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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닦는 나무 / 공광규
2018년 12월 24일 18시 32분  조회:690  추천:0  작성자: 강려
별 닦는 나무
 
 
공광규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는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되나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물이 들어
삶이 지고 싶은 나를
 
 
 
 
 
<이선의 시 읽기>
 
 
시인이 원하는 시의 정점은 어디인가? 작품이 대중에게 사랑받고, 시인에게 인정받고, 평론가에게 선택되는 것. 또한 문예사조와 역사에 거론되는 것. 작가 사 후 50년 백년이 지나도 석박사 논문으로 조명하고 연구되어지는 것. 쉬운 시, 감각적 미의식이 있는 시, 진정성이 있어 대중들이 유치하지 않은 시. 무기교의 기교, 은밀하게 기교를 숨긴 작품성 있는 시를 지향할 것이다.
  어제 새벽 4시 20분쯤 잠이 깨어 창밖 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수히 많은 별가지들이 휘늘어져, 나의 방,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지는 별 사이로, 밤벚꽃처럼 하얗게 피어나는 별꽃을 보았다. 앞집 빌라, 수능을 코앞에 둔 입시생도 잠든 시간. 모든 사물이 숨죽인 공간, 홀로 별꽃 피어 빛나고 있었다. 빛이 어둠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빛을 밝히는 걸 목격했다.
  공광규 시인의 『별 닦는 나무』는 대중이 좋아할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대중이 좋아하는 ‘사랑 시’라는 거다. 쉽다. 진정성이 있다. 시인이 읽어도 유치하거나 작품성이 떨어지지 않는다. 석박사 논문으로 연구될 새로운 구조와, 문예사조를 바꿀 표현 기교를 가지고 있는 반전 있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대중의 지지와 인기를 얻을 작품이다.
  
  이시의 백미는 1연의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부분이다. 은행나무와 나를 치환하고 있다. 이 시의 또 다른 매력은 ‘진다’라는 주제어다. 
  ― ‘뜨는 별’은 당신에게 양보하고, 나는 ‘지는 나뭇잎’을 택하겠다는
  
  공광규의『별 닦는 나무』를 여러 번 다시 읽는다. 순수하다. 여과된 사랑의 감정이 느껴진다. “이 사람, 사랑을 하나?” 작품과 작가가 오버랩된다. 그 대상이 아내라면 더욱 좋겠지만, 남의 아내라고 하여도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비난할 수 없다. 그 사랑은 별처럼 서로를 빛낼 것이므로. 흔들리지 않는 은행나무가 되어, 큰나무가 되어 별처럼 빛나는 내 여자의 길을 닦아 주고 싶은 것. 더 반짝거리게 하고 싶은 것. 질투하지 않는 사랑.
  용문사 은행나무를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고, 필자는 졸시『보들레르와 은행나무』를 썼다. 몇 년 뒤, 가을에 용문사를 찾아 대웅전 앞 천년 은행나무를 찾아갔다. 시에게 미안해서다. 하늘을 찌르는 은행나무는 감탄과 감동이라는 말로 부족했다.
  신성을 느꼈다. 그 은행나무를 먼저 만났다면, 다른 시를 썼을 것이다. 그 시는 매우 짧을 것임. 서양풍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긴 ‘고백록’이 아니다. 천년 동안 삭제한 나뭇가지. 지우고 지운 몸, 은행나무 그 여백의 지혜를 배울 것.
  공광규 시인의 ‘별 닦는 나무’를 용문사 은행나무 ‘답사기’, 또는 ‘감상문’ 이라 이름하여 본다. 조지훈과 박목월처럼 화답가를 쓰고 싶은 욕구. 소곤소곤 대화 같다. 밤에 쓴 부치지 않은 편지. 답장을 하고 싶은― 짧고 아름다운 시, 결코 쉽지 않은 언어장치. 진정성이 주는 멋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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