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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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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완성 / 정용화
2018년 12월 25일 15시 23분  조회:701  추천:0  작성자: 강려
봄의 완성
 
 
정용화
 
 
 
향기를 반으로 접으면 나비가 된다
바람은 오래된 권력처럼 나태해지고
나무마다 온통 초록 연기를 뿜어낼 때 우리는 귀가 큰 구름을 쓰고
우기 속으로 저물어간 꽃 속에 당도한다
 
 
쉽게 부서지는 입술을 가진 당신
아직 꽃으로 피지 못한 것들이 한 줄의 비밀로 환원될 때
단단한 혀로 만져지는 침묵
나비는 정오 근처를 날고 봄은 수평선으로 확대된다
 
 
햇빛을 녹여 꽃으로 돌아가는 시간
나비 만으로는 봄을 다 말할 수 없기에 시드는 꽃을 바라보는 일은
늘 위태롭다
그것은 얼룩을 더듬어 일구어낸 몇 개의 발자국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나비의 문장은 설익은 고백이라서 향기라는 욕망을 갖고서야 봄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계절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한 묶음의 봄으로 압축되면 투명을 향한 좌표 하나
지니게 될까 나비가 꽃 속에서 접고 있던 날개를 펼 때 비로소 절반의 봄이 완성된다
 
 
<이선의 시 읽기>
 
 
 정용화 시의 압축파일을 풀면 몇 가지로 요약되는 은유적 이미지와 연결고리를 만난다.
 
 
  첫째, 물질이미지를 형상 이미지로 환원하여 감각적 표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 이름을 ‘나비’이미지라고 명명하여 보자.
  나비 이미지는 <가볍다-날다-욕망과 환상-이상주의>로 대별할 수 있다.  나비효과 등, 나비는 욕망의 또 다른 매개체다. 나비가 날개를 펼쳤다 접는 이 분화된 모습에서 시는 시작된다. 역으로 향기와 꿀을 얻는 나비의 모습을 치환하여 나비를 향기로 언급하고 있다. 무형태의 물질을 나비라는 현실의 물상으로 표현하여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둘째, 또 다른 기법은 사동을 피동으로 바꾸어 감각적 신선함을 얻고자 하였다. 1연 4행 ‘우기 속으로 저물어간 꽃 속에 당도한다’ 구절과 2연 2행 ‘아직 꽃으로 피지 못한 것들이 한 줄의 비밀로 환원될 때’ 구절과 3연 ‘햇빛을 녹여 꽃으로 돌아가는 시간’에서 보여진다.
 
 
  셋째, 또 다른 기법은 해석적 문장과 단어의 치환과 피동으로 생겨나는 이미지의 ‘낯설게하기’다. 생경한 언어의 충돌로 만들어내는 집합적 이미지가 신선함을 준다. 1연 ‘바람은 오래된 권력처럼 나태해지고’ 구절에서 ‘바람’의 속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낯선 문장이지만 사실적 문장이다. 객관화된 이미지다. 멋을 낸다고 감정에 치우친 문장을 마구 투척하면 객관화를 간과하게 된다. 모든 시어와 생각들이 ‘새로움’이라는 옷을 입었다.
  2연 ‘단단한 혀로 만져지는 침묵’을 들여다보자. 평서체 문장은 ‘침묵하는 혀’다. 그러나 ‘단단한 혀로 만져지는 침묵’이라고 표현함으로써 더 구체성을 갖는다. 사실 혀로 침묵은 만질 수 없다. 그러나 데칼코마니처럼 표현기법의 묘미다. 똑같은 앞면과 뒷면이 뒤집어 찍으면 멋스럽다. 둘러치나 매치나 시어는 같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같지 않다.
  2연 4행 ‘봄은 수평선으로 확대된다’ 부분을 들여다보자. 평서체는 ‘수평선으로 해가 진다’가 맞다. 그러나 문장을 한번 흔들어주었다. ‘진다’라는 이미지를 ‘확대된다’고 돌연변이적 표현을 함으로써 신선함을 준다. 확대 이미지는 감각적 미의식을 갖는다.
  3연 1행 ‘햇빛을 녹여 꽃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들여다보자. 시간의 경과과정이 구체성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체감된다. 사실은 ‘꽃이 햇빛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맞다. 그러나 피동형으로 문장을 도취시켰다.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은 단어와 문장 스타일 기법은 정용화의 상표다.
  3연 4행 ‘그것은 얼룩을 더듬어 일구어낸 몇 개의 발자국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이 구절도 도치와 치환적 문장이다. 또한 피동적 표현이다. ‘잃어버린 발자국’은 상징적으로 떠나간 사람과 떠나보낸 인연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설명적이거나 구태의연하지 않다.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장이다.
 
 
  넷째, 특징은 기승전결 4연의 시 구절에서 보여주는 나비 이미지의 공통성이다. 1연에서는 향기와 나비를 연결하였다. 2연에서는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짓과 입소문을 연결시키고 있다. 가볍다라는 이미지를 연결시켰다. 3연에서는 나비와 꽃의 상관관계다. 시드는 꽃을 여성성으로 매치시켜 잃어버린 인간관계로 설정하였다. 4연은 나비의 ‘날다’라는 이미지를 상승욕망으로 연결시켰다. 또한 ‘꽃’의 ‘여성성’에 탐닉하는 ‘나비’라는 ‘남성성’을 넘을 때 인간관계의 완성된 이상이 실현된다는 메시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정용화 시의 매력은 단단한 내용을 가벼운 기교로 설교하지 않는 데 있다. 정용화 시의 모든 문장은 참이라는 설정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가볍게 시어에 접근하지 않고 객관적 사물과 객관적 행위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사유의 신선함이다. 1연 ‘향기는 반으로 접으면 나비가 된다’ 2연 ‘봄은 수평선으로 확대된다’ 3연 ‘시드는 꽃을 바라보는 일은 늘 위태롭다/... 그것은 얼룩을 더듬어 일구어낸 몇 개의 발자국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4연 ‘나비의 문장은 설익은 고백이라서 향기라는 욕망을 갖고서야 봄을 견디는 법을 배웠다/ 나비가 꽃 속에서 접고 있던 날개를 펼 때 비로소 절반의 봄이 완성된다’ 부분을 살펴보자. 단답형 결어는 심심하지 않다. 싱겁지도 않다. 무게감과 형태미를 은유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정용화의 시를 읽으면 박하향 가득 머릿속에 피어난다. 문장마다 새로움으로 환하다. 뇌가 덤블링을 한 듯 먹먹하다. 예술이 도달할 종착역은 유미주의다.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한 시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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