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어머니의 간장사리 이 혜 선
2018년 12월 20일 16시 04분  조회:803  추천:0  작성자: 강려
엔지오 신문 시가 있는 마을 15
 
  어머니의 간장사리
 
                           이 혜 선
 
 
시어머니 제사 파젯날
베란다 한 구석에 잊은 듯 서 있던 간장 항아리 모셔와
작은 단지에 옮겨 부었다
20년 다리 오그리고 있던 밑바닥을 주걱으로 긁어내리자
연갈색 사리들이 주르륵 쏟아진다
 
툇마루도 없는 영주땅 우수골 낮은 지붕 아래
허리 구부리고 날마다 이고 나르던
체수 작은 몸피보다 더 큰 꽃숭어리들
알알이 갈색 씨앗 영글어
환한 몸 사리로 누우셨구나
 
내외간 살다보먼 궂은 날도 있것제
묵은 정을 햇볕삼아 말려가며 살아라
담 너머 이웃집 연기도 더러 챙기며
묵을수록 약이 되는 사리 하나 품고 살거라
 
먼 길 행상 가는 짚신발 행여나 즌데를 디디올셰라
명일동 안산에 달하 노피곰 돋아서
어긔야 멀리곰 비추고 있구나*
물의 마음 환히 비추는 사리 하나
 
이승 저승 가시울 넘어 맨발로 달려오신
어머니의 간장사리
 
* 백제 가요 ‘정읍사’에서 차용
 
 
<이선의 시 읽기>
 
  이혜선의 「어머니의 간장사리」는 과거형이다. 백제가요 「정읍사」를 차용한 것이나 향토적 순수의 다정인 시어머니에 대한 정서가 예스럽다. 그러나 이 시가 상투적이거나 지루하지 않고 진정성이 있는 것은 ‘간장사리’라는 사물성에서 출발하여 시어머니의 지아비를 향한 사랑과 당부의 말씀을 객관화시켰기 때문이다.
  ‘간장사리’보다 더 적절한 한국 어머니에 대한 비유를 찾기도 힘들 것이다. 간장항아리는 가난한 지어미가 대를 물려오면서 시어머니에게 전수받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었다. ‘간장 맛이 좋으면 살림이 불어난다’, ‘집안이 망하려면 장맛부터 변한다’는 말이 있다. 간장은 옛 어머니들의 가장 귀중한 기초양념이며 조미료였다.
  위의 시는 시어머니가 물려준 간장항아리와 시어머니의 몸체 같은 ‘간장사리’. 시어머니가 들려준 지아비를 섬기는 자세. 백제 여인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여러 세대의 여인의 삶을 조명하였다. 대상에 대한 확장, 소재의 확장을 통한 시의 시케일이 크다.
  ‘간장 찌꺼기’라는 ‘사물’에 집중하여 묵을수록 약이 되는 ‘사리’의 경지까지 찾아내었다. ‘간장사리’라는 말 속에 인내와 고난, 찌꺼기로 ‘나머지 생’을 산 ‘어머니’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표현과 기교로 멋을 부리지 않아도 좋은 시는 ‘느낌’과 ‘설득력’을 스스로 가지고 있다.
  ‘진정성’과 ‘객관화’는 시의 중추신경이며 뼈대다. 뼈대가 으스러지면 허리가 굽고 온 몸이 저리고 아프다. 기초공사를 튼튼히 한 작품은 구성이 단단하고 힘이 있다. 연과 연이 서로를 받쳐준다.
 
가져온 곳 :  카페 >시와 도자기|글쓴이 : 이미지| 원글보기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14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4 어머니의 간장사리 이 혜 선 2018-12-20 0 803
13 이선의 시 읽기- 김규화 <한강을 읽다> 2018-12-20 0 681
12 내 침실 문덕수 2018-12-20 0 663
11 봄밤의 멀미 정연덕 2018-12-20 0 765
10 머리카락의 자서전 박남희 2018-12-20 0 800
9 점화(點話) 문정영 2018-12-20 0 602
8 목숨祭 -수술실에서 가영심 2018-12-20 0 580
7 5시 28분 이소정 2018-12-20 0 688
6 저년을 잡아라 박재릉 2018-12-20 0 649
5 크리스마스이브의 백석 박정원 2018-12-20 0 641
4 도마 여영미 2018-12-20 0 663
3 용서하라, 저녁이 된 것을!* / 김영찬 2018-12-20 0 556
2 이선의 시 읽기/ 김규화- 거목 2018-12-20 0 573
1 검붉은 색이 들어간 세 개의 그림 / 심상운 2018-12-20 0 581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