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http://www.zoglo.net/blog/jintaixian 블로그홈 | 로그인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홈 > 전체

전체 [ 31 ]

31    할머니의 내음 댓글:  조회:948  추천:0  2013-07-18
할머니의 내음   김태현 언젠가 동료들의 강권에 못이겨 “썩장”을 한숟가락 뜬적이 있었다. 그날도 련며칠 이어진 빈번한 술자리때문에 머리가 흐리터분하고 시도 때도없이 올리미는 숙취로 인해 고통을 겪고있는 나에게 해장국을 먹인다고 이끌고 간 곳이 바로 조선족의 전통음식으로 유명한 돌솥밥집이였다. 물론 그 자리에서도 술 한잔 넘기지 못하고 속이 울렁거려 어려움을 겪는데 동료들이 청한 “썩장” 한그릇이 반질반질 까맣게 윤기나는 곱돌장사기에 담겨 들어왔다. 순간 곱돌장사기에서도 보글보글 끓고있는 “썩장”에서 풍기는 말 못할 퀴퀴하고 비위 상하는 냄새에 얼른 장사기를 옆으로 밀어놓았다. 그런데 동료들은 한사코 나의 앞으로 “썩장”이 끓고있는 곱돌장사기를 당겨다놓는것이였다. 그렇다고 싫은것을 억지로 먹을수도 또 남들앞에 도로 밀어놓을수도 없어 그런대로 묵묵히 곱돌장사기의 귀를 타며 보글보글 끓고있는 “썩장”을 멍하니 들여다보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던 동료가 슬그머니 나한테 숟가락을 쥐여주며 얼른 식기전에 뜨거운대로 한술 뜨라면서 극진함을 보였다. 그러나 나는 동료의 성의에 도리머리를 저었다. 지금까지 50여년의 인생에 주욱 장(酱)이란것과는 인연을 끊고 기름맛으로만 살아온 나는 조선족이 즐겨 먹는다는 된장은 물론 여러가지 종류의 장(酱)을 하나도 먹지 않았던것이다.그러니 나의 인생에 “썩장”은 도저히 입에 댈수 없는 금지물처럼 느껴졌었다. 아무리 숙취로 인해 골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려도 도저히 “썩장”에 숟가락을 댈수가 없었다.참으로 이럴 때를 일러서 “울며 겨자먹기”라고 하겠다. 나는 두눈을 꾹 감고 숟가락을 “썩장”그릇에 넣었다.그리고는 국물만 조금 떠서 입에 넣었는데 와, 순간적으로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누렇게 익은 콩알이 그대로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그렇게도 시원하게 목을 적셔줄줄이야?! 더우기 수시로 울렁거리면서 올리치밀던 메스꺼움도 한숟가락 국물에 가뭇없이 사라진채 속이 너무나 개운해졌던것이다. 이게 바로 “썩장”의 참맛이란 말인가?! 나는 두번 다시 뜨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던 숟가락을 “썩장”그릇에 넣고 뽀얗게 우러나는 국물을 련속 퍼먹었다. 처음에는 맨 국물만 조금씩 떠서 입에 넣었다면 그 다음부터는 곱돌장사기안을 골고루 누비면서 “썩장”에 함께 넣은 명태며 콩나물과 두부와 누렇게 뜬 콩알까지도 엇갈아 떠서는 볼이 미여지게 먹었다. 나는 오늘에야 비로소 장(酱)이라는 아니, 그가운데서도 “썩장”의 참맛을 진정으로 느낀것 같다.내가 어릴 때 겨울이면 늘 “썩장”을 만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본적이 있다.할머니는 해마다 겨울이면 많은 장을 만들어서는 자식들의 집에 골고루 나누어주셨던것이다. 지금도 수건을 머리에 질끈 동이고 가마목에서 분주하게 돌아치는 할머니의 구부정한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한겨울 두개의 가마가 나란히 걸려있는 부엌의 세동이들이 커다란 가마에 전날 저녁에 물에 불렸던 누런 메주콩을 골고루 앉혀놓고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하여 불을 지피는것이였다. 물론 어머니가 도우셨지만 할머니는 어머니가 하는 일손에 마음을 놓을수가 없다며 당신 자신이 손수 하셨다. 그렇게 반나절 내내 어른들의 팔뚝만한 장작으로 콩가마를 끓이면서 수시로 된장을 풀어서는 콩가마에 자주자주 떠얹어주기도 하였다.그때 어머니가 된장은 왜 풀어서 콩가마에 얹느냐고 할머니에게 물었다가 된 꾸중을 받은적이 있었다. “에구, 에미는 메주가마를 끓이는것도 모르냐? 이 메주가마가 끓기 시작하면 넘쳐나는것을 도무지 당하지를 못하니라, 그래서 된장을 풀어 콩가마에 미리 얹어주면 짠 소금물에 가마가 부풀지 않는다는것도 모르냐?! 에구, 언제 다 배우려나? ” 오후 늦은 시간이 되자 할머니는 콩가마를 헤쳤다.할머니의 손끝에서 잘 익은 누런 콩알이 향긋한 냄새를 풍겼다.나는 동생들과 함께 할머니가 떠주는 콩을 바가지채로 구들 한복판에 놓고서 바느실에 꿰가지고 창밖에 내다 얼구어서 먹는다고 부산을 떨었다.그러나 할머니가 만드는 된장과 썩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할머니는 커다란 질그릇에 골고루 펴놓은 벼짚우에 하얀 보자기를 씌우고는 그우에 가마에서 잘 익은 누런 콩들을 바가지로 소복소복 퍼서는 그 질그릇에 담고는 또 그 우에 마른 벼짚으로 꽁꽁 덮고 또 그 우에 해진 솜이불을 가져다가 귀여운 아기 감싸듯 꽁꽁 여며서는 집안 한구석에 가져다놓는것이였다. 그렇게 할머니의 손끝에서 해마다 “썩장”이 만들어져서는 우리 집의 밥상우에 올랐었다.그러나 나는 왠지 알게 모르게 퀴퀴한 냄새가 풍겨나오는 할머니의 “썩장”을 도무지 먹을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온 겨우내 얼굴에 구슬같은 땀을 쏟으면서도 곱돌장사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썩장”을 너무나 맛나게 드셨다. 나는 할머니가 아침마다 끓여주는 “썩장”이 죽도록 싫어졌다. 매일같이 집 한구석에 솜이불로 꽁꽁 여민 커다란 질그릇을 헤치고 검누렇게 뜬 콩을 밥주걱으로 휘저을 때면 이상하게도 아이들의 코물 같은것이 질질 일어나며 더러운 냄새를 풍기는것이 마치도 어린 동생이 이불에 칠한 “응가”냄새를 방불케 하여 보기조차 싫었다.더우기 끓인 “썩장”을 밥상우에 올려놓을 때면 마치도 금방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할머니의 퀴퀴한 이부자리냄새가 함께 묻어나는것 같아 좀체로 먹을수가 없었던것이다. 그렇게 “썩장”은 물론이고 콩으로 만든 장(酱)이라는것과 무조건 생리별을 한채 지금까지 벽을 쌓고 살아왔었다. 그런데 오늘 우연한 기회에 다시 40여년전의 기억으로 남는 할머니의 모습과 더불어 아련하게 떠오르는 할머니의 "퀴퀴한 냄새"가 이 한숟가락의 “썩장”과 함께 나의 가슴에 차분하게 안겨오는것을 어쩔수가 없다. 오늘은 그 냄새가 왜 이다지도 살갑게 가슴에 와닿는지 모르겠다.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은 한그릇의 “썩장”에서 느껴지는 참맛이 바로 내가 50여년의 인생에서 이제야 깨닫고 느낄수 있는 할머니의 진정한 향기가 아니였을가?! 나는 이렇게 2012년 임진년 그 어느달 어느날부터 시작하여 “썩장”을 먹게 되였을뿐만아니라 콩으로 만든 여러가지 종류의 모든 장(酱)을 하나하나 먹어가기 시작하였다. 할머니의 향기!나는 오늘도 아침밥상에 오르는 “썩장”으로부터 할머니의 향기를 차분하게 느낀다.할아버지도 달게 드셨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그리고 우리들의 조상들도 달게 드셨을 “썩장”은 바로 우리 조선민족의 고유한 력사가 슴배인 민족유산의 향긋한 산물이 아닌가?!
30    《엄마》 찾는 《아이》 댓글:  조회:1298  추천:4  2013-05-06
김태현 (화룡) 1 그녀는 이른 아침부터 축 처진 엉뎅이를 들썩거리며 빨래감을 꿍쳐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시누렇게 적셔진 빨래들을 내려다보는 그녀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화장대우에 놓인 비닐장갑을 끼고 기저귀를 두손으로 빡빡 비비며 빨기 시작했다… 그녀는 힘들게 빤 기저귀들을 탁탁 털어서는 빨래대우에 널어놓았다. 그런데 금방 빤 《기저귀》는 갓난애들의 배설물을 흡수하는데 사용하는 기저귀가 아니였다. 아이들의 기저귀보다 곱절이나 큰 기저귀였다. 그녀는 빨래대우에서 이미 촉촉하게 마른 기저귀들을 하나하나 추려서는 한켠에 차곡차곡 쌓아놓았다. 그리고는 벌겋게 부은 손목을 주무르며 주방으로 가더니 싱크대우에 놓인 라면사발을 내려 이미 굵다랗게 퍼져버린 라면을 후룩후룩 소리를 내며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라면 한오리라도 남길세라 국물까지 말끔하게 마시고는 주방을 나와 땀발이 선 얼굴에 흡족한 미소를 머금고 창문가에 놓인 길다란 침대가로 조심스레 걸어갔다. 침대우에는 두눈이 우뭉하게 꺼져들어간 남자가 퀭하니 천정을 쳐다보고있었다. 《여보, 아유! 우리 큰애기 벌써 잠을 깼네.》 녀인은 해맑은 얼굴에 웃음꽃을 담뿍 물고 침대곁에 다가가 목석같은 남자의 축 늘어진 팔을 들어 이불안에 밀어넣으며 생글거렸다. 그러나 목석같은 남자는 아는지 모르는지 시뿌연 두눈을 천정의 한곳에 고정한채 녀인이 하는대로 맡기고있었다. 녀인은 이불을 들치고 기저귀를 바꾼다. 그제야 남자는 표정이 없는 얼굴에 약간 화색이 도는가싶더니 왼손을 가까스로 끄당겨 두번째손가락을 가늘게 떨며 녀인의 손을 다쳤다. 《아, 우리 큰애기 뭔가 할말이 있네. 왜, 벌써 배가 고프나?》 녀인은 마치도 다 큰 애기를 어르듯 침대에 누운 남자를 얼르고는 돌아서서 주방으로 향했다. 2 2005년 3월 9일 아침, 출근하려고 막 층계를 내리려던 허봉남선생은 갑자기 뒤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으면서 자기도 모르게 뻣뻣해나는 목을 꺾으며 그대로 집문앞에 쓰러졌다. 갑작스런 뇌출혈이 머리를 강타했던것이다. 김해월녀사는 남편을 바래고 막 돌아서다가 쿵하고 들리는 무거운 소리에 아이고! 기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맨발바람에 밖으로 내달았다. 허봉남선생은 이미 실신상태에 잠겨 전신이 꽛꽛하게 굳어져가고있었다. 그녀는 급기야 사람을 살리라고 고함을 질렀다. 옆집과 아래, 웃집의 이웃들이 급히 달려나와 연변병원에 구급차를 불러주고 쓰러진 허봉남선생을 조심스레 들어서 집안에 눕히였다. 이렇게 되여 김해월녀사의 남편인 허봉남선생은 그날부터 침대에 의지한채 《식물인간》의 세례를 받으며 지금까지 생명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있었던것이다. 3 《말도 말아요. 허선생은 일찍 화룡에서 산촌학교의 교원으로부터 현 문공단 창작원, 연변일보사 기자, 편집, 연변인민출판사 부편심 등으로 사업하면서 조선족문학계에 아동문학의 별처럼 떠올랐고 성인문학창작도 하면서 소설도 많이 써왔는데… 그리고 아직도 할 일들이 태산같다고 늘 입버릇처럼 외우셨는데… 이것이 무슨 날벼락입니까》 김해월녀사의 철문처럼 꾹 닫긴 입을 열기란 쉽지 않았다. 애오라지 남편인 허봉남선생 한분만을 믿고 지금까지 그 남편의 뒤바라지와 내조로 한생을 살아오는 김해월녀사, 지금처럼 살기 어려운 세월에 《식물인간》이 된 남편을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녀성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되랴만 나는 다시 한번 녀사의 얼기설기 엉킨 주름살속에 감추어진 지친 피곤기를 가려볼수가 있었다. 그러나 9년여의 긴 시간속에 말 한마디 할수 없고 다만 안해가 먹여주는 미음에 의지하여 생명을 유지하는 허봉남선생, 선생은 아는지 모르는지 안해의 지쳐버린 얼굴에 눈길을 멈추더니 멀건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는다. 《당신은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겨우 왼손의 손가락을 하나만 움직이지만 지금은 저만 알고있답니다. 그래도 괜찮아요. 이젠 저도 허선생과 대화가 가능하답니다. 이제 하루빨리 허선생이 병환을 털고 일어나면 그때 허선생에게 당신이 누워있을 때 받지 못한 사랑을 듬뿍 달라고 할거예요.》 김해월녀사는 담백한 웃음을 연연하게 날렸다. 《제가 농촌녀자로부터 지금처럼 살게 된것은 모두다 허선생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생각만하면 두려워요. 나무를 패던 도끼를 들고 갈범같이 날뛰는 아버지의 앞에서도 의연히 저를 안해로… 아버지는 당신이 돌아가실 때에야 비로소 허선생을 사위로 인정해주셨어요. 정말 생각만하면 제가 죽는 날까지 허선생의 종으로 살면 뭐라나요? 저는 행복합니다. 당신은 지금 침대에 의식도 없이 불쌍한 이 되여 누워있지만 저는 살면서 남자 아니, 남편의 직책을 오늘에야 진정으로 알게 되였습니다. 지금은 세 자식들이 모두 대학을 나오고 또 외지에 나가 사업하고있지만 우리 가족은 모두 허선생이 꼭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세 아이의 아빠로 저의 훌륭한 남편으로 다시 사랑을 주기를 확신하고있습니다.》 녀사의 지친 얼굴에 함박꽃 같은 웃음이 남실거렸다. 《큰딸은 연변의학원을 졸업하고 지금은 연변정신병원에서 의사로 사업하고 막내딸은 북경중의학원을 졸업하고 의학박사로 있으며 둘째가 성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에 나가있습니다. 애들은 모두 훌륭한 의사가 되여 아빠처럼 병환에 몸져누운 사람들에게 광명을 준다고 다른 전업은 포기하고 지금처럼 의약을 선택하게 된거죠.》 《아니, 선생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우리 큰애기 아침식사를 걸렀네요. 잠시만요. 허선생의 아침식사를 드리고 봅시다.》 그녀는 어깨를 축 늘어 뜨린채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찹쌀을 가루내여 만든 미숫가루에 사탕가루 한숟가락을 넣고 더운 물을 좀 두고 숟가락으로 살살 휘젓는다. 그렇게 떡반죽처럼 만들고나선 다시 더운 물을 좀 쏟고 골고루 풀어놓은 다음 한술 떠서 맛을 보더니 쟁반에 받쳐들고 탈싹거리며 창가에 놓여있는 침대가로 다가갔다. 《자, 우리 큰애기 아침을 먹어요.》 그녀는 암죽그릇을 한켠에 놓고 무감각인 허봉남선생의 겨드랑이를 껴안아 일으켜 이불과 베개를 기웃이 쌓아놓은데 기대여 앉혔다. 그리고는 쓰러지려는 허봉남선생을 몸으로 받치고 숟가락으로 암죽을 떠서는 허봉남선생의 찌그러진 입안에 조금씩 흘려넣었다. 그러나 허봉남선생의 입안에 들어가는 죽보다 입가로 흐르는 죽이 더 많았다. 그녀는 급히 휴지를 감아쥐고 허봉남선생의 입귀로 밀밀 흐르는 죽을 훔쳤다. 《허, 어이구-》 그녀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듯한 한숨소리가 곬을 파며 쏟아졌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그녀는 천천히 죽을 떠서 한술, 한술씩 허봉남선생의 입안에 흘려넣었다. 《에- 취!》 순간 사레 들린 허봉남선생의 입안에서 암죽찌꺼기가 분수처럼 터져나왔다. 삽시에 그녀의 머리와 얼굴이며 몸에 지저분한 토설물이 덕지덕지 묻었다. 《에구, 우리 큰애기 또 애먹이네. 그래 천천히… 천천히 먹어요. 네이…?》 그녀는 손에 감아쥐고 있던 휴지로 얼굴과 가슴을 대충 닦아내고는 다시 암죽사발에서 숟가락을 쥐고 선생의 입안에 조금씩 암죽을 흘려넣었다. 《여보, 왜… 왜 아직도 말 잘 듣지를 않수? 우흑… 그래도 저는 당신의 약속을 지켜드릴거야! 아니, 꼭 지켜내고말거야! 그래요! 많이 먹고 건강한 모습으로 빨리 일어나 이 김해김씨가문의 해와 달과 같은 저를 다시 안 볼거유?》 그녀는 밑굽이 드러나는 죽사발을 숟가락으로 말끔히 모아서는 허봉남선생의 입안에 넣어주었다. 《정말이지 사람이 먹지 않고 어떻게 살수가 있겠습니까? 때문에 저는 허선생의 때식만은 절대 거르지 않습니다. 당신이 오래 사셔야 저의 행복도 지속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물론 제가 이렇게 말씀하면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허선생은 영원히 저의 남편이고 우리 집의 가장이고 세대주이며 김해김씨가문의 맏 사위입니다. 아하, 이것 보세요. 허선생이 잠자겠다고 말하고있어요.》 녀사의 환성에 침대곁에 다가가 허봉남선생을 들여다보았지만 그분은 두눈을 꼭 감은채 아무런 감각도 없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나는 빈 식기를 들고 주방으로 향하는 김해월녀사의 휘우듬하게 굽은 왜소한 뒤잔등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4 《긴 병에 효자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오직 한 남자만을 사랑하여 《식물인간》이 된 지금까지도 자기 생명의 열과 빛을 아낌없이 쏟아가는 김해월녀사의 원앙같은 사랑앞에서는 저도몰래 머리가 숙여지지 않을수 없었다. 얼마전 친구의 조카사위가 오토바이사고로 아무것도 모른 채 병상을 지키게 되였다. 그때까지는 그 조카사위가 로무로 해외에서 벌어온 돈으로 생활하던 그들이였던지라 돈 근심은 별로 하지 않았다고 들었다. 그러나 친구의 조카는 남편이 《식물인간》으로 될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듣더니 그날 밤으로 간다온다 말도 없이 사라지고말았다. 그리하여 막 대학입시를 앞두고있던 아들애가 학업을 뿌리치고 《식물인간》이 다 된 아버지의 대, 소변을 받아내며 병간호에 나섰다. 곁에서 보다 못해 친척과 친우들이 동원하여 《식물인간》이 된 친구의 조카사위를 경로원전탁소에 맡겼다. 결국 그는 전탁소에서 홀로 짧은 여생을 버티다가 얼마 더 살지 못하고 49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하직하고 말았다. 글을 적는 이 순간까지도 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자식도 가족도 모두 《식물인간》으로 죽어가는 환자앞에 버려지는 세상 인심에 사람들이 부르짖는 사랑도 이처럼 빈약하다는것을 다시 언급할 따름이다. 나는 식기를 놓고 주방을 나서는 김해월녀사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허충남, 허봉남, 허두남 3형제의 아동문학작품선 《자기를 잃어버린 아이》   60이 청춘이라는 지금세월에 66세인 그녀의 얼굴에 깊게 옅게 패인 주름살로 하여 그 나이를 가늠할수가 없었다. 김해월녀사는 남편의 침대 머리맡에서 책 한권을 가볍게 펼쳐들었다. 《우리 큰애기 잠 잘때가 됐지요. 제가 당신이 쓴 소설을 읽어드릴게요.》 나는 얼결에 김해월녀사가 펼치는 책가위를 곁눈질해보았다. 그 책은 비록 지금은 《식물인간》으로 되였지만 한때는 중국조선족문단의 우수한 아동문학작가로 활약하면서 문단을 주름잡던 허봉남선생이 쓴 아동장편소설 《엄마 찾는 아이》였다. … 병동의 창턱에 놓인 꽃병에는 또 새로운 꽃송이들이 꽃히였다. 밖에서는 어제, 그제만 해도 눈이 푸실푸실 내렸는데 어데서 그런 꽃송이들이 와서 꽃히는지 모를 일이다 … 그날 나는 잠에 들었는지 두눈을 꼭 감고 아무런 반응도 없이 누워있는 허봉남선생에게 책을 읽어드리는 김해월녀사의 담담한 목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집문을 나섰다. 5 지금도 《식물인간》으로 병상을 지키는 허봉남선생에게 책을 읽어주고있는 김해월녀사의 담담한 목소리가 은은히 들리는듯하다. 그렇게 9년여의 긴 세월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남편의 곁을 지키면서 한마디 말도 할수 없고 이런저런 의사표달도 하지 못하는 《식물인간》한테 부부의 인연으로 맺은 사랑의 약속을 지켜오는 김해월녀사, 허봉남선생도 꼭 그같이 착하고 무던한 안해의 지극정성속에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고 다시 사랑하는 안해의 고운 남자로 되여 꿋꿋이 일어섰으면 얼마나 좋을가. 우리의 주변에는 자고나면 여기저기 괴상한 소음과도 같은 《리혼설》이 불길처럼 횡행한다. 부부의 인연을 맺고 결혼등촉 밝혀놓고 축하의 연무속에 백년해로를 기약하고서도 뿔뿔이 흩어져 울고불고 리혼으로 막을 내리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사랑에 앞서 녀자의 고운 남자로 되여 백년까지 해로를 다졌지만 어설프게 미운 남자가 되는 오늘의 눅거리 사랑설 때문에 마음만 잔뜩 무겁다. 비록 병때문에 《식물적인 인간》으로 되여 나머지 인생을 병상에서 《미운 남자》로 살아가야 하는 허봉남선생이지만 선생이야말로 여생을 안해의 영원한 사랑속에 행복하게 살아가는 《고운 남자》이다. 나의 귀전에는 지금도 김해월녀사의 책읽는 소리를 은은히 들려온다. 허봉남선생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안해의 변함없는 사랑에 감복해할 그런 날이 꼭 올것이라고 굳게 믿고싶다. 또 이들의 사랑이야기가 무정한 하느님을 감동시키고 인정과 사랑이 점점 희박해지는 요즘 세상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널리 전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허봉남: 1945년 3월 13일 조선함경북도 무산군 출생. 연변대학 졸업, 교원, 기자, 편집 력임. 중국작가협회 회원, 연변작가협회 리사. 우화시집 《불에 타죽은 여우(1982년)》, 아동장편소설 《엄마찾는 아이(1996년)》 등 발표. 연변작가협회 1등상, 리영식아동문학상, 등 다수 수상〕
29    날지 못하는 비둘기 댓글:  조회:976  추천:0  2013-03-15
날지 못하는 비둘기 아침에 눈을 뜨니 바깥 창턱에서 하얀 몸체에 머리부분과 날개끝쪽에 회색과 검은색을 가진 비둘기 한마리가 두눈을 대록거리며 뾰죽한 부리로 창문을 쪼아대고 있었다. 너무나 대견하고 신기하기만 했다. 제꺽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비둘기는 전혀 날아갈념이 없이 창턱에 고즈넉히 앉은채 부리로 목깃털을 쓰르며 제집인양 너무나 한가했다.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내밀었지만 비둘기는 알은체도 않고 가만히 숨 죽인채 얌전하게 앉아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날짐승이지만 이처럼 대범하게 사람의 손에도 반항이 없는것은 처음이였다. 하지만 비둘기는 나의 손안에서도 너무나 여유작작했다. 행여나 누군가가 의식적으로 놓아둔것은 아닌지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집주위를 빙 둘러막은 울바자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비둘기의 몸체는 너무나 따스했다. 순간적으로 비둘기의 하얀 몸체를 더듬어보는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딘가에서부터 홀로 날아왔을 의문의 꼬리는 시종 제거되지 못했다. 나는 비둘기를 안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종이박스를 찾아 우선 비둘기집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둘기는 종이박스안에서도 너무나 태연자약했다. 그처럼 사람의 손길과 여러가지로 된 주위의 시선과 접촉을 많이도 받아본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비둘기를 찾는 주인이 나타나기전까지 비둘기의 대리주인으로 되여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정성스레 종이박스안에 밥도 주고 물까지 곁들여서 주었다. 비둘기는 아무런 체면도 없이 너무나 잘도 쪼아먹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다리나 어디 날개라도 부러진 병신 비둘기는 아니였다. (그런데 왜서 날려고 하지 않지?! 아니, 날지 못하지…?!) 나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하여 금방 준 밥알만 맛나게 쪼아먹는 비둘기만 넋놓고 들여다보았다. 역시나 비둘기는 날지 못하는것으로 사육장에서 기르는 식용비둘기였던것이다. 낮은 종이박스를 자기의 주어진 삶의 보금자리로 간주하고 비둘기는 먹이만 정성껏 쪼아먹는다. 물론 뛰쳐나오려면 아무리 식용비둘기라고 하여도 능히 종이박스의 둘레를 벗어날수도 있으련만 비둘기는 도망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가보다. 오로지 주인이 던져준 먹이만 탐하고 언젠가가 될지도 모를 주인의 포획물로 자신의 살찐 몸뚱이를 바칠 그날만을 숙명으로 알고 사는것만 같았다. 나는 비둘기가 날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서운함을 배제할수가 없었다. 나의 앞에는 그저 날지 못하는 고기덩어리인 식용비둘기 한마리가가 놓여있을뿐이다. 나는 어쩌면 이 비둘기의 임자를 찾지 못할수도 있다. 아니, 이처럼 아무런 위기감도 못 느끼고 연연한 목숨을 주인만을 위해 혹사하는 비둘기의 재롱이 너무나 슬펐다. 이제 주인이 나타나면 비둘기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할수도 없다. 비둘기우리를 뛰쳐나온 식용비둘기를 두고 주인은 배신감을 느끼고 그대로 잡아서 국을 끓이든 구워서 먹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할것이다. 아니면 시가지로 가서 꼬챙이뀀점에 팔아버리든지… 아니다! 내가 오산한것 같다. 이 비둘기가 혹시 주인이 시가지로 팔려고 나섰다가 흘린것은 아닐가?! 그렇다면 이 비둘기야말로 자기의 목숨을 너무나도 홀가분하게 건진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급급히 비둘기의 주인을 찾으려던 생각을 달리 할수밖에 없었다.왜 냐하면 주인장을 찾는것과 동시에 이 비둘기의 운명이 뒤바뀌게 될것이기 때문이였다. 갑자기 비둘기가 “구구구” 야릇하게 쾌창한 울음소리를 흘렸다. 어쩌면 함께 있던 자기의 동료들을 찾는 부름소리는 아닐가?! 아니면 지극정성으로 자기한테 먹이와 물을 주고 이만큼 키워준 주인을 찾는 애타는 부름소리일가?! 나는 두손을 내밀고 종이박스안에서 비둘기를 꺼내들었다. 백설같이 하얀 털밑에 살이 포동포동 오른 너무나 귀여운 따스한 몸체였다. 나는 비둘기의 머리부터 시작하여 하얀 깃털까지 살살 가볍게 어루쓸어주었다. 그런데 부지중 뾰죽한 아픔이 손끝을 살짝 찔렀다. 비둘기의 날개죽지를 쳐드니… 아하, 원래는 이런 판국이였었다. 누군가가 비둘기 날개의 깃털을 잘라버렸던것이다. 그러니 이 비둘기는 날지를 못할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던것이다. 나는 비둘기의 아픔을 가슴으로 헤아리기로 했다. 그날부터 종이박스안에는 언제나 맑은 물과 하얀 이밥과 강냉이쌀이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이제 비둘기의 하얀 꿈이 실현되는 그날이면 나도 그리고 비둘기도 자연스레 자기를 감금하고 자유를 박탈하던 이 종이박스안에서 하늘로 훨훨 날아오를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오늘도 종이박스안에 하얀 이밥과 강냉이쌀과 물을 넣어주는것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나날이 눈에 띄게 커가는 비둘기가 아니, 비둘기의 날개죽지 깃털을 바라보며 꿈을 잃은 비둘기에게 나만의 아픈 꿈을 조용히 곱다랗게 실어주고 있다. 이제 그 꿈이 현실로 되여 갈 때 비둘기는 정말 하늘로 날아오를수가 있을가?! 비둘기는 아직도 하늘을 날지 못한다. 하지만 비둘기는 알지 못할것이다. 누군가가 아니, 자기에게 먹이와 물을 주고 정성껏 키워주던 주인이 결국 비둘기가 하늘을 날지 못하도록 날개의 깃털을 잘라버렸다는것을!
28    높 이 자 댓글:  조회:1066  추천:1  2013-02-18
[재담] 높 이 자 ○ 김태현 등장인물: 허 (남), 홍(녀) (홍 나와서 관중들을 향해) 홍: 높이자, 다음은 재담을 들으시겠습니다. 높이자! 재담 “높-이-자!” 허: (등장하며) 여보, 홍동무. 홍: 왜 그러세요? 허: 아니? 홍동무 뭘 높여요? 홍: 예, 높여요. 높인다니깐요. 허: 아니, 높이긴 뭘 자꾸 높인단말입니까? 그래 더 높이면 아이구 숨이 차라. 지금 출근하고있는 우리 예술단청사 5층도 오르내리기 힘겨운데, 아이구 생각만 해도 아찔아찔 혈압이 자꾸 오른다구요.(머리를 젓는다.) 홍: 허동무! 허: 아니, 글쎄 사람마다 모두 높은 층집에서 살기를 좋아하니 거참 좋습니다. 좋아요. 이제 10층, 20층, 30층짜리 문화주택이 우리 화룡시내에 우후죽순마냥 쫙 일어나라 그말이지요. 예, 좋습니다. 아주, 아주 좋아요. 홍: 아니, 이 동무가 웬 층집타령이세요? 원… 이렇게두 지식이 단식하구 무식이 풍부하시다구야. 그러기에 동무가 문화수양을 좀 높여야 하겠다 그말입니다. 허: 아니, 내가 문화수양이 낮다?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소리요? 자, 보시라구요. 면도도 싹싹, 구두도 반질반질, 양복도 이렇게 주름을 쫙- 세워서, 이거 보시라구요. 에크, 자칫하면 홍동무의 여린 손이 베여지겠군! 홍: 이건 말이얘요. 허동무의 외모에 대한 문화수양이 약간 높아졌다는건데 속을 파보면 아직도 한메터 팔십센치메터되는 허동무의 키만큼 덜 높아졌단 그말입니다. 허: 뭐? 속이요. 그러면 자, 속두 보시오. (양복을 제치고) 내의도 깨끗하구, 더 속을 파보면 하루에 한번씩 온천목욕탕에 가서 손톱눈까지도 사우나한다구요. 홍: 아이구, 이 동무가 제가 말하는건 그런게 아니라 속, 즉 정신, 도덕적인 문화수양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는겁니다. 허: 아, 여보! 그거라고 못 높을건 뭐요? 홍: 우선 지금 말씀하고 있는 허동무의 언어의 문화수양을 들수 있지요. 아무리 지방습관이고 한 일터의 동료라고 해서 자기 부인도 아닌 남의 녀자를 보고도 덮어놓고 “여보!”, 그리고 자기 아래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인격과 자존심도 몰라주고 마치 무슨 고위급간부가 부하라도 부르듯이 반말, 이를테면 싸래기같은 말을 하는것들말입니다. 허: 아니, 싸래기같은 말이라니요? 우리말에도 싸래기가 있습니까? 홍: 호호호 이 양반 보세요. 그 말은 즉 싸래기같이 절반이란 그 말입니다.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어이, 홍동무 거기 차 한잔 가져오라구.” 허: (같이 흉내를 낸다) “됐어. 이젠 가란말이야. 저리 가져가라구!” 홍: (흉내내며) “아니, 말 못들었어! 오란말이야. 이리 오라구.” 이런것이 다 간단한것 같지만 사실 함께 사업하는 동료들지간에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구요. 허: 허참! 그러구보니 높일게 많군! 홍: 제가 오늘 허동무한테 말씀드리자는건 언어의 문화수양이나 그리고 책임성만을 높이자는게 아니얘요. 물론 그것들도 높여야 하겠지만 그런것보다도 좀 더 높여야 할게 있다구요. 허: 듣고보니 물론 높일게야 많지요. 우리가 사는 문화주택들도 높으면 공기가 시원할게구, 더우기 단층집 굴뚝도 보일러굴뚝처럼 높이면 연기도 잘 빠질게구. 홍: 아이참, 제가 높이자는건 그런게 아니라구요. 허: 그런건 말구라… (생각한다) 그럼 또 뭡니까? 홍: 맞춰보세요. 무얼것 같으세요? 허: 아니, 이젠 완전히 선생님이 학생에게 내주는 수수께끼같은 문제로군요. (팔장을 끼고) 옳아, 어제 공화국창건 60돐을 맞으며 사람마다 정치사상수양을 높이고 문명례절수양을 높일데 대한 동원회의를 했었지요. 홍: 물론 그것도 높여야지요. 그러나 제가 높여야 한다는건 그게 아닙니다. 허: 아니라구요? 옳아! 참 요전번에 텔레비젼에서 볼라니깐 우리 남성들이 녀성들에 비해 사회역할을 높여야 한다구 하더구만, 지금은 남자보다 녀자가 효률을 높일수 있는 시대라면서 남자들이 모든것에 눈을 번쩍 뜨고 머리를 높이 쳐들고 다니라고 했지요. 홍: 물론 그래야지요. 허: 그럼 홍동무는 녀성제일이라는 현시대 단위에서 어떠한 책임을 맡게 되였습니까? 홍: 참, 허동무는 이토록 답답하다구요. 그런 질문을 하는 허동무 자신이 아직 문화수양이 높지 못한게 아닌가요? 어서 대답이나 해보세요. 허: 가만있자. 옳아! 옳아. 사람마다 출근하면 업무수준을 높이는게 가장, 가장 중요합니다. 홍: 얼추 맞췄어요. 그러나 한걸음만 더 가까이… (허, 홍의 곁에 다가선다.) 홍: 아니, 아니얘요. 내 가까이에 오라는게 아니라 한걸음만 더 접근하면 아주 진짜 알맹이를 알아맞히겠다 그말이얘요. 허: 난, 난, 그럼 똑똑히 얘길 하시구려. 그렇게 시롭에 물타먹듯 번잡하게 늘여가지고 다람쥐 채바퀴 돌리듯 뱅글뱅글 돌려서 얘길하니, 그래 방금 업무수준을 높이는것하구 비슷하다 했지요? 그러면 그렇지! 그거야 다시 말해서 그걸, 그걸 높여야 한다는거지요. 홍: 아, 그거야 엎치나 뒤치나 누우나 앉으나 앉으나 서나 같은 소리 아니얘요. 사무일군으로서 사업에서 사업효률을 높여야 하는것은 일반도린데요. 허: 그리고 우리같이 연예계에서 사업하는 작가나 예술일군들은 서정성, 형상성 더 나아가서는… 홍: 당성, 사상성을 안높이구요? 허: 그거야 새삼스럽게 말할것두 없는거 아닙니까? 이를테면 상업류통부문에서 봉사성을 높여야 수익성도 높일수 있는거고 그리고 말하자면 교통운수부문에서도 봉사성을 좀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도로에서 줄쳐 달리고있는 뻐스마다에 손님들을 꼭꼭 태울수 있지요. 홍동무, 이러고보니 세상만사 모든게 다 높이기만 하면 안될게 없다구요. 홍: 그럼 원가도 높이겠어요? 허: 하, 이러고보니 대구 높이는것도 말썽이군, 어찌보면 아빠트 현대건물에서 오르내리는 승강기마냥 그것도 조종사가 있어야겠군. 홍: 아유, 승강긴 또 무슨 승강기예요? 허: 왜?! 올라갔다, 내려갔다, 높아졌다, 낮아졌다 하니 그말이 그게 승강기와 다를바가 없다 그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높이는데도 꼭 승강기조종사와 같은 조종사가 전문 있어야겠다 그말입니다. 홍: 그러게 제가 뭐랬나요? 허동무는 문화수양 전체를 높여야 한다구요. 지금 허동무처럼 세상만사를 외통수로만 생각해서는 못쓴다 그말입니다. 높일건 높이고 낮출건 낮추고 없앨건 병원에서 수술칼로 맹장염을 쓱- 베여던지듯이 없애구… 허: 하긴 듣고보니 그 말도 맞는다구요. 견문을 넓히고 학식도 넓히고 안목도 넓히고 하지만 이보시라구요. 나팔바지를 입던 80년대에 비해 지금은 이런 바지가랭인 좀 더 좁혀야… 홍: 지금은 높이라는겁니다. 허: 아니, 높이라니? 도대체 어디까지 높였어요? 홍: 일터마다 간소화하니 실제로 업무수준이 높아졌어요. 허: 옳거니, 그래서 정부에서도 기구개혁이라구 찡잰(竟减)을 웨치는거지요. 옳지, 이제보니 바지가랭이를 넓히든지, 좁히든지 이제야 면바로 꼭대기에 도달했구나. 홍: 아니, 꼭대긴 또 무슨 주제를 떠난 꼭대긴가요? 허: 예! 이젠 올라올데로 다 올라왔단 그말입니다. 홍: 어딜요? 허: 하, 이 동무가 참, 일터마다 간소화하구 실제로 업무수준을 높여야 하는데까지 올라왔으니 그것이 꼭대기란 말입니다. 홍: 호호호 그런데 허동문 아직도 못다 올라왔어요. 허: 그러니 아직도 계속하여 간소화하구, 년소화하구 또 사업에서 실적을 쌓을수 있는 유능한 인재만을 찾아야 한단 그말입니까? 홍: (허의 주위를 뱅뱅 돌며) 허동무는 왜서 요렇게 뱅뱅 돌기를 좋아합니까? 허: 뭐?! 내가 뱅뱅 돌아요? 아니 그럼 내가 뭐 팽이란 말입니까? 홍: 그런게 아니라 허동무는 두꺼비 장뼘만한 지식을 가지구 빨래줄처럼 길다랗게 늘여놓는데는 퍽 솜씨가 있는데 가장 결정적으로 높여야 할 문제에 대한 대답을 놓고 그 주위에서 뱅뱅 선자리돌림만 돈다 그말입니다. 허: 그러니까 일터책임제를 실시하구 인원 간소화, 년소화하구 업무수준을 높여야… 홍:맞았어요. 허: 맞았어요? 됐지요? 홍: 아니얘요. 대답이 맞았다는게 아니라 안맞았다는 동무의 대답이 맞았단 그말이얘요. 허: 홍동무, 왜 거 시험관마냥 그러지 말고 어서 이 나그네의 속이 시원히 풀리게 약간 비슷하게라도 말씀 좀 해주구려. 홍: 그럼 허동무의 면목을 보아서 비슷이 말씀해드릴까요? 이건 아주, 아주 중요한 얘긴데… 말하자면 예, 쉽게 말해서 허동무도 돈을 좀 더 많이 벌어야 하겠단 말인데요… 허: 아니, 뭐 돈을 벌어요?! 이 동무가 사람을 어떻게 보구 하는 소리요. 양?! 처음부터 돈을 벌어 자신의 체신을 높여야 한단 그 말을 할려고 여직까지 배속에 까넣고 이다지도 괘씸하게 사람을 골려주는겁니까? 예?! 홍: 아니, 허동무, 절대 성격을 쓰지 마세요. 이처럼 지금 남자들은 쉽사리 흥분한다구요. 그러니 관건적인 문제에서 우리 녀자들에 비해 실제적으로 효률을 높일수 없지요. 제가 말하려는건 지금은 돈이면 무엇이든 다 높일수 있단 그말입니다. 이를테면 업무수준이 어떠하든 돈이면 고급 직함도 능히 살수있고 또 돈이 여차여차하면 호호호 권력까지도… 허: 에이 여보! 홍: 뭐?! 또 여보래요? 허: 아니 그럼 에이 홍동무! 동무는 10여년의 배우생활을 젖혀놓고 언제부터 뒤에서 돈을 벌겠다고 호박씨를 깠소? 엉?! 업무수준을 제고시킬 궁리는 하지 않고 돈벌 궁리만 하다니? 그것도 더 많이 벌 궁리, 에끼 여보! 아니, 저 여보가 아니라 홍동무! 난 이젠 동무하구 얘기두 안하겠소. 동무처럼 정치가 문맹인 사람이 어찌 위대한 배우로 될수 있겠소? 더우기 공화국창건 60돐을 눈앞에 두고 조국을 노래하고 우리 민족을 자랑하는 문예종목들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할 대신 치사하게 돈벌이 궁리만 하다니? 홍: 허동무, 허동무가 그처럼 정치를 잘할줄은 미처 몰랐어요. 좋아요! 그러나 제가 말하는건 그런 돈벌이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할수 없는 일을 혼자서는 할수 없는가 하는 그말이얘요. 그러면 그것이 바로 돈벌이기회가 아닐가요? 허: 옳아요. 듣고보니 그렇소. 그게 매우 좋겠소. 여러 사람이 할수 없는 일을 한사람이 할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중요하오? 홍: 됐어요. 다 올라왔어요. 허: 다 올라왔다니? 홍: 그게 바로 제가 요구하는 대답, 돈벌이구멍수의 계획에 대한 전부의 해답입니다. 허: 어, 숨차라. 그럼 좀 쉽시다. 홍동무의 그 문제안이 우리 예술단청사 5층까지 올라가는것보다 더 숨차다구요. 홍: 그러나 어디 쉴 시간이 있어요? 허: 아니, 그럼 또 더 올라가야 한단말입니까? 홍: 네! 그래요. 자꾸자꾸 올라가야지요. 허: 아니, 또 어디로요? 홍: 어딘 어디겠어요. 사람마다의 사업효률에 따라 업무의 요구를 자꾸 높여야 할게 아닙니까? 허: 허참, 그건 언녕 높이지 않았습니까? 정말 그러구보니, 그런데 그럼 얼마쯤 더 올려야 즉 높여야 할까요? 홍: 우선 부지런히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려요. 허: 가만있자. 내가 농사군이라고 없는 밭을 부지런히 갈고 씨앗을 뿌립니까? 홍: 호호호 그런 말이 아니얘요. 제가 하는 말은 허동무도 이젠 배우생활에 그만한 경험과 지식을 쌓았으면 창작도 능히 구사할수 있다 그말이얘요. 허: 오라, 그것참, 그러구보니 배우생활20여년에 이젠 창작두 능히 할수 있다 그말입니다. 예? 홍: 그래요. 그러니 사업과 창작을 잘 짜야 합니다. 허: 허허허, 그러면 자연 높아지게 되겠군. 홍: 하지만 남에게 의존하지 말구 제힘으로 일하면 알알이 여문 량곡들이 허동무에게도 고개를 숙일겁니다. 허: 그야 물론이지요. 공화국창건 60돐을 맞는 이때 사람마다 당성, 사상각오를 높이고 정치를 잘하여 사회에 존재하는 부정부패를 물리치고 우리 문예대오를 건실하게 할뿐만아니라 조화사회건설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문화수양을 높이는게 우선이 아닙니까? 홍: 그러니 이젠 허동무도 잘 아셨지요? 허: 여보! 홍: 또 여보얘요? 허동무! 허: 아니, 미안. 그러니 홍동무, 우리 함께 여러분들에게 인사나 하구 빨리 예술단 창작실로 달려갑시다. 방금 우리들의 재담 “높이자”를 글로 엮어야겠습니다. 홍: 좋아요. 갑시다. 그러나 먼저 관중에게 인사나 하고 갑시다. 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이제 다음번에는 허동무의 문예작품의 질이 높아지기를 기원합시다. 여러분 짜이잰(再见). (둘이 인사하고 나가며 막이 내린다.)
27    집짓기 댓글:  조회:976  추천:7  2013-01-30
집짓기 집에 관하여 사전에서는 추위, 더위 따위를 막고 사람이 살기 위해 지은 건물 혹은 동물이 보금자리 치는 곳 (또는 총칼 따위를 끼거나 담아두는것, 바둑에서 완전히 자기 차지가 된 곳) 그리고 가정을 이루고 생활하는 집안 등이라고 표현했다.   집을 짓자면 반드시 집이 들어설만한 공간인 땅부터 골라야 하는데 집터는 대개 지관을 불러 좌향(作向)을 보는데 이때 집 '주인'이 될 대주(大柱)의 운세와 함께 마을의 산세와 지세를 보아 오목하고 양지바른 곳을 선택하여 주위보다 약간 높으면서도 전망이 확 트인 곳이 가장 리상적인 집터라고 했다.   그 땅을 또 평평하게 다지고 집이 앉을 방향을 잡는데 주로 동향, 서향, 남향으로 마을의 지세에 따라 좌향이 정해진다.   집짓기는 추운 겨울철과 장마기인 여름철을 피해 봄이나 가을에 시작하며 집터와 좌향을 보고나면 곧바로 가재목(家材木)을 준비하게 된다.   가재목의 다듬질이 어느 정도 끝날쯤에 택일을 하고 땅을 파는 개토(开土)와 주추를 놓는 정초(定础)로 주추돌이 들어설 자리를 든든하게 다진다. 그리고 립주(立柱) 즉 기둥을 세우고 문간을 대고 사면에 세운 기둥틀을 고정하고 문선을 댄 다음 마루대를 올리는 상량(上樑)으로 매 상량마다 련결대를 고정하고 연목가지를 얹으면 전반 집의 모양이 형성된다. 그 다음 각 부위에 흙을 바르고 문을 달고 벼짚으로 지붕을 얹고나면 집이 완전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집짓기의 전 과정이다.   하지만 집을 세우는것도 민족마다 그리고 지방마다 서로 다르다.   세월이 좋고 시대가 앞서가는 오늘 모든 건물들이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여 벼라별 양식으로 새롭게 일어서는것을 쉽게 볼수 있다.   그만큼 물질적으로나 량적으로나 현대인들의 생활수준과 그 추구가 발전하고 발달하였다는것이 오늘의 현실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쓰고 사는 집에 대하여 각별히 신경을 쓰고 남들보다 더 우월하게 장식하자고 노력한다.   나도 한때는 집이라는것에 별다른 생각을 가져본적이 없었다.   대학 졸업후 가정을 이루고 남들의 세방살이를 할 때에는 엉덩이를 들여놓고 안해와 함께 살만한 비좁은 방 한칸만이라도 우리의 이름으로 된다면 만족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이 실현되기까지는 무려 25년의 세월이 무정하게 흘렀다.   안해의 머리에 가득 덮인 흰 머리카락들이 바로 집 한간을 위하여 분투한 무정세월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5년이 지난 오늘, 나에게도 집 한간이 주어졌다.   물론 현대인들이 건설하고 사용하던 벽돌로 지어진 아담한 단층주택이다.   오늘의 시가로 인민페 3만5000원을 주어야 살수 있는 54평방미터의 집이다.   이 집을 위해 나와 안해는 청춘을 고스란히 '집짓기'에 바쳤다. 어떻게 오늘까지 달려왔는지 그 길을 되돌이키기조차 두려워진다.   이젠 자기 이름이 번듯하게 박힌가옥증명서를 들여다보면서 내 집이라고 자랑을 할수도 있으련만 세월이 세월인것만큼 현대인들의 그 끝없는 욕심과 발달하는 과학기술과 생활수준의 엄청난 제고에 또다시 만족을할수 없게 되였다.   비록 내집이라고 엉덩이를 들여놓고 편안하게 누워잘수 있는 공간이 차려졌지만 남들이 버리고 난 집(그 당시 모두가 아파트로 이사가면서 헐값으로 처리되였었다.)이였어도 나에게는 아름찬 만족이였고 무한한 행복이였다.   그러나 안해는 또 새집 한채를 위하여 홀로 한국의 낯선 하늘아래에서 힘들게 달러 벌이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54평방미터되는 단층주택을 25년의 청춘과 바꾸면서 이루어왔다면 이제 남들처럼 고급스런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또 몇번의 25년이 엇바뀔지 생각하기도 두렵다.   안해는 지금의 54평방미터의 집을 위해 시장에서 못해본 일이 없다.   이른 새벽부터 도매시장에 나가 채소를 넘겨받아서는 길가에 채소난전도 벌려보았고 삶은 강냉이도 팔았으며 지어 남의 밭 삯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궂은일 마른일 가리지 않았다.   오늘도 안해는 '아파트'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낯선 한국땅에서 고달픈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다.   인천 갈비집에서 힘든 홀을 보면서 하루에 몇십리나 되는 길을 걷는 걸음이지만 자기 집을 장만하는데 쓰는 자기만의 능력이라면서 소담하게 웃는다.   물론 금방 한국땅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같은 한민족이지만 연변말과 다른 한국사람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눈물도 수없이 흘렸다고 한다.그러나 한국사람들의 멸시와 서러움을 중국조선족이라는 이름으로 한몸에 받으면서도 집이라는 그 목적을 위해서는 꿋꿋하게 버텨낼수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안해는 한국땅에서 3년이라는 긴 세월을 새 '아파트'를 위해서 갈고 닦는다.   언제까지 우리 모두가 '집'을 짓기 위해 이처럼 산지사방에 흩어져서 살아야 할지 그 앞이 캄캄하다.   한 건축로동자는 50년간 집을 지었지만 자기 한몸을 누일수 있는 집을 짓지 못했다고 한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수가 없다.   오늘도 '집짓기'에 나선 많은 사람들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그 가운데는 한국에서 힘들게 일하는 안해의 초췌한 모습도 놓칠수가 없다.   이제 우리가 새롭게 바라는 '집'은 가축이나 사람이 들어가는 공간만이 아니라 강대한 민족과 홀시할수 없는 매 하나, 하나의 가족과 더불어 나아가서는 든든하고 건실하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집(家), 국가(国家)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26    수필을 쓰다 댓글:  조회:1010  추천:20  2011-04-08
수필을 쓰다     언젠가 글을 쓴답시고 살아가는 삶의 루추한 환경과 진저리나는 생활의 곤혹에 못이겨 세방살이의 고뇌를 쥐꼬리만하게 원고지에 그려놓고 그것도 작품이라고 흥건하게 바라보며 자아만족에 도취되여 곧 “위대한 작가”가 된다고 어깨를 살구고 거리를 활보한적이 있었다. 그때 그렇게 쓴 수필이 바로 “문소리”였다. 벌써 20여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그러니 그동안 강산도 두번이나 모두뜀을 하면서 훌쩍훌쩍 변해버린것이다. 하지만 그 무난한 세월의 흐름속에 생활이 아무리 곤혹하고 비감하여도 소중한 시간을 갉아먹으면서까지 글을 쓴다는 아니, “수필을 쓴다”는 이 개념만은 절대적으로 명확하게 가슴 한가운데 간직하여왔다. 비록 남들이 바라보는 높은 차원의 글은 완성하지 못했지만 오로지 나만의 글로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의 아픔과 환락을 생동하게 그려내기 위하여 노력하면서  뭉쳐야하는 가족에 빈 자리를 보이는 “리산가족”의 아픔을 “이슬이 머물다 간 자리”로 《연변일보》에 담아보았고 외국진출로 흘리는 통증에 몸부림치는 현실사회가 조성하는 가짜결혼의 그 아픔의 흔적을 “안녕, 부디 잘 가게!!”로 제2회 “성원”컵 은상에 담았었다. 그리고 가족사랑에 없어서는 안될 남편과 안해와 자식간의 돈독한 정을 담은 그리운 정을 “아들의 선물”로 제3회 “성원”컵 동상에 담았으며 버리고 떠나온 시골의 황막하게 바래여지는 인심과 그 지난날의 잊지 못할 풍경을 “색바랜 풍경”에 담아《길림신문》 제5회 “미인송”컵 금상이라는 후둑한 상까지도 받아보았다. 그리고 살면서 여기저기 방황하던 마음을 한오리 바람에 실어 황막한 저 세상끝으로 날려보내려고 슬프게 “바람의 길을 찾아(《도라지》2005.5.)” 힘들게 달리면서 바람과 싸우는 리치, 눈앞에 보이지 않는 길도 과감히 탐색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바람에도 길이 있다는 아니, 있었다는 아름다운 나만의 추리로 오늘까지 그 바람의 길에서 한줄기 련민의 끈을 잡고 용왕매진하고있었다. 생각해보면 글이란 바로 이렇게 내가 보아오고 그려오고 또 환상까지 곁들여가면서 희망으로 바라는 마음의 응달을 풀어헤치는 고되고도 여린 로동의 결실이였던것이다. 때문에 항상 그런 글을 쓰기에 앞서 자신의 이상하게 부풀어오르는 풍선 같은 마음을 다잡기에 앞서야 했고 또 팽이처럼 톨아지려고 애쓰는 자기의 만족을 헤치고 마음의 안녕을 찾아 듬직함을 보여야 했으며 언제나 글을 쓰려고 필을 잡기에 앞서 미끄럼대우의 어린 아이들처럼 미끄럼을 타려고 바둥바둥 헤여지려는 마음을 꽉 움켜잡아야만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자신의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철저한 비움의 경지를 만끽하지 못하고있다. 무릇 글을 쓰기에 앞서 모든 욕심을 버리고 글 하나만을 념두에 두고 필을 날려야 하는데 뒤돌아보니 너무나 한심하고 어눌한 그림자가 줄곧 나의 등뒤에서 비틀거리는 왜소한 나를 덮치려고 둥둥 떠있었다. 그것도 내가 걸으면 따라 움직이고 내가 서면 떠있는 한낮의 구름송이마냥 긴 그림자를 이어주며 무지하게 욕심을 키워주었던것이다. 그 욕심의 한계는 끝이 없었다.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면서 상(奖)이라고 남들의 앞에서 칭찬과 극찬속에 비우지 못한 가슴으로 받아안으니 그 무게가 너무나 무거웠던것이다. 마치도 태산마냥 나의 머리를 내리눌러 숨가쁜 머리를 쳐들수가 없었다. 그래도 머리를 들고 허리를 펴려고 안깐힘을 다하였다. 아니, 끝나지 않는 무지한 욕심으로 항상 바라는 상이라는 콤풀렉스 때문에 가슴에는 커다란 멍이 들었고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단단한 응어리가 얼기설기 얽혀졌었다. 젖먹던 힘까자 다 하여 아무리 털어내려고 발버둥치고 가슴을 쥐여뜯어도 그 멍과 응어리는 좀체로 풀리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동안 마음에 앉은 상처는 바로 세월이 약이였다. 처녀작을 발표해서 지금까지 근 20여년이 후딱 흘러서야 그 아픈 마음에 도사렸던 비굴한 욕심을 간신히 털어버릴수가 있었던것이다. 20년, 그러니 강산도 두번이나 변했다. 하물며 사람이야?! 지천명의 언덕에서 가파로운 인생길을 마주하고 가쁜 숨을 헐떡이려니 인젠 그 욕심의 그림자를 내 마음에서 비울수 있다는 도리도 깨달은것 같다. 그렇게 하얀 마음으로 글을 아니, 수필을 쓰느니 내 마음도 지금은 푸른 하늘에 하얗게 별을 떠이는것 같다. 아직까지 아무것이나 단 하나도 없이 마음을 비우지는 못했지만 그 비운다는 마음이 바로 하나의 수필을 쓰고있다는 새로운 정신이 아니겠는가?! 때문에 오늘도 례외없이 텅 빈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있다. 그러면 조용히 마음에, 가슴에 와닿는 아름다운 사연들이 나의 마음과 가슴에 미묘하게 산 같은 장엄한 운치의 경관을 이루어준다. 그러면 나는 그 산에서 새들의 야무진 지저귐소리도 듣게 되고 우쩍우쩍 커가는 나무들과 울긋불긋 시샘하며 스치는 야초들의 간지럼타는 소리도 듣게 된다. 그리고 여기저기 한껏 뛰노는 아기짐승들의 어리광부리는 소리도, 포효하는 뭇짐승들의 찢어지는듯한 울부짖음도, 끝간데도 없이 뉘연하게 울려주는 산골짜기의 메아리소리도, 어릴 때 곁에서 하냥 친근하게 타이르시던 아버지와 같은 산의 무게있는 울림소리도 듣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것은 바로 내가 마음을 텅 비운 상황에서만 가능한것이였다. 그러므로 나의 책상우에는 항상 비워둔 빈 물고뿌가 하나 있다. 그 고뿌가 비여야만이 커피든지 우유든지, 아니면 차물이든지 담아서 마실수가 있기때문이다. 이제부터 비워둔 마음으로 한껏 욕심을 버리고 수필을 써보자! 그리고 마음을 열자. 그러면 비워둔 마음과 가슴에서 하얀 주옥같은 아름다운 글들이 쏟아져나와 나의 수필의 세계를 황홀하게 수필다운 수필로 만들어줄것이다. 나는 오늘도 욕심을 버린 텅 빈 마음으로 수필을 아니, 내 자신의 부끄러운 인생을 그려가고있다.
25    [수필] 누워보는 세상게임 댓글:  조회:660  추천:28  2010-03-29
[수 필]  누워보는 세상게임  김 태 현      언젠가 병상에서 간호사의 번거로움을 받으며 생을 이어가노라니 이승의 한끝에서 언틀먼틀 두꺼비낯가죽을 쥐여짠듯한 저승사자가 몰려왔었다.    저승의 문턱에서 원혼이 된 할배, 할매를 찾으며 아우성을 치는데 갑작스레 나타난 어머니가 시커멓게 찌든 얼굴을 문짬으로 들이밀고 꺼진 눈확으로 맥없이 지켜보고있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하얗게 바래는 찌든 얼굴을 쳐다볼수가 없었다.    이때 어디에선가 홀연 나타난 아버지의 등굽은 모습이 어머니를 밀막으며 저승사자를 향해 내지르는 괴성에 두눈을 번쩍 뜨니 아, 방안이 하얗게 눈부신 빛발을 가득 쏟고있었다.    - 아?! 할배! 할매애…    그러나 입안에선 가느다란 한숨소리밖에 새여나오지 않았다.    온몸이 무엇에 짓눌리웠는지 숨도 제대로 쉴수가 없었다. 두손을 움직여보려고 해도 천근같이 무거워 좀체로 움직일수가 없었다.    두눈은 방금보다 더 크게 떴으나 방안은 오히려 하얗게 바래는 흰색뿐이였다.    - 아…?! 아!!!    …    - 여보! 정신차리세요. 당신, 정신 좀 차리세요. 여보! 흑흑흑…    하얀 빛무덤에 흔들리는데 누군가 몸우에 얼굴을 묻고 오열을 터뜨렸다.    - 어…? 어…?! 민…이…야!!!    나는 비뚤어진 입술을 치빨며 아들애의 이름을 간신히 입밖으로 짜냈다.    - 여… 여보! 아, 여보!!    언제 돌아왔는지 5년전 로씨야로 돈벌러 간다고 집을 떠났던 안해가 반신반의한다.    - 아…?! 여보! 민이야!! 아빠, 아빠가 깨여나셨다. 민이야…!!    - 아빠! 아빠!!    폭탄터지는듯한 아츠러운 부름소리에 가까스로 눈을 뜨니 시뻘건 얼굴이 당혹스레 내려다보고있었다.    - 엿새째예요. 당신이 쓰러지신지가 벌써 엿새가 되여요. 흑흑흑…    안해가 끝말을 삼키며 흑흑 눈물을 쏟는다.    그러나 나는 오랜 잠속에 깨친 꿈들이 어쩐지 아쉽기만 했다.    할배, 할매로 시작 된 아버지, 어머니의 상냥한 모습들이 자꾸만 보고싶었다.    누워서보는 세상은 그처럼 안온했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그처럼 편안한 나날들이였다.     그러나 안해의 흐느낌은 깊은 밤 부엌 아궁을 헤집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마냥 아프게 고막을 찔렀다.    - 당신, 맨날 술만 마시고 아이는 어떻게 건사했어요? 그러기에 집나가 고생하는  사람보다 집지키는 사람이 더 나쁘다고 하지요. 그러니 당신 같은 사람들때문에…    머리우에서 시뻘건 불줄기가 흔들리며 뢰성이 일었다.    - 아빠! 아빠! 어서 일어나세요.    갑자기 쏟아붓는 듯한 눈물이 얼굴에 부딛치며 여름날 풀잎우의 이슬마냥 튕겼다.    - 아빤, 왜 이렇게 견강치 못해요. 네? 제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기가 싫습니까?! 예? 아빠! 말씀해보세요. 아빠…?!    마침내 아들애의 애끊는 부름소리가 잠시나마 고인들과의 만남을 이루어주었던 누워보는 세상게임에 홀쭉하게 시든 어둑스레한 몽환을 깨뜨려버렸다.    나는 드디여 두눈을 번쩍 떴다.    - 어, 한잠 잘 잤네. 그런데 너무 오래 잔거 아니야? 뭐…?! 다신 그렇게 긴 시간 잠을 자지 말라고? 오, 그래 알았어! 다신 이렇게 당신을 두고 홀로 잠자리 선택하지 않을게! 그런데 당신 언제 집으로 돌아왔어? 뭐…?! 내가 그렇게 오래동안 잠만 잤다는거야? 그래 집엔 영 돌아온거야? 뭐…?! 아… 아니라구…?! 아하 참, 미안해! 정말 미안했어! 당신 비워두고 잠만 자서… 그리고 민이야. 자사자리한 이 아빠를 용서해다구. 살림살이에 찌든 못난 아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은 했지만도 엄마가 보고싶었어. 그래 너무나 보고싶어… 술먹으면 언제나 환청으로 나타나는 너의 엄마가 보고싶었던거야! 정말이야…! 다신 이런 옹졸한 마음 갖지 않을게! 오로지 너의 건강한 모습만을 바라볼게…    그러나 잠시였지만 누워서보는 세상게임은 즐거웠다.    누워서보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수가 있었고 또 가장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시름놓고 배울수가 있었다.    하지만 누워보는 세상게임에서 야릇하게 키워 온 선량한 마음들을 무턱대고 혼독한 독자들에게 펴보일수가 없다.    이것은 인간이 이승에 바치는 선량한 독백으로서 누구나 한번으로 그치는 길인줄 번연히 알면서도 누워서보는 세상게임에 가져보는 독백은 흔치않기 때문이다.    나는 어느날 뇌출혈이란 병원측의 엄한 축출령을 받은채 행운을 안고 반년만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서서 보는 세상게임에 도전할수가 있었다.    그러므로 누워서보는 세상게임으로부터 얻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약속으로 후회의 게임을 따로 하지 않을것을 다짐하며 성큼 새 세상을 내딛기 시작한 이승의 행운자들과 함께 다시 선량한 마음으로 삶을 살펴보려 한다.    그러니 누워서보는 세상게임은 바로 죽기전의 선 죽음이였다.  
24    [수필] 명작선에 깃든 사연 (김태현) 댓글:  조회:1011  추천:20  2010-02-26
[수 필] 명작선에 깃든 사연김태현  “청산리” 제8기에 소설가 고 박은 선생을 소개할 계획이였다. 이것은 2003년 6월 “청산리” 제1기가 세상에 고고성을 울리면서부터 화룡적 유명작가들을 작품과 함께 매기(每期)에 소개하기로 한 편집진의 특별기획이다. 박은 선생은 1936년 1월 25일 조선 함경북도 온성에서 출생, 1950년 연길시 제2고급중학교 졸업, 1960년대부터 화룡현 투도향 명성촌에서 농사일에 종사, 1976년부터 팔포강록장에서 사업하였으며  중국소수민족작가학회 회원, 중국작가협회 연변분회 리사로 계셨다.    그리고 1985년부터 1995년 8월 4일 작고 직전까지 화룡시문화국 창작실 전직 창작원으로 사업하면서 텔레비죤소품 “골치아픈 부조” 단막극 “곰취” 장막극 “까마귀와 굴쥐”, “백두의 진달래”와 같은 우수한 극본을 창작하셨다.    일찍 50년대말부터 창작에 전념한 박은 선생은 단막극 “길북과 길남의 논”을 발표하면서부터 “매돌에 깃든 이야기”, “례장감”, “보배산” 등을 창작하여 현 문예대회에서 창작상을 받았고 주급 간행물인 “연변”과 “장백산”에 발표하였으며 단편소설 “사시절가”, “황충이 사슴을 타다”, “관책과 별책”, “평강벌을 넘나들던 나날에”, “콩에 깃든 이야기” 등 작품으로 “천지”문학상, 연변조선족자치주문학상, “천지”수필문학상, “연변일보”해란강문학상, 제일제당상을 받으셨던 특별히 유머소설가로 널리 알려졌던 작가였다.    그리하여 “장백산(2000년 3호 166페지)”에 실린 문단인물 고 박은 선생의 “한국행 일기”중에서 38편을 선제하여 “청산리” 제8기에 “저명한 소설가 박은 선생이 한국에서 림종을 앞두고 쓴 일기의 발취”란 편자의 말을 달고 싣게 되였다.    이것이 지난 2006년 9월에 있은 일이다.    그런데 금년 여름에 고 박은 선생의 자제분인 박관일씨를 만나 그번의 사연이 그들 가족의 고마움으로 거론되면서 “명작선에 깃든 사연”으로 내가 글을 쓰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지 모했다.    지난 7월 14일 화룡시 남평진 룡연촌으로 초복놀이 하향공연을 내려가기로 준비하고있는데 웬 낯모를 40대의 남성이 찾아왔었다.    “혹시 김태현 선생님이…”    나는 사내의 의뭉스런 표정에 주춤거리며 돌아섰지만 아무리 생각을 좁혀보아도 생판 모를 남자였다.    “그런데 누구시죠?”    “박관일입니다.”    “그럼 박은 선생의…” 나는 얼핏 떠오르는 생각에 박관일씨의 손을 덥썩 잡았다.    “네, 아들입니다. 아버님의 일기를 ‘청산리’에 실어주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어떻게 감사를 드렸으면 좋을지… 어머님도 김선생님을 외우십니다.”    나는 박관일씨의 손을 잡고 게면쩍게 얼굴을 붉혔다.    “감사라니요? ‘청산리’ 편집진의 특별기획이였을뿐인데? 사모님까지…”    “어머님은 지금도 김선생님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김선생님을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고 락인을 찍으셨죠. 김선생님 같이 후배 작가로 지난 선배작가들을 념두고 두고 후세에 길이 빛날 업적을 쌓아올리는 작업이 어디 그렇게 간단하겠냐고 많이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박관일씨의 분에 넘치는 찬사에 기분이 둥둥 떴다.    한편 바늘처럼 작은 일까지도 념두에 두고 잊지 못하는 정 깊은 사람들속에서 문뜩 살아있는 작가들의 고상한 직업을 다시 떠올리게 되였고 이미 세상을 뜬 선배작가들의 업적을 후세에 길이 전해가는 평범한 일들이 비록 작은 일 같이 느껴졌지만 아주 보람있는것이라고 거듭 생각하게 되였다.    나는 박관일씨의 후더운 마음을 안고 그가 마련한 “투도명태집”에서 시원한 맥주로 가슴을 열며 박은 선생이 생전에 한국에서의 일들과 그후 박관일씨가 사업차 한국에 정착하여 여러가지 사업을 펼치면서 겪었던 어려웠던 일들, 그리고 고국을 떠난 우리 조선족이 낯선땅에서 이방인으로 아프게 살아가는 비참한 삶을 직접 목격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휘여든 그의 오른 쪽 팔굽을 심상치 않게 바라보았다.    박관일씨는 한국의 노가다판에서 막일을 하면서 오래동안 한쪽팔로 무거운 짐을 들고 운반한탓으로 지금은 팔굽이 안으로 굳어져 펼수가 없다고 했다.    나는 박관일씨의 휘여든 팔굽을 바라보며 우리 민족이 고국땅에서 겪는 처절한 아픔을 마음속으로 위안하며 쓰디쓴 배갈을 목구멍에 련속 쏟아부었다. 그러나 박관일씨가 미리 준배해 온 한국 범한판 세계문학명작선 전36권을 곱게 포장해놓은 커다란 선물앞에서 또 한번 아연해지고말았다.    “김선생님에게 꼭 필요한 책들이라 생각했습니다. 절대 부담 갖지 마세요.”    나는 박관일씨의 두손을 덥썩 잡았다. 그것도 한국으로부터 준비하였다니 그 고마운 마음을 이루 헤아릴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도 김선생님과의 상면을 기대하였습니다. 앞으로 좋은 소설을 쓰는 훌륭한 작가로 되여주십시오. 김선생님의 소설을 ‘연변문학’을 통해서 읽었습니다. 화룡에, 아버지의 옛 직장에 김선생님 같은 나젊은 소설가가 있다는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몫까지 다하여 좋은 작품을 써주십시오.”    나는 박관일씨의 두손을 쉽사리 놓을수가 없었다.    그것은 너무나 무거운 부탁이였다. 고인의 당부와 같이 나의 가슴에 와닿는 평강벌에 굽이굽이 감도는 “사시절가”의 연연한 메아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학도로서의 가는 길에 수수한 꽃으로 피여나길 바라는 고인의 넋이 기린 선물로 알고 나는 가슴에 꼭 받아안았다.    이때 어디에선가 맑고 청청한 아름다운 새의 울음소리가 하늘에서 울려왔다.    나는 문뜩 푸른 하늘 높이 날아예는 오색찬연한 한마리의 새를 보았다. 커다란 날개를 휘저으며 굽이굽이 평강벌을 누비는 아름다운 새, 새가 날아가는 곳마다에서 아름다운 “사시절가”의 구성진 노래소리가 구수하게 울려퍼졌다.    그러나 나는 오래동안 하늘에 꽂힌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어디에서도 하늘 높이 날아예는 새가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나는 묵묵히 가슴에 두손을 얹고 하늘을 우러러 조용히 빌었다. 고향에 울려퍼지는 “사시절가”의 축복속에 선생의 넋이 한마리의 새가 되여 고향의 하늘에서 훨훨 나래치며 무수한 새군(鸟群)을 불러일으키기를 두손 모아 빌고빌었다.  
23    엄마, 건강합소! 댓글:  조회:861  추천:28  2010-02-10
수 필   엄마, 건강합소!   김태현   2년전 엄마는 심장병으로 시름시름 앓고있던 아버지를 하루밤새에 영원히 돌아올수 없는 하늘나라에 보내시고 눈물로 나날을 보내시다가 딸애가 있는 한국으로 떠나가셨다. 하필이면 장자인 아들을 두고 시집살이하는 딸애의 곁으로 선선히 발걸음을 옮긴것이다. 그것도 자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매제네의 살림살이를 번연히 알면서도 매제의 여러차례나 되는 독촉 전화를 받고서는 아버지와 함께 한생을 살아오신 때묻은 집을 떠나 딸애의 곁으로 가는데 대해서는 그렇게 강한 반대가 없으셨다. 나는 그때부터 해마다 찾아오는 설명절을 홀로 보내게 되였고 멀리 이국에서 녀동생의 도움으로 생활하고있는 엄마의 그리움에 남들이 다 자는 한밤이면 몰래 차거운 하늘에 떠있는 북두칠성을 우러러 간간히 소원을 빌어보기도 하였다. 엄마는 내가 어릴때인 40여년전 설날아침에 물동이를 이고 용드레우물로 물길러 나가셨다가 용드레우물의 가름대가 끊어지면서 떨어진 이깔나무에 머리를 크게 다치셨다. 그후 엄마는 뇌진탕이라는 일종의 더러운 병근으로 두눈을 보지 못하게 되였다. 어린나이였지만 그때부터 나는 엄마의 두눈에서 나자신의 모습을 찾아보려고 가끔씩 시뿌옇게 빛을 잃은 엄마의 두눈을 들여다보았지만 엄마의 시들어가는 눈확속에서 다시는 나의 모습을 찾아볼수가 없었다. 아니, 그때부터 나는 엄마의 곁에서 서서히 셈이 들게 되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엄마의 손과 발이 되여 엄마의 곁에서 한생을 고스란히 엄마만을 위한 삶을 사시다가 어느날 병원의 침대에서 앞못보는 엄마의 손을 잡고 시름에 겨운채 두눈도 감지 못하시고 이 세상을 떠나가셨다. 엄마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을 세상에 모시는것을 허용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를 꼭 당신이 나중에 찾아갈 하늘나라에만 모시겠다는것이였다. 그렇게라도 하늘나라에서 엄마의 밤길에 별이 되고 달이 되여 엄마의 두눈을 밝혀드릴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지난 양력설에도 나는 조용히 밤하늘의 북두칠성에 엄마의 안녕을 곱게 빌었다. 그것도 하늘나라에서 솔곳이 내려다보시는 아버지의 령혼과 함께 딸집에서 행복하게 만년을 누리시는 엄마를 그리며. 그러나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음력설을 두고 다시 홀로 밤하늘의 북두칠성에 엄마의 건강과 아버지의 념원을 함께 담아 보내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허하다. 이제껏 4남매의 맏이로 태여나서 부모님에게 장자다운 설명절을 곱게 쇠여드린적이 한번도 있은것 같지가 않다. 그것도 동생들의 도움으로 대학교까지 나오다보니 나는 항상 <맏이>가 아닌 둘째, 셋째가 되여 가족의 사랑만 돈독하게  받아왔던것이다. 그후에는 또 대학을 졸업하고 시가지에 직장을 잡게 되였고 결혼하고 또 분가로 집을 떠나 부모님들의 바램속에 따로 살림을 차리다보니 부모님들에게 참다운 공경을 한번 드려보지도 못했다. 이제와서 키넘게 커가는 자식을 둔 아비의 심정으로 멋도 모르게 달려온 인생길을 뒤돌아보노라니 멀리 이국의 딸집에서 명절상을 받으시는 엄마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것 같다. 항상 4남매가운데서도 맏이만 자식인양 어루쓸고 다독이시던 엄마였다. 하물며 둘째동생이 너무 서러워 자기는 이붓자식이냐고 엄마에게 대들었겠는가? 서글피 달려 온 인생을 뒤돌아보니 자연 눈물이 앞을 가린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없이 사는 살림속에 맏이인 나의 대학공부 뒤바라지까지 서슴없이 책임져 준 동생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이국에 살면서도 엄마의 만년까지 보듬어주는 녀동생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부푸는 사랑으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가면서 두 아들을 거느리고 안해를 위하여 이국땅에서 딸을 그리며 홀로 계시는 장모까지 신변으로 모셔가 보살펴주면서 가족애의 진정한 사랑으로 효를 펼치는 매제에게 너무나 감사하면서도 가슴이 미여지는듯한 미안함으로 하여  밤하늘에 차가운 이슬만 뿌려주고있다. 이제 녀동생과 매제를 만난다면 어떻게 고맙다는 인사를 올릴랴?! 다만 오늘밤에도 차가운 눈밭속에 솔곳이 북두칠성을 향해 엄마의 건강과 더불어 녀동생 일가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며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시는 아버지의 념원을 담아 곱게 빌어보련다. “엄마, 멀리 이국 타향에 딸을 시집보내고 그렇게도 보고싶어 그리움에만 잠겨있던 딸집에서 지금은 얼마나 행복하슈? 이 아들은 오늘도 아버지의 령혼이 잠든 한송이 별과 함께 엄마에게 북두칠성에 마음을 띄워보내우. 엄마는 항상 북두칠성의 기를 받고 내가 태여났다고 구름처럼 말씀하셨지 않우? 때문에 엄마는 늘쌍 하늘의 북두칠성은 나의 별이라고 하셨지우. 오늘은 또 하나 아버지의 별이 하늘나라 북두칠성을 어울어 보듬으면서 지켜준다우. 엄마도 한국에서 보았우? 아버지의 별을? 물론 엄마는 실명된 두눈으로 볼수는 없지만도 마음으로, 가슴으로 아니, 보이지 않는 두눈으로도 엄마의 어둠에 광채를 주고있는 아버지의 커다란 별을 보셨으리라 믿고있수. 엄마, 부디 딸과 사위, 그리고 외손주놈들의 사랑속에 이제 다가 올 음력설을 행복하게 보내우. 꼭 부탁할게 몸도 건강히 오래오래 앉으시우. 그리고 항상 매제에게 감사하구 고마워 하시우!” 그렇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음력설을 두고 서러움과 괴로움속에 넋두리를 펼쳐보다가 이렇게라도 마음을 열고 멀리 이국땅에 있는 녀동생과 매제, 그리고 조카애들과 엄마에게 몇마디라도 적고나니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져 있던 납덩이가 간곳없이 사라진것 같다. 물론 이 하늘아래 모든 사람들이 설명절을 즐겁게 쇨것을 빌면서 나도 금년 음력설은 보기좋게 즐겁게 쇠기 위해 각별히 노력할것이다. “엄마, 엄마도 음력설 잘 셔, 그리구 녀동생과 매제도 글구 꼬맹이 조카들두.”  
22    그림배우기 댓글:  조회:804  추천:39  2009-08-07
그림배우기김태현례컨대 어떤 사람이 강을 건넌다고 하자, 그러면 우선 물과 가까이에 있는 발이 먼저 젖는다는 말이 된다.   로동가운데 쉽게 사용하는 손가락도 그 용처가 각이하다. 그 각이한 용처속에 어느 하나라도 없게 된다면 아주 불편하다. 반대로 그 사용가치가 아주 잦은 손가락일수록 알게 모르게 상처를 많이 입는다.   일부 사람들을 살펴보면 자신에게 있을 때의 그 소중함과 없을 때의 그 귀중함을 눈치 빠르게 가리지 못하는 일견들이 무질서하다.   우리는 사계절가운데서 항상 봄이 떠난후에야 비로소 그 봄의 다정한 빛깔을 그리움으로 느낄수 있었고 여름이 총망히 흐른 가운데 그 여름날의 너무나 따스한 사랑을 감촉할수 있었으며 차가운 이슬의 저주속에 가을의 높은 하늘을 우러러 쳐다볼수 있었고 혹독한 추위속에 다닥친 겨울산을 바라보며 랭혹한 추위를 한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월은 다정한 빛깔의 봄도, 여름날의 화사한 사랑도, 차가운 가을의 느낌도 모두다 무서운 겨울의 랭기에 망가뜨리면서도 항상 사계절의 노래속에 년륜을 찬란하게 가꾸어오지 않았던가…?!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주위의 다정한 오렌지빛을 발견할수 있다는것만으로도 삶을 더 훌륭하게 치장할수 있다.   나는 언젠가부터 아니, 정확히 나이 오십이 되는 인생에 철저히 내 삶을 하나의 그림으로 다시 시작하여 보았다.   …파아란 잔디우에/ 팔베개하고 누워서/푸르른 하늘 쳐다본다솔솔 부는 미풍에도/하늘을 치솟을 듯/사나운 속도로 몸을 터는 연   저 멀리/오구작작 모여선 소년소녀들/파릇한 봄을 털며 연을 띄운다하늘을 갈퀴려는 양/쏜살같이 날으며 눈길 모으던 연은   선자리에서 부르르 날개짓만 한다/호랑이 몸뚱이에 룡의 날개독수리 눈에 매의 발톱/수탉의 볏에 여우의 꼬리   파아란 잔디우에 누워서/우러러보는 하늘나라 동물세계바람잦은 하늘에 평화를 불러온다그러나 잔디우에 누워서바라보는 동물세계는/ 아이들 손에서 하얗게 부서진다나는/언젠가부터/파아란 잔디우에/팔베개하고 누워서푸른 하늘 쳐다보며/하늘나라/ 동물세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인생을 하나의 화판으로 작성하고 무색인 화판에 수많은 짐승들을 탈바꿈시켜 그려보기도 하였다. 허나 인생은 하나의 생활이란 색갈로 너무나 느린 걸음발을 타며 사치에 들뜬 뭇 《짐승》들을 곤혹하게 유혹하기만 하였다.   결국 다시 배워보는 인생을 하나의 그림으로 오늘에야 비로소 감지하게 되였다.   오늘이란 이 깨달음은 결코 한 인생에 있어서 늦거나 빠른것은 절 때 아니다. 오직 그 한 인생이 가져다주는 삶을 진정으로 깨닫고 느낄때만이 인생이란 곧 바로 자기에게 소유된 진정한 삶이였기 때문이다.   비록 다시 배워보는 삶이였지만 나는 이 한 인생에 만족을 기한다. 하나의 동물세계로 보이는 삶을 아이들의 동년으로 살갑게 줍기 위해서이다.   그때면 나는 정녕 인생이 하나의 깨끗한 그림, 알게 모르게 시작된 황홀한 적, 등, 황, 록, 청, 람, 자색의 아름다운 빛깔의 조합이였음을 진정으로 깨닫게 될것이다.   자신을 미워하지 말자!   이미 떠나보낸 계절의 혹독함과 곤혹함을 알고 다시 맞이하는 계절의 황홀함속에 자신을 미움의 세계에서 파계에로 과감히 비약시켜 아롱다롱한 색갈들로 인생을 새롭게, 다시 정갈하게 꾸며보자.   바로 그 계절이 주는 의미가 춘하추동으로 이어질지라도 사계절의 흐름은 언제나 봄의 따스함으로부터 시작되듯이 마루에 닿은 발이라 하여도 다시는 시리지 않을것이다.   왜냐하면 마루에 닿은 발일지라도 그 마루에는 이미 사랑이 깃들어있기때문이다.
21    열한번째 “이사” 댓글:  조회:640  추천:41  2009-07-03
월세방을 살아본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귀찮고 듣기 싫은 말은 바로 “방을 빼라!”는 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집이 없이 남의 세방을 살던 그 가슴 아프던 사연들이 오늘의 행복에 모름지기 그리운 추억들을 불러다준다.비록 작지만 자기 집이라고 아담한 기와집에 빠진것 하나 없는 현대식가전제품들을 갖추어놓고 부러움이 없는 행복속에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면 참말이지 없이 살던 생활이야말로 진정 분투의 삶이였음을 소중하게 간직하게 된다.결혼하여 안해와 함께 월세방을 살던 지난 10여년을 굽어보니 열번이나 되는 이사짐을 꿍졌었다. 그러니 한해에 한번꼴로 한 “이사(搬家)”였다. 때문에 이사라는 말만 들어도 신물이 난다. 안해가 아들애를 임신했을 때였다. 그때의 세방은 두번째의 이사짐을 풀었던 집이였다. 남산만한 안해의 배를 두고 근심도 태산같았는데 안해의 해산일을 석달 앞두고 난데없이 “방을 빼라!”는 날벼락에 아연히 입만 벌렸었다. 안해의 해산예정일이 2월초였는데 엄동의 11월에 이사라니, 더구나 만삭이 되여가는 안해를 두고.나는 사내의 구겨진 자존심도 거르고 주인집에 “이 겨울만이라도 아니, 안해의 해산을 맞은 뒤까지만이라도 연장해달라”고 두손을 내밀고 구걸하다싶이 생억지를 썼다. 그러나 이미 월세로 내놓았던 방이 팔렸으니 집주인도 다른 방법이 없다는데야 더 말해서 뭘하랴?! 울며 겨자먹기로 추운 겨울날 이사짐을 꿍지고 하나밖에 없는 솥을 뽑을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곁에서 보다 못해 억울한 이사짐을 꿍지는 우리에게 구원의 손길을 펴는이가 따로 있었으니 다행스레 백여메터 남짓한 이웃집에 세번째로 이사짐을 풀수가 있었던것이다. 물론 없이 사는 곤혹이였지만 그처럼 불행에 다져지는 이웃에 따사로움을 주던 그 이웃이 얼마나 고마왔던지 안해는 남산만한 배를 끌어안고 엉엉 소리내여 울음보를 터뜨렸었다. 그리하여 안해는 세번째로 되는 월세방에서 아들애의 순산을 가질수가 있었다.그래도 나는 그것이 우리의 복이라고 입을 모았다. 안해는 가끔 건실하게 커온 아들애를 보면서 항상 그 난감하던 세번째 이사를 두고 웃음을 건넨다. “민이야! 하마트면 너는 한지에서 낳을번했단다. 그래도 따뜻한 이웃이 있었기에… 그때 ‘이사짐’을 나르는 이 엄마의 배를 네가 어찌나 골내면서 힘차게 내지르던지… 불우할 때의 그 사정을 절대 잊지 말아라!”그후 일곱번째와 여덟번째 이사짐은 한해에 두번이나 꿍지고 아홉번째로 이사짐을 푼 곳은 지금의 집을 마련하기전에 머물렀던 세방살이의 마지막 종료로 되는 집이였다. 그러나 그 아홉번째 월세방에서 나는 세방살이의 고단함을 잊은채 안해와 아들애의 분에 넘치는 따뜻한 가족사랑에 피여나는 세방살이의 아름다운 에피소드를 남겼다.여름날 비가 내리면 비물이 마구 새는 하늘나라 파란 지붕이 비쳐들고 겨울이면 추위에 벽마다 하얀 성에를 세계지도같이 그리는 외딴집이라 남들이 다 꺼렸어도 나와 안해는 물론 갓 소학교에 입학한 아들애마저도 재미를 느끼던 집이였다. 여름철 비가 내릴 때면 나와 안해 그리고 아들애까지 천정에서 새여내리는 비물을 받기에 철없는 웃음을 날리며 재미를 느꼈었다. 주르륵주르륵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줄기에 이어 집안에서도 똘랑똘랑 쪼르륵쪼르륵 대야와 광천수병에 떨어지는 비소리에 안해와 아들애의 웃음소리가 봄날의 아지랑이마냥 자글자글 끓어넘쳤다.나는 커다란 대야를 들고 안해는 아들애와 함께 작은 대야와 광천수병을 들고 집안천정에 덧붙인 비닐박막을 타고 내리는 비물을 받기에 열을 쏟았다. 이렇게 비 내리는 날이면 온 집안에 웃음꽃이 피여나는 날이였다. 대야는 물론 크고작은 광천수병까지 동원해가며 집안의 비를 막으며 심어온 하나의 가족이라는 그 아름다운 에피소드야말로 남들의 부러움을 자아낼만한 소중한 추억이 아니였을가?! “여보, 이제 당신이 퇴직하면 우리 ‘이사공사’를 꾸리지 않겠어요? 당신은 ‘이사바람’에 지쳤어도 저는 ‘이사짐’운반에 이골이 텄나봐요? 그처럼 신물이 나던 세방살이였어도 그세방을 살았기때문에 오늘의 행복을 알수가 있지 않았을가요?!”안해는 가끔 지금의 자기 집을 가지고 사는 작은 행복에도 만족해서 소담한 웃음꽃을 피우군 한다.나는 가끔 지금의 단층집을 떠나 커다란 아빠트에 이사하는 꿈을 꾸게 된다. 그렇게 우리가 파가이주호의 대렬에 끼여 다시 이사하는 운명을 지니게 된다면 나는 다시 열한번째 이사짐을 꿍져야 할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사에 대해서 다시는 손톱눈만한 근심도 걱정도 하지 않을것이다. 열한번째로 다가올 아빠트단지의 입주야말로 나의 나머지 인생에 마지막 이사라고만 생각하기때문이다.물론 지난 10년에 잇달은 열번에 나는 이사길, 그 고난의 년대에 쌓은 삶의 진실은 비록 나의 인생에 어두운 삶의 발자취를 찍었지만 그것은 삶의 아름다운 진실과 추억으로 남아 오늘을 사는 내가 인생의 즐거움과 삶의 아름다움을 보다 진실하게 터득하였으리라. (연변일보 2008-6-26 20:04:43)  
20    죽음의 《도시락》 댓글:  조회:662  추천:33  2009-02-20
   자정의 까만 어둠을 헤치고 갑작스레 들이닥친 앰불렌스의 빨간 신호등이 가쁘게 호흡을 토해낸다.   앰불렌스의 아츠러운 경적소리에 서가거리의 한귀퉁이가 시끌시끌했다.    쿵당쿵당 요란스레 땅을 구르는 구두발소리에 사내는 가늘게 쪼그라붙는 실눈을 억지로 치뜨려고 모지름을 썼다.    안깐힘을 다해 힘을 모았으나 소리는 모기소리만치 가늘게 입안에서 맴돌았다. 축 늘어진 두팔을 모두어보려고 손가락들을 움직여보았지만 손끝만 파르르 떨린다. 한메터만 더 기여가면 전화기를 다시 잡으련만…    사내는 《여보세요? 여보세-요?》를 연신 란발하는 전화기를 눈끝으로 바라보며 무겁게 푸-득거리는 두 눈까풀을 맥없이 덮었다.    전신이 녹작지근, 일신의 피가 모두 머리통으로 휩쓰는가싶더니 빠개지는듯한 진통도 순식간이였다.    쾅- 쾅 요란한 혈관벽의 폭팔음이 대뇌신경마다의 엷은 간막을 사정없이 짓부시고 굳어지는 피덩이들로 뇌수를 육박했다.    사내는 저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의 형체를 아리숭한 기억으로 톱으며 두눈을 부릅떴으나 파르르 떨리는 눈까풀은 사내의 모든것을 암흑으로 몰아갔다…     … 아궁이에서 몰쓸어나오는 연기 때문에 캑캑거리며 봄날의 흐린날씨를 원망하던 사내는 아들녀석을 시켜 집에 생긴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젖혔다.    낮부터 지지콜콜 앓던 찌뿌둥한 하늘이 저녁때까지도 비 한방울 쏟뜨리지는 않고 애모쁜 구새통만 가늘게 애먹인다. 곧게 뻗은 구새통이 가느다란 실연기를 힘겹게 물어내며 땅을 짚고 쳐다보는 사내의 그을음투성이인 찡그린 얼굴을 못견디게 내려다본다.   사내는 다시 집에 들어가 부엌에 내려선다. 그리고는 잘 되지도 않는 입을 한껏 오무리고 두 입술에 힘을 모아 휘파람을 불어본다. 량볼을 탁구공만치 살구고 힘을 모아도 연기는 나보란듯이 사내의 휘파람소리를 무마하고 더 기승을 부리며 사내를 부엌에 못밖는다.    사내는 죽을 힘을 다해 휘파람을 분다.    옛날, 옛날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휘파람을 타고 아궁이로 짓빨려들어간다.    《짖궂은 날씨땜에 아궁이에서 연기가 쏟아져나올 때 휘파람으로 하느님께 선호하여 바람을 불러와야 하느니라!》                                        사내는 저도 모르게 눈굽을 훔친다. 검댕이로 얼룩진 볼타구니로 시뿌연눈물이 본의 아니게 사내를 괴롭힌다.    사내는 짖궂은듯 휘파람장난을 그만둔다.    - 에라 될대로 되라지!   사내는 부엌의 널마루우에 엉뎅이를 퍼더버리고 힘없이 주저앉는다.    책상에 마주앉아 시험공부에 열중하던 아들녀석이 보이지 않는다.    부엌아궁이에서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여오르는 집단연기를 쓸어보며 사내는 허구프게 웃는다. 집안을 꽉 메우는 연기 때문에 또 한번 다시 갑자르는 결심, 에라 돌아오는 공일날 구들장을 들어봐야지! 이번에는 꼭 구들을 훑을거야!    공일날은 빨리도 찾아왔다. 너무나 화려한 봄날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화사하게 앗아가는 신생한 봄날이다. 산마다 울긋불긋 다투는 연분홍진달래의 가녀린 꽃이파리들이 삶에 주억거리는 인간들을 산으로 부른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공일날이였지만 사내는 연기땜에 내린 결심을 또 한번 짓뭉개버렸다. 산이 넘보는 그 아련한 봄빛의 유혹에 아니, 삶의 지저분한 그 스트레스때문에 조용히 산의 마음을 엿보기 위해서 찾은 산의 길이다.    사내는 공일날 아들녀석과 함께 봄의 신선한 야경을 찾아 그리려고 산길을 톱았다…      언젠가 사내가 들려주던 동화책을 펼쳤다.    아픔으로 가득찬 안데르쎈의 동화 《성냥파는 녀자아이》이다.    굶주림과 추위에 허덕이는 《성냥파는 녀자아이》의 그 고된 삶이 또다시 이야기를 들려주던 사내의 푹 꺼진 얼굴을 불러다준다.    책의 갈피마다 불쑥불쑥 나타나는 사내의 지친 모습 때문에 《성냥파는 녀자아이》의 운명을 더 엿볼수가 없다.    불그레 찬바람에 탄 얼굴에 하냥 천진한 웃음만을 담고 애어린 소년의 동심을 울려 한뉘 동요작품만 파겠다고 소시적 그 마음을 터놓던 사내,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마다 손에서 놓이지 않는 안데르쎈의 《성냥파는 녀자아이》, 사내는 결국 《성냥파는 녀자아이》의 그 부름을 받고 동화를 찾아, 아니 영원한 소년의 황홀한 긍지에로 죽음의 《도시락》에 매인 인연을 찾아가지 않았을가?   오늘을 거슬러 처연한 아픔으로 사내를 불러 어린이나라 동화세계에로 달려간 사내의 연기에 그을려 찌든 얼굴모습을 보고만싶다. 물빛같이 하얀 마음으로 삶을 줍던 사내, 그 사내를 기리는 마음으로 저세상에 이 글을 날려보낸다.   짖궂은 집살림을 헤친다고 로씨야장사길로 나서는 안해를 말리는 사내를 안해가 부득부득 밀어제치고 집을 나간지 삼년, 소식이 없는 안해의 기다림으로 마른 량볼을 젖혀가며 텅빈 가슴을 붙안고 사내의 두터운 두꺼비손으로 아들녀석을 끓여먹이면서 동요를 잇던 사내의 삼년, 인생에서 사내의 삼년은 영원한 아들녀석의 그늘이 되여 저 하늘나라 구름우에서 솔곳이 내려다볼것이다.    …   보고 봐도 또 보고 싶네    가고 가도 또 가고 싶네   ……      누군가의 애탄 가슴을 허비는 처절한 부름이 아닌밤중의 홍두깨로 튀여나온다. 그러나 그 부름대로 보고보고 또 보아도 끝없이 그리움을 타는 욕망, 가고 가고 또 가도 오직 가고만싶은 그 허전함에 오늘도 지친 하루를 슬그머니 접어둔다.       산은 인간의 커다한 모습을 담은 마음과 같다.    사내는 아들녀석의 대견한 그 모습들을 렌즈에 담기에 너무나 지쳤다. 한편 봄을 맞아 너무나 이른 첫 산행이라 아들녀석의 당혹한 모습보다도 산발을 타는 야한 모습 때문에 불쑥불쑥 찾아오는 피곤기도 외면한채 눈앞에서 얼른거리는 아들녀석의 뒤 모습을 따라 부지런히 다리를 절룩거렸다   《아버지! 아버지이-! 아-버-지-이-!》   아들녀석의 부름소리가 가까이, 아니 저 멀리로부터 간혹스레 산발의 맥을 타고 귀방울에 맞혀온다.    《철이야! 사랑… 》   사내는 《사랑》에 그만 부름소리를 입속에 담아둔다.    래년이면 고중입시를 준비할 아들녀석에게 《사랑》이란 두글자를 쉽게 입에 올릴수 없었다.    사내는 히쭉 웃으며 깡마른 묵은 풀더미우에 퍼더버리고앉았다.   《철이야! 아무쪼록 훌륭하게 자라거라! 이 애비의 나만의 하나의 소원이란다.》   사내는 나무숲에서 얼른거리는 아들녀석의 빨간 등산모를 찾아 눈길을 모았다.    순간 불쑥 느껴오는 안해의 걀큼한 얼굴모습이 저쪽 산마루의 등성이우에서 태양의 하얀 빛발을 타고 사내를 부른다.    하얀 한복단장으로 햇살에 몸을 비벼대는 안해의 모습은 하얀 햇살의 조화속에 하얀 빛발로 산마루에 하얗게 무수히 쏟아져내린다.   《여보…!》   사내는 커다한 입을 헤벌리고 움쭐 자리에서 일어섰다.    눈앞이 캄캄했다. 꼭 감은 눈앞에서 무수한 별찌들이 깜박이며 사내의 두눈을 파고 찌른다.    사내는 천천히 들숨을 모아쉬더니 조용히 두눈을 떴다.    보이지 않던 빨간 등산모가 휙- 포물선을 그리는가싶더니 아들녀석의 당혹한 눈길이 한곬으로 굳어진채 움직이지 않는다.   사내는 흔들리는 몸을 겨우 가누며 곁에선 개암나무줄기를 붙잡았다.    《철이야!》   사내의 눈길이 헛갈렸다.    가까이 다가오던 안해의 모습이 순식간에 햇빛이 멈추는 서산마루에서 산산히 부서져내린다.   《여보!》   사내는 야릇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수습할 수가 없었다.   간혹스레 야하게 달려오던 안해의 무서운 얼굴이였지만 그래도 한집에서 함께 살며 정을 쌓아오던 그때가 그리웠다.      -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노래소리가 가슴아프게 어디선가로부터 맞혀온다.    눈앞에서 아들녀석의 빨간 등산모가 숨박꼭질한다.    사내는 나무숲에서 얼른거리는 빨간 등산모를 따라 힘겨웁게 눈길을 준다.    산마루에서 하얗게 쏟아지던 안해의 햇살이 부연 저녁노을속에 고개를 꺾었다.    사내는 주춤거리며 주섬주섬 배낭을 다시 추슬렀다.   《아버지!》   《아이구 깜짝이야!》   사내는 등뒤에서 울리는 아들녀석의 부름소리에 헛갈리는 사유들을 모으며 돌아섰다.    《아버지! 진달래… 해마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피여나는 진달래. 올해에도 진달래는 산마다 봄바람을 타고 활짝 폈어요.》   사내는 아들녀석이 내미는 진달래묶음을 받아들었다.    빨간 꽃잎에 맞혀오는 아들녀석의 눈빛이 맑은 샘으로 찰랑거렸다.    사내는 떨리는 손으로 진달래의 빨간 꽃잎을 만지작거렸다. 너무나 부드러운 꽃잎이 안겨주는 자연의 사랑이였다.    사내는 천천히 아들녀석을 뒤에 두고 산을 내렸다.    손으로는 여전히 진달래의 빨간 꽃잎을 만지작이며.   《그래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산마다 새 세계를 장식해주지. 그러나 내마음의 <진달래>는 오늘도 오는 봄에 따라 내 마음에 꽃망울을 터뜨릴가?》   《아버지, 올해에는 엄마가 돌아올까요?》   아들녀석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등뒤에서 나무숲을 헤치고 쨩- 하고 날아왔다.    《올것이면 의례 오겠지! 안올것이면 또 몰라도…》   사내는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와삭와삭 나무숲을 헤치며 내려오는 아들녀석의 당돌한 물음을 간단하게 회피해버렸다.    《어쩌면 네놈이 고중입시때면 꼭…!》   사내는 봄바람에 젖어드는 눈시울을 우둘투둘한 두손으로 꾹꾹 눌렀다.   그리고는 햇살의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서산마루의 높은 하늘을 오래도록 쓸어보았다…    《철이야! 안되겠다. 너 외가집 큰아버지댁에 가서 오늘밤을 자거라!》   사내가 아궁이로부터 쓸어나오는 연기땜에 눈물을 쏟으며 책상에 마주앉아있는 아들녀석을 불렀다.   《그러면 저녁은…》   《산에서 남겨온 빵이나 대충 먹고말가? 오늘밤엔 아마 비가 내리려나 봐! 이 연기땜에 어디 불을 땔수가 있어야 말이지! 아무튼 너만은 집에서 자지 말라!》   사내는 주춤거리며 서성이는 아들녀석에게 배낭을 헤치고 빵을 찾아주었다.    《아버지는…》   아들녀석의 멈칫거리는 눈길을 피하며 사내는 다시 부엌에 내려섰다.    보란듯이 마구 몰려나오는 연기가 마치 아궁이를 구새통으로 알고 줄달음친다.    사내는 책가위를 들고 아궁이앞에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뿐이지 손을 멈추면 연기는 무엇이라 부르기나 한듯 줄달음쳐 나온다.    《에라!》   사내는 움쭐 부엌에서 일어섰다.    《될대로 되라지! 아무튼… 그러니 안해가 집을 나가서 3년철이 되는 올해까지 구들고래 한번 훑어보지 않았으니 내굴만도 하지.》   사내는 심성사납게 긴 한숨을 톱더니 쓸어나오는 연기를 그대로 두고 부엌에서 나와 집안에 생긴 문이란 문은 죄다 열어놓았다. 그리고는 검뎅이가 치발린 얼굴도 씻지 않은채 침대우에 벌렁 드러누웠다.   낮에 산발을 탄때문인지 저도 모르게 피곤기가 엄습해왔다.   사내는 얼굴을 씻어야지 하면서도 여전히 침대우에서 편안함을 찾아 몸을 풀었다…      안해가 돌아왔다.    화장기가 짙은 걀큼한 얼굴에 그린 쏟아지는 햇살을 그대로 담고 출입문을 떼고 아들녀석을 불렀다.    사내는 아들녀석을 찾는 부름소리에 침대우에서 얼굴을 들었으나 힘에 겨웠다.    하나도 반갑지가 않았다.    안해는 집안의 빈 공간에서 아들녀석의 그림자를 찾아 눈길을 쓸더니 진붉은 석양노을과 함께 출입문에서 사라졌다.    《여보! 여-어-보…!》   사내는 크게 웨치며 침대우에서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무거웠다.    까아만 어둠속에 매캐한 냄새가 목구멍을 간지럽히며 머리를 때렸다…      꿈이였다.    낮에 산발을 타고 느꼈던 안해의 모습이 햇살과 더불어 진붉은 석양노을과 함께 또 한번 사라진것이다.    전등을 켜고 집안을 둘러보니 집안을 메우던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 부엌아궁이의 석탄이 모두 타버렸는지 이젠 연기도 쓸어나오지 않는다.    사내는 천천히 일어나 부엌의 널마루장을 덮고 쌀쌀거리는 저녁밤의 칙칙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열어놓았던 문들을 하나하나 닫아걸었다. 그리고는 다시 침대우에 몸을 뉘였다.    안해가 보고싶었다.    별스레 한낮부터 찾아오는 안해의 야릇한 모습이다.    사내는 가슴우에 두손을 포개고 얹었다.    가슴우에 손을 포개고 잠을 자면 자기가 소원하는 꿈이 찾아 온다는것이다.    사내는 한낮의 햇살을 찾아 안해의 빛발을 상기시키고싶었다. 잠시라도 한낮의 쏟아지는 햇살속에 눈부시던 안해의 황홀한 모습이 보고싶었다.    사내는 억지로 꿈을 헤집고 잠을 청했다…    녀인의 울음소리가 한밤의 고요를 깨고 앰불렌스에 싣겨가는 사내의 굳어진 가슴에 퍼런 멍으로 부딪힌다…      사내의 꿈이 아닌 현실로 잠결에 찾아주었던 안해였다.    텅 빈 공간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꿈으로 안해를 찾아헤매는 사내를 한겻이나 쓸어보던 녀인이 비인 아들녀석의 자리를 찾아 자기의 오빠댁으로 발길을 돌렸던것이다.     탕- 요란한 문소리가 아름다운 꿈의 나라에서 헤매이던 사내의 꽃같은 사유를 헝클어뜨리고 사내를 잠결에 불러깨웠다.    그러나 사내는 다시 잠을 불러 꿈을 찾아 가슴우에 두손을 포개고 안해를 그려갔다…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이…!!!》   아들녀석의 끈기는 부름소리가 앰불렌스에 싣겨가며 들추어대는 담가우에서 처연히 맴돈다.    《아버지! 엄마가… 엄마가 돌아왔어요! 아버지! 그런데 아버진… 아-버-지! 아, 아, 아-버-지이…!》   아들녀석의 애탄 부름소리가, 안해를 찾아 영원히 잠든 사내의 굳어진 가슴우에 눈물로 알아볼수 없는 지도를 그리며 석연히 얼룩져갔다… ‡ 
19    [단편]그해 겨울은 춥지 않았다 댓글:  조회:703  추천:40  2009-02-18
   살을 에이는듯한 맵짠바람이 시누런 흑모래와 함께 게딱지같이 구겨앉은 초가집들의 낮다란 지붕을 핥으며 사납게 휘몰아친다…    저녁나절에 빈 발구를 앞세우고 집에 돌아온 석문이는 저녁밥상에 마주앉아 대충 몇숟가락 뜨는 흉내를 내더니 곧 숟가락을 놓고 웃방에 올라가 자리에 눕고말았다. 하지만 좀체로 잠들수가 없는 밤이다.    석문이는 창밖의 흉물스러운 바람소리를 들으며 이리뒤척 저리뒤척 무거운 몸을 뒤척이던 끝에 끝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는 가마목에 몸을 옹송그리고 누워 담을 끓이며 쉬고있는 어머니의 초라한 모습을 점도록 지켜보다가 구들장이 꺼지는듯한 긴 한숨을 가슴아프게 끌어냈다. 순간 부우연 눈물 두방울이 수염그루투성이인 량볼을 타고 디리룩 굴러내렸다.    - 안해와 함께 어머니를 모시고 재미있게 살려고 하였지만 석문이의 안해는 수걱수걱 일 잘하고 부지런한 석문을 버리고 떠나가 버렸다…   석문이는 주먹으로 눈굽을 쓱-쓱 둬번 거칠게 훔치더니 담배쌈지를 찾아 신문지를 쫘악 찢어 굵직하게 엽초를 말아 입에 물고는 떨리는 손으로 성냥을 켜댔다. 그리고는 송아지가 어미젖을 빨듯 뻑-뻑 정신없이 요란하게 빨았다.    갑자기 가마목에 몸을 옹송그리고 누웠던 석문이의 어머니가 지독한 담배 연기때문에 컹- 컹 깊은 골짜기로부터 울려나오는듯한 마른기침을 곤혹스럽게 깇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석문이는 퀭하니 연신 입으로 담배연기만 토해냈다…     떵-떵…    아침일찍 마을 뒤산 독수리바위밑에 이른 석문이는 숨돌릴 새도 없이 연신 고목에 도끼를 박고 있었다. 이때 어디에선가 째지는듯한 아츠러운 웨침소리가 도끼소리에 맞혀왔다.    석문이는 나무에 도끼를 박은채 허리를 쭈욱 펴고 우뭉한 두눈을 무섭게 치뜨면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폈다.    겨울해빛은 곱게 부채살을 그으며 더운김이 물물 피여오르는 석문이의 등허리를 따스하게 내리쪼였다.   석문이는 사위를 휘익- 둘러보았다. 가까이에 촘촘히 들어선 봇나무숲과 이어져있는 낮다란 개암나무들이 바람에 와스스 설레이고 있을뿐이였다.    갑자기 바람결에 어디에선가 신음에 떠는 인기척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석문이는 개털모자를 벗어 손에 쥐고 소리나는 곳을 향해 개암나무숲을 헤쳤다. 멀지않은 자그마한 골짜기의 수풀우에 무엇인가 검붉스레한것이 보이였다.    석문이는 그 물체를 향해 허겁지겁 수풀을 마구 짓밟으며 달려갔다.    아, 아니 이게…?    곁에 다가가 쭈쿠리고 앉으려던 석문이는 그만 아연해졌다. 자기를 배반하고 집을 뛰쳐나갔던 안해 최옥란이가 지금 피투성이가 되여 수풀속에 쓰러져있지 않는가?!   최옥란의 얼굴은 온통 생채기로 갈구리에 긁히운것처럼 여러곳이나 갈갈이 찢겨져있었다.    석문이는 두손을 마주 잡은채 사위를 휘익-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쏴, 쏴 불어대는 바람결따라 나무들이 탕탕 부딛는 소리만이 아츠럽게 들려올뿐이다.    석문이는 조용히 꿇어앉아 최옥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최옥란의 입술이 움찔움찔거리더니 파르르 떨렸다.    최옥란이 정신차리라우. 이거…?   순간 최옥란이가 두눈을 번쩍 떴다.    초점없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눈길이 맥없이 앞에 꿇어앉은 석문이의 얼굴에 와서 뚝 멎었다.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석문이를 넋없이 쳐다보던 최옥란이가 뜻밖에 와-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대… 대체 어찌된 일이라우. 양…?!    석문이는 어찌할바를 몰랐다.    저, 절벽에서…    최옥란은 말끝을 맺지 못한채 스르르 두눈을 감아버렸다.    석문이는 아츨하게 솟은 절벽우를 쳐다보았다. 십오륙메터남짓한 절벽은 겨울의 한기를 띠고 독살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석문이는 그 자리에 점도록 서서 상처에 짓이겨져 볼품없이 된 최옥란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후-    이윽고 석문이는 깊은 한숨을 몰아쉬며 담배쌈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엽초를 굵직하게 말아 입에 물고 성냥갑을 찾아 드윽- 불을 켰다.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성냥가치에 묻힌 화약이 터치며 파아란 불혀가 날름거리더니 대뜸 성냥가치에 타올랐다.    순간 석문이의 두눈에서도 퍼어런 불찌가 번뜩였다.    자기를 배반하고 달아나버린 최옥란이, 아기자기한 신혼살림에 어머니를 모시고 그토록 잘 살아보자고, 뼈빠지게 일해서라도 최옥란이를 기쁘게 해주리라 다짐하고 일해왔었것만 최옥란은 이 모든 진정을 배반했었다.    석문이에게서 떠나갔던 최옥란은 둬달이 지난후 아이 하나 달랑 둘쳐업고 생산대의 정치대장인 리용만이와 더불어 팔을 끼고 마을로 돌아왔던것이다.    점도록 서서 자기를 배반한 녀인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던 석문이는 홱- 하고 돌아섰다.   절, 구해주세요! 오늘 리용만이가… 제발 절 좀 구해주세요…!    최옥란이가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녀인의 처량한 부르짖음이 석문이의 언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그러나 석문이는 움직이지 못했다.    떠나가는 안해 최옥란을 부여잡고 제발 가지 말아달라고 엉엉 황소울움을 터치던 자신의 비참한 모습때문에…    석문이는 으드득 아래우이를 꽉 악물었다.    거칠은 량볼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수염그루터기를 타고 구을러 내렸다.   ……       최옥란은 그를 활- 밀쳐버렸다.    석문이는 무릎걸음으로 기여가 안해의 두 다리를 꽉 끌어안았다.    여보, 최옥란이 제발 가지 말라우. 우리 함께 살아보기여라 양…? 나에게 돈은 없은께 돈을 벌수 있는 힘만은 있서라이. 양? 최옥란이여…   그러나 최옥란은 자그마한 보따리를 집어들고 남산만한 커다란 배를 뚱기적거리며 석문이의 곁을 표연히 떠나가 버렸다…      석문이는 무표정한 얼굴을 홱- 돌리더니 성큼 앞으로 한걸음 내디뎠다.    아, 가지 말아욧…!!   녀인의 애처로운 부름소리가 개털모자를 쿡- 눌러 쓴 석문이의 귀를 아프게 찔렀다.    그러나…    석문이는 끝끝내 돌아서지 않았다.       석문이는 부랴부랴 소한테 빈발구를 메워가지고 황급히 산을 내렸다.    석문이가 회의부름소리를 듣고 생산대의 회의실에 들어섰을때는 벌써 동네 남정들과 아낙네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그들은 모두 이부자리 펴고 누우려다가 때아닌 생산대장의 웨침소리에 부랴부랴 회의실로 달려왔던것이다.    회의실정면에는 네모상을 마주하고 정치대장, 생산대장을 비롯한 생산대의 간부들이 줄느런히 앉았고 회의실 한복판에는 남정들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애꿎은 담배만 풀썩풀썩 태우며 꾸역꾸역 모여드는 사람들을 바라보고있었다. 그리고 허연 가슴팍을 헝그러니 헤쳐 놓은채 스스럼없이 아이에게 젖을 빨리는 녀인과 뜨개질로 웃고 떠드는 녀인들도 있었다.    석문이가 회의실에 들어서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그에게 눈길을 쏟았다.    석문이는 때자욱이 꾀죄죄한 적삼앞섶을 벙글써하게 헤친채 그 우에 더덕더덕 기운 솜저고리를 걸치고 있었다.    석문이는 흘끔 회의실정면을 한번 일별하더니 슬금슬금 방안 한구석에 가 털썩 주저앉았다.    정치대장 리용만은 석문이를 기다려왔다는듯이 그가 자리에 앉자 인츰 생산대장 황병락과 귀속말로 무엇이라 의논하더니 뒤미처 손으로 앞에 놓인 네모상을 딱-딱 두드렸다.    저, 사원 여러분. 저… 오늘 회의를 하려고 부른것은 다름이 아니라 에…    갑자기 리용만이가 말은 못하고 량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사원들은 모두 퀭한 두눈으로 멍하니 정치대장 리용만이만 쳐다보았다.   여러분…    황병락이 앞에 앉은 사원들을 주욱 둘러보았다.    제가 대신 말합시다. 에… 오늘 아침 리대장의 안해가 점심밥을 사가지고 에… 산에 싸리나무 하러 갔다는데 여직껏 돌아오지 않고 있답니다. 이젠 여덟시도 훨씬 지났는데 이 추운 겨울에 산에서 길이나 잃지 않았는지 아니면 에… 그리하여 사원들을 불러서 오늘 저녁 최옥란이를 찾으러 가자는것입니다. 에… 다같은 빈하중농으로써…    회의실은 대뜸 요란스레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또 달아났나…?   아니, 어쩌면 또…?    대체 무슨 일이 생겼기에 아직도 안돌아온걸가…?   혹시 사고라도…?   또 사내차고 달아나진 않았는지…?   ……   갑자기 방 한구석에 앉아 말없이 엽초만 뻑- 뻑 빨아대던 석문이가 벌떡 자리를 차고일어났다.    순간 수십쌍의 눈길들이 일제히 석문이에게로 당혹스레 집중이 되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석문이는 그 커다란 두눈을 뚝 부릅뜬채 눈물을 찔끔찔끔 쏟고있는 리용만이만 무섭게 쏘아보았다.   빨리 최옥란이 찾으러 가시라우. 뒤산으로…    석문이는 히스테리적으로 꽥- 소리를 지르고는 비칠비칠 방안을 뛰쳐나갔다.   그러자 모두들 와- 하고 석문이의 뒤를 따라 우르르 쓸어 회의장을 나와 사람 찾으러 갈 준비들로 서둘렀다.    사원들은 생산대장 황병락의 인솔하에 여러개 소조로 나뉘여 마을주변의 산과 들을 샅샅이 참빗질하듯 훑었지만 최옥란은커녕 그녀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사람 찾으러 떠났던 마을사람들이 우들우들 떨며 지친 다리들을 끌고 다시 생산대의 회의실에 모여들었을 때는 이미 새날을 밝힌 세시가 다되였다.    생산대장 황병락이 정치대장 리용만의 안해 최옥란을 찾는 마을사람들을 10개 소조로 나누어 분공할때에도 석문이만은 포함되지 못했다. 그러나 석문이는 홀로 손전지를 켜들고 소한테 발구를 메워가지고 낮에 최옥란이를 내버리고 떠나왔던 그 절벽밑을 향해 소앞에서 달려갔다.    석문이에게 끌려가는 말 못하는 둥글소는 성에가 가득 낀 코구멍으로 힝힝 가쁜숨을 몰아쉬며 고삐를 잡힌채 부지런히 딸려갔다.    삐익, 삐이익… 나무와 나무가 서러 부둥켜안고 바람에 비비닥거리는 아츠러운 소리가 골짜기의 밤하늘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친다.    최옥란이… 최옥란이…    석문이는 수풀속에 들어서면서부터 소리쳐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런 응대도 없다. 오로지 기승을 부리며 아우성대는 겨울바람만이 쏴-쏴 수풀을 휘저어 놓을뿐이다.    최옥란이… 최옥란이… 내가 왔어라우.    석문이는 수풀속을 헤집으며 정신없이 불러댔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다. 석문이는 겁이 더럭 났다. (죽지는 않았을가, 이렇게 추운 겨울에 피를 그렇게 많이 흘리고. 그런데 왜서 리용만이녀석은 최옥란이를 구해주지 않았을가?)   석문이는 소를 하얀 봇나무가지에 얼개를 쳐서 매여놓고는 허겁지겁 수풀속을 훑었다. 하지만 최옥란은 좀체로 보이지 않았다.    (혹시 승냥이한테…) 석문이는 저도모르게 몸을 옹송그리고 어디서 괴상한 소리가 나지 않나 귀를 기울였다. 마치도 굶주린 숭냥이가 숲속에서 화닥닥 뛰쳐나와 자기의 뒤덜미를 덥썩 물어제낄것만 같은 생각에 전신이 오싹오싹 떨려났다.   듣는말에 의하면 이 절벽밑에는 가끔 승냥이가 한 두마리씩 나타나군 한단다. 하여 나무군들도 감히 여기로 찾아들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러나 석문이만은 대범하게 침을 퉤- 퉤 내뱉으며 뭇 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지 않아서 나무가 무성하게 잘도 자란 이 골짜기로 련 사흘이나 나무하러 다녔던것이다.    깊은 밤 골짜기밑에서 승냥이 생각을 하게 되니 석문이는 최옥란이고 뭐고 마구 내팽개치고 집으로 달려가고싶었다. 몸을 옹송그리고 점도록 서있던 석문이는 호주머니에서 신문지 쪼박을 꺼내더니 북- 찢어 엽초를 굵직하게 말아 입에 물었다. 그렇게 담배에 불을 붙여무니 무서움도 얼마간 가셔지는것만 같았다.  석문이는 다시 최옥란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는 《최옥란이…》하고 소리쳐 부르지 못했다. 조심스레 한걸음, 한걸음 수풀을 해치며 두눈이 화등잔이 되여 최옥란을 찾던 석문이는 낮에 최옥란이가 쓰러져 있던 곳에 이르자 그만 아연해지고말았다. 피투성이로 벌겋게 물들여지고 짓뭉개여진 수풀우에 반드시 있어야만 할 최옥란이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던것이다.   최옥란이… 아, 최옥란이…    석문이는 무서움도 잊고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그 주위의 수풀속을 정신없이 헤집었다…    석문이의 두손은 수풀에 긁히고 할키워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였고 옷은 찢겨져 비죽비죽 나온 허연 솜들로 넌들거렸다…   최옥란이… 최옥란이… 최옥란이… 내가 왔어라우…    그러나 석문이의 부름소리에 화답하는것은 오직 겨울바람소리에 뒤이어 나무들이 부딛치는 아츠러운 맞당김소리뿐이였다.    최…옥…란이…    석문이는 목메인소리로 하늘을 우러러 길게 부르짖었다 마치도 캄캄한 밤하늘을 찢어발기기라도 할듯이… 석문이의 웨침소리는 밤하늘에 뒤덮인 산골짜기에서 오래오래 메아리쳤다…    석문이의 어머니는 잠기 실린 두눈을 쪼프리고 집안에 들어서는 석문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엉…?! 이거 어찌된 일인고?    어머니는 구들가에 맥없이 털썩 쓰러지는 석문이의 곁에 다가와 갈기갈기 찢겨져 솜이 넌들넌들한 어깨를 부여잡고 서럽게 몸을 떨었다.   얘, 석문아… 네가 이게 어찌된 일이냐? 석문아… 아니, 너 말이나 좀 하렴. 후유 … 이 불쌍한것아 넌 어째서 아무말도 없냐?    어머니는 피투성이로 엉켜붙은 아들의 두손을 꼭 잡아 가슴에 껴안았다. 며느리가 떠나간후로부터 동네사람들에게서 《숙맥같은 사나이》로 몰리우면서 주눅이 들어 기를 펴지 못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남 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렸던것이다.   이 밤, 그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나니 더구나 가슴이 쓰려남을 어쩔수가 없었다. 밤에 회의하러 나간다고 집을 나선 그 아들이 이 모양으로 돌아왔으니 어머니의 가슴은 칼로 에이는듯했다.    석문아…    어머니는 두눈을 꼭 감고 맥없이 누워있는 아들을 마구 쥐여 흔들었다.    이 녀석아…   어머니 내가 오늘… 사람이 할짓을 하지 못했어라우. 내가, 흑흑…    먼지투성이인 석문이의 거친 량볼로 굵다란 눈물이 주르륵 주르륵 굴러내렸다.      어머니는 더구나 리해할수가 없었다. 낮에 산에 나무하러 갔던 석문이가 웬일인지 나무한가치도 싣지 않은 빈발구를 앞세우고 저녁일찍 돌아왔던것이다. 돌아와서는 또 아무런 말도없이 저녁밥도 제대로 먹지않고 누웠다가 회의부름소리에 나가던것이 한밤중 또 이런 꼴로 돌아왔으니 어머니의 마음인들 그 어찌 아프지 않으랴?   후유… 애비없이… 남들처럼 잘만 살았어도…    어머니는 석문의 팔을 부여잡고 넉두리를 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내가 오늘… 내가 오늘 사람이 할짓을 못했어라우… 내가… 내가 다 사람이란 말이유 양…? 엉엉…    석문이가 갑작스레 뛰쳐일어나며 약소한 어머니를 부여잡고 황소울음을 터치었다.    어머니 오늘 최옥란이가 산에서… 사람들이 산에 찾으로 갔댔어라우. 나도 혼자 산에 가서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어라우. 어디서 얼어죽었는기라. 어머니 난 …나… 난 어쩌면 좋아라우? 양, 최옥란이가 나보고 구해달라고 했어라우… 최옥란이가 승냥이에게 먹히우지나 않았었는지라에…? 흑흑흑…    석문이는 두서없이 중얼거리며 어머니를 부여잡은채 눈물을 비오듯 흘리였다.    뭐? 최옥란이가… 흥 그년이 잃어졌다구? 갈보같은… 그런데 너는 왜서 그 년을 찾으려고 다 나선단말이냐? 응 이 미욱한것아…    로인은 아들을 배반하고 달아난 최옥란이에 대해서 치솟는 분개를 느끼고있었다. 아들이 그렇게도 울며불며 무릎을 꿇고 빌었건만 그 아들을 버리고 달아난 그 녀인을 이 로인은 영원히 용서할수가 없었던것이다.    어머니두… 어머니는 어쩌면 그렇게두 독해유. 사람이 죽어가는데두…    석문이는 어머니를 부여잡고 있던 두손을 활 풀더니 신발을 벗고 웃방으로 올라갔다.    로인은 멍하니 석문이의 뒤모습을 지켜보더니 후유- 하고 길게 탄식하면서 몸을 옹송그리며 다시 가마목에 들어누웠다.    후- 그렇게 인품이 후하니 녀편네 건사도… 갈보같은…    로인의 넉두리가 계속되였다.    석문이는 어머니의 탄식소리를 들으며 옷도 벗지 않은채 누덕누덕 기운 이불우에 맥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석문이는 잠결에 강하게 비치는 태양광선에 놀라 화닥닥 뛰쳐일어났다. 토흙으로 바른 벽에 낸 자그마한 뙤창문으로 밝은 해빛이 시커먼 집안을 부드럽게 쓸어주고있었다.    석문이는 도배지로 꽉 바른 창문을 왈가닥왈가닥 소리내며 열어젖혔다.    아…?!    석문은 갑자기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은 어디라없이 새하얀 눈이 포옥 뒤덮힌 은빛의 세계였다.    석문이의 어머니도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가는 석문의 뒤를 쫓아 밖으로 나갔다.    얘 석문아, 너 어디루 갈려구 그러누? 눈이 이렇게 많이 내렸는데…   간밤에 무슨 눈이 이렇게도 많이 내렸어라우. 예…?!    석문이는 멍하니 먼산만 바라보았다.    후유- 애두 원. 눈이 많이 내리면 좀 좋을라구 눈길이면 네가 산에 나무하러 다니기도 쉽지 않냐? 짐승도 쉽고…     석문이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상하게 변하는 표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가 산에서 얼어죽어유. 어머니 내가 인츰 산으로 갔다오겠어라우.   석문이는 뒤에서 소리쳐부르는 어머니의 부름소리를 귀등으로 흘러버리면서 마을 뒤산 독수리바위를 향해 곧추 내달렸다.    석문이는 눈속에 몇번이나 뒹굴었는지 모른다.    어디가 길인지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눈에 뒤덮힌 산속을 해집으며 온 하루 헤매였으나 석문이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날 석문이는 아침 밥술을 놓기바쁘게 마당가에 세워놓은 큰 대나무 비자루를 집어들었다.    석문이의 어머니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얘, 석문아 어… 어쩌자고 비자루를 들고나서냐?   난 눈 쓸러 산으로 가겠어라우. 최옥란이가 저 눈속에 파묻혀 지금 얼어죽어유.    석문이는 곧 울상이 되였다.    석문이 어머니의 눈언저리도 붉게 상기되였다.    로인은 아들의 손에서 슬그머니 대나무비자루를 빼앗아내였다.    얘야, 이 산골짜기와 큰산에 가득 뒤덮힌 눈을 네가 어찌 다 쓴다고 그러냐? 아이고 얘야, 어서 집안으로 들어가렴아. 이제 봄이되여 눈이 저절로 녹게되면 그때 가서 다시 찾으려무나 응? 후유, 이것아…   석문이 어머니는 다시는 최옥란이를 죽일년 살릴년하면서 《걷어준 개 발뒤축 문다》고 욕하지 않았다.                                       겨울에 내린눈은 좀체로 녹을줄 모른다. 나무우에도 바위짬에도 초가집이영새에도 눈은 수북이 쌓이기만했다…   겨울이 다 가게 되였는데도 리용만의 안해 최옥란은 끝내 마을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최옥란에 대한 소동도 차츰차츰 마을사람들의 말밥에서 사라지고말았다…      석문이는 날에 날마다 마을 뒤산 독수리바위밑으로 나무하러 다녔다. 집마당에 나무가리가 산을 이루었지만 그는 겨우내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산으로 다녔다. 나무를 마당에 더는 쌓을수 없게 되자 생산대장 황병락이네 집으로 실어갔다.   어느날 석문이는 저녁 늦게 소발구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다가 문득 정치대장 리용만이가 바람쟁이로 소문난 아래마을의 백과부네 집으로 들어가는것을 얼핏 보았다.    마을사람들의 눈길에도 백과부의 집으로 자주 드나드는 리용만이의 등허리가 가끔씩 보이였다.    하지만 리용만은 여전히 생산대의 정치대장이였고 태양은 여젼히 동쪽에서 솟아 서쪽으로 기울었다…    석문이의 가슴에 한을 묻고 쌓였던 두툼한 눈도 차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나무우에… 지붕우에… 소복이 쌓였던 눈들이 락수물로 변해 쫄랑-쫄랑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도로 량켠의 가로수와 내가에 담담히 서있던 버드나무들도 뒤질세라 하아얀 버들개지를 추켜들고 파릇파릇 움을 틔우기 시작했다…   석문이의 가슴에도 남모르게 이름못할 새힘이 부쩍 솟았다.    날마다 마을 뒤산 독수리바위밑으로 신새벽에 나갔다가는 저녁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오군 했다. 그러나 집마당에 들어설때면 언제나 소발구우에는 나무 한가치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 석문이의 이웃에 사는 한 사람이 마을 뒤산 독수리바위밑부근으로 벼 모상판에 쓸 후리채감 베러 갔다가 뜻밖에 한쌍의 헝겁솜신과 사람의 두개골을 발견했다. 그 사람은 지난 겨울에 사라진 리용만이의 안해 최옥란의 생각에 혹시나 하면서 색바랜 분홍색헝겁솜신을 주어들고 돌아와 황병락이와 함께 정치대장 리용만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헝겁솜신을 덤덤히 들여다보던 리용만은 갑자기 집이 떠나갈듯 대성통곡했다.   흑흑… 불쌍한것이 후실로 들어와 흑흑… 하루도 맘편히 살지 못하고 무엇이 부족해서 그 추운날에… 나무하러 갔다가 얼어죽었수. 에구에구…    리용만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주먹으로 마루바닥을 콩쾅 두드려댔다.    이 소식은 삽시에 온 마을을 들썽하게 만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줄레줄레 정치대장 리용만의 집 마당으로 밀려들었다.    황병락은 사람들을 불러 그 사람을 앞 세우고 다시 그곳에 가서 두개골과 여기저기 토막토막 지저분하게 널려있는 뼈마디들을 삿자리에 주어모았다.    사람들은 어리무던한 석문이를 버리고 달아난 최옥란을 모두 방종한 녀인으로 봤지만 그 죽음이 너무도 가엾어 남정들은 길게 탄식만했고 아낙네들은 슬몃슬몃 눈굽을 훔치였다.    썩 후에야 이 소식을 얻어듣게 된 석문이는 최옥란의 울퉁불퉁한 무덤을 찾아가 대성통곡했다. 한마디 웨침소리도 없이 저세상으로 간 그녀가 너무나 애닲아서였다. 더구나 죽음에 직면한 그녀를 보고도 외면하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던 자기자신이 더없이 저주로왔기때문이다.   최옥란의 산소에서 돌아 온 석문이는 그날부터 어쩐지 정신이 흐리멍텅해지고말았다. 마치도 최옥란의 그 령혼이 저승에서 원쑤를 갚으려고 이빨을 빠드득 빠드득 갈며 덮쳐들 기회를 노리고 있는것만 같은 무서운 생각에 도무지 안심할수가 없듯이 안절부절하기만 했다.       마을사람들은 석문이를 보지 못했다…    마을사람들은 석문이의 어머니가 꼬부랑허리로 일밭에서 힘겨웁게 돌아오는 것을 가끔 볼뿐이였다…    석문이는 날마다 이른 아침이면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마을 뒤산 독수리바위밑으로 가서 최옥란이를 찾는다고 한다. 그리고는 또 사람들의 눈을 피해 날이 어두워지면 지친다리를 끌고 이리비칠 저리비칠 간신히 제집으로 돌아오군 했다…    석문이는 이날도 아침부터 하루종일 마을 뒤산 독수리바위밑에서 멍청이마냥 헤매쳤다.    서산에 지는 해는 온종일 산판에서 해매는 석문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석문이의 어리석은 거동을 넘겨다보며 서산넘어로 발볌발볌 사라져 갔다.      석문이는 천천히 스러져가는 해빛을 따라 눈길을 주다가 문득 독수리바위밑부근에 자란 커다란 느릅나무밑에서 무엇인가 해빛에 반짝 반짝 빛을 뿌리는것을 발견했다. 이상한 생각이 든 그는 비틀비틀 힘겨웁게 그리로 걸어갔다.    석문이는 조심스레 바위틈새에서 그 빛나는 물건을 끄집어냈다. 그것은 새빨간 비닐가위를 씌운 수첩이였다. 수첩은 바위짬새에서 겨울을 지나온 봄눈석임물에 거의 젖어 있었다.    석문이는 천천히 수첩을 펼쳤다. 그러나 눈석임물에 얼룩이 진 글자들은 전혀 알아볼수가 없었다. 몇장을 펼치자 깨알처럼 박아쓴 글씨들을 약간씩 구분해 가려볼수가 있었다.    책갈피를 펼쳐가는 석문이의 두손은 후들후들 떨렸다. 희미한 그 글발들을 눈여겨보니 사원들의 로동공수를 기입한 기공수첩이였다.    석문이는 벌꺽벌꺽 정신없이 책장을 펼쳤다. 지난해 죽은 최옥란이가 바로 생산대의 부기원으로 있었던것이다.    갑자기 석문이의 흐릿한 두눈에서 물기가 번뜩였다.    깨알처럼 꽉 박아 쓴 글발속에서 《석문》이라고 씌인 두글자를 희미하게나마 발견했던것이다. 그 글을 이윽토록 들여다보던 석문이의 두눈은 어느새 이슬로 젖어 그 글발들이 뿌우옇게 안겨왔다.    ……   …   석문오빠!    오빤 저를 죽어도 용서치 않을것이지요 오빠를 배반하고 도망간…    오빠 아니, 여보!    저는 여직껏 한시도 당신을 잊은적 없어요. 이 시각 죽음의 경지에로 팽개친 당신이였지만 전 당신이 더 보고싶어요. 그런데 당신은… 저를 죽어라고 내버렸지요. 저도 살… 생각이 없어요 그러나 이 시각 단 한번만이라도 어머님을 보고싶어요 저를 친딸처럼 거두어주신 어머님을…     석문이는 묵묵히 내리읽었다.    희뿌연 두줄기의 굵다란 눈물이 터실터실한 량볼을 타고 뚤렁뚤렁 수첩우에 굴러떨어졌다.      ……   …   저는 깨끗한 몸이 아니였어요. 때문에 한시도 어리무던한 당신을 속이고 당신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부끄럽게 살고싶지 않았어요. 더구나 어머님의 살뜰한 사랑을 기이한 제가 어찌 당신의 품속에서 편안히 살수가 있겠어요?!    흥, 저는 당신을 저주해요. 중오해요.    당신은 어쩌면 인간세상이 그처럼 무서운 세상인줄도 몰랐었는가요?! 네?!   저도 살고싶어요. 한없이 살고싶어요. 이제부터 깨끗이 이 한몸을 씻고지고 인간답게 안해답게 며느리 답게 살고싶었어요…      석문이는 쏟아지는 눈물을 주먹으로 쓱- 쓱 훔쳤다.       ……   …   제가 당신곁을 떠날때는 이미 임신한지 여덟달 남짓이 되였어요. 당신도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당신은 왜서 우리가 결혼한지 겨우 6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는가요? 네?!    당신은… 당신은 정말 숙맥이였어요.    결혼을 앞두고 우리가 결혼등기소개신을 떼러 정치대장인 리용만의 집에 갔을 때 리용만은 우리의 사랑을 축하한다며 술상을 갖추고 당신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지 않았었는가요?    아, 아…?!    어리무던한 당신은 리용만의 술을 받아마시고 술상곁에 곯아떨어지고 …    아! 나는, 나는 처녀를… 처녀를 잃었어요!    리용만이가 술취한 당신을 곁에 눕혀놓고 저를… 그래도 당신은…    저는 부득불 리용만이를 ……      석문이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온몸의 뼈마디가 막 부서져나가는것만 같았다.       석문이는 끝내 엉엉 소리내여 울고말았다.       ……   …   저는 독수리바위에서 떨어졌어요.    아침에 리용만은 저를 보고 독수리바위로 싸리나무 하러 가자고 독촉했어요. 저는 때늦은 점심밥을 꿍져가지고 그를 따라 독수리바위에 올랐어요. 그때 마침 바위밑에서 쩡- 쩡 울리는 도끼질소리가 나기에 저는 무심중 내려다 봤어요 산밑에선 당신이 나무를 찍고 있더군요. 그때, 그때 하염없이 당신을 내려다보는 저를 리용만이가 콱- 밀어 떨어뜨렸어요. 제가 죽어야 남의 눈을 피해 래왕하던 아래마을의 백과부와 마음껏 살수가 있었기때문이지요. 리용만은 일찍부터 바람쟁이로 소문난 아래마을의 과부 백혜숙이와 맞붙어 죽자살자하는 사이였어요. 리용만이도 제가 이 낌새를 눈치차린것을 알고는 아예 내놓고 저의 앞에서 과부 백혜숙이를 껴안고…     석문이는 온몸이 와들와들 떨려났다.   석문이의 두눈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   …    여보!    저도 살고 싶어요!    당신과 함께 어머님을 보시고 행복하게 살고싶어요. 이시각 저의 머리속에는 오로지 살고싶다는 욕망밖에 없어요.    그러나 당신은 저를 용서하지 않았어요. 저의 두다리는… 절벽에서… 끊어졌어요. 그래도 저는 살려고 당신이 버리고 떠난 숲속에서 여기까지 기여왔어요.  그러나… 이젠 더는 기여갈 기운이 없어요오…    석문이는 수첩을 콱 덮었다.    량볼로 뜨거운 눈물이 줄끊어진 구슬마냥 주르륵주르륵 굴러떨어졌다.    석문이는 곁에 선 하얀 봇나무를 끌어안고 넔을 잃고 대성통곡했다.    최옥란이를 죽인 장본인이, 자기의 화목한 가정을 짓밟은 그 괴수가 결국 생산대의 정치대장 리용만인줄을 언녕 알았더라면…   아…?!   석문이는 부둥켜안은 나무에 대고 머리를 쾅- 쾅 짓쪼았다.    이마에서는 대번에 시뻘건 피가 줄줄 흘러내렸지만 그는 아픈줄도 몰랐다.    어느새 하얀 봇나무가 새빨갛게 피로 물들여졌다.   최옥란이… 용서하라우. 나는 그런줄도 모르고 최옥란이가 나를 떠났다고 흑흑… 최옥란이… 흑흑 최옥란이, 최옥란인 나때문에 죽었어라우. 내가 최옥란이를 죽였어라우. 내가… 내가 최옥란이를…    석문의 울음소리는 독수리바위를 치렁치렁 감돌며 산골짜기의 계곡을 타고 오래오래 메아리쳤다…    석문이가 자살했다.    이른아침 이웃집에서 석문이 어머니의 통곡소리를 듣고 달려갔을 때는 석문이의 시체가 이미 대들보에 둥둥 달린채 꽛꽛하게 굳어진 뒤였다.    숙맥같던 돌림군 사나이의 죽음이였으나 마을에 상사가 나니 그래도 인품좋은 마을사람들이 많이도 모였다.    석문이의 장례는 당일로 생산대에서 치르게 되였다.   장례일행이 생산대장 황병락의 인솔하에 석문이의 시체를 넣은 관을 황디에 치받쳐들고 집 마당을 나서려는데 그때까지 혼절해 누워있던 석문이의 어머니가 허겁지겁 생산대장 황병락을 찾았다.    여보슈, 대장어른 이걸…    석문이의 어머니는 눈굽을 훔치며 생산대장 황병락에게 새빨간 비닐가위를 씌운 수첩 하나를 내밀었다.   그애의 방에서… 이것도 함께 묻어…   황병락은 로인의 손에 들린 수첩을 바라보았다.    죽은사람의 유물이여서인지 아니면 얼룩얼룩 피가 묻고 물기에 부풀어 오른 책이여서인지 그 책을 받기가 얼마간 께름직했다.    여기 죽은 석문이의 유물이 하나 있수다. 이것도 함께 보내줘야 할건데…    황병락은 장례일행을 둘러보며 침울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   수첩을 펼쳐가던 황병락은 그만 아연해지고말았다.    이거… 최옥란의 부기원 수첩이 아인가? 그런데 이 수첩이 어떻게 돼서 석문이의 손에…    황병락은 괴이쩍은 생각이 들어 벌꺽벌꺽 수첩을 요란스레 펼치기 시작했다.    대장어른 거기에 대체 무어라구 씌이여있어유?   석문이의 어머니는 굳어진 얼굴표정을 하고 서있는 황병락을 쳐다보며 슬프게 물었다.   말없이 점도록 수첩을 펼쳐들고 들여다보던 황병락은 갑자기 뜨락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아이구…?! 이것아… 이 불쌍한것아 너 죽긴 왜 죽어…   마을사람들은 누구를 두고 하는말인지 어리둥절하여 생산대장 황병락의 얼굴만 물끄러미 쳐다보며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황병락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석상처럼 굳어진채 이윽토록 한걸음도 움직일줄 몰랐다… 
18    김태현 프로필 댓글:  조회:851  추천:35  2009-02-18
김태현 략력:      1962년 4월 24일 길림성 화룡시 룡성진 물남촌에서 출생.     1989년 6월. 연변대학통신학부 조문전업(본과) 졸업.     현재 길림성 화룡시문화관 문학부 주임으로 사업.   연변작가협회 회원. 연변구연가협회 회원.     \"배신자\", \"그해 겨울은 춥지 않았다\" 등 중, 단편소설.  그외 시, 산문, 가요 등 100여편(수)발표.    연변민들레생태문화예술절 소설창작우수상.  중국조선족청소년음악제 창작우수상.  연변인민방송국 우수매주일가 등 10여차 수상.
17    [수필]행운은 결코 차례지는것만이 아니다(김태현) 댓글:  조회:732  추천:53  2008-06-20
행운은 결코 차례지는것만이 아니다김태현40여년전 시병원의 소아과병동에서 10여명의 어린애들이 홍역으로 온몸에 열꽃을 피우며 탈진상태로 반송장이 되여 죽음의 문턱에서 헤매고있었는데 그가운데는 여느 애들처럼 온몸에 열을 들쓴채 얼굴에 열꽃을 피우며 죽어가는 세살먹은 애가 있었으니 그 애가 바로 지금의 나였다.  어머니의 말씀을 빈다면 나는 다 죽은 송장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세상에 행운이란것이 있거늘 그 기도와 정성에는 꼭 감복하는 시운이 따른다며 밤마다 하늘나라 북두칠성에 아들애만 살려달라고 손바닥이 부르트게 빌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기도가 효험을 보았었는지 아니면 경주 김씨가문의 후대를 념려해서인지 나만이 행운을 잡은채 홍역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되였다.   나는 태여나 세살에 홍역이라는 생사의 관두에서 행운을 잡고 다시 생을 얻어가졌다. 그러나 자식의 모든것에 정성을 바쳐오신 어머니의 사랑에 절반만큼도 효도를 기울여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오염된 중국력사의 문화대혁명이란 폭풍우에 휘말리워 억울한 루명을 쓰고 투쟁받는 아버지때문에 우리 4남매를 이끌고 어려운 살림살이를 하였다. 내가 중학교에 진학하던 그해 겨울, 용드레우물로 물 길러 나가셨던 어머니가 드레박을 이은 가름대의 쇠줄이 끊어지며 내려친 소나무가름대에 머리를 맞고 뇌진탕의 후유증으로 지금까지 한치의 앞도 보지 못하는 맹인으로 살고있다. 이 글을 쓰면서 우리 가정의 눈물겨운 사연을 내비치는것은 그처럼 어려운 가정생활의 곤혹속에서 4남매중 맏이로 태여난 내가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 남모르게 책에 정신을 팔았던지 모르겠다는 생각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에 다닐 때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셨다. 그때 할아버지의 유물을 정리하면서 뜻밖에 보풀이 일다 못해 끝머리의 글씨마저 희미하게 보이는 낡은 책 한권이 나왔다.  강한 호기심에 끌려 그 책을 가만히 꺼내서 보았는데 류청의 《창업사》였다. 어머니가 할아버지의 유물은 모두 태워야 한다고 하셨지만 《창업사》만은 가만히 숨겨두고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후부터 집식구들 몰래 읽었다. 그러나 《창업사》가 그 시기 독초라는것은 모르고 학교에 가지고 가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지리시간에 보다가 그만 선생님에게 빼앗기고말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는 그 책을 되찾지 못했다. 선생님은 《창업사》는 독초이기때문에 읽을수가 없다면서 태워버렸다는것이였다. 나는 그후부터 지리시간만 되면 선생님의 흠집만 잡아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떠들기만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천진하고 너무나 우둔한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마 그때부터 나의 앞길에는 지워질수 없는 “책과 문학”이라는 낯선 명사가 머리를 쳐들기 시작한것 같다. 씻을수 없는 불행한 년대의 오염이 사라지자 아버지의 명예도 회복되고 다시 사업터를 배치받았는데 모 탄광의 지부서기로 발령이 나게 되였다. 그러다보니 그때까지 농촌에서 생활하던 우리 집은 일거에 탄광구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였고 그후의 운명도 탄광과 밀접한 련계를 가지게 되였다. 1979년 내가 고중을 졸업하고 사업배치를 받게 된것도 역시 탄광이였다. 그때만 하여도 열여덟살의 애숭이가 어찌 탄광이란 기막힌 막장의 고충을 헤아릴수가 있었겠는가?! 그때 나에게 희망의 불빛이 보이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감사하고 너무나 신기한 빛이였다. 내가 취직한 탄광에 로동자로 온 상해하향지식청년 장신보(張薪宝)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그 청년은 탄광의 막로동가운데서도 늘 퇴근후의 짬짬의 여가를 타서 쓴 원고들을 줄곧 《상해신문》에 투고하는것이였다.  나는 그 청년의 끈질긴 독서열과 창작열에 감복되고말았다. 그렇다! 나에게 홍역이라는 죽음의 관두에서 생명을 건져준 어머니가 행운이였다면 상해지식청년에게서 문학창작의 열정을 배우게 된것도 역시 행운이였다. 그때부터 나는 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두서없이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리 읽고 쓰고 수십번의 수개를 거쳐도 나의 작품은 줄곧 해빛 한번 보지 못한채 휴지로 되고말았다. 내가 번마다 퇴고당하는 원고를 들고 불안해할 때 그 상해지식청년이 이런 귀띔을 해주었다.  “쑈찐, 그러지 말고 우선 통신대학공부부터 다시 시작해보오.” 처음에는 그 말을 마이동풍으로 여겼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상해지식청년의 말을 잊을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것이 바로 1984년 연변대학 통신학부 조문전업이였다. 그때부터 나는 문학이란 무엇이며 진정한 작가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였으며 남들처럼 책을 읽고 쓰고 하면 작가가 되는것이 아니라는것과 행운이란 결코 차례지는것만이 아니라는것도 실감하게 되였다. 아마 1985년 여름이였을것이다. 몇수의 시를 들고 연변일보사 문예부에 계시는 최룡관선생님을 찾아갔는데 최선생님께서는 원고는 한켠에 밀어놓고 “그래 문학을 하겠다고? 책을 몇권이나 읽었는데…? 문학을 하겠다고 해도  책 두 마대를 읽기전에는 절대 글을 쓰지 마오!”라고 말씀하는것이였다. (네?! 《창업사》, 《붉은바위》, 《레미제라불》, 《석개울의 새봄》 등 몇권을 읽은것이 고작인데 두 마대라니?) 나는 최선생님앞에서 얼굴만 빨갛게 태웠다.  모두가 지난 일이였지만 나의 문학도의 앞길에 희망과 훌륭한 조언을 주신 선생님들을 잊을수가 없다. 그후 처녀작이랍시고 우화 “콩알형제”를 1988년 2월 27일 연변일보 해란강부간에 발표하면서 나는 꼭 문학과 길을 같이할것이라고 다졌다. 뒤이어 몇편의 우화를 륙속 발표하면서부터 나는 시가 아닌, 소설도 아닌 우화작가로 부상하려는 야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1989년 연변대학 통신학부 조문전업를 졸업하면서 다시 잡은 사업터에서 나는 기업가의 운명을 걸고 과거의 어려웠던 생활과 리탈해보려고 시도했다. 한마디로 기업가로 가족의 불행한 가난과 탈바꿈해보려 했던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시작한 기업과의 운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10여년이 흘러갔다. 세살때 어머니에게서 행운을 잡고 홍역에서 살아났고 그후 문학이라는 개념을 일깨워준 상해지식청년에게서 행운을 잡고 문학을 알게 되였으며 선배작가들의 배려속에 미숙한 작품이나마 발표할수 있었으나 10여년동안 기업의 변두리에서 줄곧 삶을 줏다보니 문학창작과는 담을 쌓게 되였던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행운의 끈은 항상 준비된자의 손에 잡혀있다고 생각한다. 1998년 3월 또 한차례의 행운을 지닌채 10여년의 운명을 잡고있던 기업을 떠나 화룡시문화국 창작조로 전근하게 되였다. 그때 나의 첫 중편소설 “배신자”가 연변인민출판사에 계시던 허봉남선생의 심혈로 1998년 《아리랑》 제58호에 발표되였다.  나는 중편소설의 발표로부터 문학창작에 희망을 가지게 되였고 “하면 된다! 그래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나만의 생활신조를 가지고 창작에 날밤을 새우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는 백배의 노력과 열정으로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잡고 억세게 헤쳐나가고있다.  하지만 2005년 《연변문학》 제9호에 실린 단편소설 “죽음의 ‘도시락’”(미흡한 소설이였지만)만 없었더라도 나의 문학생애는 운운할수 없었을것이다. 그때까지 륙속 투고한 작품들이 10여년전과 꼭같은 어두운 그늘속에 가리워진채 태양을 보지 못했기때문이다. 그때 또 한번 행운을 잡게 되였는데 나의 미숙한 작품이였지만 뜨거운 손길로 사랑을 베풀어주고 좌절과 흔들림속에서 방황하는 나의 가냘픈 어깨를 잡아준 《연변문학》과 류흥식선생님이 있었다. 나는 오늘도 나의 초라한 행색을 벗지 못한 자식들을 곱게 치장시키고 미화시켜 연변이라는 이 광활한 문단에 떳떳이 내세워주는 《연변문학》과 흥식형에게 고마움을 금치 못한다. 한편 나의 소설창작과 노력에 힘을 아끼지 않는 박규철선생님, 소설가 영자누님과 춘식형 그리고 국철선생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따로 드리고싶다. 나는 지금 화룡시문화관에서 문학부 주임으로 바쁘게 보내고있다. 물론 문화관이라는 군중문화보급단체에서의 사업도 사업이려니와 화룡시작가협회의 20여명 회원을 거느린 몸으로 늘 팽이처럼 돈다. 그러나 나는 바쁘면서도 기쁘게 나날을 보낸다. 날마다 출, 퇴근에 이은 문우들과의 만남이 좋은 아이디어가 되여 나의 미흡한 삶에 윤택을 돋구어주고 고단한 소설창작에도 밑거름이 되여주고있기때문이다. 이 몇년간 문화관의 군중문화사업과 련관된 작품창작에서 시 “그림그리기”, “성에꽃” 등 30여수와 가요 “화룡팔진가”, “먼 그대” 등 30여수 그리고 수필과 산문 “이슬이 머물다 간 자리”, “아들의 선물” 등 50여편을 국내외의 신문, 잡지, 방송에 발표하면서 중국조선족청소년음악제 창작우수상과 연변인민방송국 우수매주일가상, 성원컵 은상 등 군중문화예술상을 비롯한 주급 이상의 10여차의 상을 받는 창작과정의 단련을 거치며 소설창작의 소재를 넓은 차원에서 줏기 시작하였다. 나는 지금도 시인 최룡관선생님이 하신 “책 두마대를 읽고 글을 쓰라!”는 그 말씀을 명기하고있다. 물론 후배작가소망생들에게도 몰래 최선생님의 이 명언을 물려주고있다. 남들은 어떻게 창작하고 어떻게 문학을 하든지 나는 나대로 문학창작에 전념한다. 비록 남들과 어깨의 높이를 견줄수 있는 체질이 되지 못하더라도 나만의 창작, 나만의 소설을 쓰고싶다. 그것이 내가 밝히고있는 사실주의원칙을 떠난 실험의식의 권내에서 방황하는 작품일지라도 부단히 글을 쓸것이다. 나는 지금도 문학창작을 하나의 평화적시대의 인간삶의 분투의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분투와 희망, 야심으로 끓는 평화적시대의 “문학전쟁”에서 무연의 총알과 대포알도 맛보았다. 하지만 작가라면 언제나 자기의 리념으로 꿋꿋이 일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나로서 쓰는 글이라면 남들의 그 어떤 총과 대포로도 그 사람을 거꾸러뜨리지 못하기때문이다.  나는 사실주의 창작원칙을 목표로 나의 소설전반의 꾸밈새를 실험의식으로 짜고 사실로 렬거하기를 즐긴다. 나의 첫 중편소설이였던 “배신자”에서도 하나의 진정한 사실로 그 리듬을 잡았다. 즉 3년간 한국땅에서 돈벌고 돌아온 녀자가 리혼을 제기하면서 벌어진 도덕이란 자아의 모순속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정절을 나의 실험의식에 환생시켜보았던것이다. 그리고 요즘 《연변문학》에 발표한 “비인 방에는 거미줄이 없어요!”, “구름다리”와 같은 단편소설과 중편소설 “입당신청서”도 그렇다. 특히 중편소설 “입당신청서”는 10여년전의 기업이였던 화룡제2비닐공장의 사실을 륜곽적으로 그린것인데 그 작중인물들 대부분은 실존해있는 사람들이다.  이와 같이 사실주의 창작방법을 원칙으로 나만의 실험의식을 갖춘 소설창작에 정력을 몰두하여 실천해왔을뿐이다. 그러므로 남들이 뭐라 하든 나의 작품들을 아끼고 그만큼 깊이 사랑한다.  왜냐하면 나의 작품의 그 의식이  바로 “실험”이라는 리면을 가지고있기때문이다.  나의 문학의 길은 결코 행운만이 주어진것이 아니였다. 나는 주어진 내 삶을 살면서 행운을 몇차례 잡아보았다. 그러나 주어진 행운이라도 노력과 탐구가 없으면 그것은 결국 흘러가는 하나의 소망과 같을뿐이다. 나는 언제나 나에게 차례지는 주어진 행운을 버리지 않는다. 세살때 홍역에서 행운을 잡고 생명을 다시 가진것, 문학의 길을 힘들게 에돌아오면서 가졌던 상해지식청년과의 만남과 파산기업의 변두리에서 방황할 때 문화국 창작조에로 전근이라는 비약을 준 조동 그리고 기업가의 터실터실한 손으로 힘들게 때린 못난 글들을 곱게 보아주고 다독여준 《연변문학》의 인정과 나에게 구원의 행운을 던져준 고마운이들의 손길을 결코 거부하지 않을것이다.  그만큼 그들에 대한 보답으로 쥐띠해에도 많은 알곡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지금까지 열성을 들여왔던 나만의 소설창작에 진정으로 돌입할것이다. <<연변문학>> 2008년 4월호
16    [수필] 우주의 귀 댓글:  조회:816  추천:65  2008-05-29
[수필]우주의 귀김태현총망히 떠나간 그녀를 두고 저주도, 원망도 허심탄회한 자탄도 해보았다. 그러나 그녀의 빈 자리를 멍하니 바라볼 때면 허구한날 타오르는 담배연기에 매인 한숨소리가 숨가쁘게 목을 태운다. 오늘도 빈 공간에 터뜨리는 늑대의 악청이여도 듣는 사람 하나 없이 표연히 사라지는 우주의 공간을 쳐다보며 알수 없는 웅어리로 마음을 헤친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메마른 삶에 이겨진 운명의 신은 비오듯 흘리는 눈물도 외면한채 정처없는 가람가에 총망히 배를 띄우고 깊이도 알수 없는 바다길에 그림자만 드리우고말았다. — 녕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목터지게 울부짖어도 한오리 메아리로 커다란 우주의 빈 공간에 한스레 맺히는 소원이였다. 너무나 한스러워 두손에 고이 받쳐들고 빌어도 눈물은 소리없이 메아리를 망가뜨린다. 텅빈 우주의 공간, 그 공간에 이미 떠나간 그녀를 향해 웨치는 아픔만을 우주의 귀에 잠가놓는다. 허무한 욕설도 무자비한 아우성도 곱도록이 담아두는 우주의 귀, 온 세상에 하나 바라는것없이 솔곳이 들어주고 헤아려주는 우주의 귀는 내 마음의 창고와도 같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빈 공간을 향해 나만의 부르짖음을 입 부르트게 터뜨린다. 사람들의 비웃음에도, 은근한 욕설이 담긴 사치한 정감에도, 머리우에 쏟뜨리는 태양의 열빛에도, 무성한 나무의 잎새속에 흘리는 귀동냥일지라도 나만의 삶속에 피여나는 한송이 향기짙은 욕망으로 터뜨리고싶다.한마디 타이름도 없이 조용히 사라진 그녀, 아이적의 원망을 송두리채 뽑아던지고 사치한 마음의 임자로 내 완곡한 사랑을 거부하고 저만치 뽀얀 먼지속으로 갸름한 몸을 사린 그녀…문득 소시적 할아버지의 회초리에 저만치 달려가던 황소가 네 발을 엇박고 버틴채 머륵머륵 지릅뜬 퉁방울눈을 그려본다. 너무나 원망스러워 갈길을 잊고 목덜미를 갸우뚱거리는 그 못마땅함, 쨩쨩 울리는 채찍소리에 순간적으로 몸을 비탈아도 의연히 곤두뿔을 추켜들고 꿈쩍 않는 황소, 황소는 구경 할아버지의 채찍을 어떻게 생각했을가?!  공중에서 원을 그리는 할아버지의 책찍을 그려보며 나는 배신자의 사유를 허연 종이장에 마구 갈겨버린다. 히스테리한 행동이지만 지켜온 마음의 처연한 느낌이 아닐수 없다. 물론 한 인생의 가녀린 저주에 몸살을 앓지만도 너무나 치사하게 닳은 인생행로의 사치한 굴곡에 가짜리혼과 섭외결혼이란 어이없는 황당설에 그제날 씀바귀로 이몸을 다시던 아릿한 추억이 가슴을 찌른다. 때문에 나는 매일매일 빛바랜 아침의 공허한 마음을 열어 한점 오염이 없는 하늘나라 새파란 높이를 우러러 목터지게 악청을 터쳐온다. 살아가는 세상에 도피할수 없는 나름대로의 인생이지만 어느 가을날 처연히 떠난 그녀를 생각하며 좀체로 가라앉지 않는 인생의 철리를 주절거리군 한다.—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지르밟고 가시옵소서!부엌에 우글거리는 쥐며느리를 생각하며 눈시울을 감아올리던 어머니, 하나의 완전한 숙명으로 주고 주고 또 주고 언제나 섬약한 가슴을 헤치던 어머니, 말라비틀어진 가슴에 매달려 빨고 빨아도 젖 한방울 나오지 않는 깡마른 젖통을 부여잡고 허기진 몸에 울음보만 터뜨리다 빈 젖꼭지를 송곳이로 꽉 깨무는 아픔에 솥뚜껑 같은 메마른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철썩이면서도 찝찔한 젖이나마 나온다고 원성을 터뜨리는 아이를 곱도록이 숙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어머니와 윽윽 모지름을 쓰며 달려드는 어린것을 뿌리치며 비틀비틀 석양의 한점 노을속에 휘여진 등어리를 사리던 그 녀자의 삶이가.오늘은 짜장 말라비틀어진 인생의 험구를 하나의 글발에 날리며 또다시 한밭, 씨앗으로 한 삶에 석연히 나타나 꿈나무를 키우던 사라진 인생을 텅빈 공간의 너펄거리는 우주의 귀속으로 하염없이 날려보낸다.누구도 틈보고 들여다볼수 없었던 어머니의 정숙한 숙원과 저만치 날려가는 가을바람에 싣긴 가랑잎마냥 삶을 뿌리치는 그녀의 숙명을 잘게 열어보인다.—부르다부르다 돌이 되여도 영원히 부를 내 사랑하는 사람이여!총망히 떠나간 그녀를 두둔하면서 오늘은 부득부득 나만의 삶밭에 새 생명으로 피여나는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모든것을 남김없이 바쳐간다. 원망도, 저주도 없이 곱도록이 들어주기만 하는 내 마음의 창고- 우주의 귀는 내 인생의 허물을 벗기는 아름답고도 성스러운 장소이다.나는 오늘도 가을바람에 날리는 하얀 아픔을 나만의 공간속에 드리운 우주의 커다란 귀속에 조용히 흘려버린다. 연변일보 2008.5.29
15    [소설] 덫 댓글:  조회:935  추천:52  2008-05-23
덫김태현“히야, 밸이 보인다.” “어디…?” “니 사타구니…” “해해해… 이것, 이건 고치(고추)야!” “잉…? 그래 니 고치는 맵니?” “이 고치는 쉬― 하는 고치야.” “쉬― 이라니?” “우리 할매가 민석이 쉬― 하는 고치래!” “나는 없는데…?” “뭐?! 넌 없다구…?” “응! 난 없어!” “정말…? 어디 좀 보자!” “이것 봐! 정말 없다는데두야!” “응, 없네! 넌 정말 없어!” “그래, 정말 없다.” “그래 넌 어떻게 쉬― 하지…?” “난 이렇게 앉으면 저절로 쉬― 돼!” “야?! 참, 신기하다!” “뭐?! 너는 고치가 있어 좋겠다.” “왜서…?” “고치만 털어도 쉬― 할수가 있어서!” “그래 넌 안그렇니…?” “응! 난 이렇게 바지를 벗어야 해!” “히야! 엉치까지 내놓고…? 니 엉치 정말 곱다야…?” “뭐야?! 니 엉치는 안그렇니…?” “야! 니 엉치 사과같다야…?” “정말…?” “응!” “히잉!” “사과엉치!” “쬐만 고치 같은게” “분녀엉치 사과엉치!” “민석이 쉬―는 남방고치!” “해해해…” “호호호…” …                           1 3년전 신문사에 출근하던 작은오빠가 출근길에 층계를 내리다가 갑자기 뇌출혈이 왔다. 작은오빠는 그날부터 침대에 죽은것처럼 누워 입가에 느침을 질질 흘리며 올케언니가 휴지로 닦아줄  때까지 이불귀를 침으로 적시기가 일쑤였다. 느닷없이 찾아온 병때문에 작은오빠는 말 한마디 할수도 움직일수도 남의 말 한마디 알아들을수도 없는 식물인― 천치가 되여버렸다. 매번 작은오빠네 집에 가서 철없던 동년과 마찬가지로 시커먼 “고치”를 드러내놓은채 갓난아기마냥 기저귀를 차고있는 작은오빠를 볼 때마다 분녀의 사과엉치가 곱다고 탈삭거리는 “고치”를 내놓고 우쭐렁대던 소년의 작은오빠를 보는것만 같다.  먼발치에서 뿌옇게 흐린 작은오빠의 퀭한 두눈을 바라보면 깊숙한, 심지어 음침하기까지 한 두눈이 음흉스럽게만 보인다. 그래도 “고치”를 달았다고 늘쌍 분녀의 사과엉치를 찰싹거리며 뒤쫓던 작은오빠였다. “엉?! 고모가 왔네. 그래 손군들은 어쩌고…?” “아! 올케언니, 힘들지…? 미운 작은오빠땜에…” “아니, 하나도 힘들지 않아! 그래도 작은오빠가 아까도 밥 달라고 웃었어! 정말이야! 이젠 점점 나아지는게 알리는것 같아!” “아이, 언닌 그저… 뭔 차도가 있다구…? 자꾸만 자아도취에 빠져서…” “아니야! 저봐! 작은오빠가 고모를 알아본거야. 지금 웃고있잖아…?!” “응. 작은오빠! 정말 미워죽겠어! 괜스레 언니까지 고생시키며…” “웬 소릴…?! 난 하나도 힘들지 않다니깐! 이제 작은오빠가 일어나면 둘이서 마음놓고 모아산려행을 할거야!” “허어이구…? 언닌 모아산도 려행이라구…? 차를 타고 가면 고작 30분이면 도착할텐데…” “그래도 작은오빠하고 약속해놓고… 오빠가 쓰러지면서 려행을 미루지 않았나 뭐?! 참…” “언닌 좋겠어! 항상 약속을 지키며 살아서!” “그럼. 또 있어! 이제 작은오빠가 일어나면 갈데가 한군데 더 있어! 작은오빠하고 소꿉놀이하던 덕지령으로 가보는거야! 지금도 작은오빠하고 속삭이던 옛말이 소곤소곤 가슴을 적시는 덕지령이 보고싶어! 정말이야! 그럴수가 있을는지…?” “되겠지! 언닌 그렇게 확고하게 기다리고있지 않나? 그러니 꼭 그렇게 될거야! 미운 작은오빠가 꼭 일어날거야!” “그럼 난 작은오빠가 일어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있을지도 모를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오빠를 끝까지 지켜낼거야!” “알았어! 난 항상 올케언니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천지신명을 감동시키기를 기원할게!” “고마와 고모! 이렇게라도 고모가 가끔 들려서 이야기 나누니깐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정말 작은오빠하고 한 약속을 지켜낼지가 두려워!” “무슨 말이야 언니! 작은오빠가 왜 못일어나? 작은오빤 꼭 자리를 털고 일어날거야! 그럼 작은오빠가 죽어서도 두눈을 감겠어?” “고모! 다시는 죽음이라는 말 내앞에서 꺼내지 말아줘! 그런 말 들으면 나도 모르게 울음이 나오는거야! 흑흑흑…” “언니, 미안해! 나 정말 몰랐어! 다신 올케언니앞에서 죽음이라는 말 꺼내지 않을게! 약속해주겠어! 그리고 항상 올케언니의 비단같은 마음심으로 천지신명께 기도할게! 우리 올케언니의 약속을 지켜줄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고… 고마… 흑 고마와 고모!” “으응…!” …                          2 분녀는 축 처진 커다란 엉뎅이를 털썩거리며 세탁기안에서 금방 빨아낸 옷견지들을 꺼냈다. 모두가 아이의 기저귀보다 곱절이나 큰 세모나게 만든 꼴의 기저귀들이였다. 분녀는 물기가 없이 털어낸 촉촉한 기저귀들을 하나하나 추려서는 똑같이 귀를 맞춰 차곡차곡 한켠에 쌓아놓았다. 그리고는 시뻘겋게 부은 손목을 주물럭거리며 주방으로 가더니 라면사발을 들고 국물에 굵다랗게 퍼진 사발안의 나머지 라면오리들을 후루룩 후룩 소리를 내며 먹었다. 금방까지 라면을 먹다가 땡― 하는 자동세탁기의 완성신호를 듣고 급기야 달려가다보니 그사이 라면오리들이 모두다 퍼져서 물렁물렁한것이 무슨 맛인지 대강대강 씹어서 넘겼다. 분녀는 라면사발에 있는 라면오리들을 하나라도 남길세라 국물까지 들이켜고나서야 시름이 놓였던지 걸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텅 빈 라면사발을 손에 든채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맥을 버리니 량어깨가 축 처져내렸다.  까딱 움직이기가 싫었다.  그런대로 아무데나 쓰러져서 한숨 푹 자고만싶었다.  분녀는 음식을 먹고난 식기가 달랑 빈 라면그릇이 하나밖에 없었지만 싱크대에서 쏟아져내리는 수도물에 불궈놓은채 그대로 주방을 나와버렸다. 분녀는 어깨를 늘어뜨린채 천천히 창턱에 놓인 란이의 화분통에 생수를 걸러서 묵혀두었던 물을 주고나서 다시 주방으로 걸어들어가 찹쌀을 가루내여 만든 미시가루에 사탕가루 한숟가락 넣고 더운물을 좀 두고 숟가락으로 살살 휘저었다. 그렇게 떡반죽처럼 만들고나선 다시 더운물을 쏟아놓고 골고루 풀어놓은 다음 숟가락으로 다시 한술 떠서 입에 대고 맛을 보더니 쟁반에 받쳐들고 어린애마냥 탈싹거리며 주방을 나와 방 한복판에 기다랗게 놓여있는 침대가로 다가갔다. “자, 우리 큰애기 점심을 먹자요.” 분녀는 암죽그릇을 한켠에 놓고 무감각인 남편을 왁살스럽게 겨드랑이를 껴안아 일으켜 이불과 베개를 기웃이 쌓아놓은데 기대여앉혔다.  그리고는 다시 암죽그릇을 당겨 어깨와 손으로 쓰러지려는 남편을 받치고 다른 한손으로는 숟가락에 죽을 떠서는 남편의 찌그러진 입안에 흘려넣었다. 그러나 남편의 입안에 들어가는 죽보다 입가로 흐르는 죽이 더 많았다. 분녀는 남편의 겨드랑이를 받쳤던 손을 빼내여 다시 휴지를 감아쥐고 남편의 입귀로 밀밀 흐르는 죽을 훔쳤다. “허이구―” 분녀의 입에서는 숨넘어가는듯한 한숨소리가 곬을 파며 쏟아졌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분녀는 천천히 죽사발에서 죽을 떠서 한술, 한술씩 남편의 입안에 흘려넣었다. “에―취!” 순간 사레가 들린 남편의 입안에서 암죽찌꺼기가 분수처럼 튕겨나왔다. 삽시에 분녀의 머리와 얼굴이며 몸에 지저분한 토설물이 덕지덕지 묻었다. “에구, 우리 큰애기 또 애먹이네. 그래 천천히… 천천히 먹어요. 네이…?” 분녀는 급히 한손에 감쳐쥐고있던 휴지로 얼굴과 가슴을 대충 닦아내고는 다시 죽사발에서 숟가락을 쥐고 남편의 멍청한 입안에 죽을 흘려넣었다. “여보, 왜 아직도 말 잘 듣지를 않수? 우흑… 그래도 이 백분녀는 당신의 약속을 지켜드릴거야! 아니 지켜낼거야! 그래! 많이 먹고 빨리 일어나 이 백분녀의 사과엉치를 다시 안 볼거유?” 분녀는 밑굽이 드러나는 공기를 말끔히 숟가락으로 모아서는 남편의 우물거리는듯한 입안에 넣어주었다. “어그… 우리 큰애기 정말 곱다! 에그… 그래 다 먹었으니 이젠 한숨 푹 쉬구려! 그래야 이 백분녀도 사과엉치를 자리에 눕히고 좀 쉬지유.” 분녀는 남편의 빈 죽그릇을 침대가에 놓인 식탁우에 밀어놓고는 굳어진 곧은 눈길로 눈동자도 돌리지 못하는 남편의 곁에 자기의 무거운 몸을 눕히고는 남편의 손을 꼬옥 잡은채 두눈을 감았다. 퍼렇게 죽어가는 분녀의 우멍한 눈귀로 쌀뜨물같은 시뿌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려 잡고있는 남편의 손등에 또르륵 떨어져내렸다. “여보, 그럼 오늘도 이어지는 이야기를 계속하겠수!” … 멀고먼 옛날 덕지령에는 사과같은 고운 엉치를 자랑하는 소녀와 사타구니에 빠알간 고치를 드러내놓고 부끄러움도 못타는 죄꼬만 남방고치소년이 살았습니다.  어느날 남방고치소년은 소녀의 사과같은 고운 엉치를 보았습니다. 금방 익기 시작하는 불그스름한 엉치는 꼭 마치 두개의 작고 귀여운 사과알 같았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은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를 보고 눈에 찍어두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인가 다시는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를 볼수가 없었습니다. 항상 누더기같이 덕지덕지 기운 바지속에 사과같은 엉치를 감춘채 소녀는 다시는 남방고치소년에게 사과같은 엉치를 드러내놓고 쉬―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소녀는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도 볼수가 없었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도 바지속에 감춰진채 좀체로 소녀의 앞에서 쉬― 소리를 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문득문득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를 보고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기보다 키가 한뽐은 더 큰 소년의 앞에 가서 고치를 보고싶다 말할수 있는 용기가 없었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는 언제나 뒤간에 가서야 바지속에서 나왔는데 그래도 소녀는 볼수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왜서인지 뒤간도 남자와 녀자로 갈라놓았기때문에 보고싶어도 볼수가 없었던것입니다.  남방고치소년도 소녀의 사과엉치를 보고싶었지만 볼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남몰래 뒤간에 가서 손칼로 널판자의 나무옹이를 빼고 소녀의 사과같은 고운 엉치를 딱 한번 본적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커다란 널판자를 웃놓고 대못을 꽝꽝 박아놓는 바람에 다시 손칼로 구멍을 뚫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남방고치소년은 소녀의 하얀 아니, 불그스름한 사과 같은 엉치를 보았습니다.  어느 여름날 사과엉치소녀는 마을의 녀자애들과 강변에 목욕하러 갔다가 남방고치소년에게 엉치를 빼앗겼습니다. 항상 언니들의 퇴물림옷을 입다보니 팬티라곤 입어보지 못한 소녀가 알몸으로 물속에서 개발헤염을 치다가 “남자애들이 온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물속에서 뛰여나왔을 때는 이미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가 남방고치소년에게 몽땅 빼앗기고난 뒤였습니다.  소녀는 울며불며 누데기같은 바지를 꿰입으며 소년에게 자기의 고운 사과같은 엉치를 내놓으라고 떼질을 썼습니다.  소녀는 한사코 남방고치소년에게 자기의 고운 엉치를 내놓으라고 야단만 쳤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무얼 어떻게 내놓으라는가고 고집했으나 소녀의 억지를 넘길수가 없었습니다. 하는수 없어 “그럼 내 고치를 한번 보일게!” 하고 남방고치소년이 혁띠를 풀고 바지를 추슬러내리자 소년의 거무스름한 고치가 별스레 머리를 쳐들고 소녀를 흘기고있었습니다. 소녀는 다시는 소년에게 엉치를 갚으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를 보고 된욕을 보았습니다. 소녀에게는 소년의 그 고치가 례사롭지가 않았습니다. 소년에게는 소녀의 고운 사과엉치가 하나의 락인처럼 소년의 눈에 도장처럼 찍혔습니다. 그날부터 소녀는 남방고치소년을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남방고치소년은 사과같이 고운 엉치를 가진 소녀의 앞에서 부끄럼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소녀는 다시는 사과같이 고운 엉치를 소년의 곁눈길에 팔리지 않았습니다. 소년도 다시는 소녀의 사과같이 고운 엉치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항상 소년의 남방고치를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소년은 두눈에 도장처럼 찍힌 소녀의 사과같은 엉치를 더더욱 잊을수가 없었습니다. … 잊을수가 잊을수가… … 분녀는 남편의 손을 꼭 잡은채 자기도 모르게 하얗게 감겨드는 생생한 추억속에 불러오는 옛말을 끝맺지 못한채 쌕쌕 가늘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                           3 “어머머 분녀가 작은 오빨 좋아한다구…? 말도 안돼!” “그렇다니깐, 갸가 네 작은오빨 보는 눈치가 례사롭지 않다니깐그래.” “어머닌 그저… 아무리 그래도 한동네에서 분녀네를 다 아는 작은오빠가… 말도 안된다니깐! 동네에서 다 아는 백곰같은 령감태기네 분녀는 왜 하필… 작은오빠가 뭐 못할짓한거 아니우?” “그런것 같지두 않구. 다만 네 작은오빠를 심히 좋아하는가보더라! 아까 내가 영채를 캐는데 글쎄 지나다가 슬그머니 내곁에 와 앉지 않겠냐?” “그래서… 엄마는 뭐라 했수?” “어쩐지 풀이 싹 죽어있는것 같더라만 내가 캐놓은 영채를 한참이나 손질하더니 땅꺼지게 한숨을 푹―하고 내쉬고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길래 내사 하도 답답해서 ‘분녀야!’ 하고 불렀더니 글쎄 나를 쳐다보는 분녀의 눈에 눈물이 흐르지 않겠냐?” “그래 웬 일이라우?” “네 작은오빠에 대해 한마디 하고 또 다른 말 한마디 하고 에라… 나두 모르겠다. 그런데 네 작은오빠를 많이 생각하는것 같더라니깐.” “설마?! 분녀가…” “애두 분녀야 좋은 애지. 그 애비가 백곰같이 드세서 그렇지. 하기야 지금 세월에 분녀 애비같이 영악스러웠으니 애들을 일곱이나 내리 키웠지. 다른 사람 같으면 어림도 없으렷다.” “그래두… 고 깜찍한 계집애가 언제 우리 작은오빨 다 꼬시구…” “너두 그렇지! 분녀가… 갸가 그래 괜찮지? 음전하구 그리구 시비곡직이 밝고…” “호호호… 우리 엄마가… 분녀가 마음에 드는가보네! 나도 분녀와는 친구라서 그런지 분녀가 싫어본적이 없었어! 다만 없는 집에서 맏이고 동생들이 여섯이나 주렁주렁… 백곰같은 령감이 왜 자식농사는 그리도 많이 했는지…?” “얘, 그러지 말고 가만히 분녀의 맘을 알아보려무나. 너와 같은 친구라는게 얼마나 좋니? 너도 분녀가 네 올케가 되는게 싫지 않지? 그렇지?” “어머, 우리 엄마가 작은오빠 먼저 더 맘에 드는가보네. 아직 작은오빠가 어떻게 생각는지도 모르면서…” “네 작은오빠야 뭐 나무랄것도 없지. 우리도 식구들이 많지 않냐?” “하긴… 그럼 슬그머니 분녀를 만나본다…?” “응, 그래라! 그럼 오죽이나 좋을가? 네 작은오빠가 언제 저절로 자기 사람을 찾겠느냐?” “알았어요! 그런데 엄마는 이걸 아무하고도 말하지 마세요! 알았지요?! 나와 엄마외에 다른 사람이 더 아는것이 있으면 그때 가서는… 난 몰라요.” “오냐! 내 그렇게 하마! 그래 네 작은오빠는 언제 퇴근한다더냐?” “어허이구. 우리 엄마가 왜 로망이 드셨수? 작은며느리 생각에 본인보다도 더 안달이 났네?” “아무렴 빨리 네 작은오빨 장가를 들여야 내 맘이 놓이지. 네 작은오빠가 그래도 용케 길진소학교에 취직이 되였으니 말이지 그렇게 약한 몸에 어찌 농사일에 배기겠냐?” “엄만 뭔 근심걱정이 그렇게도 많으슈? 이제 보슈. 우리 작은오빠가 큰사람이 되지 않나? 하긴 한동네에서 함께 자란 분녀가 눈이 있는게지. 작은오빠가 내 친오빠가 아니라면 나라도 꽉 잡았을거요.” “에구. 요 못된 년이 못하는 말이 없구나. 빨리 영채나 손질하지 않구?” “어머, 작은며느리가 손질해주겠다고 할 때는 시키지 않더니만 왜 가만히 있는 딸까지 잡아유?” “됐어! 잔말 말고 어서 이 영채나 손질 잘해! 어…?! 저기… 저기 분녀가 오네.” “거봐요. 작은며느리가 어련히 알아서 오지 않을가봐…?” “요 년이… 고 주둥아릴… 어 분녀가… 너 어쩐 일이니 또 이렇게 찾아까지 오구?” “저, 어머니… 아! 신옥아 너도… 어머니를 도와 영채를 손질하니? 어머니, 아까 마저 손질해드리지 못하고 떠나가서… 어머니 그 칼 인주세요. 제가 캐드릴게요.” “에구… 내사 괜찮다. 너는… 아니 자네는 쟈 신옥이와 영채나 잘 손질해주게.” “어머…? 울 엄마가 언제부터 분녀하구 말씀 높이셨네?” “요 년이 주둥이를…” “아니, 어머니… 저 신옥아…” “됐어! 분녀야, 우리 제꺽 이 영채를 다 손질하구 나하구 얘기 좀 할가…?” “무슨 얘기…?” “응, 그런게 있어. 우리 작은오빠…” “신옥아! 이 년이 영채는 가리지 않고 뭐하는거니?” “아?! 알았어요.” “신옥아, 네 작은오빠가 어째서…” “아니야. 작은오빠의 일이 아니야! 울 엄마가 네가 좋은가봐! 아까 널 보내놓고 네가 좋다고 야단이셔!” “피― 어머니가 좋아하셔서 되믄 좋지.” “얘, 분녀야! 그런데 네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갛게 익니?” “얘는…” “그래 분녀야! 너의 얼굴이 왜 갑작스레 우리 집 앞마당의 땅딸기같이 빨갛냐?” “아니, 어머님두…” “엄마! 왜 엄마는 모르는척 가만히 계시지 못해요. 처녀애들은 가끔 이렇게 얼굴이 빨갛게 익을 때가 있어요. 하야― 나는 언제가면 분녀처럼 얼굴이 빨간 홍시처럼 익을가?” “그래 알았다. 내사 너희들이 좋다면야… 그래 알았다니깐… 빨리 잘돼야… 잔치는 언제 치르고…” “아이고 울 엄마가 정말… 왜서 영채는 뿌리채 뽑아요? 나보다 분녀가 더 아깝지 않으셔요?” “뭐야? 영채를 뿌리채 뽑다니? 어허이구… 이 정신 봐라. 내사… 분녀야 그래 그만두어라. 네사 집에 돌아가 아버지 저녁진지나 지어야지.” “어머니, 괜찮아요. 여기서 신옥이 작은오빠를… 아니. 신옥이와 영채를 손질할게요.” “그래…?” “분녀야. 너 웬 일이니? 울 작은오빠가… 아니 분녀야 너 왜 갑자기 울어쌌니?” “신옥아! 나 어쩌문 좋니?” “왜서 무슨 일 생겼니?” “아니, 울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더니… 한사코 고린내나는 아홉째의 돈은 개도 안먹는다나… ” “분녀야! 너 뭔 말이니?” “글쎄 울 아버지가… 으흐흑” “너희 아버지가 왜서…” “너의 작은오빨 안된대 흑…” “뭐?! 너의 아버지가…” “뭐야?! 분녀! 네가 금방 뭐랬어? 뭐?! 백곰이 반대한다구?” “야?! 엄마! 엄마는 왜 자꾸 삐쳐요? 좀 모르는척하란데두.” “하기야 분녀야 없이 살았어도 얼마나 곱게 자란 애라구. 백곰이, 아니 분녀 애비가 잘 알테지.” “그래도 난 네 작은오빠가 하나도 안싫어. 정말이야.” “알았어! 그러니 너네 아니… 우리 작은오빠하고 어디까지 간거야?” “그래 맞았다. 네가 우리 신옥이 작은오빠하고 어디까지 갔냐?” “아직… 아직은…그저… 모… 모르겠어요…” “그래…? 에구 좀더 갈것이지… 오냐! 알았다! 너희들은 그래도 좋다는거지?” “네, 어머니! 신옥이 작은오빠도 절 좋다고 했어요.” “그래 알았으니 너희들은 찰떡처럼 꼭 붙어야 한다. 알겠지?” “네, 어머니! 아이… 신옥아…” “어허이구… 금방까지두 눈물코물이더니… 금새 웃음은… 너 엉치가 빨개지자고 그러지? 울다가 웃으면 엉치가 빨개진다는걸 너 모르지?” “어머? 신옥아! 네 작은오빠가…” “왜, 우리 작은오빠가…” “오냐! 둘째가 오는구나, 저기…” “얘, 신옥아! 난 어쩌니?” “뭘 어쩐다는거니? 울 작은오빠가 좋다며…” “응! 그래도 어머니와 네가…” “뭐?! 그럼 엄마와 내가 자리를 피해줄가? 그럼 너희들 둘이서 이 영채를 다 캐야 한다. 알겠니?” “그래두 되니? 그럼 어머니두…” “오냐. 알았다! 너희들은 절대 영채뿌리까지 뽑아서는 안된다. 알겠냐? 흐흐흐…” “엄마 빨리 그 칼은 그곳에 두어야 영채를 캐는게 아니우? 설마 분녀가 아까와서…” “오냐, 그럼 민석아…!” “엄마, 왜 작은오빠는…” “응, 알았다. 알았다니깐…” “분녀야! 아니 우리 올케언니야 잘해보아…” “오! 고마… 저기요 민… 민석씨…”  …                           4 그러나 분녀는 결혼식전날까지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지눕어 앓았다. 분녀의 아버지 백호식이까지 땅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며 겨울철 소수레에 이부자리를 두툼히 깔고 덕지향병원으로 오르내렸지만 이 놈의 병은 무슨 병인지 좀체로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덕지향병원에서도 밥은커녕 먹은대로 먹은 물까지 토해내는 분녀의 병이 무슨 병인지 진찰이 잘 나지 않는다고 큰 병원으로 밀었으나 분녀가 래일같이 잔치날인데 병원은 웬 큰 병원인가고 떼질을 쓰는 바람에 애비 백호식이가 “울며 겨자먹기”로 딸내미의 병때문에 코등을 얼구며 소고삐를 잡고 아침부터 덕지향과 길진촌을 사이에 둔 덕지령을 넘게 되였던것이다. 하지만 분녀가 결혼일을 택한 양력 2월 7일인 하루전 6일까지도 분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했다. 백호식은 가뜩이나 곰처럼 우람진 체격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분녀의 결혼에 심술사나운 언사를 많이 던졌으나 지지리 자리에 드러누워 오매불망 결혼일을 기다리며 한숨만 폴폴 내쉬는 분녀의 곁에서 떠날줄을 몰랐다. 한때 결혼을 반대하여 백호식이 시퍼렇게 날이 선 도끼를 쳐들고 분녀를 위협할 때도 분녀는 그렇게 무서운 아버지앞에 곰상스레 허리를 꺾고 자기는 죽어도 민석이한테 시집을 갈것이며 지금같이 몸이 아파 자리를 털지 못하더라도 민석이 집 문앞에 가서 죽을것이라고 울음소리도 못내고 시뿌연 눈물만 펑펑 쏟으며 아비의 종아리를 끌어안자 백곰같던 백호식도 꺼억꺽 곰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를 지르며 앓음자랑에 여위다 못해 갈퀴같은 분녀를 끌어안고 대성통곡을 했다. “내 천하에 무슨 몹쓸짓을 하였길래 내 딸내미의 원까지 막누?! 어허이구 꺼억꺽― 꺽…” 백호식은 들고있던 도끼를 저만치 내던졌다. “이 년아! 네가 앓긴 왜 앓냐?! 네사 빨리 일어나야 민석이든 결혼식을 하는게 아냐? 이 몹쓸 계집애야.” 하지만 분녀는 두입술을 실룩거렸지만 애비가 알아들을수 있도록 한마디의 말소리도 내지 못한채 그대로 애비품에 안겨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날부터 백호식은 딸 분녀의 병간호에 극심을 쏟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녀의 병은 골수에 미친것인지 백호식의 지극한 간호와 곁사람들의 근심속에서도 잔치날까지 누운 자리를 털지 못했다. 그러자 백호식이 또 백곰처럼 날뛰였다. “이 년아! 래일이면 잔치날인데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면 네 년은 시집가지 못할줄 알아라! 애비가 결혼을 반대하기로 아무리 원망스럽거니… 그렇더라도 이젠 제꺽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지. 이 애비를… 네사 그래 말려죽일 작정이구나? 몹쓸년 같으니라구…” 그렇게 백호식이가 펄펄 날뛸 때면 분녀가 간신히 이부자리에서 허리를 꼬부리고 담요우에 기여일어나 앉는다. “네 년이… 시집을… 어휴…” “아버지! 제발 노여워하지 마세요! 저는 래일 꼭 시집에 갈거얘요.”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이 있었기에 내 딸내미가 이런 고생을 다하누?” “아니얘요. 아버지! 제가 아버지 말씀을 거역하였기에 천지신명께서 벌 주신거얘요. 그래도 아버지 시집가서도 아버지 보러 자주 올게…” “됐다. 이 년아! 누가 그런 말 듣자고 하냐? 네사 시집가서 잘살고 행복하담 이 애비사… 그래 뭐 좀 먹었냐?” 백호식은 솥뚜껑같은 커다란 손으로 분녀의 뼈만 앙상한 손을 잡고 오래동안 어루쓸었다. “아버지, 한가지 부탁이 있어요.” 분녀는 맥이 진한듯 온몸을 아버지에게 기울였다. “뭔 부탁? 자― 말해보아라.” “아버지! 제가 오늘…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면 래일… 시집에서 보내는 손잡이뜨락똘에 앉지 못하면… 아버지, 외국에서는 딸을 시집보낼 때 결혼식장에서 친정아버지가 딸애의 팔을 겯고 데리고 나가서 신랑에게 딸을 맡긴다고 하였슴다. 그런데 저는… 아버지, 저 병원다닐 때처럼… 아버지가 직접 소고삐를 잡고 우리 집 둥글이가 이끄는 소수레에 이부자리 펴서 민석씨 집에 보내주면 안될가요. 네? 아버지…” “이 년아! 그것도 말이라고 하냐?! 민석이가 널 업고라도 갈것이다. 이 년아, 애비 속을 이만큼 태웠으면 됐지 네 남정 속까지 까맣게 태울 셈이냐?” “흑흑, 아버지… 어쩐지 래일도 일어날것 같지 못해… 아버지…” 분녀는 간신히 울음소리를 찍어냈다. “근심말어라! 너를 내 집에서 죽게 하지는 않을것이다. 됐느냐?” “고맙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민석씨 원망치 마세요. 네?” “알겠… 이 년아! 네가 기어이 이 애빌 울릴 셈이냐?!” 백호식은 구들장이 꺼지게 한숨을 내쉬더니 분녀를 건뜩 들어 자리에 눕히였다. “이 년아! 다신 그런 몹쓸 소리를 하지 말아! 이 애비가 잘못했다. 너희들의 결혼까지 반대한 내가… 그러나 다신 이 애비를 더는 원망치 말아다오. 제발 빈다. 분녀야!” 백호식은 주먹으로 눈굽을 씻으며 딸의 방을 나섰다. “아버지 흑흐…” 분녀는 기진맥진한채 다시는 눈을 뜨고 말을 이을수가 없었다. 분녀는 가쁜숨을 헐떡이며 쥐여짜내는듯한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눈물을 쏟았다. 분녀는 간신히 베개를 끌어당겨 베고나서 이불속으로 기여들어갔다. 그리고는 가슴에 두손을 포개고 얹으며 또 다른 달콤한 향연속으로 꿈을 찾아 달려갔다…                                                  5 “어허이구, 이게 몇시야? 내가 웬 일로 이렇게 잠꾸럭에 빠졌을가? 아니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냄새…? 아휴 이… 이 똥내를… 내사 어쩌지…?” 분녀는 급기야 좁다란 남편의 침대곁자리에서 일어났다.  남편에게 점심을 먹이고 좀 쉬고싶어서 남편의 손을 잡고 누운것이 그만 깜빡했던가싶은데 벌써 저녁 일곱시가 된것이다.  부랴부랴 침대에서 내려서자 분녀는 침대밑 상자에서 휴지와 오전에 빨아두었던 커다란 삼각기저귀를 꺼내들고 남편의 이불을 쳐들었다. “어휴, 이걸… 이걸… 아휴, 우리 큰애기 웬 똥을 이리두 많이 쌌담? 내가 원쑤지… 잠은 무슨 잠을 미련하게… 여보, 죄송해요. 당신에게 옛말을 들려준다는게 깜빡 잠이 들어서… 그래 자리가 ㏒ ㏒ 하니 얼마나 밑이 쓰리겠수? 좀만 참어유. 제가… 제가 제꺽 바꾸어드릴게.” 분녀는 조심스레 남편의 등을 돌리고 자리에 뭉갠 기저귀를 끄집어내고 다시 휴지로 깨끗이 닦고는 또 물걸레로 엉뎅이부분을 살살 씻어냈다. 그리고는 커다란 삼각기저귀를 곱게 펴서 어디 주름살이라도 갈세라 정성스레 털어서는 다시 남편의 사타구니에 끼워주었다. “호― 우리 큰애기 정말 잘했어! 그래 많이 먹고 많이 싸세요. 그래야 우리 큰애기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저와 한 약속을 지키고 모아산려행과 덕지령을 다녀오… 어허, 그런데 눈앞이… 요샌 왜서 눈앞이 이렇게 갑작스레 흐려지지? 여보, 나 눈이 잘 안보여? 정말 당신까지 못보면 난 어떻게 살지?” 분녀는 우뭉하게 들어간 눈에서 굴러내리는 눈물을 손에 들린 남편의 기저귀로 씻어냈다. “여보, 요새는 또 예전처럼 간부위의 통증이 심해지면서 갑작스레 눈이 안보이기 시작한것이 며칠째 되외다. 또 간경화복수가… 그래도 제발 당신만은 볼수 있어야겠는데… 여보, 래일 고모가 오면 나 또 간부위가 아프고 눈이 잘 안보인다고 말할가? 그럼 고모가 병원에 가 약 지어오면 되겠지…?” 분녀는 남편이 금방 똥으로 어지러뜨린 기저귀를 끌어안고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여보, 당신 좀만 참아유. 제가 금방 기저귀를 빨아놓고 다시 올게유.” 분녀는 급급히 똥싼 기저귀를 들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나 분녀는 다시 빈손으로 달려나오더니 점심에 먹고난 식기들을 주어들고 주방으로 건너갔다. “여보, 좀만 참아유. 우리 큰애기 배가 고프지? 제가 제꺽 암죽을 쒀줄게. 좀만 기다려요. 우리 큰애기…” 분녀는 다시 점심과 마찬가지로 암죽을 풀어서 자기가 먼서 입맛을 본후 쟁반에 받쳐들고 남편이 누워있는 침대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음식이 담긴 식기를 식탁우에 놓고 누워있는 남편의 겨드랑이밑에 두손을 찔러넣고 왁살스럽게 껴안았지만 일으킬수가 없었다. 량팔에 기운이 싹 빠지는가싶은것이 예전같지 않았다. “여보, 웬 일이지? 나 왜서 하나도 기운이 없을가? 이전같으면 덥석 껴안아 일으켰을 당신을… 어휴, 이 배가… 기운을… 쓸수가 없네… 어… 흑…” 분녀는 남편의 겨드랑이밑에서 손을 끄집어내여 통증이 몰려드는 자기의 배를 부둥켜안고 두눈을 감은채 한참이나 진정하더니 그제야 다시 두손을 남편의 겨드랑이밑에 찔러넣고 간신히 남편을 껴안아 일으켜서는 침대우에 무져놓은 이불과 베개에 기대여 앉혀놓았다.  “여보, 배가 고프지? 이 몹쓸 년이 당신곁에서 그만 꿈을 꾸다가… 아?! 글쎄 남방고치소년에게 붙잡혀… 여보, 나 꿈에 당신을 보았어유. 이렇게 맨날 당신곁에서 보고있지만 무엇이 모자라 꿈에조차… 여보, 배가 고프지? 글쎄 꿈에 당신이 분녀의 사과엉치를 도둑질하고 남방고치를 털어내더니… 어휴, 이것 보지. 우리 큰애기 배가 고플텐데… 여보, 그럼 큰애기 밥 다먹고 다시 꿈이야기 들려줄가? 좋지? 그래 좋을거야. 그럼 우리 밥 먹는다?” 분녀는 여느때와는 달리 암죽사발을 들고 별스레 긴 사설을 늘어놓으며 남편과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싶었다. 비록 말 한마디 할수 없고 말 한마디 들을수 없는 남편이였지만 분녀는 남편의 곁에서 시종 재잘재잘 새마냥 지저귀고싶었다.  “자, 그럼 우리 큰애기 이제부터 밥먹는 시―간.” 분녀는 남편의 앞가슴에 애들의것보다 더 큰 앞치마를 걸어주고는 한손에 암죽사발을 들고 다른 한손에 숟가락을 들고 한술, 한술 남편의 입에 암죽을 떠넣어주었다. “옳지, 우리 큰애기 배가 몹시 고팠던가보다. 참 잘도 먹네. 여보, 미안해요. 이 몹쓸 년이 잠에 취해 저녁때를 거슬러서…” 분녀는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숟갈 쥔 손등으로 쓱 문질렀다. 눈알이 모래속에서 구으는것 같이 깔깔하다 못해 쓰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분녀는 다시 숟가락으로 암죽을 떠서 남편의 비뚤어진 입안에 흘려넣기 시작했다. “여보, 많이 먹고 빨리 일어나! 제발… 당신이 약속한 모아산려행과 덕지령은 그래 언제 갈거야? 당신은 그래 분녀의 사과같은 고운 엉치를 다신 보지 않을거야? 흑… 독한 사람! 당신은 정말 지독한 사람이야. 흑흑…” 분녀는 갑자기 자꾸만 쏟아지는 말들을 자기 절로도 주체할수가 없었다. 입을 열지 않아도 별스레 생각지도 않던 말들이 륙속 쏟아져나왔다. “여보, 나 오늘 말이 많지? 당신 나 말이 많으면 좋아하지 않지? 그치? 나 그럼 당신 밥 다 먹고나면 누워서 말해줄게. 그럼 되지. 응? 알았어! 그럼 우리 큰애기 계속 밥 많이 먹는다…” 분녀는 사발밑굽에 조금 흐른 암죽까지 깡그리 끌어서 숟가락에 채워 남편의 입안에 흘려넣었다. “에라… 우리 큰애기 이젠 배가 부르겠다. 암죽 한사발 다 먹었으니… 그런데 난 왜 배가 안고프지? 아침도 안먹고 점심에 겨우 라면을… 여보, 나 까딱하기가 싫어져. 괜찮지? 이 식기를 씻지 않고 당신곁에 누워 자도 되지? 뭐?! 안된다고? 참, 내사… 당신이 이런 말을 할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수? 여보, 그래도 나 이 식기를 이런대로 두고 당신곁에 눕고싶어, 정말이야. 나 안아줄래? 그럼 내가 꿈얘기도 들려주고 사과엉치소녀와 남방고치소년의 이야기도 마저 들려줄게. 응? 그렇게 하자? 응? 나 정말 눕고싶어. 당신곁에…” 분녀는 남편이 굽을 낸 빈 암죽사발을 침대곁자리의 식탁우에 내맡기고 먹은것 없이 불룩한 배를 끌어안으며 남편의 곁에 움지럭움지럭 비비고 드러누웠다. “야, 따뜻하다. 여보, 세상에서 나는 당신곁이 제일 좋아! 죽어도 나는 당신곁에 있을거야. 여보, 되는거지? 그치?! 그래! 당신이 말 안하면 나는 된다는걸로 안다! 그럼 당신 손 이리 내놔봐.” 분녀는 남편의 무감각한 손을 끌어다 가슴에 꼭 안았다. 남편의 감각도 없는 차거운 손이지만 분녀는 항상 이렇게 밤이면 꼭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여보, 그런데 나 잠이 오지 않아요. 당신이 오후에 내 잠 다 앗아간거지? 당신이 내 꿈이야기 듣자고 내 잠 다 앗아간거구나. 그치…? 그럼 꿈이야기를 할가?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의 이야기를 할가? 여보, 어느것을 들을래? 그럼, 나 마음대로 결정한다…? 당신이 결정하지 않기때문인거야. 그럼 지금부터 나 이야기를 계속한다…? 참말이야! 야― 그런데 여보, 왜 맥이 없다… 저녁 안먹어서이나? 그런데 저녁은 먹기 싫고… 당신곁에 누워 잠만 자고싶은데 어쩌지… 뭐…? 이야기를 계속 해달라고…? 정말이야?! 그럼 이야기…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 시작한다. 응…?” 분녀는 남편의 무감각한 손을 가슴에 품고 조용히 남편이 한마디도 알아듣지도 들을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꺼내놓기 시작했다… … 드디여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가 결혼식을 올리게 되였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의 단위인 길진소학교에서 손잡이뜨락똘을 내가지고 사과엉치소녀를 맞으려고 왔습니다.  그러나 사과엉치소녀는 자리에서 일어설수가 없었습니다.  달포전부터 먹기만 하면 먹은대로 토하면서 이름모를 병으로 앓기 시작한것이 결혼식날 남방고치소년이 석달 월급을 통털어서 맞추어준 첫날옷도 입을수가 없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설수 없는 사과엉치소녀가 어찌 기다란 치마저고리를 입을수가 있었겠습니까? 부득불 사과엉치소녀는 바지를 입은채 두터운 이불과 담요를 깐 아버지의 소수레에 앉아 남방고치소년의 집으로 가게 되였습니다. 왜서인지 사과엉치소녀가 손잡이뜨락똘의 디젤유냄새만 맡아도 왝왝―하고 입을 싸쥐는 바람에 남방고치소년과 나란히 앉아가려던 손잡이뜨락똘은 저 혼자 통통통―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가 앉아가는 소수레의 앞에서 느린 걸음발을 타게 되였던것입니다. 그러나 사과엉치소녀는 행복하기만 하였습니다. 비록 아버지가 앞에서 소고삐를 잡고 가는 둥글이가 끄는 수레였지만 사과엉치소녀는 남방고치소년의 손을 꼭 잡고 하냥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그때까지 앓음자랑을 하던 사과엉치소녀였지만 아픔은 간 곳 없이 사라지고 가슴에선 뜨거운 난류가 굽이치는것만 같았습니다. 사과엉치소녀는 남방고치소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기쁘게 울었습니다. “나 임신했어! 지금까지 앓고있은것이 아냐? 난 죽어도 당신하고… 결혼하려고 했어! 난 당신 없인 하루도 못살아. 정말이야. 난 이제 당신 먼저 죽을거야. 내가 당신을 떠나서 어떻게 살아… 정말이야! 살것 같지 못해…” “못난이같은 소리… 이렇게 기쁜 날에 웬 죽음타령이야?! 그리고 당신 정말 여직껏 아픈것이 아니였어?” “응, 난 특별하게 아기를 가지는가봐! 아마 엄마를 닮은것 같아. 우리 엄마가 나를 가졌을 때 그렇게 심하게 혼자 앓으셨대. 그런데 아버지에게 거짓말해서 어쩌지? 아버지는 지금도 내가 죽을 병에 걸린줄로 알고있는데…” “아버님은 괜찮으실거야. 당신만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어떤 거짓말이든 아버님을 기쁘게 하실거야. 더우기 당신이 애를 가졌다면 얼마나 흐뭇해하시겠어? 안 그래?” “하긴 난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서 곧 죽는줄로만 알았어. 그러다가 당신이… 개학하기 전날 밤 옥수수밭에서… 영화보러 갔다 오던 날… 집에서 가만히 꼽아보니 그날이 바로 아기 가지던 날이였나봐. 그후부터 있을것이 없고 메마른 구역질만 나고 몸이 별스레 무거워나는것만 같고 또 가슴이 후두둑 뛰고… 하여튼 그새 나는 내 정신이 아니였어. 밤마다 또 무서운 악몽에 시달리고…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하시는데 나는 아기까지 가졌으니… 나는 무서워 죽을번했어! 그렇다고 아버지에게 아기를… 털어놓을수는 없고! 정말 당신이 감사해. 당신이 결혼을 못한다고 하면 난 아마 죽었을거야! 우리 꼭 오래오래 살자! 알콩달콩 재밌게 살아야 해! 우리 정말 몇살까지 함께 살수가 있을가?” “말 그만 해! 힘들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설수가 없어 첫날 새색시가 첫날옷도 못입고서…” “괜찮아! 당신 집에 가서는 꼭 입을게. 이렇게 당신의 품에 안겨 가니 하나도 아프지 않아! 정말이야. 당신은 나와 우리 아기를 안고 집에 가는거야. 난 정말 행복해! 나 죽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할게. 정말 당신이 아니면 난 아무한테도 시집갈수가 없었거든…” “뭔 소리…?” “당신이 제일 처음 내 엉치를 본 사람이야!” “피, 그건 엉터리야.” “정말이야. 물론 엄마, 아버지겠지만 지금까지 자라면서 내 엉치 본 사람은 유독 당신뿐이였어.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그럼 내 고치 본 사람은…” “그건 옛날이잖아요? 당신의 남방고치를 보고 난 꼭 당신에게만 시집갈수 있는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내 엉치를 당신이 봤으니 꼭 책임져야 한다고 말이얘요. 누가 내 엉치를 도둑질해봐람…?” 사과엉치소녀는 신랑인 남방고치소년의 품에서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정말 별일이였습니다. 사과엉치소녀가 집에서 한달여의 시간을 앓음으로 이끌어왔었는데 결혼 첫날부터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시집올 때 입지도 못하던 치마저고리를 시집에서 첫날 저녁에 입고 앓던 사람 같지 않게 음식도 먹고 이야기도 나누고 노래도 불렀습니다.  결혼하자부터 사과엉치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날수 있은것은 물론이고 집안일도 거들어주기 시작했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은 결혼후에도 학교의 사업을 착실하게 하였습니다. 물론 사과엉치소녀가 뒤에서 아이들을 낳고 키우고 힘들었어도 소녀는 한마디 원망도 모르고 착실하게 오로지 사랑으로만 살았습니다.  이렇게 사과엉치소녀는 자기 엉치와 꼭같은 소녀를 넷이나 낳았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은 시골의 길진소학교에서 세번째 딸애를 낳을 때 현문공단으로 전근하더니 일약 작가로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방고치소년은 그때부터 많은 문학작품들을 창작하더니 큰딸애가 신부가 되여 신랑을 따라 시집갈 때에는 여기 신문사로 전근하면서 유명한 신문기자로 되였던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의 옆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딸애가 넷이나 되여도 모두 시집살이를 하다보니 집에는 항상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의 보금자리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다 시집보내고나니 남방고치소년의 머리에도 흰서리가 가득 내렸습니다. 남방고치소년도 어느덧 벌써 지천명에서 따돌림을 당할 때가 되였던것입니다. 사과엉치소녀도 얼굴에 잔주름이 가득 덮였습니다. 유정무정세월이라더니 가는 세월을 속일수가 없는가봅니다. 그런데 어느날 남방고치소년이 출근길에 층계를 내리다가 갑작스레 뇌출혈이… … 분녀는 하얀 새의 날개를 잡고 커다란 새의 펑버짐한 등에 올라앉았다. “이 눔의 새야? 어딜 가려고 이렇게 나만 찾노?” 그러나 하얀 새는 하늘로 가볍게 날아오르더니 게딱지같이 들어앉은 도시의 상공을 몇바퀴인가 돌더니 남쪽방향으로 훨훨 날기 시작했다. “얘야, 하얀 새야, 말해보렴, 대체 어디로 가는거니?” “낄끼리룩… 모아산… 덕지령…” 하얀 새는 분명 기러기같았는데 별스레 모아산, 덕지령이라고 대답했다.  “모아산…? 덕지령…? 내가 왜 모아산, 덕지령은 혼자 가야 해? 안돼! 난 혼자 가면 안돼! 남편과 함께 가려고 약속했어! 어서 날 내려놔!” 분녀가 하얀 새의 목깃을 꽉 꼬집어도 하얀 새는 커다란 날개를 자유롭게 퍼덕이며 더욱 빨리 날았다. “안돼! 난 혼자 갈수가 없어! 절대 혼자 갈수가 없어!” 그러나 하얀 새는 갑자기 머리를 돌리더니 서남쪽으로 긴 회선을 그리더니 재빠르게 서북쪽으로 화살같이 날기 시작했다. 아니, 아니, 어딜 가? 나 어지러워… 구역질이 나… 빨리 나를 내려줘… 아니…? 그런데 여긴… 아니 여긴 남방고치소년과 사과엉치소녀가 소꿉놀이하던 덕지령이 아닌가? 그래 맞아! 남편의 병이 나으면 함께 려행하자던 고향의 덕지령이 맞네! 저기 판룡송도 보이고… 그래 맞아! 여긴 덕지령의 제일 상상봉인 고려봉이야! 아?! 고맙다! 하얀 새야… 네가…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니 네가 날 먼저 여기에 실어왔구나! 그런데 여긴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 30년이 지났는데 왜 이렇게 말짱하지? 아?! 덕지령! 처음으로 남방고치소년의 고치를 훔쳐보던 덕지령이다. 남방고치소년에게 엉치를 내보이고 사과엉치라고…  분녀엉치 사과엉치… 분녀엉치 사과엉치…  히야, 남방고치소년이 웃고있지 않냐?   얘, 넌 쬐만 남방고치야… … “호호호… 벌써 30년이네!” 갑자기 하얀 새가 날개를 기우뚱거리더니 아래로 내리꼰졌다. “아이, 무서워… 하얀 새야! 너 웬 일이니? 왜 나만…” 하얀 새가 갑자기 날개를 푸드득거렸다. 분녀는 하얀 새의 목깃을 꽉 거머쥐였던 두손을 저도 모르게 놓아버렸다.  하얀 새의 등에서 주르륵 미끌어지던 분녀는 있는 힘을 다해 하얀 새의 한쪽다리를 꽉 거머쥐였다. “안돼! 날 이렇게 내치면 안돼?! 날 도로 남편에게로 실어다줘! 안돼?! 여보… 여보 당신은 어데 있어?” 분녀는 하얀 새의 갈퀴같은 발가락을 거머쥐고 한사코 부르짖었다. “안돼! 안돼! 여보… 당신은…” 분녀는 공중에서 발버둥쳤다.  그러나 소용이 없었다.  점차 두손에 맥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 안돼! 여보… 당신은… 어데 있어… 아?! 살… 살려… 줘…” … 분녀는 가까스로 두눈을 떴다.  희미한 침대등이 켜진 방안의 남편 침대우에서 떨어져내린 분녀는 외설스럽게 남편의 무감각한 손가락식지를 겨우 붙잡고있었다. “아?! 여보… 날… 날… 살려… 줘…” 분녀는 한손으로 터지는듯한 복부를 끌어안고 통증으로 몸을 탈았지만 한사코 남편의 깡마른 수수대 같은 식지를 놓지 않았다. “아?! 여보… 날… 날… 왜… 왜 버려… 당신을 두고… 내가…” 분녀는 끝끝내 말을 잇지 못한채 침대우에 머리를 떨어뜨렸다. …                          6 “어휴? 이게 뭔 냄새야? 언니? 올케언니?!” 신옥이는 집안의 이상한 냄새에 입을 틀어막았다. 집안에 온통 흩날리는것은 더러운 똥냄새였다. “아니, 언닌…” 갑자기 신옥은 문어구에 그림자처럼 굳어졌다. 방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작은오빠의 침대 한켠에 떨어뜨린채 미동도 없는 분녀가… “아?! 언니?! 올케언니… 야! 분녀야?!” 신옥은 그대로 달려들어와 분녀를 힘껏 흔들었다. 그러나 분녀의 어깨는 이미꽛劒 劒 하게 굳어져있었다.  “아니, 백분녀… 네가… 네가 왜 이래…?!” 신옥이는 바삐 돌아서서 침대머리에 있는 전화기를 쳐들었다. “여보세요? 일이공… 구호차… 빨리 우리 올케언닐…신학동 22번지 3호…” 신옥이는 두서없이 전화기에 대고 웨쳐대더니 침대곁으로 돌아섰다. 작은오빠가 두눈을 머룩머룩 뜬채 한곳만 멍청하게 지켜본다. “아?! 이 등신…! 녀편네가 곁에서 죽어가는줄도 모르고…” 신옥은 분녀의 머리를 쳐들었다. 분녀의 얼굴은 하얗게 질린채 백지장같았다. 분녀의 손은 그때까지도 작은오빠의 식지끝을 겨우 잡고있었다. 갑자기 밖에서 앰뷸런스의 앵앵거리는 싸이렌소리가 귀따갑게 들려왔다. 뒤미처 투투닥거리는 말발굽소리 같은 구두발소리가 어지럽게 뛰여왔다. 분녀의 손이 작은오빠의 깡마른 수수대 같은 식지끝에서 천천히 미끄러지더니 침대아래로 툭― 하고 떨어졌다. “아! 이 불쌍한것아…!” 이때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어지럽게 방안으로 뛰여들었다…  연변문학 2008.4
14    구름다리[2] (김태현) 댓글:  조회:1015  추천:37  2007-11-22
구름다리김태현나는 살며시 그녀를 끌어안았다. 미화는 나의 가슴에 맥없이 몸을 맡기였다. ― 아니, 울긴 왜 울어. 그래 내가 미화 우는걸 보자구 이 밤길 비맞으며 찾아온줄 알고. 인젠 울지 말아. 제발, 그 울음소리에 내 가슴에 피멍이 막 들어. 제발… ― 아! 아… 전 겁이 나요. 그 언젠가 소리도 없이 새들이 날아가고만 마른 나무가지 신세로 되는 그 모습 몇번이고 꿈꿔보았던지 모르겠어요. 정말이야요. 오라지 않아 당신의 지구 청년작가강습반이 끝나지 않아요?  그때면… 또 그리고 소설이 발표될 때면… ― 아니, 못난 소리!  그래 미화는 나를 어떻게 알아. 더구나 소설은 꼬물만한 희망도 없는데… 그래 내가 미화를 차버리자고 찾았댔나? 우리의 사랑은 영원것이야. 이젠 울지 말아. 옳아. 옳아. 웃으라구. 웃으며 살자구. ― 호호호… ― 허허허… ― 해해해… ― 하하하… 미화는 간드러지게 웃었다. 나는 통쾌하게 웃고. 나는 미화를 꽉 껴안았다. 미화는 나의 목을 두팔로 꼭 감았다.  미화의 얼굴은 불덩이 같았다.  불덩이를 껴안은 나의 가슴은 화끈 달았다.   나의 두손은 재빠르게 언젠가 만져줄 가슴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 아이참, 이러지… 이러지 말아요.  제발, 제발 이러지 마세요. 아직은 너무나… ― 뭐? 나를 믿어. 나는 미화를 진정으로 사랑하고있어. 아, 아… 미화는 단김을 나의 얼굴에 확확 세차게 내뿜었다. 나는 취했다… 미화의 단숨에…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는 사랑의 불길에 나는 시들… 시들히 녹아버렸다… ……   《아니, 왜 이렇게 무맥해요. 그래 청춘의 정기는 어디로 다 빠졌나요. 네? 어서요. 빨리요. 호호호… 히히히…》 나의 몸은 그녀의 호들갑에 되려 꽝꽝 얼어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새빨간 불덩이였다… 불덩이를 안은 나의 언몸은 차츰차츰 녹기 시작했다… 불덩이도 점점 이지러져갔다… 《아! 아… 됐어요! 빨리요. 어서요. 아이참, 아버지가 인츰 오실거얘요.》 나는 내가 아니였다. 나는 멍청이였다. 아니, 나는 멍청이가 아니였다. 나는 《자본가》에게 고용된 《로동자》였다. 보수, 보수는 무겁게도 나의 목을 쇠사슬로 꽁꽁 감았다. 《로동자》는 막무가내로 《자본가》를 위해 복무해야 했다. 나는 자본가가 되고싶었다.  나는 그녀를 나의 로동자로 만들고싶었다. 《아버지가 말씀했어요. 동무의 소설집 <메아리>가 오라지 않아 단행본으로 출판에 교부된대요.》 그녀는 환상마냥 나의 가슴우에서 재롱을 부린다. 나는 벌떡 자리를 찼다.  순간 무서운 한쌍의 새파란 연갈색 두 눈알이 나를 무섭게 쏘아보며 노려보고있었다. 《왜요? 이러면 단줄 아세요. 제 마음껏 실컷 가지고 재미를 보고는 인젠 싫증이 났나요?! 흥! 저는 뭐 바본줄 아세요? 제가 뭐 놀음감인줄 알았지요. 주필의 딸과 관계 좋으면 단줄 알았지. 그래 책만 나오면 나의 임무는 완성된줄로 알고. 그러나 나 한마디면 흥…?!》 ― 왜 이래.  내가 뭐 어쩌나. 너무 기쁜김에 모든것을 잊었지. 헤헤헤… 이리 와! 이리 오라는데두 그래. 당신은 내 마음속의 영원한 태양인줄 왜 내가 모를라구… 나는 입만 놀리고있지 않았다. 나의 두손은 언녕 그녀의 유들유들한 유방에서 천천히 조심스레 썰매를 타고있었다. 나는 울고싶었다.  눈물은 소리없이 량볼에서 어둠을 째면서 빛을 뿌렸다. (로동자나 자본가나 결국에는 다 한가지야. 로동자가 없이 자본가가 없고 자본가가 없이 로동자가 어찌 있을수 있는가?!) 나의 머리속은 흐리멍텅해졌다. 나는 날고팠다… ……   ― 아니, 왜 이래요. 절 놓아요. 서로서로 떠나는 마음에 왜서 자꾸만 딱지 앉은 상처만 허벼요? 흑흑흑… 미화는 조용히 흐느끼였다. ― 그래 정말 주필의 사위가 되겠어요? 흑흑, 그래요. 빛의 반사라고 주필의 사위에 따르는 빛에 모든것이 아름답게 반사되지요. 옳지요? 아?! 어쩌면 사랑도 영예의 유혹에는 빛을 잃을가요?! ― 미화! 미화 제발 이러지 말아줘!  나에게는 사랑이란 없어. 나의 사랑은 오직 미화 한사람뿐이야.  나와 그녀 사이에는 사랑이란 존재하지 않아. 오직 동물성적인 야욕밖에 없어. ― 그러면 왜서 그것을 계속 추구하시는가요? 제가 싫나요?  그래 첫사랑이 그렇게도 허무한것인가요? 영예도 결국 소중한것이라지만 영예는 어디까지나 노력에 따르는 보수― 열매가 아닌가요? 그래 사람과 사람지간에 따르는 영예의 빛이 그렇게도 아름다운가요?! ― 아니, 아니야! 그런거 아니라는데두. 나는 이미…  나는 내가 아니야! 나는 나를 잃었어. 나는 이미 그녀와 함께 너나없이 뒹굴었던거야! 나의 몸에서는 온통 피비린내만 물씬물씬 풍길뿐이야. ― 뭐…?! 유치해요. 비루해요! 그것이 그래 진정한 사랑이였던가요?! 아! 아… ― 미화! 미화 진정하라구. 좀… ― 왜요?! 손대지 말아요! 무엇이 부족해서 또 이래요. 가슴에는 불이… 불이 일어요. 마음에는 재만 앉아요… ……   (후 내가… 내가 왜서 미화를 떠났어야 했는가? 아, 아, 후회의 첫 걸음은 한생을… 한생을 저주하려는가부지. 그러길래 지금도…) 《당신 오늘 어쩐 일이세요. 왜서 한숨만 풀풀 내쉬면서…》 안해가 멍청하니 책상에 마주앉아 땅꺼지게 한숨만 내쉬는 나를 보고 앵돌아진다.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또다시 아침에 보았던 미화의 편지를 꺼내여 안해가 모르게 펼쳤다.   …… 그렇게 자꾸 지켜보시지 말아요.  사랑해주지 못하면서 보시긴 왜 보시나요?  그 사랑속에 진정 사랑을 담았기때문인가요?  세월따라 흘러갈 미련만을 담았기때문인가요?   진정 무너진 탑에 대한 추억이시다면  제발 다신 그렇게 보시지 말아줘요. 이 가슴속엔 아직도 싹트는 푸른 희망 옛터에 또다시 공정을 시작할 마음뿐.   영원히 길이길이 빛날 행복의 금자탑 새롭게 새롭게 시작할순 없겠나요?! 어서 빨리 말씀해주세요! 대답해주세요… ……   안해가 쿨쩍거린다. 흠칫 몸을 떨며 머리를 쳐드니 안해가 어느결에 나 모르게 편지를 읽고있었던것이다. 《여보! 날 욕하오! 실컷… 난 당신한테…》 안해는 계속 쿨쩍거린다. 그러더니 천천히 고개를 쳐들고 말없이 이윽토록 흐르는 눈물도 닦을념이 없이 멍하니 나만 쳐다본다. 예전 같으면 미화 고 년을 죽일 년이라고 펄펄 뛰였으련만 오늘만은 저주도 핀잔도 없는 가련한 안해의 몰골이였다. 순간 나는 울음보를 터뜨렸다. 미화를 그리며… 안해를 생각하며… 나는 조용히 쿨쩍거리는 안해를 말릴수가 없었다. 《여보세요. 울지 마세요. 사내대장부의 헌걸찬 울음소리에 아녀자의 가슴에는 막 재가 앉아요. 제발 울지 마세요. 그러다가 몸에 이름못할 병이라도 나면 난 어떡해요. 제발… 그러지 말고 오늘이라도 그녀를 찾아가보세요. 흑, 미화도 참 불쌍한 녀자얘요. 여직껏 첫 사랑의 여운에 반생을 하얗게 흐리우면서도 당신을 기다리면서… 흑흑, 어서 찾아가보세요. 그래야 저의 마음도 좀 가라앉지요…》 안해는 울고있었다. 나의 곁에서 흑흑 서럽게 느끼고있었다.  안해는 꽤나 반반했을만치 길죽하고 약간 갸름한 얼굴에 나모르게 벌써 주름살투성이였다. (후― 그 얼마나 마음고생을 나모르게 했으면 반생에 벌써 저렇게 겉늙은 로파로 됐으랴?!) ― 아니, 울지 마오. 나는 당신을 영원히 저버릴수가 없소. 그런데…  아, 사랑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무엇이길래… 나는 얼결에 책상우에 펼쳐놓은 탁상달력을 들여다보았다. 18일, 18일. 또 《8》자가 들어가는 날이다.  하늘에서는 마가을 궂은비가 구질구질 지겹게 내리고있다.  ……   나는 휘청이는 다리를 비틀거리며 천천히 걷고있다. 미화는 말없이 나의 뒤를 따르고.  우리 둘은 묵묵히 무거운 침묵속에서 질척이는 밤길을 신발을 적시며 걷고 또 걸었다.  어느새 비가 멎었는지 어디선가 반디불이 반짝반짝 숨박꼭질하고있었다. 나는 넋을 잃고 걸었다. 옷자락에서는 비물이 줄줄 흘러내리고있다.  우리 둘은 려관에 들어갔다. 잠시후 려관의 마루바닥에는 옷자락에서 흐른 비물이 질벅하니 물바다를 이루었다. 접대원은 한칸밖에 없단다.  그것이 우리에게는 더욱 좋았다. 조용한 려관의 온돌방에 누우니 따뜻한것이 세상 부러울것이 있을것 같지 않았다. 방금 비가 왔었는지 아니면 오는지 우리에게는 그것이 지나온 한마당의 꿈과도 같았다. ……   나는 꿈속에서 헤맸다… 수풀이 무성하고 황량한 들판에서 나는 나를 찾으려 했다. 나는 쓸었다. 터슬터슬한 갱년의 밭을… 그러나 보습날을 대이자니 어쩐지 들쑹날쑹한 바위돌에 깨여질가 념려도 많았다. 씨앗도 마른다… 아, 아…! … ― 흑흑 제가, 제가 죄를 짓고있어요. 이 밤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에 차거운 비수를 박고있는 제가… 그러나 저는 죄인줄을 몰라요. 흑흑 제발… 제발… 저는 이젠 더는 외롭게 저를 괴롭히면서 혼자 못살겠어요. 흑흑…  청춘에 이지른 늦가을이여도 늦가을에 피는 꽃이 따로 있지 않을가요?!  ― 아, 아…! 나는 몸서리쳤다. 지나간 청춘에 서리서리 엉킨 때묻은 인정을! 떼여버릴수 없는 우정에 넘치는 푸르른 생기를! 나는 내가 아니였다. 나는 미치광이였다. 나는 넋을 잃었다. ……   내가 눈을 뜨고보니 사방은 새하얀 벽, 창문엔 두툼한 카텐이 무겁게 드리워졌는데 어디선가 난데없는 왕거미 한마리가 무겁고 지친 몸을 늘쩡늘쩡 움직이며 기여나와 창문부터 바람벽까지 쉬임없이 하아얀 거미줄을 늘이고있었다. 불현듯 거미줄 한 끝머리가 나의 몸을 감았다. 어쩐지 생각과는 달리 거미줄은 그렇게도 매끌매끌하였다.  나는 까딱 움직이지 않았다. 거미줄은 점점 두텁게 나의 몸을 칭칭 감고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따뜻하고 한없이 포근함을 느꼈다.  순간, 나는 그 거미줄이, 그렇게도 느리게 늘이는 왕거미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거미가 늘이는 하얀 솜선이 더없이 부드럽기만 했다… ……   《여보! 얼른 식사하세요. 개장이얘요.》 안해는 어디서 구했는지 내가 즐기는 새뽀얗게 우러난 개장을 상우에 내놓았다. 그러나 나는 양념장의 노르납작하고 고추가루가 빨갛게 뿌려진 발그레한 기름방울이 동동 떠있는 개장에 감히 숟가락을 넣을수가 없었다. 《여보! 식기전에 얼른 드세요. 네?》 안해는 또 살그머니 숟가락에 양념을 떠서 개장그릇에 쳐놓는다.  나는 멍하니 밥상에 마주앉은 안해의 얼굴만 넋없이 바라보다가 아래로 천천히 눈을 내리깔았다. 《여보, 그래 만나보지 못하셨나요?》 나는 피끗 안해를 쳐다보았다.  안해의 얼굴은 하루밤새 어쩌면 저렇게 겉늙어보이는가? 새하얀 머리… 나는 저도 모르게 흠칫 몸을 떨었다. 아, 내가 안해의 가슴에 불덩이를 떨구고있구나. 저 안해의 가슴이 막 타들어가고있지 않는가? 아, 저 연기. 뭉게뭉게 타래쳐오르는 저 삼단 같은 연기.  화장터에서 사람을 화장할 때 처음에는 검은 연기가 저렇게 솟다가 나중에는 새하얀 연기로 변한다지… 저 연기가… 안해의 머리에서 솟는 저 하얀 연기가… ……     나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시커먼 연기만이 뭉게뭉게 피여오르더니 차츰차츰 그것이 하얀 연기로 서리서리 엉키며 솟아오를뿐이다. 안해가 그속에서 애처롭게 울부짖는다. 가슴을 마구 쥐여뜯는다.  머리를 마구 잡아뜯는다.  시뻘건 불속에서…  하얀 연기속에서 뛰놀며 춤을 추고있다… ― 아, 아…! ……   《아니, 아니 여보! 웬 일이세요. 네? 여보…?!》 안해의 애간장타는 저 웨침소리가 어디선가 저 연기속에서 간간히 들려온다. 나는 두손을 마구 휘저었다… 순간 어디선가 억센 두손이 나를 꽉 틀어잡았다. 《여보! 꼼짝하지 말아요. 팔에 링게르주사를 꽂았어요!》  안해가 줄줄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은 어딘가 점차 희멀끔한 다른 그 무엇으로 변한다. 나의 눈에는 또다시 그 포근포근하던 거미줄이 안겨온다.  거미줄은 천천히 나의 몸을 요리조리 감싼다.  거미는 조심스레 갈퀴 같은 발가락을 어루쓸는다. 몸에는 점차 피멍이 얼룩덜룩하다… … 나는 두눈을 번쩍 떴다. 방 한가운데 천정에는 전등불이 환하게 눈부시고있었다.  창문마다에는 두툼한 카텐이 묵묵히 내리워졌고. 그런데 어쩌면 유독 너 거미만은 왜 거미줄을 늘이지 않는가?  아, 왜서 거미는 보이지 않는가? 아, 나는 거미가 보고싶었다.  따뜻하고 포근하던 그 거미줄이 그리웠다.  꽉꽉 피가 솟도록 박아주던 그 갈퀴 같은 거미의 발가락이 싫지 않았다… ……   ― 인생의 길 손잡고 함께 걷자요! 미화는 살풋이 고개를 숙이며 다정하게 속삭인다. ― 아, 나는 고마웠다. 실루 고 앵두 같은 입에서 속삭이는 그 달콤한 말이 한없이 고마웠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화는 살며시 손을 내밀어 나의 손을 끄당겨 잡는다. 그러자 나는 그녀의 두손을 덥썩 감싸쥐였다. ― 우리는 행복할거야!  ― 정말…?! ― 그래 우리는 행복할거야! 서로서로 찾으려던 진귀한것을 찾은 우리여서 말이야… 나는 미화를 와락 가슴에 끌어안았다. 미화는 흠칫 몸을 떨더니 두손만 감싸쥐란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란다. ― 해해해… … 그녀는 그때 만18세의 소녀의 나이였기에. ― 아니, 18세… 그래 오늘은 18일이야. 미화는 호주머니에서 카드 한장을 꺼냈다.  카드에는 한쌍의 아름다운 백학이 하늘높이 훨훨 날아예고있었다. 미화는 카드를 뒤번진 다음 만년필을 꺼내더니 무엇인가 가만히 적어 나한테 넘겨주는것이였다.  나는 덥썩 받아쥐였다.  눈앞에 찬찬히 기울이고 들여다보니 이런 글이 씌여져있었다. ― 인생의 길 손잡고 함께 걷자요!                       18세― 18일 ― 아! 18세, 18일! 그래 오늘은 18일이지. ― 우리 모두 이 날을 기념하자요. ― 18세에 따른 18일 사랑의 약속, 이날의 약속을 지키는 증거로 동무도 저한테 한장 남겨주세요. 나도 만년필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미화한테 주려고 지녔던 두마리 호랑이가 포효하는 카드 한장을 꺼내 그 뒤면에 큼직히 이렇게 적었다.  ― 벼랑에서 뛰여내리는 폭포마냥 깨끗한 그 순정 영원히 꺾지 않으리!                               18세 순정에 따른 18일. 미화는 퐁퐁 뛰였다. 나는 웃었다. ― 아, 훌륭한 글이얘요. 정말 훌륭한 글이얘요.  당신은 그 언제든 꼭 성공하실거얘요. 《위대한 작가로!》 미화는 고 새까만 머루알 같은 두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는 다시금 미화를 와락 높뛰는 가슴에 끌어안았다. 미화는 쌍겹진 두눈을 살풋이 내리감는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18세의 입술에 조심스레 자리를 잡았다. ― 우리 서로서로 변치말자요! 애어린 심정에 오직 그것만이 걱정돼요. 저도 모르게 가지는 과분한 생각이지만… 미화는 섬약한 량어깨를 파들파들 떨었다.  ― 아, 근심말아. 대장부 먹은 마음 그 언제고 영원히 번함이 없으리! 나를 믿어줘, 믿음과 우정에 넘친 사랑은 영원한 행복인거야. ……   그러나 그것은 꿈이였다. 한마장 잠자리마저도 없는 꿈의 만리였다.  머리는 흐리멍텅한데 꿈은 산산이 부서져나갔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른데 나는 영원한 쪽빛하늘에서 낮잠을 자고있었다.  깨고보니 저 멀리 지평선에서 아득히 솟아오르는 아리숭한 세계에 어느새 나는 자본가가 되였었다. 나의 책이 출판되였던것이다.  로동자는 자본가를 위해 전심전의로 복무해야 했다.  나의 가슴에는 수두룩한 자본과 금빛에 따르는 아름다운 영예가 쌓이고 쌓이였다. 자본가에게는 반드시 많고많은 자본이 있어야 한다.  자본가는 그것을 위하여 그 어떠한 대가든지 다 지불하려 했고 그 어떤 노력이든지 다 해보려 했다. 그런데 로동자는 또 자기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자본가를 위해 밤낮으로 간난신고와 피와 땀을 헤아리지 않아야 했다. 첫 단행본이였던 소설집《메아리》를 뒤이어 몇권인가 륙속 출판되였던 소설집과 에세이집이 나를 아름차게 무장시켰다. 이젠 그 자본에 자본가는 기여일어날수 없었던것이다. 나는 지구 청년작가강습반이 끝난후 인츰 주필의 사위로 되였다.  뒤이어 나는 청년작가로 부상된 전업작가로 문단에서 위훈을 떨치게 되였다. 가는 곳마다 영예에 따르는 빛의 반사는 눈부시게 나의 앞에 신선한 구름다리를 쌓아놓았다.  ……   그래도 지금은 권력이 무엇보다 제일이야. 그 권력에 따르는건 아름다운 빛이고 또 그 빛은 반드시 수많은 빛을 실실이  쪼박쪼박 반사하여 모든것을 황홀하고도 아름답게 장식하는거야. 그러니 어두운것도 자연스레 환하게 되고 못난이도 아름답게 보이기 마련이지… 아니, 그런데 저건 또 뭐야? 무엇이길래 저렇게도 강렬히 나의 눈을 세게 비치나? 어, 무서워! 정말, 정말 무서운 놈이야… ……   《아니, 웬 일이세요? 정신 차려요. 뭐가 무서워요? 네?! 대체 무엇이길래 그렇게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와들와들 떠는가요?》 한쌍의 호랑이가 시퍼런 불을 뚝뚝 떨구며 나를 무섭게 쏘아보며 노리고있었다. ― 어, 저 놈들이… 그래 어디서 나왔나? 아니, 여긴 또 어디고?  아니, 너는 또 누구야?! 엉?! 미화, 미화가…  그런데 비가 오는가? 미화는 우산을 들었다. ― 아니야, 비가 오지 않아. ― 미화, 미화…! 나는 달려갔다. 그러나 미화는 점점 그 거리가 멀어진다. … ― 날 다치지 말아요! 따웅― 따웅! 호랑이가 무서운 소리를 낸다. ― 나한테 범접하지 말아요. 나를 다치면 호랑이가 있어요. ― 뭐? 호랑이… 호랑이가. 나는 호랑이가 무섭지 않아! ― 흑흑, 당신은 아직도…  저는 어쩌면 좋아요? 당신밖에 그 누구도 사랑하고싶지 않아요.  그러나 당신한텐 가정이 있고… 아…?!  법률은 언제든지 용서치 않을거얘요. 절대 허용하지 않아요. 따웅― 따웅! 두마리 호랑이가 시뻘건 아가리를 짝 벌리고 한길씩 한길씩 높이높이 뛴다. ……   아니, 그런데 이건 또 뭔가? 하늘에서는 웬 꽃보라가 이렇게 흩날리나? 아니, 에크! 무서워 이건, 뭐 호랑이 털이야! 얼룩덜룩한 호랑이 털이야. 틀림없어. 어이구 미화… ― 저는 가요. 이젠 아무런 미련도 없어요.  그러나 무서워말아요. 호랑이는 죽었어요. 깨끗한 폭포를 뚫고 들어가 벼랑에 짓부딪쳐 머리를 깨쳐 죽고말았어요. 이젠 오로지 한마리 백학만이 젖은 날개를 퍼득이며 간신히 날려고 애처롭게 울뿐이얘요. ― 아, 날지 말아! 날지 말아! 제발 절대 날지 말아! ……   나는 두손을 마구 허우적거렸다. 《여보세요. 정신 차리세요. 무엇이 날려는가요? 여기는 병실이래요. 제발, 제발…》 ― 뭐? 병실!  나는 두눈을 힘있게 번쩍 떴다.  사방 모두가 새하얗다. 어데라없이 모두 하얀것들뿐이다. 벽도, 사람도… 머리우에서는 링겔병이 흔드적흔드적 춤을 춘다. 안해가 침대머리에 퍼더버리고 앉아 나를 꼭 껴안고있었다. ― 아니, 내가 정말 병실에 있단 말이지? 엉…?! 《여보세요. 이젠 아무것도 생각지 말아요. 네?!》 나는 안해의 눈물흐르는 얼굴을 쳐다볼수가 없었다.  나는 부끄러웠다.  나는 이때까지 한마당 일장 악몽을 끝없이 끝없이 펼쳐왔었다. ― 아! 아니, 당신을 볼 면목이 없어! 흑흑흑… 나는 사나이 황소울음을 터뜨렸다. 안해도 서럽게 쿨적쿨적 별스레 훌쩍인다. 나는 천천히 웃옷 호주머니에서 카드 한장을 꺼냈다. 한쌍의 백학이 춤을 추며 날아예는 색바랜 카드였다. 나는 그것을 안해한테 넘겨주었다.  그것을 받아든 안해는 더욱 서럽게 흐느낀다. ― 이리 주오. 내 당신한테 미안하고 부끄럽고 참, 사람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수도 없이 수두룩히 했소.  아, 나는… 나는 정말 사람이 아니야?! 《흑흑흑. 말씀하지 마세요. 저는 다 리해하고있어요.》 안해는 시들시들한 부추잎 같은 손으로 나의 입을 꼭 막는다. 나는 안해의 손에서 되넘겨받은 카드를 이윽토록 바라보았다. ― 인생의 길 손잡고 함께 걷자요!                       18세― 18일. ― 18세의 18일. 그래 오늘이 18일이 아닌가? 나는 꽉 움켜쥐였던 손을 펴며 카드를 쫙―쫙 쪼박쪼박 갈기갈기 찢었다. 《아니, 여보! 당신, 당신이 정신 나가지 않았어요? 왜 그걸 찢어요?!》 안해가 두눈이 황당해서 나를 쓸어본다. ― 아니, 아니야! 나는 더는 당신을 괴롭히고싶지 않아.  그리고 고통과 련민에 떠는 나자신을… 나는 그것을 공중에 확 올리뿌려던졌다. 빨간것… 파란것… 노란것…  아름다운 미색의 꽃보라가 나와 안해의 머리우에서 눈송이마냥 소복이… 소복이 흩날린다. 《여보세요?!》 안해는 제잡담하고 나의 가슴우에 콱 쓰러졌다. ― 여보…?! 나는 인생의 늦가을 때늦은 참회와 더불어 그만 목이 꺽 메고말았다… <<연변문학>> 2007년 5월호
13    구름다리[1] (김태현) 댓글:  조회:900  추천:52  2007-11-22
구름다리김태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탄식하고 미워하는 사람은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그가 누구인지는…      18일 무정한 하루. 하늘에서는 마가을 궂은비가 지겹게 구질구질 내리고있다.  나는 휘청이는 다리를 겨우겨우 옮겨놓으며 비칠비칠 힘겹게 걸어간다. 그러나 어디로 가야 할지 나자신도 모르게 자꾸자꾸 걷고만싶다. 하여 나는 끝간데도 알수 없는 이 길을 한정없이 걷고 또 걷는다. 8일, 18일, 28일, 38일, 48일… 어쩌면 이렇게 《8》자가 들어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꼭꼭 내리는지… ……   ― 가지 말아요!  왜서 이렇게 자꾸만 가시는가요?! 네? 왜서…  그렇게 말도 없이 떠나실거면 무엇때문에 만나주려 했나요? 네…?!  말씀 좀 해주세요! ― 아니, 아니야!  나는 너를 만나주려 하지 않았어. 너는 미화가 아니야. 미화의 량어깨는 가냘펐어. 그래 말해봐! 너의 량어깨는 풍만하다고. 너는 절대 미화가 아니라고! 나는 그녀의 량어깨를 부여잡고 구슬피 울었다.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 아니, 울긴 왜 울어요? 그래! 미화가 아니면 어찌랴…?! 그럼 똑똑히 봐! 미화가 아니였더면 네가 어찌 여기까지 왔어?! ― 아니, 아니야!  미화의 입술은 연분홍이였어. 항상 붉은빛을 머금고 생기에 넘쳤어. 그런데 너의 입술은 거머죽죽하게 왜서 이처럼 늦가을의 배추잎 같은거야? 그리고 미화의 얼굴은 언제나 사랑에 넘치고 윤기가 돌았어. 너는 나를 속이고있어. 미화를 속이고있는거야. 나는 그녀를 힘껏 뿌리쳤다. 그녀는 비칠비칠 진탕에서 휘청거린다. ― 그래! 너 왜서 나를 속였어. 한없이 고요한 내 이 가슴에 왜서 파문만 일으켜놓고 그래. 이러면!다야? 너 말해봐! 어서 말해봐! ― 그럼 들어보세요. 이 한세상 기탁코 콱 들어보세요. 왜서 당신은 그런 의문만 가지는가요? 네?!  흑흑흑… 그래요. 저는 미화가 아니얘요. 미화는 언녕 당신의 가슴속에서 사라졌어요. 아니, 미화는 소리없이 죽은지 오래였어요. 그런데 당신은 왜서 여직껏 미화를 찾지 않았는가요? 네?!  말씀해보세요. 미화는 지금도 계속 당신을 부르고있어요. 붉은 입술이 추들추들 말라서 갈라터지면서도 두눈에서는 허연 눈물이 곬을 치며 량볼의 홀쪽한 홈채기를 꽉 메우며 흐르는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당신만 찾았어요. 그래 당신은 왜서 또 떠나시려는가요? 네?!  그래요! 미화는 죽었어요! 죽었단 말이얘요! ― 뭐?! 너 다시 한번 더 말해봐! 미화가 죽었다고. 미화는 죽지 않았어. 미화는 여직껏 나의 마음속에서 푸르른 희망으로 싹터온 리상이였어. 그런데 요 괘씸한것이… 그래 너는 왜 미화가 죽었다고 하는거야?! 나는 돌아서서 멍청하게 서있는 그녀의 뺨을 호되게 후려쳤다. ― 너, 또 말해봐! 미화가 죽었다고?! … ― 엉…?! 아니? 미화! 미화야…! 나는 미화를 가슴에 꼭 껴안았다. 두팔을 깍지걸이해서 숨막힐 정도로 꼭 끌어안고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미화는 말없이 그런대로 몸을 맡긴채 눈물만 흘렸다. 나는 눈물이 흐르는 그녀의 얼굴에, 입술에 오래동안 키스로 입을 봉하고말았다.  ― 아니, 미화 울지 마! 울긴 왜 울어.  찝찔한 눈물이 막 입안에 흘러들어가. 울지 마! 내가 있지 않아.  우리 서로서로 함께 있을 때면 너 왜 자꾸 우는거야?! 미화는 나의 몸을 꼭 껴안았다. ― 아, 아니얘요! 저는 기뻐서 울어요. 슬퍼서 울어요. 자 보아요. 이젠 눈물도 싹 다 말라버렸어요. 그래 당신은 여태 어디에서 무엇때문에… ― 묻지 말아! 네가 그렇게 물을 때면 나의 가슴이 막 미여지는것만 같아.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니야. 나는 네가 죽은줄로만 알았어!  미화, 오늘 우리 집에 가자구.  그래 우린 왜서 번마다 이 밀회의 밤에 비와만 동무해야 하나?  하느님도 무정하지. 왜서 너와 나의 사랑에 비만 주시는거야? ― 아니, 아니 갈수 없어요. 우린 이젠 서로서로 다른 저들의 집이 있지 않아요? 당신에게는 또 꽃같은 안해가 있고요.  후, 저는 갈수가 없어요. 제발 다시는 그런 말씀 꺼내시지 말아주세요. ― 뭐? 왜서…?! 리유가 그런거야?  나는 그래도 너를 애타게 그리였는데 그럼 너 갈데로 가. 어서 콱 가란 말이야. 빨리 가… 나는 그녀를 힘껏 뿌리쳤다. ― 가! 어서 빨리 가란 말이야! 하늘에서는 여전히 궂은비가 질끔질끔 내리고있다. 하늘은 검은 장막으로 꽉 뒤덮였다. 어둠은 칠흑같이 짙어갔다. ― 흑흑 제발, 제발… 아니, 아니… 저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 언제든지 오직 당신만을 사랑했어요. 아니, 왜서… 어쩌면 그렇게 무섭게 쏘아보시나요? 뭐. 제가 그릇된 일이라도 저질렀나요? 아, 무서워요. 무서워요. 나는 그녀의 울부짖음도 몸부림치는것도 모르고 다만 한정없이 그녀의 얼굴만 무섭게 쏘아보았다… ……    《아니, 여보! 여보! 어쩐 일이세요? 당신 얼굴이 영 말이 아니얘요. 왜서 이 비오는 밤 그렇게 정신없는 걸음을 걸어요? 네?!》 안해는 수건을 찾아들고 비물이 줄줄 흐르는 머리며 얼굴이며 몸이며를 살살 닦아준다. 《당신 몰골이 요새 정말 말이 아니얘요! 어디 몸에 탈이라도…》 ― 듣기 싫어! 제길할 너의 말이라면 이젠 막 신물이 나. 저리 비켜! 왜서 사람을 자꾸만 이리 닥달구기만 해! 나는 안해를 홱 뿌리쳤다. 안해는 함지박 같이 풍만하고 실팍한 무거운 몸을 이기지 못한채 한쪽에 놓인 재봉침다리곁에 휘잉 나가 쓰러졌다. 《아니, 당신 오늘 또 술을… 왜서 날마다 이렇게 리태백의 신세 돼가나요? 이제 위궤양이 더 악화돼가면…》  안해는 우는것 같았다.  아니, 안해는 울고있었다… ……     나는 울었다.  그녀도 울었다. 《8》자가 드는 비오는 날 밤 우리는 울고울었다. ― 비는 왜서 자꾸만 오나? 어쩌면 우리 둘이 함께 모일 때면 언제나 이렇게 비만 내리나? ― 아뇨? 비가 아니라는데두요. 그건 저의 눈물이얘요. 어쩌면 눈물은 이렇게 마를줄을 모를가요?  이젠 그것이 영원한 슬픔의 샘이 되여 얼굴에 깊숙이 홈채기만 파놓았어요. ― 아니, 정말…?! ― 그럼 보아요. 좀 똑똑히 보세요! 미화는 손수건으로 눈굽을, 얼굴을 닦고있었다. 푹 젖은 손수건안에서는 방향 잃은 백학 한마리가 비에 젖어 움츠러드는 날개를 퍼덕이면서도 그냥 날지 못하고있었다. ― 울지 말어! 울긴 왜 자꾸만 바보마냥 울기만 하는거야?  그래 끊임없이 울자고 비오는 밤 여기로 나온거야?  나는 우는것이 싫어. 정말이야! 나도 막… 나는 울고싶었다.  그러나 울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만은 계속해서 울고만 있었다. ― 왜, 왜서 자꾸만 우는거야!  나는 미화가 왜서 우는가를 알수가 있어!  나는 미화를 사랑해! 정말이야!  그러나 나는 미화때문에 나의 존귀한 명예를, 소중한 영예를 저버릴수 없는것이야! ……   나는 그때 지구 청년작가강습반에 다니였는데 강습반의 선생이며 출판사 문예주필인 어느 한 선생님의 눈에 들었었다. 하여 나의 작품은 곧 해빛을 보게 될것만 같았다. 나는 자본가에게 채용된 로동자마냥 주필의 비위를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것도 없는 해학과 양기를 피워가면서 말이다. 어느 한번 주필은 나한테 미혼처가 있는가고 물었다. 그때 나는 어망결에 있었는데 이미 그만두었다고 말한것 같다. 그때 주필의 얼굴에서는 이름못할 신비한 그 어떤 기색이 잔잔히 물결치는것만 같았다. 나는 주필의 신임을 얻고저 극력 미화와의 일을 없는것으로 꾸몄다. 그렇지 않고 주필의 눈에 나는 날이면 끝장인것이다.  나는 나의 작품과 영예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나는 이 주필이란 《자본가》한테 채용된 《로동자》에 불과했다. 어느날 주필은 나를 사무실에 불러놓고 그전에 그만두었던 처녀와 다시 사랑을 회복하라고 극진히 권유하는것이였다. 그때 나는 하마트면 그의 앞에서 미화의 말을 할번했다. 그러나 나는 한사코 승인하지 않았으며 미화를 입밖에 내지 않았다. 그러자 주필의 얼굴에서는 기쁨의 빛이 먼 바다우의 신기루마냥 천천히 피여오르더니 집의 따님이 나의 작품에 흥취가 있어 한다면서 기회를 만들어 한번 만나보았으면 한다는것이였다.  주필의 따님은 아버지 손을 빌어 나의 작품을 꼭 발표하라고 권하기도 하였단다. (나는 그때 출판사에 나의 중편소설《그림자》의 원고를 교부중에 있었다) 그런데 사랑이란 무엇인지, 애정이란 무엇이였던지, 우정이 없는 믿음이란 있었는지… 그러나 하여튼 사랑과 영예는 어디까지나 구별이 있었다.  나는 주필의 엄한 물음앞에서도 태연히 대담하게 땀을 들일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주필의 예리한 두눈은 여전히 나의 마음속 음흉한 계획을 손금보듯이 꿰뚫어보려는것처럼 그 무엇이든 찾으려고 암갈색 푸른빛을 번뜩이고있었다. 나는 태연히 주필한테 집의 따님과 한번 만나 친구로 사귀는것도 좋겠다고, 나는 그녀와 사귈 생각이 간절하다고 서슴없이 말했다. 그때 나의 생각에는 나의 작품들이 이제 곧 해빛을 보게 될것만 같았다. 나는 명성을 날리게 될것만 같았다. 나는 곧 주필의 사위로 될것만 같았다. 그러나 나는 주필의 사위로 되려는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었다. 또한 그의 딸은 더구나 사랑할수가 없었다. 나에게는 이미 사랑하는 미화가 있었기때문이다. 며칠후, 나는 주필의 집으로 놀러갔다. 그때 주필은 나를 기쁜 심정 그대로 열정적으로 맞아주었고 그의 따님은 나한테 깍듯이 인사하며 수집은 얼굴에 처녀로서의 교태를 부리며 입가에는 또 만족스러운 웃음까지 담는것이였다.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나는 마찬가지로 그의 집에 갔었고(사실은 작품을 가지고 갔었지만…) 주필도 여전히 기쁜 심정으로 맞아주었으며 그녀는 교태머금은 달아오른 얼굴을 나의 앞에서 식힐줄을 몰랐으며 수집은 얼굴에 그 무엇인지 말 못할 사연을 숨기느라고 어쩔줄을 몰라하는것만 같았다. 며칠후에는 서로서로 익숙한 허물없는 사이로 밤거리의 유보도의 산보도, 간이식당의 식탁에도 서슴없이 함께 나란히 하게 되였다. 한때 나는 그녀를 떼여버리려고 마음먹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떼여버릴수가 없었다. 나의 눈앞에는 명예와 빛나는 영예의 훈장이 무서운 빛을 뿌리며 나의 두눈을 황홀하게 자극했던것이다. 나는 또 미화를 잊을수가 없었다.  나의 마음속에서 믿음과 우정으로 깊이깊이 뿌리박고 싹틔운 이제 곧 푸른가지 펼쳐가려는 첫사랑 애정의 나무가지를 무참히 짓밟아버릴수가 없었다.  나는 나의 책이 출판된후이면 그녀를 멀찍이 차버리려 했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왕왕 사람들의 생각과는 판이하게 된다. 나는 나의 귀중한 첫사랑을 그리였고 나의 영예를 그리였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종내 그녀를 떼여버릴수가 없었다. 그녀의 모든것은 다 나를 위해서 숨쉬였고 나의 모든것은 크나 작으나 또 그녀를 위해서 생존하는것만 같았다. 어느 하루 내가 주필의 집에 찾아가니 주필은 집에 없고 다만 그녀만이 나를 열정적으로 맞아주는것이였다. 그때 탁상등을 켜놓은 어둑시그레한 서재에 남은 두 청춘은 일시 순간의 굶주림에 허덕이였다.  ― 아! 아…!! 감정의 격동은 사랑과 영예를 분간할줄 몰랐다.  분노는… 사랑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나의 눈앞에는 다만 굶주린 한마리의 거멓고 새하얀 미모의 야수만이 나의 모든것을… 바라고… 있을뿐이였다…  꿈지럭… 버스럭… 스르럭… 헉헉헉… 히히히… 으흐흠… …… 야수는 나를 통채로 삼키려고 새빨간 아가리를 쫘악 벌리고 입을 쩝쩝 다신다. 나는 더는 참을수가 없었다.  나는 뾰족한 송곳이로 엉큼엉큼 야수를 씹어 삼켰다.  그러나 채 익지 않은 살점마다에서는 뻘건 피가 뚝뚝 떨어진다.  비린내가 자그마한 방안에 꽉 연기마냥 덮혔다. 나는 비린내에 취했다…  야수도 코를 찌르는 무서운 비린내에 질식했다… 움직일줄을 모른다… ……     나는 비칠비칠 계속 휘청이는 다리를 겨우겨우 옮겨놓으며 천천히 걸어간다. 《8》자가 섞인 비오는 날이다. 미련에 떠는 울부짖음은 언제까지도 나의 두리에서 맴돌고있다. 《여보, 당신 어데로 가시나요? 네, 여보, 이렇게 억수로 퍼붓는 소낙비 맞으며 우산도 없이 어데로 가신다고 그러세요? 네?! 여보…》 ― 뭐? 어데로 가는가구. 그래 내 너한테 나의 끓어넘치는 미화의 사랑을 이실직고하란 말인가? 흥, 더러워서… 안해는 눈물을 뚝― 떨군다. 나는 미여지는 가슴을 뚝뚝 쥐여뜯는다. ― 아, 사랑! 사랑이란 대체 뭐게 요다지도 애간장 태우나.  사랑! 사랑은 다 유혹에 떠는 불빛이야.  청춘에 타는 황금의 기편이야!  아! 영예와 사랑! 사랑은 미혹되고 영예는 또 사랑에 귀속되고… 결국에는 다 엎음갚음이야! ……   《아니, 왜서 인제야 와요? 그래 정말 제가 그렇게도 싫나요? 내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두시간 남짓해요. 남자들이란 본래 다 그런가요? 네? 처음에는 녀자들한테 빌붙으며 단몸을 식히다가도 축 늘어진 강아지마냥 맥골도 없이 인츰 싫증을 내지요. 또 그래 어디 봐둔데가 있죠? 그렇지 않으면 미화를 찾아가고… 내 어디 고 년을…》 ― 아니, 왜서 자꾸 미화, 미화하는거야. 나는 미화와 거래하지 않아. 자, 믿지 못하겠으면 보아… ……   ---계속---<<연변문학>> 2007년 5월호
12    존재는 슬픔을 지킨다 [9完](김태현) 댓글:  조회:800  추천:29  2007-11-14
    9   눈을 떠보니 몸 전체가 홀가분해진것 같았다. 쉽게 움직일수 있는 왼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니 반쯤 가렸던 입가의 붕대도 말끔히 풀렸고 오른쪽눈도 완전히 내놓인채로 있었다. 그러나 오른쪽눈에는 여전히 큼직한 가제천이 붙어있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멀쩡한 왼쪽눈으로 병실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병실에는 한사람도 없었다. (아니? 계월이는 어디로 갔지?) 나는 다시 왼손을 움직여보았다. 좀 전보다도 더 훨씬 가벼워진것 같았다. 그러나 두다리는 여전히 좀체로 끄떡도 하지 않았다. 머리를 기웃거려보았으나 매우 힘들었다. 오른쪽손도 여전히 그 무엇에 꽉 찡기여있는 무거운 느낌이였다. ― 여보! 계월이…?! 나는 붕대를 풀어 가벼워진 입술을 혀끝으로 추기며 계월이를 불렀다. 그러나 계월이는 좀체로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하얀 병실의 출입문우에 높직이 걸려있는 네모난 전자시계만이 한가롭게 재깍재깍 그네를 뛰며 쉼없이 돌아가고있을뿐이였다. 나는 창밖의 해빛을 따라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니, 이 해빛이 얼마만이지? 내가 여기에 언제부터 이렇게 누워있었지? 그런데 계월이는…) 이때 가벼운 문소리가 들렸다. 나는 보이는 왼쪽눈을 살며시 감았다. 계월이의 잘잘 신뒤축을 끄는듯한 소리와는 달리 차악차악 사뿐사뿐 걸어오는 가벼운 발자욱소리였다. 나는 눈을 감은채 그 발걸음소리의 임자가 가까이로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발걸음소리의 임자는 어디까지 왔는지 갑자기 걸음발을 딱 멈춰버렸다. 대신 가느다란 흐느낌소리가 나의 귀전에 아프게 들려왔다. 계월이 아닌 다른 그 누구의 흐느낌소리였다. 나는 왼쪽눈을 번쩍 떴다.  ― 리정자…?! ― 당신이 끝내… 리정자녀성이 달려와 나의 왼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량어깨를 들썩이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 흑흑흑… ― 울지 마오. 나는 인츰 일어날거요. 그런데 어떻게 알고 왔소? 계월이는… 나의 안해는… 갑자기 리정자녀성이 나의 왼손을 뿌리치고 창문앞에 달려가 콩크리트 창턱에 얼굴을 묻고 세차게 어깨를 들먹거렸다.  ― 묻지 마세요. 제발 더는 묻지 마세요. 흐흑흑… 리정자녀성의 애끊는듯한 울음소리가 나의 가슴팍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 대체 웬 일이요? 그리고 나의 안해는… 계월이는 어디로 갔소?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나는 갑자기 머리에 강한 진통을 느끼고 어금이를 꽉 앙다물었다. 리정자녀성이 천천히 돌아섰다. 량볼에서는 두줄기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리정자녀성의 얼굴도 계월의 얼굴처럼 까칠해져있었다. 나는 방불히 계월이를 곁에 다정히 보는것만 같았다. ― 아니, 여보…? 나는 머리의 진통때문에 또 한번 왼쪽눈을 꼭 감았다. ― 여보세요? 나는 왼쪽눈을 번쩍 떴다. 그러나 계월이가 아니였다. 리정자녀성이 달려와 나의 가슴우에 얼굴을 묻었다. ― 흑흑… 당신의 안해는… 당신의 안해는… 아 흑흑… 당신의… 안해는… 계월이는… 아 흑흑흑… ― 그래 어찌된 일이요? 양…?! 나는 덮쳐드는 아픔을 가까스로 참았다. ― 며칠전 당신의 안해가 저를 찾아왔어요. 당신께서 저를 떠나오던 날 밤 자동차에 치이여 생사를… 그러면서 꼭 병원에 와달라는것이였어요. 그러나 저는 당신을 만나기가… 더우기 당신의 안해앞에… 저의 죄스런 몸을 떨었어요. 그때 당신의 안해가 흑흑… 이것을… 나는 리정자녀성의 손에 들린 종이장을 홱 나꾸어챘다. 그러나 심하게 들쑤셔대는듯한 머리의 진통때문에 한글자도 눈에 당겨오지 않았다. ― 뭔데… 이게… 그런데 이 눈이  갑자기… 나는 종이장을 든 왼손을 맥없이 떨어뜨렸다. ― 당신의 안해는 위암말기였어요. 저한테 당신을… 당신을 부탁하고는 아… 아… 흑흑… 청천벽력이였다! 눈앞이 또다시 노오랗게 몽롱해졌다. 나는 믿을수가 없었다. 왼손을 뻗쳐 다시 그 종이장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분명히 김계월의 이름자가 박혀있는 《위암말기》라는 병원의 진단서였다. (아?! 언제부터였던가? 계월이가 간혹 배를 끌어안고 괴로움에 몸을 떨며 고통스러워 난감해하던 일들이… 아… 아… 윽…?!) 나는 눈앞이 뿌옇게 흐려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침대우의 시트를 왼손으로 꽉 움켜잡고 힘껏 비틀었다. ― 아! 아… 계월이…?! 여… 어… 보…?! 나는 처음으로 사나이의 목터지는듯한 황소울음을 길게 터뜨렸다. 그러나 울음소리는 의외로 목구멍안에서 가냘프게 맴돌았다. 리정자녀성이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는 나의 왼손을 꼭 잡아주었다. ― 진정하세요. 당신이 이러시면 당신의 안해는… 당신의 안해에게 미안하지 않으세요? 언제까지 당신은 안해에게 흑… 당신의 안해는 당신께서 이처럼 자신을 괴롭히는것을 용서하지 않을거얘요. 이때까지 당신의 모든것을 속속들이 알고있으면서도 당신을 용서해왔고 또 자신은 깨끗이 살아오면서도 당신에게… 당신에게 《아버지》라는 부름소리를 듣지 못하게 한 자신을 원망하고 저주하기도 했었어요. 그러면서 당신을… 당신을 두고 먼저 떠난다면서 당신의… 당신의 걱정… 흑흑… 당신의 걱정때문에 아, 아… 흑흑… ― 아니 그럴수가 없어! 절대 그럴수가 없어!  갑자기 온몸이 심하게 경련을 일으켜왔다. 곁에 앉아있던 리정자녀성도 조금씩 조금씩 저멀리로 사라져갔다. 나는 전신을 마비시키는것 같은 머리의 진통을 더는 참을수가 없었다.  나는 왼손을 머리우로 쳐들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것은 자그마한 주먹이 아니라 말발굽 같은 거구의 주먹이였다.  나는 그 거구의 주먹을 흔들어보았다. 힘에 겨웠다. 그러나 나는 있는 힘껏 젖먹던 힘까지 다해 진통이 솟고있는 머리통을 향해 그 거구의 주먹을 날렸다. 꽝― 쾅― 쾅!!  순식간에 일어나는 찢어지는듯한 모진 아픔이였지만 그 아픔과 함께 그처럼 심하게 들볶아대던 전신의 동통이 가뭇없이 사라졌다… 오로지 숨막힐듯한 질식의 고요가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나를 향해 가볍게 손을 저으며 하얗게, 하얗게 웃고있을뿐이였다… 나는 후― 하고 안도의 숨을 가볍게 내쉬였다… 병실안이 삽시에 조용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연변문학>> 2007년 1월호
‹처음  이전 1 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