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소품
사촌녀동생
등장인물:
남편 (금방 로무수출에서 돌아온 사람)
안해 (그의 안해)
순애 (남편의 사촌녀동생)
(막이 열리면 안해 집 안에서 설걷이를 하는데 순애 임을 이고 등장)
순 애: 오빠!
안 해: 이게 누구요? 광평 시누이가 왔구만! (임을 받아 내리고 손을 잡아 끌어서 쏘파에 앉힌다.) 이게 몇해만이요?
순 애: 정말 오래간만이요. 그래 그간 잘 지냈소?
안 해: 양!
순 애: 오빠는 어째 보이지 않소?
안 해: 가두머리집에서 볼 일이 있다구 나오라고 해서 거기 갔소.
순 애: 전번 달부터 온다온다 하면서 일두 어찌나 많은지 이제야 왔소.
안 해; 일이 한창 많을 땐 게 그렇잖구!
순 애: 형님, 좀 일어나보오. (올케를 끌어 일으켜세운다.)
안 해: 어쩨 이러오?
순 애: 오래간만인데 인사를 제대로 해야지. 손이나 잡아보기오. (악수를 한다.) 서양 사람들처럼 안아도 볼까? (올케를 부둥켜안는다.)
안 해: 원, 성질도 하나두 안 변했구만!…그래 철만이 아버진 무사하오?
순 애: 그 사람 말은 하지도 마오.
안 해: 어째 그러오?
순 애: 글쎄 소꼴 베러 갔다가 뱀에게 물려서 하마터면 죽을번 했소.
안 해: 저런 쯧쯧!…그래 철만이는 잘 자라오? (순애 울상을 짓는다.) 어째 그러오?
순 애: 걔 글쎄 큰 아이들을 따라서 개암 따러 갔다가 벌에게 눈을 탁 쏘인게 하마터면 눈을 잃을 번 했소.
안 해: 시누이네 부자간은 어쩌면 사달만 치오?
순 애: 부자간만 사달을 치면 좋지!
안 해: 아니, 또 무슨 일이 있소?
순 애: 나도 글쎄 버섯 따러 갔다가 싸리 긁을 밟아가지구 온 여름 고생했소.
안 해: 별일도 많소. 어쩌면 온 집 식구 그렇게 사달을 치오?
순 애: 그러게 말이요? 액땜을 하는지?…형님, 철수는 중점고중에 붙었소?
안 해: 딱 1점이 모자라서 못 붙었소.
순 애: 1점이?
안 해: 양,
순 애: 정말 아쉽구나!
안 해: 그래서 시 고중에 보내구 말았소.
순 애: 가서 좀 사정해보든지 뒤문이라도 뚜져보지
안 해: 만원을 내면 붙여준다는데 철수 아버지 동의하지 않아서 그랬소.
순 애: 오빠가? 그 오빠 정말 웃기는구만. 돈을 가득 벌었으면 이럴 때 자식을 위해 푹푹 써야지 그 돈을 뒀다가 밥해먹는다오?
안 해: 돈을 무슨 많이 벌었다구?
순 애: 그래두 5년 로무수출을 하고 돌아왔으면 이삼십만원이야 벌었겠지…형님, 오빠 많이 축갔지?
안 해: 더 말할게 있소? 5년동안 바다에 나가서 고기잡이를 했다는게 살이 싹 빠지구 새까맣게 변했습데. 난 처음에 몰라봤다는데!
순 애: 에구야 기차다! 형님이 정말 가슴이 아팠겠소.
안 해; 더 말이 있소? 그 전에 사람들이 철수 아버지를 보고 왕심강을 닮았다면 《내 왕심강을 닮았는가, 왕심강이 나를 닮았지!》 하던게 사람이 살이 싹 빠지니 온 낯에 눈과 입 밖에 없습데.
순 애: 형님, 이제라도 사양원질을 잘 해서 오빠 몸을 꼭 춰세워주오.
안 해: 그런데 오빠 5년 사이에 사람이 변해도 영 요렇게 (손가락을 꼬부려보이며) 변했소.
순 애: (같이 손가락을 꼬부려 들고) 요렇게 변했다구?
안 해: 양, 내 글쎄 몸을 춰세우자구 채 몇가지만 더 볶아도 돈을 랑비한다구 야단치지 않겠소?
순 애: 그 오빠 정말 웃기네. 형님, 오빠한테 전화를 하오. 빨리 오라구!
안 해: 좀 있으면 오지 않을라구?
순 애: 야, 빨리 하라는데! (올케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안 해: 그 잘난 오빠에 대해 정이 자별하오.
순 애: 참 형님, 내 전보다 많이 변했지?
안 해: 변하긴 뭐 변했다구 그러오?
순 애: 오빠가 노무수출을 가 있는 사이에 애기 엄마가 됐지…(선자리에서 뱅 돌며) 보오, 체격이랑 많이 망가지지 않았는가?
안 해: 망가지긴? 아직 총각들을 꼬셔도 열둘은 꼬시겠소.
순 애: 그런데 엉치 어째 이렇게 자꾸 커지는지 모르겠소.
안 해: (전화한다.) 상화 어머닙니까? 철수 아버지를 좀 바꿔주겠나요? 철수 아버지예요? 지금 인차 집으로 오세요. 야, 롱담은 무슨 롱담이예요? 광평 시누이 왔어요.
순 애: (옆에서 전화기에 대고 소리친다.) 오빠, 내 왔소.
안 해: 예! 그럼 인차 오세요.
순 애: 형님, 날 어디에 숨겨주오.
안 해: 숨긴 어째?
순 애: 오빠가 오면 깜짝 놀라게 하자구 그러오.
안 해: 서른 살이 넘어가지구 별 장난을 다 하네.
순 애: 내 저 쏘파 뒤에 숨겠소. 오빠 물어보면 내 시내에 얼핏 나갔다고 하오.
안 해: 내 오빠에게 시누이 저 쏘파 뒤에 숨었다고 하겠소.
순 애: 야, 형님, 내 형님을 맏아매라고 부를게! (쏘파 뒤에 가서 숨는다.)
안 해: 애기 엄마 돼가지구 아이들처럼…
순 애: 여기 숨으니 숨바꼭질 놀던 일이 생각나오.
안 해: 신랑하구 놀던 일 말이요?
순 애: (일어나서 올케 옆에 가 앉느다.) 내 요렇게 조꼬마할 때 오빠와 숨바꼭질을 놀았단 말이요. 내 물독 뒤에 딱 숨었는데 오빠 들어오더니 이러잖겠소! 《야, 너 물독 뒤에 숨었지?》 내 너무 바빠서 《아니, 내 물독 뒤에 안 숨었소!》 이래서 글쎄 제풀에 붙잡히지 않았겠소?
안 해: 오는 것 같소. (순애 다급히 쏘파 뒤에 가 쪼크리고 몸을 숨긴다. 남편 등장)
남 편: 순애 왔다면서?
안 해: 예!
남 편: 그런데 어째 보이지 않소?
안 해: 새내에 얼핏 나갔다 오겠다고 금방 나갔어요. 그런데 그 집에서는 어째 청했던가요?
남 편: 개를 잡았습데.
안 해: 그런데 어째 벌레 씹은 상을 하고 이래요?
남 편: 당신 생각해 보오. 그 집에서 어째 개를 잡아놓고 나를 청했겠소?
안 해: 그래 어째 청했던가요?
남 편: 뛸 데 없이 돈을 꿔달라는게지 뭐겠소?
안 해: 그런 말을 하던가요?
남 편: 말은 안 합데. 내 짐작이요.
안 해: 참 당신도, 남의 호의를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다니요?
남 편: 호의? 옛말이면 듣기나 좋지! 그런데 순애는 어째서 왔다오?
안 해: 어째서 왔겠나요? 그 잘난 오빠를 보자구 왔지.
남 편: 그래 집이랑 다 무사하다오?
안 해: 무사할라구 생원은 소꼴 베러 갔다가 뱀에게 물려 고생하고 철만이는 개암 뜯으러 갔다가 벌에게 눈을 쏘여서 하마터면 눈이 잘못될번 했대요.
남 편: 저런!
안 해: 그리구 시누이는 버섯 따러 갔다가 싸리 긁을 밟아서 온 여름 고생했대요. 아마 돈이랑 많이 쓴 모양이였어요.
남 편: 여보, 순애를 보고 내 삼십만원을 벌었다는 말을 절대 하지 마오. (안해 말 말라고 입가에 손가락을 댄다. 남편 자기도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두리번거리더니 계속 말한다.) 가서 앓다나니 돈을 얼마 못 벌었다고 하오. (안해 말하지 말라고 손을 내젓는다.) 남들이 들을까봐 그러오? (소리를 좀 낮추어) 걔가 광평 한 끝에서 나를 보러 온단 말이요? 절대 아니요.
안 해: 아니긴 뭐가 아니예요?
남 편: 걔가 틀림 없이 돈을 꿔달라고 온게오. (안 해 손으로 남편 입을 막는다.
남편 성을 내며) 어찌라고 오늘 천사인체 하며 이러오? 내 그래 틀린 말을 했소? 당신도 생각해 보오. 이제 노래방을 꾸려야지 철남에다 집을 사야하지 돈이 모자라는데 어떻게 걔에게 꿔준단 말이요? (안해 쏘파 뒤를 손가락질한다.) 왜 그러오? (남편 쏘파 있는데로 다가가는데 순애 천천히 일어난다.) 순애! 넌 여기서 뭘하니! (순애 말 없이 눈물을 훔친다.) 얘, 너 어째 그러니? 넌 방금 내 한 말을 정말로 듣고 그러니? 내 방금 롱담했다.
순 애: 됐어요. 그만해요.
안 해: 정말 오빠 롱담한 게오.
남 편: 정말이다. 내 들어올 때 네 올케 네 거기 숨었다구 손가락질하더구나! 내 그래서 우정 널 놀리느라구 그런게다.
순 애: 5년이나 로무수출을 나가 고생하고 돌아온 오빠를 만나러 온게 그래 돈 때문이라고 생각하오?
남 편: 그런 게 아니란데…
안 해: 시누이, 오해요.
순 애: 오빤 그래 돈이 혈육의 정보다 더 크다고 생각하오? 흑흑…
남 편: 미안하다 순애야, 이국 타향에 가서 망망한 바다에 나가 돈을 번다는게 정말 힘들 었다. 돈엔 내 피와 땀이 슴배여 있다. 내 생명으로 바꿔온 거다. 그래서…
순 애: (가져온 짐을 헤치며) 철만 아버지가 오빠 몸이 많이 축갔을거라면서 개구리기름을 보냅데.
안 해: 그 비싼 걸 팔아서 살림에 보탤게지.
순 애: 그리구 이건 미시가루요. (일어서서 나가련다.)
안 해: 왜 일어서오?
남 편: 순애: 내 잘못했다.
순 애: 오빠 노래방을 꾸릴 때 자금이 모자라면 말하오. 몇만원은 몰라도 좀 보태줄순 있소. (입을 싸쥐고 퇴장)
안 해: 시누이 가지 마오!
남 편: 순애―
(막)
(연변연극단 공연, 출연: 김형관, 원용란, 고송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