음 다섯 개의 이야기는 무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들은 내 작품의 현관이요, 건축의 기초요, 내 미래 시학의 예비 설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가방을 잠그고 상상의 나라로 발걸음을 옮기기 전에, 문학의 진지한 애호자들에게, 분명하고도 정확한 개괄의 간략한 초안으로, 내가 추구하기로 결심한 목적을 알려야 할 의무를 스스로 짊어졌다. 결과적으로, 이제 내 작품의 종합적인 부분이 완전하며, 충분하게 설명되었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바로 그 종합 부분을 통해 그대는 내가 인간과 인간을 창조한 그자를 공격하자고 제안하였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으로서는, 그리고 향후로도, 그대가 더 많이 알 필요는 없다! 새로운 고찰은 쓸데없는 일로 보이는데, 그런 고찰이, 정말이지, 더욱 광범하다곤 해도 결국 동일한 또하나의 형식 아래, 오늘의 끝이 그 첫번째 전개를 보게 될 명제의 진술을 되풀이하게 할 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소견으로부터, 내 의도는 이제부터 분석적 부분에 착수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점은 매우 진실이어서, 단지 몇 분 전에 나는 그대가 내 피부의 땀샘에 갇혀서, 사정을 숙지하는 가운데, 내가 주장하는 바의 성실성을 확인하라고 열렬한 소망을 표명하였다. 내 정리(定理)에 포함되어 있는 입론을 떠받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이들 증거는 존재하며, 중대한 이유가 없이는 내가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대도 알지 않은가! 나 자신이 그 일원이기도 한 (이 점만 지적해도 내 말의 정당성이 확보되리라!) 인류와 섭리에 대향해서 내가 가혹한 비난을 퍼뜨리고 있다고 그대가 나를 비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때면, 나는 목구멍을 크게 열고 웃는다. 나는 내 말을 거두어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았던 것을 이야기함으로써, 내 말을 정당화하는 것은, 진실 이외의 다른 야심이 없다면,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 나는 삼십 쪽짜리 짧은 소설을 지으려 한다. 이 분량은 이후에도 거의 그대로 늘지도 줄지도 않을 것이다. 내 여러 이론이 공인되어 어느 날이나 다른 날에 이런저런 문학형식이 받아들이는 것을 조속하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하면서, 나는 얼마큼 모색을 한 뒤 결정적인 표현형식을 발견하였다고 믿는다. 최고의 형식이다.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혼종성 서문은 우선 자기를 어디로 끌고 가려 하는지 별로 잘 알지 못하는 독자를, 말하자면, 놀라게 한다는 점에서, 별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제시되었지만, 일반적인 경우라면 이런 주목할 만한 당혹감은 책이나 소책자를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는 느끼지 않게 해주려고 애쓰는 것이 마땅한테. 나는 그것을 만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사실 내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덜한 것을 만들기는 불가능했다. 나중에, 몇몇 소설이 출판되고 나서야. 비로소 그대는 매연빛 얼굴을 지닌 배교자의 서문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1) 한국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리세는 제6학급에서 시작하여 수사학급으로 끝나는 6년제 학교로, 제4학급은 한국의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한다.       2) 현재 베트남 남부의 델타와 메콩 지역에 해당하는 지방을 부르던 지명으로, 19세기에는 관용적으로 프랑스령 베트남 전체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4    睡不着 文/顾红干 댓글:  조회:1939  추천:0  2019-09-19
睡不着 文/顾红干     夏天的夜晚 花儿热闹了一天累了 扭着小腰打起哈欠 香喷喷的多诱人呀 风忍不住过来拥抱 亲亲花的小脸蛋说: 宝贝 晚安 花儿便害羞地侧过脸看着我 低声说: 可是可是没人陪我睡不着     夏天的夜晚 小星星调皮得很 笑眯眯地摆着手朝我喊: 我要抱抱 我要抱抱 今晚你还没和我说晚安     云朵听到了连忙给她拉好被子 揪着星星的小耳朵说: 小孩子家别闹 赶快睡觉去再踢被子打屁股 小星星噘着嘴嘀咕道: 可是可是没说晚安我睡不着     夏天的夜晚 我屏住呼吸蹑手蹑脚地 躲进小草垛听蟋蟀们说悄悄话 “咿咿呀 ”“叽叽吧 ”“ 爱我吧” 我忍不住笑出声来 这时 萤火虫一个个在圆屁股后 点亮小灯笼出来值班 领头的大声叫:快来呀 我逮到了那只偷吃果实的大青虫 “唉吆喂”耳朵揪疼了 你们找错人啦 “唉”这一痛我也一夜没睡着  
3    其实我是一条鱼 / 金波 댓글:  조회:1920  추천:0  2019-09-19
其实我是一条鱼 金波     其实,我是一条鱼, 当我跃入水里, 自由地畅游时, 我想这样告诉你。     其实,我是一只鸟。 当我攀上山顶, 有云从耳边拂过, 我想这样告诉你。     其实,我是一棵树。 当我走进大森林, 享受着自由的呼吸, 我想这样告诉你。 在心海游荡  
2    书 文/苟念成 댓글:  조회:1803  추천:0  2019-09-19
书 文/苟念成     书是一栋窗 打开窗扇 飘动着墨香     书是一扇门 轻轻拉开 照进束束光     书是一只鸟 扇动翅膀 在心空飞翔     书是一条鱼 吐出泡泡  
1    一片阳光躺在草叶上 / 丁云 댓글:  조회:1904  추천:0  2019-09-19
一片阳光躺在草叶上 丁云     一片阳光躺在草叶上 轻轻摇 轻轻晃 让蟋蟀好一阵紧张       一片阳光躺在草叶上 慢慢移 慢慢荡 让夏天的眼睛闪闪发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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