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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 력사는 력사이다... "선구자의 노래"의 내막?(5)...
2018년 07월 13일 03시 08분  조회:3049  추천:0  작성자: 죽림
 
   
▲ 조두남 수상집 <그리움> (1982)

조두남의 회고는 이렇게 이어진다. 문법적으로 조금 다듬어 지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그대로 옮긴다.

 나는 그날 처음 만난 윤씨로부터 내가 말로만 들었을뿐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북간도 용정땅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곳에 까지 뻗쳐 들어온 일본 경찰의 세력과 본토박이 중국 사람의 노골적 적대감, 그 속에서 고생을 견디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의 생활, 또 용정을 배경으로 벌이는 독립군들의 용감한 활약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으면서 나는 독립투사들이 오고 가며 거친 발걸음을 잠시 쉬는 일송정 용정 고개를 쉽게 머리 속으로 떠올릴 수 있었고,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흐르고 있는 해란강 물줄기도 또 용주사 종소리도 눈에 선하게 보이는 듯 했다. 차근차근하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윤해영은 그가 내민 가사에 곡을 붙여주면 달포쯤 지난 다음에 다시 찾아와 노래를 배워 가겠다는 말만 남긴 채 바람처럼 떠나갔다.

바쁜 걸음으로 떠나가는 그를 바라보면서 나는 무척이나 약한 듯한 그의 몸이 만주 벌판의 거센 바람을 이겨낼 것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우리 민족이 다 함께 조국의 광복을 기다리며 희망을 잃지 않고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지어 달라며 떠나간 윤해영은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후 해방이 될 때까지 만주 벌판을 돌아다니며 가는 곳마다 윤해영의 소식을 물었으나 그는 끝내 찾을 길이 없었다.

당시 항일전선에 몸바쳐 나선 혁명 동지들은 서로의 정체를 구태여 알려고 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었다. 따라서 독립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름도 여려 번 바꾸고 때로 적의 음모로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낌새가 보일 때면 어디론가 사라져 숨어 살기 때문에 절친했던 동지끼리라도 연락이 끊어지기 일쑤고 심지어는 동지 중 누가 죽는다 해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윤해영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옛날에 목단강변의 석양 사이로 불쑥 나타났듯 꼭 그렇게 그가 나타나 줄 것만 같았다. 나는 유해영에 대해 이름 석자 밖에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조국이 해방된 그 기쁨을 송두리째 그에게 또 그처럼 조국 광복을 위해 피를 흘리며 싸우다 죽어간 숱한 이름 모를 독립 투사들에게 바쳤다.

머나먼 낯선 땅에서 자칫하면 내 나라 내 민족을 잊어 버리기 쉬운 동포에게 조국의 얼을 심어 주려던 갸륵한 윤해영은 그토록 바랬던 해방이 된 지금 어느 차가운 땅속에서 이 기쁨을 누릴까? 낮에는 어두운 숲속 둥지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논 밭 가까이에 나와 들쥐를 잡아먹는 접동새 마냥 일본 관헌의 눈을 피해 밤에만 외진 길을 걸어야 했던 서러운 우리 독립투사들! 그 넋이 피어서인지 <용정의 노래>는 놀랄만큼 빠른 속도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 불리어졌다.

해방을 맞고 나서 나는 과거의 한이 담긴 <용정의 노래>라는 제목 대신에 윤해영처럼 높푸른 기상을 지닌 독립투사들을 일컫는 <선구자>로 제목을 바꾸어 달았다.

또 유랑민의 서러운 심정이 뚝뚝 묻어나는 2∙3절의 가사에서도 “눈물 젖는 보따리”나 “흘러 흘러 온 신세” 같은 구절을 빼버리고 “활을 쏘던 선구자”, “조국을 찾겠노라 맹세하던 선구자” 등을 넣고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는 일절의 것을 그대로 후렴으로 반복시켰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해방을 맞아 새로운 희망과 환희에 들떠 있는 사람들에게 만주 벌판에서의 쓰라린 유랑 생활의 한이 배어있는 지난날의 가사를 그대로 부르게 하는 것보다는 조국 광복을 위해 고생하던 애국지사들의 발자취를 기리는 내용이 더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윤해영이 살아 있더라면 나는 꼭 그에게 새로운 가사를 지어달라고 졸랐을 터이지만 그럴 수도 없고 해서 윤씨가 나에게 시를 건네주면서, 좀 더 강렬한 내용을 담고 싶었지만 그 당시 우리 민족이 처한 처지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 말을 토대로 가사의 2∙3절 가운데 일부를 내가 뜯어 고쳤다.

해방이 되자 <선구자>는 많이들 불리어 왔으나 1963년 12월 30일 서울 시민회관에서 개최됐던 ‘63송년음악회’ 때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반주로 지금은 미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였던 바라톤 김학근씨가 부른 것을 그때 기독교 중앙방송국 음악과장이었던 최성진씨가 그 연주를 테이프에 녹음하여 이 곡을 <정든 우리 가곡>이란 프로의 시그널 뮤직으로 7년동안을 매일 방송함으로써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 곡은 하나의 소품에 지나지 않으나 소절 소절마다 정열을 기울여 정확하게 불러야 작곡자의 의도를 잘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조두남 제2수상집 <그리움> 41~43쪽, 세광출판사, 1982)

   
▲ 마산조각공원
   
▲ 마산조각공원 안의 마산음악관

논란은 핵심은 조두남이 남긴 이같은 회고의 글이 사실이냐 허구냐 하는 것이다.

조두남 기념관에 반대했던 이들은 조두남이 자신이 작곡한 유명가곡 <선구자>를 미화하기 위하여 사실을 왜곡했다, 즉 소설을 썼다고 주장한다. 과연 조두남이 소설을 쓴 것일까? 선생이 세상에 없으니 이에 대해 대답해 줄 사람이 없다.

아무튼 이와같은 조두남의 기록에 따르면 <선구자>의 원본인 <용정의 노래> 원래 가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용정의 노래> (<선구자>의 원본, 1932년의 가사)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

지난날 강가에서 말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서 거친 꿈이 깊었다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소리 들릴 때

뜻깊은 용문교에 달빛 고이 비친다

이역하늘 바라보며 눈물 젖은 보따리

지금은 어느 곳에서 거친 꿈이 깊었나

 

용주사 저녁종이 비암산에 울릴 때

사나이 굳은 마음 길이 새겨 두었네

조국을 찾겠노라 흘러흘러 온 신세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지금의 가사와 2절과 3절에 한군데 씩이 다르고 나머지는 같다.

조두남은 해방후 2절의 “눈물 젖은 보따리”를 “활을 쏘는 선구자”로

3절의 “흘러흘러 온 신세”를 “맹세하던 선구자”로 자신이 바꿨다고 했다.

“맹세하던 선구자”는 괜찮은데, “활을 쏘는 선구자”는 좀 어색하다. ‘활’을 쏜다는 게 시대적으로 좀 안 어울린다는 얘기다...

///여성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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