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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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
2020년 03월 11일 14시 59분  조회:1159  추천:1  작성자: 문민
[대림칼럼]


 
서울국제학원 원장 문민

  서울대학교 교육학 석사 졸업, 이주동포정책연구원 (2010~2013),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강사 (2011~현재), 어울림주말학교 교장(2014~2017), 서울국제학원 원장(2014~).

 

  난생 처음 겪어 보는 일이다.

  40년 전 학생이 되여 학교라는 존재를 알고 지금까지, 3월이면 개학이고 12월이면 방학하는 것이 철칙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새 학년 새 학기 3월을 손꼽아 기다렸다. 3월이 되면 1학년이였던 것이 2학년이 되여 후배도 생긴다. 그리고 담임선생님도 바뀐다. 긴긴 겨울방학을 보냈으니 얼른 학교 가서 새로 생길 짝과 놀고 싶다. 3월 새학기에 대한 기다림과 설레임은 요즈음 학생들도 마찬가지일게다.

  그런데 이게 웬 말인가? 개학 연기!! 그것도 3주씩이나 휴교란다.

 

휴교로 텅빈 교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휴교’를 어떻게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이다. ‘방학’에 대한 경험은 많아도 ‘휴교’에 대한 경험은 처음이다. 휴교 동안 학교운동장에 가서 신나게 축구하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으면 3주 휴교가 아니고 4주 휴교라도 좋겠지만 집에서만 있으라니 죽을 맛이다.

  경험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경험하게 된 ‘휴교’를 맞아 역설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였다.

  휴교의 가장 큰 리유는 악덕 ‘코로나19’였다. 이것부터 잡고 봐야 했다. 설 전(지난 1월 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뉴스를 보면서 설 련휴 내내 고민이 많았다. 어떻게 ‘코로나19’를 잡을 것인가. 일단 예방과 방역이 최우선이다. 설 련휴를 마치고 가장 먼저 들린 곳은 약국. 병원에서만 사용하는 줄 알았던 소독제를 구입해서 교실마다 구석구석 소독청소를 했다. 학원 계단입구에 손소독제를 비치해 놓고 학생들이 학원 현관문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손 소독을 하도록 했다. 교실시설 방역뿐만 아니라 학생들 개인위생과 예방수칙을 지키도록 교육했다. 매일매일 샤워하고 옷을 자주 세탁해서 입도록 권했다. 손을 자주 씻지 않아 손톱 밑이 까만 학생들에게 손톱깎이를 선물하며 개인위생을 지키도록 다독였다. 마스크가 부족했지만 지역 시민단체와 구청에서 십시일반으로 지원해줘 등원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영등포구청에서 보내준 마스크를 쓰고 공부하는 학생들[사진 서울국제학원 제공]

 

  이 지면을 빌어 지역시민단체와 영등구청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학원에서의 ‘코로나 잡기’는 어느정도 성공적이였다. 학부모님들은 학원에서 수시로 방역하고 등원학생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는 것을 보고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그래도 학생들은 하나 둘씩 결석을 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학원은 더 이상 배움의 터전이 아니였다. 전쟁을 경험해보지 못했지만 꼭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이 와중에 언론에서 중국인이 많이 사는 대림동을 코로나의 온상으로 매도하고 있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국민청원이 71만명을 넘었다. 28년전 어렵게 수교한 한중관계가 당장 단교라고 할 것처럼 보였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집밖에 내보내기가 두렵다고 한다.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국의 TV뉴스를 보기도 민망하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 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제된 중국 뉴스를 자주 보게 된다고 한다.

  2월, ‘코로나19와의 전쟁’으로 한 달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교육부에서 미루어 개학 연기를 예고했지만 그래도 3월이 되면 개학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새학년 새학기 개학으로 즐거워야 할 등교길에 끝끝내 학생들의 그림자를 볼 수 없었다.

  한국 1만1600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3주동안 휴교!! 휴교로 540만 학생들의 발목이 꽁꽁 묶였다.

  휴교한다고 공부도 멈출 수 없다. 국어, 영, 수 교과서는 잠간 덮어둘 수 있다. 그러나 ‘생각의 교과서’는 덮을 수 없다.

  나는 왜 한국에 살고 있나현재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나 개인적인 생각에 이어 내가 소속된 사회에 대해 고민해 본다.

  ‘한-중 운명 공동체’ 과연 무슨 의미인가. 유구한 력사속에서 한국과 중국을 오갔던 선조들의 남긴 행적은 어떠했나. 오늘날 한중관계는 어떠한가. 우리는 이러한 관계 속에서 어떻게 살고 있나.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동안 학원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지도에만 올인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한 교과목을 더 추가해야겠다. 바로 ‘나(吾)’라는 과목이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왜 이곳에 있으며 내가 앞으로 살 세상에 대한 준비를 진지하게 다뤄야겠다. 내가 바르면 우리가 바르고, 우리가 바르면 사회도 바르게 될 것이다.

  난생 처음 ‘코로나’를 겪으면서 앞으로 우리의 삶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하는 과정의 련속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생처음 경험해보지 못한 것일지라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무섭다고 피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대비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코로나 여파로 여기저기서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남 탓만 무성하다. 모든 것이 정부의 잘못이고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기만 기다린다. 이 와중에 착한 사람도 있다. 서울국제학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 주인이 코로나 극복에 동참하여 앞으로 임대료의 일부를 5개월 동안 할인해주기로 약속했다.

  학원생들의 코로나예방을 위해 현빈 엄마가 손세정제 10병을 보내왔다. 중도입국으로 원래부터 학습결손이 많은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들은 화상(视频)수업으로 대체했다. 카메라 앞에서 장시간 강의로 목이 쉬고 힘들었지만 휴가 신청한 선생님이 한명도 없었다.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중국 류학생도 우리 학생이다

  일부 국회의원을 비롯한 한국국민들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외칠 때 한국정부의 교육수장인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중국 류학생도 우리 학생’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오는 중국류학생이 행여나 홀대받을가봐 대학교에 달려가 기숙사 상황을 직접 지도 점검하였다. 중국 류학생이 가장 많은 성균관대, 경희대 두 대학의 재학생만 해도 7천명이 넘는다. 이는 전체 한국내 중국 류학생의 10%에 달한다. 유은혜 장관의 언행은 장차 한중 관계의 가교 주역이 될 류학생들에게 크나큰 위안과 희망을 주었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휴교를 맞아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였다. 결국 인간은 과학으로 코로나를 이길 것이며 또한 사랑으로 평온을 되찾을 것이다.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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