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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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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39) 고향의 버들 김장혁
2024년 04월 05일 11시 04분  조회:288  추천:0  작성자: 김장혁
 
     김장혁 작 대하소설 울고 웃는 고향 제5장

      7. 
고향의 버들




    엄동설한에  눈 덮인 대지에 차가운 빛가루가 뿌려지고 있다. 윙-윙- 눈보라가 사납게 울부짖으며 눈 덮인 시골개천바닥을 휩쓸며 휘몰아친다.
    경인과 어금은 불 붙이에 세간나 이럭저럭 근근득식하면서 살았다. 경인은  베옷바람에 초신 감발하고 윙윙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무릅쓰고 버들방천의 버들을 베러 발기를 끌고 나갔다. 소 버치를 결어 팔아 차좁쌀이라도 사 살림에 보태려는 것이였다.
    눈보라가 어찌나 세찬지 날아오는 모래알 같은 눈가루에 얼굴을 맞아대는 듯하였다. 숨이 헉헉 막혀 발기를 끌기 힘들었다. 설상가상 맵짠 한기가 뼈 속까지 스며 들어 아래위이발이 더덕더덕 맞쪼길 지경이었다. 그래도 경인은 용케도 쓸만한 버들을 얻어만 보면 낫질 해 발기에 담았다.
    “야, 이 놈새끼, 버드나무를 마구 베?!”
   눈보라치는 겨울에 이게 무슨 마른 하늘 생벼락인가?
   경인은 낫을 쥔 채 머리를 돌렸다. 소리임자를 보니 말을 타고 군도 찬 일본 사람이었다.
   경인은 일본 사람이 뭐라고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발기를 끌고 나가면서 계속 버들을 베였다.
    쒹- 쒹-
   가죽채찍이 날아와 경인의 잔등을 핥아 쨌다.
   옷이 째지며 살갗이 드러났다. 드디여 살캋에 시뻘건 굴 뱀이 죽죽 졌다.
   “아니, 왜 이래?”
   “빠까 모노(바보 같은 자식)!”
   일본 놈이 고래고래 고함치며 채찍을 휘둘렀다.
   경인이 날아드는 채찍을 덥석 감아쥐어 홱 챘다.
   일본 놈이 말잔등에서 휘청거리며 하마트면 떨어질 번했다.
   이때 등뒤에서 말발굽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총을 든 일본 경찰 대여섯이 말 타고 달려왔다.
   먼저 온자가 뭐라고 고래고래 고함치자 일본 경찰들은 경인을 붙잡아 묶었다. 그 놈들은 경인을 붙잡아끌고 개 잡은 포수들처럼 우쭐렁거리며 상우남면에 자리잡은 림산파출소로 끌고 갔다.
   파출소에는 조선인 통역이 있었다.
   통역은 사무상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일본 사람을 가리키면서 조선말로 말하였다.
   “이분은 림산파출소 야마모도소장이네. 당신 정신 있소? 감히 버들방천의 버들을 베다니?”
   그제야 경인은 자기가 잡혀온 영문을 조금 알게 되였다.
  잠간 후 그는 머리를 번쩍 쳐들었다.
   “일본 사람들이 정신있소? 내가 나서 자란 고향에서 버들을 벴는데 무슨 죄 있단 말이오?”
   경인의 뒤 말만 통역하자 야마모도 소장이 호통쳤다.
   “뭐 어쩌고 어째? 법도 모르는 시골 놈들, 한일합방 후 조선은 일본에 귀속됐어. 조선의 땅과 물에서 자란 모든 게 일본 거란 말이야. 넌 일본 삼림법을 어겼기에 중대 범죄자야.”
   경인은 억이 막혀 가슴을 쾅쾅 두드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요? 우리가 세세대대로 살아온 고향이 일본 거란 말이요?”
   통역은 조용히 말했다.
   “이보. 말해보았자 쓸데없소.벌금이나 하구 집에 가게 내 말해줄테니. 작작 떠드오.”
  "벌금? 무슨 말이오?"
  "감옥살이 대신 돈이나 내란 거요."
   경인은 머리를 무겁게 툭 떨어뜨렸다.
   (일본 사람들이 들어온 후 처음 듣는 소리야, 제기랄 벌금! 당장 먹을 쌀을 살 돈도 없는데 벌금 하라는 거야? )
   경인이 속으로 두덜거리는데 일본 헌병 소대장 나까노라이찌로가 파출소에 들어왔다.
    그는 야마모도 소장 곁으로 다가가 거적눈을 내리깔면서 뭐라고 쑹얼거렸다.
    야마모도 소장은 경인을 내려다보며 머리를 끄덕이더니 권연 한대를 꺼내 가재수염아래에 꼬나물었다.
   나까노라의 거적눈은 실눈으로 한데 붙더니 피어오르는 연기를 꿰뚫고 경인을 여겨보면서 무슨 속궁리를 굴리고 있었다.
    이윽고 야마모도 소장은 희죽이 웃으며 씨부렸다.
    “자넨 운주동 최구장네 둘째아들이라면서?”
   경인은 머리를 들어 야마모도 소장을 쳐다보았다.
   야마모도 소장은 가재수염을 슬슬 쓸더니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여기 벌금서에 이름 석 자를 써넣고 돈을 가지고 오게나.”
   경인은 번쩍 머리를 쳐들었다.
    “아니, 보릿고개를 넘을 쌀을 살 돈도 없는데 무슨 벌금을 내라는 게요?”
    야마모도소장은 통역이 번역해주자 책상을 꽝 쳤다.
    “제기랄! 최구장 낯을 봐주는 건데도 모르는가? 어째 감옥살이를 하고 싶은가?”
    경인은 억울한 대로 그렇게 하겠다고 벌금 서에 자기 이름 석 자를 써넣고 파출소에서 나왔다.
    그는 앙알한 마음으로 발기를 끌고 운주동에서 서쪽으로 오리나 떨어져있는 불붙이의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어금에게서 기별을 받고 최구장과 경숙이 달려왔다. 그들은 경인의 째진 옷 속에 드러난 잔등의 채찍자리를 보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자기 고장의 버들을 벴는데 채찍으로 이다지도 때려?”
   경숙이 경인의 상처를 보면서 불만을 토로했다.
   “계십둥?”
  이때 밖에서 성칠이 사냥총을 쥐고 불쑥 들어섰다.
   눈보라가 살창문을 투르륵 두드린다.
   “사돈어른 오셨구먼. 우리 조카사위가 일본 놈들에게 다쳤다더니 어떻소?”
   성칠이 문안하러 오자 경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이유, 목재 일에 바쁜데 찾아 왔습니까?”
   경인은 일어나 절을 올렸다. 그러자 성칠은 바삐 마주 앉으면서 답례했다.
   “에이, 아픈데 무슨 절까지. 에이고, 어깨랑 다쳤구먼. 다른 덴 상하지 않았소?”
   “괜찮습니다.”
   어금은 눈물이 글썽해 두 손을 맞잡고 앉아 큰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성칠은 어금을 건너다보면서 당부했다.
   "이후에는 일본 놈들의 눈을 피해 버들을 베오.”
   경인은 피발이 선 눈을 뚝 부릅뜨고 바깥을 내다보면서 이를 북북 갈았다.
   “에이유, 그 놈들의 성화에 어디 살겠습둥? 버치라도 결어서 쌀이나 사자 했더니. 그것마저 안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삽둥? 전번에 경찰국공지의 삯전도 주지 않은 게 목재 일을 해도 주겠습둥? 살 길이 막막합구마.”
    성칠은 여러분들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일본 놈들을 우리 고향에서 몰아내기 전에는 발편잠을 잘 수 없습구마.”
   최구장은 도리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총칼을 쥔 일본 놈들을 어쩌겠수?”
   성칠은 사냥총을 들어 보이면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사냥총 들고 싸워야 합구마. 경인 조카사위는 검을 잘 쓰지 않소?” 
  그 소리에 모두 놀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최구장은 한숨을 후 내쉬었다.
    “우리 힘으로 언제 그 놈들과 싸워 이기겠소? 500년이나 이 나라를 통치해온 이씨 조선의 관군들도 어쩌지 못하고 나라를 다 빼앗기고 말았는데. 괜히 검을 휘두르다가 괜히 목숨이나 잃겠소.”
     최구장은 앉아 김빠진 말만 했다. 성칠은 공자 왈 맹자 왈 밖에 모르는 선비들과 무력을 쓰자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주저하지 않았던가? 하물며 선비들이야 무슨 담에 총칼을 든 일본 놈들과 싸우겠는가?)
    성칠은 장소나 사람을 봐가면서 말해야 되겠다는 것을 느끼고 다른 화제를 꺼냈다.
    “사돈어른의 서당 방은 어떻게 돼갑둥?”
    최구장은 머리를 홰홰 가로저었다.
    “요즘부터 일본 사람들이 조선 글이나 한어를 가르치지 말구 일어를 배워서 가르치라고 해서 난리네.”
   주름살이 밭고랑처럼 패이고 흰 수염이 더부룩하게 자란 최구장의 얼굴에는 수심의 그늘이 꽉 끼였다.
   성칠은 세파에 모대기면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최구장에게 존경이 갔다.
    “최구장은 서당 방을 차려서 우리 후대들의 눈을 틔워주는 게 민족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겝지유.”
    “우린 아무리 가난해도 허리띠를 조이고서라도 자식들을 공부시켜야지.”
    그쯤 되자 성칠은 후에 경인과 조용히 말해보기로 하고 문안 몇 마디 더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성칠은 사돈들과 인사하고는 집에 나와 성큼성큼 앞장대로 치달아 올랐다.
    눈보라가 쌩쌩 나무초리를 스치며 무서운 비명소리를 쳐댔다. 일본 놈들의 세상으로 뒤바뀐 조선의 대지에는 와가의 콧노래가 장송곡을 부른다.
    저승사자가 염라전 화로불 옆에서 이빨을 다시며 기지개를 켜더니 하품을 하며 낮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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