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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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시들
2019년 11월 30일 14시 10분  조회:1804  추천:0  작성자: 륙도하

겨울 숲 

   성영희 
  

  겨울 산, 수런대는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물고기들의 을씨년스러운 잔등을 만난다. 꼬리는 하류 쪽으로 꿈틀 거린다. 깡마른 나무들이 직립으로 견디는 가잠의 시간들, 고드름이 가시처럼 흘러내리고 있다. 폭포는 떨어지는 소리들로 얼지 않는다. 튀어나간 물방울들만 빙벽으로 미끄럽다. 뼈를 드러낸 물고기의 잔등처럼 잎 다 떨어진 나무들이 일렬로 서있는 산등성이 

  나무들의 귀는 일년생이다. 어떤 소리가 저렇게 앙상하게 남아 저희들끼리 입을 만드는가, 수백 년 동안 자란 물고기들이 산꼭대기를 헤엄치고 있다. 능선 지느러미 겨울을 달리고 있다. 

  물고기들의 조상은 앙상한 나무들이 줄 서 있는 저 산등성이다. 얼음장 밑에 귀를 대보면 넓은 대양의 물이 가는 줄기로 흘러내린다. 봄부터 여름까지 가득 찼던 푸른 정맥을 닫아버리고 앙상한 팔로 바람을 겪는 지느러미들, 아무리 작은 물고기라도 몸속에 가시를 숨기고 있듯 겨울 산, 그 끝없는 능선 속에는 헤아릴 수 없는 가시들이 공중을 향해 자라고 있다. 

  활시위를 당기듯 겨울 숲을 당기는 팽팽한 바람에 능선하나 걸린다. 꿈틀거리며 물살을 타는 지느러미들, 겨울이 느리게 날아가고 있다. 


―2018 《학산문학》 겨울호
         

       충남 태안 출생
       2017년 대전일보,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시집 『섬, 생을 물질하다』등 
       농어촌문학상, 동서문학상, 시흥문학상 수상


 

겨울아침 / 윤제림


역전다방 창가에 붙어 앉아 내려다보는 정거장 마당.
신발가게 주인은 귀마개 위로 장갑 낀 손을 붙이고 섰고,
추운데 저러고 싶을까, 검은 삽사리와 누렁이가
눈 위에서 한바탕 붙어 있다.
지금 막 계단을 내려간 다방처녀는 맨 종아리가
더 안쓰러운데, 연신 코트 깃만 고쳐 세우며
이발소 앞을 걸어가고 있다.
정거장 마당 깨랑 콩이랑 말린 나물이랑
꼭 한 움큼씩 벌여놓은 여자는 무릎 새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
어서 기차 시간이 되어 더러 팔렸으면 좋겠다.




겨울바다에 가서 / 홍해리

세월이 무더기로 지는
겨울바다
아득한 물머리에 서서

쑥대머리
하나
사흘 밤 사흘 낮을
이승의 바다 건너만 보네

가마득하기야
어디
바다뿐일까만

울고 웃는 울음으로
빨갛게 타는
그리운 마음만 부시고

파도는 바다의 속살을 닦으며
백년이고 천년이고
들고 나는데......

까마아득하기야
어찌
사랑뿐일까 보냐


겨울한라산 / 오석만

바람이 시작되는 곳을 아는가?
구름이 넘나들며 백록이 목을 축이던
한라에 서서
멀리 출렁이는 바다가
바람을 해맑은 하늘에 마구 뿌려대는
비취빛 사랑은 누구의 숨결인가?
하늘과 땅 사이에 온통 피어있는 하얀 눈꽃들은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그대와 손을 꼭 잡고
순백의 눈꽃 세상에 푸우욱 빠져
차가운 바람도, 힘에 겨운 무게도
하얀 사랑으로 이겨내는 푸른 나무들처럼
다시 태어나
겨울한라산에 매달려있는 고드름이 되어도 좋고
따스한 햇살에 녹아 떨어지는 한 방울 물방울이어도 좋다
그대 눈 속에서
출렁이는 파도로 하얗게 피어오르는
하얀 나비라도 좋고
끝도 없이 부딪치는 파도에서 시작되어
겨울한라산 백록을 넘나드는 구름이라도 좋다




겨울행 / 이근배
 
대낮의 풍설은
나를 취하게 한다
나는 정처없다
산이거나 들이거나
나는 비틀걸음으로
떠다닌다
 
쏟아지는 눈발이
앞을 가린다
눈발 속에서
초가집 한 채가 떠오른다
아궁이 앞에서 생솔을
때시는 어머니
 
어머니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고향엘 가고 싶습니다
그 곳에 가서 다시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여름날 단신의
적삼에 배이던 땀과
등잔불을 끈 어둠 속에서
당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을 보고 싶습니다
 
나는 술 취한 듯
눈길을 갑니다
설해목 쓰러진 자리
생솔 가지를 꺽던 눈밭의
당신의 언 발이
짚어가던 발자국이 남은
그 땅을 찾아서 갑니다
 
헌 누더기 옷으로도
추위를 못 가리시던
어머니
연기 속에 눈 못 뜨고
때시던 생솔의,
타는 불꽃의,
저녁나절의 모습이
자꾸 떠올려지는
눈이 많이 내린
이 겨울
나는 자꾸 취해서 비틀거립니다



겨울 강가에서 / 김경미

눈과 함께 쏟아지는
저 송곳니들의 말을 잘 들어두거라 딸아
언 강 밑을 흐르며
모진 바위 둥글리는 저 물살도
네 가슴 가장 여린 살결에
깊이 옮겨두거라
손발 없는 물고기들이
지느러미 하나로도
어떻게 길을 내는지
딸아 기다림은 이제 행복이 아니니
오지 않는 것은
가서 가져 와야 하고
빼앗긴 것들이 제 발로 돌아오는 법이란 없으니
네가 몸소 가지러 갈 때
이 세상에
닿지 않는 곳이란 없으리



겨울 들판을 거닐며 /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도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밭두렁 사이사이
초록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 또한 고만고만 모여 앉아
조만치 밀려오는 햇살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발 아래 질척거리며 달라붙는
흙의 무게가 삶의 무게만큼 힘겨웠지만
여기서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픔이란 아픔은 모두 편히 쉬고 있음을 알았다
겨울 들판을 거닐며
겨울 들판이나 사람이나
가까이 다가서지도 않으면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아무것도 키울 수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울바다에 가려거든 / 최광임
 
겨울바다에 가려거든
바람 부는 날 가십시다
사랑도 불처럼 뜨거운 것이라야
가슴 데이듯
하얗게 이빨 드러내놓고
미친 소리로 외쳐대며 퍽퍽
까무러치는 모습
보아야 할 거 아니오
바다와 툭 터놓은 이야기 한 판
끝나거든 가슴 헤쳐 놓고
사랑 한 알
미움 한 알
소주잔에 타서 마십시다
생애 굽이굽이 꿈틀거리는
접시 위 낙지의
비애를 떠올려 보기도 하고
고무다라 위 좌판 벌여놓은
석화같이 버짐 핀 아낙의 매운 삶을
엿보거나 그렇게 사랑도 미움도
갈팡진 우리의 내일도
소주 한 잔에 섞어 마시고 오십시다
겨울바다에 가려거든 부디
바다가 요동치는 날 가십시다



겨울의 춤 / 곽재구

첫눈이 오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손질해야겠다
지난 계절 쌓인 허무와 슬픔
먼지처럼 훌훌 털어내고
삐걱이는 창틀 가장자리에
기다림의 새 못을 쳐야겠다
무의미하게 드리워진 낡은 커튼을 걷어내고
영하의 칼바람에도 스러지지 않는
작은 호롱불 하나 밝혀두어야겠다
그리고 춤을 익혀야겠다
바람에 들판의 갈대들이 서걱이듯
새들의 목소리가 숲속에 흩날리듯
낙엽 아래 작은 시냇물이 노래하듯
차갑고도 빛나는 겨울의 춤을 익혀야겠다
바라보면 세상은 아름다운 곳
뜨거운 사랑과 노동과 혁명과 감동이
함께 어울려 새 세상의 진보를 꿈꾸는 곳
끌어안으면 겨울은 오히려 따뜻한 것
한 칸 구들의 온기와 희망으로
식구들의 긴 겨울잠을 덥힐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채찍처럼 달려드는
겨울의 추억은 소중한 것
쓰리고 아프고 멍들고 얼얼한
겨울의 기다림은 아름다운 것
첫눈이 내리기 전에
추억의 창문을 열어젖혀야겠다
죽은 새소리 뒹구는 들판에서
새봄을 기다리는
초록빛 춤을 추어야겠다.


그 겨울의 시 / 박노해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

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겨울 엽서 / 이희숙

그리워하다 하다
숨길 수 없는 마음
함박눈처럼 펑펑 쏟아지는 날이면
폭설처럼 쌓여있는 사랑을 이야기하자
어디에도 숨을 곳 없는 그리움을 이야기하자
도무지 그칠 줄 모르는 간절함에 대해 이야기하자
하늘의 별들이 숨을 거두는 그 날에도
오늘이 영영 오늘로 살 수 없는 그 날에도
여전히 우리로 살아야 할 부분이 너무도 많은
우리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자


할머니의 겨울 / 서정홍

보일러 기름통에
석유만 가득 차면
배가 부르다는 우리 할머니
시집간 손녀가
기름통에 석유 가득 채워주고 간 날부터
다음해 겨울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 착한 손녀가
기름통 가득 채워주고 갔다고
동네방네 자랑을 참지 못하는
우리 할머니의 겨울은 참 따뜻하다.
일찍 부모 잃은 어린 손자 손녀들 돌보며
내가 자식 잡아먹은 직일년이라고 울면서도
살림살이 어느 한 군데도
흐트러지지 않고 야무지게 사시는
우리 할머니의 겨울은 참 따뜻하다
가득 찬
기름통 하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겨울 / 조병화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 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겨울 맛 / 강세화

겨울에는 더러
하늘이 흐리기도 해야 맛이다.

아주 흐려질 때까지
눈 아프게 보고 있다가
설레설레 눈 내리는 모양을 보아야 맛이다.

눈이 내리면
그냥 보기는 심심하고
뽀독뽀독 발자국을 만들어야 맛이다.

눈이 쌓이면
온돌방에 돌아와
콩비지 찌개를 훌훌 떠먹어야 맛이다.

찌개가 끓으면
덩달아 웅성대면서
마음에도 김이 자욱히 서려야 맛이다.



겨울 강가에서 /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겨울 사랑 /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들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겨울 고해 / 홍수희

겨울밤엔
하늘도 빙판길입니다

내 마음 외로울 때마다
하나 둘 쏘아 올렸던
작은 기도 점점이
차가운 하늘밭에서
자꾸만 미끄러져
떨어지더니

잠들었던
내 무딘 영혼에
날카로운 파편으로
아프게 박혀옵니다

사랑이 되지 못한
바램 같은 것
실천이 되지 못한
독백 같은 것

더러는 아아,
별이 되지 못한
희망 같은 것

다시 돌아다보면
너를 위한 기도마저도
나를 위한 안위의
기도였다는 그것

온 세상이 꽁꽁 얼어
눈빛이 맑아질 때야
비로소 보이는 그것

겨울은,
나에게도 숨어있던
나를 보게 합니다


겨울나무 / 이재무

이파리 무성할 때는
서로가 잘 뵈지 않더니
하늘조차 스스로 가려 발밑 어둡더니
서리 내려 잎 지고 바람 매맞으며
숭숭 구멍 뚫린 한 세월
줄기와 가지로만 견뎌보자니
보이는 구나, 저만큼 멀어진 친구
이만큼 가까워진 이웃
외로워서 단단한 겨울나무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 복효근

새들이 겨울 응달에
제 심장만한 난로를 지핀다
두 마리 서너 마리 때로는 떼로 몰리다보니
새의 난로는 사뭇 따숩다

저 새들이 하는 일이란
너무 깊이 잠들어서 꽃눈 잎눈 만드는 것을 잊거나
두레박질을 게을리하는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일,

너무 추워서 웅크리다가
눈꽃 얼음꽃이 제 꽃인 줄 알고
제 꽃의 향기와 색깔을 잊는 일 없도록
나무들의 잠 속에 때맞춰 새소리를 섞어주는 일,

얼어붙은 것들의 이마를 한번씩
콕콕 부리로 건드려주는 일,
고드름 맺힌 나무들의 손목을 한번씩 잡아주는 일,

그래서 겨울새는 둥지를 틀지 않는다

천지의 나뭇가지가 대들보며 서까래다
그러니 어디에 상량문을 쓰고
어디에 문패를 걸겠는가

순례지에서 만난 수녀들이 부르는 서로의 세례명처럼
새들은 서로의 소리가 제 둥지다
저 소리의 둥지가 따뜻하다

이 아침 감나무에 물까치 떼 왔다갔을 뿐인데
귀 언저리에 난로 지핀 듯 화안하다



 겨울나기 / 도종환

아침에 내린 비가 이파리 위에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는 저녁에도
푸른 빛을 잃지 않고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하늘과 땅에서 얻은 것들 다 되돌려주려고
고갯마루에서 건넛산을 바라보는 스님의
뒷모습처럼 서서 빈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들이 있다

이제는 꽃 한 송이 남지 않고
수레바퀴 지나간 자국 아래
부스러진 잎사귀와 끌려간 줄기의 흔적만 희미한데
그래도 뿌리 하나로 겨울을 나는 꽃들이 있다

비바람 뿌리고 눈서리 너무 길어
떨어진 잎 이 세상 거리에 황망히 흩어진 뒤
뿌리까지 얼고 만 밤
씨앗 하나 살아서 겨울을 나는 것들도 있다

이 겨울 우리 몇몇만
언 손을 마주 잡고 떨고 있는 듯해도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견디고 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 이기고 있다


겨울 기도 / 마종기
 
하느님, 추워하며 살게 하소서.
이불이 얇은 자의 시린 마음을
잊지 않게 하시고
돌아갈 수 있는 몇 평의 방을
고마워하게 하소서.
 
겨울에 살게 하소서.
여름의 열기 후에 낙엽으로 날리는
한정 없는 미련을 잠재우시고
쌓인 눈 속에 편히 잠들 수 있는
당신의 긴 뜻을 알게 하소서.



겨울 숲을 아시나요 / 홍수희

잎 지고
새 떠나간 겨울 숲에는
외로움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혼자 남아 윙윙 부는
바람만 사는 것이 아니에요
인기척에 놀라 툭,
소리도 없이 떨어지는
삭정이만 사는 것도 아니지요
아무도 모르게
꼭꼭 숨어 꽃씨가 산답니다
파릇파릇 새순이 산답니다
부끄럽게 웃고 있는
꽃무리도 숨어 살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도 숨어살지요
당장 보이지 않는다고
초조해하지는 말아요
희망한다는 것은
어둠 속에 감추어진
그 너머를 바라보는 일이니까요
겨울 숲에는 두근두근
설레는 봄날이 숨어 살아요

 

겨울 들녘에 서서 / 오세영

사랑으로 괴로운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빈 공간의 충만.
아낌없이 주는 자의 기쁨이
거기 있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떨어진 낟알 몇 개.

이별을 슬퍼하는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지상의 만남을
하늘에서 영원케 하는 자의 안식이
거기 있다.
먼 별을 우러르는
둠벙의 눈빛.

그리움으로 아픈 사람은
한 번쯤
겨울 들녘에 가 볼 일이다.
너를 지킨다는 것은 곧 나를 지킨다는 것,
홀로 있음으로 오히려 더불어 있게 된 자의 성찰이
거기 있다.
빈 들을 쓸쓸히 지키는 논둑의
저 허수아비.


초겨울 - 도종환
 
올해도 참나무잎 산비알에 우수수 떨어지고
올해도 꽃진 들에 억새풀 가을 겨울 흔들리고
올해도 살얼음 어는 강가 새들은 가고 없는데
구름 사이로 별이 뜨듯 나는 쓸쓸히 살아 있구나.



겨울 저녁의 시 - 박정만

새파랗게 얼어붙은 하늘에도
흰 재채기나 조금씩 토해 내면서
이제 우리 모두 돌아갈 시간이다.
안티플라민 시린 코를 감싸쥐고서
눈물 어린 눈을 끔벅이면서.


겨울산 -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에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겨울 편지 - 안도현
 
흰 눈 뒤집어쓴 매화나무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듭니다

눈물겹습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우겠다는 뜻이겠지요
사랑은 이렇게 더디게 오는 것이겠지요

 

겨울 사랑 - 문정희

눈송이처럼 너에게 가고 싶다.
머뭇거리지 말고
서성대지 말고 숨기지 말고
그냥 네 하얀 생애 속에 뛰어 들어
따스한 겨울이 되고 싶다.
천년 백설이 되고 싶다.



겨울, 저무는 황혼의 아름다움 - 이정하

보여주겠다
분지의 벌판 끝에 서 있는
눈사람 같은 자세를 보여주겠다.
귀 기울여 줄 것.
누가 와서
이 쓸쓸함을 지적해다오.
저무는 황혼으로 내 사랑을
죄다 보여주겠다.


겨울날 - 정호승

물 속에 불을 피운다
강가에 나가 나뭇가지를 주워
물 속에 불을 피운다
물 속이 추운 물고기들이
몰려와 불을 쬔다
멀리서 추운 겨울을 보내는
솔씨 하나 날아와 불을 쬔다
길가에 돌부처가 혼자 웃는다


 




 






 

겨울산 - 황지우
 
너도 견디고 있구나

어차피 우리도 이 세상에 세들에 살고 있으므로
고통은 말하자면 월세같은 것인데
사실은 이 세상에 기회주의자들이 더 많이 괴로워하지
사색이 많으니까

빨리 집으로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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