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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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두만강에 단풍물결 너넘실(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6시 05분  조회:2019  추천:43  작성자: 김철호
ㅡ두만강상류 가을산책

단풍의 선경대

9월 28일 오후, 화룡시 선경대에 도착한 취재팀은 바위와 단풍 그리고 푸른 솔이 어루러져 한결 독특한 매력을 뽐내고있는 기이한 경관을 바라보면서 환성을 터쳤다. 칠색단저고리를 받쳐입은 고려봉과 금계봉은 다정한 자매마냥 마주서서 예쁨을 비기고있는데 해발 921메터의 독수봉은 누런 갑옷을 떨쳐입은 장수마냥 기세등등하다.가래나무, 버드나무, 개암나무의 단풍은 이미 걷히고 참나무가 한창 불타고있었다. 그속에 섞여있는 고로쇠나무는 새빨갛게 익어 만산의 일점홍으로 유포하다.
칠성암 오른쪽비탈을 꺾어도니 산으로 오르는 통로가 나진다. 독야청청한 고솔과 단풍물이 팍 오른 잡목사이로 한오리의 오솔길이 열리는데 울긋불긋한 단풍속에 섞인 푸른 빛은 더욱 푸르러보였다. 반룡송이며 궁룡송이며가 오늘따라 유달리 의젓해보였는데 그것은 단풍옷을 입은 잡목들에 둘러싸였기때문인것 같았다. 아츠랗게 쳐다보이는 천자암(千姿岩)은 이름 그대로 천가지 자태로 보이는데 역시 단풍물이 올라 더욱 이색적이였다.
고려봉정상에서 바라보는 선경대와 그 주변의 가을경관은 감탄없이는 볼수 없는 단풍의 바다로 술렁이고있었다.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어져있는지라 산발들의 음달은 거뭇한 그림자로 보이는데 해빛을 안고있는 릉선은 황금빛으로 찬란히 빛나고있어 륜곽이 선명한 한폭의 수채화였다.

단풍의 두만강

아직 해가 많을 때 두만강가의 단풍을 취재해야겠기에 일행은 부랴부랴 고려봉에서 내려 남평을 향해 차를 달렸다.
금방 개통한 화룡ㅡ남평 콩크리트길을 벗어나니 절벽중터에 닦은 신작로가 옛모습 그대로 맞아준다. 아츠랗게 내려다보이는 절벽밑으로 두만강이 유유히 흐르는데 량안의 단풍이 비끼여 칠색의 물이 흐르는듯 해보였다. 류신, 길지를 지나 호암령까지 오는 동안 대부분이 절벽사이에 뺀 길이여서 아자아짜할 때가 많았다.
저명한 시인 리욱선생의 시비가 세워져있는 호암령길에 차를 세운후 일행은 좁은 오솔길을 톺아올랐다. 《리욱시비》라고 새겨져있는 번듯한 비석이 눈앞에 안겨왔다. 시비에는 1957년에 지은 리욱선생의 시 《할아버지의 마음》이 새겨져있었다.
두만강 건너는 아시아 최대의 철광석생산지이 조선의 무산시다. 기울어가는 저녁 어둠속에 묻혀있는 무산시는 오래전 영화에서 본 옛도시같았다. 집집마다 굴뚝을 하나씩 차고있는것이 진풍경이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연기가 피여오르는 굴뚝이 몇개 없었다.
갑자기 어둠이 들이닥쳐 오색령롱하던 단풍산은 거무칙칙한 산으로만 보인다.
숭선에서 밤을 지낸 취재팀은 이튿날 해뜨기 바쁘게 군함산에 올랐다. 군함산은 언녕 단풍으로 젖어있었는데 자칫하면 단풍철을 놓칠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함산은 숭선의 일경이다. 그러나 군함산에 올라본 사람들 대부분은 그 백미를 보지 못했을것이다. 두만강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자꾸 내려가면 그 백미가 나타나는데 보지 않고는 감동을 느끼지 못할것이다.
다듬어 세웠을가? 어디에서 옮겨왔을가? 무어라 형언할수 없는 각양각색의 모양을 뽐내는 바위! 그것은 커다란 돌볏이였다. 앞뒤로 다 층암절벽이여서 발붙일곳마저 없는 절벽이 갑자기 나타난다. 너비가 2ㅡ3메터밖에 되여보이지 않는 절벽이 저 아래로 뻗어있는데 오른쪽 산굽이를 휘돌아 흐르는 두만강과 왼쪽 산굽이에 고여있는 호수가 앞뒤로 군함산을 감싸고있다. 두만강과 호수사이에 갇힌 군함산은 단풍철이라 울굿불굿한 빛갈을 물에 던지고있어 더욱 가관이였다.

두만강발원지

숭선에서 18킬로메터 남짓이 달리면 광평령이다.
《저기, 백두산이 보입니다!》
이날 가이드를 맡아준 숭선진문화소 소장 김철호씨가 차창밖으로 손가락질하면서 소리쳤다. 광평령에 차를 세우고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있는 백두산을 바라보면서 일행은 다시한번 감탄하였다. 눈덮힌 백두봉, 그 아래는 황금의 파도가 설레이고있다. 백두봉은 마치 황금의 바다에 둥실 뜬 한척의 하얀 군함같았다.
광평령에서 내리자 백두봉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화려한 가을의 찬란한 단풍이 우리 눈길을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하얀 봇나무숲이다. 일매지게 곧추 뻗어오른 봇나무 사람들은 봇나무를 녀인에 비하기를 즐긴다. 곱고 미칠한 몸매때문일것이다. 그러나 몸매보다도 노란색이 오른 이파리때문에 이 가을 더욱 녀인상으로 보인다. 끝없이 뻗은 봇나무숲은 수천의 녀인들이 군무를 추기 위해 대기하고있는듯해 보이는데 나무숲우로 열린 푸른 가을 하늘은 어제 펼쳐질 광활한 춤무대같다.
숭선에서 48필로메터쯤 올라가면 《김일성낚시터》다. 《김일성낚시터》는 두만강일경이다. 모래알까지 들여다보이는 두만강가에 앉아서 조선인민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가 낚시질했다는 곳이다. 네대메터 폭으 두만강이 정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흐르는데 두만강기슭의 단풍든 나무들이 꺼꾸로 비껴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기운이 감돌기만했다. 강가에 내려가서 손바가지로 두만강물 마셔보았다. 그렇게 달콤하고 시원할수가 없었다.
《김일성낚시터》에서 13킬로메터쯤 더 달리면 두만강발원지이다. 억새풀들이 어느새 가을바람에 하얗게 말라있고 버드나무도 색이 죽어있었다. 저으기 호젓하고 고독해보였다. 가로타고 물을 마실만큼한 작은 개울물이 두만강발원지였다.
두만강발원지라는 개울물에 닿기 조금전에 21호경계비가 세워져있었는데 이쪽엔 한어로 《중국》이라고 새겨져있고 반대쪽에는 조선글로 《조선》이라고 쓰여져있어 엄연히 국경임을 시사해준다. 개울물을 따라 좀 더 올라가보니 물이 땅속에서 스며나온다.
《이렇게 땅속에서 솟았다 없어졌다 하다가 아예 자취를 감춥니다. 그래서 옛말엔 <도망강>, 즉 도망쳐 흘러오는 강이라고 했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이 우로는 무연한 밀림지대지요.》
숭선진문화소 소장 김철호씨의 설명이였다.

황금의 바다 하얀 백두봉

3킬로메터쯤 더 올라가니 소담한 호수가 나타났다. 옥녀늪이였다. 직경이 180메터의 작은 호수다. 늪가엔 《천녀욕궁지(天女浴躬池)》라는 콩크리트표말이 세워져있다. 늪은 그다지 깊지 않아 허리를 넘을가말가 한다고 한다. 늪가를 빙둘러 온통 이깔나무뿐인데 노란 단풍이 들어 호수를 병풍치고있었다.
내친 김에 쌍목봉에까지 가본다고 차를 달렸다. 장백림해는 온통 노란 물결뿐이였다. 길가와 숲은 모두 이깔나무뿐이였던것이다.
앞에서 노란 바람이 물결쳐오고있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불어쳐오는 노란 바람은 고비사막의 황사바람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모래바람인것이 아니라 바람에 흩날리는 노란 이깔나무이파리들의 군무였다. 소나무 한 그루 없는 이깔의 숲, 그 숲에 아득히 뻗은 가리마같은 황토길, 그 길 끝에는 항상 백두봉이 얼른얼른 눈에 안겨온다. 백두산은 점점 시야에 가까이 느껴지기만 했다.
쌍목봉에는 백두산으로부터 두망강출구의 천리병경선우에 있는 유일한 륙로해관이 있었다. 그다지 번창해보이지 않았지만 짐을 실은 차량들이 자주 들락거렸고 꽤 큰 군영도 자리잡고있었다.
쌍목봉에서 백두산은 지척이였다. 10킬로메터쯤 가면 백두봉이라고 한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백두산 코밑에 와 있는것이다. 황금의 물결을 타고 백두봉에까지 올라온것이다. 백두봉은 설레이는 황금의 바다속에 떠있는 대형함선마냥 거연히 솟아있다.

(2003년 10월 6일 연변일보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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