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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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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박은터에 소망을 심는다
2013년 01월 10일 09시 51분  조회:880  추천:3  작성자: shijun
                                       뿌리박은터에 소망을 심는다.
 
                                                          한세준
 
    만물이 약동하던 봄철도 무슨 일이 바빠서 그리 총총히 가버리는지? 봄이 비운 자리에 살며시 들어서는 초여름의 푸른 입김에 날따라 신록이 우거져간다. 새봄을 맞 는 마음에 로소가 따로 있으랴, 오늘도 누가 부르기라도 하듯이 휘여휘여 마을의 뒤산에 올라 못생긴 참나무에 기대앉아 흐드러진 봄날의 경상에 취해본다.
반세기가 넘도록 살아온 고향의 논벌이 예이제 한눈에 들어온다. 해란강 길이길 이 흐르는 물이 차분히 적셔주는 바둑판 넓은 들에는 무덤무덤의 마을들이 여기저기 안겨있다. 이 강과 이 논벌과 여기에 사는 농민들―강은 길이길이 흘렀고 우리도 세세대대 살아왔었다. 저 강과 논벌과 우리는 끈끈한 인연을 맺고 살아들왔다.
    명소로 부상된 모아산여맥을 병풍처럼 두르고 세전이벌 한귀퉁이에 오붓하게  모여앉은 모아툰은 내가 청년시절부터 뿌리박고 살아온 정든 고향이요, 한때는 오고가는 사람마다 부러워하던 어미지향이다. 대개평공을 하며 큰가마밥을 먹던 그 시절 에도 수입이 좋은데다가 물맑고 인심이 좋아서 벌방의 색시들이 앞다투어 시집오던 복지의 땅이기도 하다.
    알뜰히도 지은 아담한 문화주택들이 일매지게 들어앉은 마을을 굽어보노라니 버릇 처럼 황진이의 시조가 입가에 걸린다.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 주야로 흐르나니 옛물이 있을소냐…”이 몇년래 너무나 변해버린 마을을 두고 서글픔이 곤혹에 업혀오는것을 말려낼수 없어서 흘러나온 시조가락이리라.
    이맘때면 눈코뜰새 없는 농망기여서 마을사람들은 물론 친척들고 삯군들로 마을이 시끌벅적하련만 지금은 대부분 경작지가 외지의 한족들의 손에 넘어가고 제 농사를 짓는 집들이 몇집 아니여서 고양이에게 손이 있다면 빌려쓸 벼모철인데도 마을은 졸고있다. “농사가 천하지대본”이라는 조상들의 교훈이 지금은 늙은이들의 머리속에 어렴풋이 남아있을뿐이다.
    분배받은 숙망의 내땅에서 등이 휘는줄 모르고 일하던 사람들, 집체화시기 사시 장철 일손을 놓을줄 모르고 부지런히 농사지으며 비록 풍의족식하지는 못했지만 이웃이 사촌으로 화목하게 살며 집집이 자식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아서 수많은 대학생들을 낳은 동네였다. 그러나 이젠 력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린 왕년지사로 되였다.  
    개혁개방의 새봄이 오자 먹을걱정, 입을걱정없이 해마다 생활이 좋아지리라고 풋풋한 꿈을 안고 억척스레 농사만 짓던 사람들의 허파에 마침내 바람이 들면서 자족에 젖어있던 마을들에 거변이 일어났다. 농사를 지어봐야 쌀값은 미끄럼타고 온갖 상품의 가격은 하늘로 치솟아서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불평들이 터져나왔다.
    그도 그럴것이, 농업생산자료값은 해마다 껑충껑충 뛰여 가을에 이런저런 비용과 세금을 내고나면 항아리 그리기였다. 로약자들은 밭을 다룰 맥은 없고 묵이면 벌금까 지내게 되여  다른 사람에게 공짜로 양도하다보니 그야말로 “천하지대본이 천하지 말본” 이 되여버렸던것이다. 농사일에 넌덜머리가 난 사람들은 리농, 리향의 대오를 이루어 마을이 해체상태에 이른 동네가 여기저기 늘어나고있다.
    먼저 처녀들이 모아산 고개를 넘어 연길로, 관내로 날아가더니 젊은아낙네들마저 풀밭에 머리를 틀어박고 살지 않는다며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시작했다. 미구에 남자들도 한국에 나가서 돈을 좀 벌었다싶으면 시내에 집을 사놓고 시내사람 행세를 하며 흥청망청 놀아대다보니 마을엔 빈집들이 늘어나고 보이느니 늙이들뿐이다.
    본래부터 숙명에 기탁한 삶의 지향이 묘연하고 정신기둥마저 튼튼히 박히지 못했던지라 불가항력의 “딸라바이러스”의 침습까지 받고보니 농촌마을은 물먹은 토담이 되고말았다. 기치분동이 도시나 출국쪽에 놓인 대세를 그 누가 막으랴, 내가 사는 마을엔 원래 40여호에 200명이 넘게 오구작작 살던 마을이였는데 지금은 로약자들만 40여명이 마을에 어정거리고 젊은 녀자란 아예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남편들을 두고 한국에 나간 아낙들도 그동안 서울물을 먹어서인지 아예 돌아올념이 없다보니 햇홀아비, 묵은 홀애비들이 늘어나다가 그들마저 어데론가 새여버렸다. 농촌에서는 웬간한 밑천이 없이는 장가를 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러나 누가 이런 민생문제에 신경을 써준단 말인가? 각자 제멋에 살아가는 판이 되였다.
    시비야 어찌 갈리든 조선족농민 대부분이 렬등의식과 고정관념으로 악조건에 매달려있다가 자립자강의욕을 상실하고 결국 생활의 약자. 시대의 락오자로 전락하고 만것이다. 위기가 기회라고 할 때 문제는 달리 해석되기도 하겠지만 내고향마을은 철 저히 붕괴상태에 처해버렸다. 일엽지추라고 어찌 우리 마을뿐이랴, 무더기로 밀려드는 실망속에서 허황한 생각만 올리굴리고 내리굴리기만 한다.
     성공의 열매는 자기 마음밭에서 열리는데 왜 마음밖에서만 찾으려 할가?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 이런저런 성공을 거둘수 있는 잠재력과 자질을 가지고있다. 따지고 보면 스스로 개발하지 못하고 요행과 급공근리에 매달린것이다. 조선족농촌사회가 뿌 리채 흘러가고있는 이 마당에 굿이 끝나면 떡고물이라도 먹으리라고 기다릴 그런 일이 아니다. 늦었는가?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야말로 적시”라는 외국속담이 있듯이 농촌의 위기는 정부의 차원에서 무슨 대책이 세워져야 하련만 그역시 묘연하다.
    속담에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속담이 있다. 비록 도끼목수의 눈에도 들지 않는 못생긴 나무들이지만 그래도 뿌리깊이 박고 고향산을 지켜선 참나무들이 눈물겹도록 우러러 보인다. 저나무들처럼 “못난 사람들”이 아직까지 고향마을을 지키 고있기에 망정이지 “모아툰”이라는 조선족마을이 이 세전이벌에 존재하고 있는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나같이 늙고 “못생긴 고목”들로는 백여년 력사를 기록하 이 유구한 마을을 지켜낼수 없다는것을 절실히 느끼면서 통탄할뿐이다.
    그리 오묘한 도리를 설파하지 않아도 농토가 가장 큰 자산이 된 시대라는것을 잘 알수 있건만 왜들 외곬으로만 나갈가? 땅을 버리거나 팔아버린 사람들은 스스로 부평 초가 되고있다는것을 모르지는 않을것이다. 외국로무송출이 능사인가? 세세대대로 한 국에 나가서 떼돈을 벌수 있다고 누가 장담할것인가? 도시생활을 누군들 동경하지 않으랴만 안정된 생업과 능력이 밑받침돼있지 않으면 공중루각에 불과하다. 허울좋은 농민도시인들의 모습을 볼때 내사 싱겁게 안쓰러워진다.
     그런줄 알면서도 한국가서 한몫잡고 오면 뒤일을 생각하지 않고 시내에 아빠트사고 돈이 있을 때 향수해야 한다며 마작 아니면 유흥으로 나날을 보내는데 곰이 제 발바닥을 핥는 생활을 하면서도 젠체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불쌍한 령혼들이라고 락 인찍지 않을수 없다. 외국에 나간 자식이나 안해, 남편이 언제 오겠는가고 기울어진 울바자에 턱을 걸고 망연히 서있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내사 오지랖넓게 눈물이 난다.
    엎어놓고 뒤집어보아야 우리 농민들에게는 토지가 귀속이고 마를줄 모르는 생명의 젖줄기이다. 다시는 호미를 쥐지 않는다고 공기빵이나 먹고살듯이 문전옥답을 버리거나 아예 팔아버리는것은 소경이 제다리를 쳐먹는격이다. 묻거니와 당신들이 장 차 다리를 뻗고누울 자리는 어디인가? 현대화농업생산으로 말하면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있어야 고향마을을 지키고 건설할수 있는것은 아니다. 한집에서 3-4쌍의 논을 다룬다면 집집이 이른바의 초요수준에 능히 도달할수 있다.
    내가 고루한 관념으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속담을 인생의 좌표로 삼자는 고집은 아니다. 한치 앞도 내다볼수 없는 인생인데 그래도 장원한 타산을 하면서 인생을 영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걸음 물러서서 말할지라도 자신이 흙을 묻히지 않더라도 자기 농토를 세대로 물려주며 농토를 경영할 방도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한 지혜는 자기 손안에 있다.
    이말저말 많은 말을 하였지만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자신에게 속한 땅한무를 지킨다는것은  바로 언제든지 돌아올수 있는 안식처ㅡ고향을 가지고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는 인생자세이다. 장구한 재산, 돌아올수 있는 보금터를 지키기 위하여 고향사 람들아, 지금부터라도 자기 농토에 드팀없는 소망을 심어보자! 나는 오늘도 못생긴 고향의 나무들을 어루쓸며 피로써 지키고 땀으로 걸구어 온 내고향, 내땅의 만세 유전을 빌고 또 빌어본다.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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