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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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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이선 시해설

하릴없이 / 이기와
2018년 12월 24일 20시 25분  조회:791  추천:0  작성자: 강려
하릴없이
 
 
이기와
 
 
오리를 데리고 개울가로 간다
오리를 안아보니 속이 빈 구름이다
구름이 허공에 잠기지 않는 건 마음이 없기 때문인가
무심(無心)한 오리가 개울물에 구름처럼 종이배처럼 떠 있다
오리의 유쾌한 목욕을 반나절 지켜보고 있는 나를
누군가 불쾌하게 지켜보며 혀를 찬다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생을 가벼이 살아서야 되냐고
방울달린 혀가 내 심심(深深)한 생각의 수면에 방울을 던져
소음의 파문을 일으킨다
오리와 내가 저속(低俗)에 빠지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일
말고, 더 나은 비중(比重)의 일이란 어떤 것일까
아무리 무게를 실어 깊게 잠겨보려 해도
물은 공을 차듯 오리를 물 밖으로 튕겨낸다
물과 놀아도 물에 젖지 않는 오리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생을 가벼이 살아서야 되냐고
 
 
<이선의 시 읽기>
 
 
  위의 시는 ‘오리’를 바라보는 ‘나’와, 나를 바라보는 ‘그’라는 3단 구조를 가지고 있다. 내가 바라보는 ‘오리’에 대한 관점과 나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은 정 반대이다. ‘오리가 물 위에 떠 있다’라는 단순한 사실을 오랫동안 시인은 관찰하고 있다. ‘무심(無心)한 오리가 개울물에 구름처럼 종이배처럼 떠 있다(4행)’라는 구절을 건지기 위하여. 이처럼 시는 ‘관찰’로부터 시작된다.
 
‘오리의 유쾌한 목욕을 반나절 지켜보고 있는 나를/ 누군가 불쾌하게 지켜보며 혀를 찬다/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생을 가벼이 살아서야 되냐고(5-7행)
‘오리와 내가 저속(低俗)에 빠지지 않고 물 위에 떠 있는 일/ 말고, 더 나은 비중(比重)의 일이란 어떤 것일까(10-11행)’
 
  위의 두 시행들은 두 물음이 대조적으로 교차하고 있다. ‘관조’와 ‘소속감’이라는 말로 정의한다면 ‘도인’과 ‘생활인’의 견해차이다.
  소설을 엉덩이로 쓴다는 말처럼 시는 눈으로 쓴다. 시각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시가 잘 된 시라는 말은 ‘이미지’의 중요성과 함께 표현의 선명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시를 쓰는 일은「하릴없이」룸펜처럼 방바닥을 뒹굴어야 시상을 얻는다. 바쁘게 분초를 다투고 살면 돈은 벌지 몰라도 시와는 멀어진다. 시는 ‘여유’ 라는 ‘생각의 비’를 맞고 자라는 초목이다. 무심한듯 흘러가는 구름과 바람은 초목을 살리는 절대필요 조건이다.
  그러므로 ‘하릴없이 무심함’이야 말로 시의 절대구성조건이다. 하늘을 바라보고, 사람과 숲과 들과 강을 무념무상으로 바라볼 때 직관적으로 슥 시가 들어선다. 물론 세밀화 기법의 시도 있다. 논리적이고 이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정밀화 기법의 시는 구성력은 탄탄하지만 확장의 폭이 적다. 그 이유는 작가가 이미 다 지정하고 말해 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오리도 반나절 동안 물장구만 치고 논 것은 아닐 것. 몸을 물 밖으로 지탱하기 위하여 물 아래에서는 열심히 발을 움직이고, 생을 지탱하기 위해, 물속 먹이를 잡아먹기 위해, 몸을 거꾸로 쳐들고, 목을 길게 물속으로 집어넣고 수고하였을 것.
  ‘아무리 무게를 실어 깊게 잠겨보려 해도/ 물은 공을 차듯 오리를 물 밖으로 튕겨낸다(12-13행)’처럼, 프로이드는 시인을 사회화에 실패한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시인’과 ‘시’는 무릇 세상에 속하지 못하고, 멀리 ‘지나가듯’ 생을 바라본다. ‘물’과 ‘오리’처럼 세속에 젖지 않고 고상하게 사는 것이 시다.
  위의 시는 대학강사를 하다가 복지학으로 바꾸어 고아원 설립을 꿈꾸다가 화천에 <명상예술학교>를 설립하고 자연주의 음식을 손님들에게 극진히 대접하며 명상기법을 가르쳐 세상을 선하게 인도하려는 이기와 시인 자신의 일상 같다. 산수 좋은 강원도까지 떠밀려간 시인의 삶을 반영하는가? 세상에 속하되 세상에 속하지 않는 아름다운 삶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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