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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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울음 소리
2012년 11월 18일 08시 22분  조회:1178  추천:0  작성자: 해돋이
(단편소설 ) 양의 울음소리  
        “자, 우리의 성공을 위하여!”
         석만길은 너부죽한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었다.
    “위하여!”
     키가 훤칠한 강성국과 중등키인 임규석은 상쾌한 기분으로 호응해 나섰다.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석만길은 내몽골에 당나귀를 사러 가려고 한 마을의  강성국과 임규석을  “운반 림시공”으로  채용했다. 강성국은 내몽골에  당나귀를 사러 갔다가  온적  있었기에  그를  이번 행차의 당나귀 채구  인도자로   정했다.   
 시원한 바람이 선들선들 불어오고 대지가 기지개를 켜는 봄, 그들은  내몽골로 향하는 렬차에 올랐다. 당나귀 장사를 멋있게 하여 옆낭을 불룩하게 하자는 것이 첫째 목적인 것은 물론이지만 싱그러운 풀내음새 풍기는 넓디넓은 초원의 품에 얼싸 안겨 보고 싶은 마음이 또한 간절하여서였다. 
 그들은 당나귀 값을 흥정하며 마음에 드는 당나귀를 고르다 보니 짚차에 앉아서 초원을 누비며400여리 달렸다. 어느새 밤의 장막은 초원에 무겁게 드리워졌다. 그들을 실은 짚차는 한창 달렸다. 하루밤을  류숙할 주숙처를 찾아야했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어디선가 이리뗴의  울음소리가 아스랗게 들려오고 있있다. 그 소리는 초조한 그들에게 공포의 서리를 얹어주었다. 그런데 마디에  옹이라고 달리던 짚차가  덜커덕 서 버렸다. 엔징에 고장이 생겼던 것이다. 
“에익…’
운전수는 툴툴거리며 도구를 쥐고 차에서 내렸다. 그들  셋도 따라 내렸다. 임규석이가 손전지를 비추어 주니 운전수는 수리에 달라붙었다. 한참 역사질하여 발동을 걸어보니 잠간 부르렁거리던 엔징은 또 멈춰섰다. 밤은 각일각 깊어가고  이리뗴의 무서운 울음소리는 정적을 찢으며 들려왔다. 
“이거 큰 일 났는데…”
운전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한숨을 뿜었다. 
 이떄 거센 바람과 더불어 비릿한 냄새가 은은히 풍겨왔다. 운전수는 몸을 흠칫 하더니 약간 긴장된 어조로 말했다.
“야단났구만, 이리뗴들이 옵니다.”
“엉?!...”
그들 셋은 깜짝 놀랐다. 
“너무 무서워 마시오, 자, 준비…”
운전수가  돌멩이를  쥐며  지휘하니  그들 셋도 큼직한 돌멩이를 골라 쥐였다. 이윽고   아츠란  울음소리와 더불어 이리가  몇 마리 나타났다. 그들 셋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것 같았다. 이리  한 마리가 무서운 소리를 지르며 임규석에게 화닥닥 달려 들었다.
“으악…”
임규석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힌둥 넘어졌다. 그 서슬에 이리는 임규석을  버리고 곧바로 강성국에게 덮쳐들었다. 그는  엉겹결에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이리는 아가리를 짝 벌리고 그에게 덮쳐들었다. 순간, 강성국은 옆으로 슬쩍 비켜 서며 이빨을 사려물고  이리를 돌멩이로 내리깠다. 이리는 비명을 지르더니  땅에서 데굴데굴 굴렀다.
 “빨리 여기를 떠야 합니다. 이리  무리가 오기전에….”
운전수의 어조는 급촉해졌다.
“ “저기 불빛이 보이는구만…”
운전수는 앞을 바라보며 속력을 가하는 것이였다. 밤 10시쯤에 그들은 한 허름한  몽골포에 들어섰다. 주인은 공교롭게도 운전수가 아는 젊은 남성이였다. 운전수는 주인과 몽골말로 인사를 나누고 신발을 신은채로 올방자를 틀고 자리에  앉았다. 그들 셋도 신발을 신은채로  자리에 앉았다. 어둑시그레한 초불아래서 늦은 저녁식사나마 시작되였고 그들은 이욱고 잠자리에 들었다. 
. 이튿날 아침을 우유차와 빵으로 대충 치르고 그들은  짚차에 앉아 당나귀를 사러 떠났다. 드넓은 초원에서 여윈 당나귀무리,  양무리,  소무리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었다. 그들 일행은 일망무제한 초원에 시름없이 눈길을 주고 있었다. 갑자기 앞에서 뿌연 먼지가 일어나는것이 보이였디. 한참 신나게 운전하던 운전수는 갑자기 브라이크를 밟았다. 짚차는 휘우뚱거리며 급정거를 했다.
“또 고장이 났는가?”
석만길은 짜증 묻은 어조로 중얼거렸다.
“아니.야단 났소,앞에 들불이  붙었소, 들불이 …”
운전수의 음성은  떨렸다.
“네?!...”
셋은 몸을 흠칫하며  눈을  휘둥그렇게 떳다. 운전수는 차머리를 이내 돌리더니 오던 길로 불이 나케 달렸다. 한참 달리던 짚차는 덜커덕 서버렸다. 또 고장이 났다.
;”제길할…”
운전수는 투덜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그들 셋도 따라 내렸다. 운전수는 차 앞머리 뚜껑을 열고 한참 살피다가 나사틀게로  나사를 몇개 조이더니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부르릉…잉…”
차는 가까스로 발동이 걸렸다. 
짚차는 휘우뚱거래며 초원을 달렸다. 뒤에서는 뱀무리마냥 들불이  혀를 날름거리며 추격해 오고 있었다. 
“오늘은 재수꼴이 없네,제길할..”
운전수는 투덜거리며 열심히 운전을 했다. 짚차는 풍랑을 만난 쪽배마냥 울퉁불퉁한 초원을 휘우뚱거리며 달렸다. 마디에 옹이라 할까, 한참 달리던 짚차는 또 덜커덕 서버렸다. 
“제길할, 사람을 싹 죽이네….”
운전수는 차문을 콱 열고 닁큼 내렸다. 이번에는 어떻게 해도 발동이 걸리지 않았다.  서늘한  날씨인데도 운전수는 콩알 같은 땀방울을 뚝뚝 떨구고 있었다. 
“맞불을 놓으면 안 됩니까?”
급하면 꾀가 생긴다고 강성국의 머리 속에 어느 책에서  본 한 구절이 번개마냥  떠올랐다. 
“아! 그렇지, 이 정신 봐라, 맞불을, 맞불을 놓아야지…”
필경 목민이 아닌 그는 그만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운전수가  기름 투성이 헝겊뭉치에 불을 달아 풀밭에 던지니 불이 붙었다.
 맞불을 놓아 풀을 태워버려 뒤의 불길을 끊어놓아도 이 험지를 빨리 떠나는것이 급선무였다; 그들이 한창 초조하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갑지기 급촉한 말발귭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빨리 오르오.”
어느새 말을 탄 목민들이 다달았다. 운전수는 목민의 뒤에 닁큼 뛰여 올라 탔다. 기마에 숙맥인 그들 셋은 목민의 도움을 받으며 말에 올랐다. 말은 질풍같이 앞으로 달렸다. 난생 처음으로 말을 타는 그들 셋은 너무나 긴장하고 무서워  목민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강성국은  앞사람의 허리를 으스러지에 끌어안은채 눈을 꼭 감았다. 얼음 속에 빠진듯 온몸이 공포감으로 꽁공 얼어드는것 같았다. 목민은 닫는 말에 채찍질하며 기승스레 달렸다. (괜히 이거야, 당나귀를 사러 왔다가 불에 타서 죽지 않겠는가?...)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치며 안해와 아이들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 그는 숨을 딱 죽이고 이빨을 악물었다  천군만마가 달리고 하늘이 당장 무너져내리는 환각이 들었다. 말이 얼마를 달렸는지 갑자기 휘청거리더니 앞으로 폭 꼬꾸라졌다. 그 바람에 강성국은 앞의 목민을 안은채 말에서 떨어졌다. 풀밭이였기에  둘은 별로 상한 데가 없었다. 목민은 허리를  대충 주물더니 말에 닁큼 뛰여올라 강성국이를 당기여 말에 올렸다. 그제야 강성국은 그 목민이 녀자임을 알아보았다. 강성국은 갑자기 모닥불 벼락을 맞은듯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말이 달리니 그는 본능적으로  녀목민의 실팍한 허리를 엉겹결에 꼭 끌어안았다. 이윽고 말은 또 다시 질풍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공포감, 긴장감은 강성국의  부끄러운 감을 해빛아래 안개마냥 일소해버렸다. 
사처에서 사람들의 울짖음 소리, 털에  불이 달린 당나귀떼, 소떼, 양떼들이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털과 고기가 타는 비릿한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풍겨왔다. 초원은 마치 대지진이 폭발한듯  대혼란에 빠졌다. 
“부요파,부요파…(무서워말아요.)”
목민은 뒤사람의 어깨가 떨리는것을 육감으로 느끼며 위안했다. 그들은 무려 네  시간이나 달려  안전지대에 이르렀다. 강성국이네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뿜으며 말에서 내렸다.
“감사, 감사합니다!”
강성국은 녀목민에게 허리를 깊숙히 굽히며 련해련송 감사를 드렸다.
“감사야 무슨, 난 동무 덕분에 포옹을 잘 받았는데요, 호..호… “
녀목민은 롱조로 말하고서 소탈하게 웃었다. 
 “핫, 하..하…하…”
  “허, 허…허..허…”
  “훗, 후..후…후…’
  “그래, 몽골족 녀자 맛이  어떻습데?...”
   석만길은 웃음을 그치고 롱조로 물었다.
   “허,  맛은 무슨 개코 같은 맛이요, 너무 무서워서 고톨이 싹  쫄아들었는데, 허, 허..허…”   
강성국이네 일행은 그  녀목민의 쾌활한 웃음을 따라 통쾌하게 웃었다. 재난을 겪고 난뒤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살풍경이 짙은 황야에 울려퍼졌다. 순간이나마 통쾌하게 웃으니 긴장감과 공포감이 가뭇없이 구중천에 날려가버렸다. 그들은 한참 동안 한담을 나누다가  각자가 자기 처소에 돌아갔다; 이튿날, 라지오 방송에서 어제 발생한 특대화재에 대해 보도했다. 당나귀 2천마리, 소  3천마리, 양 2천 마리가  불 타 죽었던 것이다. 
“와?!...’
강성국이네 셋은 서로 마주 보며 입에 닭알을 물었다. 
 “혹시  채 타버리지 않은  먹을 만한 게 없을까?”
마치 콜롬보스가 신대륙을 발견한듯 갑자기 석만길의 눈알에서 쾌활한 빛이 반짝이였다. 
“어허,그게  옳은 소리군.”
임규석은 호응하며 군침을 꿀꺽 삼켰다. 
“음? 음, 혹시 화선에서 완강히 살아 남은 ‘부상병’도 있지 않을까?”
강성국은 유머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려인숙(목민들의 집)을 나와  어제 사용하던 짚차 운전수를 찾아갔다. 마침 운전수가 집에 있었다.  
“어제 갔던 곳으로? 그래 무섭지 않소?”
 운전수는 흐릿한 표정을  지으며 석쉼한 어조로 물었다.
“무섭기는요? 개코 무섭겠나요?”
강성국은 며칠 동안 면도질하지 않아 더부룩해진 수염을 쓱 만지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허, 어제는 간이 콩알만해지더니 오늘은 표범의 염통를 먹었나?”
운전수는 비웃는듯  두툼한 입술을 실룩거렸다.
“헛, 이 나그네 이게….”
강성국은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급해말고 내 말 좀 들어보게, 우리 초원에서는 들불이 일어난 후 사흘까지는 초원으로 가지 않는 습관이 있다네..”
운전수는  석쉼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서요?”
강성국은 성급하게 물었다. 
“그건 훗불이 두려워 그러오.”
운전수는 해석조로 말했다. 
“훗불이라니요?”
석만길은 호기심을 품고 물었다.
“채 죽지 않은 불씨가 있어서 후에 일어나는 들불을 말하는거요.”
성격이 우락부락한 운전수였으나 인내성 있게 설명해주었다. 
“네? 그런가요?”
그를 셋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보구려. 또  겁이 드는걸, 핫…하…하….”
운전수는  소탈하게 웃었다. 그들 셋도 덩달아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런 날에는 술이나 마시는게 좋지요. 놀랐던 가슴도 달랠겸….”
운전수는 손시늉을 해가며 말했디.
 사흘 후, 그들은 짚차에 앉아 화재가 발생했던 초원에 이르렀다. 시꺼멓게 변해버린 초원은 황페하기 그지 없어 말그대로  살풍경이였다.그들은 짚차에서 내려 걸으며  샅샅히 살폈다; 마치 농촌에서 벼가을을 한다음 이삭줏기에 나선 농민들마냥  이곳 저곳에 눈빗질하며 걸었다. 
“오늘은 썰썰한데, 한 마리 주어야 되겠는데…”
석만길은 뒤짐을 지고 스적스적 걸으며  중얼거렸다.
“그라,진짜 양고기뀀을 맛 보아야지”
임규석이가 맞장구를 쳤다. 갑자기 강성국이가 재빠른 걸음으로 어느 웅덩이 앞에 이르렀다. 깊숙한 웅덩이 안에서 무엇인가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털이 절반쯤 터버린 어린 양이였다. 
“어이…여기로 오우”
강성국은 소리쳐 그들 둘을 불렀다. 그들이 가까이 오니 강성국은 웅덩이에 조심스레 내려가서 봄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있는 어린 양을 보듬어 안았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추위에 떨면서  가냘프게 울어댔다. 
“자, 어서 받소”
강성국은  어린 양을 머리우로 높이 추켜들었다. 우에 있던 석만길이가 두 손을 내밀어 어린 양을 이내 받았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겁기 어린 눈알을 대록거리며  애처롭게 울었다.
강성국은 웅덩이안에서 손을 내밀었다.  임규석이가 두 손을 내밀어 강성국의 손을 덥석 잡아 올리 끌었다. 언덕에 올라온 강성국은 어린 양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눈앞에는 방불히 소름이 오싹 끼치는 참경이 나타나는듯했다. 수만개의 독사의 혀마냥 흉용팽배하는 불길 속에서 허둥지둥 뛰여다니다가 무참히 쓰러지는 당나귀뗴들, 소떼들, 양떼들… 그 속에서 요행 살아남은 한 마리의 어린 양…7천여마리의 시체  속에서의 가냘프나마 유일한 숨결, 이것이 그래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호걸이오, 호걸!...”
강성국은 숙연한 심정으로 어린양을  머리우로 추켜올렸다. 그는  어린 양을  품에 안고 그들과 함께 두루  초원을 돌아다녔다. 홯페한 초원에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매애애…”
어린 양은 가냘프게 울어댔다. 
“오래 돌아다녀도 그저 이렇쇼, 이젠 돌아가기오.”
운전수는 심드렁하게 말햐며 애꿎은 담배만 뻑뻑  피워댔다.
 “그럼, 쌰발(퇴근)하지’
강성국은 순풍에 돛을 달듯이 손을 홱 저었다.
. 짚차는 황페한  초원을 달렸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재난에서 벗어난 행운을 고하듯 갸냘프게 울어댔다. 하늘의  도움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벗어날수 없었던 대화재 속에서 어린 양은 어떻게 목숨을 보존했을까? 강함이 약함을 이기고 악이 선을 억압하는 혼탁한 세월에  용하게도 살아 남은 생명! 그것을 어찌 일개 보잘것 없는 어린 양의 목숨이라고 하랴?  돌덩이도 여지없이 녹여버리는 흉용팽배하는 불길 속에서 살아 남은 어린 양, 평상시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짐승이지만 지금은  참대곰 보다 더 귀중한 존재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닌상 싶었다. 짚차는 가냘픈 생명의 재생과 여러 사람들의 상념을 싣고 려인숙에 도착했다. 
“허, 오늘은 우리 식구 하나 더 불었구나.”
강성국은  어린 양을 안고 내리며 희죽히 웃었다. 석만길이와 임규석은 서로 마주 보며 입을 비죽거렸다. 강성국은 어린 양을 조심스레 양 우리에 내려 놓았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천신만고를 겪은 뒤에 비로소 안정을  찾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나 있는듯  안도의 울음을 가녀리게 울었다. 
며칠 후 그들은 당나귀를 20 마리 사서 싣고 귀로에 올랐다. 그들 셋은 륜번으로 운전실에 앉았다. 두 명이 운전실에 앉을 때 한 명은 적재함에 섰다. 당나귀를 실은 자동차가 도중에서 자꾸 고장 났기에 원래의 운행 계획보다 전진이 아주 더디였다. 한창 달리던 자동차는 어느 마을 주변의 길에 이르렀을 떄  불현듯 뛰여든 돼지 한 마리를 치여 죽이였다.
“에이쿠, 이걸…빨리 차를 세우시오!”
강성국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운전을 하고 있는 운전수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상관 말게”
운전수는 제동을 할 념을 하지 않았다. 강성국은 야만인을 보는 감이 들었다.  적적재함에  서 있는  석만길이는 차를 세우라고  우박 치듯  운전실 천정을 두르렸다 
“당신  량심이 있습니까?”
강성국의 울분에 찬 말이였다.
“량심? 허, 량심이 한 근에 얼마길래?”
운전수는 랭소하는 것이였다. 
“정말임다, 지금 세월에 량심은 무슨 놈의 량심…”
옆에 앉은 임규석도 코 웃음을  치는 것이였다. 
“아니, 당신도?...”
강성국은 낯 선 사람을 보는듯 임규석을 한참 보며  그만 말 할 흥미도 없어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한참 달리던 자동차는 서 버렸다. 물이 떨어졌던 것이다. 운전수는 물통을 들어 내리며 말했다.
“내 차를 손질 할 사이에  누가 물 좀 길어오게나”
임규석이 제꺽 물통을 받아 들고 산 기슭으로  저벅저벅 걸어 가는 것이였다. 반 시간이 지나도 임규석이 돌아오지 않으니 갑갑해난 강성국이 산 기슭을 향해 걸어갔다. 혼자 적재 함에 서 있던 석만길이도 심심파적으로  강성국을 따라  산 기슭으로 갔다. 그들은 물을 길어 가지고 절름거리며 오는 임규석을 만났다. 그는  돌멩이를 빗밟아  발목을  접질렀던 것이다. 강성국은  임규석의 손에서  물통을 받아 들고  걸었다.그들 셋은 별 말 없이 앞 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걸음을 재우쳤다.
“으악!...”
앞에서 걸어가던 석만길이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 폴싹 주저 앉았다.  둘은 화들짝 놀랐다. 석만길은 뱀에게 발목을 물렸던 것이다. 
‘이크, 큰 일 났구나!...”
강성국은 대뜸 물 통을 내려 놓고  퉁퉁 부어 오른 석만길의  발목을 쥐여 피를 짜 버리고 손수건을 꺼내여  그의 발목을  질끈 동여주었다.  
 “후유…재수 없구나…”
석만길은 가랑잎이라도 날려보낼듯이 깊은 한숨을 뿜었다. 그들은 석만길을 부축하여 자동차 앞에 이르렀다. 강성국은 운전수에게 석만길을 병원으로 호송하자고 제의했다. 운전수는 두 말 없이  그들을 싣고 병원을 찾아 달렸다. 한 시간쯤 지나 병원에 이르른 그들은  석만길을 부축하여 차에서 내렸다. 의사는 구급 처치를 하고 나서  석만길더러  이틀쯤 입원 치료를 받으라고 했다. 
임규석은  눈 짓으로 강성국을 조용히 불러  밖에 나왔다. 
“우리 이러는게 어떻소?  저 눔을 여기다 두고  우리 먼저 고향에 돌아가서 저것들을  싹 팔아치운 다음 청도에 쓱 들어가는 것이… “
임규석의 사리사욕에 푹 젖은 침울한 말에 강성국은  그만 깜짝 놀라서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떨리는목소로 반문했다. 
“양?... 당신이 이것도 말, 말이라고 하오?...”
“지금 세월에는 별게  없소, 도적질 해서라도 잘 사는게 영웅이오, 영웅이라는데, 고까짓 수고비 몇 푼 때문에 이게 무슨 개고생이요? 저걸 다 팔아서 우리둘이 나누면 수입이 톡톡할거요, 독하지  않으면 대장부가 아니란 말이요, 알겠소?”
임규석은  낮으나 저력 있는 음성으로 말했다. 
“후유…우린 한 마을  친구가 아니오? 아무리 돈이 귀하기로 그래 량심까지  버리겠소?”
강성국은 며칠 사이에 몰라 보게 변해 버린  임규석을 놀란 눈길로 멍하니  보았다.
“아이구, 당신과는 손이 잘 안 맞는군, 입안에 들어온 고기를 그래 뱉아 버리겠소?”
임규석은 안쓰러운 눈길로 강성국을 보는 것이였다. 
“잡 생각을  싹 집어치우고  석만길을 이틀 동안 기다려 가지고  고향에 돌아가기오.”
강성국은 결단성 있게 말했다. 
“후유..고정하기는  서서 똥을 누겠네…”
임규석은  실망의 한숨을 뿜고 말았다. 그는  한참 눈을 슴벅거리며 생각을 굴리다가 차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운전수와 말을 건니였다. 
“쓰프, 우리  이러는게  어떻습니까?...”
“엉?! 음…”
운전수는 깜짝 놀라더니 한참  생각을 굴리는 것이였다. 그 광경을 멀찌감치에서 바라 보고 있는  강성국의 심정은  사뭇 무거워졌다. ( 무슨 꿍꿍이를 꾸미려고   저럴까?  돈이  아무리 쓸모 있기로 그래 속이고 도적질해야 한단 말인가?...) 강성국은 석만길을 간호하느라고 그의 침대 옆에 앉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뱀에게 물린 사람은 잠을 자면 뱀 독이 온몸에 신속히 펴지기에  의사는  환자더러  잠을 못 자게 옆에서 감독하라고  강성국에게  당부했던 것이다. 강성국은 쏟아지는 졸음을  쫓으려고 가슴이 뜨거워지도록 담배를 피웠다. 석만길은  아픔이 좀 덜어지니  졸음이 와서 눈을 감았다. 강성국은  인차 일어 나서 화장실에 달려 가서 수건을 수도물에 적시여 가지고 병실에 돌아와서  석만길의  달아오른 이마에 얹어 주었다. 
“좀 참소, 뱀 독은 잠 들 떄 쉽게  펴진다는데…”
강성국은 의사의 당부를 상기하며 말했다. 
“그런데 잠이 자꾸  쏟아져서…허, 나 떄문에 당신 수고  많구만…”
석만길은  매우 면구스러워 했다. 
“무슨, 이런 일에 어느 누가  가만이 있겠소? 음, 우리 심심한데 내  옛 말을 좀 하지…”
강성국은  잠간 생각을 굴리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옛날  한 나무군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돌아 오는 걸음에 장꿩 날개 세개를 주어 목덜미  뒤에에 꽂고  집  마을 부근에 이르러서  샘물을 엎드려 마셨다오, 그런데 그 날 부터 그 사람은 자기가 뱀을 먹었으니 이젠 죽게 되였다면서  누워 앓더라오. 그의 안해는 의사를 청해  보였다오. 아무런 병도 없다고 의사는 진단을 내렸다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일어나지 못했다오. 왜서? 후에 옆집의  사람이 건너 와서 알려주었다오. ‘당신이 그날  산에 갔다가  돌아 올때 장꿩 날개 세개를 뒤에 꽂고  샘물을 마신적 있지 않았소? 한 번 시험해 보오.’ 그 말에서 정신이 퍼뜩 든 그 사람은 인차 일어 고간에 둔 장꿩 날개 셋을 뒤에 꽂고 샘물가에  가서 물을 마셨다오, 아니나 다를까  샘물에 세개의 장꿩 날개가 언뜰거리며  마치 세 마리의 뱀  같이 보이더라오.  그 다음 부터 그 사람은  언제  앓았던가 싶이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오.”
“하…하…하… 참 재미 있군, 재미 있어…”
석만길은 통쾌하게 웃었다. 그 서슬에 잠기는 말끔히 가셔져버렸다.      
밤중에 그는 비몽사몽간에  자동차의 발동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라며 밖에 달려나갔다. 운전수는 차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그 옆에 임규석이 서 있었다. 
“아니, 이 밤중에 왜 이럽니까?”
강성국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으나 짐짓 온화한 어조로 물었다. 
“녜? 녜,저….”
운전수는  떠듬거리는 것이였다. 
“당신은 삐치지 마오, 잘 되는 호박에 괜히 송곳질하지 말고…” 
“무엇이? 그래  호적질 하겠소? 돈에 눈이 어두워서 너무 우둔한 짓을 하지 마오.”
강성국의 어조는 저으기 격해졌다. 
“야, 이거참  당신도 안 하면서 왜 이렇게 방해를 놓소?”
임규석은 버럭 성을 내였다. 
운전수는 조선말을 알아 듣지 못하여도 그들이 의견 분쟁이 생겼음을 감촉하고서  운전석에 점도록 앉아 애꿎은 담배만 풀풀 태우고 있었다. 
“내들 씨베, 내 원 못 놀겠소….”
암규석은 툴툴거리며 저만치 스적스적 걸어갔다. 
이틀 후, 한참 달리던 자동차는 어느 무인지경에서  또 고장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준비한 식료품이 떨어졌다. 식당도 소매점도 없는 도로에서 그들은 식품을 구할길이 없었다. 
“내들 씨베, 일이 안 되는군,  차는 개뿔 같이 자꾸 고장이 나니….”
임규석은 짜증을 팍팍 부리였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마치  임규석의  불평에 화답이라도 하는듯이 애처롭게  울어댔다. 이때 임규석의 두 눈은 갑자기 반짝 빛났다. 
“우리 오늘 로천 양고뀀 추렴을 해볼까?”
임규석은 어린 양을 호시탐탐 노려보다가 강성국에게 물었다.
“엉, 그건 무슨 소리오?”
강성국은 짐짓 모르쇠를  댔다.
“배 고파 죽겠는데  언제 무스거 고려할새 있소? 이거나 잡아 먹기오.”
임규석은 어린 양을 턱짓했다.
“아니, 한 끼 굶더니 벌써 정신이  돌았소?”
강성국은 버럭 성을 냈다.
“량반도 굶으면  도적질한다는데, 뭐 볼게 있소? 이잘난걸 갖고 가  무얼하오? 팔지도 못 할 걸 가지고서, 아싸리(아예) 잡아먹기오.”
석만길은 호응해나섰다.
“엉, 당신도?...’
강성국은 입을 딱 벌렸다.
“아니, 사람이 굶구사 뭐 볼게 있소? 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산다는데…”
임규석은 몽골에서 산 칼을 괴춤에서 쓱 뽑아들더니 강성국이가  안고 있는 어린 양을 향해 다가들었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마치 자신의 신변에 불행이 강림함을 알기나 하듯이 애처롭게 울어댔다.
“당신 정신이  있소? 정신이…”
강성국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임규석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아니 그래, 사람 보다 양새끼 더 중하오?”
임규석은  강성국의 서리발 치는  눈길에 악간 주눅이 들며 타협조로 물었다.
“후유…이게 어떻게 살아난 것이라구…”
강성국은 한숨을 길게 뿜으며 몸을 옹송그렸다.
“에익, 선비 같은 당신 때문에…”
임규석은  중얼거리며 단도를 괴춤에 슬며시  꽂았다.
“ 배 고파 죽겠는데 뭐 볼게 있소?  하구 보지 보다 먹구 보지 더 좋다구,잡아 먹구 보기오.”
임규석이가 즘즉해지니 이번엔 석만길이가 설쳐댔다.”
“그리 배 고프면  엤소, 차라리 이걸 썩 베여 굽어 먹소.”
강성국은 팔 소매를 불쑥 걷어올리며 자기의  실팍한 팔을 쑥  내밀었다.
“엉? 당신 이게 정신이 있소? 정신이…”
 석만길은 두 눈이 데꾼해졌다.
“누가 정신이 없는지 모르겠소. 그래, 불바다에서 요행  목숨을 건진 요것이 불쌍하지도  않소? ”
강성국의 어조에는 눈물이 슴배여 있었다.
“후유…아무리 짐승이 불쌍하다고 해서 사람 보다 더 중하겠소?”
석만길의 음성에도 눈물이 어리어 있었다.   
  “부르릉….”
 그들이 설전하는 사이에 차는 수리되였다. 운전수는 핸들을 부여잡고 속력을 내여 달렸다. 
“매애애…..”
어린 양은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화답이라도 하는듯  가냘픈 목소리로 울어댔다. 한참 달리는데 앞에서 웬 사람들이 나타나머 손에  쥔 거무스레한 것을 마구 휘두르며  차를 세우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운전수는 긴장된 눈길로 옆에 앉은 강성국을 보았다. 그의  솔밭 눈섭은 쭝긋거렸다. 그는 이빨사이로 말을 뱉았다. 
“속력을 내시오!”
“저,그러다가 사고라도 치면은?....”
운전수의  우유부단한 음성이였다. 더 상론할 여지가 없었다. 강성국은 왼손으로  운전수의 악세레다를 밟고  있는 발등을 꾹 눌렀다. 자동차는 시위를 떠난 화살마냥 씽씽  달려갔다. 앞을 막아섰던 강도들은 썰물마냥 밀려갔다.
“땅!..땅!...”
뒤 늦게야 어지러운 총소리가 울렸다. 운전수의 이마에서는  콩알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돋았다. 강성국은 뒤를 피끗 돌아보며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밤 도와 달리고 달려 드디여 고향에 이르렀다. 석만길은 당나귀를 다 판 다음 수고비를 주겠으니 소식을 기다리라고 했다.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뿜고서 집에  돌아갔다. 
   사흘 후, 그들 둘은 심심파적으로 석만길이네  음식점에 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주인이 바뀌였다. 그는 자기가 이 음식점을 샀다면서 영업집조을 보이는 것이였다. 
   “엉?!...”
그들 둘은  서로 바라 볼 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눈을 감으면 코를 베여 갈 한심한 세월이 아닌가?  석만길은  당나귀와  음식점을 몽땅 팔아치우고, 팔리지 않는 어린 양만 남기고   어디론가 슬며시 사라져 버렸다.
   “개 새끼...”
    그들의  눈에서는 불꽃이 튕겼다. 그들은  하늘이  빙그르르 돌고 땅이 푸욱 꺼져들어가는 것 같은 환각을 느꼈다. 
 “후유…그러니  믿을 사람이 어디  있겠소?...그때 당신이 내 말을 들었더라면…후유..이젠 죽은 아이 자지 만지기지….”  ’
임규석은  원망의 눈길로 강성국을 보며 깊은 한숨을 뿜었다.
“후유…사기군이 나쁘지, 지금 보니 한 마을 친구도  믿을 게 못 되는구만, 남을 해치고 사는 삶이  재미 있으면 얼마나 재미 있겠소? 사람은 자기 힘으로 살아야 하오…”
강성국은 무거운 어조로  말했다.   
    “ 매애…매애…매애…”    
어린 양은 마치 그들이 당한 봉변을 알기나 하듯이 애처롭게 울어댔다. 강성국은  눈물이  고인 눈길로  한참 동안 어린  양을 내려다 보다가  천천히 허리를 굽히여  어린 양을 보듬어 안았다. 그는 털이 곱슬곱슬한 어린 양의  잔등을  삭삭 쓰다듬어 주었다. 어린  양은  눈을 말똥말똥거리며  강성국을 올려다 보았다. 순간, 그의  가슴은  전률에 감전된듯 찌르르해졌다.  찰나,  그의 눈앞에 환영이 나타났다. 일망무제한 초원에 하늘을 태워버릴듯이 불길이 맹렬히 타오른다    온몸에 불이 달린  당나귀뗴, 소뗴, 양뗴들이 미친듯이  뛰여다닌다. 불길, 땅을  달구고 돌을 녹이는 불길이  광란한다.  방금까지  생기발랄하던  당나귀떼, 소떼, 양뗴들이 무리로 쓰러진다. 렬화는  마치  지구라도 녹여낼듯이  황황_ 소리치며 광분한다
그 속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생명, 어린  양, 하늘이 도왔느냐, 천사가  보호했느냐?  강성국은  말 못하는 미물이 이날 따라 갑자기 태산마냥  웅장하개 가슴에 안겨오는듯 했다.  이윽고  어린 양은  강성국의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재생의 서곡인듯 낮으나 명량한 울음소리를 내였다. 
“매애…매애..매애…..” 
허경수
         핸드폰; 135-1618-1167
천진시  동려구 풍년촌  태흥리  9-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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