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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음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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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조선족의 융합문화(전월매)
2017년 08월 30일 09시 57분  조회:1531  추천:0  작성자: 정음문화칼럼

중국조선족은 19세기중엽에 조선반도에서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너 중국에 이주한 조선민족의 후예로서 인종적으로 조선반도와 뿌리가 같고 국가적으로는 중국국적을 소유하고있다. 이주 100여년이 넘는 조선족은 한편으로 조선반도문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아오면서도(해방이후는 조선문화의 영향을, 중한수교이후에는 한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다른 한편 중국문화의 환경속에서 조선반도문화와 중국문화를 혼용하고 융합하여 생활하면서 나름대로의 독특한 조선족 자생문화를 창출하였다. 이 글에서는 자생문화에 앞서 조선족문화특징중의 하나인 융합문화에 대해 담론하고자 한다.

“융합(融合)”의 사전적의미는 “다른 종류의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거나 그렇게 만듦 또는 그런 일”이다. 순수한 우리말로 “비빔”, “섞음”이라 말하기도 한다. 둘이상이 모여 새롭고 유익하게 만들어진 창조적섞임을 말하기도 한다. 민족문화와 중국문화가 공존하면서도 둘이 섞여 만들어진 조선족특유의 혼종문화, 융합문화는 조선족 삶의 가장 기본요소인 언어와 음식, 거주문화에 체현되여있다.

우선 조선반도에서 내려온 우리말 단어자체에서 융합의 정신을 볼수 있다. 외래어가 들어오면 중국의 경우는 중국식이름으로 개명을 하고 일본의 경우는 외래어를 그대로 쓴다. 그러나 우리말은 한자어나 외래어가 들어와도 조화롭게 결합시키는 융합정신이 있다. 례로 한자어와 결합된 “황토흙”, “초가집”, “역전앞” 등을 들수 있다. 한자어에 “토(土)”, “가(家)”, “전(前)”이 있음에도 고유어인 “흙”, “바다”, “앞”자를 추가하여 융합시켰다. 외래어와 결합된 단어로는 “닭도리탕”, “모찌떡”, “라인선상”, “찌프차” 등을 들수 있다. 외래어인 “도리”, “모찌”, “깡”, “라인(line)”, “찌프(jeep)”에 우리말인 “닭”, “떡”, “선”, “차”를 겹쳐놓아 융합시켰다. 이는 한자어나 외래어가 들어왔을 때 그들을 배척하는것이 아니라 끌어안아 우리말과 접목하여 한데 아우르는 융합정신을 보여준다.

중국조선족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습관적으로 조선어(중국조선족), 한국어(한국), 문화어(조선), 한자어(중국), 외래어(외국)를 혼용하여 쓰고있다. 례를 들면 중국조선어에 흔히 쓰는 한자어 “소학교”, “사업단위(工作单位)”, “견지하다”; 연변방언 “와늘”, “얼빤하다”, “탈망살이”, “매짜다”; 문화어 “끌신”, “창문보”, “물보라”; 한국어 “몸짱”, “얼짱” “짱짱하다” 등을 두루 쓰고있다. 거기에 제지해야 할 사항이겠지만 “쌍발(上班)”, “츠판(吃饭)” “샹차이(香菜)” 등 통째로의 한어단어들까지 가세하여 일상용어로 혼용하여 사용한다.

단어뿐만아니라 언어구사에서 중국조선족은 어릴 때부터 조선어는 모국어로, 중국어는 일상용어로 하면서 이중언어를 동시에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즉 중국조선족은 태여나서부터 자연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우리말과 중국어, 두개의 언어를 동시에 습득하는 조기이중언어구사자이다. 과학자들이 12세를 기준으로 조기와 후기로 나누어 이중언어구사자들의 뇌활성화 이미지를 관찰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2세 이전에 배운 제2언어는 제1언어와 뇌활성화 부위가 같지만 12세 이후에 배운 언어는 부위가 다르다는것이였다. 즉 12세 이전에 배운 제2언어는 동일하게 모국어가 된다는것이다. 조기이중언어발달자는 단일언어학습자에 비해 타외국어를 습득하고 융합하는 능력이 월등히 높다.

다른 한편으로 조선족의 융합된 민족언어구사는 중국이란 한자문화권에서 남과 북의 삼각점에 있는 중국 조선족지역은 지리적, 문화적, 력사적 특성으로 말미암아 한국의 한국어와 조선의 문화어, 중국의 한자어의 자양분을 나름대로 섭취하는 “융합의 장”이여서 가능하지 않을가 생각해본다. 이러한 장이 될수 있었던것은 조선-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에 1992년에 이루어진 중한 수교, 그리고 사회주의체재를 유지하면서 자본주의적시장경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중국에서, 원형의 민족적 정서와 문화를 잘 보존하고있는 중국조선족지역만이 남과 북의 사람들, 중국인, 조선족이 공존하고 여러 언어를 받아들여 혼용하고 융합할수 있는 장이 될수 있지 않았나싶다.

다음으로 음식문화에서도 융합의 정신을 찾아볼수 있다. 조선족음식의 특징은 한국음식과 중국음식의 융합에 있다. 상차림을 보면 김치, 된장찌개와 같은 한식과 볶고 지지고 한 볶음반찬 중식의 융합이다. 중국음식만 먹으면 기름기가 많아 느끼해서 김치와 찌개를 찾게 되고, 김치와 찌개만 먹으면 속이 허해서 금방 배고프다. 그리하여 서로 다른 두가지 성질의 음식인 한식과 중식을 한꺼번에 차려서 먹는 조화로움은 조선족만의 독특한 음식문화이다. 그러나 한식이나 중식을 그대로 두지 않고 나름대로 입맛에 맞게 조화, 융합시킨다. 조선족들이 즐겨먹는 개장국, 동북생채무침(东北凉拌菜), 건두부무침, 양꼬치, 순대 등 음식은 모두 조화와 융합의 산물이다.

개고기는 서양에서는 기피하지만 동양에서는 즐겨먹는 음식이다. 개고기를 된장으로 끓인 국에서 말아먹는다는 말에서 비롯된 “개장국”은 “개장”이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보신탕”, 조선에서는 “단고기”라 부른다. 개장국은 삼계탕과 함께 삼복절식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개고기의 식용에 관한 력사적인 최초의 자료는 사마천의 《사기》진기제 5장에서의 "진덕공 2년(기원전 679)에 삼복날에 제사를 지냈는데 성내 사대문에서 개를 잡아 충재를 막았다"는 기록으로 보고있다. 중국은 춘추전국시대부터 명청시기까지 개고기는 상류층만이 향유할수 있었던 고급음식이였다 한다.

중국조선족의 개장국은 한식과 중식의 융합이다. 조선반도의 개장이 대체로 삶아서 잘게 찢은 개고기와 함께 파, 고추가루, 생강 등을 넣고 푹 끓인다면 조선족의 개장은 그 기초우에서 중국료리의 향료인 팔각회향(大料)과 중국인이 즐겨먹는 향내음 나는 고수풀(香菜)을 더 넣는다. 향료는 노린내 없애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지역에 따라 된장, 고추장, 시래기 등을 넣기도 하고 양념으로 소금, 고추가루, 후추가루, 간장, 깨, 파, 마늘, 고수풀 등을 넣기도 한다. 무더운 여름복날 뜨거운 개장을 먹고 땀을 흘리고 나면 더위를 물리치고 몸의 혈맥을 다스려 허한 기운을 보충하는데 이는 건강유지에 필수음식이라 한다.

동북생채무침은 생배추, 오이, 숙주, 건두부(干豆腐),묵랭채(拉皮),돼지살고기, 고수풀재료에 소금, 설탕, 미원, 간장, 후추, 향유, 기름고추가루 양념을 넣고 비비고 섞어 담백하고 시원하게 먹는 중식료리중의 하나이다. 중식이 담백하다면 조선족은 고추가루를 듬뿍 넣고 설탕과 식초를 내서 맵고 달고 신 맛을 낸다. 건두부무침도 마찬가지로 건두부를 주재료로 파, 오이, 고수풀, 마늘 등을 넣어 맵고 새콤달콤하게 무친다. 양꼬치의 양념은 대체로 소금, 커민(孜然), 고추가루, 생강가루, 양기름(羊油) 등을 섞는다.

국이나 무침은 색상이 다르고 성격이 다른 각 종류의 야채와 고기, 맛이 부동한 양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섞고 비벼서 조화를 이루어내고 융합을 이루어 맛을 내는것이다. 조선족음식의 특징은 대체로 맵거나 혹은 맵고 달고 새콤하거나 혹은 향료를 써서 자극성이 있다. 이는 동북3성의 추운 기후를 이겨내기 위해 만들어진 알콜농도가 높은 술과 궁합이 맞아떨어진다. 한식이나 중식을 토대로 나름대로 재료와 양념을 추가하여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음식으로 탄생시키는것, 이는 한식과 중식을 아우르는 량극단의 통합과 융합으로 얻어낸 조화이다.

그다음으로 주거문화인 가옥에서 동북의 조선족마을 가옥의 가장 큰 특징은 두개의 문화를 한 공간에 구현하고있다는 점이다. 즉 북방문화인 온돌과 남방문화인 마루를 하나의 공간에 만나게 했다는 사례이다. 중국은 온돌이 있고 마루가 없으며 일본은 마루가 있고 온돌이 없다. 조선반도는 온돌과 마루가 공존하는데 이 둘의 결합은 고려시대부터 시작하여 우리 민족 거주문화로 자리매김하였다 한다. 한국은 대부분이 온돌은 집안에 낮고 평평하게, 마루는 바깥에 있다. 조선반도에서 중국으로 이주한 우리 조상들은 우리 민족 거주문화의 기초우에서 중국의 온돌문화를 답습하여 동북의 추운 기후에 알맞은 온돌문화와 마루문화로 변형시켰다. 온돌과 마루를 하나의 방 공간에 공존하도록 설계하였다.

온돌은 겨울을 대비하여 아궁이와 구들로 만든 난방장치이다. 조선족가옥의 온돌은 아궁이는 집안이나 정주간에 있고, 구들은 한국처럼 신 벗고 들어가면 평평하고 낮은것은 일부분이고 대부분이 한족의 구들을 모방하여 걸터앉기 맞춤한 높이로 쌓아올린 구들이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넣어 가열하면 방전체가 보온을 유지하고 온돌은 좌식생활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구들에는 아래목과 웃목이 있는데 아래목은 아궁이에서 땐 불기운으로 가장 따뜻한 곳이고 웃목은 아궁이로부터 거리가 가장 멀어 불기운이 거의 닿지 않는 가장 추운 곳이다. 이러한 아래목과 웃목은 방안의 공기순환을 돕는 자연공기청정기역할을 한다. 즉 아래목에서의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웃목에서의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감으로써 저절로 공기순환이 이루어지는것이다. 이와 같은 자연적인 공기순환은 더운것과 찬것을 융합시켜 집안 온도를 높인다.

마루는 여름을 대비하여 만든 더위를 식혀주고 습기를 차단하는 공간이다. 조선족가옥의 마루는 추운 기후의 특성상 대부분이 안방의 온돌과 이어지고 온돌과 공존하며 간혹 바깥에 설치되기도 한다. 집안의 마루는 불을 지펴 음식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여름에 구들이 더워나면 거기에서 생활하고 취침하는 공간으로 활용되며 바깥의 마루는 무더운 여름의 휴식처나 각종 곡식들을 널어 말리는 등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겨울과 여름이라는 계절적수요에 따라 한집안에 공존하는 조선족가옥의 온돌과 마루는 융합의 가치를 설명해주고있다.

조선족문화에서의 융합의 정신은 언어와 음식, 거주문화뿐만아니라 수전과 한전농사에서, 그리고 문화와 예술 등 기타분야에도 반영되여있다. 조선족의 융합문화는 그 정체성과 관련이 크다. 중국조선족의 이주력사는 조선반도에서 우리 나라 동북3성으로, 동북3성에서 연해도시로 다시 한국이나 일본 혹은 기타 세계로 이어지는 중첩된 디아스포라이다. 중국조선족의 이러한 특성이 융합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나아가서 조선족 삶을 반영하는 독특한 자생의 문화(조선족문학, 조선족예술 등)를 창출하지 않았나싶다.

21세기는 통합과 융합의 시대이다. 섞여야 아름답고 섞여야 강해지며 섞여야 살아남는다. 중국조선족의 언어와 음식, 거주문화에 담겨진 융합의 정신은 화해와 공생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나눔, 어울림 등 의미의 글로벌 가치가 담겨있다 할수 있다.

인민넷 2017-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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