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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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백학 (외1수) □리성비 댓글:  조회:88  추천:0  2021-08-27
1 신은 낮과 밤 해와 달 그리고 초원과 호수를 재단하여 하늘끝 머얼리 날으는 학을 만들었다   흰색 두루마기 검은색 깃 그리고 붉은색 소망 하나와 파란 눈 두개를 달아주었다   만고풍상 비바람 푸른 하늘 푸른 호수   천년의 세월 천년의 바람   2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에서 살아간다는 새   명 긴 귀신이 붙은 듯 푸른 하늘 흰점으로 달님 빠진 호수에 내려 껑충거린다 허와 실의 결합으로 승무의 탈을 쓰고 굿거리장단 천년 삶의 풍류멋을 갖춘 우리 얼의 날개   가끔 살 같은 긴 목을 움츠려 한을 푸는 목메인 소리 태초의 형상언어 조형언어 조응구 같은 외마디 감탄   무악장단의 살풀이로 두 무릎 꺾어 이 땅에 닿는 진실 3 흰 옷자락에 붉은 소망 우아한 자태   높이 떠서 머얼리 날으는 그대 푸른 창공 흘러가는 흰구름인가   머리에 아침 해님 떠이고서 고결한 품성 천산만학 날아넘어 아름다운 강산에서 천년만년 살고 지고.   탈   1 탈은 자꾸만 오늘이 되고파   시각마다 풍화되는 흥과 멋과 어지름   풍화되면서 더욱 단단해지는 뼈 풍화되면서 더욱 부드러운 살결   탈은 자신을 풍화시켜 오늘의 피를 만든다   2 살과 뼈와 피를 섞어서 이 세상에 갖고 온 허울   살과 뼈와 피를 섞어서 이 세상에 태여난 허울 흰옷 입은 백성들 흰옷 입은 상놈들   량반세상과 어울리는 량반세상을 골려먹는   너도나도 탈 속의 세상 너도나도 탈 벗는 굿거리 한마당   3 송진내음 풍긴다 천년 향기 풍긴다   눈알 빠지고 코 으깨지고 귀와 입술 떨어지고 머리칼 빠지고   천년을 썩었는가 흰 김 서린 젖살 같은 흙에 묻혀서   눈 먼 눈을 뜨고 귀 먼 귀를 열고 다시 이승에 태여나 할망구 같은 민요가락에 한을랑 잊고 덜썽거린다   죽어서도 죽지 않는 탈이 하늘을 손가락질하며 영원을 가는 뜀질을 한다   4 자연보호구의 진귀한 동물이나 식물 같은 존재   대대손손 물려온 우리 명절 우리 민속   덩기덩기 깽그랑 깽깽   상모줄 돌아가는 옛날옛적 하늘땅   먼곳의 유람객 흥에 겨워 던져주는 옆전 한잎   량반탈 선비탈 벗고 연신 머리 쪼아리는 민속의 하루   5 얼굴엔 가면 쓰고 몸엔 붉은 비단 장삼 걸치고 다리엔 토자 끼고 남색비단 두르고 허리엔 복숭아 나무가지 꽂고 발에는 초신 신고 긴 소매 뿌리치며 긴 소매 뒤로 뒤로 뿌리치며 두 손바닥 활짝 펴고 때로는 하늘을 우러러본다. 연변일보
9    진달래꽃 (외 2수) 댓글:  조회:189  추천:0  2020-05-18
진달래꽃 당신의 이름은 송이송이 진달래입니다 당신의 꿈은 떨기떨기 연분홍입니다   당신은 장백산기슭에 뿌리내리고 높은 산 골짜기 백설이 쌓이는 음지에서 높은 산 골짜기 험준한 바위틈에서 손에 손잡고 찬서리를 떠이고 해해년년 앞다투어 새봄을 맞아옵니다   지난 겨울 그리고 새해 벽두 하늘이 무너질듯 쏟아진 폭설 골짜기마다 쌓인 적설 살을 에이는 칼바람 눈보라를 연분홍빛 신념으로 이겨낸 당신   연분홍 불꽃이 점점이 장백산에 타오릅니다 연분홍 전설이 감격의 두만강에 울려갑니다 산도 물도 얼어붙었던 대지에 만물이 소생합니다   당신은 장백산기슭의 천사입니다 당신은 해란강반의 자랑입니다 당신은 두만강반의 영광입니다 당신은 이 강산 선구자의 넋, 불멸의 꽃입니다   뭇새들이 노래하는 산노을 언덕에 올라 당신의 손목 잡는 이슬 맺힌 사람들 자유와 평화가 높뛰는 가슴가슴에 연분홍 물빛이 붉게붉게 물듭니다.   고목   술 한잔 따라 올리면 귀에 익은 소리가 늦가을 홍시처럼 뚝뚝 떨어진다   홍시 속살 저녁노을이 산등성이를 물들인다 북채 잡은 딱따구리 고수(鼓手) 두둥 둥 따닥 딱 북흥소리 채궁소리 그리고 가끔씩 곁들이는 추임새   수많은 세월 맺힌 한 풀며 이어온 소리 밀고 달고 맺고 풀고   구새통 고택에 머물던 한점 바람이 얽히고 설킨 세월을 감싸안는다   산에 산에 깊은 산에 눈 먼 뻐꾹새   별 많은 밤하늘에 한줄기 폭포수 걸어놓고 목메인 한을 넘어서고 있다. 시골의 여름밤   지상의 명창 금개구리들이 군데군데 모여서 태고적 소리를 이어간다   너도나도 다투어 풀쩍풀쩍 뜀질하며 별을 헨다   하나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열이라면 열부터 백까지 빛으로 빚어진 별들의 이름 부른다   초저녁부터 새벽녘까지 금개구리들의 별 헤는 밤   가난으로 학교 못 간 아이들도 함께 별 헤는 밤   때로는 금빛 별들이 때로는 은빛 별들이 등잔불빛이 새여나는 초가집 마당에도 떨어졌다.   겨울목화   누가 향을 태우는가 누가 향을 피우는가   산에산에 눈 내리는 산에   마른 나무 가지 우에 마른 수풀 잎새 우에 푸른 솔 잎새 사이에   무더기로 핀 목화송이   살내음 같은 입김이 슬쩍 닿기만 해도 맑은 이슬이 된다   목화밭   평양에서 개성가는 황해도 황토언덕 한뙈기 목화밭   아가 손등 같은 목화송이 송이송이 수만송이   지난 여름 쨍쨍한 불볕 해살 머금고 황금가을에 행복의 속살 터친 목화송이   남으로 시원스레 뚫린 포장도로 줄지어 달리는 관광뻐스   스치는 차창에 순정이 꽃피는 아가씨들 아낙네들 그네들의 가슴에도 일제히 목화송이가 터진다 연변일보
8    [시]겨울강과 사슴(외5수) 댓글:  조회:283  추천:0  2019-07-18
겨울강과 사슴 리성비   정말 그렇게 미끄러울 줄 몰랐었다 무엇엔가 단단히 네 발을 묶이우기라도 한듯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다   굶주린 승냥이 같은 눈보라가 얼어붙은 강바닥을 혀바닥으로 자주 핥으며 지나간다 조심스럽기보다 급한 마음 일어설 수가 없다   지난 밤, 얼어붙은 겨울강을 건느려다가 장밤 버둥거렸고 지금은 또 한낮을 버둥거리고 있다   뭔가 자꾸 두렵기만 해서 그냥 소리내여 울지도 못하고 있다 노루꼬리 만한 겨울해가 서산에 걸린다 몇발자국 사이둔 겨울강 언덕 사슴의 지친 두 눈엔 새봄 그리던 평화가 조금씩 빛을 바래여가고 있다     가을하늘   가슴에 엉킨 뭉게구름 더러는 흘려보내고 더러는 쏟아버리고   빈 가슴 아기염소 같은 하얀 그름쪼각 한두점 주어담는다     내두산 억새꽃   상강霜降 지나 피는 꽃 억새꽃   붉은 단풍 아래 흰머리 억새꽃   겨울바람 하늬바람 서걱이는 억새꽃   하늘 아래 첫 동네 뿌리 깊은 억새꽃     벼꽃   안개이슬 맺힌 맑은 눈 뜨고 하늘을 바라다 본다 하늘에는 흰옷자락 구름이 저벅저벅 청개구리 풀떡이는 논두렁 걷는다   떠돌다 머문 구름나그네     굴원   미꾸라지 욱실거리는 개천에서 태여나 하늘 우러러 청결한 몸 죽어 승천하여 은비늘 금비늘 룡이 되다 창생의 하늘 오르내려 천년 세월 해해년년 멱라강의 눈물 한드레씩 길어올려 시름시름 시들어가는 이 땅을 적셔주었네 봄이면 하얗게 쌓이는 안개 헤쳐 승천하고 가을이면 귀향해 개천에 몸 담그고 이끼 푸른 바위틈에 생명의 알을 낳았었네 지금은 깊은 어둠 깨고 부화한 새끼룡들이 해마다 음력 오월 오일 수리날이면 양자강에 모여 환생하는 조상의 혼을 기리네     시골가을 저녁풍경   뜨거운 노을이 싱그러운 저녁밥상 우에 내려앉는다 한잔 술에 잘 익은 붉은 노을 홀로 사는 늙은 로모 잔에 술을 따른다   길 가던 길손이 ‘고수레’ 하고 마루바닥에 술을 뿌린다   굵은 주름이 한폭의 그림처럼 환하다   한평생 물농사 주룩주룩 비물 같던 목소리 가까이에서 들린다   출처:2017 제5호
7    [시] 오월의 장백산 (외 3수) (리성비) 댓글:  조회:211  추천:0  2017-07-24
시 오월의 장백산 (외 3수) 리성비 순백의 숯불이 이글거린다 가슴 부푼 내두산 마주선 얼굴 홍조가 뜨겁다 열린 창, 사면팔방에서 연분홍진달래가 해무리 같은, 달무리 같은 불멸의 꽃테를 두른다.   천지의 아침 안개 거치고 련꽃이 핀다   병풍처럼 둘러선 열여섯 봉우리   푸른 하늘 흰구름 한점 내려앉는다   념불소리 목탁소리.   장백산의 밤하늘 먼 옛날, 뉘신지 해골이 자리털고 일어선다 지구라는 행성에서 사람으로 태여나 육신이란 허울 벗고 수천년 해골로 살면서 밤이면 밤마다 새날을 꿈 꾸 듯 하늘 우러러 우주를 바라다본다 아득한 별들이 가까이 다가서고 가슴속에 멍이 든 그들의 이야기 새날을 밝힌다   내두산 억새꽃 상강(霜降)지나 피는 꽃 할멈 같은 억새꽃   붉게 피는 단풍 아래 하얀 머리 억새꽃   겨울바람 하늬바람 서걱이는 억새꽃   하늘 아래 첫동네 뿌리 깊은 억새꽃. 연변일보 2017-6-22
6    겨울 해 (외 5수) 댓글:  조회:365  추천:1  2014-12-19
겨울 해 (외 5수)  리성비             동산에서 기지개 펴던 호랑이가 옛 마을이 살아 숨쉬는 골짜기를 뛰여넘어 서산 언덕에 앉아 똥을 누고 아무도 몰래 눈속깊이 묻어버린다 그리곤 갑자기 서산너머로 펄쩍 넘어선다 언땅을 뚜지던 짐승들이 갑자기 사방으로 흩어진다 어느 짐승의 진붉은 피가 흰눈 덮인 수풀 사이로 뚝뚝 떨어지며 한폭의 수묵화 같은 산야를 붉게 물들인다 가 족 사람 살던 초가에 사람 같은 황소가 살다 갔다 사계절 입던 누런 털가죽 벗고 떠나갔다 날이면 날마다 한집에서 식사도 같이 하고 잠도 같이 자다가 자식 농사도 밭농사도 같이 하다가 때론 전통명절이나 한가할 땐 마당에서 뛰여노는 송아지와 애들 모습 이웃집 맘씨 착한 벙어리 아저씨처럼 그렇게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다가 갔다 긴긴 세월 대를 있던 숙명 같은 운명의 멍에를 벗고 어느날 떠나갈 때 형수 같고 형님 같은 주인집 마누라는 황소의 정강이뼈를 장독깊이 묻어두었다 초 혼 복(復) 복(復) 복(復) 흰 속적삼이 초가집 처마우에서 펄럭인다 푸우 푸우 마지막 숨을 내쉬는 사람 산꽃 같은 아씨를 떠올리다가 달님 같은 어머니를 떠올리다가 별빛 같은 새끼들을 떠올리다가 가슴속에 망울진 사투리 유언 한송이 흰꽃으로 피우지 못하고 떠나간다 그 옛날, 할아버지 등에 엎혀 일제의 강제이주 행렬에 끼여 북간도에 온 사람 송아지 같은 가냘픈 어깨에 멍에를 메고 엄매 엄매 황소처럼 살으시다 떠나간다 시도때도 없이 농부가 부르시다 떠나간다 복(復) 복(復) 복(復) 북두칠성 밤중에 깨여 눈덮힌 초가지붕아래서 별빛이 쏟아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다본다 문뜩 까치우는 소리에 귀가 놀란다 검은 장막 가르는 일곱마리 까치새 긴긴 세월 고인돌 뚜껑돌에 내려앉아 어둠 밝히는 일곱마리 까치새 봄 여름 가을 겨울 초저녁에 한밤중에 새벽녘에 방향과 자리를 바꾸며 끝없는 생사의 길 오늘 밤도 한쪽발을 헛디디며 날아간다 겨울뻐꾸기 나와 동갑인 갑오년 말띠생 친구 내가 갖고 간 술을 마시며 운다 우리 집 창턱에서 설날에도 청명에도 추석에도 그리고 내 생일날에도 수도물처럼 슴슴하던 술을 마시며 운다 나와 동갑인 갑오년 말띠생 친구 집안에 차고에 마당에 그리고 김치움에 정성 가득 쌓아두였던 고향 자랑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놓고서 바위돌 같은 어깨를 들먹이며 돌아앉아 운다 한여름 뻐꾸기 울듯 목메여 운다 겨울호수 얼어붙는 호수에다 낚시를 던진다 그 누가 흘리는 값진 눈물인가 지난 밤 추위에도 얼어붙지 않은 해살이 여울대는 글썽임이여 한겨울에도 눈을 감지 못하는 서러운 민요 같은 회한을 느끼는 지금 나는 과연 풀떡이는 추억의 기쁨을 낚을수 있을것인가    연변일보
5    감자골 최포수 댓글:  조회:316  추천:1  2014-05-23
감자골 최포수 리성비 1 그는 죽을 때 구운 감자가 먹고싶었다 실실이 하얀 김 피여오르고 안개꽃 속살을 드러낸 감분 그 구수한 내음 처음처럼 목이 메였다 관솔불 움막집에서 황토벽 초가집에서 화토불에 토감자알 구워 먹을 때 식구들 앞에서 늘 하던 말이 생각났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던 몽롱한 의식속에 한입 떼자 갑자기 눈앞에 하얀색 보라색 감자꽃이 첫사랑 갑순이가 좋아하던 나비떼 되여 팔랑거린다 그는 동년때처럼 그렇게 나비떼를 쫓아가며 신명났다. 2 복(復) 복(復) 복(復) 무궁화꽃 핀 막새기와 처마우에서 허공에 펄럭이는 흰 속적삼 그가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곰사냥으로 명성을 떨친 그가 곰의 발바닥 핥으며 건재하다가 갑자기 졸수년에 운명했다 그는 매번 곰을 잡으면 먼저 곰의 배를 가르고 쓸개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깊이 감춰놓군 했다 때로는 식구들앞에서 마을사람들앞에서 술기운에 실언을 했건만 이튿날이면 시치미를 뚝 떼고 무사히 넘기였다 지난 세기 80년대초 환갑나이에 초인간적인 힘으로 새끼 달린 늙은 곰을 잡았을 때 곰이 민족의 토템 웅녀란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그가 감춰놓은 곰의 쓸개가 몇개인지 어데다 감춰뒀는지 아무도 모른다 인제 가면 언제 다시 오시려나! 3 그의 장례식은 여전히 토장으로 진행되였다 상여의 흰천이 한점 흰구름처럼 하늘에 펄럭인다 상여가 마을 동구밖을 나설 때 상여 흰천 네귀에 앉은 앙증맞은 잠자리가 흔들리는 상여를 꼬옥 붙잡고 동행했다 어쩌면 마흔에 허리 굽은 할미꽃 같은 그의 녀편네 같아 마을사람들은 경악했다 상여가 마을 뒤산 언덕을 오를 때 곰의 거친 숨결 같은 소리가 뒤척거렸다 고인이 관속에서 묶인 몸을 개탄하는 숨소린지 상여를 멘 사람들이 상여소리를 받는 숨소린지 분간키 어려워 마을사람들은 또 한번 경악했다 언젠가 사라졌던 독수리들이 상공을 배회했다.  
4    종이배 댓글:  조회:492  추천:0  2013-08-27
종이배 □리성비   길은 멀고 해는 짧은데 주절 주절이 흐르는 강에 철없던 그 시절 종이배 띄워보냈지 우리 꿈도 강물이 가는 그곳이라고 동녘하늘 붉게 타는 그곳이라고 흔들리는 종이배에 해를 싣고 달을 싣고 노를 저었네 내 이름도 내 고향도 빛나게 써넣은 하얀 종이배 동구밖길 굽이돌 때 진달래꽃 따서 실은 하얀 종이배 바다에는 금노을이 붉게 핀다네
3    해남도(외3수) 댓글:  조회:616  추천:0  2013-04-07
해남도(외3수)   리성비 내 가슴에선 지금도 야자 한광주리씩 이고선 야자수가 설레인다 내 잔등은 지금도 동지섣달 자외선으로 따갑다 내 몸에선 지금도 한겨울 한조각 얼음이 녹아 흐른다 내 눈에선 지금도 흰손을 가진 바다가 사면에서 넘실거린다 내가 든 검은색 우산은 지금도 대줄기 소낙비를 맞고있다 내가 먹은 천년거북은 지금도 내 몸안에서 기어다닌다 내가 탄 관광뻐스는 지금도 손금 같은 안개길을 달린다 내가 해변에서 주은 아가손만큼한 조가비는 지금도 내 품에서 축축한 모래를 찾고있다 내가 다녀간 관광명소들은 지금도 인제 금방 그물에 걸려 올라온 싱싱한 물고기처럼 사면팔방에서 밀려온 사람들로 우글거린다 그리고 내 귀에선 지금도 시간을 재촉하는 가이드의 목소리가 발을 동동 구른다. 꽃피는 해남도 먼 옛날 귀양살이 가던 곳 류배지 가던 도중 반은 원혼이된 곳 북송 시인 소동파가 3년을 좌천한 곳 일제때 흰옷 입은 조선인이 두눈 가리우고 집단살해된 곳   지금은 사시절 뭇꽃들이 수풀속에서 화사한 잔치 펼치는 곳 가파른 산등성이 깊은 골짜기에 그젠 날 원혼이된 흰저고리 도라지꽃이 이슬방울 입에 물고 피여있을지 누가 알랴. 야자나무  별빛이 반짝이는 밤이면 인어공주 같은 야자수 아줌마들이 지느러미 같은 넓적한 손바닥을 하늘에 펼쳐 한방울 두방울 이슬을 굴리며 푸른 녹이 두텁게 낀 동그란 그릇에 담는다 갑자기 밤하늘에 우뢰 울고 소낙비 쏟아질 때면 때로는 룡의 눈물 같은 비물도 이슬과 함께 흘러 들어간다 긴긴 세월 세세손손 물려온 가법 새날이 밝으면 인어공주 같은 야자수아줌마들이 앞다투어 운명의 야자를 머리에 이고 안개속을 걸어나온다. 산호초(珊瑚礁) 수천년 수만년 바다물에 산화된 산호의 뼈 하얀 몸뚱이에 섬세한 꽃무늬가 촘촘히 새겨진 도야지만큼한 산호초 죽어 산호초되여 눈을 갖고 죽어 산호초되여 귀를 갖고 죽어 산호초되여 손을 갖고 죽어 산호초되여 발을 갖고   바다사자처럼 뚱기적거리며 해변에 기여올라 해석(海石)을 찾아 헤매는 내 품에 덥썩 안겨 해변에서 만난 련인마냥 주절이 주절이 무수한 바다이야기 들려주며 나를 매일 하늘빛 바다로 이끌어간다.
2    정월대보름 (외2수) 댓글:  조회:622  추천:1  2013-02-21
정월대보름 (외2수) 리성비 마시자 마시자 귀밝이술 마시자 그리고 뒤산 언덕우에 올라서서 터질듯 둥그러진 그녀의 목소리 듣자   그녀의 부드러운 눈빛이 나의 몸에 닿아 이슬처럼 녹아 흐르고   물에 젖은 나의 온같 뼈가 하나의 탈이 되여 물속에 내려앉은 그녀와 탈춤을 추고   어둠속에 눈물 감춘 그녀와 어느새 물속에 푹 젖어있는 나의 눈빛   마시자 마시자 귀밝이술 마시자 그리고 동녘 산봉우리에서 쿨적이듯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 듣자     천 당   하늘에서 보면 고향이 천당이외다 하늘에서 보면 집이 천당이외다 하늘에서 보면 가족이 천당이외다 틀림 없수다 틀림 없수다 바로 그곳이 천당이외다   생전에 천당을 꿈꾸시던 아버지가 지난 밤 꿈에 말씀하셨수     방 천   장고소리 울린다 전설의 장고봉에 해가 뜬다 활을 쏘아도 죽지 않고 포를 쏘아도 죽지 않고 살아서 돌아온 광대들아 어서 고기배 저어 바다로 가자 둥둥둥 악귀를 쫓으며 둥둥둥 해적을 쫓으며 하늘을 울리고 땅을 울리며 어서 바다에 가자 아름다운 녀인아, 우리 바다에서 광대놀이 하며 백년가약을 맺자
1    북두칠성 (외1수) 댓글:  조회:586  추천:1  2012-12-31
북두칠성 (외1수) 리성비 기약없이 문뜩 만나면 그저 놀랍고 반갑나이다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 동생 어쩌면 약속이나 한듯 미운 등 돌려 그네들만 떠나가고 난 이승을 떠도는 방랑자인가 날이면 날마다 몸속 깊이 배인 그네들의 체취를 삭이며 그렇게 사나이다 한산 리씨 아버지 고을 정씨 어머니 그 사이에 중간 다리로 태여난 나는 어릴적 타고난 개구쟁이 자그마한 초가집 가끔 아버지 우뢰소리 진동하면 흐느끼는 처마가 마루를 적셨고 쿨쩍이다 어느새 하늘이 개이면 나머지 비방울은 처마끝에 매달린 해살에 아롱진 진주 만지면 캐득거리는 진주알들 한알두알 꿰여 운명처럼 목에 걸고 불혹의 고개에 올라서서 어느날 운명처럼 만난 인연 손바닥 비벼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나이다 시계바늘처럼 돌고도는 계절 따라 때로는 초저녁에 때로는 한밤중에 때로는 새벽녘에 국자모양으로 하늘문을 열고닫는 탐랑성님 거문성님 록존성님 문곡성님 렴정성님 무곡성님 파군성님 맘속으로 외우며 구차한 생명 구걸하기도 했나이다 먼 옛날 고인돌 두껑돌에 새겨진 칠성 빛 가을이면 북쪽 하늘 지평선 가까이 내려와 망자들의 령혼을 관장하는 등불 흘러간 샘물 같은 정화수 한그릇 떠놓고 엎드려 그네들의 명복을 빌면 기꺼이 들어 주시겠지요. 가 족 장고의 궁편 채편 둥근 달 둥근 밥상 가락맞게 빙 둘러앉은 숟가락 젓가락 궁편의 궁글채 채편의 열채 하루 세끼 정해진 자리에 차례로 빙 둘러앉아 궁편 채편 두드리면 가난도 추위도 춤추게 하던 흥과 멋과 맛 어머니 쌈지돈 받아쥐고 학교 가던 고개길 따라 한족술집 문 두드려 손땀에 축축한 종이돈과 바꿔온 한병의 독한 술 우리 형제 코막고 돌아가며 아버지께 따르던 술소리 시내물처럼 맑고 푸른 가야금소리 명창 같은 어머니의 잔사설 고수 같은 아버지의 술타령 먹어도 배고프던 그때 그 구수한 감자보리밥 점심밥상 난 때론 휘모리장단에 엇박자가 틀려 화가 난 아버지한테 쫓겨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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