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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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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잃어버린 활 (외 1편) (한세준)
2017년 09월 07일 15시 02분  조회:391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수필

잃어버린 활 (외 1편)

한세준

중국 력사 상 지식의 성전이 가장 치렬하게 전개되였던 춘추전국시대에 과연 제자백가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론전을 펼쳤을가? 만약 그들이 지금 우리와 더불어 살아간다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가? 동양의 많은 사상가들이 인간에 대한 통쾌한 풍자와 해학 그리고 시대에 던졌던 날카로운 웨침들!

시대를 초월하여 읽히는 동양고전을 서서히 읽어가노라면 그 속에 위대한 사상과 인생철학이 슴배여있는 흥미진진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려씨 춘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초나라 어떤 사람이 활을 잃어버렸다. 자신이 몹시도 애지중지하며 아끼던 물건이였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분명치 않았으나 활은 이미 자기 수중에 없는 것은 사실이였다. 오랜 세월 자기 손때가 묻은 활인지라 가슴이 쓰리여 첫 며칠은 허전한 생각으로 갈팡질팡하였다. 혹시나 활을 메고 말을 타고 산야를 내달릴 때 떨어뜨리 것이 아닐가? 그런 줄도 모르고 그냥 집에 돌아와 어느덧 며칠이 지났을 것으로 추측될 뿐이였다.

그는 자기가 지나쳤을 산야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찾아보았으나 어디에서도 활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몇번을 시도하다가 곧 마음을 바꾸고 활 찾기를 포기했다. 그 활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였다. 어쩌다 내 손에 들어왔고 이제 떠날 때가 되여 가버린 것이라고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했던 것이다.

하긴 따지고보면 이 세상 만물은 임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전적으로 내 소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내 육신도 때가 되면 자연으로 되돌려주는 것이 세상리치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기가 가진 것에 목을 매고 있으니 얼마나 편협하고 옹졸한 행동인가…

초나라 사람이 그처럼 아끼던 활을 잃어버리고도 태평무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을 무렵, 이 소식을 전해들은 친구가 찾아와서 “자네는 왜 활을 찾으려하지 않는가?”하고 나무람 하자 활을 잃어버린 사람 “허허, 이 사람아, 초나라 사람이 초나라 땅에서 활을 잃어버렸으니 초나라 사람이 주었을테요, 굳이 찾으려 애쓸 것이 무엇인가?” 하고 셈평 좋게 말했다.

그 후 이 말을 전해들은 공자가 “말은 그럴 듯한데 거기서 ‘초나라’라는 말을 떼여버렸더면 더 좋았을텐데…” 하며 한마디 훈수했다. 뜻인 즉 왜 초나라사람으로 한정시키냐 하는 것이다. 천하사람들 중 누가 취하든 상관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한 사람이 잃은 것을 다른 사람이 주어서 리익을 보았을텐데 초나라사람으로 국한한다면 역시 좁은 소견이 아니겠는가? 세상 사람들을 리롭게 하기 위해 천하를 주유했던 공자의 인본사상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로담이 여기에 한술 더 보탰다. “아예 ‘사람’이란 말을 떼여버렸으면 더 좋았을 걸…” 로자사상의 시원이라고 할 수 있는 로자다운 말이다. 만물은 자연의 것이니 자연에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말일진대 ‘천지는 위대하다.’ 만물을 생성해서 자기 것으로 하지 않고 만물을 만들어내지만 소유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사사로운 일에 련련해하지 말고 공공을 먼저 헤아리라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 사료된다.

극도의 물질만능주의에로 치닫고 있는 현시대에 한줄기 길상스러운 빛을 보는 느낌이다. 지금 사람들이 흔히 마음을 비우라는 비움의 철학을 곧잘 론하고 있는데 학자, 교원, 일반 지식인, 늙은이, 젊은이 할 것 없이 류행어처럼 옮기고 있다.

인간이 짊어진 원초적 고뇌를 모두 털어버리고 허심탄회한 자연상태의 순수함으로 되돌아가는 지름길이 바로 ‘비움’의 참뜻이 아닐가 싶다. 현세계에 군림한 많은 경세가 또는 정치가, 사상가들이, 현실에 직접 뛰여든 지도자들, 내노라 하는 경제인사들이 깊이 새겨두어야 할 좌우명이다.

초나라 울타리를 벗어나 전인류적으로, 거기에서 더 확대하여 대자연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활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위대하다. 만물을 생성하고도 그 것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지 않는다는 이 말은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소유욕에 눈 먼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2500년 전 동양고전철학이 현세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이라고 할 때 먼먼 그 옛날 제자백가들의 드넓은 사상경지는 현대인들이 미치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음을 생각해보노라면 다시한번 경건해지면서 머리가 절로 숙여진다.

 
어느 겨울 밤의 유감
 
‘동가식, 서가숙(东家食 西家宿)’이란 말이 있다.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사는 사람이나 그런 삶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원래 이 고사의 뜻은 다르다. 중국 송나라 때 편찬된《태평어람(太平御覽)》에 실린 이야기를 살펴보면 옛날 제나라의 한 마을에는 혼기가 꽉 찬 딸을 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는 공교롭게도 동쪽 마을과 서쪽 마을에서 동시에 청혼이 들어왔다. 동쪽 마을의 신랑감은 집안이 부유했지만 추남이였고 서쪽 마을의 신랑감은 집안은 가난했지만 미남자였다. 처녀의 처지에서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였다. 이왕이면 두가지가 다 겸비된 총각이였더면 좋았을텐데 세상 일이 어디 원하는대로 한번에 다 갖추어져있는 것이 어디 그리 흔한 일인가?
생각 끝에 로부부는 당사자인 딸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만약 동쪽 마을로 시집을 가고 싶으면 오른손을 들고 서쪽 마을로 시집을 가고 싶으면 왼손을 들어라.” 이 말을 듣고 처녀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냉큼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이에 깜짝 놀란 부모들이 그 까닭을 묻자 딸이 서슴없이 한 대답이란 “밥은 동쪽 마을에서 먹고 잠은 서쪽 마을에서 자고 싶어요”였다.
하긴 혼인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겠지만 딸의 당돌한 깜짝 쇼에 하도 기가 막혀 입을 딱 벌리고 천정만 쳐다보는 로부부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또한 이 처녀의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수긍이 안 가는 것은 아니지만 뭇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일도 아닌 것만 같다. 누군들 인물 좋고 공부도 잘하고 지혜롭고 성공하고 싶지 않겠는가. 욕심이 너무 지나쳐 탐욕이 되여서는 안 되지만 인격과 도리, 실력과 같이 사람이 됨됨이를 이루는 선한 것들은 아무리 가져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욕심은 사악한 것이니 억제해야 한다고 생각할 대신 그 욕심을 잘 리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어볼 궁리를 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어찌보면 욕심은 원자력과 같다. 잘만 리용하면 우리 모두의 복지향상에 커다란 힘이 되지만 자칫 잘못 다루면 자타에 모두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엄청난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적인 설계가 잘 되여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들의 욕심이란 워낙 무엇을 하고자 하는 본성 내지는 본능인데 그 것은 곧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행위 등 일체 노력을 포함한 것이다. 따라서 욕망이 없으면 생명도 있을 수 없고 그 어떤 수행도 없으며 행동도 없으니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사람의 욕구의 충족을 위한 갈망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그러한 욕망이 있음으로 하여 삶에 보람과 즐거움이 있게 되고 동력을 얻게 되며 목표와 희망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그 것이 량적으로든 질적으로든 자타에 피해가 없도록 적절한 통제가 필요한 것이 아닐가?
일찍 성현들은 ‘리익이 되는 일을 보면 그 것이 의로운지를 생각하라’는 뜻으로 ‘견리사의, 견득사의(见利思义,见得思义)’라는 말을 했다. 그만큼 부를 탐하는 사람들이 마음을 경계하고 정당하지 못한 부를 멀리 하라고 일러왔다.
제나라 환공이 재상 관중에게 “부(富)에 한계가 있소?”라고 물으니 관중이 “물의 한계는 물이 바닥나는 것이옵고 부의 한계는 만족하는데 있사옵니다. 하오나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마침내는 그 몸을 훼멸시키옵지요. 어쩌면 그 것이 한계일지도 모를 일이옵나이다. 부를 추구함도 좋지만 몸을 망치는 어리석음은 피함이 현명한 처사인 줄로 아나이다.”라고 대답을 올렸다. 부와 수신의 관계를 개괄함축한 경세지언이라 할 것이다.
최근엔 뢰물수수로 사람들의 입방에 오르는 자들이 많다. 그들이 이처럼 부정부패로 긁어모은 돈이 수천, 수억으로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감히 드러내놓고 소비할 수도 없고 향수를 누릴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나 깨나 좌불안석이다보니 호미난방이라 돈을 세탁할 기회만 노리면서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지 않을가. 마치 쉐익스피어의 희곡에 나오는 맥베스처럼 탱고의 유령들 때문에 밤마다 그들의 시달림에 쫓 겨 다니다보니 잠을 설치고 마는 것이다. 아마도 그 것은 죄많은 령혼들에게 주는 신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하긴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인간의 등급이 매겨지는 세상, 륜리도 없는 그 놈의 돈을 위해서 전쟁, 마약, 살인, 테러도 불사하는 이 지구촌에서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의 자존심마저 마구 허물어뜨리는 재물의 저주를 펀히 보면서도 그 것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약자들… 오늘도 인간들은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고우면서 그 가증한 이름을 노래처럼 부르다 죽는다.

연변일보 2017년 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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