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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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가라지 및 돌피론
2016년 03월 26일 22시 27분  조회:4642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가라지 및 돌피론
 
                                                진 언
 
     농사일을 해본 사람이면 조밭에 가라지에 대한 인상이 각별할것이다.우리말로 가라지를 중국 성서에는 패자(稗子)라고 번역 되여 돌피로 인식되고있다. 조밭에 가라지는 생장초기에 생김새가 조와 잘 구별되지 않으나 다 자라나서 이삭이 패면 키도 유난히 크고 고개를 빳빳이 들고 미풍에 나불거리기에 식별이 쉬워진다. 조밭에 씨속음을 할때도 가려내려 신경쓰고 두벌김을 맬때도 가려내려 눈살을 꽂지만 후치 질할 때 보면 조와 함께 키다툼하며 싱싱하게 잘도 자란다. 결국 열매로써 구별되니 가짜는 진짜보다 더 그럴듯한 법인지 모른다.
    뽑아도 뽑아도 그냥 끈질기게 부활하는 가라지가 어데서 왔는지 종교계에서는 하나님밖에 모른다고 하지만 무슨 씨앗이나 다 품어주는 땅에 물어보고 무슨 씨나 실어나르는 바람에 물어야 할것이다. 애모쁜 조밭김을 잡을때는 그저 미운 가라지, 악착스러운 가라지 정도로 알고있었지만 가라지에도 자신의 생존철학이 있는것이다.
    논밭에 “가라지”는 돌피이다. 흔히 돌피라고 총칭하지만 세분하면 피, 물피, 돌피 (밭피), 강피, 개피(개돌피)가 있다. 우리 여기서는 논에 돌피를 참돌피 개돌피로 각각 이름하고있다. 참돌피는 벼와 사촌쯤 되는것같다. 책에서는 똑같은 화본과식물로서 벼의 일종이라고 한다. 어쩌면 돌피가 벼의 형(兄)일지도 모른다. 논밭이 있는곳이면 돌피들이 무성하다. 벼포기속에서 보란듯이 끼여 우썩 자라는 개돌피는 쉽게 가려낼 수 있으나 참돌피는 미풍이 없어도 벼닢보다 좀 투명한 잎을 파르르 나붓거려도 실 농군이 아니고서는 쉬이 가려내지 못한다.
    가짜는 언제나 은페적이고 또 호사다마라 귀한 일에는 교묘하게 침투하는 법인가 보다. 지금은 신사농사를 짓기에 자꾸자꾸 기세좋게 올라오는 잡초를 아주 뿌리째 죽이는 살초제를 뿌려서 일망타진하지만 옛날엔 논물에 손발이 퍼지도록 인공멸살 할수밖에 없었다. 잡풀이 생명력이 강하듯 돌피야말로 식물의 강자라 할것이다."그래 인간아! 늬들이 아무리 미워하고 멸종시키려해도 나는 끝까지 살아남아 나름대로 열매를 맺을것이다."하고 도전하는듯싶었다.
    벼처럼 돌피도 일년생이지만 때가 되면 처처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지 못할것이라는 농부의 생각을 처처에서 비웃는다. 간신히 목숨만 살아있던 돌피가 늦게라 도 부득부득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아 생명찬가를 엮어낸다. 식물들이 꽃을 피운다는 것은 씨를 만들었다는것과 다르지 않다. 그것들이 새해에 전부 다시 싹을 틔울수는 없다해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벼들과 키돋움하며 공생공존하여왔다.
    그렇게 악을 쓰고 살아남은 돌피(가라지)들은 마침내 결실을 맺게 해준 하늘과 땅과 바람과 비에 감사할것이다. 그렇게 모진 가라지들이“너희 농부들이 있기에 싸 울상대가 되였고 너희 농부들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갈 의미를 발견하게 되였노라.” 하고 웨치고 있은것을 그저 김매기가 고달파서 못알아들었는지도 모르겠으나 생명력 에 탄복하지만 사랑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냥 식량난에 허덕이 던 옛날에는 곡식으로 여기고 피밥을 먹기도 했지만 차차 백해무익한 잡초로 전락하여 농부의 천적이 되였다. 돌피가 벼이삭처럼 찰진 쌀밥을 품었다면 그처럼 미움받지 않았을것이다. 가라지는 농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곡식인양 더불어 땅의 자양분을 흡수하여 스스로 살고 자랄 궁리만 한다. 돌피, 가라지는 주변의 다른 생명을 위해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불가역전의 속성때문이다.
    가을, 잘 염근 조이삭들이 무게에 겨워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유표하게 고개를 쳐들고 도고하게 서있는 가라지들이나 알알이 통통 여문 벼이삭들은 다소곳해서 금풍에 설렁이는데 용케도 살아남아 제노라 우뚝해 있는 돌피들은 실속이 없으면서도 늘 잘난체 하는 속빈 인간들을 련상시키고도 남는다. 그래서 곡식은 여물수록 고개를 숙 인다는 속담이 만들어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가라지는 속비고서도 겸손하지 못한 인간을 상징하는 의미외에도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있다.
    마태복음(13장)에 “천국은 좋은 씨를 제밭에 뿌린 사람과 같으니 사람들이 잘 때에 그 원쑤가 와서 곡식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더니 싹이 나고 결실하 여 결 실할 때에 가라지도 보이거늘 집주인이 종들이 와서 말하되 주여 밭에 좋은 씨를 심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러면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나이까, 주인이 가로되 원쑤가 이 렇게 하였구나. 종들이 말하되 그러면 우리가 가서 이것을 뽑기를 원하시나이까, 주인이 가로되 가만두어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가 념려하노라. 두가지가 추수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어라. 추수때에 내가 추수군들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를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내 곡간에 넣으라 하리라”
    그리고 가라지를 두고 한 비유적 해설이 있는데“씨를 뿌리는이는 인자요 밭은 세상이요 좋은 씨앗은 천국의 아들이요 가라지는 악한 자의 아들들이요 가라지를 심는 원쑤는 마귀요 추수때는 세상끝이요 추수군은 천사들이니 그런즉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사를것같이 세상끝에도 그러하리라.”고 하였다.
    또 해석하여 가로되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고 실천하는 사람은 좋은 밀알로써 수확이 되여 하늘나라의 곳간에 쌓이게 될것이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보다는 세상의 유혹에 넘어가 악마의 자식으로 자란 사람은 마지막 심판때에 가서는 하느님의 심판을 피할길이 없을것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에서 종교성적인 설교를 배제하더라도 우리에게 주는 계시적 의의는 심원하다.
    문제는 사회라는 인생마당에서 누가 좋은 열매를 맺는 유익한 인간으로 되고 누가 가라지처럼 배척받는 사람으로 될것인가? 세상 어느 누구도 스스로 밉상의 가라지처럼 되려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내 삶의 터밭을 돌아보게 된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로 하여 곁사람들이 심기불편해지고 사람들의 마음에 증오와 분노를 불러일으킬만큼 인심을 잃어버린적은 없었는가 성찰해 보게 된다. 좋은 열매를 맺는 곡식처럼 충실히 살아갈것인지 아니면 멋대가리없는 가라지같은 삶을 살것인지? 판단은 자명하지만 이제 다 늙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수 없다.
    대답이 궁하니 남들과 비교가 생기는지 주위를 둘러보며 자아위안거리를 찾는다. 한창 자라는 조밭에 가라지처럼, 벼포기속에 돌피처럼 선별해낼수 없을만큼 교묘하게 섞여 살면서 말은 번지르르하고 행동거지는 번듯하여 청렴한 군자인듯 행세하다가 마침내 곡식이 결실할 때 표표하게 드러나듯 검은 행각이 들통나서 일락천장하는 부패관리들이 가라지, 돌피같지 않은가? 물론 스스로 사회정영들이라고 표방하지 가라지라고 생각하면서 불의를 저지른 자들은 하나 없을것이니 아이러니가 아닌가?
    물론 누구나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되여가는 과정중에 살고있으며 선과 악, 진실과 허위가 함께 하는 인간세상에서 그 누구도 완전한 선도 아니요 완전히 악에서 해방된 존재일수는 없다. 마태복음에서 밀밭의 가라지 비유는 선한 이에게서 선을 배우고 악을 통해 더욱 선을 사랑하는것을 배우라고 설교하듯이 자기 량심을 믿음으로써 청렴한 생활을 배우는것이 밀과 가라지의 존재가치인지 모른다.“호랑이”와 “파리” 를 잡아내도 잡아내도 끝이 보이지 않으니 가라지, 돌피의 생명력에 새삼 경탄을 금할수 없을것같다. 

                                                  2015년 7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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