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식
http://www.zoglo.net/blog/xudongshi 블로그홈 | 로그인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홈 > 딘편소설

전체 [ 3 ]

3    육신과 영혼이 피랍되는 아침 댓글:  조회:636  추천:0  2015-04-25
                       단편소설 육신과 령혼이 피랍되는 아침    1     서재 창문으로 흘러드는 겨울 아침 해빛은 밝았고 퍼그나 따뜻하였다.     대학교 재학시절부터 소설을 쓰는 흉내를 내보였지만 아직 은 소설작품으로 문학상이라는것을 타본적이 없다.그런데 아무 렇게나 갈겨낸듯한 시작이 월간지의 문학상을 받게 되였다니? 그것은 사실 강길도 넘겨본적이 없는 일이였다. 소설을 쓰는 사람이 시작으로 월간지 문학상을 평받는것은 어딘가 미적지근하다.그것은 아마도 강길과 친분이 괜찮은듯한 문우들인 월간지 문학상 심사위원들이 아무런 문학상도 평받은 적이 없는 강길의 얼굴을 보아주려고 상론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큰 문학상은 아니라 하더라도 아이들 장난은 삼가함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강길은 며칠내 여러가지 뒤말들을 얻어듣고 있었다.그는 마음속 어딘가가 켕기였다.월간지 문학상을 평받으려고 그런것은 아니였지만 월간지 문학상 심사위원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해온것은 사실이였다.올해의 월간지 시작 문학상을 평받은것은 그런것들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할수는 없다.흔해빠진 작은 명예 하나를 탐낸것도 사람의 마음을 지저분하게 만들어주다니? 그러나 소설작품으로 평받는 문학상이든 시작으로 평받는 문학상이든 나에게는 필경은 문학상이 아닌가!    며칠전 오늘 오후 2시에 백산호텔 회의실에서 월간지 문학 상 시상식이 진행될거라는 련락을 받았다.강길은 대학을 졸업해서부터는 정식 장소뿐만 아니라 그 어디에서도 시랑송이라는것을 해본적이 없었다.그런데 상례대로라면 오늘 오후 월간지 문학상 시상식에서도 시작 문학상 수상자는 자기의 수상작품을 랑송하여야 할것이다. 괜찮은 시랑송 재기를 지니고 있는것도 아닌데 어떻게 할건가? 토끼꼬리만큼한 시랑송 경험은 있지만 골초여서 이제는 목소리가 너무나도 잠겨버렸다.하지만 월간지 문학상 시상식에서 아주 멋진 시랑송은 아니더라도 근사한 시랑송은 해내야 한 다.그것은 글쓰는 사람의 얼굴이고 례절일것이다.     여러날 생각끝에 강길은 오늘 사무실에 하루 청가를 내였고 아침부터 아파트 서재내를 비좁게 서성거리며 시랑송을 련습하고 있었다.    어머니 /저는 캄캄한 밤마저도 무섭지 않는/나이가 되였습니 다/그러나 어머니/저는 이 아침이 무섭습니다/해빛이 밝은 아침은 왔지만/저는 공포속에 매장되여 있습니다/거리에는 아직 가로 등들이 온통 번뜩거립니다/해가 뜨면 빛을 잃어야 할 가로등들 이/어째서 아직도 저렇게 두리번거리고 있을가요/가로등들을 관 리해준다는 누군가의/ 지난밤 과음의 불찰일지는 모르지만은/저는 우리의 눈길같은 가로등들이/지꿎게 번뜩거리는 이 아침이 무섭습니다/텔레비죤방송 아침뉴스에 떠오르는것들과/조간지를 기여오르는것들에는/어째서 꽃들이 피여나는 이야기는 적어지고/ 육신과 령혼이 피랍되는것들이/큰 잔치를 벌리고 있을가요/어머니/육신과 령혼이 피랍되는 아침/저는 공포에 떠는 육신을 이끌 고/령혼을 보자기에 싸들고/어데론가 가보고 싶습니다/먼지를 먹 고 사는 가로등아래 꽃들은 /해빛을 쳐다보며 경악을 표연하고 있고/가로등 빛에 끄슬린 바람은 엉뎅이에/오래전에 퇴화되였다 는 긴 꼬랭이를/길게길게 드리우고/우리의 그림자를 짓밟으며/ 큰 거리와 골목길들을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목에 피줄까지 세우며 목소리를 돋구어 거듭 랑송하고나니 강길의 이마에는 땀방울 몇개가 맺혀올랐다.시랑송가 수준까지 를 따라잡으려는 생각은 없었다.하지만 시랑송이란 대학교 재학시절에 시랑송을 몇번 경험해본 강길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 니였다. 대학교 재학시절 선생님은 시랑송에 있어서 랑송시 선택이 아주 관건이라고 말씀하셨었다.그런데 은 랑송시로 씌여진것이 아니다.그러니 을 큰 목소리와 빠른 템포로 랑송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자연스러운 목소리와 고저,그리고 약간 느린 템포로서 랑송하는 편이 좋지 않을가? 혹시는 내가 몽롱하게 감오한 그러한 이미지가 진실되게 더욱 독특하게 표현될지도 모른다.     강길은 창밖에 뛰노는 겨울 해빛을 지켜보면서 한동안 생각 에 잠겼다.그는 이번에는 목소리를 낮추어서 약간 느린 템포로 시랑송을 련습해보려고 작심하였다.그런데 심호흡이 거듭난 그 의 입으로부터 “어머니...” 가 금방 흘러나오려는 순간이였다.탁상우에 놓인 핸드폰이 자지러지게 울려터지기 시작하였다. 누구의 전화일가? 혹시는 월간지 문학상 시상식 일때문에 걸어오는 전화일지도 모른다. 강길은 시랑송 련습을 그만두고 전화를 받았다.     --강길아,강길아,나를 살려다오! 제발 나를 살려다오!    핸드폰을 흘러나오는 울음섞인 애처로운 목소리는 생소하였 지만 어딘가 듣던 목소리 같았다.    --누구세요? --강길아,나 최군철이다.나를 살려다오! 제발 나를 살려다오!   --최군철이라니?   --어-어,강길아,너 나를 아주 잊어버린거야 아니겠지?! 도문 고무공장을 일하던 최군철이다.   강길의 머리속에는 드디어 긴 머리카락들을 어깨까지 드리우고 얼굴에 큼직한 싸구려 선글라스를 낀 외사촌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니,형이 어떻게?   --어어,이제는 생각나는 모양이구나.나는 지금 남녕에 피랍구속되여 있어!   --아? 남녕에 피랍구속되여 있다니?!    2   약간 긴장된 탓이였을가? 암송준비는 어느 정도로 되였었지만 강길은 월간지 문학상 시상식에서 을 떠듬떠듬 읊어내는 랑패상을 만들어내고 말았다.거의 백여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서 랑패상을 만들어내였지만 그는 다만 얼굴이 잠간 뜨거워지는듯한 느낌만을 받았다.나이를 먹으니깐 얼굴마저도 엄청 두터워진듯 하였다. 떠듬떠듬 시랑송을 끝내고 작은 무대를 내려서면서 장소를 피끗 둘러보았다.몇명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수근거리고 있었다.   아직도 내가 시작으로 월간지 문학상을 평받은 일을 수근거리고 있는것인가? 아니면 나의 시랑송 랑패상을 비웃는것인 가? 허참,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비웃고 싶으면 실컷 비웃어보 라지.    강길은 지정된 자리로 돌아왔다.걸상에 주저앉자 복잡해지던 생각들은 가뭇없이 사라져버리고 머리에는 외사촌형의 일만 떠올랐다.그는 며칠내로 남녕으로 달려가서 피랍구속되여 있다 는 외사촌형을 구해낼건가 아니면 그냥 모르는척 지나쳐버릴건가는 생각에 잠겨버리고 말았다.    월간지 문학상 시상식뒤에 있는 만찬회에서 강길은 자기의 생각을 굴리느라고 평소에 즐기던 권커니작커니 하는 술맛도 아주 잊어버리고 말았다.문학상으로 받은 5천원 현금은 수십명 문우들이 모인 만찬회 비용으로 쓰고나니 2천원 정도가 남았다. 그러나 그것은 필경은 10만원이 아닌 2천원이였다. 외사촌형은 전화에서 무슨 조직의 빚을 지고 피랍구속되여 있는 자기를 빼낼려면 10만원이 요구된다고 말하였었다. 10만원!? 강길은 처음에는 자기는 조직에 피랍구속되여 있다는 외사촌형을 꼭 구해내야 한다는 의무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었다.때문에 그는 전화에서 외사촌형 에게 “형은 나에게 시시껄렁한 그런 일은 말도 꺼내지 말라!”고 한마디 소리질러 주었다.하지만 나중에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는 외사촌형이 슬프게 흐느끼는 울음소리외에도 사람 몇이 외사촌형을 마구 때리며 구박질하는 소리가 크게 섞여있는것 같았고 또 외사촌형이 “어-어,강길아,나는 외독자여서 종래로 사촌도 외사촌도 친형제로 생각해 왔거든! 강길아,강길아,나를 살려다오! 제발 나를 살려다오!”만 애처롭게 울부짖었으므로 여하를 불문하고 우선 사람을 구해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만찬회가 끝나고 친분이 좋은 일여덟명만 노래방까지 들리고나니 강길은 밤이 늦어서야 귀가하였다.잠을 청할수가 없었으므로 그는 서재에 앉아 줄담배를 피워대면서 생각에 잠겼다.   생사람이 다단계판매조직인 조직에 피랍구속되여 인신자유를 잃고 날마다 학대받고 있는듯 한데 그냥 모르는척 지나쳐버릴수는 없다.소문에는 다단계판매에 잘못 걸려들면 진짜로 생명위협까지 받는 일도 발생한다고 한다.그러니 어떻게 하든 방법을 대여 남녕으로 가서 외사촌형을 구해내야 한다. 외사촌형은 전화에서10만원 빚만 갚아주면 조직은 무조건 사람을 풀어줄것이라고 말하였고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10만원을 지정된 은행카트거나 은행계좌에 넣어주지 말어야 한다고 당부하였었다.그리고 외사촌형을 곁을 감시 하는듯한 조직의 한작자는 넘겨받는 전화에서 경찰신고 같은것은 생각도 하지말고 남녕에서 만나되 “돈과 사람을 직접 교환하자(一手交钱一手交人)”고 말하였다.그러니 외사촌형을 구해내려면 나는 빠른 기일내에 남녕행을 하여야 한다.급한 사정때문에 사무실에 일주일 정도의 청가를 내는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하지만 내가 무슨 재간으로 하루이틀내로 10만원을 장만해낸단 말인가? 소위 월광족(月光族)인 나의 월급은 달마다 싹쓸이로 거덜 나버린다.나의 은행카드에는 기껏해야 몇천원이 남겨졌을것이다. 나로서는 친지들과 친척들로부터 당장으로 10 만원을 꾸어낸다는것은 사실 힘든 일이다.친지들과 친척들속에는 현금 10만원을 내놓을만한 경제능력을 갖춘 사람이 한사람도 없는듯 하다.한다면 한사람 한사람 찾아내여 한사람에게서 1-2만원씩 꾸어내는 것은 방법일것이다.하지만 그런 방법으로 10만원 수자를 만들려면 남녕행 시간이 지체된 다.    오늘 오후만 해도 외사촌형이 남녕에서 걸어오는 울음소리가 섞인 재촉 전화를 다섯번 받았다… 모레 아니면 적어도 글피에 남녕행을 하려면 외사촌형의 말처럼 고리대라도 꾸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외사촌형은 리자가 생사람을 잡아먹는 고리대라 할지라도 자기는 풀려나오기만 하면 무조건 방법을 대여서 본전과 리자를 갚아줄거라고 말하기는 하였지만…   강길은 이런저런 생각끝에 서랍속에 깊게 감추어졌던 저축 통장 하나를 끄집어내였다.저축통장내 5만원은 강길의 돈이 아니였다.그것은 로무 겸 안해찾으러 미국밀항을 간 동생이 재작년에 송금해온 돈이다.동생은 5만원을 형이 키워주는 자기 아들 의 생활비와 교육비로 사용하라고 말하였지만 강길은 한국로무 를 나간 안해와 전화에서 상론해보았다.안해도 5만원은 절대로 챙겨두었다가 조카 이결이가 대학교를 가게 되면 사용하자는 강 길의 제안을 크게 동의하였었다.그러니 동생이 미국밀항 본전을 겨우겨우 갚아버리고 힘들게 모은 몇년간 피땀을 마음대로 사용할수는 없었다. 강길은 펼쳐졌던 저축통장을 접어서 다시 서랍내에 깊게깊 게 감추어두었다.그는 누가 자기의 일거일동을 훔쳐보기라도 한것처럼 서재내와 캄캄한 창밖을 둘러보다가 자기의 행위를 피씩 웃어주고 말았다. 그렇다면 안해에게 전화라도 걸어볼가? 뭉치돈을 만든다면서 거의 2 년동안 송금을 해오지 않았으니 안해에게 10만원 정도는 잠겨져 있을것이다.그러나 조직에 피랍 구속된 외사촌형을 구해내는데 10만원이 필요하다면 안해가 어떻게 말할가? 동의해줄가?    자정인데 핸드폰은 자지러지게 울려터졌다   --강길아,강길아,나를 살려다오! 제발 나를 살려다오!   핸드폰을 흘러나오는 외사촌형의 울음섞인 목소리는 여전히 애처롭기만 하였다.그러나 강길은 참지못하고 소리를 버럭 내지 르고 말았다.   --형,가난뱅이 나에게 어디에 10만원이 당장 나지겠어? 무조건 참아서 기다리라니깐.돈만 마련되면 인츰 남녕으로 내려갈게! 나이도 적잖은 사람이 현재 그게 무슨 꼬라지여? 작년 년말에 어쩌다가 나에게 전화를 해주면서 나더러 무슨 조직에 참가하라고 말했었지,그때 나는 다단계판매 같은것은 진짜로 그만두라고 오래오래 부탁해주었는데!   --어-어,그때 나는 사람 정신이 아니여서 너까지 조직에 끌어넣으려고 한번 전화를 했었지…  --그런데 형,형수는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길래? 이런 일에는 형수가 발벗고 나서는게…   --어-어,너 형수는 말도 말어라,내가 빠져나가면 너 형수의 일도 너에게 알려줄게…        3   강길은 조직에 피랍구속된 외사촌형을 꼭 구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언제부터는 외사촌형으로부터 받았던 좋았던 인상을 거의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있음은 사실이였다.   고급중학교를 다닐 때 있었던 일이였다. 어느날 긴 머리카락들을 어깨까지 드리우고 얼굴에 큼직한 싸구려 선글라스를 낀 외사촌형이 고급중학교 기숙사를 찾아왔 다.그는 강길을 이끌고 거리로 나가서 맛있는 저녁밥 한끼를 사주었고 강길의 옆구리에 돈 10원까지를 질러주었다.    --강길아,학교 식당 밥이 맛없지? 생활비도 많이 모자라지? 나는 그럭저럭 월급 48원을 받는 도문고무공장 로동자라는게 힘들게 공부하는 너한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혹시는 너하고 까불대는 거리바닥 애들이라도 있으면 내가 혼내 줄테니깐 나를 찾아라!   강길에게 큼직한 주먹까지를 불끈 흔들어보이는 외사촌형은 할일 없어서 강길을 찾아온것은 아니였다.그는 어느 처녀의 꽁무니를 쫓아다니고 있는듯 하였는데 강길에게 련애편지 한통을 대필해줄것을 요구하였다.강길은 련애편지를 써본적은 없었다.그러나 그는 평소에 련 애소설들을 꽤나 읽어본 경험에 비추어서 외사촌형의 련애편지를 한통 대필해주었다.그뒤에 사촌형은 꽁무니를 쫓아다니던 처녀와 끝내는 약혼했다고 소식을 전해주었고 가끔은 고급중학교 기숙사로 찾아와서 강길에게 돈 10원씩 질러주었다. 그 다음해 겨울방학때였다.강길은 외사촌형의 결혼잔치에 참가했다. 그리고 아주 몇년뒤에는 외사촌형과 외사촌형수가 강길의 결혼잔치에 참가해주었다.그때는 이미 애기 엄마로 된 외사촌형수는 수집음을 잘 타던 모습을 잃어가고 많이 잃어가고 있었다.    --우리 애들 아버지 련애편지는 생원이가 대필한거라면서 요!? 호호, 나는 생원이가 대필한 련애편지에 적힌 “나는 저당잡힌적이 한번도 없는 나의 령혼을 아름다운 그대에게 피랍당했노라!”는 한구절에 반해서 애아버지와 약혼했고 결혼했는데요! 그런데 피랍이라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가요?    외사촌형수의 한마디에 강길은 그때에야 자기가 대필하였던 그 련애편지 한통이 외사촌형의 련애에 꽤나 도움을 주었음을 알게 되였던것이다. 또 몇해뒤 강길은 외사촌형이 도문고무공장이 도산되여 실업자로 되였고 친구들과 함께 “두만강을 건너오는 사람들 장사” 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약간 얻어들었었다.그러다가 어느날에 는 외사촌형이 두만강건너 군인들에게 피랍되였다가 열흘만에 풀려나왔다는 소식까지 얻어들었다.그때부터 강길은 외사촌형에게 좋은 생각을 품어주지 않았고 그가 연길로 찾아와도 되도록이는 만나주지도 않았던것이다… 그런데 사람들 눈에 나는 일들을 많이 저질렀기에 연변을 떠나서 북경 천진쪽으로 빠져나가 꽤나 번잡하게 산다는 소문도 가끔 전해주던 외사촌형이 남녕의 조직에 피랍구속될줄은 생각도 못한 일이였다.    4    이틀간 강길은 10만원을 장만하려고 온갖 방법들을 대보았다.친지들과 친척들에게 되사정해서 꾸어온 돈은 5만원은 되였다.그는 나머지 5만원 차액을 장만하려고 생각끝에 지하은행들을 찾아갔다.어느 지하은행도 10만원 고리대를 내는데는 집문서를 맡기거나 보증인을 내세워야 한다고 하였다.강길은 지하은행에 감히 아파트 집문서를 맡길 생각은 없었다.그리고 그 누구에게 보증인이 되여달라는 부탁을 내놓을 자신과 욕심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고리대를 꾸는 일은 포기해버리고 이번에는 평소에 거래도 없었던 교우들과 사돈의 팔촌까지 찾아다녔다. 강길은 돈꾸는 전화를 걸거나 돈을 꾸려고 사람들을 찾아다니면서 처음에는 남녕의 조직에 피랍구속된 외사촌형을 구해내려고 돈을 차용한다고는 말을 함부로 꺼내지 못하였다.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돈을 꾸어주지도 않으면서 꼬치꼬치 캐여묻기만을 즐기는듯 하였다.강길은 나중에는 참아내지 못하고 몇명에게 돈차용 용도를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몇명 에 한둘은 다단계판매 조직의 일에 대해서도 꽤나 알고 있는듯 하였는데 그들은 강길에게 조언들을 해주었다.    다단계판매 조직들은 깡패조직과 거의 다를바가 없는 조직이여서 서뿔리 건드렸다가는 큰일을 만든다.우리 연변에도 다단계판매 조직에 가입했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적잖다.그러니 남녕을 찾아가되 되도록이는 경찰신고를 해서는 안된다.소문에는 다단계판매 조직중에는 현지 경찰들과 손잡은것들도 많다고 하는데 연길도 아닌 산설고 물선 남녕에 가서 마구 덤벼대였다간 피랍구속된 사람을 구해내기커녕 생사람을 더 큰 불구뎅이에 밀어넣을수도 있겠다.다단계판매 조직에 피랍구속되였던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피랍구속되면 모진 매를 맞아야 하고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다고 한다.차라리 피랍구속된 사람을 건져내는 기일이 지체되지 않도록 요구하는 돈을 주고 사람을 건져내는것이 상수일것이다…    여러가지 조언들을 얻어들을수록 강길의 속은 바질바질 타 들었다.그의 꿈에는 조직에 얻어맞고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사촌형의 얼굴까지 나타났다.그런데다가 남녕으로부터 걸어오는 전화는 하루에도 대여섯번 울려터졌으므로 강길은 얼굴색이 말이 아니였다.그것을 보아낸 사무실 주임은 그더러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아보라고 하였다.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으라니? 내가 무슨 겨를에? 강길 은 남의 심사를 잘 모르는 사무실 주임에게 무거운 웃음을 웃어 보이고는 그에게 급건때문에 오후에는 사무실을 나올수 없다는 량해를 구했다.   오후내내 돈꾸러 연길시내를 한바퀴 돌아다녔지만 아무런 결과도 없었다.이제는 어떻게 하는건가? 아직도 5만원이 부족하다.인터넷을 들어가보니 연길과 남녕을 이어주는 제일 빠른 교통편은 그래도 항공편이였다.아침에 연길-북경행 국제항공편을 타면 북경공항에서 3시간뒤에 북경-남녕행 남방항공편을 이어탈수가 있어 오후면 남녕에 도착할수가 있었다.겨울 비수기여서 그런지 하루내로 이어지는 연길-북경-남녕 항공권은 생각보다는 쌌다.하지만 아직도 5만원 차액이 있는데 항공권은 예약하지는 못한다.그리고 사무실에 청가를 내지 못한다…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아파트단지내로 들어섰다.아파트 정원내 한그루 버드나무우에서 까치 한마리가 꼬리를 높게 쳐들고 이 가지 저 가지를 폴짝폴짝 옮겨다니는것이 눈에 띄였다.황혼이 찾아들고 있었으므로 밝던 겨울 해빛이 이미 어둑시그레해 지고 있었다.그러나 까치를 높게만 지켜보는 강길의 차겁고 어두워졌던 마음속 어딘가 따사로운것이 꿈틀거리는듯 하였다.    겨울 까치는 울줄을 모르는가? 저놈이 한번 좋게만 울어준 다면 얼마나 좋을가?!    한여름 푸른 잎들을 죄다 내버린 앙상한 버드나무였지만 그 버드나무우를 즐겁게 깝치는 까치를 쳐다보니깐 강길의 정서는 꽤나 돌아지는것 같았다.그러는데 호주머니의 핸트폰이 갑자기 울려터졌다.다행이 남녕으로부터 걸어온 전화는 아니였다.미국 밀항을 간지 오랜 동생의 전화였다.    --형,축하하오.형의 이라는 시가 월간지 문학상을 받았더구먼! --네가 어떻게 그걸 알고?   --여기도 인터넷은 잘 터져서 연변소식도 금방금방이요!   --허허,그런데 넌 잘 보내느냐? 아픈데는 없고?   --쉴새는 없소!   --그런데 형의 목소리가? 혹시 감기라도 온것이 아니요?   --감기는 무슨 감기,요새 시끄러운 일이 하나 생겨나서.    강길은 동생에게 외사촌형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뭐라고? 군철형이 남녕에 피랍구속되여 있다고? 돈이 5만 원 모자라면 내가 재작년에 보낸 5만원을 꼼쳐두지말고 어서 빨리 사용하오!    --그 돈은 절대 안되지!   --형,고집을 부리지 마오! 군철형이 피랍구속되여 있는데 사람을 빨리 구해내야지,나도 군철형의 도움을 크게 받았는데!    --네가 무슨 도움을?    --형한테는 아직도 이야기 안해주었구만! 이결의 엄마는 말이요! 그적에 군철형이 소개해준거요.그때 가격으로 적어도 1만원이였는데 내가 고향에서 덜먹총각으로 늙는다고 군철형은 1전 한푼 소개비도 안받았고,그리고 두만강을 건너온 녀자들중에서 그래도 곱게 생기고 인품이 좋은 사람을 나에게 소개해준다고…    --그래? 진짜로 그랬나?    --그적에 군철형은 공부했고 글까지 쓰는 형은 자기가 “두만강을 건너오는 사람들 장사”를 하는것을 무조건 달가워하지 않을것이니 형에게는 절대로 비밀에 부치라고 말했거든.그래서 나는 형에게 감히 아무것도 알려주지를 않았거든.이런것들이야 다 지나간 이야기인데,형,무조건 그 5 만원을 사용해서 사람을 빼 내여 오라니깐.형은 군철형이 북경 천진에 빠져나가 살다가 일을 당한것도 모를건데?    --무슨 일?   --그 우수개를 잘하던 외사촌형수 말이요,군철형과 북경 천진을 살다가 군철형이 가난하다고 그랬는지 군철형과 리혼했고. 그 녀자 말이요.정신이 빠져나간 녀자이지! 돈 많은 한국 령감 에게 붙어살다가 갑자기 거리바닥 사람들과 손잡고 그 한국 령감을 랍치해서 돈 따먹으려 했단 말이요.아마 그 녀자는 아직도 감옥에 갇겨 있을건데…   --뭐라고? 그게 정말이니?   --정말이지! 세상이 너무 작아서 나와 함께 미국밀항을 한 친구 하나가 그 외사촌형수네 친척이라 나는 다 얻어들었소!   강길은 갑자기 큰 몽둥이에 머리를 얻어맞은듯한 느낌에 휩싸이고 말았다.   --형은 얼른 은행에도 가보고 항공권 사러 가보오.   --어-…,그럼 그렇게 하자! 5  오늘 아침도 겨울 아침 해빛은 크게 밝았고 퍼그나 따뜻하였다. 공항에 도착하니깐 강길의 마음은 무척 가벼워졌다.어제밤 전화로서 다시 확인했었는데 조직은 10만원만 갚아주면 사람을 무조건 풀어준다고 답복해주었던것이다.그리고 사무실 주임은 자기에게는 남녕에 동창들이 있으니깐 만일의 경우를 생각해서 동창생들더러 사람들을 많이 불러서 강길의 조직과의 조우를 동행시켜 줄거라고 하였던것이다.    기분이 좋아지니깐 강길은 탑승수속을 밟으면서 휘파람을 불어보았다.나이 먹은 사람이 한겨울에 휘파람을 불어대는것이 우스웠던지 곁의 그 누구도 킬킬 웃으면서 흘끔흘끔 눈길을 내보였다. 연길-북경행 비행기에 올라 핸드폰 전원을 끄려는데 핸드폰이 울려터졌다.한국으부터 걸어오는 안해의 전화였다.    --일결 아버지 출근이세요?    --아니,북경행 비행기를 올라탔소.    --출장이세요? --어-어,하루이틀 출장이지.애들은 이웃들에게 잠간 부탁해두었소. 강길은 외사촌형의 일을 안해에게 말해주고싶지는 않았다.    --여보,애들이 겨울방학을 하면 며칠이라도 집으로 오겠소? 인천-서울 항공권이 너무 비싸면 인천-대련을 리용해도 괜찮을건데.    --그 일때문에 전화드리는건데요.아마 애들 겨울방학에 집으로 잠간 돌아가보려던 계획은 안될것 같은데요.    --그게 무슨 말이요.오래전부터 애들에게 공부만 잘하면 애 들 겨울방학에 집으로 꼭 돌아와서 푹 쉬겠다고 약속을 해놓고는! 일결과 이결은 엄마를 얼마나 기다리는지 알기나 하오?!   --말씀드려도 성내지는 마세요,저 말이예요,돈이 될거라고 생각해서 가입했는데…   현재 몇달 수입을 다 말아먹었어요.   --무엇에 가입했길래?   --화장품 다단계판매에 가입했는데…   --뭐라오? 당신도 다단계판매에?   --흑-흑… 핸드폰에서는 안해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강길은 안해가 울기 시작하자 더는 안해를 나무랄수가 없었다.   --울지마오,그까짓것 몇달 수입을 날려보냈으면 날래보낸거지,좋은 소식이나 하나 알려줄게.내가 쓴 이 올해 월간지 문학상을 탔소! 그래서 5천원이나 받았는데…
2    은저가락 댓글:  조회:1519  추천:0  2015-01-18
단편소설 은저가락     1    강바람이 스쳐갔다.작은 바람이였지만 사위는 금방 썰렁해졌다.랭기로 팽팽해진듯한 청청한 하늘에는 잔별들이 총총 널려있었고 보름달이 휘영청 둥글었다.아마도 늦가을 밤인것 같았다.    두만강 모래톱을 홀로 서성거리고 있었다.품속에서 끄집어낸 누르스름한 광목주머니는 사람의 체온을 받아먹고서 퍼그나 따뜻하였다.그러나 광목주머니를 빠져나오는 한개비 은저가락은 차거웠다.그것을 두손으로 받쳐들고 물끄러미 살펴보았다.그러다가 허리를 굽신 꺽고 한개비 은저가락을 모래톱우에 정성스레 꽂아주었다.그리고는 모래톱우에 그냥 퍼더리고 앉었다.    모래톱우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한개비 은저가락은 달빛을 반사하며 도고하게 빛났다.그것은 살짝 튕겨주기만 하면 한가닥만 남아있 는 고독한 현금줄처럼 찌이잉- 소리라도 울려줄것 같았다.    자리를 일어서서 몇발작 뒤걸음쳤다.이번에는 무릅을 꿇었다.모래톱우에 꽂혀지여 오래된 옛말처럼 빛나는 한개비 은저가락에게 꾸벅꾸벅 절을 세번 올렸다.    -빨래줄에 걸어논/요에다 그린 지도/지난밤에 내 동생/오줌싸 그린 지도 꿈에 가본 엄마 계신/별나라 지도인가/돈벌러 간 아빠 계신/만중땅 지도인가    를 주문처럼 중얼거렸다.그러자 한개비 은저가락의 밤하늘을 견주던 가늘어진 부분이 홀연 밤하늘을 바라고 우쩍우쩍 자라오르기 시작하였다.그것은 눈깜짝할 사이에 한그루의 아름드리나무만큼 굵어지면서 까마득한 밤하늘로 높게높게 솟아올랐다.      한개비 은저가락이 순식간에 은빛 아름드리나무로 환변(幻变)되여 아무런 소리마저 울리지않고 밤하늘 멀리까지 자라오르는 거창한 요술은 너무나도 신비스러웠다. 자기도 모르게 꿇어앉았던 자리를 일어섰다.마음이 사뭇 성스러워짐을 느꼈다. 옷깃을 여미고 밤하늘을 올리찌른 거대한 은빛 아름드리나무를 한동안 우러렀다.그러자 밤하늘 멀리로 자라오르던 은빛 아름드리나무는 둥근달을 바라고 서서히 기울어지더 니 금방 눈앞에 거대한 은빛 구름다리 하나를 펼쳐주었다.      하늘로 오르는 은빛 구름다리! 아무런 주저심도 없이 은빛 구름다리우로 성큼 올라섰다.우러렀을 적에는 은빛 구름다리는 꽤나 가파른 경사도를 내보였었다.그런데 은빛 구름다리우에 올라서 보니 그것은 경사도를 잃어버린 아늑한것으로만 느껴졌고 얼마든지 보행할수 있을거라는 자신심이 생겨났다.    밋밋한 활등처럼 요원하게 뻗어간 은빛 구름다리 한끝이 머나먼 월궁까지 줄기차게 닿아있음이 선연하게 보였다. 은빛 구름다리를 타고 달나라로 한번 올라가보자!라는 생각이 들자 심장이 크게 뛰면서 얼굴마저 뜨거워졌다.마음속에는 달나라로 놀러간다는 경건함만 벅차올랐다. 그래서인지 온몸이 둥둥 떠오를듯이 가벼워졌다.     은빛 구름다리우를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러다가 드디어 두주먹을 불끈 쥐고서 나는듯이 뛰여갈수가 있었다.귀가에는 바람이 말들을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듯이 뛰여가면서 발아래를 굽어보았다.발아래 어디에도 잔별들이 총총하였고 은하수가 두만강처럼 굽이굽이 흐르고 있었다.     어허야,오늘밤 밤하늘 풍경이야말로 전설속 그림처럼 성결하구나! 한마디 감탄을 부르짖는 순간이였다.그만 왼쪽발이 크게 미끌어지면서 온몸이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 렸다.평행을 잡으려고 두손을 허우적거리고 죽어라고 발버둥을 해대였지만 끝내는 은빛 구름다리 아래로 곤두박질하고 말았다.     나락속으로 나떨어지고 있었지만 몸뚱이가 가벼운 깃털처럼 흐늘흐늘 하락되고 있었으므로 공포심은 없었다.새처럼 날개를 지니지 못하였음은 유감스럽게 생각되였다.두눈이 스르르 감겨지더니 여러가지 생각들이 굴려졌다. 젠장,은빛 구름다리를 타고 월궁까지 달려갔었다면 얼마나 멋졌을가! 왜서 달나라로 통하는 은빛 구름다리에 란간마저 없을가? 그런데 내가 무슨 꼴이야? 조금이라도 조심했더라면 우주비행사들처럼 달나라에서 지구땅을 실컷 내려다볼수가 있었겠는데… 하지만 무슨 수를 내서라도 이젠 집으로 돌아가야지! 래년이면 큰녀석은 고급중학 입시인데 만사를 불구하고 연변1중에 보내야지,그리고 둘째녀석의 유뇨증도 꼭 치료해주어야지,그리고 또 신문에 련재되는 도 이젠 마무리를 지어야지. 구조해달라고 110에 신고나 해볼가? 그런데 내 핸드폰은…     흐늘흐늘 하락되던 몸에 부드러운 접촉감이 전해왔다.어디에 이른듯 하였다.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았다.이미 흰 안개가 은빛 비둘기떼처럼 피여오르는 은하수 고요한 수면우를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큰 파도도 없는 이 정도의 물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동년시절 두만강에서 첨벙거렸던 개구리헤엄으로도 얼마든지 빠져나갈수 있을거다!그런데 은빛 구름다리가 금방 머리우에 있고 무협소설 영웅들처럼 훨훨 날아다니는 재간만 있다면 훌쩍 뛰여올라 은빛 구름다리우로 되돌아가는 장면을 만들수도 있는데…허참,은하수 물도 온천수처럼 따뜻하다니!...     이크,이게 뭐야! 질벅하게 따뜻한 배꼽주위를 어루쓸던 강길은 꿈속에서 깨여났다.그는 침대머리 탁상등을 켰다. 오줌벼락을 끝낸 이결은 어느새 침대 가장자리 켠을 바라고 돌아누워 있었다.때문에 녀석의 얼굴은 안보였고 팬티도 안입은 시허연 엉뎅이만 유난하게 빛나고 있음이 보였다.     --녀석이 또 오줌홍수를 풀었길래 꿈속에서 은하수 물이 그렇게도 따뜻했지!     잠자다가 마침 화장실로 나왔었는지 일결이가 두눈을 비비며 침실로 들어왔다.      --아버지,이결이가 또 지도를 그렸나요?     --응! 오늘밤은 우주 지도를 큼직하게 그린듯 하다!      --아버지,또 은저가락 꿈을 꾸었나요?     --허,이결이가 오줌벼락을 퍼붓는 밤에는 나는 꼭 은저가락 꿈을 꾸어야지! 오늘밤은 두만강 고향마을을 찾아가는것도 아니고 태평양을 넘어가는것도 아니고 달나라 로 달려가는것을 꾸었어!     --그럼 은저가락에 절을 올리고 를 주문 외우듯이 한두번만 외운게 아니라 대여섯번 외운게 아닌가요? 흐흐흐.     --허허,그런데 너는 빨리 자라니깐! 래일,아니 오늘은 수요일이니 너들은 학교를 나가야 하고 나는 투도진에 가야 해! 너 깨끗한 이불이나 찾아줄래?     깨끗한 이불이래야 며칠전 이결의 오줌벼락에 젖어버린것을 베란다에 내걸어서 말리운것이다.강길은 일결이가 가져다주는 마른 이불속에 길게 드러누웠다.이불속에 열기가 조금 차오르자 그는 이결에게도 이불을 푹 덮어주었다.이결은 그때라고 다시 돌아누우면서 오른손을 내밀어 그의 목을 꼭 껴안았다.그러면서 잠꼬대를 토해내였다.     --아버지,나는 "오줌싸개" 아닌데요,라는 말도 싫어요... 나는 토요일에는 꼭 컴퓨터게임 놀겠어요...     녀석은 잠결에도 몇마디 얻어들은 모양이였다.강길은 탁상등을 끄고 어둠속에서 이결을 품속에 실컷 끌어넣었다.그리고는 녀석의 오줌기가 남아있는 엉뎅이를 몇번 가볍게 다독여주었다.     --응,이결아,오줌홍수를 실컷 풀었으니 이젠 마음놓고 자! 또 꿈속에서 두만강을 건너오는 고운 아지미를 만나보았니?      2    투도진 뻐스역에서 뻐스를 내리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일결의 학급 담임선생님 핸드폰 번호였다.    --예,김선생님, 안녕하세요?    --강작가님,말씀 좀 드려도 불편이 없겠지요?    --예,말씀하십시오..     --저-,근일에 일결은 집으로 돌아가면 별다른 기미를 내보이지는 않았나요?    --예? 저는 그런 느낌을 못받았는데…일결이가?    --어떻게 말씀드릴가? 저-,학급 애들이 갑자기 일결이가 수상하게 변해간다는 말썽을 퍼뜨려서…    --예? 일결이가 수상하게 변해간다니?    --저는 믿고싶지는 않지만 살펴보고나니 약간은 이상하게는 생각되여서 전화를 드리는겁니다.강작가님 별다르게 생각하시지는 마십시오.일결은 갑자기 이웃 학급의 사내애하고 친해지고 있는데 그 친하는 정도가 너무 이만저만이 아니여서…     --예,그래서요?     --애들 말에는 사내애들 둘이서 서로 손잡고 꾹 껴안고 다닌는건 너무 일상이고… 그래서 사내애들 둘이 혹시는 동성련애 비슷한것을 할지도 모른다고...     --예?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번에도 내가 일결을 목용탕에 데리구 갔었는데요,몸 발육이 아주 정상인것 같었었는데... 우리집 큰녀석이 설마 동성련애라는것을 하겠습 니까? 허허…,김선생님,아무튼 감사합니다.저는 현재 투도진인데요,연길로 돌아가서 일결의 조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강작가님,미안합니다.확실한 일은 아니지만 동성련애라는것은 어딘가 그래서..,저도 재삼 생각해보았지만 아직 일결과 직접 이야기도 못나누고 있는데,우선 부모님이 직접 살펴보시면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여…     --예,알겠습니다.녀자선생님으로서 그런건 불편할수도 있지요.    강길은 갑자기 머리가 크게 어지러우짐을 느꼈다.다행이 "김의사병원"은 뻐스역 뒤골목에 자리잡고 있었고 처마밑에 큼직한 간판이 걸려져 있었으므로 인츰 찾아낼수 가 있었다. 강길은 흰색 페인트가 날려가버리면서 누우렇게 변색된 간이식 간판우에 씌여진 붉은 글자들을 쳐다보았다.괜히 찾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주춤거리던 그는 단층벽돌 집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살림집을 간단하게 개조한 병원이였다.정주간이였을 실내에는 큰 책상 하나와 걸상 몇개가 놓여져 있었다.흰 수염을 날리는 로중의가 아니라 꽤나 젊어보이는 중년의사가 할머니 한분을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웃간이였을 건너편 방내에는 약방에서 보아오던 서랍들로 빼곡한 약장들이 줄느런히 서있는것이 보였다.     --할머니,할머니 며느리는 도대체 몸 어디가 불편하다고 합니까? 환자의 병증세를 상세하게 알아야 저도 대충 짐작이라도 말씀드릴게 아닙네까?     --글쎄,전번에두 인편으로 정통편 같은것들을 한보따리 보내주었습니다.우리 며느리 말은 식당일을 하고나면 힘이 다 떨어지구 허리가 시큰시큰 아파나서 달여먹는 첨약이나 떠다가 먹어보고 싶다구 말하던데.     --그럼 한국병원이 검진비와 치료비가 비싸더라두 빨리 한국에서 의사를 보여야지요,병이 지체되면 큰일입니다.시어머니를 병보이러 대신 보낸다고 병이 나아지겠습 니까? 할머니,저같은 시골의사는 말입네다.환자를 진맥해보지도 못하는 첨약을 떠드릴수는 없습니다!     한국로무를 나간 며느리 대신으로 병보이러 온 할머니는 한숨을 톺다가 꼬부랑 허리를 추스렸다.그런데 그는 자리를 떠날 생각이 없었는지 곁의 걸상에 다시 주저앉 았다. 강길은 꼬부랑 허리 할머니가 내주는 걸상에 엉뎅이를 올려놓았다.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허허,나도 다른 사람 대신으로 병보이러 온것입니다!     --예?! 근년에 한국 나간 사람들 대신으로 병보이러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허참! 내가 무슨 신의라구 천리바깥에 있는 사람들 병까지?...     --아니,저는 한국 나간 사람이 아니라 둘째녀석이 이불에 오줌홍수를 갈겨대는 일 때문에 찾아온겁니다.     --그건 애들의 유뇨증일건데,둘째가 몇살입니까? 데리고 오셔야지 이렇게 애 대신으로...     --둘째녀석이 병원놀이를 몇번 하고나니 죽어도 안오겠다는 내버티는 바람에 제가 혼자 찾아온겁니다."투도김의사"가 애들의 유뇨증에 용한다는 소문을 듣고서 찾아 왔습니다.저의 둘째녀석은 여덥살인데 네살때부터 갑자기 밤에 오줌을 가리지 못해서 머리가 아픕니다.서의도 보이고 중의도 보이고 벼라별 방법들을 다 사용해보았습 니다.돼지오줌깨두 몇개 삶아먹였고 벌왕 유충이라는 벌레두 먹여보고요,그런데도 전 혀 효력이 없습니다.      --혹시 애의 오줌깨,바로 방광이 너무 작을지도 모르는데...      --연길병원에서는 검사해주고 방광발육은 아주 정상이라구 하던데요.     --애들의 유뇨증은 발병 원인이 많습니다.둘째녀석이 추위를 잘 타거나 얼굴색이 좀 희고 혀바닥에 염증이 있는것처럼 시허연것이 돋아오르는 병증세가 없습니까?      --아니,그런 병증세는 전혀 없고 튼튼하기만 합니다.밥은 어찌나 잘 먹는지 나보다도 억세게 먹는데!      --허허,그러면 큰 문제는 없을것 같은데.아무튼 먼길도 아닌데 언제 둘째놈을 얼려서라두 여기로 데리고 오십시오.그러찮으면 다음 주일에 연길로 올라가서 친척집 회갑잔치에 참가할 일이 있는데 전화번호를 남겨두면 제가 연길에 올라가 전화를 드리고 강작가님 둘째놈을 직접 진맥해본다던가…     --그런데 김의사님은 어떻게 저를 알아보셨습니까?     --허허,전번에 텔레비에서 강작가님이 현재 신문에 련재되는 소설때문에 기자 인터뷰를 받는것을 쳐다보았습니다.     --허허,그래셨군요…    곁에서 대화를 엿듣고 있던 꼬부랑 허리 할머니가 갑자기 걸상을 일어섰다.    --에구에구,이 허리야.그집 둘째가 밤에 이불에 오줌을 갈기나요? 그놈에게 은저가락을 담근 정화수를 먹여보시지,은저가락을 하루밤 담근 정화수는 애들이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데는 직통약이라던데!     --예? 할머니,그런 토방법이 진짜루 용하겠습니까?!     "투도김의사"는 참지못하고 큰 터털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으하하-,할머니는 사람 웃기는 말씀을 하시네요! 은저가락을 하루밤 담근 정화수라니요? 할머니,그건 옛날 미신이십니다.저도 언젠가는 침을 많이 흘리는 애기에게 은저가락을 담근 정화수를 먹이면 된다는 말은 들은적이 있는 같은데,그런것들은 죄다 미신 장난들입니다.애들의 유노증이란 보통 비장이나 콩팥 기운이 약해서 생겨나는것인데…      3     퇴근시간이 지났지만 강길은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동료들중에는 연길에도 동성련애자가 무조건 있을거라고 말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으므로 강길은 하루동안 아무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김선생님은 나이가 지긋한 분이다.그는 무턱대고 아무말이나 뱉어낼 사람은 아니다.그런데 그가 학급에 일결이가 동성련애 비슷한것을 한다는 말썽이 생겨나고 자신도 살펴보시고 약간은 이상하게 생각된다고 말씀하였으니! 내가 큰녀석과 무슨 담화라도 해보는건가? 아니면 학교까지 찾아가서 상세한 정황을 알아내는건가? 하지만 동성련애라는것은 입밖에 내놓기마저도 그렇지 않은가? 훌륭한 심리건강의사라도 찾아 낼수만 있다면…     집으로 달려와서 주방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결이가 먼저 집에 들어섰고 조금 뒤에 일결이도 집에 들어섰다.    강길은 밥상너머로 일결을 흘끔흘끔 살펴보았다.볼이 미여지게 밥을 떠먹는 양이 전과 다를바가 없었다.    --일결아,거의 반년뒤면 고급중학 입시인데 공부를 잘 해야지.뛰여난 건축공정사 로 되려면 적어도 중점대학은 가야 할게 아니냐? 중점대학을 가자면 연변1중을 꼭 입학해야지.아버지처럼 싸구려 대학을 나와서 원고지를 십여년 포복행진하다가 이제는 컴퓨터 키보드를 줄기차게 두드려대는 작업은 선택하지 말어야지!     --아버지,저는 건축공정학보다는 중점대학에 가서 생물공정학을 배울려는 생각도 있는데.     --생물공정학? 너는 건축공정학을 배워서 아버지 엄마에게 큰 별장을 멋지게 지어준다고 떠들어댄적이 있지? --히히,아버진 잘 몰라요.건축공정학을 배우면 돈벌수는 있다지만 위대한건 못해내요!    --허허,너는 그래 생물공정학을 배워서 무슨 위대한 일을 해낼려구?    --제가 말해도 아버진 문사학과를 배워서 잘 모를건데요.어떤 동식물들이 단성생식을 하는걸 알아요?    --그건 무슨 말인데?    --히히,어떤 동식물들은 수컷과 암컷이 따로 없고 스스로 후대를 생식하거든요. 하등식물들과 무척추동물 그리고 척추동물중에도 단성생식을 하는것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건 나도 조금 알지,그런데 그게 생물공정학과 무슨 관계가 있어?    --그럼,아버지는 쌍성생식이 아닌 다성생식이라는걸 생각해보셨나요?    --다성생식?    --아버지는 문사학과를 배워서 모르는게 너무 많아요.수컷과 암컷이 함께 후대를 번식하는건 쌍성생식이라고 하고 수컷과 암컷외에도 다른 컷들도 참가해야만 후대번식이 되는걸 다성생식이라 말할수 있어요.나는 생물공정학이라는걸 잘 배우면 사람이 남자와 녀자가 만나서 애기를 낳는게 아니라,남자와 녀자외에두 다른 성별들까지 모여들어야만 애기가 만들어지는걸 연구해낼수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다른 성별들까지?    --예,남자와 녀자를 내놓구서도 제3성별인,제4성별인을 만들어낸다는 말이예요. 그래서 제1성별인,제2성별인,제3성별인.제4성별인...이 함께 노력해야만 애기를 낳을수 있게 된다면…    숟가락을 든채로 일결을 멍하니 쳐다보던 이결도 한마디 끼여들었다.    --형,그럼,아버지 엄마가 결혼해서 우리를 낳은 그런것이 아니라,남자 녀자 그리고 무슨 다른 자들도 함께 모여야 애기를 낳게 된다는 말이지?     --응,우리 이결이가 진짜로 총명하구나! 바로 그런 뜻이야!     --그럼 그렇게 낳아지는 애기에게는 아버지 엄마외에두 다른 부모가 있게 되는데 그 부모들은 뭐라고 불러?     --히히,그거야 이름을 붙여주면 되지! 례를 들면 제3성별인은 제2아버지 제4성 별인은 제2어머니...    강길은 먹던 밥이 목구멍을 기여오르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일결아,무슨 허튼소리야!? 남자 녀자외에두 다른 성별들까지 모여들어서 애기를 낳는다니?     --클론인,바로 복제인도 만들어낸다는데 어째서 다성생식하는 사람을 만들어내지 못할가요?     --자식,미쳤어? 진짜로 허튼소리만! 강길은 식탁우에 수저를 내던지고 말었다. 일결은 아버지가 성내자 입을 잠간 다물었다.그러고는 이결을 몇번 건너보더니 중얼거렸다.     --다성생식도 첨단과일건데,그리고 사람이 다성생식하면 좋은 점도 있을건데…       4     강길은 서재에서 애꿎은 담배만 피워대였다. 일결은 과연 심상치가 않았다.동성련애 비슷한것을 하는것처럼 변해간다고 김선생님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는데 또 무슨놈의 다성생식이고 다성생식인이고 제2아버 지고 제2어머니인가? 일결의 상상력이 풍부한것은 사실이다.다섯살때 로케트 아니면 비행선을 타고서 달나라로 가는 일은 재미없으므로 자기는 특제약을 만들어 먹고서 달나라로 펄펄 날 아오르겠다고 말하였던 애다.그런데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 하여도 무슨 놈의 다성생식과 다성생식인이라는 이상야릇한것까지를 상상해내다니? 어떻게 하면 일결의 진상을 알아낼수가 있을가? 애가 꽤나 컸으니 애하고 직접 문초해본다는것은 자칫하면 애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로 될수도 있다.그러니 그런 우둔한 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그럼 며칠 시간을 내여 일결의 뒤꽁무니를 미행하 면서 뒤조사를 진행해볼가? 하지만 무슨 시간을 짜내여 일결의 뒤꽁무니를 미행한단 말인가? 그리고 일결이가 학교 울안으로 들어만 가면 나는 애를 따라서 교실까지 입장할수는 없다.그럼 무슨 방법으로?...     강길에게는 심사가 괴로워지면 책장아래 서랍속에 보관된 한개비 은저가락을 찾아내는 습관이 있다.그는 책장아래 서랍속에서 누르스름한 광목주머니를 끄집어내였다.    흰 광목주머니를 빠져나오는 한개비 은저가락은 꿈속에서보다는 많이 어두웠다. 한개비 은저가락이 어둡지 않을리가 없다.백여년전에 경상도 어느 은세공이 만들어내였을 그것은 산화되여 어둑시그레한 빛속에서 꽁무니쪽에 새겨진 이름모를 꽃무늬 하나만을 희미하게 내보여주고 있었다.     은저가락은 원래는 두모의 저가락이였다고 한다.그것은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시집올때 할아버지네 집에서 할머니 함속에 넣어준것이였다고 한다.그런데 할아버지 와 할머니가 자손들을 거느리고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건너오기전에 로비를 장만하려고 한모는 팔아버렸으므로 그들은 한모만 여기까지 지니고 왔다고 한다.할아버지도 할머니도 한모만 남은 은저가락을 아주 대물림보배로 여겼었는데 그들은 세상을 떠나 면서 그것을 장손인 강길에게 물려주었던것이다.그런데 그 한모의 은저가락도 이제는 한개비만 남았다.     강길은 한개비 은저가락을 한동안 들여다보고나니 눈앞에는 농사일에 얼굴이 검게 타버린 동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결이가 여덟살이니 동생이 미국으로 밀항간지는 이제는 칠년이 된다.칠년전 그날,동생은 갑자기 태여난지가 석달밖에 안되는 이결을 포대기에 싸안고서 연길로 올라왔다.     --무슨 일이야? 갑자기? 애가 무슨 감기라도 걸렸나? 그런데 애기 엄마는?     --으-허-헉,말도 마오,개쌍년이 자기 새끼도 내버리고 미국으로 가버렸소..집을 나간지 한달이 넘어서 어제 전화가 한통 왔는데 자기는 이미 무슨 탈북자협조 조직의 도움을 받아서 미국에 도착했다는구만.     --뭐라고? 이결의 엄마가 미국으로?    덜먹총각으로 늙던 동생이 두만강을 건너온 녀자와 결혼하였을 때 강길은 끝내는 된시름을 덜었다고 생각했었다.물론 동생에게는 미적지근하게 불편한 점들이 뒤따를 것이였지만은 처녀들 그림자도 구경하기가 힘든 편벽한 산골마을에서 그것보다 좋은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던것이다.그런데 이결의 엄마가 이결까지 내버리고 집을 뛰쳐나가다니? 그것도 머나먼 미국으로 가버리다니!     --형,형수,나도 미국으로 가야 하겠소.이결에게 엄마가 없으면 안되지! 꼭 미국에 가서 환장할 개쌍년을 찾아내야지! 내가 환장할 개쌍년을 찾아내여 함께 돌아올 때까지 이결은 형과 형수가 키워주오! 죽을상을 한 동생의 시커멓게 타버린 얼굴을 건너보다가 포대기속에서 세상좋게 잠자는 이결을 들여다보고나니 강길은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말았다.     --미국 어디라고는 말은 없었지만 나는 미국으로 가서 꼭 찾아낼거요.미국이 엄청나게 너르다고는 하지만 내가 꼭 찾아낼거요! 살아있는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을 못찾아낼 도리가 없지.그리고 농사로서는 돈이 전혀 안되니 나는 미국에 가서 이결이가 커서 대학공부를 할 돈도 벌어올수가 있고… 그런데 형,나는 부탁이 또 하나 있소..8만원이나 되는 밀항이라는것으로 미국을 가면 언제 돌아올지는 잘 모르겠는데,나는 장손이 아니지만 그 은저가락 말이요,한모의 은저가락을 형하고 내가 한개비씩 나누어서 몸에 지니기요,내가 미국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형한테 꼭 돌려줄테니깐.그때에 또다시 은저가락 짝을 맞추기요.나는 혹시 집생각이 나고 이결이 보고싶으면 은저가락이라도 지켜볼려구…     한개비 은저가락을 몸에 지니고 미국으로 떠나간 동생은 몇달에 한번씩 오는 전화에서 매번마다 크게 울부짖었다.     --야,미국이 너르기도 하오.아직도 환장할 개쌍년을 못찾아냈소,그리고 큰돈은 못 벌었소.     이결이가 꿈속에서 두만강을 건너오는 고운 아지미를 만난다는 일을 안 뒤로부터는 동생은 전화때마다 혀를 끌끌 찼다.     --이결은 또 꿈에 두만강을 건너오는 고운 아지미를 만나본다오? 허,자식도! 어떻게 그렇게도 신통한 꿈을 꾸어댈가! …       5    강길은 확실한 진상을 알아내기 전에는 절대로 참아내자고 생각하였다.하지만 일결을 상대하면 자기도 모르게 짜증스러워졌고 눈살을 찌프리게 되였다.그는 오늘 저녁 식사뒤에는 일결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자식이! 이젠 밥을 먹고나면 그릇들을 주방에 치우는것은 배워내야지? 내가 무슨 너의 노예냐? 래일 모레면 고급중학교를 들어가야 할 놈이 더러워진 양말을 세탁기속에 넣어주지도 않고 침대우에 막 나뒹굴게 하고…     아버지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지르자 일결은 눈이 휘둥그래져서 어쩔바를 몰라했다.그리고는 주방에 들어가서 설겆이를 하는척 하였다.     강길은 서재에 들어앉아 줄담배를 태우며 한동안 씩씩거렸다.그러다가 책장아래 서랍속에서 누르스럼한 광목주머니를 찾아내였다.한개비 은저가락을 지켜보던 그는 갑자기 입가에 작은 웃음을 띄어올렸다.동생이 부친의 명을 받고서 "정찰병"을 하였던 일이 생각났던것이다.    그때가 중학교3학년이였던가? 부친은 동생을 "정찰병'으로 리용해서 끝내는 이웃집 순녀하고 종이쪽지편지를 나누는 일을 알아내였다.그래서 어느날 귀썀을 하나 붙여주면서 "자식이,할아버지 할머니 은저가락을 물려받을 놈이 공부를 잘해서 중점고급중학에 가야지! 무조건 대학을 가야지! 너무 올되면 인생을 망쳐!"를 말해주었었다...      자기도 모르게 무릅을 탁 내리쳤다.     그렇지! 내가 직접 나서기보다 둘째녀석을 "정찰병"으로 한번 써먹는것도 좋은 방법일것이다.내가 일결의 뒤꽁무니를 미행하면서 조사하기보다는 둘째녀석을 시켜서 큰녀석이 도대체 무슨 지랄발광을 하는가를 알아낸다면 큰녀석의 자존심도 죽이지 않고 실상도 알아내고.... 일결이가 동생이 자기의 뒤꽁무니를 미행하면서 뒤조사를 하는 것을 발견한다 하더도 애들은 서로 괜찮을것이다.일결은 지금까지도 나의 요구를 따라 누구에게나 이결의 신상을 절대로 비밀에 부치고 있다.어릴때는 이결과 가끔 맞싸 우기도 했었지만 이결의 신상을 안 뒤로부터는 일결은 형의 구실만을 잘하려고 언제 어디서나 이결을 생각해주고 아껴주어왔다. 그러니…      강길은 숙제를 끝낸 이결을 서재로 불러왔다.서재문을 닫아걸고 아예 잠그어버렸다.그는 목소리를 죽였다.    --이결아,말소리를 죽이여 낮게 이야기하자.너는 아버지 말을 잘 듣지!   --예? 토요일에 컴퓨터게임 놀게 해주면 아버지 말을 더 잘 듣겠어요!   --허허,아버지가 특별사명적인 임무를 하나 내줄가?    --특별사명적인 임무? 또 돼지오줌깨를 먹으라는것이 아니예요? 아니면 벌레를?    --허허,너는 돼지오줌깨와 벌왕 유층이라는것에 아주 질려버린 모양이구나! 이번 임무는 그런것들과는 상관없거든.이 임무를 훌륭하게만 완성하면 컴퓨터게임을 일주 일에 딱 한번만 놀수 있고 또 중학교 들어갈때까지 아버지와 같이 자도 돼! 아니,래년에 엄마가 한국로무에서 돌아오면 엄마와 같이 자.     --무슨 임무인지는 모르지만 완성하면 컴퓨터게임 놀게 해주겠나요? 전번에 미국 삼촌은 전화에서 미국에서 돌아올땐 나에게 좋은 게임기를 무조건 사다줄거라고 말하던데.아버지,컴퓨터게임만 실컷 놀게 해주면 돼지오줌깨와 벌레보다도 힘든 임무도 완성해내겠어요!    --그런걸 먹으라는 임무는 아니야.유뇨증은 아버지가 좋은 밀방을 하나 얻어왔거 든.    --무슨 밀방?    --은저가락을 하루밤 담근 정화수를 마시면 된대.    --은저가락을 하루밤 담근 정화수?    이결은 테불우에 놓여진 누르스름한 광목주머니와 한개비 은저가락에 잠간 눈길을 팔았다.    --아버지의 보배 은저가락? 근데 정화수라는건 무엇이나요?    --정화수라는건 새벽에 떠오는 샘물이야.아버지는 이미 물통 하나를 사왔어. 며칠 뒤 휴일날 신새벽에 모아산에 등산해서 새벽 샘물을 떠올게.    --야,좋다! 잠자기전도 아니고 대낮에 물 마시는거야!    --허허,이결아,은저가락을 담근 정화수를 마시는 일외에도 중요한 임무가 하나 있 어.    --예,그건 무슨 임무?     --이결아,너 소학교는 형이 다니는 중학교와 가깝지 않니? 아침에 학교갈때 그리 고 공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올 때 너는 형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면서 형이 누구와 친하는가 어떻게 친하는가 살펴보란 말이다.그런데 형한테 발각되여서는 안된다!      --그럼 텔레비죤드라마에서 나오는 "특무"라는걸 하라는 말이 아니예요?     --응,그렇지! 혹시 형이 어느 사내녀석하구 마구 끌어안거나 입맞추는 일이라도 있는가구 살펴보고 그걸 아버지에게 말해주면 돼! 절대로 형한테 발각되지 말고!    --히히,형이 남자하고 막 끌어안구 입맞추는것? 히히. --웃지말고! 너는 이 임무를 꼭 완성해야 한다.우리 둘이 손가락을 걸어서 약속할가?    --손가락까지 걸 필요가 있나요? 그런데 “특무”는 아버지가 해내도 되잖아요?    --아버지는 안경을 걸어서 시력이 안좋잖아! “특무”를 하기에는 이미 글렀어.        6    이결의 하루동안 “정찰보고”를 듣고난 강길은 어제 저녁부터 마음속이 더욱 답답해졌다.이결이가 일결의 확실한 정보를 얻어온것은 아니였지만 일결이가 진짜로 동성련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이결의 말에 의하면 일결은 현재 이웃학급 작달만한 사내애하고 엄청 친하고 있다고 한다.아침에 학교를 갈 때면 작달만한 사내애는 자기집이 있는 하남다리 부근에서 일결을 기다리고 있었고 하학하면 둘은 그림자처럼 붙어서 중학교 정문을 빠져 나오느데 둘은 하남다리 부근까지 도보로 동행해서 갈라진다고 한다.    --아버지,형과 형이 친하는 애는 어깨동무를 잘 하던데,그들이 마구 끌어안고 입 맞추는것은 못보았어요.    --그런것은 공개적으로 하겠느냐?     --예?     --아무튼,이결아,너는 며칠만 너 형을 계속 미행하면서 확실한걸 알아내!     이 며칠동안에 “은저가락”을 끝내버릴 생각이였다.그런데 심사만 착잡해 지다나니 이미 구상된 소설이였지만 한줄의 문자로도 변해주지를 않았다.  그는 사무실내를 서성거렸다.    젠장,어떻게 할가? 김선생님에게 전화나 해볼가? 아니다.차라리 일결의 중학교로 찾아가서 김선생님을 찾아뵙고 함께 대책을 만들어내는것이 방법일지도 모른다…    강길은 은저락이라도 잠간 살펴보고 싶었지만 현재 집이 아니라 사무실이라는 생각에 또다시 걸상에 주저앉아버려렸다.한숨이 길게 흘러나왔다.담배 한대를 꼬나무는데 핸드폰이 울렸다.다음 주일에 나갈 “은저가락” 원고를 재촉하는 신문사 전화일지도 몰랐다.다행이 핸드폰에 나타나는 전화번호는 한국 핸드폰 번호였다.안해의 전화였다.     강길은 안해의 전화를 받아줄 자신이 없었다.아직은 확실한 답이 없는데 혹시는 전화중에 일결의 일이 입에서 뛰쳐나올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안해는 언제나 조금이라도 더 벌어서 집에 돌아온다고 말하였고 일결의 고급중학 입시전에 무조건 돌아온다고 말하였다.힘든 로무인데 안해에게 생각밖의 심리부담을 만들어주어서는 안된다. 핸드폰은 한동안 울리다가 지쳤는지 스스로 멎어버렸다.    일결이가 설마 동성련애자일가?! 이결의 미행 결과를 며칠만 기다려보자.그리고 나서 밥이 되든 죽이 되든 방법을 찾아내자.생각을 다잡자 강길은 마음이 약간 편안해진듯 하였다.     점심때가 되였으므로 그는 걸상에서 일어났다.그런데 사무실 문을 열자 갑자기 이결이가 총알처럼 사무실내로 뛰여들어왔다.      --아니,이결아,너는 어째서 갑자기 아버지 사무실로?     --아버지,큰일 났어요..     --뭐라고?     --오늘 아침에 하남다리에서 그만 형한테 발각되여…     --너 형을 미행하다가 형한테 발각된거구나.조심해서 미행하라고 아버지가 당부했는데…    이결은 작은 어깨를 상하로 들먹거리며 울싱을 해보였다.     --어-엉,조심한다는게 글쎄.    --형이 뭐라고 말하더냐?    --실말을 안하면 나하고는 안친한다고 말하길래…    --그래서?      --어-엉,그래서 아버지가 시켜서 하는 일이고 형이 동성련애를 하는가를 알아내는 일이라고…   --너는 다 불어버렸구나! 그 다음에는?    --형이 내 엉뎅이를 슬쩍 차주고…    이결을 “정찰병”으로 써먹는 일이 아주 상수는 아니였지만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그것이 일결한테 발각되였고 모든것이 들통난것이다.    --형의 말은 자기는 절대로 동성련애자가 아니라고 하던데요.    --그래?! 그럼 됐어! 발각되면 발각된거지 뭐.    --그럼 아버지,이번 토요일날 컴퓨터게임 놀게 해주겠어요?    --자식도! 컴퓨터게임은…        일결은 이결에게 자기는 동성련애자가 아니라고 단언했다고 한다.그럼 그렇지! 내 아들이 어떻게 동상련애자일가! 그런데 일결은 내가 자기를 동성련애자로 의심한것을 어떻게 생각할가? 전에 애들은 부모들로부터 미행같은것을 당하는것은 크게 념두에 안두었지만 지금 애들은 약간 다르게 받아드릴수도 있다.이것도 퍼그나 시끄러운 일이 아닐수가 없다.일결은 나에게 크게 따져물을수가 있다.나는 일결에게 잘 해석해주어야 한다.그리고 김선생님 전화에 대해서는 절대로 내비치지 말어야 한다.    강길은 오후내내 일결에게 어떻게 해석해줄건가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그러다가 퇴근시간이 되자 집으로 달려갔다. 저녁식사준비를 하는데 이결이가 집으로 들어왔고 조금 뒤에 일결이도 집에 들 어섰다.강길은 멍청하니 웃으며 일결을 맞아주었다.스스로 얼굴이 크게 달아올랐다. 다행이 일결의 얼굴에는 별로 이상한 기미가 돋아나지 않았으므로 그는 숨이 곧게 나왔다.      7     강길은 안해가 한국로무를 나간 뒤 아주 몇해만에 처음으로 그렇게 달콤한 잠을 누린것 같았다.착잡하던 마음이 크게 푸근해진 탓으로 그는 침대우에서 아주 대자를 벌리고 누웠다가 무거운 왼쪽 다리를 이결의 배우에 올려놓기까지 하였다! 그래서 이불속에서 이결의 발길질도 몇번 받았었다.그러다가 달콤한 잠에서 또 은저락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일결이와 이결이는 수많은 은저락들을 두만강 모래톱우에 꽂아놓고 절들을 굽신굽신 올리는것이 아닌가? 놈들은 배워준적도 없는데 행동거지와 얼굴에 내 비치어지는 그 신성함과 정성과 모든것들이 강길을 신통하게 닮아있었다.… 일결과 이결이가 두민강 모래톱우에 꽂아놓는 수많은 은저락들은 하늘에 우쩍우쩍 솟아올라 수많은 은빛 구름다리를 만들어주었다.그래서 셋은 손잡고 청청한 밤하 늘에 솟아오른 수많은 은빛 구름다리우를 나는듯이 뛰여다니였다.찾아가고 싶은 곳은 마음껏 찾아다니고 있었다.그러는데 어디서 찾아왔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그들과 함께 은빛 구름다리들을 내달리며 한없이 웃고 떠들었다.그속에는 동생의 검 지만은 환하게 변해진 얼굴이 끼여있었고 일결의 딱친구라는 작달만한 애도 끼여있었 다…    밤중에 이결은 또 오줌홍수를 풀었다.강길은 이결의 오줌벼락을 맞고서도 은저가락 꿈속에서의 기분이 잊혀지지 않았기에 몇마디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아침에 기상해서 주방에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안해의 전화였다.어제 오후 안해의 전화를 받아주지 않았었다.그래서 아침 일찍 전화를 하는 모양이였다.    --당신,잘 있지? 힘들지? 내가 글쎄 우리 일결이를 동성련애자인가고 약간 의심했단 말이요. 하하,그런데 말이요.    강길은 어제저녁 일결이가 서재에 들어와서 말해주던것을 안해에게 말해주었다.    --일결이의 딱친구 사내애도 이결처럼 탈북자가 낳은 애인 모양이요.그리고 그애 엄마도 미국으로 갔다는구만.일결은 딱친구의 그런 사정들을 알고서 둘이 잘도 친하고 있다는데.둘이 어떻게 친하면 동성련애자로 의심받았을가? 일결은 마음속에 그 딱친구가. 이결처럼 불쌍해보여서 더욱 아껴주는 모양인데,잘만 친하니 애들 눈에는 거의 동성련애자처럼 보였을수도 있었겠지! 그리고 다성생식이라는걸 하면 아버지 엄마가 몇이 되여서 딱친구나 이결처럼 엄마가 곁에 없는 애들은 마음고생이 없을거라는 우스운 생각까지 하게 되였다오.     --일결은 잠자나요? 착한 내 아들 일결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데!    강길은 일결을 불렀다.그런데 일결은 전혀 대답이 없었다.강길은 핸드폰을 든채로 일결의 침실로 들어갔다.일결의 침대가 텅 비여있었다. 일결은 이른 새벽에 어디로 나갔을가? 아마 내가 잠에서 깨여나기전에 바깥으로 나갔길래 나는 아무런 기척소리도 못들었을것이다…    --여보,일결은 이른 아침에 어디로 나가고 집에 없는데…    바로 그때였다.열쇠로 집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길이가 일결의 침실을 나와 보니 땀벌창이 된 일결이가 집으로 금방 들어서고 있었다.일결은 손에 며칠전 강길이 사온 물통을 무겁게 들고 있었다.     --일결아,이른 새벽에 어디로 갔댔어?     --모아산에 샘물 뜨러 갔었는데요.그 딱친구와 함께요..아버지가 은저가락을 담근 정화수를 마시면 이결의 유뇨증이 낳아질지도 모른다고 하시길래…     일결을 마주보는 강길은 코마루까지 찡해났다.     --여보,일결은 이결에게 먹일 정화수를 뜨러 모아산까지 갔다고 금방 집에 들어왔소!     --예? 전번에 말씀하시던 은저가락을 담글 정화수? 그런데 오늘 내가 출근길에 누구를 만났는지 알아요?    --누구를 만났길래?    --이결의 엄마를 만났어요! 지철에서 우연하게 마주쳤는데,처음에는 만난적 없는 사람인척 아닌보살 하다가 내가 따져묻고 또 자기도 이결이가 너무 생각나서 승인하더구만요..미국에서 한국으로 온지가 이미 칠년이 된대요.그런것을 삼촌은 미국에서 찾아다니느라고…     --뭐라오?!    강길은 갑자기 온몸을 부르르 떨어버렸다.귀가에 대였던 핸드폰이 손을 빠져나오 면서 방바닥에 무겁게 굴러떨어지였다..
1    [단편] 음력설 댓글:  조회:1659  추천:0  2015-01-16
단편소설 음력설 허동식     1    황일문 부소장은 싫은 20**년 모범공작자로 되고말았다.상례대로라면 세무국내 년간총결과 모범공작자 선출은 양력설전에 이미 진행되여야 한다.그러나 신임국장은 작년의 년간총결을 양력설 뒤로까지 미루어왔다.그러다가 음력설을 며칠 앞두고서야 작년의 년간총결을 진행하였고 모범공작자들을 선출해주었다.    황일문 부소장은20**년 모범공작자들에게 내주는 증서와 이불 한채를 받아들고 허거픈 웃음을 웃지 않을수가 없었다. 20**년 모범공작자라는것은 젊은 사람에게는 쓸모가 있다.그것을 턱대고 한자리 엿볼수도 있다.그러나 나이가 쉰고개를 넘어간 사람을 기어코 모범공작자로 만들어주는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8년동안을 경제개발구 세무소 부소장을 해온 황일문더러 모범공작자라는 체면까지 챙겨주 었으니《총결》을 준비하라는 뜻이다.말하자면 이제는 실무직을 내놓고 내주는 봉급이나 받아먹으면서 구체적인 사무는 관할하지도 말라는것이다.     황일문 부소장은 소장 1명에 부소장이 2명이 달려있는 경제개발구 세무소를 떠나 어느 세무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었다.그래서 아주 5년동안을 전임국장의 생일파티를 한번도 빼놓지않고 참가해왔다.전임국장도 그의 심사를 모르는것이 아니였으므로《때》를 보아서 그를 소장으로 만들어줄것이라고 넌짓하게 답복하였다.그런데 작년 여름에 무슨 일도 척척 내밀어나가던 전임 국장이 검찰원에 한번 불리워 가더니 겨울에는 6년 유기형 판결을 받았다.그래서 올해에는 어느 세무소 소장직이든 무조건 올라탈거라고 소문까지 있었던 황일문 부소장의 소장꿈은 풍비박산나고만것이다.    신임국장은 전임국장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을 무조건 배척해버리는듯 하였는데 모두들 수근거리는 말에 의하면 그는 세무국내 새로운 인사변동을 준비하느라고 작년의 년간총결을 지금까 지 질질 끌고온것이라고 한다. 싫은 모범공작자라는것을 짊어졌으니 황일문 부소장은 래일인가 모레에는 실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그런데 나이가 쉰고개를 넘어가고 5-6년 뒤에는 퇴직할 사람더러 실직을 내놓고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경제개발구 세무소에는 비슷한 자리가 없다.다른 세무소도 마찬가지다.그렇다면 세 무국에 올라가서 공회의 사무실을 지키라는건가? 아니면 무슨 부조사연구원으로 되라는건가?황일문 부소장은 이마에 피도 마르지않은 소장 아래에서 엉뎅이를 치켜들고 일하기보다는 세무국에 올라가서 부조사연구원이 되기를 원하였다.실권은 없어도 사무실에 들어앉아 신문이나 읽어대는 것이 편안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그러나 부조사연구원이라는것도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기 회를 내여 신임국장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고 또 적당한《때》를 만들어내야 한다.     황일문 부소장은 머리가 터지는듯 아파났다.그러나20**년 모범공작자로 뽑힌 한턱을 쓰라는 동료들의 성화를 거절할수는 없었다.저녁에 술 한잔을 사내였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안해가 한달만에 전화를 걸어왔다.안해는 구정에 며칠 휴무 하는가고 묻더니 그더러 구정에는 술을 적게 먹으라고 말하였다.    술을 적게 먹으라고? 함께 술먹어 줄 집식구가 있어야 술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한국을 몇해 산다고,꼬부랑 한국말 몇마디를 배웠다고 음력설도 그따위 구정이라고 말하는가? 황일문 부소장은 버럭 소리질렀다.    2    황일문 부소장은 제멋대로 다가오는 음력설이 싫었다.그는 3년 음력설을 홀로 쇠였다.아들을 장가보낼 아파트를 장만하련다고 한국으로 나간 뚱뚱보 안해가 없으니 아들과 딸은 꼬박 3년을 음력설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음력설에는 뚱뚱보 안해가 귀국하고 아들은 해남도에서 돌아오고 딸은 상해로부터 한살반짜리 외손자를 안고 친정에 돌아와야 한다.집 식구들이 아주 4년만에 한자리에 모여서 오구작작 음력설을 쇠야 한다.그런데 뚱뚱보 안해는 미국 금융위기뒤에 한국돈이 엄청 떨어지고 해남도의 아파트가격이 하늘로 치닿았으니 2년만 더 벌고 귀국하겠다고 하였다.그러자 올해 음력설은 바람처럼 집으로 달려온다던 아들은 음력설 기간은 해남도 관광성수기이므로 가이드로 돈번다고 집으로 못나온다고 나눕었다.또 딸은 음력설에 남편을 따라 시부모 뵈우러 간다고 한다.집식구 누구도 음력설에 귀가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므로 황일문 부소장은 다가오는 음력설이 싫었다.무서웠다.그리고 뚱뚱보 안해를 한국에 로무보낸것이 크게 후회되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집식구들이 그리워짐은 어쩌할수가 없는 일이다.그런데 너놈들은 4년을 생홀아비로 살아온 나더러 올해의 음력설마저도 홀로 쇠라니? 황일문 부소장은 차라리 개똥같은 음력설 이는게 없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생각하였다.    오늘 저녁에도 황일문 부소장은 퇴근하자 밥먹을 생각은 하지않고 습관대로 컴퓨터를 열었다. 아들은 퍼그나 바쁜지 메신저에 올라있지 않았다.딸은 메신저에서 안녕! 안녕! 하고 아버지를 불러댔다.황일문 부소장은 딸더러 외손자를 안아내오라고 하였다.외손자가 컴퓨터에서 고사리손을 흔들어준다.그런데 딸은 핼쭉해진 얼굴로 올해 음력설에도 아버지 뵈우러 못돌아가는것이 미안하 다고 쿨쩍거렸다.딸이 쿨적거리니 황일문 부소장은 마음이 쓰렸다.그는 입을 컴퓨터 마이크에 갖다대고 래년 여름에는 죽어자빠져도 외손자 보러 놀러갈것이거라고 딸을 구슬렸다.그러나 두눈에는 눈물이 핑그르 맺혀졌다.나이가 쉰고개를 넘긴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것을 자식에게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피시캠을 꺼버렸다.     메신저를 끝내고서도 배고픈 느낌은 없었다.황일문 부소장은 잠자리에 누웠다.그러나 잠이 오지를 않았다.4년동안 밤마다 전등을 켜놓고 잠자는 그였지만 갑자기 밝은 전등불이 싫었다.그는 전등을 꺼버렸다.그리고는 이불속을 오래동안 뒤척거렸다.황송문 부소장은 따뜻한 방바닥에 누우면 인츰 잠들지 모른다고 생각되자 침대를 내렸다.그는 침실 방바닥에 이불과 베개를 내려놓고 침실 맞은켠에 있는 두개의 작은 침실로 들어가서 전등을 철컥철컥 켜놓았다.하나는 아들의 방이고 하나는 딸의 방이다.그는 자식들이 쓰던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빈 방내을 어슬렁거리고는 응접실로 나가 텔레비를 켜놓고 쏘파에 드러누웠다.그러나 텔레비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탁자우에 놓인 과자통에서 과자 몇개를 집어내여 서걱서걱 씹어먹었다.    올해 음력설을 누구와 보낼건가? 누님들도 매형들도 모두가 한국에 나가있고 사촌들도 뿔뿔이 흩 어졌다.처남네 집에? 큰 처남은 남아메리카로 작은 처남은 싸이판으로 간지가 오래다.처가집도 갈 곳이라곤 없다! 4년째로 음력설을 홀로 쇠야 한다는 서글픔에 황일문 부소장은 부모님이 생각났다.이런 때에 는 세상뜨기전에 로망도 심하시던 부친이라도 곁에서 로망을 해주시면 좋을것 같았다.부모님생각 끝에 황일문 부소장은 어릴적 음력설을 쇠던 광경이 추억되였다.     전에 황일문 부소장 집은 음력설마다 돼지 한마리를 잡아먹어서 소문났었다.가난한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키운 돼지를 팔아먹었지만 그의 집에서는 키운 돼지를 음력설에 잡아먹었다.그러나 음력 설에 집식구 누구도 돼지고기를 실컷 먹어본적은 없었다.부친이 장남이고 장손이였으므로 일가친척 들은 음력설마다 큰집에 몰려들었다.삼촌들 식구와 고모들 식구만 모여들어도 엄청난데 부친의 사 촌 외사촌들까지 밀려들면 작은 초가집은 발을 들여놓을 자리가 없게 벅적거렸다.모친의 말씀처럼 《트럭 두대에도 다 싣지못할》일가친척들이 모여들면 잡아놓은 돼지 한마리는 이틀이면 거덜났다. 그러면 끼니마다 채소움에서 배추와 감자를 세광주리씩 담아내야 하였다.음력설 며칠동안 일가친척 들의 잠자리를 마련하는 일이야말로 너무 힘들었다.부엌의 널장판우까지 사람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누워도 잠자리가 모자랐으므로 황일문 부소장 집에서는 이웃들 집에까지 일가친척들을 모셔야 하였 다.    황일문 부소장은 음력설마다 일가친척 조무래기들이 모여서 힘껏 뛰노는것은 좋았지만 맛좋은 돼지고기를 실컷 먹어보지 못하는게 안타까웠다.그리고 손님대접에 허리가 빠져나가고 시가지를 사 는 친척들에게 쌀과 무우말림 지어는 배추시래기까지를 지워보내는 부모님이 불쌍하였다.    추억속에 잠긴 황일문 부소장은 과자 부스러기가 허옇게 매달린 입으로 벙그레 웃다가 잠들었다.    3     생각밖에 일진의 전화를 받았다.5년전의 돈을 꾸어달라던 전화뒤에는 처음 걸어오는 전화다.            《형, 올해 음력설을 어떻게 보내나? 》 《어떻게 보내기는? 생홀아비니 개 보름 쇠듯이 쇠지!》 《형,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아버지 말씀마따나 그래두 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므,음력설은 잘 보내야지!》 《허허,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지.》 《형,이번 음력설엔 나 형한테 갈려구!》 《뭐라구? 너 음력설에 연변 나온다구?》 《안되나?》     황일문 부소장은 안된다고 말할리가 없었다. 20여년을 못만난 일진이가 보고싶었다.그는 일진에게 전에 네가 꾸어달라는 돈을 꾸어주지못해서 지금까지도 죽게 미안한데,어서 빨리 연변으로 달려나오라고 대답하였다.    성격이 타는 장작불처럼 급하지만 락관적이여서 부친한테서 배워낸《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를 써먹기를 좋아하는 일진은 황일문 부소장의 륙촌동생이다. 그는 황일문 부소장이 14살에 처음으로 장춘에 놀러갔을 때 동물원 원숭이구경을 시켜주었고 대학입시 3년만에 장춘세무관리학교에 입학하였을 때에는 자동차공장을 출근하면서 학교숙사로 찾아와 서 돈 5원이라도 질러주느라던 인정좋은 사람이다.황일문 부소장이 장춘세무관리학교를 졸업한 뒤, 일진은 부친의 자리를 메웠던 일자리를 내버리고 천진 북경 청도를 떠돌아다닌다고 가끔은 소식을 전해주었다.그는 한국회사를 자주 바꾸다나니 돈벌이는 안되지만 언제이든 돈만 벌면 조선족 서울 인 연변으로 꼭 놀러온다고 하였다.     5년전 일진은 장춘에 작은 식당을 만들어보겠다고 돈 5만원을 꾸어달라는 전화를 해왔었다.황송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이 철새처럼《얼씨구 절씨구》떠돌던 생활을 마치고 다시 장춘에 자리잡는다 하므로 5만원은 몰라도 2-3만원 정도는 꾸어주려고 마음먹었다.그런데 뚱뚱보 안해가 돈을 꾸어주는 일만은 절대로 안된다고 잡아떼였으므로 그는 손에 들어있는 돈이 없다고 말할수밖에 없었다.그러자 일진은 전화에서 세무소 부소장까지 한다는 형이 너무 연변 깍쟁이구먼! 하고 한마디 외치더니 다시는 전화연락을 해주지않았다.     일진은 자기 안해도 한국에 로무하러 나간지가 4년이 되고 하나밖에 없는 딸은 일본에 류학갔 다고 하였다.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을 기다리면서 생홀아비가 생홀아비를 학수고대한다는 생각에 어딘가는 우스웠다.     4     20여년만에 얼굴을 맞댄 륙촌형제는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일진아, 사촌중에서 너네 집하구 우리 집 사이가 끔찍하다구 우리 부친 사촌들이 별로 좋아 하지는 않았거든!》 《자별나게 친한게 있나? 우리 부친이 형네 집에 몇년에 한번은 다녔지만 나는 놀러나온적이 한번도 없잖아!그런데 사촌들이 좋아하지 않았다는건 무슨 이야긴데?》 《너도 알겠지만 우리집에 부친 사촌만 몇집인데? 그런데 우리 집이 너네 집만을 잘 친한다구 어떤 사촌들이 조금 트집을 말했거든.》 《흐흐.》 《사실 너네 집하구 우리 집 좋아한건 우리 모친 때문이지!》    황일문 부소장이 10살 때였다.그해 음력설에도 작은 초가집은 일가친척들로 벅적거렸다.부친은 머나먼 장춘에서 사촌 하나가 놀러나온다고 일가친척 누구든지 무조건 불러왔다.장춘에서 놀러온 부친의 사촌은,바로 일진의 부친은 코끝이 슬쩍 떨어져나간 들창코였는데 황일문 부소장은 그를 장춘삼촌이라고 불렀다.    장춘삼촌은 들창코였지만 항미원조에서 정찰련장까지를 한 특급전투영웅이라고 하였다.일가친 척 애들은 전투이야기를 얻어듣고싶어 그의 곁에 자꾸만 몰려들었다.그러나 장춘삼촌은 전투이야 기는 없었고 어른들과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는 항미원조에서 돌아오니 나라에서는 들창코인 자기를 장춘자동차공장 보위처에 배정해주고 결혼감 처녀까지 마련해주었는데 병원에 가서 자기의 엉뎅이 아니면 허벅다리 살을 베여내여 들창코에 붙여대려고 해보니 장춘의 큰 병원에도 그런 의술 이 없어서 그만두었다고 하였다.    모친은 첫면목인 장춘삼촌에게 각별하게 친절하였다.그는 저녁에 장춘삼촌곁에 다가앉 아서 그의 커다란 손을 잡아보았다.그러다가 혹시는 항미원조에서 안칠성이라는 지원군을 만나본적은 없는가고 물으셨다.안칠성?장춘삼촌은 수천수만 사람이 몰려나간 전쟁판인데 안칠성이라는 사람을 만나본적은 없는것 같다고 머리를 가로저었다.모친은 눈물이 끌썽해지더니 애들처럼 엉엉 울었다.일가친척들이 좋은 음력설에 울기는 왜 우는가고 말하자 그는 바깥에 나가서 어둠속에서 울바자를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그러자 부친은 저 사람이 까닭없이 우는게 아니라 오랍동생 생각나서 그러는것이니 기껏 울도록 내버려두라고 말하였다. 모친은 항미원조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는 장춘삼촌을 만나자 항미원조에 죽은 오랍동생 생각에 울었던것이다.    장춘삼촌은 바깥으로 나갔다.형수를 이끌고 초가집으로 들 어오면서 눈물을 훔쳐보였다.그리고는《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 다.》고 말하였다모친은 장춘삼촌에게서 총에 맞아죽었는지 폭탄에 맞아죽었는지도 모르는 오랍동생 기억을 얼마간 찾아내였던것이다.그는 황일문 부소장더러 장춘삼촌집에 달마다 편지를 써보내게 하였고 장춘삼촌집에 고추말림을 부쳐주기를 좋아하였다.그러다보니 황일문 부소장 집하고 일진의 집은 자주 련락하면서 살아왔던것이다.      5      황일문 부소장은 을력설날에 일진과 함께 시골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하였다.가볼만한데는 고향 밖에 없다.가까운 친척들은 다 떠나가고 없지만 시골풍경과 고향사람들 얼굴들이야 구경할수가 있잖은가!그런데 일진은 음력설을 쇠고나서 고향 시골로 내려가보자고 하였다.그는 자기의 연변행 차는 놀러온것이 아니라 연변에 자리잡으러 나온것이니 앞으로도 얼마든지 시간이 있을거라고 하였 다.     황일문 부소장은 생각이 약간 두근거렸다.륙촌동생이 연변에 자리잡으러 나온거라면 연변에 아파트라도 사놓으려는건가? 그러면 돈 꾸어달라는 말을 꺼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한다? 다행이 일진은 아파트이야기도 돈이야기도 꺼내놓지 않았다. 《형,실말이지만 한국 외사촌동생이 여기서 양말공장 사장을 하는데 나더러 판매총경리를 해달라구 말해서 나온거야!》   황일문 부소장은 경제개발구에 한국인이 꾸린 작은 양말공장이 몇개 있음은 잘 알고 있었다.일진의 한국인 외사촌동생은 천진의 어느 양말공장에서 부장을 지내다가 연변에 나와 성진(聖進)양말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성씨가 김씨라고 한다.     황일문 부소장은 성진양말공장이라는 말을 듣자 안경을 건 중년사내인 김사장의 얼굴이 금방 생각히웠다.    음력설날에 한국인 사돈집에 초대받는다는것은 어딘가는 례의에 어긋나는 일이다.그러나 륙촌동생이 힘차게만 이끌고 김사장이 황부소장님이 사돈일줄을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하면서 집 에까지 찾아왔으므로 황일문 부소장은 김사장 아파트에서 음력설날을 보내였다.    이튿날,황일문 부소장은 바깥식당에 자리를 마련하여 김사장에게 답례인사를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일진은 자기가 중국료리 몇개는 멋들어지게 만들어낸다면서 부엌을 맴돌더니 김사장을 황일문 부소장의 아파트로 청해왔다.     김사장은 황일문 부소장의 아파트를 둘러보더니 구정인데 집에 제사상을 마련하지 않은것은 습관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황일문 부소장은 우리는 그런 민속은 아주 앚어버렸다고 대답하였다.    술이 몇잔 돌아가자 황일문 부소장은 집에 음력설 제사상을 차려놓지 못한것이 부끄럽게만 생각되였다.그는 김사장과 한국의 민속에 대하여 이것저것 문의하다가 책장에서 앨범 하나를 찾아내였다.앨범속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진을 포함한 색바랜 가족사진들이 끼여있었는데 들창코 장춘삼촌 사진도 몇장 들어있었다.    일진은 지원군 군복차림인 부친의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부친이 특급전투영웅이 되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38선 부근에서 지원군과 남쪽군이 대치상태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남쪽에서 북쪽을 바라고 걸어놓은 수십개의 고음스피카에서는 날마다 고운 녀자목소리가 울려나왔다.북쪽켠 군인들을 상대 하여 음력설이 다가오는데 어서 부모형제곁으로 귀국하라 귀가하라,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아까운 청춘을 죽음에로 내몰것은 무엇인가? 등 선전을 진행하는 방송이였다. 남쪽 녀아나운사의 목소리가 북쪽 군인들의 간이라도 녹여버리려는듯이 부드럽고 녀성적인 애교로 차넘쳤으므로 지원군 지휘부에서는 남쪽의 선전방송을 눈에 든 가시로 여겼다.그래서 정찰병 들을 보내여 남쪽 녀아나운서를 잡아오려고 하였다.일진의 부친은 지원군 7명을 거느리고 음력설 날 캄캄한 밤에 남쪽에 잠입하였다.그들은 작은 움집에 찾아들어가 남쪽 녀아나운사를 생포하는데 성공하였다.그런데 부쪽으로 되돌아오던 길에서 남쪽 순라대에게 발각되고 말았다.지원군 3명은 총알에 맞아죽고 장춘삼촌은 요행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남쪽 순라대 총알에 코끝이 슬쩍 떨어져나갔다.주둔지로 도착한 그들은 그때에야 생포해온 남쪽 녀안나운사를 찬찬히 살펴보았다.그런데 북쪽 군인들의 간이라도 녹여버릴듯한 부드러운 애교가 차넘치는 선전방송을 한다는 그녀는 못생긴 곰보딱지였다!심문결과 곰보딱지는 남쪽을 살던 화교라고 하였다.장춘삼촌은 지원군 3명의 목숨과 자기의 떨어져나간 코끝으로 바꾸어온 곰보딱지 녀아나운사를 때려죽이고만 싶었다!장춘삼촌은 곰보딱지 남쪽 녀아나운사를 생포해온 공훈으로 특급전투영웅 칭호를 받았다.      들창코 장춘삼촌이 죽음을 무릅쓰고 생포해온 남쪽 녀아나운사가 곰보딱지였다는 이야기에 황일문 부소장과 김사장은 한바탕 웃어주었다.셋은 녀자는 말소리가 곱다고 꼭 미인이라고 말할수가 없으므로 녀자 목소리만을 듣고서는 련애해서는 안된다는 롱담도 나누었다.     셋은 지나가버린 전쟁을 두고 오래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러다보니 나중에는 황일문 부소장 과 일진은 김사장을 따라배워 항미원조를 6.25동란이라고 말하게 되였고 김사장은 황일문 부소장 과 일진을 따라배워 6.25동란을 항미원조라고 말하게 되였다.     6     황일문 부소장은 일진이가 곁에 와주니 올해 음력설은 사람사는 멋이 있다고 느껴졌다. 일진은 초나흘날부터 출근나갔다. 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에게 외사촌 동생의 공장을 다닌다 하여도 급한 성격을 죽이고 입조심 할것을 귀뜸해주었다.    오늘 오후에 일진은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김사장이 세무국 신임국장에게 음력설인사를 하려는데 륙촌형더러 연줄을 달아달라고 하였다. 황일문 부소장도 신임국장에게 음력설인사를 하고싶었다.그런데 신임국장이 자기보다는 나이가 많이 아래였으므로 마땅한 리유를 궁리해보던 참이였다.     아무리 음력설인사라고 하여도 리유는 묘하게 만들어내야 한다.고급술담배를 들고 신임국장의 집에 무작정 뛰여드는것과 같은 행위는 나이가 쉰고개를 넘어간 사람이 취할바가 아니다.그런데 마침 김사장이 신임국장과 술을 나눌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좋은 기회가 아닌가?!    황일문 부소장은 신임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임국장은 성진양말공장 김사장이 술 한잔을 사낸다는 말을 듣자 아주 질겁한것처럼 그것만은 절대로 안된다고 대답하였다. 황일문 부소장은 통화가 끝나자 한참동안을 생각해보았다. 그는 신임국장이 장춘세무관리학교 후배라는 생각이 들자 또다시 신임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임국장은 우리 세무국내에 장춘세무 관리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적어도 열몇은 되는데 술자리를 만들면 열몇이 모여야지 황부소장과 나만이 모여서는 말도 안된다고 대답하였다.     황일문 부소장은 마땅하고도 묘한 리유가 더는 생각나지않았다.그는 일진에게 김사장과 신임국장이 만날 자리를 멋지게 마련하겠다고 답복해준것이 후회되였다.그러다가 자기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에도 좋은 해결책을 못내놓는 수준이니깐 그까지 부소장도 8년이나 해왔고 이제는 어데론가 주춤주춤 밀려나는것이라고 탄식하였다.     일진은 날마다 두번씩 재촉전화를 걸어왔다.그런데 륙촌형이 끙끙거리기만 하고 시원한 대답을 못하자 그는 형의 일처리 능력이 발바닥 수준이라고 외쳐대였다. 일진의 나무람을 받자 황일문 부소장은 마음속 한구석이 어딘가 불편스러웠다. 자기도 신임국장에게 음력설인사를 꼭 하여야 하는데 또 그것을 마땅하게 묘하게 실행하지를 못하여 울분스러운데 성격이 급한 륙촌동생이 말조심마 저도 모르니 화가 슬그머니 치밀어올랐다. 그는 속으로 륙촌동생을 자식! 하고 한마디 욕하였다.     7     래일이면 음력설 공휴일이 끝나고 출근이 시작된다.그러나 황일문 부소장은 끝내는 신임국장에 게 음력설인사를 못하였고 김사장이 신임국장에게 음력음력설인사를 할 술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 였다.     일진은 지쳐버렸는지 오늘만은 재촉전화가 없었다.그런데 그는 오후에 황일문 부소장 아파트로 돌아왔다. 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이 목소리가 높아지고 욕지거리라도 꺼낼것이 겁났다. 생각밖에 일진은 세무국 신임국장에게 음력설인사를 할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이 없었다.얼굴색이 조금은 거멓게 죽어있었다. 그는 쏘파에 앉자 기차표 한장을 꺼내보였다. 《형, 나 개떡같은 판매총경리를 집어치우고 오늘 저녁 기차로 장춘에 돌아갈래!》 《엉? 갑자기?》 《자식이 형이 신임국장을 불러내오지 못한다고, 나를 앞에 두고서도 감히 형을 제멋대로 욕하 는게 아니우? 》    일진은 점심에 김사장과 한잔 나누다가 말다툼하였다고 하였다.외사촌동생이 자기의 륙촌형을 나무라자 사장이고 뭐고 맞다들어 다투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가 김사장과 말다툼질한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하였다. 천진 어느 양말공장에서 일할 때, 한국인 부장과 대판으로 다투었는데 말다툼끝에 캐고보니 부장이 외사촌동생임을 알게 되였다고 하였다.    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이 김사장과 다툰것은 그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때문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일진이 모르게 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황일문 부소장은 김사장에게 신임국장과 만날 자리를 묘하게 마련하지 못한것이 미안하고 그 일은 음력설뒤에 다시 보자고 말하였다.     김사장은 외사촌형은 사람은 좋은데 술만 쳐먹으면, 항미원조에서 남쪽 사람들도 무더기로 죽은것은 전혀 모르고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것처럼 말끝마다 항미원조와 특급전투영웅을 내휘두르는것이 눈꼴사나워서 둘이 말다툼을 한거라고 하였다.그리고는 일진을 성진양말공장 판매총경 리로 시켜보려니 신통치가 않은데 자기가 방법을 대여 그를 한국에 로무보내겠다고 하였다.     연변에 자리잡으로 나왔다는 일진은 열흘도 안되여 장춘으로 돌아갔다.그는《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은데》그래도 고인이 된 부친의 골회가 묻힌 장춘에 돌아가서 4년 생홀아비를 마치고 곰보딱지 녀자친구라도 만들어보겠다는 익살을 부렸다.     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을 그냥 곁 에 붙들어두고만 싶었다. 그러나 자기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또 김사장이 일진을 한국에 로무보내면 륙촌동생이 안해와 얼굴을 맞대고 살아갈수가 있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짙눈까비가 흩날리는 밤, 일진을 싣고가는 기차가 플래트홈을 뿡뿡 떠나가자 황일문 부소장은 역전광장으로 나왔다. 누군가 뒤에서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돌아다보니 김사장이였다. 김사장은 성격이 급한 일진과 혹시는 또 말다툼질이 될것이 걱정스러워서 먼 발치에서 외사촌형을 배웅해주었던것이였다. 황일문 부소장은 김사장을 만나자 생홀아비로 4년을 살아온 륙촌동생이 불쌍하다고 눈물이 글썽해졌다.그것을 보고 김사장은 외사촌형에게서 배워낸《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고 죽은 사람만은 불쌍하다.》는 말로 사돈을 위안해주었다.     황일문 부소장은 김사장의 차에 올랐다. 김사장과 맥주 한잔을 나누고 싶었다. 무슨 정처없는 이야기라도 나누어보고 싶었다.차에 시동이 걸리자 그들의 핸드폰이 함께 울렸다. 황일문 부소장의 전화는 뚱뚱보 마누라가 걸어오는 전화였고 김사장 전화도 한국에서 걸어오는 전화였다. 모두가 음력설을 어떻게 보내였는가고 문의하는 전화였는데 둘은 약속이나 한듯이《올해 음력설은 개 보름 쇠듯이 쇠였다!》고 대답해주었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