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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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훔친 길
2014년 12월 19일 15시 12분  조회:758  추천:0  작성자: memory

길의 훔친 길

 □ 정호원           
 
 
미로아처럼 길을 잃었다가 출가 수행자처럼 찾았다. 가취성이 농후하다. 이번엔 길을 훔친다. 내것이 아닌 다른 길을 내 길우에 포개 덧얹어놓는다. 끼살이한다. 길이 길어지고 길이 넓어지고 길이 높아지고 길이 두터워진다. 하여 길의 척도와 광(廣)과 고도와 테두리가 극대화된다.

어떻게 찾은 길인데 함부로 던지랴? 하여 더 층을 덧쌓으려 수축할 따름이다. 누구든 낯선 곳에서 길이 헛갈려 오리무중에 처한 때도 있을것이다. 경험치곤 너무나 잊혀지지 않을 웃음거리다. 그럴 때 지나가는 행인에게 길을 물어보려면 남성보다는 녀성에게 묻는것이 좋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메히꼬의 메히꼬시티국립자률대학 연구팀은 남녀 그룹에게 야외에서 버섯을 따오도록 한 뒤 과학적장치를 착용해 이들의 동향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비슷한 량의 버섯을 가져왔지만 남자가 녀자보다 에너지를 70% 더 많이 소모할줄이야··· 남자는 버섯을 찾으려고 이쪽저쪽으로 갑절 더 많이 움직였지만 반면 녀자는 한번 간 길은 다시 반복하지 않았기때문이다. 연구팀은 남성이 지도를 읽는 능력은 녀자보다 월등하지만 녀자는 한번 간 길을 잘 기억하기때문에 일반적인 길눈에는 녀성이 훨씬 밝다고 천명했다. 한편 이런 차이는 선사시대부터 남자는 먼 들판에서 사냥군의 역할을, 녀자는 일정한 구역내에서 채취군의 역할을 담당했기때문이라고 덧붙여 분석했다.

이제 생소한 너덜겅이나 사거리에 나설 경우 길안내를 우선 현합(贤閤)이나 마돈나(madonna), 퍼스트-레이디(first lady)쪽으로 초간택할가보다. 재간택해도 삼간택해도 말이다. 무엇을 누구를 취하는가 하는것이 관건이다. 례하면 혹서를 이기는 방법이나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여름에 더우니깐 당연히 랭방설비들이 많이 작동한다. 전기소모가 심각하다. 정부차원에서 대형건물에 대해 일정 온도 이하일 경우 제재했다. 어쩌면 좋으랴? 불피한서(不避寒暑)라고 더위 이기는것도 일종 수양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면 편해지듯이 내심의 번열부터 식혀야 한다. 허겁떨며 무더위 이기려 하지 마시고 더불어 함께 보낸다고 생각하면 한결 편안할것이 아니랴?! 이렇게 더워 헐떡거리는 실내의 공간에서도 폭포수가 흐르는 외길을 걷는 상상련습을 하면 덜 덥다는 판단이렷다.

누군가는 길을 잃어봐야 진짜 려행이라고 단언했다. 기로와 미로를 념두에 둔채 그 어떤 명제를 내세운 호소에 불과하렷다. 기실 미로아거나 실족인 혹은 방황자는 길에서 받은 공포증이 크고 길의 콤플렉스가 많고 길에 대한 반감이 심하다. 심기가 불편하니 그럴수밖에 없다. 나도 헤맨적이 있었다. 길우에서 길안의 길을 보지 못해 허둥거렸다. 길눈이 어두웠다. 한번 가 본 길을 잘 익혀두어 기억하는 눈썰미를 갖춰야겠다. 뜻밖의 만남이 있게 해준 길과의 연분이 아닌가! 어찌 보면 길을 잃으면 또 다른 길이 열렸는지도 모른다.

새 작업이 시작된다. 굴착, 발파, 언제 쌓기로 시공중이다. 오솔길과 큰길을 훔쳐다 하나의 궤도에 통합시킨다. 어디 그뿐이랴?! 방천길, 옆길, 갓길, 진창길, 꼬부랑길, 지름길, 갈림길,자갈길, 고샅길, 초행길··· 나만의 독점물이 절대 아니다. 인류의 공유물이다. 물론 선방에서 좌선하는 자세는 아직 나 혼자만의 포즈지만 말이다.

비록 길을 얻었어도 역시 초보자이다. 그냥 아직도 길의 지망생이다. 이게 행복이고 영광이다. 잠재력이기때문이다. 창문을 열었다. 부채살처럼 해살이 밀물로 엄습한다. 나의 길 갈래도 아마 이렇게 무늬를 직조하는가보다.

다래, 머루, 산자두, 포도, 오미자를 따먹는 길이다. 넝쿨 잎새, 줄기, 뿌리, 초리를 되살릴 부활이다. 창조적이고 생산적이고 효률적인 능동형의 본형이다. 시간의 존재로 립증받고싶다. 구조적인 원리의 확신을 아직은 잠재운다. 대신 길의 디딤돌 주추돌을 깊이 괼뿐이다.

합병된 길들이 대거 불거지고 커지고 실해진채 활개를 친다. 신작로가 되고 아스팔트가 되고 우주선이 된다. 진득찰처럼 한데 끈끈하게 엉켜 붙었다. 시계치륜처럼 맞물려 돌아간다. 시스템치고는 너무나 사개 맞는 배필이렷다. 돌이키니 때론 너무나 결벽증을 보인적도 없진 않다. 완미한것만 추구하고 지엽적인 오류마저 캐다보니 시간랑비, 인생소모가 컸다. 인젠 한눈을 슬쩍 감는편이 바람직하렷다. 길을 버린 업보를 받아도 마땅하렷다. 길에서 고생도 많았고 길과 씨름도 벌였다. 길을 굶었고 길에 피도 흘렸다. 다 괜찮다. 일종 관광으로 여길가 한다. 려행은 길우의 학교다. 탐승객은 도상의 가이드다.

나 역시 그런 련대성으로 다른 길을 하나하나 한갈래한갈래 훔쳐다 내 길의 건널목에 접목시키고있다. 바줄처럼 실하게 꼬아가는 실천의 길깁기이다. 길의 훔친 길이 새 길을 낳고 키우고 손잡고 간다.

나는 길의 달인이자 노예이다. 하여 달갑게 충성한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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