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월
http://www.zoglo.net/blog/piaochunyue 블로그홈 | 로그인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나의카테고리 : 타인의 평가

[평론]신진 신인들의 현주소
2009년 08월 18일 16시 45분  조회:788  추천:17  작성자: 박춘월
신진 신인들의 현주소

-- 21 <<두만강 여울소리>> 탐구회의 시들을 보고

 

금방 막을 내린 21 두만강여울소리시탐구회(이하 여울소리로 약칭) 신진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그들의 담찬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그들의 사유는 소나기가 지나간 들판의 공기처럼 신선하였고 그들의 시는 이미지가 무지개처럼 싱싱하게 아름다웠고 그들의 시어는 익은 참외처럼 향기로웠다. 아래에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시적 사유에 대한 참신한 도전

 


시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사유이다. 시인의 사유의 자세가 어떠한가 하는 것은 시의 운명을 결정한다. 우리의 시는 개혁개방 후에 사유를 바꾸기 시작하였다. 20여년전에 괴거의 경직된 시적 사유에서 시인들은 사상을 해방하고 옛날의 모시적 사유를 깨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한패의 청년시들이 재래의 시를 반역하고 새로운 시풍을 이룩하여 유례없던 수확을 하였다. 남영전, 한춘, 김정호, 김파, 석화, 김학송, 이임원, 이성비 등등 시인들을 중심으로 패의 시인들이 성장하여 우리 시단의 중견으로 부상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시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대적 기법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대담성이 약하였고 초월정신이 약하엿다. 이번 여울소리에서 한계를 충격하려는 시들이 신진들에게서 나왔다. 박춘월의 <<음악>>, 최강의 <<무제>> 바로 그러하다.

시는 일상적으로 말하면 시적 대상과 시적 대상을 표현할수 있는 시적 상관물을 설정할때에 어떤 비슷하거나 상사한 점을 찾아 표현하게 된다. 소리나 색깔이나 모양이나 움직임이나 성질 등등에 의거하여 사유하게 되는데 이들의 시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것들을 마구 떠올리고 있다. 그들은 완전히 꿈과 같은 환몽상태에서 시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최강의 <<무제>> 2연을 인용한다. 2연만 인용하는가? 필자의 소견에는 1연과 3연이 없이도 시는 완전무결하다고 생각된다. 1연과 3연은 뱀한테 족대기를 붙여 놓은 것처럼 아무런 용처도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는 파란 노트 한권을 꺼내들었다

노오란 하현달이 조용한 노트속에서

꽃구름 사이를 비집으며 어디론가 가고 있었고

가벼운 연줄같은 생각들이 잠자리처럼

쟁쟁 책갈피 사이를 파득이며 날으고 있었다

그리하여 빗줄기 같은 소리들이 쏴아

새어나와 이마에 물보라를 안기고 있었고

수북이 쌓이는 청록의 기억들이 분명

발목을 쉼없이 간질이고 있었다

최강의 노트는 노트인것이 아니라 마술쟁이가 마술을 부리는 옷소매나 모자이다. 마술쟁이의 옷소매 속이나 모자속에서 관중들서는 생각할수 없는 것들이 나오는 것처럼 노트속에서 꽃구름 사이를 비집고 어디론가 가는 하현달도 나오고 갈피사이를 파득거리며 날아다니는 잠자리 같은 생각들이 이마에 물보라를 안기는 소리도 나온다. 청록의 기억들은 발목까지 쌓여서 자꾸만 발목을 간질이고 있다.
박춘월의 <<음악>> 보자.

음악이 얼굴에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레코트판으로부터 살금살금 기어 나왔다. 어느새 장미빛 입술로 볼이며 몸에 키스를 하다가 웃음의 열쇠를 빼앗았다. 몸의 자물쇠를 와락와락 열어젖히고 몸속에 록색 빨대를 뻗쳐가기 시작했다. 쪽빛 바다가 함성을 지르며 감격의 덩어리를 몰고 내게로 덮쳐왔다. 나의 창문이 채색 옷을 입고 하느작이며 공중에서 헤염을 쳤다 음악은 영혼과 골수에 분홍색 흥분가루 두어줌 뿌리다가 소금 몇알을 뿌리더니 영혼과 골수를 빨아먹었다. 갑자기 얼굴을 말끔히 씻고 빨대의 통로를 따라 꼬리까지 스르르 감추어 버리는 음악.

빨대가 온몸을 얼기설기 관통한 채로 나는 구멍이 펑펑 뚫려있다.

나는 구멍으로 아름다운 마귀가 다시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박춘월 양은 음악을 아름다운 마귀라고 한다. 빨간 입술로 내몸의 아무 곳에나 키스를 하는 마귀, 웃음의 열쇠를 빼앗아닥가 몸의 자물쇠를 와락와락 열어젖히는 마귀, 몸속에 녹색 빨대를  꾹꿀 찔러 넣는 마귀다. 마귀가 녹색 빨대를 찔러 넣는 바람에 푸른 바다가 감격의 덩어리를 나에게 마구 덮씌운다. 바람에 나의 창문이 채색 옷을 입고 공중에서 헤염친다. 나를 흥분시킨 마귀는 나의 영혼과 골수를 빨아 먹고는 사라진다. 빨대에 온몸이 구멍투성이로 나는 구멍으로 마귀가 다시 나타나기만을 고대한다.
최강씨는 노트를 톨하여 자신의 어떤 갈구를 그려보고 있는같고 박춘월 양은 음악이 주는 흥분과 감동을 읊조리고 있는 같다. 두수의 시는 의식의 흐름 수법을  우리 시에 도입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게 되기도 하고 우리 시단의 공백으로 남아있는 현실주의 시의 서막을 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한다. 그들은 시를 통하여 그들의 가슴에 응어리져 있던 심령을 뿜어내고 있는것이다. 그들의 사유는 어떤 제약도 약속도 받지 않고 자유자재로 거침없이 흘러내려 가고 있다. 무당이 시부렁거리며 주문을 외우는 듯하다. 완전히 어떤 사물속에 깊이 빠져서 사물에 취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 자신도 모르면서 유창하게 이미지를 풀어내고 있는것이다. 최강씨는 싯줄을 만드느라고 애를 썼지만 춘월 양은 싯줄을 만드는것 같은 작업은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고 필이 나가는 대로 달리고 있다. 그들이 창출해 놓은 이미지들은 모두 충격적이고 신비한 것들이어서 우리들의 가슴에 싱싱하고 청신함을 몰아다 퍼붓는다. 무엇을 썼는지는 다는 알수 없지만 그들의 환각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들은 신선한 감동의 회오리를 우리들의 가슴에 쏟아 붓는다. 우리가 지니고 있던 모든 기성 관념들은 그들이 떠올린 자동기술에 파묻혀 무색해지고 색이 바래지고 무너진다.
한마디로 말하면 박춘월 양과 최강씨는 참신한 사유로 우리 시에 도전하고 있디고 하겠다. 필자는 누가 무어라든 시가 팔리든 팔리든 문학도가 계속 자신이 올라선 길로 줄곧 달리면  문학계의 인정을 받을 날이 있으리라 확신한다.

(본문은 연변일보에 발표되였댔음.)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1 ]

1   작성자 : 깡최
날자:2009-08-25 02:08:35
참 이 평 오랜만이네요~!! 두 눈을 지긋이 감고 나만의 상상속을 한참 헤엄치면서 쓴 시~!! ㅎㅎ
Total : 8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 [평론]이미지시의 이미지확장법에 대한 생각(한룡운) 2009-08-24 21 868
7 [평론]신진 신인들의 현주소 2009-08-18 17 788
6 [평론]백성은 제 집안에서 등잔불을 밝혀도 안 되는가?(김학송) 2009-08-18 15 714
5 [평론]박춘월의 시 <록>에 대한 나름의 해석(허동식) 2009-08-18 22 759
4 [평론]박춘월의 시 《록(綠)》을 보고서(金海龍) 2009-08-18 15 686
3 [평론]"록"과 종교시(이 수나) 2009-08-18 16 765
2 [평론]문학평론은 론리의 합리성을 추구하여야 한다(한룡운) 2009-08-18 29 721
1 [평론]록색의 마력과 비반복적인 이미지 (최삼룡) 2009-08-18 14 575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