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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향토인의 살과 피이자 호흡이다...
2022년 06월 08일 22시 02분  조회:1458  추천:0  작성자: 죽림

예술 속 사투리-1.박목월과 사투리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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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향토인의 살과 피이자 호흡이다

 

경주에 있는 목월문학관의 박목월 생가 그림. 그의 생가는 건천읍 모량리에 있다.
경주에 있는 목월문학관의 박목월 생가 그림. 그의 생가는 건천읍 모량리에 있다.
시인 박목월
시인 박목월

 

 
 

1.박목월과 사투리詩

일반적으로 언어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은 매우 낮다. 언어예술의 전문가들이나 이러한 언어의 미묘하고 섬세한 측면에 눈을 돌릴 뿐이다. 사투리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사투리를 단순히 중심과 주변의 차이로 인식하거나 한낱 흥미 차원에서 희화화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언어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나온 얕은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를 단지 기능적 차원에서만 다룰 수 없다. 정보와 의사 전달 도구로서 뿐만 아니라 정서적 울림을 전하는 주요한 수단이 언어다. 지역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표준어는 기능적 측면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대로 살아온 향토민의 삶과 그 내면의 기질과 성정을 전달하려면 반드시 사투리를 통해야만 가능하다.

기실 사투리는 정신적 판단 이전에 몸이 먼저 반응한다. 겨울밤 '할무이'가 내오시던 배추적과 저녁상의 들깨 듬뿍 뿌린 뭇국의 맛을 어찌 사투리와 따로 떼어낼 수 있으랴. 그러므로 사투리는 향토민의 피와 살이요 호흡이라 할만하다.

일찍이 이러한 사실에 착안한 박목월 시인은 1960년대 후반 시집 '경상도 가랑잎'을 중심으로 경상도 사투리 시의 미학에 천착했다. 박목월 시인은 「사투리」라는 시에서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라고 노래했다. 나긋나긋하고 애교 넘치는 말씨로 부르는 오빠라는 말 대신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섹트로' 부르는 오라베라는 말! 이 막막하고 아득한 정서적 울림을 어찌 표준말이 감당할 수 있으랴.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박목월 시인은 초기에 민요적 리듬과 감각적 이미지로 환상적인 자연의 세계를 탐구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소소한 일상의 삶을 녹여낸 일상시 계열의 시를 거쳐 1960년대 후반 본격적으로 경상도 사투리와 경상도 식 삶의 이면을 더듬는 일에 몰두했다.

많은 시인들에게 고향의 정서와 미학이 시적 소재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투리를 외면하고 고향의 정서와 미학을 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 경상도 사투리는 경상도 미학을 시에 담는 데 필요한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래서 박목월 시인은 '사투리'란 작품을 통해 경상도 사투리의 맛을 시로 형상화했던 것이다. 이 작품 이후 그는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자신의 시 속에 적극 활용했다. 특히 고향의 삶을 노래할 때는 경상도 사투리의 어감과 분위기에 크게 의존했다. 그에게 고향 사투리의 예찬은 곧 고향에 대한 예찬과 그리움이 된다.

경상도 사투리는 거칠고 시끄럽다. 시인은 이를 '왁살스럽다'란 말로 표현한다. 하지만 시인은 그 왁살스러움 뒤에 숨겨진 혹은 그 왁살스러움 속에 들어 있는 순박하고 포근한 정서를 기린다. 굳세고 의연하나 질박하고 담박한 기질이 경상도 사람 본연의 성정이다. 겉으로는 무뚝뚝하나 그 안에는 따스한 인정을 품고 있는 사람들. 박목월 시인은 이러한 경상도 정서를 사투리로 절묘하게 구현해냈다.

박목월의 시 중에서 사투리가 많이 활용된 작품은 '눌담', '적막한 식욕', '치모', '만술아비의 축문' 등이다. 하지만 박목월 시인의 경상도 시편의 정수는 '이별가'가 아닌가 한다. 청천벼락 같은 아우의 죽음을 맞이한 지극한 슬픔과 그 극복과정을 노래한 시다. 이 시를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는 이유는 경상도 사투리의 특징인 성조(聲調)를 활용해 동일한 시어에서 여러 감정을 전달했다는 점이다.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이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이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려서//

오냐, 오냐, 오냐/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박목월, 「이별가」 전문

이 시의 특징은 언술방식이 대화체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청자가 없는 독백체이지만 단순한 독백이 아니다. 상대가 바로 눈앞에 있듯이 말을 붙여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뭐락카노'와 '오냐'의 대화 반복을 통해 죽음을 수용하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태도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 시에서 '뭐락카노'는 8차례에 걸쳐 나타난다.

1연과 3연, 5연, 8연에 사용된 '뭐락카노'는 경상도 성조를 사용해 같은 단어이지만 충격적 죽음에 대한 부정, 죽음에 대한 푸념, 죽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체념, 어느 정도 마음의 평정을 얻은 후 죽음을 납득하고자 하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표현해낸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단순히 사투리의 어휘나 종결형 어미를 활용해 시를 짓는데 반해 박목월 시인은 경상도 사투리의 특징인 성조를 통해 시적 주체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좋은 문학은 내용과 형식이 완전히 밀착된 상태를 꿈꾼다. 향토성을 담은 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사투리만 쓴다고 향토시가 되는 일이 아니고, 향토의 풍물이나 인물을 찾아 그려낸다고 좋은 향토시가 되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지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질과 성정을 제대로 품어야 경상도 시의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문학의 재료인 언어와 사투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글 장옥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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