덫김태현“히야, 밸이 보인다.” “어디…?” “니 사타구니…” “해해해… 이것, 이건 고치(고추)야!” “잉…? 그래 니 고치는 맵니?” “이 고치는 쉬― 하는 고치야.” “쉬― 이라니?” “우리 할매가 민석이 쉬― 하는 고치래!” “나는 없는데…?” “뭐?! 넌 없다구…?” “응! 난 없어!” “정말…? 어디 좀 보자!” “이것 봐! 정말 없다는데두야!” “응, 없네! 넌 정말 없어!” “그래, 정말 없다.” “그래 넌 어떻게 쉬― 하지…?” “난 이렇게 앉으면 저절로 쉬― 돼!” “야?! 참, 신기하다!” “뭐?! 너는 고치가 있어 좋겠다.” “왜서…?” “고치만 털어도 쉬― 할수가 있어서!” “그래 넌 안그렇니…?” “응! 난 이렇게 바지를 벗어야 해!” “히야! 엉치까지 내놓고…? 니 엉치 정말 곱다야…?” “뭐야?! 니 엉치는 안그렇니…?” “야! 니 엉치 사과같다야…?” “정말…?” “응!” “히잉!” “사과엉치!” “쬐만 고치 같은게” “분녀엉치 사과엉치!” “민석이 쉬―는 남방고치!” “해해해…” “호호호…” … 1 3년전 신문사에 출근하던 작은오빠가 출근길에 층계를 내리다가 갑자기 뇌출혈이 왔다. 작은오빠는 그날부터 침대에 죽은것처럼 누워 입가에 느침을 질질 흘리며 올케언니가 휴지로 닦아줄 때까지 이불귀를 침으로 적시기가 일쑤였다. 느닷없이 찾아온 병때문에 작은오빠는 말 한마디 할수도 움직일수도 남의 말 한마디 알아들을수도 없는 식물인― 천치가 되여버렸다. 매번 작은오빠네 집에 가서 철없던 동년과 마찬가지로 시커먼 “고치”를 드러내놓은채 갓난아기마냥 기저귀를 차고있는 작은오빠를 볼 때마다 분녀의 사과엉치가 곱다고 탈삭거리는 “고치”를 내놓고 우쭐렁대던 소년의 작은오빠를 보는것만 같다. 먼발치에서 뿌옇게 흐린 작은오빠의 퀭한 두눈을 바라보면 깊숙한, 심지어 음침하기까지 한 두눈이 음흉스럽게만 보인다. 그래도 “고치”를 달았다고 늘쌍 분녀의 사과엉치를 찰싹거리며 뒤쫓던 작은오빠였다. “엉?! 고모가 왔네. 그래 손군들은 어쩌고…?” “아! 올케언니, 힘들지…? 미운 작은오빠땜에…” “아니, 하나도 힘들지 않아! 그래도 작은오빠가 아까도 밥 달라고 웃었어! 정말이야! 이젠 점점 나아지는게 알리는것 같아!” “아이, 언닌 그저… 뭔 차도가 있다구…? 자꾸만 자아도취에 빠져서…” “아니야! 저봐! 작은오빠가 고모를 알아본거야. 지금 웃고있잖아…?!” “응. 작은오빠! 정말 미워죽겠어! 괜스레 언니까지 고생시키며…” “웬 소릴…?! 난 하나도 힘들지 않다니깐! 이제 작은오빠가 일어나면 둘이서 마음놓고 모아산려행을 할거야!” “허어이구…? 언닌 모아산도 려행이라구…? 차를 타고 가면 고작 30분이면 도착할텐데…” “그래도 작은오빠하고 약속해놓고… 오빠가 쓰러지면서 려행을 미루지 않았나 뭐?! 참…” “언닌 좋겠어! 항상 약속을 지키며 살아서!” “그럼. 또 있어! 이제 작은오빠가 일어나면 갈데가 한군데 더 있어! 작은오빠하고 소꿉놀이하던 덕지령으로 가보는거야! 지금도 작은오빠하고 속삭이던 옛말이 소곤소곤 가슴을 적시는 덕지령이 보고싶어! 정말이야! 그럴수가 있을는지…?” “되겠지! 언닌 그렇게 확고하게 기다리고있지 않나? 그러니 꼭 그렇게 될거야! 미운 작은오빠가 꼭 일어날거야!” “그럼 난 작은오빠가 일어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있을지도 모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오빠를 끝까지 지켜낼거야!” “알았어! 난 항상 올케언니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천지신명을 감동시키기를 기원할게!” “고마와 고모! 이렇게라도 고모가 가끔 들려서 이야기 나누니깐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정말 작은오빠하고 한 약속을 지켜낼지가 두려워!” “무슨 말이야 언니! 작은오빠가 왜 못일어나? 작은오빤 꼭 자리를 털고 일어날거야! 그럼 작은오빠가 죽어서도 두눈을 감겠어?” “고모! 다시는 죽음이라는 말 내앞에서 꺼내지 말아줘! 그런 말 들으면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나오는거야! 흑흑흑…” “언니, 미안해! 나 정말 몰랐어! 다신 올케언니앞에서 죽음이라는 말 꺼내지 않을게! 약속해주겠어! 그리고 항상 올케언니의 비단같은 마음심으로 천지신명께 기도할게! 우리 올케언니의 약속을 지켜줄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고… 고마… 흑 고마와 고모!” “으응…!” … 2 분녀는 축 처진 커다란 엉뎅이를 털썩거리며 세탁기안에서 금방 빨아낸 옷견지들을 꺼냈다. 모두가 아이의 기저귀보다 곱절이나 큰 세모나게 만든 꼴의 기저귀들이였다. 분녀는 물기가 없이 털어낸 촉촉한 기저귀들을 하나하나 추려서는 똑같이 귀를 맞춰 차곡차곡 한켠에 쌓아놓았다. 그리고는 시뻘겋게 부은 손목을 주물럭거리며 주방으로 가더니 라면사발을 들고 국물에 굵다랗게 퍼진 사발안의 나머지 라면오리들을 후루룩 후룩 소리를 내며 먹었다. 금방까지 라면을 먹다가 땡― 하는 자동세탁기의 완성신호를 듣고 급기야 달려가다보니 그사이 라면오리들이 모두다 퍼져서 물렁물렁한것이 무슨 맛인지 대강대강 씹어서 넘겼다. 분녀는 라면사발에 있는 라면오리들을 하나라도 남길세라 국물까지 들이켜고나서야 시름이 놓였던지 걸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텅 빈 라면사발을 손에 든채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맥을 버리니 량어깨가 축 처져내렸다. 까딱 움직이기가 싫었다. 그런대로 아무데나 쓰러져서 한숨 푹 자고만싶었다. 분녀는 음식을 먹고난 식기가 달랑 빈 라면그릇이 하나밖에 없었지만 싱크대에서 쏟아져내리는 수도물에 불궈놓은채 그대로 주방을 나와버렸다. 분녀는 어깨를 늘어뜨린채 천천히 창턱에 놓인 란이의 화분통에 생수를 걸러서 묵혀두었던 물을 주고나서 다시 주방으로 걸어들어가 찹쌀을 가루내여 만든 미시가루에 사탕가루 한숟가락 넣고 더운물을 좀 두고 숟가락으로 살살 휘저었다. 그렇게 떡반죽처럼 만들고나선 다시 더운물을 쏟아놓고 골고루 풀어놓은 다음 숟가락으로 다시 한술 떠서 입에 대고 맛을 보더니 쟁반에 받쳐들고 어린애마냥 탈싹거리며 주방을 나와 방 한복판에 기다랗게 놓여있는 침대가로 다가갔다. “자, 우리 큰애기 점심을 먹자요.” 분녀는 암죽그릇을 한켠에 놓고 무감각인 남편을 왁살스럽게 겨드랑이를 껴안아 일으켜 이불과 베개를 기웃이 쌓아놓은데 기대여앉혔다. 그리고는 다시 암죽그릇을 당겨 어깨와 손으로 쓰러지려는 남편을 받치고 다른 한손으로는 숟가락에 죽을 떠서는 남편의 찌그러진 입안에 흘려넣었다. 그러나 남편의 입안에 들어가는 죽보다 입가로 흐르는 죽이 더 많았다. 분녀는 남편의 겨드랑이를 받쳤던 손을 빼내여 다시 휴지를 감아쥐고 남편의 입귀로 밀밀 흐르는 죽을 훔쳤다. “허이구―” 분녀의 입에서는 숨넘어가는듯한 한숨소리가 곬을 파며 쏟아졌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분녀는 천천히 죽사발에서 죽을 떠서 한술, 한술씩 남편의 입안에 흘려넣었다. “에―취!” 순간 사레가 들린 남편의 입안에서 암죽찌꺼기가 분수처럼 튕겨나왔다. 삽시에 분녀의 머리와 얼굴이며 몸에 지저분한 토설물이 덕지덕지 묻었다. “에구, 우리 큰애기 또 애먹이네. 그래 천천히… 천천히 먹어요. 네이…?” 분녀는 급히 한손에 감쳐쥐고있던 휴지로 얼굴과 가슴을 대충 닦아내고는 다시 죽사발에서 숟가락을 쥐고 남편의 멍청한 입안에 죽을 흘려넣었다. “여보, 왜 아직도 말 잘 듣지를 않수? 우흑… 그래도 이 백분녀는 당신의 약속을 지켜드릴거야! 아니 지켜낼거야! 그래! 많이 먹고 빨리 일어나 이 백분녀의 사과엉치를 다시 안 볼거유?” 분녀는 밑굽이 드러나는 공기를 말끔히 숟가락으로 모아서는 남편의 우물거리는듯한 입안에 넣어주었다. “어그… 우리 큰애기 정말 곱다! 에그… 그래 다 먹었으니 이젠 한숨 푹 쉬구려! 그래야 이 백분녀도 사과엉치를 자리에 눕히고 좀 쉬지유.” 분녀는 남편의 빈 죽그릇을 침대가에 놓인 식탁우에 밀어놓고는 굳어진 곧은 눈길로 눈동자도 돌리지 못하는 남편의 곁에 자기의 무거운 몸을 눕히고는 남편의 손을 꼬옥 잡은채 두눈을 감았다. 퍼렇게 죽어가는 분녀의 우멍한 눈귀로 쌀뜨물같은 시뿌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잡고있는 남편의 손등에 또르륵 떨어져내렸다. “여보, 그럼 오늘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계속하겠수!” … 멀고먼 옛날 덕지령에는 사과같은 고운 엉치를 자랑하는 소녀와 사타구니에 빠알간 고치를 드러내놓고 부끄러움도 못타는 죄꼬만 남방고치소년이 살았습니다. 어느날 남방고치소년은 소녀의 사과같은 고운 엉치를 보았습니다. 금방 익기 시작하는 불그스름한 엉치는 꼭 마치 두개의 작고 귀여운 사과알 같았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은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를 보고 눈에 찍어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인가 다시는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를 볼수가 없었습니다. 항상 누더기같이 덕지덕지 기운 바지속에 사과같은 엉치를 감춘채 소녀는 다시는 남방고치소년에게 사과같은 엉치를 드러내놓고 쉬―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도 볼수가 없었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도 바지속에 감춰진채 좀체로 소녀의 앞에서 쉬―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문득문득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를 보고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기보다 키가 한뽐은 더 큰 소년의 앞에 가서 고치를 보고싶다 말할수 있는 용기가 없었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는 언제나 뒤간에 가서야 바지속에서 나왔는데 그래도 소녀는 볼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왜서인지 뒤간도 남자와 녀자로 갈라놓았기때문에 보고싶어도 볼수가 없었던것입니다. 남방고치소년도 소녀의 사과엉치를 보고싶었지만 볼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남몰래 뒤간에 가서 손칼로 널판자의 나무옹이를 빼고 소녀의 사과같은 고운 엉치를 딱 한번 본적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커다란 널판자를 웃놓고 대못을 꽝꽝 박아놓는 바람에 다시 손칼로 구멍을 뚫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방고치소년은 소녀의 하얀 아니, 불그스름한 사과 같은 엉치를 보았습니다. 어느 여름날 사과엉치소녀는 마을의 녀자애들과 강변에 목욕하러 갔다가 남방고치소년에게 엉치를 빼앗겼습니다. 항상 언니들의 퇴물림옷을 입다보니 팬티라곤 입어보지 못한 소녀가 알몸으로 물속에서 개발헤염을 치다가 “남자애들이 온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물속에서 뛰여나왔을 때는 이미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가 남방고치소년에게 몽땅 빼앗기고난 뒤였습니다. 소녀는 울며불며 누데기같은 바지를 꿰입으며 소년에게 자기의 고운 사과같은 엉치를 내놓으라고 떼질을 썼습니다. 소녀는 한사코 남방고치소년에게 자기의 고운 엉치를 내놓으라고 야단만 쳤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무얼 어떻게 내놓으라는가고 고집했으나 소녀의 억지를 넘길수가 없었습니다. 하는수 없어 “그럼 내 고치를 한번 보일게!” 하고 남방고치소년이 혁띠를 풀고 바지를 추슬러내리자 소년의 거무스름한 고치가 별스레 머리를 쳐들고 소녀를 흘기고있었습니다. 소녀는 다시는 소년에게 엉치를 갚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를 보고 된욕을 보았습니다. 소녀에게는 소년의 그 고치가 례사롭지가 않았습니다. 소년에게는 소녀의 고운 사과엉치가 하나의 락인처럼 소년의 눈에 도장처럼 찍혔습니다. 그날부터 소녀는 남방고치소년을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남방고치소년은 사과같이 고운 엉치를 가진 소녀의 앞에서 부끄럼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소녀는 다시는 사과같이 고운 엉치를 소년의 곁눈길에 팔리지 않았습니다. 소년도 다시는 소녀의 사과같이 고운 엉치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항상 소년의 남방고치를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두눈에 도장처럼 찍힌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를 더더욱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 잊을수가 잊을수가… … 분녀는 남편의 손을 꼭 잡은채 자기도 모르게 하얗게 감겨드는 생생한 추억속에 불러오는 옛말을 끝맺지 못한채 쌕쌕 가늘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3 “어머머 분녀가 작은 오빨 좋아한다구…? 말도 안돼!” “그렇다니깐, 갸가 네 작은오빨 보는 눈치가 례사롭지 않다니깐그래.” “어머닌 그저… 아무리 그래도 한동네에서 분녀네를 다 아는 작은오빠가… 말도 안된다니깐! 동네에서 다 아는 백곰같은 령감태기네 분녀는 왜 하필… 작은오빠가 뭐 못할짓한거 아니우?” “그런것 같지두 않구. 다만 네 작은오빠를 심히 좋아하는가보더라! 아까 내가 영채를 캐는데 글쎄 지나다가 슬그머니 내곁에 와 앉지 않겠냐?” “그래서… 엄마는 뭐라 했수?” “어쩐지 풀이 싹 죽어있는것 같더라만 내가 캐놓은 영채를 한참이나 손질하더니 땅꺼지게 한숨을 푹―하고 내쉬고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길래 내사 하도 답답해서 ‘분녀야!’ 하고 불렀더니 글쎄 나를 쳐다보는 분녀의 눈에 눈물이 흐르지 않겠냐?” “그래 웬 일이라우?” “네 작은오빠에 대해 한마디 하고 또 다른 말 한마디 하고 에라… 나두 모르겠다. 그런데 네 작은오빠를 많이 생각하는것 같더라니깐.” “설마?! 분녀가…” “애두 분녀야 좋은 애지. 그 애비가 백곰같이 드세서 그렇지. 하기야 지금 세월에 분녀 애비같이 영악스러웠으니 애들을 일곱이나 내리 키웠지. 다른 사람 같으면 어림도 없으렷다.” “그래두… 고 깜찍한 계집애가 언제 우리 작은오빨 다 꼬시구…” “너두 그렇지! 분녀가… 갸가 그래 괜찮지? 음전하구 그리구 시비곡직이 밝고…” “호호호… 우리 엄마가… 분녀가 마음에 드는가보네! 나도 분녀와는 친구라서 그런지 분녀가 싫어본적이 없었어! 다만 없는 집에서 맏이고 동생들이 여섯이나 주렁주렁… 백곰같은 령감이 왜 자식농사는 그리도 많이 했는지…?” “얘, 그러지 말고 가만히 분녀의 맘을 알아보려무나. 너와 같은 친구라는게 얼마나 좋니? 너도 분녀가 네 올케가 되는게 싫지 않지? 그렇지?” “어머, 우리 엄마가 작은오빠 먼저 더 맘에 드는가보네. 아직 작은오빠가 어떻게 생각는지도 모르면서…” “네 작은오빠야 뭐 나무랄것도 없지. 우리도 식구들이 많지 않냐?” “하긴… 그럼 슬그머니 분녀를 만나본다…?” “응, 그래라! 그럼 오죽이나 좋을가? 네 작은오빠가 언제 저절로 자기 사람을 찾겠느냐?” “알았어요! 그런데 엄마는 이걸 아무하고도 말하지 마세요! 알았지요?! 나와 엄마외에 다른 사람이 더 아는것이 있으면 그때 가서는… 난 몰라요.” “오냐! 내 그렇게 하마! 그래 네 작은오빠는 언제 퇴근한다더냐?” “어허이구. 우리 엄마가 왜 로망이 드셨수? 작은며느리 생각에 본인보다도 더 안달이 났네?” “아무렴 빨리 네 작은오빨 장가를 들여야 내 맘이 놓이지. 네 작은오빠가 그래도 용케 길진소학교에 취직이 되였으니 말이지 그렇게 약한 몸에 어찌 농사일에 배기겠냐?” “엄만 뭔 근심걱정이 그렇게도 많으슈? 이제 보슈. 우리 작은오빠가 큰사람이 되지 않나? 하긴 한동네에서 함께 자란 분녀가 눈이 있는게지. 작은오빠가 내 친오빠가 아니라면 나라도 꽉 잡았을거요.” “에구. 요 못된 년이 못하는 말이 없구나. 빨리 영채나 손질하지 않구?” “어머, 작은며느리가 손질해주겠다고 할 때는 시키지 않더니만 왜 가만히 있는 딸까지 잡아유?” “됐어! 잔말 말고 어서 이 영채나 손질 잘해! 어…?! 저기… 저기 분녀가 오네.” “거봐요. 작은며느리가 어련히 알아서 오지 않을가봐…?” “요 년이… 고 주둥아릴… 어 분녀가… 너 어쩐 일이니 또 이렇게 찾아까지 오구?” “저, 어머니… 아! 신옥아 너도… 어머니를 도와 영채를 손질하니? 어머니, 아까 마저 손질해드리지 못하고 떠나가서… 어머니 그 칼 인주세요. 제가 캐드릴게요.” “에구… 내사 괜찮다. 너는… 아니 자네는 쟈 신옥이와 영채나 잘 손질해주게.” “어머…? 울 엄마가 언제부터 분녀하구 말씀 높이셨네?” “요 년이 주둥이를…” “아니, 어머니… 저 신옥아…” “됐어! 분녀야, 우리 제꺽 이 영채를 다 손질하구 나하구 얘기 좀 할가…?” “무슨 얘기…?” “응, 그런게 있어. 우리 작은오빠…” “신옥아! 이 년이 영채는 가리지 않고 뭐하는거니?” “아?! 알았어요.” “신옥아, 네 작은오빠가 어째서…” “아니야. 작은오빠의 일이 아니야! 울 엄마가 네가 좋은가봐! 아까 널 보내놓고 네가 좋다고 야단이셔!” “피―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되믄 좋지.” “얘, 분녀야! 그런데 네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갛게 익니?” “얘는…” “그래 분녀야! 너의 얼굴이 왜 갑작스레 우리 집 앞마당의 땅딸기같이 빨갛냐?” “아니, 어머님두…” “엄마! 왜 엄마는 모르는척 가만히 계시지 못해요. 처녀애들은 가끔 이렇게 얼굴이 빨갛게 익을 때가 있어요. 하야― 나는 언제가면 분녀처럼 얼굴이 빨간 홍시처럼 익을가?” “그래 알았다. 내사 너희들이 좋다면야… 그래 알았다니깐… 빨리 잘돼야… 잔치는 언제 치르고…” “아이고 울 엄마가 정말… 왜서 영채는 뿌리채 뽑아요? 나보다 분녀가 더 아깝지 않으셔요?” “뭐야? 영채를 뿌리채 뽑다니? 어허이구… 이 정신 봐라. 내사… 분녀야 그래 그만두어라. 네사 집에 돌아가 아버지 저녁진지나 지어야지.” “어머니, 괜찮아요. 여기서 신옥이 작은오빠를… 아니. 신옥이와 영채를 손질할게요.” “그래…?” “분녀야. 너 웬 일이니? 울 작은오빠가… 아니 분녀야 너 왜 갑자기 울어쌌니?” “신옥아! 나 어쩌문 좋니?” “왜서 무슨 일 생겼니?” “아니, 울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한사코 고린내나는 아홉째의 돈은 개도 안먹는다나… ” “분녀야! 너 뭔 말이니?” “글쎄 울 아버지가… 으흐흑” “너희 아버지가 왜서…” “너의 작은오빨 안된대 흑…” “뭐?! 너의 아버지가…” “뭐야?! 분녀! 네가 금방 뭐랬어? 뭐?! 백곰이 반대한다구?” “야?! 엄마! 엄마는 왜 자꾸 삐쳐요? 좀 모르는척하란데두.” “하기야 분녀야 없이 살았어도 얼마나 곱게 자란 애라구. 백곰이, 아니 분녀 애비가 잘 알테지.” “그래도 난 네 작은오빠가 하나도 안싫어. 정말이야.” “알았어! 그러니 너네 아니… 우리 작은오빠하고 어디까지 간거야?” “그래 맞았다. 네가 우리 신옥이 작은오빠하고 어디까지 갔냐?” “아직… 아직은…그저… 모… 모르겠어요…” “그래…? 에구 좀더 갈것이지… 오냐! 알았다! 너희들은 그래도 좋다는거지?” “네, 어머니! 신옥이 작은오빠도 절 좋다고 했어요.” “그래 알았으니 너희들은 찰떡처럼 꼭 붙어야 한다. 알겠지?” “네, 어머니! 아이… 신옥아…” “어허이구… 금방까지두 눈물코물이더니… 금새 웃음은… 너 엉치가 빨개지자고 그러지? 울다가 웃으면 엉치가 빨개진다는걸 너 모르지?” “어머? 신옥아! 네 작은오빠가…” “왜, 우리 작은오빠가…” “오냐! 둘째가 오는구나, 저기…” “얘, 신옥아! 난 어쩌니?” “뭘 어쩐다는거니? 울 작은오빠가 좋다며…” “응! 그래도 어머니와 네가…” “뭐?! 그럼 엄마와 내가 자리를 피해줄가? 그럼 너희들 둘이서 이 영채를 다 캐야 한다. 알겠니?” “그래두 되니? 그럼 어머니두…” “오냐. 알았다! 너희들은 절대 영채뿌리까지 뽑아서는 안된다. 알겠냐? 흐흐흐…” “엄마 빨리 그 칼은 그곳에 두어야 영채를 캐는게 아니우? 설마 분녀가 아까와서…” “오냐, 그럼 민석아…!” “엄마, 왜 작은오빠는…” “응, 알았다. 알았다니깐…” “분녀야! 아니 우리 올케언니야 잘해보아…” “오! 고마… 저기요 민… 민석씨…” … 4 그러나 분녀는 결혼식전날까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지눕어 앓았다. 분녀의 아버지 백호식이까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며 겨울철 소수레에 이부자리를 두툼히 깔고 덕지향병원으로 오르내렸지만 이 놈의 병은 무슨 병인지 좀체로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덕지향병원에서도 밥은커녕 먹은대로 먹은 물까지 토해내는 분녀의 병이 무슨 병인지 진찰이 잘 나지 않는다고 큰 병원으로 밀었으나 분녀가 래일같이 잔치날인데 병원은 웬 큰 병원인가고 떼질을 쓰는 바람에 애비 백호식이가 “울며 겨자먹기”로 딸내미의 병때문에 코등을 얼구며 소고삐를 잡고 아침부터 덕지향과 길진촌을 사이에 둔 덕지령을 넘게 되였던것이다. 하지만 분녀가 결혼일을 택한 양력 2월 7일인 하루전 6일까지도 분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했다. 백호식은 가뜩이나 곰처럼 우람진 체격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분녀의 결혼에 심술사나운 언사를 많이 던졌으나 지지리 자리에 드러누워 오매불망 결혼일을 기다리며 한숨만 폴폴 내쉬는 분녀의 곁에서 떠날줄을 몰랐다. 한때 결혼을 반대하여 백호식이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를 쳐들고 분녀를 위협할 때도 분녀는 그렇게 무서운 아버지앞에 곰상스레 허리를 꺾고 자기는 죽어도 민석이한테 시집을 갈것이며 지금같이 몸이 아파 자리를 털지 못하더라도 민석이 집 문앞에 가서 죽을것이라고 울음소리도 못내고 시뿌연 눈물만 펑펑 쏟으며 아비의 종아리를 끌어안자 백곰같던 백호식도 꺼억꺽 곰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를 지르며 앓음자랑에 여위다 못해 갈퀴같은 분녀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내 천하에 무슨 몹쓸짓을 하였길래 내 딸내미의 원까지 막누?! 어허이구 꺼억꺽― 꺽…” 백호식은 들고있던 도끼를 저만치 내던졌다. “이 년아! 네가 앓긴 왜 앓냐?! 네사 빨리 일어나야 민석이든 결혼식을 하는게 아냐? 이 몹쓸 계집애야.” 하지만 분녀는 두입술을 실룩거렸지만 애비가 알아들을수 있도록 한마디의 말소리도 내지 못한채 그대로 애비품에 안겨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날부터 백호식은 딸 분녀의 병간호에 극심을 쏟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녀의 병은 골수에 미친것인지 백호식의 지극한 간호와 곁사람들의 근심속에서도 잔치날까지 누운 자리를 털지 못했다. 그러자 백호식이 또 백곰처럼 날뛰였다. “이 년아! 래일이면 잔치날인데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면 네 년은 시집가지 못할줄 알아라! 애비가 결혼을 반대하기로 아무리 원망스럽거니… 그렇더라도 이젠 제꺽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지. 이 애비를… 네사 그래 말려죽일 작정이구나? 몹쓸년 같으니라구…” 그렇게 백호식이가 펄펄 날뛸 때면 분녀가 간신히 이부자리에서 허리를 꼬부리고 담요우에 기여일어나 앉는다. “네 년이… 시집을… 어휴…” “아버지! 제발 노여워하지 마세요! 저는 래일 꼭 시집에 갈거얘요.”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내 딸내미가 이런 고생을 다하누?” “아니얘요. 아버지! 제가 아버지 말씀을 거역하였기에 천지신명께서 벌 주신거얘요. 그래도 아버지 시집가서도 아버지 보러 자주 올게…” “됐다. 이 년아! 누가 그런 말 듣자고 하냐? 네사 시집가서 잘살고 행복하담 이 애비사… 그래 뭐 좀 먹었냐?” 백호식은 솥뚜껑같은 커다란 손으로 분녀의 뼈만 앙상한 손을 잡고 오래동안 어루쓸었다. “아버지,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분녀는 맥이 진한듯 온몸을 아버지에게 기울였다. “뭔 부탁? 자― 말해보아라.” “아버지! 제가 오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면 래일… 시집에서 보내는 손잡이뜨락똘에 앉지 못하면… 아버지, 외국에서는 딸을 시집보낼 때 결혼식장에서 친정아버지가 딸애의 팔을 겯고 데리고 나가서 신랑에게 딸을 맡긴다고 하였슴다. 그런데 저는… 아버지, 저 병원다닐 때처럼… 아버지가 직접 소고삐를 잡고 우리 집 둥글이가 이끄는 소수레에 이부자리 펴서 민석씨 집에 보내주면 안될가요. 네? 아버지…” “이 년아! 그것도 말이라고 하냐?! 민석이가 널 업고라도 갈것이다. 이 년아, 애비 속을 이만큼 태웠으면 됐지 네 남정 속까지 까맣게 태울 셈이냐?” “흑흑, 아버지… 어쩐지 래일도 일어날것 같지 못해… 아버지…” 분녀는 간신히 울음소리를 찍어냈다. “근심말어라! 너를 내 집에서 죽게 하지는 않을것이다. 됐느냐?” “고맙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민석씨 원망치 마세요. 네?” “알겠… 이 년아! 네가 기어이 이 애빌 울릴 셈이냐?!” 백호식은 구들장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더니 분녀를 건뜩 들어 자리에 눕히였다. “이 년아! 다신 그런 몹쓸 소리를 하지 말아! 이 애비가 잘못했다. 너희들의 결혼까지 반대한 내가… 그러나 다신 이 애비를 더는 원망치 말아다오. 제발 빈다. 분녀야!” 백호식은 주먹으로 눈굽을 씻으며 딸의 방을 나섰다. “아버지 흑흐…” 분녀는 기진맥진한채 다시는 눈을 뜨고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분녀는 가쁜숨을 헐떡이며 쥐여짜내는듯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눈물을 쏟았다. 분녀는 간신히 베개를 끌어당겨 베고나서 이불속으로 기여들어갔다. 그리고는 가슴에 두손을 포개고 얹으며 또 다른 달콤한 향연속으로 꿈을 찾아 달려갔다… 5 “어허이구, 이게 몇시야? 내가 웬 일로 이렇게 잠꾸럭에 빠졌을가? 아니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냄새…? 아휴 이… 이 똥내를… 내사 어쩌지…?” 분녀는 급기야 좁다란 남편의 침대곁자리에서 일어났다. 남편에게 점심을 먹이고 좀 쉬고싶어서 남편의 손을 잡고 누운것이 그만 깜빡했던가싶은데 벌써 저녁 일곱시가 된것이다. 부랴부랴 침대에서 내려서자 분녀는 침대밑 상자에서 휴지와 오전에 빨아두었던 커다란 삼각기저귀를 꺼내들고 남편의 이불을 쳐들었다. “어휴, 이걸… 이걸… 아휴, 우리 큰애기 웬 똥을 이리두 많이 쌌담? 내가 원쑤지… 잠은 무슨 잠을 미련하게… 여보, 죄송해요. 당신에게 옛말을 들려준다는게 깜빡 잠이 들어서… 그래 자리가 ㏒ ㏒ 하니 얼마나 밑이 쓰리겠수? 좀만 참어유. 제가… 제가 제꺽 바꾸어드릴게.” 분녀는 조심스레 남편의 등을 돌리고 자리에 뭉갠 기저귀를 끄집어내고 다시 휴지로 깨끗이 닦고는 또 물걸레로 엉뎅이부분을 살살 씻어냈다. 그리고는 커다란 삼각기저귀를 곱게 펴서 어디 주름살이라도 갈세라 정성스레 털어서는 다시 남편의 사타구니에 끼워주었다. “호― 우리 큰애기 정말 잘했어! 그래 많이 먹고 많이 싸세요. 그래야 우리 큰애기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저와 한 약속을 지키고 모아산려행과 덕지령을 다녀오… 어허, 그런데 눈앞이… 요샌 왜서 눈앞이 이렇게 갑작스레 흐려지지? 여보, 나 눈이 잘 안보여? 정말 당신까지 못보면 난 어떻게 살지?” 분녀는 우뭉하게 들어간 눈에서 굴러내리는 눈물을 손에 들린 남편의 기저귀로 씻어냈다. “여보, 요새는 또 예전처럼 간부위의 통증이 심해지면서 갑작스레 눈이 안보이기 시작한것이 며칠째 되외다. 또 간경화복수가… 그래도 제발 당신만은 볼수 있어야겠는데… 여보, 래일 고모가 오면 나 또 간부위가 아프고 눈이 잘 안보인다고 말할가? 그럼 고모가 병원에 가 약 지어오면 되겠지…?” 분녀는 남편이 금방 똥으로 어지러뜨린 기저귀를 끌어안고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여보, 당신 좀만 참아유. 제가 금방 기저귀를 빨아놓고 다시 올게유.” 분녀는 급급히 똥싼 기저귀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나 분녀는 다시 빈손으로 달려나오더니 점심에 먹고난 식기들을 주어들고 주방으로 건너갔다. “여보, 좀만 참아유. 우리 큰애기 배가 고프지? 제가 제꺽 암죽을 쒀줄게. 좀만 기다려요. 우리 큰애기…” 분녀는 다시 점심과 마찬가지로 암죽을 풀어서 자기가 먼서 입맛을 본후 쟁반에 받쳐들고 남편이 누워있는 침대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음식이 담긴 식기를 식탁우에 놓고 누워있는 남편의 겨드랑이밑에 두손을 찔러넣고 왁살스럽게 껴안았지만 일으킬수가 없었다. 량팔에 기운이 싹 빠지는가싶은것이 예전같지 않았다. “여보, 웬 일이지? 나 왜서 하나도 기운이 없을가? 이전같으면 덥석 껴안아 일으켰을 당신을… 어휴, 이 배가… 기운을… 쓸수가 없네… 어… 흑…” 분녀는 남편의 겨드랑이밑에서 손을 끄집어내여 통증이 몰려드는 자기의 배를 부둥켜안고 두눈을 감은채 한참이나 진정하더니 그제야 다시 두손을 남편의 겨드랑이밑에 찔러넣고 간신히 남편을 껴안아 일으켜서는 침대우에 무져놓은 이불과 베개에 기대여 앉혀놓았다. “여보, 배가 고프지? 이 몹쓸 년이 당신곁에서 그만 꿈을 꾸다가… 아?! 글쎄 남방고치소년에게 붙잡혀… 여보, 나 꿈에 당신을 보았어유. 이렇게 맨날 당신곁에서 보고있지만 무엇이 모자라 꿈에조차… 여보, 배가 고프지? 글쎄 꿈에 당신이 분녀의 사과엉치를 도둑질하고 남방고치를 털어내더니… 어휴, 이것 보지. 우리 큰애기 배가 고플텐데… 여보, 그럼 큰애기 밥 다먹고 다시 꿈이야기 들려줄가? 좋지? 그래 좋을거야. 그럼 우리 밥 먹는다?” 분녀는 여느때와는 달리 암죽사발을 들고 별스레 긴 사설을 늘어놓으며 남편과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싶었다. 비록 말 한마디 할수 없고 말 한마디 들을수 없는 남편이였지만 분녀는 남편의 곁에서 시종 재잘재잘 새마냥 지저귀고싶었다. “자, 그럼 우리 큰애기 이제부터 밥먹는 시―간.” 분녀는 남편의 앞가슴에 애들의것보다 더 큰 앞치마를 걸어주고는 한손에 암죽사발을 들고 다른 한손에 숟가락을 들고 한술, 한술 남편의 입에 암죽을 떠넣어주었다. “옳지, 우리 큰애기 배가 몹시 고팠던가보다. 참 잘도 먹네. 여보, 미안해요. 이 몹쓸 년이 잠에 취해 저녁때를 거슬러서…” 분녀는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숟갈 쥔 손등으로 쓱 문질렀다. 눈알이 모래속에서 구으는것 같이 깔깔하다 못해 쓰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분녀는 다시 숟가락으로 암죽을 떠서 남편의 비뚤어진 입안에 흘려넣기 시작했다. “여보, 많이 먹고 빨리 일어나! 제발… 당신이 약속한 모아산려행과 덕지령은 그래 언제 갈거야? 당신은 그래 분녀의 사과같은 고운 엉치를 다신 보지 않을거야? 흑… 독한 사람! 당신은 정말 지독한 사람이야. 흑흑…” 분녀는 갑자기 자꾸만 쏟아지는 말들을 자기 절로도 주체할수가 없었다. 입을 열지 않아도 별스레 생각지도 않던 말들이 륙속 쏟아져나왔다. “여보, 나 오늘 말이 많지? 당신 나 말이 많으면 좋아하지 않지? 그치? 나 그럼 당신 밥 다 먹고나면 누워서 말해줄게. 그럼 되지. 응? 알았어! 그럼 우리 큰애기 계속 밥 많이 먹는다…” 분녀는 사발밑굽에 조금 흐른 암죽까지 깡그리 끌어서 숟가락에 채워 남편의 입안에 흘려넣었다. “에라… 우리 큰애기 이젠 배가 부르겠다. 암죽 한사발 다 먹었으니… 그런데 난 왜 배가 안고프지? 아침도 안먹고 점심에 겨우 라면을… 여보, 나 까딱하기가 싫어져. 괜찮지? 이 식기를 씻지 않고 당신곁에 누워 자도 되지? 뭐?! 안된다고? 참, 내사… 당신이 이런 말을 할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수? 여보, 그래도 나 이 식기를 이런대로 두고 당신곁에 눕고싶어, 정말이야. 나 안아줄래? 그럼 내가 꿈얘기도 들려주고 사과엉치소녀와 남방고치소년의 이야기도 마저 들려줄게. 응? 그렇게 하자? 응? 나 정말 눕고싶어. 당신곁에…” 분녀는 남편이 굽을 낸 빈 암죽사발을 침대곁자리의 식탁우에 내맡기고 먹은것 없이 불룩한 배를 끌어안으며 남편의 곁에 움지럭움지럭 비비고 드러누웠다. “야, 따뜻하다. 여보, 세상에서 나는 당신곁이 제일 좋아! 죽어도 나는 당신곁에 있을거야. 여보, 되는거지? 그치?! 그래! 당신이 말 안하면 나는 된다는걸로 안다! 그럼 당신 손 이리 내놔봐.” 분녀는 남편의 무감각한 손을 끌어다 가슴에 꼭 안았다. 남편의 감각도 없는 차거운 손이지만 분녀는 항상 이렇게 밤이면 꼭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여보, 그런데 나 잠이 오지 않아요. 당신이 오후에 내 잠 다 앗아간거지? 당신이 내 꿈이야기 듣자고 내 잠 다 앗아간거구나. 그치…? 그럼 꿈이야기를 할가?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의 이야기를 할가? 여보, 어느것을 들을래? 그럼, 나 마음대로 결정한다…? 당신이 결정하지 않기때문인거야. 그럼 지금부터 나 이야기를 계속한다…? 참말이야! 야― 그런데 여보, 왜 맥이 없다… 저녁 안먹어서이나? 그런데 저녁은 먹기 싫고… 당신곁에 누워 잠만 자고싶은데 어쩌지… 뭐…? 이야기를 계속 해달라고…? 정말이야?! 그럼 이야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 시작한다. 응…?” 분녀는 남편의 무감각한 손을 가슴에 품고 조용히 남편이 한마디도 알아듣지도 들을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꺼내놓기 시작했다… … 드디여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가 결혼식을 올리게 되였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의 단위인 길진소학교에서 손잡이뜨락똘을 내가지고 사과엉치소녀를 맞으려고 왔습니다. 그러나 사과엉치소녀는 자리에서 일어설수가 없었습니다. 달포전부터 먹기만 하면 먹은대로 토하면서 이름모를 병으로 앓기 시작한것이 결혼식날 남방고치소년이 석달 월급을 통털어서 맞추어준 첫날옷도 입을수가 없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설수 없는 사과엉치소녀가 어찌 기다란 치마저고리를 입을수가 있었겠습니까? 부득불 사과엉치소녀는 바지를 입은채 두터운 이불과 담요를 깐 아버지의 소수레에 앉아 남방고치소년의 집으로 가게 되였습니다. 왜서인지 사과엉치소녀가 손잡이뜨락똘의 디젤유냄새만 맡아도 왝왝―하고 입을 싸쥐는 바람에 남방고치소년과 나란히 앉아가려던 손잡이뜨락똘은 저 혼자 통통통―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가 앉아가는 소수레의 앞에서 느린 걸음발을 타게 되였던것입니다. 그러나 사과엉치소녀는 행복하기만 하였습니다. 비록 아버지가 앞에서 소고삐를 잡고 가는 둥글이가 끄는 수레였지만 사과엉치소녀는 남방고치소년의 손을 꼭 잡고 하냥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그때까지 앓음자랑을 하던 사과엉치소녀였지만 아픔은 간 곳 없이 사라지고 가슴에선 뜨거운 난류가 굽이치는것만 같았습니다. 사과엉치소녀는 남방고치소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기쁘게 울었습니다. “나 임신했어! 지금까지 앓고있은것이 아냐? 난 죽어도 당신하고… 결혼하려고 했어! 난 당신 없인 하루도 못살아. 정말이야. 난 이제 당신 먼저 죽을거야. 내가 당신을 떠나서 어떻게 살아… 정말이야! 살것 같지 못해…” “못난이같은 소리… 이렇게 기쁜 날에 웬 죽음타령이야?! 그리고 당신 정말 여직껏 아픈것이 아니였어?” “응, 난 특별하게 아기를 가지는가봐! 아마 엄마를 닮은것 같아. 우리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 그렇게 심하게 혼자 앓으셨대. 그런데 아버지에게 거짓말해서 어쩌지? 아버지는 지금도 내가 죽을 병에 걸린줄로 알고있는데…” “아버님은 괜찮으실거야. 당신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어떤 거짓말이든 아버님을 기쁘게 하실거야. 더우기 당신이 애를 가졌다면 얼마나 흐뭇해하시겠어? 안 그래?” “하긴 난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서 곧 죽는줄로만 알았어. 그러다가 당신이… 개학하기 전날 밤 옥수수밭에서… 영화보러 갔다 오던 날… 집에서 가만히 꼽아보니 그날이 바로 아기 가지던 날이였나봐. 그후부터 있을것이 없고 메마른 구역질만 나고 몸이 별스레 무거워나는것만 같고 또 가슴이 후두둑 뛰고… 하여튼 그새 나는 내 정신이 아니였어. 밤마다 또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고…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하시는데 나는 아기까지 가졌으니… 나는 무서워 죽을번했어!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아기를… 털어놓을수는 없고! 정말 당신이 감사해. 당신이 결혼을 못한다고 하면 난 아마 죽었을거야! 우리 꼭 오래오래 살자! 알콩달콩 재밌게 살아야 해! 우리 정말 몇살까지 함께 살수가 있을가?” “말 그만 해! 힘들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설수가 없어 첫날 새색시가 첫날옷도 못입고서…” “괜찮아! 당신 집에 가서는 꼭 입을게. 이렇게 당신의 품에 안겨 가니 하나도 아프지 않아! 정말이야. 당신은 나와 우리 아기를 안고 집에 가는거야. 난 정말 행복해! 나 죽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할게. 정말 당신이 아니면 난 아무한테도 시집갈수가 없었거든…” “뭔 소리…?” “당신이 제일 처음 내 엉치를 본 사람이야!” “피, 그건 엉터리야.” “정말이야. 물론 엄마, 아버지겠지만 지금까지 자라면서 내 엉치 본 사람은 유독 당신뿐이였어.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그럼 내 고치 본 사람은…” “그건 옛날이잖아요? 당신의 남방고치를 보고 난 꼭 당신에게만 시집갈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내 엉치를 당신이 봤으니 꼭 책임져야 한다고 말이얘요. 누가 내 엉치를 도둑질해봐람…?” 사과엉치소녀는 신랑인 남방고치소년의 품에서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정말 별일이였습니다. 사과엉치소녀가 집에서 한달여의 시간을 앓음으로 이끌어왔었는데 결혼 첫날부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시집올 때 입지도 못하던 치마저고리를 시집에서 첫날 저녁에 입고 앓던 사람 같지 않게 음식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결혼하자부터 사과엉치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날수 있은것은 물론이고 집안일도 거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은 결혼후에도 학교의 사업을 착실하게 하였습니다. 물론 사과엉치소녀가 뒤에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힘들었어도 소녀는 한마디 원망도 모르고 착실하게 오로지 사랑으로만 살았습니다. 이렇게 사과엉치소녀는 자기 엉치와 꼭같은 소녀를 넷이나 낳았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은 시골의 길진소학교에서 세번째 딸애를 낳을 때 현문공단으로 전근하더니 일약 작가로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은 그때부터 많은 문학작품들을 창작하더니 큰딸애가 신부가 되여 신랑을 따라 시집갈 때에는 여기 신문사로 전근하면서 유명한 신문기자로 되였던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의 옆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딸애가 넷이나 되여도 모두 시집살이를 하다보니 집에는 항상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의 보금자리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다 시집보내고나니 남방고치소년의 머리에도 흰서리가 가득 내렸습니다. 남방고치소년도 어느덧 벌써 지천명에서 따돌림을 당할 때가 되였던것입니다. 사과엉치소녀도 얼굴에 잔주름이 가득 덮였습니다. 유정무정세월이라더니 가는 세월을 속일수가 없는가봅니다. 그런데 어느날 남방고치소년이 출근길에 층계를 내리다가 갑작스레 뇌출혈이… … 분녀는 하얀 새의 날개를 잡고 커다란 새의 펑버짐한 등에 올라앉았다. “이 눔의 새야? 어딜 가려고 이렇게 나만 찾노?” 그러나 하얀 새는 하늘로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게딱지같이 들어앉은 도시의 상공을 몇바퀴인가 돌더니 남쪽방향으로 훨훨 날기 시작했다. “얘야, 하얀 새야, 말해보렴, 대체 어디로 가는거니?” “낄끼리룩… 모아산… 덕지령…” 하얀 새는 분명 기러기같았는데 별스레 모아산, 덕지령이라고 대답했다. “모아산…? 덕지령…? 내가 왜 모아산, 덕지령은 혼자 가야 해? 안돼! 난 혼자 가면 안돼! 남편과 함께 가려고 약속했어! 어서 날 내려놔!” 분녀가 하얀 새의 목깃을 꽉 꼬집어도 하얀 새는 커다란 날개를 자유롭게 퍼덕이며 더욱 빨리 날았다. “안돼! 난 혼자 갈수가 없어! 절대 혼자 갈수가 없어!” 그러나 하얀 새는 갑자기 머리를 돌리더니 서남쪽으로 긴 회선을 그리더니 재빠르게 서북쪽으로 화살같이 날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어딜 가? 나 어지러워… 구역질이 나… 빨리 나를 내려줘… 아니…? 그런데 여긴… 아니 여긴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가 소꿉놀이하던 덕지령이 아닌가? 그래 맞아! 남편의 병이 나으면 함께 려행하자던 고향의 덕지령이 맞네! 저기 판룡송도 보이고… 그래 맞아! 여긴 덕지령의 제일 상상봉인 고려봉이야! 아?! 고맙다! 하얀 새야… 네가…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니 네가 날 먼저 여기에 실어왔구나! 그런데 여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30년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말짱하지? 아?! 덕지령! 처음으로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를 훔쳐보던 덕지령이다. 남방고치소년에게 엉치를 내보이고 사과엉치라고… 분녀엉치 사과엉치… 분녀엉치 사과엉치… 히야, 남방고치소년이 웃고있지 않냐? 얘, 넌 쬐만 남방고치야… … “호호호… 벌써 30년이네!” 갑자기 하얀 새가 날개를 기우뚱거리더니 아래로 내리꼰졌다. “아이, 무서워… 하얀 새야! 너 웬 일이니? 왜 나만…” 하얀 새가 갑자기 날개를 푸드득거렸다. 분녀는 하얀 새의 목깃을 꽉 거머쥐였던 두손을 저도 모르게 놓아버렸다. 하얀 새의 등에서 주르륵 미끌어지던 분녀는 있는 힘을 다해 하얀 새의 한쪽다리를 꽉 거머쥐였다. “안돼! 날 이렇게 내치면 안돼?! 날 도로 남편에게로 실어다줘! 안돼?! 여보… 여보 당신은 어데 있어?” 분녀는 하얀 새의 갈퀴같은 발가락을 거머쥐고 한사코 부르짖었다. “안돼! 안돼! 여보… 당신은…” 분녀는 공중에서 발버둥쳤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점차 두손에 맥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 안돼! 여보… 당신은… 어데 있어… 아?! 살… 살려… 줘…” … 분녀는 가까스로 두눈을 떴다. 희미한 침대등이 켜진 방안의 남편 침대우에서 떨어져내린 분녀는 외설스럽게 남편의 무감각한 손가락식지를 겨우 붙잡고있었다. “아?! 여보… 날… 날… 살려… 줘…” 분녀는 한손으로 터지는듯한 복부를 끌어안고 통증으로 몸을 탈았지만 한사코 남편의 깡마른 수수대 같은 식지를 놓지 않았다. “아?! 여보… 날… 날… 왜… 왜 버려… 당신을 두고… 내가…” 분녀는 끝끝내 말을 잇지 못한채 침대우에 머리를 떨어뜨렸다. … 6 “어휴? 이게 뭔 냄새야? 언니? 올케언니?!” 신옥이는 집안의 이상한 냄새에 입을 틀어막았다. 집안에 온통 흩날리는것은 더러운 똥냄새였다. “아니, 언닌…” 갑자기 신옥은 문어구에 그림자처럼 굳어졌다. 방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작은오빠의 침대 한켠에 떨어뜨린채 미동도 없는 분녀가… “아?! 언니?! 올케언니… 야! 분녀야?!” 신옥은 그대로 달려들어와 분녀를 힘껏 흔들었다. 그러나 분녀의 어깨는 이미꽛劒 劒 하게 굳어져있었다. “아니, 백분녀… 네가… 네가 왜 이래…?!” 신옥이는 바삐 돌아서서 침대머리에 있는 전화기를 쳐들었다. “여보세요? 일이공… 구호차… 빨리 우리 올케언닐…신학동 22번지 3호…” 신옥이는 두서없이 전화기에 대고 웨쳐대더니 침대곁으로 돌아섰다. 작은오빠가 두눈을 머룩머룩 뜬채 한곳만 멍청하게 지켜본다. “아?! 이 등신…! 녀편네가 곁에서 죽어가는줄도 모르고…” 신옥은 분녀의 머리를 쳐들었다. 분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린채 백지장같았다. 분녀의 손은 그때까지도 작은오빠의 식지끝을 겨우 잡고있었다. 갑자기 밖에서 앰뷸런스의 앵앵거리는 싸이렌소리가 귀따갑게 들려왔다. 뒤미처 투투닥거리는 말발굽소리 같은 구두발소리가 어지럽게 뛰여왔다. 분녀의 손이 작은오빠의 깡마른 수수대 같은 식지끝에서 천천히 미끄러지더니 침대아래로 툭― 하고 떨어졌다. “아! 이 불쌍한것아…!” 이때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어지럽게 방안으로 뛰여들었다… 연변문학 20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