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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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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2015년 01월 28일 20시 41분  조회:2143  추천:0  작성자: 리태근
침묵

두만강
 
여기는 해마다 선후순서없이 죽은 사람이 부르면 어김없이 달려오는 화장터이다. 가기 싫어도 가야하는 화장터는 언제나 그랬듯이 변한게 하나도 없다. 화장터에서만 풍기는 귀신냄새는 담배연기와 동반해서 사람을  질식시킨다. 앞가슴에 하얀꽃을 달고 머리에 하얀 리봉을 맨 사람들의 울음바다로 변했다. 듣는 말에 의하면 연길시에서 화장터만큼 든든한 철밥통이 없단다. 꼬박꼬박 나오는 로임에다 상금까지 안겨주는 화장터는 웬간한 사람들은 취직할 꿈도 꾸지 말란다.
 
인간이란 참 이상하지, 죽은 사람놓고 돈벌이 한다는 게 얼마나 고약한 심보인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데도  화장터의 땅값은 웬간한 층집을 주고도 못 바꾼단다. 돈 없이는 마음대로 죽을 권리조차 없다는게  가슴 아프다. 한평생 벌어도 변변한 층집 한채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은 죽어도 감히 묻힐 땅이 없다. 그래서 숨만 넘어가기 바쁘게  하얀연기로 변해 하늘나라로만 날아 가는것일가?
 
   죽은 귀신을 달래는  화장실에는 늙은쥐들이 우글우글하고  비좁은 대기실에는 앉을 걸상도 몇개 없다. 옹기종기 모여선 사람들이 다른 세계나 온듯 숙연하게 목석처럼 서있다. 화장터에만 오면 사람들의 얼굴은 왜서 벽돌색으로 변하는걸가? 통풍도 되지 않는 추도식장에 담담하게 서있는 비닐꽃은 담배연기에 질식해서 꺼멓게 색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고인을 보내며 아낌없이 쏟아붓는 술냄새, 송장냄새는 사람을 질식시킨다. 시체를 호위한 령구옆에 매마른 개암나무처럼 듬성듬성 서있는 비닐꽃은 연기에 그슬다못해서 서리맞은 담배잎이 되여 버렸다. 하긴 하루에도 수십구의 시체를 전송하는 비닐꽃들도  너무 지쳤는가, 누워있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나가는 마지막 길에 포연에 그슬린 비닐꽃들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줄 알았으면 벌떡 일어나서 대성 질호할것만 같다.
 
   누워있는 사람과 나는 아무런 련관도 없다. 해마다 이런 명분없는 장례식에 참가하는것이 얼마인지 모른다. 고별식은 생각밖에 교회신도들이 주최하는 서양식 추도식이란다. 누군가 귀속말로 귀띔한다. 누워있는 사람은 한때 젊어서는 농촌마을에서 촌지부서기로 출중하게 사업해온 로지서였단다.  긴병에 효도가 없다고 하더니 장기환자로 고생면서  갑자기 변했단다. 조직에서 등한했던 모양이다. 여북했으면 촌지부서기가 퇴당도 하지않고 교회에 가입했겠는가? 그래서 오늘 장례식도 교회에서 주최한단다. 그러니  우리 모두가 억지로 교인으로 된 셈이다. 령구앞에 검은 옷에 새하얀 와이샤쯔를 받쳐입은 교인들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섰다. 젊은 전도사가 성경책을 들고서 고인의 머리맡에 경건하게 서서 하나님의  장례식을 사회한단다. 자못 엄숙한 분위기다. 누워있는 고인의 빛나는 당원간력은 한마디도  설교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받들고 영광스럽게 천당으로 가게 된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라고 절절하게 설교한다.
 
   그래도 고인의 생전에 공산주의 신앙을 안고  촌민들을 위하여 덕을 많이 쌓은게 다행이였다. 고락을 함께 나누던 고향의 벗들도 많이 참가했다. 고인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찾아온 당원간부들은 굳어진 고인의 시체를 보고 아연실색한다.
 
응당  붉은당기가 덮여져있어야 할 고인의 시체우에  성기가 덮여져있다. 사람들은 비온 뒤 땅처럼 굳어진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서있다. 퇴당도 하지 않았는데 이대로 성조기를 덮어버리면 끝인가? 유령을 부르는  하느님의 찬송가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이 시각, 모두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가? 언젠가 나도  저렇게 찬송가의 축복속에서 하느님품속으로 가게 될거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친인들이 울며불며 애처롭게 바래주는 전통식 추도식장에서 축복받으며 떠나기를 원하는 걸가?...
 
한시간도 안되여서 추도식은 깔끔하게 끝났다. 울어도 안되고 웃어도 안되는 추도식은 골회함을 챙기고 안신제를 지내는 순서도 없이 순식간에 모든게 아멘! 하고 끝냈다. 모두들 화장터에서 정해준 《행복음식점》으로 초대되였다. 그제야 모두들 억울한 장례식에 참가한 기분을 토로하였다.
 
고인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뚱딴지같은 화제로 열을 올리고있었다. 고인의 생전에 당과 조국을 위하여 세운 불후의 공훈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게 어쩐지  요강덮개에다 물 떠먹은 기분처럼 찝찝하다. 한켠에서는 분개해서 여지없이 반박한다. 공산당원이 마지막 인생을 교회에 맡겼다는게 어쩐지 찝찝하단다. 아무리 그래도 공산당의 덕분에 해방받고 신세를 고쳤고 당원간부로 배양받았는데  당을 배반했다는게 말이나 되는가? 그렇다고  당조직에서 나몰라라 하고 추도사도 올리지 않은건 잘못된 처사란다. 교회에서 추도식을 주최하는줄 알았으면 아예 참가하지도 않았단다.
 
    맞서는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은 자유, 평등, 민주화시대라 신앙이 자유라 교를 믿는 세찬 바람이 불어친단다. 외국바람, 도시바람에 버려진 고향은 꼴불견이다. 정부를 합병하는 바람에  정부가 사라졌다. 정부가 물러간 그 자리에 교회당의 금자탑이 솟아있는게 눈꼴사나와서 못 봐주겠단다. 교회당도 형형색색이란다. 어떤 교회는  양대가리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데도 있단다. 구차한 사원들에게 툭하면 하나님이 보낸다고 하면서  돼지새끼와 송아지를 공짜로 준단다. 자고로 공짜라면 양재물도 먹는게 인간의 본질인가? 공짜라는  미끼를 걸고서  선량한 사람들을 억지 로 긁어 모은단다. 뭐라고 말할가?  우리가 백년동안 총칼을 들고  지주를 타도하고 착취제도를 짓부시고 자본주의 낡은 사상을 깨끗이 청산한게 헛된 짓이였단 말인가?...
 
   천당의 매력은  철같은 공산당원의 사상을 여지없이 부패시켰다. 인식이 모호한 당원들은 퇴당도 하지않고 교회에 가입한게 푸술하단다.  교회는 마약처럼 한번만 발을 들여놓으면 빠져나올수 없단다. 교를 믿는 사람들은 죽으면 천당으로 가서 부귀영화를 누리며 잘살수 있지만 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죽어서도 족쇄를 차고 옥살이를 한단다. 전생에서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한게 원통한데 죽은 후에도 지옥에서 천대를 받는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래서 모두들 죽을 때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따르는걸가?...
 
   아무런 신앙도 믿지않는 사람들은 태도가 명확했다. 아무리 옷깃을 여미고  찬송가를 불러봤댔자 죽은 후 천당으로 가는지? 지옥으로 가는지? 누가 갔다 왔으니 알겠는가?  죽은 사람이  살아오는걸 보았느냐? 지금까지 위대한 맑스, 레닌, 모택동, 등소평, 주은래…  위대한 인물들이 사망되였지만 돌아온 전례가 있었던가? 죽으면 뼈까지 하얗게 타버렸는데 령혼이 어떻게 살아있는가? 설마 령혼이 살아있다고 해도 물도 없고 공기도 없는  하늘 나라에서 어떻게 생존한단 말인가? 지금까지 우주에서 인간이 살고있다는 황당한소리만 들었지 인간세상이 있다는걸 증명할만한 근거가 있으면 손바닥에 장을 지지겠단다. 
 
   목에 피대를 세우고 격앙된 목소리로 끊임없이 쟁론하는 사람들을 보다가  습관처럼  주위를 살폈다. 천만다행 누구도 우리들의 쟁론을 엿듣는 사람이 없었다. 안도의 숨이 나온다. 우리 사회가 민주와 자유를 풀어놓은게 열백번 감사한 마음이다.

옛날같으면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할 철두철미한 《반혁명언론》들이다. 문화혁명 때 같으면 이런 사람들이 두말할것도 없이 《반혁명분자》,《잡귀신》으로  잡혀갔을 것이다. 수십년간 애매한 정치풍운에 시달리다가 생매장당한  령혼들이 얼마나 많았 던가?  그래서 중국의 백성들은 오랜 세월 묵묵히 침묵하는데 습관되였는지도 모른 다. 나도 반드시 침묵을 지켜야 한다. 과연 누구말이 진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의 령혼은 천당에나 지옥에 있는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의 가슴속에서 남아있지 않을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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