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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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3 ]

3    [시]실면(외1수) 댓글:  조회:166  추천:0  2019-07-14
실면(외1수) 조광명   영원을 날지 못하는 날개여 밤의 가장자리에 은닉의 무덤 하나 파놓고 그 안에 떨리는 빛 한오리로 누워라 상처를 그리며 날지는 않았어요 허공을 핥는 혀바닥처럼 부드럽게 공기를 갈랐죠  모든 흐름엔 방향이 있고 흘러 흘러온 시간이예요 날개가 잠들지 못한 시간들은.  불을 켜야겠죠  어두운 무덤 속에 별 하나가 파르르 잠자리 날개처럼  사랑에 련루된 밤의 은자처럼 소리없이 착지해 뿌리를 내리네요 무덤에서 무성한 잎들이 자라요 큰 나무에 매달린 모든 은어들이 밤의 날개로 반짝여요 별들이 훨훨 하늘에 날아요 날이 밝으면 날개를 접고  사랑의 뒤골목으로 고양이처럼 사라져요 발정난 고양이들의 동네에 날개 접은 별들이 사랑놀음 해요.       어떤 야행 기록  돌아오려고 떠나는 것이 아니다 배길은 바다에 기록되지 않고 걷는 나는 사랑으로 기록되여야겠다    내가 걸으면 따라서 걷던 달처럼 모든 별들이 내 사랑 뒤에 줄 서서 따라와라  내가 멈춰서면 다같이 멈춰서서 실면한 밤 강아지처럼 콩콩 웃어보자   그러다 아이가 생기면  어둠 속에 아이를 꽁꽁 잘 감춰서 키워야지 새벽을 찢으며 빛처럼 환히 올 아이   나는 그 아이 마중하러 밤길에 오른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의 걸음은 그냥 걸음일 뿐 호주머니 속에 작은 손칼 하나 감추지 못하고 나는 맨주먹으로 밤하늘을 만진다    맞은켠에서 누군가가 걸어온다 별들이 콩콩 강아지처럼 짖어만 준다면 우리 모두의 밤길은 결코 외롭지 않다    만나서 즐거운 밤의 손님이 있다 그 손님이 되여, 나 빙그레 웃는다  내 입술을 만져줄 이여  또렷해진 밤의 단서를 놓치지 말고, 읽어라 출처:2018 제4호
2    [수필] 정유년 마지막 어느 날,어떤 위로의 대화방식 댓글:  조회:152  추천:0  2019-07-09
정유년 마지막 어느 날, 어떤 위로의 대화방식 조광명   2017년 마지막 일력장을 두어장 남겨놓고 친구가 자기가 만든 위챗그룹에 이런 시 한수를 올렸다.    굿바이 정유   고마웠다 정유 내게 와주어서   다사다난은 네게 배낭으로 지워보내마 호사다마도 네게 보짐으로 메워보내마   길고도 짧은 삼백륙십오일 우리는 같이했지 내게 추억을 남겨주고 미련없이 떠나는 정유   나쁜 기억은 잊을게 좋은 추억만 남길게 봄 여름 가을 겨울 잎잎이 아직 보송하구나   계획도 결심도 하지 않을게 너와 함께하지 못했던 일들 아쉬움으로 접어두고 하루하루를 신나게 살아갈 터   기억할게 정유 잘 가라 굿바이   시 제목 밑에 자기 이름까지 박아서 올렸는데 지금 내가 기어코 이름 세글자를 지워버리고 다시 여기에 옮겨온다. 그게 내 심술이지만 시를 읽어보면 이 시가 누가 쓴 넉두리인지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니까 이렇게 내 수필에 모셔올 때는 이름 세글자 같은 건 그냥 삭제해버려도 된다. 그렇다고 그 친구 내 앞에서 겸손 떨거나 삐져서 몸 감출 일 같은 건 없을 테니까.  친구의 시에 내가 한마디 날렸다.  -차라리 절에 가서 향이나 태워라.   ‘정색’하고 진지하게 썼을 친구의 시에 이렇게 ‘심술 바르지 않’은 댓글 날려줄 사람은 나 밖에 없는 줄 알길래 주저없이 날려준다.  1초도 안 넘기고 컴퓨터 화면에 떠오르는 친구의 답변. -불교는 불고기 먹고 싶어 못해. 나: 고기맛 제일 잘 아는 게 스님이야. 이 시대 최고의 스님 이름 주녀육을 한사코 사하노라. 술과 녀자와 고기… 주녀육…  ㅎㅎ…  친구가 날려온다.  -녀주육 나: 그것도 순서가 있구먼. ㅎㅎ… 친구: 육주녀 나: 그려 니 잘났다. 이름 세개 다 가져뿌려.  친구: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그리고 친구는 그 밑에 또 이런 시구 같은 것을 기어코 주해처럼 달아놓는다.   -살과 살이 술을 끼고 있어. 술과 술이 살을 파고 드네. 어느새 내 손가락은 이런 심술스런 한 마디 타이핑해댔다.  -술살이나 팍 찌소. ㅎㅎ…  친구: 술살 오르도록 살술 드세나 얄리얄랑얄랑셩. 나: 내 배살 니 다 가져가, 타령은 내가 부를게.  친구: 배살 빠지도록 살배 굴려보세. 나: 난 술도 안 먹으니께. 내 배살은 술살도 아니고 그냥 ×배살이여. ㅎㅎ… 친구: × 없는 생명이 어디 있으랴. 나: 그려, 이젠 입으로 밥 먹는 걱정보다 뒤로 × 싸는 걱정 더 해야 하는 나이일세. 우리도 그래서 새해 덕담은 × 많이 누고 × 시원히 눠라로 합세. 아니, 고운 × 시원히 많이 눠라로 다듬어볼가? 이러면 고운 새해 인사 되겠제? ㅎㅎㅎ… 이 쯤 되니까 우리 대화에 끼여들지는 않아도 그룹방의 대화내용을 들여다보고 있을 그룹의 다른 멤버들 모습이 떠오르는  게 아닌가. ×냄새 피우는 대화에 모두들 무슨 표정들일가를 생각해보면서 한마디 기어코 더 날렸다.  -이 동네 사람들 지금 다 입 막고 돌아서겠구먼. ㅎㅎ…  친구: 밝으신 당신 만큼 고운 인사 되였네. 이 쯤 하면 난 한바탕 웃어줄 수 밖에 없다. 내가 골려먹은만큼 친구도 나를 더러 골리게 내버려둬야 하는 것이다.  나 타타타 타이핑.  -내 ×인사 안 받는 사람은 ×구멍 막혀뿌려! 하고 저주도 함께 해뿌린다고? ㅎㅎㅎ…  친구: 황금빛 인사에 은달빛 저주로다.  누가 시인이 아니랄가봐 날려오는 멘트마다 구구절절 아주 시구절이다. 정말 시가 없는 세상에 태여났다면 어찌 살았을고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 내놓고 또 시 밖에 모르는 시에 미쳐 사는 친구이다. 시를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시를 좔좔 흘려대는 친구이다. 그래서 웃을 일 별로 없는 일상에 그나마 친구가 써올리는 시구들을 빼딱하게 읽어주고 골려주는 재미로 더러 낄낄거릴 때가 그나마 약간 가볍게 즐거운 시간이 되여주는 것이다.  친구가 갑자기 화제를 바꿔서 날씨 이야기를 올린다.  -할빈은 오늘 모처럼 눈이 내렸고 모처럼 하늘이 활짝 개였고… 아마 창밖에 눈길을 던졌는 모양이다. 나도 창밖에 눈길을 준다. 광주의 하늘은 뿌옇기만 하다.  친구가 화제를 바꾸면 바꾼 거기에 그냥 장난질 쳐주면 되는 것이 아무 주제 없이 편하게 마구 흘러가는 위챗 채팅의 매력이다. 가볍게, 부담없이, 그냥 실실, 실없이.  -강아지가 아니여서 나가 흰눈 우에 꼬리치며 놀지는 못하제? ㅎㅎ… 친구: 모처럼 오줌 마렵다. 나 : 나가서 흰눈 우에 지도나 그리소.   친구: 뭐 윤동주가 썼던가? 흰눈 우에 지도 어쩌구 하는 시? 아님 송몽규? 아님 다른 누가 썼던가? 누가 썼든 아무튼… 고토리 달고 추운 북방에 태여난 놈은 다 흰눈 우에 지도 몇번씩은 그려봤을 거 아닌가.  나: 광주는 낮온도 령상 20도인데 나는 지금 사무실에서 손이 시립다.   친구: 손이 차거운 사람은 심장이 뜨거운 사람이라는 말 기억하고 일부러 손 시려 하는구나.  나: 발도 시려요. ㅎㅎ… 이 쯤 친구가 아주 따스함이 흐르는 실내에서 찍은 사진 한장을 느닷없이 문자 대신 대화창에 올려놓는다. 북방은 겨울에  밖에 나가면 추워도 실내는 이렇게 따스하다는걸 과시해 날 약올리려고 올린 사진일 게다. 근데 이 친구가 언제 이마가 이렇게 휘황찬란하게 다 까졌지? 세월이 친구의 이마에 쏟아부은 빛살이 너무 눈부신데 놀랐다. 어, 많이 늙었군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어데 숨어서 눈팅하고 있었을 어느 후배가 한마디 멘트를 날려보낸다.  -늘 소년에서 청년으로, 청년에서 또 소년으로 오가던 한사코 선생님도 세월은 비켜가지 못했구만요.  누군가의 이런 멘트를 기다렸다는듯 친구가 다시 시 한수를 올린다.    산다는 게   갈대는 세상을 너무 알아서 속이 비여버렸고 참대는 인생을 너무 알아서 매듭 헤아린다네 산은 세상이 너무 싫어져서 성큼 높아버리고 강은 사람이 너무 더러워서 멀리 흘러간다네   지금 후배가 올린 멘트를 읽으면서 떠오른 감상을 그대로 즉흥적으로 시 형식을 빌어 올렸을 것이다. 년륜의 냄새 다분히 묻은 철리적이고 감상적인 시이다. 그렇다고 나까지 친구의 정서 그대로에 물들어 함께 애수를 읊을 필요는 없다. 기어코 조광명식 빼딱함을 그대로 선사한다.  -산이란 놈 코대 너무 높아졌고 강이란 놈 너무 역어빠졌어.  속 빈 놈과는 놀지 말고 속 비우는 놈과 놀고.  맺힌 매듭 평생 안고 가는 대나무란 놈은 너무 속 좁은 놈일세.  친구: 이미 빈 사람은 비울 필요가 없고 이미 찬 사람만 비우며 삽시다. 내 대꾸가 헛바람 차게 재밌었는지 친구가 당장 이런 시 한수를 타이핑해 올린다.    여보게  웃겨주시게 나 좀 실소하고 싶네   체액마저 단단하게 말라가는 요즘 여보게  웃겨주시게 나 좀 실소하고 싶다네 하두 오래동안 웃지 못해서 갑자기 웃으면 망가질가봐 폭소는 사양하겠네 사는 모습들을 보면 부드러운 미소도 사치인듯 싶으니 나 이 세상에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웃음 그 실소나 해봄세 언제 기회가 생겨 누구랑 더불어 가슴의 쪼르래기 열어젖히고 간간대소라도 할 수 있으랴 그 날을 위해 웃는 준비라도 해두려고 자 지금 나 좀 웃겨주시게 실소라도 해야겠네   아주 질펀한 세태풍자시이지만 속이 시려나는 시다. 그렇다고 속 시린 걸 그대로 내보이지는 않는다. 그냥 빼딱어조로 한마디 날려준다.  -지금 실소하려니까 코등까지 시려난다. ㅎㅎ… 친구: 실소하기 싫은 자 투레질이나 하소, 아님 영각을 하시든가. 이 쯤이면 친구의 센스와 유머에 내가 한마디 칭찬 날려줘도 될 시점이다.  나: 차라리 투레질이고 차라리 영각이다. 멋졌으. ㅎ… 친구는 역시 시로 화답해온다.    투레질 혹은 영각   투레질이나 합시다 비게질이 끝났으니 제격 아니요 투레질이 싫거든 영각이나 합시다 마른 등성이 해살 저리 노곤한데 검정 잔등 따스하게 드러누워 그래도 고개 빼들고 영각이나 한마디 합시다 하늘 와장창 깨지도록 혹은 개미 한마리 혼절하도록   친구의 시가 이 정도로 재치있게 유머로 통통 튈 때는 나도 한번 거하게 웃어줘야 한다. 그래서 이번엔 빼딱한 대답 대신 아주 시원한 웃음을 길게 날려보냈다. ㅎㅎ…  근데 이 친구, 오늘 문자 바람이 들었나. 당장 아주 말 같지 않게 멋있는 말 또 날려보낸다.  -평균 웃읍시다 평균 잘 삽시다 평균 즐깁시다 나: 평균 평균 하다가 펭귄이 되겠다. 펭귄이 웃는다. 펭귄펭귄… 친구: 세상이 어수선해서 나쁜 일이 더 많고 울 일이 더 많은 것 같으니 평균 잘 삽시다. 그리고 한마디 더 적어 보내온다.  -올해의 류행어로 이런 거 안 올리는가? ㅎㅎㅎ… 나: 사전에 올려뿌려. 니 출판사서 사전 만들고 있잖노? 까짓거 니 맘대로 사전 하나 만들어뿌려. ㅎㅎ… 친구: 아하 그게 좋겄. 4700페지 4천만자면 아무 곳에 삽입해도 가능할 일. 이때 주씨성을 가진 녀자 후배 시인 한 명이 슬며시 대화에 끼여들어 한마디 붙인다.  -‘조한’ 혹은 ‘한조’사전 만드세요.  (조씨 +한씨= ‘조한’, ‘한조’사전) 친구: 조시인이 앞에 서면 ‘조한’사전, 이 한아무개 앞에 서면 ‘한조’사전. 나: 어, 말이 되네. 이게 올해의 최고의 신조어다. ㅎㅎ… 친구: 주시인이 주해를 달다. * 주:  ‘조한’사전은 다 팔리고 ‘한조’사전은 편찬 중이라고 함. 나: 어… 주해가 필요한 걸 생각 못했군. 한과 조가 만드는 ‘한조’, ‘조한’사전에 주시인의 주해까지 곁들이면 그대로 완벽한 사전이 될 거구먼. 좋았으.  이때 친구가 기어코 아까 내가 만들어준 이름자를 다시 떠올려 적는다.  -이 사전에는 단 하나의 단어만 올림. 주녀육. 기가 차서 내가 한마디 날린다.  -그래, 술 많이 처마시구 녀자 많이 짝사랑하구 고기 많이 처묵어. 그런 인생 아무나 사나 뭐. 니 혼자 잘나서 그리 살 수 있으면 그리 살아봐 맘껏. 명년엔.  그런데 정유년 어쩌구 하고 시 읊은 친구가 아직 명년 새해를 화두로 시를 쓰지 않았다. 근데 정유년 다음엔 무슨 해노? 시 인생 30여년에 난 아직도 륙십갑자조차 헤아릴 줄 모르는 무식한 놈이다. 그래서 명년 한해가 내겐 그냥 유식한 체하는 무식년이 될 것 같다.  친구야, 무식년에도 유식한 체하는 채팅으로 위챗에서 그냥 낄낄대자. 그게 인생 반타작 넘게 하고도 아직 유치한 체 행복한 체할 수 있는 우리네 자위행위가  아니겠느냐? 안 그러면 우리 서글퍼 어찌 산대냐. 낄낄대면서 명년에도 우리 애써 많이 웃자 잉? 내 안 웃으면 내 대신 웃어줄 세상도 아니니께, 나 웃고, 너도 웃자.   
1    가을 하늘 (외1수) - 조광명 댓글:  조회:2023  추천:1  2011-08-29
가을하늘 조광명   한 때 잎이었고 우수수 설레는 잎이었고   한 때 바람이었고 잎을 흔들던 바람이었고   한 때 날개였고 알에서 갓 깨어나 푸득이던 날개였고   한 때 둥지였고 날개를 덥혀주던 둥지였고   이젠 허공이다 그 모든 것을 잃고 텅 빈 허공이다. 너는 배고프더라도   너는 배고프더라도 양들은 배불려야 한다 달빛이라도 배불리 먹여야 한다 달빛이 빚은 영롱한 이슬을 양들은 좋아하지 밤하늘아래 마른 풀잎의 채찍을 들고 마른 풀피리 삘리리 불며 양치러 가자   굳이 밀밭이 아니어도 된다 호박밭의 파수꾼은 잠들었지만 양떼들은 호밀밭 지나 더 먼 벌판으로 가지, 언덕이 있는 달빛도 닿지 않는 황량한 그곳으로 양들은 어느 역사의 유물같은 우물을 찾아 순례자들처럼 줄을 서서 조용히 가지   밤은 캄캄한데 들판은 하얗지 흰 양떼 유유히 흐르는 밤의 막장 한가운데서 너는 한 번쯤 채찍 휘둘러 양치기 소년이 되어보는 것도 좋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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