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성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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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골 최포수
2014년 05월 23일 10시 05분  조회:316  추천:1  작성자: 리성비

감자골 최포수

리성비

1

그는 죽을 때 구운 감자가 먹고싶었다

실실이 하얀 김 피여오르고

안개꽃 속살을 드러낸 감분

그 구수한 내음 처음처럼 목이 메였다

관솔불 움막집에서 황토벽 초가집에서

화토불에 토감자알 구워 먹을 때

식구들 앞에서 늘 하던 말이 생각났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겠다던

몽롱한 의식속에 한입 떼자

갑자기 눈앞에 하얀색 보라색 감자꽃이

첫사랑 갑순이가 좋아하던 나비떼 되여 팔랑거린다

그는 동년때처럼 그렇게 나비떼를 쫓아가며 신명났다.

2

복(復) 복(復) 복(復)

무궁화꽃 핀 막새기와 처마우에서

허공에 펄럭이는 흰 속적삼

그가 눈을 떴다 다시 감는다

곰사냥으로 명성을 떨친 그가

곰의 발바닥 핥으며 건재하다가

갑자기 졸수년에 운명했다

그는 매번 곰을 잡으면

먼저 곰의 배를 가르고

쓸개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깊이 감춰놓군 했다

때로는 식구들앞에서 마을사람들앞에서

술기운에 실언을 했건만

이튿날이면 시치미를 뚝 떼고 무사히 넘기였다

지난 세기 80년대초 환갑나이에

초인간적인 힘으로

새끼 달린 늙은 곰을 잡았을 때

곰이 민족의 토템 웅녀란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그가 감춰놓은 곰의 쓸개가 몇개인지

어데다 감춰뒀는지 아무도 모른다

인제 가면 언제 다시 오시려나!

3

그의 장례식은 여전히 토장으로 진행되였다

상여의 흰천이 한점 흰구름처럼 하늘에 펄럭인다

상여가 마을 동구밖을 나설 때

상여 흰천 네귀에 앉은 앙증맞은 잠자리가

흔들리는 상여를 꼬옥 붙잡고 동행했다

어쩌면 마흔에 허리 굽은

할미꽃 같은 그의 녀편네 같아

마을사람들은 경악했다

상여가 마을 뒤산 언덕을 오를 때

곰의 거친 숨결 같은 소리가 뒤척거렸다

고인이 관속에서 묶인 몸을 개탄하는 숨소린지

상여를 멘 사람들이 상여소리를 받는 숨소린지

분간키 어려워 마을사람들은 또 한번 경악했다

언젠가 사라졌던 독수리들이 상공을 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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