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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 한마디
2022년 02월 24일 10시 24분  조회:883  추천:0  작성자: 김태호

마지막 그 한마디

김태호



불치의 병으로 시한부 삶을 사는 사람들은 대개 자기가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감회에 젖거나 회한에 잠기게 된다. 그래서 그동안 고마왔던 사람에게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를 주었던 사람에게는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도 한다. 시한부 삶은 앞날이 얼마 남지 않아 매우 서글프기는 하지만 그나마 죽음을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라도 주어져 어느 정도 수습 정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돌발사고나 분초를 다투는 급병으로 갑작스레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게 된다면 어찌할가? 만약 당신이 이런 경우에 봉착했다면 누구에게, 그리고 무슨 말을 남길 것인가?

1985년 8월 12일 오후 5시 57분, 일본 수도 도꾜의 하네다공항에서 출발해 오사까로 향하던  일본항공(JAL) 소속 보잉747 려객기가 도꾜에서 100킬로메터 떨어진 군마현 다까마가하라산 릉선에 추락해 탑승인원 524명 중 520명이 숨진 단일 항공기 중 가장 최악의 항공 대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후 유물 수색 작업 전문 담당팀이 담배갑 하나를 발견했는데 담배갑 겉봉에는 다급하게 적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비행기가 추락하는 순간에 어느 한 아버지가 자식에게 쓴 마지막 한마디였다. “건강하게 자라라. 뜻을 굽히지 말고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정진하여라. 곁에서 힘이 되여 주지 못하고 일찍 떠나서 미안하구나. 사랑한다.”

2001년 9월 11일 아침, 미국에 대항하는 이슬람 과격 테로단체인 알카에다는 려객기를 랍치해 뉴욕의 세계무역쎈터 건물을 무너뜨렸다. 려객기에 탑승했던 사람들은 당장 다가올 죽음을 앞두고 가족에게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보내 그동안 다하지 못한 사랑을 애타게 전했다.

어느 한 딸은 공포에 떨며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지금 랍치당했어. 저기에 세명이 폭탄을 가지고 있어. 엄마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무너져내리는 세계무역쎈터 건물 안에서 어느 한 남편은 휴대전화로 안해에게 마지막 문자를 썼다. “내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 여보, 당신을 사랑해. 정말 사랑해! 살아서 당신을 다시 봤으면 좋겠어. 안녕!”

2014년 4월 16일 오전, 한국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린근 바다에서 인천에서 출항해 제주로 향하던 려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승객 304명이 사망·실종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수학려행을 가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이 두려움에 떨며 쓴 마지막 문자메시지들이 우리들의 가슴을 저민다. 한 학생은 “엄마, 잠시 뒤면 내가 말 못할가봐 보낸다. 사랑해!”라고 썼다. 평소 엄마에게 표현하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을 죽음을 당장 앞둔 그 순간에 전했던 것이다. 학교 연극부를 다니던 다른 한 학생은 연극부 대화창에 “연극부 친구들, 다들 사랑해! 우리 죽을거 같아. 잘못한거 있으면 용서해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마지막으로 남겼다.

2018년 3월 25일 오후 로씨야 케메로보주 케메로보에 있는 쇼핑몰 짐나야 비시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4층에 있는 어린이 놀이방에서 불길이 치솟고 불과 10초만에 검은 연기가 건물 내부을 덮었다. 이 화재로 64명이 사망하고 79명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중 상당수가 어린이들이였다. 이날은 일요일이라 부모를 따라 영화를 보러 나온 어린이들이 많았기에 어린이 희생자가 유난히 많았다. 화마로 희생된 어린이들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문자메시지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만들었다. 12살 소녀 비카가 휴대전화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빠져나갈수 없어요. 엄마 사랑해!”였다. 이처럼 사람들은 극한의 공포속에서도 가족이나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던 것이다.

양력설을 나흘 앞둔 자정이 다가오는 심야, 평소에 건강 하나만큼은 자부하던 필자는 원인불명의 심근경색으로 돌연 실신하며 쓰러졌다. 얼마 뒤 겨우 의식을 되찾고 산소호흡기를 장착한채 구급차에 실려 연변병원에 이르렀다.

급진을 마친 심혈관 전문의들은 막힌 혈관 면적이 매우 커서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라며 즉시 수술해야 한다고 통보하는 것이였다. 최선을 다해 구급하며 분주히 오가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보면서 필자는 ‘죽음도 멀리 있는게 아니라 지척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잠간 했다.  순간 일본에서 열심히 학문을 닦고 있는 아들이 그리웠다. 4년 동안 만나지 못한 아들이였다. 아들이 학업을 원만히 마치고 착한 처녀를 만나  행복하게 잘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었다.

다행히 필자는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고 또한 의료진의 높은 의술로 스텐트를 삼입해 심장혈관을 뚫어주는 시술을 받고 저승의 문턱까지 갔다가 이승으로 다시 돌아왔다.

퇴원하는 날 병실을 나와 하늘을 쳐다보니 늘 보던 푸른 하늘이였건만 이날 따라 그토록 아름다웠으며 그 하늘 아래에서 분주히 오가는 모든 사람들이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대지를 우뚝 딛고 숨 한번 크게 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로씨야의 대문호 레브 똘스또이는 1885년에《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단편소설을 저술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분명하고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제 삶에 대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지금부터의 삶을 인생의 덤으로 알고 늘 감사한 마음을 지니고 이 세상의 살아숨쉬는 모든 정직하고 선량한 생명들을 사랑하면서 살아가야겠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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