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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 / 주자청
2018년 04월 16일 00시 51분  조회:2204  추천:0  작성자: 죽림
 

                 푸  른   빛

                    綠

 

 

                                                주 자 청

 

 

 

 두 번째로 선암仙岩에 갔을 때, 나는 매우담梅雨潭의 푸르름에 경탄 하였다. 매우담은 하나의 폭포였다. 선암에는 세 개의 폭포가 있는데, 그 가운데 매우담이 가장 낮은 곳에 있다. 산에 오르면 이내 콸콸거리는 물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면 양쪽의 축축한 어둠을 뚫고 흐르는 하얗게 빛나는 물줄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는 먼저 매우정에 올랐다. 매우정은 폭포와 마주보고 있어 정자에 앉으면 고개를 들 필요 없이 바로 폭포 전체가 보인다. 정자 아래로 매우 깊숙한 곳이 매우담이다. 이 정자는 밖으로 툭 튀어나온 편편한 바위덩이 한쪽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그 형상이 마치 날개를 활짝 편 한 마리의 매가 하늘에 떠있는 것 같다. 삼면이 모두 산으로 둥근 옥처럼 둘러싸여 있어 우리는 마치 우물 안에 와 있는 느낌이다. 세털 구름 몇 자락이 우리 머리 위로 떠있고, 바위와 풀숲은 축축한 습기가 감도는 푸르름 속에서 싱그러움만 더해 간다.

 

 폭포 소리 또한 매우 우렁차다. 그 폭포가 크고 작은 몇 갈래의 물줄기로 흩어지며 아래로 떨어지는 모양은 더 이상 한결같이 평평하게 미끄러지는 물이 아니었다. 폭포수는 뾰쪽한 바위 모서리와 부딪칠 때마다 세찬 충격으로 꽃이 흩날리듯 옥이 부서지듯 어지러이 뿌려 날린다. 사방으로 튕겨 오르는 물보라는 아득히 반짝이며 빛난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하얀 매화꽃이 송이송이 가랑비처럼 계속해서 떨어지는 것 같다.

 매우담이 유명해진 까닭이 바로 이러한 장관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매화보다는 버들강아지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면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버들강아지. 순간 우연히 날아온 버들강아지는 우리의 따뜻한 가슴속으로 파고들지만 다시 찾아 볼 수 없다.

 매우담의 번쩍번쩍 빛나는 푸르름이 우리를 부른다. 우리는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그 눈부신 빛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풀숲을 헤치고 험난한 바위를 기어오르며 조심스럽게 살펴간다. 몸을 굽혀 석궁문石穹門을 지나 물이 깊고 푸른 연못가에 다다랐다. 폭포가 바로 눈앞에 있지만 내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연못의 푸르름이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아, 사람의 마음을 도취시키는 푸르름이여 ! 그것은 마치 커다란 연잎을 깔아놓은 듯 신비함이 가득한 푸르름이었다. 나는 두 팔을 크게 벌려 안아보고 싶지만 한낱 헛된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물가에 앉아 폭포 쪽을 바라보니 의외로 멀리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고르게 펼쳐 있으면서 겹겹이 쌓여있는 푸르름이 너무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 푸르름은 새색시의 치마가 살며시 끌리듯이 보일 듯 말 듯 주름 잡히고, 첫사랑에 가슴 두근거리는 처녀의 마음인 양 가만히 드러내 보인다. 또한 번지르르하게 윤기 흐르는 것이 기름을 발라 놓은 것 같다.

 그것은 달걀 흰자위처럼 부드럽고 연하여 예전에 만져보았던 곱고도 순한 피부를 연상케 한다. 티끌 한 점 없이 매끄러운 푸른 옥과도 같이 프르름 일색으로 깨끗하기만 하다. 그러나 당신은 그 아름다움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는 북경北京에서 열 군데의 사찰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곳 잔디나 버드나무 빛깔은 너무 옅어 누런 거위빛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항주杭州 호포사 부근의 거대하면서도 깊고 빽빽한 ‘녹벽綠壁’을 본 적이 있다. 촘촘히 겹겹으로 끝없이 펼쳐진 새파란 풀과 푸른 잎은 또 너무 짙어 보였다. 그밖에 서호西湖의 물결은 너무 밝고, 진회하秦淮河는 또 너무 어두웠다.

 

 사랑스러움이여, 내 그대를 무엇으로 비유하리. 내 어찌 비유할 수 있으리요. 아마도 못이 깊고 그윽한 탓에 이렇듯 신비스런 푸르름을 간직할 수 있었으리라. 마치 짙은 남색 빛의 하늘 한 모퉁이를 떼어다 녹여 놓은 듯 선명하기 그지없구나.

 아 ! 사람을 도취시키는 푸르름이여 ! 내 그대를 청색 띠로 여겨 마를 수만 있다면, 나 살포시 춤추는 무녀에게 주리라. 그녀는 바람에 나부끼듯 하늘대며 춤을 추리. 내 그대를 번뜩이는 눈으로 여겨 담아갈 수 있다면, 나 노래를 잘 부르는 눈 먼 소녀에게 주리라. 그녀는 분명 밝은 눈동자로 환히 보이게 되리. 나 정말 떠나기 싫구나. 내 어찌 그대를 떠날 수 있으리.

 

 열두세 살 소녀에게 그러하듯 나 그대를 토닥거리고 어루만진다. 내 그대를 두 손으로 받들어 입에 넣으니 입맞춤하는 것이네. 그대에게 이름 하나 지어주니 ‘푸른 소녀’라고 부르면 어떨까 ?

 

 두 번째로 선암에 갔을 때, 나는 매우담의 푸르름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 1924년 2월 8일 )

 

                           주자청朱自淸 (1898~1948) 강소성江蘇省 동해현東海縣 출생으로

                                                       북경대학 철학과졸업, 청화대학 중국문학과 교수

                                                       중국현대문학의 저명작가이며 학자.

                                                       대표작 <아버지의 뒷모습> <여인> <봄>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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