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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와 건설
2012년 10월 17일 08시 49분  조회:1200  추천:1  작성자: 해돋이
(수필 )    파괴와  건설
   도시의 거리를 두루 돌아 다니느라면 낡은 건물들을 대폭적으로 헐어버리는 ‘전쟁터’를 늘 보게 된다. 물론 새건물 건축 설계도의 뒷받침이 있기에 ‘용맹’스럽고도 무자비하게 건물들을 파괴해버릴 것이다. 나는 매번 먼지가 충천하는 수라장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에 잠기군 한다. 
상점, 사무실, 주택, 식당...등 허다한 건물들은 건축하기전에 모두 공정사들의 면밀한  구상과 체계 정연한 설계도가 펼처질것이다. 대학에서 건축 공정학을 전공하여 공정사가 되였든지 꾸준한 자습으로 공정사가 되였든지 무릇 건축공정사들은 자기의 푸른 꿈을 설계도에 정성껏 담는 것이다. 단층 건물이나 고층 건물의 설계도가 애면글면한 노력으로 작성되면 시공원에게 넘겨주는데 시공원은 연출이 씨나리오에 따라 배우들을 모집하듯이 시공일군들을 모집하여 시공에 착수하는 것이다. 
건축공사에서는 설계도에 따라 재료 구입, 로력배치를 면밀히 하는 것이다. 벽돌 한장, 철근 한 가닥, 세면트 한 포대, 나무 한대....등 모든 재료들이 건축에 투입되는 것이다. 이렇게 뇌력 로동자들과 육체로동자들의  신근한 로동속에서  수많은 건물들이 서서히 땅우에 서게 된다. 
건물들이 심사를 거쳐 합격되는 날에 지도일군들이 만면에 미소룰 머금고서 현장에 모여든다. ‘어르신님’이 큼직한 가위로 붉은색 테프를 끊을 때 ‘타다당...탕탕...’ 폭죽소리가 봄우뢰와 내기라도 하려는듯  울리고 파편들이 눈보라마냥 마구 흩날린다. 그러면 지나가던 행인들이 우루루 모여들어서 동물원의 원숭이떼를 구경하듯이 멍하니 바라본다. 
시공로동자들은 해당되는 로임을 받아가지고 ‘안녕히’를 부르고 떠나가면 만사대길인 것이다. 그들은 주정뱅이가 술을 깬 다음 자기가 간적 있었던 식당을 잊어버리듯이 자기들이 피땀으로 쌓아올린 건물들을 세월의 파도속에 거품으로 띄여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가 타향에 있는 자식들을 잊지 않듯이 건축공정사들은 자기가 알심 들여 설계하여 지은  건물들을 가슴속에 새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매번 건물들이 무참히 쓰러질 때마다 공정사들의 마음이야 오죽했으랴.  불현듯, 어느 외국 영화에서 본 한 장면이  피끗 떠오른다. 전투의 승리를 위해 웅장한 다리를 폭파시켜야했는데 폭파약을 어느 곳에 설치해야 쉽게 폭파할 수 있는지 반드시 담당 공정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담당 공정사는 손수 설계한 다리를 폭파하기 매우 아까워하면서 한참 동안 유예하다가 할수 없어  유효지점을 알려주는 것이였다. 
지금  무서운 속도로 달라지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낡은 건물들을 허물어 버리고 새건물들을 짓게 된다.   땀동이를 흘리며 지어 놓은 건물들이 이제 한 시대가 지나가고 그 때의 미학적 관념에 맞지 않거나 어느 권력자의  비위에 거슬리게 되면 또 허물리우는  참경을 면치못할 것이다. 
시대에 훨씬 떨어졌거나 새로운 경제건설의 수요에 따라 낡은 건물들을 사정없이 허물어버리는 것은 어디까지나 리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사나 시공원의 실책으로 일부 건축물들은 제구실도 별로 못 해보고 요절되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같은 값에 분홍 치마’라고 만년 대계의 푸른 꿈을 안고  청사에 길이 빛날  건물을  지었으면 얼마나 좋으랴!  창고 한채 변번히 지을줄 모르는 내가 이런 어벌찬 목표를 내걸다니 고양이가 소대가리를 안으려는 격이 아닌지 우려 된다. 
어느 하루  나는  동료들과 한담을 나누던  중 유머적으 이런 말을 한적 있었다. 
“세상에서 홀딱 벗고 친한 사람이 제일 친한 사람이라는데  한번  만난 부부는  소뿔우에 닭알을 올려 놓을 떄까지 영원히 재미 있게 살아야지” 
그러자 모두 약속이나 한듯이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반박하는 것이였다. 
“뭐,  영원히?  고층 건물도  허물고 새로 짓는데 영원히 재미 있게 사는 부부란 있을 수 없소.”
나는 낯선 사람들을  보듯이 이윽토록 동료들을 보았다. 나의 가슴은  새로운 충격으로 심하게 뛰고 있었다. 나의 관념이 고루한가?  동료들의 생각이  현대적인가? 
나는 오늘도 고층건물이 쓰러지여 먼지가 풀석풀석 일어나는 거리를 거닐며 무거운 생각에  잠긴다. (짓고 허물고, 또 짓고 또 허물고, 다시 짓고 다시 허물고.... 그래 이것이 세상살이인가?....)           
허경수 
천진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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