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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내두산의 단풍-김경희
2019년 07월 15일 09시 09분  조회:431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김경희  

내두산의 단풍  
 
국경절 연휴시간 이틀을 점해서 우린 단풍구경을 떠났다. 화룡 로려가호 마주편에 있는 암하에서 준비해간 점심을 차려먹고 대문앞에서 사진을 남기고서 우린 인차 내두산을 향해 달렸었다.
장백산에 거의 다달을 무렵, 왼쪽으로 꺾어들어 열두키로메터를 가면 장백산풍경구 북문이고 오른쪽으로 꺾어들어 팔키로메터로 가면 내두산 풍경구다. 녀인의 젖가슴을 닮아 내두산이라 불리우는 산은 시월의 첫날, 정말 첫날 신부처럼 수줍게 우릴 반겨주었다.
노랗고 빨갛고 파랗게 눈부신 빛이 한데 어우러져 해빛 아래 어찌도 화사한지 우린 련이어 탄성을 질렀다. 우린 아름다운 나무잎을 만져보고 사진을 찍고 웃고 떠들며 맥없는 줄도 모르고 산정에 올랐다.
산정에 올라서니 멀리 장백산이 바라보이고 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신기하기도 내두산은 하필이면 장백산밑에 위치해있다.
내두산에 올라서니 갑자기 애에게 젖을 먹이던 조카딸애의 모습이 떠오른다. 몬나리자의 미소를 떠올리는 달콤한 웃음을 머금고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조카딸의 가슴은 실로 이쁘다. 동그랗고 큰 그 생명의 줄기, 젖꼭지가 커서 금방 세상에 나온 아기는 물지를 못해서 울음을 터뜨릴가 한다.
첫 한달은 아기 키우는게 참 힘이 들어요. 조카딸애가 말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평소 그렇게 다이어트해도 무게가 줄지 않던 동생네 부부는 한사람은 다섯근 한사람은 여덟근이 내렸다.
아름다운 이십대 산모의 크고 탄성 있는 젖가슴을 보면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한편, 문뜩 조금 처진 나의 가슴이 생각나서 쓸쓸해지려 한다. 하기사, 조카딸애가 시집가서 엄마가 되였는데, 우리 할머니 세대들이 탄성 같은 거 가당키나 할가. 그 생각은 지나가는 비처럼 빠르게 스쳐지나쳤을 뿐이다.
내두산의 단풍잎은 물기가 총총해서 해빛에 반짝반짝 빛났는데, 우리들 세사람 역시 파랗고 빨갛고 노란 옷차림이라 사진발이 엄청 좋았다. 사진을 찍는데, 사진이 사람보다 이쁘게 나오고 배경이 하도나 예쁘고 해서 우린 미칠 듯이 사진을 찍었다.
사실, 로려가호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린 내두산에 올 계획이 없었었는데, 로려가호나 암하에 아직 단풍이 깃들지 않아서 내두산으로 향했고, 우연한 계획이 이렇게 맞아떨어질줄 몰랐던 것이다. 려행이란 코스를 정하고 해야지만, 이렇게 때와 장소에 맞춰 급변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처음에 떠날 때도 그랬었다. 선경대 갈가, 훈춘쪽으로 갈가, 그러다가 로려가호로 결정한 것인데 오다보니 내두산까지 온 것이다.
길이란 이런 것이다.
남동생은 피곤기가 어렸으면서도 아기를 행복하게 바라보면서, 누나, 김화도 빨리 아기를 낳아라 하오. 어느땐데 서른인데 아직도 공부를 한다오. 하고 나에게 말한다. 근데 딸애는 공부를 끝내야 애도 낳을 수 있다면서, 급할게 있나요? 서른 다섯에 애를 가져도 돼요. 안 낳음 뭐라나요? 하고 느긋하게 말한다.
참말이지, 아기 하나 낳아기르는게 그렇게 힘들면서, 왜 누구나 다 낳아키우는 것일가. 그래서인지 요즘 세월엔 결혼은 하고 아기를 낳지 않는 젊은 부부들이 늘어간다.
아기는 젖을 빨면서 잠기가 몰려오는지 눈을 감고 잠간 입놀림을 멈춘다. 얘가 자나보다 하고 내가 말하는데, 아기가 또 젖을 맛나게 빤다. 그 모습이 너무 탐스럽다.
그리고 아주 찰나였지만, 나는 엄마의 밋밋한 젖가슴을 떠올렸다. 얼마나 크고 고왔던 가슴이였던가! 막내남동생이 여덟살 먹도록 나오지도 않는 젖가슴에 매달려 젖을 물고 있었으니 우리는 엄마 젖가슴을 실컷 보았었다.
엄마도 우리 사형제를 저렇게 키웠을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뭉클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서 난 엄마가 그렇게 불편한지 모르겠다. 엄만 의심이 많고 말을 할라치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곧잘한다.
보건품 같은 거 드시고 싶으면 직접 말씀하면 듣는 사람의 속 긁지 않으련만, 엄마는 딸인 내 앞에서 이렇게 말씀한다.
우야, 미월이 엄만 어쩜 딸을 그렇게 잘뒀니, 한달에 한통씩 사드린단다.
그게 드시고 싶어요? 그럼 나도 한달 한통씩 사드릴게요, 하고 난 말한다. 하지만 기분은 억망이다. 남은 딸을 잘 두고 엄만 딸을 못 뒀다는 말이니깐. 엄마 말씀의 동기는 그게 아니지만 분명 말은 그렇게 나간다.
엄만 행동도 그렇게 하신다. 남동생네 부부가 오면 문을 열고 왔소? 하고 밝게 웃으며 대문께로 달려나온다. 하지만 내가 가면 열린 문으로 내다보면서, 왔니? 한마디 할뿐이다. 리유는 아주 간단하다. 잘 사는 동생네 부부는 엄마에게 큰돈 푹푹 내밀고 난 크게 놀지 못하니깐. 난 그냥 자잘하게 노니깐 엄만 날 맘대로 무시한다.
난 엄마가 보고 싶어 엄마집에 가는데, 갔다가는 늘 마음에 상처를 입고 오기가 일쑤다. 날 그렇게 상처 주고도 엄마는 엄마대로 당신이 날 상처 준 줄 모른다. 속이 내려가지 않아 한참 안 가면 왜 안 오니? 하고 전화온다. 그래서 가면 또 가슴을 톡 찌르는 말씀을 한다.
엄마가 세상 보는 시선이 어둔 것은 가히 리해할 만하다. 엄마가 살아온 환경이 엄마 심신을 어둡게 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엄마 나이 아홉살 때, 나의 외할머닌 잔밥을 초롱초롱 넷이나 남겨놓고 돌아가셨으니까. 맏이인 엄마는 가사를 떠메고 동생 셋을 돌보며 아버지의 한팔이 되였고 고중에 붙었는데 가지 못했다고 한다.
시집을 가서는 맏며느리로 시어머니 모시고 손아래 시누이 셋이였으니 맘 썩였을 만도 하다. 시누이들이 다 시집가니 인젠 자기 자식들이 넷이 줄쳐 생기고…암튼 엄마의 한생은 피곤했었다.
인제 살 만하니, 아픈 녀동생과 홀아비로 있는 막내남동생 때문에 맘을 얼마나 썩일지 상상이 간다. 녀동생이 신경질환으로 금방 진단 나왔을 때, 엄마가 오죽하면 일기까지 썼을가.
그래서 가슴에 멍든 것이리라. 그 화를 만만한 이 딸에게 푸는 것이리라. 그런걸 알면서도 난 그런 엄마 때문에 자주 상처를 받는다. 엄마가 날 어찌 대해도 상처를 받지 않아야 정상인데, 그것이 난 아직도 안된다.
엄만 아래 두 동생을 챙기려는 것일 것이다. 우에 둘은 먹고살 만하니까 제노릇 못할 것 같은 아래 두 자식을 배려하는 것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욕심 많는 엄마 때문에, 날 힘들게 하고 상처 주는 엄마 때문에 자꾸 기분이 엉망이 된다.
아름다운 내두산에 와서, 내두산의 단풍을 보며 왜 갑자기 엄마 앞에 부끄러워지는 걸가?
왜 조카딸의 가슴을 보며 처진 내 가슴이 쓸쓸해나고 가냘픈 엄마 모습이 뭉클하도록 눈물이 나는걸가.
뭐니뭐니해도 엄만 나를 세상에 낳아주시고 젖을 먹여 키워주시고 무탈하고 건강한 몸을 주셨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심혈을 얼마나 기울였을가. 참, 그러고보니 소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내가 개살구를 먹고 탈이 났을 때 엄마가 날 둘쳐업고 의사집 문을 두드리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 엄마한테 원망만 가득하다니 가당키나 한가.
이 시각의 내 얼굴은 단풍보다 더 붉어졌을 것이다. 내두산의 아름다움은 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 깃들어있었다. 장백산 천지물이 장백의 젖줄기이 듯이, 내두산의 단풍이야말로 사람을 철들게 하는 젖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처: <<도라지>>제2기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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