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시인 대학교

윤동주와 시집 제목
2018년 10월 10일 01시 27분  조회:2869  추천:0  작성자: 죽림

윤동주가 처음 준비한 시집의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아니라 ‘병원’이었다. 아픈 시대 상황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제목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아홉 자의 긴 제목으로 바뀌게 됐다.

연희전문 4학년 때인 1941년, 윤동주는 19편을 묶은 시집을 내려고 했다. 먼저 필사본 3부를 만들어 한 부는 자기가 갖고, 나머지는 스승인 이양하 교수(영문학, 수필가)와 가장 가까운 후배 정병욱에게 줬다.

“동주는 자선 시집을 만들어 졸업 기념으로 출판을 계획했다. ‘서시’까지 붙여서 친필로 쓴 원고를 손수 제본을 한 다음 그 한 부를 내게다 주면서 시집의 제목이 길어진 이유를 ‘서시’를 보이면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처음에는(‘서시’가 완성되기 전) 시집 이름을 ‘병원’으로 붙일까 했다면서 표지에 연필로 ‘병원’이라고 써넣어 주었다. 그 이유는 지금 세상은 온통 환자투성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리고 병원이란 앓는 사람을 고치는 곳이기 때문에 혹시 앓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느냐고 겸손하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정병욱, ‘잊지 못할 윤동주의 일들’)

동주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병원으로 상징했다. 폐결핵 환자인 젊은 여자는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존재다. 나도 ‘아픔을 오래 참다’ 이곳에 왔지만 ‘늙은 의사’는 병명을 모른다. 그는 시대적 고통을 알지 못한다. 나는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 여자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여자와 나의 건강이 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하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동일시(同一視)의 메타포다.

어떤 이는 윤동주의 ‘병원’을 토머스 브라운과 보들레르, 체호프와 릴케에 연결시킨다. 이들은 ‘세계가 병원이며 우리는 이해받지 못하는 환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으니 그럴 만하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서도 근대도시는 병원인 것처럼 그려져 있다.그래도 동주의 병원은 건강하게 읽힌다. 환자가 젊은 여성인 데다 젊은 ‘나’ 역시 ‘우리’가 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시집은 출간되지 못했다. 이양하 교수가 출판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십자가’ ‘슬픈 족속’ ‘또 다른 고향’ 같은 작품이 일제의 검열에 통과될 수 없을 뿐더러 동주의 신변에 위협이 따를 것이니 때를 기다리라고 했다.

출판을 단념한 동주는 졸업 직후 용정으로 귀향해 시집을 내려 애썼지만 그곳에서도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동생 윤혜원은 “오빠가 300원만 있으면 되는데…하며 안타까워했다”고 훗날 말했다. 10세 아래 동생 윤일주도 “아버지께서 출판해줄 의향이 있었으나 모든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사후 3년이 지나서야 유고시집이 나왔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410 윤동주는 왜... 2019-09-17 0 2406
1409 에드윈 마크햄 - "원" 2019-09-16 0 2667
1408 [시공부] - ... 2019-08-04 0 2183
1407 [시공부] - ... 2019-08-04 0 2306
1406 시는 무용이다... 2019-07-09 0 2444
1405 [그것이 알고싶다] - 백서 "도덕경" 2019-06-29 0 3402
1404 [문단소식] - 림금산시인 "달을 만나고" 시집 낳다 ... 2019-06-16 0 2455
1403 100년 뒤... 뒤...뒤... 2019-05-26 0 2791
1402 [평, 評, 평, 評] - 작품과 상과 인간과 그리고... 2019-05-13 0 2721
1401 윤동주를 알리는 골수팬 일본인- 야스코 2019-04-23 0 2871
1400 시를 암송하면 삶이 더 즐겁다... 2019-04-23 0 2624
1399 "또 다른 고향"을 찾아가는 미완의 려정... 2019-04-23 0 3132
1398 인도주의는 윤동주 시인이 이 땅에 심은 자산입니다... 2019-03-23 0 2931
1397 윤동주, 그는 절대로 "문약한" 학생이 아니었다... 2019-03-23 0 2898
1396 시인은 떠났어도 희망은 "낡지 않"았다... 2019-03-07 0 3206
1395 [그것이 알고싶다] - "옥중가"와 100여년... 2019-03-02 0 2814
1394 "한글, 이번에는 제가 배울 차례입니다"... 2019-02-16 0 3279
1393 [동네방네] - "윤동주", 실시간 알리기... 2019-02-16 0 3040
1392 [명작 쟁명] - 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 2019-02-15 0 4178
1391 "풀꽃" 2019-02-06 0 3027
1390 윤동주 시 또 중국어로 번역되다... 2019-01-27 0 3969
1389 윤동주와 "아리랑" 2019-01-27 0 3233
1388 윤동주와 명동, 룡정, 평양, 서울, 도쿄, 교토... 2019-01-24 0 3004
1387 윤동주 시를 지켜준것은 "우정"이였다... 2019-01-24 1 2785
1386 윤동주 유고 시집과 시인 정지용 "서문", 친구 강처중 "발문"... 2019-01-24 0 3074
1385 윤동주 시집과 여러 사람들... 2019-01-24 0 3083
1384 윤동주 시집 원 제목은 "병원"이였다... 2019-01-24 0 3599
1383 정지용과 윤동주 2019-01-24 0 3118
1382 윤동주는 시를 들고 일제와 싸웠다... 2019-01-22 0 3204
1381 서시(윤동주)를 리해하기...3 2019-01-22 0 2773
1380 서시(윤동주)를 리해하기...2 2019-01-22 0 3307
1379 서시(윤동주)를 리해하기...1 2019-01-22 0 2669
1378 "서시" 일본어 번역본에 오류가 있다??? 2019-01-22 1 4071
1377 서시(윤동주)와 서시 영어 번역본 2019-01-22 0 5056
1376 [매일(끝)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서시 2019-01-22 0 3368
1375 윤동주와 친구 강처중 "발문" 2019-01-20 0 3397
1374 윤동주와 정지용 2019-01-20 0 2969
1373 윤동주, 시 한수가 씌여지기까지... 2019-01-20 0 2708
1372 {자료} - 윤동주 시의 무궁무진한 힘과 그 가치... 2019-01-20 0 2828
1371 연세대의 건물들은 기억하고 있다... 2019-01-20 0 3578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