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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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
2019년 08월 19일 09시 46분  조회:600  추천:0  작성자: 륙도하
누에 장유정(군포) 수백 년 전 누에의 분묘가 발굴되었다 모서리죽임 같이 흙으로 쌓아올린 사각기둥 실을 짓던 시간들이 뭉쳐있었다 무한한 옷 한 벌 품은 실들이 껍질 속에 있었다 집을 바라는 열의의 모형처럼 타임캡슐엔 우주에 관련한 보고서도 발견되었다 집 한 채 따로 들고 나앉듯 방안에는 숨을 뽑아 날개를 만들고 있었다 좁은 침낭 속에 들어 잠을 자는 듯 죽어있는 누에고치 자기만의 중심축으로 한곳에 치우침 없이 부드러운 곡선 속에 계속 굴러가는 방향지시등처럼 마찰계수가 작았을 것이다 뾰족한 끝이 보이고 자꾸만 균형 잃고 흔들릴 때 세상과 닿는 유연한 포장 쉼 없이 돌고 도는 지구의 자전처럼 모서리가 둥글다 잠자는 머리를 어느 쪽으로 돌리지 않은 것들은 화려한 변태를 겪을 수 있다는 듯 미사일저장고를 개조하듯 우주선 캡슐에 건전지 넣는다 긴급 피난형 집처럼 누에가 고치를 짓고 있다 우화등선처럼 손끝에는 하얀 벌레가 한 마리씩 꿈틀거렸다 [제19회 수주문학상 심사평] 수주문학상에 응모한 작품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게 고르고, 개별적으로는 고유한 특징들을 갖추고 있어 심사하는 일이 즐거우면서도 쉽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논의된 작품들은 ‘첫차’외 4편, ‘대장간 칼’ 외 4편, ‘서큘레이터’ 외 4편, ‘방충망’ 외 4편, ‘누에’ 외 4편이었습니다. 시 ‘첫차’는 겨울 저녁 한 사람의 영면을 추모하기 위해 들른 장례식장에서 망자와의 스치듯 맺은 한때의 인연을 담담하게 떠올리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영정사진 속 망자의 그 뻐드렁니가 뜻하는 것의 시적 내용이 다소는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 ‘대장간 칼’은 전생에서 후생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시적 화자의 미래(내생)의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공간으로서 단철장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단철장이 낫과 같은 날카로운 금속의 공구를 만드는 곳이라는 데에서 화자의 절망과 번민은 생겨납니다. ‘낫’-‘꽃’, ‘전생’-‘후생’, ‘나’-‘그’의 대비가 상징과 암시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산문적 진술이 긴장을 떨어뜨리는 형국입니다. 시 ‘서큘레이터’ 외 4편의 작품들은 시 창작의 경험이 많아 보였고, 또 조리가 있게 하나의 시상을 직조하는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시 ‘서큘레이터’'에서 보여지 듯 “나는 바람의 생산자. 버튼을 누르면 나의 심장은 뛰지”로 곧바로 진술이 옮겨가도 좋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진술의 보폭을 겹쳐가면서 비좁게 옮겨감으로써 읽는 편에서 갑갑증을 느끼게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방충망’ 외 4편의 작품들은 수상작과 마지막까지 경합했다는 것을 밝혀둡니다. 상상력이 참신하고 탄력이 느껴졌습니다만 작품들의 수준에 편차가 있었다는 점이 열세에 놓이게 했습니다. ‘누에’ 외 4편의 작품들은 유려한 생각을 드러내되 중량감이 있고 또 안정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특히 시 ‘누에’는 과거의 시간을 불러내고, 옛 시간이 쌓인 공간 즉 분묘를 누에의 공간으로 바라보지만, 그 유택에 보관된 시간만큼은 둥글고 유연한 것으로 해석하는 부드러운 상상력이 특별했습니다. 개성적인 시안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심사위원 : 문효치(시인,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문태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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