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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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고원》학습필기-4
2019년 10월 08일 10시 32분  조회:180  추천:0  작성자: 박문희

어찌 보면 들뢰즈와 가타리의 주장은 인터넷과 많이 닮아 있다.

뉴스, 논평, 소식들은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인터넷 내부의 연결망들, 즉 블로그들과 온라인 안의 카페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웹사이트들을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이 이루어지는 여기에는 리좀이 그렇듯이 중심이나 토대, 줄기가 없다. 끊임없는 경로들, 경로들의 일탈과 새로운 접속들의 련쇄만이 있을 뿐이다.

인터넷은 말 그대로 서로 련결된 많은 컴퓨터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 자기들끼리 서로 련결된 대학과 기업, 정부 기관, 개인 소유자들의 네트워크가 다시 거미줄처럼 련결된 네트워크들의 련결망이다. 이 네트워크는 메시지와 정보를 실어 나르는 통로를 제공해준다.

이것들은 안과 밖이 하나로 순환하며 이어지는데, 접속이 이루어지는 순간 이미 하나는 여럿이고, 여럿은 무수함이다.

들뢰즈/가타리는 탈중심화해서 수목형의 위계질서를 벗어나라고 말한다. 정주민의 사유가 아니라 유목인의 사유를 찾으라고 호소한다.

리좀은 非 체계요, 비중심화한 접속들의 향연이다. 리좀의 세계에서 접속은 어디에서나 일어난다. 따라서 책에서 구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생성을 위한 령감과 힘이다.

욕망이 움직이고 생산하는 것은 언제나 리좀을 통해서이다. 욕망이 가령 리좀을 통하지 않고 나무(체계)를 타고 올라간다면 필시 내적인 추락들이 생겨, 욕망은 좌절되고 죽음의 나락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리좀은 외부적이고 생산적인 발아를 통해 욕망에게 생명과 활력을 부여한다.

바로 이러한 리유 때문에 거꾸로이긴 하지만 대칭적이지 않은 다른 조작을 시도해 보는 일, 즉 주어진 경로에서 일탈하여 탈주선에서의 새로운 접속을 시도해보는 일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때문에 들뢰즈와 가타리는 “우리는 나무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우리는 더 이상 나무들, 뿌리들, 곁뿌리들을 믿지 말아야한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대성질호한다----

정주민이 아니라 유목민으로 살아라. 력사를 쓰지 말라. 시작하지 말고 끝내지도 말며 그냥 흘러가라.

저자-텍스트가 아니라 그것의 배아, 그것을 배양하는 젖, 질료들, 즉 사유를 가로지르는 날짜와 속도들, 자연과 무의식, 고원들을 힘껏 빨아 들여라! 지식은 기껏해야 지식생산자의 머리를 모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방은 의미의 축소화이며, 그것에의 종속이다. 그러므로 해석하지 말고, 제발, 제발, 당신의 도주선을 찾으란 말이다!

언제까지 어른이나 흉내 내는 덜된 어린애로 남으려고 하는가? 언제까지 누군가의 도움과 보살핌이 없다면 생존할 수 없는 응석받이 노릇을 할 텐가? “그만 둬! 너 때문에 피곤해 죽겠다! 의미를 내보내거나 해석하지 말고 실험을 해! 너의, 너의 령토성, 너의 탈령토화, 너의 체제, 너의 도주선을 찾으란 말이야! 이미 만들어진 너의 유년기와 서구의 기호론에서 찾지 말고 너 자신을 기호화하라고!”

왜 하나의 점, 하나의 질서에 고착해 있으려 하는가? 왜 항상 계보학 속에 너의 가능성, 너의 힘, 너의 꿈과 상상력, 너의 잠재적 생성들을 매장시키려고 하는가? 수목형 사유에서 벗어나라. 그래야 하나에서 여럿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위계적 질서, 중심화된 점에서 탈주하라. 반계보로, 다양체의 몸으로 나아가라. 진정 다양체를 꿈꾼다면 유일을 빼고서 n-1 (여기서 1이 ‘유일한 장군’을 표시한다)로 살아라.

책을 읽되 거기에 끌려가지 말고 저자-텍스트를 덮쳐라!

공을 비켜나간 축구선수의 헛발질. 변혁의 힘과 선을 만들지 못하는 책-기계는 죽은 기계다. 어느 시대나 가장 중요한 책-기계들은 세계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예언과 변혁, 도래할 실재들, 아직 오지 않은, 그러나, 오고야 말 현실에 대해 말한다. 좋은 책-기계들은 탈령토화한다. 탈령토화는 새로운 현실의 발명과 창조다. 네 속에 있는 질료적 흐름들을 “행운선, 허리선, 도주선”으로 바꾸어라.

리좀을 형성하라, 탈영토화를 통해 너의 령토를 넓혀라. 항상 단절을 통해 리좀을 따라가라, 도주선을 늘이고 연장시키고 련계하라, 그것을 변주(變奏)시켜라!

물길을 따라가라. 둑을 만나면 둑을 넘고 큰 산을 만나면 휘감고 에돌아 나가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베고, 임제를 만나면 임제를 베어버려라! 아무렴, 점(點)을 만들지 말고 선(線)으로 나아가라. 멈추지 마라!

빗물이 파놓은 물길들. 물길에는 출발점도 없고 끝도 없다. 그것은 항상 중간에서 시작하며 중간에서 속도를 낸다. 물길을 통해 씨앗들을 실어 나르는 식물들에게서 배워라. 식물들은 물길을 통해 탈령토화하며 제 령토를 확장한다. 물길은 감자를 심지도 않고 보리를 심지도 않는다. 그것들은 그저 흘러갈 뿐.

물길은 네가 탈령토화할 수 있는 도주선이다. 물길에서 음악을 취하라. 물길이 곧 음악이고, 수시로 몸을 바꾸는 변형되는 다양체들이다. 물길을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너를 버리고 네가 물길이 되어 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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