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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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음력설
2015년 01월 16일 23시 34분  조회:1659  추천:0  작성자: 허동식
단편소설

음력설

허동식



    1
   황일문 부소장은 싫은 20**년 모범공작자로 되고말았다.상례대로라면 세무국내 년간총결과 모범공작자 선출은 양력설전에 이미 진행되여야 한다.그러나 신임국장은 작년의 년간총결을 양력설 뒤로까지 미루어왔다.그러다가 음력설을 며칠 앞두고서야 작년의 년간총결을 진행하였고 모범공작자들을 선출해주었다.
   황일문 부소장은20**년 모범공작자들에게 내주는 증서와 이불 한채를 받아들고 허거픈 웃음을 웃지 않을수가 없었다. 20**년 모범공작자라는것은 젊은 사람에게는 쓸모가 있다.그것을 턱대고 한자리 엿볼수도 있다.그러나 나이가 쉰고개를 넘어간 사람을 기어코 모범공작자로 만들어주는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그것은 8년동안을 경제개발구 세무소 부소장을 해온 황일문더러 모범공작자라는 체면까지 챙겨주 었으니《총결》을 준비하라는 뜻이다.말하자면 이제는 실무직을 내놓고 내주는 봉급이나 받아먹으면서 구체적인 사무는 관할하지도 말라는것이다.
    황일문 부소장은 소장 1명에 부소장이 2명이 달려있는 경제개발구 세무소를 떠나 어느 세무소 소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싶었다.그래서 아주 5년동안을 전임국장의 생일파티를 한번도 빼놓지않고 참가해왔다.전임국장도 그의 심사를 모르는것이 아니였으므로《때》를 보아서 그를 소장으로 만들어줄것이라고 넌짓하게 답복하였다.그런데 작년 여름에 무슨 일도 척척 내밀어나가던 전임 국장이 검찰원에 한번 불리워 가더니 겨울에는 6년 유기형 판결을 받았다.그래서 올해에는 어느 세무소 소장직이든 무조건 올라탈거라고 소문까지 있었던 황일문 부소장의 소장꿈은 풍비박산나고만것이다.
   신임국장은 전임국장과 친분이 있었던 사람들을 무조건 배척해버리는듯 하였는데 모두들 수근거리는 말에 의하면 그는 세무국내 새로운 인사변동을 준비하느라고 작년의 년간총결을 지금까 지 질질 끌고온것이라고 한다. 싫은 모범공작자라는것을 짊어졌으니 황일문 부소장은 래일인가 모레에는 실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그런데 나이가 쉰고개를 넘어가고 5-6년 뒤에는 퇴직할 사람더러 실직을 내놓고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경제개발구 세무소에는 비슷한 자리가 없다.다른 세무소도 마찬가지다.그렇다면 세 무국에 올라가서 공회의 사무실을 지키라는건가? 아니면 무슨 부조사연구원으로 되라는건가?황일문 부소장은 이마에 피도 마르지않은 소장 아래에서 엉뎅이를 치켜들고 일하기보다는 세무국에 올라가서 부조사연구원이 되기를 원하였다.실권은 없어도 사무실에 들어앉아 신문이나 읽어대는 것이 편안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그러나 부조사연구원이라는것도 쉽게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기 회를 내여 신임국장에게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고 또 적당한《때》를 만들어내야 한다.
    황일문 부소장은 머리가 터지는듯 아파났다.그러나20**년 모범공작자로 뽑힌 한턱을 쓰라는 동료들의 성화를 거절할수는 없었다.저녁에 술 한잔을 사내였다. 술자리를 파하고 집으로 돌아오자 안해가 한달만에 전화를 걸어왔다.안해는 구정에 며칠 휴무 하는가고 묻더니 그더러 구정에는 술을 적게 먹으라고 말하였다.
   술을 적게 먹으라고? 함께 술먹어 줄 집식구가 있어야 술도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한국을 몇해 산다고,꼬부랑 한국말 몇마디를 배웠다고 음력설도 그따위 구정이라고 말하는가? 황일문 부소장은 버럭 소리질렀다.
   2
   황일문 부소장은 제멋대로 다가오는 음력설이 싫었다.그는 3년 음력설을 홀로 쇠였다.아들을 장가보낼 아파트를 장만하련다고 한국으로 나간 뚱뚱보 안해가 없으니 아들과 딸은 꼬박 3년을 음력설에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올해 음력설에는 뚱뚱보 안해가 귀국하고 아들은 해남도에서 돌아오고 딸은 상해로부터 한살반짜리 외손자를 안고 친정에 돌아와야 한다.집 식구들이 아주 4년만에 한자리에 모여서 오구작작 음력설을 쇠야 한다.그런데 뚱뚱보 안해는 미국 금융위기뒤에 한국돈이 엄청 떨어지고 해남도의 아파트가격이 하늘로 치닿았으니 2년만 더 벌고 귀국하겠다고 하였다.그러자 올해 음력설은 바람처럼 집으로 달려온다던 아들은 음력설 기간은 해남도 관광성수기이므로 가이드로 돈번다고 집으로 못나온다고 나눕었다.또 딸은 음력설에 남편을 따라 시부모 뵈우러 간다고 한다.집식구 누구도 음력설에 귀가가 불가능하다고 하였므로 황일문 부소장은 다가오는 음력설이 싫었다.무서웠다.그리고 뚱뚱보 안해를 한국에 로무보낸것이 크게 후회되였다.
    나이를 먹을수록 집식구들이 그리워짐은 어쩌할수가 없는 일이다.그런데 너놈들은 4년을 생홀아비로 살아온 나더러 올해의 음력설마저도 홀로 쇠라니? 황일문 부소장은 차라리 개똥같은 음력설 이는게 없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생각하였다.
   오늘 저녁에도 황일문 부소장은 퇴근하자 밥먹을 생각은 하지않고 습관대로 컴퓨터를 열었다. 아들은 퍼그나 바쁜지 메신저에 올라있지 않았다.딸은 메신저에서 안녕! 안녕! 하고 아버지를 불러댔다.황일문 부소장은 딸더러 외손자를 안아내오라고 하였다.외손자가 컴퓨터에서 고사리손을 흔들어준다.그런데 딸은 핼쭉해진 얼굴로 올해 음력설에도 아버지 뵈우러 못돌아가는것이 미안하 다고 쿨쩍거렸다.딸이 쿨적거리니 황일문 부소장은 마음이 쓰렸다.그는 입을 컴퓨터 마이크에 갖다대고 래년 여름에는 죽어자빠져도 외손자 보러 놀러갈것이거라고 딸을 구슬렸다.그러나 두눈에는 눈물이 핑그르 맺혀졌다.나이가 쉰고개를 넘긴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것을 자식에게 내보이고 싶지는 않았다.그는 피시캠을 꺼버렸다.
    메신저를 끝내고서도 배고픈 느낌은 없었다.황일문 부소장은 잠자리에 누웠다.그러나 잠이 오지를 않았다.4년동안 밤마다 전등을 켜놓고 잠자는 그였지만 갑자기 밝은 전등불이 싫었다.그는 전등을 꺼버렸다.그리고는 이불속을 오래동안 뒤척거렸다.황송문 부소장은 따뜻한 방바닥에 누우면 인츰 잠들지 모른다고 생각되자 침대를 내렸다.그는 침실 방바닥에 이불과 베개를 내려놓고 침실 맞은켠에 있는 두개의 작은 침실로 들어가서 전등을 철컥철컥 켜놓았다.하나는 아들의 방이고 하나는 딸의 방이다.그는 자식들이 쓰던 물건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빈 방내을 어슬렁거리고는 응접실로 나가 텔레비를 켜놓고 쏘파에 드러누웠다.그러나 텔레비는 쳐다보지도 않았고 탁자우에 놓인 과자통에서 과자 몇개를 집어내여 서걱서걱 씹어먹었다. 
  올해 음력설을 누구와 보낼건가? 누님들도 매형들도 모두가 한국에 나가있고 사촌들도 뿔뿔이 흩 어졌다.처남네 집에? 큰 처남은 남아메리카로 작은 처남은 싸이판으로 간지가 오래다.처가집도 갈 곳이라곤 없다! 4년째로 음력설을 홀로 쇠야 한다는 서글픔에 황일문 부소장은 부모님이 생각났다.이런 때에 는 세상뜨기전에 로망도 심하시던 부친이라도 곁에서 로망을 해주시면 좋을것 같았다.부모님생각 끝에 황일문 부소장은 어릴적 음력설을 쇠던 광경이 추억되였다.
    전에 황일문 부소장 집은 음력설마다 돼지 한마리를 잡아먹어서 소문났었다.가난한 시골에서는 집집마다 키운 돼지를 팔아먹었지만 그의 집에서는 키운 돼지를 음력설에 잡아먹었다.그러나 음력 설에 집식구 누구도 돼지고기를 실컷 먹어본적은 없었다.부친이 장남이고 장손이였으므로 일가친척 들은 음력설마다 큰집에 몰려들었다.삼촌들 식구와 고모들 식구만 모여들어도 엄청난데 부친의 사 촌 외사촌들까지 밀려들면 작은 초가집은 발을 들여놓을 자리가 없게 벅적거렸다.모친의 말씀처럼 《트럭 두대에도 다 싣지못할》일가친척들이 모여들면 잡아놓은 돼지 한마리는 이틀이면 거덜났다. 그러면 끼니마다 채소움에서 배추와 감자를 세광주리씩 담아내야 하였다.음력설 며칠동안 일가친척 들의 잠자리를 마련하는 일이야말로 너무 힘들었다.부엌의 널장판우까지 사람들이 빼곡하게 줄지어 누워도 잠자리가 모자랐으므로 황일문 부소장 집에서는 이웃들 집에까지 일가친척들을 모셔야 하였 다.
   황일문 부소장은 음력설마다 일가친척 조무래기들이 모여서 힘껏 뛰노는것은 좋았지만 맛좋은 돼지고기를 실컷 먹어보지 못하는게 안타까웠다.그리고 손님대접에 허리가 빠져나가고 시가지를 사 는 친척들에게 쌀과 무우말림 지어는 배추시래기까지를 지워보내는 부모님이 불쌍하였다.
   추억속에 잠긴 황일문 부소장은 과자 부스러기가 허옇게 매달린 입으로 벙그레 웃다가 잠들었다. 
  3
    생각밖에 일진의 전화를 받았다.5년전의 돈을 꾸어달라던 전화뒤에는 처음 걸어오는 전화다.           
《형, 올해 음력설을 어떻게 보내나? 》
《어떻게 보내기는? 생홀아비니 개 보름 쇠듯이 쇠지!》
《형,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아버지 말씀마따나 그래두 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므,음력설은 잘 보내야지!》
《허허, 아무렇게나 하는 말이지.》
《형,이번 음력설엔 나 형한테 갈려구!》
《뭐라구? 너 음력설에 연변 나온다구?》
《안되나?》
    황일문 부소장은 안된다고 말할리가 없었다. 20여년을 못만난 일진이가 보고싶었다.그는 일진에게 전에 네가 꾸어달라는 돈을 꾸어주지못해서 지금까지도 죽게 미안한데,어서 빨리 연변으로 달려나오라고 대답하였다.
   성격이 타는 장작불처럼 급하지만 락관적이여서 부친한테서 배워낸《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를 써먹기를 좋아하는 일진은 황일문 부소장의 륙촌동생이다. 그는 황일문 부소장이 14살에 처음으로 장춘에 놀러갔을 때 동물원 원숭이구경을 시켜주었고 대학입시 3년만에 장춘세무관리학교에 입학하였을 때에는 자동차공장을 출근하면서 학교숙사로 찾아와 서 돈 5원이라도 질러주느라던 인정좋은 사람이다.황일문 부소장이 장춘세무관리학교를 졸업한 뒤, 일진은 부친의 자리를 메웠던 일자리를 내버리고 천진 북경 청도를 떠돌아다닌다고 가끔은 소식을 전해주었다.그는 한국회사를 자주 바꾸다나니 돈벌이는 안되지만 언제이든 돈만 벌면 조선족 서울 인 연변으로 꼭 놀러온다고 하였다.
    5년전 일진은 장춘에 작은 식당을 만들어보겠다고 돈 5만원을 꾸어달라는 전화를 해왔었다.황송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이 철새처럼《얼씨구 절씨구》떠돌던 생활을 마치고 다시 장춘에 자리잡는다 하므로 5만원은 몰라도 2-3만원 정도는 꾸어주려고 마음먹었다.그런데 뚱뚱보 안해가 돈을 꾸어주는 일만은 절대로 안된다고 잡아떼였으므로 그는 손에 들어있는 돈이 없다고 말할수밖에 없었다.그러자 일진은 전화에서 세무소 부소장까지 한다는 형이 너무 연변 깍쟁이구먼! 하고 한마디 외치더니 다시는 전화연락을 해주지않았다.
    일진은 자기 안해도 한국에 로무하러 나간지가 4년이 되고 하나밖에 없는 딸은 일본에 류학갔 다고 하였다.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을 기다리면서 생홀아비가 생홀아비를 학수고대한다는 생각에 어딘가는 우스웠다.
    4
    20여년만에 얼굴을 맞댄 륙촌형제는 이야기에 꽃을 피웠다.
《일진아, 사촌중에서 너네 집하구 우리 집 사이가 끔찍하다구 우리 부친 사촌들이 별로 좋아 하지는 않았거든!》
《자별나게 친한게 있나? 우리 부친이 형네 집에 몇년에 한번은 다녔지만 나는 놀러나온적이 한번도 없잖아!그런데 사촌들이 좋아하지 않았다는건 무슨 이야긴데?》
《너도 알겠지만 우리집에 부친 사촌만 몇집인데? 그런데 우리 집이 너네 집만을 잘 친한다구 어떤 사촌들이 조금 트집을 말했거든.》
《흐흐.》
《사실 너네 집하구 우리 집 좋아한건 우리 모친 때문이지!》
   황일문 부소장이 10살 때였다.그해 음력설에도 작은 초가집은 일가친척들로 벅적거렸다.부친은 머나먼 장춘에서 사촌 하나가 놀러나온다고 일가친척 누구든지 무조건 불러왔다.장춘에서 놀러온 부친의 사촌은,바로 일진의 부친은 코끝이 슬쩍 떨어져나간 들창코였는데 황일문 부소장은 그를 장춘삼촌이라고 불렀다.
   장춘삼촌은 들창코였지만 항미원조에서 정찰련장까지를 한 특급전투영웅이라고 하였다.일가친 척 애들은 전투이야기를 얻어듣고싶어 그의 곁에 자꾸만 몰려들었다.그러나 장춘삼촌은 전투이야 기는 없었고 어른들과 끝없는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는 항미원조에서 돌아오니 나라에서는 들창코인 자기를 장춘자동차공장 보위처에 배정해주고 결혼감 처녀까지 마련해주었는데 병원에 가서 자기의 엉뎅이 아니면 허벅다리 살을 베여내여 들창코에 붙여대려고 해보니 장춘의 큰 병원에도 그런 의술 이 없어서 그만두었다고 하였다.
   모친은 첫면목인 장춘삼촌에게 각별하게 친절하였다.그는 저녁에 장춘삼촌곁에 다가앉 아서 그의 커다란 손을 잡아보았다.그러다가 혹시는 항미원조에서 안칠성이라는 지원군을 만나본적은 없는가고 물으셨다.안칠성?장춘삼촌은 수천수만 사람이 몰려나간 전쟁판인데 안칠성이라는 사람을 만나본적은 없는것 같다고 머리를 가로저었다.모친은 눈물이 끌썽해지더니 애들처럼 엉엉 울었다.일가친척들이 좋은 음력설에 울기는 왜 우는가고 말하자 그는 바깥에 나가서 어둠속에서 울바자를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그러자 부친은 저 사람이 까닭없이 우는게 아니라 오랍동생 생각나서 그러는것이니 기껏 울도록 내버려두라고 말하였다. 모친은 항미원조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왔다는 장춘삼촌을 만나자 항미원조에 죽은 오랍동생 생각에 울었던것이다.
   장춘삼촌은 바깥으로 나갔다.형수를 이끌고 초가집으로 들 어오면서 눈물을 훔쳐보였다.그리고는《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고 죽은 사람만 불쌍하 다.》고 말하였다모친은 장춘삼촌에게서 총에 맞아죽었는지 폭탄에 맞아죽었는지도 모르는 오랍동생 기억을 얼마간 찾아내였던것이다.그는 황일문 부소장더러 장춘삼촌집에 달마다 편지를 써보내게 하였고 장춘삼촌집에 고추말림을 부쳐주기를 좋아하였다.그러다보니 황일문 부소장 집하고 일진의 집은 자주 련락하면서 살아왔던것이다.
     5
     황일문 부소장은 을력설날에 일진과 함께 시골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하였다.가볼만한데는 고향 밖에 없다.가까운 친척들은 다 떠나가고 없지만 시골풍경과 고향사람들 얼굴들이야 구경할수가 있잖은가!그런데 일진은 음력설을 쇠고나서 고향 시골로 내려가보자고 하였다.그는 자기의 연변행 차는 놀러온것이 아니라 연변에 자리잡으러 나온것이니 앞으로도 얼마든지 시간이 있을거라고 하였 다.
    황일문 부소장은 생각이 약간 두근거렸다.륙촌동생이 연변에 자리잡으러 나온거라면 연변에 아파트라도 사놓으려는건가? 그러면 돈 꾸어달라는 말을 꺼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한다? 다행이 일진은 아파트이야기도 돈이야기도 꺼내놓지 않았다.
《형,실말이지만 한국 외사촌동생이 여기서 양말공장 사장을 하는데 나더러 판매총경리를 해달라구 말해서 나온거야!》
  황일문 부소장은 경제개발구에 한국인이 꾸린 작은 양말공장이 몇개 있음은 잘 알고 있었다.일진의 한국인 외사촌동생은 천진의 어느 양말공장에서 부장을 지내다가 연변에 나와 성진(聖進)양말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성씨가 김씨라고 한다.
    황일문 부소장은 성진양말공장이라는 말을 듣자 안경을 건 중년사내인 김사장의 얼굴이 금방 생각히웠다.
   음력설날에 한국인 사돈집에 초대받는다는것은 어딘가는 례의에 어긋나는 일이다.그러나 륙촌동생이 힘차게만 이끌고 김사장이 황부소장님이 사돈일줄을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하면서 집 에까지 찾아왔으므로 황일문 부소장은 김사장 아파트에서 음력설날을 보내였다.
   이튿날,황일문 부소장은 바깥식당에 자리를 마련하여 김사장에게 답례인사를 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일진은 자기가 중국료리 몇개는 멋들어지게 만들어낸다면서 부엌을 맴돌더니 김사장을 황일문 부소장의 아파트로 청해왔다.
    김사장은 황일문 부소장의 아파트를 둘러보더니 구정인데 집에 제사상을 마련하지 않은것은 습관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황일문 부소장은 우리는 그런 민속은 아주 앚어버렸다고 대답하였다.
   술이 몇잔 돌아가자 황일문 부소장은 집에 음력설 제사상을 차려놓지 못한것이 부끄럽게만 생각되였다.그는 김사장과 한국의 민속에 대하여 이것저것 문의하다가 책장에서 앨범 하나를 찾아내였다.앨범속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사진을 포함한 색바랜 가족사진들이 끼여있었는데 들창코 장춘삼촌 사진도 몇장 들어있었다.
   일진은 지원군 군복차림인 부친의 사진을 들여다보다가 부친이 특급전투영웅이 되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38선 부근에서 지원군과 남쪽군이 대치상태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남쪽에서 북쪽을 바라고 걸어놓은 수십개의 고음스피카에서는 날마다 고운 녀자목소리가 울려나왔다.북쪽켠 군인들을 상대 하여 음력설이 다가오는데 어서 부모형제곁으로 귀국하라 귀가하라,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아까운 청춘을 죽음에로 내몰것은 무엇인가? 등 선전을 진행하는 방송이였다. 남쪽 녀아나운사의 목소리가 북쪽 군인들의 간이라도 녹여버리려는듯이 부드럽고 녀성적인 애교로 차넘쳤으므로 지원군 지휘부에서는 남쪽의 선전방송을 눈에 든 가시로 여겼다.그래서 정찰병 들을 보내여 남쪽 녀아나운서를 잡아오려고 하였다.일진의 부친은 지원군 7명을 거느리고 음력설 날 캄캄한 밤에 남쪽에 잠입하였다.그들은 작은 움집에 찾아들어가 남쪽 녀아나운사를 생포하는데 성공하였다.그런데 부쪽으로 되돌아오던 길에서 남쪽 순라대에게 발각되고 말았다.지원군 3명은 총알에 맞아죽고 장춘삼촌은 요행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남쪽 순라대 총알에 코끝이 슬쩍 떨어져나갔다.주둔지로 도착한 그들은 그때에야 생포해온 남쪽 녀안나운사를 찬찬히 살펴보았다.그런데 북쪽 군인들의 간이라도 녹여버릴듯한 부드러운 애교가 차넘치는 선전방송을 한다는 그녀는 못생긴 곰보딱지였다!심문결과 곰보딱지는 남쪽을 살던 화교라고 하였다.장춘삼촌은 지원군 3명의 목숨과 자기의 떨어져나간 코끝으로 바꾸어온 곰보딱지 녀아나운사를 때려죽이고만 싶었다!장춘삼촌은 곰보딱지 남쪽 녀아나운사를 생포해온 공훈으로 특급전투영웅 칭호를 받았다.
     들창코 장춘삼촌이 죽음을 무릅쓰고 생포해온 남쪽 녀아나운사가 곰보딱지였다는 이야기에 황일문 부소장과 김사장은 한바탕 웃어주었다.셋은 녀자는 말소리가 곱다고 꼭 미인이라고 말할수가 없으므로 녀자 목소리만을 듣고서는 련애해서는 안된다는 롱담도 나누었다.
    셋은 지나가버린 전쟁을 두고 오래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러다보니 나중에는 황일문 부소장 과 일진은 김사장을 따라배워 항미원조를 6.25동란이라고 말하게 되였고 김사장은 황일문 부소장 과 일진을 따라배워 6.25동란을 항미원조라고 말하게 되였다.
    6
    황일문 부소장은 일진이가 곁에 와주니 올해 음력설은 사람사는 멋이 있다고 느껴졌다. 일진은 초나흘날부터 출근나갔다. 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에게 외사촌 동생의 공장을 다닌다 하여도 급한 성격을 죽이고 입조심 할것을 귀뜸해주었다. 
  오늘 오후에 일진은 전화를 걸어왔다.그는 김사장이 세무국 신임국장에게 음력설인사를 하려는데 륙촌형더러 연줄을 달아달라고 하였다. 황일문 부소장도 신임국장에게 음력설인사를 하고싶었다.그런데 신임국장이 자기보다는 나이가 많이 아래였으므로 마땅한 리유를 궁리해보던 참이였다.
    아무리 음력설인사라고 하여도 리유는 묘하게 만들어내야 한다.고급술담배를 들고 신임국장의 집에 무작정 뛰여드는것과 같은 행위는 나이가 쉰고개를 넘어간 사람이 취할바가 아니다.그런데 마침 김사장이 신임국장과 술을 나눌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좋은 기회가 아닌가?!
   황일문 부소장은 신임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임국장은 성진양말공장 김사장이 술 한잔을 사낸다는 말을 듣자 아주 질겁한것처럼 그것만은 절대로 안된다고 대답하였다. 황일문 부소장은 통화가 끝나자 한참동안을 생각해보았다. 그는 신임국장이 장춘세무관리학교 후배라는 생각이 들자 또다시 신임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임국장은 우리 세무국내에 장춘세무 관리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적어도 열몇은 되는데 술자리를 만들면 열몇이 모여야지 황부소장과 나만이 모여서는 말도 안된다고 대답하였다.
    황일문 부소장은 마땅하고도 묘한 리유가 더는 생각나지않았다.그는 일진에게 김사장과 신임국장이 만날 자리를 멋지게 마련하겠다고 답복해준것이 후회되였다.그러다가 자기는 아무것도 아닌 작은 일에도 좋은 해결책을 못내놓는 수준이니깐 그까지 부소장도 8년이나 해왔고 이제는 어데론가 주춤주춤 밀려나는것이라고 탄식하였다.
    일진은 날마다 두번씩 재촉전화를 걸어왔다.그런데 륙촌형이 끙끙거리기만 하고 시원한 대답을 못하자 그는 형의 일처리 능력이 발바닥 수준이라고 외쳐대였다. 일진의 나무람을 받자 황일문 부소장은 마음속 한구석이 어딘가 불편스러웠다. 자기도 신임국장에게 음력설인사를 꼭 하여야 하는데 또 그것을 마땅하게 묘하게 실행하지를 못하여 울분스러운데 성격이 급한 륙촌동생이 말조심마 저도 모르니 화가 슬그머니 치밀어올랐다. 그는 속으로 륙촌동생을 자식! 하고 한마디 욕하였다.
    7
    래일이면 음력설 공휴일이 끝나고 출근이 시작된다.그러나 황일문 부소장은 끝내는 신임국장에 게 음력설인사를 못하였고 김사장이 신임국장에게 음력음력설인사를 할 술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 였다.
    일진은 지쳐버렸는지 오늘만은 재촉전화가 없었다.그런데 그는 오후에 황일문 부소장 아파트로 돌아왔다. 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이 목소리가 높아지고 욕지거리라도 꺼낼것이 겁났다. 생각밖에 일진은 세무국 신임국장에게 음력설인사를 할 일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이 없었다.얼굴색이 조금은 거멓게 죽어있었다. 그는 쏘파에 앉자 기차표 한장을 꺼내보였다.
《형, 나 개떡같은 판매총경리를 집어치우고 오늘 저녁 기차로 장춘에 돌아갈래!》
《엉? 갑자기?》
《자식이 형이 신임국장을 불러내오지 못한다고, 나를 앞에 두고서도 감히 형을 제멋대로 욕하 는게 아니우? 》
   일진은 점심에 김사장과 한잔 나누다가 말다툼하였다고 하였다.외사촌동생이 자기의 륙촌형을 나무라자 사장이고 뭐고 맞다들어 다투었다고 한다. 그는 자기가 김사장과 말다툼질한것은 처음이 아니라고 하였다. 천진 어느 양말공장에서 일할 때, 한국인 부장과 대판으로 다투었는데 말다툼끝에 캐고보니 부장이 외사촌동생임을 알게 되였다고 하였다.
   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이 김사장과 다툰것은 그의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일때문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일진이 모르게 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황일문 부소장은 김사장에게 신임국장과 만날 자리를 묘하게 마련하지 못한것이 미안하고 그 일은 음력설뒤에 다시 보자고 말하였다.
    김사장은 외사촌형은 사람은 좋은데 술만 쳐먹으면, 항미원조에서 남쪽 사람들도 무더기로 죽은것은 전혀 모르고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것처럼 말끝마다 항미원조와 특급전투영웅을 내휘두르는것이 눈꼴사나워서 둘이 말다툼을 한거라고 하였다.그리고는 일진을 성진양말공장 판매총경 리로 시켜보려니 신통치가 않은데 자기가 방법을 대여 그를 한국에 로무보내겠다고 하였다.
    연변에 자리잡으로 나왔다는 일진은 열흘도 안되여 장춘으로 돌아갔다.그는《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은데》그래도 고인이 된 부친의 골회가 묻힌 장춘에 돌아가서 4년 생홀아비를 마치고 곰보딱지 녀자친구라도 만들어보겠다는 익살을 부렸다.
    황일문 부소장은 륙촌동생을 그냥 곁 에 붙들어두고만 싶었다. 그러나 자기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또 김사장이 일진을 한국에 로무보내면 륙촌동생이 안해와 얼굴을 맞대고 살아갈수가 있다는 생각에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짙눈까비가 흩날리는 밤, 일진을 싣고가는 기차가 플래트홈을 뿡뿡 떠나가자 황일문 부소장은 역전광장으로 나왔다. 누군가 뒤에서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돌아다보니 김사장이였다. 김사장은 성격이 급한 일진과 혹시는 또 말다툼질이 될것이 걱정스러워서 먼 발치에서 외사촌형을 배웅해주었던것이였다. 황일문 부소장은 김사장을 만나자 생홀아비로 4년을 살아온 륙촌동생이 불쌍하다고 눈물이 글썽해졌다.그것을 보고 김사장은 외사촌형에게서 배워낸《살아있는 사람은 얼씨구 절씨구 좋고 죽은 사람만은 불쌍하다.》는 말로 사돈을 위안해주었다.
    황일문 부소장은 김사장의 차에 올랐다. 김사장과 맥주 한잔을 나누고 싶었다. 무슨 정처없는 이야기라도 나누어보고 싶었다.차에 시동이 걸리자 그들의 핸드폰이 함께 울렸다. 황일문 부소장의 전화는 뚱뚱보 마누라가 걸어오는 전화였고 김사장 전화도 한국에서 걸어오는 전화였다. 모두가 음력설을 어떻게 보내였는가고 문의하는 전화였는데 둘은 약속이나 한듯이《올해 음력설은 개 보름 쇠듯이 쇠였다!》고 대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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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라주
날자:2015-01-17 16:14:59
소설을 잘 보았습니다. 각박한 인간관계에서 생각되는 바가 많았습니다. 좋은 작품을 많이 써주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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