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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쑈왕”네 집에 머물다
2013년 11월 04일 14시 10분  조회:1335  추천:0  작성자: 최원
7 “쑈왕”네 집에 머물다
 
요즈음 나에 대한 아버지의 감독이 더 심해진것 같았다. 사
업에 일관적으로 열중하는 아버지는 종래로 출근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요 며칠은 어쩐지 중도에 자꾸 집
에 들리군 하였다. 나는 아버지가 출근하면 책을 꺼내놓고 공부
했는데 아버지가 어느때 들이닥칠지 몰라 늘 간이 콩알만해있었
다. 책을 보면서도 바깥동정에 신경을 쓰군 하였다. 아버지가 현
관문을 열기만 하면 제꺽 책을 치워야 했다. 한집에서 한가마밥
을 먹으며 이런 비밀을 얼마동안 지킬수 있을지…

아니나다를가 아버지는 언녕 눈치를 채고있었다. 그는 내가
어디에 책을 감추고있는것까지 다 알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내가 바깥화장실에 갔다오니 복도에 화분통이 깨여져 널
려있었다. 아버지가 냅다 뿌린것이 틀림없었다. 또 무슨 일인가
싶어 가슴을 조이는데 아버지가 재가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주
방에서 나오는것이였다. 나의 책을 태워버린것이 분명했다.

순간 나는 눈앞이 캄캄해났다. 어머니는 나를 보고 혀를 홀
랑 내밀어보이였다. 모든것이 탄로났다는 뜻이였다.
재를 버리고 돌아온 아버지는 아침 내내 말이 없었다. 아버
지가 출근한 뒤 나는 어머니한테 물었다.
“책이 많이 없어졌어요. 어떻게 할가요?”

“그래도 하던 공부야 마쳐야지. 책은 내가 연변대학에 가 사
오면 되니까 너의 결심에 달렸다. 어쨌든 공부는 한 시기이다.
이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너만 결심이 있으면 나는 끝까지 지
지해줄거다. 어쩔래? 계속 할래, 그만둘래?”

“공부는 그냥 하고싶은데 아버지가 너무 못살게 구니 정말
힘들어요.”
나는 어설픈 웃음을 지었다.

“괜찮을거다. 사람이 사느라면 별일을 다 겪기 마련인데 이
만한 곤난은 아무것도 아니다. 결심만 있으면 두려울게 없다.”
“그래도 나는 이젠 더는 이렇게 보내기 싫어요. 공부해도 집
에서 하지 않고 다른데로 갈거예요.”

“너 이 몸을 해가지고 가기는 어디로 간단 말이냐? 아버지가
욕하든 말든 너는 그저 죽었다 하고 대꾸도 하지 말고 네가 할
공부만 하거라.”

어머니는 역시 그 말씀이였다.
“공부를 하자면 마음이 편안해야 하는데 이 집에서는 그게
불가능한 일이니 어쩔수 없지요.”

“글쎄, 정 그렇다면 마음대로 하거라. 맞받아 엇서기보다 피
하는것이 방법일수도 있으니 네가 먼저 어디에 가서 자리를 잡
거라. 생활비는 내가 대줄테니…”

어머니도 용빼는 수가 없었다. 한쪽은 이길수 없는 남편이고
한쪽은 사랑하는 딸이니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사실 어머니도
내가 공부를 해서 출세하기를 바라서가 아니였다. 단지 딸이 하
도 하고싶어하기에 부모로서 자식의 원을 꺼주기 위해서였다.
어머니의 지지가 있으니 나는 마음 한구석이 든든해졌다. 어
디로 갈지 목적지는 없었지만 나는 먼저 책을 한꾸레미 싸가지
고 근심에 찬 어머니의 얼굴을 이윽히 바라보다가 집을 나섰다.
초가을의 하늘은 한없이 높고 푸르렀다. 재글재글한 해볕도
아주 따스하였다. 이처럼 아름다운 세상에 태여나기는 하였지만
나의 신세는 너무나도 가냘팠다. 잘못 태여나 별 고생을 다한다
는 생각에 설음이 울컥 갈마들었다.

안신처를 찾지 못해 망설이던 나는 한 친구의 집으로 향했
다. 그녀는 왕려영이라고 부르는 한족친구였는데 내가 13살 때
면목을 익혀서 이날이때까지 사귀여오던 친구였다.그는 비록 민족은
다르지만 마음이 착해 늘 나를 도와주군 하였다. 그녀도 나처럼
소아마비에 걸렸지만 경하여 걸어다니는데는 별문제가 없었다.
그의 어머니도 나를 언제나 자기 딸처럼 살뜰하게 대해주었다.
마침 “쑈왕”과 그의 어머니가 집에 있었다. “쑈왕”은 두 녀동
생과 남동생이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지질대에서 사업하였는데
해마다 봄이 되면 탐사하러 나갔다가 추운 겨울이 되여야 돌아
오군 하였다.

내가 책꾸레미를 가지고 들어선것을 보자 “쑈왕”의 어머니
가 관심조로 물었다.
“책을 우리 집에 두는것은 별문제인데 몸둘데는 있냐?”
“연길에 있는 사촌오빠네 집으로 가려 해요.”

나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정처없이 떠나가려는 내가 못내 걱정스러웠던지 “쑈왕”의
어머니는 한참이나 나를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너 몸이 불편한데 그리로 어떻게 가겠느냐. 네가 꺼리지 않
는다면 우리 집에 머물러있거라.”

순간 나는 눈물이 나도록 고마왔다. 사실 말이 친척집이라지
만 거동이 불편한 내가 어디에 간들 눈치밥을 먹지 않겠는가. 나
는 눈물을 머금은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나는 곧 공중전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 나의 말을
듣고 어머니도 시름을 놓을수 있게 되였다며 아주 기뻐하였다.
이튿날, 어머니는 나의 옷가지들을 챙겨가지고 찾아왔다. 그리
고 생활비도 “쑈왕”의 어머니한테 드리였다.

“쑈왕”의 어머니는 딸과 마찬가지로 나를 잘 돌봐주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이 고마운분앞에서 드디여
참고참았던 눈물을 쏟고말았다. 똑같은 장애인딸을 둔 두 어머
니는 오래동안 눈물을 흘리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많이 다녀 익숙해진 “쑈왕”의 집이라 마음이 편하였다. 밥을
먹고나면 다들 출근하거나 학교에 가느라고 인차 집을 나섰다.
그러면 나는 곧 책상에 마주앉아 책을 펼쳐들었다.

“쑈왕”의 어머니는 그 당시 가두주임이였는데 매일 집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쑈왕”의 어머니는 나의 학습에 지
장을 줄가봐 나를 제일 안방에서 공부하게 했으며 누구도 얼씬
하지 못하게 하였다. 심지어 친척이 와도 마찬가지였다.

“쑈왕”의 어머니는 학교를 몇년 다니지 못한분이였다. 하지
만 그는 지식의 힘을 잘 알고있었다. 평소에 내가 아버지에게 쫓
겨나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면 그는 언제나 나보고 장애인자식
을 키우자면 얼마나 속이 타는지 모른다며 아버지를 리해하라고
일깨워주군 하였다. 그러면서도 공부는 끝까지 해야 한다고 격
려해주었다.

추운 겨울이 되였다. “쑈왕”네 집은 지질대의 주택구역에 있
었는데 몇십호 되는 주민들이 단 하나의 공동변소를 사용하고있
었다. 게다가 집집마다 하수도시설이 없다보니 더러운 물을 모
두 공동변소에 버리군 하였다. 하여 변소출입구에는 두터운 얼
음이 깔려 아주 조심스레 걸어다녀야 했다. 나에게는 매일 그 변
소를 드나드는 일이 큰 난제였다.

어느날 아침, “쑈왕”의 어머니는 변소에 갔다오더니 나보고
다시는 그 변소로 가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그러면서 마당 한구
석에 간이변소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너무도 감격스러워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다. 나는 이런
고마운분들을 위해서라도 공부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밀물처
럼 갈마들었다.

나는 지금도 “쑈왕”과 그의 형제들 그리고 “쑈왕”의 어머니
와 사이 좋게 지낸다. 2011년 6월에 “쑈왕”의 어머니는 환갑잔
치를 치렀다. 20여년전보다 훨씬 늙어보이는 “쑈왕” 어머니의
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가슴이 무척 아팠다. 마음씨 착한 “쑈왕”
의 어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계셨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
고 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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