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yjjh400 블로그홈 | 로그인
晓 湖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 -> 좋은글 -> 펌글

나의카테고리 : 수필

겨울비 속의 아테네
2014년 03월 28일 09시 37분  조회:520  추천:0  작성자: 7월
                                                                                   겨울비 속의 아테네
 
    아테네가 가까워졌다. 비행기는 착륙하기 위해 오랫동안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아도 흐린 탓에 시가는 보이지 않는다. 항공사진 찍는 것을 단념한다. 이윽고 착륙. 비가 오고 있다.
    이때서야 내가 겨울 나그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없이 푸른하늘, 찬란한 태양, 코발트색 바다의 밝고 아름다운 그리스의 여름, 그리스는 여름의 나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가 오고 북풍이 사납게 불고 눈발이 휘날리는 겨울이다. 어둡고 초라하고 가난한 그리스인의 생활과 역사, 음산한 비극의 무대, 검은 상복의 여인-----.
    15년 전 처음 그리스를 찾았을 때가 여름이었고, 더욱이 모든 신들과 여인들의 조각이 나체이거나 여름 치장인 엷은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뇌리에는 여름의 그리스만이 깊이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그리스를 찾은 것은 나그네나 관광객으로서가 아니라, 반년 동안이나마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내부인으로서 그리스의 모습을 보러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겨울에 찾은 것이 오히려 시기 적절하다 할 것이다. 그리스의 비를 달게 맞기로 하자.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거리가 어쩐지 낯설지 않다. 자그마한 회색빛 건물들이 하염없이 계속되는 단조로운 풍경 비에 젖은 탓인지 건물은 한결 초라해 보인다.
    그러나 시내로 들어서면 풍경이 달라진다. 오렌지 나무 가로수에는 오렌지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 오렌지 향기---’ 하는 노래가 생각나서 낭만적인 남국의 정취를 느낀다. 이국에서 온 것이다. 빗속에 어렴풋이 아크로폴리스가 보이고, 하드리아누스 문을 지나 신타그마 광장에 이르니, 처음 아테네를 찾았을 때의 흥분이 홀연히 되살아난다.
    오모니아 광장 뒷골목을 헤매다가 운전사는 가까스로 전에 묵었던 ‘ 아마리리스’ 라는 자그마한 호털을 찾아낸다. 프런트에서는 묘령의 아가씨가 한가로이 뜨개질을 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초라하기는 매한가지이나 깨끗하고 한적한 것이 이 집의 장점이다. 전에 지배인이었던 가스톤은 은퇴해서 시골에 있다고 한다. 그는 퍽 유머러스한 친구였다. 모든 음식에 철철 넘치는 올리브 기름 때문에 배앓이를 해서 ‘ 파르테논의 모습은 잊어도 올리브는 잊지 못할 것이다 ’ 고 원망을 하자. ‘ 소크라테스를 비롯한 모든 그리스인의 건강은 바로 올리브 때문이었어!’ 라면서 두 손으로 가슴을 쳐 보였었다. 아테네를 떠날 때 가드너의 추리소설 몇 권을 건네주자, 그는 페리 메이슨이 여비서 델라에게 키스하는 시늉을 하고는 이렇게 장담하였다. ‘너는 대통령이 될거다 ’고 예언은 빗나가 대통령이 되지 못한 내가 다시 이 초라한 호털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이곳 사람이 아니다. 그가 맞아주지 않는 것이 못내 섭섭할 뿐이다.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신타그마 광장 근처에 있는 한식점 ‘오리엔트’ 를 찾아갔으나, 문이 잠겨 있어 다시 오모니아로 되돌아 온다. 상점 앞에 쌓여 있는 대만제 싸구려 양산을 사들고 광장을 한 바퀴 돌아본다. 오모니아는 여전히 지저분하고 소란스럽고 활기에 찬 서민의 광장이다. 국회의사당, 부명용사의 묘지, 은행, 고급호털로 둘러싸인 세련된 신타그마에 비한다면, 오모니아는 초라하고 촌스로운 편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토박이 아테네인들은 신타그마는 외국인이나 관광객들의 거리일 뿐이고, 진정한 아테네의 중심, 아니 그리스의 중심은 오모니아라고 우긴다. 과장한 말이 아니다. 진정한 그리스의 맛과 냄새를 접할 수 있는 곳은 오모니아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리브 기름이 두려워 그리스 음식을 파는 타베르나를 피하고 적잖이 비오모니아적인 카페테리아를 찾아 맛없는 빵조각을 씹는다. 거리의 늙은 군밤 장수한테 군밤을 한 봉지 사서 호털로 돌아온다. 알은 작지만 군밤의 단맛은 전과 다름없다. 그리스에 다시 왔다는 감회를 지긋이 씹는다.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지중해 산책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 날씨와 땅과 올리브 2014-03-29 0 609
1 겨울비 속의 아테네 2014-03-28 0 520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