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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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숨-박초란
2019년 07월 15일 09시 36분  조회:259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박초란  
 
모든 것이 숨을 쉰다. 나무도 새도 벌레도 그리고 사람도. 그녀는 여태 그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다. 너무 당연하고 당연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무심하게 무지했다.
그냥 숨은 쉬여지는 거였으니까.
그러니까 그녀는 한번도 그 숨이 어느 순간, 멎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 특히는 아직 때가 되지도 않았을 적에는.
대체 때가 된다는 건 언제란 말인가? 적어도 사과가 꽃이 피고 영글어 어느 날 나무에서 뚝 떨어지는 정도 아니면 열리고 또 떨어지고를 반복하던 사과나무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갈 만큼?
숨 쉬는 것 자체가 이렇게 버거워질 거라는 걸 누가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
복사꽃잎 같았던 아기의 발가우리한 우유빛 얼굴이 아직 손끝에 맞혀진다. 그런 아이를 시부모님한테 보낼 수밖에 없었던 건 결코 공기오염 때문이 아니였다. 남편과 그녀 둘 다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부부였고 집을 마련하면서 쓴 어마어마한 은행대출도 빨리 갚아야 했으며 아직 젖도 못 뗀 아이를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들여 하루종일 맡기려고 해도 불안했다. 주변의 여느 젊은 부부들처럼 그들 부부 역시 고향의 시부모님한테로 아이를 보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오히려 그것을 다행으로 생각했고 아이 봐줄 부모님이 계셔 좋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을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아이를 부모님한테 보내고 나서 부부는 누구에게라 없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시골서 자유롭게 달아다니면서 깨끗한 공기와 물을 마시면서 무공해 채소와 과일들을 맘껏 먹으면서 클 수 있다는 게 어디에요…
그녀 품을 곧 떠나게 될 전날밤도 아이는 쌕쌕 품안에서 잠이 들었고 그녀는 처음으로 아이의 숨소리안에서 녹아내렸다. 새끼와 떨어지게 된 여느 어미들처럼. 아이는 그렇게 반년 만에 아직 어미구실이 서투른 그녀 품을 떠났다.
한동안 밤이면 쌕쌕 아이의 숨소리가 들렸다. 온 세상이 그녀의 품안에서 떠난 기분이였다.

그녀가 이 세상으로 처음 나오던 순간의 기억은 숨막히다, 였다.
그래서인 것 같아… 목이 있는 스웨터 같은 걸 입는 게 죽을 만치 싫었거든.
그녀는 커서까지도 자줄 그 기억을 떠들고 다녔다. 정말로 내 기억일가? 그런 의문이 들기 직전까지는 쭉 그랬다.
뭔 소리여? 태줄에 목 감긴 것도 아니고… 넌 니 엄마가 순산한 거여.
이모가 그날 그렇게 말하지만 않았어도 그녀는 계속 그렇게 떠들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처음으로 그 최초의 기억이였다고 믿고 있던 것을 의심하게 되였다. 그 기억이란 것도 결국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상이거나 아니면 어느 책이나 영화 같은데서 보았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그런 의심 말이다. 결국은 제목도 기억나질 않는 어느 책에서 보았던 주인공의 한마디를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인 것 같다는데 의심의 초점이 맞춰졌고 어느 순간 그랬구나, 머리를 끄덕이게까지 되였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이 세상으로 나오고 나서 최초의 기억이 뭔지 끝내 떠올릴 수가 없었다. 그 불확실성은 한동안 꾸준히 그녀를 괴롭혔다.
 
새벽부터 초미세먼지가 심각할 거라는 주의보가 스마트폰에 떴다. 슬슬 해빛이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눈부신 해를 바라본 것이 언제인가 싶어진다. 며칠전에 갓 피기 시작한 앵두꽃도 호함지게 흐드러졌던 목련도 오래되여 퇴색할 대로 퇴색해버린 사진 속 화면같이 누르께하게 창 밖에서 숨을 죽인다. 아직 잎이 나오기 직전인, 겨우내 더욱 앙상해진 오동나무가지들이 더욱 기괴스러워진다. 피와 살을 뜯기운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들이 큰 설음을 호소하며 하늘을 향해 두 팔을 펼치고 있듯… 그것들도 해빛이 그리운 게 틀림없다. 두터운 스모그가 배경처럼 깔려있는 하늘아래, 그녀도 거기 두 팔을 뻗고 서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꽉 닫힌 창문틈새로 먼지가 스며들어 목이 매캐하다. 누런 흙탕물같이 고운 미세먼지들이 하늘과 땅 사이를 부유하다가 그녀에게로 스멀스멀 다가온다.
후--
가늘고 길게 숨을 내쉰다. 그리고는 아주 짧게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쉰다. 그녀는 보이질 않는 질긴 태줄에 목이 감겨져있는 상상을 수도 없이 한다.
언젠가는 숨쉬기도 돈 내고 해야 할 세상이 올지도 몰라…
그녀는 창가를 떠나 주방으로 가 커피원두를 갈고 물통에 생수를 더 부어넣고 커피를 내린다. 며칠이고 스모그가 칙칙한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부적같이 하늘가득 짓누르고 있어도 이제는 짜증마저도 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지독하게 외롭다는 생각이 밀려드는 순간이 있다. 이렇게 령혼마저 허공에 풀어헤쳐놓은 듯한 흐리터분한 흐린 날이면 더더욱 그렇다. 

이제 3월… 청소를 하던 도중이였다. 구수한 커피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거실바닥을 닦던 밀걸레는 화장실로 꺾어지는 복도 쪽에 그대로 방치된 채로 있다. 아직 끝내려면 반시간 정도는 더 걸려야 할 터였다. 그녀는 청소를 하다 보면 좀씩 생활 안으로 다가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현실감이 없어진다는 것, 그래서 가끔 당황해한다는 것, 그리고 또렷한 현실감 안으로 들어가려고도 한다는 것, 스모그가 심한 날이면 그 증상이 더더욱 심각해진다는 것, 2월부터 읽기 시작한 서장의 명상관련 책이 아직 창가의 유리탁자우에 놓여있다.
그녀는 거실 쏘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한편으로 그 책을 쓴 린포체에 관련한 뉴스를 찾아본다. 스마트폰을 휘리릭 펼치면서 찾아본 뉴스에는 누구나 알 수가 있는 이름의 녀자 연예인이 그 린포체와 아이를 낳았다는 기사가 뜬다. 약간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그런 것들이 이 책을 읽는데에는 그다지 방해가 되질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말 방해가 안될가? 그녀는 절레절레 머리를 흔든다. 그리고는 스마트폰을 휙 쏘파우로 집어던지고는 얌전히 앉아 계속 야금야금 커피를 마신다. 그러다가 거실 탁자에 놓인 딸아이의 사진을 보다가 화들짝 놀란다. 그 두 사람의 아이는 어떤 삶을 살게 될가?
남편은 또 출장중이다. 남편이 출장을 떠나는 날이면 그녀는 꼭 짐을 싸는 꿈을 꾼다. 두번인가 세번째만인가 그녀는 인터넷으로 해몽풀이를 검색해본 적 있다. 새로운 시작, 그런 것이 꿈에 짐을 싸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 무렵, 그녀는 부쩍 아이를 데려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은 이르지 않을가? 내가 도와줄 거라고 생각한다면 일찌감치 마음 접어.”
남편은 그렇게 으름장을 놓았다가 “그 어린 것이 이런 공기를 마시면서 큰다고 생각해봐. 그리고 부모님은 어떻게 살라고? 애만 데려온다면 같이 온다고 부득부득 우기실 걸? 좀만 더 참자. 유치원 다닐 정도면 그때 데려오자.” 그렇게 협박절반 애원절반 달래기도 했다.
지난번 아이를 봤을 때 그녀는 하마트면 자신의 아이를 알아보지 못할 번했다. 품안에 안겨 젖을 먹던 아이는 그동안에 부쩍 커서 달아다니고 있었다. 아이가 처음 기기 시작하는 것도 처음 걸음마를 타는 것도 처음 말을 하기 시작한 것도 그녀는 겪지를 못했다. 로인네들은 인터넷을 사용할 줄도, 사용하려고도 하질 않았다. 말을 하기 시작한 아이를 처음 보았을 때 아이는 끝내 엄마라고 그녀를 부르지 않았다. 아이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그렇게 시켜줘도 아이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입을 꼭 다물고 뜨악하게 서있었다.
“왜 그래 엄마가 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니…”
아이의 할머니가 쯧쯧 혀를 찼다. 아이는 엄마, 부르는 대신 할머니, 하고 부르며 그녀가 아닌 시어머니의 품에 폭 안겼다. 그것이 그렇게 슬프고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것이 지난 설휴가때 일이였다. 그 순간부터였다. 그녀는 빨리 아이를 자신들 곁으로 데려와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유치원에 보내도 되겠지?
그녀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다시 스마트폰을 찾아든다. 벨소리가 울리고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집에 없나? 그녀는 다시 시아버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본다. 길게 벨소리가 울리고 시아버지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모두 웬 일이지?!
그녀는 심드렁해져서 다시 스마트폰을 쏘파우로 던져버렸다. 해찰하다 말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던 청소를 계속한다. 걸레를 빨고 탁자우를 닦고 조금 뒤 청소를 마친 그녀는 다시 커피를 내린다.

그녀는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의미에서 커피머신 한대를 새로 장만했다. 어쩌면 공기청정기를 장만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인지도 몰랐다. 공기청정기 매장 앞을 잠시 서성이다가 결국은 커피머신으로 결정하고 나니 매장안에 들어선 내내 숨막히던 가슴이 훅 트이는 느낌이였다. 그리고 그녀는 그라인더로 열심히 커피콩을 갈고 열심히 커피를 내려서 밥대신 열심히 커피를 마신다. 커피콩을 간 것은 커피 그라인더이고 커피를 내린 것은 커피머신이지만 커피콩을 넣고 지꺼기를 청소하는 건 나이니까 결국은 내가 열심히 한건 맞긴 맞다고 우기면서 열심히 커피를 마셨다.
커피는 그녀의 숨이였다. 그렇다면 커피머신은 숨통? 그녀는 큭큭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 가장 큰 사치였다. 그동안 그녀는 정신없이 보냈다. 남편과 어쩌다가 아이가 생겼고 끌다 보니 어쩌다가 삼개월이 지났고 어쩌다 보니 남편과 결혼이란 걸 하게 되였고 어쩌다 보니 만삭의 몸이 되였고 어쩌다 보니 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아키운다는 것, 그것은 임신을 하고 나서도 아이를 낳고서도 전혀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렇다고 철없는 나이도 아니였다. 결혼 당시 그녀는 스물아홉이였고 충동적으로 일을 치는 열정은 그녀에게도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녀는 홀과 주방을 넘나들며 일을 하는 것이 좋았고 일하는 시간들이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쭉 그렇게 살아왔다. 언젠가는 결혼도 하겠지 언젠가는 아이도 낳겠지… 남자를 쭉 만나오면서도 그 모든 것은 요원한 미래의 일이였고 그 언젠가는 아무런 준비도 못했는데 그렇게 문득 찾아들었다. 아이는 어땠을가? 내 몸에서 나올 때 아이도 숨이 막히다고 느꼈을가? 아이도 당황했을가? 그녀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묻고 싶어졌다. 그녀는 아이를 가졌다는 걸 알았을 때도 당황했고 결혼이란 걸 하게 되였을 때도 당황했고 아이를 낳고도 당황했다. 어머니가 그때처럼 그리웠던 적이 없었다.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거실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열한시가 가까워오고 있었다.
점심때가 됐네…
그녀는 아침부터 지금까지 커피 두잔으로 때웠다는 것이 생각났다. 모처럼 집에 있는 날, 한달 만에 겨우 얻은 하루의 휴가, 오롯이 그녀는 자신만의 하루로 만들고 싶어진다. 그녀는 하나(一) 란 외자체인점에서 점장을 맡고 있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그녀는 식당복무원부터 시작했다. 간신히 지방전문대학을 나온 그녀로서 찾을 수 있는 최적의 직업이였다. 커피를 나르고 손님들이 비운 그릇과 잔을 치웠다. 그럼에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그녀의 끝없는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넉달뒤 그녀는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었다. 본점에서 계량되여온 재료들을 이미 배운 대로 조리를 해서 담으면 되였다. 그렇게 삼년이 지났고 또 이년이 지난 뒤 그녀는 점장이 되였다. 새벽 한시 두시까지 근무하는 날들이 허다했다. 그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그녀는 커피를 마시는 습관을 들였다. 그렇다고 커피만 마실 수는 없는 일이였다.
날씨마저 음울한 날, 그녀는 이제 좀 뭘 맛있는 걸 해먹고 싶어진다. 그녀는 갑자기 아주 오래전 먹었던 떡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녀는 랭장고 문을 열고 떡가루가 있나 뒤져본다. 얼마 전에 고향에 있는 녀동생이 보내준 떡가루가 랭동실 어덴가에 있을 터였다. 떡가루는 왜 보냈어? 열근은 남짓해보이는 떡가루가 담긴 택배상자를 찾아들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전화로 녀동생에게 화를 냈다. 언니가 떡 먹고 싶다고 그랬잖아? 녀동생이 웃었다. 내가? 그녀는 밀봉된 열근이나 되는 떡가루를 낑낑 랭동실에 넣으면서 그녀가 녀동생과 통화하면서 떡이 먹고 싶다고 했었던 적이 있었는 지를 한참을 생각했다. 통화를 마치기 전 녀동생이 다시한번 말했다.
언니가 분명 그랬거든 엄마가 옛날에 해줬던 골무떡 먹고 싶다고.

그녀의 어머니는 떡을 해서 팔아 그녀 자매를 키웠다. 꼭두새벽부터 뽐프로 물을 잦는 소리와 가마솥 부딪치는 소리와 탁탁 아궁이에서 나무가 타들어가는 소리에 이어 가마솥에서 김이 쌕쌕 빠져나오는 소리, 절구에 떡을 넣고 철퍼덕철퍼덕 치는 소리, 어머니가 동그랗게 비빈 하얀 떡을 칼도마우에 놓고 탁탁 절주있게 써는 소리들이 분주한 가운데 그녀와 녀동생은 잠을 깼다.
쑥가루나 치자가루로 곱게 색을 낸 골무떡이나 만두기는 그 빛갈부터가 여간 먹음직스러운 게 아니였다. 그럼에도 그녀와 녀동생에게는 늘 그림의 떡이였다. 어머니는 길게 비벼 늘인 말랑말랑한 가래떡을 칼판에 놓고 안성맞춤한 크기로 썰어서는 작은 유리접시 밑굽으로 떡을 찍어냈다. 빗살무늬가 떡우에 퍼져나갔고 어머니는 간혹 무늬 밖으로 넘쳐난 부분을 칼로 베여냈다. 볶은 기름을 발라가며 차곡차곡 함지에 골무떡을 담고 나서 어머니는 다시 할머니와 함께 만두기를 만들군 했다. 커다란 도마우로 맞춤한 두께로 얌전히 밀린 떡우에 어머니는 할머니가 이미 주먹으로 꼭꼭 쥐여놓은 팥이나 강낭콩속(가끔 녀동생이랑 할머니를 도와 꼭꼭 주먹으로 빚기도 했던 속이였다. 어머니는 그녀가 빚은 것이 할머니가 빚은 것보다 더 귀엽고 잘 빚었다고 했다.)을 집어놓고 그우로 떡을 올려 겹쳐놓고 역시 꽃무늬를 찍던 작은 유리접시로(이번에는 밑굽이 아니라 접시 웃쪽의 변두리 부분으로) 동그랗게 떠내군 했다. 하얀, 파란, 분홍 환상적인 반달들이 어머니의 손끝에서 만들어진다고 어린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게 떡이 완성되고 나서 남겨진 쪼가리떡들이 식구들의 아침식사거리가 되였다. 어머니는 굳이 떡쪼가리들을 다시 곱게 빚어 그녀와 녀동생 앞으로 내밀어주는 법이 없었다. 머리모양을 대충 손으로 다듬고 나서 어머니는 동이 푸르러오는 새벽, 떡 팔러 아침시장으로 향하거나 미리 들어온 주문대로 떡함지를 머리에 이고 그 집으로 달려가군 했으므로… 베여낸 괴이한 각양각색의, 말 그대로 쪼가리떡을 그녀와 녀동생은 격식을 차릴 필요도 없이 어떨 때는 도마 앞에서 어떨 때는 다리도 펴질 않은 밥상 앞에서 손가락으로 집어먹군 했다. 가끔 배추김치나 갓김치나 깍두기를 곁들이는 일도 있었지만 어린 아이였던 그녀와 녀동생은 매콤한 김치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다. 아무렇게나 찢겨져버린 쪼가리떡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자르르 기름기가 돌던 떡, 어린 녀동생은 가끔 거기로 손을 뻗군 했지만 곧바로 어머니한테 야단을 맞군 했다.
“어디다가 손을 대! 이미 개수를 채운 거라고 몇번을 얘길 해. 그거 하나라도 모자라면 큰일난다구 내가 그랬지?”
울먹울먹해진 동생에게 할머니가 쪼가리떡들을 모아서 대충 손으로 비벼 가래떡 한 오라기를 만들어 건네주군 했다.
“자, 명이는 이걸 먹자. 이따가 할미가 더 맛있는 떡 만들어주마…”
그럼에도 한번도 그녀와 녀동생을 위해서 만들어진 떡은 없었다. 팔기 위해서만 떡은 만들어졌다.
골무떡이나 만두기처럼 매일마다 만들어지는 건 아니지만 어머니는 쉰떡도 만들고 감자가 흔한 겨울에는 언감자떡도 만들군 했다. 좀 커서야 그녀는 쉰떡을 증편이라고 한다는 걸 알았는데 그래도 그냥 쉰떡이라고 부르는 게 정감이 있었다.
쉰떡 반죽은 대체로 할머니가 했다. 가마목에 둔 반죽이 보글보글 끓어오를 무렵, 할머니는 반죽을 덮은 면보자기를 끌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숨 잘 쉰다…”
그녀는 반죽이 숨쉰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사람도 아닌데 반죽이 숨을 쉰다니… 그녀는 싱긋 웃었다.
쉰떡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가루에 막걸리를 넣고 반죽을 해서 가마목에 두터운 이불을 덮어 여섯시간 정도 발효시켜야 했다. 반죽이 발효되면서 푹푹 익어가는 소리가 꿈결에도 들려오는 듯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꿈결에 중얼거렸다.
“숨 잘 쉰다…” 

떡가루를 꺼낸다. 두공기면 될가? 세공기? 네공기면 되겠지? 그녀는 폴폴 날리는 하얀 쌀가루를 그득하니 가끔 선선로 료리를 해먹던 남비에다 꺼낸다. 집에는 커다란 양푼이 없다. 있을 턱이 없다. 밥은 거의 가게에서 먹군 했으니까. 가스렌지를 켜고 주전자에 물을 올린다. 그녀는 이쁜 떡을 만들고 싶어진다. 파랗고 노랗고 분홍 그런 기름기가 자르르 도는 먹음직한 떡을. 아이였던 그녀는 생각했다. 이담에 커서 아이가 있게 되면 꼭 가장 이쁜 떡을 만들어서 아이한테 먹일 거라고… 그래서 아이가 이쁘게 크게 하리라고… 절대로 어머니처럼 쪼가리떡으로 아이의 배를 채우게 하는 일은 없게 하리라고…
물이 발랑발랑 끓는다. 그 소리소리 사이, 그녀는 집안의 정적에 부르르 몸을 떤다. 아이라도 곁에서 조잘대줬으면 좋으련만. 딸아이가 보고 싶다. 아이를 낳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올린 이가 친정어머니였다.
“와서 애 봐달란 말만 하지 말어… 나도 좀 숨 쉬면서 살자…”
처음부터 그녀의 어머니는 그렇게 쐐기를 박았다.
그동안 어머닌 숨도 못 쉬고 사신 거야?
그렇게 그녀는 되묻고 싶었지만 결국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그렇다고 대답할 것만 같았다.
그랬을 것만 같았다. 서른넷에 남편을 잃고 두 딸아이와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애면글면 살아온 어머니가 정작 숨 한번 훤히 못 쉬고 살아왔을 것만 같았다. 그녀의 아버지는 그녀가 여섯살 되던 해 벌목하러 따라갔다가 사고로 죽었다. 아버지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가 않았다. 그녀가 대학을 졸업한 해 한국에서 일을 하던 어머니는 거기서 만난 남자랑 재혼을 했다. 어머니의 남편, 그러니까 그녀의 계부를 딱 한번 만난 적이 있을 뿐이였다. 아이를 낳고 삼개월 쯤 되였을 때 어머니랑 같이 보러 왔다 간 것이 그 전부였다. 어머니는 와서 딱 이틀을 머물렀다. 이틀뒤 어머니는 계부와 함께 사천으로 려행을 떠나버렸다. 어머니는 아주 작심을 하고 스스로의 생을 살고저 한듯 싶었다.
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마른 가루는 익반죽을 해야만 한다. 나무주걱으로 김이 물물 솟아오르는 쌀가루를 젓다가 문득 깨달았다. 아직까지 한번도 아이한테 떡은커녕 근사한 밥상 한번 차려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아이를 보러 시댁으로 갔을 때도 시어머니가 차려준 밥상을 아이와 함께 먹기만 했었다는 사실을, 수많은 날 이름도 모를 낯선 사람들에게 음식을 만들어내면서도 정작 자신의 주변의 친인들에겐 린색했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힘껏 쌀가루를 젓는다. 그러다가 나무주걱이 귀찮아진듯 손을 집어넣고 손바닥으로 쌀가루를 비비기 시작한다. 아직 가루는 뜨거웠다. 그녀는 자신의 심장마저 불에 덴듯 뜨거워짐을 느낀다. 손안에 움켜쥐우는 쌀가루의 촉감, 그녀는 조금 물을 더 넣는다. 그리고 다시 손바닥으로 쌀가루를 비빈다. 너무 물이 많아도 안된다. 물기를 해주어 마르기 전의 촉촉한 쌀가루의 촉감으로 되돌리면 된다. 쌀가루가, 바싹 말랐던 가루들이 물기를 머금고 조금씩 살아나는듯 그녀의 손안에서 뭉쳐졌다가 다시 부서지기를 계속한다. 그녀는 손바닥안의 쌀가루와 함께 포실포실 숨을 쉰다. 이제 쌀가루는 갓 방아간에서 나온듯 폭신하고 차분해져있다. 그녀는 언녕 창 밖의 초미세먼지 따위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숨쉬기가 힘들었던 것도 옛날 일인양 아무렇지도 않게 가루를 가는채로 내린다. 하얀 눈송이같이 채밑으로 차곡차곡 쌓이는 떡가루… 그녀는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채를 살살 친다. 톡톡 손바닥으로 동그란 대나무채틀을 두드려 가면서…
허리를 펴고 숨을 내쉰다. 크게… 쪼크리고 앉아있었던 탓에 허리가 뻐근하다. 배가 다시 고프기 시작했다. 그냥 동네시장어구에 있는 만두집에 가서 찐만두나 구운 떡으로 대충 때우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몸 한켠에 오랜 세월 숨겨져있던 졸깃졸깃한 떡을 한입 베여물었을 때의 촉감이 더더욱 간절해진다. 이제 시작이다. 찜틀에 면포를 깔고 어머니가 했던 듯이 물을 더 뿌려 버무려 손바닥만 한 크기로 둥그렇게 빚어 차곡차곡 빙둘러 줄세워 그것들을 포개놓은 뒤, 이미 한벌 김을 올린 시루에 넣고 찌기 시작한다. 조금 뒤 물이 끓는 소리에 이어 김이 쌕쌕 빠져나오는 소리가 주방안을 가득 채운다. 그녀는 떡이 쪄지기를 기다리며 거실 쏘파에 벌렁 누워버린다. 떡 만드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이였어? 아직 절반도 못했는데도? 그녀는 의아해진다. 매일마다 어머니와 할머니가 그 많은 량의 떡을 만드는 걸 볼 때는 그것이 세상 쉬운 일 같았는데 말이다.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에 들어가 검색해본다.
골무떡.
가래떡의 경상도 사투리… 라는 단어해석이 뜬다. 그리고 다른 한 사이트에서는 멥쌀가루에 물을 내려 찌고 청, 홍, 황색 물을 들여서 오래 치댄 후 골무모양으로 만든 떡(도병)이고 평안도 지방의 떡이라고도 했다.
그 외에는 골무떡에 관련된 건 아무리 찾아볼려고 해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이상 찾는 걸 포기하고 사이트에서 나오고 나서 그녀는 다시 시댁으로 전화를 한다.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시계를 올려다보니 열두시가 지나있다. 점심때면 한창 모여서 식사를 할 시간이였다.
모두 어데 간 건가? 그녀는 다시 시아버지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본다. 역시 받지를 않는다.
이상한데? 웬 일이지? 그녀는 더는 참을 수가 없다.
서둘러 남편에게로 전화를 한다.
전화벨이 한참을 울리고 나서야 간신히 남편이 전화를 받는다.
“어디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그녀가 조금 짜증을 냈다.
남편이 우물쭈물하는 사이, 그녀는 사람들 소리가 시끌벅적한 가운데 분명 시어머니의 어쩐다니… 내가 뭔 면목으로… 본다니… 하는 흐느낌소리 혹은 넉두리 비슷한 것을 들었다. 그녀는 소스라치듯 놀란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어머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응? 아니… 응…”
남편의 대답이 영 시원치가 않다.
“뭐야? 집에 간 거면 간 거지 못 갈델 간 것도 아니고 왜 이래? 어머님은 왜? 우시는 거 같은데? 어머님 혹시 아버님이랑… 아니다…”
남편이 거기 있다는 것에 그동안 졸였던 그녀의 마음이 좀은 가라앉는다. 헌데 시어머니는 왜 우시지?
“분명 뭔 일이 있는 것 같은데? 그리고 일은 잘 마무리된 거야? 래일에야 돌아올 것 같다더니…”
그녀는 좀더 남편의 말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응, 아무 일도… 일은 일찍 끝났어. 아까 금방 여기 도착했구…”
남편이 자리를 옮긴듯 통화가 이제 한결 조용해졌다. 그녀는 가만히 웃는다.
“딸냄이가 보고 싶었구나… 나도 보고 싶어서… 우리 이쁜 딸 먹일라고 떡 만들고 있다가 통화라도 할가고 전화를 계속했는데 안 받아서… 웬 일인가 했지… 아, 맞다… 우리 딸 좀 바꿔줘봐요…”
그녀는 공연히 분주해진다.
“그게… 영이야… 아이가…”
남편이 말을 잇지를 못한다. 누군가가 “먼저 오라고 하는 게…”하고 뒤에서 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녀를 급습한다. 그 불안감이 미세먼지같이 그녀의 목안에 걸려 지걱거린다. 눈이 매웠다.
“혹시, 애가… 뭔 일이… 있는 거야? 아무 일도 아니라면서…”
공포가 스멀스멀 그녀를 핥고 지난다.
“지금 와야 될 것 같애… 혼자서… 올 만하지?”
남편의 어조는 가라앉아있었다. 그 목소리 안에는 뭔가 감추고저 하면서도 감출 수가 없는 비통함 같은 것이 깔려져있는 것만 같았다. 순간, 그녀는 설마하는 요행마저도 바람받이 초불마냥 쑥 꺼져버리는, 와장창 뭔가가 무너져내리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아이가… 아이가… 우리 아이가… 왜 그래… 모두들… 아까부터 전화도 안 받고…”
그녀는 두렵다. 그녀는 허둥거린다. 부엌에서 김이 올라오는 소리가 더욱 크게 집안에 울린다.
“잠깐만… 잠깐만 있어봐요… 가스불에 떡 올려놨는데… 다 해가지고 가면 안될가? 애 먹일라고… 그래서… 그래서…”
“정신 차려! 그냥, 지금 옷 입고 나와… 내가 차를 불렀으니… 근처에 사는 내 친구 알지? 동욱이가 마중을 나가 있을 거야. 나와서 차 타고 공항에 가면 돼… 신분증 챙기고… 티켓은 이미 끊어놓았으니까.”
남편의 목소리가 랭정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져버린다.
이제 떡도 거의 쪄져가고 그것을 치대고 틀로 찍으면 되는데… 그럼 되는데… 되는데…
그렇게 옴씹다가 그녀는 바락 아스러지는 비명을 지른다.
“뭘 하자는 거야? 대체! 애가… 애가 죽기라도 했다는 거야?!”
그녀는 악을 썼다. 세상이, 온통 미세먼지에 둘러싸였던 세상이 어두컴컴해졌다.
“와서… 와서 얘길 하자. 제발!”
남편이 애원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 물앉아버렸다. 온몸이 흙속으로 잦아들듯 싶었다. 고운 모래알들이 차곡차곡 그녀의 몸우에 쌓였다. 하늘 땅에 넘쳐나던 미세먼지들이 눈깜짝할 새 그녀를 묻어버리고 만다. 그녀는 꺽, 숨이 막혔다. 가슴이 미여지듯 아파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온힘을 다해 오른손 하나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가슴을 투덕투덕 두드리기 시작했다.
똑, 똑, 똑.
가볍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조금 뒤 나지막하고 웅글진 목소리가 들렸다.
계시지요… 시간이 급해서…
그녀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현관문을 노려본다. 거기에 저승사자라도 서있기라도 하듯… 그녀 등뒤에서 김이 씩씩 악다구니질하듯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는 비탈아래에 가득 핀 제비꽃을 보았다.
꽃, 꽃…
아이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할아버지는 한참 떨어진 저편 밭머리에서 비습한 땅을 삽으로 번지고 있었고 할머니는 아이와 가까운 비탈아래 밭머리에서 달래를 캐고 있었다.
분홍머리삔을 한 아이는 제법 잘 달아다녔다. 말도 곧잘했다. 이제 막 세상을 탐색하기 시작한 아이의 눈에는 보라빛 제비꽃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푸른 하늘로 머흘머흘 구름송이들이 동쪽으로 흘러갔고 사리사리 누군가 밭에서 태우는 연기가 허공으로 흩어져가고 있었다. 어데선가 귀맛 좋은 종달새소리가 울렸다. 아이가 꽃을 꺾다 말고 귀를 쫑긋거렸다.
할머니, 저거 뭐야?
아이가 노래하듯 소리쳐 물었다.
달래를 캐다 말고 할머니가 허리를 쭉 펴고 아이를 바라보며 웃었다.
또 뭐가?
저 노래하는 거…
아이가 다시 귀를 쫑긋거렸다.
노래하는 거? 종달새구나. 종달새가 노래하네…
종달새가 포드등하고 머리 우를 스쳐지나간다.
종달새?! 참 이뻐… 할머니, 그치? 참 이쁘지? 왜 종달새는 저렇게 빨리 날아가? 울 엄마한테도 들려주고 싶은데…
아이는 이미 자취도 없어진, 새가 날아간 방향을 바라보며 아쉬워했다.
꽃 많이 뜯었어? 그 꽃 누구 줄라고?
이번에는 할머니가 물었다.
엄마!
아이가 또박또박 대답했다.
키워줘도 엄마밖에 없네. 없어…
할머니는 구시렁거리며 웃다가 다시 달래를 파기 시작한다. 바구니를 거의 다 채워가고 있었다.
아이는 비탈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제비꽃을 꺾었다. 애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이는 제비꽃을 하나 또 하나 꺾었다.
그러다가 아이는 이른봄 번데기에서 막 까나온 새하얀 나비를 보았다. 처음 보는 나비였다. 아이는 좋아서 짝짜궁을 치다가 손을 내밀었다. 나비는 제비꽃처럼 쉽게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팔랑팔랑 날아예며 나비는 잡힐듯 말듯 아이를 희롱했다. 까드득, 아이의 웃는 소리가 하늘가로 가득 넘쳐났다. 아이는 온힘을 다해서 나비를 쫓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비가 지친듯 비탈 웃쪽의 제비꽃우에 앉았다. 아이는 비탈우로 조심스럽게 숨도 죽인 채 살며시 올라갔다. 거짓말처럼 아이가 손을 내밀자 나비는 또다시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저편의 비탈 아래쪽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아이는 너무 아쉬웠다. 서둘러 막 솟아오르기 시작한 나비를 향해 몸을 날려 덮쳤다. 그 순간, 아이는 소리 한번 지르지도 못한 채 경사가 강한 비탈아래로 데굴데굴 구을러 내려갔다. 돌멩이가 떨어지 듯, 아이는 비탈밑 강물을 끌어들이는 수로에 쑥 빠져들었다. 몇번 허우적거리긴 했지만, 할머니, 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시커먼 강물이 사정없이 아이의 코와 입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아이의 두 손이 물우로 뻗었다.
엄… 마…
아무도 아이의 손을 잡아주질 않았다. 새하얀 나비도 언녕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아이의 할머니가 바구니를 다 채우고 아이를 찾았을 때는 아이의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다. 기겁한 할머니는 바구니를 던져버리고 할아버지를 불렀고 할아버지가 시커먼 물에 들어가서 한참을 찾았지만 이미 아이는 찾을 수가 없었다…
 
어느 날 그녀는 떡집앞을 지나고 있었다. 화려하고 앙증맞게 이쁜 온갖 떡들이 오구작작 모여살고 있는 집. 그녀는 그중 아이한테 먹이고 싶었던 골무떡을 닮은 듯 닮지 않은 절편을 본다. 뚫어져라 괴물을 보듯이…
“떡이… 왜요?”
그녀의 표정에 놀란듯 떡집 녀자가 다가와 물었고 그녀는 소리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녀는 알았다. 그녀가 먹고 싶었던, 아이한테 먹이고 싶었던 떡은 결국은 떡집에서 살 수가 있었던 화려하고 이쁜 떡이 아니라 아무렇게 손으로 막 뭉그러뜨리면서 먹을 수가 있는 망글망글한 떡이였다는 걸…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니라도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준 그냥 소박하다 못해 그냥 그런, 아무런 장식도 모양도 색감도 없는 그런 떡이였다는 걸 말이다. 그 옛날 어머니의 쪼가리떡처럼 말이다.
“괜찮은 거냐? 영아…”
어머니는 가끔 그녀에게 전화로 묻는다.
“응, 괜찮아!”
그녀는 씩씩하게 대답한다. 먼 하늘아래서라도 어머니가 이렇게 숨 쉬고 있다는 게 이렇게 위안이 되는 일인 줄 그녀는 그때 알았다. 아이의 쌔근쌔근한 숨소리가 아슴아슴하게 어데선가 들려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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