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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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동시 10수 댓글:  조회:518  추천:0  2017-06-14
  동시 10수   강가에 앉아                                            강가에 앉아   눈감고 손으로 귀 막으면  강이 먼곳으로 도망 간다  귀에서 손 떼면  제자리 돌아오는 강  손바닥을 귀바퀴에 붙이면  어마어마한 소리를 내는 엄청 큰 강으로 변한다  조그마한  내 손에   강이 밀려갔다 끌려왔다   작아졌다 커졌다 한다           바다의 해돋이         우리 마을 동산에서 뜨는 해는  우리 집 밥상만큼 컸는데  바다에서 둥실 솟아오르는 아침해는  와!  밥상 백개 합친것보다 더 크네  륜선도 해와 비기니 놀이감배  저 멀리 섬도 해보다 작다  바다가 끝없이 넓으니 해도 저리 큰거야           파란 호수      아빠와 함께 뽀트 타던 날   파란 호수물 처음 보았다  노랑병아리빛 치마에 파란 물 튕길가  가슴에 두손 포개고 조심히 서있는데  심술쟁이 파도가 처절썩   치마자락에 물방울 끼얹어놓겠지  난 몰라   난 몰라  내 옷 어쩌나 발 동동 굴렀는데  참말 신기했다  옷에 한점도 옮지 않은 파란 물감           바람       살구나무가지끝에서  바람이 앵앵 울고있어요  빨래줄에 걸린 옷 팽개치고  장독뚜껑 허공중에 날려버리더니  나무가지 부러뜨리려 심술 부리다가  가지끝에 옷자락 걸렸나봐요  도와줘요  도와줘요  애처롭게 구원 청하는데              아무도 내다보지 않네요  저러다 옷자락이 찢어지면 어쩐담?  아이참, 그러게   고약한 미운 짓 일삼지 말게지         외가집 가는 길   뻐스타고 외가집 가는 길은 꽃들과 숨바꼭질하는 길   다박솔에 묻힌 굽이길 살짝 빠져나오면 ㅡ나 여기 있어! 함박꽃이 길섶에서 함박웃음 터친다   굽이길 숨어든 뻐스 가둑나무우둠지새로 얼굴 내밀면 ㅡ까꿍! 까만 주근깨 똑똑 여문 나리꽃 빨간웃음 정답다   날 잡아봐라는듯 유쾌한 경적 빵빵 또 한굽이 살짝쿵 돌아서면 방울 저으며 맞아주는 방울꽃   산꽃들과 숨바꼭질하는 사이 어느새 외가집까지 문떼고 척 들어서면 ㅡ우리 손주 왔구나! 호호백발 할미꽃이 반겨준다         두메산골(1)     들쑥날쑥 산봉우리들 하늘을 톱질한다   톱질해도 톱질해도 하늘은 베여지지 않고 톱질해도 톱질해도 톱날은 무뎌지지 않고         두메산골(2)     앞뒤산이 다가서서 키 대여보는 고장 점심먹으러 들어갈 때 앞산이마에서 눈 비비며 기지개켜던 해 점심 먹고 문 나서면 뒤산정수리에서 하품하며 잠자러갈 차비 한다         버마재비   톱을 갖고있으면서 목공일은 하지 않네   멋진 톱으로 쓱싹 풀잎을 잘라 나무잎뒤에 매달려 비를 피하는 잠자리에게 집이나 한채 지어줄게지   나무잎요람에 앉아 흔들흔들 그네뛰는 게으름뱅인줄로만 알았더니   이크! 괭이발로 덥석! 귀뚜라미를 찍어죽이는 곤충세계의 악당         코끼리     물싸움하면 아무도 코끼리를 이기지 못할거야!   긴 코로 물을 들이그었다가 쫘악 내뿜어봐라 열개의 물총 한꺼번에 쏜듯 십년 폭우 한순간에 내린듯 물벼락 맞고 달아나지 않을 동물 없을거다   숨바꼭질하면 아무도 코끼리를 당하지 못할거야!   집채만한 몸집 물속에 숨기고 코끝만 살짝 내밀어봐라 옆에서 뱅뱅 돌면서도 모두 눈뜬 장님 코끼리 터지는 웃음 꾹 참으면 며칠이고 찾아내지 못할거야!         오이   오이속엔 여름이 들어있다   한입 뚝 떼니 땡볕에 단벌옷 태울라 잎새뒤에 숨어 울던 청아한 매미소리   또 한입 뚝 떼니 동구앞 시내가에서 오구작작 미역감는 발가숭이 아이들…   한입한입 떼먹을 때마다 즐거워지는 귀 즐거워지는 눈   오이 한개 다 먹으니 결 고운 푸른 바람 가슴에 흘러들어 나는 어느덧 록음 짙은 수림으로 된다  
16    말하는 눈사람(아동소설) 댓글:  조회:489  추천:0  2017-06-06
  아동소설 말하는 눈사람 허두남       이마에 임금 왕(王)자가 새겨진 범은 양에게로 한발자국두발자국 다가듭니다.     “따웅-”     범이 아가리를 짝 벌리는 순간 외동이는 얼른 손으로 눈을 가렸습니다. 소름끼치는 끔찍한 장면을 보지 않으려는것입니다.     잠시뒤 손가락새로 살며시 내다보는 외동이,  눈이 유리알처럼 올롱해집니다.     (아니…?)     피못속에 쓰러졌을줄 알았던 양이 뿔로 범을 떠받고있지 않겠나요? 몸집도 양보다 두배나 되는 거의 다 자란 범은 양앞에서 쩔쩔매고있었습니다. 그놈은 양에게 떠밀리워 뒤로 물러서다가 급기야 쿵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외동이는 손벽을 짝짝 쳤습니다.     양이 다시 앞다리를 쳐들고 꼿꼿이 일어섰다가 떨어지면서 들이받자 짐승의 왕은 껑충 뛰더니 허리를 늘구며 달아났습니다.     “형, 저 범은 어째서 양을 못 이기나?”     외동이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옆에 앉은 외사촌형 설송이를 올려다봅니다.     설송이는 외동이보다 세살 많지만 텔레비죤에 나오는 한어를 알아듣는지라 동생에게 차근차근 설명해줬습니다.     “저 범은 아기때부터 공원에서 자란 범이란다. 자기절로 짐승을 잡아본적이 없기에 양을 봐도 무서워하는거야!”     설송이는 일어나서 텔레비죤을 껐습니다.     “날씨도 좋은데 우리 밖에 나가 눈사람이나 만들자꾸나!”     “싫어, 아빠가 눈 가지고 놀면 감기 든댔어!”     “감기는 무슨…괜찮아!”     와동이는 고개를 살래살래 저을뿐.     설송이는 막무가내라는듯 한숨을 호- 내쉽니다.     설송이는 이번에 겨울방학을 하자마자 산골에 있는 외사촌동생 외동이네 집으로 놀러왔습니다. 외동이네 집에 와있는동안 그는 어린 나이에도 외삼촌이 아들을 너무 어루만진다는감이 들었습니다. 외삼촌이 외동이에게 한 말은 대개 이 런것들입니다.     “외동아, 애들이 산에 가서 썰매를 타도 넌 가면 안 된다. 감기들어도 그렇고  산비탈에서 구을면 큰일날라!”     “외동아, 연필들을 다 가져와. 아빠가 깎아줄게…”     “이리온, 웃옷 단추를 채우자꾸나!”     사흘전이였습니다.     방안에서 아빠를 부르는 외동이의 새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외삼촌이 천방지축 방안으로 달려들어가는것과 같이 설송이도 방안에 들어섰습니다. 도대체 무슨 큰 일이 생겼나 했더니 발이 가득 달린 자그마한 벌레 한마리가 외동이 베개우에 기여올랐던것입니다. 외동이는 마치 범이라도 본듯이 벌레를 가리키며 혼겁한 소리를 지르고있었습니다.     설송이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갔습니다. 그런데 외삼촌은      “이놈 벌레, 감히 우리 외동이를 겁주다니, 어디 혼나봐라!”     하면서 비자루를 가져다가 탁탁 쳐서 쓸어버리는것이였습니다.     외동이가 아빠의 “최고지시”를 내세우며 밖에 나갈 엄두도 못내자 설송이는 좋은 수가 없을가고 머리를 짰습니다.     “외동아, 너 방학숙제를 했니?”     “아직 못했어!”     “그럼 책 가져와! 형이 도와줄테니 방학숙제를 하자.”     “와, 좋다! 형 진짜 짱이야!”     외동이는 깡충깡충 뛰여가더니 “소학교 1학년 겨울방학방학숙제”라고 쓴 책을 들고왔습니다.     숙제책을 펼치고 앞부분을 훑어보던 설송이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내 이럴줄 알았어! 해마다 이런 내용이 빠진적은 없으니깐!)     첫페지에는 이렇게 씌여있었습니다.     “눈이 내렸을때 눈사람을 만들면서 유쾌하게 놀고 그 내용으로 작문 한편을쓰시오."     설송이는 손가락으로 첫페지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봐, 숙제책에서도 눈사람을 만들면서 놀라고 했지 뭐니? 지금 나가서 눈사람을 만들자, 이런 놀음을 많이 해봐야 글을 잘 쓸수 있어!”     작문쓰기를 제일 어려워하는 외동인지라 형의 말에 귀가 솔깃해났습니다.     “좋아!”     옷차림을 단단히하고 밖에 나간 그들은 마당의 눈을 쳐서 무져놓은 배나무밑으로 갔습니다.     “외동아, 우리 특별한 눈사람을 만들자!”     외동이는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형을 올려다봅니다.     “어떤건데?”     “말하는 눈사람말이다.”     “피, 그런게 어데 있어?”     “왜 없어? 만들면 있지.”     설송이는 눈을 줴기여 땅바닥에 쌓아올립니다.     “형, 뭐하는거야?”     외동이 물음에 신비스레 웃어보이는 설송이.     “좀 있으면 알게 될거다.”     외동이는 형이 뭘 하려는지도 모르고 시키는대로 눈을 줴기여 형에게 섬겼습니다.     설송이는 가운데에 바케츠아구리만큼 공간을 두고 둥그스름하게 눈을 쌓아올렸습니다. 몇번이나 다가서서 키를 대보더니 자기의 어깨높이만큼 되자 흐뭇해서 머리를 끄덕이였습니다.     그는 몸을 날려 배나무가지에 매달렸다가 쌓아올린 눈가운데의 공간에 살짝 내려섰습니다. 그러자 온몸이 눈속에 들어가고 머리만 내놓였습니다.     “외동아, 창고에 가서 귤을 담았던 상자를 하나 가져오너라!”     외동이가 빈 귤상자를 가져다주자 상자의 밑굽이 얼굴앞면으로 가게 얼굴을 상자안에 밀어넣었습니다.     “자, 내 머리를 안에 넣고 눈사람 머리를 만들어라!”     “뭐…?”     “안에다 나를 넣고 눈사람을 만들란말이다.”     외동이는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방금 눈으로 쌓은것이 원래는 눈사람의 몸뚱이였던것입니다.     “그러면 형이 얼어죽지 않나?”     외동이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안 죽는다.”     “감기걸리지 않나?”     “넌 그저 감기밖에 모르니? 형은 단련을 많이 했기에 감기가 무서워 못덤빈다.”     “피, 형 꽝포쟁이…”     “꽝포 아니야. 미덥잖으면 내기하자!”     “내기? 어떻게?”     “내가 감기 걸리면 너의 집에서 두주일 놀고 감기 걸리지 않으면 넌 눈사람만든 내용으로 작문을 쓰고…”     “좋아, 약속 물리면 계집애야!”     외동이는 제사 늘 계집애상을 하면서도 이 말은 입에 싹이 텄나봅니다. 누구와 약속할때마다 물리면 계집애란 말로 뒤를 눌러놓곤 합니다.     외동이는 형이 시키는대로 먼저 삽으로 눈을 퍼서 눈사람의 몸속ㅡ형이 들어서고 빈곳을 채웠습니다. 그런데 키가 작아서 올려다보면서 삽질하자니 애났습니다. 그는 펭킨처럼 되똥되똥 집으로 들어가더니 어머니가 재봉침을 돌릴때 쓰는 나무걸상을 들고나왔습니다. 걸상을 눈사람 몸옆에 붙여놓고 그우에 올라서서 눈을 부어넣으니 영 쉬웠습니다.     목이 있는데까지 눈을 다져넣자 형은 움직일수도 없이 온몸이 완전히 눈속에 묻혀버렸습니다.     이번에는 눈사람의 머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손으로 눈을 줴기여 들고 걸상우에 올라서서 스키복의 방한모를 올려쓴 형의 뒤머리며 귤상자의 량옆과 우켠에 붙였습니다. 무져놓은지 여러날 된 눈이라 질척한 멋이 있어 잘 붙었습니다.     “형, 춥지 않나?”     “아니.”     스키복이 방한도 방수도 할수 있는지라 진짜 시리지도 쯘쯘하지도 않았습니다. 머리의 뒤부분과 량쪽, 그리고 정수리에까지 눈을 둥그렇게 붙이자 눈사람 머리모양이 나타났습니다.     “앞면에도 눈을 붙여야지!”     “숨은 어떻게 쉬나?”     “쯤을 조금만 내놓으란 말야!”     설송이는 꼿꼿이 선채 입만 살아서 똑마치 햇내기 리발사에게 머리를 깎이는 까탈쟁이마냥 이래라저재라 지휘를 해댑니다.     외동이는 다시 눈사람의 얼굴 앞면-귤상자의 밑굽에 눈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숨쉬는 공간으로 가로 쯤 하나를 남기자니 얇게 붙여야 했습니다. 머리뒤나 정수리, 머리 량옆을 만들때는 눈을 많이 붙이니 쉬웠지만 조금씩 붙이자니 잘 붙지 않았습니다. 겨우 붙는가 하면 금방 와시시 떨어져내렸습니다.     “눈을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쳐서 붙여라!”     설송이가 시키는대로 눈을 줴긴 다음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쳐서 조심스레 갖다붙였습니다. 그랬더니 한결 나았습니다.     드디여 특수한 눈사람-말하는 눈사람이 탄생하였습니다.     “와, 눈사람이 진짜 멋지다!”     아닌게 아니라 멋졌습니다. 가늘고 긴 가로금으로 된 입이 좀 이상하다고 할가요? 그러나 그때문에 로봇같은 감이 나면서 더 멋스러웠습니다.     외동이는 앞으로 다가섰다 뒤로 물러섰다 하며 흐믓해서 감상했습니다. 자기손으로 이런 멋쟁이 눈사람을 완성했다는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하루사이 자기가 어른처럼 우썩 큰것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형, 어때? 아직도 안 춥나?”     외동이의 물음에 설송이는 감감 대답이 없습니다.     “형, 왜 대답을 안 해?”     여전히 말이 없습니다. 외동이는 겁이 더럭 났습니다. 형이 얼어죽지 않았나 근심되였습니다.     “형, 어서 대답해! 왜 말이 없나?”     그제야 무겁고 웅글진 소리를 내는 눈사람.     “난 네 형이 아니다. 먼 하늘나라에서 온 우주인이다.”     외동이는 형이 얼어서 정신이 잘못된것이나 아닐가 또 겁이 생겼습니다.     “형, 왜 그래?”     “지구나라의 어떤 애들은 부모의 지나친 보살핌때문에 동물원에서 키운 범처럼 무능한 애로 되고있다. 나는 그런 애들을 깨우쳐주려고 찾아왔다. 내 말을 듣고있느냐?”     “듣고있어”     “우리 우주나라 애들은 그렇지 않단다. 어릴때부터 절로 일을 해나가는 힘, 절로 어려움을 이기는 능력을 키운단다. 외동이 너도 그렇게 하느냐?”     “응…아니… ”     외동이는 혀가 짧은것처럼 떠듬거렸습니다.     “우주나라에도 애를 어루만지기만 하는 부모들이 더러 있단다. 그런 부모가 있는 애들은 어떻게 하는지 알고싶으냐?”     “알고싶어!”     이 말은 외동이의 속심말이였습니다. 이 시각 그는 자기와 말하고있는 사람이 외사촌형이 아니라 진짜 우주인처럼 생각되였습니다.     “그런 애들은 용감하게 부모의 마음을 바꿔놓는단다. 감기든다고 밖에 못나가게 하는 부모가 있다고 치자. 그럴때면 밖에 나가서 단련한다음 몸도 더 튼튼해지고 공부도 더 잘하게 된 자신의 모습을 아빠,엄마에게 보여드린단다. 우주나라 애들이 훌륭하냐, 훌륭하지 않으냐?”     “훌륭해!”     “한가지만 물어보자. 너 썰매가 타고싶냐?”     “많이 타고싶어! 그런데…”     “감기 걸리거나 상할가봐 아빠가 못 타게 한단 말이지?”     “그래!”     “그럼 내가 시키는대로 해라!”     “어떻게?”     "아빠와 내기하자고 해라. 감기걸리거나 상하면 아빠에게서 용돈을 안 받겠다고, 대신 감기걸리지도 상하지도 않으면 썰매타기를 하게 허락해달라고말이다".                                                                                                                                                                                                                                         :"아             "아빠가 들어줄가?”     “너에게 달린거지.”     “정말?”     "부모들은 자식이 잘되기만을 바란단다. 네가 단단히 마음만 먹는다면 아빠도 따라줄거야. 알만하냐?”     외동이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하였습니다.     “알었어, 우주인!”                                                                                                      2006.12.    
15    신나는 여름방학(아동소설) 댓글:  조회:454  추천:0  2017-05-25
  아동소설 신나는 여름방학 허두남       차창에 기대앉은 영호는 푸른 하늘에서 자유롭게 날아예는 산매를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새들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날개가 있고 마음껏 나래칠 푸른 하늘이 있고…)     이번에 영호는 여름방학을 하자 그 이튿날로 두만강변 s촌소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외삼촌집으로 놀러갔습니다.     s촌에서 영호는 열흘동안 정말 즐겁게 보냈습니다. 외삼촌은 학급 애들을 데리고 산이나 강에 가서 여러가지 재미있는 활동을 했는데 영호도 “특별신분”으로 함께 다녔습니다. 영호는 동생벌 되는 산골애들이 아는것이 그처럼 많은데 놀랐습니다. 새이름이나 벌레이름을 모르는게 없었고 풀이며 꽃이며 나무에 대해 집뜨락에 가꾼 남새처럼 알고있었습니다.     영호는 재미있고 뜻깊은 일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날마다 일기를 썼습니다. 외삼촌은 그가 쓴 일기를 하나하나 까근히 훑어보면서 지도해주었습니다. 구절 밑에 물결표를 치고 “잘된 구절”이라고 밝히기도 했고 “상세히 쓸부분” 하고 동그라미를 쳐서 범위를 그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일기는 날자를 쓴 귀퉁이에 ∨표를 치고 “좋은 글감”,이라고 표시해놓기도 했습니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자 어머니에게서 온 편지가 손끝에 만져집니다. 한숨이호ㅡ 나왔습니다.     어제 영호는 외삼촌이 애들을 데리고 산에 가서 산새의 집을 만들어주는데로 함께 갔습니다. 뜻깊고도 유쾌하게 한나절을 보내고 돌아오니 뜻밖에 어머니의 편지가 기다리고있었습니다.     “…다음학기 과목을 미리 배워줄 좋은 선생님을 찾았으니 이 편지를 받는로 인츰 돌아오너라.…”     영호는 맥이 탁 풀렸습니다. 어머니가 원망스러웠습니다. 왜 방학에도 맘껏놀지 못하게 한담? 왜 집에까지 선생님을 청해들이면서 못살게 군담? 방학마다 어머니때문에 책만 붙들고 살아야 했습니다. 이번 방학에는 어머니가 수도 병원으로 외할머니를 모시고간 틈을 타서 농촌으로 놀러올수 있었던것입니다.     영호는 기분이 잡쳐 뜬눈으로 밤을 팼습니다.     뻐스는 갈지자로 뻗은 산길에서 몇번이나 제굽이를 돌듯 달리더니 령마루에 올랐습니다. 다시 솔숲에 숨었다 나타났다 한시간이나 숨바꼭질해서야 현성에 이르렀습니다.     차에서 내린 영호는 신코만 바라보면서 묵묵히 걸었습니다. 래일부터 또 네모난 방안에서 네모난 책상에 마주앉아 네모난 책을 펼쳐들고 수련할것을 생각하니 지레 가슴이 답답해났습니다.     현립병원대문앞에 이르렀을때였습니다. 택시 한대가 앞에 와서 치-익 멈춰서더니 웬 사람이 아이를 업고 택시에서 내렸습니다. 아이를 업고 천방지축 병원 대문으로 들어가는 사람을 바라보던 영호는 눈이 데꾼해졌습니다. 아이를 업고 급한 걸음을 하는 사람이 다름아닌 영호네 어문선생님이였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네 아이가 앓는게로구나!)     이런 생각이 들자 뒤좇아 뛰여갔습니다.     “선생님!”     피끗 고개를 돌린 선생님의 땀벌창된 얼굴에는 긴장한 빛이 흐르고있었습니다.     “어린애가 앓습니까?”     “아니, 애영이가 까무라쳤어요.”     과연 선생님에게 업힌 애는 영호네 학급의 녀학생 애영이였습니다.     영호도 선생님을 따라 병원 급진실로 들어갔습니다. 안경을 건 뚱뚱한 오십대의 의사가 생김새보다 퍽 잰 솜씨로 진찰하더니     “지나친 긴장과 피로로 온 쇼크입니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글쎄말입니다…”     어문선생님이 의사에게 자초지종을 말하는걸 듣고서야 영호는 영문을 알게 되였습니다.     사연은 이러했습니다.     오늘 현에서 초중 1학년 작문경연을 하게 되였습니다. 영호네 학급에선 전번 교내작문경연에서 1학년조1등을 한 창선이와 2등을 한 애영이를 대표로 선발하고 어문선생님이 날마다 지도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오후 두시에 경연에 참가해야 할 애영이가 경연시간을 반시간남짓 앞두고 갑자기 까무러칠줄이야! 원체 약골인데다 매일 밤을 패가면서 경연준비를 하느라 너무 지쳤던것입니다…     애영이는 링게르주사를 꽂은지 얼마 안 되여 파랗게 질렸던 입술에 분홍물이돌더니 눈을 떴습니다.     영호는 애영이가 말하는걸 듣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조그만 소리로 선생님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작문경연에 창선이 혼자 참가합니까?”     “갑자기 사고가 났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나요?”     선생님의 팔목에 걸린 시계를 곁눈질해보니 두시까진 아직 십분가량 남아있었습니다.     영호는 “제가 애영이 대신 참가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려다가 혀끝까지 나온 말을  골깍 삼켜버렸습니다. 스스로도 주제넘은것같아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영호의 머리속에는 어문선생님이 교내작문경연을 총화하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선생님은 누가 썼는지는 밝히지 않고 작문 한편을 골라서 읽어주면서 아이들더러 흠집을 찾게 하였습니다. 비오는 밤에 선생님이 병으로 결석한 학생을 찾아가서 보충교수를 해주는 내용이였는데 거기엔 이런 단락이 있었습니다.     “검은 그림자가 언뜰하더니 밖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모기소리만큼 들렸다. 문을 열고 내다보는데 번개가 번쩍하자 물병아리 된 선생님의 모습이 나타났다. 선생님의 옷은 몸에 찰싹 붙어있었고 볼기에서는 비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단락을 력점을 두어서 읽은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 짧은 한단락에 잘못쓴 단어가 몇개 들어있습니다. 누가 찾을만합니까?”     여기저기서 대답이 튀여나왔습니다.     “볼기라는 단어가 틀렸습니다.”     “옳습니다.  볼기인게 아니라 볼이라고 써야 됩니다.”     “볼기라는건 엉치라는 뜻입니다.”     선생님은 안경을 밀어올리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옳습니다. 그런데 엉치라는 단어는 사투리입니다. 표준어로는 무엇이라고 할가요?”     “엉덩이입니다.”     이번에는 여러 아이가 거의 함께 높은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맞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둘러보며 다시 물었습니다.     “볼기 외 또 잘못쓴 단어는 어느것일가요?”     “물병아리라는 단어를 잘못 썼습니다.”     “선생님을 병아리에 비유했으니 너무 례절이 없습니다.”     “옳습니다. 선생님을 하나도 존경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은 또 싱긋 웃었습니다.     “아주 잘 찾았습니다. 더 찾아봅시다.”     이번에는 애들마다 대답이 달랐습니다. 어떤 애들은 검은 그림자라는 단어가 별랗다고 했고 어떤 애들은 모기소리라는 단어가 마음에 안든다고 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끼리 자유토론을 하게 한동안 시간을 주었습니다. 목에 피대를 세워가면서 쟁론하던 아이들은 급기야 “검은 그림자”와 “모기소리”가 모두 잘못 쓰였다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선생님은 머리를 끄덕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동무들의 말이 다 맞습니다. “검은 그림자”라는 단어와 “모기소리”라는 단어가 다 잘못쓰였습니다. 선생님의 그림자를 검은 그림자라고 한것이나 선생님의 목소리를 모기소리에 비유한것은 모두 단어의 뜻빛갈을 잘못쓴것입니다. 인물에 대해 비유나 묘사를 할때 그 대상이 존경의 대상인가 일반적인 대상인가 아니면 멸시의 대상인가를 잘 고려해서 써야 합니다.”     선생님은 마지막에 “이 학생이 교내작문경연에서 이렇게 쓴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현작문경연에나 가서 이렇게 썼더면 어쩔번했나요?” 하고 말하였습니다…     (내가 말해도 선생님은 허락하지 않을거야! 학교의 명예에 먹칠할가봐…)     영호는 저으기 풀이 죽어 병원문을 나섰습니다.     (교원연수학교 회의실에서 작문경연을 한다고 했지? 가서 구경이라도 하자!)     자꾸 끌리는바람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교원연수학교 회의실앞에 이르러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경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창선이를 찾느라고 목을 빼들고 기웃거리는데 흰테안경을 건 사십대의 남자가 걸어오던니     “작문경연에 왔나요?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뭘해요?” 하고 말하였습니다.     영호가 머뭇머뭇거리는데 그 사람은 출입문을 열고 영호켠에 얼굴을 돌리며 손짓했습니다.     “어서 들어가요. 인차 시작하겠어요.”     영호는 더 생각할새없이 열린 문으로 쑥 들어갔습니다, 실내에는 학생 몇십명이 앉아있었는데 모두가 얼굴에 긴장한 빛이 떠돌고있었습니다.     창선이는 출입문옆 첫 책상에 앉았는데 영호가 들어오는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가 인차 웃음지으며 알은체했습니다. 영호는 뒤켠에 가서 자리를 찾아앉았습니다. 지난해 중학교진학시험때처럼 책상에 이름을 써붙이지 않은게 다행이였습니다.     영호가 걸상에 궁둥이를 붙이자마자 금방 문을 열어주던분이 들어오더니 이제부터 글짓기를 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그 사람은 주의사항을 간단히 말한 다음 칠판에다 커다랗게 작문제목을 써놓았습니다.     “신나는 여름방학”     작문제목을 보는 순간 영호는 가슴이 쿵쿵 높뛰였습니다. 눈앞에는 이번 여름방학에 s촌에서 즐겁게 보내던 가지가지 일들이 비디오화면처럼 펼쳐졌습니다.     여울에 돌담을 쌓고 모래무치낚시를 하던 일, 물속의 돌을 살살 번지며 가재를 붙잡던 일, 조개를 뽑던 일은 더구나 잊을수 없습니다. 길이가 한뽐씩 되는 조개가 감탕속에 반쯤 몸을 숨기고 바늘꽂을 틈도 없이 다닥다닥 박혀있습니다. 아이들은 헤염치면서 숨을 고른후 가마우지처럼 물속으로 쑥 자맥질쳐들어가서 재빨리 조개를 뽑아가지고 올라옵니다. 영호는 아직 자맥질이 서툴어 한번에 조개를 두개밖에 뽑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조개를 뽑아가지고 올라오면 숨이 턱에닿아 헐떡헐떡 풀무질입니다. 그런데 나어린 s촌 아이들은 티셔쳐를 입고 자맥질해들어갔다간 티셔츠안에 조개를 가득 담아가지고 나오군 했습니다. 여럿은 한켠에 우등불을 피우고 뽑아낸 조개를 그 자리에서 구워먹었습니다. 조가비채로 불속에 던졌다가 조가비와 똥을 떼버리고 김이 솔솔 피여오르는 조개살을 호호 불면서 먹는 그 재미…     영호는 흥분된 심정으로 필을 놀리기 시작했습니다. 실로 작문쓰기가 이처럼 신이 나고 재미있어보기는 처음이였습니다.     작문을 마무리지은뒤 한번 죽 읽어보았습니다. 누구에게라도 자랑하지 않고는 못견딜 일들과 진실한 감정을 담았는지라 스스로도 가슴이 찡해났습니다. 그는 종이 울릴때까지 문장을 더 다듬어서 바쳤습니다.     이듣날, 영호네 학교에는 두가지 “특대뉴스”가 떠돌았습니다. 한가지는 애영이가 까무라친것이고 다른 한가지는 영호가 현작문경에서 1등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영호가 작문경연에서 1등을 한 소식은 우주인지구방문특보만큼이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학급에서 중등생이고 작문짓기에서 종래로 남보다 삐여진적이 없던 영호가 전교도 아니도 전현작문경연에서 1등을 했다니말입니다.                                                                                                 2007.1.                            
14    허두남 우화시에 대한 고찰 댓글:  조회:500  추천:0  2017-05-20
  허두남 우화시에 대한 고찰                                  최흔   세계적으로도 일생동안 심혈을 몰부어 우화를 연구하는 작가는 아마 많지 않을것이다. 그런데 우리 연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일찍 이십대에 자신의 첫 우화집이자 중국조선족문단의 첫 우화집을 펴내서부터 30년동안 우화창작에 몸을 담그어온 허두남이다. 1979년  첫 우화집 “개미와 코끼리”로 우화책이 없던 우리 문단의 공백을 메꾼 허두남은 지금까지 7권의 우화책을 출판했는데 산문으로 쓴것이 2권, 시로 쓴것이 5권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러니 허두남은 우화만 쓰는 작가구만!” 라고 할것이다. 실상은 그와 정반대이다. 허두남은 그 누구보다도 다양한 쟝르의 문학작품을 쓸줄 안다. 우화집 7권 외 희곡작품집 한권을 출판하였고 3형제가 함께 쓴 동화,아동소설집도  두책이 있다. 중편소설을 비롯해서 성인소설도 발표했고 서정시도 썼다. 아마 그가 창작한 동요 “나는 꿈에 울었답니다”와 희극소품 “감주”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것이다. 허두남은 문학에서 “다재다능”하지만 주공방향이 명확하고 그 주공방향에 백분의 구십의 정력을 쏟아붓고있다. 그 주공방향이 바로 우화창작, 그 중에서도 우화시를 끈질기게 파헤치면서 새로운 창의성을 부여하고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허두남이 창작한 5권의 우화시집을 개략적으로 살펴보고저 한다. 1979년 허두남은 처녀작 작품집《개미와 코끼리》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정영석의 중편소설 “제2호순라선에서”와 더불어 문화대혁명후 제일 먼저 출판된 아동문학서적이다. 책장을 열면 집채만한 코끼리로부터 입쌀알만한 개미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동물들이 살아움직이는데 대뜸 아이들의 눈길을 자석처럼 끌어당긴다. 작품집중의 “잣새의 계획”은 국경30돐창작상을 받아안는 영예를 지녔고  소학교교과서에도 번듯이 올랐다. 작품집에 호구를 올린 우화시들은 거개 이야기가 흥미롭고 주제가 뚜렷하다. “잣새의 계획”은 조건타령을 하며 일을 미루다간 랑패볼수 있다는 도리 ,”사슴의 후회”는 작은 흠집도 제때에 고치지 않으면 큰 흠집이 될수 있다는 도리, “고양이건축기사”는 일을 첫시작부터 착실히 하지 않다간 망쳐버릴수 있다는 도리, “알깔줄 모르는 소쩍새”는 부질없는 자존심을 부려서는 배울것도 못배우게 된다는 도리를 재미있는 이야기속에다 재치있게 집어넣었다. 그밖에 우화시 “뽐내던 원숭이”, “퇴박맞은 담비”, “여우의 선물” 같은 작품들은  풍자성과 유머감이 아주 짙다. “고슴도치의 참외도적질”은 주제나 이야기성이나 풍자성, 유머감이 모두 훌륭한데 벌레를 먹고사는 고슴도치를 참외를 먹는것으로 썼기에 아쉽다. 책에는 많은 장점이 있는 반면 부족점도 적지 않다. 첫째: 산문화경향이 심한것이다. 우화시에선 산문화를 허용한다고는 하나 허용한다는 것은 좋다는 말과는 다르다. 무방하다는 뜻일것이다. 재간이 모자라면 그렇게라도 하라는 말이 된다. 이야기를 담자면 산문화를 피면하기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너무나 산문화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 작품집의 절대 다수의 우화시들은 시행을 붙여놓으면 산문으로 성별이 바뀐다. 둘째: 편폭이 너무 길다. 우화시라면 무조건 꼭 짧아야 한다는 도리는 없지만 어느 작품이나 다 기니 문제인것이다. 우화시 “민들레씨의 이사”를 살펴보기로 하자   가을이 되지 민들레씨 결심했다/ 살기좋은 고장 찾아 이사가야겠다// 이사짐 이고 길떠난 민들레씨/ 제일 처음 동풍을 만났다/ “애, 민들레씨야/ 너 어데로 가느라고 이러느냐?/ 동풍이 묻는 말에 민들레씨의 대답/ “살기좋은 고장 찾아 이사가는길이예요.// “그럼 저 서쪽벌로 가거라/ 그곳은 땅이 기름지고 살기 좋단다”/ 동풍의 말에 민들레씨는 귀가 솔깃/ “그러세요? 그럼 그리로 가죠../ 그렇잖아도 난 지금/ 땅이 기름진 곳을 찾는 길이예요.// 민들레씨는 동풍을 따라/ 훨훨 날아가기 시작했다./ 허나 서쪽벌에 이르기전에/ 지나가는 남풍을 만났다.// “애, 민들레씨야/ 너 어델 이렇게 떠났는냐?/ 서풍의 물음에 민들레씨의 대답/ “살기좋은 고장 찾아 이사가는중이예요.”// “그럼 내 알려주는데로 가거라/ 저 북쪽강가가 정말 살기 좋아/ 믈이 맑고 경치 아름답단다./ 남풍의 말에 민들레씨 귀가 번쩍/ 그렇다면 그리로 가야겠군./ 무엇무엇해도 경치좋은 고장이 제일이지.// 민들레시는 남풍을 따라/ 훨훨 날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북쪽비탈에 닿기전에/ 이번에는 서풍을 만났다./ “아니, 너 민들레씨 아니냐?/ 그런데 어델 이렇게 가느냐?/ “살기좋은 고장 찾아 이사가고있어요.// “그렇다면 저 동산으로 가거라./ 동산은 해빛 발고 경치 좋지./ 서풍의 말에 민들레씨 귀가 쭝긋/ “그렇다면 동산으로 가죠뭐./ 해빛 밝은 고장보다 더 좋은 곳 없죠.// “민들레씨는 서풍을 따라/ 훨훨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산에 이르기 전에/ 이번에는 북풍을 만났다.// “너 민들레씨로구나./ 이렇게 일찍 어데로 가느냐?/ “살기좋은 고장 찾아 이사간다니깐요.// “살기 좋기야 남쪽비탈이 제일이지./ 포근하고 아늑한게 정말 좋단다./ 북푸의 말에 민들레씨 귀가 커졌다./ “그러세요? 그렇다면 그리로 가죠./ 무엇무엇해도 포근한데가 전 제일 좋아요.”// 민들레씨는 북풍을 따라/ 훨훨 날아가지 시작했다./ 이렇게 주견없는 민들레씨/ 바람 따라 자꾸 날이만 다니다나니/ 결국 아무데도 이사가지 못하고/ 제 고장에 돌아오고말았다.   보다싶이 우화시는 산문화된데다 시행이58행이나 된다. 전반 시도 길고 시행도 늘차니 좀 숨이 찬감이 난다. 주인공이 네 인물과 대화를 주고받은것을  직접담화법의 수법으로 옮겼으니 그렇게 길어질수밖에 없는것이다.. 이 작품의 제재를 아끼는 작자는 2006년 한국에서 출판한 우화시집 “사탕을 좋아하는 애”에 다음과 같이 재창작하여 실었다.    하얀 임 이고/ 이사길 떠난 민들레씨/ 동으로 갈가 서로 갈가/ 남으로 갈가 북으로 갈가// 동풍 만난 민들레씨/ 동풍이 가리키는 서쪽벌로/ 동동/ 기분좋아 동동// 서쪽벌에 닿기전/ 남풍 만난 민들레씨/ 남풍의 말 듣고/ 동동/ 북쪽비탈로 동동// 북쪽비탈로 날던 민들레씨/ 서풍에 몸 맡겨 동동/ 동산으로 날더니/ 지나가는 북풍 따라 다시 남쪽강가로 /동동// 아이고나 마침내/ 제고장에 돌아온/ 귀가 무른 민들레씨/ 주견 없는 민들레씨 58행으로부터 22행으로의 줄임이 우화시에 대한 작자의 성숙이 단적으로 돋보이는 증언이다. 하나의 제재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예전에 썼던 작품보다 구성부터 “시적”으로 되였다. 우화시도 결국은 시기에 시적구성으로 설계하는것이 자못 중요하다. 셋째: 이 책속의 여러편의 작품은 우화가 아니라 동화로 되였다. 제목으로 단 “개미와 코끼리”부터 동화이다. 그외 “꿀벌과 나비” “금과 황동” “깨달은 흰토끼” “오리와 닭” “토끼네 두 로동소조” “늙은 양과 어린 양” “양계장에 기여든 여우”가 모두 동화이다. 지금 우리 문단을 살펴보면 우화와 동화, 이야기를 혼동하는 페단이 있는데 허두남도 그때엔 이면에서 인식이 모자랐던것 같다. 기실 동화로 비뚤어진 이런 작품들을 살짝만 탈아놓으면 우화로 돌아온다. 례컨대 “개미와 코끼리”를 순서를 바꿔 “코끼리와 개미”로 혹은 “개미에게 진 코끼리”로 고치면 된다.우화란 풍자의 대상인 부정적인물이 1번인물로 되여야 하기때문이다. 물론 이솝우화중에도 우화가 아닌것이 있다. 까치가 몰병속에 목이 들어가지 않아 물을 마실수 없자 자갈을 물어다 물병속에 넣고 물을 마셨다는 “총명한 까치”가 바로 그렇다. 우화대가의 우화에 우화가 아닌것이 있다해서 우화집이라고 해놓고 동화를 섞어도 별일 없다고 할수는 없다. 아마 이솝도 다시 돌아온다면 자기 작품중에도 구멍이 있구나 할것이다. 허두남의 두번째 우화시집《승냥이와 범》은 첫 작품집이 출판되여서부터 5년후인 1984년에 세상에 나왔다. 이 책엔 31수의 신작이 수록되여있는데 이번에는 동화가 한편도 섞이지 않았다. 책을 읽어보면 작자가 첫 작품집에서 나타난 약점을 미봉하려고 모대긴 흔적을 “함축”이라는 두 글자로 함축할수 있다. 이 책에도 좋은 우화시들이 적잖게 있다. 첫 작품집에서 나타났던 시가 너무 긴  페단을 극복하고 완정한 이야기를 담으면서도 간결하게 쓴 우화시들이 여러편이다. 이런 우화시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썼지만 그 편폭이 첫번째책에 실렸던 우화시들에 비해 절반 남짓하다. 하지만 이 작품집에도 약점들이 적지 않다. 우선 작자가 편폭을 줄이려는데 신경을 너무 쓰다가 생동하고 형상적인 구절들을  삭제해버려 글줄이 딱딱해졌다. 다음 산문화가 고질로 남아있다. 산문화를 효과있게 막으려면 고운 시어를 고르고 조화롭게 다듬는것도 중요하지만 구상할때 “시적”으로 구상하는것이 자못 중요하다. 줄글의 구성과 시의 구성은 서로 다른 특점을 갖고있는것이다. 아래에 이 책에 실린 우화시 “범나비”를 살펴보기로 하자.     범나비는 자기 이름을 두고/ 더없이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위엄 있는 자기 이름을 듣기만 해도/ 모두 벌벌 떨리라 여기며// 어느날 놀음에 지친 범나비/ 큰길가에 앉아 쉬고있는데/ 때마침 꼬꼬수탉 한마리/ 모이 찾아 기웃기웃 다가왔다.// “거기 오는 수탉놈아/ 냉큼 제자리에 서지 못할가?/ 내가 누구라고 언감생심/ 내앞으로 지나가려하는거냐?/ 그 말 들었는지 말았는지/ 그냥 다가오는 꼬꼬수탉// 범나비는 가장 위엄있게/ 목청을 가다듬어 꾸짖었다./ “이 버릇없는 수탉놈아/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하느냐?/ 내 이름을 들으면 넌 기절할게다./ 이 어른이 바로 범나비란말이다.// 허나 여진히 못들은듯이/ 기웃기웃 다가오는 꼬꼬수탉// 범나비는 날개를 퍼덕이며/ 고래고래 욕설을 퍼부었다./ “이 되지 못한 수탉놈아/ 하루강아지 범 부서운줄 모른다더니/  내 이름 듣고도 그냥 다가와?/ 범나비란 나는 범이란말이다./ 네놈이 뛰는 범 무서운줄 알면서/ 나는 범 무서운줄 모르다니…”// 그제야 범나비를 발견한 꼬꼬수탉/ 씽 달려가 뚝 찍어먹었다.    주제로 볼때 이 작품은 허두남의 산문으로 쓴 다른 우화 “사자머리원숭이”와 같다. 머리가 사자처럼 생긴턱을 대고 원숭이중에서 자기를 왕이라고 자처하다가 코방아를 찧은 사자머리원숭이와 마찬가지로 범나비도 실속보다 이름을, 내용보다 형식을 추구하는 풍자적대상이다. 사람으로 비긴다면 머리가 텅텅 빈 깡통인 사람이 가짜 졸업장을 만들어가지고 으시대다가 망신당하는것과 같다고 할가? 작품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 말하지 말고 형식을 살펴보기로 하자. 보다싶이 편폭은 “민들레씨의 이사”보다 거의 절반 가까이 짧다. 하지만 과정을 전개, 서술하는 산문식구성으로 되였기에 역시 붙여놓으면 산문이 된다.. 이 우화시는 편폭이 “민들레씨의 이사”보다 짧긴 하나 구성상에서 더 짜이고 함축되였기때문에 짧아진것은 아니다. 기실 두 작품의 수법은 같다. 완전히 다르게 “시적”으로 설계할수는 없겠는가?  우화제재를 찾기가 그처럼 어려운데 제재를 손에 넣었다면 매 한편의 작품마다 제재를 찾는것만큼 그 형식에도 고심해야 할것이다. 우화시 “범나비”는 표현수법도 너무나 가난하다. 이 우화책을 쓸때 작자는 중학교어문교원으로 있었다. 아마 그때 아이들에게 수사법에 대해서도 많이 가르쳤을것이다. 그런데 왜서 아이들앞에서 뒤짐지고 멋있게 설명하던 그 수사법들을 책상서랍속에 꽁꽁 넣아두고 자기 작품에다 써먹지 못하는가? 반복법이나 전도법같은 수사법들을 가져다가 잘만 박아넣었더라면  “범나비”가 산문화를  극복하는데 큰 보탬이 되였을것이다. 만약 여러가지 수사법 등 다양한 수법들을 잘 동원하였더라면 우화시가 형식에서도 지금처럼 립스틱 한점 바르지 않은 게으른 아가씨같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일단 시라고 이름달았다면 구성도 언어도 시로 만드는데 공력을 들여야 한다. 우화시집《승냥이와 범》에 실린 적지 않은 작품들이 재미가 없는것도 큰 문제이다. 한두편이 아니라  많은 우화시가 그런 페단을 보이고있다. 문학작품이, 그것도 아이들을 위해서 쓰여진 문학작풍이 재미가 없다면 그건 “볼장을 다 본”것이다. 아마 첫번째책에서 나타난 약점을 고친다는것이 다른 편향으로 치우쳐버린듯싶다. 작자가 세번째 우화책에 쓴  왼켠으로 눈이 비뚠 가재미를 닮지 않으려다가 오른켠으로 눈이 비뚤어버린 “꼬마넙치의 오산”처럼 말이다. 물론 이 책에 실린 우화시가 다 재미없다는것은 아니다. “도마뱀의 재간”, “대충의 대화”같은 작품은 첫작품집에 실린 작품들보다 더 풍자적이고 재미도 있다.. 1995년에 출판된 세번째우화시집 《춰주는 바람에》(우화시 64수)에서는 작자가 시도한 개혁이 보다 폭이 크다 앞의 두책에서는 이야기과정을 썼지면 세번째책에서는 과정을 쓰지 않고있다  동요동시의 형태로 휘딱 바꾼것이다  따라서  산문적이던 구성도 시적으로 해결되였다    우화시 “떨어져버린 록용”을 살펴보기로 하자.   따스한 새 봄/ 꽃사슴 머리에 돋아났어요/ 솜털 보시시한 “록용나무”가// 귀한 보약이라/ 만나는 짐승마다/ 간청 했어요, 록용 팔라고// (어쩔가, 팔가?/ 안야/ 두고 두고 자랑거리 삼을테야!)// 꽃사슴 고개 건뜩/ 어깨를 으쓱/ ㅡ나의 보밴 한평생 안 판다 안 팔아// 가을 되니 보배 록용/ 뼈처럼 땅땅/ 이듬해 봄 되자 떨어져버렸어요   이왕에 쓴 우화시같으면 또 독자가 다 내다본 과정을 지루하게 서술했을것이다. 례컨대 곰할아버지가 록용을 팔라고 청들었지만 도리머리를 저으며 안 팔았다, 노루아저씨가 사정했지만 또 밀막아버렸다, 토끼아우가 간청했지만 그것도 외면해버렸다….그렇게 전개했더라면 그 편폭이 “민들레씨의 이사”와 거의 비슷하게 되였을것이다. 하지만 작자는 이 작품에서 과정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고 내용을 집중,개괄하여 표현했기에 편폭이 절반나마 줄어들었다. 한편 표현에도 신경을 썼기에 언어가 딱딱하거나 무미건조하지 않고 마치 사슴의 머리에 돋아난 ”솜털 보시시한 “록용나무”처럼 애리애리하고 말랑말랑하다. 이는 작자가 다년간 “과정시”를 없애려고 고심한 결과이며 기꺼운 성과이다. 이런 면에서 우화시 “좋은 친구 누구죠” 한술 더 떴다고 보아진다.   큰 화재에 활활/ 노루 집 불탔구나// 메돼지, 곰/ 풀풀 큰 한숨 짓고/ 토끼, 다람쥐/ 폴폴 작은 한숨 짓고/ 너도 나도/ 노루를 찾아와 동정하누나//  x  x  x  / 친구들 수군수군/ 사슴을 흉보누나// 동무 집 불탔는데/ 골도 안 내밀다니/ 인정머리 개 줬나/ 네 한마디/ 내 한마디/ 찧고 빻고 께끼며//  x  x  x  / 저켠에 불쑥/ 사슴이 나타났구나// 불룩한 쌀주머니/ 뿔가지에 척 걸고/ 뚜벅뚜벅/ 사슴이 다가오자/ 입만 까던 여러 친구들/ 얼굴이 화끈…   이 작품에서 작자는 과정서술을 완전히 피했다.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우화시에서 이는 쉽지 않은것이다. 작자가 다른 것은 접어두고 우선 시의 과정서술은 꼭 없애야겠다고 고심한듯하다. 이 작품도 이전처럼 썼다면 “떨어져버린 록용”의 경우와 같았을것이다. 우선 여사여사해서 노루네 집에 큰 화재가 났소, 재더미만 남은 빈터에서 노루가 땅이 꺼지게 풀풀 한숨을 내쉬는데 곰이 찾아와서 “거참 안됐군!” 하면서 노루를 위로하는 말을 했소, 다음 메돼지 찾아와 “너무 괴로와말게!” 하고 동정하는 말을 했소, 그 다음 토끼와 다람쥐가 또 찾아와서 노루와 같이 한숨을 내쉬였소 이렇게 썼을것이다. 다시 그들이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사슴을 두고 흉보는 과정을 묘사했을것이고…. 그러나 작자는 친구를 위로한답시고 빈말들을 쏟아내는 그들의 행동을 구구이 라렬하지 않고 “풀풀 큰 한숨, 폴폴 작은 한숨”, 으로 깜찍하게 개괄했고 사슴을 흉보는 그들의 험담도 “찧고 빻고 께끼고” 세개 단어로, 또 제 무안에 쩔쩔맸을 각자의 모습은 “얼굴이 화끈”으로 한데 묶어 표현했다. 작품은 산문적이던 이왕의 구성을 완전히 타파하고 시적으로 되였으며 그 표현에서 정형시의 일종인 동요와 가깝게 되였다 보다싶이 허두남은 세번째 작품집에서는 과정을 전개서술하는 것을 극력 피했다. 이야기를 써도 사건을 따라가며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한 시점에 서서 그려냈다.  하지만 세번째 우화책도 생동성이 부족하고 재미가 적다.  역시 우화시 64수가 수록된 네번째 우화시집 《세수해선 뭘해, 또 때가 낄텐데》는 많은 새로운 특점이 있다. 첫째: 동식물을 쓰던데로부터 사람을 쓰는것으로 큰 개혁을 가져왔다.   64수가운데서  6편이 동식물을 쓰고 그외 고무줄을 하나, 연필을 하나 썼을뿐 나머지 56편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사람을 쓰고있다 동물을 쓴것도 첫번째우화책이나 두번째우화책에서처럼 노루집에 화재가 났소 이런식이 아니고 새가 노래하고 토끼가 춤추는 정도이다. 이른바 “랑만주의우화시”로부터  “사실주의우화시”로 바뀐것이다. 둘째: 시어가 한층 세련된 것이다  우화시 곤충채집은 다음과 같이 쓰고있다.   돌쇠하고 누나하고/ 곤충채집 간다야// 누나는야 맨손이지만/ 돌쇠에겐 포충망// 나풀나풀 꽃나비/ 또로록또로록 베짱이// 나무잎우에 앉아/ 그네뛰는 매미// 쑥초리끝에서 파르르/ 발레추는 잠자리// 누나는야 살금살금/ 발꿈치 살짝 매미 한놈// 돌쇠는야 우쭐우쭐/ 포충망 휙 잠자리 한놈// 누나는야 한나절에/ 열마리 잡았는데// 돌쇠는야 웬 일일가/ 살펴보면 빈 포충망// 포충망에 포충망에/ 구멍난줄 몰랐네.   이 우화시는 허두남에게서 늘 나타나는 산문화가 가장 잘 극복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주제를 볼때 전혀 새롭지 않다 가능하게 구멍난 독에 물 퍼붓기란 속담에서부터 구상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시어가 아주 잘 짜였다. “그네 뛰는 매미”,  “발레추는  잠자리” 등 구절이 생동한 외 운률히 매우 성공적이다  전반 작품이 이른바 산문적으로가 아니라 시적으로 언어구사가 이루어졌다. 셋째: 일상생활과 세부에서 제재를 찾고 “작은 일”을 쓰고있다     춰주면 좋아하는 아이/ 코흘리개는/ 숱한 애들이 앞다투어/ 너 참 힘세다 춰주니/ 너무 좋아 코를 풀쩍풀쩍/ ㅡ그래 너희들 말이 맞다/ 나 진짜 힘장사야/ 얼마나 센지 보련?/ 커다란 돌 척 들고서/ 다들 보라는듯 우쭐우쭐/ 국수오리 같은 코물이/ 발등까지 드리운줄도 몰랐어요   이는 우화시 “코흘리개”의 전문이다. 이 글의 주제는 “칭찬받기 좋아하는 사람은 나쁜놈에게 쉽게 리용된다.”로 될것이다. 이 주제를 표현하자면 “큰인물”의 “큰 사건”을 가지고 “큰소리”를 치는 페단이 생길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작자는 그와는 정반대로 코를 많이 흘리는 한 아이를 통해 그것을 생동한 만화처럼 잘 보여줬다. 자칫 꽛꽛하게 만들수 있는 문제를  작고 재미있는 해학으로 원만히 표현하였다   앞으로 이러루한 제재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네째: 짧고 감칠맛있는 우화가 적지 않다  우화시 “쵸콜릿 많이 먹을래”는 모두 4행으로 이루어졌지만 아이의 성격과 주제를 쟁쟁히 표현하였다.   어머니 사 오신 꽃무늬 적삼/ 똥똥한 내 몸에도 품 너른 적삼/ 꽃적삼 내 몸에 딱 맞게스리/ 초콜릿 많이 먹고 더 실해질래     다섯째: “다 말하지 않는 방법”을 많이 썼다. 여기서 다 말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야기를 작자가 말하고 교훈은 독자가 도출해내게 하는것이 아니다.  이야기를 채 말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쵸콜릿 많이 먹을래”로 말해보자 이 작품의 주제는 작은것 지엽적인것을 추구하다가 더 손해를 봤다거나 주객전도 등이다 만약 이 작품을 재래의 일상적인 우화처럼 쓴다면 쵸콜릿을 너무 많이 먹어 참대곰처럼 뚱뚱해졌다거나 혹은 쵸콜릿을 너무 먹어 무슨 병을 얻었다로 되여야 한다. 이 우화시는  이른바 “코를 깨기전에 교훈을 일러주는 방법”을 쓴것이다. 이 역시 깜찍하고 “문명”한 좋은 방법이다. 여섯째: 유머감이 한층 진해졌다  우화시 “코끼리와 파리”는 다음과 같이 쓰고있다.   동물의 다양성 강의하신후/ 선생님이 말씀했어요/ -코끼리와 파리의 구별점 말해 봐요// 다투어 쳐드는 손, 손…// 철이가 말했어요/ 코끼리는 코가 크지만/ 파리는 코가 없어요// 분이가 말했어요/ 파리에겐 날개가 있지만/ 코끼리에겐 없어요// 안경알 번뜩 번뜩/ 선생님께선 웃고계시는지/ 울고계시는지// 분이가 발딱 일어나더니/ 자신있게 말했어요/ 제일 큰 구별점은/ 파리는 코끼리 등에 앉을수 있지만/ 코끼리는 파리 등에 앉을수 없는것이예요   이 작품은 기성유머이야기에서 제재를 가져온것이다. 우화제재는 흔히 이야기나 속담, 격언 등에서 가져온다. 우화대가 라 퐁텐이나 끄릴로브의 우화를 보면 이솝우화에서 그 제재를 취한것이 상당히 많다. 허두남은 유머이야기를 재치있게 리용하여 예술적으로 가공했는데 이것은 잘한 일이다 이 작품도 주요한것과 부차적인것을 가릴줄 모르는 페단을 꼬집은 재미있는 우화시이다. 코끼리와 파리의 구별점을 코가 있고 없는것, 날개가 있고 없는것이나 잔등에 앉을수 있고 없는것으로 찾는다면 아마 승냥이와 양의 구별점은 털이 강굴강굴한가 그렇지 않은가, 똥이 동글동글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것으로 찾아야 할것이다. 일곱째: 학교생활과 공부에 대한 내용을 많이 취급했다  흔히 아이들을 쓴 작품들에 학굫생활, 특히 공부에 대해 쓴것이 극히 적다 그만큼 중요하고 가장 일반적인 것일수록 쓰기 힘들다는 말이 되겠다 그런데 이 책에는 학교생활, 공부를 두고 쓴 우화시가 상당한 수를 차지한다.  “성급한 아이”, “사내애가 그럼 못써”, “구멍난 책장”,  ”그런 로봇”, “락제생된 사연”, “두고보자”, “책을 많이 읽을테야”,  “빵점”,  “꾀보→“울보”,  “지각대장” 등이다  작자의 다섯번째 우화시집《사탕을 좋아하는 애》(우화시 80수)는 한국에서 출판하였다. 이 책에는 네번째책의 우화가 절반 넘게 들어있다 하지만 그대로 실은 우화는 기본상 없고 다시 손본것들이다 다섯번째책은 네번째에 비해 말을 많이 “미용”했다는 것이 가장 눈에 뜨이는 점이다 허두남은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낀것같다  아무리 철리적이인 내용을 담는 우화라할지라도 표현이 깡깡 마르다면 독자들이 등을 돌릴것은 불보듯 뻔하다.  여기에서 언어가 잘 다듬어진 우화시 몇편을 실례 든다. 먼저 제목으로 단 “사탕을 좋아하는 애”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사탕 안 먹으면/ ‘사탕배’ 고파난다나// 메기입 넙적넙적/ 초콜릿도/ 우유사탕도/ 과일사탕도// 사탕 너무 먹으면/ 이 삭는다/ 귀띔해줄 때마다/ 히쭉 웃으며/ 래일부터 꼭…// 말로만 고치는 아이/ 날마다 그 본새/ 사탕에 이가 삭아/ ‘앞대문’ 빠꼼 열렸네// 오늘도 넙적넙적…// 그 버릇 언제 고칠가/ 나무랐더니/ 히쭉 웃는 그 아이/ ‘앞대문’에서 바람 새여/ 한다는 소리가/ 래이부터 꼬…   이 우화시는 표현수법에서 이주 예술적으로 처리되였다. 가장 재치있게 처리된 부분은 결말이다. 내용으로 보거나 이야기로 볼때 마지막 단락은 없어도 작품이 이미 완정하게 이루어졌다. 잘못을 제때에 고치지 않아서 랑패를보았다는 주제에 이미 이르렀다. 이는 이 작가의 다른 한 우화시 “안경”과 비슷한  주제이다. “안경”은 단자음이 쌍자음으로 보이고 홑모음이 겹모음으로 보일때 안경을 걸었어야 하는데  걸지 않았다가 눈이 더 나빠져서야 후회하는 내용이다. 그 우화시가 뒤에 가서 후회하는 것으로 했다면 “사탕을 좋아하는 애”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 아이를 풍자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런데 필자가 여기에서 말하려는것은 그 주제가 아니라 표현방식의 예술성이다. 즉 빠꼼 열린 “앞대문”에서 말이 새여 “래일부터 꼭”을 “래이부터 꼬”로 발음했다는 여기에 작자의 기교, 예술적인 교묘한 처리가 잘 체현되였다. 만약  직설적으로 “이가 빠진 뒤에도 그애는 말로만 고치겠다고 하면서 그냥 고치지 않았다”고 썼다면 얼마나 맛갈스럽지 못하고 싱겁겠는가? 이 우화시는 결말을 이렇듯 매혹적으로 맺은 외 어휘사용에서도 깜찍한 재치를 보여주고있다. “사탕을 안먹으면 사탕배가 고파난다”거나 “앞대문 빠꼼 열렸네”같은 표현이야말로 진짜 사탕맛이다.   우화시 “만등로봇”도 결말이 재치있게 예술적으로  씌여진 좋은 작품이다.   해를 따다달라하면/ 해를 따다주고/ 달을 따다달라하면/ 달을 따다주는/ 만능로봇 있었으면// 숙제도 척척/ 시험답안도 척척/ 내가 제일 먼저 할텐데// 야, 그럼 얼마나 멋질가/ ‘공부왕후’ 분이도/ 내옆에 앉으려하고/ ‘핵주먹’ 강이도/ 나와 친하자고 히히거리겠지// 남자애들도 녀자애들도/ 내곁에서 뱅뱅/ 눈으로 애들을 잡아먹는/ ‘호랑이 눈’ 선생님도/ 나하고는 늘 상냥한 미소짓겠지// 팔짱끼고 앉아서도/ 학급일등 따내고/ 날마다 늦잠자고도/ 아빠, 엄마 칭찬만 받을거야// 뭐나 로봇이 다 하면/ 나는 뭐 하겠냐고?/ 내가 뭐 해야 하는지/ 그건 로봇더러 물어보아요   이 작품에서는 너무 로봇에 의거하는 “현대병”에 걸린 아이를 썼는데 결말의 4행에서 주제를 예술적으로 심화했다. 인젠 자신이 뭘해야 하는지조차 생각할 필요가 없는 로봇의 로봇으로 되여버린 아이, 로봇이 발달한건 좋은 일이지만 그런 좋은일을 나쁜일로 만드는 우둔한 행동을 따끔하게 꼬집었다. 이 작품은 또한 생동한 언어로 아이들의 생활과 동심을 잘 그려냈다. 언어가 제일 생동하고 재미있게 씌인 작품은 우화시 “약을 먹을 때”일것이다.   파리가 썰매 탈지경/ 윤기 반들 대머리 만지며/ 의사 선생님/ 한 눈 찡긋 일러준 말//ㅡ꼬마아가씨/ 이 약 먹을때/ 물 마시면 절대 안돼/ 물 마시는 날엔/ 이 할아버지처럼 대머리가 돼// 의사 선생님의 대머리/ 참기름이라도 칠했나/ 내 눈길도 미끄러져 떨어지는듯/ 몸이 오싹// (어마나! 롱구공 같네요/ 내 머리가 대머리 되면/ 작은 배구공 같을거야!)/ 머리가 대머리 될가봐/ 작은 배구공 될가봐/ 갈증이 나도/ 물 한모금 마시지 않았어요//해님이라도 삼킨듯/ 너무너무 목이 탈때면/ 한꺼번에/ 얼음과자 열대 먹었을뿐 이 작품은 풍자와 유머가 강할뿐 아니라 표현도 아주 훌륭하다. “파리가 썰매탈지경 윤기 반들 대머리” “의사선생님의 대머리 참기름이라도 칠했나 내 눈길로 미끌어떨어지는듯” “어마나! 롱구공 같네요. 내 머리가 대머리 되는 날엔 작은 배구공 같을거야!”. 해님이라도 삼킨듯 너무너무 목이 탈때면” 등 표현들은  극히 성공적이다. 이는 아이들의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천진란만한 동심에 비쳐진 사물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냈기때문이다. 이번에는 “뚝쇠의 자존심”을 보기로 하자   아이참, 저 뚝쇠/ 머리는 뚝 막혀가지고/ 자존심은 쇠처럼 강해서/ 이름도/ 뚝/ 쇠// 저보세요/ 상우에 숙제책 펼쳐놓고/ 책장우에 연필장단 똑똑/ 귀불만 만지작만지작// 녀동생 꽃분이 들여다보더니/ 오빠, 내 알려줄가?// 힐끗 동생을 지릅떠본 뚝쇠/ 까불지 마/ 쥐방울같은게 뭘 알아서…// 연필장단에/ 애꿎은 책장은 벌집 되여도/ 뚝쇠와 숨바꼭질하는/ 답안// 시계소리 재깍재깍/ 텔레비죤아동프로 이제 곧 시작한다/ 뚝쇠를 재촉하며 재깍재깍’’ 바빠 난 뚝쇠/ 궁둥이 들썩들썩/ 솥뚜껑우의 개미인가/ 안절부절/ (이 뚝쇠를 구해줄 사람은 없나?)// 이제 다시 동생에게/ 묻지도 못하고/ 묻지도 못하고   이 작품도 인물에게 꼭 맞는 어휘를 사금 일듯 골라서 주인공의 행동을 잘 묘사했다. 하나 능하게 없으면서 녀동생앞에서 으시대는 이웃집의 코흘리개와 비슷한 뚝쇠의 모습이 눈앞에 다가온다. “연필장단 똑똑”, “귀불만 만지작만지작”, “힐끗 녀동생을 지릅떠본 뚝쇠”, “쥐방울같은게”, “”연필장단에 책장은 벌집 되여도”, “뚝쇠와 숨바꼭질하는 답안”, “솥뚜껑우의 개미인가 안절부절”, 등 구절들은 머리는 뚝 막혀가지고 동생앞에서 오빠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웃기는 아이의 성격을 표현하는데 아주 적격이다. 마지막 련에서 “묻지도 못하고”를 반복한것은 주제을 강조하는면에서도 좋거니와 문체론적효과도 충분히 나타냈다. 마지막련도 잘 처리했지만 이 작품이서 특히 훌륭하게 쓴 부분은 첫련이다. 첫행에서  “아이참, 저 뚝쇠”ㅡ이렇게 “문을 열자 산이 보이는” 수법으로 시작한것부터 좋다. 편폭이 짧은 우화시에서 “짧은 밤에 긴 노래 부를”것 없이 글줄을 아낀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첫 련에서도 가장 천금싸게 잘된 점은 이름도 뚝 쇠 이렇게 세개행에다 갈라놓은 것이다. 종이를 랑비하면서 굳이 그래야 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이것은 형태이미지로 뚝쇠라는 주인공을 강조한것이다. 서로 상반되는 모순의 성격을 이 두 글자로 잘 표현했지 않은가? 그러니 두 글자에게 당당하고 분명한 자리를 드린것이다. 다른 사람이 시행을 한글자씩 뜯어서 내리배렬하니 자기도 한번쯤 그렇게 해본 그런 언어장난과는 전혀 다른 좋은 착상이고 설정이다.  “뚝쇠의 자존심”이 이름 두글자를 두행에 나눠놓은것이 형식상 성공적이라면 전반 우화시를 새로운 형식으로 쓴것도 있다.  우화시 “착한 일”이 그렇게 씌여졌다.   일과에서 빠짐없는/ 일기 적기/ 착한 일 적기// 보배둥이 일기책에/ 또박또박/ 연필도 신이났나/ 미끄럼질 쭉쭉// ㅡ오늘은 뜻깊은 날/ 낯선 할머니 도와/ 짐 들어다 드린 날/ 착한 일 찾아하니/ 칭찬받은것보다 더 기쁘다// 귓가에 속삭이는/ 자애로운 목소리/ 일기란 진실하게 써야 해!//! 뒤머리 썩썩/ 덧붙이는 몇줄// 아래 학급 돌이/ 자기가 할머니 돕겠다/ 짐 붙잡고 놓지 않았다/ 달래여도 듣지 않아/ 겁을 줘도 듣지 않아/ 빵! 한주먹 먹이고/ 제꺽 짐 빼앗았지 헤헤   웃지도 울지도 못할 사연, 그러면서도 너무너무 진실하게 아이의 성격을 그려낸 성공작이다. 내용도 새롭고 형식도 새롭다. 작자는 천진란만한 아이의 성격을 잘 그려냈을뿐만 아니라 그 그림을 일기라는 액틀에다 정히 넣어서 걸었는데 형식이 아주 맘에 쏙 든다     형식이 생신하고 독특한 우화시로는 또 “친구사귀기”가 있다. “친구사귀기는 인터넷사이트를 리용해서 친구를 사귀는 형식을 빌어 웃음거울에 비친듯 우습광스러운 주인공의 형상을 보여주고있다.   인터넷 사이트로/ 친구나 사귀여 볼가/ 아무렴!/ 나처럼 훌륭한 애에겐/ 친구도 많아야지// 제 자랑한다 말아/ 나하고 사귀고 싶은 애들은/ 검색 창에 내 간력 쳐보렴/ 내가 허풍 쳤나// 나는나는/ 장점은 하늘만큼/ 단점은 손톱눈만큼// 내 또래중 키도 껑충/ 학급에서 힘도 으뜸/ 성미 활달한 사내대장부// 밥은 아빠보다 더 먹고/ (애들은 잘 먹어야 잘 큰대)/ 잠은 하루 열시간/ (애들은 잘 자야 건강하대)/ 늘 토끼처럼 뛰놀지/ (애들은 잘 놀아야 밝게 자란대)// 장점은 무지무지/ 많고 많지만/ 단점은 고까짓것/ 공부하기 싫어하는 한가지뿐   이 작품의 주제나 언어에 대해선 더 말하자 않겠다. “친구사귀기”나 “착한 일”같은 형식은 아주 좋은 추구이다. 앞으로 이런 추구들이 많아져 허두남이 독자친구들을 더 많이 사귈수 있기를 바란다. 우화시집 “사탕을 좋아하는 애”에도 아쉬운 접이 있다. 그 하나는 아직도 생동성, 형상성이 모자란것이다. 다음은 좋은 내용에 비해 아직도 형식이 다양하지 못하고 표현수법이 다채롭지 못한것이다. 이상으로 우화작가 허두남이 30년간 땀으로 가꾸어온 5권의 우화시집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5권의 책에 나타난 특점은 각각 다음과 같다. 첫번째 책은 사건의 과정을 썼다. 두번째 책도 역시 과정을 썼지만 첫책보다 많이 함축했다 세번째 책은 과정서술을 피면하고  동요동시형태로 탈바꿈했다. 네번째 책은 동식물을 쓰던데로부터 사람을 쓰는데로 전변을 가져왔다.   다섯번째 책은 형식의 다양화와 언어의 형상화를 창조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허두남은 끄릴로브우화시와 조선의 우화시로부터 영양을 섭위하였으나 그의 우화시는 끄릴로브우화시와도 조선의 우화시와도 다른 자신의 특점을 갖고있다.. 첫째: 성인을 상대로 쓴 끄릴로브우화시와 달리 어린이를 상대하였다. 둘째: 이야기과정을 전개하는 조선의 우화시와 달리 동요동시로 개변했다. 셋쩨: 동식물을 주로 쓰던 전통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였다. 네째 형식면에서 다 말하지 않는 방법을 많이 썼다. 이상에서 보다싶이 허두남의 끈질긴 노력은 많은 결실을 맺었다. 없던것을 창조해내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성과에 대해 더없이 기껍게 생각한다.  허두남의 우화시에는 미숙한 점 또한 적지 않다. 첫째: 다섯권의 책에 공동으로 존재하는 부족점은 생동성과 형상성이 부족한것이다. 많은 우화시들은 형상이 론리에 묻히고있다. 결과 작품이 따분하고  재미가 적다 우화작품은 론리정연해야할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우화도 문학인이상 생동하고 형상적이여야 하며 재미있어야 한다..      둘째: 천편일률적이다  초기의 산문화되고 함축되지 못했던 약점은 없어졌는데 새로운 큰 약점이 나타난것이다. 다섯번째 우화시집을 살펴볼때 편폭이 제일 긴 “잊음 헤푼 아이”가 45행이고는 40행이 되는것이 하나도 없다. 짧은 것은 “쵸콜릿 많이 먹을래”가 4행이고는 8행짜리가 가장 짧다. 시행도 .그 길이가 대부분 엇비슷한데 제일 긴 시행이 17음절이다. 게다가 시마다 운률 역시  비슷하다. 우화시를 내용에 따라 길게도 쓰고 짧게도 쓰고  시행도 구속받지 말고 길게도 쓰고 짧게도 썼으면 좋겠다. 내용에 따라 자유분방하게 쓰면 다양한 운률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올수있을것이다. 형식상에서도 더 많은 탐구를 했으면 한다. 우화시를 극시로도 쓰고  지어 글자를 맞춘 정형우화시도 생각해보는게 어떨는지? 갱신을 위해 공을 들이는데 린색하지 않은 작자가 이제 꼭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돌려놓을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앞으로의 타산에 대해 직업구연작가인 허두남은 구연작품의 특점을 우화시에 결부시키련다고 했다. 산문으로 된 우화에 구연작풍의 특점을 결부시키는건 이미 시험해보았고 또 상대적으로 쉽다고 할수 있는데 우화시에 그것을 옮기려면 또 간고한 진통을 각오한다고 했다. 우리 조선족문단에 한떨기 이색적인 꽃을 피운 우화작가 허두남, 그가 앞으로 구연작품의 특점을 우화시에 배합하여 완정하고 독특한 자신만의 스찔을 갖춘 우화작가로 거듭날지 기대해본다. 30년전,  하루아침에 작품집을 들고나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던 허두남이 또다시 남들이 상상못했던 일을 해낼수 있을는지? 2009.                                        부록: 조선족문단에서 지금껏 출판된 우화집(총 10책) 1979년 허두남 우화시집 《개미와 코끼리》 1981년 정덕교 후화집 《너구리네 떨렁방울》 1981년 정치수 우화집 《골방쥐의 단꿈》 1982년 허봉남 우화시집 《불에 타죽은 여우》 1984년 허두남 우화시집 《승냥이와 범》 1995년 허두남 우화시집 《춰주는바람에》 1997년 허두남 우화집 《술에 취한 쥐》 2002년 허두남 우화시집 《세수해선 뭘 해, 또 때가 질 텐데》 2006년 허두남 우화시집 《사랑을 좋아하는 애》 2006년 허두남 우화집 《코끼리와 개미》    
13    무지개(아동소설) 댓글:  조회:517  추천:0  2017-05-15
아동소설 무지개 허두남       여름방학의 첫날, “미꾸라지 4총사”는 아침 일찍 천렵을 떠났다.       “미꾸라지 4총사”란 환철이, 경수, 호걸이와 환철이 녀동생 보라를 말한다.사람들은 이 아이들이 일마다에서 미꾸라지처럼 살살 빠져서 이런 괴짜별명이 붙었는는가 여길것이다. 땡! 헛다리 짚었다. 실은 고기잡이를 잘해서 붙은 이름, 고기박사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별명은 다른 사람들이 붙여준것이 아니라 스스로 단 것이다. 소설속의 멋진 명사에다 새로운 내용을 담아서 지은 고기잡이전문가 호칭이다. 꼭 걸고든다면 넷중 유일한 녀자애이며 환철이 동생인 보라만은 고기잡이전문가라고 말하면 조금 부풀려진것이다. 그래서 별명을 수여할때 불협화음도 있었다. 하지만 “미꾸라지 3총사와 피라미새끼”라고 할수도 없는 일, 환철이네 3동갑이 고기잡이 다닐때마다 개근생이 되여 셋의 옷을 안고 따라다닌 공로가 있지 않은가? 비록 기교는 한참 처지고 나이도 어리고 앉아서 오줌 누는 단점이 있지만 영광스러운 집단명칭에서 밀어낼수는 없었다. 보라를 대오의 어엿한 일원으로 받아줌으로써 어린 동생을 너그러이 품어주고 녀자아이도 딴눈으로 보지 않음을 세상에 떳떳하게 자랑하였다.     발걸음에 날개를 단 네 아이는 룡연양어장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두만강과  얼싸안고 춤추는 합수목에 이르렀다.     합수목에서부터 룡연양어장사이의 짧은 시내물은 물고기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있다. 두만강 흐린 물에서 눈 나빠졌던 물고기들이 모래알을 셀만큼 맑은 물의 유혹에 떼지어 올라가오기때문이다. 모래무치, 버들치, 종개...물이 불었을 때엔 고등어만큼한 야리들도 번쩍이는 은빛갑옷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내군 한다. 이곳은 우리의 주인공들이 늘 정해두고 찾아오는 천렵놀이의 복지이다.     아이들은 가방을 벗어놓으며 오구작작 떠들었다.      “아, 얼마나 기다려온 오늘인가!”     “물고기들아, 우리가 왔다”     “여름방학 만세!”      날마다 교실이라 불리는 절에 갇혀 념불을 외우는 아이들에게  천렵놀이는 강가의 명절놀이다. 풀내음 꽃내음 담은 싱그러운 공기, 물결우에 부서지는 황금빛해살, 온잦 스트레스를 잠재우는 자장가런가 정다운 물소리, 록음속 여기저기서 겨끔내기로 목청을 뽑아대는 풀벌레들의 열창...대자연은 지루한 일상에 찌들어가던 아이들의 가슴가슴을 자애로운 어머니손길로 어루만져주고 아이들 저저마다에게 짙푸른 랑만의 날개를 달아준다.     인차 고기 잡을 준비를 했다. 환철이가 반두채를 잡고 고기 쫓는 일은 뚝심 좋은 경수의 차지, 그런데 보라와 호걸이가 말썽이다. 둘중에 하나는 고기그릇을 들고 하나는 옷과 가방을 지켜야 하는데 서로 고기그릇을 들겠다고 고집이다.     ‘반두질하는데를 따라다니다가 옷을 어지럽히면 어쩌니? 내가 고기그릇을 들테니 넌 그늘에서 매미와 노래시합이나 해라!”     호걸이의 속보이는 말에 보라는 아래입술을 쫑긋 내밀며 톡 쏘아부쳤다.     “흥, 고양이 쥐를 생각하고있네.”     소힘줄 호걸이도 녀자애앞에선 백기를 내들고말았다.     환철이와 경수는 반바지를 갈아입었다. 신도 낡은 운동화를 바꿔신었다. 반두질할 때면 맨발로 하지 말아야 한다. 발이 아프기도 하고 심술꾸러기 칼돌들이 물속 여기저기에 날을 세우고있어 발을 벨수 있다. 옷도 신도 여벌 가져오지 않은 보라는 노랑병아리빛치마에 비닐싼다루를  신고나섰다.     가재미눈으로 보라를 지켜보던 호걸이가 갑자기 호들갑스레 소리쳤다.     “보라 다리에 거머리 붙었구나!”     보라는 앗! 소리지르며 풀메뚜기처럼 폴짝 뛰였다. 그런데 다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눈빗질했지만 거머리는 그림자도 없었다.     “거머리 어디 있니?”     “네 발꿈치에 떨어졌어! ”     보라는 또 새된 소리 지르며 폴짝 뛰였다.     경수는 겁기가 까맣게 가시지 않은 눈으로 땅바닥을 살피는 보라를 보고 킬킬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야, 물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거머리 붙었겠니?”     속았다는것을 안 보라는 종주먹을 메고 호걸이를 쫓았다.     호걸이는 내빼면서 한술 더 떴다.     “너 다리에 거머리 붙어서 고기그릇을 물에다 떨구지 않나봐라!”     환철이는 반두를 들고 물에 첨벙 들어섰다. 경수도 환철이보다 몇메터우켠으로 물에 들어섰다. 비단결같은 물결이 발목에 휘감기며 상쾌한 기분을 안겨준다.     환철이는 첫반두에 헛물을 켜지 말아야겠다고 속으로 벼르며 파란 물이끼를 입은 큰돌 아래켠에 반두를 벌려댔다. 매번 반두질할 때마다 이 돌밑에서는 빈손턴적이 없었다. 그만큼 이 시내물에 대해선 어떤 곳에 고기가 많다는것을 제 맘속처럼 알고있다.      경수가 우켠에서 고기를 쫓았다. 발로 물속의 잔돌들을 막 헤집어놓고는 두손을 큰돌밑에 넣어서 물독같이 큰돌을 히뜩 번졌다.     반두에 흙물이 흘러들기 시작하자 환철이는 제꺽 반두를 쳐들었다.     고개를 숙이고 반두를 내려다보는 환철이와 목을 빼들고 건너다보는 경수. 기대와는 너무나 틀리게 반안안에는 고기 대신 나무잎 몇잎이 누워있었다.     첫반두가 헛물을 켜면 별스레 기분이 잡치는 법이다.     환철이는 반두를 휘딱 뒤번져서 나무잎을 탁탁 털어버리며 고개를 기웃거린다.     (두번째반두부터는 걸리겠지!­)     하지만 련이어 대여섯반두 떴는데 번번이 헛방이다.     “누가 앞에서 반두질한게 아닐가?”     경수가 숯검댕이눈섭을 잔뜩 구기고  환철이를 돌아본다.     “반두안에 나무잎이 들어오는걸 보면 돌을 들춘건 같지 않다.”     이번에는 물속에 억새풀이 빽빽이 들어선 아래켠에다 반두를 댔다.     또 고기를 쫓는 경수, 욕심스레 여라문메터우에서부터 발로 풀숲을 막 걷어차고 흙탕물을 마구 휘저으며 엎어질듯 반두앞으로 다가갔다.     환철이는 힘겹게 반두를 쳐들었다. 흙탕물을 어떻게 지독하게 일구었는지 반두안에 개흙이 두어사발은 들어갔다. 반두를 물에다 몇번 댔다 뗐다 하자 흙이 씻겨나가고 흙속에 묻혔던 고기ㅡ개지렁이만한 기름종개 한마리가 꼼지락거린다.     겨우 한놈 걸렸다는것이 소천어중에서도 제일 알이 잔 조무래기라 허구픈 웃음이 나갔다. 그래도 첫사냥물이니 박대할순 없다. 환철이는 반두밑으로 손을 넣어 반두그믈과 함께 고기를 움켜서 보라가 들고있는 양철바께쯔에 담았다.     언녕부터 바께쯔에 물을 담아들고 다니던 보라는 그나마 고기를 잡았다고 희귀해서 종알거렸다.     “반갑다, 예쁜 고기야!”     칼치처럼 몸이 길고 아가미량켠에 가시가 있는 기름종개는 지지리도 못생겼지만  보라에게는 반가우니 예쁘게 보인 모양이다.     한나절 반두질했지만  기름종개 서너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오늘따라 왜 고기가 이렇게 없을가? 그렇다고 고기잡이를 때려치우고 발길을 돌릴수는 없었다.     반두질을 하면서 시내허리께까지 올라가니 낚시터가 나타났다.     펑퍼짐한 청석돌이 큰 몸집을 반나마 물에 담그고 앉아있는 이곳은 낚시 없는 낚시를 하는 곳이다. 돌아래켠은 홈이 패여 작은 못처럼 물이 고였는데 늘 종개들이 회의를 하듯 모인다. 낚시 없는 낚시란 돌잔등에 편히 앉아서 하는 종개낚시다. 두어뼘 되는 나무가지에다 실을 매고 실끝에 지렁이를 달아 물고기를 내려다보면서 물속에 드리운다. 종개들은 지렁이를 보면 자석에 압정 달라붙듯 다투어 매달린다. 이때 제꺽 들어올리면 식탐 많은 놈들은 입에 문 미끼를 놓지 않고 물우까지 올라온다. 그 순간 왼손에 쥔 대야를 들이대면 뒤늦게야 먹이를 놓아버린 놈들은 대야안에 딱딱 떨어진다. 소낙비가 내리기전이면 어찌도 빨리 물리는지 날숨을 내쉬며 낚시를 넣고 들숨을 들이쉬며 대야를 내댈 지경이다.     네 아이는 돌우에 올라서서 잠간 숨을 돌렸다.     전같으면 잔등에 얼룩등거리를 걸친 종개들이 이리저리 기여다니고(종개들은 물우에서 내려다보면 헤염치는것이 아니라 기여다니는것처럼 보인다.)있었을텐데 오늘은 한놈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고기들이 다 어디로 이사갔단 말인가?     “저기 한마리 있어!”     보라의 머루눈이 반짝 빛났다.     “어디?”     서로 박치기를 하며 내려다보니 잔등이 얼룩덜룩한 놈 하나가 수련하듯 가딱 움직이지 않고 엎디여있었다. 종개였다.     환철이는 발로 돌을 탕 굴렀다. 고기는 미동도 없다.     (죽었잖아?)     경수가 막대기를 얻어다가 물을 휘젓자 고기가 빙그르르 돌면서 배때기를 우로 향한다. 과연 죽은 놈이였다. 다시 눈여겨보니 그옆에 죽은 새끼고기도 여러마리 있었다.     환철이는 돌우에서 황토색이 나는 가루를 손가락으로 묻혀들고 보더니 입귀를 실룩하며 량미간을 찌프렸다.     “누가 물에다 약을 쳤어!”     “약을 치다니?”     “약으로 고기잡이했단말이다.”     “뭐?”     환철이는 사방을 둘레둘레 둘러보더니 풀숲에서 비닐주머니를 집어들었다.     “봐, 이게 농약주머니 아니니?”     과연 농약주머니가 틀림없다. 주머니속에도 황토색가루가 한줌가량 들어있었다.     “옳아, 이게 논의 김을 잡는 약이다. 뭐라던가? 그래, 가라약이야!! 틀림없다!.     호걸이가 아는 소리할 기회를 찾았다고 목에 피대를 세워가며 떠들었다.     “내 아버지를 도와서 논에 이 약을 친적 있어!     오늘 어째서 고기가 없었는지 수수께끼가 밝혀졌다.     어느 덜떨어진 사람이 이 낚시터에서 농약을 친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곳에 고기들이 바글바글한것을 보고 그런 문명하지 못한 짓을 한 모양이다. 그래서 다른 고기들은 다 날벼락맞고 감탕속에 숨어있던 기름종개 몇놈이 겨우 난을 피했었구나!     이곳에서 농약을 쳤다는것은 우켠의 고기는 해를 입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가닥 한숨이 나오는 일이다.     우켠으로 올라가면서부터는 짜장 전처럼 고기들이 많았다. 고기가 잡히기 시작하자 엉망이였던 기분이 봄눈 녹듯 풀렸다. 환철이는 신바람나 반두를 댔고 경수는 환철이가 반두를 대기 바쁘게 끙! 하고 가재잡이하는 곰처럼 망짝같은 돌들을 히뜩히뜩 번졌다. 호걸이는 물가에서 이번에는 몇마리가 걸렸냐고 다사스레 묻던데로부터 옷을 안은채로 물에 들어와 함께 고기를 쫓았다.     보라는 고기를 담을 때마다 종알거린다.     “이 배불뚝이 버들치 배 좀 봐!”     “대갈장군 뚝지야, 넌 골이 큰걸 보니 수학을 잘하겠구나!”     “해해, 요놈 종개는 수영복을 입었나? 매끄러워 못잡겠는데…”     어느덧 양어장밑에까지 올라왔다. 인젠 해님도 정수리우에 와앉았고 바께츠안에는 고기가 물보다 더 많아졌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뜨고 그만두자!”     환철이는 반두를 탁탁 털어가지고 큰 돌 둘사이에 검불과 나무가지들이 어지러이 걸려있는 물이 좀 깊은곳으로 걸어들어갔다.     돌아래켠에 반두를 대자 경수가 검불과 나무가지를 재빨리 주어던지고 돌을 번졌다.     “큰 고기 든것 같다!”     환철이가 흥분에 뜬 소리로 웨쳤다.     경수도 마주 소리쳤다.     “빨리 들어라!”     (메기 아닐가?)     순간 환철이와 경수의 머리에는 같은 생각이 스쳤다.     언젠가도 양어장 바로 아래켠에서 반두로 두어근 되는 메기를 잡은적이 있다. 양어장에서 빠져나온 도주병이였다. 그날도 한반두만 더 뜨고 그만두려던참이였는데 마지막반두에 노다지가 걸린것이다.     반두를 훌쩍 쳐들고 들여다보던 환철이는 말벌에게 쏘인상이 되여 고개를 한켠으로 돌렸다. 반두속에 든 고기를 움켜쥐려고 다가서던 경수는 손으로 코를 싸쥐였다. 물을 차며 달려와  반두옆에 붙어서던 보라는     “엄마야!”     기겁한 소리를 지르며 바께쯔를 내던지고 물에 펑덩 주저앉았다. 그바람에 모로 쓰러져서 물에 둥둥 떠내려가는 바께쯔…환철이와 경수가 거의 동시에 달려가서 붙잡았으나 한발 늦었다. 바께쯔안의 고기들은 다 빠이빠이하고 없었다.     반두안에는 새끼돼지주검이 들어있었던것이다. 죽은지 오랜 돼지는 배가 터져서 밸이 밀밀 나오고있었는데 악취가 진동했다.     기대를 걸었던 마지막반두는 큰 실망과 절망을 갖다주었다. 옹근 반날동안 쏟아 부은 구슬땀이 물거품으로 변했다.     넷은 서리맞은 호박잎이 되여 강가에 아무렇게나 퍼더버리고 앉았다. 저마 다 락심천만했다. 천렵을 수없이 다녔지만 이렇게 랑패를 보기는 처음이다.     모두가 저기압인 가운데도 보라는 자기 꼴문에 꼴을 차넣은 축구선수처럼 더구나어깨가 처졌다. 그 애는 고개를 푹 떨구고 젖은 치마자락을 잡아비틀고있다.     “거봐라, 기어이 고기그릇을 들겠다고 앙탈을 부리더니…”     호걸이가 목에 힘줄이 곤두서서 눈에 잔뜩 힘을 주고 보라를 째려본다. 그는 얼굴이 생도마도빛이 되여 벌떡 일어나면서 바께쯔를 걷어찼다. 양철바께쯔는 놀란듯 껑충 뛰더니 대굴대굴 굴러서 물가에 가 떨어진다.     보라는 나 죽여줍시사 잠자코 있다.     “넌 뭐 잘했다고 성질내니?”     경수가 황소눈을 지릅뜨며 호걸이와 마주선다.     “내가 뭘?”     “너 아까 보라 보고 뭐랬니? 고기그릇을 물에다 떨굴게라고 방정맞은 소리를 안했니?”     “그래 다 내탓이겠구나!”     “그만둬! 네탈내탈한다구 놓친 고기가 돌아오겠니?”     환철이가 둘을 눌러앉혔다.     김을 뿜기 직전의 고압가마처럼 씩씩거리던 호걸이는     “천렵놀이가 펑크났는데 가잖고 앉아만있을거니?” 하고 부르튼 소리를 쳤다.     환철이가 벌떡 일어나더니     “너희들 내가 올때까지 기다려!” 한마디 남기고는 마을켠으로 걸어간다.     “어델 가니!”     ‘천렵왔다 고기국냄새도 못맡고 돌아가겠니? 장마당에 가 물고기를 사오겠다.”     “내가 가마!”     경수가 소리쳤으나 환철이는 괜찮다는 뜻으로 뒤에다 손을 젓고는 어느새 수레길에 올라선다.     보라는 말없이 마른나무가지를 줏는다.     “너 뭐하니?”     “오빠가 오기전에 뗄나무를 모아놓자구…”     경수와 호걸이도 보라와 함께 마른나무를 주어모으기 시작했다.     물이 질때 떠내려온 마른나무들이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땅에 놓인것이 있는가 하면 어떤것들은 나무가지 중턱에 걸려있었다. 물이 졌던 높이만큼 올라가붙은것이다.     할일을 찾아 몸을 움직이노라니 잠간새에 구겨졌던 얼굴들이 펴지고 기분이 쨍하니 개였다. 경수와 호걸이는 금방 다툰 애들같지 않게 시시덕거리면서 뻔질나게 뛰여다녔다. 보라의 얼굴에는 차츰 생글웃음이 피여났다.     보라와 호걸이는 작고 바싹 마른 나무가지들을 주어모았다. 힘이 센 경수는 큰 나무들을 많이 끌어왔다. 그는 땅에 박혀있는 마른 나무등걸도 발로 차서 여러개나 뽑아냈다.     꽈르릉!     요란한 우뢰소리에 고개를 쳐드니 어느새 하늘에는 검은구름이 쳐들어와 덮였다. 나무를 줏느라 여념이 없다보니 날씨의 변화에 대해선 감감 모르고있었던것이다.     나무뿌리같은 번개가 번쩍하더니 꽈르릉 꽈당! 전률할 굉음이 터졌다. 뒤이어 그 소리의 부스러기들이 하늘에서 한참 굴러다녔다.     여기저기 땅콩만한 비방울들이 드문드문 떨어지더니 퍼붓듯 소나기가 쏟아졌다. 방금 번개에 금이 간 하늘나라 물창고가 아주 터져버렸나보다.     세 아이는 짐을 헤치고 저마다 비닐천을 꺼냈다. 경수와 호걸이, 환철이의 비닐천까지 모아놓은 마른나무에 덮은 다음 보라의 비닐천을 함께 쓰고 비를 피했다. 옹송그리고 모여앉아 비를 피하는 그 모습은 마치도 호박잎밒에 숨은 풋병아리들을 방불케했다.     이 시각 풋병아리들은 한결같이 환철이를 근심하고있었다. 환철이는 지금 어디까지 갔을가? 비옷도 가지고가지 않았으니 옷이 푹 젖었을거야! 장마당에 물고기가 있기나 한지?     한참 두드려대더니 거짓말처럼 비가 멎었다. 급작스레 쏟아진 비물은 미처 스며들지 못하고 땅바닥만 깨끗이 쓸어주었다. 한낮의 열기에 달아올랐던 모래판은 시원한 비를 맞고 흰김을 실실 피워올린다. 먼지 한점 묻지 않은 조약돌들은 금방 물에서 건져낸듯 유난히 반들거린다.     하늘은 “내가 언제?” 하듯이 낯빛을 홀랑 바꾸었다. 시내물은 다시 주절주절 가락맞는 노래를 귀맛좋게 울려주었다. 비물에 씻긴 공기는 한결 청신하고 바람도 한 결 맑다. 내가에 늘어선 나무며 풀이며 저멀리 뉘엿하게 펼쳐진 논벌은 어느 거인 화가가 금방 그린 채 마르지 않은 수채화같았다. 쪼개지는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부채살같은 해살이 들판을 산뜻하게 조명했다.     아이들은 앉아서 기다리지 않고 다른 준비들을 하기 시작했다. 경수와 호걸이는 큰 돌 세개를 안아다놓고 남비를 걸었다. 보라는 가방에서 비닐로 만든 접이칼도마를 꺼내놓고 파와 애호박을 썰었다. 그런 다음 집에서 가져온 말린 노야기는 버리고 방금 마르나무를 주으면서 캔 생생한 노야기를 물에 씻어서 대기해놓았다.     모든 준비 ok! 이제 물고기만 오면 되는판이다. 그야말로 “만사가 다 갖춰졌는데 동풍이 빠진”격이다.     이마에 손을 얹고 큰길이 굽이돌아 사라진 저켠을 바라보던 보라가 소리쳤다.     “오빠, 오빠다!”     과연 환철이였다.     환철이는 밸 딴 소천어 두근을 비닐봉다리에 넣어가지고 왔다. 갈 때도 올 때도 손잡이뜨락또르를 만나서 앉았다면서 오늘 재수 없는중에도 수가 붙었노라고 자랑이다.     “어떻게 비를 안 맞았니?”     “장마당에 들어서자 비가 쏟아지더구나. 남새가게에 잠간 들어가서 피했어.”     모두들 신바람나 생선국 끓이는 일에 달라붙었다.     경수는 불을 때고 호걸이는 고기를 맑은 물에 한번 더 씻어왔다.     마른 버드나무가지는 불이 당기자 잠간새에 황황 세차게 탔다.     환철이가 국자를 쥐고 남비앞에 서는데 보라가 국자를 뺏앗았다.     “오빤 장에 갔다오느라 맥을 뺐는데 쉬여! 내가 하겠어!”     “네가?”     “그래, 이제부턴 고기국 끓이는 일은 내가 할게!” 이런건 워낙 녀자가 하는거야!”     보라는 남비가 달아오르자 기름을 부었다. 기름에 파를 닦다가 물을 붓고 먼저 된장을 한숟갈 떠넣었다. 이어 고추장을 두숟갈 떠넣고 다시 한숟갈 더 넣을가말가 망서렸다.     “한숟갈 더 넣어라. 된장 한숟갈이면 고추장은 세숟갈 넣어야 해!”     환철이가 귀띔해주었다.     “알았어, 근데 인젠 말하지 마! 나절로 할만해!”     애호박 썬것을 쏟아넣자 국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보라는 고기를 쏟아넣은 다음 노야기도 집어넣고 계란도 두알 깨넣었다. 한켠에서 지켜보던 세 아이는 대견한듯 웃음을 띠였다. 번번이 천렵을 다니면서 생선국 끓이는걸 수없이 보아오더니 인젠 눈감고도 절차를 외울수 있게 된 보라다. 하기사 이 정도도 안되고야 어찌 “미꾸 라지 4총사”의 일원이라 하겠는가?     고기는 끓는 물에 들어가자 잠간새에 뿌옇게 익었다, 보라는 고기가 부서지지 않게 국자를 넣어 살살 저었다. 물물 피여오르는 하얀 김과 함께 구수한 생선국냄새가 물씬 풍겼다. 물새들도 생선국냄새를 맡고 기분이 났는지 호리호리 호ㅡ 은방울 굴리는 목청을 풀어제낀다.     생선국이 다 끓자 보라의 젖었던 옷도 다 말랐다.     자, 천렵놀이의 클라이막스ㅡ식사시간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놓았다.     호걸이는 벌써부터 입맛을 짭짭 다시며 군침을 골깍 삼킨다.     경수가 제일 큰 버들치를 환철이앞에 밀어놓으며 말했다.     “오늘의 1등공신은 환철이니 환철이부터 맛봐라!”     “경수 네가 돌을 번지느라 제일 힘을 많이 뺐어! 네가 먹어!”     “그럼 이 제일 큰 고기는 보라가 먹어! 오늘 생선국을 끓인 스프인데…”     경수의 말에 호걸이가 툴툴거린다.     “나만  빼놓고 너희들끼리 잘두 노는구나?”     일동은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환철이가 말했다.     “먹기전에 내 할 말이 있어!”     모두 약속한듯 환철이 입을 바라본다.     “너희들 오늘 봤지? 물에다 돼지주검을 처넣고 약으로 고기를 잡고…이대로 나가면 우리의 천렵놀이 복지는 사라지고 천렵놀이도 끝종치게 될거야! 그래서 말인데…”     환철이는 여럿을 둘러보며 말끈을 이었다.     “우리 오늘 물고기들을 지키기 위한 동아리를 뭇는게 어떻니?”     “동아리?”.     “힘을 모아 문명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뚠 짓을 못하게 막잔 말이다.”     대뜸 생기를 띠는 아이들!     “난 두손들어  찬성이다!”     호걸이가 가슴을 툭툭 친다.     “나도 찬성!”     “나도 찬성이야!     보라와 경수도 찬성표를 던진다.     “동아리이름은 ‘환경보호 4총사’, 누구나 이름자의 앞글자를 내놓으면 돼!”     환철이 말에 호걸이가 뒤통수를 썩썩 긁으면서 중얼댔다.     “’환경보호 4총사’? 그럼 나는 또 보라 뒤에 서야 하나?”      경수가 픽 웃으면서 한마디 던졌다.     “정 아쉬우면 보라와 이름을 바꾸렴!”     또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     호걸이가 제 머리를 툭툭 치면서 말주머니를 끄른다.     “’환경보호 4총사’를 잘 꾸려나가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방금 이 지혜창고에서 반짝 떠올랐어!”     애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귀를 모았다.     “어떤건데?”     호걸이가 자세를 고쳐앉으면서 어험! 헛기침을 깇고나서 입을 열었다.     “강물에다 짐승주검을 처넣는 사람은 그걸 건져다가 산에 묻고 한시간동안 추도곡을 부르는 벌을 주는것이다.”     “나발국이 잠잠하다 했더니 드디여 터지는구나!”     “그리고 강물에다 농약을 친 자는 농약 친 강물을 한 바께쯔 마시게 한단말이다.”     “네가 법관이면 사람을 다 죽이겠다!”     경수가 배꼽잡고 웃는데 환철이가 손바닥을 탁 마주치면서 한마디 했다.     “자, 그건 이후 유모아사전에 올리고 고기국을 먹으면서 할 일에 대해 상세히 의논하자꾸나!”!     “그게 좋겠어!”     “그럼 그런 뜻에서 한잔 쭉ㅡ”     환철이가 음료병을 쳐들고 어른처럼 말하자 모두 음료병을 쳐든다.     “우리의 물고기들을 지키기 위하여!”     “위하여!”     잔을 부딪치듯 음료병을 부딪치는 아이들.     이어 저마다 도시락을 열어놓고 생선국에다 감식을 해댔다.어지간이 배고팠던 아이들은 오늘따라 생선국이 꿀맛이다. 천렵을 다녀본 사람들은 이렇게 강변에 남비를 걸고 끓여먹는 생선국이 더 맛좋다는것을 잘 알것이다. 야외에 나오면 공기 좋고 경치 좋고 기분이 좋아서일것이다. 게다가 고기잡이를 하느라고 땀을 빼고나면 몸도 거뿐하고 배도 잘 꺼지니깐. 하물며 오늘의 천렵놀이에는 여느때보다 더 깊은 뜻이 담겼는데 어찌 생선국이 별미가 아니겠는가?     경수는 가래질하듯 생선국을 입에 퍼넣더니 숟가락을 내버리고 국자로 국물을 떠서 훌훌 마신다.     “어, 시원하다!”     “넌 틀림없는 저팔계야!”     호걸이가 손가락으로 경수의 배를 쿡 찔러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몸집도 붕어빵이지만 게걸스러운것도 꼭 닮았어!”     “저부처님은 내 형이야.”     경수는 반죽좋게 히물거리며 또 한국자 푹 떠마신다. ‘    ”진짜 맛좋다. 우리 넷이 먹다 호걸이가 죽어도 모르겠는데…”     “뭐야?”     넷은 유쾌하게 점심을 먹으면서 동아리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남비속의 생선국이 다 팔릴 때엔 토론도 무르익었다. 환철이가 조장이고 조직에 경수, 선전에 호걸이, 보라는 통신원을 맡았다. 할 일들에 대해서도 머리를 짰다. 우선 합수목에 “물고기보호구역”이라는 패말을 세우기로 했다. 패말에다는 “약으로 고기잡이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예요!” “물에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깨끗하지 못한 사람이예요!” 이렇게 써넣는다. 약으로 고기잡이하는 사람, 물에 오염물질을 처넣는 사람을 보면 파출소에 보고하거나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기로 했다.     “경수, 너의 큰아버지네 논이 합수목아래켠에 있으니 큰아버지와 말해서 ‘물고기보호구역’을 잘 살펴달래라. 그리고 호걸이는 누나가 날마다 손잡이뜨락또르를 몰고 룡연양어장을 지나다니니 누나에게 동영상을 부탁해!”     환철이 말에 경수는     “참 좋은 생각이다. 조장이 다른데!” 하며 엄지손가락을 내든다.     게처럼 가로달아나는 성질인 호걸이는 또 왕청골로 빠진다.     “나의 누나가 도와주면 누나에게 뭘해줄건데?”     “우리를 도와주면 경수 큰아버지에게는 천사칭호를, 호걸이 누나에게는 선녀칭호를 수여할거다!”     환철이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덧붙였다.     “앞으로 선전활동에 공을 들여 많은 천사와 선녀들이 우리를 돕도록 해야 한다,”     한차례의 특수한 천렵놀이를 마친 “환경보호 4총사”는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환철이는 그 사이 돌마당에 펴놓아 말린 반두를 딜딜 말았고 경수는 남비를 물에 깨끗이 헹구었다. 남먼저 가방을 둘러멘 호걸이는 주저주저하더니 뒤머리를 썩썩 긁으며 보라에게 말했다.     “보라야, 오빠가 성낸거 용서해라. 오빠가 잘못했다.”     그러자 아까 정떨어지게 욕 먹을 때에도 울지 않던 똑순이의 머루눈에서 수정같은 이슬방울이 또르륵 굴러떨어졌다. 가슴속에 얼어붙었던 설음이 호걸이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녹아내린것이다. 보라는 두손으로 낯을 가리고 어깨를 들먹인다.     “호걸이가 잘못했다고 하잖니? 그만 그쳐!”     환철이가 이렇게 말하는데 경수는 보라의 옆구리를 간질러댔다.     “너 정말 울겠니?”     보라는 눈물방울을 대룽대룽 단채 캐드득 웃음을 터뜨렸다.     “야, 보라 울다가 웃었다. 울다가 웃으면 꼬리난다는데…”     경수가 손벽을 짝짝 치면서 고개를 뱅뱅 돌린다.     헌데 보라가 아니라 하늘이 울다가 웃는바람에 꼬리났다. 비를 걷고 밝은 웃음을 지은 하늘에는 채색무지개가 봉황새의 꼬리마냥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2007.  
12    오누이와 개구리(아동소설) 댓글:  조회:533  추천:0  2017-05-02
아동소설 오누이와 개구리 허두남       마을앞 논머리길을 따라 두 아이가 걸어가고있습니다. 올해 여섯살인 범수와 녀동생 순이랍니다. 범수는 물이 반쯤 담긴 작은 밥통만한 유리그릇을 안았습니다. 그속에는 개구리 한마리가 왕방울눈을 물밖에 내놓고 엉거주춤 물에 떠있습니다. 순이는 오빠곁에 바싹 붙어서서 종종걸음을 치면서 개구리를 자주 들여다봅니다.     점심때가 금방 지난지라 날씨는 유난히도 찌물쿱니다. 하늘 한복판에 나앉은 해는 심술궂은 계집애처럼 두볼에 힘을 모아가지고 따가운 입김을 확확 뿜고는깨고소하게 눈웃음칩니다.             길옆 모래불은 자글자글 끓이는 열을 받아 감자를 묻으면 잠간새에 익을것만 같습니다.     모래불에는 개미귀신들이 파놓은 함정이 우박맞은 자리처럼 숭숭합니다. 이런 무더운 날은 개미귀신들에게 더없는 락원입니다. 참, 개미귀신이란 놈들은 여느날엔 그림자도 보이지 않다가 무더운 날이면 불쑥 나타나는게 신기합니다. 날씨 더워지면 금방 생겨나는건지 아니면 어디에 꽁꽁 숨어있다가 불볕이 쏟아지는날에만 나와서 활동하는건지?     개미 한마리가 모래불로 기여왔습니다. 그놈은 모래불이 너무 따가와서 거미에게나 쫓기듯이 천방지축 기여가다가 개미귀신이 파놓은 함정에 굴러떨어졌습니다. 급해맞은 개미는 바둥거리며 함정에서 나오려고 아등바등 애썼습니다. 하지만 함정속 모래밑에 몸을 숨기고 먹이가 빠져들기를 기다리던 개미귀신이 이 기회를놓칠리 없습니다. 개미귀신은 두뿔로 모래를 함정밖에 부지런히 쳐냈습니다. 개미는 발밑의 모래가 무너지는바람에 점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개미귀신은 개미가 함정밑바닥에까지 굴러떨어지자 답싹 물었습니다. 힘장수 개미였지만 모래속에몸을 숨긴 개미귀신을 어쩌는 수가 없었습니다. 개미는 한참 바둥거리다가 급기야 맥을 버립니다.     걸음을 멈추고 곤충세계의 박투를 지켜보던 범수와 순이는 멋적은듯 자리를떴습니다.     “오빠, 누가 개미를 죽였니?”     “개미귀신이야!”     “개미귀신도 거마리처럼 나쁜 놈이니?”     “그럼!”     범수와 순이는 이때 똑 같은 생각을 하고있었습니다. 개구리의 옆구리에 악착스럽게 들어붙어 피를 빨던 거마리와 고통스러워 뱅뱅 맴을 돌던 개구리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던것입니다.     꼭 일곱밤전의 일입니다.     그날도 유치원에 가지 않는 날이라 범수와 순이는 마을에서 좀 떨어진 물웅뎅이옆에서 민들레꽃씨를 불면서 놀고있었습니다.     물웅뎅이옆에는 민들레꽃씨가 지천으로 널려있었습니다. 봄나물 캐는 아줌마들이 그렇듯 샅샅이 뒤지고 뒤졌건만 어떻게 이리 많은 민들레가 살아남아서 꽃을 피우고 씨를 앉혔는지 모를 일입니다. 어찌 보면 목화꽃이 핀듯 어찌 보면 눈 송이가 내려앉은듯 줄기끝마다 하얀 민들레씨가 눈길을 끕니다.     범수가 머리 하얗게 센 민들레 한송이를 똑 꺾어들고 밤볼을 고무공처럼 뿔궈가지고 훅ㅡ 불자 민들레 흰머리는 무수한 락하산이 되여 포시시 날립니다.     “어때, 내 락하산이 멋있지?”     범수는 시뚝해 동생을 돌아봅니다, 순이도 질세라 민들레 한송이를 꺾어들고소리쳤습니다.     “오빠, 이번엔 내 락하우산을 봐!”     순이는 락하산을 락하우산이라고 합니다.     순이가 도톰한 입에 힘을 주어 훅ㅡ 불자 민들레꽃씨는 또 락하산부대가 되여 동동 날아갑니다.     순이는 고개를 뒤로 제끼고 날아가는 민들레씨를 따라 뛰여다닙니다.     민들레씨 하나가 웅뎅이물우로 날아가자 순이는 손벽을 치며 환성을 질러댔습니다.     “락하우산아, 제발 물에 떨어지지 말고 건너가라!”     하지만 동동 떠가던 민들레씨는 순이의 간절한 기대를 저버리고 차츰 처지더니 물우에 살풋이 내려앉았습니다.     실망한듯 입이 뚜ㅡ해서 물에 젖어드는 민들레씨를 지켜보던 순이가 갑자기호들갑스러운 소리를 질렀습니다,.     “오빠, 저기, 저기...!”     “뭐야?”     “개구리가 잡기단을 논다!"     순이가 가리키는곳을 보니 금방 순이  “락하산”이 떨어진 바로 옆에서 개구리 한마리가 모로 누워 뱅뱅 맴을 돌고있었습니다.     “오빠, 저 개구리 재간 있지? 뱅뱅 멋있게 돈다!”     순이는 캐드득거리며 재미있게 바라봅니다.     범수는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암만 봐도 재간 피우느라고 도는것 같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개구쟁이 돌이가 풍뎅이를 붙잡아서 마당을 쓸게 한다면서 날개를 비틀어놓았을 때의 모습같았습니다.     범수는 돌멩이를 주어서 개구리 옆에다 던졌습니다. 돌멩이가 옆에 떨어져 파문을 일으켰지만 개구리는 달아나지 않고 그냥 뱅뱅 맴을 돕니다.    범수는 저켠에 뛰여가서 한발남짓한 마른나무가지를 주어들고 왔습니다. 나무가지 굵은켠을 손에 쥐고 초리켠으로 개구리를 걸어당겼습니다. 잘 걸리지 않아서 한뽐쯤 끌려나오다가 벗겨졌습니다. 다시 걸어서잡아당겼습니다. 몇번 이렇게하여서야 물가까지 나왔습니다.     개구리를 쥐고 찬찬히 살펴보니 옆구리에 거마리란 놈이 찰싹 들어붙어있지않겠나요?     “요 못된 거마리놈아, 어디 죽어봐라!”     범수는 거마리를 떼내여 땅바닥에 동댕이치고 밟아죽였습니다.     “오빠, 거마리가 개구리를 물었니?”     “개구리의 피를 빨아먹었어! 봐라, 거마리놈이 피를 빨아먹은 자리야!”     범수는 개구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거마리가 붙었던 자리를 가리켰습니다.  껍질이 벗겨지고 피가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순이는 개구리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속삭였습니다.     “많이 아프지,? 개구리야?”     상한 개구리를 그냥 내버려두면 죽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집에 갖고가서 치료해줘야 했습니다. 범수와 순이는 개구리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범수는 집에 들어서자바람으로 노란 약을 찾아내여 개구리의 상처에 발랐습 니다. 약을 발라주니 개구리는 움치고 앉으면서 입을 떡떡 다시였습니다. 순이는 개구리가 입을 다시는 모양을 보고 종알거렸습니다.     “개구리가 배고픈 모양이다. 밥을 주자!”     “바보, 개구리는 밥을 먹지 않아. 벌레를 먹어     “그럼 벌레를 잡아주자!”     “좋아, 파리를 잡아주자!”     범수는 파리채를 쥐고 파리를 찾았습니다.     운수가 좋지 못한 파리 한놈이 문설주에 앉아 앞발을 싹싹 비비고있었습니다. 제발 죽이지 말아달라고 사정하는듯했습니다. 쳇, 네놈이 해충인걸 다 알거든! 그렇게 빈다고  살려줄줄 알아?     파리채가 휙ㅡ 날아가자 방바닥에 떨어지는 파리.     순이는 제꺽 죽은 파리를 집어들었습니다.     (요놈아, 넌 우리 아기의 간식이야!)     순이는 파리를 개구리의 앞에 놓고 엄마가 자기 아기에게 말하듯 속삭였습니다.     “아가야, 맘마 먹어! ”     개구리는 들었는지 말았는지 입을 꾹 다물고 미동도 없습니다.     범수는 파리를 개구리의 입에 갖다대였습니다. 그래도 개구리는 여전히 못본체할뿐.     “상한 곳이 아파서 먹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범수는 측은한 눈길로 개구리를 쓸어보며 한숨을 호ㅡ 내쉽니다. 그는 유리통졸임통을 찾아내여 물을 반쯤 붓고 개구리를 넣었습니다. 통에 들어간 개구리는 머리앞부분을 물밖에 내밀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개구리는 이튿날도 먹지 않았습니다.     며칠 지나니 상처는 아물었는데도 웬일인지 파리를 잡아주면 그냥 못본체했습니다.     “개구리가 아기 생각이 나서 먹지 않는거야!”     범수의 말에 순이는 눈이 말똥말똥해서 오빠를 쳐다봅니다.     “아기가 누구야?”     “개구리의 아기는 올챙이야. 지금 올챙이가 보고싶어 이러는거야!     “그럼 어쩌니?”     “어쩌긴 어쩌겠니? 개구리에게 아기를  찾아줘야지!”     이리하여 범수와 순이는 지금 전번에 개구리를 발견했던 그 물웅뎅이로 올챙이 잡으러 가고있는것입니다.     물웅뎅이에 이른 범수와 순이는 뜻밖의 정경에 눈이 두곱이나 커졌습니다.     일곱밤전만해도 작은 늪 같던 웅뎅이는 물이 싹 말라있었습니다. 웅뎅이가운데 깊이 패인 홈에만 물기가 약간 남아있었는데 올챙이들이 모두 거기에 모여들어 바글바글했습니다. 어찌도 많은지 백마리 되고도 또 백마리는 될것같았습니다.     방금전까지 어떻게 올챙이를 잡을가? 몇마리를 잡을가? 그 궁리에 골몰하던 범수는 당황해났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물이 마르면 올챙이가 살지못한다는것을 알았습니다. 개구리에게 “아기”를 찾아주려던 계획은 가뭇없이 사라지고 어서 올챙이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속에 맴돌아쳤습니다.     올챙이를 많이 잡을수 있겠다고 좋아하던 순이는 오빠의 낯빛에 따라 기색이 변합니다.     “오빠, 왜 그래?”     “물이 없어 올챙이가 다 말라죽는다.”     순이는 금시 울상이 되였습니다.     “올챙이가 너무 불쌍하구나!”     범수는 웅뎅이의 옆으로 흘러가는 논도랑물을 찬찬히 살펴보았습니다. 논도랑은 웅뎅이와 불과 두어자 사이두고있었고 웅뎅이보다 높았습니다,     “물을 끌어들이자! 올챙이가 살수 있게!”     “어떻게 말이니?”.     “엊저녁 텔레비죤에서 황소개구리가 물을 끌어들이는걸 못봤니? 황소개구리처럼 땅을 파고 저 물을 웅뎅이로 끌어들이잔말이다.”     순이는 그제야 알았다는듯 얼굴색이 피여납니다.     “빨리 파자! 나도 황소개구리 하겠어!”     어제저녁 텔레비죤 “동물세계” 프로에는 감동적인 장면이 나왔습니다. 웅뎅이에 물이 말라 수천마리의 올챙이들이 죽음을 앞두고있을때 황소개구리아빠가뒤발로 땅을 뚜져서 물길을 내고 물을 끌어들이는것이였습니다. 범수네는 아빠 엄마까지 네 식구가 그 장면을 보면서 개구리도 제 자식을 사랑하는데는 사람과꼭 같다고 감탄했습니다.     범수는 끝이 뾰족한 돌멩이 두개를 주어들더니 작은것을 순이에게 주면서 말했습니다.     “넌 이걸 가지고 저쪽에서 이렇게 파라. 난 여기서 그쪽을 향해 팔게.”     “그럼 물이 들어오니?”     “그렇잖구! 우리 둘이 판 자리가 마주치면 물이 쏴ㅡ 흘러들지.”     범수와 순이는 웅뎅이 사이 둔덕진 땅을 마주 파기 시작했습니다. 범수는 논도랑에서 웅뎅이켠을 향해, 순이는 웅뎅이에서 논도랑켠을 향해.     우리의 두 꼬마주인공은 황소개구리보다 재간이 많이 서툴렀습니다. 젖먹던힘까지 다해서 허벼대도 흙은 과자부스러기만큼밖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황소개구리는 뒤다리와 궁둥이를 바닥에 딱 붙이고 비비적거리면서 소형불도젤처럼뚜져나갔는데…     범수는 부지런히 흙을 파면서 한편으로 순이에게 좀 더 깊이 파라 좀 더 넓게 파라 자주 일러줬습니다. 말하자면 전투원 겸 질휘관역을 했습니다.     순이는 오빠가 파는것을 넘겨다보면서 고사리같은 손에 돌멩이를 꽉 틀어쥐고 열심히 팠습니다.     “아가!”     갑자기 범수가 손에 쥔 돌멩이를 내버리고 손가락을 감싸쥐였습니다.     “왜 그래, 오빠?”     순이가 유리알처럼 올롱해진 눈으로 오빠를 바라봅니다.     범수가 감싸쥔 손을 풀자 식지손가락에 껍질이 벗겨지고 피가 돋아난것이 눈에 띄였습니다. 흙속에 있는 자갈에 긁힌것이였습니다.     순이는 오빠의 손가락을 호호 불어줍니다.     “많이 아프지, 오빠?”     범수는 손가락이 아려났지만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듯 씩 웃음을 날렸습니다.     “쬐꼼 아프지만 하나도 안 아파!”     두 아이는 다시 돌멩이를 쥐고 일을 계속했습니다.     범수는 상한 손가락이 흙에 스치면서 따끔따끔 아팠지만 꼬마군대처럼 용감하게 참았습니다.     드디여 둘이 판 자리가 마주쳤습니다. 둘이 팠다해야 순이가 판것은 자신의 조막손으로 한뽐도 못되였습니다.     웅뎅이에 물이 흘러들자 두 아이는 너무 좋아 퐁퐁 뛰였습니다.     올챙이들이 몰려있는 홈에 생명수가 흘러들자 올챙이들은 파르르 파르르 꼬리를 치며 쫑쫑 헤염칩니다.     물은 홈을 채우고 다시 전 웅뎅이를 덮기 시작했습니다. 올챙이들을 손가락질하며 신바람나 뛰여다 니던 순이가 문득 생각난듯 소리쳤습니다.     “오빠, 올챙이를 붙잡아넣자던걸 깜빡했어!”     “그랬구나!”     “지금 붙잡아넣자.”.     범수는 당장 신을 벗고 웅뎅이물에 들어서려하는 순이를 말렸습니다.     “우리 개구리를 물에다 놓아주자!”     오빠를 빤히 쳐다보는 순이.     “개구리를 여기다 넣으면 모든 올챙이들이 다 엄마가 있게 된단 말이다. 개구리도 숱한 아기가 생기니 더 좋을거구.”     “근데 개구리가 보고싶어 어쩔가?     “보고싶으면 여기 와서 보면 돼! 우리 날마다 보러오잔말이다.”     “정말이야, 오빠? 약속해!”     순이는 죄꼬만 새끼손가락을 자벌레처럼 꼬부려가지고 오빠의 손가락에 걸어당겼습니다.     범수는 개구리가 들어있는 통을 물우에 거꾸로 쳐들고 쏟았습니다. 물이 꿀룩꿀룩 쏟아지면서 개구리도 물과 함께 나왔습니다.     일주일만에 웅뎅이물에 들어선 개구리는 꿈같은지 왕방울눈을 디룩거리며 한동안 가만히 있었습니다. 발로 물을 차며 두어번 헤염쳐보더니 꿈이 아니라는걸알았는지 물속으로 자맥질해들어갔다가 저쯤에 가서 주둥이를 쑥 내밉니다. 올챙이 몇마리가 개구리 주위에 오구구 모여들었습니다.     “엄마와 아기들이 반갑다고 인사한다!”     순이는 좋아라고 손벽을 짝짝 칩니다.     범수도 개구리와 올챙이가 술래잡이 하듯 쫓고 쫓기며 헤염치는것을 흐믓하게 바라봅니다. 그는 싱긋 웃으며 오동통한 주먹으로 코밑를 쓱 올리씻었습니다. 그바람에 손등에 묻었던 감탕이 코밑에 수염처럼 게발라졌습니다.     순이는 손가락으로 오빠의 코밑을 가리키며 웃어댑니다.     “해해, 오빠 수염이 났다. 오빠 아저씨 됐다.”.    순이는 너무 우스워뱅글뱅글 돌면서 웃어대다가 돌부리에 걸려 뒤로 넘어졌습니다. 그바람에 엉덩이에 커다란 진흙도장이 찍혔습니다. 그래도 그는 그냥 깔깔 웃어댑니다. 그러자 범수도 동생과 함께 웃습니다.    두 오누이의 유쾌한 웃음소리는 물웅덩이가에 떠돌다가 해빛이 쏟아지는 하늘로 멀리멀리 날아갔습니다.                                                                                   2009.  
11    둘째형님의 책장(수필) 댓글:  조회:1137  추천:1  2017-05-02
  수필 둘째형님의 책장 허두남   “야, 딸은 가져가도 되지만 책은 안된다!” ㅡ사위가 책을 빌리러 갔을때 둘째형님이 한 말이다. 그렇다고 나의 형님을 몰인정한 랭혈인간이라고 보지 말라! 딸 셋밖에 없는 “가라지농사군”이지만 자식들을 금쪽같이 여기는 정 많은 아버지이다. 어머니보다 아버지를 더 따르는 조카들이 줄줄이 그 증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에게 비긴것은 책을 더없이 사랑한다는 뜻이다.  “남의 책을 빌리는자는 머저리이다. 남에게 책을 빌려주는 자도 머저리이다. 남의 책을 빌려갔다가 돌려주는 자는 더욱 머저리이다.” ㅡ이것은 어느 작가가 책장앞에 써붙인 글이란다. 한쪽 벽을 다 차지한 책장, 세계명작들이 어깨를 비비며 줄지어 서있는 책장을 흐믓하게 올려다보면서 이 말을 외우던 형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참 교묘한 말이다. 세마디밖에 안되는 말에 책을 빌려주지 않는 정당성을 빈틈없이 박아넣은것이다. 더구나 세번째마디는 그 말밖에 진의가 있다.  “나는 책을 빌려갔다가 돌려온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는것이다. 주인이 철같은 리론으로 방어선을 쳐놓고 앉아있는데야 누가 감히 부끄러운 손을 내밀수 있겠는가?   책장앞에 그 글귀를 써붙이지는 않았지만 형님은 언녕 마음에 써붙이고있었다. 형님은 늘 금고문 채우듯 책장문에 자물쇠를 꽁꽁 잠그었다. 동생들인 우리도 책을 빌리려면 먼 바다로 떠나는 어부가 하늘을 살피듯 형님 낯빛을 살펴야 했다. 하지만 하늘을 살펴도 날씨를 제대로 예측할수 없는때가 많은법이다. “그 책이 어디 들어가 꽂혔는지 모르겠다.” “책장열쇠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어째 도서관에 가서 빌리지 못하니?” 구실은 단조로왔지만 책장안은 풍부하기만 했다. 도서관에 없는 좋은 책도 형님에게는 많았다. 나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이전에 형님의 책을 몇번이나 잃어버렸으니깐. 형님은 소책자 여러권을 함께 묶기 좋아했는데 한번은 소설책 다섯책을 묶은걸 잃어린적도 있다. 책을 함부로 못 다치게 하는 형님이였지만 내 안해에게만은 례외였다. 안해가 첫인사차로 형님집에 가자 가문에 첫 대학생식구가 생겼다고 특혜를 베푼것인지 책을 마음대로 골라보라고 책장열쇠를 내주었다. 난생 본적 없던 풍경에  식구들은 서로 희한해하는 눈길을 주고받았다. 그 뒤에도 그 사람이 책을 보자고 하면 언제나 푸른등이였다. 책이 책장안에 넘쳐났지만 형님은 전혀 성차하지 않았다. 눈에 드는 책이 있으면 값을 따지지 않고 사들였다. 형수님이 책방을 하다가 책 2만원어치를 도난당한 일이 있다. 산눈 빼먹을 도적놈이 밤에 자물쇠를 마스고 책방안에 있는 좋은 책들을 몽땅 실어간것이다. 그 일이 있 은지 1년도 더 지난뒤였다. 형님은 룡정으로 갔다가 책방이 눈에 띄자 어떤 책들이 있을가 궁금하여 문을 떼고 들어섰다. 책방안을 둘러보니 진렬되여있는 책들이 어쩐지 눈익어보였다. 책을 몇개 뽑아서 훑어보던 형님은 하마터면 놀란 소리를 지를번했다. 책우모서리마다에서 “명월서점”이란 도장자리가 “나 여기 있어요!” 하는듯 또릿또릿한 눈으로 쳐다보고있었다. 그랬다. 그 책방의 책들은 몽땅 형수님의 책방 “명월서점”에서 도적맞힌 책들이였다… 그렇게 잃어버렸던 책을 다 찾았다. 책방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집착스런 책사랑이 종적을 감췄던 책까지 도로 돌아오게 한것이다. 형님 친구들은 형님이 세집을 열몇번이나 옮기면서 고생한 이야기를 입에 올릴 때가 있다. 재산이라곤 아글타글 모아놓은 책뿐이라 이사할때마다 비닐마대들에 책을 담아가지고 휘주근해서 거리를 일주하던 일… 책을 더러 골라서 팔아치우라고 권고하니 그게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더란다. 살아가기 힘들다고 조강지처를 내쫓겠냐는듯이. 한국책이 밀려들자 돈을 많이 들여서 원래의 명작들을 보기 좋은 한국판 새책으로 바꿔놓은 형님, 환난을 같이 한 조강치처를 한층 품 내주려고 멋진 시체옷으로 단장시킨것이라고나 할가? 자신은 한평생 멋부리는것과 인연이 없었지만 책들을 위해선 주머니 사정따윈 전혀 헤아리지 않았다.  아빠트에 들자 형님은 객실 한켠벽을 책장으로 만들고 건축설계사가 고층빌딩을 설계하는 정성으로 알심들여 장서했다. 낡은 책과 겉보기에 못한 책들은 안쪽에, 표지가 멋스러운 책과 양장본으로 된 책들은 바깥쪽에ㅡ이렇게 두겹으로 모셨다. 강은 원천이 있고 꽃은 수분과 자양분을 보내주는 뿌리가 있듯이 책에 대한 형님의 남다른 사랑에는 아픈 사연이 슴배여있다. 형님은 어릴적에 누구보다도 어렵게 책을 모았다. 도적놈이 얼굴 붉힐지경으로 집이 가난했기때문이다. 형님이 고중에 붙던 해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해 남평중학교에서 현소재지고중에 녀학생 둘과 형님까지 셋만 붙었다. 선생이 와서 입학소식을 알리자 우리집은 마치 초상이라도 난듯 했다. 뒤바라지 할 일이 너무나도 막연했던것이다. 아들이 어서 초중을 졸업해서 밭일할 일군이 한사람 불어나기를 은근히 바라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공부 잘하는 아들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결국 형님은 고중에 갔다가 몇달만에 경제휴학을 했고 한해 지나서 손아래 누이(나의 둘째누나)가 공급판매합작사에 취직해서야 누이의 도움으로 고중을 마칠수 있었다. 형님은 고중에서 기숙사생활을 할 때 책을 사기 위해서 3전씩 하는 국도 먹지 않았다. 집에서 가지고 간 고추장에 밥을 먹으면서 식비를 절약해서는 한책에 2, 3원씩 하는“세계문학선집”들을 샀다. “동키호테” “하이네시선” “쉑스피어희곡선”… “동키호테”를 읽으며 희비극이 뒤엉킨 주인공의 운명을 두고 울고 웃던 그때 책 한권을 위해 한달은 꼬장꼬장한 수수밥을 강다짐으로 삼켜야 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도 비탄과 허구픈 웃음을 쏟아야 했다… 한평생의 품을 들여 “완미한 책장”을 만들어놓은지 얼마 안되여 형님은 손에 책을 쥔채 병으로 쓰러졌다. 먹을것, 입을것을 아끼며 수십년을 하루와 같이 열심히 책을 모아놓은 형님, 형님에게 책은 과연 무엇이였던가? 그것은 허구한 날 갖은 세파속을 헤쳐나온 정신적 버팀목이였고 삶의 보람이였으며 인생 전부였다. 식당은 흥성하나 도서실은 한산한 현실이지만 소를 팔아 자식을 공부시킨다는 미덕은 이 책장안에 살아있다. 세 딸의 성장을 견실하게 이끌어준것이 유일한 가보인 책들임을 책장은 알고있다. 아버지가 책을 사가지고 집에 들어서면 독수리 병아리 채듯 낚아다가 걸탐스레 읽군 하던 딸들의 풍성한 삶을 책장은 똑똑이 보았다. 새 신문이 나지면 어서 빨리 보려는 욕심에 세 자매가 한면씩 쪼개가지고 읽던 모습, 잡지 하나를 가져다가 책심을 빼고 나누어서 서로 넘기면서 읽던 모습은 감격 그 자체였다.  아버지가 서점에 다닐때마다 졸졸 따라다니던 셋째딸은 이미 청화대학 박사연구생을 마쳤다. 산동대학에서 교편을 잡고있는 그 애가 한문으로 책 두권을 냈고 지금 아버지를 그리는 장편수필을 쓰고있다는것을 형님이 안다면 얼마나 대견해하랴!  형님은 몇년째 병석에 누워있다. 일생동안 알심들여 모은 책들이 눈길을 끄는 정성껏 장식해놓은 책장앞에… 바퀴 달린 작은 침대에 말없이 누워있는 형님의 얼굴에서는 좋은 책을 얻었을때의 기뻐하던 표정도 누가 책을 다쳤나 책장을 살피던 때의 걱정  어린 표정도 찾아볼수 없다.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형님은 리기영과 함께 “고향”을 둘러보며 조선문학을 담론하고있을것이라고. 래일은 그리고리와 어깨 나란히 말 타고 돈강가를 거닐것이며 그 다음날엔 사형장에서 자기를 향해 총을 쏘는 병사들을 지휘하는 등에의 장렬한 최후를 지켜보면서 비장한 눈물을 훔칠것이라고. 책과의 끈끈한 정으로 수십년을 이어온 형님, 언제나 혼신을 바쳐 사랑할수 있는 책이 있어 고생속에서도 행복했다면 오늘은 사랑하는 책이 병상을 지켜주어 빈방에 홀로 누워있어도 외롭지 않을것이다.                                                                                                 2010.12.
10    도시락에 담긴 사랑(아동소설) 댓글:  조회:452  추천:0  2017-04-25
아동소설 도시락에 담긴 사랑 허두남       일은 고 계집애 미나때문에 생겼다. 에잇, 괘씸한 계집애…     호, 하지만 그 애만 나무랄 일도 아니야!     “오늘 점심에 도시락점검을 하는게 어때? 누가 제일 좋은 반찬을 쌌나 누구 엄마 제일 정성껏 반찬을 만들었나 비겨보자꾸나!”     미나가 이렇게 말을 꺼냈을 때 도시락을 싸가지고 등교하는 녀자애들은 한결같이 그러자고 했고 나도 좋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속으로 엄마의 반찬솜씨를 애들앞에 자랑할 좋은 기회라고 은근히 기뻐했었다. 엄마의 반찬솜씨는 음식점에서 전업으로 반찬을 만드는 료리사들도 두손들 수준급이다. 같은 재료로 만들어도 더 맛있게 만든다.     오늘은 무슨 반찬을 쌌을가? 돼지고기탕수육? 터덕구이? 송어구이? 십상팔구는 소고기버섯볶음일거야! 엄마는 내가 그걸 제일 좋아한다는걸 잘 아니깐!     소고기버섯볶음이라면 더구나 자신있다. 엄마는 늘 소고기를 센 불에다 잠간새에 볶아내기에 아주 만만하다. 거기에 조미료를 알맞게 넣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아 혀까지 꼴깍 넘어갈지경이다.     무슨 반찬을 쌌을지 궁금하여 견딜수 없었다.     나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 도시락을 열어보려 맘먹었다. 헌데 오늘따라 선생님은 칠판글을 쓰지 않고 강의만 한다. 언제면 선생님이 돌아서겠는가만 기다리느라니 강의내용도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여 선생님이 분필을 잡으며 칠판을 향해 돌아섰다. 기회였다. 나는 재빨리 책상안에 손을 넣어 도시락덮개를 열었다, 애들이 나를 여겨보는것 같아서 얼핏 교실안을 둘러보았다. 모두 칠판의 내용을 받아베끼느라 정신없다.     그제야 안심하고 도시락을 끄당겨서 들여다보았다.     아니…?     나는 불에라도 덴듯 흠칫했다. 반찬이라고 배추김치 한가지만 달랑 들어있지 않은가…     (이게 웬일이람?)     나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자별했다. 한입으로 다 말할수 없는것이였다. 나의 머리속에는 지난 봄 내가 감기를 앓고난 뒤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내 감기를 교대라도 하듯 엄마가 감기로 몸져눕는바람에 그날 아침밥을 내가 지었다.     나는 쿠쿠밥솥에 밥을 안치고 반찬으로 두부장을 만들었다. 골치거리는 내도시락반찬이였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내가 만들줄 아는 반찬은 두부장과 닭알볶음밖에 없다. 두부장을 도시락에 쌀수는 없는지라 닭알볶음을 따로 만들었다.     숟가락을 놓고 일어나는데 팔에 주사를 꽂고 누워있던 엄마가 물었다.      “너 도시락반찬은 뭘 쌌느냐?”      “닭알볶음을요.”      “너 닭알볶음은 별루면서?”      “괜찮아요.”      “랭동기 제일 아래칸에 소고기를 썰어서 얼궈붙인게 있다. 그리구 그 우칸 비닐주머니에 버섯이 있니라. 함께 볶거라! 잠간이면 된다.”     “괜찮대두요.”     랭동기안에 내 도시락반찬감으로 소고기와 버섯을 넣어둔줄 나도 알고있다. 엄마는 늘 소고기 꽃등심을 잘게 썰어서는 한번 쓸 만큼씩 비닐주머니에 넣어 랭 동시키고 버섯도 준비해둔다.     나는 그냥 닭알볶음을 싸기로 했다. 볶음채를 만들 자신도 없었지만 시간도 없었다.     방안에 들어가서 어제 해놓은 숙제를 한번 죽 훓어보고 책가방에 책을 넣었다.     책가방을 들고 부엌간에 내려서던 나는 못박힌듯 굳어졌다.     엄마가 팔에 주사바늘을 꽃은채로 한창 내 도시락반찬을 만들고있었다. 링게르병을 창턱에다 걸어놓은 엄마는 국자로 남비를 젓고있었는데 남비속에서는 소고기와 버섯이 고소한 향기를 풍기였다.     채를 볶다가 왼손을 들어 손등으로 이마를 지긋이 누르는 엄마, 엄마의 낯색 은 창백했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그러던 엄마가 어떻게…?      요즘 물남촌으로 명태밸 따는 부업을 다니더니 고달파서 내 도시락에 대해 소홀했나봐! 손가락끝마다 반창고를 붙인걸 보고 일이 몹시 힘들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야!     야단났다. 이제 점심때가 되면 어쩌나? 내 도시락이 꼴등에 뽑힐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꼴등 도시락과 꼴등 엄마! 생각할수록 안달아났다. 어떻게 한담?     (그래, 그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세번째 시간이 시작되기전부터 나는 배를 붙안고 아픈 시늉을 했다.     아이들은 웬일이냐고 물었다.     “아침을 먹은게 체했나봐.”     거짓말을 꾸며대며 제법 앓음소리까지 냈다.     “약이라도 먹어야 하는거 아니니?”     “먹었어. 전번에 먹다 남은 약이 있길래…”     드디여 네번째 시간이 끝나는 벨이 울렸다. 언제나 네번째시간의 끝을 알리는 벨소리는 승리의 나팔소리인양 귀맛 좋았지만 오늘은 정말 싫었다. 찌르릉하는 그 소리는 높고도 아츠러워 귀찮기만 하다.     “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입니다. 친구 여러분, 지금부터 도시락 점검을 하겠으니 모두 도시락을 가지고 집합!”     자기가 내놓은 아이디어라서 미나는 끝까지 스스로 책임자 역할을 다하는판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도시락을 꺼내느라 법석을 놓았다. 나는 엎딘채로 일어나지 않았지만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귀를 모으고있었다.     “김분인 몹시 아픈 모양이구나!”     “정말 안됐어!”     주고받는 소리가 나더니 자박자박 발자취가 가까와온다.     “얘, 몹시 아프니?”     옆에 와서 살틀한 말투로 묻는 아이는 애선이다.     “응! 아니, 좀…”     나는 엎딘채로 말을 얼버무렸다.     “병원에 가봐야 하는거 아니야?”     애선이 말투에는 관심이 묻어있었다.     “그러다가 낫겠지 뭐!”     내가 일어나지 않으니 저희들끼리 도시락을 가지고 모여앉는 아이들.     “김분이도 도시락을 갖고 잠간 여기 왔다가렴!”     저 목소리의 임자는 왈패 만금이가 틀림없다, 만금이가 이렇게 말하자 아이들은 네 한마디 내 한마디 했다.     “밥을 안 먹더라도 와서 도시락만 열어보여라!”     “그래 빛갈만 보이면 돼!”     나는 못들은체 엎딘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마루바닥을 쾅쾅 구르는 발걸음 소리가 옆에 와 뚝 멈춘다. 보지 않아도 만금이다.     “김분아, 좀만 일어나봐!”     나는 엎딘채로 손을 내저었다.     “그럼 도시락을 이리 내놔. 잠간 보고 가져올게!”     나는 책상우에 묻었던 얼굴을 홱 쳐들며 매몰차게 쏘아붙였다.     “남이 아프다는데 뭐하는거야?”     “아니, 얘가 왜 이래?”     “그럼 왜 남을 자꾸 성가시게 구는거니?”     “누가 성가시게 굴었단 말이니? 정말 별꼴이다.”     분위기가 잘못 탈리자 아이들이 와서 말리면서 만금이를 데려갔다. 만금이는 분이 사그라지 않아 애들에게 끌려가면서 한마디 더 던졌다.     “너 그렇게 성내는걸 보니 아프다는것도 새빨간 거짓말이겠다.”     “너 말 다 했어?”     “그래 다 했다. 어쩔래?”     “너 보자보자하니 영 못됐구나!”     “흥, 알락개 까치 흉 보고있네.”     이때였다.     똑똑똑…     문기척소리에 우리의 말다툼은 동강 났다.     애선이가 달려가 문을 열었다.     “누굴 찾으세요?”     “나 김분이 엄마야. 김분이 있니?”     나는 용수철마냥 튕겨 일어났다. 어느틈에 문가에 가섰던지 나자신도 기억나지 않는다.     “너 아직 밥을 안먹었지?”     “녜…”     “잘됐구나! 난 늦을가봐…”     엄마는 한시름 놓인 표정으로 후 한숨을 내쉬고 이렇게 말하였다.     “너 아침에 도시락을 내것과 바꿔왔더구나.”     엄마는 이마에 맺힌 땀을 손등으로 쓱 문지르고나서 손수건에 싸들고 온 도시락을 내앞에 내밀었다.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엄마만 바라보았다. 도시락 하나때문에 집에서부터 학교까지 급한 걸음을 한 엄마, 나의 도시락엔 그렇게 알쭌한것만 싸주면서 자신은 김치만 싸가지고 다니는 엄마, 그런줄도 모르고 엄마를 원망했던 내가 한없이 미웠다. 나는 속으로 눈물을 떨구었다.     엄마는 언녕 도시락을 바꿔가지고 갔지만 나는 뿌리내린듯 멍하니 서있었다.     “김분아, 웬만하면 너도 여기와서 같이 앉자꾸나!”     미나 말에 이어서 다른 아이들도 네 한마디 내 한마디 했다.     “맞다. 엄마가 그리 먼곳에서 도시락을 가져왔는데 아프더라도 먹어야지!”     “그래 어서 오너라!”     나는 아이들의 권에 못이기는척 도시락을 들고 다가갔다. 스스로도 계면쩍었다.     “여기 앉아!”     미나가 자리를 내주는데 애선이가 손을 잡아 제옆에 앉혔다.     “자, 그럼 지금부터 도시락점검을 정식으로 시작하겠음. 모두 도시락덮개를 열 준비! 다같이 열것! 짜-잔!”     우리 일곱은 일제히 도시락덮개를 열어졎혔다.     저마다 자기의 도시락반찬을 확인하고는 목을 빼들고 다른 사람의 도시락을 둘러보았다. 내가 네것을 보고 네가 내것을 보고 하던 우리는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묘한 일이였다.     일곱이 싸가기고 온 반찬이 똑 같은 소고기버섯볶음일줄이야!     바빠난것은 조직자로 나선 미나였다.     “이걸 어쩐담? 누구나 똑 같은 반찬을 쌌으니 누구를 1등으로 뽑는담? 꼭 같이 병렬 1등으로 해야 하잖나?”     애선이가 말했다.     “난 김분이 도시락이 1등이 돼야 한다고 봐. 반찬은 같은 반찬이지만 걔 엄마가 그 먼길을 도시락 때문에 달려왔으니 정성이 최고야!”     아이들은 동감이라는 뜻으로 짝짝짝 박수를 쳤다. 눈결에 보니 만금이도 열심히 박수를 치고있었다.     나는 목이 꺽 막혔다. 손등으로 입을 가리고 한참 앉아있다가 애써 차분한 소리를 내여 말했다.     “고맙다, 얘들아! 미안하다, 만금아!”    
9    장수가 적을 무찌르다(아동소설) 댓글:  조회:436  추천:1  2017-04-20
아동소설 장수가 적을 무찌르다 허두남              장수는 뒤짐지고 뜨락을 여기저기 돌아본다.     아침에 엄마는 령너머 조밭기음 매러갔다. 원경지 감자밭에 가있는 아빠는 세밤 더 자야 돌아온다니 엄마가 기음매러 가면 혼자서 집을 지켜야 한다.     지금 장수는 이름 그대로 장수가 되였다. 오이, 가지, 고추 줄당콩, 파…갖가지 남새들이 푸르싱싱한 뜨락이 곧 장수의 진영이다. 뜨락을 둘러막은 싸리울바자는 성벽, 집짐승들 모두가 병사인것이다. 힘장수 황소 짝배기, 엄마돼지와 딸돼지 점박이, 삽살강아지 네눈이와 아기고양이 노랑이, 그리고 엄마닭 한마리와 병아리 열여섯마리니 병사가 스물 둘이다.     장수는 올해 다섯살이다. 탱탱 여문 몸매, 해볕에 타서 감실감실한 얼굴, 고집스러움이 내비치는 뙤록뙤록한 눈…웃을 때마다 작은 대문처럼 보이는 이빠진 자리는 외할머니가 놀려주는것처럼 수탉에게 채워서 이빠진 자리가 아니다. 더 좋은 새 앞이가 나려고 이가 한대 빠졌다.     엄마가 올 때까지 할 일은 집을 지키고 병아리에게 모이와 물을 한번 주는것이다.     장수는 벽에 드리운 추녀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마루에서 호미자루길이만큼 들려 있다. 닭에게 모이를 줄 시간이 되였다는 뜻이다. 추녀그림자가 마루에 닿으면 점심때가 되고 엄마가 일밭에서 돌아온다.     닭모이 가지러 가는데 창고앞에서 네눈이가 아기고양이 노랑이와 장난질하고있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노랑이의 앞길을 막는가 하면 고개를 갸웃갸웃거리며 앞발을 들어 톡톡 친다. 노랑이가 허리를 활등처럼 구부리고 경고하는데도 얄궂은 장난을 그치지 않는다.     겉옥수수 한사발 떠가지고 나오니 엄마닭과 병아리들이 부른것처럼 달려온다.     옥수수를 땅바닥에 쏟아놓자 엄마닭과 병아리들은 부리를 재봉침바늘처럼 재빨리 놀리며 부지런히 쪼아먹는다. 장수는 쪼크리고 앉아 병아리들을 귀엽게 내려다보았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솜사탕뭉치같던 병아리들이 어느새 벌써 메추리만큼 컸다. 옥수 수를 삼키지 못해서 좁쌀을 먹었댔는데 인젠 알이 큰 옥수수를 아주 잘 먹는다. 헌데 병아리 하나가 옥수수를 내버려두고 모래알을 똑똑 쪼아먹지 않는가?     “그건 못먹는거야! 요 노란걸 먹어!”     옥수수를 먹게 하려고 병아리를 붙잡았다. 고놈이 삐악삐악 혼겁한 소리를 지르는 순간 엄마닭이 목의 털을 거스르고 달려들었다. 황급히 병아리를 놓아주고 후닥닥 일어났다.     멍청이, 바보...제 아이를 위해서 그러는데…     억울하여 엄마닭을 쏘아보았다. 엄마닭은 눈이 옆에 있어서 그런지 장수를 괘씸하다고 가로보는건지 고개를 기웃하고 한쪽눈으로 보면서 꼬꼬꼬 하고 중얼거린다. 욕하는모양이다.     집에 들어가 물 한바가지 떠다가 닭의 물그릇으로 쓰는 운두 낮은 대야에 부었다. 엄마닭과 병아리들은 대야에 머리를 모으고 둥그렇게 모여들어 물을 먹는다. 고놈들이 물 먹는 모양이 정말 재미있다. 한모금씩 먹고는 부리를 하늘로 쳐들곤 한다. 물이 목구멍으로 내려가게 하느라고 저럴가?     장수는 손가락을 꼬나들고 병아리들을 세여보았다. 두번 세여봤는데 두번 다 열다섯마리가 아닌가? 대체 어느놈이 없나? 자세히 살펴보니 하얀 암평아리 “열조시”가 없었다. 또 고놈이구나! 병아리들중에서 제일 작고 비실비실한 녀석인데 늘 무리에서 떨어져서 외톨이로 돌아다니군 했다.     놈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오이섶밑이나 줄당콩섶밑에서 찾아내군 했기에 오이섶밑과 줄당콩섶밑부터 살펴보았다. 보이지 않았다. 고추밭과 가지밭을 한이랑씩 걸어나가며 훑었다. 없었다. 다시 쪼크리고 앉아서 오이넌출밑을 내다보니 허, 고 괴벽한 놈이 오이잎밑에 딱 엎디여있는게 아닌가?     “열조시”를 몰고 돼지굴옆을 지나가는데 엄마돼지와 딸돼지 점박이가 장수를 내다보고 꿀꿀거린다.     일은 하지 않으면서 먹을 생각뿐이네!     울타리밑에서 능쟁이 한포기를 뽑아다 돼지굴안에 들이던지니 엄마돼지가 주둥이로 제 딸을 떠박질러버리고 쩝쩝 걸탐스레 먹어댄다.     욕심쟁이…     엄마돼지가 정말 밉다. 눈도 심술궂고 뭉툭한 주둥이도 도끼로 뭉청 잘라낸듯 세상 못생겼다.      쳇, 못난 주제에 멋쟁이아가씨들처럼 굽 높은 뾰족구두를 신었네.     한켠에 밀려서 먹지 못하고있는 점박이를 가엽게  생각해 다시 능쟁이 두포기를 뽑아다가 굴안에 던져주었다.     점박이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저켠에서 병아리들이 풍기고 엄마닭이 꼬꼬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막 달려가니 이크! 엄청 큰 재빛쥐가  장수가  “까치병아리”라고 부르는 차돌박이를 물고 김치움뒤로 끌고가고있지 않는가? 아까 장수가 병아리를 붙잡았다고 달려들어 쪼아놓으려하던 엄마닭은 쥐가 무서워 꼬대댁거리면서 다가들다간 물러서군 한다. 장수는 두리번거리다가 창고앞에 세워놓은 댑싸리비자루를 손에 잡았다.     “이놈!”     병아리가 다칠가봐 쥐를 치지 못하고 땅을 내리치며 꽥 소리질렀다. 놀란 쥐는 병아리를 내버리고 장수의 사타구니밑으로 빠져나갔다. 엉겁결에 뒤로 피하다가 벌렁 넘어졌다. 제꺽 일어나 보니 강도놈이 돼지굴켠으로 도망치고있었다.  돼지굴밑으로 숨어들면 놓친다. 장수는 한달음에 뛰여가서 돼지굴밑으로 들어가려는 쥐를 검불을 쓸듯 비자루로 쓸어냈다. 허연 배를 보이며 히뜩 넘어졌던 쥐는 재빨리 몸을 일으 키더니 창고켠으로 달아났다. 비자루를 쥐고 쫓아가려는 때였다. 굴뚝밑에서 노란 줄이 쥐에게로 쭉 뻗는 순간 찍! 비명소리가 들렸다. 노랑이가 어느틈에 쥐에게 덮쳐가서 한입에 숨통을 물었던것이다.     장수는 제 몸뚱이 절반이나 되는 쥐를 물고 걸어오는 고양이에게 엄지손가락을 내들었다.     ”야옹아, 네가 제일이야!”     훈장이라도 있다면 당금 노랑이의 목에 걸어주고싶었다.     닭들을 살펴보니 엄마닭은 병아리들을 거느리고 마당에서 볕쪼임하고있었다. 쥐에게 물렸던 병아리는 다리에 피가 약간 돋아났을뿐 별일 없었다. 상한 곳에 약이라도 발라줘야겠다고 붙잡으려다가 엄마닭을 흘낏 보면서 손을 멈추었다.                                           (쳇, 쥐하고는 어쩌지도 못하면서…)                                                                                                                                                        엄마닭은 또 장수를 옆눈으로 보면서 고개를 기웃거린다. (너 보기보다 쓸모있구나!) 하는건지?     음메ㅡ.     외양간옆 말뚝에 매놓은 짝배기가 앞발로 땅바닥을 파헤치며 커다랗게 영각한다.     쳇! 쥐도 못잡으면서 큰소리를 치긴?     장수는 짝배기의 코끼리만한 몸집을 바라보면서 입술을 쫑긋 내밀었다.     비자루를 창고앞에 세워놓는데 싸리울바자너머로 자박자박 귀에 익은 발자취 소리가 들린다. 얼핏 돌아보니 추녀그림자가 어느새 마루에 닿았다. 귀를 쫑긋하고 울바자너머를 바라보던 네눈이가 콩콩 짖으며 깡충깡충 달려간다.                                                                                                                                                                                                               2012.  
8    민철이의 어항(아동소설) 댓글:  조회:457  추천:0  2017-04-18
아동소설 민철이의 어항 허두남       뻐스가 형님네 마을에 들어서자 나는 서둘러 차에서 내렸다.     해마다 형님집에 올때면 어린애처럼 마음이 들뜬다. 늙으막에 형제간이 멀리 떨어져 살면서1년에 한번씩 만나면 그처럼 반가울수가 없다. 게다가 시가지 콩크리 트벽에 갇혀있다가 문만 열면 푸른산이 눈앞에 펼져지고 강물소리 정다운 시골에 오면 가슴이 확 열린다. 하지만 내 마음이 더없이 즐거워지는것은 민철이때문이다.     아들 며느리가 한국에 돈벌이가고 형님과 형수님이 다섯살난 손자 민철이를 보살피고있다. 깜찍하고 약삭바른데다 늘 엉뚱하고 기발한 장난으로 웃음과 활기를 만들어내는 민철이다. 정이 또한 남달리 많아 내곁에서 뱅뱅 맴돌며 한시도 떠날념을 않는다. 형님집에 오면 나와 그 애는 인차 짝꿍이 되군 했다.     형님네 집앞에 이른 나는 엇흠! 헛기침하고 “ 민철이네 집이 맞습니까?” 하고능청을 부렸다.     민철이가 어찌할가 궁금했다. “누구세요?” 하며 문을 열고 내다볼가, 아니면 대뜸 내 목소리를 가려듣고 “와, 작은할아버지다!” 하며 맨발바람으로 막 달려 나올가?     문이 열리면서 형님의 너부죽한 얼굴이 보인다.     “동생이구만! 어서 들어오게!”     형님과 형수님은 집에 있었지만 민철이는 아직 유치원에서 돌아오지 않은것이였다. 반갑다고 집안을 들었다놓을 성수군이 보이지 않자 서운한감이 들었다.     몇마디 안부를 주고받고나자 눈길은 저도 모르게 창턱을  더듬었다. 허, 배불뚝이 유리병은 원자리에 댕그랗게 모셔져있었다. 이 유리병은 내가 집에서 떠날때부터 제일 궁금하던 물건이다. 민철이의 둘도 없는 보배단지이니 말이다.     유리병옆에는 모기유충을 가득 잡아넣은 작은 통조림통도 나란히 놓여있다.     (그후부턴 줄곧 모기유충을 잡아먹이고있구나!)     창턱에 다가가 보배단지를 들여다보았다. 물이 반쯤 담긴 그속에서는 종개 두마리와  가시고기 한놈이 술래잡이하듯 쫓고 쫓기며 자유롭게 헤염치고있었다.     “종개가 두마리군요.”     내 말에 형님은 한쪽 입귀를 치켜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민철이놈이 새끼를 치게 한다면서 한놈 더 잡아다 넣었다네.”     “요 색갈이 검은 놈이 지난해에 있던 종개죠?”     “맞네. 그새 많이 좋아졌지?”     “인젠 꼬리지느러미도 제대로 됐군요.”     아기부채같은 꼬리지느러미를 하늘하늘 저으며 오가는 그 놈을 지켜보노라니 1년전 일이 떠오른다.     지난해에도 오늘처럼 형님의 생신날을 앞두고 왔었다. 민철이는 퐁퐁 뛰여와 내 품에 확 안기더니 귀에다 대고 소곤거렸다.     “작은할아버지, 민철이가 보여드릴게 있어요.”     녀석은 창턱앞으로 내손을 잡아끌었다.     “봐요, 민철이 키우는 고기예요. 예쁘죠?.”     토실토실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창턱에는 약술를 담글때 쓰는 아가리 너른 배불뚝이 유리병을 올려놓은것이 보였다. 물이 반쯤 담긴 유리병안에는 몸통이 민철이 새끼손가락만큼한 종개 한마리가 얼룩덜룩한 보호색차림새로 바닥에 엎디여있었다.     “이 놈이 꼬리 끊어진걸 불쌍해서 키웠어요.”     다시 보니 정말 꼬리지느러미가 없다. 원체 인기 빵점인 까칠수염장군이 그나마 있어야할 꼬리마저 없으니 더구나 꼴불견이다. 하지만 민철이 눈에는 더없이 귀여워보이는 모양이였다.     “저 수염을 좀 봐요. 딱 여섯대뿐이예요. 재미있죠?”     대답할새도 주지 않고 련이어 새끼제비처럼 재잘거린다.     “이놈이 사람으로 말하면 민철이만큼 어리대요. 그런데도 수염이 났어요. 우습죠?”     소천어들중에서도 보잘것없는 종개를 그것도 꼬리 끊어진 병신을 얻어다놓고 대단한 보배나 모신듯 어깨가 으쓱해하는양이 우스웠다. 하지만  어린애의 소행이 한편 기특하기도 했다.       “참 좋은 일을 하는구나!  물고기도 사람들의 친구이니 잘 키우거라!”.     내 말에 민철이는 눈이 새동그래 나를 올려다본다.     “와! 작은 할아버지 대단하다. 우리 유치원선생님과 똑 같은 말 한다!”     내가 저희 선생님이 아는걸 아니 놀라운 모양이다.     “선생님이 뭐라시던?”     “우리 선생님은 세상의 나무랑 풀이랑 꽃이랑 그리고 짐승이랑 새랑 벌레랑 다 사람들의 친구래요. 그 친구들이 다 건강하고 잘 살아야 사람들도 건강하고 잘 살수 있는 세상이 된댔어요.”     허리를 굽히고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엎디여있던 종개는 앞으로 조금씩 헤염쳐나간다. 그런데 꼬리가 없어서 행동이우습광스러웠다. 애써  구불떡거리는데 몸은 잘 나가지 않는다. 언젠가 친구네 집에서 키우던 금붕어가 한쪽 가슴지느러미가 떨어지니 헤염칠때 중풍맞은 사람처럼 몸이 자꾸 한옆으로 기울어지던 일이 떠올랐다. 고기에게 지느러미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것 같았다.     “저놈이 꼬리가 끊어져서 헤염을 잘 치지 못하는구나!”     “꼬리가 끊어지면 헤염을 못쳐요?”     “그럼! 물고기에게 꼬리는 사람의 발과 같지. 사람이 발이 없으면 걸을수 없는것처럼 물고기는 꼬리가 없으면 헤염치지 못한단다.”     민철이는 고개를 까땍하더니 근심스러운듯 물었다.     “이담 꼬리가 자라나나요?”     “뼈가 끊어지지 않고 저렇게 지느러미만 끊어진건 자라난단다!”     아이는 인차 얼굴색이 밝아진다.     “그럼 빨리 자라나게 먹이를 많이 많이 먹여야지!”     형님네 집에서 며칠 묵으면서 볼라니 민철이는 종개에게 하루에도 몇번씩 닭알노른자를 부셔서 먹이로 주는것이였다.     “종개는 닭알보다 벌레를 먹이면 더 좋아한단다.”     “무슨 벌레를요?”     “작은할아버지와 같이 가서 잡아오자꾸나!”     민철이는 좋아서 퐁퐁 뛰면서 내 팔에 매달려 어서 가자고 조른다.     나는 은저가락만큼 굵은 쇠줄을 찾아내여 한끝을 동그랗게 후린후 거기에다 가제천쪼각을 붙여서 작은 조리를 만들었다.     민철이를 데리고 제방뒤 비물이 고인 곳으로 가니 생각한대로 모기유충이 바글바글했다.     “이놈들이 크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가 된단다. 이런 나쁜놈들을 잡아서 고기에게 먹이면 얼마나 좋으냐?”     조리로 모기유충을 건져서 가지고 간 유리통조림통에 담았다. 어찌도 많은지 한번 건지면 몇십마리씩 잡혔다. 한참 건지니 통조림통에 가득 찼다.     집에 온 민철이는 종개에게 모기유충을 주고는 생글거리면서  지켜본다.     “아주 맛있어해요. 닭알보다 더 잘 먹어요.”     민철이는 종개에게  이틀이 멀다하게 물을 갈아주었다. 물을 갈아줄때면 꼭꼭 창턱 한옆에 놓아둔 바케츠의 물을 떠서 주군 했다.     “물을 바꿔줄때 물독의걸 주면 안돼요. 너무 차서 고기가 감기걸려요. 종개는 비늘옷을 입은 붕어보담 옷이 영 얇아요.”     형님과 형수님이 남새밭으로 가고 민철이와 둘이 집에 있을때였다. 고기를 들여다보던 민철이가 소리쳤다     “종개가 아픈모양이예요 맥이 하나도 없어요..”.     다가가보니 무슨 탈이 난게 틀림없었다. 그처럼 팔팔하던 놈이 모로 누워 겨우 아가미만 넙적넙적하고있었다. 먹이를 줘도 먹을념을 않고 손바닥으로 유리병을 탁탁 쳐도 달아나지 않는다.      “병에 걸린 모양이다.”     내 말에 애는 금시 울상을 한다.     “그럼 어쩌나요? 작은할아버지 빨리 병을 고쳐요.”     “어쩌지?”     “침을 놓아요. 나도 전번에 아플때 의사선생님한테서 침을 맞았어요.”     “나는 고기의사가 아니여서 그런걸 못한다.”     민철이는 문득 눈을 빛내며 웨쳤다.     “아, 맞다!”     영문을 물을새도 없이 바람처럼 밖으로 내달렸다.     한시간남짓이 지났을가, 물이 담긴 비닐주머니에 고기새끼 한놈을 넣어가지고 개선장군처럼 들어온다.     “봐요, 고기의사가 여기 왔어요.”     시뚝해서 주머니를 쳐들어보인다.     주머니를 받아들고 들여다보니 민철이가 키우는 종개보다 좀 작고 잔등에 찔광이나무가시같은 가시가 있는 가시고기였다.     “고기의사라니 무슨 소리냐?”     “이 고기 잔등에 침이 있어요! 침을 가졌으니 의사가 아닌가요? 이제 이 고기 의사가 침을 놓으면 종개의 병이 뚝 떨어질거예요.”     “뭐라구?”     나는 어이없어 웃음보를 터뜨렸다.     민철이는 제사 억울한듯 뾰로통해서 종알거린다.     “작은할아버진 몰라가지구서… 이게 정말 고기의사란데두요, 봉돌이랑 장수랑 다 그렇게 말하던데요 뭐.”     “그래? 그럼 어서 의사를 환자옆에 넣어보자꾸나. 병을 고치나 못 고치나.”     “꼭 고친대두요.”     천사같이 착하고 티없이 맑은 마음이 너무 너무 귀여웠다.     그런데 세상에 이런 묘한 일이 어데 있을가, 가시고기를 종개옆에 넣어주자 기적이 일어났다!     가시고기는 놀랐던차 숨느라고 종개의 밑에 파고들면서 잔등의 가시로 종개를 툭툭 다친다. 종개는 가시에 찔려 아픈지 몸을 일으키면서 앞으로 헤염쳐나간다.     민철이는 손벽을 짝짝 치면서 소리쳤다.     “고기의사야, 침을 많이 많이 놓아라, 종개의 병을 뚝 떼라!”     가시고기는 몇번이난 달아나는 종개를 따라가며 가시로 콕콕 다쳐놓았다.     민철이는 좋아서 어쩔줄 모른다. 련이어 환성을 질러대는 민철이를 보면서 나도 동심에 들뜬다.     “고기의사가 정말 용하구나!”.     그날 오후차로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후에 종개가 어떻게 되였는지 민철이한테 전화로 물었더니 고기의사의 침을 맞은 후 싹 나았다고 자랑했다.     “종개와 고기의사가 같이 살고있어요. 지금은 종개가 병에 걸려도 의사가 옆에 있어 근심이 없어요.”     어찌 되였건 종개가 살아난것만은 사실이였다. 별로 큰 탈이 나지 않았기에 인 츰 원래대로 돌아왔던 모양이다. 하지만 민철이는 고기의사가 치료해줬기에 나았다고 믿고있었다…     “와! 작은할아버지 왔다!”     기쁨에 겨운 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민철이는 벌써 내등에 와 확 업혔다. 나는 민철이를 업은채로 빙빙 돌면서 한동안 신나게 비행기태우기를 해주고 내려놓았다.     “민철이가 그새 많이 켰구나!” 민철이는 내손을 잡고 대단한 비밀이야기나 꺼내듯 말을 뗐다     “작은할아버지, 민철이 오늘 어데 갔개ㅡ요?”     “유치원갔겠지.”     “그것 말고, 유치원에서 선생님이랑 같이 어데 갔겠냐고요?”     “모르겠다. 민철이가 알려주렴!”     큰 생색이나 내듯 내 귀에 입을 갖다대고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뒤산으로 곤충구경요.”     “그래?”     “정말 재미있었어요. 싹싹 톱질하는 버마재비의 발도 보고 파란 날개도 보았어요. 그리고 풀메뚜기는 입으로 노래하는게 아니예요. 이렇게…”     민철이는 한쪽 팔굽을 굽혀 겨드랑이에 대고 비비면서 말한다.     “뒤다리를 막 움직이면 영 멋있는 노래소리가 나요.”     “참 좋은 구경을 했구나!”     나는 한마디 칭찬하고나서 가방을 열고 련꽃 두송이가 곱게 그려진 자그마한 유리어항을 꺼냈다.     “민철아, 작은할아버지의 선물!”     눈이 초롱초롱해서 보더니 냉큼 빼앗듯이 채간다.     “이게 뭔가요?”     “민철이가 고기를 더 잘 키우라고 사온건데 뭔지 맞히면 주고 못 맞히면 도로 가져갈란다.”     “아, 알만해요. 고기집이죠? 그렇죠?”     “그래 맞다. 이걸 어항이라고 한다.”     민철이는 너무 좋아 곰방팔을 머리우에 쳐들고 퐁퐁 뛰연서 돌아간다.     “와! 좋다! 작은할아버지 1등! 작은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어항을 안은채로 90도 경례를 하는 아이의 모습이 그처럼 앙증스러울수가!     민철이는 유리병을 창턱에서 내리고 어항을 그 자리에 올려놓았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이리저리 돌리더니 련꽃송이가 잘 보이게 놓았다.     이어 바가지로 바케츠의 물을 떠서 부었다. 어항 허리쯤까지 물이 차자 바가지를 놓고  유리병을 집어든다     나를 보고 생긋 웃더니 물과 고기를 함께 어항에다 쏟았다.     어항에 들어간 고기 세마리는 꼬리지느러미를 휘저으며 몇고패나 빙빙 돌아다녔다.     “고기들이 좋아서 막 춤을 춰요.”     아닌게 아니라 춤을 추는것 같았다. 사람으로 말하면 비좁고 헐망한 초가집에서 널직한 새 아빠트로 이사한거나 마찬가지니 춤을 출만도 한것이다.     “음, 집이 널러서 종개가 새끼를 잘 치게 됐구나!”     형님이 민철이를 슬쩍 건너다보며 능청스레 한마디 던진다.     “그럼요, 종개 아기들이 가득 생겨나겠네요.”     형수님이 눈웃음지으며 받았다.     민철이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묻는다.     “작은할아버지, 종개가 아기를 백마리는 까겠지요?”     “새끼를 까자면 암놈과 수놈이 있어야 한단다. 아무거나 두놈이면 되는게 아니다.”     “쳇! 나도 다 아는데…이것들이 하나는 암놈이고 하나는 수놈이란 말이예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느냐?”     “뭐나 수놈이 크고 암놈이 좀 작아요. 봐요. 원래 있던 놈이 더 크고 새로 넣은 놈이 작잖아요. 그러니 원래 있던게 수놈이고 새로 넣은게 암놈인거예요?”     “뭐라구? 하하하”     “그리구 색갈도 봐요. 원래 있던건 더 까맣고 새로 넣은건 좀 하얗잖나요? 사 람도 녀자가 남자보다 낯이 하얀데요.”     울다가도 웃는다더니 이런때를 두고 말한것이리라! 우리는 너무 우스워 집이 떠나갈듯 한바탕 웃음잔치를 벌렸다. 형님은 사레 들려 눈물까지 찔끔 뺐고 형수님도 허리를 붙잡고  뱅글뱅글 돌아갔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말속에는 간절한 소원이 깃들어있는것이다. 나는 애써 웃음을 멈추고 아이의 어깨를 톡톡 다독여주었다.     “우리 민철이 말이 맞겠지 뭐! 지난해도 민철이 말대로 고기의사가 종개 병을 떼줬는데…”     형님의 생신날이 지나서 며칠 더 놀다가 집으로 떠났다.      “작은할아버지, 명년에 할아버지 생일때 또 오나요?”     “그럼, 오지 않구!”     “그때면 종개가 꼭 새끼를 가득 깔거얘요. 작은할아버지, 믿나요?”     “암, 믿구말구! 우리 민철이 말은 다 맞지, 안그래?”     정말 종개가 한놈이 암놈이고 한놈이 수놈이였으면 좋겠다. 그것들이 저 어항속에서 어른종개로 자라난후 알을 슬고 새끼를 깠으면 한다. 꼬마 천사 민철이가 저렇듯 살뜰하게 보살펴주니 그럴만도 하지 않을가? 꼭 1년이 지나 다시 형님 생신에 올때에는 저 두 종개가 아빠, 엄마로 되여 아기종개들과 함께 어항속에 단란한 큰 가정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0.
7    연이(아동소설) 댓글:  조회:386  추천:0  2017-04-12
연이(아동소설) 허두남                      어린 시절의 인상 깊은 일들은 유난히 짙은 색으로 뇌리에 남아있는 법이다. 그것들은 때없이 그리움의 꼬리표를 한들거리면서 우리를 지나간 시절에로 데려가군 한다.     내가 태여난 고향 송전동은 네집이 이웃하고 사는 산간마을이였다. 마을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두만강이 흐르고있었다. 다박솔에 덮인 산줄기가 두만강에서 약간 경사진 비탈로 끝나는 그 양지바른 곳에 노란 조짚이영을 얹은 초가집네채가 의좋게 모여앉아있었다.     고향은 오붓하고 단란했지만 편벽한 곳이라 학교가 없는것이 큰 시름거리였다. 아이들은 할수없이  마을에서 왕복 이십리나 되는 남평학교를 다녔다.     학교가 그처럼 멀다보니 제일 빨라서 아홉살에 학교에 붙었고 열살, 심지어 열한 살에 붙는 애도 있었다.     나도 아홉살에 학교에 붙었는데 그때 마을에 학생이라곤 나와 초중에 다니는뒤집 춘자누나뿐이였다.     내가 3학년에 올라가던 해에 2년간 나를 데리고다니던 춘자누나가 초중을졸업하게 되고 아래집 연이가 소학교에 붙었다. 나는 누나를 따라다니던 막내둥 이로부터 녀동생을 데리고다니는 오빠로 된셈이였다.     나보다 두살 아래인 연이는 이름그대로 제비처럼 귀엽고 총명하였다. 그 애는 “오빠, 오빠” 하면서 나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나도 마을에 나또래의 다른 애들이 없는지라 어려서부터 늘 그애와 함께 놀았다.     연이는 나와 함께 학교에 다니게 되자 더없이 좋아했다. 나도 그랬다. 우리는늘 책을 딜딜 감은 보를 허리에 띠고(우리에겐 그때 책가방이란것이 없었다.) 함께 학교에 가고 함께 집으로 돌아오군 했다.     십리길이란 나에게도 아름찬 길이였으니 연이에게는 더 말할것도 없었다.길도 한켠에 강을 끼고 산기슭을 따라 오불꼬불 펼쳐진 수레가 겨우 다닐만한 울퉁불퉁한 길이다. 우리는 몇곳을 도로표식처럼 삼았는데 학교 갈때 물굽인돌이까지 가면 3분의 1을 간것으로, 오봉바위앞까지 가면 절반 간것으로, 늪초리까지가면 3분의 2를 간것으로 쳤다. 학교 갈때엔 힘들어도 쉬지 않고 단숨에 갔지만 집으로 돌아올때엔 오봉바위앞, 여름이면 찬바람이 나오고 겨울이면 더운 바람이나오는 바위틈앞에서 땀을 들일때가 많았다.        우리에겐 왕복 20리길보다도 더 귀찮은 일이 있었다. 우리 마을과 학교사이 의 금곡마을에 있는”떡메골”이라는 애때문이였다.     그 애는 1학년에서 “앉은석동”을 하여 우리 학급에 내려온 ”묵은돼지”였다.다른 애들보다 두살이나 더 많은데다 마음이 악하여 아이들이 다 무서워했다. 그애가 스스로 말한데 의하면 제일 기쁠때가 싸움하면서 대방을 깔고앉았을때라고한다. 그 애는 3년 넘게 부했지만 제 이름자도 바로 쓰지 못했다. 한번은 자기집 벽에 써붙인”호림방화”라는 글자를 보고 ”한룡식(그 애 아버지이 름)… 아야,한글자 남는다.” 하고 머리를 뱅뱅 돌리더니 ”한룡식집’…아, 딱 맞는구나!” 하며시뚝해하더란다. 공부엔 꼴찌였으나 나쁜 장난엔 펄 날았다. 파란 개살구를 호주머니에 넣고 와서 애들앞에서 먹으면서 “야, 누가 ‘개살구 하나!’ 하고 소리쳐라!그럼 내 개살구를 줄게!” 하고 말한다. 어느 애가 그 애 시키는대로 ”개살구 하나!” 하고 소리치면 메기입을 한껏 벌리고 웃어대면서 ”임마 ‘나하구 살개?’ 했다. 임마 우추다!” 하고 놀려준다. (“개살구 하나”를 거꾸로 붙이면 ”나하구 살개?”로된다.)     그 ”떡메골”이 나와 연이가 학교에서 돌아갈때마다 자꾸 놀려주었다. 그 애는 거의 매일 오후마다 학교에 가지 않고 늪초리 물도랑에다 고기발을 놓고 고기잡이를 했다. 나와 연이가 물도랑을 지나갈때면 그 애는 아래우 눈시울이 거의마주붙어가지고 소리친다.     “야, 신랑각시 온다!”     나는 흘낏 흘겨보고는 그대로 지나가려 한다.     “야, 저 엠나(녀자애를 천하게 이르는 말) 네 각시 아니면 귀썀 한매 때려봐라!”     내가 못들은척하고 그대로 지나가면 그 애는 눈을 찡긋거리며 비양거렸다.     “못때리는 걸 보니 신랑각시 옳구나! 신랑각시, 신랑각시…”     어느날이였다.     그날도 우리 학급 출입문어귀에서 나를 기다리던 연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오빠, 우리 오늘 어문시간에 ‘수’자를 배웠다. 오빠, 맞춰봐, ‘수’자가 들어간단어 찾기를 할때 내가 무슨 단어를 찾았겠어?”     연이가 생글거리며 신비스레 물었다.    “음, 연인 수박을 좋아하니까 수박을 찾았겠구나!”     연이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틀렸어!”     “그럼 수건?”     “아니야!”     “그럼 수탉?”     “아니야!”     “그럼 수갑?” (우리는 장갑을 수갑이라고 했다.)     “또 틀렸어!”     연이는 웃음을 함빡 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치도 손에 보배를 감추고 “어느 손에 있갬?” 하듯 시뚝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이다.     “그럼 뭘 찾안?”     “오빠 모르겠어?”     “모르겠다.”     연이는 호호 웃으며 자랑스레 말했다.     “수남오빠를 찾았어!”     “뭐, 나를?”     “응!”     나는 픽 웃었다.     “그런데 선생님이 사람 이름을 찾지 말고 다른걸 찾으라고 하더라. 오빠, 왜사람 이름을 찾으면 안되니?”      나는 눈을 깜박거리며 쳐다보는 연이에게 설명해줬다.     “단어 찾기를 할때면 누구나 다 아는걸 찾아야 하기 때문이지. 사람 이름을 찾으면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을 알지만 어떤 사람은 모르니깐!”     “아, 알았어! 나는 오빠를 잘 알지만 우리 학급 애들은 오빠가 잘 생기고 마 음도 좋다는걸 모르기 때문이구나!”     연이는 자기네 학급의 어느 애는 무슨 단어를 찾고 누구는 무슨 단어를 찾았다고 종알거렸다. 그 애는 또 새끼제비처럼 쉴새없이 학급의 자랑과 선생님의 자랑을 했다. 하지만 나는 진작 그 애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있었다. 늪초리가 가까워오니 ”떡메골”이 근심되여서였다.     먼데서 보니 다른 날엔 진작 나앉아 고기발을 내려다보고있을 ”떡메골”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오후에 소나기가 내렸기에 안 나온거라고 짐작했다. 은근히 시름이 놓였다. 늪초리 도랑은 물이 많이 불어있었다. 나는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리고있는 연이를 보고 말했다.     “등에 업혀라!”     “싫어!”     “업히래두…”     나는 제법 오빠답게 그 애를 둘쳐업고 물에 들어섰다.     “야, 우쁘더라! 신랑각시 우쁘더라…”     난데 없는 째진 소리에 하마터면 연이를 물에다 떨굴번했다.     “히히히, 수남이 신랑재, 히히히…”     “떡메골”은 킬킬거리며 물동이만한 떡메골을 뱅뱅 돌리고 눈을 찡긋거렸다.     “신랑각시, 신랑각시…”     나는 그만 울음이 왈칵 솟아났다.     “너 엄마 너 아버지 각시다.”     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이리저리 씻으면서 쏘아부쳤다.     “신랑재 운다! 야, 멋있다!”     “떡메골”은 계속 씨부렁거렸으나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씨근벌떡거리면서 걸어갔다.     뒤떨어졌던 연이는 반달음으로 따라와 내 손을 꼭 잡았다. 그 애는 나를 올려다보면서 울먹울먹해서 말했다.     “오빠, 울지마! 오빠 울면 나도 울겠다.”     나는 게면쩍은감이 들어 연이를 보고 씽긋 웃었다.     “응, 안 운다!”     어느날 아침, 연이는 우리 집에 들려서 내가 밥을 다 먹기를 기다리다가 함께 학교가는 길에 올랐다.     금방 동구밖에 나서자 연이는 먼저 눈부터 웃더니 생글거리며 말했다.     “오빠, 내 오빠한테 줄게 있다.”     웃옷 오른쪽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나두 널 줄게 있다.”     나도 빙글거리며 연이를 마주 바로보았다.     “뭐야?”     “너부터 말해!”     “오빠부터!”     “너부터!”     “싫어, 오빠부터!”     연이는 입술을 쫑긋 내밀며 웃몸을 흔들어댔다. 응석부릴때마다 하는 몸짓이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연이앞에 쑥 내밀었다.    “딸기! 야, 내 것두 딸긴데…”     연이는 맹랑한듯 혀를 홀랑 내밀었다.     “넌 어데서…?”     “아빠가 산에 갔다가 따왔어!”     “내것두 울 아버지 산에 갔다 따왔다!”     “야, 오빠 아버지두, 따오지 말게지…”     “건 왜?”     “내걸 오빠를 주지.”     “달라. 내것두 널 주구.”     연이는 금시 밝은 기색이 되여 퐁퐁 뛴다.     “옳아, 그래 누구 딸기 더 맛있나 보자!”     우리는 서로 딸기 한웅큼씩 바꾸었다.     “어때, 오빠? 누구 딸기 더 맛있니?”     “너는?”     “오빠부터 말해!”     “난 우리 딸기 더 맛있는것 같다!”     내 말에 연이는 종주먹으로 나를 쥐여박는다.     “거짓말이야, 똑 같아!”     “그래그래, 똑 같다!”     얼마뒤 ”떡메골”은 학교를 중퇴하였다. 그때로부터 그 애는 온하루 늪초리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였다. 우리가 하학하여 집으로 돌아갈때면 그 애는 언제나고기발을 지키다간 우리를 놀려주었다. 나는 매번 그 애의 대포쑤시개같은 머리가 눈에 띄면 풀숲에서 뱀을 보는것보다 더 소름이 끼쳤다.     그날은 토요일이였다.     오후에 전교적인 랑독, 랑송대회가 있었다. 매 학급에서는 모두 절목 세개이상 내놓아야 했고 그중 한절목은 전 학급 학생이 모두참가하는 절목이여야 했다.     나도 연이도 학급의 집단절목에 참가했다.     대회가 끝나 집으로 가는 길에 나섰을때엔 해가 서산에 뉘엿뉘엿 기울어지고있었다. 우리는 수레길을 따라 종종걸음을 쳤다.     “오빠, 난 오늘 부끄러워 죽을번했다”.     “뭘? “     “글세 사람들이 몽땅 나를 보더라.”     “언제?”     “우리 학급에서 합창시를 읊을때 말이야!”     “건 너절로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거야!”     “그렇니?”     “그렇잖구!”     “오빠네 학급에서 합창시를 읊을때 난 오빠만 봤다.”     “어떻던?”     “오빤 영 잘하더라. 그런데 나를 보고서도 못본척 했지?”     “아니, 난 널 못봤다.”     “딱 나를 보는것 같던데…”     “바보, 그 많은 사람속에서 어떻게 널 찾니?”     “난 왼쪽으로 세 번째 줄에 앉았댔는데…”    늪초리에 거의 이르렀을때 우리의 아기자기하던 이야기는 동강났다. 버드나무가지사이로 ”떡메골”의 모습이 내다보였기때문이다. 나는 벌에게라도 쏘인듯 얼굴을 찡그렸다.     요즘 들어 ”떡메골”은 더 심했다. 전번날엔 손으로 상스러운 동작까지 하면서 못되게 굴었다.     나는 걸음을 늦추며 연이이게 말했다.     “연이, 너 먼저 가라. 내 좀 있다가 따라갈게.”     “왜?”     “이제부터 그냥 그러자. 너 먼저 물도랑을 건너가 백양나무밑에서 기다려라. 그럼 내 인차 따라갈게.”     “싫어, 같이 가자!””     “저 머저리 자꾸 놀려주는게 넌 싫지두 않니?”     연이는 입술을 쫑긋 내밀며 웃몸을 흔들었다.     “그래두 난 오빠와 같이 가겠다.”     “너 말 안듣겐”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빨리 먼저 가라, 내 인차 다라간다는데…”     연이는 내곁에 다가서며 내손을 잡았다.     “싫어, 같이 가자”     “너 먼저 안가면 내 먼저 가겠다.””     내가 이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떼자 연이도 따라섰다.     “너 정말… 그럼 너 먼저 가라.”     내가 멈춰서자 연이는 또 같이 멈춰선다.     “너 왜 그리 말 안듣니?”     나는 성이 왈칵 치밀어 그 애의 어깨를 잡고 막 흔들어놓았다.     연이는 눈물이 핑 도는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내 간 다음 십분쯤 있다가 따라오나! “     나는 이렇게 내뱉고는 연이를 남겨두고 씨엉씨엉 걸어갔다.     내가 늪초리 물도랑을 건널때 “떡메골”은 쑥가지를 꺾어들고 풀숲을 마구 두드려대고있었다. 나는 그 애의 눈에 띄지 않은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얼른 그곳을 지나갔다.     백양나무밑에서 기다릴가 하다가 그냥 천천히 걸었다. 한참 걸어가서야 분이 좀 사그라졌다. 나는 연이가 뒤좇아오기를 기다리며 걸음을늦추었다. 길 왼켠 산비탈에서 보라빛웃음을 날리는 들국화가 보이자 산비탈에 매달렸다.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들국화를 꺾기 시작했다. 연이에게 주려는것이다. 금방 그 애에게 성낸것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꽃을 척 안겨주면 연이는 생긋 웃으며 금방 기분이 풀리겠지. 나는 꽃을 꺾으며 연이가 지나가는가 살구나무가지새로 자주 길목을 내려다보았다.     들국화 한줌을 꺾었는데도 연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연이는 벌써 지나갔어. 그런걸 내가 꽃을 꺾느라고 보지 못한거야! 글쎄 그렇지 않다면 그애가 왜 아직도 오지 않겠는가?     길에 내려선 나는 연이를 따라잡으려고 걸음을 다그쳤다.     “연이-“     입에 손나발을 해가지고 몇번 불러보았다. 대답이 없었다.     (요게 어디 숨었다가 날 놀리려는거야!)     이렇게 짐작하고 길 오른켠 버들숲을 눈주어 살피며 걸었다.     길이 휘여든곳에 이를때마다 앞에 그 애가 서있을것 같아 목을 빼들고 내다보았지만 번번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당황해났다. 웬일일가? 아직도 뒤에 있을수는 없겠는데… 그렇지! 요 계집애가 내 아까 화를 냈다고 앵돌아진거야! 그래서 내가 꽃을 꺾는것을 보고서도모른체 그냥 지나갔어!    나는 그 애를 따라잡으려고 반달음을 놓았다. 오봉바위앞에까지 가도 보이지 않았다. 벌써 해가 진지 이슥하여 땅거미가 어둑어둑 길섶에 기여들기 시작했다.     막 울고싶었다. 혹시 그 애가 뒤에 있으면 어쩌나 하는 근심이 사려들었다.되돌아간다는것도 막연했다. 어쨌든 그 애가 앞에 갔다고 믿고싶었고 또 그러기만 바랐다.     나는 주먹을 부르쥐고 달음박질쳤다. 연이에게 주려고 꺾었던 들국화는 어디에다 던졌던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물굽인돌이에까지 가도 연이가 보이지 않자 울음을 터뜨렸다. 흑흑 울음마디를 꺾어삼키며 그냥 주먹을 부르쥐고 달았다.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우리가 늘 승아를 꺾던 곳에 이르렀을때였다.     그때엔 이미 퍼그나 어두웠는데 저 앞에서 불빛이 번쩍거리며 말소리가 들렸다.     “얘들이 대체 웬일인가?”     “글쎄 이리 늦은적은 없었는데…”     나는 다리맥이 탁 풀렸다. 연이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가 틀림없었다. 하다면 연이는 앞에 가지 않은것이였다.     “수남이냐? 왜 인제야 오느냐?”     “연이는…?”     아버지와 연이 아버지가 나를 보자 다급히 물었다. 나는 그만 와-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무슨 일이냐? “     “연인…?”     아버지와 연이 아버지가 깜짝 놀라 다그쳐 물었다.     “그 앤 뒤에 떨어졌어요.”     나는 흑흑 흐느끼며 떠듬떠듬 말했다.     “뭐라니? 어째 그 애를 혼자 두고 왔니?”     아버지는 버럭 어성을 높였다.     “난 그 애가 앞에 갔는가 해서… 그래… 흑흑…”     “이 사라소니 같은 자식!”     아버지는 천둥같이 호통쳤다.     아버지와 연이 아버지는 급급히 수레길을 따라 올라갔다.     나는 울면서 집에 들어서자 책보를 아무데나 벗어던지고 구둘에 쓰러졌다. 어깨를 들먹이며 서럽게 흐느껴 울었다. 연이가 꼭 잘못되였을것 같았다. 늪초리물도랑에서 구을러 물에 빠지지나 않았을가? 며칠전 비온날에 발자국을 본 여우라도 만났다면…? 여우는 사람을 홀려서 혼을 뺀다던데… 생각할수록 후회되고 슬펐다. 다시는 ”떡메골”이 암만 놀려줘도 연이를 홀로 떼여두지 않으리라 속으 로 다지고 또 다졌다.     나의 울음은 아버지와 연이 아버지가 연이를 업고 마을에 들어선 다음에야 그쳤다.     연이는 ”떡메골”때문에 사고를 쳤던것이다.     내가 늪초리를 지날때 ”떡메골”은 쑥가지로 풀숲에서 뱀을 때려잡았던것이다. 거의 한발이나 되는 늘메기를 때려잡은 ”떡메골”은 나와 연이가 그곳을 지날때놀라게 하려고 죽은 뱀을 산것처럼 수레길에 가로 놓았다.     연이는 내가 먼저 간뒤 한참 그곳에 서있다가 따라섰는데 늪초리 물도랑을 거너 수레길에 잡아들다가 길에 놓인 뱀을 보았다. 그 애는 무서워서 더 가지 못하고 나를 불렀다. 몇번 소리쳐도 대답이 없자 선자리에서 울음보를 터뜨렸다. 울 고울다가  해가 서산에 꼴깍 넘어가자 뱀을 피해오려고 수레길 왼편 산비탈에 매달렸다. 그런데 당황한데다가 산비탈이 가파로와 미끌어떨어지면서 발목을 삐였던것이다,     이튿날부터 연이는 학교에 가지 못했다. 상한 발목은 찐빵처럼 퉁퉁 부어있었다.     연이와 함께 다니던 길로 혼자서 다녔다. 외롭고 서글폈다. 언제면 연이의 발목이 다 나아서 함께 학교로 다닐가? 나는 바라고 바랐다.     하지만 연이는 다시는 나와 함께 학교로 다닐수 없게 되였다. 인차 학교가있는 벌방마을로 이사갔기때문이다. 몇해 지나 연이네는또 조선으로 이민갔는데그뒤의 일은 나도 모른다.     그날 그렇게 떨어지지 않겠다는 연이를 억지로 남겨두지 않았더라면 그런일이 없었을텐데, 그랬더라면 연이넨 이사가지 않았을것이다. 정든 고향에 그냥 있었더라면 조선으로 이민가지도 않았을거야! 나는 늘 그날 일을 두고 자책감에 모대기면서 괴로와했다.     그때로부터 서른 몇해가 지나갔지만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 먼저 연이가 떠오르고 그날저녁의 일이 되살아난다.     연이도 지금까지 그때의 일을 기억하고있는지?     아, 잊지 못할 어린시절이여!     잊지 못할 연이…                                                                             1996.    
6    보배야 보배야(아동소설) 댓글:  조회:414  추천:0  2017-04-06
아동소설 보배야 보배야 허두남     영민이는 얼굴을 만지는 버드나무가지를 밀어버리며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걸어갔습니다. 그는 두눈이 초롱초롱해서 무언가 열심히 찾고있었습니다.     (꼭 있을거야! 그전에도 붙잡아 어머니 머리에 놓았댔어…)     몇해전, 영민이는 빨래하러 나오는 어머니를 따라 늘 이 강가로 나오군 했습니다.     어머니는 강가에 빨래대야를 내려놓고 토닥토닥 방치질을 했고 영민이는 버들숲에서 잠자리나 나비, 매미 잡이를 했습니다. 잠자리와 나비는 잡기가 쉽지만 매미란놈은 여간해서는 잡히지 않습니다. 금방 앞에서 맴맴 울음소리가 나서 살금살금 다가가보면 울소리는 더 앞에서 납니다. 다시 발끝걸음으로 다가가면 또 저만큼 더 앞에서 소리납니다, 맴맴 맴맴... 이렇게 몇번 따라가다보면 이번에는 뒤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오는것입니다. 매미란 놈은 일부러 영민이를골려주려고 작정을 했는지 잠자리나 나비처럼 눈에 뜨이게 다니지 않고 언제나 록음속에 숨어서 청아한 소리를 내군했습니다. 누른 바탕에 검푸른 줄이 죽죽 간 커다란 개구리 한놈이 풀숲에서 폴짝 뛰여나왔습니다. 그놈은 금방 누구하고 싸우기라도 한듯 두눈을 뚝 부릅뜨고 목줄을 불룩불룩하더니 강에 첨벙 뛰여듭니다.     영민이의 입가에 웃음이 살짝 어렸습니다.     그날도 개구리가 저렇게 물속에 들어가고 다시 나오지 않자 영민이는 황겁히 소리질렀습니다.     “어머니, 개구리 물에 빠져죽었어요!”     그 말에 너무 우스워서 허리를 붙안고 웃으시던 어머니!     영민이의 눈앞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또렷이 밟혀옵니다.     (어머닌 지금 뭘하고있나요? 난 어머니가 보고파죽겠어요…)     영민이의 어머니는 삼년전 영민이가 네살나던 해 한국으로 돈벌러 나갔습니다.     어머니가 무슨 종이장을 손에 쥐고 어린애처럼 기뻐하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이봐요, 초청장이예요.”     그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심장이 나빠가지구 고된 일에 어떻게 견딘다구 그러오? 그만두오.”     하지만 그번만은 어머니가 아버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근심마세요. 견딜수 있어요.”     어머니가 떠나간후 영민이에겐 그처럼 바라던 전자유희기가 있게 되였고 재미있는 만화책도 많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보고싶어 견딜수 없었습니다. 그래도한주일에 한번씩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수 있고 어머니와 말할수 있는것이 큰 기쁨이였습니다.어머니는 일요일 저녁마다 아홉시후면 서울에서 전화를 걸어오군 했습니다. 먼저 아버지와 이야기하곤 꼭 영민이를 찾았습니다.     “영민아, 아버지 말씀을 잘 들어라. 음식을 가리지 말고 옷도 깨끗이 입고…”     어머닌 전화할때마다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희한한것은 몇천리밖에서 영민이에게일어난 일을 딱딱 맞추는것이였습니다.     “너 오늘 썰매타기 했겠구나.”     “너 인젠 앞이가 빠졌겠구나.”     그런데 매주 한번씩 꼭꼭 오던 전화가 지금은 오지 않습니다. 영민이의 기억엔아버지가 어딘가 급히 갔다온후부터 전화가 없는것 같았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왜서 전화 안해요?”     아버지는 흠칫하며 영민이를 돌아보더니 후ㅡ한숨을 내쉬였습니다.     “일이 바쁘겠지…”     “언제 돌아오나요?”     이번에도 길게 한숨을 내쉽니다.     “아주 오래 있다가 온단다. 네가 많이 큰후에…”     그리고 아버지는 눈에 티가 들어갔는지 눈을 꺼벅거리였습니다.     헌데 영민이네 유치원 애들이 하는 말은 딴판이였습니다.     “저애 어머니는 한국에 가서 죽었대!”     영민이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아니야, 이건 거짓말이야! 어머닌 오래잖아꼭 돌아올거야! 다시 그따위 거짓말을 하는 새끼에겐 송충이를 붙잡아 모가지에 넣을테야!     하지만 하루 이틀 날이 지나도 어머니는 오지 않았습니다. 영민이의 마음속엔 차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정말 어머니가…? 아니야, 그럴 수 없어! 내 외할머니와도 물어봤거든! 외할머니도 어머니가 보고파 눈물을 흘렸지만 어머니가 꼭 돌아온다고 했어!     어머니, 보고싶은 어머니, 어서 돌아오세요. 선물을 안 사와도 좋아요. 그저 빨리만 돌아오세요.     문득 영민이의 새별눈이 반짝 빛났습니다. 옳지, 끝내 찾았어!    몸이 쪼개놓은 앵두씨 같고 잔등에 까만 점이 일곱개 박힌 놈이 버드나무이파리에 딱 붙어앉아있었습니다. 영민이가 찾고있는 보배(무당벌레)였습니다.     영민이는 살금살금 다가가서 발꿈치를 쳐들었습니다. 키가 약간 모자랐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저만치에 있는 베개만한 돌을 안아다 놓고 돌우에 올라섰습니다.     손끝이 닿을락말락했습니다. 그는 돌우에서 발꿈치를 쳐들면서 보배를 움켜쥐였습니다. 성공이였습니다.     보배가 몸에 앉으면 복이 붙는다고 언젠가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복, 지금 영민이에게는 어머니가 돌아오는것이 제일 큰 복입니다. 영민이는 늘 어머니를 만나는 꿈을 꿉니다. 꿈을 깨고나면 한없이 서러워 눈물이 샘솟듯 솟았습니다. 전번날 꿈엔 어머니가 집에 돌아온겁니다. 영민이는 어머니를 꼭 부둥켜안고 눈물이 글썽해서 말했습니다.     “어머니, 이게 또 꿈이 아닐가요? 정말 어머니가 한국에서 돌아왔나요? 난 또 꿈일가봐 겁나요…”     영민이는 유치원에서 돌아올때면 집안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리나 귀를 기울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자주 정거장켠을 바라보았습니다. 밖에 나가 오래 있다가 들어오면 그 사이 어머니가 와있을것 같아서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저녁녘에 집에 들어오군 했습니다. 오늘도 어머니가 늘 빨래하던 곳에 앉아 돌팔매로 물수제비를 만들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버드나무이파리에 앉은 보배를 발견했습니다.     (옳아, 보배를 잡아 몸에 붙이고 집에 들어가자! 그럼 어머니가  와있을지 몰라…)     헌데 고놈을 붙잡아 조심히 어깨에 놓았더니 포르르 날아갈버릴줄이야… 할수없이 다른 놈을 찾아 온 버들숲을 샅샅이 훑었던것입니다.     영민이는 왼팔을 앞으로 굽혀 아래배에 대고 보배를 살며시 팔뚝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는 보배를 내려다보면서 나지막하게 속삭였습니다.              보배야 보배야              어머니가 돌아오니?              이 달에 돌아오면              열개 셀때까지 날아가지 말라!     그리고는 재빨리 열개를 셌습니다.     보배는 영민이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주는듯 꼼짝않고 앉아있었습니다.     영민이는 기뻤습니다. 이 달에 꼭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어머니의 전화라도 받은기분이였습니다.     다시 보배를 내려다보면서 속삭였습니다.             보배야 보배야             어머니가 돌아오니?             오늘 돌아오면             백개 셀때까지 날아가지 말라!     이어 열개 셀때마다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가면서 백개를 셌습니다. 보배는 여전히 꼼짝않고 앉아있었습니다.     “와, 어머니가 오늘 온단다!”     영민이는 보배가 날아가지 않았으니 어머니가 오늘 꼭 돌아올거라고 믿었습니다. 지금 집에 와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서 집으로 가보자, 빨리 어머니를 만나야지!) 영민이는 보배가 날아갈세라 왼팔을 아래배에 붙인채 집으로 반달음칩니다. 얼굴에 웃음꽃을 함빡 피우고 신바람나 달려가는 그의 눈앞에는 어머니의 모습이 우렷이 나타났습니다. 어머니는 두팔 벌려 영민이를 얼싸안으며 머리를 쓰다듬습니다.     “우리 영민이가 이리 컸구나! 엄마는 네가 보고싶어 죽을번 했다…”                                                                             1995.                                                                                                                                                                                                                                                                     .            
5    가면서 오는 별(외2수) 댓글:  조회:468  추천:0  2017-03-25
가면서 오는 별(외2수)         허두남   리별의 아픔 한줄기 연기로 남기고 려객기는 밤하늘에 날아오른다 안해를 태운 려객기 별이 되여 야공을 가른다   반짝반짝 뭇별들 사이를 숨바꼭질하듯 멀어져가는 저 별 텅 빈 내 가슴속 슬픔의 하늘을 날아가는 저 별은 안해의 눈물방울일가   마른일 궂은일 손부리 닳아도 예쁜 웃음 온 집안 밝혀주던 해님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정다운 눈웃음일거야   가냘픈 몸 고생 찾아 멀리 이국땅 날아가면서도 온갖 시름 당신에게 맡기고 떠나 미안하다고 죄송하다고 애서 짓는 별빛 미소   안해가 가는 길 돌아오는 길과 이어져있거니 저 별 멀어져 멀어져 갈수록 가까이 가까이 다가오고있어라                  1995.10.     그리운 길   길섶에서 노란 웃음짓는 민들레 동그란 얼굴 그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민들레꽃송이를 감돌던 노랑나비의 연한 날개짓 그것이 얼마나 큰 평화로움인지   버들숲에서 가지를 옮겨앉는 산새 은방울 떨어뜨리고 찾아울던 귀맛 달콤한 음악 그 아늑한 포근함   먼먼 길에 지친 지금은 꿈에서만 만나는 그때 발부리에 채이던 돌멩이 하나도 행복한 추억   해빛에 미역감는 봄날속으로 당신과 손잡고 걷던 길 한줄기 그리움  되여 내 가슴 깊은 곳에 누워있네                1996.5.       세번째 락엽   락엽이 진다 안해가 떠나가고 세번째 락엽…   옷깃에 바람을 담고 백양나무밑에 사색을 멈추면 휘ㅡ익 가을 숨결에 우수수 날리는 노오란 명상   봄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은 나풀나풀 나비춤 같다지만 이 가을에 흩날리는 서러운 잎은 갈길 잃고 헤매는 새무리의 방황   순간마다 몸부림치며 무성했던 행복을 뺏기는 서러운 가을나무를 마주하고 나는 오히려 슬픈 가을볕속에서 환희를 찾아읽는다   락엽수는 소슬바람에 이제 맨가지로 되여도 우리의 사랑나무는 이 시각도 더욱 무성해질줄을…                 1997.10.        
4    그 소년의 꿈(단편소설) 댓글:  조회:576  추천:0  2017-03-10
단편소설  그 소년의 꿈                       허두남   남평진에 이르러 뻐스에서 내리니 여덟시도 안되였다. (k촌까지 8리길이라고 했지?) 나는 잠간 망서리다가 k촌 가는 길에 올랐다. 30분쯤 기다리면 그리로 가 는 뻐스가 있다지만 기다리고싶지 않았다. 기다리기 싫어서가 아니였다. 취재길에 나설때마다 나는 가까운 거리는 자신의 “11호” 차로 다니기 좋아한다. 길을 걸으 면서 사색하는것을 취미로 여기기때문이다. 8리길이면 슬렁슬렁 걸어도 한시간안에 닿을수 있을것이다. 나는 오늘 만날 주인공의 모습을 떠올려보며 취재가방을 추슬러메였다. 길 오른켠은 신록이 무르녹는 산들이 쭉 이어졌다. 가담가담 바위너설들이 들쑥날쑥한 산은 웅장하고도 위엄스러워보였다. 쭉쭉 잘 빠진 소나무들이 창창한 가지를 펼쳐들고 위용을 자랑하는가하면  살구나무, 가둑나무며 이제 한창 홍자   색의 꽃이 흐드러진 싸리나무들이 시골여름의 정취를 자아내고있었다. 길 왼켠은 키넘는 물버들이 꽉 들어섰는데 버들숲 저편은 두만강이다. 버드나무가 하도 빼빽이 들어선탓에 출렁출렁 흘러가는 강물소리는 시원스레 가슴에 와닿는데 물결은 보이지 않는다. 나무가지가 조금 성긴 곳에서만 아침해 빛을 담아싣고 번들거리는 강물이 얼핏얼핏 시야에 들어올뿐이였다. “잔고기는 빨리빨리 버려라!”     문득 길 아래에서 웬 아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엉?) 나는 삼 서듯 들어선 버드나무숲을 꿰질러 소리나는쪽으로 나갔다. 버드나 무가 길 바로 옆에만 그렇게 빽빽이 섰을뿐 조금 나가니 나무는 없고 풀들이 길 차게 들어섰다. 풀밭밑으로 두만강이 흘러가고있었다. 시내물만큼한  곁갈래가 갈라졌는데 몇몇 사람들이 그 곁갈래를 막고 고기잡 이를 하는중이였다. 금방 물을 막은 모양 우켠으로부터 한창 물이 찌고있었다. 나는 갈길을 잠시 접고 구경하기로 맘먹었다. 오늘의 취재도 고기잡이와 얽 힌 내용이기에 더욱 고기잡이구경에 흥심이 생겼는지 모른다.     풀밭을 지나 강가로 내려섰다. 곁갈래의 기슭에 들어선 억새풀은 허리까지 젖어있었고 물속에 잠겼던 부분 과 잠기지 않았던 부분의 경계에는 검불과 나무잎이 엉켜붙어있었다. 물을 막기 전의 수심을 금방 알수있었다.   물이 거의 찌니 물속에 잠겼던 돌들이 거뭇한 잔등을 드러내고있다. 비릿한 감탕냄새가 코끝에 날아와 멀리 흘러가버린 그리운 동년시절의 사연들을 떠올려준다. 금방 개구쟁이 옛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에 푹 젖었다. 내가 내려선곳은 곁갈래의 아래끝이였다. 곁갈래의 물이 강 원줄기와 합치는 곳에서 십여메터 올라와서 채발을 놓은것이 보였다. 채발우켠은 고기가 채발안으 로 들어오게끔 자갈을 끌어모아 부채형으로 올리막아놓았다. 채발 량옆에는 열둬살 되는 아이 둘이 마주앉아서 채발에 내리는 고기를 주 어 옆에 놓인 커다란 양철바케츠에 담고있었다. 갑자기 물이 찌니 고기들로 말하면 지진해일을 만난것이나 다름 없다. 몸붙 일곳도 숨쉴곳도 순식간에 잃어버린 고기들은 난을 피해서 아래켠으로 륙속 몰려 내려오고있었다. 잠간새에도 채발에 떨어지는 고기가 엄청 많았다.     “너희들이 물을 막았니?”  나는 량손으로 부지런히 고기를 움켜서 바케츠에 담는 두 아이를 보고 물었 다.  “저 사람들이...” 얼굴이 감스레한 아이가 우켠을 곱지 않게 흘낏 바라보며 대답했다.  올려다보니 청년 셋이 제마끔 손에 비닐주머니를 쥐고 여기저기 뛰여다니며 고기를 줏고있었다. 우켠은 물이 많이 찌였는지라 곳곳에서 몸에 감탕칠을 한 고 기들이 풀떡풀떡 뛰고있었다.     나는 채발에 고기 내리는것을 구경하려고 방금 나에게 말하던 아이의 맞은켠 얼굴 하얀 아이의 옆에 쪼크리고앉았다.     채발에 고기가 들어오는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쪼르륵 하면 잔등이 검스레한 모래무치가 와서 떨어지고 쪼르륵 하면 배가 새하얀 버들치가 들어와서 펄떡펄떡 뛴다. 떨어지는 고기를 속으로 세여보려 했지만 미처 셀수 없었다. 너무 빨리 떨 어졌기때문이다. 어떤때에는 대여섯마리가 한꺼번에 떨어지기도 했다.      두 아이는 작은 고기를 골라서 채발 아래켠 물에다 던지고 큰놈만 담았다. 하얀얼굴은 어떤때에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새끼손가락만큼한 고기를 쥐고 고기그릇에 담아야 할지 버려야 할지 망설이는듯 맞은켠 아이의 얼굴을 건너다본다. 까만얼굴이 버리라는 뜻으로 물 아래켠을 턱짓하면 두말없이 훌쩍 버리는것이였다. 어쩐지 맞은켠에 앉은 까만얼굴이 눈에 익은감이 났다.  해볕에 탄듯 감스레 한 얼굴, 좀 크고 잔등이 살짝 솟은 코, 우로 약간 쳐들린 입귀, 더구나 그 눈이 꼭 인상속에 박힌 익숙한 눈이였다. 초롱초롱 영채도는 까만 눈, 그 눈은 너비에 비해 길이가 다소 짧은감이 났는데 아주 만만찬은 느낌을 주었다. (어디서 보았을가? 이 산골 아이를 내가 언제 보았단말인가?) 돌종개(종개)수염을 한 청년이 비닐주머니에 주어담은 고기를 가지고 와서 바케츠에 쏟아넣었다. 고기를 쏟아넣고나서 바케츠를 흔들어보며 말했다.     “작은 고기도 버리지 말고 몽땅 담아라!”     “알았소.” 하지만 까만얼굴은 그 청년이 돌아서자 여전히 잔고기들을 추려서 던지고 큰 것만 담았다.     “작은것들도 다 담으라했잖아?”     제 친구의 걱정 어린 물음에 픽 코웃음쳤다.     “쳇, 그런 소리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내보내면 돼!” 이 애들이 십상팔구 k촌 애들일것이라고 짐작한 나는 무언가 물으려다 그만 두었다. 행실을 보니 썩 탐탁치 못한감이 들었기때문이다.     버들치처럼 배가 불룩 나온 청년과 붕어처럼 머리가 큰 청년이 또 와서 고 기를 바케츠에 쏟아넣었다. 버들치배가 고기 담긴 바케츠를 들고 근시처럼 눈을 조프리며 들여다보더니 눈귀가 처진 거슴츠레한 눈으로 까만얼굴을 찍어보며 물 었다. “작은 고기들은 다 버렸잖니?”     “아니요, 몽땅 담았는데요.”     까만얼굴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한마리라도 버려선 안된다. 알았니?”     “근심말라니깐요!”       버들치배와 붕어머리가 돌아서자 까만얼굴은 여전히 잔고기는 버리고 큰놈만 담았다. 괴상하고 고집스런 아이였다. 햐얀얼굴은 잔고기를 버리기도 그렇고 담자니 제 친구와 다른 곡조를 부른는 감이 나서 그러는지 그담부터는 구경만 하고 고기에 손을 대지 않았다. 쫘르륵 소리와 함께 큰놈이 채발에 뚝 떨어졌다. 그놈은 채발에 떨어지는 맵시로 본때를 보이는지 펄떡펄떡 뛰면서 숫기운을 뽐낸다. 두 아이는 동시에 손을 내밀어 그놈을 붙잡았다. 네개의 손에 꼼짝못하게 꽉 잡힌 그놈은 몸을 뒤틀며 한참 용을 써보더니 허사인줄 알았는지 맥을 버렸다.     칙칙한 황갈색 바탕에 등 쪽은 암갈색이고 배 쪽은 담색인데 폭이 넓은 암갈색의 세로띠가 있고 옆구리에는 짙은 갈색의 비늘 모양이 흩어져 있었다 생김생김은 꼭 버 들치인데 버들치가 이리 클수가 있을가? “이게 무슨 고기냐?” “버들치라는 고기입니다.”     까만얼굴은 내가 두만강물고기에 대해 전 무식인줄 아는 모양이였다. “아니, 버들치가 이리 크단 말이냐?” 내입에서는 감탄이 절로 흘러나왔다. 어린적 버들치를 많이 잡아보았지만 이리 큰놈은 처음이였다.     까만얼굴은 나를 흘낏 쳐다보았다. 내가 두만강물고기에 대해 좀 안다고 느낀상 싶었다.  “우리도 이렇게 큰 버들치는 처음 봅니다.” 까만얼굴은 이렇게 말하고 우켠에서 고기를 줏고있는 청년들을 힐끗힐끗 올려다보더니 방금 잡은 버들치를 강가 풀숲에다 힘껏 뿌려던졌다.     (아니…?) 내가 눈을 크게 뜨는데 까만얼굴은 입가에 손가락을 세워대고 눈을 끔쩍해보 였다. 말을 말라는 뜻이였다. 그 애는 제 친구에게 턱짓으로 방금 고기를 뿌린 곳을 가리키는것이였다. 하 얀얼굴은 나를 힐끗 쳐다보고 근심스러운듯 그 애를 건너다보는것이였다. 까만얼 굴은 다시 우쪽을 턱질하고는 눈을 부라렸다.  (빨리 안 가고 뭘해? ) 하는 뜻인 것 같았다. (이 애들이 도대체 무슨 수작을 하는거지? 작은 고기는 버리고 큰고기는 어 데다 빼돌리려나?) 하얀얼굴은 일어나서 풀숲으로 걸어갔다. 방금 고기가 떨어진 곳에 가서 땅 바닥을 내려다보며 한참 왔다갔다하더니 땅에 쪼크리고앉았다. 다시 일어나 풀 숲을 헤치며 저켠으로 슬금슬금 잰걸음을 친다. 풀숲에 가리워 잘 보이지 않았으 나 고기를 들고가는게 틀림없었다.     얼마후 돌종개수염이 또 주머니에 주어담은 고기를 쏟아넣으러 왔다.     까만얼굴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난 인젠 가겠소.”     “왜?”     “집에 가서 할일이 있소.”     까만얼굴은 나를 돌아다보며 다시 한번 입에 손가락을 대고 눈을 끔쩍했다. 그 애는 제법 나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까지 하고는 방금 제 친구가 사라진 켠으 로 풀숲을 걷어차며 뛰여갔다. 나는 돌종개수염에게 물었다.     “저 애들은 젊은이들이 데리고 온 애들이요?”     “데리고 온건 아니고 그냥 따라왔지요.”        (그러니 그놈들이 한 마을 사람들의 고기를 빼돌렸구나! ) 우켠의 고기를 다 주었는지 세 청년은 채발과 가까운 아래켠에 와서 고기를 주었다. 나는 채발을 지키는 사람이 없는데 그냥 앉아있기도 멋적고 또 구경도 실컷 했는지라 일어나서 슬렁슬렁 우켠으로 올라갔다. 그사이 우켠은 웅덩이 진 몇곳만 내놓곤 물이 싹 찌여있었다. 여기저기에서 줏지 않고 내버린 잔고기들이 꿈질거렸다. 물을 막은 바로 그 밑에까지 올라갔을때였다. 뜻밖의 광경에 나는 제자리에 못박힌듯 굳어졌다.                                             방금 물고기를 빼돌리던 까만얼굴이 물 막은것을 터뜨리고있었던것이다. 물을 막을때 아래켠에 큰돌들을 줄지어놓고 그 우켠에 긴 비닐천을 놓은 다 음 다시 비닐천우켠에 흙을 떠놓아 막는다.  그런데 그 애가 물을 막은데서 비닐 천을 빼내고있었다. 두발로 벋디디며 안간힘을 써서 빼내더니 이번에는 비닐천아 래켠에 놓은 큰돌을 굴려버리는것이였다.     저건 또 무슨 놀부심술인가? 엉겁결에 아래켠을 내려다보았다. 곁갈래가 굽이졌는지라 고기를 줏는 청년 들이보이지 않았다. 까만얼굴은 말랐던 바닥을 핥으며 콸콸 흘러내리는 물을 바라보면서 깨고소한 웃음을 짓더니 몸을 돌려 저켠으로 달려갔다.     그 뒤모습에 눈길을 박던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맞다! 그 애다!) 달려가다가 몸을 솟구치며 펄쩍 뛰는 모습이 너무나도 눈에 익었다, 그날은 일요일이였다. 저녁무렵, 쓰던 문장을 마저 마무리한 나는 머리도 쉴겸 저녁찬거리도 보자 고 장거리를 돌고있었다. 길거리에 앉아 남새를 파는 사람들은 거개 자기가 가꾼것을 내다팔기에 남새 도 신선하고 값도 믿을만하므로 그리로 다가갔다.     “두만강 물고기를 사세요! 맛좋고 신선한 두만강 물고기를 사세요!”     웬 애가 부르는 사구려소리가 내 발목을 잡았다. 돌아보니 열둬살쯤 되여보이는 아이였다. 얼굴이 감스레하고 눈이 뙤록뙤록 그 애 앞에는 커다란 비닐바케츠가 놓여있었다. 다가가서 바케츠안을 들여다보았다. 모래무치와 종개가 두어사발가량 들어 있다. 금방 잡은 고기인듯 어떤놈은 아직까지 아가미를 넙적대고있었다.     내가 고기에 대해 관심을 보이자 아이는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이건 물고기중에서 제일 맛좋은 두만강물고기얘요. 아저씨, 사지 않겠나 요?”     확실히 두만강물고기가 맞구나 생각하며 한마디 넌지시 물었다.     “물고기면 다 마찬가지지 뭐 두만강 물고기라고 더 맛좋겠냐?”     내 말에 아이는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고기라고 다 같은게 아니예요. 강의 물고기가 호수의 물고기보다 더 맛있 는건 강이 물살이 세서 운동량이 많기때문이예요. 두만강은 강중에서도 물살이 세기에 두만강물고기는 고기질이 특별히 좋아요.”     듣고보니 그럴법했다. 우리도 어릴적부터 두만강물고기가 제일 맛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말해 왔지만 그 도리를 밝히지 못했는데 그 애가 도리를 밝힌것이다.     나는 그 애를 다시 보았다.     “아저씨, 이 고기가 두근반인데 두근값만 받을테니 사주세요.”     “우리 집엔 이런걸 먹는 사람이 나뿐인데 그리 많이 사서는 어쩌라는거냐?”     내말은 사실이였다.     “전 k촌에서 왔어요. 이 고기를 다 팔고 저녁차로 돌아가야 해요.” k촌이면 여기에서 백리도 넘는데…     “넌 왜 어린 나이에 장보러 다니느냐?”     그 애는 고개를 숙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집에는 저와 엄마밖에 없는데 엄마는 몸이 안 좋아요…” 나는 속으로 퍽 총명하게 생긴 애가 정말 안됐구나 생각했다. 호주머니를 뒤 져서 두근반 값을 꺼내주고 고기를 받아들었다. 그 애는 너무도 고마와서 허리를 굽혀 꾸벅 인사하고는 빈 바케츠를 내저으 며 깡충깡충 뛰여갔다. 한참 뛰여가다가 몸을 솟구치며 펄쩍 뛰는 모습을 바라 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런데 그 애를 여기에서 만나다니! 집형편이 어려우니 물고기를 훔칠수도 있겠지만 물 막은건 왜 터친단말인가? 정말 알수 없는 애다. 가정환경이 만들어낸 콤풀렉스가 반상적인 행위로 이어진 걸가? 나는 그 자리에 오래 있다가 공연히 물이 터진 오해라도 살가봐 길에 올라섰 다.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데 아래켠에서 물이 터졌다고 물매미 울듯 아우성치는 것이였다. 한참 길을 조였더니 k촌이 눈앞에 나타났다. 뒤에 푸른 산을 수호신처럼 두고 앞에 유유히 흐르는 두만강을 바라보며 백 여호 되는 마을이 모여있었다. 학교는 마을 웃켠 두만강가에 자리잡고있었다. 학교 주위에는 백양나무가 가 지를 엉키고 빽빽이 들어섰는데 먼데서 보면 학교가 보이지 않고 그냥 백양나무 숲처럼 보였다. 간혹 무성한 나무잎새사이로 학교청사의 흰 벽이 들여다보였는데 그렇게 산뜻한 기분을 안겨줄수가 없었다. 작지만 아담하고 오붓한 산골학교이다. 방학이니 아이들이 십상팔구 집에 붙박혀있지 않을것이라고 짐작한 나는 오늘 의 주인공인 그 아이네 집을 찾아가지 않고 먼저 써클지도선생님을 찾기로 했다. 써클지도선생님은 어차피 만나봐야 할 사람이였다.     숙직실에 들리여 선생님의 집을 물어가지고 곧추 찾아갔다. 선생님은 애티를 금방 벗은 처녀선생님이였다. 시원스레 빗어올려 묶은 머리, 갸름한 얼굴, 새물새물 웃는 눈, 키는 크지 않으나 균형잡힌 날씬한 몸매, 어데를 보나 생기로 차넘쳤다. 첫눈에 이분은 원래 교원으로 태여난 분이구나,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며 따르겠구나 하는 인상을 주었다. 찾아온 연유를 말하자 반색을 했다. 선생님은 아주 신이 나서 이렇게 말하였 다. “저의 학생이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수호는 정말 남다른 애랍니다…” 수호는 별명이 “물고기박사”라고 한다. “두만강물고기관찰써클”을 책임지고있 는데 지금까지 써클소조에서는 물고기표본 스물 다섯종을 만들었단다.     나는 놀랐다. 나도 어린 시절을 두만강가에서 보냈고 고기잡이를 좋아했기에 두만강 물고기 종류에 대해선 잘 안다. “두만강상류에 고기종류가 그렇게 많아요? 제가 알기로는 열대여서가지였는 데요.”    “수호네는 두만강에 살다가 멸종된 고기의 표본도 만들었답니다. 참, 전에 없 던 고기종류를 발견한것도 있어요.”     전에 없던 고기종류? 진짜 귀맛 당기는 소리였다.     “선생님은 그 스믈 다섯종의 고기 이름을 물론 다 알겠지요?” “저도 탐관처럼 배가 큰 놈이 버들치이고 간신처럼 매끄러운 놈이 종개라는 정도는 알아요.”     “녜? 하하하…”     선생님의 재치 있는 유모아에 나는 통쾌하게 웃었다.      “써클소조에 성원이 몇입니까?”     “수호가 조장이고 그 외 남자아이 둘 더 있습니다.” “정말 좋은 써클활동입니다. 듣자니 이번에 전국 최우수써클로 평선됐다지 요?”    “녜. 하지만 학교가 작고 경비가 딸려 어려운점이 많아요. 아이들이 자체로 경 비를 만들어 활동에 보태고있어요.” 소학교 아이들이 자체로 써클경비를 마련한다고? 이것 역시 좋은 기사감인 데!     “아이들이 경비를요? 어떻게요?”     “물고기관찰써클이니 물론 물고기를 잡아서 팔지요.” 써클소조의 애들은 주로 통발과 주낙으로 고기를 잡는단다. 모래무치 같은 작은 고기는 통발로 잡고 야리같은 큰놈은 주낙으로 잡는단다.  잡은 물고기를 시가지에 가져다 팔아서 책도 사고 물고기표본을 만들 재료들을 갖추었단다.     물 막는 곳에서 본 아이도 시가지 장거리에 가서 고기를 팔던 일이 떠올라 얼른 물었다.     “수호는 집에 누구랑 있어요? 부모님이 다 계신가요?” “녜! 아버지와 어머니도 계시고 할아버지도 계셔요. 실은 할아버지가 그 애의 진짜 선생이랍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나에게 물었다.  “참, 표본실에 나가보시지 않겠나요?”     “표본실이요?”     “수호가 거기 나와 있을거예요.”     “방학에도 나오는가요?”    “방학에도 써클소조의 성원들은 자주 나와요. 수호는 거의 날마다 나오지요.”     써클소조의 활동을 눈으로 보고싶던차라 선생님을 따라 일어섰다.     표본실은 문이 열려있었다.     “수호네가 나와있는 모양이예요.” 표본실에 들어서자 눈에 확 안겨오는것은 벽에 줄느런히 걸어놓은 숱한 물고 기 사진이였다. 얼핏 보아도 내가 아는 두만강 물고기들이 다 있는것 같았다.     집안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수호학생!”     선생님이 높은 소리로 불렀다.     표본실 한구석에 널판자로 위생상자처럼 커다랗게 만들어놓은 그 안에서 챙 챙한 대답이 튀여나왔다.     “녜! 여기 있어요!” “소년보사에서 기자선생님이 찾아오셨어요.” 또 챙챙한 대답소리. “지금 사진을 씻는중이예요. 곧 나갑니다” 이어 도란도란 말소리가 들렸다. 써클소조 성원들이 다 같이 사진을 씻고있 는듯했다.     수호가 사진을 다 씻고 나올때까지 벽에 걸린 물고기사진을 감상하기로 했 다. 출입문 정면에는 몽땅 커다란 물고기사진을 두줄로 걸어놓았다. 길이 60센치 메터, 너비 40센치메터가량 되여보이는 사진들이였다.     사진에는 화면에 가득 차게 물고기가 한마리 있고 또 작게 같은 물고기가 한 마리 있었다. 사진밑에는 간단하게 물고기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저 사진에 다 고기 두마리씩 있잖아요? 큰건 확대하여 찍은것이고 작은건 고기의 실지 크기로 찍은것입니다.” 그제서야 왜 같은 고기를 한 사진에 크게 작게 둘씩 올렸는지를 알수 있었 다. 그림밑에 다가서며 설명에 눈길을 박았다.   야리: 우레기 버금으로 큰 두만강 고기. “경량급고기”로 모래무치와 종개가 제일 많 다면 “중량급고기”로는 야리가 제일 많다. 주로 주낙으로 잡는다. 생선국을 끓이 면 달착지근하고 배배하고 기름이 동동 뜨는데 고기맛이 산천어보다도 더 좋다. 뼈가 악센것이 옥에 티라고나 할가?   모래무치: 두만강에 제일 많은 고기이다. 이름으로 미루어보면 물밑바닥이 모래인 곳에 살것 같은데 실지는 그렇지 않다. 모래바닥이건 자갈바닥이건 감탕바닥이건 어디 에나 있다. 두만강이 맑던때에도 제일 많았고 지금도 제일 많다. 그물, 통발, 낚시 에는 많이 잡히나 주낙에만은 잘 물리지 않는다. 입이 작은것과 같이 작은 미끼 만 먹는다는 증거다. 두만강의 물고기를 연구하려면 모래무지부터 연구해야 할것 이다.   이어 버들치. 종개, 종개…사진들을 하나하나 눈주어보다가 낯선 물고기의 사진밑에 멈춰섰다.   깜장어:     두만강에 없던 고기이다. 다른 고기종류가 줄어드는때에 새로 생겨난 반가운 고기. 아직까지 몇마리 발견되지 않았으나 점차 많아지고있는듯하다. 두만강의 물고기 종류를 연구하는데 가치가 큰 고기이다.   새로 생겨난 고기라 자세히 여겨보았다. 검은 바탕에 알릴락말락 부연 무늬 가 있었다. 모래무치처럼 작은 입이 아래로 향했고 뚝지처럼 머리가 컸다. 몸길이는 10센치메터가량 되였다. 이것이 다 큰 고기인지 아직 채 자리지 않은 것인지?   물고기사진들옆에는 물고기그림이 대여섯장 붙어있었다. 사진과 같은 크기 로 그린 그림였다.     “저 고기들은 왜서 사진찍지 않고 그림으로 그렸는지요?”     선생님은 기다리고있기라도 한듯이 대꾸했다.    “저 고기들은 예전에 두만강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거나 멸종위기에 있는  고기들이랍니다. 실물을 찾을수 없어서 사진을 찍지 못하고 그림으로 그렸지요.”     “실물이 없는걸 그림은 어떻게 그려요?”     “수호 할아버지와 이 마을에서 함께 자란 친구분중에 유명한 화가가 있어요. 수호가 하도 조르기에 할아버지가 그분에게 부탁해 그렸답니다.” 나는 가슴이 뜨거워났다. 수호의 남다른 끈기에도 감동되였지만 손자의 일 을 극성스레 받들어주는 할아버지의 정성에 탄복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림으로 그린 고기중에 우레기가 보이기에 다가서서 훑어보았다.   우레기(세지): 두만강에서 제일 큰 고기. 깊은 물속에 산다. 지금까지 발견된것중에 열너근 짜리까지 있단다. 그런데 두만강이 흐려지면서 그 수가 자꾸 줄어들어 지금은 보 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발견된것이 8년전이란다. 그렇다면 이미 멸종된 것이나 아닐가?   우레기는 두만강물고기가운데서 각별히 큰 고기이다. 나도 어렸을때 주낙으 로 몇마리 잡았다. 크고도 고기맛이 좋고 또 생김생김도 아름다와 우레기를 잡은 애들은 장군이나 된듯 시뚝했었다. 그 고기가 멸종에 직면하다니…실로 가슴 아 픈 일이다.   “기자선생님, 이 물고기표본을 보시지요.” 선생님은 맞은켠에 진렬되여있는 물고기표본을 가리켰다. 사진과 그림에 있는 고기들을 모두 표본으로 만든것 같았다. 쭉 진렬되여있 는 표본가운데서 야리표본을 집어들었다. 길이가 한자남짓한 개야리였는데 비늘 하나 손상 없다.    물고기를 쭈그러들지 않게 말린다는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아니,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말렸기에 잔주름 하나 가지 않고 원모양 이 그대로 보존되였을가? 껍질을 벗기고 그안에 솜같은것들을 쑤셔넣어 만들었는 가 보면 그것도 아니다. 껍질을 벗겨서 만든 표본이라면 짼 자리가 있어야 할텐 데 이건 아무리 눈박아봐야 칼이 아니라 손톱에 긁힌 자리도 없다.   대체 어떻게 만들었을가? 신기하여 물어보려는데 암실문이 열리면서 두 아이 가 나왔다. 시험지종이만한 사진지를 흔들면서 시뚝해서 앞서 달려나오는 깜장얼굴, 뒤 이어 나타나는 계집애얼굴같이 하야말쑥한 얼굴. 아니? 나는 입이 딱 벌어졌다. 아까 물고기를 빼돌리던 그 애들이 아닌가?     “인사해요. 소년보사 기자선생님예요” “안녕하세요?” 두 아이는 꾸벅 허리를 굽히였다. 선생님은 앞서 나온 까만얼굴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이 학생이 수호학생이예요. ” 이어서 수집음을 타며 고개를 숙이는 하얀 얼굴 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학생은 다문학생이예요. 아버지가 우리 학교의 영어선생인데 어릴적부터 아버지한테서 배워 영어책을 능히 본답니다.” “우린 구면이구만!”           내 말에 시뚝하던 수호는 어데 가고 얼굴을 민망하게 찡그리며 뒤머리를 썩 썩 긁는다. 다문이는 나를 힐끔 훔쳐보고 선생님의 눈치만 본다. 선생님은 영문을 몰라 나와 두 아이를 번갈아본다. ”     “아까 이 고기를 훔칠때 기자선생님이 보았어요. ” 수호가 금방 찍은 물고기사진을 내들어보이며 말했다.    “고기를 훔치다니요?”  “마을 청년들이 물막이하는데 갔다가 이 버들치가 하도 크기에 표본을 만들려고…” 선생님은 어이없는듯 나를 돌아본다. 침이 마르게 자랑하던 제자가 남의 고 기를 훔쳤다니 게면쩍은 모양이였다. 이제야 그 애들이 버들치를 빼돌린 까닭을 알게 되였다. 나는 수호의 손에서 버들치의 사진을 받아들고 들여다보며 물었다.       “저기 걸어놓은 버들치사진이 있는데 왜 또 사진을 찍었나요?”     “더 큰것이여서..”      “정성껏 찍은 사진을 버리고 새것을 만들어요?”     수호는 눈을 크게 뜨며 당연하다는듯 말했다. “두만강에 더 큰 버들치가 있는데 바꾸지 않으면 안되죠.”    선생님이 수호에게 물었다.     “영팔이는 왜 보이지 않나요?” 써클소조의 다른 한 아이를 말하는모양이였다.     “인화지와 필림 사러 진소재지로 갔습니다.” 그러니 수호의 부대에는 다문이와 영팔이라는 두 전사가 있구나! 다문이는 어린 나이에 영어책도 볼줄 안다니 이름 그대로 다문박식한 애이고 영팔이는 어 떤 애일가? 영민하고 팔팔한 애일가?   “선생님한테서 써클소조에 대한 이야기를 대체로 들었어요. 수호학생은 정말 많은 일을 했더군요.” “제가 뭘…”     “별명이 ‘물고기박사’라면서요?” 수호는  혀를 홀랑 내밀었다. “수호학생은 왜서 물고기관찰에 골몰하나요? 어떤 꿈을 갖고 하는지요?” 수호는 눈을 깜박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두만강가에 살고있는 우리가 고향의 물고기를 보호해야지요! 그러자면 물고 기의 종류와 변화, 발전에 대해 잘 알아야 하죠.” 야무지고 당찬 대답에 가슴이 찡해났다. 나이는 어려도 벌써 두만강의 주인 행세를 하고있구나! 정말 장하다! 나는 총명하고 약삭바르고 당돌한  이 애가 무 척 마음에 들었다. “정말 좋은 꿈을 가졌군요. 꼭 그 꿈을 꽃피우기 바래요.” 나는 손에 든 야리표본을 손바닥으로 쓸어보며 말끈을 이었다. “표본실에 들어와보고 눈이 확 뜨이더군요. 참, 이 고기는 어떻게 말렸기에 전혀 쭈그러들지 않았나요?”     수호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호호 웃었다.     “기자선생님은 이 물고기가 진짜인줄 아세요? 나무를 깎아서 만든거예요”     “뭐요?”     너무나 뜻밖이였다. 다시 이리저리 자세히 뜯어보았다.     “알고봐도 가려내기 어려운데요. 이건 누구 솜씨죠?” “나무는 저의 할아버지가 깎았고 나머지 뒤처리는 우리 써클소조에서 했어 요.”     “이 비늘이랑 진짜와 꼭 같군요.”     “그 비늘은 진짜예요.”   (?)     “나무로 깎은 모형우에 진짜 고기비늘을 말려서 한잎한잎 붙였답니다.”     요 작은 고기비늘을 한잎씩 붙이다니…”  줄곧 남의 말을 듣기만 하던 다문이가 한마디 끼였다.. “비늘을 풀로 붙이는 방법은 수호가 생각해냈어요.” 선생님이 문득 생각난듯 말했다. “참, 컴퓨터안에 물고기관찰일기도 많아요. 보시겠나요? 수호학생, 가자선생 님께 컴퓨터를 열어드려요.”     수호는 익숙한 솜씨로 컴퓨터를 켰다. .”  몇번 클릭하자 “두만강물고기관찰일기”라고 쓴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수호가 자리를 내여주는대로 켬퓨터앞에 앉았다. 일기가 얼마나 많은가 화면을 죽 끌어올려보니 끝없이 연줄연줄 올라왔다.     다시 화면을 끌어내리다가 멈추고 눈이 닿은곳부터 읽어보았다.    x년 x월 x일 두만강물고기중에서 제일 흐린 물을 싫어하는 놈은 버들치이다. 양어장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도랑물엔 언제 봐도 버들치새끼들이 까맣게 무리지어 헤염친다. 만약 두만강이 더 흐려지고 지금보다도 심하게 오염을 앓는다면 버들치가 먼저 멸종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x년 x월 x일 물고기표본을 만들때 지느러미를 만들기 제일 어렵다. 너무 얇아서 나무로는 깎아만들수 없고 진짜 지느러미를 말렸다가 붙이면 지느러미가 줄어들어서 탈이 다. 생각하던끝에 더 큰 물고기의 지느러미를 말려서 붙였더니 아주 성공적이였 다. 참, 이 쉬운 도리를 왜 이제야 생각했을가?       x년 x월 x일 “돌개흉소”에 놓은 주낙 안돌이 또 감탕속에 묻히는바람에 할수없이 자맥질 해 들어가서 빼냈다. 이 달에만 벌써 다섯번째이다. 온 여름 여기에다 주낙을 놓 았지만 버들치 한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그런데도 그냥 주낙을 놓는데는 그럴만 한 리유가 있다. 이곳은 예전에 우레기가 많이 잡히던 곳이란다. 우리는 우레기가 정말 멸종되였는지  밝히려는것이다.   x년 x월 x일 오늘 보지 않고 두만강물고기와 송화강물고기를 가려내기시합을 했다. 같은 종류의 물고기라도 두만강의것과 송화강의것은 조금 다르다. 두만강물고기가 좀 약삭바르게 생겼다면 송화강물고기는 더 건장하게 생겼다고 할가? 우리는 두만강 물고기 열마리와 송화강물고기 열마리를 한데다 섞어놓은 다음 수건으로 눈을 가 리고 하나하나 가려냈다. 첫번에는 내가 다 맞히고 영팔이와 다문이는 한개씩 틀 렸는데 두번째와 세번째 겨룸에서눈 셋이 몽땅 다 맞히였다. 우리는 진짜 물고기 박사가 되려나봐!   일기를 재미있게 읽다가 점심때가 되여오기에 컴퓨터를 닫고 일어났다. 표본실을 나와 큰길에 들어서는데 수호가 따라선다. “선생님, 또 걸어가시려나요?” “시간도 많은데 걸어가지, 근데 수호는 어델 가려구?”     “저의 집은 맨 아래끝에 있어요. 집앞까지 같이 가려구요”     수호와 나는 강변길을 따라 마을 웃켠에서 아래켠으로 걸었다.   “수호는 정말 좋은 써클을 하고있어. 앞길이 창창하다니깐!”     “정말이세요 선생님? 제가 하는 일이 정말 전도가 있을가요?” “있다뿐이겠나? 지금 생태평형문제가 전 인류앞에 놓인 숙제거든! 앞으로 할 일이 많고도 많을거야!” 수호는 문득 한숨을 호 내쉬였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제가 써클을 하는걸 지지하는데 어머닌 견결히 반대 예요” “건 왜?” “공부에 영향이 있다는거죠” 수호는 길가에 놓인 돌멩이를 발로 툭 찼다.   ‘물론 공부도 잘해야지. 그래 학기말시험에 몇등을 했나?: “1등을 했어요.” ‘1등을…참 대단한데!’ “대단하긴 뭐가 대단해요? 학생이 여덟인데서 1등을 했는데…” “수호는 학교에서 인기가 많을테지?” “쳇, 지난달에도 선생님한테 꾸지람들었는걸요.” “꾸지람은 왜?” “한 아이를 때려줬거든요.” 수호는 나를 힐끗 쳐다보고나서 말했다. “글쎄 그 자식이 우리 써클소조의 애들을 늘 물에서 쏘다닌다고 물개라고 놀 리잖겠나요? 그날 홍수에 통발이 세개나 물모래에 묻혀버려서 기분이 상한판인데 …그래서…” “그래도 때려서야 쓰나?” “인차 사과했어요.” “응당 그래야지!” “선생님께서 사과하라는데 그럼 어쩌나요?” “뭐?” “그후엔 때리지 않고 조용한데 끌고가서 겁을 줬어요. 그랬더니 다신 놀리지 못해요.” “아니…” 나는 어이없어 허허 웃고말았다. 마을 우켠에서 자그마한 섬을 만들면서 폭이 갑절 넓어졌던 두만강은 마을아 래켠에 가서 다시 좁아지면서 물살이 세졌다. 강건너 조선켠은 깎아지른 절벽이 였는데 절벽밑은 오랜 세월 물살에 뜯기여서 몇메터나 허궁 들려있었다, 그곳은 물이 엄청 깊어보였다.     “저곳엔 우레기가 붙는다는데 조선켠이여서 주낙을 놓을수 없어요.”     절벽밑을 손가락질하며 말하던 수호는 픽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돌종개수염패들이 저곳에 가서 물남포를 했다가 구류된적이 있어요.” 강에서 남포를 터치는것은 엄격히 금지되여있는데 남의 나라켠에 가서 남포 질했다니 한심한 일이다.     “돌종개수염이란 아까 그 여윈 사람이지?” “어떻게 알죠?” “그냥.”     나는 언녕부터 묻고싶던 말이 다시 생각났다. “참, 그 사람들이 고기를 주을때 왜 물을 터쳤지?” “물 막은걸 터치지 않으면 새끼고기들이 다 죽게 되죠. 제가 터쳐놓지 않으 면 그 형님들은 터치지 않고 그냥 갔을거예요. 늘 그래요.” 원래는 그런 일이였구나! 이야기하며 걷는 사이 마을아래켠의 제일 마지막 집앞을 지났다. “아니, 수호네 집을 지났잖아?” “기실 저의 집은 학교 바로 뒤에 있어요.” 학교뒤면 마을 우켠이 아닌가? 그럼… “선생님과 이야기를 더 나누고싶어서요.” 요런 깜찍한 녀석이라구야! .    “인젠 그만 들어가! 다음번에 또 오면 많은 이야기를 나누자구.” “또 오시겠나요?” “오구말구! 다음번에 오면 수호 할아버지도 만나봐야겠어!” “그래요? 그럼 꼭 약속해요.” “그래, 약속하지. 다음번엔 통발도 같이 들추고 주낙도 함께 건지자구.”     “정말인가요?”    나를 쳐다보는 수호의 눈은 흑진주처럼 빛났다. “자, 인젠 그만 돌아가!”     나는 수호의 작은 손을 잡고 작별했다.   그 애는 내가 굽인돌이를 지나 사라질때까지 손을 젓고있었다. (얼마나 기특한 애인가! 수호는 정말 큰 일을 하고 있구나! 너희들이 있어 이고장은  더 아름다와질것이다.)  올때와 달리 한낮에 접어드니 찌는듯 무덥다. 여름의 시골은 공기가 시원하 고 해볕은 더 따갑다는것이 실감난다. 무더위를 반기는 풀벌레들이 아침나절 푹 쉬고나서 열기띤 소리로 합창한다. 산비탈 록음속에도 물버들숲에도 온통 풀벌 레들이 뽑아내는 귀맛 당기는 노래소리이다. 이마에선 구슬땀이 흘러내려도 마음 은 구름 한점 없는 하늘처럼 상쾌하다. 나는 풀벌레의 합창에 화답이라도 하듯 흥얼흥얼 코노래를 넘기며 씨엉씨엉 걸음을 옮기였다. 한참 걸어가니 물막이를 하던곳에 이르렀다. 버들숲사이로 내려다보이는 곁 갈래에는 물이 꽉 차서 흐르고있었다. 수호가 물고기를 훔치던 일과 막은 물을 터쳐놓던 일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버들숲을 헤치고 물가에 내려서서 걸었다.     물가의 풀숲에 숨었던 잔고기들이 발자취에 놀라 물에 연한 파문을 그리면서 안쪽으로 쑥쑥 헤염쳐들어간다. 수호가 아니였더라면 언녕 말라죽었을 고기들이 다. 곁갈래에 꽉 차 흐르는 물과 해빛을 담아싣고 늠실대는 두만강 원줄기를 바 라보는 나의 머리속에는 이제 가서 쓸 톱기사의 제목 “두만강의 아들”이 서서히 자리잡았다.                                                                                                     2006.12.            
3    김만석 교수의 동화,우화에 대하여 댓글:  조회:832  추천:0  2017-02-28
김만석교수의 동화,우화에 대하여                   허두남 아동문학리론가 김만석교수는 수많은 아동문학리론문장을 내놓아 우리 조선족아동문학을 리드하는 외 자신이 직접 아동소설, 동요동시, 동화, 우화 등 많은 아동문학작품을 창작하여 조선족아동문학고를 풍부히 하였다.     필자는 여기에서 김만석교수의 여러가지 문체의 아동문학작품들중에서 동화와 우화에 대해서만 말하려한다.       김만석교수의 동화작품 김만석교수의 동화작품들은  짙은 랑만적색채와 흥미로운 이야기스토리로 독자들을 흡인한다. 김만석교수의 동화 “개미나라참관기”를 관찰하기로 하자. 일인칭수법으로 쓰여진 동화 “개미나라 참관기”는 의인화와 마법의 수법으로 동화작가가 개미굴속에 들어가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개하고있다. 이 동화의 가장 큰 특점은 그 구성이 독특하고 참신한것이다. 동화는 프롤로그, 본문, 에필로그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는데 본문은 우리 동화문단에 있어본적 없는 무극대본의 형식으로 되였다. 본문의 내용은 “무서운 이사” “이상한 학교” “고향 찾아 천만리” “꽃피는 내 고향” 이렇게 네개 절로 이루어졌다. 동화의 경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동화작가는 개미나라의 초청을 받고 개미나라의 변천사를 글로 써주기 위해 개미나라에 가서 무극을 관람한다. 무극에 나오는 내용에서 작가는 오붓하던 개미나라가 “도깨비”들이 기념당을 짓느라고 남포를 터치는바람에 한순간에 풍비박산나는 정경을 본다. 흙덩이우에 매달려 사흘낮 사흘밤이나 날려서 생소하고 척박한 먼 고장 도끼봉에 가서 떨어진 개미들은 큰 비극앞에서도 근로의 대명사답게 새 고장에서 억척스레 일하고 배우며 살아간다. 고향을 한시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던 개미들은 고향의 소식을 알아오라고  짤록이를 전권대표로 고향에 보낸다. 동화는 짤록이가 조상들의 고향에서 놀라운 변천을 보는것을 통해 현대화로 치닫는 고향의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원래 도끼봉의 개미들은 고향의 소식을 알아보고 고향에 돌아가려고 했었는데 고향의 놀라운 변천을 보고는 고향에 돌아가려던 숙망을 버리고 지금 살고있는 도끼봉을 아름답게 꾸려가기로 다진다 동화는 많은 용량의 내용을 담았지만 무극의 형식에다 그것들을 담았기에 흥미진진하면서도 전혀 따분하지 않고 극도로 함축이 잘 되였다 만약 무극대본이라는 이 독특한 형식을 취하지 않고 이 동화에 담긴 많은 이야기를 풀어썼더라면 적어도 편폭이 몇배 길어졌을것이다 짤록이가 조상들의 옛고향을 돌아보는 장면에서 집중과 개괄, 함축이 가장 집중적으로 나타났다.   학교에 가보니 컴퓨터에 마주 앉은 학생들이 자판을 달가닥달가닥 두드리는 귀맛좋은 소리, 자동차공장에 가보니 로보트들이 슬근슬쩍 조립하면 눈깜짝새 빵빵 기적을 울리며 달려나오는 매미같은 승용차들, 시장을 돌아보니 판매원은 없는데 전자판매기로 물건들을 산 손님들이 밀물처럼 흘러갔다…     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백여자 되는 편폭에다 정연하고도 생동하게 담아냈다. 작자는 무극대본형식이라는 이 독특한 형식의 장점을 잘 리용하였기에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번화한 개미나라의 이곳저곳을 감동깊게 다 보여주었다. 따라서 문장은 간결하고 박진감 넘치고 우아하고 시적인 기분을 안겨준다     고향 버들골이 도깨비들에게 풍비박산나던 장면과 그 악몽같은 나날이 력사속으로 사라져가는 과정도 짧은 한단락속에 성공적으로 다 담아냈다.       …새까만 옷을 입은 도깨비들이 바위돌을 영차영차 메여다가 흙구덩이에 처넣는다. 그리고 벽돌을 한장한장 올리쌓는다. 2층까지 쌓았을 때 불시에 광풍이 휘몰아친다. 번개가 번쩍! 우뢰가 꽈르릉! 대줄같은 소낙비가 억수로 퍼붓는다. 도깨비들이 입었던 새까만 옷들이 점차 하얀 옷으로 변한다.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인다. 해가 둥실 솟고 대지에 알록달록 꽃들이 만발한다…       작자가 직설적으로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백성들의 삶을 황페한 쑥대밭으로 만들던 동란의 년대가 잘  반영되였다 교묘한것은 시종 청치요 투쟁이요 나쁜 사람들이요 하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은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동화속에 나오는 도깨비가 어떤 인물인지를 잘 안다.그리고 도깨비들이 입었던 새까만 옷들은 광풍폭우속에 흰옷으로 변한다는것은 암흑한 시대가 끝나고 새 시대가 도래함을 의미한다는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이렇게 개미나라의 모습을 빌어 인간사회의 눈부신 변천사를 보여준것이다. 작자가 여기에서 동란세월의 광적인 사건들을 직설적인 말을 한마디도 쓰지 않고 “도깨비”의 “도깨비짓”으로 표현한것은 잘한것이다.     동화에서는 또 과장법을 잘 사용하여 문장의 표현적효과를 높이였다. “도깨비”들이 기념당을 짓노라고 개미나라 터전에 남포질 터쳤을 때 남포에 집이 송두리채 날려가는 장면을 이렇게 표현했다       개미들은 안간힘을 다하여 흙덩이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개미네가 매달린 흙덩이는 구름을 뚫고 씽씽 날아간다. 흙덩이는 사흘 낮, 사흘 밤을 날아가서  도끼봉이라는 산마루에 쿵! 하고 떨어졌다.       참 멋진 과장법이다. 과장을 주요수단의 하나로 하는  동화에서는 과장법을 멋있게 사용하면 작품의 매력을 엄청나게 발산하게 된다. 만약 여기에서 흙덩이가 “아주 높이 떠서 대단히 멀리 날아갔다”고 했더라면 얼마나 문장이 슴슴하겠는가? 제자리에 잘 쓴 과장법은 마치도 소녀의 머리우에서 팔랑이는 꽃댕기가 소녀를 배로 예쁘게 만드는것처럼 전반 동화를 빛낸다     그외 노래말을 타당하게 리용하였다.     이 동화에는 노래말이 두절 들어있는데 그것들은 정감을 나타내는데 도움이 되고있다. 그런데 노래말중의 “선종”과 “망종”이란 단어는 좋지 않다. 노래말치고 말이 곱지 않기도 하거니와 아이들에게 잘 어울리는 말같지 않다. 이 두마디는 이 노래말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말인데 말이다.     동화 “개미나라 참관기”에는 미흡한  점도 보인다.     내용면에서 개미나라에서는 왕이 녀왕인데 여기서는 왕이 할아버지로 되였다.      다음 대화가 많고 대화가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역할을 원만히 못하고 사건을 교대하는 작용을 하는데 그치는 것이다. 물론 대화도 사건을 교대하는 주요한 수단의 한가지이지만 대화가 좀 더 인물의 개성적특징을 띠였으면 좋겠고 정제되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런 작은 문제점들은 옥의 티로 결코 동화 “개미나라 참관기”의 빛을 가리지는 못한다.  “개미나라 참관기”외에도 사과배골 법정에서 벌어지는 저수지와 꾀꼬리의 송사사건을 내용으로 쓴 동화  “꾀꼬리가 쓴 동시 풍파”는 그 구상이 묘하고 풍자와 해학을 재치있게 응용한 주목할만한 작품이다.   김만석교수의 우화작품 김만석교수는 수십편의 우화작품을 펴냈으며 한국에서 우화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김만석교수의 우화작품중에는 깜찍한 성과작이 여러편 있는데 몇편을 실례로 그 장단점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화 “외가집 찾지”는 김만석교수의 우화작품들중에서 대표성적인 성과작이다. 우화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앵두나무우에 사는 꼬마자벌레는 외가집에 가서 외할머니를 모셔오라는 엄마의 심부름을 떠난다. 그는 곧추 가다가 길이 두갈래로 갈라지면 왼쪽길로 가면 된다는 엄마의 말을 명심하고 꼬불딱꼬불딱 거리를 재면서 기여간다. 그런데 길이 두갈래로 나뉘는 곳에서 왼쪽길에 접어든 꼬마자벌레는 오십자쯤 가도 외할머니네 집이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오던 길로 되돌아온다. 다시 갈림길목에 이른 그는 이번에는 오른쪽 길로 기여간다 또 오십자가량 기여갔지만 외할머니네 집이 나타나지 않는다. 꼬마자벌레는 이렇게 자기절로 외할머니네 집을 찾지 못하고 만다. 외할머니네 집은 갈림길목에서 백자쯤 가야하는데 오십자쯤 갔다가 되돌아섰기때문이다. 이 우화의 주제는 무슨일이나 끝까지 해야지 중도에서 그만두면 성사할수 없다는 것이다. 작자는 목적지까지 채 가지 않고 중도에서 발길을 돌린 꼬마자벌레에 대한 풍자를 빌어서 주제를 잘 보여주었다. 풍자와 교훈이 딱 떨어지는 감칠맛 나는 우화이다. 이 우화는 내용면에서 풍자와 교훈이 잘 반영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썼을뿐만 아니라 그 표현수법면에서도 적지 않은 기교를 자랑하고있다. 꼬마자벌레는 갈림길목에 이르렀을 때 어느길로 들어설가고 고개를 까땍까땍하면서 이렇게 중얼거린다. “어느길로 가면 외할머미네 댁이 있을가? 알아맞춰보자야 뿅!” 그리고는 어머니가 일러주던대로 왼켠길로 간다. 기실 어머니가 왼켠길로 가라고 똑똑이 일러줬기에 어느길로 갈가 고려할 필요는 없는것이다. 꼬마자벌레가 알아맞추기하는식으로 길을 선택하는것은 아이들의 심리를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꼬마자벌레는  틀림없이 “어느길로 가면 외할머니네 댁이 있을가? 알아맞춰보자야” 하구선 자기가 가려는 길에 맞추어서 “뿅!” 했을것이다. 꼬마자벌레의 이 행동에서 신이 나 심부름 가는 꼬맹이의 귀여운 행동이 엿보인다. 만약 내키지 않고 볼이 부어서 심부름 가는 길이라면 이런 유희같은 장난을 칠 여유도 없을것이다. 이 우화에는 생동하고 형상적인 의성의태들이 타당하게 쓰였다 “꼬불딱꼬불딱 기여가다” “고개를 까땍까땍거리다” “머리를 뱅뱅 돌리다” “고래고래 소리치다” 이런 의성의태어들은 작품의 생동성, 형상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있다, 우리 말은 의성의태어가 각별히 발달했는데 이런  우리 말의 장점을 잘 살려쓰면 글줄이 풍만해질것이다. 작품이란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글줄이 재미있어야 보고도 다시 보고싶어진다. 이 우화에서 주인공을 자벌레로 설정한것 또한 잘된 착상이다. 자벌레는 한번  꼬불딱거릴때마다 꼭 자기 한키만큼씩 나가는 벌레이기에 거리와 관련되는 내용의 작품에 자벌레를 등장시키는것은 바람직하다. 그리고 외할머니네 집으로 가는 길에 매미네 마을이 있다는것도 재미있다. 자벌레도 매미도 다 나무우에 사는 벌레이니 합리한 안배이다. 우화 “재빛족제비”도 아주 성공적인 작품이다. 이 우화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재빛족제비네와 노랑족제비네가 운동대회를 한다. 서로 상대편 꼴문에 자기네의 문지기를 세워놓고 달려가서 일년동안 훔쳐온 닭알을 뿌리면 문지기가 받아쥔다. 그래서 닭알을 더 많이 받아쥐는 편이 이기는 경기다. 노랑족제비네 문지기는 잽싸지 못하여 닭알을 여러개나 떨어뜨렸는데 재빛족제비네 문지기는 솜씨가 좋아 닭알을 착착 받아서 꼴문안에 있는 바구니에 담았다. 재빛족제비네 문지기는 멋진 가동작을 선보인면서 껑충 뛰여올라 닭알을 받아쥐고는 땅바닥에 모재비로 창 떨어지는가 하면 고인 물에 첨벙 넘어지면서 날아오는 닭알을 받아쥐고는 데굴데굴 구르기도 했다. 열광적인 응원소리속에서 사기가 오른 그는 관중들에게 꾸벅 경레를 하고는 아예 꼴문을 지킬 생각을 까맣게 잊고 관중들을 향하여 손을 저으며 운동장을 돌아다닌다. 그러다나니 노랑족제비네 문지기는 닭알을 38개나 받아쥐였지만 그는 여덟개밖에 받아쥐지 못하여 경기에서 지고만다.   참 재미있는 우화다. 작자는 칭찬소리속에서 머리가 뜨거워나 본분까지 잊어버리는 재빛족제비에 대한 풍자를 빌어서 허영심은  실패를 부추긴다는 교훈을 귀띔해주었다. 실로 신랄한 풍자이고 돋보이는 풍자이다. 온 정신을 쏟아 꼴문을 지켜도 쉽지 않을판에 꼴문을 지키는건 뒤전에 두고 관중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려고 폼 잡고 운동장을 돌아다니는 운동선수, 진짜 전형적인 우화적인물이다. 이 우화는 표현기교도 뛰여났다. 우선 전형환경속의 전형인물”을 잘 설정했다. 운동경기는 치렬한 공방전으로 열기뜨거운 “족제비식롱구경기”이다. 원체 약삭바르기로 이름난 족제비들이 선수로 뛰니 한순간만 놓치면 꼴이 들어갈것이다. 작자는 선수들중에서도 실점을 막아내는 열쇠를 쥐고있는 관건적인 인물 문지기를 주인공으로 했다. 다음 작자는 경기형식을 참 재미있게 설정했다. 훔쳐온 닭알을 꼴문에 던져넣기ㅡ 얼마나 깜찍하고 기발한 발상인가? 닭알도 좋아하고 훔치기도 잘하는 족제비의 특성도 잘 반영되였다. 이외에도 “키다리코스모스” “흉보기” “딱친구네 비밀”  “고슴이와 도슴이” 등도 좋은 우화들이다. 김만석교수의 우화는 언어가 간단명료하면서도 구제적이고 생동한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우화가 몇백자밖에 안되며 편폭이 길어야 천자좌우이다. 물론 짧아서 좋다는건 아니다. 짧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동하게 잘 그렸고 풍자속에 교훈을 똑 부러지게 담고있다. 우화는 흔히 “주제선행”의 방법으로 쓰게 되므로 자칫 딱딱하게 되고 개념화 되며 이데올로기에 빠질수 있다. 하지만 작자는 이런 페단을 잘 피해가고있다. 그런데 짧게 쓰려는데서 전개해야 할 부분을 전개하지 않고 얼핏 넘어가는 아쉬운 면도 보인다. 짧게 쓰더라도 일정한 굴곡을 안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화 “따르릉 핸드폰소리”는 현대아이들의 생활를 반영한 아주 좋은 제재인데 작품을 너무 단순하게 마무리했다. 핸드폰이 울렸을 때 선생님이 그게 자기의 핸드폰인줄 모르고 핸드폰의 임자를 책망하는 말을 몇마디 전개했으면 해학도 더 다분해졌을것이다. “검정개”의 경우에는 주제를 말하려는데 급급해서 속담풀이하는데 그치고말았다. 비록 “넌 구들장 속에서 나왔나?”와 같은 형상적인 구절들이 있음에도 이야기의 재창조가 없기에 독자들의 감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상에서 우리는 김만석교수의 동화와 우화에 대해여 살펴보았다. 김만석교수는 아동문학리론가로서 이천년대 이전에는 아동문학리론문장을 많이 썼고 문학작품으로는 주로 동요동시를 썼다. 동화우화는 그뒤에 썼는데 말하자면 동화우화작가로는 늦깎이작가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동화우화들을 보면 그 수준이 비교적 높다. 작품마다에서 내용상 형식상 새로운추구를 고심하는 정신이 엿보인다. 특히 감탄하지 않을수 없는점은 젊은이들보다도 시대정신이 더 강하다는것이다. 이런 점들은 김만석교수가 늘 아이들과 교감하고 파아란 동심으로 숨쉬면서  창작적열정을 불태우고있기때문이다. 김만석교수께서 앞으로도 학문연구에 힘쓰는 한편 글농사에서 똘똘한 늦둥이들을 많이 많이 보기를 바란다.                                                                                             2016.11.10      
2    '마당형님'(수필) 댓글:  조회:846  추천:1  2017-02-21
수필 “마당형님” 허두남      나는 발가는대로 공원 숲속으로 걸어간다. 휘청휘청…걸음마다 집요하게 매달리는 비애와 고통과 공허감을  털어버리려고 모지름을 쓴다.   찌푸린 하늘처럼 가슴이 답답하다. 한숨이 나온다. 말없이 서있는 우울한 소나무들도 하나같이 짙은 한숨으로 칠해놓은듯하다.   며칠전 맏형님이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둘째형님이 인사불성이 되여 자리에 누운지 여러해 되는데 맏형님마저  떠나가니 나홀로 무인고도에 버려진 기분이다.   소나무우둠지를 스치는 바람도 처량한 애가런듯 내 가슴을 후빈다. 발밑에서 바스락대는 마른 잔디풀의 속삭임은 세월의 묵은 덤불을 헤치고 나를 잊지 못할 동년의 언덕으로 데려간다.   개구쟁이시절, 내가11년 이상인 맏형님의 이름을 부르니 어머니는 형님을 그렇게 부르면 못쓴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맏형님이라고 부르라고 가르쳐주었다. 그런데 “맏형님”이라고 외운다는것이 자꾸 “마당형님”으로 번져졌다. 그바람에 집안을 들었다놓던 웃음폭탄…   어버지, 어머니, 형님,누나들 모두 허리건사를못하고 웃었고 나도 덩달아 웃고…가난하지만 화목한 우리 가정에 큰 웃음을 선물했던 그때의 일이 어제런듯 기억에 새롭다.   그런데 맏형님은 그뒤 정말 “마당형님”이 되였다.   맏형님은 초중때 “소년아동”신문에 작문 “소조학습의 저녁”을 발표하였다. 그때엔 아이들이 볼 신문, 잡지라고는 “소년아동”신문 하나뿐이였는데 산골학생이 거기에 글을 발표했다는것은 하늘의 별을 딴것만큼 대단한 일이였다.    첫작품을 발표하고 형님은 더 본격적으로 습작을 했고 둘째형님과 나도 숫눈길에 찍힌 발자국을 저겨딛듯  맏형님의 발자국을 콕콕 넘겨밟으며 글쓰기에 나섰다. 뒤에 둘째형님은 작문 “눈내리는 아침”을, 나는  “생일날”을  “소년아동”에 발표했다.   나를 우화창작에로 이끈 사람도 맏형님이다. 형님은 스무살이 금방 지나면서 3년간 풍담으로 앉음뱅이신세가 되여 고생한적이 있는데 투병중에 우화시를 많이 습작했 다. 우화시 “메돼지”는 버덩이를 드러낸 박색의 초상과 함께 “소년아동” 지면에서 해빛을 보기도 했다. 그때  소학생이였던 나는 형님이 보는 끄릴로브우화집을 따라 읽었고 형님을 본받아 우화시를 쓰느라고 긁적거렸다. 그것이 내 우화인생에서 걸음마전의 엎치기연습이였을것이다. 그 엎치기연습이 뒤에 첫걸음마로, 우화시창작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려 고행을 거듭한 수십년의 려정으로 이어졌다.   맏형님의 영향은 우리 동생들에게만 미친것이 아니였다.   형님의 고향인 산 좋고 공기 좋고 정서 좋은 남평이라는 이색의 땅에서는 문학의 새싹들이 곳곳에서 푸른 하늘을 향해 손을 저으며 파란 꿈을 펼치였다. 그 될성부른 함함한 새싹들은 비바람의 세례를 거쳐  최룡관, 김응룡, 박장길, 김영건이라는 가지 창창하고 잎새 무성한 시나무로 자라났다.   연변작가협회 부주석이였던 최룡관은 맏형님때문에 문학에 발을 들여놓아 “고생을 사서 한다”고 맏형님과 부르튼 소리를 곧잘 했다.      맏형님때문에 “고생을 사서 한” 사람들은 문학(文鹤)의 날개를 쫙 펼치고 훨훨 날아 로임 많고 살기 편한 국자가에 모였다. 그러나 선구자이고 스승인 맏형님만은 여전히 고향에 남아 제집마당을 지키였다. 진짜 “마당형님”이 된것이다.   누구보다도 재능이 처지지 않았지만 산골에서 한생을 다한 형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괴롭다. 하지만 형님은 도시의 유혹에 몸이 달아하지 않았고 산골에 정을 두고 만족했다. 고향에 정을 묻었기에 화룡3중에서 작문교원으로 초빙할때도 외면했다. 고향을 떠나기 아쉬워 현성길을 밟지 않았다면 남평중학교에서 교장을 하라는 청탁은 왜 밀막아버렸는지? 산골에서도 알짜 백성으로 사는것이 편했던 모양이다.   산골백성이 달갑게 된 형님의 시작품들에는 고향의 정서가 청초한 산꽃향기처럼 묻어났다.   오불꼬불 길을 따라 멀리 떨어진 우리 시골   내물도 길을 흉내 내듯 오불꼬불 흐르는 곳   하늘도 좁은 산들사이에 오불꼬불 펼쳐졌다.   형님의 동시 “시골”이다.   형님은 다산작가는 아니였지만 자기 작품에 아주 책임졌다. “나는 남이 어떻게 썼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안썼는지 알고싶다”고 했다.   2002년봄, 나는 남평에 가서 형님과 같이 사흘동안 고향산천을 돌아다녔다.   형님이 태를 묻은 조선 무산군 량영리의 오리장마을이 두만강 건너 먼 꿈처럼 바라보이는 고향의 뒤산마루 “가마후렁”에 올랐을때였다.  오래만에 고향산 정상에 오른 우리는  푸른 하늘에 얼굴을 묻고 덧없는 인생에 대해 주고받았다. 형님은 젊어서는 시를 쓰고 늙으막엔 아동문학작품을 쓰라는 말이 백번 옳다면서 누구도 써본적 없는 독특한 형식의 장편동화를 쓰고싶다고 했다.   우리는 발아래 펼쳐진 고향의 다정한 모습을 눈에 담다가 군데군데 가랑잎이 가슴까지 쌓인 오봉바위골에 발자국을 남기며 산을 내렸다. 나는 형님이 뒤에서 돌이라도 굴릴가봐 골짜기 중간이 아닌 한옆에 치우쳐서 걸었다.   “너 내가 돌을 굴릴가봐 한켠에 붙는게지?”    “그걸 아는걸 보니 아직 멀었구만! 치매걱정은 안해도 되겠소.”   내 말에 형님은 허허 웃었다.   “너 나를 아주 귀신취급하는구나!”   그때만 해도 가파른 산길을 별 불편이 없이 걷던 형님이 불과 7년만에 하려던 일을 다 접어두고 불귀의 객이 되여 떠나간것이다.   고생속에서 한생을 보내면서도 작은 행복에 만족했던 형님, 뼈를 깎아 살을 깎아 한편한편의 글을 빚어내며 자신만의 보람을 찾고 늘 락천적인 웃음을 잃지 않았던 형님, 형님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담요 하나를 깔고 옆에 책 하나를 놓고 누워있던 형님의 자리는 비여있다. 형님에 대한 그리움만 그물그물 피여나는 휑뎅그렁한 빈 자리…   솔방울이 보인다. 허리를 굽혀 집어들었다. 잣알이 다 빠져버린 묵은 솔방울, 정성껏 키운 기름진 씨앗을 공원의 귀동자가이드 다람쥐에게 내주고 빈몸으로 누워있는 솔방울, 자기의 의무를 다하고는 미련없이 생명의 근원에서 뛰여내린 이 자연의 뜻을 읽노라니 인생도 이와 같구나 하는 느낌이다. 하다면 맏형님도 심혈을 몰부어 키워온 알맹이를 이 세상에 남겨놓고 갈때가 되여 훌쩍 떠나간것일가?. 아니,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나 애석하다. 형님은 아직 가서는 안된다. 형님은 하려던 일을 채 하지  못했다. 우리 3형제를 위해서라도 남아서 재능을 더 빛내야 한다. 하지만 이미 길을 달리한 형님, 무엇이 급하여 가지 말아야 할 곳으로 발길을 내디뎠을을가? 내 한숨의 안개속으로 멀어져가는 형님의 뒤모습…   자연은 새봄을 선사했지만 기다려오던 이 봄은 형님과의 영별을 통보하는 슬픈 봄이 되였다. 누구나 한번 가야 하는 길이언만 좀 더 앉았다 가도 될것을 총망히 떠나가니 더 슬프다. 평생 남에게 페를 끼치기 싫어하는 분이라 조문객들을 위해 날씨가 풀리자 서둘러 떠나갔으리라!   이제 한달남짓 지나면 청명이다. 묵은 풀덤불을 뚫고 연두빛 새싹이 눈을 뜰 때 형님을 찾아 술잔을 부어올리며 가슴저미는 아픔을 딛고 형님을 영영 바래련다.                                                                                                   2009.2.
1    로천화장실(재담) 댓글:  조회:1570  추천:5  2013-01-28
[재담] 로천화장실 허두남 녀: 대식씨. 남: 왜 그러죠? 녀: 우리 둘이 재담을 엮는게 어때요? 남: 이거 개미 웃다가 허리 부러질 소리를 말라구요. 재담을 뭐 아무나 하는줄 압니까? 녀: 그래 전 재담을 못한단 말인가요? 남: 그야 두말이면 잔소리고 세말이면 군소리고 네말이면 잡소리고 다섯말이면 헛소리고 여섯말이면… 녀: 됐어요. 그러다가 숨넘어가겠어요. 제가 왜서 재담을 할수 없는지 그걸 말해봐요. 남: 재담을 하자면 우선 인물, 체격부터 합격돼야 한다구요. 녀: 뭐요? 남: 그 인물, 체격에 재담을 하겠다니 정말 자기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요! 녀: 아이 분해라. 사람을 그렇게 모욕해도 되는거예요? 남: 내가 언제 꽃분씨를 모욕했다고 생도마도처럼 색을 쓰는가요? 녀: 남자에겐 사내답지 못하다는것이 최대의 모욕, 녀자에겐 못생겼다는이 최대의 모욕이란 말도 못들었나요? 남: 내가 언제 꽃분씨를 못생겼다고 했게요? 녀: 금방 입이 넙죽해서 말해놓고 지짐떡처럼 해뜩해뜩 돌아누워요? 남: 그런게 아니라 꽃분씬 너무 잘생겼기에 재담을 하기 적당하지 않다는거라구요. 녀: 뭐요? 남: 재담배우가 되자면 나처럼 인물, 체격부터 우습강스럽게 생겨야 한다구요. 무대에 척 나서기만해도 관중들이 개구리목줄처럼 배가죽이 풀떡풀떡하면서 웃음이 나와야 하지요. 녀: 그게 정말인가요? 남: 정말 아니고 그래 옛말이겠나요? 녀: 그런걸 난 또…호호호…그런데 대식씨도 그만하면 너무 못나진 않았어요. 남: 그게 바로 나의 제일 큰 슬픔이라구요. 녀: 녜? 남: 난 기질이나 말주변, 아이큐가 다 남보다 우월한데 외모때문에 전업재담배우로 되지 못한다구요. 녀: 외모때문에요? 남: 그래요. 외모가 재담배우조건에 부합될만큼 못나지 못했기때문이지요. 만약 훨씬 실해져서 높이와 너비가 비슷하게 되거나 하다못해 이마가 지금보다 두배만 벗어졌더라도 틀림없이 이름난 재담배우로 되였을텐데말입니다. 녀: 뻥치는거 아니예요? 남: 꽃분씬 날 그래 꽝포쟁이로 보세요? 이거 정말 억울해서 한 몇십년만 더 살다가 죽고말아야지. 녀: 잘생긴것도 이제보니 나쁜점이 있군요. 남: 있다뿐이겠나요? 꽃분씬 너무 잘생겼기때문에 암만 연기를 잘해도 관중들을 웃기기가 하늘의 별따기지요. 모두가 재담을 보는게 아니라 금방 무지개를 타고 내려온 선녀를 보는 심정이겠으니깐요. 녀: 무슨요. 호호호. 남: 그렇다고 너무 기뻐 식당문이 헤—할건 없다구요. 녀: 녜? 남: 꽃분씬 왜서 자신이 그렇게 외모가 아름답게 생겼는지 알아요? 녀: 그야 아버지, 어머니께서 정식으로 낳아주셨기때문이겠죠. 남: 그런게 아니라구요. 녀: 그럼 왜서죠? 남: 아직 아무도 발표한적 없는 평형론에 의하면 사람들에겐 다 같은 미적조건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미가 속에 들어가고 어떤 사람은 미가 겉에 나왔답니다. 녀: 도대체 뭘 말하자는건가요? 남: 그러니 나처럼 겉이 못생긴 사람은 미가 다 안에 들어갔기에 속이 꽃밭처럼 분결처럼 아름답고 꽃분씨처럼 겉이 아름다운 사람은 미가 몽땅 겉에 나왔기에 속이 쓰레기장처럼 더럽다 그 말이라구요. 녀: 그건 철두철미 궤변이구 인신모욕이라구요. 남: 왜 그렇게 풀메뚜기처럼 폴짝폴짝 뛰는가요? 녀: 말해요. 다시 사람을 모욕하겠나요? 남: 아니, 재담을 하자기에 재담을 했는데 이렇게 성내다니요? 녀: 녜? 그럼 금방 한 말씀은 진담아니라 재담이였군요. 남: 딱 맞고 똑 떨어졌다구요. 녀: 그런걸 난 또…그런데 대식씨! 남: 왜 그러시죠? 녀: 이번엔 인물, 체격 말고 더 뜻깊은걸로 엮는게 어떤가요? 남: 그러자구요. 난 무슨 내용이나 청산류수처럼 엮을수 있으니 꽃분씨가 엮자는 내용으로 엮읍시다. 녀: 그럼 화장실을 가지고 엮는게 어때요? 남: 화장실이라니요? 녀: 화장실도 몰라요? 쉬야—하고 응가—하는 화장실말이예요. 남: 하필이면 화장실인가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사랑이나 꽃이나 이런 아름다운 내용으로 엮으면 좀 좋나요? 녀: 제가 하자는걸로 하겠다 해놓고 웬 잡음이 이리 많으세요? 남: 실례했어요. 꽃분씨의 뜻에 따르겠으니 어서 꼭지를 떼라구요. 녀: 꼭지를 떼다니요? 무슨 꼭지 말인가요? 남: 이거 생김생김만 재담배우표준이 안되는가 했더니 기질이 오동무깍지구만요. 녀: 글쎄 뚱딴지같이 꼭지를 떼라니 배꼭지를 떼라는지 수도꼭지를 떼라는지 내 알턱이 조개턱인가요? 남: 글귀는 무디여도 말귀는 빠르다던데 이렇게 말귀가 무디고야…재담꼭지를 떼란 말이라구요. 시작하란 말이예요. 녀: 호호호, 그런 뜻인걸 가지고. 남: 어서 시작하라구요. 녀: 남자들은 어쩜 그리 문명하지 못하나요? 남: 남자들이 어쨌게요? 녀: 화장실을 찾지 않고 아무데서나 일을 보니말이예요. 남: 꽃분씨는 그런 정경을 많이 봤나보군요. 녀: 담벽에 돌아서서 쏴— 가로수에 마주서서 쏴— 전주대에 붙어서도 역시 폭포요… 남: 남자들이 지형지물을 리용해서 돌아서면 그건 로천화장실이란겁니다. 녀: 로천화장실이요? 유리화장실은 아니고 로천화장실이세요? 남: 로천화장실은 급할 때 대용하는 없어서는 안될 기동화장실이지요. 녀: 대식씨도 로천화장실에서 일을 볼 때가 있나요? 남: 전 특수경우에만 죄꼼 사용할뿐이라구요. 녀: 그 특수경우란 어떤 땐가요? 남: 급해죽겠는데 화장실이 50메터이내에 없을 때. 녀: 아무리 급하다고 50메터를 못걸어가요? 남: 그리고 맥주를 다섯병이상 마셨을 때. 녀: 맥주를 다섯병이상 마실 때가 많나요? 남: 많지는 않아요. 하루 두세번정도밖에 안되거든요. 녀: 뭐요? 한달에 한두번도 아니고 하루에 두세번이란 말인가요? 대식씬 이름 그대로 대식가군요. 남: 하지만 난 분촌이 똑똑하거든요. 여지껏 로천화장실을 사용해왔어도 녀자들눈에는 한번도 뜨인적 없다니깐요. 녀: 눈에만 안뜨이면 단가요? 그 악취가 환경을 오염시키는건 어쩌고요. 남자들이란 어쩜 이리 뻔뻔스럽나요? 남: 녀자들은 뭐 로천화장실을 안쓰는가요? 녀: 그럼 안쓰지요. 남: 그건 익은 도마도처럼 새빨간 거짓말이라구요. 녀: 녀자들은 일을 보자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니 로천화장실을 쓰고싶어도 안되지요. 남: 안되긴 뭐가 안돼요. 남자들보다 더 우월한 복장조건을 구비했는데요. 녀: 우월한 복장조건이라니요? 남: 길을 가다가 화장실이 급하면 큰길바닥에 들어앉아서 일을 봐도 되잖나요. 치마로 척 가리면 누가 알아요? 녀: 어마나! 그것도 말이라고 하세요? 남: 치마로 척 가리고 앉아서 신을 고쳐신는체하다가 일을 다 보고 일어나서 빠이빠이하고 가면 그만이지요. 녀: 이봐요. 우리 녀자들이 뭐 남자들과 같은줄 아나요? 그런 녀자는 세상에 하나도 없다구요. 남: 천만에요. 내눈으로 똑똑이 본적이 있다구요. 녀: 그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일을 보는 녀자를 봤단 말이세요? 남: 예쓰마쓰! 녀: 설마 큰길에서야 아니였겠지요. 남: 네거리 한복판에서였습니다. 녀: 아이, 망칙해라! 그래 정말 치마로 가리고 앉아서 일을 보더란 말인가요? 남: 치마로 가리면 좋지요. 아예 홀라당 드러내놓고 일을 보던데요. 녀: 어마나! 남: 거기다가 조용히 일만 보면 약과지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돌아보게 큰소리로 떠들어대기까지 하더라구요. 녀: 뭐라고 떠든단말입니까? 남: “쉬야—해라, 빨리 쉬야— 이 간나새끼, 좀 빨리 싸라! 팔이 아프다. 이 간나새끼, 무슨 오줌을 이리 많이 싸갈기니?” 녀: 녜? 남: “이 간나새끼, 다 못쌌으면 다 못쌌달게지 치마를 적셨구나! 이 간나새끼, 사람이 오는데 어쨌다구 그러니? 쥐방울만한 간나새끼 뭐가 부끄러워서?” 녀: 그러니 엄마가 아이에게 쉬야를 시킨걸 말한것이군요. 남: 그 아이가 녀자아이였단말입니다. 녀: 하지만 그건 쬐끄만 아이잖아요? 남: 아이를 쳐들고 실례를 하게 한게 그애 엄마이거든요. 녀: 녀자들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니 부끄럽군요. 남: 뭐 꽃분씨가 그런것도 아닌데 너무 부끄러워할거야 없지요. 녀: 우리 이제부터 문명하지 못한 로천화장실을 앞장서 허물어치우는것이 어때요? 남: 로천화장실은 벽돌로 지은것도 아닌데 어떻게 허문단말입니까? 녀: 남녀로소 모두가 로천화장실을 쓰지 말게 재담을 엮어서 선전하잔 말입니다. 남: 재담을요? 녀: 그래요. 남: 좋은 아이디어긴 한데 절구통같은 나와 버들가지같은 꽃분씨가 무대에 같이 나서면 잘 어울릴가요? 녀: 그러길래 더 좋지요. 둘이 대조를 이루어서 관중들의 눈길을 자석처럼 확 끌어당길수 있단 말입니다. 남: 야, 이거 꽃분씨 정말 대단한데! 금방 나를 찜쪄먹는군요. 녀: 천만에요. 남: 근데 꽃분씨 잠간만 돌아서달라구요. 녀: 왜요? 남: 점심에 맥주를 다섯병이나 마셨더니 급해서 그래요. 녀: 뭐라구요. 금방 약속하구서도 그래요. 암만 급해도 화장실로 가야죠. 남: 아차! 그만 습관되여서....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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