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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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지 못하는 비둘기
2013년 03월 15일 11시 13분  조회:977  추천:0  작성자: 김태현
날지 못하는 비둘기

아침에 눈을 뜨니 바깥 창턱에서 하얀 몸체에 머리부분과 날개끝쪽에 회색과 검은색을 가진 비둘기 한마리가 두눈을 대록거리며 뾰죽한 부리로 창문을 쪼아대고 있었다.

너무나 대견하고 신기하기만 했다.

제꺽 일어나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비둘기는 전혀 날아갈념이 없이 창턱에 고즈넉히 앉은채 부리로 목깃털을 쓰르며 제집인양 너무나 한가했다.

조심스레 다가가 손을 내밀었지만 비둘기는 알은체도 않고 가만히 숨 죽인채 얌전하게 앉아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날짐승이지만 이처럼 대범하게 사람의 손에도 반항이 없는것은 처음이였다. 하지만 비둘기는 나의 손안에서도 너무나 여유작작했다.

행여나 누군가가 의식적으로 놓아둔것은 아닌지 여기저기 살펴보아도 집주위를 빙 둘러막은 울바자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비둘기의 몸체는 너무나 따스했다. 순간적으로 비둘기의 하얀 몸체를 더듬어보는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것만 같았다.

그러나 어딘가에서부터 홀로 날아왔을 의문의 꼬리는 시종 제거되지 못했다.

나는 비둘기를 안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종이박스를 찾아 우선 비둘기집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둘기는 종이박스안에서도 너무나 태연자약했다.

그처럼 사람의 손길과 여러가지로 된 주위의 시선과 접촉을 많이도 받아본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비둘기를 찾는 주인이 나타나기전까지 비둘기의 대리주인으로 되여야겠다고 생각했다.그렇게 정성스레 종이박스안에 밥도 주고 물까지 곁들여서 주었다.

비둘기는 아무런 체면도 없이 너무나 잘도 쪼아먹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다리나 어디 날개라도 부러진 병신 비둘기는 아니였다.

(그런데 왜서 날려고 하지 않지?! 아니, 날지 못하지…?!)

나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하여 금방 준 밥알만 맛나게 쪼아먹는 비둘기만 넋놓고 들여다보았다. 역시나 비둘기는 날지 못하는것으로 사육장에서 기르는 식용비둘기였던것이다.

낮은 종이박스를 자기의 주어진 삶의 보금자리로 간주하고 비둘기는 먹이만 정성껏 쪼아먹는다. 물론 뛰쳐나오려면 아무리 식용비둘기라고 하여도 능히 종이박스의 둘레를 벗어날수도 있으련만 비둘기는 도망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는가보다. 오로지 주인이 던져준 먹이만 탐하고 언젠가가 될지도 모를 주인의 포획물로 자신의 살찐 몸뚱이를 바칠 그날만을 숙명으로 알고 사는것만 같았다.

나는 비둘기가 날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서운함을 배제할수가 없었다. 나의 앞에는 그저 날지 못하는 고기덩어리인 식용비둘기 한마리가가 놓여있을뿐이다.

나는 어쩌면 이 비둘기의 임자를 찾지 못할수도 있다. 아니, 이처럼 아무런 위기감도 못 느끼고 연연한 목숨을 주인만을 위해 혹사하는 비둘기의 재롱이 너무나 슬펐다.

이제 주인이 나타나면 비둘기가 어떻게 될지를 예측할수도 없다.

비둘기우리를 뛰쳐나온 식용비둘기를 두고 주인은 배신감을 느끼고 그대로 잡아서 국을 끓이든 구워서 먹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할것이다. 아니면 시가지로 가서 꼬챙이뀀점에 팔아버리든지…

아니다! 내가 오산한것 같다. 이 비둘기가 혹시 주인이 시가지로 팔려고 나섰다가 흘린것은 아닐가?! 그렇다면 이 비둘기야말로 자기의 목숨을 너무나도 홀가분하게 건진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급급히 비둘기의 주인을 찾으려던 생각을 달리 할수밖에 없었다.왜 냐하면 주인장을 찾는것과 동시에 이 비둘기의 운명이 뒤바뀌게 될것이기 때문이였다.

갑자기 비둘기가 “구구구” 야릇하게 쾌창한 울음소리를 흘렸다.

어쩌면 함께 있던 자기의 동료들을 찾는 부름소리는 아닐가?!

아니면 지극정성으로 자기한테 먹이와 물을 주고 이만큼 키워준 주인을 찾는 애타는 부름소리일가?!

나는 두손을 내밀고 종이박스안에서 비둘기를 꺼내들었다. 백설같이 하얀 털밑에 살이 포동포동 오른 너무나 귀여운 따스한 몸체였다.

나는 비둘기의 머리부터 시작하여 하얀 깃털까지 살살 가볍게 어루쓸어주었다. 그런데 부지중 뾰죽한 아픔이 손끝을 살짝 찔렀다. 비둘기의 날개죽지를 쳐드니… 아하, 원래는 이런 판국이였었다.

누군가가 비둘기 날개의 깃털을 잘라버렸던것이다. 그러니 이 비둘기는 날지를 못할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던것이다.

나는 비둘기의 아픔을 가슴으로 헤아리기로 했다.

그날부터 종이박스안에는 언제나 맑은 물과 하얀 이밥과 강냉이쌀이 소복하게 쌓여있었다.

이제 비둘기의 하얀 꿈이 실현되는 그날이면 나도 그리고 비둘기도 자연스레 자기를 감금하고 자유를 박탈하던 이 종이박스안에서 하늘로 훨훨 날아오를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오늘도 종이박스안에 하얀 이밥과 강냉이쌀과 물을 넣어주는것을 잊지 않고 있다. 물론 나날이 눈에 띄게 커가는 비둘기가 아니, 비둘기의 날개죽지 깃털을 바라보며 꿈을 잃은 비둘기에게 나만의 아픈 꿈을 조용히 곱다랗게 실어주고 있다.

이제 그 꿈이 현실로 되여 갈 때 비둘기는 정말 하늘로 날아오를수가 있을가?!

비둘기는 아직도 하늘을 날지 못한다.

하지만 비둘기는 알지 못할것이다.

누군가가 아니, 자기에게 먹이와 물을 주고 정성껏 키워주던 주인이 결국 비둘기가 하늘을 날지 못하도록 날개의 깃털을 잘라버렸다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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