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홈 > 명시 공화국

전체 [ 463 ]

263    영국 시모음(클릭해 보기) 댓글:  조회:3052  추천:0  2015-04-09
         영국시 1           워즈워드               키츠                   E. 브라우닝                            바이런                 테니슨                 R. 브라우닝    영국시 2           쉘리                     토마스 하디         엘리어트                            하우스먼    영국시 3           쉐익스피어           던                     밀턴      
262    한국 시모음(클릭해 보기) 댓글:  조회:2958  추천:0  2015-04-09
       우리詩 1             한용운               심훈               김영랑                            최남선               이상화             정지용                            변영로               김소월    우리詩 2             이육사               김동명             김남조                            유치환               윤동주             한하운                              이상                 조지훈             천상병       우리의 옛詩1       고대가요(古代歌謠)                              향가(鄕歌)                              경기체가(京畿體歌)                               고려 속요((高麗 俗謠)                                 악장(樂章)                               가사(歌辭)    우리의 옛시2       한시(漢詩)-三國                                                                 한시(漢詩)-高麗                                                             한시(漢詩)-朝鮮                              고려 時調                                                                  조선 時調        우리詩 1             한용운               심훈               김영랑                            최남선               이상화             정지용                            변영로               김소월    우리詩 2             이육사               김동명             김남조                            유치환               윤동주             한하운                              이상                 조지훈             천상병       우리의 옛詩1       고대가요(古代歌謠)                              향가(鄕歌)                              경기체가(京畿體歌)                               고려 속요((高麗 俗謠)                                 악장(樂章)                               가사(歌辭)    우리의 옛시2       한시(漢詩)-三國                                                                 한시(漢詩)-高麗                                                             한시(漢詩)-朝鮮                              고려 時調                                                                  조선 時調  
261    정지용 시모음 댓글:  조회:3588  추천:0  2015-04-02
              비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바람.  앞서거니 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山)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듣는 빗낱¹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1) 원문 : '새삼 돋는 비ㅅ낯'  ~~~~~~~~~~~~~~~~~~~~~~~~~~~~~~~~~~~~~~~~~~~~  슬픈 인상화  수박냄새 품어 오는  첫여름 저녁때.....  먼 해안 쪽  길옆 나무에 늘어 슨  전등.전등.  헤엄쳐 나온듯이 깜박어리고 빛나노나.  침울하게 울려 오는  축향의 기적 소리... 기적소리...  이국정조로 퍼득이는  세관의 깃 발.깃 발.  세멘트 깐 인도측으로 사폿사폿옮기는  하이얀 양장의 점경!  그는 흘러가는 실심한 풍경이여니..  부질없이랑쥬 껍질 씨비는 시름....  아아, 에시리. 황  그대는 상해로가는구료....  ~~~~~~~~~~~~~~~~~~~~~~~~~~~~~~~~~  말  말아, 다락 같은 말아,  너는 점잔도 하다마는  너는 왜 그리 슬퍼 뵈니?  말아, 사람 편인 말아,  검정콩 푸렁콩을 주마.  이 말은 누가 난 줄도 모르고  밤이면 먼 데 달을 보며 잔다.  ~~~~~~~~~~~~~~~~~~~~~~~~~~~~~~~~~~~~~~~~~~  구성동(九城洞)  골작에는 흔히  유성(流星)이 묻힌다.  황혼에  누뤼가 소란히 쌓이기도 하고,  꽃도  귀양 사는 곳,  절터 드랬는데  바람도 모이지 않고  산 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  옥류동玉流洞  골에 하늘이  따로 트이고,  瀑布 소리 하잔히  봄우뢰를 울다.  날가지 겹겹히  모란꽃닙 포기이는듯.  자위 돌아 사폿 질ㅅ듯  위태로히 솟은 봉오리들.  골이 속 속 접히어 들어  이내(晴嵐)가 새포롬 서그러거리는 숫도림.  꽃가루 묻힌양 날러올라  나래 떠는 해.  보라빛 해ㅅ살이  幅지어 빗겨 걸치이매,  기슭에 藥草들의  소란한 呼吸 !  들새도 날러들지 않고  神秘가 한끗 저자 선 한낮.  물도 젖여지지 않어  흰돌 우에 따로 구르고,  닥어 스미는 향기에  길초마다 옷깃이 매워라.  귀또리도  흠식 한양  옴짓  아니 ?다.  ~~~~~~~~~~~~~~~~~~~~~~~~~~~~~~~~~~  紅椿(홍춘)  椿나무 꽃 피뱉은 듯 붉게 타고  더딘 봄날 반은 기울어  물방아 시름없이 돌아간다.  어린아이들 제춤에 뜻없는 노래를 부르고  솜병아리 양지쪽에 모이를 가리고 있다.  아지랑이 조름조는 마을길에 고달펴  아름 아름 알어질 일도 몰라서  여윈 볼만 만지고 돌아 오노니.  실린 곳:정지용전집 1 시/민음사  ~~~~~~~~~~~~~~~~~~~~~~~~~~~~~~~~~~~~~~~  엽서에 쓴 글  나비가 한 마리 날러 들어온 양하고  이 종이ㅅ장에 불빛을 돌려대 보시압.  제대로 한동안 파다거리오리다.  ── 대수롭지도 않은 산 목숨과도 같이.  그러나 당신의 열적은 오라범 하나가  먼 데 가까운 데 가운데 불을 헤이며 헤이며  찬비에 함추름 휘적시고 왔오.  ── 서럽지도 않은 이야기와도 같이.  누나, 검은 이밤이 다 희도록  참한 뮤─ 쓰처럼 주무시압.  해발 이천 피이트 산봉우리 위에서  이젠 바람이 나려옵니다.  ~~~~~~~~~~~~~~~~~~~~~~~~~~~~~~~~~~  석류  장미꽃처럼 곱게 피어 가는 화로에 숯불,  입춘 때 밤은 마른 풀 사르는 냄새가 난다.  한 겨울 지난 석류열매를 쪼기어  홍보석 같은 알을 한 알 두 알 맛보노니,  투명한 옛 생각, 새론 시름의 무지개여,  금붕어처럼 어린 녀릿녀릿한 느낌이여.  이 열매는 지난 해 시월 상ㅅ달, 우리 둘의  조그마한 이야기가 비롯될 때 익은 것이어니.  작은 아씨야, 가녀린 동무야, 남몰래 깃들인  네 가슴에 조름 조는 옥토끼가 한 쌍.  옛 못 속에 헤엄치는 흰 고기의 손가락, 손가락,  외롭게 가볍게 스스로 떠는 은실, 은실,  아아 석류알을 알알이 비추어 보며  신라천년의 푸른 하늘을 꿈꾸노니.  ~~~~~~~~~~~~~~~~~~~~~~~~~~~~~~~~~~~~~  호면  손바닥 울리는 소리  곱드랗게 건너간다  그 뒤로 흰게우가 미끄러져 간다  ~~~~~~~~~~~~~~~~~~~~~~~~~~~~~~~~~~~ 湖水(호수) 1  얼골 하나 야  손바닥 둘 로  폭 가리지 만,  보고 싶은 마음  湖水(호수) 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시집 : 정지용전집 1 시/민음사  ~~~~~~~~~~~~~~~~~~~~~~~~~~~~~~~~~~~~  산너머 저쪽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뻐꾸기 영우 에서  한나절 울음 운다.  산너머 저쪽 에는  누가 사나?  철나무 치는 소리만  서로맞어 쩌르렁!  산너머 저쪽에는  누가 사나?  ~~~~~~~~~~~~~~~~~~~~~~~~~~~~~~~~~~~~~ 저녁햇살  불 피어오르듯하는 술  한숨에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  수저븐 듯 놓인 유리컵  바쟉바쟉 씹는 대로 배고프리.  네 눈은 고만스런 혹 단초  네 입술은 서운한 가을철 수박 한점.  빨어도 빨어도 배고프리.  술집 창문에 붉은 저녁 햇살  연연하게 탄다, 아아 배고파라  ~~~~~~~~~~~~~~~~~~~~~~~~~~~~~~~~~~~~~~~  유리창(琉璃窓) 1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 시문학사  ~~~~~~~~~~~~~~~~~~~~~~~~~~~~~~~~~~~~~~ 유리창 2  내어다보니  아주 캄캄한 밤,  어험스런 뜰 앞 잣나무가 자꾸 커 올라간다.  돌아서서 자리로 갔다.  나는 목이 마르다.  또, 가까이 가  유리를 입으로 쪼다.  아아, 항 안에 든 금붕어처럼 갑갑하다.  별도 없다, 물도 없다, 쉬파람 부는 밤.  소증기선처럼 흔들리는 창  투명한 보랏빛 유리알 아,  이 알몸을 끄집어내라, 때려라, 부릇내라.  나는 열이 오른다.  뺨은 차라리 연정스레이  유리에 부빈다, 차디 찬 입맞춤을 마신다.  쓰라리, 알연히, 그싯는 음향―  머언 꽃!  도회에서 고운 화재가 오른다.  ~~~~~~~~~~~~~~~~~~~~~~~~~~~~~~~~~~~~~~ 그의 반  내 무엇이라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문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  쪽빛 하늘에 흰꽃을 달은 고산 식물,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 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굽이굽이 돌아 나간 시름의 황혼 길 위  나 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이 지니고 걷노라.  ** 3호 1931.10  ~~~~~~~~~~~~~~~~~~~~~~~~~~~~~~~~~~~~~ 별똥  별똥 떨어진 곳,  마음에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오.  별똥은 본 적이 없다  난 아직 다 자라지 않았다  별똥 떨어진 곳에 가보고 싶다  내 눈에도 보였으면…  ~~~~~~~~~~~~~~~~~~~~~~~~~~~~~~~~~~~~~~ 새빨간 기관차  으으릿 느으릿 한눈파는 겨를에  사랑이 수이 알어질가도 싶구나.  어린아이야,달려가자.  두뺨에 피여오른 어여쁜 불이  일즉 꺼져 버리면 어찌 하자니?  줄 달음질 쳐 가자.  바람은 휘잉. 휘잉.  만틀 자락에 몸이 떠오를 듯.  눈보라는 풀. 풀.  붕어새끼 꾀여내는 모이 같다.  어린아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새빨간 기관차처럼 달려가자!  ~~~~~~~~~~~~~~~~~~~~~~~~~~~~~~~~~~~~~ 바람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왼통 빨개졌네.  내사 아무치도 않다.  호호 칩어라 구보로!  ~~~~~~~~~~~~~~~~~~~~~~~~~~~~~~~~~~~~~ 내맘에 맞는 이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마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 척  옛사람 처럼 사람 좋게 웃어좀 보시요.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요.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 한 번만 합쇼.  호.호.호.호. 내맘에 꼭 맞는이.  큰말 타신 당신이  쌍무지개 홍예문 틀어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 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어  기를 부르지요.  [앞으로----가.요.]  [뒤로--가.요.]  키는 후리후리. 어깨는 산고개 같어요.  호.호.호.호. 내 맘은 맞는이.  ~~~~~~~~~~~~~~~~~~~~~~~~~~~~~~~~~~~~~~ 춘 설  문 열자 선뚝! 뚝 둣 둣  먼 산이 이마에 차라.  우수절(雨水節) 들어  바로 초하로 아침,  새삼스레 눈이 덮인 뫼뿌리와  서늘옵고 빛난 이마받이 하다.  얼음 금가고 바람 새로 따르거니  흰 옷고름 절로 향기롭워라.  옹송거리고 살어난 양이  아아 꿈 같기에 설어라.  미나리 파릇한 새순 돋고  옴짓 아니기던 고기입이 오믈거리는,  꽃 피기전 철 아닌 눈에  핫옷 벗고 도로 칩고 싶어라.  정지용시선.깊은샘.  ~~~~~~~~~~~~~~~~~~~~~~~~~~~~~~~~~~~~~ 카페 프랑스  옮겨다 심은 종려(棕櫚)나무 밑에  빗두루 선 장명등  카페 프랑스에 가자.  이놈은 루바시카  또 한 놈은 보헤미안 넥타이  삣적 마른 놈이 앞장을 섰다.  밤비는 뱀눈처럼 가는데  페이브먼트에 흐늘기는 불빛  카페 프랑스에 가자.  이놈의 머리는 빗두른 능금  또 한놈의 심장은 벌레먹은 장미  제비처럼 젖은 놈이 뛰어간다.  * * *  “오오 페롯(鸚鵡)서방! 굿이브닝!”  “굿이브닝!”(이 친구 어떠하시오?)  鬱金香 아가씨는 이 밤에도  更紗 커-튼 밑에서 조시는구료!  나는 子爵의 아들도 아모 것도 아니란다.  남달리 손이 희어서 슬프구나!  나는 나라도 집도 없단다.  대리석 테이블에 닿는 내 뺨이 슬프구나!  오오 異國種강아지야  내 발을 빨아다오  내 발을 빨아다오    황해문화, 2000년 여름호, p.156.  ~~~~~~~~~~~~~~~~~~~~~~~~~~~~~~~~~~~~~ 향 수(鄕愁)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조약돌  조약돌 도글도글...  그는 나의 혼의 조각 이러뇨.  앓은 페에로의 설움과  첫길에 고달픈  청제비의 푸념겨운 지줄댐과,  꾀집어 아즉 붉어 오르는  피에 맺혀,  비 날리는 이국 거리를  탄식하며 헤매노나,  조약돌 도글도글....  그는 나의 혼의 조각 이러뇨.  ~~~~~~~~~~~~~~~~~~~~~~~~~~~~~~~~~~~~~~ 바다 1  오.오.오.오.오. 소리치며 달려가니,  오.오.오.오.오. 연달아서 몰아 온다.  간밤에 잠 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졌다.  철썩, 처얼썩, 철썩, 처얼썩, 철썩  제비 날아들 듯 물결 사이사이로 춤을 추어  ~~~~~~~~~~~~~~~~~~~~~~~~~~~~~~~~~~~~~  바다 2  한백년 진흙 속에  숨었다 나온 듯이,  게처럼 옆으로  기어가 보노니,  머언 푸른 하늘 알로  가이없는 모래밭.  *정지용시집, 시문학사, 1935  ~~~~~~~~~~~~~~~~~~~~~~~~~~~~~~~~~~~~~ 바다 3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 온다.  ~~~~~~~~~~~~~~~~~~~~~~~~~~~~~~~~~~~~~~ 바다 4  후주근한 물결소리 등에 지고 홀로 돌아가노니  어데선지 그누구 쓰러져 울음 우는듯한 기척,  돌아서서 보니 먼 등대가 반짝 반짝 깜박이고  갈매기떼 끼루룩 비를 부르며 날어간다.  울음 우는 이는 등대도 아니고 갈매기도 아니고  어덴지 홀로 떨어진 이름 모를 서러움이 하나.  ~~~~~~~~~~~~~~~~~~~~~~~~~~~~~~~~~~~~~~ 바다7  바다는  푸르오,  모래는  희오, 희오,  수평선 우에  살포-시 내려앉는  정오 하늘,  한 한가운데 돌아가는 태양,  내 영혼도  이제  고요히 고요히 눈물겨운 백금 팽이를 돌리오.  ~~~~~~~~~~~~~~~~~~~~~~~~~~~~~~~~~~~~~  고향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꾹이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고향 진히지 않고  머언 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한 점 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이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 슬픈 기차  우리들의 기차는 아지랑이 남실거리는 섬나라 봄날 온 하루를  익살스런 마도로스 파이프를 피우며 간 단 다.  우리들의 기차는 느으릿 느으릿 유월 소 걸어가듯 걸어 간 단 다.  우리들의 기차는 노오란 배추꽃 비탈밭 새로  헐레벌떡거리며 지나 간 단 다.  나는 언제든지 슬프기는 슬프나마 마음만은 가벼워  나는 차창에 기댄 대로 휘파람이나 날리자.  먼 데 산이 군마처럼 뛰어오고 가까운 데 수풀이 바람처럼 불려 가고  유리판을 펼친 듯, 뇌호내해 퍼언한 물 물. 물. 물.  손가락을 담그면 포도빛이 들으렷다.  입술에 적시면 탄산수처럼 끓으렷다.  복스런 돛폭에 바람을 안고 뭇 배가 팽이처럼 밀려가다 간,  나비가 되어 날아간다.  나는 차창에 기댄 대로 옥토끼처럼 고마운 잠이나 들자.  청만틀 깃자락에 마담 R의 고달픈 뺨이 불그레 피었다, 고운 석탄불처럼  이글거린다. 당치도 않은 어린아이 잠재기 노래를 부르심은 무슨 뜻이뇨?  잠들어라.  가여운 내 아들아.  잠들어라.  나는 아들이 아닌 것을, 웃수염 자리 잡혀가는, 어린 아들이 버얼써 아닌 것을.  나는 유리쪽에 갑갑한 입김을 비추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이나 그시며 가 자.  나는 느긋느긋한 가슴을 밀감쪽으로나 씻어 내리자.  대수풀 울타리마다 요염한 관능과 같은 홍춘이 피맺혀 있다.  마당마다 솜병아리 털이 폭신폭신하고,  지붕마다 연기도 아니 뵈는 햇볕이 타고 있다.  오오, 개인 날씨야, 사랑과 같은 어질머리야, 어질머리야.  청만틀 깃자락에 마담 R의 가여운 입술이 여태껏 떨고 있다.  누나다운 입술을 오늘이야 실컷 절하며 갚노라.  나는 언제든지 슬프기는 슬프나마,  오오, 나는 차보다 더 날아가려지는 아니하련다.  ~~~~~~~~~~~~~~~~~~~~~~~~~~~~~~~~~~~~~~~~~ 황마차(幌馬車)  이제 마악 돌아나가는 곳은 時計집 모롱이, 낮에는 처마끝에 달어맨  종달새란 놈이 都會바람에 나이를 먹어 조금 연기 끼인 듯한 소리로 사람  흘러나려가는 쪽으로 그저 지줄거립데다.  그 고달픈 듯이 깜박깜박 졸고 있는 모양이-가여운 잠의 한점이랄지요-  부칠 데 없는 내맘이 떠올릅니다. 쓰다듬어 주고 싶은, 쓰다듬을 받고 싶은  내 마음이올시다. 가엾은 내 그림자는 검은 喪服처럼 지향없이 흘러나려갑니다.  촉촉히 젖은 리본 떨어진 浪漫風의 帽子 밑에는 金붕어의 奔流와도 같은  밤경치가 흘러나려갑니다. 길옆에 늘어슨 어린 銀杏나무들은 異國斥候兵의  걸음세로 조용조용히 흘러나려갑니다.  슬픈 銀眼鏡이 흐릿하게  밤비는 옆으로 무지개를 그린다.  이따금 지나가는 늦인 電車가 끼이익 돌라나가는 소리에 내 조고만 魂이  놀란 듯이 파다거리나이다. 가고 싶어 따뜻한 화로갛을 찾어가고 싶어.  좋아하는 코-란 經을 읽으면서 南京콩이나 까먹고 싶어, 그러나 나는 찾어  돌아갈 데가 있을나구요?  네거리 모퉁이에 씩 씩 뽑아 올라간 붉은 벽돌집 塔에서는 거만스러운  12시가 避雷針에게 위엄있는 손까락을 치여들었소. 이제야 내 목아지가  쭐 삣떨어질 듯도 하구료. 솔닢새 갚은 모양새를 하고 걸어가는 나를  높다란 데서 굽어보는 것은 아주 재미있을 게지요.  마음놓고 술술 소변이라도 볼까요.  헬멧 쓴 夜警巡査가 필일림처럼 쫓아오겠지요!  네거리 모통이 붉은 담벼락이 훔씬 젖었소. 슬픈 都會의 뺨이 젖었소.  마음은 열없이 사랑의 落書를 하고 있소.  홀로 글성글성 눈물 짖고 있는 것은 가엾은 소-니야의 신세를 비추는  ?안 電燈의 눈알이외다. 우리들의 그 전날밤은 이다지도 슬픈지요.  이다지도 외로운지요. 그러면 여기서 두 손을 가슴에 념이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릿가?  길이 아조 질어터져서 뱀눈알 같은 것이 반쟉 반쟉어리고 있오.  그두가 어찌나 크던동 거러가면서 졸님이 오십니다.  진흙에 ? 붙어 버릴 듯하오. 철없이 그리워 둥그스레한 당신의 어깨가 그리워.  거기에 내 머리를 대이면 언제든지 머언 따뜻한 바다 울음이 들려오더니......  ......아아, 아모리 기다려도 못오실 니를 ......  기다려도 못 오실 니 때문에 졸리운 마음은 幌馬車를 부르노니,  회파람처럼 불려오는 幌馬車를 부르노니, 은으로 만들은 슬픔을 실은 원앙새  털 깔은 幌馬車, 꼬옥 당신처럼 참한 幌馬車, 찰 찰찰 幌馬車를 기다리노니.  ~~~~~~~~~~~~~~~~~~~~~~~~~~~~~~~~~~~~~~~~~~~                                    【정지용(鄭芝溶)시인】  1903년 충청북도 옥천 출생  1918년 휘문 고보 재학 중 박팔양 등과 함께 동인지 『요람』 발간  1929년 교토 도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 졸업  1930년 문학 동인지 『시문학』 동인  1933년 『가톨릭 청년』 편집 고문, 문학 친목 단체 『구인회』 결성  1939년 『문장』지 추천 위원으로 조지훈, 박두진, 박목월, 김종한,  이한직, 박남수 추천  1945년 이화 여자 대학교 교수  1946년 조선 문학가 동맹 중앙 집행 위원  1950년 납북  시집 : 『정지용 시집』(1935), 『백록담』(1941), 『지용 시선』(1946),  『정지용 전집』(1988)  *절제된 언어의 구사는 정지용의 시에서 일관되는 특성이지만  그의 시세계가 그리는 궤적은 몇 단계의 변모 과정을 보인다.  정지용 시의 전개 과정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23년경부터 1933년경까지의 서정적이며 감각적인 시,  둘째, 1933년 [불사조] 이후 1935년경까지의 카톨릭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적인 시,  셋째,[옥류동](1937), [구성동](1928) 이후 1941년에 이르는 동양적인  정신의 시 등이 그것이다.  특히 주목을 요하는 것은 정지용의 종교시가 [카톨릭 청년](1933)의  창간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 지면에 대부분 그의 종교시가 발표되었다는 점이다.  초기의 감각적인 시와 후기의 고전적인 시들의 교량적인 역할을  종교시가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지용의 신앙시는 1934년 [카톨릭 청년]에 발표된 [다른 하늘], [또 하나의 다른 태양] 이후 자취를 감추며  4년여의 침묵 뒤에 [옥류동], [비로봉], [구성동] 등이 발표된다.  이를 카톨릭 신앙의 전면적인 포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그가  1930년대 후반에 나름대로 각고의 방향 모색을 시도했으며, [옥류동],  [백록담] 등에서 그 실마리를 찾으려 했고 1939년 [장수산], [백록담]  등에서는 한층 더 정신주의에의 침잠을 시도하면서 현실의 고통스러움을  견인의 정신으로 극복하고자 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  .  정지용의 대표작으로서 국민들에게 널리 애송되는 작품 한 편을 들라고 한다면,  우리는 [향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지용의 [향수]를 노래하는 사람 모두가  언제나 마음의 고향으로 되돌아감을 느낀다.  정지용은 [향수]에서 독특한 감각적 표현을 율격 언어로 응축시켜 한국인들이  마음의 고향에 도달하는 심정적 통로를 열어 보였다.  [향수]가 그려내는 고향의 정경은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한 추억이며 따라서  강력한 정서적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정서적 호소력에 힘을 더하는 것은  뛰어난 감각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금빛 게으른 울음'이나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전설의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에서 보이는 언어적 환기 효과는 당시로서는 특별한 예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 표현한 [향수]는  뛰어난 감각적 표현으로 온 국민의 사랑 받아  첫째 연의 고향에 대한 공간적 환기와  둘째 연의 전형적인 농가의 풍경에서 제시되는 육친애의 그리움에 이어  셋째 연에서는 화자의 구체적인 성장 경험이 표현된다.  흙에서 자란 마음과 파란 하늘 사이의 화자의 행동 모습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생겨나기 이전의 것으로서 유년 시절의 낙원에 대한 믿음을 연상시킨다.  그 정경은 어린 시절의 단순한 반추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이상과 낙원이  괴리되어 떠도는 현재의 상황을 시사한다. 넷째 연은 다시 구체적인 삶의  정경으로 돌아가고 다섯째 연은 계절의 순환과 더불어 포착된 고향집이 그려진다.  고향집이 내포하는 평화롭고 정겨운 감각으로 인해 가난의 어려움마저 넘어서고  있다.  [향수]는 20년대 초반의 젊은이가 고향을 떠나와 고향을 그리는 젊음이 용해되어  있으며, 오늘의 우리들 또한 상실한 낙원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생의 근원에 대한  동경을 담고 있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그리고 이를 넘어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향수]는 생의 근원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일깨워 준다                 - 최동호 / 1948년생, 시인, 고려대 국문과 교수                                                              정지용 생가 / 정지용 문학관                    1910년대부터 50년대까지 현대시가 어떻게 변화.발전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정지용 시집', '백록담', '지용시선', '문학독본', '산문' 등                                            정지용 시인의 시.산문지 원본이 전시되어 있습니                                                         줄겁고 행복한시간 되십시오..                                                                                                  
260    굴원/ 어부사(漁父辭) 댓글:  조회:4008  추천:0  2015-04-01
  굴원(屈原)은 기원전, 그러니까 BC 343년 경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 초(楚)나라에서 태어나 BC 289년까지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하진 않다. 성(姓)은 굴(屈) 이름은 평(平)이고 자는 원(原)이다. 양쯔 강(揚子江) 중부 유역에 자리한 큰 나라였던 초(楚)나라에서 왕족으로 태어났다.  그의 친척이었던 회왕(懷王)의 신임을 받아 20대에 좌도(左徒)라는 중책을 맡을 정도로 총명하였고 또 급속하게 성장하였다. 그때부터 그의 명성은 초(楚)나라를 비롯한 인접 제(齊)나라와 진(秦)나라에까지 이름이 날 정도로 널리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굴원(屈原)   그 무렵 법령(法令) 입안(立案)을 두고, 조정의 정적(政敵)관계 였던 상관대부(上官大夫)와 충돌이 자주 일어나자 굴원을 시기하고 모함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결국엔 그의 터무니없는 중상모략(中傷謀略)으로 면직당하고 왕 곁에서 멀어지게 된다.   굴원(屈原)은 제(齊)나라와 동맹을 맺어 강국인 진(秦)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며 소신을 가지고 강력하게 주장했으나, 진(秦)나라의 재상 장의(張儀)와 내통하고 있던 간신(姦臣)들과  회왕(懷王)이 총애하는 애첩(愛妾)의 집요한 방해로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한다. 회왕(懷王)은 오히려 제(齊)나라와 단교하고 진(秦)나라에 붙었으나 진(秦)나라에 이용만당하고  결국에는 막내아들 자란(子蘭)으로 부터 살해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 가슴을 치고 통탄할 일이 아닐수 없다.   회왕(懷王)이 죽은 뒤 큰아들인 경양왕(頃襄王)이 즉위하고,  아버지를 죽게 만든 막내아들 자란(子蘭)이 영윤(令尹)이라 불리는 재상자리에 오르게 된다. 굴원(屈原)은 회왕을 객사케 한 자란(子蘭)을 백성들과 함께 강력 비난하다가  또 다시 모함을 받아 양쯔 강(揚子江) 이남의 소택지(沼澤地)로 추방되고 만다. 지금 소개하는 "어부사(漁父辭)"는 그때 쓴 작품이다.       그는 유배지에서 울분을 삼키며 민속의식(民族意識)을 관찰하면서,  그의 작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초(楚)나라를 비롯한 인접국의 전설들을 본격적으로 수집했다.  맨 처음 회왕에게 내쫓기어 유배되었을 때는 굴원(屈原)의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장편(長篇) 서정시(敍情詩)인 "이소(離騷)"를 써서  자신의 결백을 강력하게 주장하기도 했었다. "이(離)"는 "만나다"의 뜻이고 "소(騷)"는 "근심"이라는 뜻이니, 이소(離騷)란 곧 "근심을 만나다"라는 뜻이 된다. 이소(離騷)의 내용은 굴원(屈原)이 조정에서 쫓겨난 후의 시름과 연군(戀君)의 정(情)을 노래한 서정적(敍情的)인 내용으로 아주 긴 장시(長詩)이다. 굴원의 작품 이소(離騷)를 "이소경(離騷經)"이라고도 부르는데, 이소경(離騷經)이라고 부르는 것은 후세 사람들이 그의 작품 이소(離騷)를 높여서 부르는 이름이다.     이 글을 쓰면서... 원래는 어부사(漁父辭)보다는 그의 대표작으로 이름이 더 알려진 "이소(離騷)"를 소개코자 하였으나, 그 내용이 방대하고 산문형식의 詩라서 요즘의 시각으로 접하다보면  지루한 점이 많은지라 읽고자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을 것 같아서 굴원의 또 다른 명작(名作) "어부사(漁父辭)"로 바꿔서 글을 썼다.   굴원(屈原)은 억울하게 모함 받고 쫏겨난 점을 애타게 간(諫)하며 충정(忠情)을 아뢰어 한 번은 용서 받은바 있었으나,  다시금 간신(姦臣)들의 참소(讒訴)를 받아 경양왕(頃襄王)에 의해 멀리 양자강 남쪽 강남(江南)으로 내쫓기는 몸이 되고 만다. 그로부터 그는 백성들로부터는 지조 강한 애국시인(愛國詩人)이라는 애칭으로 불렸으며 유명세를 타면서 지금까지 내려오는 詩人이 되었다. 그는 유배에 대한 절망감으로 강가를 하염없이 거닐며 울분을 삭히며 詩를 짓기도하면서 10 년 간을 방랑 생활로 보낼 무렵 자신이 그토록 우려하고 걱정한 대로,  진(秦)나라에 의해 조국인 초(楚)나라가 결국 멸망 당하자,  울분을 참지 못한 굴원(屈原)은 온 몸에 돌을 매달고 미뤄 강 즉 멱라강(汨羅江)에 몸을 던져 자결하고 만다. 그 때가 그의 나이가 54세 였다고 전하나 이 또한 정확하진 않다. 또 다른 문헌에는 62세에 자결했다고 전하기도 하는데. 앞 뒤의 정황과 당시의 수명을 유추해 보면 54세가 더 정확도가 높은 것 같다.     굴원(屈原)이 투신 자살한 현재의 지명(地名)인 멱수(汨水) 강가에는 그의 무덤이 있으며,  그 곁에 충절을 기리는 사당이 세워져 애국(愛國) 충절(忠節)을 기리고 있다.  중국에서 굴원이 자결한 날인 음력 5월 5일을 단오절(端午節)이라고 해, 그를 추모하는 제일(祭日)로 정해져 내려오고 있다. "배로 굴원(屈原)을 구한다"는 뜻이 담긴 놀이로,  뱃머리에 용머리를 장식한 용선(龍船)을 타고 북을 치면서 경주를 벌이는 용선경도(龍船競渡)가  중국과 홍콩 마카오등에서는 지금도 음력 5월 5일에 열리는 연중 축제행사로 성대하게 치러진다. 당시 굴원(屈原)의 시신을 찾고자 백성들이 너도나도 배를 타고 와서, 물고기가 시신을 훼손치 못하도록 북을 치고 쫓으며  물속을 휘젖던 것에서 유래한 놀이가 바로 용선뱃놀이의 기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단오날에 간혹 쌀을 넣은 대통밥을 소태나뭇잎으로 싸는 것이나, 갈대잎이나 대나무잎으로 싸서 찐 수리취라는 떡을 물고기에게 던져주는 풍습이 있는데,  전설에 의하면 물속에 잠긴 굴원(屈原)이 물고기에게 뜯어먹히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의 뜻에서 이어져 내려온 풍습이라고 한다.  대나뭇잎으로 싸서 찐 찰떡을 단오날에 강에 던져 물고기에게 주기도 하고,  서로서로 나누어 먹는 풍습등은 모두 굴원(屈原)의 충정(忠政)을 기리는데서 유래한 풍습으로,  우리나라의 단오날 역시 중국에서 오래전에 전해진 풍습이 그 기원이라 하겠다.     어부사(漁父辭)는 굴원(屈原)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어부사(漁父辭)에는 굴원의 강직한 성품이 묻어나며, 어부의 달관(達官)한 삶의 자세와 굴원의 인품이 대조되어 그 빛을 더하는 작품이다. "모두가 취해 있으나 홀로 깨어있다"라는 "중취독성(衆醉獨醒)"의 고사성어는 이 어부사에서 연유한 말이다. 굴원(屈原)의 몇 몇 작품들은 고대 중국의 명시선집(名詩選集)인 초사(楚辭)에 실려 내려오고 있다.  이 시집(詩集)은 후세 詩人들이 굴원(屈原)과 송옥등 초나라 사람들의 전설적인 작품과 삶에 대해 쓴 글들이 실려 있는데, 워낙 오래전인 기원전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에 살던 인물들을  지금에 와서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거의가 불가능하며, 초사(楚辭)에 실려 내려오는 작품을 통해서 그의 삶과 詩 그리고 정신과 충정(忠政)을 헤아릴 수 밖에 없다.   굴원의 작품이 실린 초사(楚辭)의 내용들은 한(漢)나라 때 크게 유행한 한부(漢賦)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에게서 비롯된 시가인 초사(楚辭)는 이백(李白)이나 두보(杜甫)와 같은 당(唐)나라 때의 詩人들에게도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굴원(屈原)의 작품과 삶이 차지하는 비중은 문학사(文學史)에서 뿐만 아니라  충절(忠節)의 대명사로 높이 평가 되는 전설적인 인물로 기원전(紀元前) 전국시대(戰國時代) 초(楚)나라의 詩人이며 정치가(政治家)였던 그가 대표격이라 하겠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충정(忠政)에서 우러나는 직언(直言)은 위정자(爲政者)들의 귀에 늘 거슬렸다. 쓰디쓴 말이기에 들었다 해도 무시하기 일쑤였으며, 직언을 하는 신하를 눈에 가시쯤으로 여기다 크게 화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 언로(言路)가 막혀 소통이 없는 위정자(爲政者)는 결국에 가서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 걸 역사는 빈번하게 반복해서 일러준다. 목숨을 걸고 충정(忠政)으로 간(諫)하는 자(者)를 이젠 찾아보기 어렵게 된 세상이지만, 지난 역사속에선 올곧은 선비들이 하나뿐인 소중한 목슴을 충정(忠政) 앞에 과감하게 던졌던 예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정직한 인품으로 길이길이 후손과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을 위안(慰安)과 영광으로 여겼으며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삶을 살다 갔다.     역사학자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의 말처럼 "역사(歷史)는 돌고 돈다". 정말 이상하리만큼 반복해서 돌고 돈다.  2천 년 전에 일어났던 답답한 일들이 지금도 종종 되풀이 되는 것을 보며, 人間의 과욕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가끔 있다. 지난날의 과오를 반복해서 되풀이하는 건 인간이 욕심으로 가득 찬 존재이기 때문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굴원(屈原)의 대표작 "어부사(漁父辭)"를 미천한 졸필(拙筆)로 여기 옴기고자 하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를 바라는 바이다.     어부사(漁父辭): 어부 이야기 屈原旣放(굴원기방): 굴원이 이미 쫓겨나 游於江潭(유어강담): 강가와 물가에 노닐고 行吟澤畔(행음택반): 못가에서 시를 읊조리고 다니는데, 顔色樵悴(안색초췌): 얼굴색은 초췌하고 形容枯槁(형용고고): 모습은 수척해 보였다. 漁父見而問之曰, 子非三閭大夫與(어부견이문지왈 자비삼려대부여): 어부가 그를 보고 묻기를, 그대는 삼려대부가 아니십니까? 何故至於斯(하고지어사): 무슨 까닭으로 이 지경에 이르셨습니까? 하니, 屈原曰, 擧世皆濁(굴원왈 거세개탁): 굴원이 말하기를, 세상이 다 혼탁한데 我獨淸(아독청): 나 홀로 깨끗하고 衆人皆醉(중인개취): 모든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我獨醒(아독성): 나 홀로 깨어 있었습니다 是以見放(시이견방): 이런 까닭에 추방을 당했다.고 하니 漁父曰 聖人(어부왈 성인): 어부가 말하기를, 성인은 不凝滯於物(불응체어물): 세상 사물에 얽매이지 않지만 而能與世推移(이능여세추이): 세상을 따라 변하여 갈 수 있어야 합니다. 世人皆濁(세인개탁): 세상 사람들이 모두 탁하면 何不淈其泥而揚其波(하불굴기니이양기파): 어찌 진흙탕을 휘어저 그 물결을 일으키지 않으며, 衆人皆醉(중인개취): 뭇 사람이 모두 취해 있거늘 何不飽其糟而歠其醨(하불포기조이철기리): 어째하여 술지게미를 먹고 박주(薄酒)를 마시지 않으십니까? 何故로 深思高擧(하고로 심사고거): 어찌하여 깊이 생각하고 고결하게 처신하여 自令放爲(자령방위): 스스로 쫓겨남을 당하게 하십니까? 하니 屈原曰, 吾聞之(굴원왈, 오문지): 굴원이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新沐者(신목자):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必彈冠(필탄관): 반드시 관을 털어서 쓰고, 新浴者(신욕자): 새로 목욕한 사람은 必振衣(필진의): 반드시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하였소. 安能以身之察察(안능이신지찰찰): 어찌 맑고 깨끗한 몸으로   受物之汶汶者乎?(수물지문문자호): 더러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소? 寧赴湘流(녕부상류): 차라리 상수에 몸을 던져  葬於江魚之腹中(장어강어지복중): 물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지언정 安能以皓皓之白(안능이호호지백): 어찌 결백한 몸으로서 而蒙世俗之塵埃乎(이몽세속지진애호):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소? 하니 漁父(어부): 어부는 莞爾而笑(완이이소): 빙그레 웃고서, 鼓枻而去(고설이거): 노를 두드리고 떠나가면서, 乃歌曰, 滄浪之水淸兮(내가왈, 창랑지수청혜): 이렇게 노래하기를, 창랑의 물이 맑으면 可以濯吾纓(가이탁오영): 내 갓끈을 씻고, 滄浪之水濁兮(창랑지수탁혜): 창랑의 물이 흐리면 可以濯吾足(가이탁오족): 내 발을 씻으리라. 하곤 遂去不復與言(수거불부여언): 마침내 떠나가고 다시는 대화가 없었다.    
259    굴원/ 리소(離騷) 댓글:  조회:3336  추천:0  2015-04-01
   이소경(離騷經)은 굴원의 이소.  다음은 원문과 해석본.    離騷經   帝高陽之苗裔兮,朕皇考曰伯庸。攝提貞于孟陬兮,惟庚寅吾以降。 皇覽揆余初度兮,肇錫余以嘉名。名余曰正則兮,字余曰靈均。 紛吾旣有此內美兮,又重之以脩能。扈江離與辟芷兮,紉秋蘭以爲佩。 汩余若將不及兮,恐年歲之不吾與。朝搴阰之木蘭兮,夕攬洲之宿莽。   日月忽其不淹兮,春與秋其代序。惟草木之零落兮,恐美人之遲暮。 不撫壯而棄穢兮,何不改此度?乘騏驥以馳騁兮,來吾道夫先路。 昔三后之純粹兮,固衆芳之所在。雜申椒與菌桂兮,豈維紉夫蕙茝? 彼堯舜之耿介兮,旣遵道而得路。何桀紂之猖披兮,夫唯捷徑以窘步。 惟夫黨人之偸樂兮,路幽昧以險隘。豈余身之憚殃兮,恐皇輿之敗績。   忽奔走以先後兮,及前王之踵武。荃不察余之中情兮,反信讒而齌怒。 余固知謇謇之爲患兮,忍而不能舍也。指九天以爲正兮,夫唯靈脩之故也。 曰黃昏以爲期兮,羌中道而改路。初旣與余成言兮,後悔遁而有他。 余旣不難夫離別兮,傷靈脩之數化。   余旣滋蘭之九畹兮,又樹蕙之百畝。畦留夷與揭車兮,雜杜衡與芳芷。 冀枝葉之峻茂兮,願俟時乎吾將刈。雖萎絶其亦何傷兮,哀衆芳之蕪穢。   衆皆競進以貪婪兮,憑不猒乎求索。羌內恕己以量人兮,各興心而嫉妒。 忽馳騖以追逐兮,非余心之所急。老冉冉其將至兮,恐脩名之不立。   朝飮木蘭之墜露兮,夕餐秋菊之落英。苟余情其信姱以練要兮,長顑頷亦何傷? 攬木根以結茝兮,貫薜荔之落蕊。矯菌桂以紉蕙兮,索胡繩之纚纚。 謇吾法夫前脩兮,非世俗之所服。雖不周於今之人兮,願依彭咸之遺則。   長太息以掩涕兮,哀民生之多艱。余雖好脩姱以鞿羈兮,謇朝誶而夕替。 旣替余以蕙纕兮,又申之以攬茝。亦余心之所善兮,雖九死其猶未悔。 怨靈脩之浩蕩兮,終不察夫民心。衆女嫉余之蛾眉兮,謠諑謂余以善淫。 固時俗之工巧兮,偭規矩而改錯。背繩墨以追曲兮,競周容以爲度。 忳鬱邑余侘傺兮,吾獨窮困乎此時也。寧溘死以流亡兮,余不忍爲此態也。 鷙鳥之不群兮,自前世而固然。何方圜之能周兮,夫孰異道而相安。 屈心而抑志兮,忍尤而攘詬。伏淸白以死直兮,固前聖之所厚。   悔相道之不察兮,延佇乎吾將反。回朕車以復路兮,及行迷之未遠。 步余馬於蘭皐兮,馳椒丘且焉止息。進不入以離尤兮,退將復脩吾初服。 製芰荷以爲衣兮,集芙蓉以爲裳。不吾知其亦已兮,苟余情其信芳。 高余冠之岌岌兮,長余佩之陸離。芳與澤其雜糅兮,唯昭質其猶未虧。 忽反顧以遊目兮,將往觀乎四荒。佩繽紛其繁飾兮,芳菲菲其彌章。 民生各有所樂兮,余獨好脩以爲常。雖體解吾猶未變兮,豈余心之可懲。 女嬃之嬋媛兮,申申其詈予。曰:「鯀婞直以亡身兮,終然殀乎羽之野。 汝何博謇而好脩兮,紛獨有此姱節。薋菉葹以盈室兮,判獨離而不服。 衆不可戶說兮,孰云察余之中情。世並擧而好朋兮,夫何煢獨而不予聽,」   依前聖以節中兮,喟憑心而歷玆。濟沅湘以南征兮,就重華而敶詞: 啓《九辯》與《九歌》兮,夏康娛以自縱。不顧難以圖後兮,五子用失乎家巷。 羿淫遊以佚畋兮,又好射夫封狐。固亂流其鮮終兮,浞又貪夫厥家。 澆身被服强圉兮,縱欲而不忍。日康娛而自忘兮,厥首用夫顚隕。 夏桀之常違兮,乃遂焉而逢殃。后辛之菹醢兮,殷宗用而不長。 湯禹儼而祗敬兮,周論道而莫差。擧賢而授能兮,循繩墨而不頗。 皇天無私阿兮,覽民德焉錯輔。夫維聖哲以茂行兮,苟得用此下土。 瞻前而顧後兮,相觀民之計極。夫孰非義而可用兮,孰非善而可服。 阽余身而危死兮,覽余初其猶未悔。不量鑿而正枘兮,固前脩以菹醢。 曾歔欷余鬱邑兮,哀朕時之不當。攬茹蕙以掩涕兮,霑余襟之浪浪。   跪敷衽以陳辭兮,耿吾旣得此中正;駟玉虯以乘鷖兮,溘埃風余上征。 朝發軔於蒼梧兮,夕余至乎縣圃;欲少留此靈瑣兮,日忽忽其將暮。 吾令羲和弭節兮,望崦嵫而勿迫。路曼曼其脩遠兮,吾將上下而求索。 飮余馬於咸池兮,總余轡乎扶桑。折若木以拂日兮,聊逍遙以相羊。 前望舒使先驅兮,後飛廉使奔屬。鸞皇爲余先戒兮,雷師告余以未具。 吾令鳳鳥飛騰兮,繼之以日夜。飄風屯其相離兮,帥雲霓而來御。 紛總總其離合兮,斑陸離其上下。吾令帝閽開關兮,倚閶闔而望予。 時曖曖其將罷兮,結幽蘭而延佇。世溷濁而不分兮,好蔽美而嫉妬。   朝吾將濟於白水兮,登閬風而繫馬。忽反顧以流涕兮,哀高丘之無女。 溘吾遊此春宮兮,折瓊枝以繼佩。及榮華之未落兮,相下女之可詒。 吾令豐隆乘雲兮,求宓妃之所在。解佩纕以結言兮,吾令蹇脩以爲理。 紛總總其離合兮,忽緯繣其難遷。夕歸次於窮石兮,朝濯髮乎洧盤。 保厥美以驕傲兮,日康娛以淫遊。雖信美而無禮兮,來違棄而改求。 覽相觀於四極兮,周流乎天余乃下。望瑤臺之偃蹇兮,見有娀之佚女。 吾令鴆爲媒兮,鴆告余以不好。雄鳩之鳴逝兮,余猶惡其佻巧。 心猶豫而狐疑兮,欲自適而不可。鳳皇旣受詒兮,恐高辛之先我。 欲遠集而無所止兮,聊浮遊以逍遙。及少康之未家兮,留有虞之二姚。 理弱而媒拙兮,恐導言之不固。世溷濁而嫉賢兮,好蔽美而稱惡。 閨中旣以邃遠兮,哲王又不寤。懷朕情而不發兮,余焉能忍與此終古。   索藑茅以筳篿兮,命靈氛爲余占之。曰:「兩美其必合兮,孰信脩而慕之? 思九州之博大兮,豈唯是其有女?」曰:「勉遠逝而無狐疑兮,孰求美而釋女? 何所獨無芳草兮,爾何懷乎故宇?世幽昧以昡曜兮,孰云察余之善惡。 民好惡其不同兮,惟此黨人其獨異。戶服艾以盈要兮,謂幽蘭其不可佩。 覽察草木其猶未得兮,豈珵美之能當?蘇糞壤以充幃兮,謂申椒其不芳!」   欲從靈氛之吉占兮,心猶豫而狐疑。巫咸將夕降兮,懷椒糈而要之。 百神翳其備降兮,九疑繽其並迎。皇剡剡其揚靈兮,告余以吉故。 曰:「勉陞降以上下兮,求矩矱之所同。湯禹嚴而求合兮,摯咎繇而能調。 苟中情其好脩兮,又何必用夫行媒。說操築於傅巖兮,武丁用而不疑。 呂望之鼓刀兮,遭周文而得擧。甯戚之謳歌兮,齊桓聞以該輔。 及年歲之未晏兮,時亦猶其未央。恐鵜鴃之先鳴兮,使夫百草爲之不芳!」 何瓊佩之偃蹇兮,衆薆然而蔽之。惟此黨人之不諒兮,恐嫉妒而折之。   時繽紛其變易兮,又何可以淹留。蘭芷變而不芳兮,荃蕙化而爲茅。 何昔日之芳草兮,今直爲此蕭艾也。豈其有他故兮,莫好脩之害也。 余以蘭爲可恃兮,羌無實而容長。委厥美以從俗兮,苟得列乎衆芳。 椒專佞以慢慆兮,樧又欲充夫佩幃。旣干進而務入兮,又何芳之能祗。 固時俗之流從兮,又孰能無變化。覽椒蘭其若玆兮,又況揭車與江離。 惟玆佩之可貴兮,委厥美而歷玆。芳菲菲而難虧兮,芬至今猶未沬。 和調度以自娛兮,聊浮游而求女。及余飾之方壯兮,周流觀乎上下。   靈氛旣告余以吉占兮,歷吉日乎吾將行。折瓊枝以爲羞兮,精瓊爢以爲粻。 爲余駕飛龍兮,雜瑤象以爲車。何離心之可同兮,吾將遠逝以自疏。 邅吾道夫崑崙兮,路脩遠以周流。揚雲霓之晻藹兮,鳴玉鸞之啾啾。 朝發軔於天津兮,夕余至乎西極。鳳皇翼其承旂兮,高翶翔之翼翼。 忽吾行此流沙兮,遵赤水而容與。麾蛟龍使梁津兮,詔西皇使涉予。 路脩遠以多艱兮,騰衆車使徑待。路不周以左轉兮,指西海以爲期。 屯余車其千乘兮,齊玉軑而並馳。駕八龍之婉婉兮,載雲旗之委蛇。 抑志而弭節兮,神高馳之邈邈。奏《九歌》而舞《韶》兮,聊假日以婾樂。 陟陞皇之赫戱兮,忽臨睨夫舊鄕。僕夫悲余馬懷兮,蜷局顧而不行。   亂曰:已矣哉,國無人莫我知兮,又何懷乎故都? 旣莫足與爲美政兮,吾將從彭咸之所居。   고양 임금님 끝 자손이며 백용 어른의 아들로서 인의 해 인의 달 첫 정월 인의 날 이 몸이 태어났네. 내가 날 적 그때를 헤아려 어버이 내게 이름 주시니, 이름은 정칙, 자는 영균 아름다운 이름 내려주셨네. 날 적부터 고운 성품에 좋은 재주를 안에다 지녀 겉으로 향초를 몸에다 감고 추란을 엮어 허리를 찼네. 이 몸 닦기를 매양 보족한 양 행여 저 해가 그냥 갈세라, 아침엔 비산에 목란 꽃 캐고 저녁엔 모래톱에 숙낭을 캐네.   쉬지를 않고 세월은 흘러 봄은 어디로 가을이 갈마들어, 초목이 시들고 우수수 낙엽지니 아! 고운 님 그냥 늙었네 한창인 이때 악을 안 버리니 이걸 어이 두고 못 고치시나, 천리마 타고 달려오시면 앞서 좋은 길 인도하련마는― 옛 삼왕의 순수한 덕이여! 향기로운 그 꽃들 때문일세, 산초 계수가 한 둘 뿐이었나 혜초 구리때가 줄지었었네 요순임금님 빛나신 덕은 바른 길 좇아 정도에 드심일세 폭군 걸․주의 창피한 행적은 못 갈 지름길로 달렸던 탓이리. 제 배나 채우려는 못된 무리로 어둡고 좁은 길 험난해 가니, 어이 이 한 몸이 걱정되오리 님의 수레 꺼질까 맘 설레네.   앞으로 뛰고 뒤로 달리며 선황의 뒤를 잇게 하렸더니, 이 내 충정은 몰라주고 참소만 믿고 벌컥 성내시네. 바른 내 말이 이 몸에 화 될 줄을 알고도 차마 못 그치옴은, 하늘이 아시리! 이 내 충정을 오직 알뜰한 님 때문일세. 저녁에 만나자 기약했더니 아! 중도에 마음 변하셨네. 변치를 말자 맹세한 말씀 다 깨뜨리고 마음 옮기셨네. 님과 이별이 애타오리만 고운 님 그 마음이 하도 서럽네.   쉬지를 않고 고운 님 위해 드넓은 밭에 난초 혜초랑, 약초 아욱 구리때 심어 고이 가꾸며 기다렸었네.   그 향초들 무성해지면 때를 기다렸다 베려 했더니…… 때 아니 병든 걸 슬퍼하랴만 그 많은 향초들 거칠어지는 것이―   앞을 다투며 욕심을 내더니 가득 찼어도 주린 양 허덕이네, 내가 저 같은 줄 혼자 여겨 괜한 날 두고 강짜를 부리네. 남들은 이욕에 허둥대지만 이 나는 전혀 아랑곳없네, 늙음이 덧없이 닥치기 전에 조촐한 이름을 전하는 것만이…… 아침엔 떨어지는 목란의 이슬을― 저녁엔 국화꽃 씹으며 지내옵네, 진정 이 마음 곱게만 간직하면 배고픈 것 쯤이야 뭐 서러우리. 목란 뿌리 캐어 구리때 맺고서 승검초 꽃술 엮어 함께 엮어 입고, 계수 가지에 혜초를 매고 호승의 긴 띠 곱게 둘렀네. 옛 어진 분을 본받는 이 나여! 세속 사람들은 아무도 행하지 않네, 지금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지만 팽함님 끼친 법 기여 따르오리.   긴 한숨 쉬며 남몰래 우는 건 고생도 하고 많은 민생이 애처로와, 선미를 닦으며 조심도 했더니 아침에 간했다 고대 버림 받았네. 혜초띠를 보고 날 아주 버렸나 그 위에 구리때도 내겐 있었지, 하지만 이 마음에 소중한 것을 아홉 번 죽어도 한 않으리. 알뜰한 님이여!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의 마음을 자세 안 보시니, 남다른 이 나를 헐뜯는 이들 날 음란하다니 원망스럽네. 아! 교묘한 사람의 재주여 그림쇠 놓고서 예사로 고치는…… 먹줄 비켜 두고 굽은 길로 좇는…… 애써 뜻 맞추려 알랑수만 일삼네. 시름에 겨워 넋 잃고 서서 궁한 세상을 나만이 겪네만, 아무 때 죽어 흔적마저 없어져도 그런 태도야 차마 못 취하리. 매가 딴 새와 어울리지 않는 건 정녕 예로부터 빈 말이 아닐세, 각과 원이 어디 맞는 예 보았나 길이 서로 다른 걸 누가 상종하리. 마음을 굽히고 뜻을 억눌러 허물을 참고 욕을 비키며, 청렴결백 바르게 죽는 걸 옛 성인은 참말 아끼셨네.   잘못 든 길을 한을 하고서 목 늘여 주춤 돌아갈까 섰네, 이 내 수레를 옛 길로 돌리며 이제야 깨닫고 물러를 가네. 난초 향그런 못가를 거쳐 산초 언덕에 달려가 쉬네, 나아가자 님께 허물만 만났으니 물러가 조촐히 몸이나 닦으리. 마름 연핑으로 저고리 지어 입고 연꽃을 모아 치마를 입네, 날 알아주는 이 없으면 그 어떠리 이 마음 정녕 꽃다운 것을― 이 내 갓은 산처럼 우뚝 솟았는데 치렁치렁 늘어진 광채 어린 긴 띠, 방향과 악취가 섞여 있는 속에서도 깨끗한 천성은 깎이지 않았네. 갑자기 뒤돌아 시선을 흘리며 사방을 이제 가서 구경할까 하네, 이 몸에 긴 띠 한결 빛 어려 아름다운 향기 서언히 풍기네. 줄기는 품성이 저마다 다른데 나만이 유독 결백을 즐겨, 사지가 찢겨도 변치 않을 걸 이 마음 행여나 고칠 줄이야. 이런 날 두고 우리 누님은 날 위해 애타게 나무라시네, 곤이 직으로 화를 입더니만 끝내 우산서 쉬 죽더라며, 네 어이 직언을, 결백을 즐겨 미쁜 절개를 너만이 두고서, 집안에 가득히 납가세, 꼴인데 너만이 따로 멀리 하는가! 남에게 일일이 말 못할 것을! 너의 그 충정을 누가 알아 주리, 당을 짓느라 급급한 세상에 어쩌자고 외로이서 내 말을 안 듣나.    
258    굴원/ 오언절구 댓글:  조회:3195  추천:0  2015-04-01
굴원(屈原)의 詩(五言絶句)    日月千年鏡 (일월천년경)  해와 달은 천 년을 비추는 거울이요  江山萬古屛 (강산만고병)  강산은 만고의 병풍이라네  東西日月門 (동서일월문)  동과 서는 해와 달이 드나드는 문이요  南北鴻雁路 (남북홍안로)  남과 북은 기러기들의 길이라네.     江山萬古主 (강산만고주)  강산은 만고의 주인이요  人物百年賓 (인물백년빈)  사람은 백 년의 손님이네  世事琴三尺 (세사금삼척)  세상일은 석자거문고에 실어 보내고  生涯酒一盃 (생애주일배)  삶은 한 잔의 술을 마시는 것.     春水萬四澤 (춘수만사택)  봄 물은 사방의 못에 가득하고  夏雲多奇峰 (하운다기봉)  여름구름은 기이한 봉우리도 많더라  秋月揚明輝 (추월양명휘)  가을달은 밝은 빛으로 드날리니  冬嶺秀孤松 (동령수고송)  겨울 산에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구나.     日月籠中鳥 (일월롱중조)  해와 달은 새장 속의 새  乾坤水上萍 (건곤수상평)  하늘땅은 물 위의 부평초  白雲山上蓋 (백운산상개)  흰구름은 산을 덮는 일산  明月水中?(명월수중주)  밝은 달, 물속의 구슬이라네.     月爲宇宙燭 (월위우주촉)  달은 우주의 촛불이며  風作山河鼓 (풍작산하고)  바람은 산하를 두드리는 북이라네  月爲無柄扇 (월위무병선)  달은 자루 없는 부채  星作絶瓔珠 (성작절영주)  별은 끈 끊어져 흩어진 구슬.     春作四時首 (춘작사시수)  봄은 사계절의 처음이 되고  人爲萬物靈 (인위만물영)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네  水火木金土 (수화목금토)  수화목금토는 오행이요  仁義禮智信 (인의예지신)  인의예지신은 오상(五常)이라네.     夫婦二姓合 (부부이성합)  부부는 두 개의 성이 합 하였고  兄弟一氣連 (형제일기련)  형제는 한 기운으로 이어졌네  父慈子當孝 (부자자당효)  부모는 사랑하고 자식은 효도하며  兄友弟亦恭 (형우제역공)  형은 우애하고 아우는 공손하리.     耕田埋春色 (경전매춘색)  밭을 갈며 봄 빛은 땅 속에 묻으며  汲水斗月光 (급수두월광)  물을 길을 때는 달 빛도 함께 떠오리  西亭江上月 (서정강상월)  서쪽 정자에는 강 위로 달 떠 오르고  東閣雪中梅 (동각설중매)  동쪽 누각에는 눈 속에 매화가 피었네.     人分千里外 (인분천리외)  사람은 천리밖에 있어도  興在一杯中 (흥재일배중)  흥은 한잔 술 속에 들어있구나  春意無分別 (춘우무분별)  봄의 뜻은 분별이 없는데도  人情有淺深 (인정유천심)  인정은 깊고 얕음이 있구나.     山影推不出 (산영추불출)  산 그림자 밀어내도 나가지를 않고  月光掃還生 (월광소환생)  달 빛은 쓸어내도 다시 생기네  水鳥浮還沒 (수조부환몰)  물새는 떴다가 다시 잠기고  山雲斷復連 (산운단부연)  산 구름은 끊겼다가 다시 일어나네.     山高松下立 (산고송하립)  산이 높아도 소나무 아래 서 있고  江深沙上流 (강심사상류)  강이 깊어도 모래 위를 흐른다네  花開昨夜雨 (화개작야우)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花落今朝風 (화락금조풍)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네.     雲作千層峰 (운작천층봉)  구름은 천층의 봉우리가 되고  虹爲百尺橋 (홍위백척교)  무지개는 백 척의 다리가 되네  秋葉霜前落 (추엽상전락)  가을에 잎은 서리 오기 전에 떨어지고  春花雨後紅 (춘화우후홍)  봄 꽃은 비 온 뒤에 더 붉어지네.     父母千年壽 (부모천년수)  어버이 천 년의 장수를 누리시고  子孫萬歲榮 (자손만세영)  자손은 만세의 영화를 누리시길  愛君希道泰 (애군희도태)  임금은 사랑하여 도가 태평할 것을 바라고  憂國願年豊 (우국원년풍)  나라를 걱정하여 해마다 풍년 들기 바라네.     妻賢夫禍少 (처현부화소)  아내가 어질면 남편의 화가 적고  子孝父心寬 (자효부심관)  자식이 효도하면 어버이는 너그러우며  子孝雙親樂 (자효쌍친락)  자식이 효도하면 두분 어버이 기뻐하시고  家和萬事成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저절로 이루어져.     思家淸宵立 (사가청소립)  집이 그리워 맑은 밤에는 서성이며  憶弟白日眠 (억제백일면)  형제생각에 낮에도 졸고 있네  家貧思賢妻 (가빈사현처)  집이 가난하면 현명한 아내가 생각나고  國亂思良相 (국난사양상)  나라가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이 생각나네.     山靜似太古 (산정사태고)  산이 고요하니 태고와 같고  日長如少年 (일장여소년)  해는 길어서 소년과 같구나  靜裏乾坤大 (정리건곤대)  고요함 속에서 하늘과 땅의 큼을 알겠고  閒中日月長 (한중일월장)  한가한 가운데서 세월의 장구함을 느끼네.     歲去人頭白 (세거인두백)  세월이 흐르니 머리카락 희어지고  秋來樹葉黃 (추래수엽황)  가을이 다가오니 나뭇잎은 누래지고  雨後山如沐 (우후산여목)  비 온 뒤의 산은 목욕을 한듯하고  風前草似醉 (풍전초사취)  바람 앞의 풀은 술 취한듯 흔들리네.     細雨池中看 (세우지중간)  가랑비는 못 가운데서 볼 수 잇고  微風木末知 (미풍목말지)  산들바람은 나무 끝에서 알 수 있네  花笑聲未聽 (화소성미청)  꽃은 웃어도 웃음소리 들리지 않고  鳥啼淚難看 (조제루난간)  새는 울어도 눈물은 흘리지 않네.     白鷺千點雪 (백로천점설)  백로는 천 점의 눈이요  黃鶯一片金 (황앵일편금)  꾀꼬리는 한 조각의 금이라  桃李千機錦 (도리천기금)  복숭아꽃 오얏 꽃 일 천 베틀의 비단이며  江山一畵屛 (강산일화병)  강산은 한 폭의 그림이라네.     初月將軍弓 (초월장군궁)  초승달은 장군의 활이요  流星壯士矢 (유성장사시)  유성은 장사의 화살이라네  掃地黃金出 (소지황금출)  땅을 쓰니 황금이 나오고  開門萬福來 (개문만복래)  문을 여니 만복이 들어오네.        雨磨菖蒲刀 (우마창포도)  비는 창포의 잎을 갈고  風梳楊柳髮 (풍소양류발)  바람은 버드나무를 빗질하네  鳥耕蒼海去 (조경창해거)  물새는 푸른 바다를 가르며 떠나가니  鷺割靑山來 (로할청산래)  백로는 푸른 산을 가르며 날아오네.       洞深花意懶 (동심화의나)  골이 깊으니 꽃도 피는 것이 게으르고  山疊水聲幽 (산첩수성유)  산이 첩첩 하니 물소리도 그윽하네  氷解魚初躍 (빙해어초약)  얼음이 녹으니 물고기 먼저 뛰어오르고  風和雁欲歸 (풍화안욕귀)  바람이 따뜻해지니 기러기 돌아 가려 하네.   谷直風來急 (곡직풍래급)  골이 곧으니 바람은 급히 불고  山高月上遲 (산고월상지)  산이 높으니 달은 더디 오르네  실솔鳴洞房 (실솔명동방)  귀뚜라미 골방 속에 울고 있고  梧桐落金井 (오동낙금정)  오동 잎은 우물 속으로 떨어지네.    ☆.. 굴원 (중국 춘추전국 정치가 시인) : BC 343경 중국 중부 초(楚)나라~289경 초나라. 중국 전국시대의 정치가·애국시인. 이름은 평(平). 원(原)은 자. 일찍부터 그 명성이 널리 알려졌다.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그의 시들은 초기 중국 시단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257    세계 명시 모음 ㄴ 댓글:  조회:3132  추천:0  2015-04-01
    가 가을 (아폴리네르)   가을 (흄)   가을날 (릴케)   가을의 노래 (베를렌)   가을의 노래 (보들레르)   가지 않은 길 (프로스트)   감미롭고 조용한 사념 속에 (셰익스피어)   강설 (유종원)   거룩한 이여 (휠더들린)   검은 여인 (생고르)   고향 (아이헨도르프)   고향 (휠더를린)   관저   골짜기에서 잠자는 사람 (랭보)   굴뚝소제부 (브레이크)   귀거래사 (도연명)   귀안 (두보)   그리움 (실러)   기탄잘리 (타고르) 나 나그네여 보라 (오든)   나는 당나귀가 좋아 (잠)   나무들 (킬머)   나이팅게일 (키츠)   낙엽 (구르몽)   낙엽송 (기타하라 하큐슈)   난 후 곤산에 이르러 (완채)   내 가슴에 비가 내리네(베를렌)   내게는 그 분이 (사포)   내 사랑(로버트 번즈)   너는 울고 있었다(바이런)   널빤지에서 널빤지로 (디킨스)   노래 (로제티)   노래의 날개 위에 (하이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던)   눈 (구르몽)   눈내리는 밤 숲가에 서서 (프로스트)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하이네) 다 달 (왕유)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브라우닝)   동방의 등불 (타고르)   띠 (발레리) 라 로즈 에일머 (랜도)   로렐라이 (하이네) 마 마리아의 노래 (노발리스)   망여산 폭포 (이백)   먼옛날 (로버트 버즈)   모랫벌을 건너며 (테니슨)   무지개 (워즈워스)   미뇽 (괴테)   미라보 다리 (아폴리네르) 바 바다의 고요 (괴테)   바다의 산들 바람 (말라르메)   바닷가에서 (타고르)   바닷가에서 (고티에)   발견 (괴테)   밤의 꽃 (아이헨도르프)   밤의 찬가 (노발리스)   배 (지센)   백조 (말라르메)   벗을 보내며 (이백)   뻐꾸기에 부쳐 (워즈워스)   병거행 (두보)   병든 장미 (브레이크)   복숭아나무   봄 (도를레앙)   봄 (홉킨스)   부두 위 (흄)   붉디 붉은 장미 (번즈)   비잔티움의 향해 (예이츠) 사 3년 후 (베를렌)   사랑의 비밀 (블레이크)   사랑의 철학 (셸리)   사자와 늑대와 여우 (라 퐁테느)   산비둘기 (콕토)   산중문답 (이백)삼월 (워즈워스)   상응 (보들레르)   새벽 (랭보)   새벽으로 만든 집 (모마데이)   서풍의 노래 (셸리)   석류들 (발레리)   석호리 (두보)   소네트76 (세익스피어)   송원이사안서 (왕유)   수선화 (워즈워스)   숲에 가리라 (하이네)   시 (네루다)   시법 (매클리시)   시에 불리한 시대 (브레히트)   신곡 (단테)   신비의 합창 (괴테)   실낙원 (밀턴) 아 아름다운 모든 것을 사랑하며 (브리지즈)   아프리카 (디오프)   애로스야간통행금지 (엘뤼아르)   에너벨리 (에드거A .포)   야청도의성 (양태사)   어느 인생의 사랑 (브라우닝)   어리지만 자연스러운 것(코울리지)   어린이의 기쁨 (블레이크)   어부 (굴원)   엘레느에게 보내는 소네트 (롱사르)   여인에게 보내는 목동의 노래(말로)   오디세이 (호메로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오월의 노래 (괴테)   오후의 때 (베르하렌)올랭피오의 슬픔 (위고)   옷에게 바치는 송가 (네루다)   우리들이 헤어진 때 (바이런)   운명에 버림받고 세상의 사랑못받어도 (셰익스피어)   원정 (타고르)   울려라 힘찬 종이여 (테니슨)   음악은 부드러운 음성이 꺼질 때 (셸리)   이니스프리호수의 섬 (에이츠)   이별 (아흐마또바)   인간과 바다 (보들레르)   인정 (왕유)   일리아스 (호메로스)   잃어버린 술 (발레리) 자 자유 (엘뤼아르)   잠의 천사 (발레리)   적벽부 (소식)   종이배 (타고르)   지평선을 향하여 (아마두 샤물루)   지하철정거장에서 (파운드) 차 채프먼의 호머를 처음 읽고서(키츠)   출정가 (몽고민요) 카 켄터베리 이야기 (초서) 파 풀벌레   평화 (홉킨스)   풍차 (베르하렌)      
256    명시인 - 조향 댓글:  조회:3870  추천:1  2015-04-01
  SANATORIUM                                조향   SANATORIUM   옷도 벳드도 벽도 창장(窓帳)도 모두 희어 무섭게 깨끗해얄 곳인데두 이 무슨 악착한 병균(病菌) 살기에 이리 외론 곳이냐   저승으로 갈 채비를 하얗게 하였구나 병동(病棟) 유리창에 오후의 햇볕이 따가워 간호부 흔드는 손이 슬프기만 하여라   죽순, 1948. 3           `쥬노'의 독백                             조향   `쥬노'의 독백   참 우습지 커튼(curtain) 렉처(lecture)는 언제나 복숭아 빛깔인데 선생님들은 어두운 로비에서 케라라의 라라라 그렇지 라오스에서는 무엇을 자꾸 포기한다고 한다 고부랑깅 강아지는 낮 열한 시를 바라보고 한없이 울지 않았다 미인은 바크테리아를 기르는 선수들인데 낭자한 테블 위에는 자빠진 마네킹의 허벅지 네 살난 아들놈이 그 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 보더니 왜 이러냐고 갸웃이 묻는다 UP는 네루 수상의 찌푸린 표정을 보도하고 죄들이 옥수수처럼 알알이 영글어가면 붉은 발톱이 국경선을 할퀸다 목쉰 영감이 죽으면서 남겨 놓은 기침 소리가 겹쳐진다 기분 나쁜 오브제가 수세미의 모양 조랑조랑 달린 골목길에서 나는 낡은 황제의 모자를 쓰고 있다 석양은 녹색으로 물들어 가는데 영금을 보는 소녀의 외마디 소리 하품을 뱉으니까 트랜지스터 라디오 소리가 나더니 비둘기가 한 마리 어깨에 와서 오후 여섯 시를 구구거린다 셈본 성적이 좋지 않았지 그럼 팔랑고렁거리는 치마 자락은 어젯밤의 검은 빛을 갑자기 회상한다 되씹어 보면 사랑스러운 죄들이 시척지근한 트림과 더불어 꽤 생산될 것이니라 아아멘 자멘호프 박사의 암호 말씀인가요? 순정이 십자가에서 말라 죽었으니 말야 오늘 밤 골고다에서는 축구 시합이 있을 것이다 밤 곁에서 회색 기침 소리가 난다 손바닥에서 네가 수없이 멸해 간다   사상계, 1959. 10           가을과 소녀의 노래                        조향   가을과 소녀(少女)의 노래   하이얀 양관(洋館) 포오치에 소박한 의자가 하나 앉아 있다   소녀(少女)는 의자 위에서 지치어 버려 낙엽빛 팡세를 사린다 나비처럼 가느닿게 숨쉬는 슬픔과 함께……   바람이 오면 빨간 담장이 잎 잎새마다가 흐느낀다 영혼들의 한숨의 코오러스!   시집(詩集)의 쪽빛 타이틀에는 화석(化石)이 된 뉴우드가 뒤척이고,   사내는 해쓱한 테류우젼인 양 커어텐을 비꼬아 쥐면서 납덩이로 가라앉은 바다의 빛을 핥는다   먼 기억의 스크린처럼 그리워지는 황혼이 소녀(少女)의 살결에 배어들 무렵   가을은 대리석(大理石)의 체온을 기르고 있었다.   문예, 1950. 1           검은 SERIES                               조향   검은 SERIES     □ 1   (C․U) 유리창에 시꺼먼 손바닥 따악 붙어 있다. 지문(指紋)엔 나비의 눈들이……. (M․S) 쇠사슬을 끌고 수 많은 다리[脚]의 행진. (O․S) M 아카시아 꽃의 계절이었는데…… W 굴러 내리는 푸른 휘파람도……     ―― 밝은 목금(木琴) 소리 ――     □ 2   (M․S) 윤전기에서 쏟아지는 지폐의 더미. 그 더미 속에서 도오는 지구. (C․U) 지구는 잠시 정전(停電).           ―― 권총 소리 ―― (O․S)      W 오 소레 미오!      M 찢어진 EO S의 로비에서……     □ 3   (L․S) 사막의 뉴드 거기 한 쌍의 벌거숭이 실루에트 사뭇 내닫는다. 기일게 그리매가 따라간다.   W 옌 어디메에요!   M 죽음이 뵈는 언덕에서……        ―― 흑인 영가(黑人靈歌) ――     □ 4   (L․S) 기울어지는 성교당(聖敎堂) (M․S) 비스듬히 십자가. 탄도탄이 십자가에 명중. (L․S) 검은 태양.     ―― 바람 소리․사이 사이로 코오러스 ――     □ 5   (C․U) 유리창에 시꺼먼 손바닥. 파충류처럼 따악 붙어 있다. 그 손바닥 가운데 외눈동자가 꺼무럭. (B․C․U) 공포공포공포의 외눈동자.      ―― 허탈한 여인의 웃음 소리 ――     □ 6   (M․S) 정전된 지구의(地球儀) 도온다. 지구의 복판에 공포공포의 외눈동자. (B․C․U) 외눈동자. 외눈동자에서. 무수한 독나방 흩 어지며 날 아 난 다.      ―― 명랑하게 구르는 목금 소리 ――     □ 7   (L․S) 아무 것도 없는 회색 하늘. 참 광막하다. (O․S)    너희는 잘못 걸어 왔느니라!      ―― 그레고리아 성가(聖歌)․처량하게 풀룻 소리 꿰뚫고 나간다 ――   사상계, 1958. 11           검은 신화                                 조향   검은 신화(神話)   지하(地下)로 통하는 층층계. 물이끼 번져 가고. 아아라한 옛날의 Hierogramme들이에요. 죽어간 문명(文明)의 영광(榮光) 위에. 굴러떨어지는 세피아의 태양(太陽). 갸륵한 파국(破局)을 위한 Ceremony의. 싸이크라멘이 살랑 흔들리는데. 영구차(靈柩車)의 행렬(行列) 뒤에 물구나무선 최후의 인간(人間) 대열(隊列).   내 과거(過去)의 계제(階梯)에서 사태지는 시꺼먼 자장노래. Lu lul―la Hash a bye 난립(亂立)한 마름쇠를 넘어서 휘청거리는 군화(軍靴)들의 패잔(敗殘). 시간(時間)이 옴짓 않는 이 공동(空洞)을 너의 su―awl처럼 새까만 수실을 흔들며 바람들이 연신 회돌아 나간다. 그 속에 네 팔이 하나 떨어져 있다. 하아얀 수화기(受話器). 자꾸만 멀어지는 성가대(聖歌隊). halation 저쪽에서 나를 부르는 너의 하얀 소리. 나는 이 수많은 스산한 바람 속에 서 있다.   머리, 가슴이 세모진 Basedow 씨병(氏病) 환자(患者)들이 누워 있는 습지대(濕地帶). 돋아난 눈알들. 버슷버슷버슷버슷. 4444. 아아. 나의 가슴에도. 사막(砂漠)에는 바알갛게 반란(叛亂)이. 운하지대(運河地帶)의 계엄명(戒嚴命). 나쎌 씨의 낮잠을 위하여. italio처럼 늘어선 목내이(木乃伊)의 숲 속에서. 서궁남내다추초(西宮南內多秋草) 낙엽만계홍불소(落葉滿階紅不掃). nomos의 폐허. 석양에 지나는 객(客)이 눈물겨워 하노라!   갑자기 3 반규관(半規管)의 좌초(坐礁). Mi Primavera! ¿Quien sera aquel hombre que nos mira? 평범한 밤은 처마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이나 잡고 있다. 세상이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모두들 자고 있더라고. 육체(肉體)를 고발(告發)당한 투명인간(透明人間)들이 G․M․C에 자꾸 실려 가고. 그 위에서 인환(寅煥)이 손을 흔든다. 그랜드 쇼처럼 인간(人間)의 운명(運命)이 허물어지고 Mi Primavera! 너는 시꺼먼 바람의 border line 저쪽에 언제나 있으면서. 몬마르뜨르도 아닌 거릴 이렇게 걷고 있어요! 미친 오필리아의 웃음소리 아스팔트 위에 동댕이쳐지면. 젊은 교수(敎授)의 독백(獨白)의 회색(灰色). 인제 지구(地球)의 visa는 무효(無效)다.   문학예술, 1956. 12           검은 전설                                 조향   검은 전설   하얀 종이 조각처럼 밝은 너의 오전의 공백(空白)에서 내가 그즘 잠시를 놀았더니라 허겁지겁 하얀 층층계를 올라버린 다음 또아리빛 달을 너와 나는 의좋게 나눠 먹었지 옛날에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고대(古代)의 원주(圓柱)가 늘어선 여기 내 주름 잡힌 반생을 낭독하는 청승맞은 소리 밤이 까아만 비로오드의 기침을 또박또박 흘리면서 내 곁에 서 있고 진흙빛 말갈(靺鞨)의 바람이 설레는 하늘엔 전갈이 따악들 붙여 있다 참새 발자국 모양한 글자들이 마구 찍혀 있는 어느 황토 빛 영토의 변두리에서 검은 나비는 맴을 돌고 아으 다롱디리! 안타까비의 포복(匍匐)이 너의 나의 육체에 의상(衣裳)처럼 화려하구나 나는 골고다의 스산한 언덕에서 마지막 피를 흘린다 나의 손바닥에서 하얀 네가 멸형(滅形)하고 나면 물보라 치는 나의 시커먼 종점에서 앙상하게 걸려 있는 세월의 갈비뼈 사이로 레테의 강물이 흐른다 나는 검은 수선꽃을 건져 든다 쌕스폰처럼 흰 팔을 흔드는 것은 누굴까! 팔목에 까만 시계줄이 감겨 있다 인공위성 이야길 주고 받으면서 으슥한 골목길로 피해 가는 소년들의 뒤를 밟아 가니까 볼이 옴폭 파인 아낙네들이 누더기처럼 웃고 섰다 병든 풍금이 언제나 목쉰 소리로 오후의 교정을 괴롭히던 국민학교가 서 있는 마을에 아침마다 파아란 우유차를 끌고 오던 늙은이는 지금은 없다 바알간 석양 비스듬히 십자가 교회당 하얀 꼬리를 흔들면서 지나가는 바람결에 항가리아 소녀 탱크에 깔려 간 소녀들의 프란네르 치맛자락이 명멸한다 소롯한 것이 있다 아쉬운 것이 있다 내 어두운 마음의 갤러리에 불을 밝히러 너는 온다 지도를 펴 놓고 이 논샤란스의 지구의 레이아웃(layout)를 가만히 생각해 보자 내일이면 늦으리 눈이 자꾸 쌓인다.   자유문학, 1958. 12           그날의 신기루                             조향   그날의 신기루(蜃氣樓)   형장(刑場) 검은 벌판. 쭈빗쭈빗이 늘어선 말목에 턱 괴고 붉은 달은 야릇이 웃었더니라. 귀곡(鬼哭)은 수수(愁愁) 기인 그리매들만 일렁였고.   우리 외삼촌의 콧날을 날려 놓고 펄럭이는 3․1의 깃발 꿰뚫어 놓고 서른 아홉 층층계를 굴러서 여기 내 앞에 동댕이쳐지는 총알. 한 개. 기기기기기기(旗旗旗旗旗旗)이천만개(二千萬個)가기기기인(旗旗旗人)마다기기기(旗旗旗)방촌(方寸)의인(刃)을회(懷)하고기기기(旗旗旗) 천백세조령(千百歲祖靈)이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기(旗旗旗旗旗旗旗旗旗旗旗)오등(吾等)을음우(陰佑)하며기기기기기(旗旗旗旗旗)   조선건국(朝鮮建國)사천이백오십이년(四千貳百五十貳年) 삼월일일(參月壹日)   피의 이끼 만발한 층층계 자꾸 올라가면 우리 모두의 마음의 하늘에 의젓한 그날의 신기루(蜃氣樓). 왁자악히 만세(萬歲) 소리만 쏟아지면서. 탄피(彈皮). 두개골(頭蓋骨). 또 외삼촌의 코가 떨어져 있고. 귀한 눈알들이 조선(朝鮮)의 하늘 우러르며 누워 있다. 피. 주검 겨레.   나도 너도 길이는 괼 3․1의 탑(塔). 꼭대기에. 훨훨 비둘기떼 오늘을 날고. 흰 구름 탑 허리에 감기며. 소년들. 하얀 장미꽃다발. 합장(合掌). 창가(唱歌) 소리. 만세 소리. 탑 너머 아아라히 깔려 있는 샛파란. 하늘. 하늘. 하늘.   고려(高麗)의 빛깔이다. 청자(靑磁)빛 우리 하늘 아래. 언제나 살아 있는 것. 맥맥(脈脈)히 영원히 흐르는 줄기. 하나만 하나만 있다.   자유문학, 1958. 4           나는야 뱃사공                             조향   나는야 뱃사공   나는야 뱃사공 어제도 오늘도 배움의 강 건너주는 나는야 뱃사공 어기어차 나룻배 사공이다!   이 언덕에 날 찾아온 그대들을 지혜의 노를 저어 수울렁 배를 띄워   저어쪽 언덕에 넘겨주곤 다시 돌아오는 나는야 뱃사공 어기어차 나룻배 사공이다!   동으로 서으로 헤쳐지는 그대들의 뒷모양 바라보며 돌아보며 잘 가라고 잘 되라고 비는 사람 나는야 뱃사공 어기어차 나룻배 사공이다!   조선교육, 1947. 9           날아라 구천에                             조향   날아라 구천에   학이드냐 봉이드냐 너희들 날아라 구천 그 높은 위에 눈부시는 눈이 부시는 궁궐 향해서 나의 너희들 높다랗게 날라도 보라! 머얼리 옛집 돌아보며 내려다보며 맑은 은하 건너 너희들 가는 곳 알고지라! 허구 많은 나라에도 배달의 피를 받아 태어난 젊은 너희들 가는 곳 진정 알고도지라! 구름 첩첩으로 머흘어도 뚫어라 빗줄기 거칠게 쏟아져도 참아얀다. 헝클어진 이 나라 바로잡고 겨레 위하여 젊은 너희들 피 끓어 올라라 곱게 고웁게…… 학이드냐 봉이드냐 날아라 너희들 구천 그 높다란 위에 싸움 없고 모자람도 없는 터전 닦으러 하얀 빨간 장미꽃 송이 송이 사철로 필 줄 아는 그런 나라 세우러 나의 너희들 구만리 창공 끝없이 날아라 날아보자!   조선교육, 1947. 9           녹색 의자가 앉아...                       조향   녹색(綠色) 의자(椅子)가 앉아...   원제 : 녹색(綠色) 의자(椅子)가 앉아 있는 베란다에서   찐득찐득하다 진한 내출혈(內出血)․커피 냄새 밤이 뭉게뭉게 내 입 에서 기어나온다    나의 여백(餘白)이 까아맣게                      침몰(沈沒)해 간다 이끼가 번성하는 계절 늪지대(地帶)에는 송장                      들의 눅눅한 향연 파충류(爬蟲類)와 동침하는 여인(女人)들의 머리 위 황혼 짙어 가는 스카이                      라인에 비둘기떼만 하야니 박혀박혀박혀 가고가고 너도 아닌 나도 아닌                    저 검은 그림자는 누구냐! 올빼미의 것처럼 횟가루 벽에 박히는                                  두 눈 점점 클로즈업 되어 오는 것 이윽고는 점점 멸형(滅形)되어 가는 저것 그 언덕길          오리나무 수우(樹雨) 듣[滴]는 소리 마구 풀냄새도 풍기더니 ․ 향수(鄕愁)야 네바다이 우글거리는                    뒷골목에서 기적 소리가 나면 어디론지 떠나야 하는                   유령 들이 술렁거린다 가만히 입을 쪽! 맞춰 줄라치면 뽀오얗게       눈을         흘기           면서 `깍쟁이!' 하더니 너는 지금 빈 자리에 너의 투명한 것만 남겨                                놓고 녹색(綠色) 의자(椅子)가 앉아 있는 나의   베   란   다 에서 동화(童話)의 주인공이 들어갔                              다는 죽음의 돌문을 바라보고 나는 있다 삶의 뒤란에서 죽음들은 하아얀 수의를 입고 놀고는 있다 낙엽이 한   장 고요를     가로        지른            다   자유문학, 1957. 12           녹색의 지층                               조향   녹색(綠色)의 지층(地層)   나뭇가지를 간지르고 가는 상냥한 푸른 바람 소리도 들리고. 거기에 섞여드는 소녀의 한숨 소리 계집의 시시덕거리는 소리가소리가소리가. 나는 사람들과 화안한 웃음들이 살고 있는 세계가 무던히는 그립다. 내 머리 위로 지나간 검은 직선(直線) 위엔 짙은 세삐아의 밤이 타악 자빠져 있는데. 그 밑창에 가서 비둘기들은 목을 뽑아 거머테테한 임종(臨終)을 마련하고 있다. 참 많기도 한 세삐아 빛 밤밤밤밤. 밤의 꾸부러진 지평선엔 바아미리온이 곱게 탄다. 그럼. 너는 까아만 밤에만 내 앞에서 피는 하아얀 사보텐 꽃이다. 참 아무도 없는 밤의 저변(底邊)에서. 메키시코의 사막 지대, 너와 나와 사보텐 꽃과. 행복한가? 그럼요! 포근하고 따뜻한 이불 밑에서 이렇게 당신이 내 곁에 누어 있고. 그럼요! 비쥬! 너는 박꽃처럼 밤을 웃는다. 특호(特號) 활자(活字)를 위하여. 오오. 오오. 디엔․비엔․푸우. 수상(首相)들의 비장(非壯)한 연설. 전파(電波). 파아란 전파(電波)가 지구(地球)에 마구 휘감긴다. 가이가 계기(計器)는 파업한다. 애인(愛人)들은 바닷가에 있다. 엘시노아의 파도 소리. . 끊임 없이 회상(回想)의 시제(時制)가 맴을 도는 여기. 녹색(綠色)의 지층(地層)에서. 화석(化石)이 되어 버린 나는 아아라한 고대(古代)처럼 잠자고 있다. 있어야 한다. 나는 영원을 산다. 개울 물 소리.   자유문학, 1956. 6           대연리 서정                               조향   대연리(大淵里) 서정(抒情)     □ 1 가을   여기는 마구 고요만 하구나 노오란 오후의 햇볕 어깨에 받으며 신문질 그러듯이 나는 바다를 앞에 척 펴 놓고 이렇게 쓸쓸한 시간 가운데 있구나 바다는 마구 칠한 부륫샨 부류우 오 바다는 굼실거리는 영원의 그라비유어! 바다여 너는 찬란한 생명을 가졌느냐?   수평 건너는 외대배기 예 제 어쩌면 가버린 이 모습처럼 저리는 희미한 애달픔이냐? 바다야 나는 너의 한없이 푸르른 역사를 모른다   온통 코스모스가 한밤 벌떼처럼 흩어진 여기 고추잠자리 능난한 곤두박질이 긋는 선(線)을 따라만 가다가 나는 그만 짙푸른 하늘의 애정에 현기증이 나 버리곤 한단다   소릴 치면 메아리가 돌아올 듯이 마주 다가앉은 솔이 푸른 산 그 너머가 해운대라는구야! …… 그래 은이 네가 너의 가제 결혼한 서방을 내버리고 미친 듯이 날 찾아와 눈에 이슬만 맺던 어쩌면 제법은 슬프기도 한 그 해운대의 이야길 너는 지금 어디메서 쓰다듬고 있느냐? 참으로 신기론 수수꺼끼가 아니냐 인생이란? 나는 네가 그리워라 나는 네가 그립지도 않아라   꾸겨질 적마다 솨아 하며 하얀 잇발들을 추껴 들고 내달아 오는 바다 이 손님도 없는 향연을 외로워란 듯이 흰 구름이 지나며 그림잘 떨어뜨려 놓는다 소년처럼 돌팔매도 쳐 보면서 돌아오다가 잔디에서 뒹구는 학생과 공연히 마주 웃었다 게으른 엿장사 가위 소리가 지나간 다음 오후의 한 나절은 옴짓 않는 고요가 뼈에 저린다     □ 2 봄   바닷물이 차츰 물러서노라면 젖은 모랫벌이 햇볕을 쬔다. 기다렸더란 듯이 조갤 호비려 달려드는 마을 가수내들 젊은 아낙네들 걷어 붙인 치마 밑에 볼통이 알밴 건강한 만져 보고도 싶은 다리 다리들에 연한 바람이 휘감긴다 홰홰 감기누나 간지럽게 감기는구나   이층 창 밀어 올리고 동해 푸른 바다 여인인 양 살뜰히 안아 들여 본다 가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발끝이 홰끈 들린다 바람이 마고 내 숨통을 막는구나 보리밭 거름 냄새 복숭아꽃 냄새 바다 냄새 남쪽 냄새 조개 잡는 아가씨 땀 냄새 살결 냄새 문주리 내 허파로 밀려 든다 나는 자꾸 숨이 막힌다 그래도 나는 연방 섰다 바람에 불리우며 이쪽으로 오는 여학생의 남빛 보레로가 눈에 스민다 그 위로 노랑 나비가 휘영휘영 하늘로 당기어 간다   눈이 아찔하게 노란 장다리꽃 길을 헐레벌떡 지나고 나면 복숭아도 오얏도 개나리도 버들 잎도 마구 피어 무르녹은 마을이 활짝 열린다 풀피리 소리가 가물어지자 송아지도 게으름을 피우면서 등골에 쪼르르 땀방울도 구르며 목구멍에 감기는 감기는 이 갈증! 봄은 갈증이냐 갈증은 봄의 행복이냐 아 포실한 이 갈증이여!   모자를 제껴라 이마를 솔솔 바람에다 맡긴다 내 게슴츠레 뜬 눈망울에 비최는 신작로 거기 해운대로만 달아나는 뻐스 뒤통수에 이는 뽀오얀 먼지 먼지 사라진 다음 아슴한 하늘 끝에 떠 오르는 네가 있다 참으로 있구나 십년 전의 네가 있구나 너도 이 길을 해운대로만 달렸었을 게 아니냐? 은아! 다시 오월 콧노래 부르던 오월 나란히 거닐던 오월이다 시간의 비석(碑石)에 아로새겨진 내 사랑의 생채기는 훈장(勳章)인 양 풍화(風化)되어 가는구나! 어쩌면 한바탕 비극 같은 게 그렇구나 그렇구나 그렇구나…… 말이다   영문(嶺文), 1949. 11           디멘쉬어 프리콕스의 푸르른 산수           조향   디멘쉬어 프리콕스의 푸르른 산수(算數)   당나귀 등에 검은 신(神)들의 모꼬지. 신데렐라의 하늘에 다갈색(茶褐色) 코러스가 번져 나가면 너는 검은 화요일을 자맥질하면서 바람과 함께 스산히 서만 있다. 무례한 송충이 가든 파티를 꾀하고 나분이 내려앉은 헬리콥터는 호랑나비과(科)에 속하는데 멀거니 서서 광야(曠野)에 붙박힌 내 귀에 소리가 야릇한 소 리가 있어 소스라치는 소라들 계엄령은 검은 굵은 네모진 안경테이니라 시시하게 시시덕거리는 정치꾼들, 가 는 눈 실눈을 뜨고 얄밉게 교활을 피우면 군중들의 노호(怒號)는 세종로에 촘촘하고 요긴한 까마귀들은 한천(寒天)의 오점(汚點)이다. 평생이 굴비처럼 엮어져 있는 발코니에서 생명들은 모개흥정에 바쁜데, 은방울꽃들 을 주섬주섬 챙겨서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인간은 모욕당한 강아지다. 간헐적으로 간힐이 솟구치는 디멘쉬어 프리콕스를 거느리고 의사(醫師)의 손가락을 잘라서 옥상 정원에다 심었다. 관상용(觀賞用) 식물(植物). 자자브레한 고독들이 골목 으슥한 데로 몰려드는 황혼 무렵 유럽에서는 총상(銃傷)을 입은 대통령이 바래진 연설을 되뇌고 있는데, 그를 따르던 오뚝이들은 배신을 컴퓨터 출력(出力)에서 찾고 있다. 위스키 잔 위에 위기가 윙윙거리고 해해거리는 백노(白奴)들은 백로지 가면(假面)이다. 광대들은 아직 메이컵이 끝나질 않았어. 야! 뒤통수에다 구멍을 내고 똥물을 붜 넣어 줘얄 놈들! 나 를 보라! 나는 암흑(暗黑)의 십자가(十字架)다. 달이 지고 나면 모두들 층계참에 서서 울상을 짜 내면서, 몰 려 오는 아우성들을 일일이 체크한다. 온도계에서 빠져 나온 온기(溫氣)들은 빙판에 쓰러져 있고 당장에 잎사귀들을 뒤집어 놓을 듯이 노대바람이 지랄을 하는데 신들린 사람들처럼 퀭한 눈으로 이상한 색깔의 하늘을 핥고들 있구나. 아슴히 사라져 가는 것은 내 안에서 몰래 빠져 나간 너의 하얀 곡두지? 이로니는 로니고 로 니는 니컬이고 니 컬은 컬컬하구나. 컬럭 컬럭. 지구가 앓고 있다. 하아프가 유혹의 계절을 쓰다듬고 있는데 게으름은 녹색으로 칠해진 캔버스다. 도로아미타불은 구겨진 웃음거리판인데 한 마리 새가 되어 조촐하게 날아가자 우리는. 마지막 정거장에서 너를야 잃으면, 그 리운 새들을 위해서 나 의 기도를 다듬는 나는 멀쑥한 세공사(細工師). 집집마다에 등불이 매달려 가면 짐승들은 옹기종기 달빛을 받으며 모여 앉아서 승냥이의 거머퇴퇴한 강의를 듣고 있다. 의치(義齒)는 뽑아서 목걸이로 하고 감람나무 밑에 매달린 플래스틱 다리 시늉을 해 뵐까? 짓고땡이다. 나 를 밀치고 달아나는 키다리들을 비아냥거리지 말자! 받아쓰기를 잘 하는 물푸레나무 는 푸른 오르가슴을 걸치고 다닌다는 것이다. 아무렴! 을축년 건방축이지! 같이 갈까 하다가 관 뒀어. 이런 멍청이 바보 청맹(靑盲)과니 도 없을 거야, 쯧쯧! 뵈오려 가려다가 못 가서 기뻐요. 곤히 잠든 할렐루야를 깨우지 말도록. 해바라기는 고호의 전설을 제본중(製本中)인데 요즘은 요사스런 인충(人蟲)들이 창궐하는 계절인가 봐! 어험! 위엄을 꾸며 보는 어릿광대들이 처마 밑에서 난잡․난삽한 짓거리들을 하고 있으니 말예요. 지 구의 축제일이 해반주그레하게 다가오 니까 떠나도 괜찮다는 거지. 가야금 시울 소리는 청승맞기만 하고 없는 것이 있는 것이고 있는 것이 곧 없는 것이니 어떻게 합니까 요다각형(凹多角形) 같은 거지요 뭐! ……………   전환, 1982           문명의 황무지                             조향   문명(文明)의 황무지(荒蕪地)   손을 번쩍 들면 내 앞에 와서 쌔근거리는 개쁜히 정지하는 크라이스라. 길들은 사냥개.   빽․미러 안에다 창백한 내 표정을 영상(映像)하며 주검의 거릴 내닫는다. 나는 약간 흔들린다.   죽어 쓰러진 엄마 젖무덤 파고드는 갓난애. 버려진 군화(軍靴)짝. 피 묻은 가제. 휘어진 철조. 구르는 두개골(頭蓋骨). 부서진 시계탑(時計塔). 전쟁이 쪼그리고 앉았던 광장(廣場)에는 누더기 주검들이. 탄환(彈丸) 자국 송송한 교외(郊外)의 병사(兵舍). 줄 지어 낙역(絡繹)한 제웅의 무리. 참 낙막(落寞)한 것.   유리창 바깥엔 돌아가는 지구의(地球儀). 옛날의 옛날의 나의 무랑루즈. 그 곁엔 찢어진 동화(童畵) 한 장 팔락이고. 동화(童畵) 가운데서 넌지시 포신(砲身)이 회전한다. 내 가슴을 시꺼멓게 겨냥해 온다. 이따금씩 킬킬거리는 웃음소리도 들리고 살갗엔 또야기도 돋아나고. 레스링처럼 씩씩하던 도시(都市)에는 이제. 넘어져 가는 기업(企業)들의 지붕 위를. 까마귀만 맴을 돌고.   지친 사상(思想)의 애드․바룽이 히죽이 걸려 있는 붉은 닥세리. 타다 남은 쇠층층계 황토빛 하늘을 괴고 섰는 문명(文明)의 폐허를 지나. 천둥․비바람 차장에 요란한 광야(曠野)로. 먹빛 저항(抵抗)이 치렁치렁 가로놓인다. 허줏굿 소리 자꾸만 들려 오는 여기. 아직도 운하(運河)의 언덕에선 모두들 새벽을 기다리고 있는데. 무당아씨, 어떻거고 싶지? ꡒShe answered : I would die.ꡓ 나는 죽고만 싶단다   내일을 잃은 지구(地球)엔 이윽고 까아만 막(幕) 이 나린다.   영문(嶺文), 1957. 11           밀 누름 때                                조향   밀 누름 때   밀 누름 때 하늘은 떨궈버린 행복처럼 눈이 부신데 가슴 활활 달고 등골에 땀도 송송 배는데 나는 구비치는 밀밭 머리에 섰다 섰구나! 이삭이 무르익은 냄새란 이렇게도 고소한게냐! 나는 무너져가는 청춘을 안고 계절의 한복판에서 영영 기절해 버린다   밀밭 두던 황토 사태 난 그늘에 호젓히 외로워라 하얀 오랑캐꽃 한떨기 나는 허수아비처럼 얄궂은 포―즈로 섰고 싶어라 나는 그 어느 불행히 미쳐 죽은 화가인 양 무르녹는 밀밭 머리 누른 에―텔의 파동에 취한다   푸르른 계절 그 황홀한 울고 싶은 풍경화 속에서 나는 나를 잃어 버린다 풍성히 탄력스러운 포곤한 숲 저어쪽에 바다가 호수처럼 게을음처럼 잠자코 누워 있다   간지러운 풀피리 소리에 재우쳐 깬 나는 짓궂은 소요정(小妖精)들인 양 휘파람을 날려라. 에나멜 느린 듯이 고운 하늘에 구멍이나 구멍이나 송 송 뚫어라!   죽순, 1947. 8           바다의 층계                               조향   바다의 층계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 뒀습니다.   ― 여보세요?   폰폰따리아 마주르카 디이젤­엔진에 피는 들국화   ― 왜 그러십니까?       모래밭에서 수화기(受話器)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 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깃폭들   나비는 기중기(起重機)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   신문예, 1958. 10           BON VOYAGE!                               조향   BON VOYAGE!     □ 1.      BARCELONA 아 BARCELONA로     □ 2.   은빛 꼬마 스푸운을 조심스레 잠글라치면 짙은 세피아의 물결이 가울탕 잔(盞) 전에 남실거리며 소녀(少女)가 마악 부어 주고 간 우유(牛乳)가 가라앉았다간 송이송이 구름이 되어 피어 오른다   유리창 바깥엔 수많은 전옥(典獄)들처럼 거니는 어스름이 와 있는데 다시 가슴팍을 후비는 뱃고동이 울거들랑 버릇마냥 낡아 버린 항해도(航海圖)에다 애라(愛羅)! 불을 켜기로 하자   파아카아드 빨간 미등(尾燈)이 미끄러진 뒤 나의 에크랑에 굴절(屈折)하는 이십세기(二十世紀)의 서정(抒情)의 포제(Pose)   빌딩 모롱이에서 예각(銳角)을 그리는 검푸른 바람과 콱! 마주쳐 놓니까 개자(芥子)국을 홀짝 마신 때처럼 씽! 하고 콧잔등에까지 눈물이 팽그르르 괼 뻔한다   바다의 난간(欄干)에서 훈장(勳章)일랑 잃어버리고 별을 뿌리며 밤의 검은 팔에 휘감기는 나를 봐라 바다에서 바람이 오더니 내 넥타이를 만져 보곤 가버린다 바람은 검은 망토를  (★★)  있구나   애라(愛羅)! 나는 너를 보내러 왔다 항구로 왔다.     □ 3.   해협(海峽)은 출렁거리는 한 잔(盞) 페피아민트가 아니겠니? 데크에서 한쪽 다리를 지팡이처럼 짚고 서서 푸름이 사뭇 쏟아지는 하늘에 눈이 아프도록 박혀지는 빨간 기폭(旗幅)일랑 청춘(靑春)의 도안(圖案)으로 접어 두면서 너는 아슴히 넘실거리는 수평선(水平線) 위에다 가느다란 구역질을 뱉어 놓을 게 아닌가?   이방(異邦) 사투리 낙엽처럼 굴러 다니는 술렁거리는 부두(埠頭)에서 신데렐라(CINDERELLA)의 빨간 비드로(VIDRO)의 장화(長靴)를 신고 나도 너를 찾아야 할 날이 올 것을 안다.   애라(愛羅)! 새로운 것을 위하여 승화(昇華)의 닻줄을 감자 우리들의 태양(太陽) 우리들의 신기루(蜃氣樓)를 위하여……   오 아침 파아란 기항지(寄港地) 빨간 망토의 소녀(少女)들 새로운 신사록(紳士錄) 우리들의 공화국(共和國) 펼쳐지는 지도(地圖) 기어간 산맥(山脈)들   나는 너를 보내러 왔다 담배를 피워물면서 흐르는 바람 속에 서 있다 자꾸만 투명(透明)해지는 나의 육체(肉體)!   애라(愛羅)!     □ 4.      BARCELONA 아 BARCELONA로   백민, 1950. 3           붉은 달이 걸려 있는 풍경화                조향   붉은 달이 걸려 있는 풍경화(風景畵)   But who is that on the other side of you?       T. S. Eliot : The Waste Land   가로등이 갑자기 꺼져들 가고 나면. 페이브먼트 위엔. 여름처럼 무성해 가는 붉은 독버섯들. 독버섯들은 생쥐 귀처럼 생겼다. 거기 뱀 같은 외눈들이 차갑게 꺼무럭거리고. ꡒ좀생이 같은 놈들?ꡓ   외눈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몸뚱어릴 핥아온다. 내 몸에선 옴두꺼비의 혹이 쏙소그레 돋아나고. 모가지도 없는 붉은 망토자락의 그림자. 나는 뭬라고 연신 되뇌면서. 거리 모롱일 황급히 돌아 버린다.   검은 발자욱 소리가 내 뒤를 밟는다. 망토자락의 일으키는 바람이 차갑게 날 쫓아오면서. 나는 갑자기 고발(告發)당한다.   네거리. 아직도 분수는. 소록소록. 솟고 있는데.   무장(武裝)한 어휘(語彙)들을 거느리고. 계엄령(戒嚴令)이 버티고 섰다. 비둘기의 광장(廣場)엔 주검만 널려 있고. 캐스터네츠를 울리며 지나가는 누더기 곡두의 행렬.   돌연 엄습해 오는 아고라포비아(agoraphobia)!   찢어진 탬벌린 소리가 요란하고. 허탈한 웃음소리들이 한바탕 소나기지고 나면. 수많은 상실(喪失)들이 줄지어 간다. 붉은 생쥐들이 내 발뒤꿈칠 와서 갉작거린다.   나는. 숨이. 가쁘다. 진땀이. 흐른다. 검은. 발자욱. 소리. ꡒ……저건. 대체. 누구냐?ꡓ   나는 간신히 미야(Miya)의 방문을 드윽 연다. ꡒ얼굴이 창백하시네요!ꡓ 미야(Miya)의 방 유리창에 가서 열없이 붙어 서 본다. 세모꼴 하늘엔 바알간 달이 걸려 있고. 달은 문둥이처럼 문드러진 얼굴을 하고 있다. 미야(Miya)는 내 손을 꼬옥 쥐면서. ꡒ무서워요!ꡓ   먼 데서 총소리. 검은 고요를 뚫어 놓고. 흔들어 놓고. 아우성소리 점점 스러져 가고. 장송(葬送)의 코오러스도 들리지 않으면서. 꼭두서니빛으로 타오르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HARTA)   소파에 가서 털썩 주저앉는다. 나는 하 심심해서 달리(Dali)의 그림책이나 펼쳐 보자   `내란(內亂)의 예감(豫感)'   현대문학, 1967. 12           성바오로 병원의……                       조향   성(聖)바오로 병원(病院)의……   성(聖)바오로 병원의 때묻은 우울한 석고상(石膏像)을 왼편으로 흘겨 보면서. 나는 아침마다 펼쳐진 서울의 퀴퀴한 내장(內臟) 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그래도 화려한 액센트 서콘플렉스(accent circonflexe)를 쓰고 다니는 요족(凹族)들의 계절은 와 있는데. 산상(山上)의 수훈(垂訓)은 일평생(一平生) 식물성(植物性)이다. 허무(虛無)를 한없이 분비(分泌)하는 곤충(昆蟲)들의 미학(美學)이 빌딩문을 드나드는 오후면. 푸른 수액(樹液)이 흐르는 너의 얼굴은 크로포트킨(Kropotkin)의 자연지리학(自然地理學) 교과서(敎科書) 곁에서 무던히는 심심하다. 반사경(反射鏡) 안에 고즈넉히 갇혀 있는 나비는 왕자(王子)의 체온을 지니면서. 아아. 나의 세인트 헬레느. 거무죽죽한 골목엘 들어서니까, 젖가슴을 내밀고 느런히 서 있는 여체(女體)의 톨소들이 일제히 웃어댄다. 성원자력원(聖原子力院) 앞에서 이족수(二足獸)들은 누더기 훈장을 달고. 실직(失職)한 강아지는 거울의 숲 속에서 절망을 잴강잴강 씹으면서. `나는, 나를 매혹하는 이 절망에 의하여 살고 있다.' 파아란 수목의 생리 속에 피어난 야외(野外) 조각전(彫刻展) 곁을, 연두빛 바람이 지나가면. 팅게리가 댕그렁거리고. 나의 연초점(軟焦點)에 와서 잠시 머무는 하아얀 너는 메론의 공화국이다. 도시(都市)는 이젠 사막이다. 붉은 닭세리. 이윽고, 하늘이 내리쉬는 검은 입김. 그 가운데 네온이 켜져 가면. 성당(聖堂)의 종소리. 이 검은 샤마니즘의 거창한 체계(體系). 에로이 에로이 라마 사바크타니. 구나방들의 군화에 짓이겨져 가는 장미랑 비둘기랑 모두모두……. 전갈좌(座)는 나의 성좌(星座)다. 미래(未來)는 시궁창에 쳐박혀서 궂은 비나 맞으면서 있고. 그리하여 지구(地球)의 레이아우트는 검은 빛이다 검은 빛이다.   현대문학, 1968. 8           장미와 수녀의 오브제                      조향   장미와 수녀(修女)의 오브제   하얀 아라베스크 짖궂게 기어간 황혼 낙막(落寞)이 완성된 꽃밭엔 수많은 수녀의 오브제.   인생이라는. 그럼. 어둠침침한 골목길에서 잠깐 스치며 지나 보는 너를…….   영구차가 전복한 거리거리마다에서 비둘기들은 검은 가운을 휘감고 푸른 별이 그립다.   네가 서 있는 소용도는 상황(狀況)에 짙은 세피아의 바람이 분다. 까맣게 너는 서 있다.   모의포옹(模擬抱擁)의 세레모니이! Psychose d'influence의 네거리에서.   네가 사뿐 놓고 간 검은 장미꽃. 내 이단(異端)의 자치령(自治領)에 다시 꽃의 이교(異敎)를 떨어뜨려 놓고. 들국화빛으로 하늘만 멀다.   taklamakan nakamalkata 사막의 언덕엔 갈대꽃 갈대꽃밭 위엔 파아란란 이상(李箱)의 달.   달밤이면 청우(靑牛) 타고 아라비아로 가는 노자(老子).   꽃잎으로 첩첩 포개인 우리 기억의 주름주름 그늘에서 먼 훗날 다시 서로의 이름일랑 불러볼 것인가!   패배의 훈장을 달고 예상(豫想)들이 줄지어 걸어가고 하면…….   포르말린 냄새만 자꾸 풍기는 새까만 지구 위에서 어린애들의 허밍 소리만 나고……. 메아리도 없이 하 심심해서 나는 요오요오나 이렇게 하고 있다.   현대문학, 1958. 12           조개                                      조향   조개&      부제: 박생광씨(朴生光氏) 화(畵) `조개'에 제(題)함         내 귀는 조개껍질인가       바다 소리만 그리워라           ― JEAN COCTEAU, 「귀」   그믐 새까만 밤 하늘에 달 차라리 파아랗게 질리는 꿈이다   어린 양떼처럼 어디로들 몰려 갔느냐 별 별 푸른 별들아 하늘의 목동의 군호 소리도 없는데……   밤 새까매질수록에 하얘만 지는 바다 모랫벌 뱅뱅 꼬인 나선(螺旋) 주류에 앵 우는 바람이 그리워 허울 좋게 소라는 누었다   조개도 불퉁이도 아가미 벌려 밤을 마시고 바닷지렁이 길게 늘어져 있네   한 오리 불어 넘는 로망(ROMAN)의 바람도 없이 바다의 어린 겨레는 칠같은 밤에 차겁다 한사코 외롭다   자꾸만 멀어지는 바다 우짖음 싸아늘히 회도는 향수(鄕愁)야!   유성(流星)이려거든 동쪽으로 흘러라   밤이 한 고개 넘어 소연(騷然)한 새벽엔 굵은 행동의 곡선 다시는 늘이어라 바다는 짙푸른 생명의 영원에로 닫는다     4281년 정월, 진주(晋州) 다방(茶房) `화랑(畵廊)'에서   영남문학, 1948           초야                                      조향   초야(初夜)   일찌기 오욕(汚辱)을 배우지 못한 박날나무 처녀림(處女林)이래도 좋겠소!   한자옥 들여놓기도 못미쳐 끝까지 수줍고 정결(淨潔)한 훈향(薰香)에 마음 되려 허전할까 저윽이 두려워―.   쌍촉대(燭臺) 뛰는 불빛! 둘리운 병풍(屛風)엔 원앙(鴛鴦) 한 쌍이 미끄럽게 헤이고 속삭이고―.   댕그렁! 밤이 깊어가도 벽만이 그렇게 한결 정다웠던지 신부(新婦)는 순박(純朴)을 안고 그만 면벽(面壁) ― 마치 한 개 백고여상(白膏女像)!   원앙금침(鴛鴦衾枕)이 하마터면 울었을걸 신랑(新郞)의 서투른 손이나마 고즈넉이 쓰다듬었기에―.   매일신보, 1941. 4           크세나키스 셈본                           조향   크세나키스 셈본   불 붙는 구레나룻. 직선은 구우텐베르크다. 하아얀 월요일. 혹독한 계절에. `모든 동맥의 절단면에서 검은 아스팔트의 피를 떨어뜨리는 도시(都市)' 아자(亞字) 창(窓). 백 밀러. 까아만. 눈동자가. 안으로. 에메랄드의 층계. 내려 가면. 메스카린의 환각(幻覺)이. 가시내 냄새도. 어휘는 낙엽인데. 붉은 닥세리. 찢어진 밤의 주름 사이에 켜지는 육체들. 크세나키스의 셈본. 회회청 하늘엔. 총탄 자국이. 글쎄. 난만한 회색이다. 칠십(七十) 년대. 그리고. 동요(童謠)만 피어 나는데.   동빙고동은 도둑의 마을   동빙고동은 도둑의 마을 안개. 그리고. 검다.   신동아, 1970. 3           태백산맥                                  조향   태백산맥(太白山脈)   날짐승 길짐승 박달나무 산딸기 더덕순 도라지에 풀잎 넌출 이리저리 얽혀서, 시냇물 소리 졸졸 이슬도 하무뭇이 생명의 풍성한 씸포니   웃음도 울음도 가난함도 외로움도 모주리 겨레와 함께 겪어 온 세월에, 별처럼 아른아른 추억의 조각 조각들, 돌아볼쑤록 꿈인 양 머언 날이 있어라   날개 활활 치려무나 독수리! 너 그리는 너그러운 창공의 원(圓)! 그 써―클 밑에 아슴히 구비쳐 솟은 머언 산맥, 남으로 남으로만 벋어 나린 산줄기야!   초록 눈부시게 부풀어 오르는 계절 돌아오면, 너의 완연한 모습은 영원을 노래하는 줄기찬 리듬! 활활 풍기는 산정기 박하냄새 짐승의 발자국 냄새 얽혀진 너의 야성의 생리―그 송가 높이 부르렴!   태곳적 이곳에 첨으로 빗방울 떨어져 내려 한 방울은 동으로 또 한 방울은 서쪽 사태를 굴러  내려, 아! 여기 위대한 분수령(分水嶺)― 너는 조선(朝鮮)의 등성이뼈로 충성의 역사를 살아 왔고   다시 그 옛날 아득한 그 무렵에, 이 나라의 젊은 넋, 청춘의 군라상(群裸像)이 츨ㄱ잎 뜯어 몸 가리우고 굵다란 로망(ROMAN)의 산허릴 넘던 날, 우렁찬 그 민족의 코러스에 동해도 우쭐거려 퍼더기었다, 울릉도는 머언 하늘 갓에 사뭇 흐려만 보였다   달 밝은 밤, 별 송송 푸른 밤, 칠백리 구비구비 돌아 흐르는 낙동강 잔물결 위에, 골작마다 깃들인 흰 겨레의 평화론 숨소릴 조심조심 새겨 왔으나   아 언제부터 불행과 슬픔은 너의 옷자락을 핥기로 했으며 그 어느 원한의 때로부터 이 강토의 운명은 너의 허리 춤에다 사슬을 감았던가?   오늘 다시 불길한 일식(日蝕)의 그늘에서 귀신처럼 히히! 웃으며 너의 순결을 짓밟고 영원해야 할 연륜(年輪)에다 붉은 도낏날을 넣는 반역의 형제들 있어, 큼을 섬기는 슬픈 습성이 인민의 앞길에다 암담을 수놓는 이날   태백아! 모진 짐승인 양 굵게 사납게 몸부림 쳐라. 엄한 부성(父性)처럼 추상같이 꾸짖어라! 그리하여 천년 묵은 침묵을 찢고 화산 그러하듯이 인젠 진정 터져라!   죽순, 1947. 10           파아란 항해                               조향   파아란 항해(航海)   가뱝게 꾸민 등의자는 남쪽을 향하여 앉았다. 앞에는 바다가 신문지처럼 깔려 있고…… 바다는 원색판 그라비유어인 양 몹시 기하학적인 각선(脚線)을 가진 테―불 위에는 하얀 한 나프킨이 파닥이고 곁에는 글쎄……글자를 잃어버린 순수한 시집(詩集)이 바닷바람을 반긴다.   꽃밭에는 인노브제크티비테*의 데사잉! 당신의 젖가슴엔 씨크라멘의 훈장이 격이세요.   석고빛 층층대를 재빨리 돌아 올라 가면 거기 양관의 아―취타잎 유리창 여기선 푸른 해도(海圖)가 한 핀트로만 모여 든다.   IRIS OUT! 렌즈에는 해조(海鳥)의 휘규어!   ―― 그대는 인민의 항구가 그립지 않습니까? ―― 새로운 로맨티즘의 영토로…… 그렇죠? 수평선 위에 넘실거리는 새 전설의 곡선! 나는 산술책을 팽개치고 백마포(白麻布) 양복 저고릴 입는다. 나는 파아란 항해에 취한다. 나는 수부처럼 외롭구나.   19××년 향그런 무역풍 불어 오는 밝은 계절의 그 어느날 그대는 여기서 내 사상의 화석을 발견하시려는 건가?   나는 언제나 조선이 사뭇 그리울게니라.   ADIEU!   *인노브제크티비테: 비대상성(非對象性)   죽순, 1947. 8            
255    초현실주의 첫 기용자 - 기욤 아폴리네르 댓글:  조회:3804  추천:0  2015-03-21
아폴리네르 Guillaume Apollinaire 폰트확대| 폰트축소| 공유하기|   인쇄 미리보기   출생 1880. 8. 26 사망 1918. 11. 9, 파리 국적 프랑스 1880. 8. 26 로마(?)~ 1918. 11. 9 파리. 프랑스의 시인. 본명은 Wilhelm Apollinaris de Kostrowitzki.   20세기초에 프랑스 문단과 예술계에서 번창한 모든 아방가르드 운동에 참가하고 시를 새로운 분야로 안내한 뒤, 짧은 생애를 마쳤다. 폴란드 망명자인 어머니와 이탈리아 장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자신의 혈통을 비밀에 붙였다. 비교적 자유롭게 자란 그는 20세 때 파리로 가서 자유분방한 생활을 즐겼다. 1901년 독일에서 보낸 몇 개월은 그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고, 이때의 경험은 자신의 시적 재능을 깨닫는 데 도움을 주었다. 특히 라인 지방의 매력은 언제나 그의 추억에 남아 있었고, 이 지방의 숲과 전설에 깃든 아름다움은 나중에 그의 시에서 되살아났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국 아가씨인 애니 플레이든을 사랑하게 된 사건이었다. 그는 런던까지 이 여인을 따라갔지만, 끝내 사랑을 얻지 못했다. 이 낭만적인 실연에서 영감을 얻어 유명한 시 〈사랑받지 못한 애인의 노래 Chanson du malaimé〉를 썼다. 파리로 돌아온 뒤, 아폴리네르는 문필가들이 자주 드나드는 카페의 단골 손님이자 작가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는 또한 나중에 유명해진 몇몇 젊은 화가들, 즉 모리스 드 블라맹크, 앙드레 드랭, 라울 뒤피, 파블로 피카소 등과 친구가 되었다. 그는 앙리 루소의 그림과 아프리카 조각을 동시대인에게 소개했으며, 피카소와 함께 그림만이 아니라 문학에서도 입체파 미학의 근본 원리를 밝히려고 애썼다. 그는 1913년에 〈입체파 화가들 Peintures cubistes〉을 발표했다. 그의 처녀작 〈타락한 마술사 L'Enchanteur pourrissant〉(1909)는 마술사 메를랭과 요정 비비안이 나누는 이상야릇한 대화를 시적 산문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듬해 그는 기발하고 기상천외한 작품들로 이루어진 생기 넘치는 단편집을 〈이교 창시자 회사 L'Hérésiarque et Cie〉(1910)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어서 격식을 차린 4행련구로 씌어진 〈동물지 Le Bestiaire〉(1911)가 나왔다. 그러나 그의 대표작은〈알코올 Alcools〉(1913, 영어판 1964)이다. 이 시집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경험을 상상 속에서 다시 체험하면서 때로는 12음절 보격을 가진 정상적인 연으로, 때로는 짧은 무운 시행으로 그 경험을 표현했고, 구두점은 전혀 찍지 않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아폴리네르는 입대하여(1914) 보병 소위가 되었고, 1916년에 머리를 다쳤다. 제대한 그는 파리로 돌아와 상징주의적 소설인 〈살해된 시인 Le Poète assassiné〉(1916)을 발표했고,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 3번째 시집 〈칼리그람 Calligrammes〉(1918)을 발표했다. 이 시집을 지배하는 것은 전쟁의 이미지와 새로운 연애에 대한 그의 집착이다. 전쟁터에서 입은 상처로 쇠약해진 그는 유행성 독감에 걸려 죽었다. 희곡 〈티레시아스의 유방 Les Mamelles de Tirésias〉은 그가 죽기 전해에 상연되었다(1917). 그는 이 희곡을 초현실주의 작품이라고 불렀는데, 초현실주의라는 용어가 쓰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프랑수아 풀랭크는 이 경희곡을 희가극으로 각색했다(초연 1947). 아폴리네르는 시에서 대담하고 무모한 기법을 실험했다. 그의 〈칼리그람〉은 독창적인 활자 배열 덕분에 시이면서 동시에 도안이다.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아폴리네르는 언어의 색다른 조합으로 놀라움이나 경악의 효과를 내고자 했고, 이 때문에 그를 초현실주의의 선구자라고 부를 수 있다.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는데 나는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서로의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하고 우리들의  팔이 만든 다리 아래로 영원한 눈길에 지친 물결들 저리 흘러가는데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사랑이 가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이 떠나가네 삶처럼 저리 느리게 희망처럼 저리 격렬하게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하루하루가 지나고 또 한 주일이 지나고 지나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 기욤 아폴리네르  : 프랑스의 시인 ( 1880 ㅡ 1918 ),  시집 : 「알코올 」출간. 이탈리아 출생.                             가족과함께 리용으로 이주. 라그랑드 프랑스에 세 편의 시를 발표함.                             프랑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중의 한사람이다. 그는 보드레르, 말라르메,                            랭보, 베르렌으로 이어지는 현대시의 가교이자 상징주의에서 벗어나 비로서                            현실세계로 돌아온 시인이다. 자유적이면서도 전위적이고, 전통을 수호했고                            새로움 앞에서 거침없이 실험정신을 구현한 시인이다.       * 1907년, 아폴리네르는 피카소의 소개로 화가 마리 로랑생을 만난다. 그리고 " 더 이상 사랑할 수는    없다" 라고 말했을 정도로 마리에게 빠져든다. 마리가 미라보 다리에서 가까운 오퇴유 지역으로    이사를 하자 아폴리네르도 마리를 따라서 미라보 다리 가까이 이사를 한다. 마리와 아폴리네르는    미라보 다리를 오가며 , 미라보 다리 아래를 영원처럼 흐르는 센강 (세느 강)을 바라보며 , 영원한   사랑을 속삭였을 것이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미술품 절도범으로 몰리게 된 아폴리네르는 설상가상   으로 마리로부터 이별(離別)을 통보 받는다. 이 시는 아폴리네르가 잠시 갇혀 있었던 감옥에서   풀려나 미라보 다리를 걸으며 마리와의 사랑을 回想하며 쓴 시(詩)이다.    레오 페레를 비롯해 수많은 가수들이 곡을 붙이고 노래를 한 이 시(詩)로 인해 예술과 사랑의 도시,  파리가 더욱 빛났으리라. " 수르퐁 미라보 , 꾸레라 세느 "를 노래할 때마다 , 떠남 이후에 더욱 격렬해  지는 사랑의 부재(不在)는 흐르는 강물처럼 단조롭게 그러나 결코 사라지지 않을 듯 빛났으리라.                                                    ㅡ   文學評論家  정끝별님의 해설에서 발췌함 ㅡ                                                                              아폴리네르는 아폴론에서 나온 이름이다. 그의 혈통은 꽤 복잡해서 그의 어머니의 내력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폴란드인 아버지와 이탈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의 모친은 사생아를 둘 낳았는데 이중 장남이 후에 시인이 되었고 형제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또 동일인지의 여부도 현재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 자라게 된 아폴리네르는 어려서부터 여기저기를 떠도는 생활을 하게 되었고 후에는 많은 여인과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헤어지고 나면 그 실연을 기념하여 시를 쓰는 습관이 있던 그의 시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간단하게나마 그의 연애사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과히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21살 무렵에 아폴리네르는 라인 지방에서 어느 귀족 집안의 딸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교사로 채용되었는데 거기서 역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었던 영국 처녀 애니 플레이든을 만나게 되어 한동안 그의 열정을 불태웠다. 그후 파리로 돌아온 시인은 몽마르트에서 피카소, 막스 자콥 등과 친하게 지내면서 얼마 후엔 마리 로랑생도 만나게 되었다.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아폴리네르는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고 군대에 지원을 했는데, 입대를 기다리면서 니스에서 이혼녀인 루이즈를 만나 깊이 빠져들게 되었고 얼마 후에는 알제리에서 문학 교사를 하고 있던 마들렌과 우연히 기차에서 만나게 되어 둘은 편지를 통해 사랑을 키워나가다 결혼까지 약속하고 시인이 나중에 휴가를 얻어 알제리까지 가서 둘이 함께 지내고 왔으나 어찌 된 일인지 그 후로는 조금씩 사랑이 식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아폴리네르는 포탄의 파편이 머리에 박히는 큰 부상을 당하게 되어 두개골 절제 수술을 받고 병원에서 회복기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때 앙드레 브르통, 장 콕토 등과 만나며 문인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면서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화가 자크린 콜브를 다시 만나 둘은 급속히 사랑에 빠져들게 되어 1918년 결혼을 했고 피카소가 결혼 증인을 섰다. 그러나 1918년 발생하여 오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악명 높은 스페인 독감이 부상으로 허약해진 시인의 몸을 덮쳐 불과 몇 달 전에 결혼식을 올렸던 성당에서 장례식을 올리게 되었는데 이때 그의 나이는 38세였다.    아폴리네르는 밥벌이 수단으로 비밀리에 에로소설을 썼다고 한다. 당시엔 이런 류의 소설은 내놓고 팔지 못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비싼 가격으로 암거래되었다고 하는데 그는 이런 소설을 썼을 뿐만 아니라 발굴해서 편집하는 일까지 해서 고전에서 최근 작품에 이르기까지 30여 종의 작품을 골라서 해설까지 붙였다고 한다. 이러한 일을 하면서 그가 발굴해낸 작가가 바로 사드인데, 사드의 전집을 간행해서 20세기 초에 빛을 보게 만든 것은 순전히 그의 공헌이다. 또 그는 칼리그람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고 새로운 시도를 하였는데 이것은 시구로 어떤 형상을 만드는 것을 말하며 텍스트와 이미지를 오가는 실험적인 기법이다. 아래는 그가 만든 칼리그람이고 모자를 쓴 여인의 모습은 루이즈이다.              
254    명시인 - 루이 라라공 댓글:  조회:2727  추천:0  2015-03-21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자기의 힘도 나약함도 인간의 의지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람들이 팔을 벌려 친구를 맞이하며 기뻐할 때 그 그림자는 십자가의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을 껴안았다고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행복을 깨부순다 인생이란 고통에 찬 무상한 이별이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인생은 다른 운명으로 무장을 해체당한 저 무기를 휴대하지 않는 병사들과 같다 아침에 그들이 일어나도 이미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저녁에는 또 할 일이 없고 마음은 방황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인생이다"라고 속삭이며 눈물을 참는 것이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 가슴을 쥐어뜯는 상처여 나는 그대를 상처 입은 새인 양 껴안고 간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내가 짠 언어를 내 뒤에서 되풀이했다 그러나 그 언어는 그대의 커다란 눈과 마주치면 갑자기 퇴색되어버렸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살 길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기에 우리들의 마음은 밤 속에서 일제히 우는 것이다 조그마한 노래 하나를 짓는 데도 불행이 필요한 것이다 몸짓 하나를 하는 데도 회한이 필요한 것이다 기타 한 줄을 치기 위해서도 흐느낌이 필요한 것이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고통을 동반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사랑은 없다 그리고 그대에 대한 사랑도 조국애와 같은 것 눈물로 키워지지 않는 사랑은 없다               행복한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인 것이다                                                                                    - 루이 아라공   미래의 노래 - 루이 아라공         인간만이 사랑을 가진 자이기에 자기가 품었던 꿈이 다른 사람의 손으로 자기가 불렀던 노래가 다른 사람의 입술로 자기가 걸었던 길이 다른 사람의 길로 자기의 사랑마저 다른 사람의 팔로 성취되고 자기가 뿌렸던 씨를 다른 사람들이 따게 하도록 사람들은 죽음까지도 불사한다 인간만이 내일을 위해 사는 것이다   자기의 몸을 완전히 잊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길이다 인간이란 스스로 기꺼이 나아가는 자이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의 술을 마시도록 인간은 언제나 그 몸을 내미는 혼이다 스스로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자가 또 자기 몸의 피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그 고통의 보상 따위는 추호도 구하지 않고 그리고 왔을 때처럼 빈 몸으로 나가는 것이다   인간은 분골쇄신 힘을 다하고 목표로 했던 만큼 자기를 넘어 나아간다 자기가 이르렀던 하늘에 만족하지 않고 자기가 만들었던 불에 자기를 태우면서 와야 할 아침에 자리를 주는 밤처럼 사라져가는 자기에게는 마음도 쓰지 않고 자기의 운명과 그 심연 위에 열려진 문을 향해 기뻐하면서   탄광 속에서 또는 조선소 속에서 인간은 오직 미래를 꿈꾸고 있다 장기두기에서 왕은 궁지에 몰려 있고 이미 이쪽의 말도 잡히고 차도 잃어 완전한 전망도 희망도 상실한 채 다른 장기판 눈금의 다른 왕을 노리며 다른 장기판 위의 다른 졸을 노리며 자기를 자기의 당을 구하러 가는 것이다   살고 살리는 것 중에서 인간만이 미래를 생각해낸다 신조차도 - 시간은 신에 있어서 영원한 것을 재는 척도가 아니다 또한 척도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신은 신성하고 불변의 것이기에 인간만이 자기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멀리 전방을 내다보는 한 그루의 나무이다   미래란 죽음에 싸움을 거는 전장이다 이것이야말로 불행으로부터 내가 쟁취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사상이 한 걸음 한 걸음 좁혀왔던 전진기지이다 이제 최후의 힘을 짜냈던 바다의 거품이 투쟁을 밀고 나아갔던 장소에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간다 파도처럼   미래란 잡으려고 내밀었던 손에서 그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밟아 다져진 길의 맞은 편에 있는 공간이다 그 곳에서 인류로서 승리한 인간은 자기 자신의 동상을 때려부수고 자기가 꿈꾸었던 것 위에 우뚝 서서 물새를 사냥하러 갔던 사냥꾼처럼 쏘아 떨어뜨린 새의 수를 세는 것이다   미래를 생각하면서 나는 취한다 미래는 나의 술잔이다 애인이다 나의 소모기를 뒤바뀌게 한 나라이다 나는 그 비밀을 벗긴다 입술에서 연지를 벗기듯이 미래는 나의 머릿속에서 윙크하고 있다 미래는 나의 자식 나의 획득물이다 관념의 신에게 바친 예찬이다   빈자용의 법률이여 사라져다오 보아다오 지금까지와는 다른 축제일의 나무 열매를 나는 나 자신의 불이 된다 보아다오 갖가지 숫자와 축하의 과자를 우리들은 모든 방식을 바꾸리라 멋진 내일 어제가 사라져가듯이 계산이 기도를 이기고 그리하여 인간은 바라는 것을 손에 넣는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여자는 남자의 혼을 장식하는 채색이다 여자는 남자를 활기 있게 해주는 떠들썩하고 우렁찬 소리이다 여자가 없으면 남자는 거칠어질 뿐 나무 열매나 열매없는 핵에 불과하다 그 입에서는 거친 들바람이 나오고 그 인생은 엉망으로 헝클어지고 황폐해져 그것마저 자기의 손을 때려부셔 버린다   나는 그대에게 말한다 남자는 여자를 위해 태어나고 사랑을 위해 태어나는 것이라고 낡은 세계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다 처음에는 생이 다음에는 죽음이 바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분배될 것이다 하얀 방도 피투성이의 입맞춤도 그리하여 부부들과 우리들 세상의 봄이 오렌지 꽃처럼 지상에 흩어져 깔릴 것이다      
253    명시인 - 앙드레 브르통 댓글:  조회:2895  추천:0  2015-03-21
자유로운 결합 / --앙드레 브르통  나의 아내에게는 장작불같은 머리카락이  여름 하늘의 마른 번개같은 생각들이  모래시계의 허리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범에 물린 수달의 허리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고광도 행성의 화환과 꽃리본같은 입술이  백토 위에 남겨진 흰쥐의 족적같은 이빨이  불투명 유리와 황갈색 호박의 혀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비수에 찔린 제물의 혀가  눈을 깜빡이는 인형의 혀가  전무후무한 보석의 혀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어린아이의 글씨획같은 속눈썹이  제비둥지 가장귀같은 눈썹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유리창에 서린 김과  온실 지붕의 기와같은 관자놀이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얼음 아래 돌고래의 정기를 지닌 샘과  석회질 평원같은 어깨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성냥개비같은 손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행운의 하트 에이스같은 손가락을  베어낸 건초같은 손가락들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세례 요한 축일의 밤과  쥐똥나무와 엔젤 피쉬 둥지와  담비와 너도 밤나무 열매같은 겨드랑이가 있다  밀과 방아의 혼합같은  수문과 해수 거품같은 팔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폭죽같은 다리와  시계와 절망의 몸짓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딱총나무의 목수같은 장딴지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성명 이니셜 같은 발이  물 마시는 작은 참새의 발 열쇠 꾸러미같은 발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미정백의 보릿단같은 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급류 하상에서의 만남같은  황금 계곡의 목구멍이  밤의 유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해변의 둔덕같은 유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루비 항아리같은  이슬 머금은 장미의 분광같은 유방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세월의 부채살같은 아랫배  거대한 발톱같은 아랫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수직으로 도망가는 새의 등이  수은의 등이  눈부신 등이 있고  잘 세공된 보석과 젖은 백묵같은  우리가 비워버린 술잔의 추락같은 목덜미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작은 곤돌라같은 엉덩이  샹들리에와 화살깃의  섬세한 균형의  하얀 공작의 우간같은 엉덩이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사암과 석면의 볼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백조의 등짝같은 볼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봄의 볼기가  글라디올러스같은 성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사금 광상과 오리너구리의 성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오래된 봉봉사탕과 해초같은 성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거울의 성기가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눈물 그렁그렁한 눈이  보라색 갑옷과 자침같은 눈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대초원의 눈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감옥속 마실것같은 눈이 있다  나의 아내에게는 도끼에 패인 장작같은 눈이  물과같은 공기 대지불과같은 차원의 눈이 있다  (자유로운 결합),1931, 갈리마르 출판사  여기 내가 좋아하는 브르통의 언술을 덧 붙인다  시인은 문장 속에서는 물론이고 일상적인 삶 속에서도  자신에게 신호를 보낼수 있는 의미 심장한 우연의 일치들  기묘한 유사점들을 주의 깊게 포착하는 일종의 감시병이 된다  삶과 죽음, 현실과 상상, 과거와 미래, 표현 가능한것과  표현 불가능한것, 숭고함과 저속함이 상호 대립으로  인지 되기를 멈추는 한지점에 도달해야만 비로소 주관과 객관,  꿈과 현실의 이원성을 제거할수 있다  서정성의 발현을 좌우 하는것도 다양한 효과를 지닌  어떤 풍부한 긴장이다  때때로 작가의 개성이 거세된 엄숙한 표현은  탁월한 문장의 정련과 언어가 지닌 잠재적인 힘에의  전적인 의존 사이의 교차를 통하여 자신의 노래를  변주하여 시의 골격을 진동시키는 어떠한 감정에  갑자기 순종하는 양상을 보이기도한다  그를 고찰 하면서 빠질수 없는 단어가 있다  지루할지 모르지만 간략하게 나마 몇자 발췌해 적어본다  자동기술  초현실주의 운동 속에서 자동기술의 역사는 끊임없는  불운의 역사였다 사실상 자동기술의 이론적 실천적  난점들은 너무나 많다( 어떻게 동질성을 확보 할것인가,  다시 말하자면 상이한 성격을 지닌 언술의 토막들이  아주 빈번하게 발견 될수 있는 자동기술된 언술 속에서  이 언술을 구성하는 제 부분의 이질성을 어떻게 극복  할것인가? 중복과 누락은 어떻게 할것인가? 연상되는 것을  무한정 기술할수 없다면 어디쯤에서 중단해야 할것인가?  청각적 인것에서 시각적인 것에 이르기 까지 대단히  난삽 할수있는 구절들을 어떻게 기술 할것인가? 등등)  그러나 이러한 난점들에도 불구하고 자동기술은  그 근거가 되는 목적 때문에 여전히 초현실주의의  중요한 전리품 중의 하나로 남아있다  초현실주의의 특징은 잠재의식의 전언 앞에서  모든 정상적인 인간들이 전적으로 동등 하다는 것을  선언했다는 것이며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무의식의 전언이 반드시 몇몇 사람들의 전유물로  간주 되기를 그치고 자기 몫의 요구는 오로지 각자가  책임져야할 인류의 공동 유산이 되리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은  모두에게나 각자에게 비밀스런 무의식의 세계를 밝혀주는  수단 그 자체가 될수있으며 초 자연적인 것은 조금도  갖고있지 않는 이 언어를 스스로 마음껏 이용할수 있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절대적 가능성을 확신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말해 주고 싶다  죽은 놈 불알 만지듯이 너무 오래된 관념 가지고  너무 떠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브르통 이후 전세계 시단은 초현실주의로  확 덮혔던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한국도 마찮가지 였고요  며칠 있다가는 엘런 식수 라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페미니즘의 이론가가 쓴 페미니즘의 이론에서  빼놓을수 없는 메두사의 웃음이라는 글을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여성적인 것이 어떻게 억압 되는가 하는 문제와 동시에  남성 중심적인 언어와 사상의 구조들 즉 온갖 이원론과  위계적 질서화 등에 도발적인 방식으로 의문을 던지는  글 입니다  사실 엘런식수는 너무너무 예뻣습니다  캬트린느 드뇌브 인줄 알았다니까요  캬트린느 드뇌브는 테마 창고에서 할께요    
252    명시인 - 로베르 데스노스 댓글:  조회:2929  추천:0  2015-03-21
    네 꿈을 얼마나 꾸었는지                                                                                                                                                      로베르 데스노스(Rober Desnos)     네 꿈을 얼마나 꾸었는지 너는 네 실재(實在)를 상실한다. 이제 다시 그 살아 있는 육신에 다가가 내게 사랑스런 음성이 흘러나오는 그 입술에 입맞출 시간이 되었나? 네 꿈을 얼마나 꾸었는지, 네 그림자를 안으려다 가슴 위 헛손질에 익숙해진 내 두 팔은, 네 몸의 굴곡에 순종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리하여, 여러 날 여러 해 전부터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고 날 지배하던 꿈의 실제모습 앞에 선다면, 아마도 난 한 개 그림자가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오 흔들리는 감정이여, 네 꿈을 얼마나 꾸었는지 나 깨어 있는 시간이란 없을 것이다. 삶과 사랑의 모든 외양과, 오늘도 나를 생각해 줄 유일한 그대에게 몸을 드러낸 채, 나는 서서 잠들며, 처음으로 받아들였던 그 입술과 이마보다 더 많이 네 입술과 이마를 애무하진 못하리. 네 꿈을 얼마나 꾸었는지, 네 환영과 더불어 얼마를 걷고 이야기하고 잠들었는지, 내게 남은 것 없을 것이나, 네 삶의 해시계 위를 경쾌하게 산책하고 또 산책할 그림자보다 백번도 더할 그림자, 환영 중의 환영이 되는 일만이 아직 남아 있을 뿐.   * 출전 :  [육체와 재산], 1930, 갈리마르       *로베르 데스노스Rober Desnos   1900년 7월 4일 파리 출생 1918년 잡지 [젊은 논단La Tribune des Jeunes]에 상징주의 시들을 발표 앙드레 브르똥은, 1924년 [초현실주의 1차 선언]에서 데스노스를 이라고 표현 자동기술법에 의한 시를 씀   * 로베르 데스노스Robert Desnos(1900-1945)는 파리의 서민가 생 마르탱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순수한 파리지앵이다. 집안이 가난하여 중고등학교를 나오자 곧 약국의 점원이 되어 일했다. 이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실생활에 대한 고려나 조심성이 없고 어디나 도취하기 잘하는 그는 1917년 브르통, 아라공, 차라 등 당시의 다다이스트들과 만나 이들의 영향으로 장난기 많은 시를 썼으며, 1922년 브르통이 소위 초현실주의의 새 문학 운동을 일으키자 데스노스는 열성적으로 이에 가담하여 1924년 초현실주의자 선언시에는 이 운동의 선구자이며 실천가로 활약했다. 특히 최면술에 의한 무의식적인 자동 언어 기술에는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최면 시범회를 열어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데스노스는 차츰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벗어나 자기의 본령인 서정과 애수, 환상과 유머를 담은 좀더 정적이며 평이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의 시가 파리 서민층의 생활 감정을 표현한 감상적이며 대중적인 시라는 비난도 있었으나, 원래 비용, 네르발 등을 좋아한 그는 자연히 꿈과 환상의 세계를 추구하여 꿈과 현실이 뒤섞이는 시를 많이 썼다.   1930년 브르통과 그의 초현실주의와는 완전히 결별하고 방송계에 들어가 소위 '라디오 시'라는 새로운 시를 시도하기도 하고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일하며 새로운 매체를 통한 예술 세계를 이루어보려고도 했다. 그의 시에 나오는 일본 여인 유키와 만난 것도 이때이며, 그는 후일 그녀와 결혼한다. '시라무르', '사랑 없는 밤마다의 밤' 등이 이 시기의 작품이다.   1939년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여 독일군의 전시 포로가 되었다가 석방되었으나 다시 독일군 점령 하의 파리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하여 '심야총서' 출판에 종사했다. 1944년 2월 나티의 게슈타포 비밀 경찰에 체포되어 유럽의 여러 수용소를 전전하다가 체코슬로바키아의 테레진 수용소에 옮겨져 다음 해 6월 티푸스에 걸려 사망했다.   그의 주요 시 작품집으로는 전기한 작품 외에 , 그리고 일종의 자서전적인 소설 이 있으며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 도 있다.   시인으로서의 데스노스는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를 거쳐온 만큼 한때 하부 의식의 기술자로서, 초현실주의 언어를 구사하는 시인으로, 또는 재미있는 언어의 유희가로서 유명했지만, 그의 시의 참다운 본성과 독창성은 서정적인 데 있었다. 그러나 이 시인의 서정성은 꿈과 현실, 환상과 진실이 뒤섞이고 넘나드는 특성이 있다.     주) 자동기술법   초현실주의의 중요한 기법으로서  어떤 의식이나 의도 없이 무의식의 세계를 무의식적 상태로 대할 때 거기서 솟구쳐 오르는 이미지의 흐름을 그대로 기록하는 방법. 의사였던 브레똥이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원용하여 임상심리학에서 정신병자가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내면의 소리를 시에 응용하여,  가능한 빠른 속도로 지껄이는 독백이나 사고를 비판이나 수정 없이 그대로 기록한 기법.  자동기술법은 무의식의 자유로운 분출을 통해 의식과 일상의 미망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  참된 자아의식에 도달코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음.  현실은 일상의 조작된 사실이나 과거의 낡은 관념 체계에 의해서 왜곡되어 있고 논리와 합리, 이성 등 인위적인 요소로 구속되어 있으므로  이것을 초월하여 무의식과 꿈의 세계에서 리얼리티를 찾고자 하는 것이 초현실주의 이념이었고,  이를 구현한 실천방안이 바로 자동기술법 임.      
251    시적 이미지와 삶 댓글:  조회:2968  추천:0  2015-03-21
시적 이미지와 삶                                               김기택       1. 시의 언어는 이미지이다     ‘노점의 빈 의자를 그냥/ 시라고 하면 안 되나/ 노점을 지키는 저 여자를/ 버스를 타려고 뛰는 저 남자의/ 엉덩이를/ 시라고 하면 안 되나’   - 오규원, 「버스 정거장에서」 부분   시인이 묻습니다. 노점의 빈 의자가 시가 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무거워/ 시가 무거워 배운/ 작시법을 버리고/ 버스 정거장에서 견딘다”고 말하는 걸 보면, 화자는 작시법에 충실하게 아름답게 쓴 시를 책상에 앉아서 읽는 게 재미없다는 겁니다. 아무리 시의 언어가 매끄럽고 비유나 이미지가 아름답고 리듬이 자연스럽고 인생과 세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깨달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정관념에 매인 시적 인식, 틀에 박힌 아름다움은 지겹다는 겁니다. 그런 시를 읽느니 차라리 삶의 현장인 버스 정거장에 가서 먼지와 때와 상처투성이인 노점 의자를 보는 게 더 생생하고 실감난다는 겁니다. 노점의 빈 의자에는 일부러 꾸민 것이 없고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나온 작위적인 의미가 없으며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다 살아있는 세계입니다. 활자로 의미로 관념으로 안전하게 잡아서 죽인 시보다 노점의 빈 의자가 더 큰 감동을 주니 이것이 오히려 진정한 시가 아니겠느냐고 묻는 겁니다.   언어를 쓰지 않으면 문학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인용시의 질문은 애초부터 성립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터무니없는 질문을 했을까요? 언어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성찰 없이 관습적으로 시를 쓰는 태도를 비판하려는 것입니다.시인은 계속해서 “배반을 모르는 시가/ 있다면 말해보라/ 의미하는 모든 것은/ 배반을 안다”고 말합니다. 오규원 시인은 인간중심적인 사고의 산물인 언어가 불순하기 때문에 틀에 박힌 시작법에 기대어 시에서 뭔가 대단한 것을 찾으려는 독자를 골탕 먹이기 위해 이 시를 쓴 것입니다. 언어가 시를 배반한다면, 시인이 바라는 바를 언어가 표현해 줄 수 없다면,어떻게 시를 써야 할까요? 시인은 불가피하게 언어를 쓰지만, ‘언어를 쓰되 언어를 쓰지 않는 언어’(박이문)를 씀으로서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합니다.   언어는 사물을 기호로 대체한 것입니다. ‘사과’라는 말은 실제의 사과가 아니라 기호입니다. 사과라는 말은 먹을 수가 없습니다. 만질 수도 없고 냄새 맡을 수도 없습니다. 사과가 달다고 말할 때 혀는 그 단맛을 느끼지 못합니다. ‘달다’라는 말을 처리하는 데 혀의 미각은 참여하지 않습니다. 뇌가 이 말을 처리합니다. 그래서 ‘달다’라고 말하는 순간, 혀는 소외되는 것입니다. 사과라는 사물은 소외됩니다. 자연과 세계도 소외됩니다. 우리 몸이 소외됩니다. 몸의 감각과 감정과 정서가 소외됩니다. 그리고 나 자신도 소외됩니다. '달다'라는 말은 개념입니다. 개념이란 우리가 경험한 내용을 평균화ㆍ일반화ㆍ추상화한 것입니다. ‘달다’라는 개념에는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평균적인 맛이 있습니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체험한 슬픔은 다른 누구의 체험과도 다른 유일무이한 것이고 대체불가능하고 고유한 것입니다. 그러나 '슬픔'이라고 말하면 그 대체불가능성, 고유함은 사라지고 평균적인 것이 됩니다.내가 느낀 생생한 느낌은 사라지고 슬픔이라는 개념만 남게 됩니다. 개념으로서의 슬픔은 괴로움이나 기쁨이나 즐거움과는 다른 어떤 감정 상태를 지시하는 의미일 뿐이지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생생한 사건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는 활동하겠지만 감정이나 정서는 거의 참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언어가 우리 마음, 감정, 정서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겁니다.   우리가 언어의 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은 추상적인 세계, 자연과의 접촉이 없는 가상세계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몸은 지수화풍으로 된 사물입니다. 자연과 살과 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언어를 쓰면 우리 몸은 자연과 분리됩니다. 인간은 수천, 수만 년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으므로 우리의 피에는 자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연과 함께 있을 때에만 충족되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자연과 떨어져서 살고 있고, 우리가 소외시킨 자연을 언어로 대체하여 살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문학은, 특히 서정시는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 몸의 낙원을 언어를 통해 회복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박이문은 시적 언어를 ‘언어를 쓰되 언어를 쓰지 않으려는 언어, 언어에서 해방되려는 언어’라고 한 것입니다. 시는 ‘사고되기 이전의 피부로 느낀 가장 원초적이며 직접적인 체험을 표현’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불가피하게 언어를 쓰기는 하지만 ‘언어 이전의, 언어로는 대치할 수 없는 가장 구체적인 경험이나, 경험의 대상 자체를 그냥 그대로 보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사르트르는 ‘시인은 단번에 도구로서의 언어와 인연을 끊은 사람이다. 시인은 말을 기호로서가 아니라 사물로서 본다는 시적 태도를 단호하게 선택한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색깔이나 소리를 마술적으로 배합하여 그것들이 서로 끌어당기고 떠밀어내고 불태우고 결합하면서 ‘사물로서의 문장’이 되게 한다는 것입니다. 시인은 불가피하게 언어를 쓰지만 그 언어는 끊임없이 사물 자체가 되려고 합니다. 언어가 사물의 물성을 풍부하게 지녀서 감각과 감정을 일으키는 기능을 할 때, 우리는 이것을 이미지라고 부릅니다.     종이 위에 ‘수련’이란 글자를 쓰자마자 종이는 연못이 되어 출렁이고 자음과 모음은 꽃잎과 꽃술이 되어 피어난다.   만년필에서 흘러나오는 푸른 잉크는 종이 위에 적셔지며 선들로 뻗어 나가거나 둥글게 뭉쳐져 덩어리를 이룬다. 물위에 떠 있는 짙푸른 잉크-잎들.   연못 가장자리 녹색 쟁반 위에 흰 수련 과일 같은 하얀 피부가 물위에 씌어진다. 햇빛의 뾰족한 끝에서 공기가 흘러나오면 투명한 수면 위에 수련이 기록된다.   - 채호기 「수련의 비밀 1」 부분   시인은 종이 위에 펜으로 수련이라고 쓰지만, 그가 쓰는 말은 수련이라는 관념을 벗어나 수련 그 자체가 되려고 합니다.종이는 연못이 되려 하고, 자음과 모음은 꽃잎과 꽃술이 되려 하며, 잉크는 수련의 줄기가 되려 하고, 이 모든 것들은 스스로 움직이고 자라고 결합하면서 피부와 향기와 색깔을 지닌 사물의 풍만한 육체가 되려합니다. 시인은 온몸의 감각과 감정의 쾌감으로 이 체험을 즐깁니다. 시인이 쓴 것은 수련이라는 말이 아니라 수련을 보는 체험, 더 나아가 자신의 육체가 수련으로 변형되는 체험입니다. 거기에는 물과 햇빛과 공기와 교접하고 섞이는 즐거움, 결국 자신은 없어지고 물과 공기와 식물성 육체가 끈끈하게 결합하고 뻗어나가는 운동의 즐거움이 있습니다. 내 안에서 사물이 운동하고 오감과 감정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미지로 말할 때, 우리는 이상한 기쁨을 느낍니다. 이것이 시를 쓰는 즐거움입니다.     2. 이미지는 삶에서 나온다   이미지는 시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시의 전유물도 아닙니다. 시 이전에 이미지는 우리들의 몸속에, 그리고 일상 속에 널려있습니다.     “나는 내 일생 동안 마셔보았던 모든 신선한 음료수를 다 그려보았다. 어린 시절에 마셨던 진저비어, 거품이 이는 흑맥주, 워딩튼 생맥주, 마개를 따서 마실 때까지 시냇물에 시원하게 담가두는 뮈스카데 포도주, 핌스 맥주, 그리고 샴페인을 시원하게 냉각시키는 얼음통…….” - 다비드 르 브르통,『걷기예찬』     이 인용문은 혹독한 태양 아래 힌두쿠시산맥을 따라 나아가면서 시냇물을 마셔야 했던 사람의 고백입니다. 갈증이 심한데 주변에 물이 없으니 마음에 온갖 시원하고 맛있는 음료수가 떠오릅니다. 상상으로 마시는 음료수는 가짜이지만, 갈증이 심하면 실제와 같은 강렬한 힘을 갖습니다. 극심한 갈증이라는 결핍이 시원한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망을 부르고, 그 욕망이 시원한 음료수라는 이미지를 낳는 것입니다.   갈증(결핍)→ 물 마시고 싶다(욕망)→ 물 마시는 상상(이미지)   결핍이 크면 클수록 욕망도 커지기 때문에 그 욕망이 만든 이미지의 힘도 그만큼 강해집니다. 이미지는 우리가 경험한 내용을 마음에서 재생시킨 것입니다. 그것은 상상으로 만든 허구입니다. 결핍이 충분히 크고 충족을 갈망하는 욕망이 간절하다면, 그 허구는 실제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가까워지고 감각과 감정의 현실감은 그만큼 커집니다. 진짜와 같은 가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되는 것입니다.   아 바람아, 이 더위를 찢어 열어라, 이 더위를 베어 갈라라, 더위를 갈기갈기 찢어라.   과일도 떨어질 수 없다 이 짙은 공기를 뚫고― 과일은 배의 뾰족함을 압박하고 무디게 하며 포도를 둥글게 하는 더위 속으로 떨어져 들어갈 수 없다.   이 더위를 찢어 뚫어라― 이 더위를 뚫고 갈아서 네가 가는 길가에 파헤쳐라. - 힐다 둘리틀, 「더위」 전문     창문을 열어도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더위. 숨을 쉬면 더위가 콧구멍을 콱 막아 숨통이 막히는 것 같은 답답한 더위. 이 시는 바로 그런 답답한 시적 화자의 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운 공기가 고체와 같은 물질로 변질되어 있습니다. 숨을 쉬면 마치 묵 같은 물질이 콧구멍을 턱 막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 그 더위를 베고 찢고 갈라 버리라고 소리치는 것입니다. 스트레스나 현실의 압력이 마음을 꽉 누를 때, 억누르는 힘은 바로 이 더위와 같은 성질을 지니지 않았을까요?     방거죽에극한(極寒)이와닿았다. 극한이 방속을 넘본다. 방안은 견딘다. 나는 독서의뜻과 함께 힘이 든다. 화로를 꽉쥐고 집의집중을 잡아땡기면 유리창이 움푹해지면서 극한이 혹처럼 방을 누른다. 참다못하여 화로는식고 차겁기 때문에 나는 적당스러운 방안에서쩔쩔맨다. 어느 바다에 조수가 미나보다. 잘다져진 방바닥에서 어머니가 생기고 어머니는 내 아픈데에서 화로를 떼어가지고 부엌으로 나가신다. 나는 겨우폭동을 기억하는데 내게서는 억지로 가지가돋는다. 두팔을 벌리고 유리창을 가로막으면 빨래방망이가 내 등의 더러운 의상을 뚜들긴다. 극한을 걸커미는 어머니―기적이다. 기침약처럼 따끈따끈한 화로를 한아름 담아가지고 내 체온 위에 올라서면독서는 겁이나서 곤두박질친다. - 이상, 「화로」 전문     난방할 돈이 없었던 이상 시인은 식은 화로를 껴안고 독서에 집중하여 추위를 견뎌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독서의 힘으로 추위를 이길 수는 없습니다. 시적 화자는 강추위에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맙니다. 얼마나 열심히 책을 읽는지 독서의 집중력이 “집의집중을잡아땡기면유리창이움푹해”진다고 합니다. 또 유리창 밖에서는 얼마나 독한 추위가 방안을 넘보는지 “극한이혹처럼방을누른다”고 합니다. 유리는 깨질지언정 휘어지지는 않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위(결핍)를 견디려는 시적 화자의 간절한 갈망(욕망)이 유리창도 휘어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추위에서 벗어나고픈 절실함은 방바닥에서 어머니가 생겨나게 하고 어머니는 화로를 데워오게 하는 데 이릅니다. 위의 두 시에서 이미지의 신선함과 강렬함은 바로 시인의 결핍의 크기와 욕망의 간절함이 낳은 것입니다. 일상적인 체험의 힘이 곧 이미지의 진정성과 허구를 진짜처럼 만드는 실감을 만든 것입니다.   3. 이미지는 ‘나’이며 존재다     우리의 경험 내용은 대부분 망각되지만 기억이나 감각, 감정 등은 몸에 저장되었다가 어느 순간 자극이 되면 깨어나 마음에 재생되면서 활동하게 됩니다. 마음에 재생된 온갖 사물과 영상, 그것이 자극한 오감 등이 바로 이미지입니다. 우리의 욕망이 불러낸 이미지는 달력 그림처럼 고정되어 있거나 가만히 정지해 있지는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움직이는 데에 따라서 활동합니다. 헛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물과 같은 힘을 발휘하고 시인과 독자의 감각과 감정을 자극하면서 그들의 마음과 정신에 영향을 줍니다. 살아있는 이미지는 내면의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마음껏 숨 쉬게 하고, 현실에서 해방된 새로운 시공간을 꿈꾸게 하고, 몸과 마음에 잠재적으로만 존재하던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해줍니다. 이미지가 이런 작용을 할 때, 마음과 정신에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하게 됩니다.     풀 한 포기를 살펴보라, 큰 나무 한 그루를 보고 감탄하라, 그래서 그것이 공중에 흘러나오는 한 줄기 세워진 강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머릿속에서 알아보도록 하라. 물은 나무를 통해 빛을 마중하러 나아간다. 물은 땅의 소금 얼마를 가지고, 햇빛을 사랑하는 형상 하나를 스스로 그려낸다. 물은 가벼운 손들 달린 그 흐르는 힘찬 팔들을 우주를 향해 내밀고 뻗친다.   - 발레리, 「물노래」 부분     이 시의 화자는 나무를 ‘한 줄기 세워진 강물’이라고 부릅니다. 그 순간 딱딱한 고체인 나무,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고정되었던 나무는 물과 같은 운동을 합니다. 땅 속의 물이 햇빛과 바람과 무한한 공간을 사랑하는 현상이 된 것, 그것이 바로 나무라는 겁니다. 어둡고 축축하고 닫힌 공간에서 나와 무한한 공간을 향해 솟구치고 싶은 욕망이 고체의 사물을 액체로 변형시킨 것입니다. 그 순간 나무는 도약하고 팔 흔들고 춤추며 햇빛과 하늘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는 물질성을 갖게 됩니다. 고체에서 액체로 변형된 나무는 어둠과 닫힌 공간에서 해방되어 무한한 공간에서 운동함으로써 심리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되어 세계를 들이마시고 내쉬며 숨 쉬게 해주는 존재 자체가 됩니다. 시인의 심리적인 현실이 됩니다.   사물의 성질은 인간의 심리적인 구조와 닮았습니다. 가뭄에 말라 죽어가는 초목을 촉촉하게 적셔서 생명을 살려내는 봄비의 물과 닥치는 대로 건물과 도시를 파괴하고 사람과 동물을 죽이는 쓰나미의 물은 같은 물인데도 마치 성분이나 성질이 다른 것처럼 느껴집니다. 봄비의 물은 생명을 살리는 부드러움과 이타성 같은 모성적인 성질을 지닌 반면 쓰나미는 가공할 만한 힘과 무자비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같은 물이라도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성질을 지닙니다. 쓰나미는 부드러운 봄비가 될 수 있고, 동식물이 마시는 부드러운 물도 파괴적인 힘이 될 수 있습니다. 물의 성질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물 뿐만 아니라 불도, 바람도, 땅도 모순적인 이와 같은 이중적인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물, 불, 공기, 땅이 처한 상황에 따라 생명을 살리거나 파괴하는 성질로 변하듯이 인간도 제 안의 두 성질이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변화합니다. 누구에게나 부드럽고 자비로운 성품이 있는가 하면 맹수처럼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성질도 있습니다. 이 양면성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습니다. 인간의 심리적인 드라마는 자연에서 늘 펼쳐지고 있으며,자연이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드라마 역시 인간의 내면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 내면의 드라마가 일상이 되고 사건이 되고 역사가 됩니다.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는 “상상력이 이중으로 살게 할 수 없는 물질은 원초적인 물질의 심리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심리적인 이가성(양가성)의 계기가 되지 않는 물질은, 끝없는 전위를 가능케 하는 그의 이중의 시학을 찾아가지 못한다.따라서 물질이 전 영혼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그 물질에 대한 영혼의 이중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눈이 왔다. 포근하게 왔다. 아니지. 처음에는 난폭하게 왔다. 차갑고 춥고 시리게. 그러나 저녁이 올 때 눈은 순하게 왔다.따스하였다. 눈 하고 불러본다. 눈 하고 따라하는 메아리가 들린다. 눈 풀꽃잎 결정들이 모여든다. 눈이 깊이 오고 깊이 오고. 나는 가끔 거리의 외등 아래서 호흡을 멈추곤 하였다. 마을에서 마을로 떠돌아다니다가 이제는 더 이상 떠돌 수 없어 얼어 버릴 작정이었다. 눈이 왔다. 오늘. 하얗게 눈이 왔다. 아니 파랗게 왔다. 그러나 빨갛게, 어머니가 놓고 가버린 핏줄처럼 빨갛게 오기도 하였다. 작년의 눈을 생각하며 유리창에 더 많이 풀꽃잎을 붙여나갔다. 그 높은 곳. 은지팡이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탁탁. 어린이 이야기 책 속의 그림. 먼저 간 어머니는 천사가 되어 눈 오는 밤이면 은지팡이 짚고 내려온단다. 탁탁. 아아, 내려오세요, 어머니. 이 지상으로. 은지팡이 짚고 내려오세요. 어머니는 지팡이로 제일 고요한 곳을 쳐 길을 내었다. 길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길이 맨 꼭대기 벗은 가지 끝에 닿자 그 옆의 잔가지들이 떨렸다. 길도 같이 떨렸다.떨리며 내려오던 길이 엉킨 가지들 속에 묶였다. 그 자리에서 아득한 물안개가 일었다. 마침내 그 길은 내 두 눈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아, 눈에는 등(燈) 빛 같은 정신이 숨어 있었다. 눈이 왔다. - 이진명, 「눈」   이 시에는 눈의 두 가지 성질이 나타나 있습니다. 하나는 차갑고 시린, 생명에 위협이 되는 폭력적인 성질이고 다른 하나는 하얗고 포근하고 따뜻한 성질입니다. 시적 화자는 이 눈이 처음엔 차갑고 시리게 왔지만, 저녁에는 순하고 따뜻하게 왔다고 말합니다. 시인의 마음도 바로 이 눈의 양가적인 성질에 따라 변화합니다. 극도로 상심해 있는 시적 화자는 처음엔 일부러 눈을 다 맞으며 떠돌아다니다가 “얼어 버릴 작정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눈의 폭력적인 힘을 빌려서 괴로운 몸을 죽이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다가 유리창에 붙은 눈에서 풀꽃잎 무늬를 보며 성탄절 장식을 연상하게 됩니다. 그 풀꽃잎 무늬는 다시 죽은 사람이 천사가 되어 눈 오는 밤에 내려온다는 동화로, 그 동화 속의 은지팡이로, 은지팡이로 길을 내고 내려오는 어머니로, 그리고 나무에 내렸다가 시적 화자의 눈으로 흘러내리는 눈물로 변화하며 녹아내립니다. 난폭한 눈의 성질은 시적 화자의 상실감이 녹아 눈물로 변하면서 정화되어 맑고 따뜻한 성질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심리를 닮은 사물과 자연의 성질은 그대로 시에서 시인의 정신과 마음을 나타내주는 이미지가 됩니다. 이런 이미지가 살아있는 작품에서는 사물과 인간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가 됩니다.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담아내고 심리적인 드라마를 보여주는 이미지는 바로 인간 존재가 되어 내면에서 새로운 시공간을 찾아, 전에는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자아를 찾아, 억눌린 마음을 해방시키고 숨 쉬게 해주는 삶을 찾아, 꿈을 꾸게 해줍니다.   이미지가 ‘나’라는 존재 자체가 될 때, 그래서 과거의 시공간을 새로운 시공간으로 확장시키고 변화시킬 때, 예전에 알던‘나’가 새로운 ‘나’로 변화할 때, 물질에서 계속 새로운 ‘나’가 태어나는 것을 경험할 때, 이미지는 마술적인 기능을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지는 ‘나’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결코 마술이 아닙니다.  
250    명시인 - 헤르만 헤세 댓글:  조회:9461  추천:0  2015-03-21
                                               
249    독일 명시인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댓글:  조회:5377  추천:0  2015-03-21
라이너 마리아 릴케  1875년 12월 4일 ~ 1926년 12월 29일   본명은 르네 마리아 릴케였으나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의 권유로 르네를 라이너로 고치게 되었다.   그는 1875년 프라하에서 태어났는데, 젊은 시절 장교로서의 화려한 생애를 펼치려던 꿈이 좌절되고 지방철도국의 하급관리로 근무하던 아버지 요셉 릴케와   큰 가문출신이며 사회적으로 큰 명예욕에 사로잡혀 있던 어머니 소피 엔츠는 서로의 뜻이 맞지 않아 순탄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했다.   부성적 권위와 모성적 포근함의 균형을 상실한 릴케는 출생시부터 불안한 상태였고 1884년 릴케가 9살 되던 해에 부모는 이혼하고 말았다.   1900년 자신의 이름으로 『경구집 Ephemeriden』이란   소책자를 낼 정도로 활동적인 어머니는 정신질환에 가까울 정도의 울화증으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긴장 속에 몰아넣었다.   오죽하면 훗날 릴케가 29세 되던 해에 그런 어머니에 대하여   '바지저고리처럼 속이 텅빈 망상적이고 역겨운' 여인이라고   증오 섞인 어휘를 내뱉었을까. 신앙적 독선의 어머니에 대하여 1915년 10월 14일 뮌헨에서 쓰여진 시구에서 릴케는 이렇게 절규한다.     아 슬프다, 나의 어머니가 나를 허문다 돌이 채곡채곡 나에게 쌓여   하루해가 큼직하게 움직이는 작은 집처럼 벌써 서있다 혼자 뿐이었지   이제 어머니가 오셔서 나를 허문다   릴케의 어머니는 낳자마자 죽은 딸을 결코 잊지 못하여 자신의 상실감을 메꾸어 줄 대용물로 릴케를 키운다.   여자옷을 입히고, 머리를 땋아주고, 소꼽장난을 하게 하며, 남자 아이들과 노는 것마저 금지시킨다.   여자 이름인 '마리아'라는 영세명을 받게 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어린 릴케는 곧 심한 좌절감에 빠진다.     1886년 11살 되던 해 릴케는 부모의 이혼에 따른 후속책으로 쌍 폴텐에 있는 소년 군사학교에서 공부하였고   1890년에는 메리쉬―봐이쓰키르헨의 고등군사학교에 들어간다.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리충족시켜 주기 위해서였지만,   릴케는 튼튼한 소년들이 모여있는 환경을 견디어 낼 수 없었다.   세상적 욕심이 강한 어머니는 성실한 가문의 막연한 귀족신분의 흔적을 가지고 릴케로 하여금 특수의식에 빠지게 한다.     원래 릴케의 집안은 합스부르크 왕가에 충성하는 매우 자유주의적 의식을 지닌 시민계급이었다. 이런 과정이 산문시 작품   '코르넷 크리스토프 릴케의 사랑과 죽음의 노래 Die Weise von Liebe und Tod Cornets Christoph Rilke'로 표현되고 있다. 바람이 몹시 부는 11월 밤 백일몽상태에서   단숨에 써 내려간 이 작품은 소년시절의 억눌린 자아의식과 소망을 꿈의 형태로 체험하는 청년 릴케의 심리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1891년 계속되는 질병과 허약한 체질로 인하여 릴케는 군사학교를 그만두고 린츠(Linz)에 있는 실업학교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대학입학을 위한 인문교육과정을 준비, 1895년 7월 대학입학자격 국가시험에 합격한다.   이때 발리(Vally David―Rhonfeld)라는 소녀에게 향해진 첫사랑이 실연으로 끝난다. 이것은 어머니의 포로일 수 밖에 없었던 그에게   對연인관계에 가중된 장애요인이 된다. 평생 릴케는 남성 친구보다 여성들이 에워싸고 있었던 것도 남성으로서의 역할부재와 무관치 않다.       가을날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결실토록 명하시고, 열매 위에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주시고, 마지막 단 맛이 짙은 포도송이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랫동안 외롭게 지낼 것입求? 잠 못 이루어, 독서하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낙엽 뒹구는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리저리 헤맬 것입니다.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지네. 저 먼 곳에서 찾아온 듯   머나먼 하늘나라의 정원이 시들 듯 거부하는 몸짓으로 떨어지고 있네.     밤이 되면 무거운 대지가 무수한 별들로부터   정적 속으로 떨어져 내리네.     우리도 모두 떨어지고 있고 여기 이 손도 떨어지고 있는 것을.   그대여 보라. 온갖 것들이 떨어져내리는 것을.     허나 그 어느 한 분이 있어 떨어지는 이 몸을   무한히 정감어린 손길로 떠받아 주시는 것을.       두이노의 비가 1     내가 소리친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 주리오? 설령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는다 해도, 나보다 사뭇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는 무서움의 시작에 다름아니니까. 우리 이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나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어두운 흐느낌의   유혹소리를 꿀컥 삼키는데, 아, 대체 우리는 그 누구를 부릴 수 있을까? 천사들도 아니요 인간들도 아니다.   영리한 짐승들은 해석된 세계 속에 사는 우리가 마음 편치 않음을 벌써 느끼고 있다. 우리에게 산등성이   나무 한 그루 남아 있어 날마다 볼 수 있을런지. 우리에게 남은 건 어제의 거리와, 우리가 좋아하는   습관에의 뒤틀린 맹종, 그것들은 남아 떠나지 않았다. 오 그리고 밤, 밤, 우주로 가득찬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파먹어가면, 누구에겐들 밤만 남지 않으랴,   그토록 그리워하던 밤, 모든 이의 가슴 앞에 힘겹게 드리운, 약간 환멸을 느끼는 밤. 밤은 사랑하는 이들한테는 더 쉬울까?   아, 그들은 그저 몸을 합쳐 그들의 운명을 가리우고 있구나. 너는 아직 그것을 모르는가? 우리가 숨쉬는 공간을 향해   두 팔을 벌려 네 공허를 던져라. 그러면 새들은 더욱 당찬 날갯짓으로 넓어진 대기를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 봄들은 너를 필요로 할지 모르지. 수많은 별들은 네가 저희들을 느끼기를 바랐다. 과거 속에서   파도 하나 일어나고, 혹은 열려진 창문 옆을 지나갈 때 너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었겠지. 그 모든 건 사명이었다.   그러나 너는 그것을 완수했는가? 모든 것이 네게 애인을 점지해줄 듯한 기대감에   너는 언제나 마음이 어지럽지 않았는가? (네가 그녀를 어디에 숨겨도, 크고 낯선 생각들은 네 가슴속을 들락거리며 밤이면 어김없이 네 안에 머무르는데.)   그리웁거들랑, 사랑을 하는 자들을 노래하라, 하지만 그들의 유명한 감정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리라.   네가 시기할 지경인 그 사람들, 너는 그들이 사랑의 만족을 맛본 이들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움을 알았으리라.   결코 다함이 없는 칭송을 언제나 새로이 시작하라, 생각하라, 영웅이란 영속하는 법, 몰락까지도 그에겐 존재하기 위한 구실이었음을, 그의 궁극적 탄생이었음을.   그러나 지친 자연은 사랑에 빠진 자들을, 두 번 다시는 그 일을 할 수 없다는 듯이,   제 몸 속으로 거두어들인다. 너는 가스파라 스탐파를 깊이 생각해 보았는가, 사랑하는 남자의 버림을 받은   한 처녀가 사랑에 빠진 스탐파의 드높은 모범에서 자기도 그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느끼는 것을?   언젠가 이처럼 가장 오래 된 고통들이 우리에게 열매로 맺지 않을까? 지금은 우리가 사랑하면서   연인에게서 벗어나, 벗어남을 떨며 견딜 때가 아닌가?   발사의 순간에 힘을 모아 자신보다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해 화살이 시위를 견디듯이. 머무름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목소리, 목소리들, 들어라, 내 가슴아, 지난날 성자들만이 들었던 소리를, 엄청난 외침 소리가 그들을   땅에서 들어올렸지만, 그들, 불가사의한 자들은 무릎꿇은 자세 흐트리지 않고, 그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니,   바로 그렇게 그들은 귀 기울이고 있었다. 신의 목소리야 더 견디기 어려우리. 바람결에 스치는 소리를 들어라,   정적 속에서 만들어지는 끊임없는 傳言을. 이제 그 젊은 주검들이 너를 향해 소곤댄다.   네가 어디로 발을 옮기든, 교회든 로마든 나폴리든 그들의 운명은 조용히 네게 말을 건네지 않았던가?   아니면 얼마 전의 산타 마리아 포르모자의 碑文처럼 비문 하나가 네게 엄숙히 그것을 명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내게 무엇을 바라는가? 내 그들의 영혼의 순수한 움직임에 가끔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옳지 못한 인상일랑 조용히 버려야 하리라.     이 지상에 더 이상 살지 않음은 참으로 이상하다, 겨우 익힌 관습을 다시는 행할 수 없음과,   장미들과 그밖의 무언가 나름대로 약속하는 사물들에게 인간의 장래의 의미를 선사할 수 없음과,   한없이 걱정스런 두 손 안에 들어 있는 존재가 이제 더 이상 아님이, 그리고 자기 이름마저도 마치   망가진 장난감처럼 버리는 것은 참으로 이상하다. 서로 연결되어 있던 모든 것이 그처럼 허공에 흩어져 날리는 것을   보는 것은 이상하다. 그러므로 죽어 있다는 것은 점차 조금이나마 영원을 맛보기 위한 힘겨움과 만회로   가득 차 있는 것 ―― 그러나 살아 있는 자들은 모든 것을 너무나 뚜렷하게 구별하는 실수를 범한다.   천사들은 살아 있는 자들 사이를 가는지, 죽은 자들 사이를 가는지 때때로 모른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영원한 흐름은 두 영역 사이로 모든 세대를 끌어가니, 두 영역의 모두를 압도한다.     끝내 그들, 일찍 떠난 자들은 우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으니, 우리는 어느 덧 자라나 어머니의 젖가슴을 떠나듯, 조용히   대지의 품을 떠난다. 그러나 그토록 큰 비밀을 필요로 하는 우리는, 슬픔에서 그토록 자주 복된 진보를   울궈내는 우리는 ―― 그들없이 존재할 수 있을까? 언젠가 리노스를 잃은 비탄 속에서 튀어나온 첫 음악이   메마른 단단함 사이를 꿰뚫었다는 전설은 헛된 것인가, 거의 신에 가까운 한 젊은이가 갑작스레 영원히   떠나버려 깜짝 놀란 공간 속에서 비로소 공허함이 우리를 매혹시키고 위로하며 돕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     오 주여 누구에게나     오 주여 누구에게나 그 자신의 죽음을 주십시오.   사랑과 의미와 고난의 알맹이가 들어있는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것이오니.     사람은 빈 껍질과 낙엽에 지나지 않으며   누구나 안고 있는 위대한 죽음이야말로, 바로 모든 것의 알맹이가 되는 열매입니다.     나무에서 거문고가 나오는 것처럼 소녀들이 나타나고,   아이들은 자라서 남자가 되고 여자가 되어     당신은 미래이십니다.     당신은 미래이십니다. 영원한 평야를 비추시는 위대한 새벽 빛이십니다.   당신은 시대의 밤이 샌 뒤 때를 알리는 닭소리,   당신은 이슬이시고, 아침기도, 소녀이시며, 낯선 사나이이고, 어머니이시며, 죽음이십니다.     당신은 변신하시는 분이십니다.   언제나 고독하게 운명 속에서 솟아나   환호되는 일도 없이, 탄식되는 일도 없이 원시의 숲 그대로 이름조차 없이 계십니다.     당신은 사물들의 깊은 본질이시되,   그 궁극적인 말은 침묵하시고 사람들에게 항상 다른 모습으로 보이십니다.   배에서는 기슭으로, 뭍에서는 배로 보이시나니.     고독     고독은 비와도 같은 것   저녁을 찾아 바다에서 오른다. 멀고 먼 외진 들녘에서 오른다.   늘상 고적하기만 한 하늘로 옮겨갔다가 하늘에서 비로소 도시에 내린다.     아침을 향해 골목골목이 몸을 일으키고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육신들이 실망과 슬픔에 젖어 서로 떠나갈 때,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같은 잠자리에서 함께 잠들어야 할 때,   낮과 밤이 뒤엉킨 시각, 비가 되어 내리면     고독은 강물과 함께 흘러간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서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에게서 달아나려 합니다. 박해받으면 갇혀 있는 감옥에서 풀려나려는 듯이   그러나 이 세상은 하나의 위대한 기적입니다. 나는 느낍니다.여기에는 모든 삶이 살고 있다고.     그러나 대체 누가 사는 것이겠습니까?   연주되지 아니한 선율이 하아프 속에 깃들여 있듯이 저녁 어스름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이겠습니까.   물 위에 불어 오는 바람이겠습니까, 신호를 주고받는 나뭇자기겠습니까,   향기를 풍기는 꽃송이겠습니까, 늙어 가는 긴 가로수 길이겠습니까,   오고가는 따뜻한 동물들이겠습니까, 갑자기 떠오르는 새들이겠습니까.     대체 누가 사는 것이겠습니까, 신(神)이여, 당신입니까- 이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지키는 사람처럼     포도밭에 원두막을 짓고서 지키는 사람처럼   주여, 저는 당신 안에 있는 원두막입니다. 오오 주여, 저는 당신의 밤에 싸인 밤입니다.     포도밭, 목장, 오래 된 사과밭 봄의 계절을 건너뛸 줄 모르는 밭   대리석처럼 단단한 땅에서도 많은 열매를 맺는 무화과나무     당신의 둥근 가지에서 향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당신은 저에게 지키고 있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진액에 거침없이 녹아 들어 당신의 깊은 뜻이 제 곁을 고이 타오릅니다.       이웃     낯선 바이올린이여, 너는 어찌 내 뒤를 쫓는가?   머나먼 타향의 여러 도시에서 벌써 얼마나 너의 쓸쓸한 밤은 나의 밤에게 말을 건넸던가?   수백의 사람이 너를 켜는가, 한 사람이 켜는가?     네가 아니라면 벌써 강물에 몸을 던졌을 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마다 지금도 살고 있는가? 네 소리는 어찌 이리도 나의 가슴을 치는가?     나는 왜 언제나 너로 하여 불안스레 '삶은 모든 사물들의 무게보다 더 무겁다'고   노래하고 말하도록 하는 사람들의 이웃이어야 하는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독일의 시인     독일의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릴케는 보헤미아의 프라하에서 태어났답니다 1895년 프라하 대학 문학부에 입학하여 문학 수업을 받았답니다.   시인 릴케의 생애는 총 4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답니다.   제1기는 릴케의 고향인 프라하에서 시인으로 출발을 한때랍니다. 이때 인생과 소곡, 꿈의 관, 강림절 등 몽상과 낭만이 넘치는 신낭만파풍의 시집을 지었답니다.     제2기는 릴케가 자기의 개성에 눈을 뜬 시기랍니다. 나의 축일에와 형상시집을 통해 자기만의 시의 경지를 개척했답니다.   제3기는 파리에서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지내던 시절이랍니다. 조각품처럼 그 자체가 독리된 하나의 우주를 이루는 사물로서의 시를 창작하려고 하였는ㄷ 신시집과, 신시집 별권은 그 훌륭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제4기는 1910년 이후 생애를 마칠때까지 10년이나 걸려서 완성한 대작 두이노의 비가와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는 인간 존재를 긍정하고자 하는 예술 정신을 보여주고 있답니다.   릴케는 시인 보들레르 이후에 내면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애쓴 서양 시의 최고봉이라 불려지고 있답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   국민시인이자 민족시인 윤동주의 가장 대표적인 시 그리고 소싯적 타자 좀 두들겼다 한다면 키보드 위를 날듯이 받아 써 내려갔던 한 편의 시는 『별 헤는 밤』 입니다. 최근 무한도전 역사x힙합 을 통해 윤동주의 습작 노트가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는데요. 우리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라고 뼈에 사무치게 외우고 있는 이 시의 원래 제목이 병원이었다는 사실은 몇 번을 곱씹어보아도 안타깝지요.    아스라한 청춘의 별이 된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이 있습니다. 위에 인용해 둔 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프란시스 잠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데요. 이중에서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20세기를 상징하는 독일 최고의 시인이자 인간의 실존과 사랑과 고독과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내면을 매만지는 많은 시들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혀끝에서 구슬이 굴러가는 것만 같은 이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의 생애는 그 이름의 아름다움만큼이나 화려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홉 살에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을 보아야 했고, 섬세한 마음을 지녔음에도 군사 학교에 다녀야했던 어린 시절은 릴케에게 큰 상처를 남겼지요.  결국 학교를 도중 그만둔 릴케는 20세에 이르러 진학한 대학에서 문학 수업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1897년, 릴케는 자신의 문학적 영감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뮤즈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를 만나며 미성숙함을 벗고 시인으로서의 꽃을 피우게 됩니다. 심지어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는 그의 이름마저도 루 살로메가 지어 준 것이라니, 그녀가 릴케의 문학삶에 얼마나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지 짐작해 볼 만합니다.   또한 릴케는 수많은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 편지들 가운데 대문호를 동경하고 청춘 속에서 방황하였던 젊은 시인 카푸스와 주고받은 편지들은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백번 고개 끄덕여 마땅한 이야기들을 전하며 읽혀 오고 있습니다. 조선 시대에 퇴계 이황과 기대승의 서신이 있다면, 독일에는 릴케와 카푸스의 편지가 있다고나 할까요.   가야 하는 길과 가고 싶은 길의 괴리는 언제나 우리를 고민하게 하고 또 갈등하게 하지요. 하지만 끊임없이 홀로 고뇌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 단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춘기와 청춘은 삶의 보석들을 가장 쉽게 또 가장 아프게 얻을 수 있는 시기랍니다.   그 보석들을 찾을 준비가 되었다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일만 남았겠군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작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출처] 윤동주가 노래한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작성자 에프   대표작: ,                   .             라이너 마리아 릴케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실존주의 시인으로, 20세기 최고의 독일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섬세하고 세련된 시어와 감수성으로 언어의 거장, 시인 중의 시인으로 불린다. 근대 사회의 모순, 번뇌, 고독, 불안, 죽음, 사랑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성찰을 토대로 명상적, 신비적 시를 많이 썼다. 또한 유일한 장편소설인 《말테의 수기》는 현대 모더니즘 소설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20세기 세계 문학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1875년 12월 4일 오스트리아 제국령이던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났다. 정식 세례명은 르네 카를 빌헬름 요한 요제프 마리아 릴케이다. 아버지 요제프 릴케는 군인 출신의 지방 철도 공무원이었고, 어머니 피아 엔츠-킨젤베르거는 오스트리아 참의회 의원을 지낸 아버지를 둔 프라하의 명망 높은 가문 출신이었다. 릴케가 태어나기 전해에 태어난 딸이 얼마 못 살고 죽자 피아는 릴케가 여자아이이길 바랐다. 때문에 릴케에게 여자아이의 옷을 입혀 키우다가 일곱 살 때에야 처음으로 남자아이의 옷을 입혔다고 한다. 그녀는 전형적인 귀족 부인으로 허영심이 강했고, 따라서 남편이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생활이 부유하지도 않은 데 불만족스러워했다. 또한 광신적일 정도의 가톨릭 신앙을 가지고 있었는데, 릴케가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시간인 한밤중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릴케를 '마리아의 아이'로 부를 정도였다. 9세 때 두 사람이 이혼하면서 릴케는 어머니의 손에서 자랐는데, 이런 어머니의 태도 때문에 고독하고도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 릴케의 부모 요제프와 피아 7세 때 프라하 가톨릭 재단의 피아리스트 수도회에서 운영하는 독일인 초등학교를 다녔으며, 11세 때 아버지의 뜻에 따라 장크트푈텐 육군유년학교에 들어갔다. 그러나 감수성이 예민했던 어린 소년에게 육군학교 생활은 끔찍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때 느낀 불안감과 좌절, 고통은 이후 릴케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유년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고등실업학교에 진학했으며, 이후 린츠의 상업학교에 들어갔으나 1년 반 만에 그만두었다. 18세 때 릴케는 법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 입학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때 사촌누나의 소개로 만난 발레리 폰 다피트-론펠트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졌는데, 릴케가 발레리에게 시와 편지로 사랑 고백을 하면서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이야기이다. 발레리의 외삼촌은 체코에 유럽 상징주의를 소개한 신낭만주의 시인 율리우스 제이에르였으며, 발레리 역시 문학 활동을 하고 있었던 것도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릴케는 여러 문학잡지에 시를 써서 보냈으며, 이듬해에는 발레리의 후원으로 첫 번째 시집 《삶과 노래》를 자비 출판했다. 20세 때 프라하 대학에 입학해 문학사, 예술사, 철학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뮌헨 대학으로 옮겨 예술사, 미학, 진화론 등을 공부하다가 베를린 대학에 들어가 수학했다. 릴케는 프라하 대학에 입학한 해부터 본격적으로 시 활동을 했으며, 그해 보헤미아의 민간 설화를 모티프로 한 두 번째 시집 《가신에게 바치는 제물》을 펴내고, 정기 간행물 〈치커리-민중에게 바치는 노래〉를 약 1년간 펴냈다. 뮌헨 대학 시절에 릴케는 인생과 작품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여인을 만난다. 14세 연상의 유부녀였던 러시아 여인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이다. 루 살로메는 저명한 에세이스트로, 릴케는 그녀를 알기 전부터 그녀의 에세이에 감명을 받고 익명으로 수 통의 편지를 쓴 바 있었다. 그녀와 젊은 시인은 곧 연인 관계로 발전했으며, 점차 루는 릴케에게 연인이자 어머니이며 정신적 지주의 역할을 하게 된다. 두 사람은 평생 소울 메이트의 관계를 유지했다. 릴케는 그녀의 권유에 따라 '라이너'라는 독일식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 우아하고 유려한 루의 필체를 따라 그때까지 흘려 쓰던 필체를 고쳤다. 그녀와의 관계 덕분에 릴케의 시 세계는 더욱 완숙해졌다. 1898년에는 베를린, 이탈리아, 피렌체 등지를 여행하면서 예술 일반론 격인 《피렌체 일기》와 많은 시를 썼다. 이는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루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한 시도였다. 또한 1899년과 1900년 두 차례 루와 함께 러시아 여행을 다녀오면서 러시아의 예술과 역사, 언어를 공부하고 러시아를 영혼의 고향으로 삼게 된다. 이때 톨스토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루와의 만남과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초기 대표작 《기도 시집》, 《형상 시집》 등이 탄생했고, 릴케 문학의 본격적인 궤적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릴케의 정신적 지주였던 루 살로메 두 번째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 후 릴케는 친구 하인리히 포겔러를 찾아 독일 북부의 화가촌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여류 조각가 클라라 베스트호프를 알게 된다. 이듬해 릴케는 클라라와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서는 외동딸 루트 릴케가 태어났다. 릴케는 클라라와의 결혼으로 그때까지의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어 했던 듯하다. 그러나 릴케의 노력은 얼마 가지 않았다. 1902년, 릴케는 로댕의 전기 《로댕론》을 쓰고자 파리로 갔고, 이후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다가 이따금씩 함께 시간을 보내는 생활을 한다. 릴케는 약 4년간 로댕의 집에서 기거하면서 그의 비서를 했는데, 이때 로댕, 세잔 등의 조형미술 작품의 영향을 받아 그때까지의 명상적이고 낭만적이던 시 쓰기에서 탈피해 '사물시'라는 새로운 창작 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물시란 주관적인 감정을 읊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 사물을 관찰하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해석하여 언어를 통해 조형화하는 창작 기법인데, 이를 통해 존재하는 대상에 내재된 궁극적인 형태를 언어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 기법으로 쓰인 시들은 후일 《신시집》으로 출간된다. 또한 장편소설 《말테의 수기》도 이 시기에 구상하였다. 탐미주의적 성향을 지닌 덴마크의 젊은 귀족 시인 말테가 파리의 고독한 생활을 쓴 수기 형식의 소설로, 몽타주 기법, 수기, 소설 기법 등 다양한 산문 기법이 혼합되어 있다. 단선적 줄거리에 기반을 둔 리얼리즘 소설에서 탈피해 다수의 주제를 평행적으로 진행시키고 있어 줄거리와 주제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는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다. 1906년, 릴케는 로댕과 갈등을 겪고 로댕의 집에서 나왔다. 그는 주로 파리에 체류하면서 독일, 이탈리아, 북아프리카 등지를 여행하고 글을 썼다. 로마 체류 중에는 요절한 시인 볼프 그라프 폰 칼크로이트를 위한 〈진혼곡〉과 여류화가 파울라 모더존-베커를 위한 〈진혼곡〉을 썼으며, 1912년에는 두이노에 머물면서 《두이노의 비가》를 썼다. 1913년에는 루와 함께 뮌헨에서 프로이트를 만나고, 정신분석학회에 참여했다(루는 프로이트의 무의식 실험 사진에 등장하기도 한다). 1921년, 베르너 라인하르트가 스위스 론 계곡의 뮈조트 성을 제공하여 그곳에 정착하고 작업실을 꾸며 여생을 보냈다. 이 무렵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으며, 1923년경부터는 백혈병 증세가 나타나 요양소와 뮈조트 성을 오가며 지냈다. 그러면서도 시 쓰기를 계속하여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 《과수원》 등을 썼는데, 특히 《과수원》은 프랑스어로 쓴 시라는 데서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발레리의 시와 산문들을 번역하기도 했다. 1926년 12월 29일, 백혈병으로 스위스의 발몽 요양소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었으며, 유언에 따라 라롱의 교회 묘지에 안장되었다(정원에서 장미를 꺾다가 장미 가시에 찔리는 바람에 패혈증에 걸려 죽었다는 시적인 일화가 있으나 이것이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묘비에는 그가 직접 쓴 시가 새겨졌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리도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태그 더 보기 작가 세계사 연관항목 19세기 문학사 출처문학사를 움직인 100인 오귀스트 로댕프랑수아 오귀스트 르네 로댕(François-Auguste-René Rodin, 1840년 11.. 출처한국어 위키백과                [예술가의 초상] 이 가을에,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읽다  “생의 진실은 고통과 직면해야 찾을 수 있는 것”  김재혁 시인·고려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글자크게글 페이스북 시인 릴케에게 고통은 아름다움을 위한 대전제. 진한 포도주에 마지막 단맛이 스미길 염원한 시인의 진실은 어디에… 릴케는 낭만의 인간으로 삶을 살지 않았다. 미래를 사지 않으며 추억마저도 끌어들이지 않고, 그저 고통과 마주하는 생명이고자 했다. 인간 존재를 형이상학적 초월세계로 이송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릴케적인 삶의 본령이다. 운명과 싸웠던 한 시인의 숭고한 모습에 우리는 전율한다.   ▎릴케는 독일 시문학사에서 처음으로 ‘나’를 탐구대상으로 하여 시를 쓴 시인으로 평가된다. / 사진제공·문학판 벌써 근 20년은 되었다. 1997년에 나는 독일의 유명한 전기 작가 볼프강 레프만이 쓴 릴케 전기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적이 있다. 일본의 릴케학회에서 을 발간하면서 포함시켰을 만큼 평판이 좋은 책이었다. 번역본 한 권을 나의 이종사촌 형인 신경림 시인에게 보냈다. 그리고 얼마 뒤에 형님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형님이 말했다. “재혁아, 그 책 잘 읽었다. 그런데 릴케 쪼다더라!” 순간 릴케 연구자로서 좀 흠칫하면서도 너무나 적확한 표현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릴케가 손을 씻는 모습은 어떠했는지, 걸음걸이는 어떠했는지, 부인과 비교해서 덩치와 키는 어떠했는지까지 자세히 기록한 책이라서 그 책에서 ‘쪼다’로서의 릴케를 발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군사 유년학교 시절의 릴케. 몸이 허약해서 5년 만에 학교를 그만뒀지만 성적은 우수한 편이었다. / 사진제공·김재혁 생활 면에서 보면 릴케는 영락없는 ‘쪼다’였다. 광적으로 기독교에 흠뻑 빠져 있던 릴케의 어머니가 릴케를 세상에 낳고서 마리아가 예수를 낳은 하루의 시점과 동일하다고 하여 ‘마리아의 은총’으로 여겨 붙인 세례명 ‘마리아’는 그에게 많은 부정적 체험을 선사했다. 더욱이 릴케가 세상에 나기 전에 죽은 어린 누나 대용으로 어릴 적에 여자아이 옷을 입고 자란 릴케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늘 혼돈을 느꼈다. 하사관에서 장교로 입신출세하려다가 좌절된 아버지의 꿈을 대신하여 군사유년학교에 보내진 그는 어머니가 싸준 레이스 달린 속옷 때문에 동료들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다. 옆자리 동료에게 왼쪽 뺨을 맞자 오른쪽 뺨마저 때려라, 했다가 흠씬 두들겨 맞은 릴케였다. 몸이 약해서 군사학교를 5년 만에 그만두었지만, 그곳에 다닐 동안은 자주 결석을 했음에도 성적은 우수한 편이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의 어설픔은 계속 이어졌다. 군사학교 생활을 못 견뎌 했던 그였지만 그곳에서 자퇴하여 고향 프라하에 돌아와서는 줄곧 군사학교 유니폼을 입고 카페를 전전하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1916년 초, 빈에서 징집당했을 땐 입대 판정을 하던 하사관으로부터 ‘마리아’라는 이름 때문에 놀림을 받기도 했다. 릴케의 외형적 삶은 그야말로 ‘쪼다’라는 말에 어울리게 허술하고 속이 들어차지 못했다. 그렇기에 시인으로서 그에겐 진정한 자아, 즉 ‘나’를 찾는 일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릴케는 독일 시문학사에서 처음으로 ‘나’를 탐구대상으로 하여 시를 쓴 시인으로 평가된다. 스물 이후 방랑의 삶을 살았던 시인 ▎철학자 니체가 흠모했던 루 살로메는 릴케에게도 많은 지적 영향을 주는 등 그의 삶에 항성과 같은 역할을 했다. 릴케는 어느덧 거의 ‘우리의’ 시인이 되었다. 그의 시 ‘가을날’은 이제 우리의 가을 풍경 속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릴케는 우리와 함께 가을벌판을 걷고 있다. 너른 벌판에 내리는 햇살과 그 속에서 빛나는 황금의 들판은 시인의 입에서 ‘주여’라는 낱말이 저절로 튀어나오 게 한다. 그 한 마디의 낱말이 그의 가슴속에 숨겨져 있던 고백들을 고구마줄기처럼 끌어낸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얹으시고 들녘엔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해주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진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 남아 깨어서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들 사이로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릴케의 처남 헬무트 베스트호프가 그린 릴케의 초상(1930년). 젊은 시절 릴케의 날카로움이 잘 드러났다. / 사진제공·김재혁 시인은 여름의 완성에 이어 가을을 ‘진한 포도주’에 깃드는 단맛으로 완성케 해주기를 신에게 기도한다. 여름의 완성은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이라는 표현 속에 들어 있다. 동유럽과 북유럽의 기후에 익숙한 시인에게 남프랑스 같은 남국에 비치는 햇살은 그 의미가 각별하다. 하루만 그 햇살 속에 있어 보아도 시인이 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 시인은 언어의 포도원을 가꾸는 주인이다. 시인은 외적으로는 가을의 풍요로움을 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스스로에게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다독거리는 중이다. 남국의 햇살을 받아 자신의 언어가 무르익기를 바라는 것이다. 1902년 9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쓴 이 시는 시 안쪽에 시인의 생활코드를 그대로 감추고 있다. 제1연과 제2연에서는 아름다운 계절의 초입에서 외치는 감사의 감탄과 소망이 주를 이루지만, 마지막 연에서는 시인으로서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생활의 면면들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집과 책 읽기, 편지 쓰기, 산책 등 평생토록 릴케에게서 떠나지 않았던 것들이다. 독일의 어느 평론가는 이 시가 독자들에게 호소하는 이유로 ‘집’ 이야기를 들었다. ‘집’의 표상이 집 없이 떠도는 시인의 삶과 대조를 이루면서 아늑함과 자유의 이중감정을 연출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 ‘집’ 이야기가 없이 초·중반의 풍요로운 기도만 있었다면 이 시는 그만한 호소력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릴케는 스무 살에 고향 보헤미아를 떠나 그 이후로 줄곧 방랑의 삶을 살다간 시인이다. 그에겐 고독과 방랑과 책 읽기와 편지 쓰기 그리고 산책이 삶의 모든 것이었다. 타향의 외딴 다락방에서 책을 읽고 편지를 쓰다가 파리의 오래된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사이로 쓸쓸하게 방랑하는 가을날의 릴케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다. 이 시는 ‘가득 참’에서 ‘텅 빔’으로 변해가는 시인 자신의 가슴의 벌판 모습을 그려 보인다. 계절의 풍요로움이 시인의 풍요로움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그는 그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문제를 늘 가슴으로 느낀다. 이 시절 릴케는 조각가 로댕의 비서로 일하면서 “불안으로부터 사물을 만든다”고 말한다. 릴케의 삶의 등대는 루 살로메   ‘불안’은 시인에게 극복해야 할 대상이면서 또한 시적 재료이기도 하다. 시 ‘가을날’은 그 안에 시인의 불안을 품고 있다. 그것은 실존의 불안이며 또한 시인으로서 시 쓰기의 불안이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습니다”로 시작되는 마지막 연은 릴케가 객지 생활을 하면서 처했던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제1, 2연의 ‘밝음’과 이 마지막 연의 ‘암울함’ 사이의 극명한 대립은 릴케 자신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던 파노라마의 한 면이기도 하다. 실존적 고통은 시인을 진정한 시인으로 만들어준다. 고통이 시인에게 시를 쓰게 만들고 그것은 이른바 고통의 시학이 되는 것이다. 고통은 아름다움을 위한 대 전제 조건이다. 릴케를 기려서 만든 우표는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위스에서 각각 발행되었다. 릴케가 독일어권 시인으로서 이 세 나라에 자신의 흔적을 깊이 남겼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진의 우표는 릴케 탄생 125주년을 맞이하여 2000년에 독일에서 만든 것이다. 공모를 통해 릴케의 문학과 관련하여 설득력을 확보한 이 우표가 당첨되었다. 릴케의 초상도 없이 하트 모양으로만 장식된 것이 특이하지만, 사실 이 우표는 그만큼 릴케의 삶을 잘 드러내고 있다. 가운데에 옛 독일어 서체로 쓰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라는 이름이 먼저 보이고 아래쪽에 출생 연도(1875년)와 사망연도(1926년)가 적혀 있다. 그 이름 주위를 수많은 하트가 에워싸고 있다. 그 하트 중 가장 뚜렷한 하트가 되는 인물은 릴케보다 열네 살 연상의 여인인 루 살로메다. 러시아 장군의 딸로 당시에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대학교육까지 마친 그녀는 1897년 5월 12일 뮌헨에서의 첫 만남 이후 릴케의 삶에서 항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정규교육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릴케에게 많은 지적 자극을 주고 이탈리아 여행을 권유하기도 한다. 르네 마리아 릴케였던 릴케를 독일식으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로 이름을 바꾸게 한 것도 그녀였다. 시인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이름을 선사하여 릴케가 시인으로서 더욱 유명하게 되는 외형까지도 갖게 해준 것이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아닌, 이를테면 ‘압둘 핫산 릴케’였다면 어땠을까? 릴케는 루 살로메를 향한 사랑의 감정을 시로 표현하는 가운데 절실한 사랑의 시를 쓸 수 있었다. ‘내 눈의 빛을 꺼주소서’는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또 다른 하트는 릴케의 부인 클라라 베스트호프에게 바쳐진 것이다. 북부 독일 출신의 조각가로 파리에서 로댕 밑에서 조각을 공부한 여인이었다. 릴케가 그녀를 만난 것은 1900년 러시아 여행에서 돌아와 찾았던 독일의 예술가촌 보릅스베데에서였다. 그녀와의 결혼생활은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결혼을 하면서 “서로를 위해 고독의 파수꾼이 되어주자”고 했던 사이였던 것은 예술가로서 각자의 삶을 잘 도모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지만, 릴케는 늘 자유를 꿈꾸었다. 그렇게 자유를 꿈꾸던 그는 제1차 대전이 한창일 무렵, 여류화가 루 알베르 라사르를 만나 뮌헨 근교에서 동거에 들어간다. 릴케를 위한 또 하나의 하트다. 그들의 동거는 아내 클라라의 분노를 일으켰고, 루 살로메가 나서서 중재를 함으로써 릴케는 이혼은 면하게 된다. 사랑의 고통은 릴케로 하여금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모토를 말하게 한다. 사랑에서 소유를 버림으로써 진정한 사랑을 위해 더 넓은 공간을 지향하는 것은 시인으로서 자기만의 자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사랑의 체험은 릴케가 나중에 에서 ‘위대한 사랑의 여인들’을 말하는 계기가 된다. 그밖에 릴케와 한 번이라도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여인들은 스스로를 릴케의 하나뿐인 애인으로 여겼으니 이들이 또 다른 하트들을 차지한다. 사랑과 죽음을 가장 순수한 의미대로 복권   두 번째는 1976년 오스트리아에서 시인의 사거 50주년을 맞이하여 발행한 우표다. 릴케가 태어난 체코가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에 속해 있었으므로 릴케의 국적은 오스트리아다. 릴케는 어린 나이에 체코를 떠나왔다. 그가 스무 살이 못 되어 시를 쓰기 시작했을 무렵(20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했던 예술사조는 유겐트슈틸이었다. 릴케의 왼쪽 어깨 너머로 보이는 나무의 모습은 바로 이 유겐트슈틸 풍으로 그려져 있다. 본디 유겐트슈틸은 식물의 꽃과 잎에서 보이는 생동감을 곡선 형태로 양식화한 것이 특징이다. 젊은 시절의 릴케는 시에서 이런 소재를 직접 쓰기도 했는데, 실제 나무로 그의 초상의 배경을 장식한 것은 보잘것없던 프라하의 촌뜨기 시인이 초상에서처럼 원숙한 시인으로 성장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의 동년배였던 오스트리아의 천재 시인 호프만슈탈이 릴케의 발전을 보고 깜짝 놀란 것을 보면 릴케의 문학이 어떤 길을 걸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은 릴케가 생의 만년을 보냈던 스위스에서 1979년에 발행한 릴케 우표다. 만년의 대작 를 완성했던(1922년) 저택 뮈조 성관이 그의 등 뒤에 서 있다. 릴케는 대작의 탄생을 비호해준 이 중세의 돌집에 감사를 표한 바 있다. 시인이 평생 사랑하여 정원에 몸소 키우곤 했던, 그의 묘비에도 들어간 장미의 모습도 보인다. 오스트리아 우표에 있는 릴케의 모습보다 훨씬 더 근엄해 보인다. 와 를 완성시킨 시인의 내면의 모습이 겉으로 드러난 것 같다. 릴케의 마음속에 늘 감돌던 낱말은 사랑과 죽음이다. 제1차 세계대전 중에 그에게 유명세를 가져다 준 시적 산문의 제목은 ‘기수 크리스토프 릴케의 사랑과 죽음의 노래’이다. 릴케의 생애 전 작품을 통해서 보아도 사랑과 죽음은 늘 그의 가슴속에 들어 있었다. 사랑과 죽음을 그 가장 순수한 의미대로 복권 시키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사랑과 죽음의 개념과 그 본질을 우리가 평소에 관습에 의해 길들여진 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중 첫 번째 ‘비가’ 안에는 릴케가 평생 품었던 기본적인 생각들이 응축되어 들어 있다. ▎릴케의 아내는 로댕 밑에서 조각을 공부했던 클라라였다. 두 사람의 결혼생활은 파탄 위기를 맞는 등 행복하지 못했다. / 사진제공·문학판 내가 소리친들, 천사의 계열 중 대체 그 누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까? 한 천사가 느닷없이 나를 가슴에 끌어안으면, 나보다 강한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나 스러지고 말 텐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므로. 우리 이처럼 아름다움에 경탄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섭다.   1912년 1월, 이탈리아 아드리아 해안 높은 바위 위에 솟아 있는 두이노 성에 묵고 있던 릴케는 산책을 위해 햇살에 반짝이는 겨울바다를 바라보며 비탈길을 내려오던 중 하늘에서 들려오는 위 구절을 바람결에 듣고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그로부터 10년 뒤 스위스의 뮈조 성관에서 완성을 보게 된다. 의 첫머리와 끝머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천사다. 초반에는 시인이 이 세상에 없는 천사를 향해 애잔한 하소연을 띄우지만, 의 끝에 가서는 천사가 기쁜 표정으로 시인의 솜씨와 사명감에 찬사를 보낸다.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간신히 견디어내는 무서움의 시작일 뿐이므로”라는 구절처럼 천사는 미적인 것의 총화다. 기독교의 냄새가 점점 가시고 릴케만의 천사와 신이 모습을 드러내는 단계가 릴케가 시적으로 성숙해가는 과정이다. “위대한 사랑 어디에도 머무름은 없다” ▎아드리아해 연안에 자리 잡은 두이노의 성(城). 릴케는 1912년 이곳에서 를 쓰기 시작해 1차대전 후 스위스로 이사한 뒤 1922년 2월 뮈조의 저택에서 마침내 완성했다. / 사진·중앙포토 릴케의 작품에서 천사는 초기의 에서도 수두룩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이때의 천사들은 기독교 회화에서 보는 어린 천사나 가브리엘 같은 종교적 천사에 가깝다. 관습적인 것을 버리는 순간이 릴케만의 시적 성취의 순간이 된다. 실제 릴케는 자신의 천사가 유대교나 기독교의 천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만의 존재임을 밝힌 바 있다. 1925년 11월 13일자 폴란드의 번역자 비톨드 훌레비츠에게 보낸 편지에서다. 천사가 갖는 미지의 신화적 힘이 시적 암시력을 부여하여 독자는 의 마법의 세계로 빠져 들어간다. 그것은 시인만의 응축된 시어의 힘에 의한 것이다. 이렇듯 로댕의 조각의 영향까지도 벗어나는 후기 대작의 세계에 들어서면서 릴케의 작품은 완전히 독자적인 단계에 이른다. 진정한 사랑을 노래하는 릴케의 어조는 기존의 연애 시와는 사뭇 다르다. ▎만년의 역작 중 릴케가 친필로 쓴 ‘제1비가’. 소년의 죽음에 서린 고귀함을 그린 작품이다. / 사진제공·김재혁 꼭 하고 싶거든, 위대한 사랑의 여인들을 노래하라, 하지만 그들의 유명한 감정도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리. 네가 시기할 지경인 사람들, 그들이 너는 사랑에 만족한 이들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움을 알았으리라. 결코 다함이 없는 칭송을 언제나 새로이 시작하라, 생각하라, 영웅이란 영속하는 법, 몰락까지도 그에겐 존재하기 위한 구실이었음을, 그의 궁극적 탄생이었음을. 그러나 지친 자연은 사랑의 여인들을, 두 번 다시는 그 일을 할 기력이 없는 듯, 제 몸 속으로 거두어들인다. 너는 가스파라 스탐파를 깊이 생각해 보았는가, 사랑하는 남자의 버림을 받은 한 처녀가 사랑에 빠진 그 여인의 드높은 모범에서 자기도 그처럼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느끼는 것을? 언젠가 이처럼 가장 오래된 고통들이 우리에게 열매로 맺지 않을까? 지금은 우리가 사랑하며 연인에게서 벗어나, 벗어남을 떨며 견딜 때가 아닌가? 발사의 순간에 온 힘을 모아 자신보다 더 큰 존재가 되기 위해 화살이 시위를 견디듯이. 머무름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일상의 사랑은 사랑의 파트너로 인하여 자유를 맛보지 못한다.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소유로 제한을 받는 사랑이다. 사랑을 잃고도, 아니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고도 사랑의 대상을 향한 사랑의 감정을 오히려 강화하여 사랑의 대상을 넘어선 사랑을 구현하는 것을 ‘소유하지 않는 사랑’이라고 한다. 이것을 제대로 실현한 인물로 릴케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여류시인 가스파라 스탐파를 들고 있다. 보통의 사랑은 인간의 태생적 사고의 한계를 잠시 눈앞에서 가려줄 뿐이다. 잠시 조화로운 세계 속에 사는 것 같을 뿐이다. 파트너의 존재는 오히려 열린 세계를 향한 눈길을 막는다. ‘생물’은 오히려 ‘열린 세계’를 바라본다.(‘제8비가’) 차라리 천사처럼 완벽하게 정신적으로 순수하며 완전한 존재이든가, 아니면 일반 생물처럼 순수하게 육체적 존재이면 좋으련만 이 두 가지가 묘하게 뒤섞인 인간은 중간자로서 어디에도 제대로 속하지 않아 반쪽 존재일 뿐이다. 반쪽의 상황은 인간에게 결핍의 존재상황을 낳는다. 이제 그 어려서 죽은 자들이 너를 향해 소곤댄다. 네가 어디로 발을 옮기든, 로마와 나폴리의 교회에서 그들의 운명은 조용히 네게 말을 건네지 않았던가? 아니면 얼마 전의 산타 마리아 포르모자의 비문처럼 비문 하나가 네게 엄숙히 그것을 명하지 않았던가? 그들은 내게 무엇을 바라는가? 내 그들의 영혼의 순수한 움직임에 때때로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옳지 못한 감정을 조용히 버려야 하리라. ▎릴케가 만년을 보낸 스위스 뮈조의 저택. 릴케는 자신의 묘비명을 죽기 1년 전에 써놓는 등 생의 고통과 정면으로 대결했다. /사진제공·김재혁 일찍 죽은 자들, 즉 세상을 일찍 뜬 어린 소년들이라고 해서 그들에게 너무 일찍 죽었으니 값어치 없는 죽음을 죽었다고 말할 수 없다. 그것을 ‘제1비가’는 설파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시인으로서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게 노래할 사명을 부여받는다. 소년들의 죽음 속에는 ‘이미 생 앞의 완전한 죽음’(마그다 폰 하팅베르크에게 보낸 1914년 2월 16일 자 편지)이 들어 있다. 살아 있는 자들이 맛보지 못한 달콤함을 앞서서 맛본 존재로 그리는 것이다. 이들은 비록 짧지만 삶의 과일을 깨물어 그 달콤한 깊은 맛을 맛본 것이다. 산타 마리아 포르모자는 베네치아에 있는 교회 이름이다. 릴케는 1911년 4월 3일 탁시스 후작 부인과 함께 그곳을 방문한 바 있다. 죽음을 삶과 화해시키는 것, 그것이 릴케의 의도다. 죽음을 삶의 절반으로서, 아니 더 큰 부분으로서 받아들여 ‘온전한 세계’(훌레비츠에게 쓴 1925년 11월 13일자 편지)를 만드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저승으로 보낸 죽음을 다시 이승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시인 릴케가 할 일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확실하게 그어놓는 것에 대해 릴케는 반대한다.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나쁜 것으로 여겨 쫓아버린 삶의 요소들을 다시 구제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려는 자세를 견지한다. 단순한 말의 차원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존재의 완전성은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는 데서 창출된다. 1923년 1월 6일 자 그래핀 지초에게 보낸 편지에서처럼 죽음을 ‘달의 뒷면처럼 우리에게 늘 등을 지고 있는 쪽’으로 보는 것이다. 죽음은 삶의 절반이 아니라 삶과 함께 존재의 총체를 이룬다. 아니, 그렇게 해서 삶이 완전해지는 것이다. 근대적 인간이 의식적으로 갈라놓은 것을 합쳐놓음으로써 인간은 본래의 삶대로 온전한 존재를 누릴 수 있다. ‘제8비가’의 ‘열린 세계’를 바라보는 ‘생물’처럼. 삶의 절반이 아니라 오히려 죽음 자체를 삶과 합쳐서 삶의 온전한 전체를 이루는 것으로 볼 때 릴케의 지상주의적 사고는 완성된다. 그리고 릴케는 시인의 사명을 노래한다. 지상의 삶은 한번뿐이다. 여기서 시적 변용의 중요성이 나온다. 대지여, 그대가 원하는 것은 이것이 아닌가? 우리의 마음에서 보이지 않게 다시 한 번 살아나는 것. 언젠가 눈에 보이지 않게 되는, 그것이 그대의 꿈이 아니던가? 대지여! 보이지 않음이여! 변용이 아니라면, 무엇이 너의 절박한 사명이랴? 릴케는 암시하는 말투로 말한다. ‘대지’는 이 지상의 모든 사물을 대변하는 표현이다. 보이는, 즉 무상한 사물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정신화하는 것, 그것이 시적 변용의 사명이다. ‘보이지 않게’의 본격적인 의미는 원문에 제대로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세계는, 사랑하는 이여, 우리의 마음속 말고는 어디에도 없다”는 ‘제7비가’의 말에 비추어보면 변용은 시인의 마음속에서 벌어지는 것임이 분명해진다. 감정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것으로서 그것들만이 시적 체험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다. 시인의 감정을 통해 마음속에서 정화, 승화된 사물은 지속적인 존재를 누릴 수 있다. 죽음은 삶과 함께 존재의 총체를 이뤄 ▎1901년 클라라와 신혼 시절의 릴케. 릴케는 삶과 죽음을 하나로 보는 데에서 존재의 완전성이 창출된다고 보았다. / 사진제공·김재혁 시적 보편성은 소통가능성과 직결된다. 이때의 소통은 언어적 소통을 넘어서 심미적 소통까지 포함한다. 이것을 위해서는 예술적 언어가 필요하다. 그것을 대변하는 말이 에서는 ‘말하기’이다. “여기는 말할 수 있는 것을 위한 시간, 여기는 그것의 고향이다. 말하고 고백하라”(‘제9비가’)고 시인은 읊조린다. 사물은 천사의 눈길 앞에서 구원을 받는다. 시인 자신의 눈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제3자의 보증하는 책임이 필요하다. 천사의 눈길은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초월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상의 무상한 사물은 천사의 눈길 아래에서 구원을 받는다. 어떤 합리적 목적보다 오히려 상징적, 종교적 또는 예술적 가치를 지닌 사물이 더 값지게 보인다. “집/다리, 우물, 성문, 항아리, 과일나무, 창문”, 특히 ‘기둥’과 ‘탑’(‘제9비가’) 같은 사물들은 세속과 초월의 세계를 이어주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나아가 천사는 인류문명의 큰 업적들을 기억하는 집단적 기억의 상징이 된다. 시간을 초월하여 인간의 존재를 확증해주는 천사 앞에서 시인의 불안은 극복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천사를 이야기하던 는 시인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천사는 인간으로서의 시인을 돌아보게 만드는 존재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릴케는 시인으로서의 자신도 구하고 인간으로서 불안 속에 빠진 자신의 존재도 구하는 것이다. ▎스위스 라롱 공동묘지에 있는 릴케의 묘소. 릴케는 마지막 시에서 “불꽃 속으로 추억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당당한 생의 의지를 선포했다. / 사진·중앙포토 고통에 가득 찬 인간의 내면을 우리는 세상을 뜨기 직전 자신의 신체적, 심정적 상태를 그린 릴케의 마지막 시에서 본다. 1926년 12월, 몸에 지니고 있던 수첩에 그는 이렇게 적었다. 오라, 너, 내가 알아보는 마지막 존재여,  육체의 조직 속에 깃든 고칠 수 없는 고통아. 정신의 열기로 타올랐듯이, 보라, 나는 타오른다. 네 속에서. 너 넘실거리는 불꽃을 받아들이기를 장작은 오랫동안 거부했다, 그러나 이제 나 너를 키우고, 나는 네 속에서 타오른다. 이승에서의 나의 부드러움은 너의 분노 속에서 여기 것이 아닌 지옥의 분노가 되리라. 아주 순수하게,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 없이 자유로이 나는 고통의 그 어지러운 장작더미 위로 올라갔다, 속에 든 모든 것이 이미 침묵해버린 이 심장을 위해 그토록 빤한 어떤 미래의 것도 사지 않기 위함이다. 저기 알아볼 수 없이 타고 있는 것이 아직도 나인가? 불꽃 속으로 추억을 끌어들이지는 않겠다. 오 생명, 생명이여, 저 바깥에 있음이여. 그리고 불꽃 속의 나여, 나를 알아보는 이 아무도 없구나.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릴케의 ‘고통’은 17세기 독일 바로크의 시인 그리피우스의 세계에서 그려진 것처럼 죽음으로써 극복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크 시대의 고통의 시에서는 인간의 문제를 인간 스스로가 해결하지 않고 신에게 맡겨두는 형태를 띤다. 릴케는 고통 자체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고통을 감내하며 마음껏 타오르고자 한다. 고통을 고통으로 겪어내려 하는 것이다. 행복을 보장해준다는 기독교적 천국의 진통제를 맞으려 하지 않는다. 예전에 삶 속에서 마음으로 느꼈던 고통을 몸으로 직접 겪어내겠다고 다짐한다. 여기에 바로 고통의 시학이 거주하는 것이다. 고통을 잊기 위해 행복한 저승과 쉽게 화해하지 않는 곳에 고통의 시학의 진정성이 자리한다. 현실의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미래도 사지 않으며 추억마저도 끌어들이지 않고, 그저 고통과 마주하는 생명이고자 한다. 고통의 묵직함은 시인이 사용하는 수사학적 메타포에 의해 절실하게 전달된다. 인간의 존재를 쉽게 형이상학적 초월세계로 이송하지 않는 것이 릴케적이다. ‘릴케적’이라는 것은 이승에 모든 것을 두고 저편을 그리워하지 않는 마음을 말한다. 이와 같은 그의 자세는 초기의 에서도 이미 확인된다. 저쪽 세상을 바라지도 넘보지도 않으며, 죽음을 피하려 하지 않는 마음, 이승에서 모습을 새로이 하지 않고 순리에 따르려는 애틋한 마음만이 있습니다. 고통은 그 강도로 말미암아 오래 기억된다. 기억은 상처를 간직하는 그릇의 역할을 한다. 상처가 말을 한다. 고통을 느끼는 것은 육체뿐만 아니라 마음이다. 고통은 마음에 푸르게 새겨지는 문신과 같다. 시인의 경우도 그의 말투와 어조를 가로지르고 또 결정하는 것은 고통의 내용들이다. 기억 속 사건이 인지과정을 통해 시적 언어로 재구성되는 것이다. 릴케는 생의 마지막을 위해 미리 자신의 묘비명을 죽기 1년 전에 써놓고 지상의 모습을 영원히 보려는 듯 눈을 뜬 채로 의사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둔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겹겹이 싸인 눈꺼풀들 속 익명의 잠이고 싶어라. - 김재혁 시인·고려대 독어독문학과 교수 ///김재혁 - 현재 고려대학교 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시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등의 저서와 등의 시집이 있다. 을 라는 제목으로 직접 번역하여 독일에서 출판했다. 독일에서 (공저)를 출간했으며, 오규원의 시집 을 독일어로 옮겼다. 생 미카엘 암석교회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무덤 라롱(Raron) 위 돌출된 암석 위에 위치한 생 로마누스(St. Romanus) 요새 성당은 16세기에 건축가 울리치 루피너(Ulrich Ruffiner)가 지은 것이다. 거의 500년 가까이 지난 후 라롱의 사람들은 동굴 같은 생 미카엘(St. Michael) 암석교회를 열기로 했다. 더불어 시인인 릴케(Rilke)의 무덤이 짝을 이루며 발레지방(Valais) 마을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고 있다. "Und in den Nächten fällt die schwere Erde aus allen Sternen in die Einsamkeit"[“최후의 날 지구자체는 우주의 다른 별들 사이에서 떨어져 내릴 것이다“]라는 글을 남긴 독일 시인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는 라롱을 몹시 좋아하여 죽음 후 요새 성당 옆 암석의 돌출부에 묻히게 되었다. 현재 매 년 수천 명의 릴케 팬들이 찾아와 이곳을 순례하고 있다.  그들은 언덕을 올라 16세기의 교화를 경배하고 예전엔 교구 목사관이었던 박물관에 방문한다.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단지 라롱과 릴케의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리스 폰 로텐(Iris von Roten) 또한 열정적인 페미니스트로서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마지막으로 방문객들은 생 미카엘 암석교회에 감탄하게 된다. 바위 안에 지어진 작고 놀라운 건축물은 1974년에 건축되었고 5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248    명시인 - 하이네 댓글:  조회:2842  추천:0  2015-03-21
로렐라이  왜 그런지 그 까닭은 알 수 없지만  내 마음은 자꾸만 슬퍼지고  옛날부터 전해져 오는 이야기가  계속해서 내 마음에 메아리친다.  싸느란 바람 불고 해거름 드리운  라인강은 소리 없이 흐르고  지는 해의 저녁놀을 받고서  반짝이며 우뚝 솟은 저 산자락.  그 산 위에 이상스럽게도  아름다운 아가씨가 가만히 앉아  빛나는 황금빛으로  황금빛 머리카락을 빗고 있다.  황금빛으로 머리를 손질하며  부르고 있는 노래의 한 가락  이상스러운 그 멜로디여 마음속에 스며드는 그 노래의 힘.  배를 젓는 사공의 마음속에는  자꾸만 슬픈 생각이 들기만 하여  뒤돌아보는 그의 눈동자에는  강속의 바위가 보이지 않는다.  무참스럽게도 강 물결은 마침내  배를 삼키고 사공을 삼키고 말았다.  그 까닭은 알 수 없으나 로렐라이의  노래로 말미암은 이상스러운 일이여  ~~~~~~~~~~~~~~~~~~~~~~~~~~~~~~~~~~~~~~~~~~~~~~~~~~~~~~~~~  소녀  장미를 백합을 비둘기를 태양을  일찌기 이 모든 것을  나는 마음 깊이 사랑했었습니다.  이제 나는 그들을 사랑하지 않습니다.  오직 내가 사랑하는 것은  귀엽고 맑고 순정스러운  한 소녀일 뿐,  사랑이 샘솟는 그 소녀만이  장미며, 백합이며, 비둘기며, 태양입니다.  ~~~~~~~~~~~~~~~~~~~~~~~~~~~~~~~~~~~~~~~~~~~~~~~~~~~~~~~~  백합 꽃잎 속에  백합 꽃잎 속에  이 마음 깊이 묻고 싶어라.  백합은 향기롭게  내 임의 노래를 부르리라.  노래는 파르르 떨며  언젠가 즐겁던 그 한때에  나에게 입맞춰 주던  그 입술의 키스처럼 생생하리라.  ~~~~~~~~~~~~~~~~~~~~~~~~~~~~~~~~~~~~~~~~~~~~~~~~~~~~~  별들은 아득한 하늘에  별들은 아득한 하늘에  몇 해를 두고 몸 하나 까닥않고  그리워 하는 저쪽 별에게  눈 웃음 보내고 있다.  별들이 말하는 얘긴  아름답고 너무나도 푸짐해  지금 세상 어떤 학자도  그 뜻은 알아내지 못한다.  그러나 나만은 그것을 배워  언제나 잊지 않고 익히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여 그대 얼굴에  그것을 풀 수 있는 방식이 있다.  ~~~~~~~~~~~~~~~~~~~~~~~~~~~~~~~~~~~~~~~~~~~~~~~~~~~~~~~~~  나무아래 앉아서  하얀 나무 아래 앉아서  너는 새된 먼 바람 소리를 듣고 있다.  하늘에서 말없는 구름이  안개에 싸이는 것을 보고 있다.  지상의 숲과 들이 시들고  앙상해진 것을 바라보고 있다.  너의 주위에도, 네 속에도 겨울이 와서  너의 마음은 얼어 붙었다.  갑자기 새하얀 눈송이 같은 것이  네 머리 위에 떨어져 내린다.  너는 짜증스레 생각한다.  나무가 눈보라를 뿌리는 것이라고  ~~~~~~~~~~~~~~~~~~~~~~~~~~~~~~~~~~~~~~~~~~~~~~~~~~~~~~~  그대가 보낸 편지  그대가 보내 주신 편지에  나는 전혀 마음 슬퍼하지 않겠소.  그대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했지만,  그러나 그 편지는 너무나 길었습니다.  열두 장이 넘도록 오밀조밀하게 쓰신!  이 정성스러운 글씨를!  만약 그대가 이별을 원한다면  이토록 상세하게 쓰실 수는 없는 것을.  ~~~~~~~~~~~~~~~~~~~~~~~~~~~~~~~~~~~~~~~~~~~~~~~~  흐르는 내 눈물은  흐르는 내 눈물은  꽃이 되어 피어나고  내가 쉬는 한숨은  노래되어 울린다.  그대 나를 사랑하면  온갖 꽃들을 보내 드리리  그대의 집 창가에서  노래하게 하리라...  ~~~~~~~~~~~~~~~~~~~~~~~~~~~~~~~~~~~~~~~~~~~~~~~  서시  옛날에 한 기사가 있었다. 우울하여 말이 없으며,  두 볼에는 살이 빠지고 핏기가 없었다.  언제나 흐릿한 꿈을 꾸고 있는 듯,  비틀대며 바깥을 흔들흔들 나돌고 있었다.  멍청하고, 굼뜨고,  돌에 채어 비트적거리며 걸어갈 때면,  주위에서 꽃과 소녀들이 낄낄 웃었다.  집에서는 항상 깜깜한 구석에 움추리고 있었다.  그곳이면 인간세사를 피할 수가 있었다.  이윽고 무엇인가 동경하며 두 팔을 내밀었지만,  말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한밤중에  기이한 노래가 울리기 시작하고---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넘실대는 바다 물결의 포말같은 옷을 입은  사모하는 여인이 들어선다.  선명하게 타오르는 장미의 아름다움,  금은으로 치장된 그녀의 면사포,  남실대는 금발에 날씬한 몸매,  두 눈에 넘치는 달콤한 미소---  두 사람은 다가가서 끌어안는다.  기사는 사랑으로 힘껏 안는다.  멍청하던 사람이 생기를 되찾고,  창백한 얼굴에 피가 돌며, 흐릿한 꿈에서 깨어난다.  수줍음은 점덤 사라져간다.  그러나 익살맞게 그를 놀려서,  그녀는 반짝이는 하얀 면사포를  살며시 그의 머리에 덮에 씌운다.  그러자 기사는 마법에 걸려,  어느덧 바다밑 수정궁에 와 있다.  휘황한 반짝임에 눈이 부셔  어찌할 바 모르는 기사를  바다의 요정이 상냥히 안아준다.  지금, 기사는 신랑, 요정은 신부.  수많은 쳐녀들이 찌터를 연주한다.  구슬같이 아름다운 노래 소리와  춤추는 옷깃에서 드러나는 발.  기사는 넋을 잃고  사랑스런 요정을 끌어안는다.--  그때. 불이 갑자기 꺼지고,  기사는 다시 외롭게 집에 앉아있다.  침침한 시인의 방에.  ~~~~~~~~~~~~~~~~~~~~~~~~~~~~~~~~~~~~~~~~~~~~~~~~~~~~~  아름다운 봄이 찾아와  아름다운 봄이 찾아와  온갖 꽃망울들이 피어날 때에  내 가슴속에도  사랑이 움텄네.  아름다운 봄이 찾아와  온갖 새들이 지저귈 때에  그리운 그대에게  불타는 사랑을 고백했지.  ~~~~~~~~~~~~~~~~~~~~~~~~~~~~~~~~~~~~~~~~~~~~~~~~~~~~~~~  잔잔한 여름철의  잔잔한 여름철의 저녁 어스름,  숲에, 푸른 들에 내려 깔린다.  파아란 하늘에 황금빛 달이  향기롭게 흔흔히 내리비친다.  귀뚜라미 찌륵찌륵 우는 시냇가,  물 속에 흐늘흐늘 그림자 하나.  나그네는 물소리에 귀 기울인다,  고요 속에 들려오는 숨쉬는 소리.  인적 없는 시냇가에 살며시 홀로  아름다운 요정이 멱을 감는다.  백설같은 두 팔과 가는 목덜미,  달빛 속에 은은히 떠오른다.  ~~~~~~~~~~~~~~~~~~~~~~~~~~~~~~~~~~~~~~~~~~~~~~~~~~~~~~~~~~~~~  노래의 날개를 타고  노래의 날개를 타고,  나의 사랑이여, 내 너와 함께 가련다.  갠지스 강의 들판 저편으로,  거기에 나는 가장 아름다운 곳을 알고 있다.  고요히 흐르는 달빛 아래  빠알간 꽃이 가득 핀 정원이 있고,  연꽃들은 그곳에서  사랑스런 자매를 기다린다.  제비꽃들은 소리죽여 웃으며 애무하고  하늘의 별들을 우러러보며,  장미꽃들은 몰래 귓속말로  향기로운 동화를 주고받는다.  온순하고 영리한 영양(羚羊)들은  깡충깡충 뛰어와 숨어서 기다리고,  머얼리서 성스러운 강의 물결이  파도치는 소리 들려온다.  그곳 야자나무 아래  우리 함께 내려앉아,  사랑과 안식을 마시며  행복한 꿈을 꾸고 싶다.  ~~~~~~~~~~~~~~~~~~~~~~~~~~~~~~~~~~~~~~~~~~~~~~~~~~~~~~~~~~  연꽃  연꽃은 찬란한  햇님이 두려워,  머리 숙이고 꿈꾸며  밤이 오기를 기다린다.  달님은 그녀의 연인,  달빛이 비쳐 그녀를 깨우면,  연꽃은 수줍게 얼굴을 들고  상냥하게 님을 위해 베일을 벗는다.  연꽃은 피어 작열하듯 빛나며  말없이 높은 하늘을 바라보고,  향내음 풍기며 사랑의 눈물 흘리고  사랑의 슬픔때문에 하르르 떤다.  ~~~~~~~~~~~~~~~~~~~~~~~~~~~~~~~~~~~~~~~~~~~~~~~~~~~~~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참으로 귀엽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너를 보고 있으면 서러움이  나의 가슴 속까지 스며든다.  언제나 하느님이 밝고 곱고 귀엽게  너를 지켜주시길  네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나는 빌고만 싶다.  ~~~~~~~~~~~~~~~~~~~~~~~~~~~~~~~~~~~~~~~~~~~~~~~~~~~~~~~~~  꿈의 신이 나를  꿈의 신이 나를 커다란 성으로 데리고 왔다.  후덥지근한 방향과 반짝이는 등화와  그리고 잡다한 인파가  미궁처럼 착잡한 방마다 범람하고 있었다.  창백해진 사람들이 손을 비비고 불안에 흐느끼며  나갈 문을 찾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젊은 쳐녀들과 기사들이 눈에 띈다.  나도 인파에 싸여 움직여갔다.  그러나 갑자기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어느덧 군중이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나는 놀라며 혼자 걸어갔다.  그리고 기묘하게 구부러진 수많은 작은 방을 급히 지났다.  다리는 납처럼 무겁고, 마음은 불안과 슬픔에 찼다.  나갈 문을 못찾아 거의 절망하고 있을 때  가까스로 마지막 문에 이르렀다.  나가려고 하자 --- 거기에,  그 문 앞에 애인이 서 있었다.  입술에는 고통이, 이마에는 근심이 어려 있었다.  돌아오라고 나에게 손을 흔든다.  조심하라 주의를 시키는지, 화를 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두 눈에는 감미로운 빛이 반짝이고 있다.  그것이 번갯불처럼 내 마음과 이마를 꿰뚫는다.  그녀가 근엄하고 기괴하게, 그러나 애정이 넘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 순간,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  온갖 꽃들이  온갖 꽃들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5월에  수줍게 피어난  마음속의 이 사랑.  온갖 새가 노래하는  아름다운 5월에  님을 잡고 하소연한  그리 웁던 이 사랑.  ~~~~~~~~~~~~~~~~~~~~~~~~~~~~~~~~~~~~~~~~~~~~~~~  밤은 잔잔하고  밤은 잔잔하고 거리는 고요하다.  바로 이 집에 내 애인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 전에 이 고장을 떠났지만  집은 그대로 옛 자리에 있다.  집 앞에 옛날처럼 사람이 서 있다.  손을 비비며, 몸을 뒤틀며 우러러 보고 있다.  그 사람의 얼굴이 보였을 때, 나는 섬뜩하였다.  달빛에 틀림없는 바로 내 얼굴.  오, 바로 나를 닮은 창백한 사나이여,  사랑으로 괴롭던 나를 왜 닮는가,  허구 많은 밤들을 이 자리에서  괴로움에 지새던 옛날의 나를.  ~~~~~~~~~~~~~~~~~~~~~~~~~~~~~~~~~~~~~~~~~~~~~~~~~~~~  아아,나는 눈물이 싫어졌다  아아, 나는 눈물이 싫어졌네.  달콤한 근심에 쌓인 사랑의 눈물.  그처럼 그립던 마음이  그리움 그대로 끝나지 않을까 두렵구나.  아아 사랑의 달콤한 근심과  그 아프고 슬픈 기쁨이  또다시 내 가슴을 괴롭히려고  미처 아물지도 않은 가슴속에 밀려드누나.  ~~~~~~~~~~~~~~~~~~~~~~~~~~~~~~~~~~~~~~~~~~~~~~~~~~~~  둘이는 서로 속을  둘이는 서로 속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를 데 없이 사이가 좋았다.  우리 둘이는 곧잘 를 했지만  할퀴고 때리고 싸우지는 않았다.  둘이는 어울려 소리치고, 시시거리고  아주 다정히 입맞추곤 하였다.  그런데 필경에는 어린아이 마음에  숲과 골짜기에서 을 하였다.  그러나 너무도 깊이 숨어버려서  다시는 서로를 찾아내지 못했다.  ~~~~~~~~~~~~~~~~~~~~~~~~~~~~~~~~~~~~~~~~~~~~~~~~~~~~~~~~~~~~  다이아몬드랑 진주랑  다이아몬드랑 귀한 진주랑  그밖에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지고,  거기에다 어여쁜 눈을 하고서 --  그런데도 너는 또 무엇을 바라는가.  그지없이 어여쁜 너의 눈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여 쉴 사이 없이  노래를 차례 차례 나는 지었다 ___  그런데도 너는 또 무엇을 바라는가.  그지없이 어여쁜 너의 눈으로  나를 몹시도 괴롭히면서  이렇게도 절망 속에 몰아넣고서__  그런데도 너는 또 무엇을 바라는가.  ~~~~~~~~~~~~~~~~~~~~~~~~~~~~~~~~~~~~~~~~~~~~~~~~~~~~~~~~~~  너는 꽃에라도 대고 싶다  너는 꽃에라도 대고 싶다  정말 귀엽고 예쁘고 티없는......  나는 너를 볼 때마다  슬픈 심경을 견디기가 어렵다......  나는 문득 두 손을 내밀어  네 머리 위에 얹고  언제까지나 귀엽고 예쁘고 티없이  있게 하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고 싶어진다.  ~~~~~~~~~~~~~~~~~~~~~~~~~~~~~~~~~~~~~~~~~~~~~~~~~~~~~  산위에 올라  산 위에 올라 보니  웬지 자꾸 슬퍼지누나.  만일 내가 산새라면  어느만치 한숨을 내쉴 것이메냐?  만일 내가 제비라면  그대 있는 곳에 날아갈 것을.  그런 후 그대 집 창가에  조그만 둥지를 만들어 볼 것을.  만일 내가 원앙새라면  그대 있는 곳에 날아갈 것을.  그런 후 푸른 저 보리수에서  밤마다 들리어 줄 노래 부름을.  만일 내가 비둘기라면  이내 그대 가슴에 날아갈 것을.  비둘기 좋아하는 그대일지니  어리석은 번뇌쯤 잊으시리라.  ~~~~~~~~~~~~~~~~~~~~~~~~~~~~~~~~~~~~~~~~~~~~~~~~~~~~~~~~~~~~~~~~~  뺨에 뺨을 비비며  뺨에 뺨을 비비며  울어 봅시다.  가슴과 가슴을 맞대며  불태웁시다.  눈물이 불길에  떨어질 때엔  서로 꼭 껴안고서  죽어 버립시다.  ~~~~~~~~~~~~~~~~~~~~~~~~~~~~~~~~~~~~~~~~~~~~~~~~~~~~~~~~~~  그대 눈동자를 바라볼 때면  그대 눈동자를 바라볼 때면  근심도 괴로움도 이내 사라지네  그대와 더불어 입맞출 때면  내 마음 금방 생기가 도네  그대가 내 품에 안길 때면  천국의 즐거움 용솟음치고  그대를 사랑한다 호소할 때면  눈물은 하없없이 솟아나네  ~~~~~~~~~~~~~~~~~~~~~~~~~~~~~~~~~~~~~~~~~~~~~~~~~~~~~~~~~~~~~  나는 꽃속을 거니네  나는 꽃 속을 거닐고 있네  마음도 꽃도 활짝 열리어  마치 꿈인 양 거닐고 있네  한걸음 한걸음 휘청거리며.  아아, 내 사랑아, 날 놓지 말지니  안 그러면 사랑에 취한 나머지  그대 발 아래 쓰러질 듯하네  사람들이 보고 있는 이 정원에서  ~~~~~~~~~~~~~~~~~~~~~~~~~~~~~~~~~~~~~~~~~~~~~~~~~~~~~~~~~  내 눈을 이토록  내 눈을 이토록 흐려만 놓고  적적한 눈물은 어찌해야 하는가?  적적한 이 눈물은 옛날부터  내 눈 속에 고여 있던 것.  투명하게 빛나는 눈물도 많았지만,  모두 다 흘러가 버렸고  내 온갖 슬픔과 기쁨과 함께  밤과 바람 속으로 사라져 갔다.  살포시 웃음 지며 내 가슴 속에  기쁨과 슬픔을 담뿍 안기어준  영롱하고 귀여운 작은 별도  안개가 사라지듯 사라져갔다.  덧 없는 입김의 허무함처럼  내 사랑마저 사라져가고  옛부터 고여 있는 이 적적한 눈물이여,  너도 이제는 사라지기를  ~~~~~~~~~~~~~~~~~~~~~~~~~~~~~~~~~~~~~~~~~~~~~~~~~~~~~~~~~~~~~~~  너의 그 말 한마디에  너의 해맑은 눈을 들여다보면  나의 온갖 고뇌가 사라져 버린다  너의 고운 입술에 입 맞추면  나의 정신이 말끔히 되살아난다..  따스한 너의 가슴에 몸을 기대면  마치 천국에 온 것 같은 기분  "당신을 사랑해요"  너의 그 말 한마디에  한없이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247    명시인 - 쉴러 댓글:  조회:3423  추천:0  2015-03-21
쉴러 1869. 2. 11 독일 엘버펠트~1945. 1. 22 팔레스타인 예루살렘.   20세기초 독일의 시인·단편작가·극작가·소설가.   유대계로서 1894년 내과의사 베르톨트 라스커와 결혼(1903 이혼)한 후 베를린에 정착했다. 베를린에서 아방가르드 문학 서클에 자주 다녔으며 서정시와 단편소설들을 정기간행물에 발표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도적인 표현주의 잡지의 편집인이었던 헤르바르트 발텐과 2번째 결혼(1901~11)을 했다.   〈슈튁스 Styx〉(1902)라는 제목의 첫번째 시집에 이어 〈나의 기적 Meine Wunder〉(1911)·〈히브리 민요 Hebraische Balladen〉(1913)를 비롯한 여러 권의 서정시집을 발표했다. 그밖에 주요작품으로는 희곡 〈부퍼 Die Wupper〉(1909)와 자전적 소설 〈나의 마음 Mein Herz〉(1912), 단편소설집 〈테베의 왕자 Der Prinz von Theben〉(1914)와 〈바르셀로나의 놀라운 랍비 Der Wunderrabbiner von Barcelona〉(1921)가 있다.   독일에서 나치가 집권한 후인 1933년 스위스로 이주하였고, 1940년에는 팔레스타인의 예루살렘에 다시 정착하였다. 언제나 상도를 벗어난 예측할 수 없는 생을 영위하였고 말년을 가난하게 지냈다. 그녀의 시들은 풍부한 환상의 특질과 상징성을 활용하였으며 부모, 낭만적 열정, 예술, 종교, 다른 주제 등과 어린시절의 개인적인 환기를 비애감과 황홀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열정적으로 써내려갔다. 많은 단편소설들은 아라비안나이트를 재해석한 것으로 시각적 이미지가 풍부한 현대적 감각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그녀의 소설들은 분위기와 상징성은 풍부하지만 서사적 초점이 약하고 플롯이 거의 짜여져 있지 않은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스커 쉴러는 20세기초 중요한 독일 서정시인으로서 확고한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환희의 송가       환희여, 신들의 아름다운 광채여, 낙원의 처녀들이여,   우리 모두 감동에 취하고 빛이 가득한 신전으로 들어가자.   잔악한 현실이 갈라놓았던 자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은 다시 결합시킨다.   그대의 다정한 날개가 깃들이는 곳,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     위대한 하늘의 선물을 받은 자여, 진실된 우정을 얻은 자여,   여성의 따뜻한 사랑을 얻은 자여, 환희의 노래를 함께 부르자.   그렇다. 비록 한 사람의 벗이라도 땅 위에 그를 가진 사람은 모두...   그러나 그것조차 가지지 못한 자는 눈물 흘리며 발소리 죽여 떠나가라.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자연의 가슴에서 환희를 마시고   모든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나 환희의 장미 핀 오솔길을 간다.   환희는 우리에게 입맞춤과 포도주, 죽음조차 빼앗아 갈 수 없는 친구를 주고   벌레조차도 쾌락은 있어 천사 케르빔은 신 앞에 선다.     장대한 하늘의 궤도를 수많은 태양들이 즐겁게 날 듯이 형제여   그대들의 길을 달려라, 영웅이 승리의 길을 달리듯.   서로 서로 손을 마주잡자, 억만의 사람들이여,   이 포옹을 전 세계에 퍼뜨리자. 형제여, 성좌의 저편에는   사랑하는 신이 계시는 곳이다. 엎드려 빌겠느냐, 억만의 사람들이여, 조물주를 믿겠느냐   세계의 만민이여, 성좌의 저편에 신을 찾아라, 별들이 지는 곳에 신이 계신다."         장갑     사자 우리 앞에서 격투 경기를 기다리며 프란츠 왕이 앉아 있다.   주위에는 귀족들이 둘러 앉아 있고 높은 발코니에는 귀부인들이 아름다움을 뽐내며 둘러 앉아있다.     왕이 손가락으로 신호하자, 사자우리의 문이 열리고   육중한 발걸음으로 사자 한 마리가 밖으로 나와,   주위를 천천히 둘러 보더니,   입을 크게 한 번 벌리고, 갈기 털을 부르르 떨더니만,   그 자리에 몸을 �혔다.     다시 왕이 신호를 하자 두 번째 우리의 문이 열리고   거기서 호랑이 한 마리가 사납게 뛰쳐 나오더니   사자가 앞에 있음을 보고 커다란 소리로 으르렁거리며   꼬리를 흔들면서 둥그렇게 한바퀴 돌더니   불타는 혀를 드러내고 무시무시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사자 주위를 빙빙 돌더니만, 으렁거리면서 사자옆에 몸을 �혔다.     왕이 또 신호를 내리자 우리문이 두 개가 열리고 표범 두 마리가 뛰쳐 나왔다.   살기찬 표범들은 호랑이에게 달겨들었다. 호랑이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표범을 붙들자,   사자가 위엄있는 모습으로 일어나 울부짖었고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맹수들은 살기를 품은 채 원을 그리더니 모두들 자리에 누웠다.     그 때 발코니 윗자리에서 장갑 한 짝이 아름다운 손에서 떠나   호랑이와 사자가 있는 한 가운데 떨어졌다.   쿠니쿤트 공주는 비웃는 듯이 기사 델로게스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기사님, 당신의 사랑이 열렬하고 늘 내게 맹세한 말씀이 참말이라면   저 장갑을 주워 올 수 있겠지요?"     그러자 기사는 즉시 일어나 힘찬 걸음으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맹수들 한가운데에서 겁 없이 장갑을 주워들었다.   놀람과 몸서림을 치면서 모든 기사와 귀부인들이 그걸 보았다.   태연히 장갑을 가져오는 그에게 모든 사람들은 칭송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참다운 행복을 기대하는 쿠니쿤트 공주는   부드러운 사랑의 눈동자로써 그를 맞이하였다. 기사는 공주의 얼굴에 장갑을 던지며,   "공주여, 나는 감사의 말을 바라지 않소." 기사는 그 자리에서 공주를 버렸다.         타향에서 온 소녀       해마다 새 봄이 오고 종달새가 첫노래를 부를 때가 되면   골짜기 가난한 목자들 곁에는 예쁘고 신비스런 소녀가 나타났었네,     그 소녀는 거기 출생이 아니었고 아무도 고향을 아는 이 없었기에   한 번 작별하고 가버리면 그의 행방 또한 알 수 없었네.     소녀가 있는 곳엔 기쁨이 뒤따랐고 사람들 또한 마음 너그러워졌지.   하지만, 소녀가 지닌 높은 위엄 때문에 아무도 희롱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네.     소녀는 아름다운 꽃을 가져왔고 단 맛이든 과일도 가져왔지.   그 과일은 이 곳과는 전혀 다른 곳 행복한 자연의 햇볕으로 익은 것이었지.     소녀는 아름다운 꽃과 익은 과일을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선물했고   젊은이나 지팡이 든 노인들이나 모두 선물을 들고 집에 갔네.     누구 하나 푸대접 받는 이 없었으나 서로 사랑하는 한 쌍이 찾아왔을 때   소녀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골라 그들에게 주었으니, 그건 예쁜 꽃이었네.     이상과 생명     옛날, 넘치는 정열로 기도하며, 피그말리온이 돌을 끌어안자   마침내 그 차갑게 빛나던 대리석이 감정의 빛을 나타낸 것처럼,     나도 온 정열로 빛나는 자연을 내 시인의 가슴으로 안았다.   그러자 마침내 숨결이, 따뜻함이, 생명의 움직임이 그 자연의 현상 속에서 뛰쳐나온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모든 정열을 나누어 주었다. 이 무언의 상은 나타내어야 할 말을 생각하고   젊고 대담한 내 키스에도 따라주며, 높이 뛰는 내 가슴의 고동까지도 알아 주었다.     그때 빛나는 자연도 나를 위해 있었고, 은빛 시내물도 노래로 가득 차 흘렀으며   나무도, 장미도 서로가 느낌을 나누어 이야기 했다. 그것은 내 영원한 생명의 메아리였다.       쉴러는 신화 속의 피그말리온을 인용하여 젊은 가슴으로 자연을 사랑하는 것을 표현하였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 사랑한다는 것은   이별을 눈물로써 대신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곁에 있던 사람이 먼길을 떠나는 순간,   사랑의 가능성이 모두 사라져 간다 할지라도   그대 가슴속에 남겨진 그 사랑을 간직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않는 것이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순 례 자     인생의 봄에 벌써 나는 방랑의 길에 올랐다.   청춘의 아름다운 춤들일랑 아버지의 집에 남겨둔 채로     유산과 소유의 모든 것을 줄겁게 믿으며 버려 버렸다.   가벼운 순례자의 지팡이를 들고 어린이의 생각으로 길을 떠났다.     길은 열려 있다. 방랑하라 언제나 상승을 추구하라는,   거대한 희망이 나를 휘몰고, 어두운 믿음의 말이 들린 때문에.     황금빛 대문에 이를 때까지, 그 문 속으로 들어가라고,   그곳에서는 현세적인 것이 거룩하고도 무상하지 않으리라.     저녁이 되고 또 아침이 와도, 나는 한 번도 멈춘 일이 없다.   그러나 내가 찾고 원하던 것은 나타난 일이 도무지 없다.     산들이 행로를 가로막았고 강들이 발걸음을 얽매었으나,   협곡 위에는 작은 길을 내고 거친 물살 위엔 다리을 놓았다.     그리하여 동쪽으로 흘러가는 어떤 강기슭으로 나는 왔다.   강의 길을 즐거이 믿으면서 나는 강의 품속에 몸을 맡겼다.     그 강의 유희하는 물결은 나를 큰 바다로 이끌어 갔다.   내 앞에 드 넓은 허공만 있고, 목적지에 가까이 가지 못했다.     어떤 길도 그곳으론 가지를 않고, 나의 머리 위의 저 하늘도   땅과는 한 번도 닿지 않는다. 그리고 그곳은 결코 이곳일 수 없다  
246    명시인 - 괴테 댓글:  조회:3196  추천:0  2015-03-21
♣ 괴테 명언 모음 ♣           - '꿈과 '희망'에 관하여 -   ♣  희망만 있으면 행복의 싹은 그곳에서 움튼다. --♣   ♣  희망은 제2의 혼이다. 아무리 불행하다 하더라도 혼이 있으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아무리 힘들다 하더라도 혼이 있으면 쉽게 좌절하지 않는다. --♣   ♣ 꿈을 계속 간직하고 있으면 반드시 실현할 때가 온다. --♣   ♣ 괴로움을 남기고 간 것을 맛보라! 고난도 지나고 나면 감미롭다. --♣   ♣ 고통이 남기고 간 뒤를 보라! 고난이 지나면 반드시 기쁨이 스며든다. --♣   ♣ 그대의 마음속에 식지 않는 열과 성의를 가져라. 당신은 드디어 일생의 빛을 얻을 것이다. --♣   ♣ 무슨 일에든지 희망을 거는 것은 실망을 하는 것보다 낫다. 왜냐하면, 어떠한 일이든지 꼭 가능하다고 믿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 그래, 어떻든 간에 인생은 좋은 것이다.--♣   ♣ 시간이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지 말라! 게을리 걸어도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하루하루 전력을 다하지 않고는 그날의 보람은 없을 것이며, 동시에 최후의 목표에 능히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   ♣ 불에 피운 향이 인간의 생명을 상쾌하게 하는 것처럼 기도는 인간의 마음에 희망을 북돋워 준다.--♣   ♣ 하늘은 필요할 때마다 은혜를 베푼다. 신속히 이것을 포착하는 사람은 운명을 개척한다. --♣   ♣ 마지막에 할 일을 처음부터 알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이 만들어질 것인가는 처음부터 결정된다. --♣   ♣ 모든 것은 젊었을 때 구해야 한다. 젊음은 그 자체가 하나의 빛이다. 빛이 흐려지기 전에 열심히 구해야 한다. 젊은 시절에 열심히 찾고 구한 사람은 늙어서 풍성하다. --♣   ♣ 현재에 열중하라. 오직 현재 속에서만 인간은 영원을 알 수 있다. --♣   ♣ 확실한 일을 실행할 힘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   ♣ 당신이 만약 참으로 열심히라면 "나중에"라고 말하지 말고, 지금 당장 이 순간에 해야 할 일을 시작해야 한다. --♣   ♣ 앞길에 아름다운 희망이 있으면 이별도 축제와 같다.--♣          - '사람' & '인생'에 관하여 -   ♣ 인생은 항상 방황하고 있다. 방황하고 있는 동안에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구하고 있는 것이다.--♣   ♣ 당신은 항상 영웅이 될 수 없다. 그러나 항상 사람은 될 수 있다. --♣ ♣ 성격은 인격에 의한 것이며 재능에 의한 것은 아니다.--♣   ♣ 사람들은 누구나 친구의 품안에서 휴식을 구하고 있다. 그 곳에서라면 우리들은 가슴을 열고 마음껏 슬픔을 털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 ♣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하여 신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일을 실행할 만한 힘을 모두가 다 가지고 있는 법이다. 자신에게 그같은 힘이 있을까 주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   ♣ 사람의 성격이 가장 잘 나타날 때는 누군가와 마주 대하여 말하고 듣고 웃을 때다. --♣   ♣ 사람의 욕망은 내버려두면 한이 없다. 끝없는 욕망은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 자기 욕망에 한계를 갖는다는 것은 목표를 분명히 가진 것이 된다. --♣   ♣ 신문을 읽지 않으면 나는 마음이 태평하고 자못 기분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남의 일에만 신경을 쓰고 자기 눈앞의 의무는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   ♣ 불의(不義)를 발견하기는 매우 쉬운 일이다. 불의는 남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어디가 잘못되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진리를 발견하는 것을 어렵다. 사람이 발견하고자 애써야 할 것은 이러한 진리이다.--♣   ♣ 무엇이 어찌되었거나 인생이란 것은 좋은 것이다. --♣   ♣ 누구나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험한 선배의 지혜를 빌지 않고 실패하며 눈이 떠질 때까지 헤매곤 한다. 이 무슨 어리석은 짓인가. 뒤에 가는 사람은 먼저 간 사람의 경험을 이용하여, 같은 실패와 시간낭비를 되풀이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선배들의 경험을 활용하자. 그것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인 것이다. --♣   ♣ 보람있는 일에 복종하는 것이 인간의 지혜이다. 그 일을 방해하는 것들을 정복해 나가는 것이 곧 생활이다. 정복이 없이는 생활의 내용을 얻지 못한다. 우리의 하루는 정복의 노력으로 빛나야 한다.--♣    ♣ 30분이란 티끌과 같은 시간이라고 말하지 말고 그 동안이라도 티끌과 같은 일을 처리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   ♣ 무식한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허위의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두려워하라. --♣   ♣ 과오는 인간에게만 있다. 인간에게 있어서 과오는 자기 자신이나 타인, 사물에의 올바른 관계를 찾아내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과오나 허물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서 평소에도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나 보이지 않다가, 비로소 그것을 고치면 모두가 우러러보는 하나의 신비한 현상이 된다. --♣   ♣ 세상에는 어느 하나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과오도 범하는 일이 없는 사람이 있다.  ♣ 비겁자는 안전한 때에만 위압적으로 나선다. --♣   ♣ 과거를 잊는 자는 결국 과거 속에 살게 된다.--♣   ♣ 커다란 위험이 가로놓인 것은 현명함과 어리석음이 상반하고 있을 경우이다. --♣   ♣ 항상 사람들은 '옛 사람을 연구하라'라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은 '현실 세계에 주의하고 그것을 표현하도록 힘써라!' 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왜냐하면 옛 사람도 그들의 생존 중에 그렇게 한 것이므로.--♣   ♣ 신만이 완벽할 뿐이다. 인간은 완벽을 소망할 뿐이다.--♣           - '예술' 에 관하여 -   ♣ 꽃을 주는 것은 자연이고 그 꽃을 엮어 화환을 만드는 것은 예술이다. --♣   ♣ 세상에서 해방되는 데에 예술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또한 세상과 확실한 관계를 갖는 데에도 예술을 통하는 것이 가장 좋다. --♣   ♣ 감정과 의지에서 나오지 않는 예술은 참된 예술이라고 할 수 없다. --♣   ♣ 문학은 단편의 지편紙片이다. 세상에 일어난 일과 세상에 말해진 말 가운데 극히 작은 부분이 쓰여져 있다. 그 쓰여진 것 중에서 극히 작은 부분이 남아 있을 뿐이다. --♣   ♣ 미(美)는 감춰진 자연법칙의 표현이다. 자연의 법칙이 미에 의해서 표현되지 않았다면 영원히 감춰져 있는 그대로일 것이다. --♣   ♣ 미(美)는 예술의 궁극의 원리이며 최고의 목적이다.--♣   ♣ 반드시 진리가 구체화할 필요는 없다. 진리가 우리의 정신 속에 깃들이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리하여 종소리처럼 힘세고 자비롭게 공기 속에 울리기만 하면 충분하다. --♣ ♣ 백만 명의 독자도 기대하기 어려운 작가는 단 한줄의 글도 쓰지 말아야 한다. --♣   ♣ 시인은 진실을 사랑한다. 시인은 반드시 그것을 느끼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   ♣ 법률의 힘은 위대하다. 그러나 필봉筆鋒의 힘은 더욱 위대하다. --♣   ♣ 나는 시를 만든 것이 아니다. 시가 나를 만든 것이다.--♣       - '자아발견' & '행복'에 관하여-   ♣ 슬픔은 가끔 행운에서 발생한다.--♣   ♣ 생각하는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행복은 캐낼 수 있는 걸 캐내고, 캐낼 수 없는 것을 가만히 우러러보는 일이다.--♣   ♣ 기쁘게 일하고, 해 놓은 일을 기뻐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은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습득할 수 있지만 나의 마음만은 오직 내 자신의 것이다. --♣   ♣ 고난이 있을 때마다 그것이 참된 인간이 되어 가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남의 장점을 존중해 주고 남의 기쁨을 자기의 것인 양 기뻐하는 자이다.--♣   ♣ 자기 집에서 자기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더 행복한 사람은 없다.--♣   ♣ 순간은 참으로 아름답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공부하고, 일하고, 노력하는 이 순간이야말로 영원히 아름답다. 순간이 여기 있으리라. 내가 그와 같이 지낸 과거의 날들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으리라. 이러한 순간에야말로 나는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   ♣ 행복한 인간이란, 자기 인생의 끝을 처음에 이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   ♣  사람의 최대의 행복은 인격이다. --♣   ♣  눈물과 더불어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자는 인생의 참다운 맛을 모른다.--♣   ♣ 나는 인간이었다. 그것은 싸우는 자란 것을 의미한다.--♣   ♣ 남에게 기만당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스스로 자기를 기만하는 것이다. --♣   ♣ 훌륭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나이를 먹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실수를 범하려 할 때마다 그것은 전에 범했던 실수란 것을 깨닫게 된다.--♣   ♣  남의 좋은 점을 발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남을 칭찬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은 남을 자기와 동등한 인격으로 생각한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 타인을 자기 자신처럼 존경할 수 있고, 자기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타인에게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참된 사랑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 이상 가는 사람은 없다. --♣   ♣ 마음에는 예의란 것이 있다. 그것은 애정과 같은 것이어서 그같이 순수한 예의는 밖으로 흘러나와 외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 두 가지 평화로운 폭력이 있다. 즉, 법률과 예의범절이다. --♣   ♣ 몸가짐은 각자가 자기의 모습을 비치는 거울이다.--♣       - '남'과 '여' & '연애'와 '사랑'과 '결혼'에 관하여 -   ♣ 남자는 세계가 자신이지만, 여자는 자신이 세계다. --♣   ♣ 결혼 생활은 참다운 뜻에서 연애의 시작이다.--♣   ♣ 고상한 남성은 여성의 충고에 따라 더욱 고상해진다.--♣   ♣ 결혼 생활은 모든 문화의 시작이며 정상頂上이다. 그것은 난폭한 자를 온화하게 하고 교양이 높은 사람에게 있어서 그 온정을 증명하는 최상의 기회이다. --♣ ♣ 가장家長이 확실하게 지배하는 가정에는 다른 데서 찾아 볼 수 없는 평화가 깃든다.--♣   ♣ 남자가 젊은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지성과는 전혀 별문제다. 여자의 아름다움, 젊음, 애교, 성격, 단점, 변덕, ... 그 밖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여러가지를 좋아하지만 결코 여성의 지성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이미 사랑이 깊다면, 지성은 우리들을 연결하는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불타오르게 하고 정열을 불러일으키는 힘은 지성에게는 없는 것이다. --♣   ♣ 여성을 소중히 지킬 수 없는 남자는 여성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   ♣  사랑하는 사람의 결점을 장점으로 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진실된 사랑이란 없다.--♣ ♣  나는 나의 모든 것이 갖고 싶다. 모든 것을 그녀와 나누어 갖기 위해서.--♣   ♣ 20대의 사랑은 환상이다. 30대의 사랑은 외도이다. 사람은 40세에 와서야 처음으로 참된 사랑을 알게 된다.--♣--♣   ♣  그대의 것이 아니거든 보지를 말라! 그대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라면 보지를 말라! 그래도 강하게 덤비거든, 그 마음을 힘차게 불러 일으키라! 사랑은 사랑하는 자에게 찾아 갈 것이다.--♣   ♣  자연의 극치는 사랑이다. 사랑으로써만 인간은 자연과 친할 수 있다.--♣   ♣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기쁨이 있는 곳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이 이루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이 있는 곳에 또한 기쁨이 있다.--♣   ♣ 사랑하는 자에게 행복이 있으라, 그대를 구원할 슬픈 시련에 견딘 자여! 행복이 있으라!--♣             - 그 외의 명언들 -   ♣ 한 가닥 머리카락조차도 그 그림자를 던진다.--♣   ♣  가장 유능한 사람은 가장 배우기에 힘쓰는 사람이다.--♣   ♣ 가설은 건축공사가 진척되고 있는 동안 건물주변에 여러 가지로 구축되어 건물이 완성되면 제거되는 발판에 불과하다.--♣   ♣  현자에게 잘못이 없다면 어리석은 자는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 나는 죄와 더불어 실책을 미워한다. 특히 정치적 실책을 한층 더 미워한다. 그것은 수백만의 인민을 불행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기 때문이다.--♣   ♣  나누어 통치하라는 말은 훌륭한 표어다. 합병하여 지도하라는 말은 더 나은 표어이다. --♣ ♣ 나에게 혼자 파라다이스에서 살게 하는 것보다 더 큰 형벌은 없을 것이다.--♣   ♣  모든 국민은 각자 자기의 천직에 전력을 다하라.--♣   ♣ 한 군데 머물러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무가 아닌 이상 모든 것은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조국에 봉사하는 길이다.--♣   ♣  부정한 것이 부정한 방법으로 없어지는 것보다는 부정이 행해져 있는 편이 오히려 낫다.--♣ ♣  상세히 검토해보면 모든 철학은 지리멸렬한 언어로 번역된 상식에 지나지 않는다. --♣   ♣  생명은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발명이며, 죽음은 더 많은 생명을 얻기 위한 기교이다.--♣   ♣  선(善)을 행하는 데는 나중이라는 말이 필요 없다.--♣   ♣  선의의 말이 좋은 장소를 점령한다면 겸허한 말은 보다 좋은 곳을 점령한다.--♣   ♣  신앙은 모든 지식의 시작이 아니라 끝이다.--♣   ♣  신앙의 가장 사랑스러운 자식은 기적이다.--♣       신비의 합창  지나간 모든 것은  한갓 비유일 뿐,  이루기 어려운 것 여기 이루어졌으니.  글로 쓰기 어려운 것이  여기 이루어졌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라가게 한다.  Chorus Mystics  - Johann Wolfgang von Goethe  Each thing of mortal birth  Is but a type  What was of feeble worth  Here becomes ripe.  What was a mystery  Here meets the eye;  The ever-womanly  Draws us on high.  ~~~~~~~~~~~~~~~~~~~~  첫 사 랑  아 -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  저 첫사랑의 날을.  아 - 누가 그 아름다운 때를 돌려 줄 것이냐,  저 사랑스러운 때를.  쓸쓸히 나는 이 상처를 기르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한탄과 더불어  잃어 버린 행복을 슬퍼한다.  아 - 누가 그 아름다운 날을 가져다 줄 것이냐!  그 즐거운 때를.  Verlust  - Johann Wolfgang von Goethe  Ach wer bringt die schonen Tage,  Jene Tage der ersten Liebe,  Ach wer bringt nur eine Stunde  Jener holden Zeit zuruck:  Einsam nahr ich meine Wunde,  Und mit stets erneuter Klage  Traur ich ums verlorne Gluck.  Ach wer bringt die schonen Tage,  Jene holde Zeit zuruck!  ~~~~~~~~~~~~~~~~~~~~  그대 곁에서  나 그대가 생각납니다.  태양의 미미한 빛살이  바다 위에서 일렁거리면  나 그대가 생각납니다.  달의 어렴풋한 빛이  우물 속 그림자로 출렁거리면  나 그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먼 길에 먼지에 일게 되면  나 그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슥해진 좁은 길 위에서  나그네가 떨고 있으면  나 그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요란한 소리로 높은 파도가 밀려 올때면  나 그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모든 것이 숨죽인 공원을 거닐 때면  나 그대 곁에 있습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그대는 늘 내 곁에 있습니다.  태양이 가라앉고  잠시 후 별이 빛날 것입니다.  아아, 그대가 저 하늘의 별일 수만 있다면.  ~~~~~~~~~~~~~~~~~~~~  사랑하는 사람 가까이  희미한 햇빛 바다에서 비쳐올 때  나 그대 생각 하노라.  달빛 휘영청 샘물에 번질 때  나 그대 생각 하노라.  저 멀리 길에서 뽀얀 먼지 일 때  나 그대 모습 보노라.  어두운 밤 오솔길에 나그네 몸 떨때  나 그대 모습 보노라.  물결 높아 파도 소리 아득할 때  나 그대 소리 듣노라.  고요한 숲 속 침묵의 경계를 거닐며  나 귀를 기울이노라.  나 그대 곁에 있노라, 멀리 떨어졌어도  그대 내 가까이 있으니  해 저물면 별아, 나를 위해 곧 반짝여라  오오 그대 여기 있다면.  ~~~~~~~~~~~~~~~~~~~~  동경(憧憬)  내 마음을 이렇게도 끄는 것은 무엇인가  내 마음을 밖으로 이끄는 것은 무엇인가  방에서, 집에서  나를 마구 끌어 내는 것은 무엇인가.  저기 바위를 감돌며  구름이 흐르고 있다!  그곳으로 올라갔으면,  그곳으로 갔으면!  까마귀가 떼를 지어  하늘하늘 날아간다.  나도 그 속에 섞여  무리를 따라간다.  그리고 산과 성벽을 돌며  날개를 펄럭인다.  저 아래 그 사람이 있다.  나는 그쪽을 살펴본다.  저기 그 사람이 거닐어 온다.  나는 노래하는 새.  무성한 숲으로  급히 날아간다.  그 사람은 멈춰 서서 귀를 기울여  혼자 미소 지으며 생각한다.  저렇게 귀엽게 노래하고 있다.  나를 향해서 노래하고 있다고,  지는 해가 산봉우리를  황금빛으로 물들이건만,  아름다운 그 사람은 생각에 잠겨서  저녁놀을 보지도 않는다.  그 사람은 목장을 따라  개울 가를 거닐어 간다.  길은 꼬불꼬불하고  점점 어두어진다.  갑자기 나는  반짝이는 별이 되어 나타난다.  저렇게 가깝고도 멀리  반짝이는 것은 무엇일까.」  네가 놀라서  그 빛을 바라보면,  나는 너의 발 아래 엎드린다.  그 때의 나의 행복이여!  ~~~~~~~~~~~~~~~~~~~~  이 별  입으로는 차마 말 할 수 없는 이별을  내 눈으로 말하게 하여 주십시오  견딜 수 없는 쓰라림이 넘치오  그래도 여느 때는 사나이였던 나였건만  상냥스러운 사랑의 표적조차  이제는 슬픔의 씨앗이 되었고  차갑기만 한 그대의 입술이여  쥐여 주는 그대의 힘 없는 손이여  여느 때라면 살며시 훔친 입맞춤에조차  나는 그 얼마나 황홀해질 수 있었던가  이른 봄 들판에서 꺾어 가지고 온  그 사랑스런 제비꽃을 닮았었으나  이제부터는 그대 위해 꽃다발을 엮거나  장미꽃을 셀 수조차 없이 되었으니  아아 지금은 정녕 봄이라는데 프란치스카여  내게만은 쓸쓸하기 그지없는 가을이라오  ~~~~~~~~~~~~~~~~~~~~  슬픔의 환희  마르지 말아라, 마르지 말아라  영원한 사랑의 눈물이여!  아아, 눈물 마른 눈에 비치는 이 세상이란  얼마나 황량하며, 그 얼마나 죽은 것으로 보이랴!  마르지 말아라, 마르지 말아라  불행한 사랑의 눈물이여!  ~~~~~~~~~~~~~~~~~~~~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나는 모른다.  단 한번 그대 얼굴 보기만 해도,  단 한번 그대 눈동자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은 온갖 괴로움 벗어날 뿐,  내 얼마나 즐거워하는지 하느님이 알 뿐  내 그대를 사랑하는지 나는 모른다.  OB ICH DICH LIEBE  Ob ich dich liebe, weiss ich nicht.  Seh" ich nur einmal dein Gesicht,  Seh" dir ins Auge nur einmal,  Frei wird mein Herz von aller Qual.  Gott weiss, wie mir so wohl geschicht!  Ob ich dich liebe, weiss ich nicht.  ~~~~~~~~~~~~~~~~~~~~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이해합니다.  홀로  이 세상의 모든 기쁨을 등지고  머언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 나를 사랑하고 나를 알아 주던 사람은  지금 먼 곳에 있습니다.  눈은 어지럽고  가슴은 찢어집니다.  그리움을 아는 사람만이  내 가슴의 슬픔을 이해합니다.  ~~~~~~~~~~~~~~~~~~~~  우리는 함께 생각하고 느껴요  산과 강, 도시만을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일까요?  그러나 우리가 비록 헤어져 있을지라도  우리는 함께 생각하고 느끼며  영혼이 가까이 있는 그 누군가가 있음을 알고 있다면  이 세상은 사람이 살고 있는 정원이 될 것입니다.  ~~~~~~~~~~~~~~~~~~~~  사랑의 독본  책 중에  가장 오묘한 책,  사랑의 책을  나는 차분히 읽어 내려갔습니다.  기쁨을 말하는 페이지는 적었고  한권을 읽는 동안  괴로움만 계속되었습니다.  이별은 특별히  한 장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재회에 대해서는  아주 짧은 단문으로 말하고 있었지요.  그리고 고뇌는  전편에 걸쳐 매우 긴 설명이 붙어 있었고  끊임없이 이어져 갔습니다.  오오 시인이여,  마침내 그대는 정답을 찾았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풀 수 없었던  그 문제는 결국  다시 만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풀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  들 장 미  한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  그리도 싱그럽고 아름다워서  가까이 보려고 재빨리 달려 가,  기쁨에 취하여 바라보았네.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소년은 말했네. '너를 꺾을 테야  들장미야!'  장미는 말했네. '너를 찌를테야  끝내 잊지 못하도록.  꺾이고 싶지 않단 말이야'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짖궂은 아이는 꺾고 말았네  들에 핀 장미  장미는 힘을 다해 찔렀지만  비명도 장미를 돕지 못하니,  장미는 그저 꺾일 수 밖에.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  나그네의 밤노래  모든 산봉우리위에  안식이 있고  나뭇가지에도  바람소리 하나 없으니  새들도 숲속에 잠잔다.  잠시만 기다려라  그대 또한 쉬리니.  The Wanderer"s Night-Song  - Johann Wolfgang von Goethe  THOU who comest from on high,  Who all woes and sorrows stillest,  Who, for twofold misery,  Hearts with twofold balsam fillest,  Would this constant strife would cease!  What are pain and rapture now?  Blissful Peace,  To my bosom hasten thou!  ~~~~~~~~~~~~~~~~~~~~  5월의 노래  밀밭과 옥수수밭 사이로,  가시나무 울타리 사이로,  수풀 사이로,  나의 사랑은 어딜 가시나요?  말해줘요!  사랑하는 소녀  집에서 찾지 못해  그러면 밖에 나간 게 틀림없네  아름답고 사랑스런  꽃이 피는 오월에  사랑하는 소녀 마음 들 떠 있네  자유와 기쁨으로.  시냇가 바위 옆에서  그 소녀는 첫 키스를 하였네  풀밭 위에서 내게,  뭔가 보인다!  그 소녀일까?  May Song  - Johann Wolfgang von Goethe  BETWEEN wheatfield and corn,  Between hedgerow and thorn,  Between pasture and tree,  Where"s my sweetheart  Tell it me!  Sweetheart caught I  Not at home;  She"s then, thought I.  Gone to roam.  Fair and loving  Blooms sweet May;  Sweetheart"s roving,  Free and gay.  By the rock near the wave,  Where her first kiss she gave,  On the greensward, to me,--  Something I see!  Is it she?  ~~~~~~~~~~~~~~~~~~~~  거룩한 갈망  현자에게가 아니면 말하지 마라  세속 사람은 당장 조롱하고 말리니  나는 진정 사는가 싶이 살아 있는 것을  불꽃 속에 죽기를 갈망하는 것을 찬미한다  그대를 낳고 그대가 낳았던  사랑을 나눈 밤들의 서늘한 물결 속에서  그대 말없이 타는 촛불을 보노라면  신비한 느낌 그대를 덮쳐 오리  그대 더 이상 어둠의 강박에 매이지 않고  더 높은 사랑의 욕망이 그대를 끌어올린다  먼길이 그대에겐 힘들지 않다  그대 마술처럼 날개 달고 와서  마침내 미친 듯 빛에 홀리어  나비처럼 불꽃 속에 사라진다  죽어서 성장함을 알지 못하는 한  그대 어두운 지상의 고달픈 길손에 지나지 않으리  The Holy Longing  Tell a wise person, or else keep silent,  because the mass man will mock it right away.  I praise what is truly alive,  what longs to be burned to death.  In the calm water of the love-nights,  where you were begotten, where you have begotten,  a strange feeling comes over you,  when you see the silent candle burning.  Now you are no longer caught in the obsession with darkness,  and a desire for higher love-making sweeps you upward.  Distance does not make you falter.  Now, arriving in magic, flying,  and finally, insane for the light,  you are the butterfly and you are gone.  And so long as you haven't experienced this: to die and so to grow,  you are only a troubled guest on the dark earth.  (Johann Wolfgang von Goethe)  Translated from the German by Robert Bly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로버트 블라이 번역  ~~~~~~~~~~~~~~~~~~~~  미뇽(Mignon)  당신은 아시나요, 저 레몬꽃 피는 나라?  그늘진 잎 속에선 금빛 오렌지 빛나고  푸른 하늘에선 부드러운 바람 불어 오고  감람나무는 고요히, 월계수는 드높이 서 있는  그 나라를 아시나요?  그 곳으로 ! 그 곳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오 내 사랑이여 !  당신은 아시나요. 그 집을? 둥근 기둥들이  지붕 떠받치고 있고, 홀은 휘황 찬란, 방은 빛나고,  대리석 입상(立像)들이 날 바라보면서,  "가엾은 아이야, 무슨 몹쓸 일을 당했느냐?"고 물어 주는 곳,  그 곳으로 ! 그 곳으로  가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오 내 보호자여 !  당신은 아시나요, 그 산, 그 구름다리를?  노새가 안개 속에서 제 갈 길을 찾고 있고  동굴 속에는 해묵은 용들 살고 있으며  무너져 내리는 바위 위로는 다시  폭포수 내려 쏟아지는 곳,  그 곳으로 ! 그 곳으로  우리의 갈 길 뻗쳐 있어요. 오 아버지, 우리 그리로 가요 !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  ~~~~~~~~~~~~~~~~~~~~  가뉘메트  아침놀 가운데인 양  나를 에워싸 작열한다.  그대, 봄이여, 사랑하는 것이여!  수천의 사랑의 기쁨 더불어  그대의 영원한 열기  거룩한 마음  내 가슴으로 밀쳐든다.  끝없이 아름다운 것이여!  하야 내 그대를 끌어 안고자,  이 품안으로!  아, 애태우며  그대 가슴에 내 누우면,  그대의 꽃, 그대의 풀포기  내 가슴에 밀려든다.  사랑스런 아침 바람  내 가슴 속 불타는  갈증을 식혀주면,  바람결에 나이팅게일 사랑스럽게  안개낀 골짜기에서 나를 향해 우짖는다.  곧 가리라! 가리라!  그러나 어디로? 아, 어디로?  위를 향해, 위를 향해서이다.  구름은 아래로 떠오며, 구름은  그리운 사랑으로 내려 온다.  나에게로, 나에게로 오라!  너희들의 품에 안겨  위를 향해서  에워 싸고 에워 싸이어!  위를 향해  그대의 가슴에 안겨  자비로운 아버지여!  GANYMED  Wie im Morgenrot  Du rings mich angluehst,  Frueling, Geliebter!  Mit tausendfacher Liebeswonne  Sich an mein Herz draegt  Deiner ewigen Waerme  Helig Gefuehl,  Unendliche Schoene!  Dass ich dich fassen moecht'  In diesen Arm!  Ach, an deinem Busen  Lieg' ich, schmachte,  Und deine Blumen, dein Gras  Draegen sich an mein Herz.  Du kuehlst den brenneden  Durst meines Busens,  Lieblicher Morgenwind,  Ruft drein die Nachtigall  Liebend nach mir aus dem Nebeltal.  Ich komme! Ich komme!  Wohin? Ach, wohin?  Hinauf, hiauf strebt's,  Es schweden die Wolken  Abwaerts, die Wolken  Neigen sich der sehnenden Liebe,  Mir, mir!  In eurem Schosse  Aufwaerts,  Umfangend umfangen!  Aufwaerts  An deinem Busen,  Alliebender Vater!  * 가뉘메트 ; 아폴로의 독수리를 따라 하늘로 올라간 미소년  ~~~~~~~~~~~~~~~~~~~~  마왕  이 늦은 밤 어둠 속, 바람 속에 말타고 가는 이 누군가?  그건 사랑하는 아이를 데리고 가는 아버지다.  아들을 팔로 꼭 껴안고,  따뜻하게 감싸안고 있다.  "뭣 때문에 얼굴을 가리고 무서워 하느냐?"  "보세요, 아버지, 바로 옆에 마왕이 보이지 않으세요?  왕관을 쓰고 옷자락을 끄는 마왕이 안 보이세요?"  "아이야, 그건 들판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란다."  "오, 귀여운 아이야, 너는 나와 함께 가자!  거기서 아주 예쁜 장남감을 많이 갖고 나와 함께 놀자.  거기에는 예쁜 꽃이 많이 피어있고  우리 엄마한테는 황금 옷이 많단다."  "아버지, 아버지, 들리지 않으세요?  마왕이 지금 제 귀에 말하고 있어요."  "조용히 해라 내 아가야, 너의 상상이란다.  그건 슬픈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란다."  "귀여운 아이야, 자, 나와 함께 가자꾸나.  나의 딸들이 널 예쁘게 돌봐주게 하겠다.  나의 달들은 밤마다 즐거운 잔치를 열고  춤추고 노래하고 너를 얼러서 잠들게 해줄거다."  "아버지, 아버지, 저기에 보이지 않으세요?  마왕의 딸들이 내 곁에 와 있어요."  "보이지, 아주 잘 보인단다.  오래된 회색 빛 버드나무가 그렇게 보이는 거다."  "귀여운 아이야 나는 네가 좋단다. 네 귀여운 모습이 좋단다.  네가 싫다고 한다면 억지로 끌고 가겠다."  "아버지, 아버지, 마왕이 나를 꼭꼭 묶어요!  마왕이 나를 잡아가요!"  이제 아버지는 무서움에 질려 황급하게 말을 몬다.  신음하고 있는 불쌍한 아이를 안고서.  가까스로 집마당에 도착했으나  팔 안의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죽어 있다.  The Erl-King  - Johann Wolfgang von Goethe  WHO rides there so late through the night dark and drear?  The father it is, with his infant so dear;  He holdeth the boy tightly clasp"d in his arm,  He holdeth him safely, he keepeth him warm.  "My son, wherefore seek"st thou thy face thus to hide?"  "Look, father, the Erl-King is close by our side!  Dost see not the Erl-King, with crown and with train?"  "My son, "tis the mist rising over the plain."  "Oh, come, thou dear infant! oh come thou with me!  Full many a game I will play there with thee;  On my strand, lovely flowers their blossoms unfold,  My mother shall grace thee with garments of gold."  "My father, my father, and dost thou not hear  The words that the Erl-King now breathes in mine ear?"  "Be calm, dearest child, "tis thy fancy deceives;  "Tis the sad wind that sighs through the withering leaves."  "Wilt go, then, dear infant, wilt go with me there?  My daughters shall tend thee with sisterly care  My daughters by night their glad festival keep,  They"ll dance thee, and rock thee, and sing thee to sleep."  "My father, my father, and dost thou not see,  How the Erl-King his daughters has brought here for me?"  "My darling, my darling, I see it aright,  "Tis the aged grey willows deceiving thy sight."  "I love thee, I"m charm"d by thy beauty, dear boy!  And if thou"rt unwilling, then force I"ll employ."  "My father, my father, he seizes me fast,  Full sorely the Erl-King has hurt me at last."  The father now gallops, with terror half wild,  He grasps in his arms the poor shuddering child;  He reaches his courtyard with toil and with dread,--  The child in his arms finds he motionless, dead.  ~~~~~~~~~~~~~~~~~~~~  눈물젖은 빵을 먹어본 적이 없는 자  슬픈 밤을 한 번이라도  침상에서 울며 지새운 적이 없는 자,  그는 당신을 알지 못하오니,  하늘의 권능이시여.  당신을 통하여 삶의 길을 우리는 얻었고  불쌍한 죽을 자들 타락케 하시어  고통 속에 버리셨으되,  그럼에도 저희는 죄값을 치르게 됩니다.  WHO Never Ate With Tears His Bread  - Johann Wolfgang von Goethe  WHO never ate with tears his bread,  Who never through night"s heavy hours  Sat weeping on his lonely bed,--  He knows you not, ye heavenly powers!  Through you the paths of life we gain,  Ye let poor mortals go astray,  And then abandon them to pain,--  E"en here the penalty we pay,  ~~~~~~~~~~~~~~~~~~~~  툴레의 임금님  옛날 예적 툴레에 한 임금님이 사셨지,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정성을 바쳐  사랑하던 왕비가 세상을 떠나며  황금 술잔 하나를 남기고 가셨지.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어서  잔치 때마다 그 잔을 쓰시고  그걸로 술을 드실 때마다  계속 눈물을 흘렸지.  돌아가실 때가 가까워 지자  다스리던 고을들과 온갖 것들을  세자에게 물려주셨지만  금 잔만은 그러지 않았지.  임금님은 왕궁 잔치를 열었는데  바닷가 높은 성 안에  선조들 대물려 온 넓은 연회장에  기사와 귀족들 모두 불렀지.  늙으신 임금님은 거기에 서신 다음  그 잔으로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드시더니  그 성스러운 잔을 들어  바닷물로 힘껏 던지셨지.  임금님은 잔이 떨어지는 것과, 물이 들어가고  바다밑으로 가라앉는 것을 보신 다음  눈을 영원히 감으시고  다시는 마시지 않으셨네.  The King Of Thule  This ballad is also introduced in Faust  - Johann Wolfgang von Goethe  IN Thule lived a monarch,  Still faithful to the grave,  To whom his dying mistress  A golden goblet gave.  Beyond all price he deem'd it,  He quaff'd it at each feast;  And, when he drain'd that goblet,  His tears to flow ne'er ceas'd.  And when he felt death near him,  His cities o'er he told,  And to his heir left all things,  But not that cup of gold.  A regal banquet held he  In his ancestral ball,  In yonder sea-wash'd castle,  'Mongst his great nobles all.  There stood the aged reveller,  And drank his last life's-glow,--  Then hurl'd the holy goblet  Into the flood below.  He saw it falling, filling,  And sinking 'neath the main,  His eyes then closed for ever,  He never drank again.  We wouldn"t enjoy the sunshine  If we never had the rain.  We wouldn"t appreciate good health  If we never experienced pain.  ~~~~~~~~~~~~~~~~~~~~  프로메테우스  제우스여, 그대의 하늘을  구름의 연기로 덮어라!  그리고 엉겅퀴의 목을 치는  어린이처럼  참나무나 산정들과 힘을 겨뤄라!  그러나 나의 대지는  손대지 말고 내버려둬야 한다  그대가 짓지 않은, 나의 작은 집과,  불길 때문에 그대가  나를 질투하는  나의 화덕도  나는 태양 아래에서  신들인 그대들보다 가엾은 자들을 알지 못한다.  그대들은 제물과  기도의 숨결로  간신히 먹고산다.  대단한 분들이여  그리고 만일 어린이들과 걸인들이  희망에 부푼 바보들이 아니었던들  그대들은 굶주렸을 것을.  나 역시 어린애여서,  들고 날 곳을 몰랐을 때,  나는 당황한 시선을  태양을 향해 돌렸다. 마치 저 하늘에,  나의 탄식을 들어 줄 귀가 있고,  압박받는 자를 불쌍히 여겨 줄  나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 있는 듯이.  그러나 누가 거인족의 오만에 대해서  나를 도왔으며,  누가 죽음과  노예상태에서 나를 구했던가?  거룩하게 불타는 나의 마음이  이 모든 것을 성취하지 않았던가?  그러고도 젊고 선량한 마음은,  기만당하여, 구원에 감사하며  천상에서 잠든 자를 열애하지 않았던가?  그대를 존경하라고? 왜?  그대가 이전에 한 번이라도  짐을 진 자들의 고통을 덜어 준 적이 있는가?  그대는 이전에 한 번이라도  겁먹은 자들의 눈물을 달래 준 적이 있는가?  전능의 시간과  나의 주이며, 그대의 주인인  영원한 운명이  나를 사나이로 단련하지 않았던가?  꽃봉오리의 꿈이 모두  성숙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삶을 증오하고,  황야로 도주할 것이라고  그대는 착각하는가?  나는 여기에 앉아, 나의 모습에 따라,  인간들을 형성한다.  괴로워하고, 울며,  즐기고, 기뻐하는,  나와 같이  그대를 존경하지 않는  나를 닮은 족속을.  Prometheus  - Johann Wolfgang von Goethe  Bedecke deinen Himmel, Zeus,  Mit Wolkendunst  Und ube, dem Knaben gleich,  Der Disteln kopft,  An Eichen dich und Bergeshohn;  Mußt mir meine Erde  Doch lassen stehn  Und meine Hutte, die du nicht gebaut,  Und meinen Herd,  Um dessen Glut  Du mich beneidest.  Ich kenne nichts Armeres  Unter der Sonn als euch, Gotter!  Ihr nahret kummerlich  Von Opfersteuern  Und Gebetshauch  Eure Majestat  Und darbtet, waren  Nicht Kinder und Bettler  Hoffnungsvolle Toren.  Da ich ein Kind war,  Nicht wußte, wo aus noch ein,  Kehrt ich mein verirrtes Auge  Zur Sonne, als wenn druber war  Ein Ohr, zu horen meine Klage,  Ein Herz wie meins,  Sich des Bedrangten zu erbarmen.  Wer half mir  Wider der Titanen Ubermut?  Wer rettete vom Tode mich,  Von Sklaverei?  Hast du nicht alles selbst vollendet,  Heilig gluhend Herz?  Und gluhtest jung und gut,  Betrogen, Rettungsdank  Dem Schlafenden da droben?  Ich dich ehren? Wofur?  Hast du die Schmerzen gelindert  Je des Beladenen?  Hast du die Tranen gestillet  Je des Geangsteten?  Hat nicht mich zum Manne geschmiedet  Die allmachtige Zeit  Und das ewige Schicksal,  Meine Herrn und deine?  Wahntest du etwa,  Ich sollte das Leben hassen,  In Wusten fliehen,  Weil nicht alle  Blutentraume reiften?  Hier sitz ich, forme Menschen  Nach meinem Bilde,  Ein Geschlecht, das mir gleich sei,  Zu leiden, zu weinen,  Zu genießen und zu freuen sich,  Und dein nich zu achten,  Wie ich!  ~~~~~~~~~~~~~~~~~~~~  - 괴테 (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  독일의 시인·작가. 고전파의 대표자이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출생. 부친에게서 엄한 기풍을,  모친에게서 명랑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예술가적 성격을 이어 받았고,  부유한 상류가정에서 철저한 교육을 받아 뒷날의 천재적 대성(大成)을  이룰 바탕을 마련하였다.  괴테는 독일의 시인,비평가,언론인,화가,  무대연출가,정치가,교육가,과학자.  세계문학사의 거인중 한사람으로 널리 인정되는 독일 문호이며,  유럽인으로서는 마지막으로 르네상스 거장다운 다재다능함과  뛰어난 솜씨를 보여준 인물이다.  그가 쓴 방대한 저술과 다양성은 놀랄 만한 것으로,  과학에 관한 저서만도 14권에 이른다.  서정적인 작품들에서는 다양한 주제와 문체를 능숙하게 구사했고,  허구문학에서는 정신분석학자들의 기초자료로 사용된 동화로부터  시적으로 정제된 단편 및 중편소설(novella)들.  의 "개방된" 상징형식에 이르기까지  폭넓음을 보여준다.  희곡에서도 산문체의 역사극.정치극.심리극으로부터  무운시(blank verse) 형식을 취한 근대문학의 걸작 중 하나인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는 82년간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신적인 경지의 예지를 터득하기도 했으나,  사랑이나 슬픔에 기꺼이 그의 모든 존재를 내어 맡기곤 했다.  내적 혼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일상적인 생할 규율을 엄수하면서도  삶, 사랑, 사색의 신비가 투명할 정도로 정제되어 있는  마술적 서정시들을 창조하는 힘을 잃지 않았다.  .......  마침내 그에게는 원하는 대로 창조력을 샘솟게 하는  자신조차도 신비스럽게 여긴 재능이 생겨나 60년 가까이 노력해온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  죽기 불과 몇 달전에 완성한 전편은  괴테의 반어적인 체념이 덧붙여져 후세 비평가들에게 전해졌는데  이 작품의 마지막 2행연구(couplet)  "영원히 여성적인 것은 우리를 끌어 올린다"는  인간존재의 양극성에 대한 괴테 자신의 감성을 요약한 말이다.  여성은 그에게 있어 남성의 영원한 인도자요 창조적 삶의 원천인 동시에  정신과 영혼의 가장 숭고한 노력의 구심점이었다.  괴테에게는 상호 배타적인 삶의 양극을 오가는  자연스러운 능력과 변화 및 생성에 대한 천부적 자질이 있었다.  그에게 있어 삶이란 상반된 경향들을 자연스럽게 조화시미는 가운데  타고난 재능을 실현해가는 성숙의 과정이었다.  
245    명시인 - 프레베르 댓글:  조회:2850  추천:0  2015-03-21
프레베르 1900~1977   뇌이쉬르센 출생. 파리에서 자랐으며, 1930년까지는  초현실주의 작가 그룹에 속하는 시인으로서 활약하였는데,1925~29년에 초현실주의 작가 로베르 데스노스, 이브  탕기, 루이 아라공, 앙드레 브르통 등과  활동을 같이  하  면서 오랜 전통의 구전시를 초현실주의 풍의 '노래시'라  는 형식으로 만들어서 매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그 관심을 영화로 돌려 《악마는 밤에 온다》 《말  석 관람객들》 등의 명작 시나리오를 썼다. 초기의 시에는 쉬르레알리슴의 흔적이 엿보이는데, 샹송풍의 후기 작  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우열(愚劣)과 불안의 시대에 대항  하는 통렬한 풍자와 소박한 인간애가 평이하고 친근감 있는 그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었다. 《파롤 Paroles》  (1948) 《스펙터클》  (1951)  등은 그와 같은 제2차 세계  대전 후의 대표작이다. J.  코스마가 작곡한 샹송 《낙  엽》의 작사자  이기도 하다.   주요저서:《파롤 Paroles》《스펙터클》       고 엽     기억하라, 함께 지낸 행복스런 나날들을.   그때 태양은 훨씬 더 뜨거웠고   인생은 훨씬 더 아름답기 그지 없었지.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나는 그 나날들을 잊을 수 없어서   마른 잎을 갈퀴로 긁어 모으고 있다.   모든 추억도 또 모든 뉘우침도 함께...   북풍은 그 모든 것을 싣고 가느니   망각의 춥고 추운 밤 저편으로   나는 그 모든 것을 잊을 수 없었지.   네가 불러 준 그 노랫소리   그건 우리 마음 그대로의 노래였고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고   우리 둘은 언제나 함께 살았었다.   하지만 인생은 남 몰래 소리도 없이   사랑하는 이들을 갈라 놓는다.   그리고 헤어지는 연인들의   모래에 남긴 발자취를 물결이 지운다.     성냥개비 사랑 - 밤의 파리                     고요한 어둠이 깔리는 시간 성냥개비 세 개에   하나씩 하나씩 불을 붙인다     첫째 개피는 너의 얼굴을 보려고 둘째 개피는 너의 두 눈을 보려고   마지막 개피는 너의 입을 보려고   그리고 송두리째 어둠은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려고.       내 사랑 그대를 위해                         새 시장에 갔었지 그리고 새를 샀지   내 사랑 그대를 위해     꽃 시장에 갔었지 그리고 꽃을 샀지   내 사랑 그대를 위해     철물 시장에 갔었지 그리고 쇠사슬을 샀지   무거운 쇠사슬을 내 사랑 그대를 위해     그 다음엔 노예 시장에 갔었지 그리고 널 찾아 다녔지   하지만 나는 너를 찾지 못했네 내 사랑이여.       자유 지역                     군모를 새장에 벗어 담고 새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외출했더니   그래 이젠 경례도 안 하긴가? 하고 지휘관이 물었다.   아뇨 경례는 이제 안 합니다 하고 새가 대답했다.   아 그래요? 미안합니다 경례를 하는 건 줄 알았는데. 하고 지휘관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누구나 잘못 생각할 수도 있는 법이지 요 하고 새가 말했다.       열등생               그는 머리로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슴으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그가 사랑하는 것에게는 그렇다고 하고 그는 선생에게는 아니라고 한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고 선생이 질문을 한다   별의별 질문을 한다 문득 그는 폭소를 터뜨린다   그는 모두를 지워 버린다   숫자도 단어도 날짜도 이름도 문장도 함정도   교사의 위협에도 아랑곳없이 우등생 아이들의 야유도 모른다는 듯   모든 색깔의 분필을 들고   불행의 흑판에 행복의 얼굴을 그린다.         낙엽                        기억하라 우리 행복했던 꿈 같은 시절을   그때 태양은 더 뜨거웠고 우리의 인생은 아름답기 그지없었지.                         낙엽은 삽 속에 쓸려 담겨지는데 나는 조금도 잊지 않았지   낙엽은 삽 속에 쓸려 담겨지는데 추억도 후회도 쓸려 담겨지는데   북풍은 그 모든 것을 망각의 싸늘한 어둠속으로 싣고 가 버리는데   나는 조금도 잊을 수 없었지 네가 나에게 불러주던 그 노래를     그것은 우리 마음을 닮은 어떤 노래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지   우리는 둘이서 함께 살았지 나를 사랑하던 너와 너를 사랑하던 나는   그러나 인생은 어느새 소리도 없이 사랑하던 사람들을   갈라놓아 버리고 헤어진 연인들의 그 발자국을 물결은 모래 위에서마저 지워버리네.     낙엽은 삽 속에 쓸려 담겨지는데 추억도 후회도 쓸려 담겨지는데   그러나 말 없고 변함 없는 내 사랑만은 언제나 웃으며 삶에 감사하네   내 그대를 얼마나 사랑했던가 그대는 너무나 아름다웠지 내 어찌 그대를 잊으리   그때 태양은 더 뜨거웠고 우리의 인생은 아름답기 그지없었지   그대는 나의 가장 정다운 친구였네 그러나 후회해 무엇하리   그대가 내게 불러주던 그 노래를 나 언제나 듣고 있으리니     그것은 우리 마음을 닮은 어떤 노래 너는 나를 사랑했고 나는 너를 사랑했지   우리는 둘이서 함께 살았지 나를 사랑하던 너와 너를 사랑하던 나는   그러나 인생은 어느새 소리도 없이 사랑하던 사람들을 갈라놓아 버리고   헤어진 사람들의 그 발자국을 물결은 모래 위에서마저 지워 버리네        
244    명시인 - 엘뤼아르 댓글:  조회:2993  추천:0  2015-03-21
엘뤼아르  1895~1952   초현실주의 시인으로서, 또한 열렬한 저항시인으로 비교적 다양한 문학적 생애를 보낸 엘뤼아르는   1936년 스페인 내란 이후 뒤늦게 정치적 움직임에 참여하기 시작하였고, 전쟁 중 항독운동에 가담 하였다.   하지만 다른 참여시인들 보다는 훨씬 너그럽고 온건하여, 순수한 시인으로서의 기질과 천분을 가졌고   스페인 내란 이후 매우 전투적인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나, 어딘가 체념의 여지가 깃들여 있고, 초현실주의의 흔적이 남아있다.     주요작품: 고뇌의 수도(Capitale de Douleur)1926,          직접적인 인생(La Vie Immediate)1932,          시와 진실(La Poesie et la verite)1942 등           경쾌한 노래     나는 앞을 바라보았네 군중 속에서 그대를 보았고   밀밭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나무 밑에서 그대를 보았네.     내 모든 여정의 끝에서 내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물과 불에서 나와 내 모든 웃음소리가 굽이치는 곳에서     여름과 겨울에 그대를 보았고 내 집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두 팔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꿈속에서 그대를 보았네.     나 이제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         한 순간의 거울     그것은 빛을 분산시키고, 그것은 사람들에게 외모와는 다른 섬세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은 사람들에게 방심할 여유를 앗아가버린다. 그것은 돌처럼 단단하다,   형태가 없는 돌, 움직임이 있고 시각이 있는 돌처럼,   그리고 그것의 섬광은 그 어떤 갑옷이나 그 어떤 가면도 일그러질 만큼 찬란하다.   손에 잡혀 있었던 그것은 손과 동화되기를 거부하고, 이해되었던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새는 바람과 뒤섞이고, 하늘은 진리와   사람은 현실과 뒤섞인다.       자유                국민학교 시절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가 읽은 모든 페이지 위에 모든 백지 위에   돌과 피와 종이와 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황금빛 조상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밀림과 사막 위에 새 둥우리 위에 금작화 나무 위에   내 어린 시절 메아리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밤의 경이로움 위에 일상의 흰 빵 위에   결합된 계절 위에 나는 어늬 이름을 쓴다     누더기가 된 하늘의 옷자락 위에 태양이 곰팡 슬은 연못 위에   달빛이 싱싱한 호수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평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리고 그늘진 방앗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새벽의 입김 위에 바다 위에 배 위에   미친 듯한 산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구름의 거품 위에 폭풍의 땀방울 위에   굵고 무미한 빗방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반짝이는 모든 것 위에 여러 빛깔의 종들 위에   구체적인 진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깨어난 오솔길 위에 뻗어나간 큰 길 위에   넘치는 광장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불켜진 램프 위에 불꺼진 램프 위에   모여 있는 내 가족들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둘로 쪼갠 과일 위에 거울과 내 방 위에   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게걸스럽고 귀여운 우리 집 강아지 위에 그 곤두선 양쪽 귀 위에   그 뒤뚱거리는 발걸음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내 문의 발판 위에 낯익은 물건 위에   축복받은 불의 흐름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화합한 모든 육체 위에 내 친구들의 이마 위에   건네는 모든 손길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놀라운 소식이 담긴 창가에 긴장된 입술 위에   침묵을 넘어선 곳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내 안식처 위에 무너진 내 등댓불 위에   내 권태의 벽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욕망없는 부재 위에 벌거벗은 고독 위에   죽음의 계단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되찾은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삶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그리고 미소를     밤은 결코 완전한 것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주장하기 때문에   슬픔의 끝에는 언제나 열려 있는 창이 있고   불켜진 창이 있다.   언제나 꿈은 깨어나듯이 충족시켜야 할 욕망과 채워야 할 배고픔이 있고   관대한 마음과 내미는 손 열려 있는 손이 있고   주의 깊은 눈이 있고   함께 나누어야 할 삶 삶이 있다.       나이는 없이              숲속을 향하여 우리는 가까이 간다   아침의 거리를 지나서폴 엘뤼아르, 안개의 계단을 올라보라     우리가 가까이 가면   대지의 가슴은 파르르 떨고 여전히 다시 태어나는 하루     하늘은 넓어지리라 잠은 폐허 속에서   휴식과 피로와 체념의 두터운 어둠 속에서 산다는 일은   얼마나 견딜 수 없는 일이었을까 대지는 싱싱한 육체의 모습을 회복하고   바람은 가라앉아 우리의 눈 속에 태양과 어둠은   변함없이 흐르리라        
243    명시인 - 에즈라 파운드 댓글:  조회:2996  추천:0  2015-03-21
에즈라 파운드 1885 - 1972 영시와 산문에서 모더니스트적 혁신을 불러일으킨 에즈라 파운드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몇 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유럽에서 살았다. 그러나 시인으로서뿐만 아니라 다른 시인의 후원자로서 20세기의 미국시에 미친 그의 영향은 대단하다. 장시 〈칸토스 The Cantos〉(1925~59)는 지금까지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대작이다.   찻 집   그 찻집의 소녀는 예전만큼은 예쁘지 않네.   8월이 그녀를 쇠진케 했지. 예전만큼 층계를 열심히 오르지도 않네.   그래, 그녀 또한 중년이 되겠지. 우리에게 과자를 날라줄 때 풍겨 주던 청춘의 빛도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겠네. 그녀 또한 중년이 되겠지.       인 사     오 철저히 점잔빼고 철저히 거북한 세대여,   나는 어부들이 햇빛 속에 소풍가는걸 보았고, 그들이 지저분한 가족들과 함께 있는 걸 보았고   이 다 드러낸 그들의 웃음을 보았고 본때없는 웃음소릴 들었다.   그리고 나는 너보다 행복하고 그들은 나보다 행복했다;   고기는 호수에서 헤엄치는데 옷조차 갖지 않았다.         소 녀     나무가 내 손으로 들어오니. 수액(樹液)이 내 팔로 올라왔네.   나무가 내 가슴 속에서 아래를 향해 자라니,   가지들이 나에게서 뻗어 나오네. 두 팔처럼.     너는 나무, 너는 이끼,   바람이 그 위를 스쳐가는 오랑캐꽃들. 너는, 너는 어린이 - 그렇게도 키가 큰 -   세상 사람들에겐 이 모든 것들이 어리석어 보이겠지만.       지하철 정거장에서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242    명시인 - 에머슨 댓글:  조회:3074  추천:0  2015-03-21
에머슨 1803. 5. 25 보스턴~1882. 4. 27 매사추세츠 콩코드.   미국의 강연가·시인·수필가.     에머슨, Leopold Grozelier가 제작한 석판화(1859) 뉴잉글랜드의 초절주의를 주도한 대표적 인물이다.   초기생애와 저작   에머슨은 유니테리언 교회 목사이자 예술애호가였던 윌리엄 에머슨의 아들로 태어났다. 에머슨은 청교도시대부터 그의 가문의 모든 직계 선조들이 종사해왔던 성직을 이어받았다. 그의 어머니 루스 해스킨스의 가족은 독실한 영국 성공회파였다. 영국 성공회파 작가나 사상가들 중 에머슨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로는 랠프 커드워스, 로버트 레이턴, 제러미 테일러,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등이었다.   1811년 5월 12일 아버지가 죽자 그의 지적 교육은 고모인 메리 무디 에머슨에게 맡겨졌는데, 그녀는 자신의 의무를 진지하게 수행했다. 1812년 보스턴 공립 라틴어 학교에 입학했고, 그곳에서 그가 쓴 시들이 좋은 반응을 얻어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았다. 1817년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하여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정신의 발전'을 담은 기록일 것이다. 1821년 대학을 졸업한 뒤 하버드 신학교의 시간제 연구과정을 준비하는 동안 교단에 섰다. 1826년 에머슨은 유니테리언 교회에서 설교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지만 병에 걸려 늦어지게 되었고, 1829년에야 비로소 보스턴 제2교회의 목사가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설교자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으며 그의 입장은 확고해 보였다. 1829년 엘렌 루이자 터커와 결혼했지만 1831년 그녀가 결핵에 걸려 죽자, 슬픔에 젖어 자신의 신앙과 직업에 대해 깊은 회의에 빠졌다. 그러나 사실 그는 이미 그 이전 몇 해 동안 그리스도교 교리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독일에 있던 그의 형 윌리엄은 기적의 역사적 진실성에 대해 의혹을 던진 새로운 성서비평을 에머슨에게 알려주었다. 에머슨이 했던 설교들은 처음부터 전통적인 교리에서 벗어나 있었고, 그대신 영혼의 활용에 대한 개인적인 탐구의 성격을 띠며, 이상적인 성향을 보이면서 자아신뢰와 자아충족이라는 개인적인 교리를 선포하고 있었다. 실제로 그는 설교를 통해 그리스도교의 외적·역사적 전거들을 제거했으며, 우주의 도덕법칙에 대한 사적(私的) 직관에 그리스도 신앙의 근본을 두고, 미덕을 갖고 성취하는 삶을 시금석으로 삼았다. 유니테리언파의 교리는 당시 그에게 그다지 매력을 주지 못했으며, 1832년 그는 성직에서 물러났다.   성숙기의 생활과 작품들   에머슨이 교회를 떠났을 때 그는 기적에 대한 역사적인 증거로 인정된 것보다도 더욱 분명한 신에 대한 확신을 찾고 있었다. 그는 자기 스스로 얻는 계시, 즉 신을 직접적·즉각적으로 경험하기를 원했다. 목사직을 떠난 뒤 그는 유럽을 여행했다. 파리에서 앙투안 로랑 드 쥐시외가 자연물의 표본을 진화된 순서대로 배열해놓은 수집품을 보았고, 그것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영적 교류가 있다는 그의 신념은 더욱 확고해졌다. 영국에서 그는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윌리엄 워즈워스, 토머스 칼라일 등과 중요한 만남을 가졌다. 1833년 귀국하여 〈자연 Nature〉을 쓰기 시작했으며, 인기있고 영향력있는 강연가로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1834년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에 영구적인 거주지를 마련하고, 이듬해 리디아 잭슨과 결혼하여 그의 작품활동에 있어 근본적인 뒷받침이 되어준 평온한 가정생활을 누리기 시작했다.   1830년대에 에머슨은 독자적인 문학가가 되었다. 이 시기에 다른 지식인들도 점점 더 에머슨이 가졌던 개인적인 의혹과 문제의식들을 공유하게 되었다. 1830년대가 지나기 전, 그의 개인적인 성명서들인 〈자연〉·〈미국의 학자 The American Scholar〉 및 신학교에서의 〈강연 Address〉을 통해 후에 초절주의자들이라고 지칭되는 일군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고, 에머슨은 초절주의자들의 대표자로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에머슨은 1836년 보스턴에서 〈자연〉이라는 표제를 붙인 95쪽의 소책자를 익명으로 출판함으로써 초절주의 창시에 기여했다. 그는 자신의 정신적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발견한 뒤 자신의 핵심적인 철학을 세웠으며, 그후 그가 쓴 내용들은 거의 모두 〈자연〉에서 처음 주장했던 사상을 확대·증보·수정한 것이다. 에머슨이 가졌던 종교적 의혹들은 뿌리 깊은 것이어서 기적의 역사적 진실성에 대한 신념을 유지하는 유니테리언 교회에 대한 그의 반대를 훨씬 넘어선다. 또한 그는 뉴턴 물리학의 기계적 우주론이나 그가 하버드대학교에서 배웠던 로크의 감각적 경험에 의거한 심리학에 대해서도 의혹을 품었다. 에머슨은 합리론 철학가들이 우주의 구성법칙으로 생각하고 있던 기계론적 인과관계의 연속성에는 자유의지가 개입될 여지가 없다고 느꼈다. 이러한 세계는 사념과 직관을 통해서라기보다는 감각을 통해서만 알 수 있고 그것은 인간을 물리적·심리학적으로 결정짓는 것이었다. 또 인간을 환경의 희생물, 즉 불필요한 정신력의 소유자이며 실재를 진실로 파악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에머슨은 18세기 합리주의의 막다른 골목에서 이상적인 철학을 개진했다. 그는 감각적 경험과 사실로 이루어진 물질적 세계를 초월하는 능력, 우주에 내재하는 영혼을 깨닫고 인간 자유의 잠재력을 의식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에게 있음을 주장했다. 인간이 자신의 자아와 영혼의 내면을 들여다볼 때 신을 가장 잘 발견하게 되며, 그러한 계몽된 자기인식으로부터 행동의 자유와 자신의 이상과 양심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세계를 변화시키는 능력이 생기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인간의 정신적 재생은 자신 안에 깃들어 있는 자기 몫의 '대령'(大靈 oversoul)에 대해 개인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 '대령'은 모든 창조물과 생물 안에 스며 있고, 만일 인간이 그것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만 한다면 접근가능한 것이다." 에머슨은 '오성'(understanding), 즉 감각자료의 일상적인 수집이나 물질세계의 논리적 인식에 의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이성'에 의지할 수 있는지를 해명했다. 그가 말하는 이성이란 영원한 진실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을 의미한다. 에머슨의 자기충족과 자기신뢰라는 원칙은 이제까지 제도화된 교회들이 담당해왔던 정신적인 인도를 받기 위해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만 하면 된다는 그의 생각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은 자기 자신이 되려는 용기를 지녀야 하며, 자신의 직관에서 생긴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면서 내적인 힘을 신뢰해야 한다고 했다. 명백히 말해서 이러한 사상들은 결코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 에머슨이 자신의 사상을 체계화할 때 그가 전에 연구했던 신플라톤 철학, 콜리지와 다른 유럽 낭만주의자들의 작품, 엠마누엘 스베덴보리의 글들, 힌두 철학 및 다른 원전들의 영향을 받았음은 명백하다. 에머슨이 초절주의자들과 비슷한 개념을 표현했던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점은 그가 자신의 사상을 웅대한 통찰력을 갖고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세련된 문필가로서의 능력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의 철학적 설명에는 독특한 힘과 유기적 통일성이 있으며, 축적된 효과가 당시의 독자들의 상상력에 수많은 암시와 자극을 전해준 것이다.   1837년 8월 31일 〈미국의 학자〉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에머슨은 그 자신처럼 새롭게 해방된 지성인들의 의무와 자질에 대해 설명했다. 이 강연은 결국 하버드대학교의 지성인들에게 현학적 태도, 타인에 대한 모방, 전통주의, 실생활과 연관되지 않은 학문 등을 경고한 도전장이었다. 에머슨이 1838년 하버드대학교에서 했던 〈신학대학에서의 연설 Address at Divinity College〉도 생기 없는 그리스도교 전통, 특히 그가 알고 있었던 유니테리언 교파에 대항하는 또다른 도전이었다. 그는 종교제도나 예수의 신성이란 도덕법칙이나 직관화된 도덕정서를 통해 신성과 직접 만나려는 인간의 시도를 좌절시키는 것으로 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강연으로 그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했고, 연설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게 되었으며, 수년 동안 하버드대학교로부터 배척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젊은 제자들은 1836년 창설된 비공식적인 초절주의 클럽에 가담하여 그를 격려했다. 1840년 〈다이얼 The Dial〉지를 창간하는 데 기여했는데, 처음에는 마거릿 풀러가 편집하다가 후에 그 자신이 잡지의 편집을 맡으면서 초절주의자들이 미국에 제시하려는 새로운 사상들의 출구를 마련해주었다. 이 잡지는 비록 단명했지만 이 학파의 젊은이들에게 여러 가지 중요한 쟁점들을 제공해주었다. 그는 그의 강연들을 추려 〈명상록 Essays〉이라는 2권의 책(1841, 1844)을 출간했는데, 이 책들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명상록〉 제1권에서 에머슨은 도덕적 개인주의에 대한 그의 사상을 확고히 했고 자기 신뢰의 윤리, 자기 수양의 의무와 자기 표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명상록〉 제2권에서 에머슨은 초기의 이상주의를 실생활의 한계에 맞게 조정했다. 그러나 말년의 작품을 보면 그가 사물의 상태를 점점 더 묵인하고, 자신에 대한 신뢰보다 사회에 대한 존경심이 점차 늘어났으며, 천부의 능력이 지닌 모호성과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위인전 Representative Men〉(1849)에는 플라톤·스베덴보리·몽테뉴·나폴레옹·괴테의 전기들이 실려 있다. 〈영국인의 특성 English Traits〉에서는 자신의 조상이라고 한 국민성을 분석했고, 가장 성숙된 작품 〈삶의 행위 The Conduct of Life〉(1860)에는 인간의 한계에 대한 완전한 인식과 함께 고양된 형태의 인도주의가 드러나 있다. 이 작품은 어떤 의미에서 그의 고백이라고 할 수 있다. 에머슨의 〈시집 Poems〉(1846)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증보되어 〈오월제 May-Day〉(1867)로 출간되었고, 이 2권의 시집으로 그는 위대한 미국 시인으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었다.   1860년대에 미국에서 에머슨의 명성은 확고해졌다. 세월이 흐르자 그도 서서히 사회에 적응되었고, 그의 반항적인 참신성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그는 여전히 강연을 자주 했지만, 1860년 이후의 글들을 보면 그의 필력이 쇠진했음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세대는 나이든 에머슨만을 알았고, 그의 가르침이 야기했던 신랄함을 되새기지 못한 채 그대로 그의 이론들을 받아들였다. 1882년 에머슨이 죽은 뒤 그는 곧 해방자로서의 힘을 상실한 콩코드의 현인으로 변모되었고, 젊은 시절 그가 부수려고 했던 바로 그 전통에 속하는 명사의 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1834년과 미국 남북전쟁 동안의 미국 순회 강연을 통해 에머슨의 주장과 웅변은 지속적인 신념을 심어주었다. 그는 유럽의 심미적·철학적 조류를 미국에 전했던 문화의 중개자로서 공헌했으며, 미국의 르네상스(1835~65)로 알려진 찬란한 문예부흥기 동안 자국민을 인도했다. 초절주의의 주된 대변자로서, 또한 유럽 낭만주의의 지류를 미국에 심은 사람으로서 에머슨은 무엇보다도 모든 사람 안에 깃들어 있는 정신적인 잠재력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도록 종교적·철학적·윤리적 운동에 있어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무엇이 성공인가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   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아 내는 것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건강한 아이를 낳든 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의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콩코오드 송가     강 위에 걸친 조잡한 다리 옆에 그들의 기는 4월의 미풍 맞아 펼쳐졌도다.   여긴 예전에 무장한 농부들 진을 치고 온 세상 뒤흔든 총을 쏘았던 곳.     적군은 오래 전에 말없이 잠들고 승리자 또한 고이 잠들었노라.   '시간'은 무너진 다리를 휩쓸고 내려가 캄캄한 강물 따라 바다로 흘러들었다.     이 조용한 강물 옆 푸른 방죽 위에 오늘 정성어린 비석을 세우노니   우리의 조상처럼 우리 자손이 저승으로 떠난 날에도 그들의 공적 기릴 수 있도록     그들 영웅들을 과감히 죽게 하고 그들의 자손을 자유롭게 한 정령이여,   '시간'과 '자연'에 명하사 영웅들과 그대 위해 세우는 이 탑   고이 간직케 하옵소서!         우화     산과 다람쥐가 시비를 벌였다.   "이 눈꼽만한 건방진 놈아" 하고 산이 부르자,   다람쥐 녀석이 대답한다. "너는 크기야 무척 크다.   그러나 삼라 만상과 춘하 추동이 한데 합쳐져야 1년이되고 세계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차지하는 위치를 부끄럽게 생각 않는다. 내가 너만큼 크지 못하지만,   네가 나만큼 작지도 못하고, 내 반도 날쌔지 못하지 않냐.   물론 네가 나에게 매우 아름다운 길이 되어 주긴 하지만.   재능은 각자 다르다.만물은 잘, 현명히 놓여있다.   내가 숲을 짊어질 순 없지만, 너는 밤을 깨지는 못한다."       로도라꽃     오월,해풍이 이 벽지에 불어 들 때 나는 갓 핀 로도라꽃을 숲속에서 보았다.   그 잎 없는 꽃이 습지의 한 구석에 피어 황야와 완만한 강물에 기쁨을 주고,   웅덩이에 떨어진 자줏빛 꽃잎은 그 고운 빛깔로 시커먼 물을 환하게 했었다.   여기에 홍작이 깃을 식히러 와서 새의 차림을 무색케하는 그 꽃에 추파를 던질지도.     로도라여, 만일 사람들이 너에게 물어 왜 이런 아름다움을 이 땅과 이 하늘에 헛되이 버리느냐 하거든,   그들에게 일러라, 만일 눈이 보라고 만들어 진 것이라면, 아름다움에는 그 자체의 존재 이유가 있다고.   왜 너는 여기에 나타났느냐? 장미의 적수여 나는 물을 생각을 해 보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다.   그러나 나의 단순한 무지로 추측컨대, 나를 생기게 한 바로 그 '힘'이 너를 생기게 했으리라.       브라마(梵天)     붉은 피에 젖은 살인자가 자신이 살인자임을 생각하거나, 피살자가 자신이 피살자임을 생각한다면,   나 브라만이 만들고, 지나다니고, 다시 되돌리는 불가사의 한 길을 그들은 잘 알지 못하는 것이라.     멀거나 잊혀진 것도 내게는 가까이 있으니 빛과 그림자가 그런 것 같음이라.   사라진 신들도 내게는 보이고 명예와 수치도 내게는 하나이니라.     내게서 떠나는 자는 잘못 아는 것이니 멀리 날아가 도망친다 할지라도   그 날개 자체가 나이기 때문이니라. 나는 의혹이며 묻는 자이니 브라만이 부르는 노래이니라.     강한 신들도 나의 처소를 그리워하고 성스러운 일곱 존자들도 헛되이 동경하느니라.   그러나 선한 것을 사랑하는 겸손한 자여, 나를 찾고 경외하라.       각자와 모두     저 들판의 붉은 코트 어릿광대는 그대가 산꼭대기에서 보고 있는 걸 생각지도 못하며;   저 멀리 고원목장 어린 암소의 아득한 울음소리 그대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것 아니고;   교회종지기가 울리는 정오의 종소리 또한 알프스를 넘어가는 나폴레온과 그의 군대   말을 멈춰 그 소리에 귀기울여 즐겁게 들을 거라 생각지도 않으며;   그대 인생이 그대 이웃 읊조리는 사도신경에 어떤 도움을 줄 건지 알지 못할지라도   모든 것은 각각에게 필요한 것이며 제 홀로 유익하거나 정당한 것 아무것도 없나니     나는 새벽 오리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는 참새 소리를 천국의 것으로 여겼도다.   저녁때 참새 둥지 채 옮겨 집에 두었는데; 녀석은 노래 부르지만 즐겁지가 않네,   강과 하늘을 가져오지 않아서 그런가봐 새는 내 귀에, 모두는 내 눈에 노래했던 거라네.     깨질 듯 아름다운 조개들 바닷가에 있어, 파도의 거품들이 금방 밀려와   그 속 진주들 화려한 광택 빛나게 하고 사나운 바다는 포효하는 굉음을 내면서   나로부터 벗어나며 인사를 하네 나는 해초와 거품을 걷어내어   바다의 보물들을 집으로 가져왔지만 초라하고 보기 싫은 하찮은 것들이 되었네   태양과 모래와 파도소리의 아름다움을 바닷가에 두고 와서 그런가봐..     연인은 그 우아한 소녀를 눈여겨 보며 처녀들의 행렬에서 뒤 처지기를 기다렸지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백설' 성가대에 계속 묶여있을 것같았네   마침내 그녀를 그의 외딴집에 데려왔는데 숲속 새를 새장 속에 넣은 것 처럼   얌전한 아내 되었지만 우아한 멋 없어지고 쾌활하고 황홀한 매력 또한 사라졌네     그래서 난 진리를 갈망한다고 말했는데 아름다움은 미숙한 어린애의 속임수며   청춘의 유희로 끝나버린다고; 또 난 말했네, 내 발 밑 땅바닥의 소나무는   화환처럼 둥근 원을 그리며 이끼 낀 돌 막대 위로 뻗어 있고   나는 제비꽃 향기를 마시네; 내 주위에 참나무와 전나무들이 둘러 서있고   솔방울과 도토리들은 땅바닥에 구르고; 빛과 신성이 가득차고 충만한 영원한 하늘은   내 머리 위 높이 솟아 있네; 나는 다시 보았고, 다시 듣게 되었다네.   출렁이는 강물과, 새벽녘 새의 노래를.   아름다움이 몰래 내 감각 속으로 파고들어 나는 그 완벽한 조화에 굴복하고 말았다네.    
241    명시인 - 로버트 프로스트 댓글:  조회:3056  추천:0  2015-03-21
노동, 꿈, 그리고 신비:                          로버트 프로스트 시  1  프로스트(Robert Frost: 1874-1963)의 시가 미국 독자들의 시선을 끌게 된 것은 그의 나이 40세였던 1914년에 와서였으나 일단 주목을 받게 되자 나머지 긴 생애 동안 그의 명성은 끊임없이 더해만 갔다. 1914년 이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미국에서 가장 잘 알려지고 가장 사랑받았던 시인이었다. 1961년 대통령에 당선된 존 F. 케네디가 취임식에 그를 초청하여 축시낭독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당시 미국문단에서 그의 위치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시인으로서 프로스트의 성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그는 뉴잉글랜드 지역의 교육받은 인간들이 사용하는 일상적 언어와 리듬을 소네트, 2행형식, 무운시 같은 전통적인 형식에 접목시키고 동시에 언어에 활기를 불어넣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둘째 그는, 자연에 밀착된 삶을 살아가는 뉴잉글랜드의 사려깊은 농민을 시의 화자로 일관되게 제시하여 개별 작품들을 결속시킴으로써 작품 전체를 보다 폭넓은 통일성으로 나아가게 하였다. 복잡한 현대세계에서 사람들은 시골생활이 보여줄 수 있는 특이한 비전을 열망한다고 생각한 그는 미국인들의 그러한 열망에 맞춰 자신의 이미지를 창조해 나갔다.  "자유시를 짓는 일은 네트 없이 테니스를 치는 것처럼 중구난방이 될 우려가 많다"고 단정지을 정도로 자유시에 대한 프로스트의 견해는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그에게 전통율격은 자신의 절박한 일상적 목소리와 우연히 모습을 드러내는 감정의 추이와 순간적으로 가빠졌다가는 막혀버리곤 하는 고르지 못한 호흡의 공들을 정확하면서도 일관성 있게 받아넘기는 데 있어 어쩔 수 없이 요구되었던 기율이었다. 그는 또, "내 목구멍 속에 맴도는 어떤 야성의 소음들을 어느 누구도 나의 문장에서 놓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게 적고 싶었다"라고 하여, 그러한 소음들은 기존의 시형이나 리듬과의 긴장 속에 배치될 때 신랄한 맛과 묘미가 배가되리라고 생각하였다. 첫 시집 {어느 소년의 의지}의 첫 시이자 프로스트가 세상을 떠난 후에는 결정판 시전집 맨 앞에 서시로 수록된 [목장](The Pasture)이란 시는 앞으로 그의 시가 나아갈 방향을 잘 예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 시에서 우리는 "going . . . only"의 [ou], "clean . . . leaves . . . clear"의 [kl], [l], [i:], "wait . . . watch . . . water"의 [w] 등으로 자음과 모음의 울림에서 유발된 전통시의 음악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에 쓰여진 이 시에서조차도 일상어의 극적인 억양과 가락에 의해 이러한 음악성은 이미 대치되거나 혼합되기 시작하였다. 첫 연 3행의 긴 호흡점과 일상 대화체에서조차도 어색해 보이는 문장구조라든지, 축약된 4행의 중간에 깊은 호흡점이 오기 직전 "gone long"에 연속적으로 두 개의 강세를 배치하여 호흡점을 길게 늘인다든지, 또 4행의 후반부 "You come too"에서 모음이 어울리는 세 개의 단음절어를 배치하여 상황의 절박성을 배가시킨다든지 하는 현상들은 처음부터 프로스트의 기교가 유감없이 발휘된 부분들이다.  프로스트 시를 특징짓는 일상적 억양과 음악성의 결합은 단순히 시인의 목소리와 시의 리듬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비전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사실이야말로 노동이 아는 가장 달콤한 꿈이다"(The fact is the sweetest dream that labour knows: Two Tramps in Mud Time)라는 그의 유명한 진술 속에 암시된 역설적 비전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고 또 애송되는 [눈 내리는 어느 날 저녁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란 시를 통해 프로스트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다가가 보기로 하자.  첫 연에서부터 서로 상반된 두 가지 어조와 상상적 긴장이 나타나고 있다. 숲에 대한 화자의 반응은 "think"의 부드러운 강세와 "though"의 활기찬 구어적 말씨에서 느낄 수 있듯이 처음 3행의 이완된 대화적 언어와 4행의 꿈 꾸는 듯한 묘사적 디테일들을 상승시키는 최면적 언어 - "watch . . . woods", "his . . . fill . . . with" - 사이의 대비에 의해 그 이중성이 확립된다. 개척지와 황야, 법과 자유, 문명과 자연, 사실과 꿈 같은 정반대되는 현상들은 미국문학에서 일관되게 공명을 일으켜 왔다. 이 시에서 그것들은 시장과 시장을 연결짓고 공동체와 문화를 증진시키는 여행길과 세속의 어떤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 숲의 하얀 정적 사이의 조용하면서도 반어적인 대비 속에 나타나 있다. 또한 숲을 단순히 물질적 투자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숲 주인과 그것을 영적, 미학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화자의 서로 다른 관점에 의해서도 그러한 대비가 포착되고 있다.  사실적 관점과 낭만적 관점이라 부를 수 있는 이 두 상반된 태도는 2연과 3연에서도 이어진다. 눈 내리는 숲가에 서서 숲을 바라보는 화자에 대해 그의 말은 숲의 주인과 유사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화자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말은 먹이와 보금자리가 있는 곳으로 길을 재촉한다. 그러나 낭만주의 시인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듯이 화자는 저 너머에 존재하는 수면과 죽음의 신비에 매혹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비는 언어적 표현의 내용과 함께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 즉 화자의 어조와 언어조직의 결과임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3연의 처음 두 행 -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 의 목구멍 깊이에서 새어 나오는 후음(喉音) [g], [k]와 시행의 퉁명스런 운동은 말과 관련된 현실적 태도의 언어적 표현이며, 다음 두 행 -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 의 마찰음 [s], [z]와 시행의 부드러운 운동은 화자를 유혹하는 편안한 수면과 죽음의 세계에 대한 언어적 등가물이다. "쓰여진 모든 글은 극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프로스트 자신의 말처럼 이 시에 사용된 단어 하나 하나는 일종의 연극배우와 같다고 하겠다.  이제까지 전개된 갈등은 마지막 연에서 해소되기는커녕 보다 고조된 언어로 이어진다. "숲은 어둡고 깊고 아름답기도 하다 / 그러나" - 아름답고도 위험으로 가득한 숲의 매력에 찬사를 보낸 뒤 화자는 세속의 의무와 책임을 환기함으로써 숲의 매력을 떨쳐버리고 일상적 현실로 회귀하려 한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가야할 길이" - 두 번 반복된 마지막 2행은 표면적으로는 이행해야 할 현실적 약속과 끝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인생여정을 표현하고 있으나 동일한 구절이 두 번 반복됨으로써 이상하리 만치 깊은 공명(共鳴)을 유발하고 있다. 인생여정은 짧고 가야할 길은 이제 얼마 남아 있지 않으므로 가능할 때 신비를 탐구하는 일에 나서야 하는 것일까? 죽음의 잠 속으로 빠져들기까지에는 불과 몇 마일, 화자는 '죽음에 대한 싸늘한 의식'(memento mori)의 결과 이제까지 눈 내리는 숲가에 서서 죽음의 신비를 명상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자도 독자도 그것을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다. "시란 생각을 일구어 나가는 행위"로서, 그것은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과정이며 단지 결과만을 바라보게 하지 않고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체험의 과정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눈 내리는 날 저녁 숲가에 서서]와 같은 시가 우리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긴장의 상상적 해결은 갈등과 미해결의 요소들이 적절한 극적 표현과 균형에 도달했다는 느낌 이상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Gray, 132-3).  2  표면에 노출된 주제와 그 이면에 감추어진 우주의 신비나 공허(空虛)에 대한 화자의 반응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은 앞의 시 이외에도 [멀리도 깊이도 아닌](Neither Out Far Nor In Deep), [들어오라](Come In), [단 한번, 그때, 그 무엇이 있었을 뿐](For Once, Then, Something), [신의 계획](Design) 등 프로스트 시의 일관된 특징인데, 우선 [멀리도 깊이도 아닌]이란 시를 읽어보자.  해안에 있는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본다는 표면적 주제와 바라봄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내면적 주제 사이의 긴장은 시의 마지막 행에 와서야 비로소 분명해지고 있다. 그때까지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하는 행위는 단순히 "바라본다"(look)는 단어의 표면적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다. "look"이란 단어는 주체의 바라봄을 나타내는 단어들 중 가장 중립적인 단어일 것이다. "gaze", "view", "stare", "see" 같은 단어는 주체의 의도나 목적 또는 행위의 강도를 수반함에 반하여 "look"은 "단지"(just)와 함께 사용되어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위로서 그 의미가 최소화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첫 연에서 우리는 사람들이 바다를 바라보는 행위가 어떤 목적이나 절실한 계기에서가 아니라 아무런 목적도 없이 단순히 무료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러나 시 전편을 통해 "바라본다"가 반복 사용됨으로써 이 단어의 의미와 강도가 점차 고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첫 연에서의 무료한 바라봄의 느낌은 3연에 오면 부분적으로는 "진실이야 어디에 있든"이란 구절이 암시하는 포괄적 인식의 문제와 결부됨으로써, 또 부분적으로는 주체의 시선이 영원히 고정되어 있다는 느낌에 의해 바라봄은 또다른 차원으로 상승하게 된다. 파도가 해안에서 밀려갔다가는 다시 밀려오는 과정이 영원히 반복되듯이 인간이 바다를 바라보는 행위도 자연현상의 일부여서 그것을 회피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러나 마지막 연의 처음 두 행 - "그들은 저 멀리까지 바라볼 수 없다, / 그들은 저 깊이까지 바라볼 수 없다" - 은 어떤 포괄적 인식이나 우주의 실체에 대한 통찰의 가능성도 배제해 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무료한 상태에서 행하는 하릴없는 행위로 다음에는 환각상태에 행하는 것으로 비쳐졌던 바라봄의 행위는 이제 전혀 목적이 없지만은 않은 행위로 전환된다. 그래서 마지막 2행 - "그러나 그것이 그들의 응시에 / 어떤 장애가 된 적이 있었던가?" - 에 오면 이제까지 중립적이었던 "look"은 고도의 암시력을 발휘하는 "watch they keep"으로 대치되어 바라봄은 단순히 감각기관인 눈뿐만 심장과 마음까지도 작용하는 인식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  "지켜보다, 응시하다"는 의미의 "keep watch"는 대상에 대한 희망과 갈망, 또는 신비나 위험 등 다양한 암시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 관용어의 고어적 성격에 의해 장중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킨다. 일상적이고도 방심한 듯 한 어구들 속에서 대위선율로 작용하는 이 관용어에 의해 사람들의 바라봄은 해안경비대의 응시나 양치기들이 베들레헴에서 빛나는 별을 보았던 경우처럼 어떤 중요한 사건을 고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육지가 바다보다 더 다양하고 따라서 사람들에게 보다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면 그들이 육지에 등을 돌리고 굳이 바다를 응시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지나가는 배나 축축한 모래 위에 반영된 갈매기처럼 바다의 단조로움을 깨뜨리는 외로운 사물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갈망이나 본능적 욕구는 3연의 "진실"이란 단어에 의해 심리적, 미학적 차원을 넘어 보다 보편적이며 광대한 무엇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사람들이 바다의 광막한 공허(空虛)에서 볼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해 시인은 아무런 해답도 암시도 주고 있지 않다. 침묵 속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인간의 삶에 본능처럼 따라다니는, 떨쳐버릴 수 없는 초월과 같은 그 무엇인가, 아니면 삶과 우주의 공허인가? 시인도 독자인 우리도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알 수가 없고, 우주의 신비는 현실의 문맥 속에서 최소화된 상태로 암시되고 있을 뿐이다 (Trilling, 132-4).  우주의 신비에 대해 정통종교의 인습적인 해답이나 유토피아적 해결에 안주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름 데로 자신만의 어떤 해결 전망에도 도달할 수 없었던 프로스트의 회의적 태도는 [단 한번, 그때, 그 무엇이 있었을 뿐](For Once, Then, Something)이란 시에 보다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 시에서 프로스트는 진리를 찾아 우물 속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전통적 관념을 희롱하고 있다. 어두운 우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한 번은 일순간 "분명치 않은 하얀 그 무엇"을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순간일 뿐, 수면 위에 곧바로 파문이 일어 "그것을 흐려놓고, 지워버렸다." 시의 화자는 묻는다, "하얀 그것은 무엇이었던가?" 이 물음에 대한 화자의 해답은 확신에 찬 인간이 제시하는 조직적인 해답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회의적인 인간이 주저하며 슬며시 선보이는 지극히 제한적이며 유보적인 성격의 것이다. "진리? 수정 조약돌? 단 한번, 그때, 그 무엇이 있었을 뿐." 프로스트의 그 무엇은 모든 것일 수도, 아무 것도 아닐 수도 있다. 각 시행이 11음절로 이루어진 시행들의 휘돌아 감돌며 흘러가는 완만한 사색의 리듬을 타고 우주의 신비에 대한 탐색의 과정을 거쳐 이 시가 결국 도달한 것은 앎의 어려움을 더욱 강화시키는 일련의 물음들이다.  "우물 속에는 얼마나 많은 신비로 가득 스며 있는가?"(What mystery pervades a well!) 하고 탄성을 질렀던 19세기 후반기의 뉴잉글랜드 시인, 에밀리 디킨슨과 프로스트를 비교해보는 것이 이 시점에서 적절할 것 같다. 프로스트처럼 디킨슨도 자연의 신비를 탐색했으나 "자연은 어디까지나 이방인이었다"(nature is a stranger yet)고 그녀는 결론지었다. 디킨슨은 자연 속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거나 혹은 무엇인가를 보았더라도 그것은 얼마 되지 않는 최소한의 것이었음을 인정하면서 그녀가 "마법의 감옥"(magic prison)이라 불렀던 자연이라는 신비의 영역을 탐색하려 하였다. 그러나 디킨슨에게서 볼 수 있는, 극히 범위가 축소된 확신마저도 프로스트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자신이 깃을 치고 있는 자연이라는 감옥의 크기나 성격을 전혀 측정할 수가 없었음으로 우물 속에 자기가 본 그 무엇이 의미 있는 중요한 것인지 아니면 아무런 가치도 없는 하찮은 것인지조차도 판단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인식과 앎과 진리에의 접근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어버렸다고 느끼고 있었던 프로스트에게 무기력하고도 자신감 없는 아이러니의 방식에 의존하는 길 이외에 다른 어떤 방식이 있을 수 있었겠는가? (Gray, 135)  3  프로스트가 사물과 세계에 대해 분명하고도 적극적인 인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이렇게 머뭇거리거나 유보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회의적인 태도는 그 당시 미국사회의 전반적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모든 사물이 왜소해지고 의미를 상실해가는 20세기 전반기 미국적 상황에서 "축소되어 버린 사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What to make of a diminished thing)를 고민해야 했던 프로스트는(PRF, 120) [풀베기]에서 "사실(事實)은 노동이 아는 가장 달콤한 꿈이다"(The fact is the sweetest dream that labor knows)라고 대단히 알쏭달쏭한 표현을 하였다. 프로스트에 의하면 시란 "혼란을 저지하는 순간적인 멈춤"으로서 "기쁨에서 시작되어 지혜로 끝이 난다." 이때 사물에 대한 인식과 지혜에 도달하는 데는 은유의 방식을 채택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순간적으로나마 혼란을 제압하고 균형에 도달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프로스트는 생각하였다.  비유는 사랑할 때와 같다. 그것은 기쁨에서 시작되어 지혜로 끝난다. . . 그것은 기쁨에서 시작되어 충동을 지향하고, 쓰여진 첫 행에서 방향을 잡은 뒤, 행운으로 가득한 사건들의 진로를 따라 진행하다가 삶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 분파와 숭배를 구축하는 극명성(克明性)으로까지는 나아가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혼란을 저지하는 순간의 멈춤으로 끝이 난다 (SP, 18).  그렇다면 프로스트에게 시를 쓰는 행위나 풀을 베는 행위나 사과 따는 현실적인 행위들은 모두가 현실과 노동과 꿈이 서로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인 상태, 즉 프로스트적 비전에 도달하는 데 있어 필요조건들이다. 이때 그에게 요구되는 것은 진실한 마음과 열성과 몰입인데, 따라서 그는 누구보다도 창작의 결과보다 창작과정 자체를 중요시하였다. 왜냐하면 쁘와리에가 '인식'(knowing)이라 표현했던 비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집중과 몰입의 상태에서 가능하며, 그러한 몰입의 상태에서 갈등의 요소들은 신비한 통합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이츠나 스티븐스나 로렌스와는 달리 프로스트는 결코 일상적 현실이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에서 이탈하여 그의 비전이 추상으로 나아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들 못지 않게 그도 위대한 것이, 어떤 시들을 조직함에 있어 ... 에머슨이 과거에 열망했듯이 프로스트도 서로 갈등하는 현실들이 언어 자체의 신비한 속성 속에서 해소되는 그런 상황들을 창안해내었다 (Poirier, 175).  "현실의 갈등이 해소되는 경우"를 보여주는 시로서 우선 [풀베기](Mowing)를 읽어보기로 하자.  현실 속에서 실제로 발생한 적이 있거나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fact)이 "꿈"(dream) 또는 환상과 동일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며, 또 그런 일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꿈이 가장 감미로운 것은 왜 그런가? 우리가 역사적 사실이나 이 마을에서 저 마을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는 것처럼 꿈을 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가? 더구나 어떻게 "노동"(labor)이 사실이나 꿈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일까? 루벤 브라우어와 리처드 쁘와리에는 프로스트의 [풀베기]나 [사과따기를 끝낸 후]와 같은 시에서 꿈같은 사실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한 꿈은 모두가 노동행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Brower, 23-7). 앞에서 읽은 [멀리도 깊이도 아닌]이나 [단 한번, 그리고, 그 무엇이 있었을 뿐]과 같은 시들은 어느 특이한 순간에 비전을 약속하는 듯 하다가 결국 말을 아끼거나 유보적인 태도로 선회하여 신비의 영역 - 그것은 인간에게 이로울 수도 적대적일 수도 있다 - 을 감질나게 암시할 뿐이었다. 그래서 저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의 영역은 눈부신 빛으로 우리를 압도하지 못하고 반어적 표현의 이면에 수줍은 듯 머뭇거리는 상태로 숨겨져 있다. 그렇다고 프로스트에게 상상적 통찰이나 인간과 그를 에워싼 자연 사이의 진정한 유대가 완전히 폐기된 것은 아니었다. [풀베기], [사과따기를 끝낸 후], [자작나무 숲](Birches)처럼 꿈과 일상의 진지하고도 열렬한 행위들을 보여주는 시에서 진리와 인식과 사랑은 매우 암시적이고도 우아한 모습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풀베기]에서 구체적인 사실과 노동과 꿈이 어떻게 통합되는지 그 과정을 검토해 보기로 하자. 처음부터 이 시는 노동이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연이 어떤 중요한 의미를 드러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숲가에서 들리는 소리라고는 오직 하나." 과연 그것은 사실이었을까? 숲가에서는 풀 베는 소리 이외에도 바람소리, 풀이나 나뭇잎이 바람에 살랑거리는 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 등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풀 베는 소리 이외의 소리들이 "never"라는 부정어에 의해 강하게 부정되는 것으로 보아 자연의 음향들은 화자의 의식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따라서 이 시의 화자는 모든 자연의 음향에 전적으로 수동적인 반응을 보이는 워즈워스의 화자나 또는 모든 무미건조한 사실들을 "영혼의 상징"으로 인식하는 에머슨의 화자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프로스트에게 어떤 음향이 의미있는 음향으로 작용할 수 있으려면 그것은 "인간적 동인"(human agency)을 포함해야 하는데, 화자의 풀베기 행위를 시 창조 행위로 유추해석 할 수 있는 여지가 바로 여기에 있다 (Poirier, 286).  이어서 풀 베는 소리의 초월적 성격을 부정하거나 유보하는 프로스트 특유의 어법들이 이어진다. 풀 베는 소리의 의미는 무엇인가? "나는 잘 알 수가 없다." 그것은 분명히 말하지 않고 다만 들릴 듯 말 듯 속삭일 뿐이다. "아마도 . . . 였겠지. . . / 어쩌면 . . . 일지도 몰라." 처음 8행에는 전통적으로 초월의 세계에 속했던 신비와 힘겨루기를 하는 정신의 치열함이 나타나 있으나, 신비는 예기치 않은 순간 구체적 사실과 현실적 노력의 세계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프로스트는 "꿈속에서나 얻을 수 있는 선물"이나 "손쉽게 손에 넣은 황금", 즉 다른 작가들이 확립해 놓은 기존의 이론에 안주할 수 없다. "진리보다 더한 그 무엇"은 단지 외부적으로 주어진 교리나 이론일 뿐이므로 꽃나무 가시와 초록의 뱀조차도 아우르는 노동의 행위인 "열렬한 사랑"에 비하면 그것은 허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동의 과정 속에서 열렬한 사랑에 의해 사실과 꿈이 하나로 통합되는 순간은 가지런히 베인 풀들이 햇볕을 받으며 어느덧 저절로 건초가 되듯이 자연의 운행과정의 일부가 되어 현실 속에 견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사과따기를 끝낸 후](After Apple-Picking)에서 노동과 보상, 현실과 꿈은 어떤 방식으로 서로 용해되고 있는 것일까? 로버트 펜 워른이 "동원된 디테일들이 대단히 섬세하고도 긴밀하게 짜여져 있는 균형잡힌 시"라고 극찬했던 이 시에서(Warren, 440) 노동과 꿈, 현실과 이상의 관계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가? 이 시는 사과나무 줄기, 거기에 걸쳐놓은 사다리, 나무에 달려 있는 수많은 사과들, 홈통물받이, 거기에서 때어낸 얼음조각, 다람쥐 등 현실의 메아리들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물들의 존재의미에 대해 완곡하게 논평을 가하는 듯 하다. [눈 내리는 날 저녁 숲가에 서서]와 같은 시는 표면에 노출된 의미 - 함박눈 내리는 날 마차를 타고 여행하다가 눈 쌓인 숲의 아름다운 경치에 매료되어 언제까지나 그 광경을 감상하고 싶었으나 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길을 재촉해야만 한다 - 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였다. 그러나 [사과따기를 끝낸 후]에서 사물들 사이의 표면적 일관성은 꿈의 세계 속으로 무너져 내린다. 처음에는 사과따기라는 노동의 현실이 일관되게 진행되다가 화자는 대낮인 데도 어느덧 잠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잠에 빠져드는 순간 시야에 어른거리는 것은 홈통에서 걷어낸 얼음조각을 눈에 대고 바깥세상을 바라볼 때의 생소하고 야릇한 광경인데, 이것은 마치 중첩기법으로 전혀 이질적인 두 광경을 포개어 놓은 사진처럼 현실과 꿈의 세계가 서로 녹아 있는 상태이다.  그러면 이 시에서 꿈의 세계는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을 띄고 있으며 또 꿈과 현실과의 관계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 것일까? 처음 6행에서 화자는 방심한 듯 한 어조로 사과나무 줄기에 걸쳐놓은 사다리 모습을 "sticking"이라는 구어적 어휘로 표현하거나, 압운을 사용하면서도 시종일관 이월시행으로 처리하여 압운이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하다가 노동의 완성을 강조하기 위해 마지막 6행에서는 압운을 부각시킨다. 또한 "is"를 축약된 형태로 반복 사용하면서 동시에 길고 짧은 등위절들을 나열하는 구어적 구문을 통해 프로스트가 "느낌의 울림"(sound of sense) 또는 "의미의 어조"(tone of meaning)이라 불렀던, 일상대화의 어조를 창조한다 (Perkins, 236). 그러나 시의 나머지 부분과 관련지어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음 6행에서도 꿈과 이상의 세계가 암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과나무 줄기에 단단히 받혀 기대어 놓은 사다리는 "이직도 하늘(천국)을 향하고 있어"(toward heaven still) 그것은 노동을 끝낸 후 화자가 가기를 열망하는 꿈의 세계를 암시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시행들에서 현실의 디테일들은 꿈속에서 보다 분명히 부각되고, 그 결과 노동과 노동의 보상, 세속과 천국이라는 이원적 세계의 긴장과 갈등이 해소된다. 수확하지 못한 몇 개의 사과들이 아직도 나무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화자는 삶의 과정에서 못다이룬 어떤 일들을 조금은 아쉬워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그는 사과가 다치지 않도록 정성을 다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열심히 수행하였고, 그 결과 성취감에 도취된 상태에서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노동의 세계는 안개에 감싸여 있는 듯이 보이는 꿈의 세계, 즉 현실과 꿈, 노동과 이상이 하나가 된 세계이다.  그러므로 "사실은 노동이 아는 가장 달콤한 꿈"이라는 [풀베기] 일 절의 의미는 행위와 보상, 현실과 꿈이 분리될 수 없고, 인간이 노동을 통해 스스로를 실현해 가는 자아 구원의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쁘와리에는 이 시뿐 아니라 노동을 다룬 프로스트의 모든 시에서 노동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요구되는 것은 힘겨운 일과 노동, 무엇인가를 탄생시키는 데 필요한 육체와 정신의 행사이다. 다시 말해서 노동은 '타락'의 불행한 결과들 중의 하나이자 그 결과들을 극복하고 그것들을 행운의 결과들로 전환시키는 하나의 방식이기도 하다. 노동을 다룬 프로스트의 시에서 "노동이 아는" "꿈"이 종종 달콤한 것은 그것이 자주 자아의 탄생과 재생의 이미지들, 즉 현실을 추수하려고 노력하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구원의 이미지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Poirier, 293).  [사과따기를 끝낸 후]는 일종의 '몽유록'(dream vision)과 같은 인식의 시이다. 왜냐하면 도입부에서부터 이 시는 사물의 본질을 투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간의 노동행위에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을 통해 사물에 대한 인식이 행해질 때 지금까지 견고하게 굳어져 있던 사물들은 사실은 꿈의 일부이며 인식의 주체는 신화와 관계하고 있다는 막연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노동의 이러한 투시력은 사과따기 같은 육체노동만이 아니라 시를 창작하는 행위나 시를 읽는 행위에도 똑 같이 해당되며, 이때 사과와 그것을 에워싼 주변 사물들은 영혼의 상징으로 전환된다. "두 가닥 나의 긴 사다리는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엉겨 붙어"에서 화자의 진술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의 구체적 사물에서 신화적, 상징적 진술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음 행, "아직도 하늘을 향하고 있어"에서 "하늘"이란 단어를 단순히 "sky"가 아닌 "heaven"으로 처리하는 데서도 이어지며, 또한 "still"은 일단은 "아직도"의 의미이나 "heaven"과 연관지어 생각할 때 "고요한"이란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Heaven"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모든 사람들을 기다리는 궁극적 목적지가 아니라 단지 목적지에 대한 의식의 일부로 작용할 뿐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시가 쓰여진지 20여년이 흐른 후 프로스트는, 인간의 의식은 어쩔 수 없이 은유적 성격을 띌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사다리를 오르는 행위를 다음과 같이 비유적으로 표현하였다.  90년대처럼 아직도 우리는 대학생들에게 생각하라고 요구하지만 생각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에게 가르쳐주는 법이 없다. 생각한다는 것은 단지 이것과 저것을 결합시키는 일이라는 사실을 좀처럼 가르치지 않는다. 생각한다는 것은 이것의 문맥에서 다른 것을 말하는 것일 따름이다. 학생들에게 그러한 사실을 일깨워 준다면 우리는 꼭지가 하늘을 향하게 하여 받쳐놓은 사다리 발바침에 그들의 발을 올려놓는 샘이 될 것이다 (SP, 41).  노동의 체험이 완만하게 펼쳐지는 몽환적 상태에서 화자는 시인이 깨어 있는 의식의 상태에서 발언하게 될 내용을 그보다 훨씬 이전에 무의식적으로 사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시의 사물들이 화자와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 사다리는 불특정 사물이 아닌 "나의" 사다리이며, 두 가닥 평행으로 뻗어나간 사다리는 "이 문맥에서 다른 것을 말하는" 은유적 사유방식에 대한 은유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의 개념적 틀은 체험의 문맥에서 꿈이 진술되고 꿈의 문맥에서 체험이 진술되는 방식에 의해 조성된다. 다시 말해서 꿈과 깨어있음의 구별이 잠정적으로 유보되는 은유의 전제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예긴데, 동사의 시제들조차도 이러한 유보적 상태를 조성하는 데 기여한다. 마지막 날 사과따기를 하기도 전 깨어 있는 동안에 화자는 "내 꿈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알 수 있었고," 이윽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어" 사물 하나 하나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인식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화자는 사과따기를 하는 낮 동안 내내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현실과 꿈, 노동과 보상, 필요와 사랑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과정으로서의 시학의 의미를 프로스트는 [진흙탕 계절의 두 뜨내기 일꾼](Two Tramps in Mud Time)이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한다.  그렇다면 노동과 꿈이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상태로 녹아 있다가 일반적 진술로 이행하여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마지막 6행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화자가 백일몽의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체험한 내용을 의식적으로 일반화하려 할 때 우리는 프로스트의 시에서 언제나 혼란의 뒤엉킴과 마주치게 된다. 프로스트의 시가 의식적 일반화의 과정으로 나아가지 않을 때에 한하여 성공적이라는 사실은 프로스트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간과해서는 안될 중요한 측면이다. 사과따기를 끝낸 화자는 다람쥐의 긴 동면처럼 꿈꾸지 않는 잠을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아담과 이브가 선악의 열매를 따먹은 후 숙명적으로 인간을 따라 다니면서 타락과 함께 구원까지도 담보하는 인간의 잠을 원하는 것일까? 세계의 신비에 직면하여 거기에 깊이 몰입하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발을 빼지도 않는 어정쩡한 태도는 여기에도 나타나고 있는데, 당혹감에 사로잡힌 화자의 머뭇거리며 진행되는 구어적 구문 속에 프로스트적 아이러니가 존재한다고 하겠다.  4  "대가는 무엇보다도 범위를 설정하는 행위에서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In der Beschränkung zeigt sich erst der Meister)는 괴테의 말처럼 프로스트는 처음부터 뉴잉글랜드 지역 농민들의 소박한 삶과 언어라는, 엄격하게 구획된 자신의 영역 이상을 넘보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세계는 이 지역 농장과 숲과 날씨와 주민들로 이루어진 협소한 세계였고, 그의 언어는 농민의 어휘와 양키 억양이 뒤섞인 교육받은 미국 동부인의 구어적 언어였다.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음향이나 촘촘하게 들어찬 비유들로 이루어진 전통시의 장대한 가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은 뉴잉글랜드 농민들의 삶과는 어울리지 않으므로 프로스트는 그것들을 가급적 축소시키거나 눈에 띄지 않게 처리하였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자신의 시 세계를 축소시켜버린 결과 시적 효과 면에서 그의 시는 예이츠나 엘리어트의 다양성과 강렬함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퍼킨스가 지적했듯이 "시적 효과의 축소는 현실성의 증대로 보상받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시적인 것 - 당시에 시적인 것은 흔히 낭만적인 것과 동일시되었다 - 을 배격하고 현실적인 것을 선호했던 1910년대 문단의 전반적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Perkins, 227-8). 따라서 프로스트의 시는 본질적으로 낭만적 전통 속에서 쓰여졌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세기말 낭만주의에 대한 비판적 입장에서 기존의 낭만주의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프로스트와 낭만주의 시인들 사이에 가장 중요한 차이로서 우리는 낭만주의 시인들의 경우 아이러니의 부재현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들에게서도 때로는 아이러니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까지는 수사학적 표현방식의 하나로 간주되어 오던 반어적 양식을 그들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 즉 "영적 상태"(spiritual state)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하였다. 그러나 낭만주의 시인들은 그러한 반어적 상태를 궁극적인 상태라고 보지 않았다. 예이츠의 경우 모든 진리는 대극적 긴장에서 그 모습을 드러냄으로 진리를 인식하려면 어쩔 수 없이 반어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블레이크나 셸리에게 육체와 영혼, 시간과 영원 같은 대극적 실체들은 보다 깊은 통일성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그들은 반어적 상황을 인간의 한계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상상력을 통해 인간이 궁극적 실재를 포착하게 되는, 고도로 긴장된 통찰의 순간에 인간의 마음은 반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프로스트가 낭만주의자들의 그러한 신념과 확신을 결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야말로 프로스트적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하는 원인이며, 또 우리가 그를 반낭만주의자로 분류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프로스트에게 시란 영원이나 무한, 또는 신과 같은 절대와의 교감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 아니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삶의 사소한 국면들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것으로 족한 일종의 비유이다. 그것은 또한 "생명을 담보로 한 놀이"(play for mortal stakes)이자 "표면상으로는 이것을 말하면서 내면적으로는 저것을 의미하는 은유"(metaphor, saying one thing and meaning another)이기도 하다. 그의 시를 읽다보면 프로스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 것인지, 정말로 그가 본심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지, 또 그의 말의 이면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의아할 때가 많다. 프로스트의 그런 기질과 표현방식을 좋아한다면 우리는 프로스트처럼 그것을 균형잡힌 정신 또는 지혜라고 간주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프로스트의 그런 점을 싫어하는 독자들은 와이버 윈터스와 함께 그를 "영혼의 표류자"(spiritual drifter)로 규정해도 좋을 것이다 (Winters, 157-88). 왜냐하면 프로스트적 아이러니에는 현실과 초월의 영역 양쪽에 발을 하나씩 올려놓고는 어정쩡한 태도로 "아마도"와 "글쎄"를 연발하는 기회주의자의 회피와 자기보호 심리가 작용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시가 모더니스트들의 다양성과 강렬성에 도달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인간의 내면에 깃들여 있는 신비와 공포를 탐색하는 작업은 미국문학의 오랜 전통이 되어왔다. 19세기 작가로는 포, 멜빌, 호오손, 제임스, 그리고 20세기에 와서는 헤밍웨이, 포오크너 등 위대한 작가들 모두가 마음을 가다듬고 용기를 내어 인간의 황량한 내면을 탐색하였다. 그러나 프로스트의 경우에는 가장 훌륭한 서정시에서조차도 개똥지빠귀 울음 우는 어스름에(PRF, 334), 혹은 함박눈이 소복이 쌓이는 저녁에 숲가에 잠시 멈춰 서 있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렇다고 인간의 내면 대신에 휘트먼이나 도스 패서스(Dos Passos)처럼 자연과 사회의 다양한 국면들을 포괄적으로 개관했던 것도 아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프로스트 문학은 급격한 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골출신 도시인들의 향수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맬컴 카울리의 지적은 대단히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Cowley, 44-5). (경북대) 
240    명시인 - 에밀리 디킨슨 댓글:  조회:3028  추천:0  2015-03-21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미국 시인   미국의 여성 시인. 매사추세츠 주 에머스트의 청교도 가정에서 태어나 일생 동안 외부 세계와 담을 쌓고 지냈다.   에머스트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마운트 홀리요크 신학대학에 입학하였으나 1년 만에 중퇴하고 시쓰는 일에 전념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보냈다. 처자가 있는 목사와의 사랑이 실연으로 끝나자 그녀의 시적 재능은 둑을 터뜨린 봇물처럼 넘쳐흘렀다.   그러나 그녀가 쓴 시 1775편 가운데 생전에 발표된 것은 단 7편에 불과하다.     그녀의 시는 자연과 사랑 외에도 퓨리터니즘을 배경으로 한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많이 다루고 있다.   운율에서나 문법에서나 파격적이었기 때문에 19세기에는 인정을 받지 못하였으나, 20세기에 들어와서 이미지즘과 형이상학파적 시의 유행과 더불어 높이 평가받게 되었다.     작품으로는 〈상처난 사슴은 높이 뛴다〉 등이 있다.   주요저서 : 《전시집(全詩集)》(1855) 《전서간집 (全書簡集)》(1858)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애 타는 가슴 하나 달랠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한 생명의 아픔 덜어줄 수 있거나, 괴로움 하나 달래 줄 수 있다면,   헐떡이는 작은 새 한 마리 도와 둥지에 다시 넣어줄 수 있다면,   내 삶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길에 뒹구는 저 작은 돌     길에서 혼자 뒹구는 저 작은 돌 얼마나 행복할까   세상 출셀랑 아랑곳없고 급한 일 일어날까 두려움 없네   천연의 갈색 옷은 지나던 어느 우주가 입혀줬나   혼자 살며 홀로 빛나는 태양처럼 다른 데 의지함 없이   꾸미지 않고 소박하게 살며 하늘의 뜻을 온전히 따르네       죽음을 위해 내가 멈출 수 없어     죽음을 위해 내가 멈출 수 없어 그가 나를 위해 친절히 멈추었다.   마차는 바로 우리 자신과 불멸을 실었다.     우리는 서서히 달렸다. 그는 서두르지도 않았다. 그가 너무 정중하여   나는 일과 여가도 제쳐놓았다.     아이들이 휴식 시간에 원을 만들어 뛰노는 학교를 지났다.   응시하는 곡식 들판도 지났고 저무는 태양도 지나갔다.     아니 오히려 해가 우리를 지나갔다. 이슬이 스며들어   얇은 명주, 나의 겉옷과 명주 망사-숄로는 떨리고 차가웠다.     부푼 둔덕처럼 보이는 집 앞에 우리는 멈추었다.   지붕은 거의 볼 수 없고 박공은 땅 속에 묻혀 있었다.     그 후 수 세기가 흘렀으나 말 머리가 영원을   향한듯 짐작되던 바로 그 날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     나는 고뇌의 표정이 좋다     나는 고뇌의 표정이 좋아. 그것이 진실임을 알기에-   사람은 경련을 피하거나 고통을 흉내낼 수 없다.     눈빛이 일단 흐려지면-그것이 죽음이다. 꾸밈없는 고뇌가   이마 위에 구슬땀을 꿰는 척할 수는 없는 법이다.     내 인생은-장전된 총     내 인생은 - 장전된 총으로 구석에 서 있던- 어느 날   마침내 주인이 지나가다- 날 알아보고 나를 데려갔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국왕의 숲을 헤매면서 사슴사냥을 하고 있다.   내가 주인 위해 말할 때마다- 산들이 당장 대답한다.     내가 미소지으면 힘찬 빛이 계곡에서 번쩍한다.   베수비어스 화산이 즐거움을 토해내는 듯하다.     밤이 되어 멋진 하루가 끝나면 나는 주인님 머리맡을 지킨다.   밤을 함께 보내다니 푹신한 오리 솜털 베개보다 더 좋다.     그분의 적에게- 나는 무서운 적이다. 내가 노란 총구를 겨누거나   엄지에 힘을 주면 아무도 두 번 다시 움직이지 못한다.     비록 그분보다 내가- 더 오래 살지 모르나 그분은 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한다.   나는 죽이는 능력은 있어도 죽는 힘은 없으므로-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   희망은 날개를 가지고 있는 것 영혼 속에 머무르면서   가사 없는 노래를 부르면서 결코 멈추는 일이란 없다.     광풍 속에서 더욱더 아름답게 들린다. 폭풍우도 괴로워 하리라.   이 작은 새를 당황케 함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었는데.     얼어들 듯 추운 나라나 멀리 떨어진 바다 근처에서 그 노래를 들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 있으면서 한 번이라도 빵조각을 구걸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황야를 본적 없어도     나 아직 황야를 본 적 없어도, 나 아직 황야를 본 적 없어도,   히드 풀이 어떻게 생긴 것인지 파도가 어떤 건지 알고 있다오.     나 아직 하느님과 말 못 했어도, 저 하늘 나라에 간 적 없어도,   지도책을 펴놓고 보는 것처럼 그 곳을 자세하게 알고 있다오          
239    명시인 - 월트 휘트먼 댓글:  조회:3252  추천:0  2015-03-21
월트 휘트먼 1819~1892   미국의 시인, 수필가, 저널리스트. 19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포우, 디킨슨과 함께 가장 중요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롱아일랜드에서 태어났고 어렸을 때 뉴욕의 브루클린으로 이사해 공립학교를 나온 뒤 인쇄소 사환을 거쳐 식자공일을 했다. 한때 교사직을 갖기도 했지만 1838년 이후에는 주로 브루클린 지역의 많은 신문들을 편집하였다.     1855년에 출판사와 작가의 이름도 밝히지 않고 표지에 자신의 초상만을 실은 초판을 발행하였다.   형식과 내용이 혁신적인 시집이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영혼과 육체에 대한 동등한 존중, 열린 정신, 정치적 자유의 향유를 촉구한다.   형식은 정형을 타파한 자유 형식이었다. 이 작품으로 휘트먼은 자유시의 새로운 전통을 수립하면서 미국 문학사에서 혁명적인 인물로   등장하였다. 그는 유례없이 한 개인으로서의 를 대담하게 찬양할 뿐 아니라, 육체와 성욕까지도 강렬하게 표현했다.   이 시집을 읽은 에머슨은 당장 그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재치와 지혜가 넘치는 비범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보낸 편지를   쓴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1855년 시집 《풀잎》을 자기 돈으로 출판하였는데, 이것은 미국의 적나라한 모습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노래한 것이었다.   논문에서도 미국 사회의 물질 만능주의를 비판하였다.   1865년 남북 전쟁을 소재로 한를 출 판하고, 이듬해 그가 존경하던 링컨 대통령에 대한 추도시를 발표하였다.       오! 선장, 나의 선장     오오 선장, 나의 선장이여!   무서운 항해는 끝났다.   배는 온갖 난관을 뚫고   추구했던 목표를 획득하였다.   항구는 가깝고,   종소리와 사람들의 환성이 들린다.   바라보면 우람한 용골돌기,   엄숙하고 웅장한 배.   그러나 오오 심장이여! 심장이여! 심장이여!   오오 뚝뚝 떨어지는 붉은 핏방울이여,   싸늘하게 죽어 누워있는   우리 선장이 쓰러진 갑판 위.   오오 선장, 나의 선장이여!   일어나 종소리 들으오, 일어나시라-   깃발은 당신 위해 펄럭이고-   나팔은 당신 위해 울리고 있다.   꽃다발과 리본으로 장식한 화환도   당신을 위함이요-   당신 위해 해안에 모여든 무리.   그들은 당신을 부르며,   동요하는 무리의 진지한 얼굴과 얼굴.   자, 선장이여! 사랑하는 아버지여!   내 팔을 당신의 머리 아래 놓으오.   이것은 꿈이리라.   갑판 위에 당신이 싸늘하게 죽어 쓰러지시다니.   우리 선장은 대답이 없고,   그 입술은 창백하여 닫힌 채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아버지는 내 팔을 느끼지 못하고,   맥박도 뛰지 않고 의지도 없으시다.   배는 안전하게 단단히 닻을 내렸고,   항해는 끝났다.   무서운 항해에서 승리의 배는   쟁취한 전리품을 싣고 돌아온다.         열린 길의 노래     두 발로 마음 가벼이 나는 열린 길로 나선다. 건강하고 자유롭게, 세상을 앞에 두니 어딜 가든 긴 갈색 길이 내 앞에 뻗어 있다.     더 이상 난 행운을 찾지 않으리. 내 자신이 행운이므로. 더 이상 우는소리를 내지 않고, 미루지 않고, 요구하지 않고,   방안의 불평도, 도서관도, 시비조의 비평도 집어치우련다. 기운차고 만족스레 나는 열린 길로 여행한다.     대지, 그것이면 족하다. 별자리가 더 가까울 필요도 없다.   다들 제 자리에 잘 있으리라. 그것들은 원하는 사람들에게 소용되면 그뿐 아니랴.     (하지만 난 즐거운 내 옛 짐을 마다하지 않는다. 난 그들을 지고 간다, 남자와 여자를, 그들을 어딜 가든 지고 간다.   그 짐들을 벗어버릴 수는 없으리. 나는 그들로 채워져 있기에. 하지만 나도 그들을 채운다)       강 건너는 기병대     초록색 섬 사이를 누비며 가는 긴 대열, 뱀같이 꾸불꾸불하게 가고 있다.   해빛에 무기가 번쩍인다- 들으라 음악같은 울림소리,   보라, 은빛 강물, 그 물 첨벙거리며 건너다 목을 축이는 말들, 보라, 갈색 얼굴의 병사들, 각각의 무리들과 사람들 그림을,   말 안장에 앉아 방심한 듯 쉬고 있고, 한편으로는 건너편 뚝에 올라가고 있는 병사들, 지금 강물에 들어가는 병사들,   홍, 청, 순백, 삼색기가 선명하게 바람에 펄럭인다.     낯 모르는 사람에게   저기 가는 낯 모르는 사람이여! 내 이토록 그립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당신은 모릅니다.   당신은 내가 찾고 있던 그이, 혹은 내가 찾고 있던 그 여인,(꿈결에서처럼 그렇게만 생각 됩니다.)     나는 그 어디선가 분명히 당신과 함께 희열에 찬 삶을 누렸습니다.   우리가 유연하고, 정이 넘치고, 정숙하고, 성숙 해서 서로를 스치고 지날 때 모든 것이 회상됩니다.     당신은 나와 함께 자랐고, 같은 또래의 소년이었고, 같은 또래의 소녀였답니다.   나는 당신과 침식을 같이했고, 당신의 몸은 당신의 것만이 아닌 것이 되고, 내 몸 또한 그러 했습니다.     당신은 지나가면서 당신의 눈, 얼굴, 고운 살의 기쁨을 내게 주었고,   당신은 그 대신 나의 턱수염, 나의 가슴, 나의 두손에서 기쁨을 얻었습니다.     나는 당신에게 말을 걸어서는 안됩니다.   나 홀로 앉아 있거나 혹은 외로이 잠 못 이루 는 밤에 당신 생각을 해야합니다.   나는 기다려야 합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을 믿어마지 않습니다.   당신을 잃지 않도록 유의 하겠습니다.     짐승   나는 모습을 바꾸어 짐승들과 함께 살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들은 평온하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안다.   나는 자리에 서서 오래도록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땀흘려 손에 넣으려고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환경을 불평하지 않는다.   그들은 밤 늦도록 잠 못 이루지도 않고 죄를 용서해 달라고 빌지도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에 대한 의무 따위를 토론하느라 나를 괴롭히지도 않는다. 불만족해 하는 자도 없고, 소유욕에 눈이 먼 자도 없다.   다른 자에게, 또는 수천년 전에 살았던 동료에게 무릎 끓는 자도 없으며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잘난 체하거나 불행해 하는 자도 없다.       시집 '풀잎' 서문에 쓴 시     땅과 태양과 동물들을 사랑하라. 부를 경멸하라. 필요한 모든 이에에 자선을 베풀라.   어리석거나 제 정신이 아닌 일이면 맞서라. 당신의 수입과 노동을 다른 사람을 위한 일에 돌려라.   신에 대해 논쟁하지 말라. 사람들에게는 참고 너그럽게 대하라.   당신이 모르는 것, 알 수 없는 것 또는 사람 수가 많든 적든 그들에게 머리를 숙여라.   아는 것은 적어도 당신을 감동시키는 사람들. 젊은이들, 가족의 어머니들과 함께 가라.   자유롭게 살면서 당신 생애의 모든 해, 모든 계절, 산과 들에 있는 이 나뭇잎들을 음미하라.   학교, 교회, 책에서 배운 모든 것을 의심하라. 당신의 영혼을 모욕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멀리하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라.       첫 민 들 레     겨울이 끝난 자리에서 소박하고 신선하게 아름다이 솟아나서,   유행, 사업, 정치 이 모든 인공품일랑 일찍이 없었든 양, 아랑곳 없이,   수플 소북히 가린 양지 바른 모서리에 피어나 통트는 새벽처럼 순진하게, 금빛으로, 고요히,   새봄의 첫 민들레는 이제 믿음직한 그 얼굴을 선보인다.       나 여기 앉아 바라보노라     나는 앉은 채로 세상의 모든 슬픔을 두루 본다 온갖 고난과 치욕을 바라본다   나는 스스로의 행위가 부끄러워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가슴에서 복받치는 아련한 흐느낌을 듣는다   나는 어미가 짓눌린 삶 속에서 아이들에게 시달려 주저앉고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죽어감을 본다   나는 아내가 지아비에게 학대받는 모습을 본다 나는 젊은 아낙네를 꾀어내는 배신자를 본다   나는 숨기려해도 고개를 내미는 시새움과 보람없는 사랑의 뭉클거림을 느끼며, 그것들의 모습을 땅위에서 본다   나는 전쟁, 질병, 압제가 멋대로 벌이는 꼴을 본다 순교자와 죄수를 본다   뱃꾼들이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주는 일에 목숨을 걸고 나설 차례를 정하려고 주사위를 굴리는 모습을 본다   나는 오만한 인간이 노동자와 빈민과 흑인에게 던지는 경멸과 모욕을 본다   이 모든 끝없는 비천과 아픔을 나는 앉은 채로 바라본다 보고, 듣고, 침묵한다              
238    명시인 - 에드가 엘런 포우 댓글:  조회:3227  추천:0  2015-03-21
에드가 엘런 포우 1809~1849   미국의 시인·소설가·비평가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17세에 버지니아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1년도 못 되어 퇴학당하였으며, 그 후 군대에 들어가 한 때, 웨스트 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다니기도 하였다.   그는 등의 단편 소설을 통하여 오싹한 전율 과 공포를 예술적으로 표현하였고, 근대 추리소설을 개척한 작가이며, 시인으로서도 널리 알려져있다.   그의 작품들은 보들레르, 말라르메 등에 의하여 유럽에 번역되어 큰 영향을 끼쳤다. 그의 일생은 매우 불행하였으나 미국이 낳은 최고의 작가로 손꼽힌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 리지아> 등이 있다.     에너벨 리       아주 오래고 오랜 옛날 일이었지요.   바닷가 한 왕국에 애너벨 리라고 불리우는   한 아가씨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 아가씨는 나를 사랑하고 내게 사랑받는 것 외에는   아무 다른 생각 없이 살았습니다.   나도 아이였고, 그녀 또한 아이었습니다.   바닷가 왕국에서,   그러나 우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으로 사랑했습니다.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하늘을 나는 치천사(熾天使)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했던 사랑으로 말입니다.   그 때문이었습니다.   오래 전에, 바닷가 이 왕국에서,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   나의 아름다운 애너벨 리를 싸늘히 얼게 한 것을   그래서 그녀의 지체 높은 친척들이 와서   그녀를 내 곁에서 데려가 바닷가 이 왕국에 있는   무덤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이 시는 포가 쓴 마지막 시로서 그의 시 경향을 가장 잘 나타낸다. 이 시에서의 애너벨 리는 그의 부인 버지니아를 가리킨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시는 그런 현실적인 상황을 초월해 그의 시적 상상력이 최대로 집중된 시로 평가된다.       엘도라도     호화롭게 치장한 용감한 기사 하나가   햇볕과 그늘을 지나, 노래를 부르며   오랜 여행을 했네. 엘도라도를 찾아-     그러나 그도 늙고 말았지- 그토록 용맹하던 그 기사도-   엘도라도와 비슷한 곳은 지상엔 아무 데도 없어   그의 가슴 위에 그림자 하나 떨어졌네.     마침내 그가 기진했을 때 그는 순례하는 그림자 하날 만나   '그림자여'그는 물었지 '어디에 있을까- 엘도라도의 땅은?'   '달나라의 산을 넘어 그림자나라의 골짜기 아래 말타고 달리소서, 용감히 달리소서'   그림자는 대답했네- '엘도라도를 찾으신다면!'       엘도라도는 스페인 사람들이 상상했던 남미의 아마존 강가에 있다고 하는 황금의 나라를 일컷지만, 여기서는 한때 황금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캘리포니아를 가리키는 것 같다.         헬렌에게     헬렌이여, 그대 아름다움은 마치 그 옛날 니케아의 돛단배 같아라.   방랑에 지친 나그네를 태우고 향기로운 바다를 건너 유유하게 고향 해변으로 실어다 주던-     그대의 히아신스 같은 머리카락, 우아한 모습, 여신 나이아스 같은 그대 자태는   오랫동안 거친 바다에서 헤매던 나를 그 옛적 그리스의 영광, 로마의 웅장함으로 인도하네.     오! 나는 그대가 저 눈부신 창가에 조각처럼 서서 손에 마노의 향불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나니!   아, 그대는 정녕 성스러운 나라에서 오신 여신 프시케와 같아라!       F--s S. O--d에게     사랑받고 싶습니까? 그러시다면 당신 마음이 지금의 길을 떠나지 않도록 하세요!   모든 것을 지금의 당신, 그냥 그대로, 당신 아닌 것은 무엇이든 되지 마세요.     그러면 세상에게는 당신의 상냥한 거동, 당신의 우아함과 아름다운 이상의 아름다움은   끝없는 찬양의 대상이 되리라, 그 때 사랑은---단순한 의무.       F-s S. O-d는 포가 한 때 친하게 사귄 여류시인 프랜시스 서전트 오즈굿(Frances Sargent Osgood)을 가리킨다.       꿈   - 어두운 밤의 환상 속에서 나는 사라져 버린 기쁨을 꿈꾸었다-   하지만 생명과 빛의 꿈에서 깨어 내게 남겨진 건 오직 상한 마음뿐.     아! 지난 옛날을 되비춰 주는 빛으로 세상 온갖 것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대낮에도 꿈 아닌 것 무엇이 있으랴?     저 깨끗한 꿈- 저 깨끗한 꿈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꾸짖었을 때   외로운 마음을 인도하여 아름다운 빛처럼 나를 격려하였다.     그 빛, 폭풍과 밤으로 하여 저 멀리에서 떨고 있었다 한들-   '진실'이란 대낮의 별에서 더 깨끗하게 빛나는 것 그 무엇이 있으랴?    
237    명시인 - 헨리 롱펠로우 댓글:  조회:3190  추천:0  2015-03-21
    비오는 날 / 헨리 롱펠로우 날은 춥고 쓸쓸한데 비 내리고 바람 그칠 줄 모르네. 담쟁이덩굴은 무너져 가는 담벼락에 아직도 매달린 채 바람이 세게 불 때마다 잎이 떨어지고 날은 어둡고 쓸쓸하기만 하네. 내 인생도 춥고 어둡고 쓸쓸한데 비 내리고 바람 그칠 줄 모르네. 무너져 가는 과거에 아직도 매달린 생각들 젊은 시절의 갈망들이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고 날은 어둡고 쓸쓸하기만 하네. 진정하라, 슬픈 가슴이여! 투덜거리지 말라. 구름 뒤엔 아직도 태양이 빛나고 있으니 너의 운명도 모든 사람의 운명과 다름없고  어느 삶에든 얼마만큼 비는 내리는 법 어느 정도는 어둡고 쓸쓸한 날들이 있는 법!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 헨리 롱펠로우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항상 푸른 잎새로 살아가는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언제 보아도  언제나 바람으로 스쳐 만나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 밤하늘의 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온갖 유혹과 폭력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언제나 제 갈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의연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언제나 마음을 하늘로 열고 사는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오늘 거친 삶의 벌판에서  언제나 청순한 사람으로 사는  사슴같은 사람을 오늘 만나고 싶다.   모든 삶의 굴레 속에서도 비굴하지 않고 언제나 화해와 평화스러운 얼굴로 살아가는 그런 세상의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에 들어가서 나도 그런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고 싶다. 아침 햇살에 투명한 이슬로 반짝이는 사람 바라다 보면 바라다 볼수록 온화한 미소로 마음이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   결코 화려하지도 투박하지 않으면서 소박한 삶의 모습으로  오늘 제 삶의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그런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하나  고이 간직하고 싶다.                                                     인생찬가 (A Psalm of Life)                                       - H.W. Longfellow  롱펠로우                                  1              Tell me not, in mournful numbers,      내게 말하지 말라, 구슬픈 가락으로 ,      Life is but an empty dream!              인생은 한낱 텅 빈 꿈이라고!      For the soul is dead that slumbers,     왜냐하면 잠든 영혼은 죽은 셈이고,      And things are not what they seem.    만물은 겉보기와는 다른 것.                             Ⅱ        Life is real - Life is earnest!           인생은 현실이며, 인생은 진지한 것!      And the grave is not its goal;           무덤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다.      Dust thou art, to dust returnest,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란 말은      Was not spoken of the soul.             영혼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Ⅲ       Not enjoyment, and not sorrow,        즐김도 슬픔도     Is our destin‘d end or way;              우리의 운명 지어진 목표나 길이 아니다.     But to act, that each to-morrow       행동하는 것, 그래서 내일이     Find us further than to-day.            오늘보다 더 나은 우리를 발견하리라.                           Ⅳ       Art is long, and time is fleeting,         예술은 길고, 시간은 화살 같다. And our hearts, though stout and brave, 그리고 우리의 심장은 튼튼하고 용감하긴 하나,    Still, like muffled drums, are beating   언제나 천으로 감싼 북마냥, 무덤으로의    Funeral marches to the grave.            장례 행진곡을 울리고 있다.                           Ⅴ      In the world"s broad field of battle,   세계의 드넓은 전장에서,    In the bivouac of Life,                     인생의 야영장에서,    Be not like dumb, driven cattle!        말 못하는, 쫓기는 가축이 되지 말라!    Be a hero in the strife!                   투쟁에서 영웅이 되라!                            Ⅵ       Trust no Future, howe"er pleasant!    미래는 믿지 말라, 아무리 즐겁다 할지라도!    Let the dead Past bury its dead!        죽은 과거로 하여금 죽은 자를 묻도록 하라!    Act,-act in the glorious Present!       행동하라 - 영광스런 현재에서!    Heart within, and God o"er head!       마음속엔 용기, 머리 위엔 하느님                            Ⅶ      Lives of great men all remind us     위대한 사람들의 생애는 모두 우리에게 상기케 한다.   We can make our lives sublime,       우리가 우리의 인생을 숭고하게 만들 수 있음을,   And, departing, leave behind us       그리고, 떠나면서 우리 뒤에   Footsteps on the sands of time.       시간의 모래밭에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음을,                             Ⅷ     Footsteps, that perhaps another,        발자국, 어쩌면 인생의 엄숙한 바다 위로  Sailing o"er life"s solemn main,          항해하는 다른 사람이,  A forlorn and shipwreck'd brother,       쓸쓸한 난파당한 형제가,  Seeing, shall take heart again.           보고서, 다시금 용기를 얻게 될 발자국                               Ⅸ      Let us, then, be up and doing,        자, 그러니 일어나 행동하자,   With a heart for any fate;              어떠한 운명도 감수할 마음 갖고;   Still achieving, still pursuing,         언제나 성취하며, 언제나 추구하며,   Learn to labor and to wait.             일하는 것과 기다리는 법을 배우자.                            ( 단어 )   mournful: 슬픔에 잠긴                    numbers: 가락, 운율, 시구   slumber: 선잠을 자다, 활동하지 않다      dust: 먼지, 시체, 흙   stout: 견고한, 용감한                     muffle: ~을 싸다, 덮다   funeral: 장례식                           bivouac: 야영하다.   strife: 분쟁                              glorious: 장엄한, 영광의   sublime: 고상한, 숭고한                  solemn: 진지한, 장엄한, 중대한   forlorn: 버림받은, 버려진, 고독한          shipwreck: 난파    fate: 숙명, 운명                                                *****   H.W.Longfellow/롱펠로우의 작품...  그의 시들은 직접적으로 미국 사람들의 정서에 와 닿는 작품들이다. 활동적이고 건강한 삶을 추천했다. 그는 19C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널리 그리고 빈번히 인용된 시인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Brahmins/브라민 중에서 확실히 그는 가장 다재다능하고 낭만적인 시인이었다. 비록 그것이 전통적인 것이기는 하나 경이와 신비, 신화와 전설, 원시주의, 중세주의, 그리고 감상주의 등의 놀라울 정도의 다양한 형식을 그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지금까지 소홀히 다루었던 Italy와 Scandinavia/스칸디나비아를 포함하여 낭만주의의 영역을 확대함으로써 미국 낭만주의의 보편화에 크게 기여했다.   Brahmin/브라민이란? 높은 사회적 신분과 문화적 자긍심을 지닌 뉴잉글랜드 지방의 유서 깊은 귀족가문 사람들. 19세기에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몇몇 문필가들을 배출했다. 브라민이라는 말은 원래 힌두교 사회의 가장 높은 계층인 브라만에 빗대어 유머러스하게 부르는 이름이었는데, 올리버 웬델 홈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제임스 러셀 로웰 등 뉴잉글랜드 출신의 뛰어난 작가들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다. 이 3명은 모두 유럽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와도 인연이 있다. 브라민은 문학적 취향의 중개인으로 자임하면서 보스턴을 당시 미국문학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이들은 민주주의의 이상을 내세웠지만, 미학에서는 보수적이었다. 에머슨·소로·호손·멜빌·휘트먼·포·트웨인 등이 걸작을 발표하던 때에 이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고상하고 합리적인 휴머니즘을 옹호했으나 1890년대까지 미국 문단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236    명시인 - 죤 밀턴 댓글:  조회:2726  추천:0  2015-03-21
죤 밀턴 1608. 12. 9 런던~1674. 11. 8 잉글랜드 버킹엄셔 챌펀트세인트자일스.   영국의 시인.     밀턴, W. Faithome이 제작한 동판화(1670) 장엄문체와 사탄의 묘사로 유명한 대서사시 〈실락원 Paradise Lost〉(1667)의 저자로서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이다. 산문 역시 청교도혁명에 대한 귀중한 해석으로 근대 정치와 종교의 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 자유의지론). 옥스퍼드셔의 요먼(자영농)이었던 할아버지는 강건한 로마 가톨릭교도로서 아들이 프로테스탄트로 개종하자 절연했다. 밀턴의 아버지는 런던으로 이주하여 공증인과 사채업으로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 밀턴 자신이 늘 찬사를 보냈듯이 아버지는 자녀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느 정도 명성을 쌓은 작곡가였으므로 그로부터 음악적 재능과 열의를 물려받았다. 어머니(1637 죽음)에 대해서 밀턴은 자비로운 분이었다고 말했다. 형제로는 누나 앤과 나중에 법률가가 된 남동생 크리스토퍼가 있다.     실락원(失樂園, Paradise Lost) 에서         인류최초의 불순종, 그리고 금단(禁斷)의 나무열매여 그 너무나 기막힌 맛으로 해서 죽음과 더불어 온갖 슬픔 이 땅에 오게 하였나니   에덴을 잃자 이윽고 더욱 거룩한 한 어른 있어 우리를 돌이켜 주시고 또한 복된 자리를 다시금 찾게하여 주셨나니   하늘에 있는 뮤즈(Muse)여 노래하라 그대 호렙산이나 시내산 은밀한 정상에서 저 목자의 영혼을 일깨우시어   선민에게 처음으로 태초에 천지자 혼돈(混沌)으로부터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나이까.   아니 또한 시온(Zion) 언덕이 그리고 또한 성전 아주 가까이 흘러 내리고 있는 실로암 시냇물이 당신 마음에 드셨다면   이 몸 또한 당신에게 간청하노니 내 모험의 노래를 붇돋아 주소서   이오니아(Ionia) 산을 넘어서 높이 더 높이 날고자 하는 이 노래이니   이는 일찍이 노래에서나 또 글에서나 아직 누구나 감히 뜻하여 본 일조차 없는 바를 모색함이라.   그리고 누구보다도 그대 아 성령이여 어느 궁전보다 앞서   깨끗하고 곧은 마음씨를 좋아하셨으매, 당신이여 지시하시라, 당신은 알고 계시지 않으시나이까.   처음부터 당신은 임석하시어 거창한 날개를 펴고 비둘기와 같이 넓은 심연을 덮고 앉으사   이를 품어 태어나게 하셨나이다. 내게 날개 편 어두움을 밝히소서, 낮은 것을 높이고 또 받들어 주소서   이는 내 시의 대주제의 높이에까지 영원한 섭리를 밝히고자 함이요, 또한 뭇사람에게 하느님의 도리를 옳게 전하고자 함이라.         실락원은 전12권의 대장편 시이다. 눈이 먼 뒤에 딸에게 구술하여 완성된 대작으로, 20년에 걸쳐 구성하였으며 구약성서의 창세기에서 취재하였다. 이야기는 사탄 및 인간의 반역과 몰락이며,   하느님과 그리스도, 아담과 이브, 천사와 타락한 천사, 특히 사탄의 비극적이며 영웅적 성격을 공상의 세계에 자유 자재로 구사하여 악에 대한 하느님의 형벌, 하느님이 창조하여 낙원에 살게 한   아담과 이브를 타락시키려는 사탄의 복수, 인류의 시조와 그 인과, 속죄의 희망 등을 지옥과 천국과 지상의 대무대에 전개시킨다.   작자 자신이 말하듯 '영원한 섭리를 말하고 신의 인간에 대한 도리가 옳은 것임을 밝히려는 것'에 그 모랄이 있으며, 이것이 작품 전체에 분명히 드러나 있다.     스물 세 살 때에     교활한 '청춘의 도둑', 시간은 내 스물 세 해를 빼앗아 얼마나 빠르게 날아갔는가!   나의 분주한 날들은 쏜살같이 날아 가건만 나의 늦봄에는 꽃도 봉오리도 없구나.   내 얼굴이 장년에 바싹 다가선 사실을 속이고 있는 것이리라   어떤 이들은 나이에 비해 더 많이 갖춘 내면의 원숙함이 내게는 없구나   하늘의 뜻과 시간이 나를 이끄는 데에 따라 그것이 많고 적거나 이르고 늦는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경우라도 고귀함과 비천함에 여전히 차이가 있도다. 그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원숙함의 은총을 내가 받고 있다면   하느님이 보시기에는 그 모두가 늘 같은 것이다.     눈이 멀고서   이 어둡고 넓은 세상에서 내 인생의 절반도 되기 전에 내 시력이 이렇게 흐릿해진 사실을 생각하고,   감춰져 죽게 된 한 달란트가 내게 맡겨져 쓸모없게 되었구나 나의 영혼은 더욱 읖조아려   그 달란트가 조물주를 섬기기 위해 사용되고 그분이 돌아와 회계할 때 책망받지 않도록   진실하게 계산하고자 원하는 데도.   하느님은 빛을 잃은 자에게도 낮의 노동을 주시는가 하고 나는 어리석게도 묻는다. 그러나 인내하는 마음은 그 중얼거림을 막고 바로 이렇게 대답한다.   하느님은 인간의 일이나 하느님이 주신 것 모두를 원치 않으신다. 그의 가벼운 멍에를 가장 잘 지는자가 하느님을 가장 잘 섬긴다고.   그의 위엄은 왕과 같아서 수천의 천군천사가 명령을 따라 땅과 바다 위를 쉬지 않고 달린다.   그들은 또한 서서 기다리면서 하느님을 섬긴다.          
235    명시인 - 푸쉬킨 댓글:  조회:3023  추천:0  2015-03-21
   푸쉬킨 1799~1837   러시아의 국민적 시인   모스크바 출생.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확립자이다.  명문 중류귀족의 장남으로 외조부는 표트르 대제(大  帝)를 섬긴 아비시니아 흑인 귀족이었다.    차르스코예셀로의 전문 학교를 졸업한 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외무성에 근무하였다.    시의 내용이 문제가 되어 유배되었는데, 고독하고 불우한 유폐 생활은 도리어 시인에게 높은 사상적·예술적 성장을 가져다 주어, 러시아의 역사적 운명과 민중의 생활 등에 대하여 깊이 살필 기회를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푸슈킨의 작품은 모두 농노제 때의 러시아 현실을 정확히 그려 냈으며, 깊은 사상과 높은 교양으로 일관되어, 뒤의 러시아 문학의 모든 작가와 유파는 모두 ‘푸슈킨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서: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달관된 입장으로 인생을 말하고 있는 듯 하나 그 속에 배어있는 우울감은 숨길 수 없다.       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신이여, 저를 미치지 않게 하소서.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보따리와 지팡이가 나아요 아니, 고생스럽고 배고픈 게 차라리 더 나아요.   그것은 내가 나의 이성을 존중해서도 아니고 이성과 헤어지는 것이 기쁘지 않아서가 아니요.     나 자유로이 둔다면 그 얼마나 활개치며 어두운 숲으로 달려가리!   열병에 걸린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고 그 얼마나 자유로이 멋진 꿈에 도취되어 나를 잊으리.     그리고 나의 파도소리에 귀기울이고 행복에 가득차서 빈 하늘을 바라보리니   나 그 얼마나 힘차고 자유로우리 들판을 파헤치고 숲을 휘어뜨리는 회오리처럼.     그런데 불행히도 : 미친다는 것은 페스트보다 더 두려운 일,   곧 갇히고 사슬에 묶이리니,   사람들은 창살 사이로 짐승을 찌르듯 찌르러 올 것이고,     그리고 밤에는 들을 것이다. 꾀꼬리의 울 리는 낭랑한 목소리도 아니고   빽빽한 참나무숲의 웅성거림도 아니고 울리는 것은   친구들의 외침소리, 밤의 파수꾼의 욕설, 사슬이 쩔렁이고 삐걱이는 소리뿐       현실속에서 살고 싶어하는 시인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의 법칙을 떠나고자 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다. 삶에 기쁨과 슬픔등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어 살아가고자 함.         시베리아 깊은 광맥속에 제까브리스트 12월 혁명이후 유형간 사람들에게 보내는 시.                    시베리아 깊은 광맥 속에 그대들의 드높은 자존심의 인내를 보존하소서   그대들의 비통한 노력과 높은 정신의 지향은 사라지지 않으리니.     불행의 신실한 누이, 희망은 암흑의 지하 속에서   용기와 기쁨을 일깨우리니 그 날은 오리니:     사랑과 우정이 그대들에게 닿으리니 깜깜하게 닫힌 곳 빗장을 열고   지금 그대들의 감방 그 굴 속으로 나의 자유의 소리가 다다르듯이.     무거운 사슬이 풀어지고 암흑의 방은 허물어지고 - 자유는   기쁨으로 그대들을 마중나오리니 그리고 형제들은 그대들에게 검은 건네리니.        미래에 대한 신뢰, 정신적인 동지의식.  인생, 사회, 세계 등에 대한 사상이 연결됨.    여기서 '광맥'이란 - 그대들이 가지고 있는 그 노력과 정신은  나중에 또 하나의 보물이 되어 발굴되리라는 의미를 추가한다.    마지막연에서 푸쉬킨은 그대들이 옳은 사람들이니  심판해 달라고 하며 검을 건넨다.     작은 새                        머나먼 마을에 이르러 고향의 풍습을 따라서   매맑은 봄철 축제일에 작은 새 놓아 주노라.     비록 한 마리 새이지만 산 것에 자유를 주고   아쉬운 생각은 없으니 나의 마음은 평화로와라.       제 2행의 고향의 풍습이란 당시 러시아 농민들 사이에는   부활주일이면 새를 놓아주면서 행복을 비는 풍습을 말한다.   제3행의 봄철 축제일은 부활절을 말한다.         태워진 편지     안녕, 사랑의 편지여 안녕.   그 사람이 이렇게 시킨 것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나는 주저하고 있었던가,   얼마나 오랜 시간을 나의 손은   모든 기쁨을 불에 맡기려고 맹세하였던가...   하지만 이제 지긋지긋하다.   시간이 찾아 왔다.   불타라, 사랑의 편지여!   나는 각오하고 있지,   마음은 무엇에도 현혹되지 않지.   탐욕스런 불꽃은 벌써 너의 편지를 핥으려 한다...   이제 곧.    활활 타올라 타올라 엷은 연기가 얽히면서   나의 기도와 더불어 사라져 간다.   이미 변치않을 마음을 맹세한   반지로 찍은 자국도 사라지고   녹기 시작한 봉랍이 끓는다...   오오, 신이여 일은 끝났다.   검어진 종이는 휘말리고 말았다.   지금은 가쁜한 재 위에   그 숨겨진 자국들이 새하얗게 남고...   내 가슴은 조여진다.   그리운 재여.   나의 애처로운 운명 위에   그나마 가련한 기쁨이여,   내 한탄의 가슴에 영원히 머물러라...    
234    영국 "천재 련애대장", 명시인 - 바이런 댓글:  조회:6102  추천:0  2015-03-21
  바이런 1788~1824   영국의 시인   런던에서 태어났다. 1798년 제5대 바이런 남작이 죽음으로써 제6대를  상속하여, 조상 대대로 내려 오는 노팅엄셔의 뉴스테드애비의 영주가 되었다. 1805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트리니티 칼리지에 들어갔고, 시집 《게으른 나날》을 펴냈다.    그는 슬프고 애절한 서정성, 날카로운 풍자성이 있는 시들로 근대 유럽 문학의 발전에 공헌하였고, 낭만파 시인의 대표로 꼽힌다.《차일드 해럴드의 편력》이 예기치않은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 때 “자고나니 유명해졌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추 억      아아, 모든 것은 끝났도다!-   꿈이 보여준 그대로,   미래는 이제 희망에 빛나지 않고   나의 행복의 나날은 끝났노라.   불행의 찬 바람에 얼어   내 삶의 동트는 새벽은 구름에 가렸구나,   사랑, 희망 그리고 기쁨이여 안녕!   내 이제 또 하나 잊을 길이 없을까,   추억을!         아, 꽃처럼 저 버린 사람     오, 그 아름다움 한창 피어날 때 저버린 그대   잠든 그대 위엔 묘석일랑 놓지 못하게 하리라.   그대를 덮은 잔디 위엔 오직 장미를 심어   봄이면 새싹 트게 하고   야생 실백편나무 수심어려 휘청거리게 하리라.   때로는 또 저기 푸르게 흐르는 시냇가에   슬픔의 여신 찾아와 고개 숙이며   갖가지 꿈으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고   혹은 머뭇거리고 혹은 사뿐히 걸음 옮기게 할지니   상냥한, 가엾은 그대여!   혹시나 그 발걸음이   고이 잠든 그대를 깨울까 하여이니라.       시용성          사슬 없는 마음의 영원한 정신! 자유여,   그대는 지하 감옥에서 가장 찬연히 빛난다.   그대 사는 곳은 사람의 마음 속이기에   그대를 묶어 놓는 것은 그댈 사랑하는 마음 뿐,   그대 아들들이 족쇄에 채워져 얽매일 때-   그리고 축축한 지하 감옥 햇빛 없는   어둠 속에 던져질 때,   그들의 조국은 그들의 순교로 승리를 얻고   자유의 명성은 그 날개를 널리 펼친다.   시용이여! 그대의 감옥은 오히려 성스러운 곳   그대의 슬픈 돌바닥은 제단이다.   보니바르가 한 때 그 차디찬 돌바닥이 잔디인 양   그의 발자국이 그 모두에 남을 때까지   그 돌바닥을 짓밟고 거닐었기에   아무도 그 발자국들을 지우지 말지어다!   그 발자국들이 폭정을 신에게 호소하는   증거가 되기에.     바벨론 강가에서 앉아서 우리는 울었도다.                       우리는 바벨의 물가에 앉아서 울었도다.   우리 원수들이 살육의 고함을 지르며   예루살렘의 지성소를 약탈하던 그 날을 생각하였도다.   그리고 오 예루살렘의 슬픈 딸들이여!   모두가 흩어져서 울면서 살았구나.     우리가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볼 때에   그들은 노래를 강요하였지만,   우리 승리하는 노래는 아니었도다.   우리의 오른 손, 영원히 말라버릴지어다!   원수를 위하여 우리의 고귀한 하프를 연주하기 전에     버드나무에 하프는 걸려있고   그 소리는 울리지 않는구나. 오 예루살렘아!   너의 영광이 끝나던 시간에   하지만 너는 징조를 남겼다.   나는 결코 그 부드러운 곡조를   약탈자의 노래에 맞추지 않겠노라고.       우리 둘 헤어질 때              말없이 눈물 흘리며     우리 둘 헤어질 때   여러 해 떨어질 생각에     가슴 찢어졌었지   그대 뺨 파랗게 식고     그대 키스 차가웠어   이 같은 슬픔     그때 벌써 마련돼 있었지     내 이마에 싸늘했던     그 날 아침 이슬   바로 지금 이 느낌을     경고한 조짐이었어   그대 맹세 다 깨지고     그대 평판 가벼워져   누가 그대 이름 말하면     나도 같이 부끄럽네     남들 내게 그대 이름 말하면     그 이름 조종처럼 들리고   온몸이 한 바탕 떨리는데     왜 그리 그대 사랑스러웠을까   내 그대 알았던 것 남들은 몰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걸   오래 오래 난 그댈 슬퍼하리     말로는 못할 만큼 너무나 깊이     남몰래 만났던 우리--     이제 난 말없이 슬퍼하네   잊기 잘하는 그대 마음     속이기 잘하는 그대 영혼을   오랜 세월 지난 뒤     그대 다시 만나면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까?     말없이 눈물 흘리며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        '해럴드 공자의 편력' 중에서, 캔토 4, 시 178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   외로운 바닷가에 황홀이 있다   아무도 침범치 않는 곳   깊은 바다 곁, 그 함성의 음악에 사귐이 있다.   난 사람을 덜 사랑하기보다 자연을 더 사랑한다   이러한 우리의 만남을 통해   현재나 과거의 나로부터 물러나   우주와 뒤섞이며, 표현할 수는 없으나   온전히 숨길 수 없는 바를 느끼기에         아테네의 아가씨여, 우리 헤어지기 전에                        아테네의 아가씨여 우리 헤어지기 전에   돌려주오, 오, 내 마음 돌려주오   아니 기왕에 내 마음 떠난 바엔   이젠 그걸 가지고 나머지도 가져가오   나 떠나기 전 내 언? 들어주오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에게해 바람마다 애무한   흘러내린 그대 머리칼에 맹세코   그대의 부드러우 뺨에 피어나는 홍조에 입마주는   까만 속눈썹이 술 장식한 그대 눈에 맹세코   어린 사슴처럼 순수한 그대 눈망울에 맹세코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애타게 맛보고 싶은 그대 입술에 맹세코   저 허리띠 두른 날씬한 허리에 맹세코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사연도   전해주는 온갖 꽃에 맹세코   교차되는 사랑의 기쁨과 슬픔에 맹세코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아테네의 아가씨여! 나는 떠나가리라   님이여! 홀로 있을 땐 날 생각하오   몸은 비록 이스탄불로 달려갈지라도   내 마음과 여혼은 아테네에 있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까? 천만에요!   "내 생명이여, 나 그대 사랑하오"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별이 총총한 구름 한점 없는 밤하늘처럼   그녀는 아름답게 걷는다.   어둠과 빛의 순수는 모두   그녀의 얼굴과 눈 속에서 만나고,   하늘이 찬연히 빛나는 낮에는 주지 않는   부드러운 빛으로 무르익는다.   그늘 한 점이 더하고 빛이 한 줄기만 덜했어도    새까만 머리칼마다 물결치고   혹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밝혀 주는   형언할 바이 없는 그 우아함을 반은 해쳤으리라.   그녀의 얼굴에선 사념이 고요히 감미롭게 솟아나   그 보금자리, 그 얼굴이 얼마나 순결하고 사랑스런가를 말해 주노라.   저 뺨과 이마 위에서   상냥하고 침착하나 힘차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소, 환히 피어나는 얼굴빛은   말해 준다. 착하게 보낸 지난날을   이 땅의 모든 것과 화목한 마음,   순결한 사랑이 깃든 마음을.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이토록 늦은 한밤중에   지금도 사랑은 가슴 속에 깃들고   지금도 달빛은 훤하지만.   칼을 쓰면 칼집이 해어지고   정신을 쓰면 가슴이 헐고   심장도 숨 쉬려면 쉬어야 하고   사랑도 때로는 쉬어야 하니.    밤은 사랑을 위해 있고   낮은 너무 빨리 돌아오지만   이제는 더 이상 헤매지 말자.   아련히 흐르는 달빛 사이를......       출생일 1788. 1. 22, 런던 사망일 1824. 4. 19, 그리스 메솔롱기온 국적 영국 요약 시 작품과 특이한 개성으로 유럽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시집 〈게으른 나날〉을 출판하며 시인의 길로 들어선 그는 상원의원이 된 뒤 그리스를 방문하는 동안 깊은 인상을 받았다. 1812년 상원의원으로서 첫 연설을 했으며, 그해 〈차일드 해럴드의 여행〉이 출판되어 순식간에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이 시는 이국땅을 생생하면서도 시적으로 그려낸 데다가 당시 문학으로서는 처음으로 낭만적인 이상과 현실세계 사이의 불균형을 표현했다.  한때 그는 방탕한 생활에 빠졌으나 테레사 백작부인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그는 런던의 그리스 위원회로부터 독립전쟁을 하고 있는 그리스인들을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는 이 전쟁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그리스 병사들을 직접 통솔하기도 하고 비용도 댔다. 하지만 열병에 걸렸고 곧 죽었다. 그는 사사로운 욕심없이 한 나라를 구하고자 애쓴 자의 상징이자 그리스의 국가적 영웅이 되었다. 목차 접기 개요 초기생애와 여행 외국 생활 개요 시 작품과 특이한 개성으로 유럽인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대표작으로 〈차일드 해럴드의 여행 Childe Harold's Pilgrimage〉(1812~18) 과 〈돈 주안 Don Juan〉(1819~24)이 있다. 그리스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가 열병과 출혈로 죽었다. 초기생애와 여행 바이런은 태어날 때부터 다리가 휘어 있었다. 어린시절 어머니와 함께 스코틀랜드의 애버딘으로 가서 적은 수입으로 세를 얻어 살았다. 절름발이라는 사실에 매우 민감했던 소년시절에 애버딘 그래머 스쿨에 다녔다. 조숙해 9세 때 벌써 유모 메이 그레이에게 애정을 느끼게 되었다. 이때의 경험과 먼 친척인 메리 더프와 마가렛 파커에 대해 머리 속에서 그려낸 사랑 때문에 여성에 대해 모순된 태도를 갖게 되었다. 10세 때 '부도덕한' 큰아버지 바이런 경의 칭호와 재산을 물려받게 되자 어머니는 자신에 차서 잉글랜드로 데리고 갔다. 바이런은 오래전에 헨리 8세가 바이런 집안에 준 뉴스테드 저택의 유령이 나올 것 같은 홀과 넓은 정원을 좋아해서 어머니와 함께 폐허가 된 그곳에서 한동안 살았다. 노팅엄에서 개인교습을 받았으며, 라벤더라는 돌팔이의사로부터 다리 치료를 받았다. 어머니의 변호사 존 한슨은 바이런이 메이 그레이의 나쁜 영향과 엉터리 치료사 라벤더, 어머니의 변덕스러운 성격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었다. 또 그는 바이런을 런던으로 데리고 가서 유명한 의사가 지시한 특수한 교정기를 쓰게 했으며 1799년 가을 덜위치에 있는 학교에 보내주었다. 1801년 해로 스쿨에 입학해 그곳의 소년들과 친해지면서 학교에 낭만적인 애착을 갖게 되었다. 그들과의 우정을 통해 성적(性的)으로 이중적인 경향을 갖게 되었으며, 이러한 점은 뒷날 케임브리지나 그리스에서 더욱 뚜렷해진다. 1803년 여름을 어머니와 함께 노팅엄 근교의 사우스웰에서 보냈지만 곧 뉴스테드로 달아나 차가인(借家人)인 그레이 경과 함께 지내면서 그레이 경의 먼 친척인 메리 초워스에게 구애를 했다. 그러나 그녀가 '절름발이 소년'에 대해 싫증을 느끼자 우울한 시를 써 슬픔에 빠져들었는데 이 시에서 그녀는 이상화된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상징이 되었다.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1학기를 보낸 뒤, 런던에서 방탕하게 생활했기 때문에 많은 빚을 졌다. 1806년 여름에 사우스웰로 돌아와 초기시를 책으로 묶어서 11월에 〈덧없는 시편들 Fugitive Pieces〉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자비(自費)로 인쇄했다. 이듬해 6월에는 처음으로 시집 〈게으른 나날 Hours of Idleness〉이 출판되어 정식으로 선보였다. 트리니티로 돌아와 존 캠 호브하우스와 밀접한 교류를 하게 되면서 진보적인 휘그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808년초 런던에서 '관능의 심연'에 빠져 건강을 해쳤다. 1809년 1월에 상원의원이 되었으며, 익명으로 풍자시 〈잉글랜드 시인과 스코틀랜드 비평가 English Bards and Scotch Reviewers〉를 출판했다. 그뒤 하브하우스와 긴 여행길에 올랐다. 배로 리스본에 가서 스페인을 횡단해 지브롤터를 지나 몰타까지 갔다. 그곳에서는 어떤 유부녀를 사랑하게 되어 그녀 때문에 결투를 벌이기도 했다. 그뒤 두 사람은 그리스의 프레베자에 와서 내륙여행을 시작해 자니나(요아니나)로 갔으며 알리 파샤를 방문하기 위해 알바니아의 테펠레네에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자니나에서 자전적인 시 〈차일드 해럴드의 여행〉을 쓰기 시작해 아테네까지 여행할 동안 계속 썼다. 그들이 하숙한 집 과부의 딸 테레사 마크리를 바이런은 '아테네의 처녀'라고 찬미했다. 1810년 3월 하브하우스와 함께 스미르나를 거쳐 콘스탄티노플에 갔으며, 헬레스폰트 어귀에서 바람이 자서 배가 더이상 갈 수 없자 트로이의 옛터를 방문하고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레안드로스를 흉내내 해협을 헤엄쳐서 건넜다. 바이런이 그리스에서 지내면서 받은 인상은 오래도록 남았다. 그는 햇빛과 그리스인들의 도량을 즐겼다. 1811년 7월 14일 런던에 도착했으나 뉴스테드의 어머니 곁에 가기 전 8월 1일 어머니가 죽었다. 1812년 2월 27일 상원의원으로서 첫 연설을 했으며, 3월초에 〈차일드 해럴드의 여행〉이 존 머리에 의해 출판되어 순식간에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이 시는 이국땅을 생생하면서도 시적으로 그려낸 데다가 프랑스 혁명이 끝난 뒤 나폴레옹 통치기간 동안의 우울함과 환멸을 표출했다. 당시 문학으로서는 처음으로 솔직하게 낭만적인 이상과 현실세계 사이의 불균형을 표현했다. 바이런은 휘그파 모임에서 명사 취급을 받았으며, 이 절름발이 미남 시인은 정열적인 캐롤라인 램 부인, 중년의 옥스퍼드 부인, 이복누이인 오거스타 리, 프랜시스 웹스터 부인 등과 사귀었다. 연애로 인한 흥분과 묘한 죄책감과 기쁨이 이무렵에 쓴 동방의 이야기에 반영되어 있다. 결혼해 도망갈 계획을 세우고 1814년 9월에 앤 이사벨라(안나벨라) 밀뱅크에게 청혼했고, 1815년 1월 2일 결혼했다.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닌 신혼여행을 마치고 3월에 런던에 정착했다. 뉴스테드를 파는 문제가 지연되어 재정적인 곤경에 빠지게 되었다. 곧 집이 압류되었고 자신의 출판업자인 존 머리의 집으로 피신했다. 오거스타 리가 찾아오자, 빚과 안나벨라의 신경과민 때문에 화난 바이런은 술김에 횡설수설하며 자신의 과거 죄에 대해 암시하기도 했다. 12월 10일 아내가 딸 오거스타 에이다를 낳았으나 다음해 1월에 딸을 데리고 친정으로 간 뒤 그에게 돌아오지 않겠다고 알렸다. 그녀가 이렇게 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소문만 무성했는데 주로 바이런과 오거스타 리의 관계에 관심이 모아졌다. 소문이 커지자 바이런은 법적으로 이혼을 하고 외국으로 간 뒤 영국에 돌아오지 않았다. 외국 생활 워털루 전투지를 방문한 뒤 스위스에 갔다. 제네바 근처의 빌라 디오다티에서 시인 퍼시 비시 셸리와 그의 아내이자 윌리엄 고드윈의 딸인 메리, 고드윈이 2번째 결혼으로 얻은 의붓딸 클레어 클레어먼트와 사귀었는데, 클레어먼트는 영국을 떠나기 전 바이런과 특별한 사이였다고 넌지시 말한 적이 있다. 셸리와 함께 보트로 호수 입구까지 간 것을 소재로 해 〈시용의 죄수 Prisoner of Chillon〉를 썼으며 디오다티에서 〈차일드 해럴드의 여행〉을 완성했다. 여름이 다 갈 무렵 셸리 일행은 영국으로 갔는데 클레어먼트는 바이런의 사생아인 딸(1817. 1. 12 출생, 이름을 알레그라라고 바이런이 지어줌)을 데리고 갔다. 하브하우스와 함께 한 베른 오버란트 산맥 여행은 〈맨프레드 Manfred〉의 배경이 되었다. 이 작품은 파우스트적인 시극으로서 내면에 깔린 죄책감과 회한, 인간은 "반은 먼지요 반은 신이며, 가라앉을 수도 비상할 수도 없다"라는 구절에 담겨 있다시피 낭만주의 정신의 좌절을 표현했다. 10월 5일 바이런은 하브하우스와 함께 이탈리아로 떠났다. 그는 베네치아 포목상의 집에 묵었는데, 검은 눈을 가진 안주인 마리안나 세거티와 사랑에 빠졌다. 산라자로 수도원에서 아르메니아어를 공부했으며, 가끔 그 지방의 문학모임에도 참석했다. 5월에 로마에서 하브하우스와 만나 유적을 돌면서 인상적인 부분은 〈차일드 해럴드의 여행〉 제4편에 기록했다. 브렌타 강변의 라미라에 있는 여름 별장에서 이탈리아의 풍습을 신나게 풍자한 〈베포 Beppo〉를 썼다. 이곳에서 빵 제조업자의 아내 마르가리타 코그니를 만났다. 그녀는 베네치아까지 그를 따라와 결국 마리안나 세거티를 물리치고 그의 사랑을 받았다. 1818년 여름 동안 자신의 경험과 직접 관련된 사실적인 풍자시 〈돈 주안〉의 제1편을 완성했다. 클레어는 사생아 알레그라를 그가 양육하라고 보냈으며 계속 충고를 해 귀찮게 했다. 뉴스테드 저택이 팔려서 마침내 대부분의 빚을 갚고 적은 수입도 얻게 되었다. 1818년에 셸리를 비롯한 사람들이 그를 방문했을 때, 그는 살이 찌고 머리는 길며 백발로 변해 나이보다 늙어보였으며 방탕한 생활에 빠져 있었다. 1819년 4월에 테레사 구이치올리 백작부인을 우연히 만나면서 인생의 방향이 바뀌었다. 19세 때 나이가 거의 3배나 많은 남자와 결혼한 테레사를 만나자 며칠 만에 사랑에 빠졌다. 바이런은 라벤나까지 쫓아갔으며 그들은 베네치아에 돌아와 남편이 데리러 올 때까지 함께 지냈다. 바이런은 테레사의 시종 자격으로 1820년 1월에 다시 라벤나에 갔다. 여기에서 테레사의 아버지, 오빠와 친해져서 그들의 소개로 비밀혁명단체인 카르보나리당에 들어갔으며 이탈리아인의 생활을 어느 때보다 가깝게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카르보나리당에 무기를 주었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호품을 주었다. 이때가 일생중에서 가장 행복하고 생산적인 시기였다. 〈단테의 예언 The Prophecy of Dante〉과 〈돈 주안〉의 3편(canto), 시극(詩劇) 〈마리노 팔리에로 Marino Faliero〉·〈사르다나팔로스 왕 Sardanapalus〉·〈포스카리 The Two Foscari〉·〈카인 Cain〉 등은 모두 1821년에 출판되었으며, 시인 로버트 사우디를 풍자한 〈심판의 계시 The Vision of Judgment〉를 썼다. 그러나 반란이 실패하여 테레사의 아버지와 오빠가 추방되고 남편과 헤어진 테레사도 그들을 따라 가버리자 바이런은 어쩔 수 없이 피사로 와서 셸리가 빌려준 아르노 강변의 카사랑프란치에서 살게 되었다. 1821년 11월 1일 그는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딸 알레그라를 라벤나 근교의 수녀원에서 교육받도록 맡기고 왔는데 그녀는 이듬해 4월 20일에 죽었다. 테레사의 아버지와 오빠가 피사에서 임시 피신처를 마련하고 있어서 바이런은 매일 그녀를 방문했고, 그해 초여름에 그들이 레그혼에 가버리자 바이런도 셸리가 사는 레리치 만 가까이에 별장을 빌려놓았다. 레그혼에서는 시인 리 헌트가 셸리와 바이런의 새 잡지 참여를 권유하기 위해 영국에서 찾아와 7월 1일 바이런과 만났다. 헌트와 그의 가족은 피사에 있는 바이런의 집 아래층에 머물게 되었고 바이런과 테레사도 그녀의 아버지와 오빠가 토스카나에서 쫓겨난 뒤에 피사로 돌아왔다. 7월 8일 셸리가 물에 빠져 죽자 헌트는 바이런에게 완전히 의지했고, 바이런은 그의 여행비와 아파트 얻을 돈을 빌려주었다. 헌트는 좋은 친구였지만 그의 아내가 도덕적으로 타락하고 아이가 6명이나 되어서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9월말 바이런은 테레사의 가족이 피신해 그가 살 큰 집을 마련해놓은 제노바의 교외로 이사했다. 셸리의 부인 메리는 헌트가(家)와 함께 살 집을 그 근처에 따로 얻었다. 헌트의 형제 존이 런던에서 간행한 새 잡지 〈리버럴 The Liberal〉의 첫호에 〈심판의 계시〉를 기고했다(1822. 10. 15). 바이런은 잡지에 대한 관심이 식었으나 헌트를 계속 도왔고 〈리버럴〉에 원고를 보냈다. 출판업자인 존 머리와 다툰 뒤에는 〈돈 주안〉의 제6~16편과 〈청동시대 The Age of Bronze〉·〈섬 The Island〉 등 후기작품도 존 헌트에게 주었다. 테레사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쉬면서 조국에 자신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열망하던 중, 1823년 4월에 런던의 그리스 위원회로부터 투르크에 대항해서 독립전쟁을 하고 있는 그리스인들을 돕는 요원으로서 활동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였다(그리스 독립전쟁). 바이런은 7월 16일 전세배를 타고 제노바를 떠나 8월 2일 이오니아 제도의 케팔로니아 섬에 도착해 메타사타에 자리잡았다. 그는 그리스 군함을 마련하려고 4,000파운드를 보냈으며 12월 29일에 서부 그리스 부대의 지도자인 알렉산드로스 마브로코르다토스 왕자와 합류하려고 메솔롱기온으로 갔다. 그는 투르크가 장악한 레판토 요새를 공격하는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열성적으로 참여했다. 포병대에 발사전문가를 고용하고, 그리스에서 가장 용감한 솔리옷 병사들을 직접 통솔했으며 비용도 댔다. 또한 파당을 화해시켜 그리스 서부와 동부를 통합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1824년 2월 15일 심한 병과 통상적인 사혈(瀉血)요법에 의해 몸이 약해진 데다가 솔리옷군이 일으킨 반란을 통해 그들의 탐욕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리스를 위한 열정이 줄지는 않았지만 좀더 현실적으로 문제를 보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케팔로니아에서 데려온 시종이며 마지막 고통에 찬 시를 써서 보내기도 한 그리스 소년 루카스 찰란드리트사노스와 가끔 불화가 생겨 정신적인 고통을 느꼈다. 그는 살로나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할 계획을 세웠으나 열병에 걸렸고 의사가 고집한 사혈요법으로 병이 더 악화되어 곧 죽었다. 그리스 전체가 그의 죽음을 슬퍼했으며, 그는 사사로운 욕심없이 한 나라를 구하고자 애쓴 자의 상징이자 그리스의 국가적 영웅이 되었다. 시체는 영국으로 옮겨졌으나 웨스트민스터 대사원의 안치가 거부되어 뉴스테드 근처에 있는 집안 납골당에 묻혔다. 묘하게도 145년 뒤인 1969년에 그를 기념하는 비가 웨스트민스터 대사원에 세워졌다. ============================@@ =================================@@@ 2010년 5월 3일,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터키의 다르다넬스 해협을 건너는 수영대회가 열렸다. 200년 전에 이곳을 헤엄쳐 건넌 어느 영국인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에게해와 흑해를 잇는 4㎞의 물길을 맨몸으로 헤엄쳐 수영을 스포츠의 하나로 만든 그는 영국의 귀족이며 시인인 바이런(1788~1824)이었다.  바이런의 무모한 도전 덕분에 오늘날 올림픽 종목에 수영이 포함됐다. 바이런도 생전에 자신의 가장 큰 성취는 (시가 아니라!) 다르다넬스 해협을 헤엄친 일이라고 자랑했다. 태어나면서부터 다리를 약간 절던 그는 땅에서는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누리며 거친 물살을 갈랐을 게다. 1810년에 4㎞를 1시간 10분 만에 헤엄쳤다고 하는데, 그로부터 200년 뒤인 2010년에 바이런을 흠모하여 폭이 5㎞인 다르다넬스 해협 횡단에 참여한 139명의 젊은이 중 최단기록은 1시간 27분이었다. 바이런은 수영뿐만 아니라 권투와 승마에도 능한 스포츠맨이었다.  바이런을 말하려면 하루 종일 떠들어도 모자란다. 그는 블레이크의 뒤를 이어 영국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시인이며, 철학자이며(바이런은 버트런드 러셀이 저술한 ‘서양철학사’에 당당히 한 장을 차지한다), 당대 최고의 유명인사였고, 가는 곳마다 스캔들을 남긴 바람둥이였고, 그를 본 여자들은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다운 외모의 매력남이었고, 매일 밤 머리에 컬을 고정시키는 종이를 붙이고 잠을 자는 멋쟁이였고, 러다이트 운동을 열렬히 옹호한 사회개혁가였고, 그리스의 독립을 위해 직접 총을 든 영웅이었다. 그리스·터키 전쟁에 참전해 얻은 열병으로 36세에 죽음으로써 바이런의 신화는 완성됐다.      아시아와 유럽을 나누는 해협을 헤엄친 뒤에 영국으로 돌아온 바이런을 하루아침에 유명인사로 만든 시집,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Childe Harold’s Pilgrimage)에 실린 ‘이네즈에게’(To Inez)를 감상하며 바이런 찬사를 끝맺어야겠다.   아니, 우울한 내 이마에 미소 보내지 말아요.  아! 나는 다시 웃을 수 없으니.  그러나 하늘이 그대에게서 울음을 거두어 주기를, 아마도 헛된 눈물일 테지만.  즐거움과 청춘을 녹슬게 하는 어떤 내밀한 고뇌를 내 가슴에 감추고 있냐고 그대는 묻는가?  그대도 달랠 수 없는 이 깊은 고통을  알려고 헛되이 애쓰지 마세요.  나의 현재 상태를 견디지 못해,  내가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것에서 날 떠나게 하는 것은 사랑도 미움도 아니지요.  천한 야심이 얻은 명예를 잃어서도 아니지요.  내가 만나고, 듣고 본 모든 것에서부터  솟아난 권태 때문입니다.  어떤 미인도 날 즐겁게 하지 않으니;  그대의 눈도 나를 매혹하기 힘들지요.  ……(중략)  저주스런 추억 가득 안고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아야 하는 나;  내가 아는 유일한 위안은,  무슨 일이 일어나건, 이미 내가 최악(最惡)을 경험했다는 것. 그 가장 나쁜 일이 무엇이냐고 묻지 마세요-  연민이 있다면 알려고 하지 마세요.  남의 마음속을 들춰서  거기 있는 지옥을 엿보려 하지 말고, 다만 미소를 보내주세요. Nay, smile not at my sullen brow,  Alas! I cannot smile again:  ……(중략)  It is not love, it is not hate,  Nor low Ambition’s honours lost,  That bids me loathe my present state,  And fly from all I prized the most:  It is that weariness which springs  From all I meet, or hear, or see:  To me no pleasure Beauty brings;  Thine eyes have scarce a charm for me.  ……(중략)  Through many a clime ‘tis mine to go,  With many a retrospection curst;  And all my solace is to know,  Whate’er betides, I’ve known the worst.  What is that worst? Nay, do not ask -  In pity from the search forbear:  Smile on--nor venture to unmask  Man’s heart, and view the hell that’s there  *    아, 바이런. 저주받은 시인이여. 이런 노티 나는 시를 썼을 때 그의 나이 겨우 스물두 살이었으니. 바이런의 생몰 연대를 확인하고 나는 한숨짓는다. 이토록 깊은 회한을, 세상의 그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는 고뇌를 이십대에 이미 알았으니 서른여섯 살에 낯선 땅에서 죽을 수밖에. [출처: 서울신문 ========================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1788~1824)은 문학사상 최고의 미남에다 연애대장이다. 버트런드 러셀은 에서 시인으로는 유일하게 거론, 한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사악한’ 귀족이던 종조부(큰할아버지)의 남작 작위를 승계한 이 시인이 “찬미한 자유란 독일 왕이나 체로키 인디언 추장의 자유이지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이 생각하거나 향유할 수 있는 열등한 자유가 아니었다”( 서상복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고 러셀은 말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자유가 “열등한” 것이란 표현에는 동조할 수 없지만 바이런이 추구했던 악마적인 ‘자유’의 실체에 대한 설명으로는 매우 설득력이 있다. 노동권 옹호한 만능 스포츠맨 그의 모험담들, “자유사상가들의 용기를 뛰어넘는 죄”의 실체를 러셀은 “바이런 가문에 속한 이스마엘의 자손이었기 때문”이라고 규명한다. 그는 사탄에 카인이며, 프로메테우스이자 아폴론, 돈 판(돈 후안)이자 카사노바다. 키 174cm, 몸무게 60~89kg 사이를 오락가락했던 그는 잔혹한 다이어트로 날씬함을 유지했고, 태어나면서 절름발이였지만 복싱·승마·수영·크리켓·펜싱 등 스포츠 만능으로 불릴 만큼 몸을 단련했다. 상원의원 바이런이 한 첫 국회 연설은 노팅엄 양말공장 노동자의 폭동을 진압 위주에서 고통 경감으로 바꾸라고 비판한 것(1812년 1월15일)이었고, 두 번째 발언은 노동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노동법의 부당성을 비판(2월27일)한 것이었다. 세계 노동운동사에서 ‘러다이트 운동’으로 기록된 이 투쟁은 1760년대부터 1830년대에 걸친 한 흐름이었다. 산업혁명 뒤 기계화로 편직(編織) 노동자의 해고가 급증하자 이에 반대한 노동자들이 밤중에 6~50명씩 무리지어 고용주의 편물기기를 부수는 투쟁이 영국에선 1811~17년에 고조됐다. 양말 제조업체에선 1811~12년, 레이스 제조 기계들에 대한 투쟁은 1816년에 절정을 이뤘다. 이복누나와의 불륜   스위스 몽트뢰의 시옹성(왼쪽 사진). 지하감옥 벽에 바이런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오른쪽 사진). 임헌영
233    명시인 - 윌리암 워즈워드 댓글:  조회:2686  추천:0  2015-03-21
윌리암 워즈워드 1770~1850   영국의 시인   잉글랜드 북부에서 태어났다. 영국의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계관 시인’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였고, 프랑스 혁명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나, 프랑스 혁명으로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국교가 악화되자 그는 공화주의적인 정열과 조국애와의 갈등으로 깊은 고뇌에  빠졌다. 그 때 쓴 비극 〈변경 사람들〉에는 혁명과 합리적 급진주의에 대한 반성이 엿보인다. 시인으로서의  명성은 1820년부터 점차 높아졌다. 그의 작품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감수성이 잘 나타나 있으며, 낭만주의와 자연주의가 잘 조화되어 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시집 《서정 민요집》 《틴턴 수도원의 시》 등이 있다.           무지개     하늘에 무지개 바라보면 내 마음 뛰노나니,   나 어려서 그러하였고   어른 된 지금도 그러하거늘   나 늙어서도 그러할지어다.   아니면 이제라도 나의 목숨 거둬 가소서.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願)하노니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천생의 경건한 마음으로 이어질진저...     수선화      골짜기와 언덕 위를 하늘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외로이 헤매다가 문득 나는 보았네,   수없이 많은 황금빛 수선화가 크나큰 무리지어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은하수를 타고 빛나고 반짝이는 별들처럼   잇따라 수선화는 호반의 가장자리에   끝없이 줄지어 뻗쳐 있었네.   나는 한눈에 보았네,   흥겨운 춤추며 고개를 살랑대는 무수한 수선화를.   호숫물도 옆에서 춤추었으나   반짝이는 물결보다 더욱 흥겹던 수선화,   이토록 즐거운 벗과 어울릴 때   즐겁지 않을 시인이 있을건가,   나는 보고 또 보았다.   그러나 그 광경이 얼마나 값진 재물을   내게 주었는지 나는 미처 몰랐었다.   이따금 하염없이, 혹은 수심에 잠겨   자리에 누워 있으면 수선화는   내 마음 속 눈 앞에서 반짝이는 고독의 축복,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춤을 춘다.         뻐꾸기에 부쳐                   오, 유쾌한새 손(客)이여! 예 듣고 지금 또 들으니 내 마음 기쁘다.   오, 뻐꾸기여! 내 너를 '새'라 부르랴, 헤매는 '소리'라 부르랴?     풀밭에 누워서 거푸 우는 네 소릴 듣는다.   멀고도 가까운 듯 이 산 저 산 옮아가는구나.     골짜기에겐 한갓 햇빛과 꽃 얘기로 들릴 테지만   너는 내게 실어다 준다. 꿈 많은 시절의 얘기를     정말이지 잘 왔구나 봄의 귀염둥이여!   상기도 너는 내게 새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하나의 목소리요, 수수께끼.     학교 시절에 귀 기울였던 바로 그 소리,   숲 속과 나무와 하늘을 몇 번이고 바라보게 했던 바로 그 울음 소리     너를 찾으려 숲 속과 풀밭을 얼마나 헤매었던가.   너는 여전히 내가 그리는 소망이요 사랑이었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지금도 들판에 누워 네 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일라치면 황금빛 옛 시절이 돌아온다.     오, 축복받은 새여!   우리가 발 디딘 이 땅이 다시 꿈 같은 선경(仙境)처럼 보이는구나. 네게 어울리는 집인 양.     추수하는 아가씨                  보아라 혼자 넓은 들에서 일하는 저 아일랜드 처녀를,   혼자 낫질하고 혼자 묶고 처량한 노래 혼자서 부르는 저 처녀를   여기에서 잠시 쉬든지 가만히 지나가라 오 들으라! 깊은 골짜기 넘쳐흐르는 저 소리를     아라비아 사막 어느 그늘에서 쉬고 있는 나그네 나이팅게일 소리 저리도 반가우리,   멀리 헤브리디즈 바다 적막을 깨뜨리는 봄철 뻐꾸기 소리 이리도 마음 설레리     저 처녀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말해 주는 이 없는가   저 슬픈 노래는 오래된 아득한 불행 그리고 옛날의 전쟁들   아니면 오늘 흔히 있는 것에 대한 소박한 노래인가     아직껏 있었고 또다시 있을 자연적인 상실 또는 아픔인가   무엇을 읊조리든 그 노래는 끝이 없는 듯 처녀가 낫 위에 허리 굽히고 노래하는 것을 보았네   나는 고요히 서서 들었네 그리고 나 언덕 위로 올라갔을 때   그 노래 들은 지 오랜 뒤에도 음악은 가슴 깊이 남아 있네       초원의 빛                                     한 때엔 그리도 찬란한 빛으로서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져가는   돌이킬 길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는 서러워하지 않으며 뒤에 남아서 굳세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티없이 가슴에 품어서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어서   죽음도 안광에 철하고 명철한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       워즈워드의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력에 의해 환상으로 바뀐 인공적인 자연이라고 한다.     가여운 수잔의 환상                       우드가 모퉁이에, 해가 떠오를 때면 목청 돋우어 우는 한 마리 티티새, 지난 3년 동안 한결같았다.   가여운 수잔이 이곳을 지나다 고요한 아침에 그 노랠 들었었다. 황홀한 그 노랫소리; 무슨 번민이라도 있단 말인가?   수잔은 본다 솟아 오르는 산, 나무들의 환영을;   뭉개뭉개 떠오르는 빛나는 안개는 로드 버리를 지나 미끄러져 가고, 한 줄기 강이 치잎사이드의 골짜기를 흘러내린다.   푸른 목장을 그녀는 본다. 작은 골짜기의 한복판에서, 양동이 하나 들고 그녀가 자주 오르내렸던 그 골짜기,   그리고 비둘기장 같은 한 채의 오두막집을 본다.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단 하나의 집을,   이 모두를 보고 그녀의 마음은 천국에 잠긴다, 그러나 그 모두는 사라진다.   안개도 강물도 언덕도 그늘도, 시냇물은 흐르려 하지 않고, 언덕도 솟아나려 들지 않는다. 온갖 아롱진 빛이 모두 다 그녀의 눈에서 사라져 버렸다.  
232    명시인 - 쉘리 댓글:  조회:2642  추천:0  2015-03-21
1792-1822 쉘리   30세의 생일을 맞기도 전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일생동안 세상의 구조적인 악에 대항하면서 살다 간 영국의 낭만기 시인이며, 그의 시는 사회의 악을 타도하고 인류의 완전한 자유를 쟁취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시인의 목소리였다.     오지만디아스     나는 고대의 나라에서 온 나그네를 만났는데 그의 이야기이다:   몸뚱이 없는 커다란 돌 다리 두개가 사막에 서있다. 그 근처 모랫속에는   깨어진 얼굴이 반쯤 묻혀있다. 찌푸린 얼굴로 굳게 다문 입, 차갑게 내려다보는 멸시의 표정엔   조각가가 분출한 열정이 생명 없는 물체에 각인되어 있어서 이들을 묘사한 손과 심장의 박동이 아직도 살아남아 있는 것 같다.   받침대엔 이런 말이 써있다.     나의 이름은 왕중의 왕, 오지만디아스다.   너희들 위대한 자들아, 내 업적을 보고 두손을 들어라!     붕괴된 거대한 폐허 주위에는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적막하고 솟은 것 없이 평평하게 끝없이 뻗어있는   텅 빈 사막 밖에는!       사랑의 철학     샘물이 모여서 강물 되고 강물이 합해져 바다가 된다.   하늘의 바람은 영원히 달콤한 감정과 섞인다.   세상에 외톨이는 없는 법이라 만물은 하늘의 법칙을 따라서 서로서로 다른 것과 어울리는데 어찌 내가 당신과 짝이 못 되랴?   보라! 산은 하늘과 입맞춤하고 물결은 물결끼리 서로 껴안는다.   동기끼리 얕보는 수가 없는 법이니 꽃다운 누이도 용서하지 않으리라.   햇빛은 대지를 껴안고 있고 달빛은 바다에 입맞춤한다.   하지만 그대 내게 입맞추지 않는다면 그 모든 입맞춤이 무슨 송요이 있으랴.       음악은                     음악은 부드러운 가락이 끝날 때 우리의 추억 속에 여운을 남기고   꽃향은 향기로운 오랑캐꽃 시들 때 깨우쳐진 느낌 속에 남아 있느니   장미꽃 잎사귀는 장미가 죽었을 때 사랑하는 사람의 침상에 쌓이듯,   이처럼 그대 가고 내 곁에 없는 날 그대 그린 마음 위에 사랑은 잠든다.     서풍의 노래                                     I   오, 사나운 서풍, 너 가을의 숨결이여! 너의 존재 앞에서 휘몰리는 죽은 잎새들은 눈에는 안 보여도 마술사에게 쫓기는 유령의 무리와 같도다 .   누런, 검은, 파리한, 혹은 빨간 열기띄운 열병에 걸린 저 무리들, 오, 너는 그 무리들을 검은 겨울의 잠 자리로 몰아친다.   그러면 그들 날개돋친 씨앗들은 그 무덤 속에 시체되어 차디차게 사그라져 잠드나니, 너의 하늘빛 봄 누이가 꿈꾸는 대지위에   그 나팔을 붙어대어(향기로운 꽃봉오리를 풀뜯는 양떼처럼 활짝 공중으로 휘몰아서) 산과 들을 생기솟는 빛깔과 향기로 가득 채우는 그날이 올 때까지.   거센 정신이여, 그 어디든 떠도는 너는 파괴자이며 또한 보존자, 들으라. 오, 나의 말을.                          II   네가 흘러가면 가파른 천공에는 난동이 일고, 그러면 흩어지는 구름은 대지위에서 썩어가는 낙엽처럼 하늘과 대양에 얽힌 가지로부터 우수수 떨어진다.   비와 번개의 사자들, 너의 하늘거리는 물결의 푸른 표면엔, 어느 사나운 '미내드'의 머리 위에 치솟은 빛나는 머리단처럼,   희미한 지평선 언저리에서 천당 끝 닿는데 이르기까지 다가오는 폭풍우의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너, 한 해가 저물어 밤을 불러오는 만가여, 너의 온갖 증기 한데 뭉친 막강한 힘은 거대한 둥근 무덤되고 그 천정을 이룰지니,   이제 그 凝固한 대기로부터, 새까만 비와, 불길과, 우박이 터져나오리라. 오, 들어보라!                    III   '베이이'만에 뜬 浮石의 섬가에 누워 수정물결 감도는 파도소리에 잠들어 여름날의 꿈에 잠겼던 푸른 지중해를 일깨운 너,   눈 앞에 그려만 보아도 감각이 아찔해지는 하늘색 이끼와 향기로운 꽃속에 파묻힌 옛 궁전과 탑들이 물결에 반사되어   더욱 강렬한 햇빚 속에서 떨고 있는 것을 꿈결에 그려 보는 지중해를 일깨운 너, 네가 길을 나서면 강대한 대서양의 잔잔한 물결 또한   스스로 쪼개져 나가 길을 터주고 저 아래 바닷가엔 바다꽃, 즙없는 잎새 우거진 습기찬 바다숲이   너의 목소리 듣고 겁에 질려 졸지에 백발되고 온 몸을 떨어 잎을 떨어뜨린다. 오, 들어보라!                           IV   내 만일 휘날리는 한 잎 낙엽이라면, 내 만일 너와 함께 날아가는 날센 한 조각 구름이라면, 너의 힘에 짓눌려 헐덕이면서도 너의 힘찬 맥박을     함께 나누는 파도라면, 그 자유만 너보다 못할 뿐일진대, 제어할 수 없는 자여! 내 아직도 내 어린 시절같아,   너의 하늘 방랑길 친구가 되었으련만, 그래서 하늘 달리는 너를 앞지르는 것이 결코 공상만은 아니었던 그 시절의 나라고 할지라도,   나는 이토록 간절한 소망의 기원속에서 너와 겨루지는 않으리라. 오, 이 내 몸 일으켜다오. 파도처럼, 잎새처럼, 구름처럼! 나는 인생의 가시밭에 쓰러진다! 나는 피흘린다!   짓누르는 시간의 중압이 나를 사슬로 묶고 굽혀 버렸도다. 길들줄 모르고, 민첩하고, 자존심 강한, 너무나도 너와 같았던 나를                          V   이 내 몸 너의 거문고 되게하라, 숲이 그러하듯이 내 잎새들이 숲의 그것처럼 떨어진들 그 어떠랴! 너의 장대한 조화로운 소음이 내 몸과 숲을 올려   심오한 가을의 음조를, 슬픔속에도 깃든 감미로운 애조를 얻을진저, 너 맹렬한 정신이여, 이 내 정신 되어다오 ! 네가 나 되어라, 격렬한 자여!   나의 죽은 사상을 마른 잎새 휘몰아치듯, 우주로 날려 신생을 재촉하라! 그리고 이 시를 주문삼아   꺼지지 않은 화덕에서 재와 불꽃을 날리듯 이 내 말을 온 누리에게 퍼뜨려 다오! 내 입술을 통해 잠깨지 못한 대지를 향해 부는   예언의 나팔이 되라! 오, '바람' 이여, 겨울이 오면 봄이 멀 수가 있겠는가?                                     제인에게   별의 반짝임은 그지없이 해맑고 그런 속에 아름다운 달이 떠올랐다.   그리운 제인이여. 기타 소리를 계속 울렸으나   네가 노래하기까지는 그 가락조차도 즐겁지가 않았다.   달의 부드러운 빛이 하늘의 흐릿하며 싸느다란 별빛에 던져지는 것처럼   그대의 한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는 그때 혼을 지니고 있지 않는 현에다 스스로의 혼을 주었다.   오늘밤 조금 후에 달은 잠들고 말겠지만 별들은 눈뜨고 있으리라.   네 노래의 가락이 기쁨의 이슬을 뿌리는 동안 나뭇잎은 하나도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 울림소리는 나를 쳐 부수지만 마음속 스며드는 네 그 목소리로 노래 한 곡 다시 한번 불러 달라.   우리 세계와는 멀리 떨어진 세계에 속하는 것 거기서는 음악과 햇빛과 감정이 모두가 하나가 되는 것이겠지  
231    명시인 - 죤 키츠 댓글:  조회:2627  추천:0  2015-03-21
  죤 키츠 1795~1821   영국의 시인   런던 출생.    클라크 사숙 재학 중에 학교 도서를 모조리 탐독하였고, 특히 영국의 시인과 그리스, 로마의 신화에 열중하였다.    의학을 배운지 5년 만에 의사 시험에 합격하여 개업 면허증을 받았으나, 1년 뒤 병원 근무를 그만두고 시 쓰는 일에 전념하였다.    영국의 낭만파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으로, 초기에는 감각적인 시를 쓰다가, 나중에는 생의 어두운면을 괴로워하는 시를 썼다.    폐결핵에 시달리면서, 또 연애의 기쁨과 괴로움을  경험하면서 많은 작품을 썼으나, 오랜 병상 생활도 보람 없이 로마에서 25년 4개월이라는 짧은 생애를  끝마쳤다.   주요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체프먼 역(譯)의 호머를 처음 읽고서     황금의 영토(領土)를 나는 많이 여행했고   많은 훌륭한 나라와 왕국을 보았다.   시인들이 아폴로신에게 충성을 바치는   많은 서쪽 섬들도 나는 돌아다녔다.   종종 이마 훤한 호메로스가 자기 영토를 다스렸던   한 넓고 넓은 땅 이야기를 나는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내 일찍 그곳   순수한 공기 쉬어 본 일 없었다.   채프먼이 대담하게 우렁차게   말하는 것을 듣기까지는.   그때 나는 느꼈다-    새 유성(流星)이 시계(視界)에   헤엄쳐 들어왔을 때의   어느 하늘의 관찰자처럼,   혹은 독수리 눈으로 태평양을 응시하는-   모든 그의 부하들은 무한한 억측에 싸여   서로를 쳐다볼 때의 억센 코르테스처럼,   다리엔의 봉우리 위에서 말없이.   그날은 지나갔다   그날은 지나갔다 달콤함도 함께 사라져버렸다!   감미로운 목소리, 향긋한 입술, 보드라운 손, 그리고 한결 부드러운 가슴   따사로운 숨결, 상냥한 속삭임, 매혹적인 반음 빛나는 눈, 균형잡힌 자태, 그리고 곧게 뻗은 허리!   살졌도다 꽃과 그 모든 꽃봉오리의 매력들은 사라졌도다 내 눈으로부터 아름다운 모습이 사라졌도다   목소리가, 따뜻함이, 하얀 낙원이 향기로운 커튼을 친 사랑의 아늑한 축제의 밤낮이 은밀한 환희를 위해   두터운 암흑의 씨줄을 찌는 저녁녘 일시에 자취를 감추었도다   그러나 내가 오늘 온종일 사랑의 미사책을 읽었을 때 사랑의 신은 나를 잠들게 하리라   내가 단식하고 기도하는 것을 보고서.     반짝이는 별이여   반짝이는 별이여, 내가 너처럼 불변이었으면. 외로이 홀로 떨어져 밤하늘에 빛나며   계속 정진하며 잠자지 않는 "자연"의 수도자 그와 같이 영원히 눈뜨고 지켜 보면서   현세 인간이 사는 해안 기슭을 깨끗이 씻어 주고 사제 같은 일을 하는 출렁이는 바닷물을 지켜 보기도 하며   또는 넓은 들과 산봉오리에 내려 덮인 첫 눈의 깨끗함을 응시하리라--   아니--언제나 한결같이 언제나 변함없이 아름다운 내 연인의 가슴을 베개 삼아서   부드러운 그 기복의 아랑을 영원히 느끼며 아름다운 번뇌로 항상 지켜보면서   언제나 언제까지나 그녀의 여린 숨결을 들으며 길이 살고 지고--아니 넋 잃고 죽고 지고     그리스 항아리에 부치는 노래                           너는 더럽혀지지 않은 그대로인 정적의 신부 너는 침묵과 기나긴 세월 속에 자라난 양자 너는 숲속의 역사가.   우리 시인의 노래보다 더 멋있게 꽃처럼 아름다운 노래를 이렇듯 전해 줄 수 있다니-.   네 둘레에 감도는 것은 어떤 전설인가?   죽음에 관해선가, 영원한 것인가? 그 모두에 관해선가? 템페 골짜기인가, 아카디아 언덕의 일인가? 사람들의 일인가, 신들의 일인가, 신과 인간 모두의 일인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신들일까? 도망치려는 것은 어떤 소녀일까? 이 얼마나 미친듯한 구애인가, 도망치려는 몸부림인가? 어떤 피리이며 어떤 북인가?  얼마나 미친듯한 환희인가?     귀에 들리는 선율 아름다우나 귀에 울리지 않는 선율은 더욱 아름답다. 자, 네 부드러운 피리를 계속 불어라.   육신의 귀에다 불지 말고 더욱 친밀히 영혼을 향해 소리없는 노래를 불러라.   나무 그늘에 있는 젊은이여, 네 노래는 멈추는 일이 없고 이 나무들의 잎도 떨어지지 않는다.   사랑에 빠진 사람아, 너는 결코 입맞출 수 없으리라. 목표 가까이에 닿긴 해도-.   그러나 슬퍼 말아라. 너 비록 크나큰 기쁨을 얻지 못할지라도 그녀는 빛바래는 일 없으매 영원히 사랑하라, 그녀는 영원히 아름다우리라.      아아 너무나도 행복겨운 나뭇가지들이여! 잎은 지는 일 없고, 봄에 작별을 고하는 일도 없다.   또한 행복겨운 연주자여, 피곤할 줄 모르고 영원히 새로운 노래를 영원히 연주할지니   더욱 행복스런 사랑이여! 너무나 행복겨운 사랑이여! 언제나 따스하고 영원히 즐거워라.   언제까지나 불타듯 추구하고 언제까지나 젊도다. 살아있는 인간의 정열이란 끊임없이 추구하여 가슴은 슬픔이 넘치고 이마는 불타며 혀는 타올라 네 사랑에 미치는 것이 아니다.     이 희생 의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오오! 신비로운 사제여, 명주와 같은 몸에다 화환을 장식하고 하늘을 우러러 우는 송아지를 어떤 초록빛 제단으로 데려가는가?   이 거룩한 아침, 여기 모인 사람들이 남겨두고 온 것은 강변의 작은 마을이던가, 바닷가의 마을이던가?   아니면 평화로운 성채로 둘러싸인 산위의 마을이던가? 조그만 마을이여, 네 거리는 영원히 조용해질 것이리라. 그리고 황폐해질 거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오오 아티카의 형체여! 아름다운 모습이여! 대리석 남자와 여자가 조각되어 있고 숲의 나뭇가지들과 밟혀진 갈대도 있구나.   너는 침묵의 모습, 차가운 전원이여! 우리를 생각하지 못하게 하고 영원하구나.   사람이 나이들어 한 세대를 마감할 때도 너는 남아서 이렇게 말하리라. '아름다운 것은 진리요, 진리는 아름다움이다.' - 이것이 너희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아는 것 전부이고, 알아야 할 것은 이 뿐이다.     인생의 계절     한 해가 네 계절로 채워져 있듯, 인생에도 네 계절이 있나니;   원기 왕성한 사람의 봄은 그의 마음이 모든 것을 분명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때이며,   그의 여름엔 화사하며 봄의 달콤하고 발랄한 생각을 사랑하여, 되새김질하는 때이니, 그의 꿈이 하늘 천정까지 높이 날아오르는 부푼 꿈을 꾸고,   그의 영혼에 가을 오나니, 그는 꿈의 날개를 접고, 올바른 것들을 놓친 잘못과 태만을, 울타리 밖 실개천을 무심히 쳐다 보듯, 방관하여 체념하는 때로다.   그에게 겨울 또한 오리니 창백하게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렇지 않으면 죽음의 길을 먼저 가 있을 것이니.  
230    명시인 - 로버트 브라우닝 댓글:  조회:2730  추천:0  2015-03-21
로버트 브라우닝 1812~1889   영국의 시인   테니슨과 함께 빅토리아 왕조를 대표하는 시인으  로 손꼽힌다. 런던 교외 캠버웰에서 태어났다.    바이런의 영향을 받아 시인이 되었고, 작품은 주로  자서전적 요소를 가진 작품으로, 자기 중심적인 회의에 고민하거나 지식만을 탐욕스럽게 추구하는주인공이 방황하다가 결국은 무한의 사랑으로 구제받는 모습을 그렸다.    1868∼1869년에는 2만 행이 넘는 대작 을 완성하였다. 이것은 17세기에 로마에서 일어났던 살인 사건을 다룬 내용으로, 한 가지 사건에  대하여 10명의 서로 다른 성격의 소유자들이 갖는  견해를 극적 독백의 수법을 자유 자재로 구사하여  미묘한 심적 움직임까지 추구하면서 그려낸 작품  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평생의 사랑       방에서 방으로   나는 그이와 함께 살고 있는 집을 빠짐없이 찾아 헤맨다. 내 마음이여 걱정하지 말지니, 너는 꼭 찾으리라- 이번에야말로 그이 자신을- 커텐에 남겨진 그이가 지나간 흔적이라든가 벤취에 남은 향내가 아닌 그이 자신을 지나가면서 그이가 닿기만 했을 뿐으로 허리판에 새겨진 꽃은 새로이 피고 맞은 편의 거울도 모자의 깃털에 반짝이었네. 그런데 이 하루도 점차 남은 때가 얼마 안 되고 문 저쪽에 다시 문이 이어진다. 나는 다시 그 운세를 시험해 본다- 넓은 집을 거기에서 중앙에로 먼저와 같은 결과로다, 내가 들어가면 그이는 이미 나간 뒤여라. 이렇게 꼬박 하루를 탐색에 허비한다 치고 그것이 대체 무슨 일이랴. 이제 이미 해거름의 때, 그러나 조사해야 할 방은 멀리까지 이어져 있고 찾아야 할 방, 있고 싶은 방은 끝없다.       최고의 선   꿀벌 자루 속의 일년 동안 모은 온갖 향기와 꽃 보석 한복판에 빛나는 광산의 온갖 경이와 부   진주알 속에 감추어 있는 바다의 온갖 빛과 그늘 향기와 꽃, 빛과 그늘, 경이, 풍요   그리고 이것들보다 훨씬 더 높은 것     보석보다도 더 빛나는 진리 진주보다도 더 순수한 믿음   우주 안에서 가장 빛나는 진리. 그것은 한 소녀의 입맞춤이었네.        아침이별                     곶을 돌면 갑자기 바다가 펼쳐진다. 대양은 산 봉우리를 넘본다.   이제부터 태양은 황금빛을 비춰야 하고   "나에게는 살아가야 할 인생이 있다."         피파의 노래               때는 봄 날은 아침 아침 일곱 시   산 허리는 이슬 맺히고 종달새는 날고 달팽이는 아기위나무에서 기고   하느님 하늘에 계시옵나니 세상은 무사하여라         사랑의 되뇌임          사랑한다고 한번만 더 들려주세요 다시한번 더. 그 말을 되뇌이면 님에겐 뻐꾸기 울음처럼 들리겠지만   기억해 두세요. 뻐꾸기 울음 없이는 결코 상큼한 봄이 연록빛 치장을 하고 산이나 들에, 계곡과 숲이 찾아오지 않아요   님이여, 칡�속에서 믿기 어려운 영혼의 목소리를 들은 저는 그 의심의 틈바구니 속에서 "사랑한다고 다시 한번 들려 주세요"하고 외쳐 봅니다   온갖 별들이 제각기 하늘을 수놓는다 해도 너무 많다고 두려워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온갖 꽃들이 저마다 사철을 장식한다 해도 너무 많다고 두려워 할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라고 들려 주세요 그 달콤한 말을 되뇌여 주세요   다만 잊지는 마세요 ---- 말없이 영혼으로도 사랑하는 것을...       그대여, 사랑해 주지 않으시렵니까                       그대여, 사랑해 주지 않으시렵니까   그대의 사랑이 지속되는 한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가슴에 꽂아 놓은 그대의 꽃은 6월에 꽃을 피운 4월의 씨앗이랍니다   손에 들고 있던 씨앗을 뿌렸습니다 하나둘 싹이 트고 꽃이 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   아니 사랑과 비슷한 것 당신은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사랑을 죽음을 바라보십시오   무덤에 꽂아 놓은 한 송이 제비꽃 당신의 눈짓 한 번이 천만 번의 괴로움을 씻어주고 있다는 것을……   죽음이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대여, 사랑해 주지 않으시렵니까    
229    아이랜드 명시인 - 예이츠 댓글:  조회:3069  추천:0  2015-03-21
      예이츠 1865~1939     아일랜드의 시인·극작가   더블린 샌디마운트에서 화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런던에서 화가가 되려고 공부하였으나 시쓰기로 방향을  바꾸었다.    당시 유행하던 아일랜드 문예부흥 운동에 참가하였으며, 1889년 첫 시집《마신의 방황》 이 와일드 등 많은 시인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아일랜드 독립 운동에 공을 세워 원로원 의원이 되었으며, 1923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의 초기작품은 여성적이고 낭만적이었으나, 후기에는 상징주의적이며 딱딱하고 건조한 남성적인 것으로  변화하였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 극 작품, 시집 《마이켈 로버츠와 무희》 《탑》 등이 있다.             하늘의 융단     금빛 은빛 무늬 든 하늘의 수놓은 융단이,   밤과 낮의 어스름의 푸르고 침침하고   검은 융단이 내게 있다면,   그대의 발 밑에 깔아 드리련만   내 가난하여 오직 꿈만 지녔기에   그대 발 밑에 내 꿈 깔았으니   사뿐히 걸으소서,   내 꿈 밟고 가시는 이여.             이니스프리 섬으로     나 일어나 이제 가리라,   내 고향 이니스프리로 돌아 가리라.   거기 외 얼고 진흙 바른 오막살이 집 지어   아홉 이랑 콩밭 갈며 꿀벌도 치며   벌소리 잉잉대는 숲 속에 홀로 살리라.   그러면 거기 얼마쯤의 평화 있으리라,   평화는 천천히 안개 자욱한 아침부터   귀또리 노래하는 곳까지 내린다하니,   밤은 온통 훤한 빛,   낮은 보라빛 저녁이면   홍방울새 가득히 날고,   나 일어나 이제 가리라,    밤낮을 두고 기슭에 나직이 찰싹이는   물소리 들으리라.   길가에서나 회색빛 포도 위에서나   마음 속 깊이 그 소리를 들으리라.     비잔티움으로의 항해   I   저것은 늙은이를 위한 나라가 아니다. 젊은이들은 서로 팔짱을 끼고 나뭇가지 속에서 새들은- 저 죽어 가는 세대들은- 노래를 부르며   연어가 튀는 폭포, 고등어가 우글대는 바다, 물고기,짐승,새들이 온 여름을 찬미한다.   잉태되고 태어나고 죽는 모든 것들을.   저 관능의 음악에 사로잡혀 모두들 늙지 않는 지성의 기념비를 소홀히 하는구나.   II   늙은이는 한낱 하찮은 물건, 막대기에 꽂힌 누더기.   다만 영혼이 손뼉치며 노래부르지 않는다면, 썩어질 누더기 조각을 위해 더욱 소리 높이 노래부르지 않는다면.   또한 영혼의 장엄한 기념비를 탐구하지 않고서는 노래하는 학교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바다를 건너 성스러운 도시 비잔티움으로 왔노라   III   오 현인들이여, 벽의 금빛 모자이크 속에서처럼 신의 성스런 불꽃 속에 서있는 그대들   성화로부터 걸어나와 뱅뱅 맴돌며 내 영혼의 노래 선생이 되어 다오.   그리하여 내 심장을 태워 없애 다오. 욕망으로 병들고 죽어 가는 동물에 매달려 그것은 자신을 모르나니 나를 모아 영원한 예술품으로 만들어 다오.   IV   한 번 자연에서 벗어나면 나는 결코 자연계의 어떤 사물을 닮은 내 육체의 모습을 취하지 않으리라.   오직 그리스의 금장이가 졸음 오는 황제를 깨워 두기 위해 망치로 두들기고 금박칠을 한,   혹은 비잔 티움의 귀족들과 귀부인들에게 지나갔거나 지나가고 있는 또 장차 다가올 일들을 노래불러 주는   황금 나뭇가지 위에 앉은 그런 형상을 취하리라.       쿨 호수의 백조를 보며                              나무들은 가을의 아름다움으로 단장하고 숲 속의 길들은 메말라 있다.   10월의 황혼녘 물은고요한 하늘을 비치고 돌 사이로 넘쳐흐르는 물 위에는 쉰 아홉 마리의 백조가 떠 있다.     내가 처음 백조의 수를 헤아린 이래 열 아홉 번째의 가을이 찾아왔다.   그땐 미처 다 헤아리기도 전에 백조들은 갑자기 날아올라   요란스런 날개 소리를 내면서 끊어진 커다란 원을 그리며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지금껏 저 찬란한 새들을 보아 왔건만 지금 나의 가슴은 쓰리다. 맨처음 이 호숫가   황혼녘에 저 영롱한 날개 소리를 들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었던 그때 이래 모든 것은 변해 버렸다.     지금도 여전히 피곤을 모른 채 짝을 지으며 차가운 물 속을   정답게 헤엄치거나, 하늘로 날아오르는 그들의 가슴은 늙을 줄 모르고   어디를 헤매든 정열과 정복심이 여전히 그들을 따른다.     지금 백조들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고요한 물 위에 떠 있지만   어느날 내가 눈을 뜨고 그들이 날아가 버린 것을 알았을 때   그들은 어느 등심초 사이에 집을 짓고 어느 호숫가나 웅덩이에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것인가?                                                    훔쳐 온 아이   스루스 숲 바위산이 호수 속에 잠긴 곳에 나뭇잎 우거진 섬 하나 떠 있다.   푸드득 나래치는 왜가리들이 잠자는 물쥐들을 깨우는 그 곳   우리들 요정의 통 속엔 딸기를 가득 훔쳐 온 빨간 버찌를 가득 숨겨 두었다.     "자 아이야, 어서 오너라! 거친 들판 물가로 손에 손을 잡고 요정과 함께 오너라.   세상은 생각보다 눈물이 많은 곳이니."     어두운 잿빛 모래밭 달빛 물결이 빛나는   먼 로시즈 해변에서 우리는 밤새도록 춤을 춘다.   손에 손을 잡고서 서로 마주보며   저 달이 사라져 버릴 때까지 옛 춤을 엮어낸다.     우리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끓어오르는 물거품을 쫓지만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차고 잠 속에서도 근심에 싸여 있다.     "자 아이야, 어서 오너라! 거친 들판 물가로 손에 손을 잡고 요정과 함께 오너라.   세상은 생각보다 눈물이 많은 곳이니."     그렌 카 언덕 사이로 굽이치는 시냇물 쏟아지는 곳 별 하나 목욕할 수 없는 등심초 우거진 웅덩이 속에   우리는 잠자는 송어들을 찾아내어 그들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불길한 꿈을 안겨 준다.   작은 시냇물 위에 눈물방울 떨어뜨리는 고사리들 사이 살짝 몸을 내밀고서,     "자 아이야, 어서 오너라! 거친 들판 물가로 손에 손을 잡고 요정과 함께 오너라.   세상은 생각보다 눈물이 많은 곳이니."     이 아이는 우리와 함께 가고 있다. 진지한 눈을 하고서.   이제 다시는 듣지 못하리라, 따뜻한 언덕 위 송아지 우는 소리를, 난롯가 주전자의 평화로운 노래를.   다시는 보지 못하리라, 갈색 새앙쥐가 귀리통을 돌고 도는 것을.     "사람의 아이 그가 오는구나. 거친 들판 물가로 손에 손을 잡고서 요정과 함께 오는구나.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눈물로 가득 찬 곳이니."     부활절 1916   내가 그들을 만난 것은 해질 무렵   18세기풍의 회색 집들 사이 카운터나 책상으로부터 벗어나와 생기 도는 얼굴을 하고 다가왔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정중하게 의미없는 말로 인사를 하며 지나갔다.   혹은 잠시 머뭇거리며 정중하게 의미없는 말을 건네다가   인사도 채 끝나기 전에 클럽의 난로가에 앉아 있는   한 친구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농담이나 조롱거리를 생각했다.   그들도 나도 어릿광대의 옷을 입고 살고 있다고 믿었다.   모든 것은 달라졌다. 완전히 달라졌다. 무서운 미(美)가 탄생한 것이다.     저 여자의 나날들은 무지한 자선으로 보내고   밤은 논쟁으로 지새워 마침내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로워졌다.   그녀가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 사냥개와 더불어 말을 타고 달렸을 때의 그녀의 목소리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가 있을까?     이 남자는 학교를 경영했고 날개 달린 천마를 탄 시인이었다.   또 한 사람은 그를 도와 준 친구이며 이제 막 그의 시재가 피어난 사람.   끝내는 명성을 얻어 그토록 예민한 천성과 대담하고 감미로운 사상을 가질 듯 보였던 아까운 인물,     이 또 한 사람은 주정뱅이요 허풍선이라 생각했던 사람.   그는 내 마음의 친구에게, 아주 몹쓸 가혹한 짓을 저질렀지만 이 노래에 그를 담아 두자.   그도 또한 이 예사로운 희극에서 자신의 역을 벗어버렸다.   그도 차례가 오자 달라졌다. 완전히 변했다. 무서운 미가 탄생한 것이다.     일 년 내내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좇는 자들의 심장은   살아 있는 시냇물을 어지럽히는 한 개 돌이 된 것만 같다.   길에서 오는 말도 기수도 떠도는 구름 사이를 날으는 새들도 시시각각 변한다.   시냇물 위의 구름 그림자도 시시각각 변한다.   강 언저리에 미끄러지는 말발굽 소리 시냇물 속에 첨벙대는 말   다리 긴 붉은 뇌조의 암컷들이 잠수하며 수컷들을 부르는 소리 시시각각 그들은 살아 있다.     돌은 모든 것들의 한 가운데에 있다. 너무 긴 희생은 심장을 돌로 만들 수 있다.   아 언제 만족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하늘의 역할   우리들이 할 일은 한 사람씩 이름을 속삭이듯 불러 주는 일   마구 뛰어놀던 아이의 몸에 잠이 찾아왔을 때 어머니가 그의 이름을 부르듯이.     이제 밤이 되었는가? 아니 밤이 아니라 죽음이다.   그것은 결국 쓸모 없는 죽음이었던가? 영국은 모든 언행을 약속대로 지킬지도 모르는 일.   우리는 그들의 꿈을 알고 있다. 그들이 꿈을 꾸고 죽은 것을 잘 알고 있다.   비록 지나친 사랑이 그들을 죽음에 이르도록 당황케 했다면 어쩌겠는가?   나는 그것을 한 편의 시에 적노라. 맥도나와 맥브라이드, 코널리와 피어스는   오늘 그리고 돌아오는 훗날에도 푸르름이 우거진 어느 곳에서도   달라졌다. 완전히 달라졌다. 무서운 미가 탄생한 것이다.     출생일 1865.06.13 사망일 1939.01.28 요약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치가로도 활약했으며 192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을 주도한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1885년 2편의 서정시를 에 처음 발표했다. 1889년 시집 를 펴내 당시 세기말 시인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1898년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지원하기 위한 아일랜드 문예극장을 설립했다. 이 극장은 1904년 애비극장으로 다시 지어져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1922년 아일랜드 자유국이 설립된 후 상원의원이 되었다. 192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는 현대의 가장 탁월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이 되었으나 그런 명예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상상력, 역사, 비술의 관계에 쏠려 있었고, 자신의 생각을 예술에 관해 신성시될 만한 책으로 재현하고 싶어 했다. 그 결과 1925년 의 초판이 출간되었다. 목차 접기 개요 대립되는 전통의 계승 탐미주의자·신비주의자·민족주의자로서의 예이츠 성숙한 시인이며 상원의원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을 주도한 당대 최고의 시인, 민족주의 정치가 개요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치가로도 활약했으며 192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아일랜드 문학). 대립되는 전통의 계승 예이츠의 아버지 존 버틀러 예이츠는 변호사였지만 나중에 초상화 화가가 되었다. 처녀시절 이름이 수잔 폴렉스펜인 어머니는 아일랜드 슬라이고의 부유한 상인의 딸이었다. 사람들은 예이츠가 아일랜드의 압도적인 로마 가톨릭교도 사이에서 강력한 소수를 대표하는 영국계 아일랜드의 프로테스탄트 전통을 이어받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런던에서 학교에 다닐 때도 아일랜드의 영상으로 가득 차 있어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낄 정도였지만 아일랜드에서도 2가지 역사적 전통에서 분리된 채 있었다. 왜냐하면 가톨릭교도들과는 신앙을 공유할 수 없었기 때문이며 프로테스탄트들은 '출세만 생각하고 있는 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예이츠는 조너선 스위프트, 에드먼드 버크, 올리버 골드 스미스, 조지 버클리 같은 유명한 영국 문인들의 문학과 사상에 나타나 있는 18세기의 찬란한 프로테스탄트 앵글로아일랜드 전통을 존중했다. 그러나 이 전통은 이제 쇠퇴해가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시대가 부상하고 있는 것 같았고 그 시대는 가톨릭 전통에 유리하며 영어보다 게일어로 표현되는 시대였다. 예이츠는 자신의 엄격한 예술적 취향과 조화시킬 수 있는 이 운동을 지지했지만 아일랜드가 영국 정부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것을 주창하는 애국단체에서의 그의 행동은 자주 애매한 것이었다. 예이츠는 그 두 아일랜드 사회 중 어느 한 곳에 자리를 잡기 전에, 자기 자신의 입장을 주목할 만큼 애매한 자신의 고국의 입장과 관련지어 명백하게 밝혀야 했다. 이러한 시도는 그의 시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최고의 희망은 가톨릭 전통이나 프로테스탄트 전통보다 더욱 깊은 전통을 계발하는 것이었는데 그 전통은 그리스도교보다는 더 이교도적인 성격을 띠며 아직까지 남아 있는 관습·신앙·성지 같은 인류학적 증거 속에서 널리 찾아볼 수 있는 숨겨진 아일랜드의 전통이다. 1886년부터 발표된 예이츠의 많은 수필과 평론들은 시기가 적당했으므로 진정한 아일랜드를 알려야겠다는 시도였다. 1867년 예이츠가 불과 2세였을 때 가족은 런던으로 이사했으며 그곳에서 아버지는 더블린에서 받았던 것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기를 희망했다. 1880년 가족은 다시 더블린으로 돌아왔고 거기서 고등학교에 다녔다. 휴일에는 슬라이고에 있는 외삼촌 조지 폴렉스펜과 함께 지냈는데 이 슬라이고는 많은 시의 배경이 되었다. 1883년 더블린에 있는 메트로폴리탄 예술학교에 다녔으며 이곳에서 받은 교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른 시인과 예술가들을 만난 것이었다. 탐미주의자·신비주의자·민족주의자로서의 예이츠 그동안 예이츠는 시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 발표한 것은 2편의 짧은 서정시로 1885년 〈더블린 유니버시티 리뷰 Dublin University Review〉에 발표되었다. 같은 해에 예이츠는 비술에 관심이 있는 단체, 즉 더블린 연금술협회의 결성을 도왔다. 1887년 가족이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자 예이츠는 '신지학협회'에 가입했다. 이 협회는 신비주의를 통해 지혜와 형제애를 추구하는 국제적인 운동으로 점차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다. 마술은 일상 세계에서 멀리 떠난 상상의 삶의 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그를 사로잡았다. 반면 과학의 시대는 혐오스러웠으며 천문학보다 점성술에 훨씬 관심이 많았던 신비주의자로서 자신이 시적 영상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주장했다. 윌리엄 블레이크의 예언서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런 모험은 플라톤 철학, 신플라톤 철학, 스베덴보리 신학, 연금술 등의 다른 신비주의 전통과 접촉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예이츠는 이미 자긍심이 강한 젊은이였고 이런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취향과 예술 감각에만 의지하게 되었다. 자랑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정신적 오만함이 잘 드러나곤 했다. 〈오이신의 방랑기 외 The Wanderings of Oisin, and Other Poems〉(1889)에 수록된 초기 시는 탐미주의 작품으로, 아름답지만 난해하며 사소한 문제로부터 해방되고 싶어하는 한 영혼의 외침이었다. 1889년 예이츠는 열정적이고 화려한 미모의 아일랜드 여인 모드 곤을 만났다. 그는 그 순간부터 "내 인생의 고뇌는 시작되었다"라고 기술했다. 예이츠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으나 그 사랑은 희망이 없는 것이었다. 모드 곤은 그를 좋아하고 존경했으나 사랑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열정을 아일랜드에 아낌없이 바쳤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목소리와 몸으로 몸소 구사하는 반항자이며 웅변가였다. 예이츠가 아일랜드 민족주의 운동에 가담했을 때 부분적으로는 신념 때문이었으나 대부분은 모드를 향한 사랑 때문이었다. 그 시절 아일랜드에 대해 쓴 많은 글들은 모드를 향한 속삭임이었다. 1902년 더블린에서 희곡 〈캐슬린 니 훌리안 Cathleen ni Houlihan〉이 초연되었는데, 모드가 캐서린 역을 맡았다. 1891년 논쟁의 여지가 많은 아일랜드의 지도자 찰스 스튜어트 파넬의 급속한 몰락과 죽음 이후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정계가 희망을 잃었다고 느꼈다. 정치가 남긴 텅빈 공간을 문학·예술·시·희곡·전설이 채울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에세이집 〈켈트의 여명 The Celtic Twilight〉(1893)은 이런 목적을 향한 예이츠의 첫번째 노력이었지만 1896년 오거스타 그레고리 부인을 만날 때까지는 진전이 없었다. 그레고리 부인은 귀족으로서 극작가가 되었고 그의 한 친구가 되었다. 그녀는 이미 서부 아일랜드 지방의 민간전승인 옛날 이야기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예이츠는 이 전승 지식이 고대 의식 및 자신의 감정과 그리스도교가 완전하게 파괴하지 못한 이교도 신앙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민간전승이 농촌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몰두하여 연구하면 사람들과의 명백한 관계를 증명할 수 있으리라고 느꼈다. 예이츠가 아일랜드의 민속을 엄격하고 고매한 문체로 표현하면 순수한 시를 창작할 수 있고 개인적인 용어로 그 자신의 정체성에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이상을 정치에 적용하면 농부와 귀족을 연결시키는 것인데, 즉 경험은 농부의 것, 문체는 귀족적인 것을 취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연결은 도시와 부의 산물인 미움받는 중산층을 비난하게 된 것이고 이것이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도덕적 효과는 가져올 것이다. 1897년부터 예이츠는 카운티 골웨이의 쿨파크에 있는 그레고리 부인 집에서 여름을 보냈고 쿨파크를 사라져가는 우아함의 세계와 결부시켰다. 그 공원이 농부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이 그 시각을 완벽하게 해주었다. 1899년 예이츠는 모드 곤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했다. 4년 후 그녀는 아일랜드의 애국 동지이며 영국의 압제를 함께 증오하던 아일랜드 군인 존 맥브라이드 소령과 결혼했다. 그는 1916년에 일어난 부활절 봉기에 참여한 죄로 사형당한 항거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한편 예이츠는 시와 연극이 아일랜드 전 국민을 변모시킬 수 있으리라 믿고 문학과 희곡에 전념했다. 그런 활동은 더블린에 그 유명한 애비 극장을 설립하면서 절정에 다다랐고 이 극장은 1904년 첫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아들과의 반목을 주제로 한 〈베일 해변에서 On Baile's Strand〉는 첫 상연 계획에 들어 있었다. 그후 수년 간 예이츠는 애비 극장의 일반적인 운영에 몰두해 있었다. 그당시는 논쟁이 빈번한 시기였다. 그의 작품들은 비종교적이고 반가톨릭적이어서 반아일랜드적이라고 비난받았다. 배우·제작자·신문 등과 논쟁도 잦았다. 1907년 존 밀링턴 싱의 〈서부의 난봉꾼 Playboy of the Western World〉의 초연 때는 극장 안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언제나 자긍심이 강하고 당당했던 예이츠는 논쟁시 만만찮은 투사였다. 그는 또한 과거의 상처를 빨리 잊지 못해 많은 사람의 미움을 샀으며, 중산층, 상인 및 대부분의 더블린 사람들처럼 인습적인 성공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경멸했다. 현대의 시민들, 가톨릭교도, 프로테스탄트 등은 모두 예이츠가 영웅적 가치관에 호소한다는 사실을 자신들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했다. 점차 중산층의 관심사에서 멀어져갔고, 애비 극장도 생명력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애비 극장에서 상연된 많은 연극들이 그의 눈에는 천박하고 통속적인 것으로 보였다. 예이츠는 대중의 변덕에 의존하지 않는 다른 종류의 연극으로 마음을 돌렸다. 1913년 서식스 주에 있는 스톤카티지에서 미국의 시인 에즈라 파운드와 몇 개월을 보냈다. 파운드는 그당시 일본의 고전극인 노[能]의 번역 원고를 교정하고 있었고 예이츠는 그 극으로 인해 큰 자극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 극들은 대중보다 조신들을 기준으로 한 귀족문화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었다. 점차적으로 노극에 해당되는 대응물로 간주될 수 있는 극들을 고안해냈는데 그것은 〈무희를 위한 4개 극 Four Plays for Dancers〉(1921)으로 극장에서뿐만 아니라 응접실에서도 상연될 수 있는 일련의 짧고 형식적인 극이었다. 예이츠는 이러한 연극들을 새로운 종류의 연극, 즉 말·가면·춤·음악, 모방이 아니라 상징적인 동작의 조화로 생각했다. 그 연극들은 상류 사람들, 즉 그런 형태의 장점을 즐기는 소수들에게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이다. 1916년 초연된 〈매의 우물에서 At the Hawk's Well〉는 그가 믿어왔던 많은 가치관을 구현한 작품이었다. 돈과 대중을 위한 부르주아 극장은 고대 그리스 연극이 일으킨 동정과 공포보다는 '신경질적인 흥분'의 장소일 뿐이었다. 이 시기에 예이츠가 관심을 가졌던 예술은 관객들을 잠시 동안이나마 '지금까지 너무나 미묘해서 우리가 들어가 볼 수 없었던 마음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도록 할 수 있는 예술이었다. 이러한 가치관은 아일랜드 생활의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존속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1913년 휴 레인 경이 수집한 39점의 프랑스 인상파의 그림 처리문제에 대해 벌어졌던 분쟁은 예이츠의 눈에는 사악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레인은 그 그림들을 더블린 시립현대미술관이 한 화랑을 마련해 그것들을 전시한다는 조건 아래 기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계획대로 되지 않자 레인은 화가 나서 런던의 국립미술관에 빌려주었고, 1915년 그가 죽자 두 미술관이 이 그림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1913년 예이츠는 이 논쟁에 개입했다. 왜냐하면 레인의 훌륭한 행동이자 귀족적 조치가 한 비천한 더블린인에 의해 능멸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예이츠의 〈책임 Responsibilities〉(1914)에 실린 많은 시들은 레인 논쟁에 의해 고취된 작품으로 매우 통렬한 작품들이다. 이것은 예이츠와 아일랜드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1907년 그레고리 부인과 함께 피렌체·밀라노·우르비노·페라라·라벤나 등지를 여행했고 이탈리아 마을과 도시들이 나타내는 귀족적 우아함의 증거를 결코 마음속에서 잊지 않았다. 1913년부터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즉 예의와 정중함을 존중하던 완전히 사라져버린 왕국에 대한 갈망이 그의 작품 속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성숙한 시인이며 상원의원 1917년 예이츠는 모드 곤의 딸 이졸트 곤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했다. 몇 주 뒤 조지 하이드 리스에게 청혼해 1917년 결혼했다. 1919년 딸 앤이 태어났고 1921년 아들 윌리엄이 태어났다. 1922년 아일랜드 자유국이 설립되어 예이츠는 아일랜드 상원의 새 일원이 되어달라는 요청에 수락했고 6년간 봉사했다. 1923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이제는 유명한 인물이 되어 현대의 가장 탁월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그런 명예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은 상상력, 역사, 비술의 관계에 쏠려 있었다. 그는 그의 생각을 한 위대한 책, 즉 예술에 관해 신성시될 만한 책으로 재현하고 싶었다. 그결과 1925년 〈비전 A Vision〉의 초판이 출간되었다. 그러나 예이츠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몇 년 간 계속적으로 연구하여 1937년 결정판을 냈다. 한편 그의 시는 날이 갈수록 기량을 더해가고 있었다. 〈탑 The Tower〉(1928)은 그가 고트에서 구입한 무너진 노르만 성의 이름을 따서 붙인 제목으로 그의 작품 중 가장 도도한 것 중의 하나이며 매우 노련한 예술가의 작품이다. 그 작품 속에는 일생의 경험이 완벽한 형태로 구사되어 있다. 그렇지만 예이츠의 가장 위대한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그뒤에 씌어진 〈나선층계 The Winding Stair〉(1929)로 나왔다. 예이츠는 60대 후반에 이르러서도 계속 작품을 썼다. 그의 감정은 예전처럼 강렬했지만, 이 시기의 시는 대부분 상상력의 병적인 흥분 때문에 손상되었고 현실과 정의 사이의 균형도 불안정했다. 세계는 산산 조각나는 것 같았고, 예이츠는 그것을 혐오했지만 자주 세상의 몰락에 매혹되기도 했다. 귀족적 스타일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독재적인 이데올로기에 봉사해 말년에는 파시스트라는 비난을 받았다. 자신이 존중해온 가치관이 파괴되고 있다고 느끼며 예이츠는 그 가치들이 위대한 인물, 즉 강력한 지도자에 의해 구출될 수 있다고 상상했다. 예이츠는 활력과 독재주의적인 명쾌함 때문에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를 숭배했다. 산문으로 된 소책자 〈보일러에 관하여 On the Boiler〉(1939)에서 자신의 분노와 절망을 부패한 세상에 토로했다. 이것으로 인해 그는 정치 권력을 갈망하며 그 권력을 갖게 되면 폭력적으로 사용하리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예이츠의 분노는 시인의 분노였고 삶에 대해 갖고 있던 시각은 시인의 시각이었다. 그는 단지 도덕의 힘, 즉 어떤 위대한 상징들이 만들어내는 힘을 원했다. 그는 아일랜드 상원의원으로서 정치적 권력을 실질적인 것에 쏟았다. 즉 검열, 레인의 그림들, 건강 보험, 이혼, 아일랜드어, 교육, 저작권 보호, 아일랜드의 국제연합 가입 문제 등에 관심을 가졌다. 상원의 화폐위원회 의장이기도 했다. 예이츠의 말년은 긴장의 연속이었었다. 그의 건강은 좋지 않았고 그래서 아일랜드의 습한 겨울을 피해 여행을 다녔으나 은퇴하지는 않았다. 1930년대의 폭력이 끝내 전쟁을 몰고올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한편으로는 그 전망에 두려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매혹되었다. 그는 무솔리니가 이끄는 이탈리아의 군대의 행진소리가 사랑·예술·미·예의범절의 주제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그 시절 예이츠의 삶의 감각은 계시적인 것이었다. 가끔 그는 두려워 그 계시로부터 도망치기도 했으나 또 어떤 때는 그 계시에 동조했다. 1936년 자신이 사랑했던 시이며 대부분 자기 친구들이 쓴 시모음집 〈옥스퍼드 현대시 모음집 1892~1935, Oxford Book of Modern Verse 1892~1935〉가 발간되었다. 여전히 그의 마지막 연극 작품들을 쓰면서 예이츠는 그의 시 중 가장 귀에 거슬리는 시 〈헌의 알 The Herne's Egg〉을 1938년 완성했다. 그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그는 외국에서 죽었다. 아일랜드에 매장하기 위한 최종적인 준비는 성사될 수 없었다. 그래서 프랑스의 로크브륀에 묻혔다. 그의 시신을 슬라이고에 매장하려는 의도는 1939년 가을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좌절되었다. 1948년 그의 시신은 슬라이고로 결국 넘겨져서 드럼클리프에 있는 작은 개신교 교회 묘지에 매장되었다. 이곳은 그의 〈마지막 시집 Last Poems〉(1939)에 수록된 시 〈벤 블벤 아래에서 Under Ben Bulben〉에 명시된 장소로 그의 묘 비문에는 자신이 직접 썼던, "삶과 죽음을 냉정히 바라보라. 그리고 지나가라!"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228    명시인 - 쟝꼭토 댓글:  조회:2677  추천:0  2015-03-21
쟝꼭토 1889~1963   시인이며 만능의 기재인 그는 기발하고 경이적인 소설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지적 모험을 즐기는 전위작가로 등장하여 일거에 대성공을 거둔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를 경원하지만 그는 기발하고 대담한 곡예적인 재능과   고전문학의 간명한 순수성을 겸한 만능의 재능으로 도처에서 성공을 거둔다. 그는 스스로 그의 모든 작품들을 '소설시''희곡시''비평시'등, 통틀어 시로 간주하고 있다     주요시집: 희망봉(Le Cape de Bonnne-Esperance) 1919,          어휘( Vocabulaire)1922,          평조(Plain-Chant) 1923,          오페라(Opera)1930 등       젊은이에게 백발이 성성하면                   젊은이에게 백발이 성성하면 두 눈은 부드럽고 피부는 윤기가 돈다.   그걸 보는 기쁨은 봄에 아름다운 올리브 나무를 바라볼 때와 같다.     바다는 신선하고 느린 파도로 희랍의 해변을 적시며   너희 올리브 열매에 하늘과 땅의 신을 함께 열리도록 해 준다.     겨울의 태양인 나, 너처럼 백발이 성성하나 젊은 이마를   헐벗은 장미 위에 드리우는 나에겐 백발이 된 너희 젊은이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드누나.           30세 시인             이제 인생의 중반에 접어들어 내 삶을 바라보노라.   과거와 같은 미래, 같은 풍경이긴 하나 서로 다른 계절에 속해 있구나.     이쪽은 어린 노루뿔처럼 굳은 포도넝쿨로 붉은 땅이 덮혀 있고 빨래줄에 널린 빨래가   웃음과 손짓으로 하루를 맞아 준다. 저쪽은 겨울 그리고 내게 주어질 명예.     비너스여, 아직 날 사랑한다 말해 주오. 내가 네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내 삶이 내 시로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난 너무도 공허해 지붕위에서 뛰어내렸을 것이다.       시인의 죽음     나는 죽소, 프랑스여! 내가 말할 수 있게 가까이 와요,   좀더 가까이. 난 그대 때문에 죽는다오. 그대 날 욕했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었고 속였고 망하게 했지.   이젠 상관없는 일이오. 프랑스여, 나 이제 그대에게 입맞추어 야겠소.   마지막 이별의 입맞춤을. 외설스런 세느강에, 보기 싫은 포도밭에, 밑살스런 밭에, 너그러운 섬들에,   부패한 파리에, 죽이는 입상에 마지막 입맞춤을 보내야겠소. 좀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나 좀 보게 해주오.   아! 이젠 나 그댈 붙잡았오. 소릴질러도 누굴 불러도 소용없지.   죽는 자의 손가락을 펼 수는 없는 것. 황홀히 나 그대 목을 조르오. 이제 난 외롭게 죽지 않으리니.     극도로                   우리에게 주어진 줄 선택으로 자기 자신의 한계 끝까지 극도로 길을 잃어 보아도 별로 멀리 갈 수는 없다   그러나 한정된 이 세계에서는 그것이 허락된 단 하나의 극한이다.     만일 여행자가 자기 자신의 밤 속으로 몰입한다면 그는 끝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스핑크스가 문을 지켜서는 부엉이의 눈 외엔 어떤 대답도 해 주지 않는다.      
227    명시인 - 베를렌 댓글:  조회:2217  추천:0  2015-03-21
베를렌  1844~1896     프랑스 상징파의 시인   공병장교의 아들로 로렌 주에서 태어났다. 파리 대학에 입학하여 법학부  에서 공부하였으나 중퇴하고, 20세에 보험회사에서 일하다가, 파리 시청의 서기로 근무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25세에는 18세기 프랑스의 우아하고 향락적인 꿈과 우수에 찬 풍속과 정경을 노래한 시집 [사랑의축제]를,   다음 해에는 '고운 노래들'을 내어, 자유롭고 대담한 율동적인 시형으로, 환상적이고 암시적.환기적인 그의 독특한 시풍을 확립.   시인 랭보와의 연애끝에 권총으로 그를 쏘아 2년간 옥중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의 시풍은 낭만파나 고답파의 외면적이고 비개성적  인 시로부터 탈피하여 무엇보다도 음악을 중시하고 다  채로운 기교를 구사하였다.   주요 시집: 우수시집(Poemes saturniens)1866,            사랑의 축제(Les Fetes galantes)1869,            고운노래(La Bonne Chanson)1870,            말없는연가(Romances sans paroles)1874,            예지(Sagesse)1881,            사랑(Amour)1888,            평행으로(Parallelement)1889 등.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거리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가슴 속에 스며드는 이 설레임은 무엇일까?   대지에도 지붕에도 내리는 빗소리의 부드러움이여!   답답한 마음에   아, 비 내리는 노랫소리여! 1.  울적한 이 마음에 까닭도 없이 눈물 내린다.   웬일인가! 원한도 없는데?   이 이유없는 크나큰 슬픔은 무엇인가.   이건 진정 까닭 모르는 가장 괴로운 고통.   사랑도 없고 증오도 없는데   내 마음 한없이 괴로워라!         가을 노래                      가을 날 바이올린의 긴 흐느낌이   가슴 속에 스며들어 마음 설레고 쓸쓸하여라.     때를 알리는 종소리에 답답하고 가슴 아파   지나간 날의 추억에 눈물 흘리어라.     그래서 나는 궂은 바람에 이 곳 저 곳   정처 없이 흘러 다니는 낙엽 같아라.       하늘은 지붕 위로                 하늘은 지붕 위로 저렇듯 푸르고 조용한데,   지붕 위에 잎사귀를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우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짖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뭘 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뭘했니?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끝간 데 없이 늘어선 생울타리                          끝간 데 없이 늘어선 생울타리 거품 인 맑은 바다 같네.   그 위로 맑은 안개, 향긋한 햇장과 내음 풍기고.     날렵한 망아지들이 와서 뛰놀며 흩어지는   부드러운 초원, 그 위로 가볍게 보이는 나무들과 풍차들.     일요일의 이 허허한 벌판 속에 다 큰 양떼들도   장난치며 놀겠다네, 저들의 흰 양모같이 부드러운.     그 위로 젖빛 하늘 속에서 방금 피리 소리 같은 종소리의   파장이 소용돌리처럼 궁글며 퍼져 나갔다.       시집 '예지'중에서 '하늘은 지붕 위로'와 더불어 또 하나의 걸작으로 꼽힘       캄캄한 깊은 잠이                              캄캄한 깊은 잠이 내 삶 위에 떨어지네.   잠자거라, 모든 희망아. 잠자거라, 모든 욕망아 !     이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선과 악의   기억마저 사라진다...... 오, 내 슬픈 이력아 !     나는 어느 지하실 허공속에서 어느 손에   흔들리는 요람. 침묵, 침묵 !       랭보를 권총으로 쏜 사건의 초심 판결 언도를 받은 날 절망속에서 쓴 시.     가르파르 오제의 노래                  부모님이 없는 나는 조용한 고아, 평온한 두 눈만 커다랗게 하고   큰 도시의 사람들에게 왔지요 ---- 하지만 그들은 날 영리한 놈이라고 안하더군요.     스무 살 때 사랑의 열이라는 새로운 혼란이 찾아와   여인들이 아름답게 보이더군요 ---- 하지만 그녀들은 날 미남이라고 안하더군요.     조국도 없고 왕도 없지만, 그리고 용감하다고도 거의 할 수 없지만   난 전장에서 죽고 싶었지요 ---- 하지만 주검도 날 안 원하더군요.     그러니 난 너무 일찍 났나요, 너무 늦게 났나요? 이 세상에서 난 뭘 해야 하나요?   오, 내 괴로움은 깊답니다 ---- 여러분들 모두 이 가여운 가스파르 위해 기도드려 주십시오.       * '캄캄한 깊은 잠이'와 마찬가지로 초심 판결 언도후   쓴 이 시에서 베를렌느는 가련한 역사적 인물인   가르파르 오제에 자신을 비유.      
226    명시인 -보들레르 댓글:  조회:2359  추천:0  2015-03-21
보들레르 1821~1867    초기 보들레르의 아버지 프랑수아 보들레르는 나이 많은 홀아비로서 1819년에 지참금이 없는 젊은 여자와 결혼했다. 결혼을 통해 사치와 안정을 얻기 원했던 이 여자는 그 꿈을 단념하고 프랑수아 보들레르와 결혼한 것이다. 보들레르는 그들의 유일한 자식이었고, 어머니는 타고난 열정적 기질로 외아들에게 헌신적 애정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은퇴하여 상당한 연금을 받게 된 아버지는 교양있는 사람이었고, 상당히 우수한 아마추어 화가이기도 했다. 그는 4~5세밖에 안 된 아들에게 형태와 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법을 가르쳤는데, 이때 쌓은 미적 취향이 나중에 보들레르가 19세기의 가장 주목받는 예술 비평가로 성장한 요인이 되었다.   1827년 2월 아버지 프랑수아 보들레르가 죽자 어머니는 1828년 11월에 자크 오피크라는 군인과 재혼했는데, 재혼할 당시 이미 계급 높은 장교였던 오피크는 그후 장군까지 승진했고, 외국 대사와 상원의원을 지냈다. 오피크는 의붓아들이 규율을 배우기를 원했기 때문에, 1832년 그를 리옹에 있는 왕립 중학교의 기숙 학생으로 들여보냈다. 학교 생활은 엄격한 군대식 일과에 따라 이루어졌지만, 이곳에서 그는 행복했던 듯하며 몇 개의 상을 타기도 했다. 그는 또한 언어에 대한 감수성을 보이기 시작했고, 자신의 문학적 표현 양식을 개발했다. 1836년 의붓아버지가 파리로 전근하자 그는 루이르그랑 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아버지는 그가 '학교에 명예를 가져올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그는 아버지의 소망을 실현하는 대신 걸핏하면 규율을 어기는 불량 학생이 되었다. 선생들이 보기에 그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허세'를 부리고 엉뚱한 역설의 재능을 개발하는 조숙하고 타락한 비행 청소년의 표본이었다. 그는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고, 자신이 천성적으로 고독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1839년 '바칼로레아' 시험에 합격한 뒤, 그는 의붓아버지가 마련해준 외교관 자리를 마다하고, 글을 써서 살아갈 작정이라고 발표하여 어머니를 놀라게 했다. 그가 가장 간절히 원한 것은 자유, 즉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고 라탱 구역의 대학생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여유였다. 미래의 많은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법과대학에 등록해,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1840년까지 학교에 적을 두고 있었다. 그가 아편과 대마초를 탐닉하고, 훗날 죽음의 원인이 된 성병에 걸린 것도 이무렵이었을 것이다.   1841년 의붓아버지는 그를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인도로 보냈다. 그는 아들을 적어도 2년 동안 인도에 머물게 할 작정이었다. 보들레르는 6월 9일에 출항했지만, 항해가 따분해지자 인습에 얽매이지 않은 행동으로 다른 승객들을 아연실색하게 하면서 즐거워했고, 배가 풍랑을 만난 뒤(이때 보들레르는 놀랄 만큼 용감하게 행동했음) 수리하기 위해 모리셔스 섬에 입항하자 더이상 배를 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사람들의 설득으로 레위니옹 섬까지 갔지만, 거기서 다시 고국으로 가는 다음 배를 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결국 1842년 2월에 프랑스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 항해와 모리셔스 섬에서 3주일 동안 머문 경험은 그의 상상력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해주었으며, 그는 이때 얻은 이미지를 시에서 끌어내곤 했다. 그는 동양에 대한 이 유일한 체험을 결코 잊지 않았고, 동양에 대한 신비주의적 동경을 간직했으며, 이런 동경은 그의 시에 독특한 성격을 부여하고 있다. 항해를 떠날 때 그는 아직도 자기 자신과 자신의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소년이었으나, 프랑스로 돌아왔을 때 그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있었다. 그의 상상력에는 불이 붙었고, 시인이 되겠다는 결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단호했다. 1842년 4월에 성년이 되어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되자, 그는 타고난 낭비벽을 만끽하기 위해 집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는 좋은 옷을 사들이고 생루이 섬의 로죙 호텔에 있는 아파트를 값비싼 가구로 꾸미느라 무분별하게 돈을 썼으며, 그당시의 전형적인 '멋쟁이'(당디) 생활을 시작했다. 사업이나 경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그는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유산을 큰 재산으로 생각했고, 사기꾼과 고리대금업자의 먹이가 되어 이후 평생 동안 그를 괴롭힐 빚더미에 올라앉을 준비를 했다. 그가 괴짜이고 허풍쟁이이며 부도덕하다는 평판이 난 곳은 로죙 호텔에 살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어했다는 점에서는 그당시 파리에 살고 있던 대다수 시인이나 예술가들도 그와 다를 바가 없었다.   1844년 보들레르는 장차 그에게 수많은 불행을 가져다줄 혼혈 여인 잔 뒤발과 관계를 맺었다. 한때 그는 잔을 열렬히 사랑했고, 잔의 잔인함과 배신 및 어리석음에 절망하여 자살을 기도한 마지막 순간까지도 어떤 면으로는 여전히 잔에게 애정을 느끼고 있었다. 잔은 그의 첫번째 연시 〈검은 비너스〉 연작에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는데, 이 시들은 프랑스어로 된 성애시(性愛詩) 가운데 가장 훌륭한 것에 속한다.   시간 여유가 충분하고 걱정거리가 없었던 이 초기 시절에 보들레르는 〈악의 꽃 Les Fleurs du mal〉을 이루게 될 거의 대부분의 시들을 썼다. 이 시집은 레즈비언에 관한 시, 반항과 퇴폐에 관한 시, 그리고 노골적인 성애시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는 이때 들라크루아와 쿠르베를 비롯한 많은 화가들을 알게 되어 그림에 대한 지식을 얻었는데, 이런 지식은 장차 그의 예술 비평에 탁월함과 독창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그가 2년 만에 유산의 절반을 탕진하자 그의 가족은 1844년초에 그의 나머지 재산을 신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고, 그는 매달 들어오는 신탁수익만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그의 자유를 끝장내는 이런 조치에 어머니가 동의했다는 사실은 보들레르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그의 가족은 보들레르의 사정도 잘 알지 못한 채, 그의 장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그가 독립성을 회복하는 것을 막았다. 아직도 빚더미에 짓눌려 있는 보들레르는 자신에게 허용된 연간수입 75파운드로는 도저히 빚을 갚을 수 없었으므로 빚을 갚기 위해 다시 돈을 빌려야 했다. 상황이 이처럼 갑자기 변하자 그의 사치스럽고 무사태평한 생활도 막을 내렸다. 그의 운명은 제한된 수입에 얽매인 채 궁핍과 고난으로 얼룩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재능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고, 작가가 되고 싶은 아들의 소망을 막으려고 애쓰는 부모가 어쩌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가족에 대한 그의 적개심은 더욱 깊어졌다. 사춘기에 겪었던 조울증이 되살아났고, 그가 '우울'이라고 부른 기분이 더 자주 그를 덮치게 되었다. 위대한 우울의 시 가운데 첫번째 작품을 쓴 것도 바로 이무렵이었다. 그의 친구들 중에는 그보다 훨씬 더 불행한 사람도 많았기 때문에, 그는 고통받는 인류에 대한 동정심을 키우게 되었다. 많은 친구들의 혁명적 이상주의에 매혹된 그는 1848년 2월혁명에 가담했고, 이 혁명은 성공하여 공화국이 수립되었다.   한편 그는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로 결심하고 직업작가가 되었다. 그가 처음 발표한 작품은 1845년 파리 현대 미술전에 대한 평론이었다. 이 예술비평은 날카로운 판단력과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보여주었으며, 그가 이미 현대 예술의 방향에 대해 예견하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의 예술비평인 〈1846년 현대미술전 Salon de 1846〉은 미학적 비평의 이정표이다. 이 평론에서 그는 단순히 전시회를 설명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독자적·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하는 한편, 그림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명암으로 이루어진 고유한 화음을 가지며 자연의 색깔에는 음악적인 가락이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그가 나중에 확립하게 될 자연과 예술의 '조응'(照應 correspondances)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1845, 1846년에는 몇 편의 시가 아방가르드 잡지들에 발표되었고, 그는 이런 잡지에 논설과 평론도 기고했다. 1847년 그는 유일한 장편소설이며 자전적 작품 〈허풍선이 La Fanfarlo〉를 발표했다. 훨씬 오래 전에 쓰기 시작한 이 작품은 자신이 로죙 호텔에서 사치스럽게 살고 있었을 때의 인간 됨됨이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다. 보들레르가 1848년 6월혁명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맡은 뒤 1849년 12월까지 무엇을 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그가 왜 1849년 12월에 디종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곳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어쨌든 1850년에는 여느 때처럼 가난하고 불행한 모습으로 파리에 돌아와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개심한 증거를 보일 때까지 아들에게 편지를 쓰는 것조차 거부했다. 어머니는 아들을 자극하여 정규적인 직업을 갖게 할 작정이었다. 보들레르도 얼마 동안은 열심히 일했지만 이것은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끝나버렸고, 그는 어머니의 엄격함 때문에 더욱 용기를 잃었다. 그는 많은 논설을 구상했지만 1편도 쓰지 못했고, 쓰기 시작한 것은 많았지만 1편도 끝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경험과 고통의 세월 속에서 그는 위대한 창조시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그의 본성은 더욱 풍부해졌고,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851년 12월에 쿠데타를 일으킨 뒤로는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잃어버리고 원숙기의 개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중기 보들레르의 원숙기는 그가 1852년초에 에드거 앨런 포의 글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당장 포의 작품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그가 포에 대해 쓴 첫번째 평론(이 글은 영어가 아닌 외국어로 씌어진 포에 대한 첫번째 평론임)은 〈르뷔 드 파리 Revue de Paris〉지 3·4월호에 발표되었고, 그후 그는 포의 작품을 번역한 여러 편의 글을 평론지에 실었다. 그중 하나인 〈까마귀 The Raven〉는 그가 번역한 유일한 시였다. 1852~65년 그는 포의 작품을 번역하고 그에 대한 평론을 쓰는 일에 몰두했다. 〈기담(奇談) Histoires extraordinaires〉은 1856년에, 〈새로운 기담 Nouvelles Histoires extraordinaires〉은 1857년에, 〈아서 고던 핌의 모험 Aventures d'Arthur Gordon Pym〉은 1858년에, 〈외레카 Eureka〉는 1864년에, 그리고 〈괴기담 Histoires grotesques et sérieuses〉은 1865년에 나왔다. 처음 두 작품에는 포를 해설한 긴 서문이 딸려 있다.   이 책들은 번역서로서 프랑스 산문의 고전이다. 보들레르의 어머니는 영국에서 망명자의 딸로 태어났기 때문에 그는 어렸을 때 영어를 배웠다. 그는 포한테서 자신과 똑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 그리고 그가 추구하고 있던 결론에 이미 독자적으로 도달한 사람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그래서 그는 포를 통하여 자신의 미학 이론과 시의 이상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1852년 4월에 보들레르는 잔 뒤발을 떠났다(실제로는 끝내 그 여자한테서 벗어나지 못했음), 그러나 그는 여자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사랑할 여자를 찾다가 여배우 마리 도브룅에게 접근했다. 마리가 그를 거부하자 유명한 미인이며 일찍이 화가의 모델이었던 아폴로니 아글라에 사바티에에게 구애했다. 사바티에는 많은 예술가와 작가들의 친구로서 보들레르와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사바티에는 그의 〈하얀 비너스〉 연작에 영감을 주었다. 1854년 그는 다시 마리 도브룅과 관계를 맺었고, 그녀로부터 영감을 얻어 〈초록빛 눈의 비너스〉 연작을 썼다. 이 두 연작에 포함된 시는 대부분 그의 예술에서 가장 높은 경지에 도달한 작품들이다.   포의 작품 번역가로 또한 예술비평가로서 차츰 명성이 높아지자, 마침내 그는 자신의 시를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1855년 6월 보수적 낭만주의의 요새인 〈르뷔 데 되 몽드 Revue des Deux Mondes〉지는 보들레르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제출한 18편의 시를 발표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보들레르가 이 시들을 고른 이유는 그 표현 방식과 주제가 독창적이고 놀랄 만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시들이 발표되자 그는 악명을 얻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외설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1857년 봄에 다시 9편의 시가 〈르뷔 프랑세즈 La Revue Française〉지에 실렸고 〈아르티스트 L'Artiste〉지에도 3편이 실렸다. 그리고 6월에는 〈악의 꽃〉이 출판되었다. 그러나 이 시집 때문에 보들레르와 그의 친구인 출판업자 풀레 말라시스 및 인쇄업자들은 외설과 신성모독죄로 모두 기소당했다 (→ 검열). 이 유명한 재판에서 그들은 유죄 선고를 받고 벌금을 물었으며, 6편의 시가 발표 금지되었다. 이 조치는 1949년에야 겨우 해제되었다. 몇몇 독자들은 보들레르의 의도와 완전한 예술성을 이해하고 높이 평가했지만, 몇 세대 동안 〈악의 꽃〉은 여전히 타락과 불건전 및 외설의 표본으로 남아 있었다. 보들레르는 1861년 〈악의 꽃〉을 대폭 증보한 개정판을 출판했지만, 금지된 시는 삭제했다. 이 금지된 시들은 1866년 벨기에에서 출판된 〈유실물 Les Épaves〉이라는 시집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개정판을 더 증보한 제3판을 준비하고 있던 1866년에 보들레르는 온 몸이 마비되었다. 이 책은 그가 죽은 뒤 친구인 샤를 아슬리노가 출판했지만, 그것은 아마 보들레르가 구상했던 그대로는 아닐 것이다. 여기에는 보들레르가 시집에 넣으려고 계획하지 않았던 몇 편의 시와 1866년 〈현대의 파르나스 Le Parnasse Contemporain〉에 처음 발표되었던 6편의 〈새로운 악의 꽃〉도 포함되어 있다.     후기 그가 큰 기대를 걸었던 〈악의 꽃〉이 실패한 것은 보들레르에게 쓰라린 충격이었고, 그의 인생의 마지막 몇 년은 갈수록 커지는 좌절감과 환멸 및 절망으로 어두워졌다. 사바티에와의 정신적 사랑은 슬프게 끝나버렸고, 1861년 마지막으로 헤어진 잔 뒤발은 여전히 그에게 부담과 걱정을 안겨주었다. 그의 가장 훌륭한 작품들 가운데 일부는 이 시기에 씌어졌지만, 책의 형태로 출판된 것은 거의 없었다. 일부는 정기간행물에 발표되었다. 〈1859년 현대미술전 Salon de 1859〉은 〈르뷔 프랑세즈〉에, 〈리하르트 바그너와 파리에서 공연된 탄호이저 Richard Wagner et Tannhäuser à Paris〉는 〈르뷔 외로펜 La Revue Européene〉(1861)에, 〈현대 생활을 그리는 화가 Le Peintre de la vie moderne〉(데생 화가인 콩스탕탱 기)는 〈피가로 Le Figaro〉(1863)에, 그리고 시집 〈파리의 우울 Le Spleen de Paris〉을 엮기 위해 쓰고 있던 산문시들은 여러 신문에 나뉘어 발표되었다. 이 마지막 산문시는 보들레르가 유독 아꼈고 오랫동안 손질해온 작품이었다. 그는 마지막 쓰러지기 직전에도 여전히 이 시를 다듬고 있었다. 알로이시우스 베르트랑의 〈밤의 가스파르 Gaspard de la nuit〉에서 착상을 얻었지만, 주제는 같은 시기에 쓴 그의 운문시 주제와 같고, 작품의 분위기는 나이들고 깊은 우울증에 빠진 보들레르의 만성적인 염세주의를 반영하고 있다. 이 산문시들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근대 도시 파리에 대한 그의 감정, 그리고 파리의 거리를 헤매는 낙오자들과 버림받은 부랑자들에 대한 깊은 동정심을 〈악의 꽃〉보다 훨씬 더 날카롭게 표현하고 있다.   1860년 풀레 말라시스는 대마초와 아편의 효과에 대한 보들레르의 연구 논문 2편을 〈인공 천국 Les Paradis artificiels〉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했고, 1861년에는 〈악의 꽃〉 개정판을 냈다. 1862년 그는 파산을 선고받았다. 보들레르는 그의 출판업자의 실패에 말려들었고, 경제 사정은 절망적일 만큼 어려워졌다. 빚쟁이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그리고 출판을 준비하고 있던 작품들의 판권을 팔기 위해 1864년 벨기에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이 여행은 실패로 끝났고, 그는 한 건의 출판계약도 맺지 못했다. 특히 미학이론을 규정한 평론집을 출판하고 싶어했는데, 이 책의 출판계약에 실패하자 그는 몹시 낙담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하나의 유기적 통일체로 간주했기 때문에 평론도 시 못지 않게 중요했다. 그의 시를 충분히 음미하려면 예술의 본질에 대한 그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그의 시는 모두 그의 견해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결정체이며, 평론은 예술 작품의 본질과 그 저변에 깔려 있는 원리에 대한 명상이다. 그는 진정으로 위대한 창조적 예술가라면 결국 모두 비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즉 예술가는 평론을 통해 자신의 시를 해설하고, 자신의 미학을 연장하여 시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벨기에의 나무르에 머물고 있던 1866년 2월 보들레르는 병세가 악화되었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1867년 8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었다. 장례식에서 추모 연설을 해달라고 부탁받은 많은 사람들 가운데 이 부탁을 받아들인 사람은 아슬리노와 시인인 테오도르 드 방빌뿐이었다. 이 두 사람은 그의 가장 오랜 친구였다. 보들레르는 인정받지 못한 채 죽었고, 그의 글은 대부분 출판되지 않았으며, 이전에 출판된 것들도 절판되었다. 그러나 시인들 사이에서는 곧 의견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미래 상징주의 운동의 지도자들은 이미 그의 추종자임을 자처하고 있었다. 20세기에 접어들자 그는 19세기 프랑스 시인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인물로 널리 인정받게 되었다. 그의 숭배자들은 그가 서유럽 전역의 감수성과 사고방식 및 글 쓰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고, 그의 미학이론이 형성된 시기는 시의 역사와 예술의 역사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이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상징주의 운동은 바로 이 이론에서 원천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1.  주요작품: 악의 꽃(Les Fleurs du mal)1857,          파리의 우울(Spleen de Paris)          평론집 -낭만파 예술,심미적 호기심 등           신들린 사나이                         해가 검은 베일에 가려졌다. 너도 해처럼 오, 내 생명의 달아! 그림자에 포근하게 싸여라;   네 멋대로 자거나 한 대 피우라; 잠자코, 시름에 겨워, 권태의 심연에 송두리째 잠기도록 하라;     나는 너를 이처럼 사랑해! 그러나 네가 오늘, 그림자 벗어나는 이지러진 천체처럼,   광란으로 붐벼대는 곳들에서 으스대고 싶다면, 그것도 좋다! 귀여운 비수야, 네 칼집에서 솟아나라!     샹들리에 불꽃으로 네 눈동자에 불을 켜라! 시골뜨기들 눈초리 속에서 욕망을 불붙여라!   병들었건 극성스럽건, 너의 모든 것이 내게는 기쁨이니;     네가 바라는 것이 되라, 검은 밤이건, 붉은 새벽이건;   소름끼치는 내 온몸에서, 오, 내 귀여운 베엘제불, 너를 숭배한다!고, 외치지 않는 세포는 하나도 없구나!       떠나가는 집시들                       어제 길을 떠났네, 미래를 점치며 불타는 눈동자를 한 부족   아이들을 등에 업지 않았으면, 혹은 축 늘어진 유방의 준비된 보물을 그들의 엄쳐흐르는 식욕에 내맡긴 체.     번들거리는 무기를 어깨에 멘 사나이들, 식구들이 옹기종기 탄 수레를 따라 걸어가네.   침울하게 미련을 갖고 이미 사라진 환상에 무거워진 눈으로 허공을 들러보며.     귀뚜라미는 감추어져 있는 모래 구멍 속에 숨어 그들의 행렬을 보며 한층 크게 노래 부르네.   대지의 신은 그들을 사랑하여 푸른 초목을 번창시키고.     그 길손들 앞에는 바위에서 샘이 솟고 사막이 꽃을 피우니,   그들을 맞기 위해 다가올 짙은 어둠의 왕국은 열려 있었네.       고양이              이리 오너라, 내 귀여운 나비야, 사랑하는 이 내 가슴에 발톱일랑 감추고   금속과 마노가 뒤섞인 아름다운 내 눈 속에 나를 푹 파묻게 해 다오.     너의 머리와 부드러운 등을 내 손가락으로 한가로이 어루만질 때에   전율하는 너의 몸을 만지는 즐거움에 내 손이 도취할 때에     나는 내 마음속의 아내를 그려보네.   그녀의 눈매는 사랑스런 짐승 너의 눈처럼 아늑하고 차가워     투창처럼 자르고 뚫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미묘한 숨소리, 변덕스런 향기 그 갈색 육체를 감도는구나.       돈 후안은 지옥으로                   돈 후안이 삼도천으로 가서 샤롱에게 뱃삯을 치르자   한 우울에 젖은 거지가, 앙티스테느처럼 거만한 눈초리를 한 채 거센 복수의 팔로 노를 잡았네.   늘어진 유방과 구멍난 옷자락을 내보이고 여인들은 캄캄한 하늘 아래 몸부림치며   제물로 바쳐진 한 무리의 짐승들처럼 긴 신음소리 그의 뒤에서 내고 있었네.   스가나렐은 호탕이 웃으며 돈 내라 야단이고 한편에서는 헤매는 죽은 모든 인간들에게   백발로 덮인 자신의 머리칼을 비웃던 그 뻔뻔스런 아들을 가리키네.       이 밤에                       오늘 저녁 무엇을 말하리, 가엾고 외로운 넋이여. 내 전에 시든 가슴, 무엇을 말하리.   그 성스런 시선이 어느날 그대를 다시 환하게 한 너무나 아름답고, 지극히 어질고, 가장 사랑스런 그녀에게!   ---그녀를 칭송함에 우리는 자랑으로 삼으리. 그녀의 유연함만한 것은 이 세상에 없으리라.   그녀의 정신에 싸인 육체는 천사의 향기를 지니고 그녀의 눈길은 우리를 광명으로 감싸주네.   어둠 속에서나 외로움 속에서나 거리에서나 군중 가운데서나   그녀의 환상은 햇불처럼 빈 하늘에서 너울거리네.   그 환상이 가끔씩 부탁하기를 "나는 아름다워 명하노니, 오직 나를 위해 아름다움만을 사랑하라   나는 수호 천사요, 뮤즈이자 마돈나이나니!"       깊은 심연 속에서                             내 마음 떨어진 캄캄한 심연 밑바닥에서, 연민을 비나이다, 내 사랑하는 유일한 그대여.   이건 납빛 지평선의 침울한 세계, 거기서 어둠 속에 공포와 모독이 떠돌고,     열 없는 태양이 여섯 달을 감돌고, 또 여섯 달은 어둠이 땅을 덮으니,   이건 극지보다도 더 헐벗은 고장, -짐승도, 개천도, 푸르름도, 숲도 없구나!     그런데 이 얼어붙은 태양의 차가운 잔인성과 태고의 과도 같은 이 광막한 어둠보다   더 끔찍스런 것 세상에 없어라.     멍청한 잠속에 잠길 수 있는 더 없는 더러운 짐승 팔자가 샘나는구나   그토록 시간의 실타래는 더디 풀리네!      
225    명시인 - 세익스피어 댓글:  조회:2659  추천:0  2015-03-21
세익스피어 1564~1616   영국의 시인·극작가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에서 태어났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로서, 희·비극을 포함한 37편의 희곡과 여러 권의 시집 및 소네트집을 남겼다.   고향의 초·중급 학교에서 라틴 어를 중심으로 한 기본적 고전 교육을 받았으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지자 학교를 그만두고 집안일을 돕게 되었다. 그 뒤 런던으로 가서 배우·극작가·시인으로 활 동하였는데, 극작가로서의 그의 활 동기는 1590∼1613년까지의 대략 24년간으로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습작적 경향이 보였으며, 역사극에 집중하던 시기, 그것과 중복되지만 낭만 희극을 쓰던 시기, 그리고 일부의 대 표작들이 발표된 비극의 시기, 만년에 가서는 화해의 경지를 보여 주는 이른바 로맨스극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그는 평생을 연극인으로서 충실하게 보냈으며, 자신이 속해 있던 극단을 위해서도 온 힘을 다하였다.   그는 햄릿과 같이 사색과 행동, 진실과 허위, 양심과 죄 등 인간이 가진 양면성을 통하여 새로운 성격을 가진 인물을 그려내는데 탁월한 면을 보였다.   주요작품:등의 4대 비극과 등이 있다.           살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살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잔인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마음 속으로 참는 것이 더 고상한가,   아니면 고난의 물결에 맞서 무기를 들고 싸워   이를 물리쳐야 하는가,   죽는 것은 잠자는 것- 오직 그뿐.   만일 잠자는 것으로 육체가   상속받은 마음의 고통과   육체의 피치 못할 괴로움을 끝낼 수만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심으로 바라는 바 극치로다.   죽음은 잠드는 것!   잠들면 꿈을 꾸겠지?   아, 그게 곤란해!   죽음이란 잠으로 해서 육체의 굴레를 벗어난다면   어떤 꿈들이 찾아올 것인지 그게 문제야.   이것이 우리를 주저하게 만들고,   또한 그것 때문에 이 무참한 인생을   끝까지 살아 가게 마련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 누가 이 세상의 채찍과   비웃음과 권력자의 횡포와 세도가의 멸시와   변함 없는 사랑의 쓰라림과 끝없는 소송사태,   관리들의 오만함과   참을성 있는 유력자가 천한자로부터 받는 모욕을   한 자루의 단검으로 모두 해방시킬 수 있다면   그 누가 참겠는가?   이 무거운 짐을 지고 지루한 인생고에 신음하며   진땀 빼려 하겠는가.   사후(死後)의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면   나그네 한번 가서 돌아온 일 없는   미지의 나라가 의지를 흐르게 하고   그 미지의 나라로 날아가기보다는   오히려 겪어야 할 저 환란을   참게 하지 않는다면- 하여   미혹은 늘 우리를 겁장이로 만들고   그래서 선명스러운 우리 본래의 결단은   사색의 창백한 우울증으로 해서 병들어 버리고   하늘이라도 찌를 듯 웅대했던 대망도   잡념에 사로잡혀 가던 길이 어긋나고   행동이란 이름을 잃게 되고 마는 것이다.           영원한 여름 - 소네트 18번   나 그대를 여름날에 비교해 보랴? 그대는 여름보다 더 예쁘고 더 화창하구나.   거친 바람은 오월의 귀여운 꽃봉오리를 흔들고 여름철은 너무나 짧나니,   하늘 눈 어떤 때는 너무나 뜨겁게 비추다가도 우연히 혹은 고칠 수 없는 자연의 행로를 따라 변하여   그 황금빛 광채가 어두워지고 그 모든 아름다움 기울 때가 있으나,   영원한 대열 속에서 그대가 성장할 때 까지는 그대의 영원한 여름은 어두워지지 않고 그대 지닌 아름다움 잃지 않으며   죽음도 그대를 어쩌지 못하나니 사람이 숨쉬고 눈이 볼 수 있는 한 이 또한 살아서 그대에게 생명 주리.     운명에게 버림받았을 때에도 - 소네트 29번     운명에게도 사람에게도 버림받았을 때 나는 홀로 버려진 신세를 탄식하며   대답없는 하늘을 향해 헛되이 외쳐보고 내 신세를 돌아보며 운명을 저주한다.   희망으로 가득 차서 살기를 원하며 잘생긴 사람과 친구 많은 사람을 부러워하고   이 사람의 재간과 저 사람의 능력을 탐내며 내 자신이 지닌 것에 불만을 품는다.     하지만 그러한 자신을 경멸하다가도 문득 그대를 생각하면 나의 마음은   새벽에 하늘을 날아오르는 종달새처럼 어두운 대지를 올라 천국의 문턱에서 노래부른다.   그대 달콤한 사람으로 내 마음은 부자 되노니 나는 내 신세를 왕과도 바꾸지 않으련다.    
224    명시인 - 엘리어트 댓글:  조회:2704  추천:0  2015-03-18
    엘리어트의 황무지                     황무지                                    - T. S. Eliot(영국 시인)                 4월은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 꽃을 피우며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     슈타른베르가제 호수를 넘어   여름은 소낙비를 몰고  갑자기 우리를 찾아 왔다.  우리는 회랑에 머물렀다가  햇볕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한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하략.   [제1부] "死者의 매장" 중에서      영시 원문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from The Waste Land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Winter kept us warm, covering Earth in forgetful snow, feeding A little life with dried tubers.   .............하략.                해설 계절의 순환속에서 다시 봄이 되어  버거운 세계인 삶의 세계로 돌아와야 하는  모든 생명체의 고뇌를 묘사하고 있다. '망각의 눈'에 쌓인 겨울은 차라리 평화로웠지만  다시 움트고 살아나야 하는 4월은 그래서 잔인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사월은 잔인한 달" 이란 말은 시 제목이 아니라,  란 시 중 한 부분에서 인용한 글로 "세계적 명언"이 되었다.        이라는 유명한 시구로 시작되는 엘리어트(Thomas Steams Eliot)의는  등 5장433행으로 되어 있다.   그는 황무지로 변한 현대 서구문명과 인간사회를 묘사함으로써, 이 불모지의 메마른 땅 위에 신의 자비로운 비가 내릴 것을 희구하는 마음으로 이 시를 읊었다.   이 시의 주제는 보들레르의 과 같이 근대 도시생활의 추악함이나 일반적 인간의 타락을 미와 추, 절망과 동경, 모랄과 반모랄이라는 비연속의 연속에 의하여 극적으로, 또는 의식과 무의식의 교차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 시 전편을 통해서 T.S.엘리어트는 과거 인류의 역사를 압축하여 현대인의 정신의 불모지를 그 역사적 관점에서 파악하고자 했다.   현대사회의 는 인간이 선과 악의 의식을 잃고, 정신적 불모 속에서 가라앉는다고 보았던 것이다.      엘리어트가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하기 이전에는 많은 낭만파 시인들이 4월을 예찬하였었다.   그러나 1922년에 발표된 '황무지'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황폐화된 정신적 공황상태를 간접적으로 묘사하였다. 즉, 인간의 마음은 황무지처럼 여전히 황폐한데, 자연은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4월이 더욱 더 잔인하게 느껴졌으리라.   이후 많은 사람들이 '황무지'의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구절을 자주 인용했고, 그래서 억울하게도'4월은 잔인한 달'이 되었던 것이다.           토머스 엘리어트 (Thomas Stearns Eliot, 1888.9.26~1965.1.4)    1888년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출생한 엘리어트는 하버드대를 3년만에 졸업하였고, 이후 영국으로 귀화, 1922년 현대 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황무지'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1948년에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으로서 극작가이며, 문학비평가이다.                                                       (엘리어트의 '황무지') ※ 모더니즘 관련사항   1930년대 공감각(복합감각)적 이미지즘과 회화성을 중시한 모더니즘의 대표적 문인들로는 프랑스의 P.발레리, 영국의 T.E.흄, T.S.엘리엇, H.리드, 헉슬리 등의 이론과 작품의 영향을 받은 정지용(鄭芝溶) ·김광균(金光均) ·장만영(張萬榮) ·장서언(張瑞彦) ·최재서(崔載瑞) ·김기림(金起林) ·이양하(李敭河) 등이 있다.   김기림의 장시 《기상도(氣象圖)》(1936)는 엘리엇의 《황무지》의 영향을 받은 당시 모더니즘의 대표작이며, 김광섭(金珖燮) ·김현승(金顯承) 등의 시인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1950년대의 김수영(金洙映) ·박인환(朴寅煥) ·김경린(金璟麟) 등과 ‘후반기’ 동인들에 의해 모더니즘 시운동이 전개되었다. 1960년대의 ‘현대시’, ‘신춘시’ 동인들은 1930년대의 모더니즘시가 상실했던 상징적 내면의식과 초월의식을 형상화하려 했다.    최초로 모더니즘을 도입한 시인은 최재서이며, 최초의 모더니즘 시인은 이미지즘과주지주의를 파고 든 '바다와 나비'를 쓴 김기림 시인이고, 모더니즘의 작품화에 성공한 시인은 회화성에 기초한 이미지즘의 김광균과 다다이즘적 성향이 엿보인 이상 등이다.          ※ 주지주의(intellectualism, 主知主義) : 지성 또는 이성이 의지나 감정보다도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철학상의 입장이며, 인간의 마음은 지(知) ·정(情) ·의(意)로 구성되었다고 보고 이 중에서 지적인 것, 즉 지성 ·이성 ·오성(悟性)이 지니는 기능을 감정이나 의지의 기능보다도 상위에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감정을 상위에 두는 주정주의(主情主義:情緖主義)나 의지를 상위에 두는 주의주의(主意主義)와 대립된다.           ※ 다다이즘(dadaism) : 제1차세계대전(1914~1918) 말엽부터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예술운동.다다(dada)라고도 하며, 조형예술(造形藝術)뿐만 아니라 넓게 문학·음악의 영역까지 포함한다. 다다란 본래 프랑스어(語)로 어린이들이 타고 노는 목마(木馬)를 가리키는 말이나, 이것은 다다이즘의 본질에 뿌리를 둔 ‘무의미함의 의미’를 암시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다다이즘은 1920년대에 프랑스, 독일, 스위스의 전위적인 미술가와 작가들이 본능이나 자발성, 불합리성을 강조하면서 기존 체계와 관습적인 예술에 반발한 문화 운동.    모더니즘의 대표시인 김광균은 도시적 소재와 공감각적(共感覺的) 이미지를 즐겨 사용했으며, 이미지의 공간적인 조형(造形)을 시도한 점 등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김광균의 시집으로는 1969년 황혼가, 1947년 기항지, 1939년 와사등, 1930년 야경차 등이 있다. 대표작으로는 추일서정, 와사등, 외인촌 등이 있다.                                          (김광균의 와사등)                       (김광균의 기항지)     - 김광균       -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 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荒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帳幕) 저 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 간다. * 출전 : (1940)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