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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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자는체하면 놔둬라
2017년 04월 06일 18시 58분  조회:2460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자는체하면 놔둬라
 
                                                   최 균 선
 
    속담에 나간 놈의 몫은 있어도 자는 놈의 몫은 없다는 말이 있다. 게으른 사람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간 사람은 일하러 나갔거나 볼일이 있어 나갔겠으니 남겼다가 주어도 자는체하며 거동하려 하지 않는 사람에게 따로 몫을 챙겨주지 않는것은 인정에는 얼룩질수 있으나 사리에 맞는 처사이다.
    그런데 진짜 잠에 곯아떨어진 사람은 세괃게 깨우면 깨여날지도 모르지만 짐짓 자는체하는 사람은 좀해서는 깨여나지 않는다. 자는체하는데서 무서운것은 “ㅡ는체” 하는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일을 속으로 가늠하면서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이 있음을 잘 알면서도 자는체 드러누워서 일어나려 하지 않을 때 열사람이 접어들어도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 설사 일으켜 놓았더라도 아예 엎드려버릴것이다.
    자는체 하는 사람과 대지자(大智者)가 어리석은체 하는것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지자의 “어리석음”은 일종 생존예술이기도 하다. 우둔한체 하면서 기회를 기다리다가 일거에 만록총중에 일점홍처럼 출중하게 솟구쳐나온다. 그와 반대로 역어빠진 자가 자는체하는 목적은 준엄한 현실에 대한 일종 도피로서 사회인으로서의 기본의무 에 모르쇠를 들이대는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것은 그들은 “자는체”하면서 “꿈”은 꾼다는것이다. 감나무밑에서 하벌린 입속에 홍시가 똑 떨어지기를 바라는격이다. 그래서 꿈속에서도 자는체 하는것으로 리해득실에 주산알을 튕기고있다. 자는체하는자들은 “청고함”과 “침묵의 예술”을 표방하면서 세상과 다투지 않는양 자신을 분식한다.
    자는체 하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것은 깨여나는것이지만 자기가 엮어가는 몽경이 지속될수 없을 때는 부득불 눈을 크게 뜨는데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여느때보다 더깊이 “잠들고”싶어한다. 한것은 자신이 자는체하는 동안 현실세계와 잠든체하기 전의 세계가 너무나 변해있기에 꿈속에 정경과 비할나위조차 없음을 절감하기때문 이다. 잠든체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저만치 멀리 가버렸다. 그래서 금이라는 침묵 을 표방하면서 은밖에 안되는 웅변을 은근히 비웃는것으로 심리평형을 찾는다.
    침묵은 금, 웅변은 은이라는 말은 절대적이 아니다. 공공리익에는 침묵하다가도 자기 리해득실에는 웅변을 토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하는 말이다. 속으로 선악을 판별하고 시비를 가르고 아름다운것과 추악한것을 분별하고 애증을 품었던들 그것을 내내 표현하지 않으면 한번도 빼들지 못한 보검과 다를게 무엇이랴, 이 경우 침묵은 금이 아니라 녹쓴 양철판과 같은 방패일뿐이다.
    다시 본제를 말해보자. 자는체하는것과 침묵을 표방하는것은 일맥상통하나 금으로서의 침묵과는 인연이 없다. “장미를 위해서 가시에 물을 주어야 한다”는 아라비야 속담이 있다. 경쟁이 치렬한 이 시대에 남보다 뛰여나고 실속있게 성취를 거두려면 자기 인생의 터밭에 나름대로의 꽃한송이라도 피워야 할것이다. 그러자면 꽃씨를 심어놓고 싹트기를 기다려 인내해야 하고 물을 주고 김을 매며 가꾸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침묵하는 시간이 아니라 묵묵히 분투하는 과정이다. 무릇 내심을 숨기는것과 내심을 분장하는것은 왕창 다른 일이다. 범이 발톱을 숨기고 웅크리고있는것은 무엇 이 두려워서가 아닌것이다. 그처럼 침묵에도 유의적인 침묵이 있고 비겁한 피동적 침묵이 있듯이 세상과 담을 쌓고 자는체 하는것과 불똥이 자기에게 튕길가봐 짐짓 자는체하는것도 별개의 문제이다.
    인간의 감정에서 가장 진실한 감정은 아마도 남에게 알릴수 없는 고통스러운 감정일것이다. 이런 대화를 생각해보자 “당신은 지금 뭘하고있는가? 내가 지금 하늘을 우러러 보고있지 않는가? 그런데 왜 30도 각도로 쳐다보는가? 나는 지금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보고있으리라고 생각해서이다. 왜 꼭 30도 각도로 보아야 하는가? 나의 눈에 고인 눈물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그러는것이다. 하늘에 기도를 드리는가? 하늘은 저렇게 텅비여있는데 누구에게 기도한단 말인가?” 30도 각도로 하늘을 쳐다보며 눈물을 숨기고있는 사람은 자는체하는 사람과 질적으로 다른 인생자세이다.
    인간을 바다속의 어류에 비유한다면 각자의 서식수역이 있다. 혹자는 생활의 천수(浅水)에서 개발헤염을 치고 혹자들은 생활의 심수(深水)에서 자맥질하고 혹자들은 수면에서 물결따라 이리저리 흘러가며 산다고 할수 있다. 부동한 수역에서 사는 물고기들은 부동한 수역을 동경하고 흠모할수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민초들의 인생은 미비하기가 초개보다 못하다. 풀은 가을에 잎과 줄기가 말라 죽어도 뿌리는 살아있어 새봄이면 다시 움트고 한여름을 무성해서 대지를 수놓는다. 그러나 인생은 부평초같이 뿌리가 없기에 한번 껌벅 죽으면 재생이란 없다. 그래서 인생에 부득부득 “뿌리”를 남기고싶으면 생전에 사회와 인류를 위해 유익한 일을 많이하는 길밖에 없다고 한다. 청사에 길이 빛나는 현자, 인의지사들이 바로 세인들의 마음에 뿌리를 내린 범례가 된다.
    이처럼 모두가 취해있는데 홀로 깨여 납함하는 사람이 있고 자는체하며 세상의 풍진을 피하는 사람도 있다. 유가에서는 현실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라고 하고 도가에서는 무위(无为)의 도를 따르고 자연에 순응하여 달관하면서 시끌벅적한 세상을 지혜롭게 살라고 하는데 자는체하면 과연 세상사는 지혜를 터득한것인가?
    깨여있으면서도 자는체 하는것은 일종 무책임함이며 심지어 비겁함이다. 자는체 말고 일어나 늘어지게 기지개도 켜보고 입이 찢어지게 하품도 하고 코방귀라도 흥흥 거려보라. 거세게 숨쉬고 한소리하며 사는 인생이 참인생이다. 삶의 동력은 내심의 들끓음에 있다.
 
                                               2013년 11월 28일
                                               2015-3-12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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