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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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현재의 존재 (정호원)
2017년 07월 19일 16시 02분  조회:979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수필
 
현재의 존재
 
정호원

 
 
생명치고는 오늘만큼 화려하고 진실한 게 없다. 시간치고는 금일만치 신선하고 감격적인 게 없다. 그렇다. 목하야말로 활력이고 숨결이다. 어제는 이미 살아버린 흔적이고 래일은 미지수의 약속이다. 그 사이를 오가며 세월은 가장 절실한 사연으로 생체를 보호하고 향수하고 인도한다. 이제 곧 태여날 갓난애도, 바야흐로 저무는 황혼에 스러질 락엽도 작금의 시금석으로 가치존재를 판별한다.
 
어제는 일요일, 교외의 채석장과 유허비 몇군데 바장이다가 해질녘에 강변에 머물렀다. 연집강에 류입하는 눈석임물을 한동안 관찰했다. 그저께는 당구장 어구에서 포스터를 감상하며 가로등이 사지를 놀리는 가상공간운동을 그려보았다. 래일은 려행사에 가 고종형의 비자신청을 대행해주어야 한다. 다 진실하고 그럴 듯한 명목의 스케줄궤적일텐데 유감스럽게도 오늘 행적만은 배제됐다. 가끔 지나간 춘추와 닥쳐올 미래구상에만 신경을 부리고 투자를 준비하나 막상 맞고 겪는 시처위에 한해선 홀시한다. 그래서 시나브로 루락되는 현실편린이 점차 불거져 나중엔 붕괴수위를 넘어선다. 무시무시한 변이는 늘 작은 펑크가 낳은 소산물인줄을 모른다.
 
수녀 마더 데레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오늘이고 세상에서 가장 큰 만족감은 책임완수’라고 명토를 박았다. 맞는 일가견이다. 오늘이 담겨진 생명에 대한 최고례절과 최대의무는 현재를 리드하는 운전기술에 비롯된다. 평준화보다 목전의 시점에서 자아를 성찰하고 문제를 분석할 때 그 성공효과비중은 놀랍게 극치를 릉가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사랑만 아니다. 애념을 주축으로 회전하는 핵심적인 전환점이 포인트다. 목금의 포장 속에 치밀한 안전성과 넉넉한 보장성을 제공받으면서 진행될 때 그 정감은 보다 완미하고 극진하다.
지방에서 도심으로 상경해 살아오면서 보노라니 오늘이 점점 무겁고 오염되고 거치장스럽다. 그러기에 윤택나게 닦으려 행주와 걸레를 자주 꺼내든다. 초침의 많은 음률 가운데 딱 금천(金天)의 숨결만 선거해 추천하는 리유는 그 것의 함의지배가 우선인 탓이다. 어설픈 풀뿌리에 매달린 이슬의 잔명처럼 가냘프게 그네를 뛸 것이 아니라 계절의 주근(主根)에 단단히 내릴 포착을 고려함이 우선이다. 아, 생태계를 가늠해보는 시험대에 나를 내세웠음을 시인하고 만다. 숲은 저만치 고요한데 살래살래 고개 젓는 향기의 재채기는 어런더런 환희에로 부르기에 충분하구나…
 
나를 관목림에 얼른 비끄러매고 잔생들과 호흡을 맞춘다. 최대 승부처인 자연을 모토로 삼고 오늘의 고삐를 세근에조차 동여맬가 한다. 유력후보처럼 나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가까이 듣는다. 누굴가? 도전장을 내밀던 날벌레들이다. 그들은 이 생로를 포기한 채 카지노의 플레이어로 소일한지 오래된다. 자칫 오늘이라는 공간이 흥망성쇠의 진원지로 주목받기 십상이라는 결론을 미리 판단한다.
 
오늘에 초청장을 정중히 건네준다. 중국 삼국시대에 촉나라의 재상 제갈량이 출병하면서 후왕에게 적어 올린 글이 있었다. 우국(忧国)의 내용이 담긴 명문장으로 유명하다. 출사표의 유래이다. 후에는 출병할 때에 그 뜻을 적어서 임금에게 올리던 글로 통했다. 나의 오늘에 내든 출사표를 무죄판결서류처럼 거뜬하게 이첩한다. 작봉(爵封)치고는 꽤 파격등용이다. 작비금시(昨非今是)에 느닷없이 놀라 듯 갑자기 자격지심을 의심한다. 하다면 어느 목적지로 어떤 속도로 어떻게 출발할 것인가? 위치감각을 조절하는 사이 오늘의 스타트가 어느새 발목에 각반을 동여주고 대님을 재정비한다. 나는 발차를 앞둔 간이역에서 본일(本日)과 악수할 수밖에 없다···
 
홀제 밀림에서 파도가 쇄도한다. 놀라서 그 쪽에 눈길을 돌린다. 원시림의 틈바구니에서 일어나는 열광의 소동이 즐겁다. 나에 대한 지지률은 갑자기 반등을 보이더니 어느날엔가 또 하락될지 모른다고 엄포처럼 으름장을 놓는다. 떡갈나무가 단추를 벗기고 아름드리 잣나무가 송두리째 앞섶을 흔들리며 목도리를 풀어 내친다. 주재자는 그래서 건방지고 당당한가! 공천에도 시비가 헛갈리거늘 까짓 개인정감구축에 오류 없으랴! 하여 무효화는 개정이 필요하지 않기에 고집대로 초심에 등불을 더 밝게 켤 따름이다.
 
뒤를 돌아본다. 어제는 환경위생관리처 골목의 후미진 뒤안길로 꼬리를 사렸다. 아득히 비껴간지라 대봉류소(大凤流苏)처럼 추풍에 흩날린다. 상여의 네 귀에 늘어뜨리는 큰 매듭술 치고는 꽤 너덜너덜하다. 이번엔 시선을 돌려 해란강 너머 과수원을 키 돋음해 내다본다. 백화청사 꼭대기 안테나를 넘어 비암산이 희미하게 안겨온다. 호텔의 스카이라운지를 지나 모아산 봉황대 유허의 전망대를 운무 속에 찾아본다. 건물에 막힌 차단 속에서 용케 더듬어주는 고향의 바지랑대가 흘린 시간의 지휘탑으로 안내한다. 량극을 오가는 사이 갑자기 몸을 담았던 바위가 흔들거린다. 놀랍다. 나는 지각운동으로 전률하는 산을 의심한다. 잠시 기거한 야외에서 몸살을 앓는다. 간이역에서 하루살이로 착근한 신세가 충격으로 떤다. 들쑹날쑹한 산악이 가벼운 펀칭(punching)으로 나를 거부할 줄이야··· 계곡도 수림도 오늘을 포기한 자를 수납하지 않는 공성소유자일 줄이야···
 
다시 휴대폰의 스케줄관리메뉴를 클릭한다. 오늘의 일력이 나리꽃처럼 붉게 피여난다. 금방 재생되는 화면의 디자인은 설계만 아니라 표출의 의상을 벗기며 내면으로 비추는 네온싸인이다. 완교지를 받아든 편자의 기쁨인들 이처럼 생동할가?! 과연 내 맘의 정토에 활착률을 내린 식재성공은 얼마나 %를 가질가? 홀로 너덜겅을 벗어나 외진 동네로 떠난다. 둘러보고 싶고 냄새라도 맡고 싶다. 사름률이 높은만큼 보람을 느낄 것이다. 교룡기(交龙旗)는 임금이 거둥할 때에 행렬의 앞에 세우던 기만 아니다. 탐검의 행보에 온갖 잡초도 오색기를 흔들며 사열대에 모신단다. 오솔길에서 오월의 요정이 장미다발을 들고 게걸스럽게 유혹을 아끼지 않는다.
 
오늘을 말하기엔 오늘의 시간이 너무 짧다. 아마 이 부분만은 래일로 미루고 그 공간에 의탁할가 보다. 한국 김대중 전 대통령은 ‘력사는 우리에게 진실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력사는 시간 앞에 무릎을 꿇는다. 시간이 지나면 력사의 진실을 알게 될 것이다’는 고담준론을 남겼다. 잠언록 같은 의미를 던져주며 의외의 별건수사에도 적용할 잠재력이 다분하다. 오늘을 살아가고 현실을 영위하는 속물의 진실을 규명하고 처리하라는 충고인줄 알겠다. 내안의 조약을 지키고 그 것으로 꿈의 내용을 알차게 채워야겠다. 조금 경망하지 않나 미심쩍다. 탄로 나면 불법류출된 음원에 대한 류포자검거에 들어갈가부다. 하하! 장본인도 고발자도 스스로임을 고백한다.
 
오늘을 정리해 수록곡을 묶었다. 처음엔 갈피가 잡히지 않아 번복이 심했다. 인젠 두서가 잡힌다. 서로 상충되면서 엇박자도 많이 빈발했다. 고맙게도 언밸런스를 조률하는 보완으로 오늘이 알뜰한 서빙제공에 나설 줄이야··· 조종사 실수를 비롯해 기체부실 등 제반 가능성을 밀착하면서 추락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나의 비행점검은 늘 이런 연극으로 개봉작이다. 노래치고는 하늘을 날아예는 메아리만큼 아름다운 주제가가 또 있을가?! 창공을 벗겨내려 청계수에 미역 감고 사막에서 다시 비상해 은하계의 옥정수를 길어다 오아시스를 보충하니 말이다.
 
타자를 하는 사이 모니터 하단 우측에 표시된 시간현시가 또 초로부터 분으로 바뀐다. 나중에 시침수자가 바뀐다. 오늘은 부지런하다. 어김없다. 만날 간다. 서지 않고 자꾸 나를 부른다. 듣지 않으면 억지로 끌고 가겠다고 눈을 부라린다. 오늘이 작동하는 메터기를 들여다보며 늘 번망하고 착잡하고 바듯한 스케일을 보듬는다. 진행형이 움직여주는 치다꺼리의 심장인줄 안 탓이다.
 
나는 아직도 본부석에서 자신을 열심히 지휘한다. 오늘을 옆에 거느린 채 골몰히 잔디밭을 주시하는 감독의 초조감이다. 현재의 존재를 실증하는 승부전이다. 부전자승(不战自胜)이 없는 경쟁도전마당에서 이런 자세는 영형상수(影形相随)처럼 밀착력을 보이지 않는가!···
 
한모금 농축액을 마시고 웬 비방의 화살도 펀칭으로 선방할 자세는 늘 필수적이다. 현재의 존재는 성공으로 복수할 능력자만이 강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연변일보 2017.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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