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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과 안해와 그리고 그 맛의 향기
2015년 01월 13일 09시 02분  조회:626  추천:0  작성자: 김태현
〔수필〕
된장과 안해와 그리고 그 맛의 향기
 
 
장맛이 참 잘 어울어진다.
그동안 왜서 된장을 잘 먹지 않았던가싶게 요즘처럼 된장에 대하여 무척 관심을 많이 들이는지 나도 모르겠다.
우선 남자들이 술 뒤끝에 오는 숙취에는 물론이고 사람의 소화기관을 맑게 청소하고 내장을 든든하게 만들어줌으로 우리 조선족의 밥상에는 오르지 않을때가 없다.
다음 콩으로 삶고 쪄서 다지고 말리고 또 발효시켜 만든것이기에 맛은 물론이고 사람들의 건강음식에 빠질수 없는 진미로서 시래기를 둥둥 띄우고 돼지고기 삼겹살을 썩뚝썩뚝 썰어넣고 된장 둬 숟가락을 넣고 푹 끓인후 고추가루를 한 숟가락 듬뿍 넣고 입으로 실실 불어가며 떠먹는 그 맛이야말로 시원하고 매콤하여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말도 례외는 아니렸다.
된장에 대한 학문과 학설은 이루 헤아릴수 없이 많은걸로 알고있다.
하지만 된장은 집에서 알뜰살뜰 정을 들여야 그 맛도 일품으로 진가를 가린다고 한다. 그만큼 콩으로부터 시작하여 된장을 만들고 보관하기까지 정성은 물론이고 수많은 인력과 뜸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어릴 때 물남촌의 어두운 골방에서 할머니가 벽구석에 세워놓은 참나무장대에 벼짚으로 아이들 머리만한 메주덩이를 걸어놓고 낡은 옷가지와 이불따위를 덮어두고 띄우던 기억이 새삼스레 오늘의 장맛과 어울어진다.
할머니는 둥그런 밥상을 놓고 메주콩을 알알이 세여 가려내서는 저녁에 나무함지에 불려서 이튿날 아침부터 장작불에 콩을 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낮이 되여 콩이 잘 삶기면 나무함지에 퍼내놓고 뜨거운 김이 빠지기전에 부지런히 떡메로 뭉개기 시작했다. 
우리가 보기에도 콩알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구슬같은 땀방울을 뚝뚝 떨구면서 으깬 삶은 콩들을 그대로 손으로 다시 주물러서 마지막 남은 콩쪼가리들까지 부셔서는 번들번들한 머리통같은 메주덩이를 만들었다. 메주덩이는 반드시 꼭 짝을 맟추어야 했다. 그렇게 메주덩이를 곱게 또 우아하게 만들어야 장맛도 더 훌륭하다고 했다. 메주는 두덩이씩 쌍으로 짝을 지어 벼짚으로 틀개를 만들어 쒸우고는 골방의 참나무장대에 가로 세로 걸어서 말리고 띄우셨다.
온 겨우내 골방에서 풍기는 메주가 뜨면서 풍기는 냄새는 사람을 질식케 만들었다. 때문에 누구도 골방으로 들어가기를 꺼려하였다.
하지만 할머니는 구부정한 허리에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고 날마다 골방으로 가서 메주가 뜨는 정황을 낱낱이 체크하면서 올해에도 장맛이 잘 울어나겠다고 홀쭉한 볼에 누런 이빨을 드러내놓고 호들갑을 떨었다.
봄이 되면 할머니는 거무스름히 보기좋게 뜬 메주덩이들을 잘게 부수어서는 나무함지에 담아서 해볓쪼임을 시켰고 며칠간 해볕에 푸서푸석 마른 메주덩어리에 씌워져있는 곰팡이와 같은 발효성분들을 행주로 하나하나 깨끗이 닦아내고는 깨끗한 물로 한번 씻어 싸리나무로 결은 둥근 버치를 장독가운데 두고 그 둘레에 금방 해볕쪼임을 시키고 말리고 닦아내고 씻어낸 메주쪼가리들을 장독에 소금물을 두고 담근다. 
소금물에 담근 메주덩이들은 며칠동안 할머니의 념원과 더불어 숙성한 된장으로 되여가는데 할머니는 맨손으로 소금물에 담근 메주덩이들을 또다시 잘게 부수고 으깨고 반죽하면서 된장으로 성숙시켰다.
그렇게 성숙시키는 과정에 장독에서 싸리버치로 걸구어내고 찌워낸 소금물을 솥에 넣고 짙게 끓여서 달여내면 그것이 바로 토종간장이 된다.
된장이 되기까지의 그 과정은 우리 조선족 녀인들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너무나 신성한 과업이다. 장을 담글 때는 흥소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녀인들이 화장을 하거나 변소에 가지 않고 절대 남을 흉보거나 상스러운 말을 삼가한다고 한다. 때문에 말 단 집에 장이 쓰다고 하는 말도 생긴것이 아니겠는가?!
장과 어울어진 나의 인생도 이미 지천명에서 반고개를 톱고있다. 그동안 할머니의 된장과 함께 유치한 동년을 훌쩍 보냈고 어머니가 만든 된장을 먹으면서 인생을 알게 되였다.
참, 세월이 무섭다.
할머니의 된장맛을 알게 되자 할머니는 한 올 연기로 되여 하늘나라 저 세상으로 가셨고 어머니의 된장맛에 흥미를 느끼려고 할 때 나의 인생에는 새로운 된장맛이 따로 생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안해를 만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할머니의 된장맛이 사라졌고 어머니의 마음이 우러난 된장이 어느날부터인가 알게 모르게 맛이 가기 시작했다.
매일 밥상에서 풍기는 여러가지 볶음채와 신선한 남새와 물고기들의 튀김료리에 된장이라는 낯말도 알게 모르게 조금씩 천천히 밥상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활과 더불어 시작된 새로운 밥상에서 새롭게 느끼는 반찬과 료리와 그 맛에 흠뻑 빠지면서 할머니와 어머니와 그리고 그들이 정성으로 빚고 담그고 만들었던 된장이 가뭇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얼마나 살았던가, 아들애가 스므살을 훌쩍 넘기고 내 머리에 흰머리를 뒤집어쓰니 불현듯 그제날 동년의 건강을 살려주던 할머니의 된장과 이젠 꼬부랑 할머니가 다 된 어머니의 된장맛이 가끔 밥상에 어울어지는 료리와 더불어 생활의 여기 저기를 더듬고 보듬어주는 어머니의 손길과 함께 페부속 깊숙이 구수한 맛으로 떠오르게 되는것은 웬 일인지 모르겠다.
때론 미식성장터에 나가 시골아낙네들이 끓여주는 된장국을 맛보기도 하지만 너무나 담담하다. 도무지 할머니의 구수한 된장맛과 어머니가 손수 끓여주는 향기짙은 된장국맛을 떠올릴수가 없다.
그렇게 어느날부터 나의 입맛이 가기 시작했다.
기름기가 철철 넘쳐나는 안해의 밥상에서 도저히 밥맛을 가질수가 없었다. 날마다 안해한테 된장국만을 부탁하다보니 안해의 잔소리가 늘어났고 알게 모르게 집안에 도는 랭기가 밥상에서부터 시작되기도 했다.
그렇게 되자 안해는 자기가 직접 장을 담근다고 했다.
처음에는 떫고 시고 쓰겁고 그 맛이 장맛인것이 아니라 그냥 콩찌개국이였다. 그때부터 나는 장이 아닌 안해의 된장을 입에 담고 맛을 들이기 시작했으며 언젠가부터는 그 맛에 취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였다.
나는 안해의 된장맛을 조금조금씩 익혀가기 시작했다.
이젠 안해가 만든 된장맛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지도 벌써 25년 세월이 훌쩍 뛰여넘는다.
할머니의 구수한 된장맛으로부터 시작하여 어머니의 정성어린 된장맛에 길들여졌고 오늘은 안해의 사랑이 어울어진 된장맛에 인생을 새롭게 살면서 나도 역시 조선족이라는 우월성에 가슴이 뿌듯해난다.
그런데 이젠 안해의 장독도 굽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할머니의 된장맛을 알게 되자 할머니는 저 세상으로 떠나가셨고 어머니의 된장맛에 길들여질 때 어머니는 꼬부랑 할머니로 되였고 나는 안해를 만났다.
안해의 된장맛은 그 옛날 할머니의 된장맛과는 비교가 되지는 않았지만 안해의 정성과 녀인의 마음으로 쏟아부은 남편에 대한 충정과 믿음의 전부로서 그 맛은 그 어떤 된장과도 비할수 없었다.
굽이 나기 시작한 안해의 장독에서 매번 장을 떠낼 때면 장주걱이 장독을 허비는 아츠러운 소리에 가슴이 싸르르 저려오른다.
4년전 안해는 “F-4”라는 비자로 한국에 진출했다.
그동안 안해가 담그어놓고 맛을 내주던 된장이 밑굽이 드러나기 시작했던것이다.
그러나 그 맛이 여전히 담백하게 입안에 한가득 감돌아 다른 그 어떤 장맛도 가슴에 안겨오지 않는다.
물론 장터에 나가면 여기저기 조선족 된장이라고 맛을 자랑하는 된장도 수두룩하지만 내 삶에 있어서 가장 친근하게 느꼈던 할머니로부터 어머니, 그리고 안해로 이어온 된장맛을 흉내낼수가 없다.
안해는 한국으로 떠나기전에 자신의 손으로 장독을 골똑 채워놓으면 혼자 있는 나의 살림과 식생활에서 많은 번거로움을 덜어줄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금까지 장맛에 사는 내가 된장이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부득부득 우기면서 아구리가 좁은 전형적인 장독인 조선족 6호독에 된장을 골똑 쳐넣고 떠난것이다.
그렇게 지난 4년동안 줄곧 된장과 함께 안해의 사랑과 그 맛으로 오늘을 꿋꿋이 버텨왔다.
처음에는 장독에 넘쳐나는 된장을 퍼내면서 안해의 깊은 마음씨를 엿보았다면 1년이 지나서 장독의 반허리가 기울어지면서부터 가족을 위해 타향에서 몸바쳐 헌신하는 안해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함께 퍼냈고 밑굽이 드러나는 장독을 빡빡 긁으면서 내 삶에 된장이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듯이 안해가 없으면 남편이 없고 또 가족이 없듯이 안해, 남편, 엄마, 아빠로 어울어진 우리 모두의 행복한 살림으로 살아갈수 없다는 나만의 철리를 명철하게 깨닫게 된것 같다. 
때문에 사람들은 없다는것에 더욱 련련하는것이 아닐가?!
물론 있을 때는 너무나 풍족한 물질에 눈이 흐려지기도 하겠지만 가족과 사랑과 안해와 남편은 바로 된장의 그 맛이 콩으로부터 시작하여 구수한 된장으로 숙성하기까지의 정성이 담긴 향기이고 사랑이고 영원한 맛이라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된장은 해를 묵이면 묵일수록 그 맛과 향이 더 진하다고 생전에 늘 말씀하셨다. 따라서 해마다 된장독이 넘쳐나게 담그어서는 해를 넘겼다고 어머니도 가끔 할머니의 된장맛이 뉘집것보다도 구수하였다고 자랑하셨다.
아버지를 낳은 할머니도 또 나를 낳은 어머니도 그리고 아들애를 낳은 안해도 역시 모두가 된장을 만드는 조선족녀성이였다.
그들에게서 풍기는 맛은 바로 천년을 두고 만년을 두고 세세대대 대를 이어갈 우리 민족의 력사이고 전통이고 소박한 조선족녀인의 정성과 신성함으로 어울어진 된장의 담백한 맛과 구수한 향기가 아니겠는가?!
지금까지 안해는 우리의 가족을 위해서 된장처럼 구수한 맛과 향기로 한국 인천갈비집에서 중국조선족으로 이방인의 곤혹한 삶을 살면서도 자기만의 맛을 독특하게 쏟아내고 있다.
- 된장과 안해와 그리고 그 맛의 향기 -
2014년 <도라지> 제6기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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