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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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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5) 큰 잔치 김장혁 댓글:  조회:357  추천:0  2024-03-27
         김장혁 작 울고 웃는 고향         3. 토성안집의 큰 잔치             갓 서른을 넘은 떠꺼머리 노총각 득호는 새끼로 질끈 동여맨 허리를 구부정하고 일만 수걱수걱 해 그런지 쉰 고개도 훨씬 넘어보였다.      길수네 집에서 머슴살이를 허리 부러지게 하였건만 오막살이집 한 채도 생기지 않았고 서른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했다.      “득호야, 거 당나귀차를 헛간에 끌어다 넣어라. 당나귀 차 눈을 폭 맞아서야 쓰겠냐?”      “알았습구마.”    요염하게 화장한 월선은 버들잎눈섭꼬리 휘도록 표독스런 암펌의 눈길을 내쏘면서 끝임 없이 독사처럼 혀를 날름거렸다.    “얼른 말과 당나귀도 먹여. 일본 손님들이 술을 마시고 마당에서 춤마당을 펼친단다. 마당에 거적을 펴라.”     “예꾸마-”    득호는 월선의 끝없는 잔소리에 신물났다.    “은녀야!”     “얘—”    은녀는 절구를 꽝꽝 찧다가 부랴부랴 몸채 마루 아래로 달려 나왔다.     “‘얘’가 뭐냐? 에이, 계집애가 뭐야? 전라도 깍쟁이말도 아니고 함경도 도적놈의 사투리도 아니고.”     은녀는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몸둘바를 모르며 머리마저 숙였다.     “얼른 풍로를 피워라. 일본 손님들이 발 씻을 물 끓여놓아라.”    “알았습구마.”    “아, 깜빡 잊었구나. 설거지 할 물도 미리 길어오라.”    그런데 부엌으로 들어가는 은녀의 등 뒤를 보다가 무슨 생각이 또 났던지 곁채를 향해 소리쳤다.     “춘실아,  얼른 몸채로 들어와! 응삼 마름도 오라고 해라. 얼른!”     “예, 갑네다. 에이 취!”     월선은 마루에서 정주간으로 들어가려다가 되돌아서 곁채를 내다보면서 소리쳤다.     “아니, 주인이 말하는데 ‘에이 취’가 뭐냐?”     춘실이 황급히 조끼를 껴입으면서 곁방에서 달려 나왔다.     “재채기를 했어요. 감기에 걸린 거 같어요.”     춘실은 암범 같은 월선을 뒤따라 몸채로 들어가면서 또 연신 재채기를 했다.      득호가 당나귀차를 끌어 헛간에 넣고 마당을 쓸고 나서 손의 먼지를 툭툭 터는데 은녀가 풍로를 들고 나온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과 뭉게뭉게 풍겨 오르는 연기에 은녀는 눈도 바로 뜨지 못하면서 상을 찡그리었다.      “은녀, 좀 빨랑빨랑 불 피워라!”      “알았습구마.”     은녀는 월선의 눈치를 흘끔흘끔 곁눈질하며 조심스레 풍로를 바람맞이에 내려놓았다.     마루 우에서 월선의 목소리가 우레 소리처럼 지동쳤다.     “은녀, 게서 뭘 해?! 얼른 물도 길어오라!”     “얘-”     은녀는 속으로 두덜거렸다.     (어느 일부터 먼저 하라오? 풍로를 피워라. 물을 길어라. 물을 끓여놔라. 원, 참. 손이 열개라도 다 못하겠다. 흥!)    “득호, 좀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나무를 패! 시키길 기다리지 말고 좀 제절로 척척 찾아했으면 얼마나 좋겠느냐?”     월선은 득호와 은녀를 하루 종일 오금에 불이 일도록 부려먹고서도 모자라는지 질책소리 끝없었다.     “땔나무가 산더미 같구먼. 씨! ”     득호는 낮은 소리로 투덜거리면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월선은 유들유들하게 기름이 번지르르하고 살진 낯살에 표독스런 표정을 드러내면서 득호의 코가 맞힐 정도로 삿대질했다.     “뭐라구 투덜거려? 엉? 패라면 얼른 팰 거지. 언제 셈이 들겠냐? 저러니깐 서른 고개 넘어도 장가도 못가지. 그 주제에 계집애 궁둥이를 쫓아다녀?”      그 말이 어찌나 구역질나게 들렸던지 은녀는 마땅찮은 눈길로 쳐다보다가 월선의 표독스러운 눈길과 마주치자 머리를 숙였다.      은녀는 풍로 불을 피워놓고 대야에 물을 떠다가 풍로에 올려놓은 후 정주간에 들어가 물동이를 오른 팔에 껴안고 나왔다.     득호는 은녀를 보고 마른기침을 했다. 그러자 은녀는 동이를 안고 다가갔다.     득호는 몸채의 동정을 두루 살피더니 은녀를 보고 나직이 귀띔해 주었다.     "오늘 저녁에 특별히 조심해라. 일본사람들은 몽땅 색마들이여서 계집애들을 보기만 하면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은녀는 몸을 옹송그리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은녀가 떠나가자 득호는 사랑채 앞에서 도끼를 휘둘러 땔나무를 힘겹게 팡팡 팼다.     하늘에서는 거위 털 같은 흰 눈이 풀풀 흩날려 내리였다. 영월동은 하얀 소복단장을 해갔다.    겨울 해는 코끼 꼬리처럼 어찌나 짧은지 어느새 서산으로 꼴깍 넘어가고 허연 눈이 덮인 대지에는 어둠의 장막이 서서히 내리 드리워 어스름한 황혼을 수림 속으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사면을 높다란 토성으로 두른 길수네 토성안집 울안은 오늘 따라 경사가 난 듯이 광솔 불을 대낮처럼 환하게 밝혀놓았다.     병풍을 두른 몸채 위방에서는 끼무라 국장과 상우남면 면장이 상좌에 앉아 기생 둘씩이나 끼고  술을 마시였다. 큰상에는 다리 부러지게 진수성찬을 차려 놓았다.  한길수와 월선이가 그들을  접대하느라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옆 상에 앉은 통역 류강철과 영팔 그리고 호위병은 끼무라 국장 덕분에 입귀에 개기름이 번지르르하게 게걸스레 먹어주고 있었다.     영팔은 닭다리를 쥐고 질근질근 씹으며 막걸리 잔을 기울이다가 위상을 힐끔 건너다보았다. 그는 끼무라 국장의 숟가락과 저가 어디로 많이 가나 살피다가 정지로 내려갔다.     영팔은 부엌에서 채를 볶아내느라고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는 부엌 여를 보고 재촉했다.     “빨리 모두부를 더 올려라. 일본 손님들은 조선의 모두부를 특별히 맛나게 잡숫는다.”      은녀는 부엌여가 사발에 떠주는 야들야들한 우유 빛 두부를 들고 위방 미닫이를 사르르 열고 들어갔다.      끼무라 국장은 두부모를 들고 들어와 큰상에 놓는 은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눈길을 떼지 못했다.     은녀가 나가자 끼무라 국장은 지껄였다.      “스빠라씨이데스네(이쁘구나). 사꾸라만 보다가 여기 조선의 무궁화를 보니 별나게 예뻐 보이는구먼. 사람이 어찌 모두부나 돼지고기만 먹겠는가? 조선의 고사리 채도 먹어봐야지. 고사리 채 참 맛이 좋지.”     강철의 통역을 듣고 길수는 인차 말귀를 알아들었다.     "예, 예, 밤에 먹는게, 아니, 잡숫는게 더 맛있죠."     호색한이 호색한의 속궁리를 젤 잘 알아주었다.     (쳇, 벌써 그게 근질근질해나니? 개놈새끼, 조선 계집들 그게 뭐 별나다고. 흥! 내 계집들을 다치려구? 양심없는 놈. 계집을 놀아두 친구 계집은 다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두 몰라?"    그러나 그런 별스런 기분을 억지로 눅잦히였다. 그러나 어쩐지 속이 볶이우면서 알알해났다.       (쳇, 나도 맛보지 못한 꽃을? 내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성칠에게서 빼앗아온 계집애이라고. 은녀만은 안 돼.)     한길수는 짐짓 화제를 바꿔 아래 정주간을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은녀야, 거 고사리 채를 볶아오라.”     “한군, 우리 대일본제국은 목재, 석탄이 많이, 많이 필요하네. 우시장으로부터 회령까지 통하는 철길과 큰길을 빼야겠네. 우시장으로부터 여기 영월동과 저 앞의 운주동이나 어느 마을이나 쭉쭉 사통팔달한 길을 닦아야 되겠어.”     길수는 류강철이 통역하자 한숨을 땅이 꺼지게 후— 내쉬었다.     “아직 경찰국 사무 청사도 채 짓지 못했는데 길을 닦을 사람이 어데 있다구 그럽니까?”     그러나 머리가 잘 돌아가는 강철은 그대로 통역하지 않았다. 그대로 통역했다가 한길수가 혼쌀날게 아닌가.     “한군은 경찰국 사무 청사도 잘 짓고 길도 잘 닦겠다고 합니다.”     “그래? 허허허. 한도감이야 말로 우리 대일본제국의 충실한 개, 아니, 충신이야. 흐흐흐.”    끼무라는 길수를 가슴츠레 건너다보면서 금이발을 번쩍이며 계속 지껄여댔다.     “한군의 표정은 이상한데. 경찰국 사무 청사를 잘 짓고 길만 잘 닦으면 한자리 주겠네.”     길수는 그 말에는 귀가 솔깃해졌다.      “예. 알았습니다. 그런데 철길이나 큰길을 불시에 빼서 뭘 합니까?”      끼무라는 기생의 손에서 닭다리를 받아 개기름이 번지르르한 입에 넣고 질근질근 씹으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한군, 길을 잘 빼야 다니기도 좋고 돈도 벌기 쉽소. 우리 대일본제국은 철길을 잘 빼서 영월동의 목재하구 개마고원의 석탄이랑 황금이랑 몽땅 실어가야겠네. 그러자면 큰길과 철도를 잘 빼야 되지. 알만하오?”     길수는 그제야 끼무라 뒤에 숨은 탐욕스러운 날강도들의 그림자들이 얼른거리고 있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보는 상 싶었다.     “그런데 두만강변의 회령은 조선의 끝간 시골인데 거기까지 철길을 뺄 필요야 있습니까?”     끼무라는 막걸리를 한잔 쭉 내고 닭고기를 게걸스레 뜯어먹더니 허리를 쭉 펴면서 말했다.      “우리 대일본제국은 조선을 잘 건설하고 나아가서 만주국에 있는 천황의 황민들을 보호하러 들어갈 거요. 아, 그 넓은 만주벌이 그저 황무지로 되는 것이 얼마나 아깝소? 우리 조선의 황민들이 그 넓은 옥토 벌에 밭을 일구고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치면서 산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요. 안 그렇소? 한 군.”     한길수는 우멍눈이 환해지면서  시야가 확 트이는 것만 같았다. 순간 검은 눈동자가 희 번뜩 번졌다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그는 연신 번들번들한 대머리를 조아리면서 끄덕였다.     “이제야 좀 알겠습니다.”     “그때면 한 군은 지금의 총 도감이겠소? 아마 무슨 대장 자리쯤은 차려질 거요. 허허허.”     한길수는 짧은 가랭이를 춰주는 줄도 모르고 기뻐 입귀가 귀밑에까지 찢어질 지경으로 입이 함박만 해졌다.      “고맙습니다. 끼 국장님.”      “에, 또 끼 국장인가? 끼무라 국장이지.”      한길수는 황급히 아픈 허리를 굽히면서 대머리를 조아렸다.     “시골의 제가 너무 모르는 게 많아서 죄송합니다. 꼭 사무 청사와 길닦기 공지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끼무라 국장은 흡족한 듯이 번들 이마를 건너다보면서 씨불였다.      “자넨 우시장으부터터 회령까지 통하는 철길을 닦으라는 말이 아니네. 이 뒤 마을 부근 길닦이와 경찰국 청사만 맡으면 되네.”      “예, 알았습니다.”     끼무라 국장은 한길수에게 끝없이 불어넣었다.     “이번에 경찰국 사무 청사 공지에 인부를 데려온 일로, 오늘 우릴 접대한 걸로 두루 보니 한 군은 정말 이 산골에 파묻혀있기는 아까운 인재네. 잘 하게나. 우리 일본제국은 잊지 않을 거야.”    “예, 고맙습니다.”    한길수는 숱한 사람들 앞에서 보기 민망스러울 정도로 일본 경찰국장에게 머리를 조아려댔다.    월선은 일본 사람에게 너무 굽석거리는 영감을 보고 속으로 치미는    불길을 참느라고 속이 부글부글 괴여 번졌다. 그러나 겉으로는 기쁜 듯이 끼무라 국장에게 나오지 않는 웃음을 팔았다.      술이 거나하게 되자 끼무라는 색정광의 본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젠 일본 기생 년들을 물리고 우시장 조선기생 옥설을 데려오게나. 오늘을 다른 맛을 봐야겠네.”     “알았습니다.”     영팔이 나가서 이윽고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앞세우고 연지 꼰지 찍고 발끝에까지 분가루가 흩날리게 바른 옥설과 만금, 뽕녀가 들어왔다.     끼무라는 실눈이 대뜸 화등잔이 되여 옥설을 껴안았다.     옥설은 끼무라 국장의 무릎 우에 올라앉아 실버들 같은 허리를 이리 곰실 저리 곰실 배배 탈면서 갖은 애교를 다 부리였다.      한길수는 옥설을 뚫어지게 건너다보면서도 옆에 앉은 월선의 눈치가 보여 어찌 하는 수가 없었다.      한길수가 불편해 하는 것을 눈치 채고 끼무라는 월선을 보고 꼬부랑소리를 했다.     “여보세요. 곤하겠는데요. 나가 쉬세요. 나와 한 군 은밀히 할 말이 많이 있소이다.”     류강철이 통역하자 월선은 일어나 펑퍼짐한 엉덩이를 삐뚤거리며 나가면서 입귀를 비쭉거렸다.     뒤늦게 들어온 월향은 아저씨 한길수를 보고 머리를 까딱 하면서 살짝 웃음을 흘리었다.      끼무라는 월향을 보고 자기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탕탕 치면서 와서 앉으라는 시늉을 했다. 순간 한길수는 속에서 질투의 불길이 훅 치밀었다. 그러건 말건 끼무라는 옆에 앉은 월향의 볼을 살살 만지면서 놀아댔다.      만금과 뽕녀도 끼무라 국장 옆에 붙어 앉았으면 큰 떡이 생길 것 같았지만 별수 없이 한길수의 옆에 와 물앉았다.     월향은 평소에 길수가가 우시장에 오기만 하면 자기 몰래 옥설을 찾아 술잔을 기울이던 일이 괘씸해 보복하려고 들었다. 일부러 한길수의 애가 마르게 모두부랑 숟가락에 떠서 끼무라의 입에 넣어주고 아양을 떨어댔다.     끼무라는 막걸리 잔을 들어 옆에서 희희닥거리는 옥설을 끌어안고 빨간 앵두 입에 억지로 부어넣었다. 옥설은 얼굴을 돌리면서 도리머리 질 하다가 별수 없이 막걸리를 삼키였다.     그녀는 섬섬옥수로 막걸리단지를 들어 끼무라와 한길수의 잔에 쪼르륵 쪼르륵 부어 올렸다.     기생들의 애교를 부리는 간드러진 웃음소리를 안주로 위방에서는 술을 한잔 또 한잔 기울였다.      주흥이 도도해지자 끼무라는 일어나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인차 눈치를 챈 한길수는 손벽을 짝짝 치더니 기생들에게 당부했다.     “끼 국장이 즐겁게 어서 춤판을 벌려라.”     월향은 “추워서 바깥에서 어떻게 춤을 춰요?” 하고 몸을 옹송그렸다.     그러나 한길수가 눈을 굴리자 마지못해 일어나 나갔다.      드디어 마당에서는 북장단이 둥당 둥당 울리고 기생 년들이 비단치마자락을 날리며 학이 나래를 파닥이듯이 팔을 하느작거리면서 춤판을 벌렸다. 대낮 같은 대뜰아래 춤판이 한창인데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하늘하늘 쏟아져 기생들 춤사위 두새에 내려 앉았다.      끼무라는 마루 위에서 월향과 옥설의 가는 목에 팔을 얹고 몸을 기댄 채 춤판을 구경하다가 비칠거리면서 팔자걸음으로 땅바닥에 내려갔다.      “조선 춤이 멋이 없다. 우리 대일본제국의 사꾸라 춤을 췄쏘까?”     끼무라는 “사꾸라, 사꾸라.”하면서 일본 기생들과 함께 왼발 내딛고 손 벽을 짝 치고 오른손 쳐들고 왼손 펴고 오른발 내딛고 손 벽을 짝 치며 사꾸라 춤을 췄다. 기생들은 제법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췄다. 그들은 조선기생들과 한데 어울려 일본에 둔 고향과 부모들의 생각에 눈물까지 흘리면서도 잘들 돌아갔다.       “아이쿠!”      한창 흥이 나서 모두들 춤을 추다가 복판에 쓰러진 끼무라에게 놀란 눈길을 모았다.      끼무라가 엉덩방아를 찧고 오만상을 찡그렸다.     “빨리, 부축해라.”     한길수가 황급히 고함쳤다.     그는 영팔과 함께 달려가 양쪽에서 부축하였다. 끼무라가 그들의 귀 쌈을 찰싹 찰싹 갈겼다.     “바까(바보)! 콘칙쑈(관둬)!”    기생 년들은 발바리 상을 하던 길수가가 맞는 것을 보고 너무 우스워 입을 싸쥐고 돌아서서 키드득 키드득 했다.     기생 년들은 뺨을 감싸쥔 한길수의 독살스런 우멍 눈을 훔쳐보고 곁방으로 몸을 숨기였다.     춤판은 깨지고 월향과 옥설이 끼무라를 부축해 윗방으로 들어갔다.     끼무라는 방 문턱을 넘어서면서 마른 날에 우박이 쏟아지듯이 울컥울컥 토했다. 막걸리며 닭고기며 버섯이며 고사리며 쏟아져 구들에 떨어졌다.     개들이 이게 웬 떡이냐며 끼무라의 가다리 두 새로, 엉덩이 밑으로 대가리를 들이밀고 쩝쩝 먹어댄다.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지경. ㅋㅋㅋ     한길수와 영팔, 순사들이 짖어대며 먹어대는 개들을 쫓아내느라고 위방이 떠들썩했다.
2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4) 불운한 아이들 댓글:  조회:226  추천:0  2024-03-27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2. 불운한 애들        기운봉은 은세계를 방불케 온통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늙은이의 은발을 날리듯이 하얀 눈가루를 바람에 흩날리면서 하늘을 찌르며 서 있었다.      운주동은 하얀 이불을 들써 은빛세계를  방불케 했다. 초가집마다 하얀 꽃노을을 지붕 위에 쓰고 옹기종기 모여 앉아 딱 뭔가 살기 힘든 하소연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병완과 기준이 운주동에 돌아와보니 뜻밖에도 고방에서 사련이가 해산 앓음을 하고 있었다. 하옥이 고방에서 나오면서 반겨 맞았다.      “돌아왔어요?”      “오, 그래. 작은 며느리는 어찌된 일인가?"      병완은 물으면서 위방에 들어가 앉았다.      "아직 해산날이 멀잖소?”       하옥은 아랫방에서 걀쭉한 얼굴을 다소곳이 숙이고 앞치마에 손을 닦으면서 나직이 대답했다.     “좀 앞당긴 거 같아요. 가을에 감자를 팔 때 삐치지 말렸지요. 그런데도 감자를 눈 밑에 파묻으면 어쩌겠는가면서 저 몸으로 삐치더니.”      “쯧쯧쯧. 조산 모는 왔느냐?”      “예, 진작 고방에 와 있어요.”     병완은 어두커니 서 있는 기준을 올려다보았다.     “너무 근심말아라. 네번째 애니까. 순산하겠지.”     뒤이어 그는 아랫방의 하옥한테 머리를 돌렸다.     “그래, 거 성칠은 어디로 갔느냐?”      “꿩 사냥하러 산으로 들어갔어요. 제수한테 꿩탕을 대접해야겠다더군요.”     하옥은  대야에 물을 떠가지고 고방에 들어갔다.     병완은 한숨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에이구, 막내동생은 이젠 맏사위를 삼고 오래지 않으면 손자를 보겠는데 저 큰놈은 아직도 자식 하나 보지 못하였으니 어쩌는가?”     하옥은 고방에서 그 말을 듣고 칼로 에이는 듯이 가슴이 아팠다.     병완은 윗방에서 어쨌으면 좋을지 몰라 하는 기준을 보고 물었다.     “올해 1919년도지?”     “예.”      “그래. 올해는 특별한 해지. 서울에서 부른 ‘독립 만세!’소리가 우리 여기 이 산골에까지 다 울려 퍼졌지.”     병완은 바깥을 내다보면서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더니 머리를 이쪽으로 돌리면서 물었다.     “오늘 몇 월 며칠이냐?”     기준은 머리를 들고 조금 생각하더니 “음력 10월 18일입구마.” 하고 대답했다.    “응, 참 좋은 날이구나.”    그때 고방에서 갓난 애기의 울음소리가 자지러지게 울렸다.     “응아, 응아, 응아.”     병완은 기준을 마주보면서 반가워 희죽이 웃었다.     "허, 그 놈이 울음소리 센걸 보니 혹시 사내애가 아닌지 모르겠군. 어서 알아봐라.”     기준은 황급히 정주간으로 내려갔다.      “조산모, 무슨 애요?”      “고추 달린 놈입구마."     "아들이란 말이오?”     "예. 아들입구마."    조산모의 말에 기준은 뒤덜미를 긁적거리었다.    “에이구, 아침을 먹으면 저녁쌀이 걱정되는 세월에 아들이면 뭘 하겠습둥? 입이 하나 불었으니 근심이 태산같구먼.”     조산모가 고방에 들어가 자지러지게 울어대는 갓난애를 누더기에 싸서 안고나와 기준에게 안겨주었다.      기준은 갓난애를 안고 들여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에이고, 길쭉하게 생긴 놈이 딱 할아버지를 닮았구나. 쯧쯧.”      기준은 먼저 고방으로 들어가 사련을 보고 인사말을 아끼지 않았다.     “여보, 둘째아들을 낳느라고 수고했소.”     사련은 자애로운 얼굴표정으로 갓난애를 올려다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그제야 기준은 애를 안고 고방에서 나와 윗방으로 올라갔다.    병완은 기준의 손에서 갓난애를 받아 안고 들여다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에이, 그 놈, 뭐나 길쭉한 게 시원하게 생겼구나. 애비를 닮아서 밸 때기 사나우면 어쩌지?”    기준은 뒷덜미를 긁적거리었다.     “아버님두, 조손 삼대 다 성격이 강하잖습둥? 이 애만은 어진 애여야겠는데.”     병완은 넷째손자를 안고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멀어서 닮지 않겠느냐? 아버지 대는 종 자 돌림이구. 내 대는 병 자 돌림이지. 너희들은 준 자 돌림이구 .얘들 대는 상 자 돌림이라. 상자에 무슨 글자를 달아준다?”     기준은 갓난애를 보면서 아버지한테 물었다.     “큰집 병권 큰아버님이나 관준 형님께 물어보고 이름을 지으면 어떻습둥?"    병완은 뜻밖에 머리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아니야, 우리 부자간이 먼저 이름을 지어 놓고 물어보자.”    집 안에 한참 납덩이 같은 침묵이 흘렀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다 들릴 지경이었다.     한참 후 병완이 빙긋이 웃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요 놈을 숭상할 ‘상’ 자에 순임금이란 ‘순’ 자를 달아서 상순이라고 지으면 어떠냐? 뜻인 즉 ‘순임금을 숭상한다는 말’이다.”    기준은 아버지와 애를 번갈아 보더니 무릎을 탁 쳤다.    “예, 그 이름이 좋습구마.”    기준은 병완의 손에서 갓난애를 받아 안으면서 중얼거렸다.     "우리 상순아, 할아버진 널 상순이란 좋은 이름 지어주었다. 어디 보자. 에구, 이 봉이 눈을 봐라. 세 귀 눈인 게 사납게 생겼구나. 넌 커서 장차 순임금처럼 나라의 백성들을, 응, 우리 고향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해야 한다. 알았지? 응?”       병완은 기준을 보고 일렀다.    "상순을 애 에미에게 가져다 젖이나 먹여라. 너무 차게 굴면 못쓴다.”    “예꾸마, 상순아, 엄마한테 가자.”      뒤이어 고방에서 기준의 목소리가 두런두런 들리었다.      “여보, 아버님께서 우리 둘째를 상순이라고 이름을 졌소. 상순아, 엄마한테 가자, 응.”     “오, 상순이, 이름이 참 좋소. 상순아, 젖을 먹어라.”     병완은 기준이 부부가 고방에서 주고받는 말을 윗방에서 듣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담배물주리에 담배를 꿍꿍 쑤셔 넣었다.     하옥이 따뜻한 미역국을 사발에 떠들고 고방에 들어갔다.     기준이네가 둘째아들을 보았다는 소문이 온 운주동 마을에 퍼지자 이 집 갓난애를 보러 오는 사람들로 문턱이 다슬 지경이었다.     어금은 혹시 어머니와 막내동생이 찬바람이라도 맞을까봐 바람간호를 하느라고 무척 왼 심을 썼다.     한 마을에 있는 최구장 내외간도 사돈집에 인사하러 왔다.     인사수작이 끝나자 모두들 자리를 잡고 앉았다.     병완은 담배물주리를 뻑뻑 빨면서 답답한 소리부터 했다.     “이제 이틀만 있으면 잔치를 해야겠는데 우린 아무 준비도 없습구마. 삯전을 주지 않아서 통말이 아닙구마.”     최구장은 한숨을 후— 내쉬었다.     “나도 경인에게서 들었습구마. 한달 동안 일해도 삯전을 주지 않으니 어쩌는가요? 저 경인은 삯전도 주잖는다고 슬그머니 빠져 집으로 돌아왔습디다.”     병완은 머리를 끄덕였다.     “ 내 숱한 사람들을 겨울나이 쌀이나 벌겠나 해서 공지로 가자고 동원했는데. 삯전을 주지 않아서 큰 일 났습구마.”     최구장은 한숨을 후 땅이 꺼지게 내쉬었다.      “우리 부자간은 마가을에 버들로 버치를 결어 팔아 잔치준비를 대충 했습니다. 우리도 준비한 게 없습니다. 산나물에 감자 떡이나 갖춰 놓고 결혼식이라고 올리면 됩지. 없는 살림살이에 별게 있습니까?”     “예, 구차한 세월에 간단히 대사를 치르깁소.”     병완과 기준도 한시름을 놓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의 흐름은 청산유수라 또 이틀이 흘러지나갔다.       운주동의 최구장의 둘째아들 경인과 기준의 맏딸 어금의 결혼잔치는 간소하게 치렀다.      병완은 잔치에 온 창렬과 덕성, 동욱 등 마을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괜히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공지에 가게 했구나. 삯전을 주지 않는 날엔 한길수를 가만 놔두지 않을 테다.)      병완은 잔치 날에도 속으로 윽별렀다. 그런데 한길수는 잔치 날에 낯짝도 보이지 않았다.      (차라리 오지 않길 잘했다. 괜히 잔치 날에 주먹이 날아나가면 어쩌니?)      백두산에 숨어 사는 최구철과 진달래가 위험을 무릅쓰고 잔치를 보러 왔다. 최구철이 백두산에서 사냥한 사슴고기를 가지고와서 모두들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잔치날에 최구장은 동생을 집아래목으로 데리고 가서 나직이 일렀다.     “너네두 백두산에서 외롭게 살지 말고 여기 운주동에 내려와 살렴.”      구레나룻이 더부룩한 최구철은 가죽장화로 하얀 눈을 밟아 문지르면서 도리머리질을 했다.      “서울에서 독립만세를 부른 후 보오. 일본 놈들이 우리를 어디 살게 하겠어요? 게다가 나는 고향에서 일본 놈들을 몇을 죽였으니까. 여기 와서 편안히 살 수 있겠어요? 괜히 붙잡히자고.”     최구장은 머리를 끄덕이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글쎄 말이야. 형제간에 한마을에서 살면 얼마나 좋겠냐? 그런데 일본 놈들 때문에 형제간에 이렇게 천리를 떨어져서 살아야 되니 얼마나 가슴이 아픈 일이냐?”     최구철의 코와 입에서 하얀 김이 거세게 뿜겨 나왔다. 마치 성난 사자가 노기를 토하는 듯 했다.     이때 경인의 막내 동생 경석이가 심부름을 하다가 약담배인이 올라 생야단이 일어났다.      최구장은 최구철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맏이 경숙을 시켜 막내 경석을 남들이 보지 않는 집 뒤에 끌어다가 붙잡아두게 했다.     “에이유, 저 꼬락서니를 어쩌니? 동네 창피해 어디 살겠느냐?”     최구장은 답답하여 가슴을 탕탕 쳤다.     최구장은 윗방에서 곰방대를 뻑뻑 빨다가 머리를 수깃하고 무슨 궁리를 하는 경숙에게 물었다.     “경숙아, 그래 공지에 또 갈 예산이냐? ”     “예? 품삯도 안 주는데 또 가겠습둥?”      “맞아, 갈 필요 없어.”      최구장은 곰방대의 재를 재떨이에 툭툭 털었다.     경숙은 허리를 펴면서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도 가지 말았으면 좋겠는데."라고 말하더니 나지막이 근심을 털어놓았다.     “저 응삼이란 자식이 일본 헌병들을 데리고 가마골로 가서 사람들을 공지로 강제로 끌어갔답니다.”      최구장은 한숨을 후— 내쉬더니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응삼이 고놈새끼, 아이 때부터 교활하게 놀더니 일본 사람들한테 찰싹 들어붙어서 이젠 앞잡이질 하는구나.”      경숙은 볼 부은 소리를 했다.     “고놈새끼 말에 홀딱 넘어가서 공지로 가지 않았고 뭡니까?”    부자간은 윗방에 앉아서 한숨만 푸푸 내쉬었다.       기준이 둘째아들 상순을 본 해도 막가는 음력 동지섣달에 소대가리도 얼어 터질 듯 한 엄동설한이 들이닥쳐 살을 어이는 북풍이 윙- 윙- 불어쳤다. 모래알 같은 눈 쌀들이 날아와 창호지를 무섭게 두드렸다.      최구장네 집에는 언 감자도 이젠 거의 거덜이 날 지경이었다. 일본 놈들이 우시장에 경찰서를 짓고 우시장으로부터 두만강변의 회룡까지 철길과 큰길을 닦으면서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김치움에 파묻어둔 감자, 생명줄 같은 얼마 안되는 감자마저 들춰내 다 빼앗아갔다.      엉망진창이 된 살벌한 세월에 최구장의 맏며느리 허옥실은 해산하려고 고방에서 해산앓음을 했다.      “에구, 이 야박한 세상에 나와서 어떻게 살려고 꿈틀거려?”     옥실은 배속에서 꿈틀거리는 아가를 만지면서 중얼거렸다.     이때 최구장의 로친 성단이 고방에 들어와 앉아 며느리 손을 잡고 위안했다.     “아가야, 하늘이 무너져두 솟아날 구멍이 있다구 근심말게나.”     세파에 부대끼여 성단은 쉰고개를 갓 넘어선 나이에 비해 얼굴에 잔주름이 죽죽 건너갔다.     “내 경숙이랑 산에 가서 버섯을 캐오라구 했는데 오는가 마중나가보겠소. 조산모가 옆에 있으니 걱정하지 말구 몸조심하게나.”      시어머니가 나가자 옥실은 수척한 얼굴에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정기없는 두눈은 섦음에 찬 샘구멍인가. 눈물이 하염없이 줄줄 흘러내려 입귀로 흘러들다가는 턱을 타고 어린 근형의 복숭아얼굴에 똑똑 방울져 떨어졌다.     옥실은 새파랗게 질린 입술을 옥물고 해산진통을 참느라고 모진 애를 썼다.     성단이 아들마중을 갔다가 돌아왔을 때였다.    고방에서 갓난애의 울음소리가 “응아, 응아.” 하고 자지러지게 들렸다.    최구장은 웃방에서 곰방대를 들어 재떨이에 툭툭 털면서 로친을 나무랐다.    “에참, 주책없는 노친도. 맏며느리 애를 낳는데 아들마중을 가다니? 쯧쯧쯧.”    성단이 고방에 달아 들어 가더니 환성을 올렸다.     “며느리, 용하구나. 계집애를 낳았구만.”    초신감발을 하고 흰옷을 입은 경숙은 돌 버섯을 캔 바구니를 정주간 바닥에 내려놓고 희죽이 웃었다.     “큰사람, 딸을 안아보게나.”     성단은 갓난애를 포대기에 싸안고 나와 경숙에게 보였다.     경숙은 갓난애를 안고 서성거리면서 중얼거렸다.     “에구, 살기 바쁜 세월에 나서 어찌 하겠습니까? 입이나 하나 불었지.”     경숙은 아들 근형을 본지 1년 만에 음력 동지섣달에 연연 생으로 딸을 보았다.     최구장은 맏손녀를 안고 한참 궁리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몇 월 몇 일인가?”    경숙이 손을 꼽았다 폈다 하면서 한참 생각하더니    “음력으로 12월 5일입구마.” 하고 대답하자    최구장이 좀 궁리하더니 입을 열었다.     “이 애 이름을 밝을 ‘명’ 자에 옥 ‘옥’ 자를 달아서 최명옥이라고 짓자.”     경숙은 어려서부터 아버지 말이라면 다 따랐다.     “명옥이? 밝은 옥이라. 참 좋은 이름입니다.”     최구장은 덧붙였다.     “칠흑 같은 세월이 밝아오기를 기다려 잘 살라고 밝을 ‘명’자를 단 게다. 옥 ‘옥’ 자는 애 어미 이름에서 따왔다.”      “예—참 좋습니다.”     경숙과 성단은 서로 마주보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성단은 바삐 부엌에 내려가 멱국을 끓여 고방에 들여갔다. 뒤이어 다시 부엌에 내려가 경숙이 기운봉에서 따온 돌 버섯을 함지에 씻어 가마에 얹고 부엌에 내려가 불을 땠다.      경인과 어금도 소문을 듣고 불붙이에서 달려내려와 기뻐 어쩔 줄 몰랐다. 경인과 어금은 잔치를 해서 얼마 안 돼 운주동에서 서쪽으로 한 3리 떨어진 불붙이라는 골 안에 가서 남의 사랑방을 빌어 들고 세간났던 것이다.    “아, 그, 우리 개성 최 씨네 어쩌다가 계집애를 봤소? 아 그, 쯧쯧쯧.”     경인은 조카 명옥을 안고 반가와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때 명옥과 년년생인 근형이 앙기장 아기장 걸어와 갓난애 명옥이 곱다고 고사리 손으로 어루만지었다.     최구장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식들을 둘러보았다.     최구장의 집안에는 경사가 났지만 저녁에 가마에 얹을 쌀도 없어 최구장의 아내 성단은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긴긴 겨울과 보리 고개는 어떻게 넘는단 말인가?)     최구장이 마루에 나가 거위 털 같은 눈송이가 쏟아지는 벌판을 바라보면서 대통을 뻑뻑 빨며 근심했다.      그때 천만뜻밖에도 영월동의 성칠이 어깨에 사슴 한 마리를 메고 사립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섰다.      “사돈어른, 편안히 보냈습둥?”     “아니, 영월동의 사돈이 어떻게 돼서 여기로 왔소?”     성칠은 마당에 사슴을 훌 내려놓았다.     “전번에 장백산 밀림으로 들어갔다가 잡아 온 겁니다. 잡수라고 가져왔습구마.”    최구장이 바삐 성칠의 옷에 묻은 먼지와 눈을 털어주면서 위방으로 안내했다. 온 집안 식구들이 인사수작이 끝나자 어금이 큰아버지에게 손을 씻으라고 뜨거운 물을 대야에 담아 들여왔다.    성칠은 눈섭과 코수염에 낀 서리도 물에 씻어버렸다.     최구장은 성칠을 쳐다보며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우리 집에 가져오고 사돈네는 뭘 잡수시겠수?”      “전번 사냥에 멧돼지와 사슴을 여러 마리 잡았습구마. 사돈이 한 집안이라고 사양하지 맙소.”     최구장은 허리를 약간 앞으로 굽히면서 사의를 표시하고 나서 뒷말을 이었다.     “병완 사돈어른은 편안히 계신기우?”      성칠은 성단이가 들여보낸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후 답답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삯전두 주지 않는데 기어이 공지로 갔습구마. 숱한 사람들의 삯전을 받아 내고야 말겠답더구마.”     삯전 말이 나오자 최구장은 곰방대에 담배를 재워 넣으면서 말했다.     “거 영월동의 길수란 자가 무슨 사람입니까? 삯전을 주겠다고 했으면 줘야지. 남을 속여 먹으면 됩니까?”      성칠은 아주 분개해 말했다.     “길수도 문제지만 일본 놈들이 더 문제입구마. 경찰국 지으면서 삯전을 내놓지 않았단 말입구마.”     최구장은 부시를 쳐서 곰방대에 불을 붙여 뻑뻑 빨면서 말했다.      “응삼은 서당 제자인데 말이 아니더구먼. 한길수한테 붙어 살더니 이젠 일본 사람들의 졸개로 돼서 스승마저 등 쳐 먹는 망할 놈으로 돼버렸수다.”     성칠은 한길수에게 생각이 미치자 악이 났다.     최구장은 담배대통을 뻑뻑 빨며 한탄했다.     “옛말에 부자 한 놈이면 온 마을이 망한다는 말이 맞아요.”    성칠도 동을 달았다.     “요즘엔 한길수는 일본 사람들을 영월동에까지 끌어들여 큰 잔치를 벌리면서 개지랄을 합더구마.”     “개 같은 놈!”     집 안에서는 한길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와 한숨소리가 뒤섞여 오고 갔다.     고방에서는 갓 난애 명옥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바깥에서는 풍설이 창호지를 치며 무섭게 윙윙- 울부짖었다.     어른들은 이 살벌한 세상에 태어난 애의 운명을 근심하면서 한숨만 후~ 후~ 쉬었다.
1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3) 삯전 김장혁 댓글:  조회:353  추천:0  2024-03-27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5장 반항                               1. 삯전          끼무라는 한길수의 입방아질에 오뉴월에도 장독에 서리칠 지경이었다. 그들은  짜고 들어 인부들의 품삯을 주지 않았다.      병완은 한길수가 신용을 저버리고 마을 사람들의 품삯을 주지 않는 것이 괘씸했다. 아무리 힘들게 대패질을 하고 톱질을 하여도 좁쌀 한 되도 차례지지 않았다.    (진짜 강물을 건너자 다리를 뜯어버리구나. 개 놈새끼.)    당장 맏손녀 어금을 시집보내야 하겠는데 손에 한 푼도 쥔 게 없어 근심이 태산 같았다.    결혼 날자는 하루하루 눈앞에 다가와 근심이 태산 같았다.     기준과 병완이 대패질을 쓱 쓱 할 때다.    한길수가가 응삼과 영팔 등을 데리고 목수 간으로 들어와 개화장을 휘두르며 거들먹거렸다.    “저, 김 도감, 대패질만 하지 말구 동네 민공들이 제대로 일하는가 좀 살피게나.”   병완은 거들먹거리는 길수가 눈에 거슬리어 부르튼 소리를 하었다.   “한도감, 난 부지런히 일만 하지 남을 살피는 일은 못하네. 품삯도 못 받는 도감인지 도깨빈지 못하겠네.”    그는 응삼을 건너다보며 뒷말을 이었다.     어떨꿍이 사람을 죽인다고 응삼은 벼슬욕에 실눈을 가슴츠레 뜨고 길수의 눈치를 핼끔거렸다.     그러나 길수는 속에 전혀 예산도 없었다.     “흥. 응삼을 어찌 자네한테 비길 수 있단 말이오? 자넨 내 의형제 아니요? 자네 말이라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듣지 않는가!”    병완은 이럴 때다고 제꺽 바쁜 일부터 들이댔다.    “여보게, 맏손녀를 시집보내야겠는데 손에 일전 한 푼 쥔 게 없어 근심이 태산 같네. 삯전이나 제때에 주오.”    삯전 말이 나오자 한길수는 대뜸 낯색이 어두워지며 퍼란 바위돌처럼 굳어졌다.    “나도 중간에서 진짜 시집살이네. 일본 사람들이 자초보다 다르게 노는 거 어쩌오? 삯전을 인차 줄  거 같지 않네.”     “그게 무슨 소리오?”    병완은 대패질하던 손을 멈추고 허리를 펴면서 한길수를 쏘아보며 따지고 들었다.    "자네 삯전을 딱딱 준다고 했잖은가? 그래 숱한 마을 사람들을 동원해 데리고 왔는데. 지금 와서 핸들 나누우면 마을 사람들은 굶어죽으라는겐가?"    한길수는 말이 빗나갔음을 느끼고 중절모자를 벗어 쥐고 마른 기침을 깇더니 번들이마를 슬슬 어루만지면서 제꺽 말을 바꾸었다.    “근심하지 말게. 어떻게 하나 끼무라 국장님과 말해 설전에는 삯전을 주겠네.”    기준과 덕성을 비롯한 목수들은 품삯을 차일피일 미루는 한길수를 못 미더워하는 눈길로 쏘았다. 그들은 모두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한길수에게 아니꼬운 눈총을 쏘았다.     “아니, 모두 가을걷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공지로 왔는데 삯전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 누가 여기서 일하겠소?”     너부죽하게 생긴 덕성은 자귀로 깎던 목재를 들어 던지면서 노호했다.     “품삯을 안 주면 그만두고 집에 돌아가겠소. 감자랑 눈에 다 덮여버리면 어쩌오? 하다못해 산에 가서 사냥이라도 해야 살지. 쳇,”    바빠 맞은 길수는 병완을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쑤군거렸다.     “자넨, 도감이 아닌가? 자네 삯전을 주지 않을까봐 그러오? 근심하지 말게나.”    병완은 누구나 다 들으라고 언성을 높였다.     “아니, 온 마을 사람들한테 삯전을 딱딱 준다고 불러왔는데 내 무슨 낯으로 그들을 대한단 말이요? 안되오. 달마다 꼭꼭 삯전을 계산해 주오.”    길수도 안 되겠다싶었든지 살짝 말을 바꿨다.     “그렇긴 하구만. 자넨 맏손녀를 시집보내야 한다니 내 오늘 끼무라 국장에게 말해서 먼저 주겠네.”    “안 되오. 온 마을 사람들의 삯전을 다 …”    한길수는 마을 사람들을 건너다보며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떠들지 말라는데도 왜 이래?”    “떠들지 않게 됐소?”     길수는 병완을 마구 끌다시피 해 목수 간에서 나왔다.    그는 병완의 귀에 대고 목소리를 낮춰 쑤군거렸다.     “내 말 듣소. 내일 목수 간의 삯전만 먼저 줄게.”     “안 되네. 온 마을 사람들 삯전을 몽땅 달란 말이오.”    한길수는 고집불통인 병완과 말해보았자 쓸데없는지라 또 다른 말을 꺼냈다.     “그래, 주지. 온 마을 사람들의 삯전을 다 주지.”    그제야 병완은 씩씩 거친 숨소리를 죽이면서 목수 간으로 되들어갔다.     이튿날 정말 한길수는 병완을 공지 총도감실에 불러갔다.    병완은 삯전을 주겠지 하고 총도감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총도감실에는 한길수와 응삼, 영팔, 수길 등 사람 외에도 끼무라 국장과 야마모도 소장, 털 한 모숨이 가메다까지 살기등등해 앉아있지 않겠는가.    가메다는 볼에 난 털 한 모숨 났다고 해 털한모숨이란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는 볼의 털을 슬슬 어루만지며 눈을 버릇처럼 찔끔거리면서 키가 구척이나 되는 병완을 살기 찬 눈길로 노려보았다.    길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네들이 삯전을 달라고 너무 떠드는 바람에 이게 뭔가? 끼무라 국장과 삼림파출소 야마모도 소장이 직접 자네를 만나러 왔네.”    야마모도 소장이란 자는 안경알 밑으로 구척 같은 병완의 아래위를 훑어보고 있었고 끼무라는 아주 반가운듯이 걸상에서 일어나 병완과 악수까지 청했다.    “요로씨이(좋아), 자네가 병완인가?”   류강철이 조선말로 통역해주자 병완은 끼무라의 손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말했다.    “그렇소이다. 삯전이나 줍소. 우린 지금 죽물도 먹기 힘드오.”    류강철이 통역해주자 끼무라는 피씩 쓰거운 웃음을 지었다.    “그래? 돈밖에 모르는 놈들. 우리 대일본제국에 충성하는 양민이 되고 싶지 않은가? 우리 대일본제국은 그대들의 충성심을 요구하네. 그럼 돈뿐이겠는가? 쌀이랑 미녀랑 많이 주지.”    끼무라는 세 살 짜리 애에게 사탕을 주고 얼리듯이 구슬렸다.    “아니, 미녀고 뭐고 싹 그만두고 삯전이나 주오.”    “주지. 간상, 자네가 어떻게 공지를 다스렸으면 이 놈들이 폭동이라도 일으키자고 들겠는가?”    한길수는 잔등에 식은 땀을 쫙 흘리었다.    그는 병완을 쏘아보면서 나무랐다.    “주겠다는데 왜 나까지 욕을 먹이는가?”    병완은 그저 삯전을 주기만 기다리면서 입에 빗장을 지르고 말뚝처럼 떡 뻗치고 서 있었다.    상전 앞에서 바빠 맞은 한길수는 호주머니에서 동전 몇 잎을 꺼내 병완의 손에 척 쥐어주었다.    “얻소. 가져다 맏손녀를 시집보내게나.”   끼무라 국장은 입귀에 금이발을 드러내며 피씩 냉소했다.   “그깟 놈들이 대일본제국의 일을 하지 않으면 몽땅 죽여 버려! 또 인부들을 붙잡아오면 돼. 쳇, 대일본제국을 위해 일하는데 무슨 놈의 삯전? 우둔한 놈들, 정말 정신 나갔군. 흥!”     병완은 길수에게서 동전 몇 푼 받아 낸데다가 공지 모든 인부들의 삯전을 주겠다는 말을 듣고서야 총도감실을 나섰다.    그때 등 뒤에서 끼무라 국장이 야마모도소장을 돌아보면서 지껄여대는 소리가 들렸다.    “장승같은 놈, 힘깨나 쓸 거 같군. 우리 개로 길러볼만한 놈이네.”    “쳇, 딱 도깨비 같구먼.”    목수칸으로 돌아온 병완은 길수에게서 가진 동전 몇 잎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대패 틀 위에 잘그락 놓았다.     덕성은 눈이 동그래 물었다. “건 어데서 나온 거요?” 병완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길수 영감이 선심을 썼네. 날 보고 동전 몇 잎 받고 인부들의 입을 틀어막아 달라네.” 그러자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니, 한 영감은 정말 삯전을 주지 않을 작정인가?” “그러게 말이요. 괜히 여기 와서 뼈 빠지게 일한 것 같네.” “두 달째 삯전을 주지 않으니 코앞에 닥쳐온 양력설은 어떻게 쇤단 말이요.” “양력설? 쳇, 난 가을에 감자를 파오지 못하고 여기 끌려오다나니 눈 밑에 몽땅 파묻었소. 이 기나긴 겨울에 뭘 먹고 산단 말이요.”      “최구장네 경인처럼 버치나 틀었더라면 우시장에 가져다가 팔아 겨울나이 쌀이나 장만했지.” 그런 말을 들으면서 병완은 땅이 꺼지게 한숨을 후— 내쉬었다.     “이 동전을 가져다 바쁜 목에 쓰게나.” 병완이 대패 틀 우에 놓은 동전 몇 잎을 건너다보면서도 서로 눈치를 볼뿐 누구도 가지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병완은 동전을 싹 쓸어 쥐더니 덕성이랑 몇몇 목수들에게 일일이 둬 잎씩 나눠주었다. 이때 기준도 나무에 묻은 대패 밥을 손으로 쓱쓱 털어버리면서 답답해 말했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네. 맏딸을 대엿새 후에 시집보내야지. 아내가 막달인데 당장 몸을 풀어야 하오. 그런데 손에 쥔 게 어디 있소?”      덕성은 머리를 끄덕이더니 동전을 기준에게 내밀었다.      “이걸 부조 삼아 가져다가 맏딸의 결혼에 쓰게나."       “싫소.”      기준의 말에 병완도 손을 내저으면서 사절했다.       “절대 그러지 마오. 양력설에 어떻게 빈손으로 가겠는가? 난 마을 사람들 앞에서 머리도 못 들고 다니겠네.”        덕성은 동전을 쥐고 병완과 기준이 그리고 다른 목수들을 돌아보다가 한 잎 만 기준에게 주었다.        “그럼 이 한 잎은 맏딸의 결혼잔치 부조인 셈 치고 받네. 나머지는 자네들이 꼭 받아야 하네. 사양하면 우리도 한 잎도 가지지 않겠네.”      기준은 기어이 사양했다.      “아니요. 우리도 제 몫을 가졌으니까. 이러지 말게나.”      덕성은 두툼하고 터실터실한 손으로 동전잎을 기어이 기준의 호주머니에 넣어주었다.    “에이, 사람이. 부조도 받지 않는 법이 어데 있는가.”     기준은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병완은 기준을 보고 “덕성이, 성의는 이미 받았으니까 그만두게. 먼저 바쁜 목을 열고 보기요. 우린 감자떡이랑 빚어 놓고 결혼잔치를 하면 되네.”라고 했다.     덕성과 기준은 동전 한 잎을 가지고 주려거니 받지 않으려고 하거니 했다.     이때 한길수가 영팔과 응삼을 데리고 목수 간으로 우르르 쓸어 들어섰다.    그제야 덕성과 기준은 그만뒀다. 덕성은 할 수 없이 동전을 호주머니에 넣었다.     “아니, 자네들은 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미세 당기 세를 하오? 에헴.”     한길수는 건 가래를 떼면서 병완의 눈치를 흘끔 살폈다.     병완은 길수를 똑바로 마주보면서 말했다.      “총 도감, 모두들 삯전을 주지 않으면 계속 일하지 못하오. 감자랑 채 파지도 못하고 여길 오다나니 몽땅 눈 밑에 쓸어 넣었단 말이요. 동삼에 쌀을 살 삯전도 주지 않아 집식구들의 입에 거미줄을 치겠소.”      (아, 이 영감이 금방 입을 틀어막으라고 동전을 주었구만 오히려 인부들 쪽에 서서 대포를 쏜단 말이야. 흥!)      한길수는 속으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공지에 왔기에 당신들의 입만은 집에서 근심하지 않게 되지 않았소? 너무 좋아서 그러오?”     그 말에 덕성은 팔을 걷어 올리더니 한길수의 코에 대고 삿대질하면서 따지고 들었다.      “아니, 그것도 말이라구 해? 우리 공지에 오지 않으면 사냥이라도 해서 쌀값을 장만할수 있어. 당장 삯전을 줘. 그러지 않으면 당장 그만두겠어.”     “옳소. 우린 그만두고 사냥하든지 삯일을 하든지 하겠소.”      “아니, 이것들이 누구 앞에서!”     영팔이 가죽채찍을 휘두르며 뛰쳐나왔다.     “닥쳐!”      한길수가 다급히 소리쳤다.     그는 영팔을 질책했다.     “에이, 못난 놈. 한마을 사람들에게 무슨 짓이냐?”     한길수는 나오지 않는 웃음을 억지로 낯에 게바르면서 구슬렸다.      “우린 한 마을 사람들이 아니고 뭐요?  좀 서로 사정을 봐 줄내기.  흐흐흐. 나도 일본 경찰국 끼무라 국장과 말해서 꼭 자네들의 삯전을 주게 하겠네. 근심 말고 일하게나. 나도 중간에서 정말 시집살이네.”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 한다. 그 말을 어떻게 믿으란 말이오?”     한길수는 중절모를 쓴 대머리를 건뜻 쳐들고 우멍 눈으로 천정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천하의 한길수가 그래 고만한 돈 주지 않으리라구 그러오?”     모두 길게 한탄하면서 대패질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한길수는 병완을 돌아보면서 득의양양한 표정을 짓더니 목수 간을 나섰다.     그날 일을 마치자 병완과 기준 부자는 한길수와 말하고 어금의 결혼식을 올리려고 운주동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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